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국회 상임위 직권상정 시도에 부쳐 8월 31일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도중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대표자와 회원들이 전원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9월 국회 외통위 통과, 10월 본회의 통과라는 시나리오를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의지를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었다. [%=사진1%] 한미 FTA를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 작년 12월 한미 FTA 재협상 타결 이후, 정부·여당은 조속한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추진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한미 FTA 비준은 하루빨리 이뤄져야한다”며 “FTA는 세계를 향한 핵심 전략”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의회가 한미 FTA 이행법안을 9월 회기 중 발 빠르게 처리할 것으로 전망 된다”며, “우리나라도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본격 심의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9월 초 개회되는 미국 의회에 FTA 이행법안이 공식 제출되면 인준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여당은 미국 의회 상황과 연동해서 국회 비준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동안 미국 의회가 국가 부채 상한 조정 등으로 난항을 겪다 최근 다시 한미 FTA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자본가 단체들의 한미 FTA 찬성 발언도 이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하면서, FTA가 국가경제의 성장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요 수출기업들도 하반기 수출둔화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 서둘러 한미 FTA를 비준해 발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10개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 간 35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미 FTA 강행 처리 시도 8월 초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미국이 FTA 이행법안을 9월 중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도 보다 박차를 가해 양국이 서로 어깨를 겨루듯 비슷한 시기에 처리됨으로써 국민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현재 ‘9월 5일까지 외통위 상정, 17일까지 의결, 10월 본회의 처리’ 일정을 제시한 상태다. 다만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 처리는 야당과의 협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한미 FTA 여야정협의체 회의를 열고 있는데, 이는 반대 여론이 높은 한미 FTA를 단독으로 통과시킬 경우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07년 체결된 협정안에 대해서는 ‘선 대책 후 비준’이란 기존 당론을 유지하면서도 작년 이명박 정부가 타결한 재협상안은 ‘굴욕적 퍼주기 협상’이라는 이유를 들어 재재협상을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두 달간 한미 FTA 여야정협의체 회의가 여섯 차례 열렸으나 정부·여당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한미에서 비준 절차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민주당의 재재협상 요구는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재재협상 주장의 비현실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역시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항목인 ‘2’ 부분은 협상이 가능하지만 미국과의 재재협상이 요구되는 ‘10’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의회, 조만간 한미 FTA 법안 처리 가능성 높아 8월 초 미국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는 한국 등 3개국과의 FTA 이행법안을 9월 중 처리한다는 방침에 사실상 합의하였다. 미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가 성명을 통해 의회 휴회가 끝난 직후 무역조정지원제도(TAA) 연장안을 처리한 뒤 3개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는 추진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조의 이해를 반영하여 TAA 연장과 한미 FTA 비준의 연계 처리를 주장해왔던 반면 공화당은 재정지출 추가 부담을 이유로 TAA 연장에 반대해왔다.(TAA는 FTA로 인해 발생하는 실직자들을 재교육하는 비용을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관련 재정지출 규모는 연간 70-90억 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백악관이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TAA를 한미 FTA 이행법안의 부분으로 포함시키지 않고 별개 법안으로 제출하되, 공화당은 백악관의 요청대로 TAA와 한미 FTA의 병행 처리를 보장해줌으로써 양측이 실리와 명분을 각각 취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민주당과 공화당은 FTA 이행법안 자체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가 지속, 심화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FTA가 처리되면 미국 내에 7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이행법안 처리를 거듭 강조한 것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활적 이익, FTA 물론 현재 미국 의회의 복잡한 사정을 감안할 때 9월 중 처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9월 의회 회기가 길지 않은데다 이른바 ‘슈퍼위원회’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 등 논란이 될 만한 안건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또 FTA 추진계획에 구체적인 처리 일정이나 방식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부의 FTA 이행법안 제출과 의회의 TAA 제도 연장안 표결 처리의 선후관계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 의회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인 10월말에나 FTA 이행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의회가 빠른 시일 내에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연말부터 사실상 대선국면이 본격화되어 실제로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미 FTA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동아시아를 자유무역지대로 묶기 위한 경제전략이자 군사안보전략 차원에서 제기되었다는 점, 특히 현재 무역적자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FTA 이행법안 처리 무산은 미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9일 발표된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는 한미 FTA 이행법안이 미 의회에서 불발되거나 지연되면 양국의 전략적 동맹관계에 심대한 상징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미 FTA가 무산될 경우 2000년대 초부터 미국이 주로 동북아시아에서 추진해온 ‘경쟁적 자유화’ 전략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의 FTA는 물론 도하개발의제(DDA) 협상 등 수많은 통상 관련 현안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한미 FTA가 향후 무역정책에 길잡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의 논란은 시기와 절차를 조율하는 소소한 문제일 뿐 머잖아 이행법안이 처리될 것은 분명하다. 민중의 힘으로 한미 FTA 막아내자 지난 27일 ‘한미 FTA 저지 결의대회’를 제외하면, 현재 FTA 범국본을 비롯한 민중운동의 계획은 주로 국회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6년 뜨겁게 타올랐던 한미 FTA 반대 투쟁은 2008년 소강상태에 빠진 뒤 아직 그 불씨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초 한EU FTA 국회 처리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피해부문 대책 마련과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당론은 언제든 찬성 입장으로 뒤바뀔지 모른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안에 반대하는 것도 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들이 체결한 협정은 별 문제가 없다는 인식에 근거한 정략적 계산일 따름이다. 민중운동이 대대적인 투쟁을 통해 FTA 반대 여론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국회를 압박하고 정부를 굴복시키지 못한다면 한미 FTA가 발효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9월 중 한미 FTA 반대 투쟁의 물결을 다시 일으키자.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부쳐 서울 곳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무상급식,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가르는 나쁜투표 거부하자" 호우 피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있던 8월1일 오세훈 시장은 조용히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이미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투표 성사냐 투표 무산이냐'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투표율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8월12일 대선불출마 선언, 1인 시위 등 오세훈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길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0.3%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거 투표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보다 실제 투표율이 10% 이상 낮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33.3%를 넘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투표를 3일 앞둔 21일 오세훈은 시장직을 걸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사진1%] 오세훈이 명운을 걸게 된 이유 모두가 지적하듯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각종 무상복지 논란의 결절점이 될 것이다. 무상급식은 6ㆍ2 지방선거 때부터 민주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 온 보편적 복지 프레임의 대표 정책이고, 야권연대의 정책적 매개이기도 하다. 이번 주민투표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될 경우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프레임은 날개를 달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왔지만, 복지 이외의 의제를 부각시키는데 실패함에 따라 끊임없이 동요해왔다. 100% 무상보육을 주장한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 여러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복지 공약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미 무상급식을 수용하고 '맞춤형 무한복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복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가운데 오세훈은 이명박 정권의 입장이자 한나라당의 당론인 선별적 복지를 원칙적으로 고수해왔다. 