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조건 2009년 1월 18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일방적 휴전을 선언하였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군사 공격은 중단하되, 병력은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고 언제라도 하마스의 로켓공격에 대해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27일 가자지구 초토화 작전이 개시된 이후 22일이 경과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유엔의 휴전 제의를 줄곧 무시해왔다. 이집트의 중재로 열리게 된 하마스와의 휴전협상 테이블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 반면 하마스는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협상 초안에 대해 조건부로 수용할 뜻을 밝혔고, 기존 입장을 수정하여 2008년에 맺은 휴전협정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이스라엘은 추호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휴전선언은 교전 상대방의 존재와 요구조건조차 깡그리 무시한 채로 이루어졌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며 독자적로 전황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일방적 전쟁, 일방적 휴전 이번 침공으로 인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있어 전쟁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이스라엘만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보다 분명해 졌다. 지난 해 6월 이스라엘-하마스간의 휴전협정이 맺어진 후, 이스라엘은 11월 내내 가자지구로 공급되는 구호식량과 의약품, 연료를 완전히 차단하고 하나뿐인 발전소 가동조차 중단시켰다. 이에 가자 주민들이 저항하자 이스라엘은 일상적으로 군사적 충돌을 촉발시켰다. 본격적인 군사작전이 개시되기 전에도 가자지구 내외부에 크고 작은 교전이 전개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는 지난해 12월 16일, 휴전이 깨졌음을 선언하였다. 이스라엘은 12월 27일에 돌연 하마스의 선제포격을 명분으로 3단계 군사작전, 이른바 ‘철권’(Iron Fist) 공격을 개시하며 본격적인 전쟁을 선포하였다. 순전히 이스라엘에 의해 시작되고 끝이 난 이번 전쟁은 일차적으로 하마스 세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팔레스타인 분쟁을 대내외적으로 활용하려는 이스라엘의 정략의 일환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국제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중동지역에서 미국-이스라엘 동맹을 보다 확고히 다져놓아 미국의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팔레스타인 문제에 두려고 했다. 국내적으로 2월 총선을 앞두고 현재의 집권세력이 승리하기 위해 강경노선의 표본을 보여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목표를 일부 달성했다. 1,2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고 4,000여 개의 민간거주건물을 파괴한 대가로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무기밀매를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양해각서를 얻어내었다. 또한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 북부지역을 점령함에 따라 현 집권세력이 국가 ‘안보’를 확보했다고 공언할 수 있게 되었다. 로켓포 사정거리보다 더 긴 지역을 이스라엘 군대가 점령해서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정치적 구심인 하마스를 협상의 파트너로조차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분쟁에 대한 이스라엘의 일방적 태도를 공공연히 표명하였다. 상식과 정도를 넘어서는 이스라엘의 폭력을 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협소해진 입지를 고려할 때 이 분쟁의 현실적 해결이 점차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품게 된다. 이스라엘의 정략적 목적이 관철될 수 있었던 이번 전쟁의 양상을 보았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끔찍한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인가? 또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시간이 갈수록 불가능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오니즘, 폭력의 진원지 식민지 정착민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궁극적인 국가전략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에 대한 영구적인 추방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같은 기괴한 국가전략이 건국 이후 60여 년 동안 아랍지역의 한복판, 그것도 무슬림 핵심 거주 지역에서 발전될 수 있었던 것일까? 이스라엘의 시온주의는 아랍지역에서 관철된 미국과 유럽의 통치전략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유대교, 유대인만의 국가의 창설이라는 이념은 타자에 대한 거부를 본질로 하는데, 유대국가가 자신의 부당한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단지 타민족을 차별, 배제하는 것을 넘어 주변민족들 역시 이스라엘 자신을 배척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이스라엘 자신들처럼 배타적인 종교적, 민족적 정체성에 따라 서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것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러한 이스라엘의 분열 전략은 종교적인 면에서 관용적이었던 아랍민족주의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될 수 있었다. 그런데 1967년 4차 중동전쟁에서의 아랍진영의 패배는 그 이후 이 지역 정치질서를 이스라엘의 전략에 종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각 지역마다 다른 형태로 발전해 온 이슬람 내 분파 간의 차이를 극단적으로 부각시키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재발명되어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로 진행된 지역 패권정책에 크게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지원 아래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획득한 이후, 경제적 차원을 포함한 온전한 의미의 ‘이스라엘 제국주의’의 실현이 이스라엘의 대아랍전략의 핵심으로 대두되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헤게모니 완성과 미국 주도의 평화협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이 이 지역의 온전한 일원으로 인정되었다. 물론 오늘날까지 이스라엘의 역사적 정당성 문제는 아랍지역의 반미정서와 맞물려 계속적으로 도전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랍정권은 정치적으로 양보하더라도 지역안정을 확보하는 길을 택하였다. ‘살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 2000년 2차 인티파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에 대한 항구적인 절멸전쟁을 실행해온 이스라엘의 강경노선은 국내외적으로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확장, 강화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이스라엘이 처해있는 국가 내부적 위기 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지배세력의 생존전략에 있다. 1990년대 이후 중동지역 대다수 나라가 경험했던 것처럼 이스라엘 역시 민족경제 건설에 실패하고 심각한 재정위기와 외채문제에 직면하면서 국제금융기구에 의해 강요된 개혁프로그램을 채택하게 된다. 지속되는 마이너스 성장, 외국자본의 유입 감소, 아랍시장의 상실, 관광산업 붕괴, 군대와 정착촌 비용으로 발생하는 재정적자로 이스라엘의 경제상황이 악화되었다. 이스라엘의 실업률은 11%를 넘고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50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반면 부패와 투기로 극소수의 인구는 부를 불려가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다양한 유대인 이민족으로 구성된 이스라엘에서 경제위기의 폐해는 소수집단, 즉 아랍지역 출신 유대인, 이스라엘 국적을 가진 아랍인, 동구권 이민자들에게 집중되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 만연해졌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국민적 정체성인 시오니즘이 다양하게 분열하고 각축을 벌이게 되면서 종교적 통합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약화되고, 현 집권세력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이 같은 위기는 이스라엘의 모든 정치세력들로 하여금 오직 이슬람을 배척하고 증오를 키워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해야 할 현실적 필요를 느끼게 하였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유대인 정착촌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 속에 유대인들의 생활 근거지를 두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종교, 종족 갈등을 불러일으켜 양 민족 간의 공존이 불가능함을 인식시키려고 했다. 이스라엘인들로 하여금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부정하게 하여, 팔레스타인인의 국가창설에 대한 정당성과 가능성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0년대 이후 이스라엘은 ‘새로운 우파’가 주도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 새로운 우파의 특징은 아랍계의 배제이며 이 방식은 나치 독일에 비견할 만큼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이스라엘이 탄생시킨 이 새로운 우파는 전통적인 보수 세력이 건설한 민주적 제도와 장치들을 과감하게 제거함으로써 이스라엘 사회 내부와 주변 국가들에 혼돈과 폭력적 상황을 가져왔다. 2002년 12월, 미국 주도로 채택된 “중동평화 이정표”는 팔레스타인 제도와 일상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파괴로 실행되지 못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정식으로 가자지구의 집권세력이 된 하마스에 대해 강력한 경제봉쇄를 취함으로써 바로 오늘과 같은 전면전에 이르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2차 인티파다 이후 점령한 지역으로부터의 철수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민족 간 공존의 전망과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소위 “보안장벽”(고립장벽) 건설을 가속화해왔다. 이미 전기 장벽이 1차 인티파다 기간 중 설치된 바가 있는데 이 장벽이 의미하는 것은 ‘안전’을 위해 이스라엘 지역을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단절시킨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모습은 유대인 정착촌에 포위된, 자력방어 능력이 없는, 자체의 경제기반이 없는 국가, 즉 유대인 자신들이 근대 유럽에서 경험했던 게토, 그보다 훨씬 비인간적인 조건의 거대한 수용소인 것이다. 해방운동이 겪는 난관들 이스라엘의 탄압과 절멸 전략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지고 있다. 1987년 본격적으로 전개된 1차 인티파다는 이스라엘 점령지 외부, 즉 인접 아랍 국가들에 근거지를 두고 전개되어 온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이 점령지 내부에서 대중운동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1990년대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수립되었고, ‘두 개의 국가’에 대한 상호간의 존재를 인정하는 기조 하에 평화협정이 맺어졌다. 2000년 2차 인티파다는 미국과 유엔의 비호 하에 팔레스타인을 기만하는 평화협상에 대한 환멸의 표시였고, 또한 평화협상의 산물로 등장한 자치정부체제의 부패와 무능력에 대한 비판이었다.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과 국제적 압력이 두려워 인티파다에 대한 강경태도를 취했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아라파트를 더 이상 자신들의 대변자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행동반경이 제한되어 있음이 명백히 드러남에 따라 자치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스라엘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폭력 저항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이는 파타나 하마스와 같은 정치세력의 지도와는 무관하게 확산되었다. 1994년 자치정부가 형성되면서 저항과 탄압의 양상은 급변하였는데 이스라엘의 지배에 반대하는 전사회적인 투쟁(공공기관과 기업가 타격, 불매운동)이라는 기존의 방식은 이스라엘이 자치지구에서 물러가고 팔레스타인 주민들만이 고립된 상황에서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더구나 이스라엘 군의 재진입으로 점령지 내부와 외부가 분리되면서 대중적인 투쟁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양측의 대결은 군사적 양상을 더욱 강하게 띠게 되었는데 이러한 양상은 자치정부 차원에서의 폭력의 제도화와 독점의 상황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분쟁이 전쟁 양상으로 변화하자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해 치고 빠지는 일회적인 타격 대신에 인적, 물적 기반을 체계적으로 타격하는 보다 장기적인 작전을 펼쳤다. 이는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명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본격적으로 실행 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하였다. 대테러전쟁이 낳은 파괴적 결과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이라크에서 중동지역 전체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팔레스타인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우리에게 빈 라덴은 아라파트다”라며 대테러 전쟁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연관시켜왔다.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에 대한 공포를 자극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대테러전쟁은 기존의 종교적 대립구도를 극대화시켜 다양한 정체성들의 차이를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하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아랍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미국의 대테러전쟁 확전은 다양한 종족, 종교적 분쟁들을 퇴행적인 극단적 분리주의로 환원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종교적 갈등” 문제로 제한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바로 이러한 대테러전쟁의 논리로 하마스를 ‘악마화’하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정당한 저항을 왜곡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연대를 가로막는 대테러전쟁에 대한 분명한 비판이 필요하다. 또한 종교, 종족적 특성과 세계화의 폭력의 복합적 양상이 오늘날의 전쟁을 규정짓는 핵심적인 요인이라 했을 때, 일국사회나 지역 차원의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정치적 대안과 전망이 절실하다. 유일한 해법 국제적으로 고립된 팔레스타인의 열악한 조건이 대테러전쟁에 의해 한층 더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학살전쟁은 실질적 통제 없이 수행되었다. 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이 비극적인 현실은 오늘날 세계질서가 만들어낸 모순의 극단적인 발현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세계경제질서와 결합된 세계화의 폭력을 올곧게 비판하는 대안세계화 반전평화 운동의 활성화다. 이라크 전쟁과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반전평화운동은 이번에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세계적으로 일어난 반전운동은 각 국가에서 시위를 벌이며 △ 이스라엘군이 현재 가자지구로부터 모든 병력을 철수하고 일체의 군사행동을 중단할 것, △ 가자지구 분리장벽을 즉각 철거하여 사람, 식량, 석유, 의약품의 이동을 가로막는 봉쇄를 해제할 것, △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 지역에 설치된 이스라엘 정착촌을 완전히 철거할 것, 그리고 △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의 집권세력인 하마스와 성실히 교섭할 것을 요구했다. 또 △ 미국의 중동패권전략과 대테러전쟁을 규탄하고, △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팔레스타인의 온전한 해방을 요구하는 대중적인 반전평화운동의 열기는 이 모든 사태해결의 가장 유용한 출발점이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재개 될지 모르는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막아내고,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반전평화운동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아래로부터의 반전평화운동이 이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오늘날 대테러전쟁이 불러 온 극단적인 폭력의 악순환을 효과적으로 비판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아랍지역의 종족, 종교적 갈등문제에 대한 대안적이며 정치적인 해결책을 반전평화운동이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먼저 종족, 종교적 차이가 경제적 불평등과 세계화의 폭력과 결합되어 극대화된 증오와 보복의 논리들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분명히 갖는 것이며,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자율성의 보장과 공존을 지향하는 평화를 주장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한국사회는 이번 가자지구 학살을 통해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학살동맹의 폭력성을 비로소 인식할 수 있었다. 