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 참세상 ‘건강보험 하나로’는 기적을 이룰 수 없다 [기고] 병원자본 통제없이 돈 더 내도 보장성 강화는 어렵다 최윤정(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2010.07.13 15:26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7월 17일 출범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만1천원의 기적’이라며, 건강보험료 1만 1천원을 더 내서 ‘건강보험 하나로’ 마음 놓고 병원을 이용하자는 얘기다. 즉 보험료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인상해서 이를 통해 국가지원과 사용자부담도 ‘자동적으로’ 같이 올리고, 공적재원을 대폭 확대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회의의 전략은 공공재정을 확보하는 방법과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방법 모두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보험료를 선제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공적재원을 확대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현재의 민간중심적인 병원운영체계의 공공적 변화가 필수다. 당연히 의료민영화 저지가 함께 가야한다. 우리나라는 의료공급기관의 소유구조가 민간중심인데다 그런 병원들을 통제할 시스템조차 미흡하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공공재정을 확충하더라도 보장성을 제대로 강화할 수 없다. 선제적 보험료 인상이 답인가 선제적 보험료 인상은 합당하지 않다. 월 1인 당 보험료는 2004년 3만 3천 원에서 2008년 5만 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총 보험료는 15.6조 원에서 25.0조 원으로, 60% 증가했다. 반면 국고지원은 3.5조에서 4.0조로, 단지 16% 증가했을 뿐이다.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에서 국고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18%에서 2008년 14%로 감소했다. 지난 7년 동안 정부는 법률로 규정된 국고지원금을 과소지원했고 그 누적액이 3조 6900억 원에 이른다. 법대로라면 그동안 보험료가 인상된 비율만큼 국고지원도 늘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국민들이 마땅히 요구할 수 있는 데도, 현재는 국민들이 먼저 양보한다고 정부와 자본에게 요구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정부와 자본은 보건의료체계를 이윤창출의 영역으로 구축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를 위한 의료민영화가 강력하게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공적재원 확충이 국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조인가 시민회의는 전체의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공공의료비는 그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액인 사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공공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늘려서 그 격차를 줄이자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공공의료비 비율이 증가하면 국민의료비 증가추세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들면서 공공의료비를 대폭 확충함으로써 전체의료비와 공공의료비 간의 격차 확대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공공의료비 비율이 증가하면 전체의료비 증가율을 제어하는 효과가 있다는 근거로 시민회의는 OECD 국가들을 분석한 자료를 든다. 그러나 이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국가들은 GDP 상위의 영미, 서유럽 국가들로 우리나라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비교대상인 OECD 국가들의 평균 공공병상 비율은 73%이지만 우리나라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GDP 상위의 OECD 국가들 중 공공병상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도 있지만(벨기에, 독일, 일본, 네덜란드) 이들 국가들 중 병원 신설, 병상 감축/추가 규제가 지역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되지 않고 있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규제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병원 소유구조가 대부분 민간중심인데다, 병원 운영에 대한 규제도 없다는 얘기다. 이런 공급체계 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공적재원 확충으로 전체의료비 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선 곤란하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비 비중은 OECD 국가에 대비해 확실히 낮다. 하지만 공공의료비 증가만으로 보장성 확대와 사적의료비 부담 경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공적재정이 병원의 이윤추구 행위를 적절히 규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시민회의는 기존의 비급여 항목을 급여항목으로 전환해서 보장성을 늘리고 이에 추가로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100만 원을 넘으면 이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 건강보험이 전액 부담”하는 의료보험상한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시민회의의 구체적 안을 보면 비급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를 급여로 전환하는 등의급여 대상 항목의 열거만 있지, 민간중심의 병원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먼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그동안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부당하게’ 늘어왔던 비용이다. 환자의 진료와 관련이 없고, 병원의 수입을 위해 부당하게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웠던 것이므로 규제를 강화해 그 비용을 줄여야지, ‘부당한 수익’을 건강보험재정으로 충당해 주는 것은 맞지 않다. 선택진료비를 급여화 해주고 추후에 병원이 수입원으로 또 다른 ‘부당한’ 비급여를 만들어내면 그것 또한 급여화해 줄 것인가. 이런 통제로 인해 병원 운영에 재정적 어려움이 생긴다면 그것은 정부보조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비급여 서비스를 급여화 하는 것과 정부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같은 비용이 들더라도 공급기관의 통제에 있어서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개별적 의료행위에 대한 재정적 규제를 높이는 것이지만, 공공적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한 정부지원은 병원의 공공적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더 포괄적인 규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진료비는 폐지되거나 최소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고 상급병실료는 신설, 증축하는 병원에 70% 이상을 다인실 병상으로 하는 것을 시작으로 규제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부적절한 비급여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의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다. 비급여가 확산되는 한 실질적인 100만원 상한제는 불가능한 것이다. 건강보험부담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49% 증가했지만(주로 보험료 인상을 통해) 그에 비해 보장성은 61.3%에서 64.6%로 3.3%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건강보험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본인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장성=(건강보험부담)/(법정본인부담+비급여본인부담+건강보험부담)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부담이 늘더라도 본인부담(법정+비급여)이 함께 증가한다면 보장성 확대효과는 제한적이다. 본인부담이 느는 것은 개별의료행위 당 수가를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부담의 증가의 문제가 수가체계의 문제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보험자본이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의료인의 행위를 감시, 통제하는 기전으로 활용된다. 총 의료자본의 증대, 개별 의료자본의 거대화 경향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수가지불체계 개혁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총 의료자본의 증가를 추동하는 대형의료자본의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신설, 증축, 병상 수 증가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개별 의료자본의 증식이 가능하게 하는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은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치명적이다. 한편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이유는 이들 병원의 치료성적이 좋고 그런 서비스를 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 서비스 수준의 지역적 격차를 줄여가야 하는데, 기존의 수도권 대형병원들에 대한 규제와 함께 지방 국립대를 포함한 공공병원을 육성하는 안이 나와야 한다. 기존의 재정지원은 양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공공병원들의 재정독립성을 요구하면서 공공의료서비스는 파편적으로 상대화시키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윤 획득’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할 것을 전제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공공병원이 제대로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며 경영난에 있는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공적재원이 병원의 이윤추구에 활용되고 있는 현재 구조에서 공적재원 확충을 통해 전체 의료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시민회의는 병원자본과의 적대관계를 덮어두고 병원 통제 방안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단지 ‘통제 방안을 명시하지 않은’ 문제가 아니라 현 보건의료문제의 핵심적 원인을 보지 않는 문제이다. 병원의 이윤 추구 행위를 통제하지 못하면 보장성을 강화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과 보장성 강화 투쟁은 별도의 다른 투쟁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보장성 확대를 위한 공급기관 통제를 보장성확대 운동과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연결시킬 수 있는 유효한 요구안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7332 MB, 의료민영화 급속히 추진 중 [기고] 정부가 건강불평등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진우(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2010.06.18 15:48 의료민영화의 공세가 밀려오고 있다. 지난 4월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5월에는 국무회의에서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었고, 오는 12월에는 외국자본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또한 5월에는 지식경제부가 유-헬스(U-Health. Ubiquitous Health의 줄임말로, 의료와 IT를 접목하여 시공간적 제약 없이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진료시스템) 산업 육성을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발표가 있었고, 보건복지위원장인 변웅전을 비롯한 국회의원 11명이 건강관리서비스 입법안을 발의했다. 의료민영화가 여러 법률과 조치들로 동시에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각각의 사안들은 다른 의료민영화조치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어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영리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사회진보연대] 의료법 개정안은 사실상의 의료민영화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법인 부대사업에 병원경영지원사업 신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허용, 의료인 환자 간 원격진료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집권 초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다 철회했던 의료민영화 관련 독소조항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의료법개정안이 “의료인 단체 및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하여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법률안이라고 입법취지를 설명함으로써 의료를 산업화 시키는 법안임을 밝히면서도 의료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기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을 통한 비영리법인의 우회적인 영리법인화 현재 복지부는 비영리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인 병원경영지원사업은 병원경영지원회사(MSO.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와 말만 비슷할 뿐이고 그 내용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MSO의 성격을 분석해 보면 병원경영지원사업의 도입은 MSO 도입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 진다. 병원경영지원회사란 병·의원을 대상으로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마케팅, 인사, 재무, 인테리어, 홍보, 구매 등 병원경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병원의 업무 중 진료 영역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관장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MSO는 의료법인의 출자를 허용해 브랜드 및 자본공유를 통해 수직적-수평적 및 기능적-임상적 네트워크의 교차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활동형태를 기준으로 경영지원형과 자본조달형으로 구분된다. 경영지원형 MSO는 경영활동의 아웃소싱과 진료연계를 통해 네트워크 병원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한편 자본조달형 MSO는 2009년 5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제출한 영리병원 도입에 관한 현안보고서에서 “현재 의료기관들이 영리병원으로 직접 전환하는 것은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어 영리병원의 설립은 MSO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법인 및 개인 병의원에 대한 외부자본의 투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위 보고서에 따르면 MSO를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으로 인정하게 되면서 “의료기관은 MSO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외부자본을 유치한 MSO는 수수료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MSO를 매개로 병원에 대한 ‘간접적’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듯 MSO가 우회적인 영리병원화의 방법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 정부 문서에 드러나 있고, 이번 의료법에서 경영지원형 MSO를 우선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본다면 병원경영지원사업의 도입은 MSO 도입과 마찬가지다. 또한 2009년 국회에 상정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경영지원형 MSO는 자본조달형 MSO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현재는 의료법인이 파산했을 경우 청산하고 남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의료법인은 국가로부터 세제지원과 같은 혜택을 받으며 사회에 대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공공병상 비율이 10%에 불과한 남한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중소의료법인들이 사실상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이 허용될 경우, 대형의료자본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병원들을 인수합병하여 대형네트워크병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력을 가진 네트워크 병원들은 MSO를 통해 수익창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과잉진료, 비급여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일으킬 것이다. 