오세훈은 이번 주민투표가 "과잉 복지냐 합리적 복지냐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납세부담은 적고 소득재분배 효과는 큰 합리적 대안을 찾자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의 무상급식 조례 거부는 보수세력 내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폭우 피해, 미국 신용평가등급 하락 등으로 인해 주민투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또한 주민투표가 오세훈의 차별화 전략인 한, 한나라당 내 계파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힘들었다.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 제기되는 형국이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대권 주자를 꿈꾸던 오세훈은 정치생명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명운을 걸고 전력투구 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인 셈이다. 오세훈-이명박의 부자감세와 복지공격 오세훈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선별적 복지를 통해 약자를 지원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대변한다. 즉,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복지를 쟁점으로 제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무상급식 정책을 '망국적'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2010년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는 33.5%로 양호한 편이지만, 향후 △잠재성장률 저하 △저출산ㆍ고령화 △무역ㆍ투자 자유화에 따른 법인세, 관세와 같은 세입감소 등 재정위기 위험요인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복지지출의 증대 역시 위험요인으로 분류되며, 무상급식이 각종 무상복지 시리즈로 나아가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위험을 가지는 정책으로 인식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재정 건전성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나라들에 IMF가 강요하는 정책 패키지 중 하나가 항상 재정 건전성이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금융자산 보호를 위한 물가안정에는 통화량 규제와 재정 건전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및 유럽 재정위기와 맞물려, 재정 건전성은 세계적으로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이명박 역시 최근 8ㆍ15 경축사에서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각종 세금혜택을 줄일 수 없으므로 복지지출의 추가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감세 혜택은 늘어나지만,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의 처분권은 고스란히 자본이 갖는다. 정작 세입감소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복지지출만 억제하겠다는 논리인 셈이다. 부자감세와 재정긴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는 지배세력의 반동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복지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명박 정부의 선별적 복지는 복지 혜택의 대상을 끊임없이 선별해 보장범위를 좁히는 동시에 복지를 노동과 연계시킨다는 문제점을 가진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의해 기초생활 수급자를 엄격하게 선별하는 기초법은 선별적 복지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노동연계복지는 직업훈련, 구직과 같은 노동시장 참여 의무를 복지수급 조건과 연계시킴으로써 산업예비군을 광범위하게 조성하여 기업이 저임금ㆍ비정규직 노동자를 활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세훈 주민투표의 반동성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현재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사활적 전장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민생파탄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무상 복지'로 흡수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오세훈식 정치쇼를 통해 민주당의 '무상 복지'에 맞불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오세훈의 '벼랑끝 전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권은 야권의 '무상 복지' 공세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오세훈식 정치쇼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급식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선동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인 부유층의 '계급투표'를 고무하는 한편 민중들의 정당한 생존권 요구를 공격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한나라당의 '부자감세-복지축소'에 대한 찬반과 동시에 민주당의 '무상 복지' 정책 패키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구도로 귀결되고 있다. 특히 민중운동 주류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연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주민투표 논란은 오세훈과 한나라당의 반동적 공세에 반대하는 민중운동의 목소리를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으로 모조리 흡수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진정성과 현실성을 결여한 민주당식 보편적 복지 하지만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선거용 정책으로 설계되었을 뿐 진정성과 현실성을 모두 결여하고 있다. 단적으로, 수출경쟁력 확보와 투자 자유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반성없이 법인세ㆍ소득세 인상과 같은 부자증세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실질임금 인상과 안정된 일자리가 보편화되어 노동자의 구매력이 증가하지 않는 한, 수출중심 경제에서 내수중심 경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구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이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승자독식에 대한 일부 교정을 주장하지만 자본에 대한 통제방안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고통을 모두 이명박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고,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복지를 확대하면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은 결코 한나라당의 선별적 복지론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 민중운동이 지배양당 간 허구적 프레임대결을 넘어서야 이런 조건에서 민중운동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어 내년 총대선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식 복지 프레임을 수용하고 상층 야권연합에 몰두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침식당할 위험이 있다. 민중운동은 단순히 오세훈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복지를 실현하고 임금과 고용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히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민생파탄 속에서 민중운동이 정세주도력을 발휘하는 것만이 앞으로 반복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놀음에 대처하는 올바른 길이다.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해체를 제어하고,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5월 31일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2011년 1월 20일 연석회의 1차 대표자회의를 시작한지 5개월여 만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한 최종합의문을 이끌어 냈고, 사회당을 제외한 12개 단체가 이에 서명했다. 6월말 7월초까지 최종합의문에 대한 참여단체 내부의 의결과정을 거쳐 9월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흐름과 관련하여 민중운동 내부에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민중운동의 중차대한 과제로 적극 지지하는 입장 ▲진보정당들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된 진보정당의 우경화 경향을 비판하는 입장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된 진보정당의 우경화 경향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유보 혹은 반대하는 입장 ▲진보정당운동 전반의 의회주의, 개량주의를 비판하며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을 건설하자는 입장 등 각 운동세력의 정세인식과 운동 전략에 따라 상이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현재 진보정치통합과 관련된 대체적 흐름은 자본주의의 장기불황,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라는 조건에서 체제대안의 전망으로서 사회변혁전략 논의는 부재한 채, 복지국가담론과 총선·대선 국면을 겨냥한 단기적 구상과 그에 따른 진보정당들의 정치공학적인 통합을 중심으로 논의가 과잉되어 있다. 또한 현재의 취약한 운동역량을 복원·혁신하기 위한 논의는 과소한 채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우경화된 흐름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를 제어해야 할 좌파운동의 경우 운동 전략과 조직노선의 차이로 인해 공조흐름 형성에 곤란을 겪고 있다. 진보정당운동이 노동자민중운동을 과잉대표하고 있는 현실적 조건에서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민주노조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과 전체 민중운동의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동의 및 참가여부를 떠나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해체를 제어하고, 변혁적 대중운동의 재건과 대안좌파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유지·강화하는 것이 노동자민중운동의 사활적인 과제다. 민주노조운동의 쇠퇴와 대안좌파 형성의 실패,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는 물론 세계자본주의와 한국자본주의의 객관적 조건, 정권과 자본의 전략, 운동주체들의 이념과 운동전략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계기를 통한 반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화되어온 변혁적 운동진영의 무능과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한 대중운동의 쇠퇴가 진보정당운동의 우경화 경향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다.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강력한 사회적 운동세력으로 등장한 한국의 민중운동은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사회변혁적 이념과 운동의 동요와 퇴조기, 1997-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대안사회를 지향하는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사회제도적 타협을 지향하는 코포러티즘적 운동’의 경쟁과 갈등의 시기를 거쳐왔다. 이후 민중운동은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인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과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광폭한 탄압, 억압적인 국가기구를 동원한 비민주적 통치스타일에 맞서 자신의 투쟁력에 근거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왔다. 