- 오늘세계
- 2015/07 제6호
들어라, 참여하라, 구체적이 되어라!
북미서비스노조와 국제노총의 조직화 교육에서 우리가 배울 점
공공운수노조에서는 올 상반기 두 번의 해외연수출장이 있었다. 하나는 공공운수노조와 SEIU(북미서비스노조)의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 뉴욕에 머물며 SEIU의 뉴욕지역지부(Local 32BJ)의 공항노동자 조직화 캠페인사업에 결합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국제노총(ITUC)에서 진행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조직화학교’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두 경험에서 공통적으로 얻은 시사점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SEIU 조직화캠페인 연수
SEIU 연수 과정에서는 3달간 4가지 종류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 또는 참관했고, 교육횟수는 10여 회였다. 조직화 사업에 처음 결합하는 조직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직화 기초 교육, 현장의 투쟁 기획력 향상을 위한 캠페인 기획 교육, 현장 노동자 대표들을 위한 리더십 교육, 조직화 사업에 결합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실무교육 격인 실천단 교육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교육은 자료 없이 진행됐으며, 철저하게 토론 발표 중심이었다. 학창시절에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문제라며 참여형 토론식 교육이 도입됐던 기억이 났지만, 한국에서 해봤던 토론식 수업과는 많이 달랐다. 단순히 방식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이 없는 토론, 모든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토론이었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즉석에서 역할극을 해야 한다거나,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처음 보는 사람과 솔직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받은 교육은 기억에 오래 남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배워서 남 주고 싶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조직화학교
SEIU 연수 프로그램이 조직화사업의 모범지부인 32BJ가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계기였다면, 국제노총(ITUC)에서 진행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조직화학교'는 조직화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기초 기술들을 5일간 집약적으로 전수받는 자리였다.
첫날부터 조직활동가에게 ‘소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영어를 머릿속에서 지운 지 어언 10년,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라며 준비한 자기소개는 10분 만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첫 번째 미션은 ‘자기소개’가 아닌,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눈 후 ‘서로를 소개하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말 그대로 ‘멘붕’에 빠졌다. 당장 내 소개에 급급해서 대화 내용에 집중하지 못했기에, 나의 짝꿍이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정보 말고는 아무 것도 내 머릿속에 입력되지 않았던 탓이다. 내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보다, ‘듣는’ 행위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소통의 실패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였을까. 이후 교육에서 나왔던 “최고의 조직가는 듣기가 70퍼센트고 말하기는 30퍼센트”라는 말을 계속해서 곱씹게 되었다. ‘혹시 나는 혼자 말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상대방이 어떤 상황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했는지, 듣지 못했다면 그것이 알기 위한 ‘질문’을 던졌는지 말이다. 조직사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만, ‘소통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구글번역기를 더 빨리 알았더라면”이라는 변명과 함께!
노동조합의 비전과 가치를 교육하는 것 역시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참가자들이 직접 제시하게 만들고, 그중에서 노동조합만이 가지는 강점들을 ‘노조의 가치’로 토론을 통해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를 조직활동가 스스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함을 일관되게 강조함으로서 계속 고민하게 만들고, 계획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해외에서 받은 교육이 월등히 훌륭하다고만 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소통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노동조합의 비전과 조직화사업의 목표에 대해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영어울렁증’을 무릅쓰고 도전하길 잘한 경험이라 생각했다.
두 해외 연수에서 얻은 여러 가지 교훈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를 꼽아보았다. 첫 번째로는 교육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점, 두 번째로는 다양한 분석도구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교육 내용
해외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교육 참가자들이 매번 교육 후 당장 다음날부터 실전에 돌입한다는 점이다. 모든 교육은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진행된다. 시나리오를 활용해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계획으로 투쟁하고 조직할 것인지’를 토론하게 하면서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과제를 도출할 수 있게 하고, 늘 역할극을 해보며 실제 상황에 대비한 연습을 한다. 계속 말해야 하고 의견을 내야하기 때문에 졸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어느 신규 조직에서 간부의 역할과 자세에 관한 교육이 있다면, 그 현장에서 예상되는 상황, 간부들이 대처해야 하는 일들, 조합원들의 특징을 미리 파악해서 시나리오를 짜고 역할극을 한다. 혹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조직해야하는 교육이라면, 이 투쟁을 위해 당장 참가자들이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교육이다. 그저 ‘듣는 교육’이 아니라 ‘내가 할 일’을 찾아가는 교육이다.
