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노동조합 간부와 활동가들의 자살이 보여주듯 한국 노동자운동의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자본의 지속적인 탄압과 이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비호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대선에서 야권의 패배와 노동자후보들의 저조한 득표는 이들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사기저하를 낳고 있다. 노동자운동의 전반적인 상황도 매우 심각하다. 노동자운동의 주요 주체인 민주노총은 직선제 시행 유예가 통과된 대의원대회가 성원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 대의원대회 자체가 무효로 되었고, 결국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비대위 체제로 선거 방안을 두고 논란 중이다. 현재로서는 비대위가 다수 대의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임원선출방안을 통과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지도부를 선출하여 현재의 표류상태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 민주노총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소소하지만 상징적인 사안 중 하나는 산하조직의 의무금 납부 저조로 인해 사무총국의 급여가 몇 달째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의 대부분의 역량이라 할 수 있는 민주노총으로서는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장기불황, 박근혜 정권의 등장, 그리고 예상되는 각 사업장에서의 탄압에 대응하여 어떻게 민주노조운동을 재활성화시킬 것인가라는 보다 본격적인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즉 이런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노동자내부의 격차를 축소하고, 산업적 단결과 총연맹 차원의 단결을 이룩하여 노동권을 대폭 신장하며, 나아가 지리멸렬해 있는 진보정치를 재건하고 민중연대질서를 구축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세계 사회운동 안에서 대안세계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해야겠다. 이런 과제의 충실한 이행 여부에 따라 2013년은 재도약이냐 또 다른 좌절이냐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노동자운동의 과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일단 운동이 처한 객관적 조건, 즉 정치적 경제적 조건을 따져봐야 할 것이고, 노동자운동의 주체상태가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이 직면할 정치적 조건으로는 당연히 박근혜 정권의 등장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경제적 조건으로는 한국경제가 여전히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이를 보다 자세히 살펴본 후, 이런 조건이나 상태에서 노동자운동의 쟁점을 석출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정치 경제적 조건 정치적 조건 앞서 지적했듯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조건으로 박근혜 정권 등장(과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은 향후 5년간 노동자운동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고, 집권 첫 해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곧 출범할 박근혜 정권의 성격은 모호한 측면이 있다. 이는 정치인 내지 정치세력의 공약(말)과 실천 사이에 언제나 괴리가 있고, 박근혜 정권의 공약만 보았을 뿐 그 실천의 모습을 아직 보지 못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기존 보수정권과 비교할 때 공약 자체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모호한 측면이 추가적으로 있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경제사회정책이나 대북정책에서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런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규정은 가능할 것이다. 첫째, 박근혜 정권은 경제사회정책의 색다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보수정권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인수위원으로 충원되는 인사들의 면모를 보거나 지지기반을 보건대, 이명박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의 보수정권이라는 것이다. 극우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인수위 대변인이나 헌재 소장, 그리고 516을 미화한 뉴라이트 계열 인수위원 등이 잘 보여주듯이, 박근혜 정권을 구성하는 지배엘리트에는 우리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아니, 이들이 중심을 형성하고 있으면서 자유주의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비록 ‘100% 대한민국 정권’, ‘국민통합’ 등의 언술을 구사하기는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자신의 계급적 지지기반인 재벌 및 대자본가나 우익 이데올로그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 연령적으로는 고연령층라는 보수적 유권자를 근본적으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정권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516은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 ‘딸’ 박근혜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독재를 했다고 평가를 받는 ‘아버지’ 박정희의 불명예를 희석시키고자 할 텐데(이는 앞서 이야기한 516을 미화한 인수위원의 임명으로 드러난 바 있다), 그 프로젝트가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아버지가 근본적으로 부정당할 수 있는 정치적 자유주의를 ‘딸’ 박근혜 스스로가 자신의 정치이념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정치적 보수주의가 박근혜 정권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 이념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편 인수위원 임명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박근혜의 이런 정치적 보수주의는 선거기간 동안에 정권교체 가능성 때문에 자제하고 있던 경찰, 검찰, 군 등 억압기구와 개별자본이 기지개를 켤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이들의 준동을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정권은 일정한 수준의 복지정책을 시행할 것이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경제민주화 등 박근혜 후보의 경제사회정책은 지금까지의 보수세력이 내세웠던 공약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선은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해 민족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이 위기에 처해 있고, 부익부 빈익빈, 비정규직 차별 문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너무 심각해 사회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에, 지배세력으로서는 체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위해서도 이런 공약들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이런 공약들은 현재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한국 사회의 모순이나 갈등 때문에 보수 정치세력도 내걸 수밖에 없었던 최소치라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내건 이 공약들은 민주당의 영역을 침범하고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자신의 지지를 늘리는 유력한 공약이 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공약은 박근혜 후보로서는 한 묶음으로 묶여서는 도저히 집권가능성이 없었던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필요했고, 반대파들이 유포하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자신에게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필요한 다목적용의 공약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공약들의 이후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제대로 지켜질까? 우리가 보기엔 이명박이 4대강 공약을 목숨 걸고 지키려 했듯이 박근혜도 자신의 대표 공약이 된 이 경제사회정책들을 조건이 허락하는 한 지키려 할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는 이명박과는 달리, ‘약속 대통령’이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더구나 이 공약이 한국 사회의 모순이나 갈등이 폭발 직전이라는 상황 인식에서 나온 공약이라는 점에서 체제의 안정적인 재생산을 위해서도 공약이행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경제사회정책들, 특히 복지 공약의 시행은 1997-98년 경제위기 및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 놓여있던 김대중 정권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유사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져 자본의 지불능력이 대폭 저하하고 정부의 재정능력이 현저히 훼손된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이런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도 자본과 정부에게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의 수준은 서구 사민주의 복지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칠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 복지의 안정적인 실천에도 경제위기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심각한 경제위기가 도래할 경우 그 실천이 늦춰진다거나 그 보장 수준이 더욱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최악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자본의 소유권에 대한 침해나 제한, 즉 대폭적인 증세나 대자본 및 금융기관의 부분적인 국유화 등을 통해 이를 돌파하기 보다는 상황 악화를 이유로 공약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셋째, ‘법질서 세우기’를 통해 보수적인 규율을 전 사회에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경선에서 자신이 내걸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과 다르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줄푸세의 앞의 두 내용, 즉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가 경제민주화 공약과 합치한다는 주장은 자신의 비일관성을 감추기 위한 강변으로 보이지만,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로서 ‘법질서 세우기’는 경제민주화 공약과 괴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경제사회정책을 전면화하면서 5년 전 공약을 수정했지만 ‘법질서 세우기’ 공약은 ‘반사회적 폭력과 범죄 근절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는 공약으로 표현만 바뀌었을 뿐 그대로 살아 있다. 빈곤층에게 약간의 온정적인 복지를 제공하고, 재벌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 정도를 경제민주화로 이해하고 있는 정권이라면, 노동자 농민, 그리고 빈곤계층이나 소외계층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법제도를 어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행위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여 근절 대상으로 다루게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선거과정에서의 민주노총의 정책 질의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 노조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 금지에 대해 명확히 반대입장을 표명했고, 이명박 정권 때 개악되어 노동조합 탄압 목적으로 활용되었던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복수노조 교섭방식 노자 자율보장, 복수노조의 쟁의행위 제한 관련 규정 삭제 등에도 반대했으며, 공무원교사 정당가입 및 정치활동 허용, 공무원교사의 후원회 가입 허용,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및 시행령 상 교사공무원 정치활동 제약조항 삭제 등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다. 이런 사안들은 법 규정과는 달리 그 적용에서 탄력성을 보일 수도 있는 사안인데도 박근혜 후보는 선거국면에서도 단호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근혜 정권은 유례없는 ‘법질서 세우기’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초보적인 복지를 시혜적으로 제공하는, 그리고 ‘법질서 세우기’를 통해 보수적인 규율을 강제할 보수 정권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조건 이제 경제적 조건을 살펴보기로 하자. 세계경제는 미미한 성장을 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2008년 금융위기 및 이어진 장기불황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50%를 훨씬 넘어서고 있어 세계경제의 풍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도 장기 저성장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경제 미국경제의 경우 미미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실업률은 7.8%로 이번 위기에서의 최고치인 10.1%에서 2.3%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다. 주택부문의 경우 개선이 되어 가고 있으나 그 정도는 아주 미약하다. 그리고 재정절벽 협상과 정부부채 한도 협상 등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의 재정긴축이 있을 것이다. 비록 대규모 긴축으로 미국경제가 곧장 위기에 빠지게 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 정도의 긴축도 미미한 성장을 해 가고 있는 미국경제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될 것이다. [그림 1] 미국 비금융법인자본 수익률 한편 전체적인 성장은 이렇게 장기불황의 양상을 띠지만, 비금융법인자본수익률로 미루어 짐작한 자본의 이윤율은 2011년까지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고 (이런 추세는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2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2013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그림 1] 참조) 그리고 미 정부 통계에 따르면 낮은 이자율로 인해 국내총생산 대비 기업이윤 규모는 최근 10여 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그림 2] 참조) [그림 2] 미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이윤(%) 결국 위기의 부담이 노동자들에게 전부 떠넘겨지고 회복과정도 자동화 등으로 ‘고용 없는 회복’으로 결과지어졌고, 기업이윤 상황은 전체 경제의 모습과는 달리 아주 양호한 상태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1990년대 말이나 2000년 초반 같은 정보기술산업의 거품, 그리고 2000년대 중반의 주택시장 거품 같은 양상은 찾아볼 수가 없어 성장률은 낮지만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해야겠다. 유럽경제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으로 위기국들의 국채수익률이 상당폭 내려가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유로존은 경제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2012년 1/4분기 0%, 2/4분기, -0.2%, 3/4분기 -0.1%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2008년에 시작된 1차 위기 때의 10% 초반대를 훌쩍 넘어 2012년 10월 현재 11.7%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위기가 해소되려면 금융시장의 안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성장률회복, 세수증대, 재정적자 감축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다. 유로통계(Eurostat)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2011년부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으나 그리스는 2008년부터 계속해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고 2013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2008년 위기가 시작된 이후 중간에 한두 해 반짝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내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유럽위기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스페인은 재정적자 감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긴축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재정적자 1-2%포인트 감축보다는 성장률 하락을 막는 것이 보다 급선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재정적자에 대한 유럽연합과 그 맹주인 독일의 관용 정도가 예전보다는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적자 감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과다한 정부부채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 할 수 있다. 