이에 따라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를 배경으로 ‘반MB-반한나라당 연합’이라는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 노선이 민중운동 내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노총의 총노동 전선 구축의 방기와 야권연대 의존적인 활동, 현장의 패배주의-실리주의 확산 이명박 정권은 출범 이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노동조합 활동의 근간을 무너뜨리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왔다. ▲제조업(특히 자동차산업)과 공공부문 대사업장의 강성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와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관계 선진화 법안, ▲단체협약 개악 및 해지-연봉제 도입-경영평가 등을 통해 임금삭감-인원감축 등을 통한 노동자 간 경쟁강화, ▲노조 무력화를 통해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노동조합의 손발을 묶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켰다. 또한 ▲법치주의, 불관용의 원칙을 내세우며 업무방해, 손해배상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을 탄압하고 금속, 공공운수, 공무원, 교원노조 등 민주노총 내 거대 산별노조(연맹)를 무력화시켜왔다. 반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은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공세에 맞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한 채 산별만의 투쟁, 개별 사업장의 투쟁으로 대응하면서 각개격파 당했다. 그나마 민주노조운동의 기풍과 투쟁동력이 살아 있는 사업장들도 자본의 파업유도와 공격적 직장폐쇄, 정권의 경찰력을 동원한 무력진압을 통해 하나 둘씩 무너져 가고 있다. 경주 발레오, 대구 상신브레이크, 구미 KEC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과 현장투쟁 동력의 복원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2012년 총선,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확보(야권의 과반의석 확보)하고, 정권교체를 통해 각종 법·제도를 개선하여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6.2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연대 선거방침’과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단일화 거부 기자회견에 대한 논란을 통해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또한 노조법 전면개정을 위한 민주노총의 투쟁계획은 부재한 채,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노동대책회의, 2011년 1월 7일 구성)를 구성하고 입법 발의를 추진하며, 한국노총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 이러한 경향이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자체의 투쟁동력과 노동자민중진영의 역량에 근거하여 투쟁을 주도하지 못하고 민주당-한국노총에 의존하게 될 경우, 국회 입법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노조법 개정의 내용 자체가 심각하게 후퇴할 뿐 아니라 어떠한 운동적 성과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총 지부도의 이러한 행보가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권과 자본의 공세와 탄압에 맞선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을 방기하고 야권연대 의존적인 활동에 치중하면서 산별노조(연맹)와 단위 사업장 차원에서 투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준)의 ‘의정포럼’ 발족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권에 의존한 대응은 노동조합 지도부의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협의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야당과 NGO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혹은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노조가 자신의 요구를 낮추어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은 명확하다. 의정포럼과 같은 구조가 노조의 임금투쟁, 단체협약 투쟁 등 현장투쟁을 대체해간다면 이후에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노조의 파업이나, ‘세금부담을 늘이는’ 임금인상 요구는 점점 더 회피해야할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들은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한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연대하기 보다는 좀 더 영향력 있는 민주당, 더 나아가 한나라당을 통해 자신의 실리를 얻고자하는 흐름이 확장되고 있다. 노조의 실리를 얻기 위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정치 후원이 공공연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투쟁의 지도부로서 자신의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을 때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는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라는 민주노총의 방침조차도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변혁적 전망의 소실, 복지국가담론의 확대와 급격한 통치정당화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은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운동(세력)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자본주의를 변혁하는 운동전망의 불투명함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 담론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복지국가 담론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빈곤이 심화되고 민중의 삶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소위 양육, 교육, 주거, 고용, 의료, 노후의 6대 불안)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한다. 세계경제 장기불황의 지속,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적 변수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한국의 경제구조, 한반도 위기의 지속 등의 객관적 현실을 고려할 때, 북유럽 선진자본주의의 호황기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가능했던 복지국가를 한국사회의 전망으로 제기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사회적 역관계 상으로도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다. 복지국가 논자들은 대중들의 구체적인 불만과 요구를 복지국가라는 프레임으로 묶어둠으로써 고용, 교육, 의료, 주거, 양육, 노후 등 각각의 쟁점들이 갖고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점들을 은폐하며, 국가재정 확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호도한다. 또한 복지국가론은 "민주당,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2012년 정권을 교체하자"라는 야권연대의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 반MB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넘어 복지국가라는 포지티브한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여(복지동맹) 민주·진보 정권을 세우고 복지국가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복지국가론자들이 말하는 복지국가론은 현실 불가능할 뿐만아니라 복지정책의 실현이라는 정책연대를 중심으로 노동자민중운동을 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의 하위파트너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하다. 또한 복지국가론의 숨겨진 실체는 ‘유연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의 유지 및 확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민중운동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진보정당들의 수정된 복지담론은 노동유연화를 비판하며, 반전평화, 금융자본의 통제 등 몇 가지 핵심적 지점들을 적절히 포함하고 있지만, 복지의 문제를 정책대안과 재원마련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야권연대를 통한 복지정책 실현이라는 위험한 선택에 빠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대중들의 불만과 고통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포퓰리즘적인 대중동원 전략으로 해결될 수 없다. ‘대중의 구체적 요구와 투쟁에 근거한 대중운동의 주체형성’을 통해서 대안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변혁운동을 강화할 때만이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세계자본주의의 장기불황, 이에 대한 부르주아적 해법으로 제시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거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라는 정세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는 강력한 대중운동이 촉발되지 않는 정세 속에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통치정당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통치정당화’란 정당이 체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변혁적 운동전략을 포기하고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집권을 통해 제도적 틀 안에서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급격한 ‘통치정당화’가 대중운동의 쇠퇴라는 것을 배경으로 한다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사회제도적 타협노선을 견지하고 각종 정부기구 참여했거나 정부지원을 받았던 주류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일부 세력의 자기 생존을 위한 전망 ▲한국 노동자민중운동의 다수 세력인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단계론적 변혁론에서 변혁적 전망과 대중운동전략이 삭제된 집권전략으로서 자주적 민주정부 노선으로 수렴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급격한 통치정당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정당 활동을 하는 정치인 및 활동가들이 독자적인 자신의 이해관계를 형성하면서 조직의 운동노선이나 대중운동의 전략적 이해보다도 정당 내부에서의 권력·지분 보전 혹은 의회 진출을 위한 자신의 이해를 우선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선거주의·의회주의 경향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선거주의?의회주의가 강화되면 정당의 운동적 활동은 감소하고 제도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당 활동가들의 운동도 선거홍보를 위한 활동으로 축소된다. 