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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 창간준비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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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의 ‘통합’과 ‘재도약’ 지금부터가 중요해

  •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

조직은 확대되었는데...

공공부문과 운수,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조직하는 공공운수노조는 금속노조와 비슷한 규모의 최대 산별노조(연맹)다. 몇 차례 조직 통합과 함께 수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꾸준한 조직 확대가 이뤄졌다.
 
이러한 조직 확대는 운동적 성과가 분명하지만 여기에도 명암이 있다. 규모가 커지면서 구성도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철도·지하철, 국민연금, 서울대병원 같은 공공기관, 학교·지자체·공기업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돌봄노동자 등 사회서비스 노동자, 통신 산업과 같은 민간 소유의 공적서비스, 화물·버스와 같은 운수노동자를 망라한다. 그 결과 조직 내 다양한 격차가 부각되는 것은 물론 조직을 규정하는 정체성도 약해졌다. 다양한 노동자들을 하나의 산별노조로 강하게 묶으려는 노력은 더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하나의 산별노조의 통합은 계획과는 달리 여러 번 연기되었다. 2006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가 결성되고 1년 후 양 조직의 통합을 결정했지만 실제로는 2011년에서야 부분적으로 통합되었다. 공공노조와 운수노조 통합 후에도 다수의 산별노조 미합류 조직들이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 안에는 여전히 다수의 기업별노조, 그리고 산별노조와 그 소속 지부가 병존하는 상황이었다. 이들에게는 조합비, 단체교섭권을 비롯한 권리와 의무에 차이가 컸다. 산별노조 소속 조직의 의무는 명확했지만, 전환 조직과 미전환 조직의 권리 차이는 점차 희석되었다. 상급 조직인 산별노조와 산별연맹을 통합운영하면서, 차이는 점점 더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올 7월 통과된 조직발전방안

결과적으로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연맹은 올해 7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직의 완전한 통합을 취지로 ‘조직발전방안’을 결정했다. 공공운수노조(산별노조) 소속 조직과 미전환 노조(기업노조) 간 권리와 의무 차이를 해소하고, 상급조직(산별노조와 연맹)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기존의 산별노조소속 조직과 기업노조 사이에 존재한 권리·의무 격차 해소를 위해 한쪽은 끌어내리고 한쪽은 끌어올려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기로한 것이다.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에 실패하거나 의지가 약한 상황에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조직 발전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컨대 재정의 경우 산별노조 조합비와 기업별 노조의 연맹 의무금 기준을 통일했다. 이러한 합의를 기반으로 조직 전체의 단결을 도모한다는 것이 중요한 취지다.
이러한 방안은 자칫 기업별노조를 넘어 단결하고자한 산별노조운동의 성과를 사라지게 할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두 가지 방향에서 보완이 이루어졌다.
 
첫째, 통합의 방향은 산별‘연맹’에서 산별‘노조’로 향하는 것으로 했다. 명칭과 조직운영방식을 낮은 수준이지만 산별노조를 지향하는 것으로 했다. 조직명칭도 통합 ‘공공운수노조’로 쓴다. 단계적으로 초기업 노조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둘째, 산업·업종·지역에 따라 초기업적 공동 투쟁을 활성화하고 조직적 정체성을 다시 강화하기 위해 업종본부, 사업본부, 지역본부 등 ‘사업 체계’를 조직의 기본 구조로 구성했다. 노동조건과 지배구조의 유사성에 따라 연대를 효과적으로 도모하고, 이를 통해서 산별노조를 차근차근 재구성해가기 위한 방안이다.
 
이번 조직발전방안은 산별 전환조직과 미전환조직의 갈등을 지양하고 조직적 통일을 결정했다는 점, 산별노조로의 중장기 지향을 유지하되 산하조직에는 높은 수준 자율성을 부여했다는 점, 산업노조로의 집중이 단계적·중층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지역·업 종·사업본부 등 사업 체계(중간조직)를 강화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진이냐 후퇴냐, 사후약방문은 안 된다

한편으로 이번 결정은 조직진로에 대해 수 년간 지속된 갈등을 지양, 일단락하고 통합을 추구한 방안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중앙조직으로의 집중성이 약화된 결과, 산별노조 산하조직의 단결이 약해질 수도 있다. 비정규 조직화나 사회공공성 운동과 같은 고유의 역할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산별노조로 단계적 발전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면, 사실상 기업별노조로 후퇴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번 결정 후에는 이러한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기업을 넘어선 산별노조운동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번 방안에 따라 고용형태별, 산업업종별로 제 각각 노조가 운영되거나, 정규직/비정규직, 운수산업/공공부문 등 조직적 분할선을 따라 서로의 무관심이 굳어질 우려가 있다. 공동사업의 매력이 줄어듦에 따라 중앙 집중성과 리더십의 약화가 악순환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조직적 단결과 통합적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
 
더불어 그간 산별노조 중앙조직이 담당해온 비정규직 전략조직사업, 지역본부 운영에 대한 투자가 약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이러한 운동이 산별노조 발전을 위한 전략적인 영역이라는 노조 내 합의도 다시 필요하다.
 
또한 산별노조 중앙의 사업으로만이 아니라, 권한과 자원이 확충된 산하조직과 함께하는 역할분담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산하조직(과 그 활동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자임하는 과정이 함께 진행되어야한다. 산하조직들이 상대적으로 거리감이 있는 산별노조 중앙 이전에 중간조직(이른바 사업체계)을 통해 초기업적 활동을 확대한다는 것이 이번 조직발전 방안의 중요한 취지이기도 하다.

 

조직발전 방안을 운동발전 방안으로 보자

이번 조직발전방안 논의과정 자체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시종일관 쟁점과 관심사가 되었던 것은 조직 체계와 조합비 등 조직형식에 관한 부분이었다. 조직발전 방안은 ‘운동발전 방향’을 중심으로 수립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큰 힘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 개편된 조직형식에 담을 내용은 앞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조직적 단결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지향에 대한 합의가 없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재편된 통합 공공운수노조의 운동과제에 대해서는 노조 안팎에서 많은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직재편 초기에 많은 논의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수 년간 공공부문의 산별노조 (건설)운동에서 △기업· 업종·고용형태를 넘어선 초기업적 연대 확산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사회공공성’ 등 사회운동 강화가 어느 정도는 성과로 나타났다.
 
예컨대 공공운수노조(연맹) 안에는 거의 50퍼센 트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조합원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단결과 함께, 조직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 계급적 연대를 확장하려고한 운동의 성과다. 철도·의료 등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 투쟁을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막아내는 투쟁을 노동조합 운동의 과제로 만드는데 노력해왔다.
 
또한 이러한 성과는 노조만이 만들어온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이 함께 만들어온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그 조합원들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의 공동 자산이기도 하다. 앞으로 공공운수노조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데 현장조합원, 활동가들과 함께 많은 시민과 사회운동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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