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돈문,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 매일노동뉴스, 2012. 『선택』의 선택 조돈문 교수(이하 호칭 생략)의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이하 선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엄청난 희생을 감내하며 가열찬 투쟁을 전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성과가 대단히 미흡하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주체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변인들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1, 2부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가능성과 제약, 대안을 다루고, 3부에서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과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다. 그리고 4부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심각한 스페인의 사례분석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의 내용과 성과들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비정규직 관련법의 제개정 방향과 전략적 대안을 제시한다. 『선택』은 민주노조운동, 비정규직 노동운동에서 원칙으로 여겨지던 것들의 실현 가능성을 탐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비현실적 원칙들을 포기하고 비정규직 주체형성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적 목표들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장 단위의 투쟁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같은 요구조건의 완전한 쟁취가 아니라 조직의 보전강화가 우선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거나, 민주노총이 파견법 철폐가 아니라 간접고용의 규제 강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택』은 이러한 주장들을 통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과 대선 이후 국면에서 민주통합당과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을 통합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강화블럭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내적 목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선택』의 바람과는 달리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가 당선되어 이러한 전략마저 실현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책이 제기한 주제,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개선에 대한 전략의 수립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전반이 아직은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운동도 답보 상태에 처해 있는데다 노동운동에 대해 배제적, 적대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현실적이고도 유의미한 법제도 개선 전략이 필요하다. 아래에서는 『선택』의 주요 주장과 그 타당성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나아가 이러한 주장의 기반이 되고 있는 조돈문의 한국 사회 계급분석과 이의 기반이 되는 계급이론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의 실체 『선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의 극복과 노동계급 통합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의식’비교를 수행하고 있다. 먼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를 잠재적인 적대관계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과거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며 이 둘 사이의 물질적 존재조건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으며 양자의 관계가 통합수평적 성격이 아니라 위계적배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통합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식조사 결과를 분석한다. 2008년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 조합원 830명(유효응답수)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조돈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급 적대의식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방안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노동계급 구성원들이 자본계급과의 갈등 속에서는 계급적 이해관계로 통합되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고용형태에 구속된 이해관계에 따라 상호 적대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69쪽)”라는 결론을 내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구체적 해결방안에서 입장 차이를 보인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첫째, 정규직은 정규직화 못지않게 차별철폐를 동등한 사업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화를 차별철폐보다 우선시한다는 점, 둘째, 상시업무의 정규직화에 있어서도 비정규직은 최소한의 조건만을 요구하는 반면, 정규직은 별도의 조건과 채용과정을 요구한다는 점, 셋째, 임금격차 해소 방식에 있어서 정규직이 임금체계 통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선택』은 “정규직 노동자의 물질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개인적 수준의 합리성과 노동계급 구성원의 계급적 관점에 기초한 계급적 합리성이 서로 각축을 벌임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이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으로 결론을 이어간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의식적, 조직적 노력이 필요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같은 사업장 내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물질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듯 보이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업주를 상대로 싸울 만한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에서 이러한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을 너무 과장할 필요는 없다. 『선택』의 주장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상호적대적으로 보고 둘 사이의 관계를 위계적배제적 관계로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주와 노동자와의 물질적 적대관계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관계 대립을 같은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전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완화될 수는 있어도 해소될 수는 없는 적대관계지만, 후자는 상황에 따라 사라질 수 있는 대립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룬다. 조사 방식의 문제점 조사결과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구체적 비정규직 해결방안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식을 반드시 대립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음이 드러난다. 때로는 조사 문항이 의도적으로 정해진 결론을 유도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임금격차해소 방식을 묻는 질문에서 연구자는 단순한 임금체계 통합이 아니라 ‘연공급 폐지와 직무급 도입을 통한’ 임금체계 통합을 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연공급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임금체계 통합에도 반대하도록 질문이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임금체계개편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공급 폐지에 반대했다고 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체계 통합에 반대했다고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조사는 주로 같은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식차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장 내에서의 비정규직의 규모, 위치 등은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르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는 공공운수연맹의 정규직만 조직되어 있는 대규모 정규직 사업장과 정규직 업무와 별도의 업무를 외주화된 형태로 담당하는 시설관리나 지자체 사업장이 대다수인 특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규직 응답자는 791명인데 비해 비정규직 응답자수는 39명이다! 