반면 지역주민의 요구와 필요에 기반한 의료서비스의 제공 부족으로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 원격진료의 허용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 허용에 대해 정부는 “원격의료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를 대상으로 허용해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446만 명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간의 의료지식, 기술지원만 가능하며,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원격의료 허용의 명분으로 정부는 의료의 접근성 향상과, 유-헬스 사업에 개인병원의 참여가 많을 것임을 들고 있다. 하지만 유-헬스를 준비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대형 종합병원이며, 원격의료를 필요로 하는 국민은 원격진료장비를 갖추는데 비용부담이 없고 종합병원으로부터 건강관리를 받기를 원하는 자금력이 있는 의료 소비자라 할 수 있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유-헬스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전략’에 따르면 유-헬스 산업의 필요조건으로 “의료기관의 영리행위 허용과 원격의료의 확대 등 의료법 정비 필요”를 들고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병원경영지원회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유-헬스 조기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격의료 구축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삼성 등 민간자본이 선도하고 있고, 대형병원들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지방병원들을 수직적으로 편입시키는 등 준비를 해왔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라는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의료공급체계가 재편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헬스 사업에 포함된 예방서비스와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국민의료비를 최대 3조5000억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IT기업들이 판매하는 각종 단말기, 회선 사용료와 원격진료 진료비, 건강관리서비스 이용료와 같은 비급여 부분, 이를 포괄할 관련 민간보험 등으로 국민들이 부담할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의료서비스 중 원격진료가 가능한 부분이 제한적이고,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보고 진료하지 않고 화상을 통한 질문만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진단이나 처방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 원격진료 서비스가 일차의료기관이 아닌 대형병원 중심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결국 대형병원 중심으로 외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의료전달체계 붕괴 및 지역 병원, 개인병원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국무회의 통과 정부는 지난 5월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제주도민들은 2005년 제주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꾸준하게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응해 왔다. 2008년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의견이 더 우세해 영리병원 설립이 좌절된 바 있고, 2009년 12월 공개된 영리병원 관련 용역보고서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측 연구내용에서는 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 상승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명박 정부는 영리병원 정책에 대해 사실상 유보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이번에 ‘제주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키며 영리병원을 재추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은 도지사가 도내 일정 지역을 의료특구로 지정․고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상법상 규정된 어떤 회사라도 제주특별자치도 의료특구 내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다. 제주도 의료특구 내 영리병원 허용은 동일한 법적 지위를 지닌 타 지역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의료특구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여 영리병원을 전국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특히 공립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남한의 상황에서 영리병원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내용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의료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영리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그만큼 의료비가 비싸진다. 상승한 의료비는 건강보험 수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할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붕괴할 것이다. 영리병원화에 따라 병원자본의 집중과 대형화가 이루어지면서 인수합병은 증가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등 인건비 감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의료 인력의 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임금 비용이 5-10%인 제조업과 달리 병원의 임금 비용은 50% 내외). 의료 인력 감소와 중․소병원의 붕괴는 공공병원, 비영리병원에서의 진료 대기시간을 길어지게 하고 값비싼 영리병원을 갈 수 없는 환자들에게 의료접근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한 의료민영화 지난 5월 17일 보건복지위원장인 변웅전위원장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소속 국회의원 11명이 건강관리서비스 입법안을 발의했다. 입법안에 따르면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의 유지 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 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상담 교육 훈련 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이와 관련하여 제공되는 부가적 서비스”를 말한다. ‘건강관리서비스요원’은 그 자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고, 교육을 이수하면 요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의료인도 제공 가능하다. 또한 승인받기 위한 시설, 장비 및 인력을 갖추고 기초자치단체의 개설허가만 받으면 누구라도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차릴 수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건강보험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치료행위를 제외한 모든 건강관리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그 가격은 정부가 결정하지 않는다. 고급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민간 건강관리회사들은 상대적으로 고가를 받을 것이다. 더불어 민간보험회사들은 적극적으로 고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내는 돈 만큼 제공되는 서비스가 달라질 것이고, 그만큼 일상적인 건강관리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건강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은 이 서비스를 원격건강관리로 제공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 발의에 앞서 지난 5월 지식경제부가 유-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대규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유-헬스를 통해 대형병원의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 민영영리기업과 민영의료보험을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될 것이다. 유-헬스를 통한 원격진료가 단지 환자대상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이 시행되면 질병에 대한 치료만 의료기관에서 하고, 그 외 모든 의료는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이 제공하게 된다. 건강위험도 평가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의료기관은 건강측정 결과를 기초로 환자군을 분류하게 된다. 의사에 의해 건강관리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건강관리의뢰서’를 발급받은 사람들은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제공기관은 각각의 분류군별로 건강관리서비스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선진국들은 건강관리서비스를 건강보험이나 국가의료체계를 통해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 건강군과 건강주의군을 구분할 기준은 대단히 모호하고 많은 질병은 자가 인식 없이 발생한다. 결국 상대적으로 더 정확한 건강위험도 평가를 위해서 종합건강검진과 같은 고액 검사가 활성화될 것이다. 개인질병정보가 민간영리기업과 민영보험회사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이 법안에 의하면 건강 위험도 정보를 엄격한 개설기준도 없는 민간영리기업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게 된다.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민영보험회사가 방대한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보험회사들은 민영보험상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포함시켜 판매하고 직접 건강관리 회사를 운영하거나 연계 회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할 것이다. 또한, 질병정보는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 선별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보건의료 과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재추진은 다각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병원경영지원사업은 경영지원형 MSO를 합법화시키는 것이고 비영리법인의 우회적인 영리법인화를 꾀하는 것으로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법안과 맞물려 네트워크화를 강화시키는 조치로 의료민영화 조치의 한 축이다. 또한 원격진료 허용은 유-헬스를 통해 대형병원의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고, 민영영리기업과 민영의료보험를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될 것이다. 민간영리기업이 관리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개인정보를 다루게 될 것이고, 민영보험회사 역시 그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공공적으로 제공하던 부분을 민간자본이 맡아 운영하면서 창출된 이윤은 자본에게 돌아간다. 자본은 보건의료체계를 이윤창출의 영역으로 구축하려 하고 민중은 보편적 권리로서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를 원한다. 보건의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이후 계급 간 건강불평등은 더 확대되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민중들의 강력한 반발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중단시켰다. 이처럼 건강에 대한 민중의 불만은 드러나지 않고 조직되지 않았을 뿐 이미 만연해있다. 확대되는 건강불평등의 원인으로서 의료민영화의 실체를 알려내고 병원, 민간의료보험, 제약자본 대 노동자, 민중이라는 전선을 확실히 하는 것이 현 시기 보건의료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병원 자본 통제 없는 허구적인 사회적 합의 6월 7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만1천원의 기적’이라고 하여, 1만 1천원 더 내서 ‘건강보험 하나로’ 마음 놓고 병원을 이용하자는 말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는 작년부터 진행되어 온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에 대중적 이름과 형식을 붙인 것이다.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이하 보장성 강화 운동)이 제안된 배경은 민간의료보험이 성장하면서 건강보험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서, ‘수세적인’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넘어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민간보험에 대한 유인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환자가 직접 지출하는 의료비를 낮추어야 한다. 즉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공적재원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공적재원은 크게 지역, 직장 가입자의 총 보험료와 국고지원을 합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까지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1만1천원의 기적’이라는 상자를 열어보면 이는 ‘기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이 일인당 1만 1천 원(가구당 2만 8천 원)을 먼저 내놓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또 공급기관 통제 없는 공적재원 마련으로는 본인부담 경감에 한계가 있다.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민간 의료기관에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의료행위를 규제하는데 이러한 방식으로는 의료기관의 이윤추구경향을 통제하지 못한다. 시민회의는 공적재원 확충을 지렛대 삼아 보장성 강화를 위한 공급구조 개편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시민회의는 그 지렛대를 잘못된 방향으로 틀고 있다. 운동진영은 실질적인 본인부담을 덜 수 있는 체계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운동의 ‘목표’다. 재정은 그것이 가능하기 위한 ‘수단’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사회는 수단과 목표를 혼동하며 공적재원 확충이 마치 기적을 이뤄내는 요술봉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운동의 현황 획기적 보장성 강화 운동에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까지 경과 2009년부터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운동’(이하 보장성 강화 운동) 흐름이 본격화되었다. 2009년 4월 보건의료노조와 공공노조사회보험지부가 공동주관했던 국회토론회에서 이진석 교수가 이 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 운동이 제안하는 내용은 선제적 보험료 인상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대부분 운동 진영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정당성에 공감하였으나 일부는 이 운동의 전략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기도 했다. 근거는 보장성 강화에는 동의하나 보험료 인상을 먼저 제안하는 방식은 노동자민중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근거는 보장성확대만으로는 안 되고 공급체계의 개편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보장성 강화 운동 진영도 그 중요성을 인지하여 기존 안에 수정과 보완을 더했다. 그러나 수정과 보완은 기존 안의 골격을 유지한 채 형식적으로 정책안을 추가하는 수준이었다. 2009년 ‘의료민영화저지를위한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출범 과정에서 획기적 보장성 강화 운동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들을 수용하여 보완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범국본은 보장성 강화 운동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였고, 의료민영화 반대 활동을 주요 목표로 하는 연대체로 출범하였다. 보장성 강화 운동 진영은 범국본을 통해 이 운동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자 독자적으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를 띄운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제안 내용 시민회의의 제안은 ‘보험료를 인상하여 보장성을 확대하자’는 기존의 보장성 강화 운동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존 안에 비해 이번 제안에서 달라진 점은 포괄수가제, 주치의제도 등 의료체계 개편관련 내용을 대부분 빼고 건강보험 재정 확충과 그에 따른 보장성 강화 주장에 집중한 점이다. 