정당이 선거에 관해 부르주아와 똑같은 기술을 사용하고(심지어 스타 정치인에 의존하거나 이들에 대한 개인숭배를 자극), 당의 재정과 활동이 정부기구, 의회, 지방정부, 선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간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화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선거주의·의회주의의 강화 혹은 통치정당화는 역동적인 대중운동의 부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다시 말해서 노동자대중운동이 당의 성장과 직접적인 득표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당의 지지를 높이기 위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활동을 진보정당에 맡겨두고 노조는 ‘돈 걷어주고 표 찍어주는’ 정치적 대리주의는 노조가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노조운동이 자신의 독자적 역량을 구축하여 현장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지 않는다면 진보정당운동과 노조운동 모두 비극적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변혁적 운동세력(좌파)의 무능과 대안좌파 형성의 실패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이라는 현 정세적 조건은 우선 지배계급, 정권과 자본의 전략에 대한 노동자민중운동진영의 대응이 실패한 결과이다. 운동진영 내적으로는 민중운동 내 다수 세력인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운동노선과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민통 다수파의 경우 노선적인 문제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민주노총 선거과정에서 어용세력을 포함하여 민주노조로 볼 수 없는 세력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아 당선되는 등 현실운동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 운동의 우경화와 사회적 협조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변혁적 운동세력(좌파)이 이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어떠한 전망과 대안을 형성해왔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운동의 주도세력에 대한 비판이 대안적 운동 전략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좌파운동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우선 좌파운동(이념적 통일성은 약하더라도 현장 조합원의 의식화·조직화와 현장투쟁을 강조하고,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의 원칙을 견지하고 실천하고자하는 노동운동의 현장파를 포함)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과 투쟁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발생하고 있는 주요 투쟁들을 책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이고 향후 운동의 혁신과 변혁적 대중운동, 대안좌파를 형성하기 위한 주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좌파운동의 경우 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 등에서 매우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협력과 공조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민통의 경우 그 내부에 입장에 따라 다양한 그룹들이 존재하지만, ‘전선운동과 당 운동, 대중운동’이라는 동일한 조직노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갈등적 쟁점이 존재하지만 전선운동으로 결집하면서 당 운동과 대중운동 내부에서 공조와 협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좌파운동의 경우, 전선운동이라는 관점이 부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당 운동을 중심으로 한 노선이 압도적 다수이다. 운동노선 상 전선운동에 동의하더라도 현실 운동역량이 취약하여 실질적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당 운동을 기본전략으로 할 경우에도 레닌주의적인 전위당 노선의 연장으로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노선(현재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와 기타 비공개 활동가조직)과 제도정당 노선(진보신당 내 좌파, 사회당)으로 그 지향점이 명확히 분화되어 있다. 그 조직적 수렴점이 다르기 때문에 공조와 협력을 위한 공동전선 혹은 정파연합적인 조직틀을 만들기가 어렵다. 또한 최근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의 갈등적인 논쟁과정은 ‘정파통합과 최대강령 합의를 통한 (전위)당 건설 노선’이 갖는 고유한 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정파가 함께 하는 당 건설 과정에서 이견이 존재하는 강령이나 실천방침을 합의하지 못할 경우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조직분리 혹은 상호 정치실천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좌파운동은 운동기풍 상으로 소수파적인 기질이 강하다. 입장이 다른 정치세력과 공조와 협력을 형성하는데 취약하며, 입장이 맞는 세력끼리 일을 추진하는 데 익숙하다. 노조 집행부 혹은 상층은 관료, 조합원은 역동적이라는 이분법적 관념을 전제로, 입장의 동요가 있는 노조 집행부를 설득하고 견인하기 보다는 타격의 대상으로 삼아 갈등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자신의 조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객관적인 투쟁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당위적인 주장으로 노동조합 내부의 갈등을 확대하기도 한다. 물론 구체적인 투쟁과정에 대한 평가 없이 일반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좌파운동이 투쟁의 핵심 주체들을 구성하고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운동적, 도덕적 헤게모니를 형성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다. 좌파운동이 소수세력으로서 비판자를 넘어 변혁적 대중운동을 재건하고 대안좌파로서 노동자민중운동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사회변혁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과 운동기풍 차원에서 부단한 상호토론과 혁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동시에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선운동, 당 운동, 대중운동 차원에서 상호 공조와 협력을 위한 일관된 노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둘러싼 각 세력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2009년 임성규 위원장 시절 건설된 민주노총의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통추위)’ 를 통한 진보정당 간 통합추진운동은 진보정당들(사회당과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을 포함)의 단결과 연대에 초점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6기 김영훈 위원장 당선 이후 진보대통합운동은 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과의 반MB 선거연합이라는 전술적 목표에 종속된 진보정당들의 통합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6.2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의 효과는 매우 컸다. 반MB 야권연대에 동참하지 않고 독자 출마한 진보신당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가 반MB연합 후보와 동시 출마할 경우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로 선출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강력한 사퇴압박에 봉착했다. 민주노총 선거방침의 효과는 ‘先 전면적인 선거연합 실현과 공동 활동을 통한 신뢰 회복 이후 정당 통합’이라는 진보신당의 기본입장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생존을 위한 강압적인 진보정당들의 통합국면을 형성했다. 현재 추진 중인 진보정당들의 통합과정 혹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은 진보정당들의 공동실천을 통한 신뢰형성, 단결의 확대가 아니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외부적 압력에 의해 추진된다는 한계와 동시에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둔 단기적이고 선거공학적인 정당통합이라는 점에서 정당 간의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로 인해 많은 갈등을 동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권파-민주노총 집행부 주도세력의 우경적인 선거연합 방침 현재의 구도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집행부의 주도세력이다. 이들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한 진보정당의 원내 교섭단체 확보(민주당 등 범야권의 과반의석 확보), 대선에서의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수립을 핵심 목표로 진보정당들의 통합을 사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판단은 총선, 대선에서 영향력 있는 진보신당의 유명 정치인들과의 통합이 중요할 뿐, 진보신당의 독자파 혹은 사회당과의 통합은 중요하게 사고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목표 달성이기 때문에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큰 틀에서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반대하는 정치세력들의 결합을 원치 않고 있다. 연석회의 최종합의문 중 대북 관련 문구 해석을 둘러싸고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페이스북 공개편지 논란이나 연석회의 최종합의 이후 각 정당의 의견수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최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행보는 진보신당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된 노림수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은 6월 19일 당 대회를 통해 연석회의 최종합의문(부속합의서1 포함)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신설합당 방식으로 진보신당 등 타 정당을 포함한 진보진영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단서조항을 함께 결정했는데, 진보신당에서 통합안이 부결되면 연석회의 참여단위 중심으로 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진보신당 통합파의 거취에 따라 민주노동당 재창당, 제3지대 백지신당 방식 등도 열어놓고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사업을 담당하는 수임기관을 구성하고, 수임기관이 제출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8월 안에 개최되는 임시 당 대회에서 승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민주노동당의 수임기관은 형식적으로는 정당법 상 수임기관을 구성하되,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8월 당 대회에서 승인하게 함으로써 내용적으로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협상기구의 성격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아래로부터 대중적인 참여운동을 전개하며, 9월 안에 창당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진보신당의 노선적 분화와 통합을 둘러싼 극한 대립 진보신당의 경우 내적 합의가 취약한 조건에서 외부적 상황에 의해 ‘통합’으로 내몰리면서 통합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독자파와 통합파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진보신당 내부는 진보정당통합에 대한 입장과 노선적 차이에 따라 크게 ▲‘진보작당’(독자파) ▲구 전진 그룹(독자파) ▲진보신당 하나로 그룹(독자파, 중간파) ▲A그룹(통합파) ▲심상정 그룹(통합파)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복지국가 노선에 동의하는 세력의 결집주장)로 분화되어 있다. 