아랍지역에서 벌어지는 극단적 폭력의 도미노 현상을 비판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과 진정으로 연대하기 위해 한국사회에서 사회운동이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 팔레스타인 민중운동과 연대하는 동시에, 대테러전쟁과 그 동맹을 비판하는 반전평화운동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차원에서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주요국 정부들은 긴급구제조치를 취하는 한편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정책공조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적인 위기를 촉발시킨 금융화를 중단하기보다는 이를 지속 또는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금융 시스템에 내재한 위험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금융화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주요국 정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위기의 비용을 각국의 노동자 민중에 전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사회운동들은 주요국 정부들의 잘못된 처방을 비판하는 한편 금융화된 세계 경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제출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가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고용과 임금을 방어하기 위한 공동 투쟁으로 돌파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경제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대응을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등 여러 사회운동이 제출한 국제 금융 시스템 재편에 대한 기본원칙, 각 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 세계사회포럼 프로세스를 통해 형성되는 국제적인 공동행동 계획을 차례로 검토하겠다. 금융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입장: 위험관리가 아닌 전면적인 금융억압 세계적인 위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위험 관리’에 초점을 둔 주요국 정부들의 대응을 비판하며 이와는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금융거래과세연합(ATTAC) 유럽 네트워크는 2008년 10월 15일에 개최된 유럽 정상회의에 맞춰 <때가 왔다. 금융 카지노를 폐쇄하자: 금융위기와 민주적 대안에 관한 아탁 성명서>를 발표해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전 유럽 차원의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서는 주요국 정부들이 언급하는 금융개혁 수단들이 금융자본주의를 유지하고, 부자들을 보호하며, 금융투명성과 같은 표피적 개혁을 추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중심축, 특히 자본의 세계적 이동성을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금융체계를 위한 기본적 필요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시장의 자기규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노동조합, 소비자를 포함하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유엔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결합에 대한 모니터링 권한을 가져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의 실물경제 지배를 해체해야 한다. 여기에는 모든 금융이동에 대한 과세, 각국의 모든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 금융복합기업 형성 금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정당한 분배 정책, 기반시설 및 연금 사유화 중단이 포함된다. 셋째, 투기꾼이 그 대가를 지불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불가피한 구제금융에 대해서는 엄격한 조건이 따라야 한다. 넷째, 유럽연합의 개혁과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자본이동 규제를 금지하는 리스본 조약의 조항은 바뀌어야 하며 유럽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 아니라 고용안정과 정당한 분배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섯째, 금융체계의 핵심부를 개혁해야 한다.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투기적 금융상품 금지, 투자은행 축소, 금융복합기업의 분리, 공공은행 강화,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공적 통제, 헤지펀드 금지, 역외금융센터 및 조세회피국의 경제적 기능 폐지, 유럽연합의 예금과세 지침 확대 적용, 단기 주식보유자 의결권 제한 및 스톡옵션 금지, 가계부채 규제, 공공주택 중심의 주택정책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8년 10월 13일~15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셈 민간포럼 참가한 몇몇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서 <세계경제위기: 변혁을 위한 역사적 기회> 역시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8년 11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여러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며 세계 금융질서 재편에 관한 입장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주빌리사우스가 주축이 되어 아탁 등 115개 국가 890개 조직이 서명해 10월 29일 발표된 <국제금융체계 개혁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 성명>은 현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G20을 넘어서는 민주적인 참여와 토론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http://www.choike.org/bw2/). 따라서 그들은 G20이 아니라, 국제 금융 화폐 질서 개혁을 위한 유엔 주최 국제회의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의 회의가 ① 세계 모든 정부가 참여하고, ② 시민사회, 시민조직, 사회운동 등의 대표자가 참여하고, ③ 현재 위기로 큰 영향을 받는 지역들이 협의하기 위한 분명한 시간표와 절차를 마련하고, ④ 포괄적인 범위로 모든 문제와 기구들을 다루고, ⑤ 투명성이 보장되어 제안서와 결과 문서의 초고가 공개되고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노총(ITUC)도 G20 정상회의에 맞춰 20개국 노동조합 지도자 회의를 워싱턴에서 개최하고 <세계 노동조합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http://www.ituc-csi.org/spip.php?article2523). 성명서에서 국제노총은 각국 정부에 다음을 촉구했다. 첫째, 실물경제의 회복을 위한 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둘째,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 하지 않도록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세계경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분배정의의 위기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 동시에 주빌리사우스를 비롯한 몇몇 국제네트워크는 G20 정상회의에 맞추어 11월 15일을 ‘국제 공동행동의 날’로 삼아 각국에서 새로운 경제 체계를 요구하는 행동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이 날 광범위한 국제 행동이 조직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나라에서 이 호소에 응하여 다양한 행동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일본 아탁은 도쿄 증권거래소 앞에서 “머니 게임은 이제 됐다! 구제할 것은 은행이 아니라 민중의 삶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를 개최했다. 러시아에서도 이날 몇몇 좌파 청년단체들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파리, 모로코 등지에서도 비슷한 행동이 열렸다. 각국 노동조합의 대응: 경제위기의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자 단결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은 2008년 9월 27일 <런던 선언문>을 발표하여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을 제출했다(http://www.etuc.org/a/5367). 선언문에서 유럽노동조합연맹은 세계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변화시키자고 주장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반드시 공적 개입과 통제가 뒤따라야 하며 이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촉진하자고 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노동자와 주택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가계, 노년 빈곤의 위협을 받는 연금수급자들을 위한 정책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일으킨 주범이 구제금융의 주된 수혜자과 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더불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소득과 임금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 정책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노동조합연맹의 위와 같은 입장은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008년 12월 12일 이탈리아노동총연합(CGIL, 이하 이탈리아노총)이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에 맞서 4시간 파업을 벌였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에 맞서 학생들이 투쟁을 전개했다. 투쟁이 절정을 이룬 11월 14일에는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노총 산하의 대학연구자 노조 역시 이 투쟁에 참여했다. 학생들이 “경제위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당시, 알리탈리아항공이 2,000명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토리노, 브레스치야 등 북부에서 공장폐쇄 움직임이 나타나며 경제위기의 여파가 점차 확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탈리아노총 산하 금속노조(CGIL-FIOM)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12월 12일 파업을 결의했고, 결국 이 총파업은 이탈리아노총의 파업으로 확대되었다. 이탈리아노총은 총파업이 즈음하여 위기에 맞선 노동자들의 공동 요구를 담은 <경제위기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http://www.cgil.it/nuovoportale/Banner/SCIOPERO121208/PianoAnticrisi.pdf). 여기서 이탈리아노총은 현재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은행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지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1929년 대불황과 맞먹는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노총은 정규직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연금수급자, 저소득층 가계 전반에 위기 비용이 전가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고용을 유지하고 소득을 지지하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국내적 차원에서는 고용과 임금정책 보호, 노동자와 연금수급자의 실질소득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위기 대응 계획”을 즉각적으로 실현할 것을, 유럽적 차원에서는 성장과 발전의 재개를 위한 공동행동 계획을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경제위기 민중전가에 맞선 노동조합들의 단결 투쟁의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을 비롯한 8개의 노동조합조직들이 오는 1월 29일 공동의 요구안을 가지고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이 공동행동을 조직하게 된 것은 노동자, 실업자, 퇴직자들이 현재 경제위기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으며,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않고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확산으로 자동차와 건설 부문에서 대량 해고사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발표된 사르코지 정부의 고용실업 대책은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에 따르는 부담을 정부 지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프랑스민주노동총동맹(CFDT), 프랑스기독교노총(CFTC), 프랑스관리감독직총동맹(CFE-CGC), 프랑스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힘(FO), 교원노조(FSU),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자율노조연맹(UNSA)은 지난 1월 5일 공동의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결하여 투쟁할 것임을 천명했다(http://www.cgt.fr/spip.php?article35508). 성명서에 담긴 요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각 기업은 생산 감축에 따른 부분해고, RTT 휴가(노동시간을 주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줄어든 4시간을 급여로 지급하는 제도를 역으로 휴가로 지급)를 실행하고 있다. 생산 감축이 발생할 때 기업은 고용과 임금을 지킬 것을 목표로 반드시 노조와 협상을 거쳐야 하며, 조업단축 기간은 직업 훈련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사회와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일자리가 확대되어야 하며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3만 개 감축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더불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임금정책은 노동자의 구매력 향상(실질임금 인상)과 불평등 축소를 목표로 해야 한다. 각 기업은 이를 목표로 임금 협상에 나서야 하며 사회보험에 대한 노동자 기여분은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조정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유럽연합의 공공정책은 구매력 향상을 통한 소비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노동자, 실업자, 연금수급자, 사회보장수당 수급자 모두 적절한 소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 임대와 저리 신용, 집단적 건강보험과 연금을 확대하고, 기간시설과 공공서비스, 연구개발,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사회적 필요, 특히 고용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국가에 의해 직접 통제되어야 한다. 넷째, 단협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생활과 노동조건이 향상되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을 되돌리려는 법조항은 무효화해야 하며 일요일 노동에 관한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노사관계와 관련된 모든 입법은 사회적 대화를 존중해야 한다. 다섯째, 국제 금융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투기 종식,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의 불투명성 제거, 자본이동 규제에 유럽연합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세계사회포럼과 경제위기에 맞선 국제 공동행동 오는 2009년 1월 27일~2월 1일 9차 세계사회포럼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에 맞선 세계 사회운동이 대안을 모색하고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세계사회포럼은 2008년 ‘1.26 세계 행동의 날’을 거쳐 2년 만에 전 세계 집중 행사로 개최된다. 현재 여러 단체들이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확산이라는 정세를 반영하여 이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분석과 요구를 모으고 공동행동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세계사회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출된 주요 계획은 다음과 같다. <금융거래과세시민연합(ATTAC) 국제네트워크>, <제3세계외채탕감위원회> 등은 금융위기의 원인과 영향을 진단하고 세계적인 대응을 촉진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노총, 브라질노총, 세계여성행진 등이 주축이 되어 2007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7차 세계사회포럼에서 결성된 <노동과 세계화 네트워크> 역시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다른 그룹과 공동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가 단순히 금융부문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며 노동자운동이 중심이 되어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유럽좌파당과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활동하는 ‘트랜스폼! 