구체목표로 ‘환자의 연간 본인부담 총액 상한을 100만원으로!’라는 슬로건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회의 제안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표1]. “우리나라 국민들 중 누구든 어떤 질병에 걸리더라도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한다. 이는 병원진료비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OECD 국가 평균인 90% 이상으로 강화하면 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현재 건강보험 비급여로 방치되어 있는 진료서비스를 모두 급여로 전환해야 하고, 급여비 중 본인부담률도 하향조정해야 한다. 급여확대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시민회의의 제안에는 환자의 본인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전략이 부족하다. 공급기관 통제에 대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시민회의의 정책을 세부적으로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회의의 구체안을 보면 이들의 문제인식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표 1]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제안하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 프로그램 공급체계의 문제 시민회의의 내용을 들여다보기 전에 먼저 현재 의료공급기관을 중심으로 비용의 흐름을 살펴보자. 이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야 시민회의의 문제가 무엇인지, 운동의 요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의료행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에 대해 일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해진 수가를 지급받고 일부는 환자에게서 법정본인부담금을 받는다. 한편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환자가 전액을 부담한다. 이것이 비급여본인부담인데, 비급여에는 법정비급여와 임의비급여가 있다. 법정비급여는 MRI, 초음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라고 규정된 항목들이고 임의비급여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항목들이다. 임의비급여에는 질병이 위중한 경우 시도해보는 신의료기술이나 식약청 허가를 벗어난 약제 등이 있다. [그림 1] 재정 투입을 통해 의료서비스 및 제약 공급기관을 거쳐 의료서비스가 산출되는 과정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금지되어 있지만 실제로 의료기관 대부분이 이윤을 추구하는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택하고 있는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병원은 급여항목에 해당하는 의료행위 각각에 대해 보험을 청구하기 때문에 심사에서 삭감되지 않는 선에서 의료행위를 늘리려는 유인을 갖는다. 급여항목의 의료행위가 증가하면 환자의 법정본인부담도 증가한다. [표2]에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건강보험부담과 법정본인부담이 계속 증가한다. 한편 수가와 심사로 통제하지 않는 비급여는 병원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효자 노릇을 한다. 따라서 병원은 비급여를 늘리려는 유인을 강하게 갖는다. [표2]에서 비급여본인부담이 대체로 증가하고 있다. [표 2]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건강보험부담, 법정본인부담, 비급여본인부담의 추이(‘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자료 재구성) 건강보험부담은 2004년에서 2007년 누적 49%가 증가했지만(주로 보험료 인상을 통해) 그에 비해 보장성은 61.3%에서 64.6%로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건강보험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본인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장성=(건강보험부담)/(법정본인부담+비급여+건강보험부담). 이는 건강보험부담이 늘더라도 본인부담이 함께 증가한다면 보장성 확대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1]에서 블랙박스 내의 각 주체들의 영리추구행위가 확대될수록 비용 증가는 가속화된다(물론 GDP 증가에 따라 국민의 의료수요도 증가한다). 그에 따라 국민들의 부담도 늘어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의료비 지불제도로 포괄수가제를 고려할 수 있다. 포괄수가제는 개별 의료행위 증가의 유인을 막기 위해 의료행위 내용에 관계없이 어떤 질병을 치료하는데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의 이윤추구 경향이 통제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포괄수가제 도입은 과소진료, 또는 수가가 더 높은 질환으로의 과잉진단 등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는 일 년 예산을 책정하는 총액예산제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재정을 확충하고, 이러한 정책들을 도입하더라도 비급여를 통제하지 못하면 보장성은 제대로 강화될 수 없다. 결국 문제의 주요 원인은 의료공급기관의 소유가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중심인데다 그러한 병원들을 통제할 시스템조차 미흡하다는 것이다. 당장 병원의 소유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이윤 추구의 ‘샘물’인 비급여 통제를 비롯한 병원자본의 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급여 통제 요구는 병원의 이윤 추구에 반대하는 운동 전략으로서 유효하며 보건의료운동 단위들은 이미 이러한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시민회의 전략의 문제점 운동의 전략은 문제의 현상을 일시적으로 덮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문제가 심화되는 경향에 대한 반경향을 만들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회의는 문제가 되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획기적 보장성 강화운동의 내용을 도식화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표 3]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운동의 전략 도식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위 모델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 그림에서 표시된 단계 ①②③의 문제점을 차례대로 살펴보자. 선제적 보험료 인상, 합당한가 선제적 보험료 인상은 합당하지 않다. 월 1인 당 보험료는 2004년 3만 3천 원에서 2008년 5만 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총 보험료는 15.6조 원에서 25.0조 원으로, 60% 증가했다. 반면 국고지원은 3.5조에서 4.0억으로, 단지 16% 증가했을 뿐이다. 전체 건강보험료 수입에서 국고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4년 18%에서 2008년 14%로 감소했다[표4], [그림2]. 지난 7년 동안 정부는 법률로 규정된 국고지원금을 과소지원했고 그 누적액이 3조 69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옳은가? 1만 1천 원 인상이라고 하지만 이는 1인당 기준이고, 가구당으로 하면 평균 2만 8천 원이다. [표 4] 2008년 건강보험통계연보 시민회의는 보험료를 인상하면 의료법에 근거하여 사용자부담, 국고지원이 자동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대로라면 왜 그동안 보험료가 인상된 비율만큼 국고지원은 늘지 않았는가. 시민회의는 국가와 자본에 기대지 않고 국민들이 먼저 나선다는 점에서 이번 전략이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복지는 노동자 민중의 당연한 요구이다. 시민회의의 복지 패러다임 전환은 ‘노동자 민중에게 부담을 요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일 뿐이다. [그림 2] 보험료와 국고지원 인상 현황 시민회의는 정율제로 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고소득층에서 부담하는 월 보험료 액수가 저소득층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보험료를 전체적으로 인상하면 고소득층의 부담이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장 많이 혜택을 보는 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고소득층 인구는 소수이기 때문에 저소득, 중산층 가구의 보험료 합이 총 보험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8년 직장보험 통계를 보면 보수월액을 1~20분위(1분위가 최하소득, 20분위가 최고소득구간)로 나누었을 때 1~10분위의 보험료 합이 총 보험료의 88.5%를 차지한다. 보험료 인상을 통한 재정 확충의 대부분은 결국 저소득층, 중산층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정율제를 유지하는 한 고소득층의 인상 절대 액이 더 많을지라도 확충된 재정에 대한 고소득층의 기여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적재원을 확충하려면 누진제를 도입해서 고소득층의 기여비율을 높이는 것이 재분배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살펴볼 바와 같이, 현재 의료체계가 공공재정이 병원자본과 제약자본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노동자 민중의 부담을 늘려 병원, 제약 자본의 배를 불려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보험료의 전반적 인상은 운동의 요구(누진제, 국고지원 확대, 공급체계 개편 등)를 선제적으로 요구하면서 추후에 고려해볼 수 있는 ‘카드’이지 선제적으로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적재원 확충으로 본인부담이 경감될 수 있는 구조인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제한적이기 때문에(약 64%)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민간보험 가입의 유인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재정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이 등이 2009년 11월에 발표한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확충 및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전략개발연구’는 시민회의 운동의 주요한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그림3-1]과 같이 국민의료비(전체의료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공공의료비는 그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차액인 사적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공공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늘리면 국민의료비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고 사적 부담이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공공의료비 비율이 증가하면 국민의료비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들면서 공공의료비를 대폭 확충시킴으로써 국민의료비 증가추세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림 3-1] 국민의료비와 공공의료비 추이 공공의료비 비율이 증가하면 국민의료비 증가율이 줄어든다는 근거로 시민회의는 OECD 국가들을 분석한 자료(이견직, 정영호, 2002)를 든다. 그러나 이 자료에서 공공의료비 비율 증가가 국민의료비 증가율의 감소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국가들은 GDP가 상위에 속하는 유럽선진국, 영미국가들로 한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자료에서 비교하는 OECD 국가들의 평균 공공병상 비율은 73%인 반면, 우리나라는 10%에 불과하다(OECD, 2010). 이런 공급구조 상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공적재원 확충으로 전체의료비 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 국가들 중 공공병상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도 있다(벨기에 34%, 독일49%, 일본 26.3%, 네덜란드 0%). 그러나 이들 국가들 중 병원 신설, 병상 감축/추가 규제가 지역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되지 않고 있는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는 이런 규제조차 없다(OECD, 2010).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증가 추세는 지금의 민간중심적인 공급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늘려서 어쨌든 공공의료비와 전체의료비의 격차를 줄여서 사적부담을 줄여보자고 하는 것이 시민회의의 주장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먼저 전체 의료비 지출 곡선에 [그림 3-2]와 같이 추세선을 그려보자. 그리고 시민회의가 제안하는 대로 공공재정 확충을 y1년차에 (불가능하지만) 15조를 늘린다고 가정해보자. 다음 해에는 (격차를 점차 줄여나가기는커녕) y1년차에 줄였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첫 해에 확충했던 것만큼의 공공재정을 추가해야 한다. 그때 가서 또 다시 ‘1만 1천원’ 더 내자고 할 것인가. 이런 상황을 방지하려면 결국 전체 국민의료비 증가율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림 3-2] 국민의료비와 공공의료비 추이, 국민의료비 증가 추세선 시민회의는 공적재원이 병원의 이윤추구에 활용되고 있는 현재 구조에서 공적재원 확충을 통해 전체 의료비를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을 제시해야 하며, 그 내용이 운동의 목표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병원자본 통제 방안 없는 ‘보장성 강화’ 앞에서 우리는 현 보건의료제도 문제의 핵심적 원인이 ‘의료기관의 영리추구성’이고 이를 억제하는 방안으로 비급여 통제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런데 시민회의는 병원의 협조 없이는 보건의료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병원의 이해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시민회의 전략은 자본에게도 ‘웃으면서’ 제안할 수 있는 안이다. 그러나 병원 자본과 환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강보험이란 허상이다. 자본은 보건의료체계를 이윤창출의 영역으로 구축하려 하고 민중은 보편적 권리로서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시민회의는 병원자본과의 적대관계를 덮어두고 병원 통제 방안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단지 ‘통제 방안을 명시하지 않은’ 문제가 아니라 현 보건의료문제의 핵심적 원인을 보지 않는 문제이다.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면서 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보장성 강화를 위해 기본적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여기에는 원칙이 있어야 하고 불필요한 비급여의 발생을 차단하는 방안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회의 전략은 이를 모두 결여하고 있다. ① 비급여 통제 시민회의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급여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한다.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법정 비급여 중 환자의 부담이 큰 항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입원의 경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전체 비급여서비스 비용의 약 40%를 차지하고 종합병원 이상에서는 선택진료비가 약 20%를 차지한다(허순임, 2007). 그러나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모두 그동안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부당하게’ 늘어왔던 비용이다. 환자의 진료와 관련이 없고, 병원의 수입을 위해 부당하게 환자들에게 부담을 지웠던 것이므로 규제를 강화해 그 비용을 줄여야지, ‘부당한 수익’을 건강보험재정으로 충당해 주는 것은 맞지 않다. 선택진료비를 급여화 해주고 추후에 병원이 수입원으로 또 다른 ‘부당한’ 비급여를 만들어내면 그것 또한 급여화해 줄 것인가. 선택진료비는 폐지되거나 최소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고 상급병실료는 신설, 증축하는 병원에 70% 이상을 다인실 병상으로 하는 것을 시작으로 규제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공급기관을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다. 물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병원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공공적 의료서비스에 대해 정부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비급여 서비스를 급여화하는 것과 정부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같은 비용이 들더라도 공급기관의 통제에 있어서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개별적 의료행위에 대한 재정적 규제를 높일 수 있지만, 공공적 의료서비스 전반에 대한 정부지원은 병원의 공공적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더 포괄적인 규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표2]에서 설명한 대로, 건강보험부담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49% 증가했지만(주로 보험료 인상을 통해) 그에 비해 보장성은 61.3%에서 64.6%로 3.3% 증가했을 뿐이다. 