사실 설문조사를 통한 계급의식 조사는 단편적인 인식 조사나 자의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조돈문이 그 동안 수행해 온 계급의식 연구방식이 갖는 공통적인 한계다. 더구나 이러한 의식 조사는 대부분 노동조합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노동조합의 조직체계를 통해 배포되고 수거되는데 이 때문에 대체로 노동조합 간부들의 의견만을 반영하기 쉽다. 또한 수거율이 매우 낮고 특정 조직에서 집중 수거되기 쉬우며 샘플의 수가 충분치 않다는 한계 등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층면접을 실시하지만 이 역시 주관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통합의 가능성 정규직과 비정직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대립적으로만 파악하는 한계는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통합의 가능성을 물질적 이해관계의 밖에서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선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식의 형성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은 계급 적대의식이 형성되는 메커니즘과 대조를 이룬다. 계급 적대의식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자각함으로써 발달하는 반면, 비정규직 연대의식은 자신들의 물질적 이해관계의 자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계기들이 작동해 물질적 이해관계를 극복함으로써 발달한다.”(103쪽.) 물질적 이해관계를 단순히 극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물질적 이해관계 자체가 상호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사측으로부터 착취와 억압을 당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서로 분배의 비율을 가지고 다툴 수도 있지만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전체 양을 늘리기 위해 사업주와 맞설 수도 있다. 그리고 정세나 주체의 상태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공동의 임금인상이나 공동의 고용안정을 위해 사업주와 싸우는 사례도 찾아 볼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식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대립적 측면, 갈등적 측면을 지양하는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고 그러할 때 더욱 강력하다. 한편, 저자는 이러한 시각을 2부에서 비정규직 투쟁 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폭발했던 두 사례, 캐리어와 지엠 창원의 사례를 통해 확증한다. 두 사업장은 모두 정규직 노조의 연대로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투쟁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대가 파기되고 비정규직 투쟁이 패배로 끝난 대표적 사례다. 조돈문은 연대가 파기된 이유를 비정규직 투쟁을 계기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정의 위협을 느끼면서 자신들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재각성하게 된 것에서 찾는다. 결국 정규직 노조는 계급조직으로서의 정체성과 이익집단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이익집단 정체성을 택했으며 그러자 하청노조는 고립되어 전투성을 강화하고 원하청 노동자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면서 마침내 투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정규직 이기주의와 정규직 노조의 딜레마는 물질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선택』의 4장은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노조가 정규직 이기주의의 실체와 정규직 노조의 딜레마를 인정하고 정규직 이기주의 완화를 위한 정규직 노조의 일상적 활동을 배려함과 동시에 생존에 최우선을 두고 신중한 전술의 구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현실의 상황에 맞는 신중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극단적으로 배제했던 사례를 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물질적 토대가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더구나 캐리어의 경우 노조추진 사실이 발각되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창원의 경우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판정을 하고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신중한 전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돈문의 결론은 ‘사후약방문’의 성격을 띤다. 이어지는 5장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거부감과 사측의 극단적 노동유연화 전략을 극복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실현한 사례로 타타대우를 다루고 있다. 조돈문은 타타대우에서 정규직화가 안정화될 수 있었던 이유를 회사, 정규직, 비정규직의 안정적 교환관계가 성립된 것에서 찾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정규직화를 실현해 노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위계적 대변을 수용케 했고,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충성심과 생산성 향상 노력을 유발했고,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정규직화 요구를 수용해 안정된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비정규직은 회사에 충성심을 주는 대신 정규직화의 가능성을 갖게 되어 3주체 간의 안정적 교환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는 자본의 노동력 유연화 극대화 전략과 정규직에 대한 헤게모니적 통제, 비정규직에 대한 전제적 통제라는 양극화된 노동통제 전략의 모델과는 다른 규제된 유연화 전략, 비정규직에 대한 제한된 포섭 모델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의 한계는 명확하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모델이 주는 이득은 불분명하다.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의 지상 목표가 되면서 충성심을 강요받고 상호 경쟁심은 팽배해졌다. 사측은 생산성 향상과 노사관계의 안정화를 얻었고, 정규직들 역시 노사관계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었고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을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저자가 그토록 강조하는 비정규직 주체형성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더구나 이러한 모델은 회사의 영업환경이 좋아 현재의 노사관계를 안정화하여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노사불안을 감수하며 노동조건을 후퇴시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만 유지 가능한 것이다. 조돈문은 타타대우의 사례를 노동조합이 추진해야 할 모범적 전략으로까지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저러한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정규직화와 1사 1조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비정규직 주체형성을 강조하고 있는 저자의 입장에 따르면 오히려 이는 부정적 측면이 많다고 봐야 앞뒤가 맞을 것이다. 타타대우의 가장 큰 한계는 결국 비정규직의 주체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통합은 진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의 요구를 대리하여 교섭하여 회사와 타협하는 것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통합이 진전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공동의 요구를 가지고 공동의 노력으로 투쟁하는 집단적 경험없이 통합은 요원하다. 타타대우는 공동의 요구도 공동의 투쟁도 없었다. 비정규직 투쟁 승패와 조직력 변화의 원인 3부에서는 1998년 이후 26개의 비정규직 투쟁의 사례를 다룬다. 