유럽 네트워크’ 역시 세계적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사회적 대안을 모으는 한편 대안세계화운동의 역할을 밝히기 위한 여러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WTO 반대투쟁을 주도해온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Our World Is Not for Sale)’ 네트워크의 발의로 여러 주제별 네트워크간 토론회도 열릴 예정이다. 이틀에 걸쳐 각 네트워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동 전략 및 공동행동 조직화에 관한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마지막 날 폐막 행사를 겸하여 열릴 총회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포럼 기간 동안 논의된 결과를 종합하게 된다. 그 결과를 모아 2009년의 공동행동계획이 채택될 예정이다.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에서는 2008년 ‘1.26 세계행동의 날’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이런 방식의 국제 공동행동을 지속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세계 집중 행사의 주기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인데, 주기에 관한 논쟁은 아직 결론나지 않았으나 2년 또는 3년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집중행사 개최 여부에 상관없이 매년 국제 공동행동의 날을 개최하자는 제안도 있어서 2009년 국제공동행동 개최 시기 역시 총회를 통해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공동행동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유럽사회운동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하다. 유럽의 사회운동들은 2008년 11월 13일~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 준비회의를 계기로 사회운동총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모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탈리아 학생들의 구호를 따 “위기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제목을 단 성명서에서 유럽 사회운동들은 ‘손실의 사회화’를 특징으로 하는 각국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비판하며 경제위기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는 노동자 민중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민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터키 등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투쟁을 조정하여 유럽 차원의 공동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긴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 계기로서 12월 12일 이탈리아 총파업, 12월 16일 유럽위원회의 노동시간 연장 지침 반대 투쟁, 2009년 3월 유럽연합 각료회의 대응 투쟁,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G8 정상회의를 꼽았다. 또한 벨렝 세계사회포럼이 세계적인 위기에 맞서는 ‘세계 행동의 날’을 제안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2009년 1월 10일~11일 프랑스 파리에서도 유럽사회포럼 프로세스에 참가하고 있는 단체들이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차원의 공동행동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 네트워크의 유럽모임 격인 ‘시애틀에서 브뤼셀까지’가 최초로 소집한 이 회의에는 아탁, 지구의 벗, 독일 서비스노조(Verdi), 이탈리아금속노조(CGIL-FIOM), 프랑스의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연대노조연합(Solidaires), 교원노조(FSU) 등 여러 단체에서 150명이 모였다. 논의 결과를 모아 작성된 <파리 선언: 자본의 위기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몇 가지 행동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오는 4월 2일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공동행동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유럽 각국의 사회운동이 3월 28일 런던에서 개최될 집중 집회에 참여하거나 같은 날 각국에서 거리 시위를 벌일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날 뿐만이 아니라 해당 주를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주간으로 설정하고, 4월 1일(만우절)을 ‘금융 바보들의 날’로 칭하여 세계 전역에서 금융 권력의 무책임성을 폭로하고 금융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촉진하자는 제안도 담겨있다. 4월 18일~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또 한 차례의 회의를 개최하여 유럽을 변화시키기 위한 집단행동과 전략의 다음 단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대안세계화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을 향해 금융거래과세연합이 제출한 성명서 등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구가 나열되어 있다. 이러한 요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핵심고리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성명서에 나열되어 있는 각종 금융통제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가 일차적이다. 유럽중앙은행의 권한에 대한 통제 없이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편 노동조합운동은 금융통제에 대한 사회운동의 요구와 결합하여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노동권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운동은 대안세계화운동과 결합하는데 취약했다.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을 계기로 이러한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사회포럼은 여러 사회운동들이 제출해 온 대안과 각국에서 벌어지는 투쟁을 연결하여 국제적인 공동행동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 역시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며 국제적인 공동행동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에 대한 오판과 단견 이명박 정부의 회심작 녹색 뉴딜 이명박 정부는 1월 6일 열린 2009년 첫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이하 녹색 뉴딜)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광복절 연설에서 녹색성장 전략을 선포한 후 각 부처가 발표한 녹색성장 정책 중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것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발표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의 핵심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동안 50조 원을 투자하여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정부 안에 따르면 녹색 뉴딜의 목표는 녹색경제 구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통해서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녹색 뉴딜 사업은 총 36개로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다시 세 가지 분야로 분류된다. 각 분야에 해당하는 핵심사업을 살펴보면 첫 번째 녹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분야에 4대 강 정비, 녹색 교통망 구축, 녹색국가 정보인프라 구축 사업이 포함된다. 두 번째 저탄소 고효율 산업기술 분야에 대체 수자원 중소댐 건설, 그린카 청정에너지 보급, 자원재활용 확대 사업이 포함된다. 세 번째 친환경 녹색생활 분야에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 활성화, 그린홈 그린빌딩 확산, 녹색생활공간 조성 사업이 포함된다.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한 정부가 새해 벽두에 녹색 뉴딜 사업을 의욕적으로 발표하자 이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녹색 뉴딜의 실제 내용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기존에 발표되었던 사업이 재탕 삼탕 중복되어 있었고, 창출하겠다는 일자리도 저임금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사업을 과연 녹색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먼저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녹색 뉴딜의 실상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기존에 발표되었던 여러 가지 정책이 중복적으로 짜깁기 되어 있어 새로운 정책이라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녹색 뉴딜 중 예산 대비 36%, 일자리 창출 규모 대비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4대 강 정비 사업은 ‘2단계 지역경제활성화 대책’과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로 이미 지난 12월에 중복 발표된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사업과 그린카 그린홈 확대 사업도 작년 8~9월에 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에 중복 포함되었던 사업이다. 사업 내용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투자 규모도 중복 산정되었다. 정부는 작년에 발표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 2013년까지 100조 원을 투입하고, 녹색 뉴딜 사업에 2012년까지 50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경남 호남고속철도사업(9조 7000억 원)과 4대 강 정비 사업(14조 원)이 중복 산정되었다. 이러한 비판을 정부 스스로도 인정해 녹색 뉴딜은 “여러 부처로 흩어져 방만하게 분산된 사업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해서 집중 추진하기 위한 것”(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이라는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렇게 재탕 삼탕되어 추진되는 사업의 실상은 훨씬 심각하다. 많은 비판으로 잠정 중지된 사업이나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업이 녹색 뉴딜로 포장되어 다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계획이 마련되기도 전에 시급히 기공식을 강행한 4대 강 정비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다른 이름으로 추진하려는 것이다. 또 녹색 뉴딜에는 물의 상품화와 민영화로 비판 받던 물산업 육성책이 포함되었다. 수자원공사와 국내 민간기업의 해외 물산업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토를 무분별하게 파헤쳐 환경을 파괴하고 부동산 거품을 연장하는 토목사업과, 저렴하게 제공되던 공공재와 사회 서비스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변형하는 민영화 사업을 경제위기 상황에서 녹색 뉴딜로 치장해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다. 셋째 녹색 뉴딜의 일자리 창출 전망이 과장되었고 창출되는 일자리도 대부분이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정부는 2005년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의 취업유발계수에 따라 계산한 결과 9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경우 공사비 10억 원당 17명의 고용이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산업 구조가 노동절약형으로 바뀐 상황에서 이러한 단순 계산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4대 강 정비사업 등 주로 중장비를 사용하는 대형 토목사업은 일반 건축업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창출되는 일자리 절대 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이다. 녹색 뉴딜의 대부분이 토목 사업이거나 일회성 사업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일자리 96만 개 중 95% 이상인 916,000개(95.8%)가 건설직이나 단순생산직이다. 전문기술직이나 관리직은 35,270개(3.7%), 서비스직이나 사무직 4,994개(0.5%)에 불과하다. 또 청년층(15~29세) 일자리 창출은 99,000개에 불과하고 이 역시 90%가 건설직과 단순생산직이다. 따라서 창출되는 96만 개 일자리는 자금이 투입되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나마도 실제로는 4년 동안 24만 개 정도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 유지된다. 정부가 총 일자리 규모를 연인원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법 개악,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노동조합 활동 탄압을 통해서 비정규직에게 구조적으로 부과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 노동조건과 복지수급의 차별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 뉴딜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절대 다수가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노동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 넷째 환경을 파괴하는 토목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친환경적인 녹색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4대 강 정비 사업을 포함해서 녹색 교통망 확충, 중소댐 건설, 매립지 재개발 등 녹색 뉴딜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사업이 토목 사업이다. 이는 ‘녹색’, ‘친환경’, ‘청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이미지 개선과 거짓 선전을 위한 녹색분칠에 불과하다. 실례로 녹색 뉴딜 사업에는 녹색 교통망을 확충하기 위해서 철도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사업담당기관인 국토해양부는 도로건설에 과잉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한 중소댐 건설도 동강댐 건설 무산 이후에 추진 기회를 엿보고 있는 댐 건설 사업을 다른 이름으로 계속하기 위한 술책이다. 녹색 뉴딜은 너무 허술해서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보수언론과 경제기관마저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누가 봐도 허술한 정책을 녹색 뉴딜로 포장해서 급하게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 대책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급박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 전년 동기 대비 0%대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에 비교해서 각각 19%와 17.4% 감소했다. 수출 부진에 따른 국내경제 위축도 장기화될 전망이고 건설, 조선업을 필두로 기업 부도와 구조조정이 진행되어 대규모 실업발생도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한 경제위기 대응 계획이 절실했다. 그러나 녹색 뉴딜의 허술함은 이명박 정부의 실상을 드러낼 따름이다. 단순 짜깁기에 불과한 정책을 마치 새로운 국가경제 계획인 마냥 내놓았다는 점에서 녹색 뉴딜은 현 정부의 무능력과 뚜렷한 해법이 없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다. 오바마에서 국제노총까지, 세계적인 녹색 뉴딜 열풍 오바마의 녹색 일자리 그러나 녹색 뉴딜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임을 앞둔 오바마는 ‘미국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청정에너지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해 5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백만 대의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역시 녹색 일자리(green jobs)를 강조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에 새로운 장을 열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과의 차이점이라면 댐, 교량,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전통적 경기부양책은 에너지 고소비 구조라며 후순위로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우선 오바마의 녹색 뉴딜 구상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미국의 세계적인 리더십 회복이다.