결국 저성장, 과다한 정부부채 등을 보건대 유럽위기의 성격상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2010년대 중반을 넘어 2010년대 말에나 해결 기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이전에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나 여타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유로존 문제의 해결은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물론, 유럽 위기는 유로존 해체 등 보다 심각한 위기로 발전하고 있지 않다. 이는 잘못된 정책적 신념(“긴축이 시장의 신뢰를 가져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으로 인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지만, 유럽중앙은행이나 유로존 차원의 개입 능력이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위기로 번졌던 2009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고 0.3% 성장을 한 후, 2010년에는 무려 6.3% 성장했다. 그러나 2011년 3.6% 성장에 이어 2012년 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도 애초 4%에서 3%로 전망치를 하향했다.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윤율 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을 보면서 기업의 이윤상황을 살펴보기로 하자([그림 3] 참조). 2009년에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은 약간 하락했으나, 아이엠에프 위기가 한창이었던 1998-99년이나 2001년에 비해 훨씬 양호하였다. 2010년에는 이익률이 곧장 회복했는데, 2011년과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2년에도 썩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의 경우에도 커다란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이후 제조업 유형고정자산영업이익률은 1990년대 초중반보다 약간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이윤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IMF 위기 이후 노무현 정권 시기 약간 회복되었다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다시 하락하였다. 물론 2008년 경제위기의 영향이 크지만, 지속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절약적인 자동화의 효과도 더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림 3] 제조업 유형자산 영업이익률 1996년까지 추세적으로 상승해 오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7년 이후 그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 또는 횡보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의 삶이 어려워졌을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노동절약적 투자의 효과라 해야겠다([그림 4] 참조). 결론적으로 한국경제는 2011년 이후 세계적인 장기불황의 영향으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이는 2013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저조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윤 상황은 양호하며, 그 대신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하였다. 이는 뒤에서 볼 것처럼 생산성 증가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 즉 노동의 희생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4] 노동소득분배율 주체적 조건 노동자들의 상태를 간단히 살펴보고 민주노총과 조합원들의 상태도 알아보기로 하자. 노동자 상태 생산성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 [그림 5]를 보면, 2000년 이후 2001년을 제외하고 실질임금 증가율이 노동생산성증가율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최근 몇 년 동안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는 산출물 1단위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노동비용(=노동비용/노동생산성=명목임금/산출량), 즉 단위노동비용 증감률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5] 제조업 노동생산성 및 임금 증가율 [그림 6] 단위노동비용증감율 [그림6]을 보면, 단위노동비용증가율은 2001년 이후 추세적으로 낮아지다가 최근 몇 년간은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임금비용만 고려하면 물가가 계속해서 하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산성 증가에 비해 임금이 상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노동소득분배율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정규직 문제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비정규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은 약 840만 명에 이르고,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47.5%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특수고용 약 54만, 간접고용이 약 168만(파견노동 약 21만, 용역노동 약 68만, 호출 노동 약 78만), 시간제 노동이 약 134만, 일반임시직 약 276만, 기간제 약 204만이다. 한편 비정규센터에 따르면 이 정도의 비정규직 규모도 건설산업과 화물운송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규모가 비현실적으로 과소 추정되고 있고, 제조업 부문의 사내하청 노동자 규모도 과소 추정된 결과라고 한다. 한편 최근 비정규직 중에서 파트타임(시간제)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임시파트타임이 약 12만 6천 명 증가했고, 상용 파트타임은 약 1만 7천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비율은 49.6%로써 여전히 50%에도 못 미친다. 2012년 8월 정규직의 평균임금은 277만 원이고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137만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약 210만 원이다(6-8월 월평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2000년 73만 원 정도였으나 2012년 8월에는 약 140만 원으로 격차가 벌어져, 그 절대액수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리고 파트타임을 제외한 임금노동자들 중 월평균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노동자들이 15.7%에 이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최저임금도 못 받는 비율은 21.5%로 약 153만 명에 이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사회보험 혜택의 격차도 크다. 국민연금의 경우 직장가입 비율이 정규직은 97.4%인데, 비정규직은 32.4%수준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98.9%와 38.0%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은 36.3%에 불과하다. 노조 가입률은 정규직이 20.1% 이고, 비정규직은 2.0%이다. 이렇듯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근로조건 격차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이런 상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단결을 용이하지 않게 한다. 더구나 산별노조가 실질적으로 안착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민주노총의 상태 박근혜 보수정권과 장기불황, 노동자 내부의 심각한 격차에 대응해야 할 운동조직의 상태는 어떤가? 민주노총은 현재 제대로 된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 ‘비대위’ 상태에 놓여 있다. 제대로 된 집행부가 구성될 수 있을지, 구성된다면 언제 구성될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칠지 모호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또한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정치민중진영의 분열과 야권 패배의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진보정치는 분열되어 지리멸렬하고 이런 진보정치의 분열은 민주노총 내부에도 반영된다. 야권이 승리했더라도 주관적인 희망사항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야권의 패배는 야권 승리에 기초한 제반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산별연맹(노조)들은 산별노조운동을 더 밀고 나가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여기에서 후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산별노조 차원에서 임금과 고용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용자협회가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힘이 실리지 않는다. 단위노조 차원에서 보면 복수노조 설립 자유화를 계기로 회사의 암묵적인 지원 하에 어용노조 설립이 늘고 있고, 이를 계기로 민주노조가 와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복수노조 설립 자유화가 어용노조 민주화나 신규 민주노조 설립 계기가 되기보다는 민주노조의 힘이 약화됨에 따라 되려 민주노조의 약화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그 동안 투쟁이 없지 않았으나 청원 형식의 투쟁이나 의례적인 투쟁이 대부분이었다. 민주노총 또는 산하 산별노조의 완강한 투쟁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이런 투쟁에서 성과가 좋을 리 없다. 지속적으로 패배해 왔고 조직력은 약화되어 왔다. 그 결과 노동조합 운동에 패배주의와 보신주의가 만연해 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정규직의 근로조건, 1998년 아이엠에프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직간접으로 보고 듣고 혹은 직접 경험한 대량해고, 대사업장 조합원들의 고령화, 가계부채 및 아파트 가격 하락에서 초래된 하우스푸어 문제 등도 한 몫 하고 있다. 만도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아니 그 이전 현대중공업이나 KT노조에서 드러나듯이 일부 조합원들의 경우 자신의 현재의 지위가 보장된다면 어용노조도 마다않는 조류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노총이 적극적인 요구를 제출하고 대규모 조합원이 참여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과제와 투쟁 ‘법질서 세우기’를 내세우는 보수적인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경제는 장기 저성장 상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조직력과 투쟁력은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져 있다. 이러한 주객관적 상태를 염두에 두고 올해 민주노총의 과제와 투쟁을 얘기해 보기로 하자. 일단 민주노총에 우호적이지 않은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자본주의가 위기적인 행보를 계속한다면, 당연히도 예상되는 박근혜 정권의 공세나 탄압을 효과적으로 물리치고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에 맞선 대안사회를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당위일 뿐 당장은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지도체제 구축 정부와 자본과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가 튼튼해야 할 것이다. 물론 투쟁을 잘 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단결하고 튼튼해 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투쟁을 위해서는 사전에 조직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자본의 탄압이나 공격이 가해질 때 준비가 안 되어 있더라도 언제나 일정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투쟁에 나서다 투쟁의 패배의 후과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사태가 발생한다면 민주노총은 재기불능의 상태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법질서 바로세우기’를 철학으로 갖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단 민주노총은 지도체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비대위에서 직선제든 기존 대의원대회 또는 이것의 확충을 통한 간선이든, 아니면 제 3의 안이든 합의를 이끌어내 하루빨리 지도부 선출을 마쳐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제 정파들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안이라면 비록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 할지라도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비대위 내에서의 갈등, 이로 인한 집행부 선출의 표류, 비대위 기간의 연장, 이로 인한 조직 내 원심력의 확대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정부와 자본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민주노총 및 산하조직은 정부와 자본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투쟁 사안에 대한 지도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지도체제 정비는 시급하다. 현안 투쟁/노조탄압/비정규직/노동기본권 대응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고공농성 등의 투쟁 사안들에 대해 전 조직 역량을 동원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이 투쟁들은 조합간부나 조합원들이 목숨을 던져서, 즉 말 그대로 ‘사수’하고 있는 투쟁들이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민주노총은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투쟁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났을 경우에 패배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법질서 세우기’를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정권하에서 이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 창조컨설팅 문제 해결 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반드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적, 전국적 차원에서 투쟁을 집중해 투쟁의 파고를 높여낼 필요가 있다. 그 속에서 민주노총은 투쟁단위의 논의를 잘 이끌어내고 투쟁에 대한 지도력을 확보해 유효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지만, 새 정권 아래에서 비정규직 투쟁사안 해결과 비정규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이상 이런 방식의 문제해결은 이제 난망한 상황이 되었다. 국회 내 소수당이고 행정부를 맡지 않고 있는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법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대차 비정규 투쟁,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을 완강히 벌여내는 한편, 새누리당이 사내하도급법 통과를 시도한다면 그것을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와 우리사회에 노동3권이 실질적인 부재하다는 것을 범국민적 사안으로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고용복지 정책에 적극 개입 박근혜 정권은 생애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100% 대한민국 등의 슬로건을 통해 비정규직과 빈곤계층을 껴안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의 지지도 적지 않게 끌어냈다. 노동자운동이 이런 문제에 눈감을 수 없고, 눈감아서도 안 될 것이다. 요구수준을 더 높이고, 경제위기 등을 핑계로 불철저하게 중도반단의 위험에 처할 경우 공약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갖고 있는 문제점의 실상을 정확히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은폐되고 잘 알져져 있지 않은 빈곤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낱낱이 조사하여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사회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이 공약으로 내건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하려 할 때, 정권의 접근방식의 한계나 문제점들을 정확히 드러내 민주노총이 가진 방안이 문제의 해결에 더 유효하고 우위에 있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 제도 관련 사안과 결부되어 있으므로 민주당에 대한 유효적절한 비판 및 견인과 활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임금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의 결합 앞에서 보았다시피 최근 몇 년 동안 임금 인상은 생산성 증가에 현저히 미달하였다. 그래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악화하였고, 노동자들의 처지가 열악해졌다. 임금 인상 투쟁을 잘 수행해 처지도 개선시키고,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본의 여유 능력은 충분한 상태다. 민주노총 차원, 혹은 산별노조 차원의 임금투쟁이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임금투쟁이 가장 많은 조합원들의 참여가 가능한 사안인 만큼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의 강화를 위해서는 임금투쟁을 기업별 노조에 맡겨놓지 말고 총연맹이나 산별노조의 개입이나 관장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임금투쟁이 산별노조 차원에서도 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그 매개로 최저임금 투쟁을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최저임금 투쟁은 교섭이나 투쟁대상이 실질적으로 정부로 단일화 되어 있다. 