저자는 비정규직 투쟁이 가열차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비정규직 조직화는 크게 진전되지 않았는가, 왜 많은 투쟁이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패배로 끝났는가를 분석한다. 저자는 우선 비정규직 투쟁이 정규직 투쟁에 비해 승리보다는 패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밝히고 이어 투쟁의 승리 자체가 매우 어려움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투쟁의 승리에는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가. 『선택』의 대답은 정규직 노조의 연대이다. 저자는 투쟁의 결과와 정규직의 연대의 정도에 따라 9개의 유형을 구분해보았을 때 <적극적 연대 - 승리>(기아차 광주공장, 한국산업인력공단, 금호타이어, 기아차 화성공장)와 <적대적 입장 – 패배>(한국통신, 캐리어, 현대중공업, 한국GM창원공장, 재능교육)의 군에 속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서 양자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규직 연대가 부재하거나 약했음에도 승리한 경우는 지역 사회단체(현대 하이스코, 울산건설플랜트), 상급단체의 적극적 연대(근로복지공단)가 정규직 연대를 대체했거나 노동시장이나 생산관계에서의 특정한 위치적 권력이 있었던 경우(화물연대) 등 대체적 요인이 작용했다. 반면 정규직 노조가 적극적으로 연대했음에도 비정규직 투쟁이 패배한 경우 (뉴코아, 이랜드) 자본의 비타협 의지, 계급대리전 성격, 불협화음과 전략적 혼선 등의 부차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투쟁의 승패는 조직력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전자가 후자의 핵심적 설명변수라고 주장한다. 화물연대의 경우 투쟁의 부침과 함께 조직규모가 변하는 전형적 사례다. 반면 예외적 경우도 존재한다. 투쟁이 패배했거나 성과가 미흡했음에도 조직력이 강화된 유형인데 저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2010년 11~12월 투쟁이다. 하지만 해당 논문이 투쟁 이후 조직의 분열과 침체 상황이 이어지기 전에 쓰였기 때문에 잘못 평가내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투쟁에 성공했지만 조직력이 와해된 사례도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과 근로복지공단 투쟁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경우 모두 정규직 전환 쟁취로 기존 비정규직이 소멸하고 다른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거나 아니면 선별적 정규직 전환이 정규직 노조와의 적대적 관계와 비정규직 주체의 내적인 분열 속에 오히려 조직력 약화로 귀결된 경우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결국 투쟁의 승패와 조직력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와 투쟁 주체의 내적인 통합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외부의 지원/연대와 내적인 단결이 중요하다는 상식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 투쟁 자체가 불리한 조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정규직의 연대 파기, 투쟁 주체의 내적인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투쟁이 장기화되면 정규직과의 갈등의 여지가 증폭될 뿐 아니라 조직력이 하락하고 사측의 비타협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불리한 정세를 역전하기 위한 강경투쟁전략과 더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투쟁을 마무리 하려는 양보타협 전략 사이의 선택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또한 상급조직이나 외부단체에 대한 연대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세력 간, 조직적 분열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투쟁 주체의 최우선 전략적 목표를 생존, 조직의 보전강화에 두어야 하고, 정규직의 현실적 조건을 인정하고 가능한 수준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추진해야 하며, 강경투쟁 전략과 양보타협 전략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투쟁 주체들이 철저하게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역량과 판단을 존중하여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처럼 현실주의적 분석과 태도, 장기적인 시야 등은 그 동안 한국의 비정규노동운동에서 부족했던 부분이다. 『선택』의 26개 투쟁 사례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의 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는 측면도 많지만 현실적 판단과 장기적 시야, 전략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부분에는 공감이 간다. 법제도 개선 전략의 방향 『선택』은 사업장 투쟁 뿐 아니라 비정규직 관련 법의 제개정 방향에 있어서도 각론적 시야가 아니라 전체적인 시야에서 접근하고 외적 조건과 주체적 역량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해야 함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적 입법과제로, 첫째, 비정규직 사용의 예외적 허용 원칙 수립, 둘째,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셋째, 초기업 수준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실현, 넷째, 고용보험제도 확충을 제시한다. 또한 이를 전제로 하여 간접고용에 대한 추가적 규제장치로 첫째, 노조법의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한 노동3권 보장, 둘째, 도급과 파견의 엄격한 판정기준 법제화와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제, 그리고 파견업체에 대한 징벌적 제재 부과, 셋째, 파견노동의 허용 기준을 엄격화하되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의무화와 고용의제 부과 등 파견 노동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과 파견노동 철폐라는 민주노총의 주요 요구안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우선 기간제 노동에 국한된 규제강화가 간접고용 확대라는 풍선효과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파견제 철폐 구호는 구호로서는 훌륭하고 파견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지만 구체적 법제도화 단계에서는 현실적인 힘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의 역량을 볼 때 파견법 폐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쟁구호와 입법과제를 분리하고 입법적 측면에서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모든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의 도입과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의 강화가 새로운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도입,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고용보험 확충 등의 입법 과제에 대해서는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대략 동의되는 내용이다. 필자의 주장 중 논란이 되는 것은 파견법 철폐를 유보하고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일단 단기적으로 파견법 철폐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파견법 철폐를 가능한 조건을 만들고 단기적인 개선을 이뤄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파견제도 자체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상 파견제도의 철폐가 아니라 파견제도의 합리화, 영속화를 의미할 수 있다. 사실 민주노총은 파견법 철폐를 공식적 구호로 내걸어 왔지만 현실에서는 파견법 일부 개정 혹은 파견법 개악 저지 운동을 해 왔을 뿐이다. 그 결과 간접고용 전반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파견법 상의 고용의제냐 고용의무냐, 불법파견의 기준이 무엇이냐 등에 대한 논란만 지속되어 왔다. 오히려 파견법의 프레임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저자도 제기하듯 파견은 간접고용의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도급, 용역, 호출 등 다양한 형태의 간접고용 중 파견(합법적 파견)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이러한 측면에서 간접고용 전반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입법과제를 우선시 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저자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노조법의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한 노동3권 보장일 것이다. 