진보신당의 논의지형은 향후 운동전망 혹은 생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자민통 세력의 패권주의에서 기인하는 자민통 세력에 대한 극도의 거부, 정치계급의 독자화라고 할 수 있는 유명 정치인의 정치적 전망, 민주노동당과 통합할 경우 자체 활동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운동역량이 취약한 지역의 정치인·활동가들의 생존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현실적인 운동주체 형성과 전망을 위한 논의라기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분열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때문에 소위 ‘합리적 독자파’와 ‘좌파적 통합파’의 공조를 통한 운동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내외부의 노력은 끊임없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진보신당은 6월 26일 당 대회를 개최하여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대한 승인여부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수임위원회’ 구성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6월 19일 민주노동당 당 대회에서 ‘8월 임시 당 대회에서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문 승인’을 결정함에 따라 진보신당 또한 파국적인 표 대결 양상을 벗어나서 “연석회의 합의문에 대한 조건부 승인과 추가 협상 및 8월 당 대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갖고 조정할 수 있는 일정한 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현재 진보신당 내부 논의구도를 볼 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구 전진 그룹의 경우 극소수 인사를 제외하면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부결시키고 ‘지도부 사퇴-비상대책위 구성-재협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구상은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부결될 경우 민주노동당에서 재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점(6.19 당 대회에서의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의 단서조항을 결정한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 또한 '진보작당' 그룹의 경우도 최종합의문을 부결시키고 일부 인사를 앞세워 독자적인 새로운 진보정당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진보의 합창’을 주도하고 있는 심상정 그룹의 경우 당 대회에서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부결될 경우 민주노동당과 제 3지대 백지창당 등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는 복지국가 노선을 중심으로 민주당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운동을 이탈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6월 26일 당 대회를 앞두고 노동자민중운동의 일환으로서 운동정당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구 전진 그룹, 진보신당 하나로 그룹, A그룹 등이 통합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고 상호 공조를 통한 운동전망을 함께 모색하지 못한다면, 진보신당의 파괴적 분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이는 노동자민중운동의 미래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과 당원 가입운동의 한계에 갇힌 민주노총의 활동 민주노총의 6.2 지방자치제 선거방침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되면서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과 역량강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는 그 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했던 진보대통합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정신에도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 한편 최근 민주노총은 공식기구로서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1만 추진위원, 10만 당원 가입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층 차원에서 주도하는 당원 가입 중심의 민주노총의 활동은 그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핵심적 한계로 지적되었던 정치적 대리주의의 문제, 즉 현장 조합원의 정치활동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없이 ‘진보정당 당원 가입, 선거기금 납부, 진보정당에 대한 투표’로 동원하는 민주노총 정치활동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으로 민주노동당을 건설하고 10여 년간의 진보정당운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이 일반시민들의 정치적 성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한계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한편 김영훈 위원장은 6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통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요 고리 중 하나로 현장분회 건설을 강조한 바 있다. 그 동안 노동자들이 지역위원회에 편재돼 지역운동을 활성화 한다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당내 계급성을 강화하는 강력한 노동 블록이나 좌파블록에 미약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 내 의사를 결정할 때 당내 일상적 의사결정을 1/n 일로 해왔던 것과 관련해서 노동블록 형성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관련하여, 새로운 진보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민주노총의 개입이 당의 계급성과 운동적 성격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재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연합 선거방침에 대한 수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 내 좌파적 정치세력과의 공조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투쟁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노동운동 좌파세력의 새로운 진보정당 참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현재 민주노총을 주도하고 있는 노사협조주의적인 세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개입이 추진될 것이고, 민주노총의 개입의 효과가 진보정당의 우경화를 확대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좌파운동의 각개약진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 연구자 모임’(진보교연, 상임대표 김세균 서울대 교수)은 6월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연석회의 합의문을 추인했다. 진보교연은 특별결의문을 통해 “5.31 연석회의 합의문은 △‘3대 세습’ 등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입장이 미흡하고 △패권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쟁점이 될 국민참여당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보교연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방향에서 진보신당과 노동운동 중앙파와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 내부의 좌파블럭 형성을 위해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중앙파는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집행부 주도세력의 진보정당통합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견제하고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노동운동의 국민파와의 공조 하에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승리를 위한 제안자 모임’을 결성했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공식기구인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추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민주노총 추진위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앙파는 진보신당의 갈등적 분열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으며, 좌파적 통합파와 합리적 독자파의 공동행보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다. 진보신당에서 최종합의문이 부결되고 이들이 분열될 경우 새로운 진보정당 내 좌파블럭 형성의 곤란으로 인해 합류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진보신당 독자파와 사회당, 새노추 등의 당 건설 흐름에는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당은 진보신당과의 소통합 혹은 독자노선에 무게를 두며 연석회의에 개입해온 것으로 보인다. 5월 21일 사회당과 전국노동자회를 주축으로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새노추 상임대표),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 등이 참가하여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새노추)를 발족했다. 새노추는 ‘진보의 합창’과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진보의 노동자 중심성 강화와 비정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신자유주의 극복의 대안과 전략으로 진보정치에 헌신하는 운동’을 표방하고, 노동운동 좌파 세력과의 연대 및 교류 활성화를 통해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치 혁신의 주체를 광범위하게 결집한다는 구상이다. 새노추는 연석회의의 논의의 한계와 민주노총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한계에 대한 타당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만, 기존 사회당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좌파운동의 광범위한 결집을 이루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존재한다. 노동운동진영의 주요 좌파진영인 사노위 혹은 노동전선의 주요 활동가들이 추진하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노선을 부정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의 중앙파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기 때문에 진보신당이 분열할 경우 ‘진보작당’ 혹은 구 전진 그룹 정도와의 연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방향은 진보신당 독자파와 유사하게 비정규직 주체가 미약한 조건에서 현실적 실현경로가 희박하며, 탈-민주노총이라는 부정적 효과와 민주노조운동으로부터의 고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사노위는 최근 내부 강령 논쟁 및 일부 세력의 이탈 등으로 본격적인 당 건설 운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으며, 2012년 총선, 대선을 겨냥한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전선 또한 주요 활동가들이 사노위에 결합하고 있으나 내부 조건으로 인해 별도의 정치방침을 결정하고 있지 못하다. 