개별 노조의 임금투쟁과는 달리 중앙집중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저임금은 민주노총 조합원들만의 투쟁이 아니고 전 노동자적 사안이고, 특별히 수많은 비정규직의 사안이므로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가 이 투쟁을 잘 한다면 자신의 조직력이나 조직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조합원 노동자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지지까지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투쟁의 변화 방향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상자] 참고). 이런 내용은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겠는데, 이런 비상한 기획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는 대사업장 정규직으로 주로 이루어져 있는 민주노총은 현재와 같은 사회적 고립이나 무기력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구조조정 및 민영화 대응 평균적으로 장기 저성장을 할 경우 금융위기로 시스템 전체가 붕괴지경에 이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위기에 처하게 되는 산업이나 업종이 있게 마련이다. 올해의 경우 조선업종이 그런 업종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비록 ‘빅 3’는 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중소 조선업체의 폐업이나 구조조정은 벌어질 예정이다. 국유화, 정부지원, 정리해고 등에 대한 노동자 입장을 마련해 개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산업에 대한 민영화는 세계적으로 주춤해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상수도, 철도 등에서 민영화 내지 민간위탁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리고 영리병원 등의 문제도 있다. 공공부문에 대한 노동자와 시민의 통제라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관련 산별연맹이나 산별노조의 공동대응이 있어야 하고 총연맹의 지도와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두 사안은 대안사회의 상에 대한 모색과 병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합원 교육 및 토론: 정세교육과 대안사회 모색 민주노총은 산하 각 조직의 상태와 정세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조합원 교육이나 선전을 통해 가능한 한 광범위한 조합원과 공유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의 참여를 높여내고 조직을 추슬러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민주노총에 필요한 교육은 비단 이런 통상적인 것만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박근혜 정권이 등장했고, 자본주의의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안에 대한 교육만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비판, 대안사회의 상, 대안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대안사회로 여겨졌던 사회주의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등에 대한 논의나 교육도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이 방어투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대안사회의 모호함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논의나 교육이 일부 간부나 활동가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조합원의 참여 속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 내외부의 대규모 강사단 조직과 함께 관련 교재의 출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서울지역 연대투쟁연대운동 강화를 중심으로 2007-2009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남한경제의 장기적 침체, 그에 동반한 자본정권의 구조조정과 탄압이 강화되고 있지만 대중운동은 제대로 된 반격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2012년 총대선에서 민주당과의 무원칙한 야권연대, 선거연합은 민주노조 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의 급속한 우경화와 더불어 전체 노동자 민중운동의 정체성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대선 직후 노동자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되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문용린이 당선됨으로써 보수진영의 총공세가 예상된다. 엄중한 시기이다. 향후 몰아닥칠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대비하기 위하여 현재 노동자민중운동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한 발 더 전진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래에서는 서울지역의 노동자운동, 지역운동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최근 서울지역에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저임금과 노동탄압에 맞서 투쟁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또한 대부분 투쟁에서 노동조합, 진보정당, 사회단체, 학생운동이 함께 지역 연대운동의 힘을 바탕으로 성과를 얻어냈다. 민중운동 내 갈등과 분할이 더욱 심화되고 고착화될 것으로 보이는 현 상황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연대운동의 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근 서울지역 노동자운동의 성과와 한계 청소경비 노동자 투쟁 최근 수 년 간의 서울지역 노동자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청소노동자 투쟁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는 2009년부터 서울지역 대학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업을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2011년 3.8총파업 이후 대학비정규직 집단교섭을 진행하면서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 쟁취, 서울지역 대학사업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2년 북부지역(동덕여대, 덕성여대) 공동교섭에서는 민주노총 2013년 최저임금 요구안인 시급 5,600원을 쟁취했다. 서경지부 투쟁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인상을 쟁취함으로써 기존의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을 중심으로 한 최저임금 투쟁의 한계를 넘어서는 하나의 시도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라는 개악된 노조법을 활용한 사측의 어용노조 설립 및 민주노조 탄압 시도에 맞서 자주적인 노동조합의 집단교섭을 이뤄낸 것도 큰 성과다. 또한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은 서경지부를 중심으로 지역의 진보정당, 사회단체, 학생운동 등 연대단위와의 공동투쟁으로 진행된 지역 연대운동의 모범적 사례이다. 2013년에도 이러한 성과를 확대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서경지부는 2013년 집단교섭의 목표로 원청과의 실질적(내용적) 합의 쟁취,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문제 돌파, 노동안전 문제 실질적 개선 및 생활임금 쟁취를 내세우며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2012년 한 해 동안 교육기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학비노동자들은 △교과부교육청과 노조 간 임단협 체결 △호봉제 도입 △교육공무직법안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연대체인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를 중심으로 공동투쟁의 결의를 모았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직종 및 업무의 다양성과 개별화되어 있는 현장의 조건을 넘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일한 요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노조운동의 확대와 강화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크다. 조직편제를 둘러싼 그 동안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공동교섭단을 구성한 것 역시 매우 소중한 성과다. 하지만 연대회의 내외에서 자조직의 이해만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여전히 크고 작은 갈등을 만들고 있다. 근거없는 타 노조 비방, 조합원 빼가기 등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고,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서울 일반노조가 연대회의 참여를 거부하고 단독 교섭을 추진하면서 민주노조 공동투쟁의 의미를 훼손하기도 했다. 일상적 노조 활동의 중심을 교육감 선거, 총선, 대선 등 선거 일정에 맞춘 조직화투쟁전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교육과 내부 조직력 강화가 필요하다. 서울남부 전략조직화사업 구로금천지역을 중심으로 <서울남부 노동자권리 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이하 노동자의 미래)는 민주노총 2기 전략조직화 사업의 주요방향인 중소영세노동자의 지역조직화에 맞추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15만 중소영세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자의 미래는 생활임금 쟁취, 간접고용 철폐, 근로기준법 준수 등 ‘지역노동의제’에 기초한 ‘지역투쟁’을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 조직화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지역의제와 지역투쟁에 대한 강조는 2010년 이전까지 서울 남부 조직화 사업에서 나타난 사업장 단위 조직화가 가지는 한계에 대한 평가가 주요 계기가 되었다. 즉 사업장 단위의 투쟁이 장기투쟁으로 전화되더라도 사업장 단위의 요구가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었다. 전략조직화 사업단은 집중적인 선전을 통해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시켜냈으며, 현재 노동부 관악지청, 지자체(구로구청, 금천구청), 사용자협의회(디지털단지 경영자협의회)와의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교섭과정은 향후 지역협약을 만드는 데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무료노동 이제그만’ 사업과 ‘노동법을 지켜라’ 사업을 통해 사업단이 만들어 내고자 하는 조직화 전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향후 현장 노동자를 중심으로 사업과 투쟁을 진행하고 지역의제를 지역노동자의 대중투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최저임금 인상투쟁 매년 6월경이면 빚어지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거듭되는 파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익위원이 ‘중재’라는 이름으로 정부와 경영계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자체가 가진 문제점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제도 속에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은폐되는 것이다. 최저임금투쟁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임금인상투쟁이 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압박 집회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투쟁에 있어 노동자간 임금 격차도 줄이고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도록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또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집단교섭 투쟁의 사례처럼 법정최저임금을 뛰어넘기 위한 ‘지역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울남부지역 노동자의 미래에서 시도한 것처럼 공단실태조사를 통해 지역 노동자들의 공동의 요구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핵심적 목표는 지역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당사자들을 최저임금 인상투쟁의 주체로 세워내는 것이다. 차별철폐대행진 2012년까지 9회 차 진행한 차별철폐 대행진은 비정규직, 저임금, 여성, 빈곤, 반전평화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지역별 연대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서울지역의 차별과 모순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여론화함으로써 ‘지역’으로서의 ‘서울’운동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차별철폐대행진은 서울지역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및 사회단체가 차별철폐대행진의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 지역 연대운동 흐름을 형성하고자 한 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지역 연대운동의 동력이 축소되면서 차별철폐대행진이 다소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몇 해 전까지 진행해오던 조합원과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 교육이나 발족식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12년에는 전체적으로 투쟁사업장 결합을 제외한 상시 대오가 많지 않고 서울지역 상설연대체인 서울연대 소속 단위의 결합력이 저조하였다. 이는 민주노동당 분당,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노동운동 진영 내부에서 단결 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지역운동 최근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대한 우려 현재 서울지역 노동자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위는 민주노총 서울본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지역운동과 지역투쟁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본부는 사업장 별, 업종 별 경계를 넘어 지역적 교류, 연대를 결의하고 실천하고 있는 지구협의회 사업장을 대상으로 미조직비정규사업, 교육사업, 정치사회공공성 사업을 통해 현장을 강화하고자 노력해왔다. 또한 서울본부는 서울지역 전략조직화사업, 투쟁사업장 연대, 최저임금투쟁, 차별철폐대행진, 서울연대 등의 사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상황을 보면 우려스럽다. 학교급식조리사 조직화 과정에서 서울본부 일반노조와 서경지부 학비분회 간 갈등이나 서울시 교육감과의 교섭 과정에서의 서울학비연대회의 소속 노조와의 갈등 해결을 방치하거나 조정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서울본부를 강화하기 위한 서울일반노조 소속 한일병원 급식노동자 정리해고 투쟁 같은 경우에 헌신적으로 결합하면서 이슈화시켜내지만, 서울지역 투쟁 조직화나 연대운동 강화, 총파업 조직화 등에는 매우 소극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정적인 노정협의’를 위한 정책협약을 맺었다. 당선 이후 발표된 최종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고용안정과 노동복지를 위한 노동복지센터 설립, 안정적인 노정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민정협의회 운영 등이다.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는 지역 노동자 실태사업과 투쟁을 통한 조직화가 기본이다. 지자체의 재정을 받아 추진되는 노동복지센터 사업은 민주노조 운동의 독립성과 자립성이라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대립된다. 노동복지 제공이나 노동상담이 비정규직 조직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노동복지센터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와의 입장차이로 인해 일단 사업이 중단된 상태이긴 하지만, 사업신청 과정과 센터장 선임 문제 등으로 서울본부와 지역 단체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지역연대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준 점을 반성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한 서울본부는 지역 주요 노조단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할 것을 결정했다. 노사협력의 강조와 분쟁의 원만한 해결이라는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의 목표는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과 대립된다. 지자체 산하 노동자들이 실질적 사용자들인 지자체를 대상으로 노정교섭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투쟁과 조직력이 우선되어야 교섭이 성사될 수 있으며,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 현재 노동조합운동이 처한 위기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투쟁과 조직화 전략은 제시하지 않은 채 서울시 유관 산별 단위의 각종 현안 요구안을 대지자체 사업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실리주의다. 노동자 민중의 희망 <서울연대> 노동자민중의 희망 서울연대(이하 서울연대)는 서울지역 진보민중운동의 상설적인 연대운동체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자임하며 2010년 4월 9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진보정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서울시당, 사회운동단체, 학생단위 등 26개 단체가 참여하면서 출범하였다. 반신자유주의! 반이명박! 민중생존권 투쟁 전선형성, 경제위기 책임전가 반대, 전쟁반대, 억압과 차별반대, 민주주의 쟁취가 출범 목표였다. 서울연대는 정세적 투쟁과 일상적 정치 실천을 조직하면서 서울지역 연대운동에 대한 신뢰와 실천기풍을 발전시켰다. 월 1회 정기적인 대표자회의, 집행위원회 개최를 통해 서울연대 조직운영을 정례화하고 안정화하였다. 정세에 따라 서울연대 차원의 독자 집회와 서울지역 연대투쟁을 조직하고 차별철폐대행진 공동주관단위로 결합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서울지역 연대운동 강화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투쟁전선 구축이나 정세적 대중투쟁 발생 시 서울연대 차원의 보다 집중력 있는 기획과 실천을 조직하지 못했다. 