노동계급형성의 미스매치와 비정규직 주체형성론 『선택』의 미덕은 비정규직 투쟁의 승패와 조직 강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실현에 대해 당위적인 주장만이 아니라 현실적 조건을 탐색하고 그 결과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한 해법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비정규센터 공동대표로서 활동하면서 현실의 운동과 호흡하려 한 산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주장의 일부분은 경험이나 일부 설문조사의 지나친 일반화에 근거한 부분이 있고, 현실의 실행가능성에 사로잡혀 장기적 방향을 놓치는 부분도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선택』의 가장 큰 문제는 계급형성을 비정규직의 주체형성으로 대체하고 이를 다시 비정규직의 조직 확대로 등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연대와 계급통합의 가능성을 물질적 조건에 대한 분석에서 찾지 못하고 의식적 노력에서 찾다보니 결국 자본에 대한 공동의 집단적 투쟁, 계급투쟁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호 양보와 배려에서 해법을 찾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타타대우와 같은 사례가 양적인 비정규직의 주체 확대에도 기여하지 못했음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조돈문이 오랫동안 고수해 온 계급구조와 계급의식에 대한 분석틀의 한계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조돈문은 “비정규직 주체형성”이 노동계급형성, 노동계급운동의 난점을 극복하는 해법임을 주장해왔다. 그는 전작인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이하 『사회학』)에서 노동계급형성, 노동계급운동의 난점을 “노동계급형성의 미스매치”로 진단한바 있다. 여기서 계급형성이라는 개념은 계급구조에 따라 정의된 어떤 계급의 성원들이 하나의 집합적 행위자로 형성되는 과정 또는 결과를 의미한다. 이러한 계급형성은 계급구조에 의하여 설정된 한계 내에서 이루어진다. 계급 형성은 ‘조직적 형성’과 ‘이념적 형성’으로 이루어진다. 조직적 형성은 노동자가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 결속력을 갖는 것이고, 이념적 형성은 그렇게 모인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이 얼마나 발전돼 있느냐, 한 데 모인 노동자들이 어떠한 계급적 목표를 지향하느냐 하는 문제다. 조돈문은 이러한 틀을 가지고 한국사회 노동계급의 상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조직적 형성은 정규직이 앞서지만 이념적 형성은 비정규직이 앞서는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미스매치’라고 규정한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계급형성을 주도해 온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조운동이 97년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보수화되면서 계급의식이 오히려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에 비해 뒤처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정규직 노조들이 조직력을 갖고 발언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계급 내적으로는 도덕적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조돈문의 계급이론과 연구방법의 문제 조돈문은 계급의 객관적 성격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포착하기 위한 계급구조라는 개념과 분석틀은 계급구조라기 보다는 계층분류에 가깝다. 착취는 재화의 소유/비소유 관계 또는 소유정도의 차이로 환원된다. 이러한 계급이론에 따르면 기술재를 소유한 전문가가 기술재를 소유하지 못한 프롤레타리아 사이에는 착취관계가 성립한다. 착취의 개념이 모호해질 뿐 아니라 사실상 사라진다. 계급관계에서 “해소 불가능한 적대”가 사라지고 분배의 상대적 차이만 남게 된다. 조돈문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역시 이러한 틀로 접근되고 있다. 이들 사이의 불평등한 분배가 문제가 되고 이것이 계급균열로 포착된다. 그 동안 조돈문의 주요 관심은 계급형성, 특히 계급의식이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노동계급의 보수화의 원인을 계급구성의 변화나 물적인 조건의 개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에서는 계급의식을 설문조사의 문항에 대한 응답으로 계량적으로 파악한다. 그러다보니 조사의 객관성이 떨어 질 뿐 아니라 계급의식의 다양한 질적 측면을 포착하는데도 실패한다. 조돈문은 2008년 발표한 논문에서 ‘노동계급형성의 미스매치’를 실증하고 있다. 이 연구는 2003년 6-7월 실시된 “사회구조의 변화와 일자리”조사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 “파업 중 기업이 다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기업체란 노동자와 소비자를 희생해서 돈을 번다”, “정부가 노사관계에서 기업의 편만을 든다”에 대한 찬반여부를 점수화하여 계급적대의식을 계량화하고, “정리해고를 합법화하는 것”,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 “외국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찬반여부를 점수화하여 반신자유주의 의식을 계량화한다. 이런 방식에 따르면 모든 응답자가 찬성을 하면 의식수치가 1, 모두가 반대를 하면 0이 나오게 된다. 연구 결과 정규직의 계급적대의식은 0.2444, 비정규직은 0.2958, 반신자유주의의식은 정규직이 0.1954, 비정규직이 0.3062로 계급적대의식은 큰 차이가 없으나 반신자유주의 의식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고 이를 종합할 때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계급의식이 앞서 있다고 판단을 내린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민영화 반대는 정규직이 0.31, 비정규직은 0.19인데 반해, 해외매각반대는 정규직이 0.35, 비정규직이 0.58이라는 것이다. 결국 두 질문의 결과가 엇갈리는데 해외매각반대에 반대한 비정규직의 비율이 매우 높아 비정규직의 반신자유주의 의식이 앞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세부결과를 보면 계급의식을 판단하기 위한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이 드러난다. 더구나 전체 유효 응답수는 788개에 불과하여 이 연구결과만 가지고 비정규직이 계급의식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노동계급형성의 미스매치’라는 현실진단과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의 계급의식이 앞서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통해 계급을 형성해야 한다는 ‘비정규직 주체형성’론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노동계급을 새롭게 주도해 나갔던 집단은 단순히 고용형태만의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반의 경우 철도, 항만, 제조업, 건설 등 당대 새롭게 떠오르고 있던 산업의 분야에서 형성된 미숙련 노동자들이 새롭게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존의 숙련직 직공들의 세계, 그들만의 노동조합에서 배제된 자들이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비정규직과 유사하지만 그들이 속한 산업이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활기찬 산업 부문이었다는 점에서는 또 다르다. 이러한 문제는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규명되기 어려운 문제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역사를 구성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역사 속에서 구성되는’ 존재이다. 오늘날 노동계급형성을 위해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주체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계급형성은 계급분류표에 있는 특정 집단의 노동자, 의식이 높은 어떤 집단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다. 분할되고 서로 경쟁하는 노동자 대중들이 집단적 투쟁을 통해서 공통의 이해와 요구를 깨닫고 단결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 시대 계급형성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비정규직의 조직화일 뿐만 아니라 자본의 위기극복 전략과 정부의 위기관리 정책에 대한 정치사회적인 투쟁, 노동조건의 개선과 노동관련법 제도의 개선을 위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의 투쟁이다.