해외에서는 교육사업을 칭할 때 영어로 ‘훈련(Training)’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활동가와 조합원들이 실제로 훈련될 수 있는 교육사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한 분석도구 활용
연구자가 아니어도 분석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요리사들이 쉽고 간편한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이 인기다. 우리 안에서도 ‘사업의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구성하는 것’은 마치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것처럼 겁을 먹기 마련인데, 간단한 분석틀을 활용해 참가자 모두 토론에 참여하고 논의의 폭을 넓혀 가는 교육법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완벽한 해결법은 아니지만 한번쯤 따라 해볼 만한 간단 레시피랄까.
공공운수노조에서는 이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비정규전략조직실, 비정규직 법제도개선 캠페인사업단, 교육국, 국제국이 모여 해외의 교육사례를 통해 우리의 교육사업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논의를 진행하다보니, 교육방식 혹은 내용은 물론 조직문화에 관한 부분에서도 배우고 시도해볼 만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
◆ SEIU 연수의 역할극 모델 중 하나
1. 역할극을 시작하기 전에, 조교는 참가자에게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들을 제공 (해고에 대한 두려움, 노동조합의 전망에 대한 의심, 사업장에 강력한 반대 세력과 분위기 때문에 가입을 꺼려함, 과거에 노조에 관한 안 좋은 경험이 있는 경우, 노조를 좋아하지 않음 등)
2. 역할극은 참가자가 조교(노동자 역할)에게 “무엇이 당신을 망설이게 하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
3. 조교는 제시된 여러 이유들 중 하나를 응답
4. 참가자는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과 대답들을 제시하고, 상대방의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계속함
5. 참가자가 난관에 빠지면 잠시 멈추고 단계를 돌아보고 다시 시도함
6. 역할극 후, 조교는 참가자에게 무엇을 잘 했고 무엇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피드백을 해줘야 함
◆ 첫 번째 분석도구 : 스마트(SMART) 목표세우기
“구체적으로(Specific), 측정가능한(Measureable), 성취가능한(Achievable), 현실적인(Realistic), 시간을 정한(Timebound)”이라는 5가지 기준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점검해보는 분석방법이다. 이 기준에 따라 목표를 정리하고 답을 하다보면, 어떤 부분의 전략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혹시라도 목표가 협소화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목표라도 그것이 달성되었을 때 발생하는 효과들까지 고려해본다면, 걱정보다 한발 나아간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Specific), 측정가능한(Measureable), 성취가능한(Achievable), 현실적인(Realistic), 시간을 정한(Timebound)”이라는 5가지 기준에 따라 목표를 세우고 점검해보는 분석방법이다. 이 기준에 따라 목표를 정리하고 답을 하다보면, 어떤 부분의 전략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혹시라도 목표가 협소화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목표라도 그것이 달성되었을 때 발생하는 효과들까지 고려해본다면, 걱정보다 한발 나아간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 두 번째 분석도구 : SWOT 분석
마케팅 전략을 짤 때 활용되는 분석도구를 차용한 것이다. 우선 사업 혹은 조직의 내부환경 분석을 통해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을 찾고, 외부환경인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을 정리한다. 이를 바탕으로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고, 기회는 활용하고, 위협은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해보는 것이다. 강점을 통해 기회를 살리는 전략 또는 강점을 통해 위협을 피하는 전략, 혹은 약점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고민을 넓혀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자원이 있음을 확인 할 수도 있고,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경고등을 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을 짤 때 활용되는 분석도구를 차용한 것이다. 우선 사업 혹은 조직의 내부환경 분석을 통해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을 찾고, 외부환경인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을 정리한다. 이를 바탕으로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고, 기회는 활용하고, 위협은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해보는 것이다. 강점을 통해 기회를 살리는 전략 또는 강점을 통해 위협을 피하는 전략, 혹은 약점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고민을 넓혀 볼 수 있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자원이 있음을 확인 할 수도 있고,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경고등을 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이다.
◆ 세 번째 분석도구 : 권력 지도(Power Map)
때로는 우리만의 힘만으로 승리하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 때 “누가 우리의 힘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해보는 것이 권력 지도(Power Map)이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상대방이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것들이 가지는 영향력을 각각 표시해본다. 그 후에 영향력이 있는 자원을 우리 쪽으로 끌고 오려면? 혹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자원의 영향력을 키우려면? 등의 질문을 던지고, 전략을 논의해본다.
때로는 우리만의 힘만으로 승리하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 때 “누가 우리의 힘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해보는 것이 권력 지도(Power Map)이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상대방이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것들이 가지는 영향력을 각각 표시해본다. 그 후에 영향력이 있는 자원을 우리 쪽으로 끌고 오려면? 혹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자원의 영향력을 키우려면? 등의 질문을 던지고, 전략을 논의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