산별노조 서울조직들과의 공동사업 기획 또한 추진되지 못했다. 서울연대 참여 단위의 내부 조직화 미비, 총대선 정치일정 및 정당 분열에 따른 진보정당의 활동력 축소, 서울본부의 차원의 서울지역운동에 대한 관장력 저하 등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서울지역 노동자운동의 방향과 과제 서울지역 연대운동 활성화 서울지역 노동자운동은 노동조합 운동과 지역 사회운동의 연대가 강화될 때 활성화될 수 있다. 2007년 뉴코아이랜드 투쟁은 지역 연대운동의 정형으로 평가될 만한 소중한 경험이다. 또한 쌍용차 서울지역지원대책위 활동 역시 경제위기 정세에서 연대운동의 질적 상승을 위한 중요한 계기였다. 이 외에도 최저임금투쟁, 차별철폐대행진, 남부전략조직화사업, 청소노동자 투쟁 등 서울지역의 주요한 노동자운동은 노조, 당, 단체, 학생들의 연대운동을 바탕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성과를 계승하여 서울지역 운동이 전체 민중운동 내 분할과 갈등을 넘어 연대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끈기있는 공동토론과 실천을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각 연맹 서울지부 조합원, 그리고 진보정당, 학생단체 등 대중단위의 활동가들이 일상적 투쟁을 함께 기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은 서울지역 운동 스스로의 동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서울지역은 그 특징 상 전국적 의제와 지역적 의제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각 단체의 중앙조직들이 나름의 연대사업을 다양한 층위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어 별도의 지역운동을 기획하기가 쉽지 않은 조건에 있다. 그리고 각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민주노총에서 지역본부의 위상과 권한이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각 단체 중앙조직들 및 사회단체들 간의 연대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면서 이를 서울이라는 지역,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으로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지역운동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울지역에 상대적으로 풍부한 사회운동 역량을 바탕으로 의미있는 투쟁을 전개하고 그 문제의식과 성과를 전국 각지로 확산할 수 있도록 서울지역 운동이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할 필요도 있다. ‘서울연대’ 강화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혁신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현저히 약화되어 온 서울지역 연대운동을 다시금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통합진보당 창당, 대선 과정에서 진보신당 내 갈등 등으로 인해 향후 서울지역 연대운동에 있어 구심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서울본부가 지역 대중운동의 확대와 강화를 중심으로 ‘서울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서울연대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관장할 수 있는 서울본부 집행역량을 배치해야 한다. 또한 소지역별 연대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이미 건설되어 있는 서부연대, 남부운동본부, 중부민중연대를 좀 더 내실 있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계획과 연대체가 없는 지역의 경우 연대체 건설을 위한 실질적 활동을 진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구협의 활동력을 강화하고 지역에 산재해 있는 진보정당, 사회운동단체, 학생단위 등과의 연대운동 복원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지역 투쟁을 책임지는 기본적인 역할은 물론이고, 경제위기 하 탄압 국면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연대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과 계획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서울본부가 서울지역 산별운동 전반에 대한 관장력을 가지고 업종과 산별을 뛰어넘어 지역 연대투쟁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또한 미조직비정규조직화(전략조직화) 사업을 통한 노조 활동가 주체의 형성과 지역연대 투쟁 활성화 과정에서 재정과 인적자원 배치 등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더불어 조직화와 투쟁 이후 노조운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조활동가 재생산을 위한 교육사업 강화가 필요하다.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이 해결된 이후 지역연대활동이나 집회 참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부 조직력을 탄탄히 다지려면 간부활동가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지역본부는 산별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사업장별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조합원 교육과 학습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정기적으로 교육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여성노동권 강화와 여성노동자 주체형성 최근 투쟁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듯 청소노동자, 학교비정규직, 요양보호사, 간병인, 콜센터 등 여성노동자 투쟁이 급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계약직, 비정규직, 저임금노동이 일반화되고 서비스 부문에 저임금 여성일자리가 늘어난 결과 이러한 부문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이 곳곳에서 조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지역은 전국 어느 곳보다 공공서비스가 발달되어있다는 점에서 여성노동자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활임금 보장 등을 위한 여성노동자 투쟁에 있어 많은 잠재력이 있다. 지역 연대운동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연대해야 한다. 또한 현안 투쟁에 대한 연대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중심으로 각 노동조합의 여성사업 강화를 위한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가령 노조 사업계획에 여성노동권에 대한 교육, 여성간부 육성을 위한 기획, 여성조합원 사업장 조직화 및 투쟁계획, 여성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의 경제위기 전가에 맞서 노동자의 단결을 확대하기 위해서 여성노동자의 조직화와 여성사업의 강화는 시급한 과제다. 노동자대중운동 토대 구축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 대선대응 과정에서의 좌파의 분열로 인해 진보정당에 대한 대중적 신뢰는 급격히 약화된 상태다. 또한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설립 및 민주노조 파괴 공작에 맞선 대정부 대자본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하는 무능력, 통진당 사태와 위원장 직선제 유예 논란으로 인한 내부 정파 갈등, 총대선 국면에서의 정치적 무기력 등으로 인해 지도력이 붕괴되고 난파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의 노동자민중운동은 분열과 패배를 넘어 해체의 위기라 할 수 있다. 노동자 민중운동을 재정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노동자 민중운동은 지배세력의 정치와 달리 부르주아 선거의회정치의 틀을 넘어서는 대중운동이라는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대중운동은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연대하면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 왔다. 대중운동의 취약한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의 기본원칙에 충실한 활동을 바탕으로 계급적 단결과 투쟁 조직화가 시급하다. 또한 전국적 투쟁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현장 활동가들의 질서를 재구축하고 반신자유주의 정치사회운동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서울지역에서부터 사업장과 업종을 초월한 단결과 연대를 조직하고 노동자운동의 주체를 형성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노동자민중운동의 재건과 대중운동의 토대 구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서울지역에서부터 선도적인 운동을 만들어나가자.
5차 세계이주사회포럼 참가기 지난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필리핀 마닐라 미리엄 칼리지에서 5차 세계이주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on Migrantion, 이하 이주사회포럼)이 열렸다. 이주사회포럼은 세계사회포럼의 주제별(thematic) 포럼으로서 세계사회포럼이 열리지 않는 해에 격년으로 열린다. 1차는 2005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세계적 불안 속에서의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2차는 2006년에 스페인 바시아마드리드에서 ‘보편적 시민권과 인권: 다른 세계는 가능하고 필수적이고 긴급하다’라는 제목으로, 3차는 같은 곳에서 2008년에 ‘우리의 목소리, 우리의 권리, 장벽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4차는 에콰도르 키토에서 2010년에 ‘보편적 시민권을 위한 민중의 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올해에는 ‘이동, 권리, 세계적 모델: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이주사회포럼의 목적은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 ①이주와 이동 이슈와 관련되어 있는 전 세계 이주민 그룹, 대중조직, 사회운동,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광범위하게 결집하는 공간의 제공. ②토론, 심층 분석, 담론과 경험 공유, 정보와 지식 교류, 이주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대안적 모델의 집단적 개척, 이주와 이동에 관한 행동과 전략 촉진, 아시아로부터 이주 트렌드, 분석, 경험, 전략, 의제, 관점을 공유하고 부각시켜서 국제적 담론을 풍부히 하는 것. ③이주민과 사회운동, 시민단체 사이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형성하고 강화하기 위함. ④현재의 이주 모델과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전체에 대해 민중의 단결과 저항을 강화하기 위함.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의 기반을 만드는데 아이디어와 창안을 개발하기 위함. ⑤필리핀 이주민, 노동,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함. ⑥차기 세계이주사회포럼 준비를 돕고 이주사회포럼 프로세스를 강화하기 위함. 이번 이주사회포럼의 하위 주제는 ①위기, 비판, 국제 이주의 결과 ②이주민의 권리는 인권이다 ③이주에 대한 재상상: 대안 제안, 모델 탐구 ④저항, 조직화, 행동 등이었다. 한국에서는 이주공동행동에서 참가단을 구성해서 필자와 이주노조 비대위원장이 참가했고, 호주시드니대학교의 ‘사회변화와 이주’ 연구팀 2명,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6명, 오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3명이 참가하였다. 대부분의 한국 참가자들은 이주사회포럼과는 별도로 열린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에 대한 민중법정’ 행사에도 참가하였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다양한 주제 이주사회포럼은 민주적 토론, 평가, 아이디어와 경험의 공유, 문화적 교류, 네트워킹, 연대 강화, 합의 형성, 이주에 대한 의제와 행동에 관한 계획과 전략 논의, 입장의 대중화 등을 위한 공간이다. 이주를 주제로 하는 세계사회포럼인 만큼 많은 나라의 다양한 영역에서 참가하였다. 주최측 집계로는 50여 나라 1,800여 명이 포럼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이주, 난민, 난민신청자, 철거나 재앙으로 인한 국내 이주민, 인신매매, 이주민의 가족과 공동체, 이주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젠더적 차원, 식량과 일자리, 환경, 시민권 등의 주제들이 다뤄졌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회단체, 풀뿌리조직, 노동조합, 연대조직 등이 참가하였다. 행사기간 내내 오전에는 전체 토론이 열렸고 오후에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워크숍은 총 50여개 넘게 개최되었다). 예를 들어 첫째 날 전체 토론은 ‘위기, 비판, 국제 이주의 결과 + 저항, 조직화, 행동’이라는 제목으로 열렸고 ‘강요된 이주와 신자유주의’, ‘가사노동자와 이주의 현실, 그에 대한 대응’, ‘젊은 여성과 여성이주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구금과 범죄자화’, ‘중동의 스폰서 시스템 개혁’, ‘사하라 지역의 강요된 이주’, ‘아시아에서 송출 프로세스’, ‘기후 위기, 녹색경제와 이주’ 등의 워크숍이 열렸다. 포럼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워크숍의 결과를 모아서 선언문 초안을 채택했고 30일에는 필리핀 현지 노조들이 주최한 대규모 시위가 개최되었다. 이주공동행동 워크샵 이주공동행동에서는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노동조합의 투쟁과 이주인권단체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이주노조, 외노협, 시드니대 사회변화와 이주 프로젝트 팀과 함께 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우선 시드니대의 김철효 연구원이 ‘한국의 이주 경향에 대한 개괄’을 발표하였다. 이주 정책의 역사를 개괄하면서 산업연수제에서 고용허가제로 정책이 변화한 상황을 살피고, 이러한 단기순환 노동 정책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운동의 분화를 인권적 접근과 계급운동적 접근으로 나누면서도 특히 ‘자기 스스로 조직화된 이주노동자운동’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이후 과제를 제기하였다. ‘한국에서 이주노조의 경험과 과제, 전망’을 발제한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비대위원장은 이주노조의 역사와 투쟁, 조직화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주노조 조직화 확대, 한국 노조운동의 이주노동자 조직화, 귀환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 본국-목적국 노동조합의 연대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필자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한국 이주운동 진영의 투쟁과 과제’를 발표하여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두루 짚고 올해 사업장 변경지침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소개하며 고용허가제 폐지와 대안적 제도 마련을 위한 투쟁을 과제로 제시했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이재산 사무처장은 ‘단기 이주노동 정책에서 미등록 이주민의 상황과 대안’을 발표하여 단속에 대한 규제 강화,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시드니대 이소훈 연구원은 ‘이주노동자 노조 조직화의 과제’를 발표하여 언어소통 문제, 내국인 노조원의 부정적 인식, 이주노동자의 짧은 체류기간 등 조직화 과정의 난점을 짚고 지역공단/산업별 조직화, 공동체 단위 조직화, 이주노조 독자 조직화 등의 대안 모델을 검토했다(발제문들은 http://cafe.naver.com/act4migrants/176 에서 볼 수 있음). 참가자들은 주로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많은 관심을 표시하였다. 특히 미국 서비스노조 소속의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ALA)’에서 온 참가자들은 이주노조 조직화 과정과 성공적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미등록 노동자와 그 자녀 문제 등을 질문하였고 유럽에서 온 필리핀 활동가는 가사노동자 노조설립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이주노동자들만의 독자적 노조를 만드는 것에 따르는 어려움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미등록 노동자 중심으로 2003-2004년에 합법화를 위한 농성투쟁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로 이주노조가 결성되었으며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활동가들이 강제 단속추방을 당했고 노조가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도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한국의 현실은 다른 나라 사례들에 비추어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이기에 뚜렷한 인상을 준 것 같다.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에서 온 활동가는 사업장 변경기간이 싱가포르에서는 2주간만 주어지고 그것도 특정한 종류의 인권침해의 경우에만 인정된다면서, 이와 유사한 고용허가제 폐지 운동 계획을 물었다. 고용허가제 폐지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을 위해 진행 중인 투쟁을 소개하고 이주노동자 운동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대부분의 아시아지역 이주목적국은 규제와 통제가 강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부정하므로 이에 대한 공동의 행동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주공동행동 워크숍은 내용이 잘 준비되고 정리되어 발표되었는데, 시사점이 많았는지 참가자들이 앞 다퉈 발표문을 꼭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부디 한국에서의 경험이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주요 쟁점들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 협약 비준 및 가사노동자 조직화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사노동과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이주여성 가사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 왔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의 이주 여성들은 대부분 목적국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자는 공식적으로 5천만 명, 비공식적으로 1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예컨대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작은 곳에서도 이주여성 가사노동자가 각각 30-40만 명에 달한다. 