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된 상황에서 기후변화 협상이 유럽 주도로 흘러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그 과정에서 확장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장, 탄소거래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2006년 301억 달러를 기록한 세계탄소시장은 2010년 1,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시장을 선점한 유럽이 80%를 지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오바마가 내세우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 대부분이 시장과 산업 육성에 맞춰져 있다. 셋째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 중에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CCS) 기술을 활용한 청정 석탄이 포함되어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기술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이산화탄소의 누출 위험이 크고, 또한 이 기술을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석탄 이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식물성연료 정책이 계속 추진된다. 오바마는 식물성연료 생산을 2030년에는 휘발유 생산량의 두 배인 2,271억 리터(600억 갤런)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식량생산 농지를 축소하고 초민족 농기업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대량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오바마의 녹색 뉴딜 정책 역시 몇 가지 급진적인 수사를 동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세계 패권 강화,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위기 해결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바마 뿐만 아니라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도 청정에너지 투자와 10만 개 일자리 창출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녹색 뉴딜을 발표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비슷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녹색 성장, 녹색 뉴딜 열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보적인 싱크탱크가 의욕적으로 발표하는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 경선 당시부터 오바마의 브레인 역할을 했고, 소장을 역임한 존 포데스타가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된 미국진보센터(CAP: Center for America Progress)는 ‘진보적 성장’을 주창하고 나섰다. 청정에너지, 혁신, 기회균등을 미국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한 진보적 성장은 앞서 보았듯이 이미 오바마의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영국 신경제학재단, 연기금을 통한 녹색 뉴딜 영국의 신경제학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도 2008년 7월 ‘녹색 뉴딜’ 보고서를 발표했다(http://www.neweconomics.org/gen/z_sys_publicationdetail.aspx?pid=258 참고). 복지경제학과 환경주의에 대한 진보적인 시각을 표방하는 신경제학재단은 블레어 내각의 사회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외채탕감 캠페인인 주빌리2000을 발의하고 주도적으로 참가했다. 그들은 현재를 3중의 위기 시대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야심찬 대안으로 녹색 뉴딜을 제시했다. 그들에 따르면 현재는 금융세계화로 인한 금융위기의 시대,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시대, 석유생산정점으로 인한 에너지위기의 시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을 다시 규제하고 조세 제도를 개혁해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 방향이 실업문제 해결과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녹색 뉴딜은 강력한 금융 규제, 거대 기업과 부자에 대한 증세, 어마어마한 공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1930년대의 뉴딜과 같다. 그러나 현재 큰 규모로 조성되어 있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적연금, 은행, 보험기금이 새로운 뉴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녹색 뉴딜을 위해서는 영국 내에서 탄소세를 강화하고, 탄소거래에 대한 가격규제를 개발하고,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뉴딜 정책에 필요한 비용은 탄소세와 탄소거래에 대한 세금, 독점 석유기업에 대한 횡재세와 같은 조세 개혁으로 충당될 수 있다. 반면 녹색 뉴딜을 영국 외부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연기금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연기금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되도록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기후변화가 경제에 끼칠 파국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녹색 뉴딜은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새로운 경제학 재단의 문제의식은 매우 거시적이고 포괄적이다.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위기의 여러 측면을 3중의 위기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대책으로 녹색 뉴딜을 제안한 점은 야심찬 측면이 있으나, 연기금을 활용해서 세계적인 차원에서 녹색 뉴딜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몽상적이다. 현재 금융위기로 연금 수익률이 하락하고 손실이 확대되면서 연금 운영 자체가 파탄이 날 지경이다. 한편 지난 12월 폴란드 포츠난에서 열린 13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오히려 경제위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이 인정되고 탄소시장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와 자발적인 책임성을 강화해서 세계적인 뉴딜의 지렛대로 삼자는 주장은 제안자들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발생시킨 금융자본의 권력과 행위 메커니즘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의 녹색 일자리 한편 최근 국제노총(ITUC)과 국제노동기구(ILO)도 녹색일자리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국제노총, 국제노동기구, 유엔환경계획(UNEP)이 모여 2007년 출범시킨 ‘녹색 일자리 이니셔티브’(Green Jobs Initiative)에는 2008년부터 국제사용자기구(IOE)도 참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정책에 적합한 일자리를 연구하고 확산하기 위해 시작된 이 모임은 2008년 9월 ‘녹색 일자리: 지속가능한 저탄소 세계와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http://www.unep.org/labour_environment/features/greenjobs.asp 참고).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의 진행을 막고, 사회 경제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전 세계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고 파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 일자리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이미 세계적으로 230만 개 이상의 존재하는데 이러한 일자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 수송, 원자재 생산, 재활용, 농업, 산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녹색 일자리는 특히 청년, 여성, 농민, 빈민에게 유용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저개발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보고서는 녹색 일자리와 녹색 경제로의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기술격차를 축소하고, 잠재적인 녹색 일자리를 육성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고, 조세 개혁이나 보조금 같은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개발국을 위한 막대한 세계적 투자가 필요한데, 재생에너지 육성 등 녹색 경제 건설에 정부개발원조(ODA)가 대폭 증가되어야 한다.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는 기존의 정부개발원조는 개혁되어야 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정개발체제(CDM)는 거래비용을 축소해 소규모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한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정한 세계화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소득 보장, 재교육, 기업가정신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의 캠페인은 녹색 일자리라는 긍정적 개념을 설정한 후에 녹색 산업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변화를 이끌 방법으로 국제적인 협력과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다. 환상적 희망에 근거한 이러한 계획은 유엔의 빈곤퇴치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기구의 캠페인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다. 녹색 일자리와 경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강조한 것에는 상세히 검토해볼 부분이 있으나, 현재의 세력관계에서 국제적 합의를 통한 녹색 일자리 창출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본격화되고 대안세계화운동이 부상한 1990년대 이후 외채탕감이나 빈곤감축이 국제기구와 NGO에 의해 제한적으로 수용되었으나, 실효성이 없었고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왜곡되었다. 국제노총은 국제기구들 사이에서 활동하는 노동자운동의 국제로비기구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자본-노동의 세력관계에서 대화와 합의를 통해서 성취 가능한 변화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노동자 계급의 힘이 큰 자본주의 성장기에 가능했던 사회적 대화를 언제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변화의 수단으로 격상시킨다는 점에서 오류가 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오판과 단견 각국 정부, 싱크탱크, 국제기구, 심지어 국제노총에서 녹색 뉴딜은 현재의 위기에 대한 만병통치약처럼 처방되고 있다. 녹색 뉴딜 열풍이 부는 까닭은 무엇보다 경제위기와 생태위기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위기의 범위가 지역적 차원에서부터 국가적 차원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육성과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와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응하려고 한다. 실제 정책 집행의 책임성에서 벗어나 있는 싱크탱크는 훨씬 거대하고 아름다운 세계적인 뉴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국제노총도 녹색경제로의 전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녹색 뉴딜은 가능한 것인가? 우선 녹색뉴딜의 차원을 세 가지로 나누어 검토할 수 있다. 첫째 녹색분칠에 불과한 녹색 뉴딜, 둘째 생태적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 셋째 생태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 녹색분칠에 불과한 녹색 뉴딜은 이명박 정부에 해당된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기존 사업 내용을 포장한 것에 불과하고, 현안에 대해서 단순하게 대응하는 표피적인 정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반환경적인 사업이 대부분인데도 녹색이라고 강변한다. 생태적 근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은 오바마, 여러 싱크탱크와 국제기구의 정책에 해당된다. (생태적 근대화는 제도 개선과 기술 혁신을 통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념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운동』 2008년 11-12월 호에 실린 「과거를 딛고 새로운 생태운동을!」을 참고하라.) 정책의 일관성이 있고, 생산의 단계부터 상당한 경제구조의 변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산업의 녹색화를 추진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적 근대화는 친환경적인 생산 방법을 추구하지만 경제 시스템이 운영되는 기본 원리는 변화시키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즉 더 많은 이윤축적을 위한 더 많은 생산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원리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적 근대화는 자본주의의 합리화를 추구하는 데 머무를 수밖에 없다. 생태적 변혁을 목적으로 하는 녹색 뉴딜은 찾아볼 수 없는데, 생태적 변혁이 경제 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뉴딜’이라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녹색 뉴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의 성격을 잘못 파악하고 임기응변 격의 해법을 제시하는데 있다. 우리가 강조했듯이 2차 세계대전 후 호황을 맞았던 자본주의 경제의 축적이 위기를 겪은 후에 그 대응책으로 등장했던 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다. 지금은 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위기가 시작된 국면으로, 대안적인 축적체계와 헤게모니 국가가 없기 때문에 위기의 깊이와 범위는 매우 심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잉여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방안, 즉 새로운 축적체계가 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특정 산업육성 정책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생태위기도 경제위기만큼이나 심각하다. 석유생산의 정점이 임박하면서 화석연료의 부족이 현실적인 위험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화석연료의 에너지를 상품 생산과 유통의 동력으로 사용해서 확장될 수 있었다. 화석연료는 자본주의의 역사에 뿌리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화석연료의 막대한 사용으로 석유생산정점과 동시에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혁명이 이후 지금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고작 0.8℃ 높아졌을 따름인데 21세기에는 최소 2℃에서 최대 6℃까지의 변화가 예상된다. 평균기온 5℃ 이상의 변화는 지질학적 연대기에서 지구 역사상 다섯 차례 존재한 대멸종(생물종 50% 이상의 멸종) 시기의 변화에 상응한다. 그런데 화석연료와 기후변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변혁, 즉 물질과 재화의 생산량과 생산목적이 모두 변화해야 한다. 이윤을 위해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녹색 뉴딜은 정책 조정으로 경제위기와 생태위기라는 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환상이 만들어낸 희망일 뿐이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는 훨씬 심각하다. 변화를 위한 운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다.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혁신! 사회운동의 이념 재건! 자본주의 위기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자! 우리는 범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폭발을 목격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전쟁, 생태위기, 인종주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자본주의 세계화의 비극적 결말이라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한 민중적 국제적 대안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반동적 야만적 질서로 후퇴할 것인가, 이를 결정짓는 국면에 들어섰다. 우리의 시급한 과제는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단결, 사회운동 이념의 재건이다. 1. 오늘날 세계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 이념, 전략의 파산을 의미한다. 세계 자본주의는 금융위기와 이윤율의 하락으로 대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G20은 자본주의 붕괴경향을 역전시킬 수 없다. 2. 한국은 IMF를 계기로 전면적인 금융자유화, 노동신축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신흥시장 붕괴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례없는 경제위기는 이미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 궁핍과 불안전에 처해있는 노동자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집행자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우익적으로 승계한 이명박 정부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3. 