이는 건강보험부담이 증가하는 동시에 법정본인부담과 비급여본인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장성=(건강보험부담)/(법정본인부담+비급여본인부담+건강보험부담)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부담이 늘더라도 본인부담(법정+비급여)이 함께 증가한다면 보장성 확대효과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새로 발생할 잠재적인 비급여 진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요구가 필수적이다. 시민회의는 “연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100만 원이 넘으면 이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 건강보험이 전액 부담”하는 의료보험상한제를 제안한다. 하지만 고액의 치료비를 발생시키는 비급여를 통제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상한제가 될 수 없고,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유인을 떨어뜨릴 수 없다. ② 대형민간병원 통제, 공공병원/중소병원 지원 확대 병원자본 통제를 위해서는 대형병원의 병상 확충 과잉경쟁을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각 시도별로 해당 지역 병원들의 총 병상 수를 제한하는 지역병상총량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 규제를 통해 공적재원이 전체의료비 증가율을 제어하는 효과를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다.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이유는 이들 병원의 치료성적과 치료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의료 서비스 수준의 지역적 격차를 줄여가야 하는데, 기존의 수도권 대형병원들에 대한 규제와 함께 지방 국립대를 포함한 공공병원을 육성하는 방안을 세워야 한다. 기존의 재정지원의 문제는 양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공공병원들의 재정독립성을 빌미로 공공의료서비스는 파편적으로 상대화시키고 다른 부분에서는 ‘이윤 획득’을 위한 효율성 추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공공병원이 제대로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지원이 필요하며 경영난에 있는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시민회의는 공적재원의 사용에 있어서 이러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보건의료운동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요구들이기 때문이다. 시민회의의 전략은 공공재정을 확보하는 방법과 공공재정을 사용하는 방법 모두에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공적재원은 누진제도입과 국고지원 확대를 통해 확충해야 하며 그렇게 확충한 재정은 공급기관 통제를 현실화하는 데 써야 한다. [%=박스1%] 병원의 이윤 추구 행위를 통제하지 못하면 보장성을 강화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과 보장성 강화 투쟁은 별도의 다른 투쟁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두 운동이 분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과 같이 공공재원이 병원/제약 자본에 먹이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민회의와 같은 방식으로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운동은 이들 자본의 이해와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민회의의 운동전략은 현재 의료민영화저지 투쟁과 상승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보장성 확대를 위한 공급기관 통제를 보장성확대 운동과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을 연결시킬 수 있는 유효한 요구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운동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진행되는 다양한 운동들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개별적 운동들이 서로 같은 지향을 가지고 통합적 힘을 발휘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보론] 보험료인상을 통한 공공재정확충은 보건의료부문 노동자운동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보건의료부문 노동자운동의 관련 단위를 크게 병원노동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자로 볼 수 있으며, 이들은 현재 민주노총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과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분과(이하 의료연대분과),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전국사회보험지부(이하 사회보험지부)로 조직되어 있다. 이들 중 보건의료노조와 사회보험지부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을 추진하려는 입장이다. 시민회의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보건의료정책 개혁에 대한 전략이지만, 그 영향은 보건의료부문 노동자에게 직접적ㆍ간접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민회의가 채택한 전략에 대한 보건의료부문 노동조합 사이의 입장 차이는 노동자운동에 대한 전략의 차이를 드러낸다. 따라서 시민회의의 전략이 보건의료부문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 그리고 그 전략에 보건의료부문 노동자운동이 합류했을 때 가져올 효과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와 보건의료부문 노동조합의 전략 시민회의의 전략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건강보험료 인상, 건강보험료 인상분과 그에 따른 정부ㆍ자본 부담의 자연 증가분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의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한 본인부담 경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시민회의는 이를 통해 민간의료보험 확대의 저지와 국민건강권의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보장성 강화와 민간의료보험 확대 저지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단 보험료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안정화와 건강보험공단의 위상 강화를 기대할 수는 있다. 이전부터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이유로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를 압박했는데, 이는 올 초 건강보험공단 측이 재정적자를 이유로 연봉제 확대, 성과연봉제 강화, 저성과 간부 인사조치 등을 시행하려고 한 데서도 드러난다. 사회보험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사회보험지부와 사용자간 타협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고, 조합원의 고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보험료 인상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강화와 보장성 강화는 병원 자본의 수익 창출을 확대할 수도 있다. 보장성 강화를 통해서 미충족된 의료수요의 현실화가 얼마간 이루어질 것이며, 특히 비급여에 대한 통제가 거의 없는 현재 상황에서 비급여 부분이 급여화되면 과잉진료가 유발되고 새로운 비급여 부분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의 급여화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게다가 이제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의사결정과정에 비추어볼 때 확충된 재정의 상당부분이 수가 인상에 쓰일 것이다. 이는 대형병원 노동조합에게는 사용자측과의 타협의 가능성 확대와 간호인력 확충, 병원 노동자의 고용 안정 등을 기대하게 한다. 결국 사회보험지부 조합원이나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의 입장에서 시민회의의 전략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서 국민의 건강권을 확대하는 한편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에도 부합하는 일거양득의 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운동의 목표와 원칙 노동자운동의 일차적인 목표는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이다. 이는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므로 그 의미는 결코 폄하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동자간 경쟁을 극복하고 더 큰 단결을 쟁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은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과제를 비조합원에게까지 확대하는 것, 또 한편으로는 전체 노동자 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는 사회운동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 등이 될 것이다. 위와 같은 노동자운동의 원칙은 어떤 부문을 막론하고 관철되어야 한다. 보건의료노동자운동은 그간 조합원의 고용안정, 노동조건 개선과 더불어 노동조합의 외연 확대, 보건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의료보험통합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활동, 병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활동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실천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해와 사회운동적 과제를 결합할 수 있는 노동자운동의 전략이다. 시민회의의 전략 역시 노동자운동의 두 가지 목표에 비추어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민회의 전략이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보험료 인상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보건의료부문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동자운동의 전략이 장기적으로도 올바른 방향이 될 수 있는가. 자본과 노동의 계급투쟁에서 수익성이나 재정 안정화 논리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이다. 수익성, 재정안정화 같은 논리에 종속되면 수세적인 대응으로 실천의 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본의 계급투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나 건강보험 재정위기 국면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공공기관 구조조정> IMF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은 공기업 2만 8천여 명, 출연위탁기관 1만 3천여 명 인원감축을 시작으로 사유화, 통폐합, 자회사매각 등을 통해서 추진되었다. 이명박 정권의 공공기관 선진화 프로젝트 역시 김대중ㆍ노무현 정권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을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선진화를 통해 공공부문의 예산과 인력을 절감한다는 이데올로기 하에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 ‘도덕적 해이’를 부각시키는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다른 데 있는데, 금융위기로 인한 자본의 위기를 공적 자금 지원 등을 통해 해결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재정적자를 공공부문 예산 삭감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더 본질적으로는 이윤율 저하의 국면에서 공공부문 사유화를 통해 국내 독점 재벌과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재정 위기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또 재정 위기에 대한 대안을 공공부문 노동자가 제시하더라도 고용 안정화, 노동조건 향상을 얻어낼 수 없는 상황이다. 임금삭감, 구조조정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상수로 진행되어왔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위기 국면을 살펴보더라도 마찬가지다. 2001년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왔을 때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본인부담금 인상과 보험료 인상, 건강보험공단 구조조정이었다. 그리고 정리해고와 퇴직금 누진제 폐지, 노동조합 탈퇴 종용 등을 시도했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 위기 국면에서도 똑같이 정부는 보장성 축소와 보험료 인상, 공단 구조조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재정위기의 원인> 재정위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 정부가 의료전달체계의 해체를 가져오는 진료권 폐지, 지역별 병상수 제한 폐지,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 방기 등의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정부 지원을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병원자본과 보험자본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재정 불안을 가져왔다. 병원의 이윤 추구 경향을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긴 것이 재정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병원의 이윤 추구는 병원의 주된 비용인 노동비용의 절약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결국 병원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협한다. 그런데 국가는 재정위기의 원인은 더 키우면서 그 책임을 공단 노동자들에게 씌우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본질적 원인을 밝히고 정부ㆍ자본의 책임을 묻는 한편 노동자 생존권 요구를 꾸준히 제기하여 정부ㆍ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맞서며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고용안정, 노동권 확보는 노동자운동의 조직적 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 자본의 수익 확대, 혹은 재정의 안정화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다. 타협의 여지를 넓히려는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유효할지 몰라도 노동자운동의 올바른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이는 비단 공공부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비정규직화 외주화 등은 계속적으로 진행되어온 상수이며 대형병원이 재정안정화 수익창출을 한다고 해서 노동자의 고용이 안정화되고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노동을 불안정화해서 더 큰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이 자본의 전략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병원의 대형자본화, 금융자본화하는 경향이 제어되지 않는다면 고용위기는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이다. 시민회의 전략이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요구가 될 수 있는가 시민회의의 전략이 전체 노동자계급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우선 시민회의의 전략이 정말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와 민간의료보험 억제, 국민건강권의 향상을 가져올 것인지가 문제다. 비급여 부분에 대한 통제, 수가구조의 개혁,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공급구조에 대한 개혁을 수반하지 않는 재정정책만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도 획기적 보장성 강화와 실질적인 진료비 하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도 보험료 인상분에 비례하는 보장성 강화를 누리지 못하여 건강보험에 대한 불신이 강한 상황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지적할 문제는 선제적 보험료 인상과 이를 통한 사회적 합의 전략이 가지는 문제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 적자를 핑계로 보장성을 약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운동 진영이 먼저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이데올로기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시민회의 측에서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합의를 얻어낸다면 이것을 토대로 정부와 자본을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보험료 인상에 대한 합의가 설사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보장성 강화와 관련한 정책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료 인상은 받아들이면서 그에 합당한 정부ㆍ자본의 책임은 회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조선일보에서는 보험료 인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부와 자본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들면서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는 과도한 요구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병원자본과의 합의를 통해서 보장성 강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 보장성 강화를 통해서 민간의료보험의 축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대형병원자본은 이미 보험자본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은 국가와 자본의 수익성 논리에 종속되지 말고 재정위기의 발생원인인 영리추구적 의료행위와 의료민영화 경향을 비판하면서 노동권을 지켜내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2010년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건강불평등 확대 정책 의료민영화의 공세가 밀려오고 있다. 