사우디나 쿠웨이트 같은 중동지역 국가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대개 20-30만 원의 저임금과 하루 16-24시간의 장시간 노동,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휴일, 고용주의 성폭력 등에 시달린다. 고용주의 성폭력에 저항하다 상해를 입히거나 죽게 하여 사형에 처해지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의 사례도 종종 보도된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조와 관련 단체들의 노력으로 2011년 6월에 ILO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189호 협약)이 통과되었다. 주 내용은 가사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의 인정과 고용과 직업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조치’(제3조), ‘가사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 등을 통하여 근로조건을 알 수 있도록 조치’(제7조), 노동시간, 초과근무수당, 휴게시간 및 휴가, 퇴직금 등에 있어서 다른 노동자와 동등 대우, 최저임금 보장 등이다.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이 협약은 역사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이주사회포럼에서도 내내 이 협약 비준과 가사노동자 조직화가 주된 의제로 제기되었으며 ‘국제가사노동자네트워크’(IDWN, 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Network, www.idwn.info 참조) 등이 주최한 워크숍이 여러 개 열리기도 했다. 이 네트워크의 의장은 남아공의 가사노동자노조 위원장이 맡고 있으며 국제간사는 홍콩노총 전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네팔 가사노동자들이 각각 노조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현재 각국 정부가 가사노동자협약을 비준하라는 ‘C189’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내년 10월에 우루과이에서 정식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 전 세계 2억 5천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조직화가 핵심적이다. 이는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월든 벨로(Walden Bello) 교수의 발표에도 잘 드러났다. 그는 이주노동을 ‘새로운 노예무역으로서 노동력 매매’라고 부르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결과 농촌과 제3세계의 빈곤화로 강요된 이주가 급증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외국으로 일하러 갈 필요가 없게 하는 동시에 이주노동자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전에는 매일 2천 명이 필리핀을 떠났다면 위기 이후에는 4천 명이 떠난다며, 위기가 오히려 제3세계의 일자리를 없애고 강요된 이주를 더 만들어낸다는 보고도 제출되었다. 매일 진행된 전체 토론에서도 주요 토론자들은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운동의 단결을 강조하였다. 멕시코에서 온 연구자 라울(Raul Delgado Wise)은 노동자계급과 사회운동의 단결, 국제농민운동과 세계사회포럼 등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면서 ‘만국의 노동자와 이주민이여 단결하라’고 호소했다. 아시아이주포럼의 활동가 렉스(Rex)는 목적국 노동자운동이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미국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전국연대’(National Alliance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Communities) 집행위원장 오스카(Oscar Chacon)는 오바마 정부가 개혁적인 것 같아도 지난 1기 정부 내내 연 4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를 추방했고 포괄적 이민개혁법이라는 것도 처벌과 추방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2기 오바마 정부 하에서 이민자운동의 최우선순위는 “훨씬 더 잘 조직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직화가 얼마나 잘 되느냐가 목표 쟁취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크게 강조되었다. 국제건설목공노련(BWI, Building and Wood Workers International)의 앰벳 유손(Ambet Yuson) 사무총장은 국제적 노조운동, 국제적 사회운동을 언급하면서 노조가 어떻게 조직하고 투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해 타겟 국가를 설정해서 국제적 운동을 벌이자며,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의 경기장 건설노동자 99%가 이주노동자이고 중동지역 이주노동자 권리가 취약하므로 이에 대한 국제캠페인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BWI는 “노동자 권리 없이 월드컵은 있을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http://act.equaltimes.org/ko/fillastadium). 캐나다노총의 칼 플레커(Karl Flecker)는 단기 노동이 아닌 영주 이민정책을 옹호해야 한다며 노조의 역할로서 국가 이민정책 논의 개입, 노조 간 협력,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장학금 지원, 이주노동자 조직화, 본국에서 출국 전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차별과 착취, 폭력을 제어하고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경로이다.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국제적 틀 현재 이주노동자 권리 보호를 논의하고 이를 각국 정부에 따르도록 하는 국제기구가 없는 상태다. 지난 2006년 열린 이주에 관한 국제연합(UN) 고위급 회담의 결과로 ‘이주와 개발에 관한 국제포럼’(GFMD, Global Forum on Migration and Development)이 해마다 개최되어 왔는데 이 틀은 UN 기구도 아니고 정부 간 포럼에 불과해서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더욱이 이주와 개발 의제를 연결시킴으로써, 이주노동을 경제개발을 위한 도구로서만 사고하고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이런 이유로 국제 이주운동 진영 내에서도 GFMD에 대한 개입이냐 거부냐에 관한 논란이 있어 왔는데, 국제이주민권리연대(MRI, Migrants Rights International)에서는 주로 GFMD가 열릴 때 시민사회단체 행사를 주최하여 개입하는 전술을 취해 왔던 반면, 국제이주민연대(IMA, 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는 GFMD가 이주노동자 착취에만 맞춰져 있다며 이를 거부해 왔던 것이다. 이번 이주사회포럼 행사 기간에도 IMA에서는 필리핀대학에서 따로 ‘GFMD에 대한 민중법정’ 행사를 개최하여 GFMD가 인권을 침해하고 본국과 목적국에서 이주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며 각국 정부들이 이에 공모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주사회포럼 폐막 토론에서 선언문을 논의할 때에도 IMA쪽 활동가들은 선언문에 GFMD에 대한 비판과 거부가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난 9월에 열린 이주노동에 관한 국제노총/국제산별의 전략회의에 대한 민주노총 국제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제노총을 비롯한 국제단체들은 GFMD가 정부간 회의로 몇 년 진행되면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므로, 좀 더 구속력이 있는 UN이나 ILO 체계로 이주에 관한 논의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졌고, 무엇보다 핵심은 이주노동자 조직화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주제도에 대한 국제 수준의 규제는 거의 없으며, 이주 문제는 정부간 무역/경제협력 협정 또는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없는 이주 정책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며 “이주에 관한 국제적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GFMD는 ‘권리 없는 이주’를 추동해 왔으므로 국제 노동계는 이주 문제가 국제인권 기준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무를 바탕으로 하는 분명한 기준틀을 갖추고 유엔 체계 하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GFMD에 대한 개입이냐 거부냐 논쟁은 사실 진정한 쟁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9월 ‘이주에 관한 UN 고위급회담’이 뉴욕에서 열리는데 여기에서 이후 방향을 설정하므로 이에 대해서 양측 국제단체들이 공히 개입하겠다고 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국제적 논의 틀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내년에는 이 UN 고위급회담에 운동진영이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맺으며 이 외에도 인력 송출업체의 중간착취 문제, 인신매매 문제, 난민 문제, 여성이주민의 문제,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추방 문제, 경제위기 하에서 악화되는 인종주의 문제, 이주민에 대한 범죄자화 문제 등 포럼에서 다뤄진 주제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정리하지 못하였다. 이는 이주사회포럼 참가단 차원에서 만들 보고서에 최대한 담을 예정이다. 현재 이주노동자 권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그야말로 핫이슈이며, 이 문제로 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또한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미 핵심적인 운동 영역으로 자리 잡고 다양한 의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주노동자 운동은 이주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행동이므로 무엇보다 주체화, 조직화가 중요하다. 지금 국내에서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 제한 강화, 국적 획득 이전에 영주권을 의무적으로 획득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귀화를 어렵게 만드는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 시도,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는 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등 전반적으로 이주민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이에 맞서는 투쟁을 2013년에도 힘차게 전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이창석 사무처장 인터뷰 지난 11월 8일,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전주 시내버스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전주시청 앞에서 기습적으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삼보일배 투쟁, 11월 29일 3차 전면 파업 투쟁, 12월 8일 회차 투쟁 등을 통해 전주시를 압박했다. 12월 2일 새벽에는 전북고속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두 명의 노동자가 전주 야구장 조명탑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결국 12월 10일 전주시는 전주 시내버스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12월 17일에는 전북고속의 민주노조 인정을 골자로 전라북도와 전북고속 사측, 전북본부가 합의를 이루었다. 민주노조를 인정하고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책임을 확인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 외에도, 위축되었던 전주 시내버스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찾아 이후 투쟁을 해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성과를 남겼다. 12월 21일, 천막농성부터 파업투쟁까지 헌신적으로 버스 투쟁을 함께 해온 이창석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처장을 만나 전주 버스 투쟁의 과정과 성과, 이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용으로는 못 살겠다. 민주노조 하자” 사회운동: 재작년 한국노총 사업장인 버스 사업장 조직화가 이루어지면서 전주 버스 투쟁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버스 투쟁의 시작, 경과, 주요 요구 등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이창석 사무처장(이하 이창석): 2010년 7월, 제일여객이라는 시내버스 회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는데 ‘CCTV 수당’ 문제가 있었다. 운전석 앞에 CCTV를 달아 기사들이 요금을 가로채는 것을 감시했는데, CCTV 설치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심했다. 그래서 그 대가로 ‘CCTV 수당’을 줬고, 대법원은 이 수당이 매달 정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결국 CCTV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게 됐는데 한국노총이 이걸 임금인상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임금이 2.9% 인상됐는데, 계산해보니 통상임금에 적용된 CCTV 수당, 정근수당 부분을 기본급으로 분류하고 허풍을 친 것이었다. 그래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3-4일이 지나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통상임금 소송을 막기 위해 재빨리 합의를 했다. 합의 내용은 100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을 하면 70%에서 많게는 95%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버스를 지배해온 30년 전통의 한국노총에 대해 조합원들은 큰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제일여객이 민주노조로 조직전환을 했다. 그 이전에 2010년 2월, 민주버스에서 담당하던 전북고속 노조가 최초로 민주노총으로 전환했고, 그해 9월까지 전주 시내버스가 거의 다 민주노총으로 전환했다. 모두 과반수는 아니지만 40% 정도의 조직화를 이뤄냈다. 버스노조를 개혁하자고 한 지 딱 10년 만에 성과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5개 회사가 조직되었다. (조직 전환의)핵심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어용으로는 못 살겠다. 민주노조 하자.” “통상임금 제대로 받아내자.” 앞서 얘기한 CCTV 수당 관련해 100만 원 받고 ‘퉁치자는’ 시점에서 한국노총 전임자들 임금이 370만원으로, 약 40-50만 원 정도 인상됐다. 노동자와 전임자의 임금을 맞바꾼 셈인데, 한국노총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여겨지는 사건이다. 이 사건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에게 민주노조에 대한 신념이 생겼고, 투쟁이 계속 이어졌다. 본격적인 1차 파업은 2010년 11월인데, 그때의 파업도 민주노조 인정을 위한 것으로 153일 정도 싸웠다. 이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인정받고 복귀하자 전체 시내버스의 약 85%가 민주노조로 가입했다. 이 성과에 이어 2012년 3월 9일, 2차 투쟁에 들어갔다. 2차 투쟁의 요구는 임단협 승리였는데 교섭 몇 번 못하고 3월 중순에 사측이 직장폐쇄를 해 투쟁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사측은 노조 조끼 벗고 조합원 탈퇴하지 않으면 교섭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140일 정도 싸웠고 결국 7월 3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얻은 것은 거의 없고 징계하지 않고, 조합탈퇴 회유하지 않고, 조건 없이 직장폐쇄 해제한다는 구두 약속을 받는 데 그쳤다. 2차 파업 당시에 4월 5일을 기점으로 해서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조합원 400명 이상을 잃었다. 무너진 현장, 투쟁으로 바꾸다 사회운동: 전주 시내버스의 경우 11월 8일부터 전주시청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삼보일배, 파업 투쟁 등을 벌였다. 이번 3차 투쟁을 준비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이고, 구체적인 투쟁 과정은 어떠했나. 이창석: 2차 투쟁 후 현장으로 복귀하고 보니 1, 2차 투쟁이 길어 참가자들의 생계문제가 심각했다. 조합원들 모두 쉬는 날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했다. 투쟁의 패배와 상관없이 임금이 너무 낮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임금이 6호봉(중간층) 기준으로 180만 원 수준인데, 세금 제하면 160만 원 정도로 전주 버스가 전국 최하다. 이렇게 7, 8, 9월을 보냈다. 2차 파업 때 탈퇴한 조합원들 중에 한국노총으로 간 조합원들도 있었고, 복귀하면서 현장투쟁을 일구자고 약속했지만 사실상 무력화됐다. 사측은 시간을 끌면서 징계하고 배차에 불이익을 줬다. 한 달에 24일을 일해야 160-180만 원 정도를 받는데 22일만 시켰다. 임금은 더 떨어지고, 조합원들이 상당히 위축되고 힘든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이 3차 파업의 계기가 되었다. 계속된 불이익으로 조직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집회나 교육을 잡아도 조합원이 모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완전히 무너지겠다 싶어 3차 파업투쟁 결의했다. 선도투를 벌인 것이다. 전북본부는 10월 초부터 천막농성을 준비했다. 전주시청에 천막을 치려고만하면 다 때려 부수니, 11월 8일 새벽 6시에 기습적으로 천막을 쳤다. 기습적인 상황인데다 지역본부가 한 것이기 때문에 시청도 정치적 부담을 느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천막농성 돌입에 앞서 서울 문재인 캠프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어 서울과 전주에서 같이 싸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천막을 치고 현장에 알리면서 간부 간담회부터 제안했다. 