이런 상황에서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잇는 이른바 민주개혁세력과 제휴하여 이명박 정부에 반대한다는 낡고 실패한 발상이나, ‘민주대연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신자유주의 세력의 실패를 딛고 대안세계화운동을 건설함으로써 사회운동의 주도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우리 운동의 일관된 요구와 행동은 정치의 새로운 국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4. 사회운동의 통일성과 주도성은 현 국면에 대한 공동대응으로부터 형성된다.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하여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단결은 우리가 먼저 추구해야 할 목표다. 노동조합, 정치 사회운동을 망라하여 현 정세를 인식하기 위한 논의와 공동투쟁을 조직하자.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추구하는 투쟁요구로 전국적 전선을 형성하자. 노동자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권리를 지키고 금융자본에 대한 전면적 억압과 생산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하자. 이로써 진정한 의미의 사회화, 노동자통제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세계로 나아가자. 5. 우리의 대안세계는 임금노동을 폐절하는 ‘자유로운 노동자 연합’을 지향한다. 또한 노동과 성욕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실현하고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권리로 인정하는 페미니즘을 옹호한다. 우리는 생태파괴-질병-전쟁으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발명할 것이다. 대안세계를 지향하는 사회운동은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며, 차이를 존중하고 연대를 추구한다. 대안세계를 향한 우리의 운동은 현재 직면한 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과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 사회진보연대가 1998년 IMF-DJ 체제 아래 새로운 사회운동 창출을 기치로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다. 현존 사회주의 붕괴와 신자유주의 반격 속에서 우리는 ▲사회운동의 변혁적 사상 이념의 재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군사세계화에 대한 국제적 민중적 대안 수립, ▲노동자운동, 대중운동 혁신을 우리의 과제로 정립했다. 물론 우리의 실천 과정에서 오류와 한계는 필연적이었다. 우리는 과거 활동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엄정한 자기비판 속에서 또 다시 우리 운동 역사의 새 장을 열어나갈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혁신과 단결로, 노동해방 여성해방 인간해방의 확신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 2008년 12월 7일 사회진보연대
현 시기는 2010년대로 예상되는 미국 헤게모니 하의 세계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 국면이 진행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좌파의 약진이 아니라 좌파의 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남한 민중운동진영의 현실도 세계적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2007년 9월 16일 한국진보연대의 출범으로 가속화된 반신자유주의운동 내부의 분열, 2007년 대선과 민주노동당의 분당, 노동자운동 조직의 오래된 정파갈등 속에서 남한 노동자운동은 총연맹, 산별, 단위노조에 걸쳐 대체로 코퍼러티즘과 청원형 투쟁에 갇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민중운동의 이념과 정치노선과 조직노선을 둘러싼 명확한 논쟁이 형성되지 않은 채 이론적으로는 ‘이론적인 실용주의’ 혹은 ‘아나키즘 경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고, 실천적으로는 개별 이슈 중심의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현재 남한 민중운동의 이러한 난맥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운동이념과 노선, 실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논쟁이 재개되어야 하며, 동시에 현재 경제위기에 맞서는 공동의 투쟁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글에서는 세계경제위기라는 조건 하에서 남한 민중운동의 실천적 논점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공동의 투쟁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한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한국 민중운동의 대응의 한계 한국사회에서 IMF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금융화와 궁핍화(즉, 노동의 불안정화)를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첫 번째 측면인 금융화는 주식시장 부양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개방, 외환 자유화, 외국인 소유제한 완화 또는 철폐, 금융 ‘선진화’를 통해 단기적 금융투기에 적합한 형태로 남한사회의 경제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생산에 근거를 둔 산업자본 조차도 사내 기업유보금을 통해 주식, 채권 투자 등 금융부문에 대한 투자와 단기적 수익창출,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위한 상시적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등이 기업경영의 핵심적인 요소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조치로 외자유치라는 이름으로 초민족자본의 이윤창출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와 민영화가 추진되었고, 한편으로는 금융허브 혹은 금융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지주회사법, 금산분리 완화 등을 통한 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추진해왔다. 두 번째 측면은 노동의 불안정화(유연화)로 노동자들의 임금, 고용, 노동조건을 자본의 이윤확보에 유리하도록 공격하는 것이다.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변형시간근로제로 대표되는 노동법 개악은 이러한 자본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제도화였다. 반면 남한 민중운동은 세계자본주의의 이윤율의 저하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반격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로 98년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노사정 사회협약을 통해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법제화에 합의하는 오류를 범하였다. 이것은 이후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지속적인 패퇴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남한 민중운동의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응은 초기부터 오류와 한계를 노정했다. 첫재,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는 탈규제, 즉 자본시장 개방, 외환 자유화, 외국인 소유제한 완화 또는 폐지, 금융 선진화 등 남한사회의 경제구조의 전면 재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중운동을 조직하지 못했다. 남한 사회의 경제구조는 미국발 경제위기의 충격파에 대한 영향의 측면에서나 향후 사회를 재건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식적인 사회운동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남한 사회운동의 현 주소를 반영한다. 둘째, IMF 경제위기와 함께 남한의 민중운동의 적나라한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적 공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운동진영은 정권과 자본의 경제위기와 고통분담 이데올로기에 압도당했다. 우선 98년 IMF 경제위기 하에서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 수용은 노동자운동 스스로가 노동유연화를 받아들여 비정규직 확대 확산의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였다. 다음으로 드러난 것은 정리해고 반대투쟁 과정에서 발생했던 소위 ‘밥.꽃.양’으로 상징되는 여성중심의 정리해고의 수용이었다. 노사정위에서의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제 수용’으로 IMF 경제위기에 대한 초기 대응에 실패한 후 98년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반대 투쟁은 향후 정세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현대자동차 사측에서는 1538명의 정리해고를 단행하려했고, 노조 지도부는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없을 것이라며 파업에 임했지만 정권과 자본의 총공세에 직면하여 277명을 해고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게 된다.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혹은 회사의 회유에 의해, 그리고 계속되는 파업에 지쳐 떠난 식당 여성노동자 133명의 자리를 남성 노동자들이 채운 채로 정리해고는 받아들여지게 된다. 당시 IMF 경제위기 하에서 사내 부부의 경우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등 여성 우선 정리해고가 사회적으로도 확산되었다. 향후 정세를 좌우할 만큼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던 현대자동차에서 여성 우선 정리해고 수용은 남성중심의 남한 노동자운동의 한계를 보여주었으며, 여성 우선 정리해고를 일반화시키고 성별분업,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동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수 여성운동의 노동자운동에 대한 불신을 강화시켰고, 여성들만의 특수한 이해를 중심으로 한 여성운동의 경향을 강화하는 계기로도 작동했다. KTX 새마을호 투쟁 과정에서도 일부 드러난 바와 같이 정규직, 남성 중심의 노동자운동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강한 일부 여성운동은 정규직 임금동결을 통한 여성노동자의 문제 해결 등을 요구했다. 향후 닥쳐오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이 또 다시 여성 우선 정리해고를 수용할 경우 IMF 당시와는 다르게 여성운동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노동자운동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비정규직 투쟁으로 대표되는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990년대 말 비정규직 투쟁이 본격화된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투쟁이 장기화 되고 투쟁의 성과를 제대로 축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견, 용역, 하청, 특수고용 등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노동자들조차도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이 너무도 판이하게 다르고, 해당 투쟁을 둘러싼 정세와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비정규직 투쟁을 일반화해서 평가하는 데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다만 이 글에서는 ‘비정규직 운동 혹은 투쟁’을 어떤 관점으로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적인 평가를 하고자 한다. 비정규직의 문제의 본질은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통한 노동자 분할통제와 그를 통한 노동자 착취 강화라는 국가와 자본의 전략에 대한 대응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의 대응은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화를 관철하기 위한 국가와 자본의 제도도입에 맞서는 투쟁과 국가와 자본의 구조조정과 노동 유연화에 맞서 정규직/비정규직, 대공장/중소영세사업장, 남성/여성, 이주/정주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기 위해 공동의 투쟁을 형성하는 것이다. 첫 번째 노동법 개악 반대 투쟁과 관련해서는 이미 1998년 노사정 협약을 통해 기선을 제압당한 이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면서 제대로 된 투쟁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결국 주5일제의 도입과 변형시간근로제 등 노동법 개악을 맞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두 번째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의 확대를 위한 공동투쟁의 형성의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투쟁을 형성하지 못했다. 많은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확대하기보다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자신의 고용의 방패막이로 사고하거나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조의 활동을 통제하거나 심지어 정규직 조합원들이 사측의 구사대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조직화된 비정규직 운동 또한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공동의 운동전망을 확대하기보다는 정규직과는 또 다른 실리주의적인 한계에 갇혀있기도 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향후 운동을 전개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라는 상황과 관련하여 정규직들의 자기 방어적 태도를 어떻게 규정하고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혹자는 정규직 노조운동은 이미 끝났다라고 규정하고 비정규직만이 희망이라고 결론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를 변혁하는 투쟁은 임노동 제도에 근거한 착취를 폐절하는 투쟁이기 때문에 착취에서 배제된 실업 반실업 노동자들만을 조직화의 중심으로 해서 성공할 수 없다. 현재까지 비정규직 운동이 보여주듯이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이유만으로 운동이 활성화될 수는 없으며, 배제 혹은 주변화 된 노동자들의 존재조건이 혁명적 주체를 보증할 수는 없다. 현재의 정규직 노조의 실리적인 입장을 비판하고 바꾸어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반 편향으로 비정규직 노조만을 강조할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고용, 노동조건의 격차가 현격한 현재 조건에서 자본의 정규직 이기주의 이데올로기에 휘말려 자본의 노동자 분할전략에 공동으로 맞서기보다는 자칫 상호 갈등을 확대하거나 적대적인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따라서 기존의 비정규직 운동 과정에서 드러났던 편향과 한계들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비정규직 투쟁과정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확대하고 의식화, 조직화를 통한 운동의 주체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가 되기보다 개별 사업장에서의 경제적 투쟁의 성과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팽배했으며, 조직화된 사업장조차도 별도의 의식화, 조직화를 위한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따라서 우리를 포함하여 일부에서는 기존의 정규직 노조의 임단투의 한계를 이유로 노동자들의 경제투쟁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축소와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 경제투쟁의 중요성에 착목하면서도 경제투쟁의 양적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의 형성과 단결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투쟁의 요구를 마련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정규직 철폐를 당면 목표로 사고하고 정규직화 쟁취를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비정규직 철폐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변혁함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목표이고 현 시기 비정규직 투쟁의 방향은 정규직과 실업 반실업자의 단결을 강화, 확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당면 현실에서 정규직화 쟁취를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순간 해당 정세와 운동의 주체적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개별 사업장에서 정규직화를 관철해야 하는 모순에 부딪힌다. 결국 될 때까지 투쟁하고 승리하지 못하면 조직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현재의 계급 역관계와 자본주의의 조건을 고려할 때 당장의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일부 사업장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화될 수 없다. 따라서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작은 경제투쟁의 성과라도 노동자운동 전체 차원에서나 해당 노조의 차원에서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의 확대와 강화, 의식화, 조직화를 통한 운동의 주체형성이라는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는지가 관건적인 것이다. 