불법파견 실태조사부터 휴업수당 받기운동까지 인천은 전통적인 공단 밀집지역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회사는 드넓은 공단 내, 수많은 사업장 중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인천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이하 사업단)은 금속노조 인천지부가 주축이 되어 지역의 노조,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공단 노동자들의 노동권 향상을 도모하고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해 꾸려졌다. 금속노조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함께 지역에서 활동하자는 취지로 꾸려진 지역공동운영위원회의 주요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단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모두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그만큼의 역량을 투여하기 힘든 것이 미조직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람장사 이제 그만! 불법파견 실태조사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활동을 시작할 것인가? 사업단은 공단에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를 파고들기로 했다. 현행법에 의하면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는 인력을 파견할 수 없다. 산업 재해자, 휴직자의 업무대체를 위해 6개월 이내로만 일시적 업무에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한 제조업 인력파견이 판치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직접 발로 뛰며 불법파견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공단과 연계된 갈산역, 주안역, 동암역 등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혹은 걸어서 일일이 파견업체 간판을 촬영하고 구인 전단지를 모으는 작업을 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인천북부지청이 근로자파견사업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1, 2차 조사에서 각각 81개, 78개의 불법파견(무허가, 대상위반, 기간위반 포함) 의심 업체를 적발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드러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인력파견을 금지한 제조업에 불법파견이 자행되고 있는 점 △파견노동자는 3~6개월 단위로 주기적 해고 및 업체 변경과 재계약을 당하고 있다는 점 △타 지역 소재 파견업체가 인천에서 파견 사업을 할 경우 관할청은 현황조차 모르기 때문에 전혀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 △한 파견업체가 여러 업체 이름으로 구인을 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에는 대표업체 한 군데만 등록하고 나머지는 유령업체라는 점 △워크넷(한국고용정보원에서 운영)에서 제공하는 구인 정보 중 상당수가 미등록 불법파견 업체라는 점이 드러났다. 한 파견업체는 홈페이지에 인천의 주요 사업장, 대부분 제조업에 2,500명 이상을 장기 파견하고 있다고 불법을 자랑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현행법을 적용하면 그 업체가 파견한 2,500명은 모두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업단의 조사결과 발표에 중부고용노동청과 인천북부고용지청은 형식적으로라도 실태조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무허가 파견이 의심되는 사업장 65개소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 것이다. 2012년 10월 22일 노동부 결과발표에 의하면 무허가 파견, 파견대상 업무 및 파견기간 위반으로 적발된 8개소는 사법처리, 2개소는 45일간 영업정지, 기타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95건은 시정조치 했다. 특히, 2012년 8월 2일부터 시행한 개정 파견법의 ‘불법파견 시 즉시 직접고용 의무 발생’ 조항에 근거해 4개 업체에서 28명을 직접고용하기에 이르렀다. 고무줄 노동, 고무줄 임금 ‘휴업수당 받기운동’으로 끊어보자! 사업단이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고무줄 노동이 심각한 전자전기업종을 겨냥한 활동이었다. “일이 많을 땐 주말도 없이 새벽 세시까지도 일해 봤어요. 그런데 물량이 줄어서 한 달에 40만 원도 못 받기도 했죠.”, “출근했는데 일 없으니 몇 번이나 돌아가라는 바람에 화가 나서 그만둬버렸어요.” 부평공단의 핸드폰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 이야기다. 전기전자 업종, 특히 핸드폰 제조의 경우 모델별 물량 수주 여부, 계절적 수요 등에 따라 고무줄 노동이 고착화 되어 있다. 일이 많으면 몸이 힘들어 죽을 맛이고, 일이 적으면 돈이 없어 살맛 안 난다. 전기전자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는 부평공단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단은 급변하는 핸드폰 시장의 충격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고약한 관행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휴업수당 받기운동’을 시작했다. 휴업수당 받기운동의 시작으로 먼저 휴업과 휴업수당 지급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진행했다. 휴업수당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 시 받을 수 있는 임금으로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한다. 사업단은 부평, 남동공단 곳곳의 식당 앞에서 11월 한 달 동안 9회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에는 총 117개사업장 노동자 347명이 참여했으며, △휴업수당 미지급 사업장 32개 △휴업수당 미지급 인원 927명으로 추산된다. 실태조사를 시작했을 때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남성노동자들은 대부분 실태조사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이 없어서 쉬더라도 공장에서 쉬거나 휴업수당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아줌마’노동자들은 실태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여성노동자들을 주로 사용하는 사업장이 휴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휴업수당을 안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강제로 연차를 쓰게 하는 행태도 적잖이 발견되었다. 노무사까지 불러 명절과 여름휴가 때 연차를 쓰는 것이 맞다고 억지를 부린 회사도 있었다. 실태조사에서 휴업수당 받기운동으로 : 집단진정 그러나 휴업수당 받기운동은 노동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극도로 불규칙한 노동은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불법을 일삼는 사용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휴업수당을 못 받는 노동자들도 크게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는 ‘휴업’과 ‘휴업수당’이라는 개념이 생소했고, 사업단도 보다 일상적인 언어로 이 문제를 폭넓게 알리는데 부족함이 있었다. 현재 사업단은 실태조사를 끝내고 휴업수당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과 함께 고용노동부 집단진정을 조직하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될지 아직은 예상하기 힘들지만 집단진정의 성과로 노동자들이 이 문제에 민감해지고, 스스로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작지만 시작되고 있는 ‘인천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효과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자는 거대한 목표에 비하면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제 삶의 모습은 미지의 세계에 가까웠다. 그래도 일단은 만나보고 부딪혀 보자는 심정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부지런히 공단에 나갔다. 불법파견 실태조사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휴업수당 받기운동도 어떤 확신을 가지거나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기 힘든 상황에서 현장에 부딪혀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렇게 2012년 6월부터 지금까지 공단에서 꾸준히 노동자들을 만나왔다. 2012년 개정노동법 알리기부터 휴업수당 실태조사, 노동자 권리찾기 어묵 나눠주기까지! 그 동안 많은 사람들과 천막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로 상담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서 체불임금을 지불받기도 했다. 그간의 노력 덕분일까. 혹한의 날씨에도 공단에 나가 따끈한 오뎅 국물을 내밀며 만나는 노동자들의 눈빛이 5월의 그것보다 훨씬 다정스럽다. 아직은 인천의 전체 공단은커녕 부평공단에서도 많은 것을 해내지는 못했지만, 지금 우리의 활동이 언젠가는 씨줄과 날줄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이번 주에도 우리는 공단으로 간다!