천막을 치고 우리가 버틸 테니 간담회를 하자고.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삼보일배 투쟁을 시작했는데 7명밖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흘간 간부 간담회를 계속 했지만 동력이 생기지 않아서 그 다음 주에 조합원 전체간담회를 시작했다. ‘투쟁 안 할 거면 탈퇴해라, 조끼 입었다고 다 민주노총 아니다’라고 거의 조합원들을 협박하는 수준이었다. 조합원들은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지역본부는 파업을 전제로 하지 않는 투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체 조합원 388명 중 비번인 조합원들 100-120명 정도가 간담회에 나와야 되는데, 80명 정도가 참여했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대체 파업을 하면 조합원들이 얼마나 따라오겠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본부는 30%만 참가해도 강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날 삼보일배 대오가 120명으로 불어났다. 조합원 간담회를 계속하면서 조합원들이 삼보일배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거 놓치면 안 되겠다는 판단에 전격 파업 돌입을 결정했다. 조합원들은 파업에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늘 보안이 문제였기에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다가 11월 29일 새벽 4시, 출근시간 20분 전에 전면파업 지침(비번자 집결은 전날 밤 10시 30분)을 내렸다. 첫날 파업에 280명 정도 모였다. 우리만이 아니라 조합원들도 놀랐다. 그렇게 모일지 몰랐던 것이다. 매번 한 개 사업장씩을 틀어막는 방식(버스 출차저지)으로 파업을 했다. 둘째 날에는 320명이 참가했다. 숫자가 늘어날지 몰랐으니 또 놀랐다. 출차 저지 투쟁하고, 시청까지 행진하고, 시청부터 삼보일배 후 해산하는 일정으로 진행했다. 이렇게 3차 파업이 시작됐다. 이틀 파업 후 조합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서로 얼굴 쳐다보면서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다. “행진 시작하고 30분 만에 직장폐쇄 공고문을 뗐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회운동: 전주시의 태도나 대응은 어땠나. 이창석: 전주시는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만나주지 않을 뿐더러 대답도 안 했다. 우리가 소수노조가 됐고, 파업을 못 할 거라고 본 것이다. 전주시청은 민주당 중앙당에도 계속 이런 식으로 보고하면서 버스 문제는 시청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천막농성 시작하면서 전주시에 ‘7대 선결과제, 2대 약속’(87쪽 참조)을 받아내겠다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여기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12월 5일에 유세하러 전주에 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날은 맞아 죽더라도 유세장으로 밀고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문 후보는 그날 오지 않았다. 우리 때문에 안 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나중에 버스 해결되자마자 다음 날 유세하러 온 걸 보니 그 얘기가 맞았던 것 같다. 민중대회를 하는 12월 8일, 11시부터 회차투쟁을 시작했다. 버스는 출근시간에 파업하면 부담이 있다. 그래서 출근시간을 피해 토요일에 투쟁을 시작했는데 낙오자가 단 한 명뿐이었다.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지역 민중대회를 진행하던 중 13시에 조합원이 가장 많은 제일여객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대회 분위기가 직장폐쇄 때려 부수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직장폐쇄 공고문을 떼지 않는 한 버스 한 대도 못나간다는 입장이었다. ‘민중대회를 신속하게 끝내고 제일여객까지 행진해서 끝장을 보겠다’고 대회 때 공개적으로 밝혔다. 행진 시작하고 30분 만에 직장폐쇄 공고문을 뗐다는 연락을 받았다. 모두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날 저녁에 전주시에서 ‘7대 선결과제, 2대 약속’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자는 연락이 왔다. 구체적인 금액까지 조율했고, 12월 10일에 전격적으로 ‘7대 선결과제, 2대 약속’에 대한 전주시의 답변을 받고 투쟁을 마무리했다. 사회운동: 3차 파업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그리고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이창석: 3차 파업의 가장 큰 성과는 조합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다. 두 번째 성과는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전주시가 이후 책임을 지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향후 계획은 노동부 전주지청을 겨냥한 총력 투쟁이다. 전주시는 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사측은 끝까지 버티려 하고 있다. 사실상 파업에 준하는 방식으로 계속 투쟁해서 3년을 끌어온 임단협을 끝내야 한다. 다음 주부터 투쟁에 돌입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변호사도 이해 못하는 임금 체계 사회운동: 임단협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이창석: 근무일수를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에 맞춰 지키라는 것이 핵심 요구다. 이전에 한국노총이 만든 단협에도 주 40시간을 지키게 되어 있다. 그러려면 한 달에 22일을 만근으로 잡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모두 22일이 만근이다. 그런데 전주는 만근 일수를 22일로 정해놓고도 24일을 일하지 않으면 22일치 만근(임금)을 받을 수가 없다. 이해가 안 되지 않나? 노무사 세 명에 변호사까지 붙어서 이 임금 테이블을 분석해 봐도 이해를 못한다. 노동부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다. 사실상 24일 만근 체계를 22일로 줄이는 것, 즉 법을 지키라는 것으로 굉장히 단순한 요구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전체적으로 3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주시 버스회사들은 거의 자본잠식 상태에 있어서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시가 근무시간 단축에 필요한 30억 원 정도를 예산에 배정해서 보조금을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용문제가 해결되었는데도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사측의 속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노조 활동은 위축되고, 도청의 책임을 요구하기도 어려웠던 상황인데 중요한 기점을 만들었다” 사회운동: 시내버스가 1차, 2차 투쟁을 하면서 파업과 복귀를 하는 동안에도 전북고속은 계속 파업을 진행했던 것인가? 전북고속 투쟁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었고, 투쟁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이창석: 계속 복귀를 안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시내버스와 같이 1차 때 복귀를 했다. 복귀하지 않은 일부가 있었고, 그것은 시내버스도 마찬가지다. 사업장별로 3-4명 정도가 남아서 파업을 이어왔지만, 전면파업은 아니었던 것이다. 쟁점과 상황은 시내버스와 비슷하다. 가장 중요한 요구는 ‘민주노조 인정’이다. 12월 2일부터 전주시 덕진구 야구장 조명탑에서 두 분이 고공농성을 벌였고, 서울 민주통합당 당사 앞에서도 농성을 진행했다. 12월 17일에 노조 인정 합의 후 철탑농성과 상경투쟁을 정리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조합비 일괄 공제와 노조사무실 제공이다. 도지사와 도의원이 함께한 자리에서 전북고속 황의종 사장은 조합비를 일괄 공제하고, 한국노총과 협의해서 이른 시일 내에 노조사무실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합의 직후 황의종 사장이 노조사무실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일단은 일괄 공제를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려 한다. 사장이 워낙 ‘독종’이라 약속을 깰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두 합의 후 전북본부가 합의 내용을 담아 성명서를 내면, 도에서 기자브리핑을 해서 합의 내용을 확인해주도록 했다. 지키지 않으면 압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도지사 입장이 아무리 좋아도 사측이 지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데,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게 우리의 몫이다. 그동안 노조 활동은 위축되고, 도청의 책임을 요구하기도 어려웠던 상황인데 중요한 기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아주 좋지는 않지만 소중한 성과라 생각한다. 사회운동: 버스투쟁의 과정에서 지역본부의 역할은 어떠했나. 이창석: 열심히 몸을 대는 것이 지역본부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파업 과정에서 지역본부는 본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조합원들 설득하고, 함께 직접 투쟁하는 것. 이것이 민주노총 지역본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섭권이 지역본부에 있는 것은 아니다. 투쟁하는 사업장들을 정치적으로 엄호하고 함께 투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 지역차원의 연대는 활발했나. 이창석: 1차 파업 때는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2차 파업 과정에서 연대망이 많이 깨져버렸다. 2차 파업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3차 파업 때는 보안을 유지하려다보니 시민사회단체와 소통할 수가 없었다. 1차 파업 때처럼 촘촘하게 여론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파업 돌입 후에야 지역 연대단위들이 (투쟁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시민사회단체들에 죄송한 부분이다. 문규현 신부님이 철탑 고공농성장을 찾아 매일 100배를 했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신부님의 투쟁을 이어가자고 결의한 날 투쟁이 끝나 지역 연대단위들에 설명을 할 수 있었다. 끝까지 민주노총을 믿고 지지해주는 단체들이 있다. 민주노총이 하면 제대로 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파업을 조직하려면 두세 달 전부터 파업의 이유에 대해 조합원들과 공감대를 만들고, 조직 동력까지 점검해 제시해야한다” 사회운동: 버스 투쟁 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이창석: 조직 정도를 예측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단순히 지침을 내린다고 파업투쟁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파업을 조직하려면 두세 달 전부터 파업의 이유에 대해 조합원들과 공감대를 만들고, 조직 동력까지 점검해 제시해야 한다. 100명 규모의 조직이어도 파업을 하게 되면 10명이 한다, 90명이 한다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하는 것이다. 파업밖에 없다는 선동이 아니라, 구체적 수치를 가지고 설득해야 파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조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3차 파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파업 전술을 100% 가깝게 따랐다. 놀라운 결과다. 분회 간부들 설득하면서 버스노조는 ‘투쟁을 통해 조직되었고, 투쟁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투쟁 돌입 후에 동력이 커지면서 조합원들이 놀라운 전술 수행능력을 발휘해주었다. 역시 간부들이 선도하는 건 초반이고 그 이후에는 조합원을 믿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조합원을 믿지 않는 간부는 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파업을 통해서 절실하게 느꼈다. “복수노조 때문에 소수노조로 전락해버린 노조들에 그저 버티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형벌이다. 전체가 같이 들고 일어나지 않으면 민주노조를 지키기 어렵다” 사회운동: 복수노조 시행 이후 많은 민주노조 사업장들이 어용노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스의 경우는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민주노조를 조직하는 경우였는데, 복수노조 시대에 민주노조를 조직하거나 민주노조를 사수하는 투쟁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창석: 복수노조 하에서 어용노조가 민주노조를 잠식하고 있는데, 창구단일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전국단위 총파업을 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이를 통해 (민주노조 활성화라는) 복수노조의 원래 취지를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수노조 때문에 소수노조로 전락해버린 노조들에 그저 버티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형벌이다. 전체가 같이 들고 일어나지 않으면 민주노조 지키기 어렵다. 복수노조로 고통 받고 있는 사업장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죽을 힘을 다해서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사측이 복수노조를 통해 노동자를 갈라치기 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분열할 것이라는 사측의 계산이 실제 먹혀들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노동자들 스스로에게 달려있을 수밖에 없다. 고통스럽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총파업 아니면 정말 대안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박근혜가 당선됐다고 슬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노동자계급답게 자신감을 유지하자” 사회운동: 마지막으로 『사회운동』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창석: 우선은 노동자계급답게 자신감을 유지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 투쟁에서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물론 패배가 장기화되면 힘들겠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투쟁의 결단과 연대에 대한 것이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쉽게 모험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기투쟁 사업장들은 일정한 모험이 필요하다. 때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이 실천될 수 있도록 주변이 결집해서 엄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운동의 고질적 병폐인 정파주의는 해소되어야 한다. 사업장 투쟁에서 투쟁 방법이나 전술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을 분열시키면 안 된다. 노동조합이 자리를 잡고 민주노조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지, 분열시켜 내 편 만들고 집행부 공격해 권력을 잡으려 들면 안 된다. 그런 식으로는 권력을 잡기도 불가능할뿐더러 노동조합과 현장도 망가진다. 정파가 없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파는 필요하다.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투쟁을 책임지는 부위가 있어야겠지만, 그것이 자신들만의 정파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그러한 사례가 너무 많다. 활동가들이 현장이 올곧게 설 수 있도록 합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참고] 7대 선결과제 2대 약속에 대한 전주시 답변 7대 선결과제 ○ 버스 임단협 교섭 연내 타결 노사 임단협 협상은 노사가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섭이 원활히 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법으로 조정을 해왔음. 회사와 민주노총의 노사 교섭이 성실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전주지방고용노동지청과 함께 연내 및 조속한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독려하겠음. ○ 노사합의 사항 준수를 전제로 한 전주시의 예산 배정 법정근로시간 준수는 노동법에 의해 당연히 지켜져야 함. 노사 합의사항 준수를 전제로 한 예산배정요구에 대해 전주시에서는 불법적인 사항이 아니고 관계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주시의회와 협의를 통하여 어떠한 절차를 통해서라도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음. ○ 버스현장의 노동탄압 즉각 중단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노동법에도 있듯이 부당 노동행위로 법적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며, 회사 측에 부당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전주지방고용노동지청과 함께 전주시가 관련법에 따라 적극 지도해 나가겠음. 징계에 대해서는 회사 사규에 의하여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가 없도록 고용노동부와 전주시가 함께 노력하겠음. ○ 버스 임금 체불 해결과 전임자 임금 즉각 지급 임금협약서에 명시된 임금지급일 10일을 준수하도록 회사측에 강력히 권고하고, 모든 지급액은 임금부터 줄 수 있도록 하겠음. 현재 어려운 회사 사정 때문에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회사측에서도 우선적으로 상여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조속한 시일 내에 지급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하겠음. 노조 전임자 임금 부분은 단체협약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노사 협약 결과를 토대로 지급여부를 결정토록 권고하겠음. ○ 자본잠식 해결을 위한 경영개선이 없을 경우 사업면허권 환수 전국적으로 버스회사는 매우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전주시내버스 5개사도 경영상태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 전주시에서는 버스회사에 경영개선대책을 요구하고, 단계적으로 경영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력한 행정지도를 펼쳐 나가겠음. ○ 임금 체계 즉각 변경을 통해 법정 근로시간 준수 법정 근로시간인 주40시간은 법으로 정해진 사안으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의해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노동자들의 임금체계 변경과 법정근로시간 준수는 단체협약을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 노사가 협약을 통해 근로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함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거 강력한 행정지도를 하겠음. ○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차별금지 회사 세부 경영상황에 대해 시가 직접적으로 관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부당노동행위의 소관청인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 줄 것을 건의하고, 우리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즉각 실시 권고하겠음. 2대 약속 ○ 불법 파업 명명으로 인한 피해 원상회복을 위한 방안 제시 약속 2010. 12. 8일 파업에 대해 전주지방고용노동부의 불법파업이라는 유권해석을 통보받고 불법파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바 있으나 이후에는 불법파업이라 단정 또는 사용하지 않았음. 앞으로 노사 정상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고생하는 전체 시내버스 노동자에 대하여 상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음. ○ 노조탄압 발생시 사업장 근로감독 및 행정감사 즉각 실시 약속 노동탄압은 당연히 전주지방고용노동지청의 근로감독 대상이며, 전주시에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행정지도를 철저히 하겠음.