넷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다. IMF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와 실업에 대한 대안으로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대량실업(정리해고)에 대한 차악의 선택으로 신자유주의적인 실업의 조직화(비정규직화)로 귀결되며, 비정규직화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켰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신자유주의 하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항상 변형시간근로제와 함께 도입되어 초과노동주인 특근을 연장하고, 초과노동일인 잔업을 증가시켜서 일자리 나누기는커녕 실질임금의 삭감과 실질 노동시간 연장으로 귀결되었다. 남한의 경우도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제출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조건 개악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후퇴하다가 정작 주5일제 법제화를 앞두고 주 5일제 시행과 맞바꾸어진 노동법 개악 저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경총 등 자본가단체가 이미 주 5일제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변형시간근로제 등 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변형시간근로제란 노동의 유연화를 의미하는 데, 자본가의 또 다른 꿈은 변형근로제의 절정인 노동년제의 시행이다. 1일이나 1주 단위로 노동시간을 계산하는 노동일제나 노동주제가 아니라 1년 단위로 노동시간을 계산하는 것이다. 노동년제를 통해 시장수요가 감소할 경우에는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잔업과 특근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시간이 개별화되면 임금도 개별화되게 된다. 임금의 유연화를 상징하는 것이 연봉제인데, 남한에서 생산직은 아직 연봉제가 아니지만 기술관리직은 대부분 연봉제가 적용되었다. 자본가의 꿈은 모든 임금을 연봉제로 적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변형시간근로제 등 노동유연화가 아닌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노동주가 아니라 노동일을 단축해야 한다. (예컨대 8시간 노동에서 6시간 노동으로!) 하지만 노동일 단축은 임금인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투쟁이다. 이를 관철시키는 것은 정책대안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노동자운동의 투쟁역량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앞으로도 노동자운동의 역량과 조건,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파악하고 명확한 투쟁방향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IMF 당시의 오류를 또 다시 반복할 수 있다. 다섯째, 민영화 사유화 반대투쟁으로 촉발하여 사회공공성 투쟁으로 확장되고 있는 투쟁 흐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민영화 사유화 반대투쟁은 초민족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공기업의 주식상장, 민영화, 사유화 등 지분소유구조 재편의 문제이므로 경제구조와 관련된 투쟁의 성격이 존재하고, 그 과정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반대투쟁이기도 하며, 민영화 사유화로 인한 초민족자본, 재벌의 이윤확대를 위한 요금인상, 서비스 하락 등에 맞서는 투쟁이므로 공적 서비스를 방어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최근 촛불시위 등을 통해 물, 에너지, 교통 등을 넘어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등 민영화 시장화로 인한 공적 서비스를 훼손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으나, 이명박 정부는 기만적인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민영화, 시장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동안 민영화 사유화 반대투쟁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이 아니라 사업장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넘어서지 못했고(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이 고용위협이 없으면 투쟁하지 않는다) 더불어 공적 서비스의 축소와 요금인상에 반대하는 대국민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여기서는 이와 같은 민영화 사유화 저지 투쟁의 한계를 공유하면서 공공성, 특히 사회공공성 투쟁이 의도하건 아니건 함축하고 있는 물, 에너지, 교통,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등 사회공공성의 확대, 강화를 통한 사회변혁이라는 관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한다. 사회공공성 개념은 공기업화(국유화)의 확대를 통한 반독점 사회화 이행전략의 차원과 공공부문의 방어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의 방어라는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 사회변혁의 전략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반독점사회화전략/대안경제전략은 영국 노동당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영국 노동당은 1945년부터 6년 간 집권하여 기초부문(석탄을 비롯한 에너지 부문, 철도, 전신을 비롯한 교통, 통신 부문)과 공공서비스 부문(교육, 의료 부문)을 국유화 대상으로 설정하고 국유화를 실행했다. 1973년에 이르러 국유화 강령을 급진화하려는 노동당 좌파가 등장하여, ‘대안경제 전략’을 제시했다. 대안경제전략은 일관되게 유럽연합 가입에 반대하면서 대신 민족경제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지주회사의 설립을 제안했는데 유상매입을 통한 국유화 방식은 유지하되 국가가 중심이 되어 지주회사를 설립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국가지주회사를 통한 국유화를 성장산업 전체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공산당의 반독점 구조개혁 강령은 국유화를 강조하지 않는다. 무솔리니 파시즘이 체계적인 국유화를 위해 국가지주회사를 제안한 바 있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 역시 무솔리니의 파시즘 경제강령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성장산업을 유상매입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도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이를 위해 노사정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지주회사,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경제 전략으로 집권한 노동당이 1975-76년 전후 최초로 경제위기를 맞으며 국가지주회사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미테랑 정부도 이와 유사한 국유화 계획을 입안하지만 자본도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반독점사회화/대안경제전략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무상몰수가 아닌 유상매입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본의 초민족화라는 현실에서 자본도피의 위협에 무력하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판명되었다. 또한 현실적 실행과정에서는 노동자연합에 의한 사회의 실질적 통제라는 방향 아래서 운동주체의 역량을 확대, 강화하여 사회적 관계를 재편하고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변혁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코퍼러티즘 체계에 의존하여 자본주의적 모순을 재생산했다. 따라서 유로코뮤니즘의 (민족적인 수준의) 반독점사회화 전략은 정책의 실현가능성 차원에서 유효성이 크게 상실되었다. 사회공공성 즉, 공공성과 사회복지를 이행의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행을 위한 이행’의 문제점.) 공공성 투쟁에 대한 관점은 임금투쟁에 대한 관점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 임금투쟁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제한하기 위한 투쟁이자만 임금제도 자체의 혁파를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써만 의미를 지닌다. 물론 임금투쟁에서도 최저임금, 생활임금의 확보와 노동자 간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경향과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격차 확대를 목표로 삼는 비즈니스 노동조합의 경향이 존재할 수 있듯이 공공성, 사회복지의 방어라는 측면에서도 이러한 경향들 간의 갈등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투쟁의 방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민중들의 건강에 대한 권리/요구(보건의료), 지식에 대한 권리/요구(교육), 교통, 물 에너지, 사회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구체적인 정세와 대중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하여 대중운동을 활성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계기를 확보해야 하다.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와 이행 신자유주의: 역전 가능한 정책인가, 자본주의 최종적 위기인가 한 세기 전 영국 헤게모니 하의 세계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제국주의를 둘러싼 논쟁이 제기되었던 것과 유사하게 미국 헤게모니 하의 세계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한 오늘 날에도 신자유주의를 둘러싸고 논쟁이 제기되고 있다. 1902년 자유주의자인 홉스가 『제국주의론』을 통해 제국주의 정책이 끼치는 나쁜 영향으로부터 자유주의를 보호하고 영국을 개선시키려는 목적으로 자본의 집중, 경제의 기생성, 과두지배, 군국주의 등 폐해를 낳고 있는 제국주의를 비판했다. 홉스에게 있어서 제국주의는 역전 가능한 정책으로 이해되었다. 이에 반해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본성상 필연적 과정이자 ‘자본주의 최고 최후의 단계’로서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라고 규정하고,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분할, 재분할을 둘러싼 전쟁의 발발 속에서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러시아 혁명이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유사하게 오늘날 새케인즈주의자들은 신자유주의를 역전 가능한 하나의 정책으로 묘사하며 국제적인 공조 아래 은행들의 (일시적인) 국유화, 예금보장, 거시 경제적 경기부양을 위기 타개책으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 운동진영 일부에서도 이러한 부르주아들의 이데올로기를 고려하여 문제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라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역전 가능한 정책이 아니며, 미국 헤게모니 하의 세계자본주의의 과잉축적과 이윤율 저하에 따른 필연적인 과정이자 현 시기 자본주의의 존재형태일 수밖에 없다. 레닌에 유비하자면 미국 헤게모니 하의 ‘자본주의의 최고 최후의 단계’로서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라고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신자유주의 비판’이냐 자본주의 비판이냐는 허구적 논점에 갇힐 것이 아니라 이미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신자유주의 비판의 이데올로기를 급진화하고 구체적인 투쟁 요구를 제기하여 대중투쟁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자본주의 최고 최후의 단계, 타락하고 부패한 투기적인 자본주의로서 신자유주의를 넘어 자본주의 생산양식 자체를 변혁하고 대안사회를 건설해야 함을 선전, 선동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의 심화와 붕괴: 대안사회로의 이행인가, 반동적 정치세력의 출현인가 19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연결시키는 사건은 바로 파시즘의 집권이었다. 즉 대공황이 파시즘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물론 파시즘은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출현했다. 레닌이 지적했듯이, 식민지와 시장을 둘러싼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팽창주의 경쟁은 전쟁을 향한 필연적인 경향을 낳았고 이것이 1차 세계대전으로 폭발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폐허가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의 악명 높은 참호전과 독가스 속에서 연합군 500만 명, 패전국 400만 명이라는 유례없는 전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참혹한 전쟁의 여파로, 유럽에서는 반동적 정치체제에 도전하는 노동자운동과 혁명운동이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민족주의나 인종주의를 자극하며 파시즘이 등장했다. 파시즘은 기존 정치세력이나 정치제도에 대한 환멸과 냉소를 지닌 이들을 열광시켰고,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되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던 짜깁기식 경제정책을 제시했다. 유럽에서 파시즘은 자본가, 군부, 귀족 등이 후원자가 되고, 제대한 군인과 도시와 농촌의 중간계급이 대중적으로 파시스트 운동에 참가함으로써 극적으로 확산되었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에서 촉발된 대불황의 영향은 즉시 유럽 경제에 파급되어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서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자유무역이 쇠퇴하고 생존전략으로써 지역 블록화가 모색되어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 경제위기와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1932년 오타와에서 열린 대영제국 경제회의에서 영국과 그 속령 간에 특혜관세가 설치되면서, 몇 개의 국가를 하나의 블록으로 통합해 타 지역에 봉쇄적인 무역정책을 취하는 블록 경제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국제금본위제의 붕괴는 세계 여러 나라를 통화권별로 분열시켜 파운드 블록, 달러 블록, 마르크 블록, 프랑 블록 등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각각 열강을 중심으로 경제권을 형성하면서 차별관세, 구상무역, 수입통제, 외환관리 정책으로 역내의 자원과 시장에 대한 배타적 지배를 강화했다. 또한 블록 내에서는 국가 간 요소이동을 자유화함으로써 지배국의 자본 수출이나 기업 진출을 촉진시키는 반면, 식민지나 속령의 공업발전을 억제함으로써 국제분업체제를 구축하고 경제적 지배 예속 관계를 고정시켰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블록화는 식민지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에서 파시즘의 강화, 전쟁을 향한 충동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물론 전후 세계는 2차 세계대전 직전과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가장 큰 특징이 1세기 전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 분할, 재분할을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전쟁이 촉발되었다면, 현 시기는 금-달러 태환, 고정환율제를 근간으로 하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1970년대에 실질적으로 붕괴한 이후에도 미국, 유럽, 일본 등 중심부 국가들 간의 경제적 상호 관계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들 간의 전쟁의 가능성은 당장 그리 높다고 말할 수 없다. 이들 중심부 국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자본이동이나 무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도 매우 높다. 현재 시점에도 금융위기에 대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정책공조가 가능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이 나머지 세계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강제적으로 유지하려는 욕구는 더욱 높아질 수 있고 이것이 중동, 라틴 아메리카, 동아시아에서의 국지전 혹은 대리전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전쟁이 극적으로 증명한 사실이다. 또한 세계경제에서 소외된 지역에서 발발하는 상호 파괴적 전쟁,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인종전쟁과 같은 비극적 사례는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현 시기 또 하나의 특징은 1세기 전 영국 자본주의의 위기 시에는 강력한 식민지 해방운동 혹은 민족해방운동이 존재했는데, 반해 현재는 이러한 강력한 운동주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대안적인 운동세력이 취약한 조건에서 경제위기의 심화는 이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의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보수주의, 인민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2차 세계대전 직전과 유사한 경제의 블록화와 상호 파괴적 대립을 선동하는 반동적 정치세력이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나 보수적 반동적 반세계화를 넘어서는 대안적 세계화의 전망이 시급하며, 이를 추동할 수 있는 대안적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의 형성이 관건이다. 