지난 4월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5월에는 국무회의에서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었고, 오는 12월에는 외국자본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또한 5월에는 지식경제부가 유-헬스(U-Health. Ubiquitous Health의 줄임말로, 의료와 IT를 접목하여 시공간적 제약 없이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진료시스템) 산업 육성을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발표가 있었고, 보건복지위원장인 변웅전을 비롯한 국회의원 11명이 건강관리서비스 입법안을 발의했다. 의료민영화가 여러 법률과 조치들로 동시에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각각의 사안들은 다른 의료민영화조치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영리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의료법 개정안은 사실상의 의료민영화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법인 부대사업에 병원경영지원사업 신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허용,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반 추진하려다 철회했던 의료민영화 관련 독소조항 대부분을 포함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의료법개정안이 “의료인 단체 및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하여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법률안이라고 입법취지를 설명함으로써 의료를 산업화 시키는 법안임을 밝히면서도 의료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기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을 통한 비영리법인의 우회적인 영리법인화 현재 복지부는 비영리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인 병원경영지원사업은 병원경영지원회사(MSO,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와 말만 비슷할 뿐이고 그 내용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MSO의 성격을 분석해 보면 병원경영지원사업의 도입은 MSO의 도입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 진다. 병원경영지원회사란 병ㆍ의원을 대상으로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마케팅, 인사, 재무, 인테리어, 홍보, 구매 등 병원경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병원의 업무 중 진료 영역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관장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MSO는 의료법인의 출자를 허용해 브랜드 및 자본공유를 통해 수직적-수평적 및 기능적-임상적 네트워크의 교차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활동형태를 기준으로 경영지원형과 자본조달형으로 구분된다. 경영지원형 MSO는 구매 대행(의약품, 의료기기), 자원공유(의료시설), 경영활동의 아웃소싱(인력관리, 마케팅, 법률/회계)과 진료연계를 통해 네트워크 병원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한편 자본조달형 MSO는 2009년 5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제출한 영리병원 도입에 관한 현안보고서에서 “현재 의료기관들이 영리병원으로 직접 전환하는 것은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어 영리병원의 설립은 MSO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법인 및 개인 병의원에 대한 외부자본의 투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위 보고서에 따르면 MSO를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으로 인정하면 “의료기관은 MSO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외부자본을 유치한 MSO는 수수료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MSO를 매개로 병원에 대한 ‘간접적’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위 보고서에서 “영리법인이 허용된 미국에서도 MSO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의 줄임말로 미국 민간의료보험의 건강관리조직)와 같은 관리의료에 대한 병원들의 대응책으로부터 발전했다”고 언급하면서 민간의료보험활성화 방안과의 연계를 중시하고 있다. 즉 MSO는 단지 우회적인 영리병원화일 뿐만 아니라 민간보험과의 연계를 통해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도 노리는 의료민영화조치인 것이다. 이렇듯 MSO가 우회적인 영리병원화의 방법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 정부 문서에 드러나 있고, 이번 의료법에서 경영지원형 MSO를 우선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본다면 병원경영지원사업의 도입은 MSO 도입과 마찬가지다. 또한 2009년 국회에 상정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 경영지원형 MSO는 자본조달형 MSO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한편 국내에는 네트워크 병의원이 약 1000여개,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에 등록된 네트워크 병원 브랜드만 56개에 이르고, 이들은 MSO를 통해 병원 경영 전반을 지원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MSO가 더욱 활성화되면 일차의료기관과 네트워크 병의원들이 MSO를 중심으로 체인화ㆍ대형화 될 것이다.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MSO를 통해 복수의 의료기관을 소유ㆍ지배할 수 있고, MSO는 합법적으로 네트워크 의료기관의 수익을 투자자 혹은 자본가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MSO가 거대 자본을 유치하여 확장을 할 경우, 기존 일차 의료기관들은 네트워크 의료기관에 밀려 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현재는 의료법인이 파산했을 경우 청산하고 남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의료법인은 국가로부터 세제지원과 같은 혜택을 받으며 사회에 대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공공병상 비율이 10%에 불과한 남한에서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중소의료법인들이 사실상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이 허용될 경우, 대형의료자본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병원들을 싼 값에 흡수하여 대형네트워크병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력을 가진 네트워크 병원들은 MSO를 통해 수익창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과잉진료, 비급여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일으킬 것이다. 반면 지역주민의 요구와 필요에 기반을 둔 의료서비스의 제공 부족으로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떨어질 것이다. 원격의료의 허용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 허용에 대해 정부는 “원격의료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를 대상으로 허용해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 자 446만 명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간의 의료지식, 기술지원만 가능하며,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원격의료 허용의 명분으로 정부는 개인병원의 적극적인 유-헬스 사업 참여 예상과 의료의 접근성 향상을 들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유-헬스를 준비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대형 종합병원이며,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국민은 원격진료장비를 갖추는데 비용부담이 없고 종합병원으로부터 건강관리를 받기를 원하는 자금력이 있는 의료 소비자가 될 것이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유-헬스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전략’에 따르면 유-헬스 산업의 필요조건으로 “의료기관의 영리행위 허용과 원격의료의 확대 등 의료법 정비 필요”를 들고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병원경영지원회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유-헬스 조기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격의료 구축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삼성 등 민간자본이 선도하고 있고, 대형병원들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지방병원들을 수직적으로 편입시키는 등 준비를 해왔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라는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의료공급체계가 재편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헬스 사업에 포함된 예방서비스와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국민의료비를 최대 3조5000억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유-헬스 시범사업자로 SKT와 LGT 컨소시엄을 선정했고, 올 10월부터 IT 대기업과 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들이 참여해 3년 동안 521억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IT기업들이 판매하는 각종 단말기, 회선 사용료와 원격의료 진료비, 건강관리서비스 이용료와 같은 비급여 부분, 이를 포괄할 관련 민간보험 등으로 국민들이 부담할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원격의료 서비스가 일차의료기관이 아닌 대형병원 중심으로 제공되면 결국 대형병원으로 외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의료전달체계 붕괴 및 지역 병원, 개인병원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국무회의 통과 정부는 지난 5월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제주도민들은 2005년 제주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꾸준하게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응해 왔다. 2008년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의견이 더 우세해 영리병원 설립이 좌절된 바 있고, 2009년 12월 공개된 영리병원 관련 용역보고서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측 연구내용에서는 영리법인병원 허용 시 의료비 상승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명박 정부는 영리병원 정책에 대해 사실상 유보적 입장을 취해 왔지만 이번에 ‘제주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키며 영리병원 허용을 재추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은 도지사가 도내 일정 지역을 의료특구로 지정ㆍ고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상법상 규정된 회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의료특구 내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심지어 민간보험사, 의료기기회사, 제약회사도 회사 설립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외국자본이 영리 목적으로 세운 병원이 오는 12월 제주도에서 국내 처음으로 개원될 예정이다. 제주도 의료특구 내 영리병원 허용은 동일한 법적 지위를 지닌 타 지역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의료특구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여 영리병원을 전국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특히 공립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남한의 상황에서 영리병원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내용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의료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영리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그만큼 의료비가 비싸진다. 상승한 의료비는 건강보험 수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할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붕괴할 것이다. 영리병원화에 따라 병원자본의 집중과 대형화가 이루어지면서 인수합병은 증가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등 인건비 감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의료 인력의 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임금 비용이 5-10%인 제조업과 달리 병원의 임금 비용은 50% 내외). 의료 인력 감소와 중소병원의 붕괴는 공공병원, 비영리병원에서의 진료 대기시간을 길어지게 하고 값비싼 영리병원에 갈 수 없는 환자들에게 의료접근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한 의료민영화 지난 5월 17일 보건복지위원장인 변웅전위원장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소속 국회의원 11명이 건강관리서비스 입법안을 발의했다. 입법안에 따르면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의 유지 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 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상담 교육 훈련 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이와 관련하여 제공되는 부가적 서비스”를 말한다. ‘건강관리서비스요원’은 그 자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고, 비의료인도 교육을 이수하면 요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승인받기 위한 시설, 장비 및 인력을 갖추고 기초자치단체의 개설허가만 받으면 누구라도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차릴 수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건강보험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치료행위를 제외한 모든 건강관리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 고급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민간 건강관리회사들은 상대적으로 고가를 받을 것이다. 더불어 민간보험회사들은 적극적으로 고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을 개발할 것이다. 내는 돈 만큼 제공되는 서비스가 달라질 것이고, 그에 따른 일상적인 건강관리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건강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현재 남한의 건강보험은 치료서비스의 일부만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예방과 건강증진, 재활과 요양서비스는 급여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하여 그동안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건강증진사업과 개인별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건강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서비스이용을 지원하는 바우처를 발급할 수 있고”,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게 필요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건강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의 건강생활습관 문제는 사회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국가의 개입 없이 민간건강관리 서비스의 상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보건사업 관련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바우처 발행으로 대체할 수 있다. 