최근 연석회의 중심의 새로운 정당 건설 흐름에서 나타나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선거연합과 복지국가 노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변혁적 대중운동의 재건과 대안좌파 형성을 위한 당면과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진보연대는 현재의 정세를 세계자본주의의 장기불황 국면에서 대안적 운동이 미약한 조건으로 인식하며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의 위기 ▲이를 구실로 한 무원칙한 반MB연대로 인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혹은 해체 ▲이로 인한 노동자민중운동 내부의 갈등 확대와 고립주의 확산 및 운동세력의 지리멸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연석회의 논의 지형에 대해서는 ▲진보정당 통합 논의가 정당 자체의 생존이라는 목적에서 제기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이념과 노선에 대한 논의보다는 정치공학적 논의가 상황을 압도 ▲2012년 선거 국면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제휴를 추구하는 등 새로운 진보정당의 이념이 대폭 우경화 ▲진보정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대중운동이나 전선운동의 발전적 재편에 관한 논의 부재 ▲선거주의·의회주의와 결합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통치정당화, 정치계급의 독자화 경향 강화 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 변혁적 대중운동을 재건하고 대안좌파를 형성하기 위한 기본적 토대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대중운동의 패배주의-실리주의를 배경으로 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와 그로 인한 노동자민중운동 전반의 해체적 경향에 대해서 최대한 저지선을 치면서 향후 운동의 재개를 위한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좌파운동이 운동노선과 실천전략의 차이로 인해 각개약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서로의 노선적 차이를 인정하고 공조와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상설연대체인 ‘민중의 힘’ 건설을 계기로 결성된 좌파단체 집행책임자 연석회의의 공동기획, 공동토론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투쟁 등 정세적 투쟁을 매개로 한 공동투쟁을 강화하고, 참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와 병행하여 주요한 운동공간으로서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공조와 협력을 위한 조직적인 논의틀을 구성해야 한다. 현장투쟁 역량 강화, 정세적 투쟁에 대한 공동투쟁 강화,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 전면 수정 등 핵심적인 과제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중앙집행위원회에 대한 체계적 개입을 포함한 공동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 지역, 산별 차원에서 조직적인 논의틀을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 당면 정치적 목표를 중심으로 좌파운동 내부의 정파적 갈등을 완화·조정하면서 전국적인 공조흐름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전국적인 공조흐름을 확대, 강화할 때 ‘금속활동가모임’, ‘공공운수 현장조직·활동가 연대회의’와 같은 현실적인 흐름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당 운동과 관련해서는 조직노선의 차이로 인해 좌파들의 공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적으로 존재하는 노선의 차이를 쉽게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노선의 문제는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상호 토론과 논쟁을 강화해야 한다. 당면해서는 서로의 노선 차이를 인정한 속에서 실천적 공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 운동의 우경화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통합진보정당 내부에서의 노선 및 정치방침을 둘러싼 경쟁과 민주노총 내부의 정치방침을 둘러싼 논쟁을 우회할 수 없다. 가장 큰 운동 동력인 양대 조직에서 운동 주류세력의 우경화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전체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자민통 세력 주류가 정치적으로 우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자민통과의 많은 부분에서 공조와 논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자민통 내부의 분화와 혁신을 촉구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민주당과의 연합정부’ 수립으로 경도될 경우 현재 좌파운동의 영향력이 미약한 조건에서 민주노총과 노동자민중운동 전반의 급속한 우경화를 제어하기도 어려운 조건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내부의 좌파적 경향이 통합진보정당 내부에서 좌파적 블록을 강화하고, 노동운동의 중앙파 등과 협력하여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중심의 방침을 최대한 제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진보신당의 좌파적 경향이 통합파와 독자파로 분열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통합정당 내 좌파적 경향과 진보신당 독자파-사회당-새노추의 흐름 그리고 사노위를 비롯한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좌파공조의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변화를 위한 투쟁을 진행함으로써, 이후 운동 재건을 위한 정치적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노조법 전면 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요구하며 8대 의제를 선정했다.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설립 절차 개선, ▲손배가압류 제한, ▲전임자 임금 지급 노사자율,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산별교섭 법제화, ▲단체협약 해지권 제한, ▲필수공익사업 폐지 및 최소유지 업무 신설. 사실 어느 의제 하나 긴급하지 않은 게 없다 아니, 민주노조의 사활이 걸려 있다. [%=사진1%] 노동자성 확대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지난한 투쟁이 웅변하듯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쟁 사례가 보여주듯이 간접고용 노동자 투쟁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할 과제이다. 운수, 건설,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사례처럼 정부가 설립신고증을 두고 재량권을 남용하는 상황에서 노조설립 절차 개선이 시급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가장 막강한 무기가 된 손배가압류와 단체협약 해지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관철시킨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조활동을 지극히 위축시키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노동조합의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제약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기능을 봉쇄할 것이기 때문에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창구단일화가 산별교섭을 위협하기 때문에 자율교섭 보장과 함께 산별교섭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필수업무유지제도를 폐지하여 박탈된 공공부문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조법 재개정을 전제로 노동계와 대화할 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고, 경총은 노조법 개정이 "노사균형의 기본 근간을 뒤엎는 발상"이라며 노동자의 요구를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 자본가단체와 정면으로 맞붙어 노동자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민주노조를 지켜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야3당 공동 입법발의, 한국노총 공조가 최선의 길인가 그런데 민주노총 사업은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11년 1월 7일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노동대책회의)를 구성했고, 4월 5일 한국노총과 실무회담을 거쳐 양대노총 공조를 추진했다. 그 결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은 4월 29일 '민생안정과 노동기본권 확대 및 노조법재개정을 위한 야3당-양대노총 공동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 설립절차 개선,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단체협약 해지권 제약에 대해 공동 입법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산별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제도 축소 및 보완 문제는 5-6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기국회 전까지 입법발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공동 입법발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진보신당은 "공동발의에서 제외된 세 가지 쟁점이 결코 합의된 다섯 가지보다 부차적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8개의 핵심 쟁점이 거대야당이 입장을 바꿨다는 이유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야권연대가 "중요 쟁점을 미룬 채 진행되는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최근까지도 '8개의제 동시발의'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은 민주당과 합의를 위해 민주노총이 기존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낳는다.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추진한다고는 말하지만 민주당 측에서 최근까지 계속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노총과 공조는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연대를 폐기한다는 대의원대회 공식방침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한 쟁점이다. 궁극적인 문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공동발의를 최우선시하고 이를 위해 양대노총 공조까지 되살려내는 게 민주노총으로서 최선의 길이냐는 것이다. 다른 길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조의 위험성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야3당이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은 16명인데 이 중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10명)를 차지하기 때문이다.(전체 의원 수는 한나라당 171명, 민주당 87명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추진한 공동발의는 이번 18대 국회 내에서 그대로 통과되기 어렵다. 만약 18대 국회에서 실제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민주노총의 원래 목표가 크게 왜곡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한국노총이 큰 변수다. 올해 1월부터 경총이 '총연합단체 공익사업 후원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한국노총의 기업파견자 120명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한국노총은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예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대책회의에서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문제 외에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당론 확정이 어렵다는 변명으로 논의를 회피하곤 했다. 민주당의 경우 내심으로는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 즉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한국노총 상급단체 파견자 임금지급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된 바 있다(김무성 원내대표, 3월 11일). 만약 국회 입법을 두고 협상을 하게 될 경우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야당연대로 노조법 전면 재개정? 