자본주의 체계 변혁과 이행 주체의 형성 투쟁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정세인식에 있어서 자본주의의 객관적 조건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주체역량에 대한 분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객관적으로 대중운동이 분출하는 조건에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투쟁계획과 전망을 제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대중운동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객관적,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만 착목하여 ‘자본주의 변혁을 위해 봉기하자’고 선전, 선동하는 것만으로는 대중들의 투쟁이 형성되지는 않는다. IMF 경제위기의 학습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구조조정 투쟁의 패배와 지속된 투쟁의 패배 속에서 집단적 투쟁을 통한 승리의 전망을 공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자 대중들은 그것이 어리석은 기대일지라도 손쉽게 자신의 고용을 방어하기 위해 고통분담과 임금동결(실질임금 삭감)에 동의하고 투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경제위기라는 조건은 극단적인 생존의 위협 속에서 대중들이 노동자대중의 보편적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타적 이해만을 관철하기 위한 반동적인 정치로 쏠릴 수도 있다. 현재 동북아의 정치지형과 남한사회의 노동자 내부의 분할, 인종주의, 민족주의적인 이데올로기 지형은 반동적 정치에 지극히 취약할 수 있다. 현실의 운동은 계급투쟁의 역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운동주체, 대중투쟁의 형성 없이는 아무리 급진적인 요구와 대안도 공허할 뿐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의 해결불가능성과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변혁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과 토론, 선전, 선동을 강화하면서도 이와는 독자적으로 대중투쟁을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중투쟁의 요구와 계획, 즉 이행강령을 마련해야 한다. 바로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위한 이행강령(이행요구)을 중심으로 현재의 투쟁전선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세에서 이행강령(요구)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실현 불가능한 급진적 요구나 급진적 이념을 선동하는 것만으로는 사고될 수 없다. 그것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분할되어 있는 노동자대중의 계급적 단결,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실업자, 반실업자), 여성과 남성,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을 고취할 수 있는 대중투쟁의 요구(이행강령)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한 세기 전 ‘빵, 토지, 평화’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러시아 혁명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특정한 정세에서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한다면 아주 기본적인 요구조차도 혁명적 요구로 전화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 시기 우리의 요구를 케인즈주의적 요구와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다만 케인즈주의자들은 현 경제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대안과 요구를 제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갖는 명백한 한계를 인식하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변혁 없이는 현재의 위기가 해결불가능하기 때문에 역동하는 정세에 대해 대안세계화운동의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정세에서 우리가 어떤 이행요구와 투쟁계획으로 대중들의 역동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회운동노조: 노동자계급의 조직화의 중심으로서 ‘노조’의 혁신과 재건의 중요성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 하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나 보수적 반동적 반세계화를 넘어서 쇄신된 이념, 변혁운동으로서 대안세계화운동을 전개할 주체는 누구인가. (이 글의 보론을 참조하라.) 자본-임노동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가 투쟁의 중심일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운동의 조직형태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20세기 노동자운동 조직의 지배적인 형태는 당과 노조이다. 대안세계화운동의 시각에서 노동자연합(평의회, 소비에트, 인민공사)이 아니라 당 형태를 ‘계급투쟁 조직의 유일한 본질적 형태’로 간주하는 역사적인 사회주의, 공산주의운동의 당 관념을 기각하고 당 형태를 계급투쟁 조직의 ‘정세적 형태’로 상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세계화운동은 노동조합에 대해 어떤 관점이 필요한가? 우리는 마르크스의 임금론, 노조론에 따라 노동자연합(평의회, 소비에트, 인민공사)과 노동조합을 노동자의 원칙적 조직으로서 판단한다. 특히 자본주의에 대해 노동자가 투쟁할 수 있는 조직형태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며, 노조는 노동자계급의 조직화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가 지적하는 노조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표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이고 다른 하나는 표준노동일 단축을 위한 투쟁이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궁핍과 불안정화 경향에 반작용하는 ‘경제투쟁’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노조의 의의에 주목하면서도 경제투쟁은 ‘임금제도라는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투쟁’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계를 갖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결국 노조의 의의와 한계를 동시에 지적하면서 노동자간 경쟁을 지양하고 단결을 쟁취함으로써 임금제도의 소멸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취업자와 실업자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경쟁이 아니라 단결이 노동자운동의 궁극적 목적인 임금제도의 소멸을 가능케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마르크스는 일상적 요구투쟁으로서 경제투쟁보다 더 광범위한 사회운동이 바로 최종적 해방투쟁으로서 ‘정치투쟁’이라고 강조한다. 마르크스에게 노조의 정치투쟁은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며, 이런 사회운동의 목적은 실업자나 비정규직과의 단결을 통해 임금제도를 궁극적으로 철폐하는 것이다. 사회운동노조라는 개념은 마르크스의 노동조합론을 계승하면서, 현재 노동조합운동이 처한 한계에 대한 (노조의 현실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노조로부터 퇴각이 아니라) 혁신을 강조한다. 특히 현재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는 조건에서 노조가 코퍼러티즘적, 생디칼리즘적 운동을 벗어나 역사적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념, 운동의 혁신과 함께 생태주의, 평화주의, 페미니즘과 결합한 대안적 이념, 운동으로서 대안세계화운동의 일부로 스스로를 혁신하는 것은 사활적인 과제이다. 사회운동노조가 이미 존재하는 노동조합을 모델화한 것이 아니고 현존 노조의 개혁을 동반하는 어떤 운동적 지향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때, 그 구체적인 실체를 형성하는 것은 남겨진 과제일 수밖에 없다.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중심으로 현존 노조를 사회운동노조로 혁신하기 위한 공동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학습하라! 선전하라! 조직하라! 단순한 조직화를 넘어서 대안세계화운동을 지향하는 이념의 혁신과 ‘의식화와 조직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공동의 정치활동, 현실에 대한 공통의 인식 확보와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교육과 토론을 중요한 요소로 사고해야 한다. 둘째, 노동조합의 일상적 활동이 사회운동과의 관계 속에서 구체화되고 노동조합의 기본활동, 임금투쟁이나 단체협약과 같은 활동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보편적인 사회운동의 요구와 접맥을 모색할 수 있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축소와 단결의 확대를 위한 ‘경제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총연맹/산별노조 차원에서 임금투쟁, 단체교섭의 내용과 형식을 혁신하고 정액임금 인상, 최저임금제 인상 등 공동요구안 마련과 공동투쟁을 위해 적극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 노동조합의 조직형태이자 활동형태로서 지역을 주목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일반노조나 산별노조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노조형태에 주목하고 기업, 산업, 업종별 구획을 뛰어 넘는 단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 생산과정에 대한 변혁 뿐 아니라 재생산과정에 대한 변혁 역시 노동자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설정한다. 신자유주의적인 지역불균등 발전과 지역발전주의 이데올로기가 득세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노동자운동 차원에서 사업장의 투쟁과 동시에 지역적 차원에서 계급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자운동 정치 분파들 간에 건강한 논쟁과 공동실천의 기풍과 윤리를 세워내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 등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강화하는데도 아주 중요하며, 이를 실천하는 것은 핵심적인 요소가 되어야 한다. 현 시기 대중투쟁 요구와 공동투쟁, 공동실천을 위한 제안 현재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금융기관과 기업의 도산에 따른 구조조정, 실업의 증가, 가계부채로 인한 노동자들의 파산, 물가폭등 등으로 노동자, 민중의 생존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구조조정과 휴폐업, 조업감축 등이 발생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정규직을 비정규직 자리에 전환 배치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 620여명 가운데 350여명에 대한 휴업 등의 조처를 실시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도 에쿠스 단종으로 비정규직 110여명이 이미 정리해고되고, 이 부서에서 일하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환배치를 앞두고 있어 2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휩싸여 있다. 또 12월부터 GM대우차 부평의 1공장은 2주간 휴업, 2공장은 5주간 휴업에 들어가는데, 부평공장에 납품하는 하청공단은 이에 관계없이 5주간 휴업에 들어간다. 휴업기간 임금 또한 1차 사내하청까지는 평균시급 70%의 휴업지불이 보장되는 반면, 2?3차 하청은 제외된다. 부품공장들의 경우에도 노조가 없는 대다수의 사업장들에서 휴업기간은 무급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가들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가장 밑바닥 노동자들부터, 즉 일용직에서 시작하여 임시직·하청·비정규직으로, 맨 마지막에 상용직·정규직의 순서로 물리려 한다. 내년도 현대자동차 전 공장 생산계획이 속속 확정되고 있는데, 확실한 것은 일체의 잔업이 없는 “8+8”(주간 8시간, 야간 8시간) 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본가들의 감산 조치에 의해 단축된 노동시간은 곧바로 임금의 삭감과 고용불안 심리 가중으로 연결될 것이다. 자본은 전면전을 먼저 걸기보다 우선 감산과 노동시간 단축, 순환휴업 등으로 일자리와 생산물량이 없다는 것을 순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노동자들 사이에 단결과 투쟁의 기운이 아니라 분열과 고용불안 심리를 조장하여, 먼저 이데올로기적인 무장해제를 실시하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정부는 출입국관리소와 경찰을 동원하여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살인적인 합동 폭력단속을 자행하며,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을 ‘범죄의 온상’이라고 매도하고 있다. (남양주시의 2007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2년-2006년까지 남양주에서 발생한 범죄 65,579건 중 외국인에 의해 일어난 사건은 209건으로 0.31%에 불과하다.) 또한 한나라당은 “지역별, 연령별로 최저임금 차등적용, 수습근로자의 수습기간 3→6개월로 연장, 60세 이상 고령노동자에게 최저임금 감액적용, 사용자가 제공해야 하는 숙박 및 식사비를 최저임금에서 공제”하는 등 최저임금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러한 공세는 경제위기 하에 저항할 수 없는 가장 밑바닥의 노동자들부터 순차적으로 공격하여 노동자 내부를 분할하고 최저임금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빼앗으려는 정권과 자본의 사악한 의도가 숨어있다. 현 시기 대중투쟁 요구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11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내수경제 복원 및 활성화 대안정책>을 발표하고, “경제위기 극복은 공공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회안전망강화를 위한 내수경제 활성화가 올바른 대안”임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올바른 경제위기 대응방안으로 첫째 특권층 위주의 감세를 즉각 중단할 것, 둘째 토건 투자가 아닌 사회서비스 대규모 투자 필요, 셋째 비정규직 확산이 아닌 정규직화와 차별 해소(4년간 비정규직 200만명 정규직화, 4년간 18조원 소요), 넷째 실업대책 및 사회안전망 강화, 다섯째 금융규제 등 각종규제 강화를 제시했다. <경제위기에 대응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활성화를 위한 예산증액 요구>를 통해 구체적인 예상증액방안도 제시했다. 금속노조는 11월 27일 22차 정기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부도와 구조조정에 대비해 경제위기 관련 대책위를 구성, 운영하며,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개선을 통한 고용안정’을 노조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내용적 준비와 함께 2009년 교섭의 주요의제로 설정하고 투쟁하기로 하였다. 또한 제조업의 균형발전, 제조업영역에서 비정규직의 사용제한, 제조업 중소업체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 강화, 원하청 동반발전을 위한 전략 등을 사회적으로 의제화한다. 또한, 노동자 서민 살리기를 위하여 공적자금을 자본이 아니라 민중에게 지급 요구,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보장 법제화, 빈곤층에게 최저생계비 지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 등의 요구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였다. 한편 대의원대회에서는 비정규직 우선해고 중단과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 물가인상보다 높은 임금인상, 비정규직법 개악 등 노동법 개악 중단 및 고용안정법 제정, 실업급여 지급액 인상, 지급기준 연장, 재벌과 부자의 사유재산 사회환원과 부유세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 국가기간산업 국유화와 공기업화로 노동자 고용보장 등을 주요 요구로 하여 금속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금속노조 ‘고용안정-노동자 살리기 투쟁본부’로 전환하자는 현장 발의안이 제출되었으나, 중앙집행위원회로 위임되었다. 이에 앞서 11월 19일 개최된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주최의 <금융위기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노조의 핵심적 대안 기존 일자리의 재분배를 통해 실업자를 최소화하고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첫째 정규노동시간의 단축과 가동시간의 조정을 통해 보다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 둘째 특근폐지와 연장노동의 축소는 집단적 의미의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실업대책 가운데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내수경제 복원 및 활성화 대안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데,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내수경제가 활성화되려면 민간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경제위기로 인해 최종 소비자 역할을 해온 미국경제가 침체함에 따라 미국으로의 수출과 중국으로의 우회수출 등이 모두 축소되고, 심각한 신용경색으로 인해 기업들이 파산하고 휴폐업이 증가하는 조건에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고환율과 신용경색 조건에서 국민경제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해서 사용해야 하는 남한경제 구조에서 급격히 내수를 확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경제위기의 효과로 임금동결(실질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이 확대되는 조건에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특히나 실업이 확산되고 조업감축, 휴업 등으로 가동시간 조정이 대규모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요구가 얼마나 현실 가능한 요구인지도 의문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가져올 파국적인 상황에 대해 일정한 정책수정, 즉 금융통제와 재정 확대를 통한 내수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오판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정책연구위원이 제시하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안정’(교대제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느냐가 중요하다)이나 ‘특근폐지, 연장근무 축소’는 자본의 입장에서도 현실적으로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이미 현장에서도 일정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본의 입장에서도 향후 제조업 전반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조건에서 인력조정은 불가피한데 당장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은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조업단축, 그에 따른 특근폐지, 연장근무 축소, 교대제 개선 등을 통해 나름대로의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하면서 희망퇴직 등을 유도하는 등 순차적으로 노동자들을 정리해 나갈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불황기의 자본의 자구노력 차원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며, 실질임금은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리는 만무하다. 