1월 19일 비상시국대회로 결집하자 노동자의 죽음 대선 직후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 현대중공업사내하청 이운남 열사, 한국외대 이호일, 이기연 열사 등 노동자의 죽음이 이어졌다. 1월 8일에는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서 한 노동자가 목을 매었다 발견되어 현재 중태 상태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더불어 쌍용차 노동자의 쾌유를 기원한다. 공교롭게도 대선 직후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 죽음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사측의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가압류, 민주노조 파괴공작, 해고의 고통과 생계난, 다른 노동자의 죽음에 의한 심리적 충격 등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의 당선이 노동자운동을 더 힘들게 만들어 각자가 어렵게 싸우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절망과 공포가 작용한 것, 또한 박근혜 당선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탄압받고 배제되고 짓밟혀온 노동자의 처지가 지속되는 상황, 통합진보당 사태로 붕괴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지도집행력이 현저히 떨어진 민주노총 등 노동자운동 내외부의 비관적 상황이 그 원인일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누적되어 온 노동배제, 노동탄압의 문제가 안타까운 죽음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 원인에 대한 투쟁을 박근혜 정권 하에서 펼치고 민주노조 운동 내부의 혁신과 단결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더 이상의 노동자 죽음을 막고 노동자를 살리는 투쟁을 시급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당면 투쟁과제를 우선 살펴보자. [%=사진1%] 노동자를 죽이는 괴물 우선 상상을 초월한 노조탄압 문제가 있다. 특히 복수노조가 합법화된 이후로 사측이 직장폐쇄→용역투입→어용노조설립→민주노조 고립으로 이어지는 전술을 쓰면서,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징계, 해고, 폭행, 임금차별, 손배가압류 등 그야말로 적대시 정책이 극에 달해 있다. 현대차비정규직의 경우 2012년 8월, 11월, 12월 파업 과정에서 사측의 관리자, 경비대, 용역경비 등이 투입되어 비정규직 간부를 폭행·납치하고 조합원들을 폭행하는 작태가 비일비재했다. SJM에서는 용역들이 마치 전쟁터마냥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를 휘둘러 유혈낭자한 무법천지를 만들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말살시키려는 자본과 이를 방조하고 조장하는 국가정책의 야만성에 그 원인이 있다. 또한 손배가압류 문제도 심각하다. 최강서 열사의 유서에도 “태어나 듣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이라는 손배가압류 액수가 적혀 있다. 금속노조 집계에 따르면 1월 현재 산하 노조의 손배 청구액수가 약 709억 원, 가압류 청구액수가 48억 원에 달한다. 쌍용차지부 손배 약 232억 원, 가압류 약 29억 원, KEC지회 손배 161억 원, 한진중공업지회 손배 158억 원(민주노총에는 1억 원),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손배 94억 원, 전주비정규직지회 손배 22억 원, 가압류 1억 원, 아산비정규직지회 손배 16억 원, 유성기업 손배 40억 원, 그리고 한국쓰리엠, 발레오만도, 진방스틸, DKC, 보쉬전장, 상신브레이크, 만도 등 투쟁사업장 어느 곳이든 손배가압류가 걸려 있지 않은 곳이 없는 상황이다. 손배가압류는 10년 전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와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등 한 해 내내 이어진 열사들의 죽음으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었다. 노동쟁의에 대해 자본이 거액의 손배가압류 칼날을 휘두르면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쌍용차와 현대차비정규직 투쟁으로 대표되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노동자를 옭죄고 있다. 수출-재벌 중심의 한국 자본주의 구조에서 저성장 시대에 자본은 노동력 비용 절감과 노동력의 신축적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사용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에게는 생계의 파탄과 저임금 및 노동강도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이로 인해 이미 쌍용차에서는 23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현대차비정규직에서도 수많은 열사와 징계, 해고자들이 발생했다. 이렇듯 노동자를 죽이는 괴물의 실체는 분명하다. 더 이상 죽음을 당하기 전에 괴물에 맞설 운동의 무기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 지난 12월 24일 민주노총이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하여 26일에 준비모임이 열렸다. 잇따른 열사들의 죽음이 상징하는 엄중한 시국을 반영하듯 31개 단체 50여 명이 참석하여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약칭 노동현안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하기로 했고 1월 4일에 57개 단체 80여 명이 참석하여 비상시국회의를 공식적으로 결성했다. 비상시국회의는 1월 5일 ‘다시 희망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울산 현대차비정규직의 철탑 고공농성장과 부산 한진중공업 투쟁 현장에 가서 집회를 개최했다. 희망버스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희망버스가 다시 시동을 건 것으로 생각했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으나 3천여 명의 대오가 결집하여 연대를 실현했다. 비상시국회의는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철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쌍용차 정리해고 철폐, 유성 민주노조 탄압중단, 공무원 해고자 복직 등 당면한 노동문제의 해결과 철탑 등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무사귀환’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노동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시국회의의 목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상황은 열사들의 죽음과 주요 노동 이슈가 결합되어 있는 국면이고, 시기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비상시국회의는 우선 정권 출범 시기까지 당면 현안 투쟁을 비상하게 조직할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단위는 역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라고 할 수 있다. 1월 8일 열린 시국대토론회에서도 희망버스와 같은 사회적 연대만으로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고, 무엇보다 조직된 노동조합 운동이 투쟁의 동력과 기반을 만들어내고 투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민주노총은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철회, 쌍용차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유성기업 노조탄압 중단, 공무원노조 해고자 복직을 5대 긴급현안 요구로 하여 총력투쟁을 한다는 방침이다. 비상시기에 맞게 체계와 조직력을 긴장감 있게 복구해야 할 것이다. 금속노조 역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 3대 이슈 해결을 걸고 1월 말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각급 단위 노조 활동가들과 제 노동자 민중운동 세력이 비상한 상황에 맞는 긴장감을 가지고 투쟁 조직화에 나서야 할 때다. 1월 19일 비상시국대회로 결집하자 현 시기의 투쟁 조직화가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민주노조 운동의 향방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 꼭 돌아와서 승리해주십시오”라는 최강서 열사의 처절한 요청에 민주노조운동은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절망과 공포를 걷어내고 어떻게 자신감을 회복할 것인가? 중차대한 질문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 출발점은 1월 19일 5시 서울역광장에서 열릴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노조탄압 분쇄 비상시국대회’이다. 이 날 3시에는 용산참사 4주기 추모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노동자를 살리는 투쟁을 벌이자.
하이디스, 두 번째 쌍용차
[금융과 노동] 2013년의 노동운동