한-EU FTA의 교훈 또한 이번 공동 입법발의는 노조법 전면 재개정 운동의 주도권을 민주노총 스스로 민주당에 넘겨주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민주노조운동이 아니라 민주당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조법 전면 개정의 정당성과 8대 요구를 중심으로 대중적 운동을 형성하여 주도권을 쥐고 정부와 정당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대중운동의 성과도 남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5월 1일 노동절 대회 축사에서 "우리는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과 폭넓게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노조법 개정을 위해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 곧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공동 입법발의가 2012년 총대선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프로그램에 따라 추동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계기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약속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사례는 우리에게 현실을 말해준다. 민주당은 5월 4일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를 연다고 한나라당과 전격 합의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의원들은 한·EU FTA 처리가 "4·27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야 4당 정책연합 합의문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문은 "민주당은 어떻게 야4당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파기하는가"라고 말한다.) 물론 민주당 내 일부 의원이 합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는 민주당 내에 일종의 역할분담 게임처럼 보인다. 민주노총, 대중운동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노총은 전북 버스노조 투쟁 사례처럼 여전히 사측과 야합해 지도부는 검은 돈을 챙기면서 조합원을 짓밟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금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2006년에 복수노조 허용 3년 유예에 사용자들과 합의했다. 한국의 민주노조는 한국노총의 반노동자 행태를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전면 개정을 위한 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의 구심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에 청원하고 한국노총과 공조를 취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실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민주노총은 자기 자신의 힘으로 장벽을 깨부수어야 한다. 현재 그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현장에서부터 우리 모든 노동자의 힘을 모아 노조법 전면 개정을 쟁취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자 대중의 힘에 근거하지 않은 운동은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정당에 의해 반드시 왜곡되거나 악용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현 시기 제기되는 복지동맹의 한계와 문제점 한국에서 1997년 IMF 이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니 복지 확대와 같은 재분배정책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대통령의 사회양극화와 사회적 통합 논의부터 불평등과 재분배 문제는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양극화와 민생파탄이 더욱 심화되면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복지는 전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복지국가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06-07년 이후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생산했다. 이후 복지국가와 관련된 논의들이 많아지다가 올해 초에 민주당은 ‘3+1 무상복지’를 내세웠다. 그에 따라 어떻게 무상복지를 실현할 것인가를 두고 증세논쟁이 한창 일었고, 동시에 민주당, 진보정당의 정치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복지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동맹을 맺고 더 나아가 단일정당을 건설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그런 흐름은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 기획연재1 역동적 복지국가론 비판, 기획연재2 민주당의 ‘3+1 무상복지’ 비판에 이어 기획연재 마지막인 이번 호에서는 최근 등장하는 ‘복지국가 정치동맹’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먼저 현실 정치에서 복지동맹이 제기되는 맥락과 그 내용을 알아보고, 노동자 민중운동의 요구가 복지국가와 정권교체로 수렴될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다음으로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실 내용에 있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없다는 점과 복지동맹의 개념과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복지국가에 고유한 모순이 내재한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복지국가를 넘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제기되는 맥락 복지국가론은 ‘민주당,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2012년 정권을 교체하자’라는 야권연대의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 반MB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넘어 복지국가라는 포지티브한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여(복지동맹) 민주·진보 정권을 세우고 복지국가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정동영, 이인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참여연대,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작년부터 결성된 ‘백만 민란, 국민의 명령’과 같은 시민조직, 그리고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까지 그 흐름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럼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동영은 작년 10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했고 현재도 자신이 구상하는 모델을 역동적 복지국가론에서 찾고 있다. 그는 2007-09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참여정부 때의 유연안정성, 규제완화 등의 신자유주의 흐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런 비판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복지국가를 중심으로 야권이 모두 연대해야 한나라당 재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제를 투명하게 해서 경제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진보신당의 ‘노동없는 복지’에 대한 비판에 공감을 표하면서 일차적인 불평등을 야기하는 노동유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말을 인용하며 민주노동당이 과거에 제기했던 부유세나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의 사회보장세 신설을 지지한다. 민주당의 이인영은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제안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단순한 연합이 아니라 가장 센 힘으로서 복지국가 단일정당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이 꼭 신자유주의 정부라고는 보지 않으며 이중적 성격을 가진 정부였다고 평가한다. 그는 ‘불가피하게 시장으로부터 신자유주의적인 측면에 직면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로 인한 양극화의 폐해를 보완하고 극복하려는 제도적 장치도 동시에 구축했다. 만일 정말 신자유주의적 정부였다면 그 가치에 위배되는 정책들은 털어내야 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으나 세금재정배분 전략의 변화와 조세투명화, 조세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의 키워드는 ‘역동적 복지국가론’이다. 그에게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단지 복지의 확대가 아니라 경제, 조세, 노동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국가모델이다. 이에 반해 ‘박근혜의 복지는 경제정책은 그대로 두고 복지를 일부 확대하는 것으로 사고하는 사회투자국가식 복지’라고 비판한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복지국가에 대한 구체적 상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정동영, 천정배, 이인영 등의 몇몇 개인이 복지국가론을 주장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민주당이 과감한 좌클릭을 통해 복지국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진보정당 일부가 이야기하는 비민주 진보대통합에 대해서도 ‘소수파 전략으로는 집권을 할 수 없다. 집권을 해야 복지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역동적 복지국가론의 핵심으로 경제적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꼽는다. 경제문제에서 핵심은 경제의 투명성 제고이다. 재벌의 불공정거래를 불식시키고 중소기업 지원을 해야 한다. 집권을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해결할 문제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라고 하며 비정규직 일자리가 정규직과 차별이 없도록 좋은 일자리를 확충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해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훨씬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시민들 스스로가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세금을 기꺼이 더 내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식을 대중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 풀뿌리 시민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참여연대의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빅텐트론’을 주장한다. 그는 민주당 내 복지국가론 추동세력이 1/4~1/3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민주당 안에서만으로는 안 되고 외부에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복지국가를 위한 광범위한 지지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좌클릭을 해서 진보적 성향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되고, 진보정당은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당장 정당을 다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각각의 정치적 입장을 존중하면서 큰 틀에서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세력을 포괄하고 향후 단일정당을 모색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이 세계사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조건에서 대외의존적 경제구조인 한국사회는 이와 벗어나는 다른 길을 선택하기 어려웠다고 두둔한다. 그리고 경제정책의 신자유주의적 성격은 분명했지만, 사회정책적으로는 복지국가적, 사민주의적, 통합적인 방향으로 갔던 모순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증세, 감세 논쟁으로 가는 것은 수혜자와 부담자를 분리시키고 저항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현실정치에서는 제대로 내지 않는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오래 전부터 무상의료, 부유세 등 복지관련 정책들을 발언해왔으며 현재는 그것의 현실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복지정책의 성과를 의미 있게 평가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 이상 후퇴하게 놔둘 수는 없으며 민주노동당에게 야권연대는 절대절명의 문제라고 언급한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생태 복지국가를 이야기한다. 