조돈문,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 매일노동뉴스, 2012. 『선택』의 선택 조돈문 교수(이하 호칭 생략)의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이하 선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엄청난 희생을 감내하며 가열찬 투쟁을 전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성과가 대단히 미흡하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주체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변인들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1, 2부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가능성과 제약, 대안을 다루고, 3부에서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과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다. 그리고 4부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심각한 스페인의 사례분석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대안의 내용과 성과들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비정규직 관련법의 제개정 방향과 전략적 대안을 제시한다. 『선택』은 민주노조운동, 비정규직 노동운동에서 원칙으로 여겨지던 것들의 실현 가능성을 탐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비현실적 원칙들을 포기하고 비정규직 주체형성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적 목표들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장 단위의 투쟁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같은 요구조건의 완전한 쟁취가 아니라 조직의 보전강화가 우선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거나, 민주노총이 파견법 철폐가 아니라 간접고용의 규제 강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택』은 이러한 주장들을 통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과 대선 이후 국면에서 민주통합당과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장을 통합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강화블럭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내적 목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선택』의 바람과는 달리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가 당선되어 이러한 전략마저 실현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책이 제기한 주제, 비정규직 관련 법제도 개선에 대한 전략의 수립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전반이 아직은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운동도 답보 상태에 처해 있는데다 노동운동에 대해 배제적, 적대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현실적이고도 유의미한 법제도 개선 전략이 필요하다. 아래에서는 『선택』의 주요 주장과 그 타당성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나아가 이러한 주장의 기반이 되고 있는 조돈문의 한국 사회 계급분석과 이의 기반이 되는 계급이론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의 실체 『선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의 극복과 노동계급 통합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의식’비교를 수행하고 있다. 먼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를 잠재적인 적대관계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과거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며 이 둘 사이의 물질적 존재조건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으며 양자의 관계가 통합수평적 성격이 아니라 위계적배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통합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식조사 결과를 분석한다. 2008년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소속 조합원 830명(유효응답수)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조돈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급 적대의식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방안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노동계급 구성원들이 자본계급과의 갈등 속에서는 계급적 이해관계로 통합되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고용형태에 구속된 이해관계에 따라 상호 적대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69쪽)”라는 결론을 내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구체적 해결방안에서 입장 차이를 보인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첫째, 정규직은 정규직화 못지않게 차별철폐를 동등한 사업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화를 차별철폐보다 우선시한다는 점, 둘째, 상시업무의 정규직화에 있어서도 비정규직은 최소한의 조건만을 요구하는 반면, 정규직은 별도의 조건과 채용과정을 요구한다는 점, 셋째, 임금격차 해소 방식에 있어서 정규직이 임금체계 통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선택』은 “정규직 노동자의 물질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개인적 수준의 합리성과 노동계급 구성원의 계급적 관점에 기초한 계급적 합리성이 서로 각축을 벌임으로써 정규직 노동자들이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으로 결론을 이어간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의식적, 조직적 노력이 필요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같은 사업장 내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물질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듯 보이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업주를 상대로 싸울 만한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에서 이러한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을 너무 과장할 필요는 없다. 『선택』의 주장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상호적대적으로 보고 둘 사이의 관계를 위계적배제적 관계로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주와 노동자와의 물질적 적대관계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관계 대립을 같은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전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완화될 수는 있어도 해소될 수는 없는 적대관계지만, 후자는 상황에 따라 사라질 수 있는 대립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룬다. 조사 방식의 문제점 조사결과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구체적 비정규직 해결방안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식을 반드시 대립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음이 드러난다. 때로는 조사 문항이 의도적으로 정해진 결론을 유도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임금격차해소 방식을 묻는 질문에서 연구자는 단순한 임금체계 통합이 아니라 ‘연공급 폐지와 직무급 도입을 통한’ 임금체계 통합을 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연공급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임금체계 통합에도 반대하도록 질문이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임금체계개편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공급 폐지에 반대했다고 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체계 통합에 반대했다고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조사는 주로 같은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의식차이를 연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장 내에서의 비정규직의 규모, 위치 등은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르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는 공공운수연맹의 정규직만 조직되어 있는 대규모 정규직 사업장과 정규직 업무와 별도의 업무를 외주화된 형태로 담당하는 시설관리나 지자체 사업장이 대다수인 특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규직 응답자는 791명인데 비해 비정규직 응답자수는 39명이다! 사실 설문조사를 통한 계급의식 조사는 단편적인 인식 조사나 자의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조돈문이 그 동안 수행해 온 계급의식 연구방식이 갖는 공통적인 한계다. 더구나 이러한 의식 조사는 대부분 노동조합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노동조합의 조직체계를 통해 배포되고 수거되는데 이 때문에 대체로 노동조합 간부들의 의견만을 반영하기 쉽다. 또한 수거율이 매우 낮고 특정 조직에서 집중 수거되기 쉬우며 샘플의 수가 충분치 않다는 한계 등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층면접을 실시하지만 이 역시 주관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통합의 가능성 정규직과 비정직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대립적으로만 파악하는 한계는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통합의 가능성을 물질적 이해관계의 밖에서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선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식의 형성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은 계급 적대의식이 형성되는 메커니즘과 대조를 이룬다. 계급 적대의식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자각함으로써 발달하는 반면, 비정규직 연대의식은 자신들의 물질적 이해관계의 자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계기들이 작동해 물질적 이해관계를 극복함으로써 발달한다.”(103쪽.) 물질적 이해관계를 단순히 극복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물질적 이해관계 자체가 상호 대립적인 것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사측으로부터 착취와 억압을 당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서로 분배의 비율을 가지고 다툴 수도 있지만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전체 양을 늘리기 위해 사업주와 맞설 수도 있다. 그리고 정세나 주체의 상태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공동의 임금인상이나 공동의 고용안정을 위해 사업주와 싸우는 사례도 찾아 볼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식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대립적 측면, 갈등적 측면을 지양하는 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고 그러할 때 더욱 강력하다. 한편, 저자는 이러한 시각을 2부에서 비정규직 투쟁 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폭발했던 두 사례, 캐리어와 지엠 창원의 사례를 통해 확증한다. 두 사업장은 모두 정규직 노조의 연대로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투쟁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대가 파기되고 비정규직 투쟁이 패배로 끝난 대표적 사례다. 조돈문은 연대가 파기된 이유를 비정규직 투쟁을 계기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정의 위협을 느끼면서 자신들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재각성하게 된 것에서 찾는다. 결국 정규직 노조는 계급조직으로서의 정체성과 이익집단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고 이익집단 정체성을 택했으며 그러자 하청노조는 고립되어 전투성을 강화하고 원하청 노동자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면서 마침내 투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이다. 정규직 이기주의와 정규직 노조의 딜레마는 물질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선택』의 4장은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노조가 정규직 이기주의의 실체와 정규직 노조의 딜레마를 인정하고 정규직 이기주의 완화를 위한 정규직 노조의 일상적 활동을 배려함과 동시에 생존에 최우선을 두고 신중한 전술의 구사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현실의 상황에 맞는 신중한 전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극단적으로 배제했던 사례를 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물질적 토대가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더구나 캐리어의 경우 노조추진 사실이 발각되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투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창원의 경우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판정을 하고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신중한 전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돈문의 결론은 ‘사후약방문’의 성격을 띤다. 이어지는 5장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거부감과 사측의 극단적 노동유연화 전략을 극복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실현한 사례로 타타대우를 다루고 있다. 조돈문은 타타대우에서 정규직화가 안정화될 수 있었던 이유를 회사, 정규직, 비정규직의 안정적 교환관계가 성립된 것에서 찾고 있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정규직화를 실현해 노조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위계적 대변을 수용케 했고,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충성심과 생산성 향상 노력을 유발했고,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정규직화 요구를 수용해 안정된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비정규직은 회사에 충성심을 주는 대신 정규직화의 가능성을 갖게 되어 3주체 간의 안정적 교환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는 자본의 노동력 유연화 극대화 전략과 정규직에 대한 헤게모니적 통제, 비정규직에 대한 전제적 통제라는 양극화된 노동통제 전략의 모델과는 다른 규제된 유연화 전략, 비정규직에 대한 제한된 포섭 모델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의 한계는 명확하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모델이 주는 이득은 불분명하다. 정규직 전환이 비정규직의 지상 목표가 되면서 충성심을 강요받고 상호 경쟁심은 팽배해졌다. 사측은 생산성 향상과 노사관계의 안정화를 얻었고, 정규직들 역시 노사관계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었고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을 지킬 수 있었다. 결국 저자가 그토록 강조하는 비정규직 주체형성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더구나 이러한 모델은 회사의 영업환경이 좋아 현재의 노사관계를 안정화하여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노사불안을 감수하며 노동조건을 후퇴시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만 유지 가능한 것이다. 