낙담이 아니라, 진지한 반성과 각오가 필요하다 [%=사진1%]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1.6%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헌정 사상 최초의 과반대통령, 최초의 여성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등 많은 수식어가 붙었다. 양 후보의 정책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게다가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이른바 3대 의혹(NLL 대화록,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댓글 알바 의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정 투표율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75.8%를 기록했다. 대선이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 양 진영 간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특히 보수 유권자층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것이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1:1 구도로 치러진 첫 대선이었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이인제, 이회창 등을 포괄하는 보수연합을 창출했고, 야권도 심상정 예비후보가 등록을 포기하고 안철수, 이정희 후보가 모두 사퇴함에 따라 민주통합당 주도의 민주연합을 완성했다. 양 진영의 역량을 최고조로 집중시킨 총력전에서 MB 심판론이 패배한 것이다. MB 심판론의 패배, 참여정부 심판론의 승리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기 확대된 양극화와 권위주의적 정치를 비판했고, 이에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무능과 아마추어 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대응했다. 가령, 문재인 후보가 반값등록금 시행을 미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를 비판하면, 박근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기간에 등록금이 폭등했다고 반박했다. 양 진영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실패했다는 점을 드러내는 제살 깎아먹기식 책임전가 논쟁이었다. 사실 모든 국민들은 지난 10여 년 간 집권세력이 달라지더라도 민중들의 삶의 조건은 꾸준히 악화되어왔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없고, 양 진영 모두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것만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양 진영은 과거 집권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일정한 단절과 쇄신을 꾀해왔다. 박근혜는 당명개정과 좌클릭을 시도해서 ‘이명박근혜’라는 공격으로부터 일정하게 벗어나고자 했고,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새정치 선언과 친노동행보 등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문재인은 안철수와의 단일화 이벤트의 흥행을 이뤄내지 못했고 그 결과 안철수 사퇴 후 늘어난 15-20% 정도의 중도층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또 노동운동의 침체상황에서 친노동행보는 ‘관리’의 차원이었지 효과적인 득표전략은 아니었다. 여전히 문재인은 노무현의 적통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참여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박근혜의 공격을 넘어설 수 없었다. 반면, 박근혜는 경제민주화 등 핵심 정책에서 일정한 후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확대, 복지, 정치개혁 등에 있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과오로부터 거리를 둔 상태에서, ‘준비된 변화냐 무책임한 변화냐’라는 쟁점을 형성했다. 또 아버지 박정희의 ‘잘 살아보세’성장 신화를 등에 업고, 경제위기 극복을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자신에 대한 지지로 이끌어냈다. 그 결과 경제위기 상황에서‘현직의 위기’를 돌파하는 예외적 성과를 얻었다. 민주세력의 무능의 결과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세대구성의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20-30대는 줄어들고 50-60대는 증가했지만, 연령대별 지지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매 선거 때마다 그렇듯 여전히 높은 지역주의의 벽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보수후보가 수도권에서 대패하지 않는 한 무조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대구성의 변화나 여전히 강고한 지역주의만으로 MB 심판론의 패배, 참여정부 심판론의 승리, 박정희 시절 경제성장 향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박근혜에 62.5%의 지지(출구조사)를 보낸 50대 유권자 층은 10년 전 노무현 지지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충북, 강원, 제주, 경기, 인천에서 모두 패배했고, 그나마 승리한 서울지역에서도 득표율 격차는 3.2%포인트 차로 매우 적었다. 중요하게 평가해야할 점은 민주세력의 무능이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실정으로 인해 이번 선거는 야권에 기본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야권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에 힘입어 6.2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미 FTA, 제주해군기지 등을 놓고 자신들의 집권 경험에 대한 뚜렷한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모순적인 입장을 남발했다.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와 한미동맹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이명박 정부만 비판하려는 이들의 전략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적 무능과 아마추어 정치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즉, 이들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실제로 2011년 민주당 지지율은 몇몇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항상 한나라당에 비해 열세였고 손학규, 유시민, 문재인 등 유력 야권주자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박근혜의 지지율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만이 대선 승리를 위한 유일한 카드로 사고되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문재인은 내용없이 ‘정권교체’만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자신의 공약조차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가령,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에 높은 지지율을 보인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은퇴 후 자산과 소득에 대한 실리적이고 전망적인 투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할 때, 정년 연장, 하우스푸어 대책, 주택연금 가입연령 하향 조정 등 이들의 노후불안을 타겟팅한 세부정책에 호소하는 새누리당의 전략이 보다 주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무능한 민주세력을 뒤쫓은 민중운동 2008년 분당 이후 민주노동당 당권을 장악한 세력은 반MB 야권연대를 내세우며 실패한 민주세력의 뒤를 쫓았다. 이들은 민주세력의 모순적 입장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2012 총대선에서 일정한 의석과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주류화의 길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구 집권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동시에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강화하고자 했다. 통합진보당은 반MB 야권연대에 헌신하기 위해 민주당보다 더 과격하고 원색적인 MB 비난을 자신의 역할로 상정한 듯 했다. 대선 TV 토론에서 문재인과 이정희의 역할분담은, 지난 시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내 좌파로서 할당받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무원칙한 야권연대를 비판하면서 출마한 김소연 후보와 김순자 후보는 민중운동의 독자적이고 통일적인 대응을 모색하던 여러 세력을 폭넓게 규합하지 못한 채 민중운동 내 하나의 정파로서 개별 대응했다. 양 세력은 민중운동 전반의 우경화와 분열을 극복하는데 기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안적 이념,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 결과 김소연 후보는 0.1%(16,687표), 김순자 후보는 0.2%(46,017표)의 득표를 얻는데 그쳤다. 민중운동은 야권연대의 자장 안으로 급속히 휩쓸려 들어갔다. 민중운동이 자신의 핵심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을 전개하기 보다는, 야권이 설정한 의제를 중심으로 한 집회에 대중조직을 동원하는 행태가 반복되었다. 