민간건강관리서비스 제공자는 바우처 소지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에 보건소에서 제공되던 서비스가 민간으로 이전될 것이고, 보건소의 보건사업은 축소ㆍ폐지될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이 시행되면 질병에 대한 치료만 의료기관에서 하고, 그 외 모든 의료는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이 제공하게 된다. 건강위험도 평가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의료기관은 건강측정 결과를 기초로 환자 군을 분류하게 된다. 의사에 의해 건강관리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건강관리의뢰서’를 발급받은 사람들은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제공기관은 각각의 분류군별로 건강관리서비스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선진국들은 건강관리서비스를 건강보험이나 국가의료체계를 통해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 건강 군과 건강주의 군을 구분할 기준은 대단히 모호하며 많은 질병은 자가 인식 없이 발생한다. 결국 상대적으로 더 정확한 건강위험도 평가를 위해서 종합건강검진과 같은 고액 검사가 활성화될 것이다. 개인질병정보가 민간영리기업과 민간보험회사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이 법안에 의하면 건강 위험도 정보를 엄격한 개설기준도 없는 민간영리기업이 포괄적으로 다루게 된다.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민간보험회사가 방대한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보험회사들은 민간보험상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포함시켜 판매하고 직접 건강관리 회사를 운영하거나 연계 회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할 것이다. 또한, 질병정보는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 선별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건강관리서비스법은 이 서비스를 원격건강관리로 제공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 발의에 앞서 지난 5월 지식경제부가 유-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대규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유-헬스를 통해 대형병원의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 민간영리기업과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될 것이다. 유-헬스를 통한 원격진료는 단지 환자대상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이다. 보건의료운동의 과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재추진은 다각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병원경영지원사업은 경영지원형 MSO를 합법화시키는 것이고 비영리법인의 우회적인 영리법인화를 꾀하는 것으로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법안과 맞물려 네트워크화를 강화시키는 조치로 의료민영화 조치의 한 축이다. 또한 원격진료 허용은 유-헬스를 통해 대형병원의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고, 민간영리기업과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원격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될 것이다. 민간영리기업이 관리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개인정보를 다루게 될 것이고, 민간보험회사 역시 그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공공적으로 제공하던 부분을 민간자본이 맡아 운영하면서 창출된 이윤은 자본에게 돌아간다. 자본은 보건의료체계를 이윤창출의 영역으로 구축하려 하고 민중은 보편적 권리로서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를 원한다. 보건의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이후 계급 간 건강불평등은 더 확대되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민중들의 강력한 반발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중단시켰다. 이처럼 건강에 대한 민중의 불만은 드러나지 않고 조직되지 않았을 뿐 이미 만연해있다. 확대되는 건강불평등의 원인으로서 의료민영화의 실체를 알려내고 병원, 민간의료보험, 제약자본 대 노동자, 민중이라는 전선을 확실히 하는 것이 현 시기 보건의료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2010년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의료민영화의 공세가 밀려오고 있다. 지난 4월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5월에는 국무회의에서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었고, 오는 12월에는 외국자본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설립될 예정이다. 또한 5월에는 지식경제부가 유-헬스(U-Health. Ubiquitous Health의 줄임말로, 의료와 IT를 접목하여 시공간적 제약 없이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진료시스템) 산업 육성을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발표가 있었고, 보건복지위원장인 변웅전을 비롯한 국회의원 11명이 건강관리서비스 입법안을 발의했다. 의료민영화가 여러 법률과 조치들로 동시에 급속히 추진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각각의 사안들은 다른 의료민영화조치들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영리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1%] 1. 의료법 개정안은 사실상의 의료민영화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의료법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법인 부대사업에 병원경영지원사업 신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허용, 의료인 환자 간 원격진료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집권 초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다 철회했던 의료민영화 관련 독소조항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의료법개정안이 “의료인 단체 및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하여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법률안이라고 입법취지를 설명함으로써 의료를 산업화 시키는 법안임을 밝히면서도 의료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기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1)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을 통한 비영리법인의 우회적인 영리법인화 현재 복지부는 비영리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인 병원경영지원사업은 병원경영지원회사(MSO.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와 말만 비슷할 뿐이고 그 내용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MSO의 성격을 분석해 보면 병원경영지원사업의 도입은 MSO 도입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 진다. 병원경영지원회사란 병·의원을 대상으로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마케팅, 인사, 재무, 인테리어, 홍보, 구매 등 병원경영 전반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병원의 업무 중 진료 영역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관장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MSO는 의료법인의 출자를 허용해 브랜드 및 자본공유를 통해 수직적-수평적 및 기능적-임상적 네트워크의 교차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활동형태를 기준으로 경영지원형과 자본조달형으로 구분된다. 경영지원형 MSO는 경영활동의 아웃소싱과 진료연계를 통해 네트워크 병원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한편 자본조달형 MSO는 2009년 5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제출한 영리병원 도입에 관한 현안보고서에서 “현재 의료기관들이 영리병원으로 직접 전환하는 것은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어 영리병원의 설립은 MSO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법인 및 개인 병의원에 대한 외부자본의 투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위 보고서에 따르면 MSO를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으로 인정하게 되면서 “의료기관은 MSO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외부자본을 유치한 MSO는 수수료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MSO를 매개로 병원에 대한 ‘간접적’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듯 MSO가 우회적인 영리병원화의 방법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 정부 문서에 드러나 있고, 이번 의료법에서 경영지원형 MSO를 우선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본다면 병원경영지원사업의 도입은 MSO 도입과 마찬가지다. 또한 2009년 국회에 상정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경영지원형 MSO는 자본조달형 MSO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2)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현재는 의료법인이 파산했을 경우 청산하고 남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의료법인은 국가로부터 세제지원과 같은 혜택을 받으며 사회에 대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공공병상 비율이 10%에 불과한 남한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없는 지역에서는 중소의료법인들이 사실상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거점병원의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이 허용될 경우, 대형의료자본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병원들을 인수합병하여 대형네트워크병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력을 가진 네트워크 병원들은 MSO를 통해 수익창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과잉진료, 비급여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일으킬 것이다. 반면 지역주민의 요구와 필요에 기반한 의료서비스의 제공 부족으로 국민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3) 원격진료의 허용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 허용에 대해 정부는 “원격의료를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를 대상으로 허용해 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446만 명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간의 의료지식, 기술지원만 가능하며,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원격의료 허용의 명분으로 정부는 의료의 접근성 향상과, 유-헬스 사업에 개인병원의 참여가 많을 것임을 들고 있다. 하지만 유-헬스를 준비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대형 종합병원이며, 원격의료를 필요로 하는 국민은 원격진료장비를 갖추는데 비용부담이 없고 종합병원으로부터 건강관리를 받기를 원하는 자금력이 있는 의료 소비자라 할 수 있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유-헬스의 경제적 효과와 성장전략’에 따르면 유-헬스 산업의 필요조건으로 “의료기관의 영리행위 허용과 원격의료의 확대 등 의료법 정비 필요”를 들고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병원경영지원회사’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유-헬스 조기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격의료 구축은 이미 여러해 전부터 삼성 등 민간자본이 선도하고 있고, 대형병원들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지방병원들을 수직적으로 편입시키는 등 준비를 해왔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라는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대형재벌병원 위주로 의료공급체계가 재편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헬스 사업에 포함된 예방서비스와 만성질환 관리를 통해 국민의료비를 최대 3조5000억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IT기업들이 판매하는 각종 단말기, 회선 사용료와 원격진료 진료비, 건강관리서비스 이용료와 같은 비급여 부분, 이를 포괄할 관련 민간보험 등으로 국민들이 부담할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의료서비스 중 원격진료가 가능한 부분이 제한적이고,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마주보고 진료하지 않고 화상을 통한 질문만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진단이나 처방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 원격진료 서비스가 일차의료기관이 아닌 대형병원 중심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결국 대형병원 중심으로 외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고 의료전달체계 붕괴 및 지역 병원, 개인병원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2.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국무회의 통과 정부는 지난 5월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제주도민들은 2005년 제주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꾸준하게 영리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응해 왔다. 2008년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의견이 더 우세해 영리병원 설립이 좌절된 바 있고, 2009년 12월 공개된 영리병원 관련 용역보고서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측 연구내용에서는 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 상승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명박 정부는 영리병원 정책에 대해 사실상 유보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이번에 ‘제주특별자치도법’을 통과시키며 영리병원을 재추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은 도지사가 도내 일정 지역을 의료특구로 지정․고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상법상 규정된 어떤 회사라도 제주특별자치도 의료특구 내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다. 제주도 의료특구 내 영리병원 허용은 동일한 법적 지위를 지닌 타 지역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의료특구와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여 영리병원을 전국적으로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특히 공립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남한의 상황에서 영리병원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내용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의료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영리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투자자의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그만큼 의료비가 비싸진다. 상승한 의료비는 건강보험 수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을 압박할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붕괴할 것이다. 영리병원화에 따라 병원자본의 집중과 대형화가 이루어지면서 인수합병은 증가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 등 인건비 감축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의료 인력의 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에 임금 비용이 5-10%인 제조업과 달리 병원의 임금 비용은 50% 내외). 