한편 ‘교대제 개선을 통한 고용안정’은 현실적으로 중요할 수 있는데, 문제는 비정규직 우선해고를 수용하지 않고 사업장 차원에서 비정규직의 고용유지, 지역적 차원에서 부품업체의 고용유지와 결합될 수 있는지가 관건적이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 현 시기 대중투쟁의 요구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노동자의 생존의 권리가 중요한가, 경제위기 주범인 재벌과 자산계층의 재산권이 중요한가. - 고통분담, 노사화합 강요에 맞서 경제위기 하에서 전국적인 투쟁전선 형성과 이데올로기 투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경제위기 하에서 고용문제가 임금문제를 압도하여 사태가 개별 사업장 차원의 대응으로 축소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임금동결(실질임금 삭감)이 관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총연맹과 산별노조 차원에서 IMF 이후 노동자의 구조조정, 비정규직화로 고통을 전담한데 반해 재벌과 초민족자본이 그 과실을 독식한 것에 대해 폭로하고, 현재 재벌, 자산계층에게는 투기로 인한 부의 축적,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로 인한 천문학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정리해고와 실업의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에게는 사회복지 축소, 공공요금 인상으로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생존의 권리를 내놓아야 하는가, 재벌과 자산계층의 세금과 사회적 부담을 강제할 것인가에 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고통분담과 양보교섭은 끝없는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요구를 포함할 수 있도록 요구안을 마련해야 하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나 전국적인 공통의 요구나 투쟁전선을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생존을 위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데 한정된 재정을 둘러싸고 지역별, 산업별, 기업별 이해를 둘러싼 경쟁과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지역경제살리기 대책기구나 지역경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 살리기 운동이 출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국적인 공동의 요구와 함께 ‘교대제 개선을 통한 고용안정’이 이주노동자, 여성, 비정규직 우선해고를 수용하지 않고, 사업장 차원에서 이주노동자, 여성, 비정규직의 고용유지, 지역적 차원에서 부품업체의 고용유지와 결합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정규직 노동자와 지역의 비정규직, 실업자 간의 적대적 정서가 강화될 우려가 농후하다. 정권과 자본은 인종주의적 정서를 활용하여 이주노동자와 같은 가장 약한 고리를 먼저 공격한다. 그리고 성별 분업과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여성 우선 해고를 강행하고, 고령자와 비정규직을 순차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분할 전략에 노동자운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역으로 여성, 고령자, 비정규직의 이름으로 정규직노조를 공격하여 무력화시킬 것이다. 특히 밥꽃양으로 대변되는 여성노동자의 희생이 발생할 경우, 노동자운동의 정당성은 사리지고 노동자 간 분할은 강화될 것이다. • 감세정책 철회, 재벌과 자산계층의 부유세 납부 • 물가인상과 연동하여 모든 노동자에게 정액임금 인상 • 공적자금 투입과 교대제의 개선 등을 통한 이주노동자/여성/비정규직 우선해고 중단과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유지 • 생태파괴를 동반하는 토목건설 투자가 아닌 공적 일자리 창출 • 실업급여 인상 및 최저임금 인상, 국민 기초생활보장 등 사회안정망 강화 • 연금의 금융투기 중단 및 공공사업 지원 • 공적자금 투입 미분양 아파트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 둘째, 현재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금융선진화 계획 중단과 금융자본 통제 강화를 위한 요구를 전면화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금융선진화,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 조치가 남한사회를 세계적 금융위기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오히려 심화시킨다는 점을 폭로해야 한다. 나아가 자본주의 체계적 위기와 이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교육활동과 선전선동에도 주력해야 한다. • 미국에서부터 파산하고 있는 대형 투자은행 육성 계획 중단 (산업은행 민영화 반대, 자본시장통합법 반대,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반대) •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규제 강화 •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 공동투쟁, 공동실천을 위한 제안 첫째, 현재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요구안 마련과 공동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한국진보연대는 논란 끝에 반쪽짜리로 출범한 이후로 민중운동 내에서 합력을 창출하기 보다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결성 과정,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 활동 등 시민운동진영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결국 이런 경향이 맞물려 민중연대 투쟁 전선을 복원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정반대로 민주당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요구까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출범한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이하 국민회의(준))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위기와 민생 파탄을 불러온 핵심 원인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서 이명박-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집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민회의(준)에는 민주노총, 전농을 비롯한 한국진보연대 가입단체와 참여연대, 여연, 민언련 등 시민단체, 깨어있는 누리꾼 모임 등 네티즌 단체를 주축으로 약 70여개 단체가 가입을 결정한 상태다.) 국민회의(준)은 이러한 인식에 기반해서 현 내각의 즉각적인 총사퇴와 거국 민생내각 구성을 요구하며, 국민희망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살리기 대책위원회가 각종 경제단체,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목 하에 시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진보연대도 이러한 흐름에 부분적으로 연합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자동차기업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경제위기가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부정하고 있는 이런 경향은 이명박 내각 총사퇴와 거국 민생내각 구성이라는 정권의 교체와 정책의 변화를 통해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급격한 경제위기와 함께 노동자운동의 투쟁과 연대를 확장하기보다는 스스로 운동을 관리, 축소하는 역할로 경도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지역경제 혹은 지역기업 살리기 식의 운동은 정권과 자본의 고통분담, 구조조정, 노사화합 이데올로기 공세에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제조업 현장의 조업중단, 휴업, 전환배치 등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이 커지고, 경제위기에 대한 토론들이 막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닥쳐올 경제위기의 파괴력과 지속성에 대한 인식의 편차도 클뿐더러 명확한 투쟁흐름이 형성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MF 상황을 능가하는 경제위기와 주류적인 운동의 우경적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조건에서 경제위기에 맞서는 좌파적인 공동요구안 마련과 공동실천을 위한 논의틀을 시급히 구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노동조합, 정당, 사회단체 등 조직형식을 망라하여 현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시급히 조직하고, 공동의 투쟁태세를 구축하자. 무엇보다도 총연맹, 산별노조 차원의 대응태세를 구축하고 전국적인 전선을 세우기 위해서 노조 현장 활동가들 차원의 논의를 활성화하고 공동의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기존 노조운동의 한계를 넘어 노조운동의 전망 모색을 위한 공동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조운동은 심각한 한계에 봉착했다. 그 동안 노조운동이 대안으로 제시해온 산별노조와 진보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 운동 양자가 공히 위기에 처해 있다. 산별노조는 초기업 초업종 조직화를 통한 실업자,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제시되고 건설되었으나 기대와 달리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금속 등 대부분의 산별노조에서 산별중앙교섭 자체가 성사되지 않거나 그 포괄범위가 미약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올 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과 함께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또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조운동의 조합주의적, 코퍼러티즘적 한계와 함께 오랜 정파적 갈등이 총연맹에서 단위사업장에 걸쳐 만연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위기와 함께 정권과 자본은 임금삭감,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 등 노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노총은 2009년 직선제 전환, 2010년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도입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다. ILO 사회적대화국/아태지역사무소의 루치오 바카로에 따르면, 의사결정이 한국처럼 대의원대회를 중심으로 개별 노조 지도부에 한정된다면 강경파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지만, 의사결정과정에서 일반 노조원(비노조원 포함)의 선호 사항을 반영하는 직선제의 도입은 온건파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그는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도입과 관련하여 정부와 자본가들에게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조직화 및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노조의 노력이 고무되어질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 시스템을 보다 국제노동기준에 알맞게 변용시키는 이러한 법률적 변화는 단지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회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바카로의 자본에 대한 조언과 충고에서 보이듯 현재와 같은 정세와 민주노총의 상황을 고려할 때 직선제와 복수노조가 노조운동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결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동자운동의 오랜 관행대로 정파갈등을 재현할 것인가, 현재까지의 노조운동에 대한 평가와 향후 투쟁전망에 대한 모색을 통해 공동의 대응을 구축할 것인가는 향후 남한 민중운동의 미래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존 노조운동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을 통해 노조운동을 혁신하기 위한 공동의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 성과를 기반으로 다가오는 민주노총 선거에도 공동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민주노조운동의 분열을 막고, 노조운동의 재조직화를 위해 좌파적 정당운동은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인민의 독재’가 ‘인민에 대한 당의 독재’로 귀결된 역사적 사회주의, 공산주의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 정치와 이론의 중심으로서 전위당 노선을 상대화시킨다면, 대중에 대한 ‘당적 지도’라는 관념은 노동자 간 경쟁을 지양하고 단결을 쟁취함으로써 임금제도의 소멸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대체될 수 있다. 우리는 정당의 한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면서도, 현실 운동에서의 실천적 계기점을 찾아야 한다. 민중운동을 토대로 한 노동자 대중정당의 ‘부르주아 정당화’(그리고 정당의 위기 메커니즘의 공유)가 객관적 경향이라면, 그에 반경향을 창출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정당의 사회운동적 지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 계기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으로 선거정치는 대중운동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분할하려는 경향을 낳는다. 사회운동을 지향하는 정당은 대중운동의 통합적 발전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 ‘사회운동정당’은 자신의 지역적 토대에 주목해야 한다. 산별협상이나 사회협약, 이를 위한 노동조합 활동의 중앙 집중화를 추구하는 노동조합운동은 지역, 현장 수준의 공동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사회운동정당’은 쇄신된 이념, 운동으로서 대안세계화운동의 일부로서 현장 수준의 노조운동의 혁신과 재건, 사회운동노조의 형성과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 한편 지난 대선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진보신당의 창당, 그리고 <사회주의노동자당건설준비모임>(사노준)과 <노동자진보정당건설전국추진위원회>(노건추) 등 복수의 정당 건설 흐름이 준비되고 있다. 현재의 당 건설운동은 크게 두 차원으로 구분된다. 정통적인 의미에서 전위당 건설의 입장과 변혁적 혹은 좌파적 정당 건설 입장이 존재한다.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은 전자의 입장으로 보이며, 사노준의 경우는 양자가 공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의힘이 주축이 된 사노준의 경우 당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공유하는 정치단체들의 ‘세력결집’을 위해 사노련, 노동해방실천연대(해방연대) 등과 공동의 당 건설을 추진해왔으나 당 건설에 대한 입장 차이와 조직적 불신 등으로 일정한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동정치의 통합을 위해 사노준과 일차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있는 노건추와 사노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전국토론회가 내년 초에 예정되어 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은 형식적으로는 유지되고 있으나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와 같이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특정한 정치세력의 이해만을 위해 배타적 지지방침의 고수에 집착할 경우 민주노조운동 전반의 파괴적 분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복수의 진보정당운동의 출현이 민주노조운동의 분할과 분열의 계기로 작동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선 좌파적 정당운동의 통합적 흐름 창출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좌파적 정당운동 흐름이 사회운동정당의 지향으로 통합적으로 구성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현재 좌파적 정당운동의 주체들이 정당운동에 동의하고, 직접 참여하는 주체들만을 고려한 편협한 계획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위기와 노조운동의 혁신을 통한 노동자운동의 단결의 확대와 강화라는 관점 속에서 여타 사회운동과의 공동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진행될 때에만 또 다른 실패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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