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보다
- 2015/03 제2호
차별에 맞서는 용기
캐서린 스토킷 «헬프»를 읽고
드라마 <셜록>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colored’라는 단어를 사용해 구설에 올랐다. 유색인종 배우를 차별하는 영국 영화업계를 비판하는 취지의 인터뷰였는데 하필 가장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사용했던 것이다. ‘colored’는 백인을 제외한 다른 인종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로 차별적 어감이 담겨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문제의 단어 ‘colored’, 즉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 ‘용기’에 관한 이야기다. 화장실 변기조차 ‘white’ ‘colored’로 구분되는 차별이 당연하고 목숨조차 위협 받던 1960년대 미국 남부 미시시피의 잭슨이라는 마을을 무대로 한다. 실제 이 곳 출신인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했는데 5년 동안 60여 번이나 출판을 거절 당했다고 한다.
《헬프》에는 백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백인 여자들과 그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흑인 아이빌린과 미니가 등장한다. 또 저 백인들의 친구이지만 조금은 자주적으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백인 여자 스키터가 있다. 아이빌린과 미니는 사회의 모순을 알지만 소리를 낼 수 없고 스키터는 흑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차별받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 스키터가 책의 소재를 찾던 중 흑인 가정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처음에는 기득권자인 백인 스키터가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려 시도하는 과정이 대단하게 그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 책의 출간으로 생기는 갈등, 해고와 같은 문제들은 모두 흑인을 향했고 결국 위대한 용기의 주인공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제공한 흑인 가정부들임을 알게 된다.
《헬프》는 “이게 문제다” 큰 소리로 주장하지도 “이런 걸 바꾸자” 선동하지도 않는다. 다만 차별과 억압 받는 사회 안에서 절대로 서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여자들이 용기를 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들의 행동이 역사 속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음을 깨닫게 할 뿐이다.
인종차별이 200년 전 쯤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무지한 나는 이게 고작 50년 전이라니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지만 차별, 해고, 보복과 같은 단어가 너무도 익숙해 씁쓸함이 몰려왔다. 지금도 피부색은 물론 학력, 빈부, 고용형태, 갑을관계 등 참 다양한 차별이 존재하고 이것에 저항하는 시도에 대한 보복은 더욱 꼼꼼하고 무자비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덧붙이자면 이 책의 원제인 《The Help》는 도와달라는 뜻이 아니라 ‘가정부(가사도우미)’라는 의미이며 책 속에서 그녀들이 출간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
- 덧붙이는 말
'책 이어달리기'는 《오늘보다》의 독자들이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가지고 짧은 글을 쓰는 코너입니다. 글을 쓴 사람이 다음 호에 책을 소개할 사람을 지목하는 '이어달리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음 주자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의 이미영 조직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