의료 인력 감소와 중․소병원의 붕괴는 공공병원, 비영리병원에서의 진료 대기시간을 길어지게 하고 값비싼 영리병원을 갈 수 없는 환자들에게 의료접근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3.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한 의료민영화 지난 5월 17일 보건복지위원장인 변웅전위원장을 비롯하여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소속 국회의원 11명이 건강관리서비스 입법안을 발의했다. 입법안에 따르면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의 유지 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 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상담 교육 훈련 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이와 관련하여 제공되는 부가적 서비스”를 말한다. ‘건강관리서비스요원’은 그 자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고, 교육을 이수하면 요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의료인도 제공 가능하다. 또한 승인받기 위한 시설, 장비 및 인력을 갖추고 기초자치단체의 개설허가만 받으면 누구라도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을 차릴 수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건강보험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치료행위를 제외한 모든 건강관리서비스는 이용자들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그 가격은 정부가 결정하지 않는다. 고급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민간 건강관리회사들은 상대적으로 고가를 받을 것이다. 더불어 민간보험회사들은 적극적으로 고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내는 돈 만큼 제공되는 서비스가 달라질 것이고, 그만큼 일상적인 건강관리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건강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은 이 서비스를 원격건강관리로 제공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안 발의에 앞서 지난 5월 지식경제부가 유-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대규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유-헬스를 통해 대형병원의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 민영영리기업과 민영의료보험을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될 것이다. 유-헬스를 통한 원격진료가 단지 환자대상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법이 시행되면 질병에 대한 치료만 의료기관에서 하고, 그 외 모든 의료는 건강관리서비스기관이 제공하게 된다. 건강위험도 평가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의료기관은 건강측정 결과를 기초로 환자군을 분류하게 된다. 의사에 의해 건강관리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건강관리의뢰서’를 발급받은 사람들은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제공기관은 각각의 분류군별로 건강관리서비스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선진국들은 건강관리서비스를 건강보험이나 국가의료체계를 통해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 건강군과 건강주의군을 구분할 기준은 대단히 모호하고 많은 질병은 자가 인식 없이 발생한다. 결국 상대적으로 더 정확한 건강위험도 평가를 위해서 종합건강검진과 같은 고액 검사가 활성화될 것이다. 개인질병정보가 민간영리기업과 민영보험회사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이 법안에 의하면 건강 위험도 정보를 엄격한 개설기준도 없는 민간영리기업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게 된다.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민영보험회사가 방대한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보험회사들은 민영보험상품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포함시켜 판매하고 직접 건강관리 회사를 운영하거나 연계 회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할 것이다. 또한, 질병정보는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 선별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4. 보건의료운동의 과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재추진은 다각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병원경영지원사업은 경영지원형 MSO를 합법화시키는 것이고 비영리법인의 우회적인 영리법인화를 꾀하는 것으로 의료법인 병원의 인수합병 허용 법안과 맞물려 네트워크화를 강화시키는 조치로 의료민영화 조치의 한 축이다. 또한 원격진료 허용은 유-헬스를 통해 대형병원의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하고, 민영영리기업과 민영의료보험를 통해 관리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원격 진료를 통해 대형병원과 연계될 것이다. 민간영리기업이 관리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개인정보를 다루게 될 것이고, 민영보험회사 역시 그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공공적으로 제공하던 부분을 민간자본이 맡아 운영하면서 창출된 이윤은 자본에게 돌아간다. 자본은 보건의료체계를 이윤창출의 영역으로 구축하려 하고 민중은 보편적 권리로서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를 원한다. 보건의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이후 계급 간 건강불평등은 더 확대되었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민중들의 강력한 반발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중단시켰다. 이처럼 건강에 대한 민중의 불만은 드러나지 않고 조직되지 않았을 뿐 이미 만연해있다. 확대되는 건강불평등의 원인으로서 의료민영화의 실체를 알려내고 병원, 민간의료보험, 제약자본 대 노동자, 민중이라는 전선을 확실히 하는 것이 현 시기 보건의료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http://epnews.net/sub_read.html?uid=8049§ion=section24§ion2= 은평구민을 위협하는 최악의 연쇄살인범(?)은? 1년에 423명의 은평구민이 서초구민보다 더 사망하고 있다 김태훈(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지난 1년간 은평구민을 423명이나 죽인 연쇄살인범(?)이 있다. 우리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연쇄살인범에 경악하는 이유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에게 슬픔이나 동정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피해자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1년간 423명의 은평구민을 앗아간 이 범인에게선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범인은 사람이 아니라 사회구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 건강불평등 문제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건강형평성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서초구의 5년 동안 10만명 당 성연령표준화사망률이 1,770인 것에 비해 은평구는 2,242이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1년에 423명의 은평구민이 서초구민보다 더 사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친 비유를 했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다. 그러나 건강불평등으로 인한 죽음 역시 본인이 느끼지는 못할 수 있지만 억울한 죽음, 피할 수 있었던 죽음으로 학자들은 분류한다. 우리는 개인이 저지르는 극단적 문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사회구조의 문제에 대해서는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다. 구조적 문제는 용어도 어렵고, 복잡해서 잘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구조적 문제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은평구도 전국 평균에 비해서는 양호한 편이다. 우리나라 모든 지역을 조사해보면, 대도시에 비해 농어촌, 산간지역의 사망률은 매우 높다. 2006년 통계로 사망률이 가장 높은 H군은 서초구에 비해 사망률이 2배가 높다. 서초구민이 4명이 사망할 때 은평구민은 5명이 사망하고 H군민은 8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시야를 더욱 넓혀서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사람들이랑 비교해보면 어떨까. 20세기 동안 선진국,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60세에서 80세로 늘어나는 동안 아프리카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여전히 40세에 머물러 있다. 반대로 시야를 좁혀본다면 은평구 내에서도 건강불평등이 존재한다. 지난해 최초로 시행된 은평구민 건강실태조사 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늘어난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고혈압, 우울증 등에 더 많이 걸려있었다. 지역 내에서도, 국가 내에서도, 전 지구적으로도 건강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건강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구조적 문제는 사실 일상에서 겪는 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생각해보자. 은평구의 50대 경비원 아저씨는 자기가 서초구의 50대 판검사 아저씨보다 건강하지 못하다고 항상 생각하면서 살고 계시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건강검진을 한 다음에 서초구 아저씨보다 일찍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말해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이 글을 읽는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못 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경제는 발전해왔지만 소득불평등은 심화되고 있고, 사회적 배제라는 측면에서 빈곤은 확대되고 있다. 빈곤은 건강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없게 만든다. 가난한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추천하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사먹지 못한다. 가난한 사람이 사는 낡은 집, 반지하방은 습기가 차고, 공기가 탁하다. 빈곤이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못 벌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요구로 조금씩 확보할 수 있었던 노동자의 권리가 다시 침해되고 있다. 정부는 투기로 인해 손해를 본 경영자와 투자자는 구제금융으로 도와주지만, 그동안 골병들어가며 일해 온 노동자들이 해고당하는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노동자들은 이러한 해고 걱정 속에서 임금이 낮아도 참고 일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위험한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하며,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못해서 아프거나, 나이 들어도 도움 받지도 못하는 것이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불평등도 한 이유다 건강불평등의 마지막 이유는 의료불평등이다. 제대로 치료를 못 받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여전히 병원비는 비싸다. 이미 대형병원은 환자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보다 이윤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더 고민하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것을 의료민영화가 진행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 ⓒ 실업은 늘어나는데 복지는 늘어나지 않는 것, 돈 가진 투자자만 돈을 벌고 일하는 노동자는 몸만 망가지는 것, 공공 건강보험을 더 좋게 만들지는 않고 민간보험에 가입하라고 홍보하는 것. 신자유주의라고도 불리는 이런 생각들, 법들, 제도들은 사실 ‘돈 없으면 일찍 죽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IMF이후 우리가 그런 제도들, 그런 생각들에 반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돈 없으면 일찍 죽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오래 살려면 역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건강불평등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다. 우리가 변해야 바뀐다. 우리 사회가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우리는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고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건강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그리고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우리는 주장할 수 있다. 유엔의 인권선언에도, 대한민국의 헌법도 이를 보장하고 있다.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 그 권리 선언의 첫걸음 은평구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시작하고 있는 ‘누구나 건강한 은평구 만들기’ 캠페인은 그러한 권리 선언의 첫걸음이다. 건강보험료 1만원이하 가구의 보험료 대납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례 재정을 구청에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가 현실화되는 것을 넘어서 여러 시민의 참여와 아이디어를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기사입력: 2010/04/23 [10:23] 최종편집: ⓒ 은평시민신문 Copyrights ⓒ epnews.net 이 기사의 저작권은 은평시민신문에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상업 목적의 재배포를 금합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67268&PAGE_CD=12 의료법 개정안, 돈을 위한 '화려한 만찬' '의료민영화' 수순밟기의 수많은 증거들 10.04.21 13:03 ㅣ최종 업데이트 10.04.22 15:25 이은주 (miaong) 의료민영화, 영리법인병원, 민간의료보험, 의료법개정안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료민영화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법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내용으로 하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의료민영화의 내용과 진행 수준, 그 흐름의 목적을 알아보자. [의료민영화의 첫 단계] 영리법인병원 허용 현재 한국에서 병의원을 설립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공공기관, 비영리·의료 법인, 의료인으로 영리법인은 병의원 설립이 금지되어있다. 의료인 개인이 병원을 설립한 경우 이윤을 자신의 수입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사실상 영리추구행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비영리법인이 설립한 경우에는 병원 경영을 통해서 얻은 이윤을 병원 바깥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병원의 시설이나 연구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바꾸어 병원 경영을 통해 얻은 이윤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리법인병원 허용이다. 영리법인병원이 허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리법인병원의 목적은 말 그대로 영리 추구이다. 주주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수익을 많이 내야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환자에게 부과되는 의료비가 증가한다. 정부를 포함한 영리법인병원 허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논거로 의료서비스의 질 상승과 효율성 증가를 내세운다. 의료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져 그러나 영리법인병원에서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진다는 근거는 없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에서 미국 전역의 의료 기관들을 다양한 항목들로 평가한 결과, 상위 12위권 안에 영리 병원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이루어진 여러 연구 결과 영리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비영리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사망률에 비해 더 높게 나왔고, 의료과실과 수술 부작용도 더 많았다. 또한 영리 병원의 간호사들의 월급은 더 적었고, 병상 당 간호사 수도 더 적었다. 인력 감축과 인건비 감소를 통해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서다. 