그 결과 총대선을 경과하면서 민주노총 주요 산별조직들은 자기 이해에 따라 실용적으로 야권 후보와의 협약에 매진했고, 민주노총은 이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아무런 대선방침도 투쟁계획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5년 간 민중운동은 이명박 비판에 성공하였나 지난 시기 민중운동은 스스로의 이념적 정체성을 상실해왔다. 자연스레 지배세력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을 하는데도 한계를 보였다. ‘MB 쥐새끼’같은 풍자, 경제민주화에 노동의제를 하나둘 끼워 넣는데 급급한 실용주의가 근본적 비판을 대체해버렸다. 압도적 득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정부’라고 부르면서 자족적 비난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가 박정희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와 달리 쇄신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비판할지에 대한 논점은 박근혜를 ‘유신의 딸’, ‘공주’라고 부르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이처럼 객관적 현실로부터 거리가 있고 설득력이 부족한 과격 비난과 악마화는 대중운동의 확대 보다는 기존 지지층 내부의 자기위안의 의미가 강했고 따라서 대중적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요소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올 대선 이명박 정부가 대중적으로 심판받지 못한 점에 대해 민중운동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해야할 부분이 많다. 민중운동이 독자적 이념에 기반을 두고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는 한 자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없고, 나아가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은 요원하다. 기껏해야 민주세력 내 좌파로 자리매김 될 뿐이다. 낙담보다는 반성이 필요한 때다. 박근혜 정부의 성격과 향후 전망 박근혜 정부는 무엇보다 직선제 도입 이래 최초의 과반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대표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국회도 여대야소 상황이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고 안철수의 신당 창당과 맞물린 이합집산의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인수위는 물론,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운영은 상당히 안정적일 것이다. 외교 정책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 박근혜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ISD의 경우 해외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대선 뒤로 미뤄뒀던 KTX 민영화, 송도 영리병원 설립 등 민영화 공세도 강행될 것이다. 국방 정책 역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한미동맹의 현대화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박근혜는 ‘신뢰 프로세스’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등을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큰 틀에서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겠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위기관리 전략이 한층 강화되는 변화도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의 747 공약과 달리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당선되었다. 성장보다는 위기극복과 중산층 복원을 내세웠고, 이를 위해 임기 내에 고용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과 기업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지원,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복지 확대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격은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따라 대중적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후반부에 내걸 수밖에 없었던 ‘공정사회’론과 총대선 국면에서 여야가 공히 제기한 경제민주화-복지국가론에 대한 일정한 수용에 기초해있다. 즉, ‘저성장시대 위기관리’가 올 대선을 거치며 형성된 지배세력 내 컨센서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 유럽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성장세도 둔화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이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례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코스피가 15%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위기가 심화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거시안정화에 종속된 일정한 분배정책은 언제든 다시 역행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이 가진 모순으로 인해 대중의 불만은 언제든 여러 형태로 다시 분출할 수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한 태세를 갖추자 2012년 한 해 동안 진보정당의 우경화, 대중운동의 분할과 무기력이 지속되어온 결과 현재 민중운동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박근혜 당선 직후 안타까운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듯 이 어려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막막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박근혜는 인수위와 정부 초기 일정한 개혁조치를 단행할 것이고, 이는 양극화 완화, 중산층 복원, 정치개혁 등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재인에 투표한 48% 국민과의 대통합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조직되어있지 않은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 정책이 실질화할 것임을 예고함으로써 새 정부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중운동, 조직된 노동자의 투쟁은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험난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각성이 시급하다. 운동을 재개하고 새 정부에 맞서 투쟁태세를 갖추기 위해서 우선 민주노총을 재정비하고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구성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가 직선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민주노총 내 세력 간 충분한 합의 노력을 바탕으로 차기 지도부를 ‘원칙있는 단결 지도부’로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재의 정파 간 세력구도 하에서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안정적인 사업집행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으로서 기본적인 집행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향후 투쟁에서 있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현장과 지역에서의 혁신 노력도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기존 정파별 구도를 넘어 무너진 현장을 복원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강화하는 데 동의하는 활동가들이 지역·산업별로 새롭게 결집해야 한다.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세우기 위해, 경제위기 하에서 정부와 자본의 전략을 정확히 분석하고 각 산업 및 사업장, 각 지역별 대응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노조운동의 진전을 위해 각 정파 및 의견그룹들이 기존의 관성화된 노동조합 활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혁신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진당 출범 이후 전통적인 노동자 민중운동의 정체성이 해체되고 노선적 분할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반신자유주의 정치·사회운동의 혁신과 공조를 추구해야 한다. 각 정파·세력 별로 취약한 영향력을 보완하고 각 지역, 부문운동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박근혜 정부 시기 운동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공동실천을 모색해야한다.
누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