조돈문은 타타대우의 사례를 노동조합이 추진해야 할 모범적 전략으로까지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저러한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정규직화와 1사 1조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비정규직 주체형성을 강조하고 있는 저자의 입장에 따르면 오히려 이는 부정적 측면이 많다고 봐야 앞뒤가 맞을 것이다. 타타대우의 가장 큰 한계는 결국 비정규직의 주체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통합은 진전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의 요구를 대리하여 교섭하여 회사와 타협하는 것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통합이 진전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공동의 요구를 가지고 공동의 노력으로 투쟁하는 집단적 경험없이 통합은 요원하다. 타타대우는 공동의 요구도 공동의 투쟁도 없었다. 비정규직 투쟁 승패와 조직력 변화의 원인 3부에서는 1998년 이후 26개의 비정규직 투쟁의 사례를 다룬다. 저자는 비정규직 투쟁이 가열차게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비정규직 조직화는 크게 진전되지 않았는가, 왜 많은 투쟁이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패배로 끝났는가를 분석한다. 저자는 우선 비정규직 투쟁이 정규직 투쟁에 비해 승리보다는 패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밝히고 이어 투쟁의 승리 자체가 매우 어려움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투쟁의 승리에는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가. 『선택』의 대답은 정규직 노조의 연대이다. 저자는 투쟁의 결과와 정규직의 연대의 정도에 따라 9개의 유형을 구분해보았을 때 <적극적 연대 - 승리>(기아차 광주공장, 한국산업인력공단, 금호타이어, 기아차 화성공장)와 <적대적 입장 – 패배>(한국통신, 캐리어, 현대중공업, 한국GM창원공장, 재능교육)의 군에 속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서 양자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규직 연대가 부재하거나 약했음에도 승리한 경우는 지역 사회단체(현대 하이스코, 울산건설플랜트), 상급단체의 적극적 연대(근로복지공단)가 정규직 연대를 대체했거나 노동시장이나 생산관계에서의 특정한 위치적 권력이 있었던 경우(화물연대) 등 대체적 요인이 작용했다. 반면 정규직 노조가 적극적으로 연대했음에도 비정규직 투쟁이 패배한 경우 (뉴코아, 이랜드) 자본의 비타협 의지, 계급대리전 성격, 불협화음과 전략적 혼선 등의 부차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투쟁의 승패는 조직력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전자가 후자의 핵심적 설명변수라고 주장한다. 화물연대의 경우 투쟁의 부침과 함께 조직규모가 변하는 전형적 사례다. 반면 예외적 경우도 존재한다. 투쟁이 패배했거나 성과가 미흡했음에도 조직력이 강화된 유형인데 저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2010년 11~12월 투쟁이다. 하지만 해당 논문이 투쟁 이후 조직의 분열과 침체 상황이 이어지기 전에 쓰였기 때문에 잘못 평가내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투쟁에 성공했지만 조직력이 와해된 사례도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과 근로복지공단 투쟁이 여기에 해당된다. 두 경우 모두 정규직 전환 쟁취로 기존 비정규직이 소멸하고 다른 비정규직으로 대체되거나 아니면 선별적 정규직 전환이 정규직 노조와의 적대적 관계와 비정규직 주체의 내적인 분열 속에 오히려 조직력 약화로 귀결된 경우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결국 투쟁의 승패와 조직력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와 투쟁 주체의 내적인 통합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외부의 지원/연대와 내적인 단결이 중요하다는 상식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 투쟁 자체가 불리한 조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정규직의 연대 파기, 투쟁 주체의 내적인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투쟁이 장기화되면 정규직과의 갈등의 여지가 증폭될 뿐 아니라 조직력이 하락하고 사측의 비타협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불리한 정세를 역전하기 위한 강경투쟁전략과 더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투쟁을 마무리 하려는 양보타협 전략 사이의 선택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또한 상급조직이나 외부단체에 대한 연대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세력 간, 조직적 분열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저자는 투쟁 주체의 최우선 전략적 목표를 생존, 조직의 보전강화에 두어야 하고, 정규직의 현실적 조건을 인정하고 가능한 수준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를 추진해야 하며, 강경투쟁 전략과 양보타협 전략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투쟁 주체들이 철저하게 현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역량과 판단을 존중하여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처럼 현실주의적 분석과 태도, 장기적인 시야 등은 그 동안 한국의 비정규노동운동에서 부족했던 부분이다. 『선택』의 26개 투쟁 사례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의 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는 측면도 많지만 현실적 판단과 장기적 시야, 전략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부분에는 공감이 간다. 법제도 개선 전략의 방향 『선택』은 사업장 투쟁 뿐 아니라 비정규직 관련 법의 제개정 방향에 있어서도 각론적 시야가 아니라 전체적인 시야에서 접근하고 외적 조건과 주체적 역량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해야 함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적 입법과제로, 첫째, 비정규직 사용의 예외적 허용 원칙 수립, 둘째,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셋째, 초기업 수준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실현, 넷째, 고용보험제도 확충을 제시한다. 또한 이를 전제로 하여 간접고용에 대한 추가적 규제장치로 첫째, 노조법의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한 노동3권 보장, 둘째, 도급과 파견의 엄격한 판정기준 법제화와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제, 그리고 파견업체에 대한 징벌적 제재 부과, 셋째, 파견노동의 허용 기준을 엄격화하되 노동조합과의 사전 합의의무화와 고용의제 부과 등 파견 노동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과 파견노동 철폐라는 민주노총의 주요 요구안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우선 기간제 노동에 국한된 규제강화가 간접고용 확대라는 풍선효과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또한 파견제 철폐 구호는 구호로서는 훌륭하고 파견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발했지만 구체적 법제도화 단계에서는 현실적인 힘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의 역량을 볼 때 파견법 폐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쟁구호와 입법과제를 분리하고 입법적 측면에서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모든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사유 제한의 도입과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의 강화가 새로운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도입,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고용보험 확충 등의 입법 과제에 대해서는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대략 동의되는 내용이다. 필자의 주장 중 논란이 되는 것은 파견법 철폐를 유보하고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일단 단기적으로 파견법 철폐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파견법 철폐를 가능한 조건을 만들고 단기적인 개선을 이뤄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파견제도 자체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상 파견제도의 철폐가 아니라 파견제도의 합리화, 영속화를 의미할 수 있다. 사실 민주노총은 파견법 철폐를 공식적 구호로 내걸어 왔지만 현실에서는 파견법 일부 개정 혹은 파견법 개악 저지 운동을 해 왔을 뿐이다. 그 결과 간접고용 전반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파견법 상의 고용의제냐 고용의무냐, 불법파견의 기준이 무엇이냐 등에 대한 논란만 지속되어 왔다. 오히려 파견법의 프레임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저자도 제기하듯 파견은 간접고용의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도급, 용역, 호출 등 다양한 형태의 간접고용 중 파견(합법적 파견)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이러한 측면에서 간접고용 전반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입법과제를 우선시 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저자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노조법의 사용자 개념 확대를 통한 노동3권 보장일 것이다. 노동계급형성의 미스매치와 비정규직 주체형성론 『선택』의 미덕은 비정규직 투쟁의 승패와 조직 강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실현에 대해 당위적인 주장만이 아니라 현실적 조건을 탐색하고 그 결과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한 해법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비정규센터 공동대표로서 활동하면서 현실의 운동과 호흡하려 한 산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주장의 일부분은 경험이나 일부 설문조사의 지나친 일반화에 근거한 부분이 있고, 현실의 실행가능성에 사로잡혀 장기적 방향을 놓치는 부분도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선택』의 가장 큰 문제는 계급형성을 비정규직의 주체형성으로 대체하고 이를 다시 비정규직의 조직 확대로 등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연대와 계급통합의 가능성을 물질적 조건에 대한 분석에서 찾지 못하고 의식적 노력에서 찾다보니 결국 자본에 대한 공동의 집단적 투쟁, 계급투쟁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호 양보와 배려에서 해법을 찾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타타대우와 같은 사례가 양적인 비정규직의 주체 확대에도 기여하지 못했음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조돈문이 오랫동안 고수해 온 계급구조와 계급의식에 대한 분석틀의 한계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조돈문은 “비정규직 주체형성”이 노동계급형성, 노동계급운동의 난점을 극복하는 해법임을 주장해왔다. 그는 전작인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이하 『사회학』)에서 노동계급형성, 노동계급운동의 난점을 “노동계급형성의 미스매치”로 진단한바 있다. 여기서 계급형성이라는 개념은 계급구조에 따라 정의된 어떤 계급의 성원들이 하나의 집합적 행위자로 형성되는 과정 또는 결과를 의미한다. 이러한 계급형성은 계급구조에 의하여 설정된 한계 내에서 이루어진다. 계급 형성은 ‘조직적 형성’과 ‘이념적 형성’으로 이루어진다. 조직적 형성은 노동자가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 결속력을 갖는 것이고, 이념적 형성은 그렇게 모인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이 얼마나 발전돼 있느냐, 한 데 모인 노동자들이 어떠한 계급적 목표를 지향하느냐 하는 문제다. 조돈문은 이러한 틀을 가지고 한국사회 노동계급의 상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조직적 형성은 정규직이 앞서지만 이념적 형성은 비정규직이 앞서는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미스매치’라고 규정한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계급형성을 주도해 온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조운동이 97년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보수화되면서 계급의식이 오히려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에 비해 뒤처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정규직 노조들이 조직력을 갖고 발언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계급 내적으로는 도덕적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조돈문의 계급이론과 연구방법의 문제 조돈문은 계급의 객관적 성격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포착하기 위한 계급구조라는 개념과 분석틀은 계급구조라기 보다는 계층분류에 가깝다. 착취는 재화의 소유/비소유 관계 또는 소유정도의 차이로 환원된다. 이러한 계급이론에 따르면 기술재를 소유한 전문가가 기술재를 소유하지 못한 프롤레타리아 사이에는 착취관계가 성립한다. 착취의 개념이 모호해질 뿐 아니라 사실상 사라진다. 계급관계에서 “해소 불가능한 적대”가 사라지고 분배의 상대적 차이만 남게 된다. 조돈문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역시 이러한 틀로 접근되고 있다. 이들 사이의 불평등한 분배가 문제가 되고 이것이 계급균열로 포착된다. 그 동안 조돈문의 주요 관심은 계급형성, 특히 계급의식이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노동계급의 보수화의 원인을 계급구성의 변화나 물적인 조건의 개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에서는 계급의식을 설문조사의 문항에 대한 응답으로 계량적으로 파악한다. 그러다보니 조사의 객관성이 떨어 질 뿐 아니라 계급의식의 다양한 질적 측면을 포착하는데도 실패한다. 조돈문은 2008년 발표한 논문에서 ‘노동계급형성의 미스매치’를 실증하고 있다. 이 연구는 2003년 6-7월 실시된 “사회구조의 변화와 일자리”조사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 “파업 중 기업이 다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기업체란 노동자와 소비자를 희생해서 돈을 번다”, “정부가 노사관계에서 기업의 편만을 든다”에 대한 찬반여부를 점수화하여 계급적대의식을 계량화하고, “정리해고를 합법화하는 것”,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 “외국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찬반여부를 점수화하여 반신자유주의 의식을 계량화한다. 이런 방식에 따르면 모든 응답자가 찬성을 하면 의식수치가 1, 모두가 반대를 하면 0이 나오게 된다. 연구 결과 정규직의 계급적대의식은 0.2444, 비정규직은 0.2958, 반신자유주의의식은 정규직이 0.1954, 비정규직이 0.3062로 계급적대의식은 큰 차이가 없으나 반신자유주의 의식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고 이를 종합할 때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계급의식이 앞서 있다고 판단을 내린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민영화 반대는 정규직이 0.31, 비정규직은 0.19인데 반해, 해외매각반대는 정규직이 0.35, 비정규직이 0.58이라는 것이다. 결국 두 질문의 결과가 엇갈리는데 해외매각반대에 반대한 비정규직의 비율이 매우 높아 비정규직의 반신자유주의 의식이 앞서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세부결과를 보면 계급의식을 판단하기 위한 질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음이 드러난다. 더구나 전체 유효 응답수는 788개에 불과하여 이 연구결과만 가지고 비정규직이 계급의식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노동계급형성의 미스매치’라는 현실진단과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의 계급의식이 앞서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조직화를 통해 계급을 형성해야 한다는 ‘비정규직 주체형성’론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노동계급을 새롭게 주도해 나갔던 집단은 단순히 고용형태만의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반의 경우 철도, 항만, 제조업, 건설 등 당대 새롭게 떠오르고 있던 산업의 분야에서 형성된 미숙련 노동자들이 새롭게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들은 기존의 숙련직 직공들의 세계, 그들만의 노동조합에서 배제된 자들이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비정규직과 유사하지만 그들이 속한 산업이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활기찬 산업 부문이었다는 점에서는 또 다르다. 이러한 문제는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규명되기 어려운 문제이다. 프롤레타리아는 ‘역사를 구성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역사 속에서 구성되는’ 존재이다. 오늘날 노동계급형성을 위해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주체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계급형성은 계급분류표에 있는 특정 집단의 노동자, 의식이 높은 어떤 집단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다. 분할되고 서로 경쟁하는 노동자 대중들이 집단적 투쟁을 통해서 공통의 이해와 요구를 깨닫고 단결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 시대 계급형성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비정규직의 조직화일 뿐만 아니라 자본의 위기극복 전략과 정부의 위기관리 정책에 대한 정치사회적인 투쟁, 노동조건의 개선과 노동관련법 제도의 개선을 위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의 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