의료 인력을 줄이면 한 명에게 부과되는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진다. 당장에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연구, 교육도 등한시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영리법인병원에는 누구나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 민간보험회사가 주주가 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의료기기회사와 제약회사 등이 자사 의료기기 구입과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는 등 의료행위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있으며, 민간보험회사가 병원과 1:1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여 특정 민간보험에 가입해야만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국민이 아닌 자본을 위한 효율성 영리법인병원이 되면 비효율적인 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다수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수익을 많이 내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리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늘어난다. 또 영리병원은 환자들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한다. 이들은 모두 환자들의 의료비를 증가시킨다. 또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만큼의 이윤을 얻어낼 수 없는 '비효율적인'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아예 만들지 않고, 해당 환자들을 비영리병원으로 보낸다. 결국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이 말하는 효율성은 환자들이 같은 의료비를 내고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돈을 병원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은 수익률을 낸다는 뜻이다. 보건의료는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대표 분야 이렇게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고, 의료비가 비싼 영리병원에 누가 가겠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가만히 두면 시장원리에 따라 환자들이 가지 않게 되고, 망하거나 비영리화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는 대표적으로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분야이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의료정보는 너무 전문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의료정보가 많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이 병원과 저 병원의 가격대비 서비스의 질을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미국의 영리병원들이 비영리병원들에 비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의료비가 비싸지만 영리병원들은 망하지 않는다. 영리병원은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고 이익을 많이 창출하지 못하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관절수술 같은 특정 전문과에 대한 특화된 서비스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마케팅 한다. 또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합병증이 많고 어려운 환자들을 피하고, 비교적 치료하기 쉬운 환자들을 유치하려 한다. 병원 영리법인화 방법 : 영리법인병원 허용·의료채권·MSO 현재 정부와 자본이 병원 영리법인화를 위해서 추진하고 있는 방식들은 직접적으로 영리법인병원 허용, 간접적으로 의료채권 발행 허용 및 병원경영지원회사(MSO) 허용이다. 먼저 직접적인 영리법인병원허용은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에서 추진되고 있다. 처음에는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짓겠다던 외국의료기관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리법인병원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광양, 부산·진해, 새만금·군산(군산시, 부안군, 새만금간척지, 고군산도), 대구·경북(대구광역시, 경산시, 구미시, 영천시), 황해(충남 서산시·아산시·당진군, 경기 평택시·화성시)로 전국 곳곳에 지정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는 제주도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영리법인병원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자본이 일방적으로 영리법인병원 허용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인천광역시, 서울대병원, 존스홉킨스메디슨인터내셔널 3자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기로 MOU(양해각서)를 맺었으며, 미국·유럽계 제약회사와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들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외국영리병원 유치 사업에 투자 의향을 밝혀와 협의 중에 있다. 정부가 영리법인병원 허용과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채권법 역시 비슷한 내용이다. 중소병원이 재정난 해결을 위해 자기 자본의 4배까지 채권을 발행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을 사는 사람들은 수익률이 높은 것을 원할 것이며, 병원은 영리추구행위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채권발행을 할 수 있는 신용도는 대형병원일수록 높기 때문에 중소병원은 채권을 발행하기도 쉽지 않다. 중소병원의 재정난을 해결하기는커녕 대형병원이 채권을 발행하여 병원의 대형화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병원경영지원회사(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는 병원경영, 시설, 의료 인력을 대신 관리해주는 회사이다. MSO를 활성화시키려는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MSO의 역할은 제약·의료기기·임상연구 기업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의료산업 내 계열화를 촉진하며, 비급여 중심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로 신의료 시장이 확대될 경우 비급여 가격 협상 및 진료비 청구를 하는 것이다. 또한 MSO가 외부자본을 유치하여 병원시설 임대, 경영위탁 등을 통해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고, 수수료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병원에 대한 투자와 수익배분을 통해 이윤추구행위를 불러오는 영리법인화인 것이다. 의료법 개정안 = 의료민영화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 역시 이러한 의료민영화의 맥락 하에 놓여 있다. 핵심 내용은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부대사업으로 경영지원사업 추가 허용, 의료법인 합병 절차 마련이다.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원격진료를 통해 경증 환자 및 지방 환자들까지 진료하기 시작하면, 1차 의료기관과 지방 의료기관은 경영수지 악화로 퇴출되어 대형병원들의 의료시장 점유율과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다. 의료서비스 중 원격진료가 가능한 것은 제한적이고, 꼭 의사가 직접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장기적으로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된다.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으로 구매·재무·직원교육 등의 경영지원사업 추가 허용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료기관과 독립적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는 병원경영지원회사에 의한 구매, 재무, 직원교육 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의료기관 부대사업으로 MSO를 허용해주겠다는 것은 이후에 MSO를 매개로 자본조달과 투자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도이다. 물론 전면적인 의료민영화 논란을 우려한 정부에서 이번 법안에서는 MSO의 자본조달 기능은 빠져있지만, MSO가 설립되고 운영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러한 내용들을 법제화하겠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이다. 의료법인의 합병을 허용하게 되면, 대형의료자본이 주변의 중소병원을 인수·합병하여 특정지역에서 독점적 위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지방 중소병원들은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릴 것이며, 수도권 중심으로 대형재벌병원만 생존하고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이 지역 내 경쟁 의료기관을 인수한 뒤 폐업시키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의료민영화의 두 번째]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병원 영리법인화와 함께 의료민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민간의료보험의 확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공단이라는 공적인 보험자와 계약을 맺어야 하고,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공단에 피보험자로 가입을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각각의 의료행위에 대해서 보험 적용 여부와 수가(가격)를 결정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의료기관은 가격결정권이 없다. 이러한 건강보험으로 의료비의 대부분이 집행되는 구조에서는 이윤추구를 전면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형의료자본은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를 통한 건강보험의 무력화를 원한다. 그리고 여기에 강력한 이해당사자로 보험회사가 개입한다. 민간보험은 자본에게는 효율적, 국민에게는 비효율적 민간보험회사는 영리병원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을 위한 '효율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은 국민에게 받은 보험료 50%, 국고 35%와 건강증진기금 15%를 받아서 일부를 관리비용으로 쓰고 약 94%를 의료비를 지급하는 데 쓰고 있다. 그러나 민간보험회사는 100%을 가입자들에게 보험료로 받아서 약 60%를 의료비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과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기 위한 관리비용, 그리고 기업의 이윤이 되는 것이다. 민간보험회사는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 보험금 지급 여부를 엄격하게(혹은 보험사에 유리하게) 심사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투자자들에게는 민간보험회사가 '효율적'이겠으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민간보험회사는 100을 넣으면 60만 돌아오고 나머지는 대형보험자본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이다. 자본의 의도대로 추진되고 있는 의료민영화 2005년 유출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던 '삼성생명 내부전략보고서'를 살펴보면, ①정액방식의 암보험 ②정액방식의 다질환 보장 ③후불방식의 준손실보험 ④실손의료보험 ⑤병원과 연계된 부분경쟁형 ⑥정부보험(전국민건강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 위의 순서로 차근차근 보험의 형태를 포괄적으로 바꾸어나가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원래 생명보험회사에서 실손형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노무현 정부 때 허용되어 이미 삼성생명 전략보고서의 네 번째 단계까지 진행되었다. 다음 단계인 '병원과 연계된 (건강보험과) 부분경쟁형'은 현재 미국처럼 민간보험회사가 병원과 계약을 맺고 그 병원에 가야만 보험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민간보험회사는 의료기관을 자신이 만든 관리의료조직에 소속시켜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통제한다. 의사는 보험료지급을 최소화할수록 인센티브를 많이 받기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또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적절성 여부를 보험회사가 판단하여 과잉의료행위로 판정되면 보험료 지급을 거부한다. 의료기관은 이러한 관리의료조직에 가입하지 않으면 주위의 가입한 의료기관과의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진료 개입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3자의 환자 유인·알선 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민간보험회사가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간보험회사들은 환자 유인·알선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폐지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또 하나 민간보험회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질병정보이다. 가족력 등을 통해 치료비를 많이 쓸 것 같은 사람을 가입시키지 않을 수 있고, 가입자가 병에 걸렸을 경우 과거의 사소한 병력을 들어 지급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보험회사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모은 질병정보를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보험사기방지를 위해 개인질병정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명목을 바꾸었다. 의료민영화 추진 경과와 의도 2000년대 초부터 진행된 의료민영화 추진의 경과를 간략히 살펴보자. 김대중 정부는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한다. 정권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부는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며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병원 영리법인화 등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2004년 10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으로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여 영리법인화로 가는 기반을 닦았고, 2006년 12월에는 MSO, 인수합병, 유인알선행위를 허용하고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사전작업이 대체로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한 정부는 2007년 2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데, 이 법안은 그간 추진해온 의료민영화정책 중 당연지정제 폐지를 제외하고 거의 망라한 법안이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의 대부분은 내용적으로 2007년 의료법 개정의 시도를 이어받는 것이다. 2008년 촛불집회로 상반기 정권이 위기를 겪으면서 의료민영화를 단기적으로 철회했지만 이것이 포기는 결코 아니었다. 정부는 2009년 5월부터 영리법인병원 추진에 유리한 근거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개발연구원과 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그 연구에서도 두 기관이 의견일치를 하지 못하고 의료비 상승 등 부작용이 드러나자 연구결과는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지금, 의료법 개정안, 제주 영리병원 허용,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영리병원 유치 및 내국인 진료 전면 허용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자본으로부터 건강할 권리 지켜낼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 다른 나라의 사례나 국내 연구를 통해서 보면 의료민영화가 사람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해서 의료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국민들의 이익이 아닌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 추진의 주된 논지는 '신성장동력론'이다. 자본이 투자되어 이윤이 창출될 시장이 고갈되었으므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자본의 눈에 들어온 새로운 시장은 이제까지 공공의 영역으로 여기던 가스, 수도, 전기, 철도, 교육, 의료 등의 분야이다. 이런 분야들의 상당 부분이 이미 민영화되었고, 의료 역시 민영화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정부가 공공적으로 제공하던 부분을 민간자본이 맡아 운영하면서 (서비스를 줄이거나 국민들로부터 돈을 더 받아서, 혹은 관련 노동자들을 더 착취해서) 창출된 이윤은 자본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상황을 막아내고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이은주 기자는 사회진보연대 활동가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