새진보정당을 건설하는 흐름에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 FTA 반대, 비정규직 철폐에 동의하면 함께 할 수 있다고 한다. 민주당과 통합은 불가능하나 연대는 가능하며, 후보단일화는 열어두고 생각할 수 있다고 입장이다. 그러나 무조건 ‘이명박을 넘는 것’만이 선이라고 주장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배신감을 느꼈던 오류를 반복할 수 없으며 향후 무엇을 할 지 분명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라고 하며 부자증세를 통해 재정을 투여해서 새로운 일자리 110만개를 창출한다는 전망을 밝혔다. 문성근을 대표로 하는 ‘국민의 명령, 유쾌한 백만 민란’은 야권 단일정당 건설 운동을 벌이며 회원 10만을 돌파하고 있다. 문성근은 “민주당이 다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은 아니지 않냐,” 그렇게 말하면 일단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고 말한다. 백만 민란 회원들은 직접 거리에서 선전전과 서명전을 진행하며 활동하며, 정당에 대해 냉소적인 20~30대들을 조직하기 위한 온라인 공간을 정치토론의 장으로 활용한다. 4월 16일에는 진보신당에서 민주당 일부까지 포괄하는 복지국가단일정당을 내세운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의 부대표를 맡은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와 통합은 피할 수 없으며 금기로 여겨져 왔던 이들과의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이의 경우 복지국가 건설이 제일의 과제이고, 그것을 위해 집권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며, 민주당의 이인영은 한나라당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매개고리로서 복지국가를 사고하는 듯이 보인다. 백만민란의 경우 한나라당 저지가 최고의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정당 질서 재편 방안으로는 가장 강한 단일정당에서부터, 보다 느슨한 조직적 형태로 빅텐트론, 그리고 가장 형식적인 수준에서 선거연합이 있다. 통합이나 연대를 요구하는 세력은 민주당에는 중도진보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진보정당에는 소수파 전략을 비판하면서 정치적 유연성을 요청한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강조하는 인상이 강하며 진보신당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신중한 접근을 표한다. 주요한 특징은 정당질서재편을 추동하는 세력으로서 시민사회단체가 눈에 띄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복지국가담론을 정당에 제공하기도 하고 정당이 하기 어려운 대중동원전략으로 정당의 행보에 압박을 가하면서 민주당의 좌클릭이나 정당재편을 외부에서 추동하고자 한다. 특히 복지동맹의 주체로서 시민정치운동과 같은 대중적 기반을 만들려는 실천들도 보인다. 상층 중심의 정치공학적 논의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들을 향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백만민란의 경우 반이명박 정서를 감정적으로 동원하며 정치에 대한 논리적 비판을 상대화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20~30대의 정치에 대한 냉소를 극복하기 보다는 그에 편승하는 것으로 보이며, 합리적인 정치토론을 저해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의 일부가 정확한 비판 없이 복지국가 정치동맹에 편승하여 정권교체라는 목표에 매몰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고유한 계급적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주체적 투쟁이 어려운 조건이다보니 보다 영향력이 있는 민주당 등과의 협력에 대한 유혹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협상은 언제나 진보진영의 요구들을 낮추는 내용이고 그 신뢰 지속 기간 역시 불안정하기 때문에 그들과의 협상에 골몰하는 만큼 현장과 지역의 주체적인 투쟁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복지국가로 환원되지 않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들이 묻혀버릴 수 있다. 또는 역으로 복지국가와 정권교체라는 주제로 대중들을 조직해보려고 할 수도 있는데 신자유주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복지국가론으로 조직화를 하는 것으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문제점 1)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 부재 이인영이나 김기식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 “IMF 이후 경제정책에서 신자유주의 도입은 불가피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들을 완화하기 위한 복지를 제도화시켰기 때문에 전 민주당 정권의 성격은 이중적이며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들이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 따로, 신자유주의적이지 않은 사회정책 따로 분리해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정책보다는 이자율 조절을 통한 통화정책 우위의 정책을 통해 금융자본의 우위를 보장해준 것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다. 그렇다면, 재정정책의 영향을 받는 사회정책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통화정책의 목표에 따라 재량권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완전고용 달성을 목표로 했던 케인즈주의 하에서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우위에 있었던 것과는 반대가 된 것이다. 케인즈주의에서 완전고용을 목표로 경제정책을 보완하던 사회정책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이전과 달리 경제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 즉 금융적 팽창과 노동시장의 신축성이라는 목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박상현, 2009). 레이건과 대처로 대표되는 신보수주의가 빈곤층을 노동시장에서 영구 배제시킴으로써 이들을 아예 경쟁에서 밀어내는 전략을 택했다면, 이로 인한 양극화와 사회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블레어가 제시한 제3의 길은 배제된 실업자를 노동연계복지를 통해 포섭하는 전략을 택한다. 금융세계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복지정책은 바뀔 수 있다.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 기조 하에서 복지를 확대한다고 해서 신자유주의적이지 않은 복지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말하는 논자들은 블레어의 제3의 길은 선별적 복지였고 보편적 복지국가는 그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그 차이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실업, 빈곤, 불평등의 문제를 어느 수준에서 관리할 것인가의 차이라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국가라는 성격이 변하지는 않는다. 특정 국가가 신자유주의냐 아니냐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보니 신자유주의자가 ‘나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하는 등 현실 정치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한다. 이는 연대체 참여의 문제나 선거 시기 연합의 문제에 있어서도 논쟁을 가열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규정의 다름이 실제 정치적 입장과 전략의 다름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도입은 불가피했지만, 신자유주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회정책 발전에 노력했다”는 식의 인식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대외의존적인 한국의 상황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흐름이거나 어쩔 수 없는 경제위기 극복 정책으로 받아들이면서, 노동, 복지 등 사회정책 영역에서의 피해완화 후속 대책만을 정치의 영역으로 협소하게 규정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신자유주의에서 노동은 금융세계화의 효과로 신축화되고 복지는 노동신축화를 보다 잘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상수’로 규정한 채 사회정책을 논하는 것은 이미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몸을 얼마나 비트는가를 두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복지국가론자들은 경제정책의 변화를 중요하게 언급한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재벌기업 불공정거래 철폐, 지하경제의 투명화 등의 경제민주화의 내용이지 금융자본의 우위 하에 통화정책에 대한 통제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충돌하는 내용은 아니다. 통화정책에 대한 통제는 은행에 대한 정책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은행의 겸업화 등으로 금융의 경계를 허물어서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강화로 인해 화폐정책에 대한 개입이 점점 어려워지는 문제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수의 국가들에서 중앙은행을 법적으로 독립시키는 정책들이 추진되었는데,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일수록 중앙은행의 활동이 세계경제 및 해외자본의 압력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자율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세계금융에 대한 종속의 정도가 높을수록 금융에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정책결정에 있어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누린다. 작년 주요 금융관계법령 정비내용을 살펴보면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금융지주회사의 설립규제 완화, 은행 및 보험회사의 겸영 및 부수업무 범위 확대 등을 위한 법령 개정이 이루어졌다(한국은행, 2011). 규제가 생긴 부분은 금융소비자 보호, 급격한 자본유출입 가능성에 대한 대비, 거시건전성 제고 등, 기본적으로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기조 하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점검하고 조정한 부분이다. 그런데 작년 복지가 전사회적인 쟁점이 되는 동안 이런 경제정책들은 정치적 쟁점으로 환기되지 못했다. 이는 1970년대 미국에서 ‘작은 정부’, ‘복지 축소’ 등을 요구하던 신보수주의자들의 공격에 맞서 진보진영이 ‘사회보장을 지키자’는 운동으로 대응하는 동안 정부에서는 금융 규제 완화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들이 소수의 경제관료들에 의해 조용하고 신속하게 통과되었던 사례를 연상시킨다(박상현, 2009). 복지에 대한 요구는 매우 현실적이고 그 자체로는 정당한 요구이지만, 노동과 복지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자체를 문제화하고 바꾸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매우 한계적일 수 있다. 2) 복지동맹의 개념과 전략 부재 복지국가 정치동맹을 주장하는 논자들이 ‘복지동맹’을 지칭할 때는 여러 차원의 동맹이 섞여 있는 것 같다. 야당이 모두 단일화하는 당 차원의 ‘동맹’과, 현재 이를 추동하기 위한 세력으로서 민주당,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 간의 ‘동맹’, 그리고 정권교체를 실제 가능하게 할 유권자들의 ‘동맹’이 구분되지 않고 섞여서 언급되는 듯 하다. 역사적으로 복지동맹은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서로 다른 계층이나 계급들 간의 동맹이었다. 영국 복지국가 형성 시기의 노동자계급과 중간계급 간의 동맹, 스웨덴에서 노동자계급과 중간계급(농민) 간의 동맹이 그것이다. 즉 대중적인 계급동맹이었다. 그런데 현재 복지국가 정치동맹에서는 주로 야당 연합·통합,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간의 협력이 보이고, 대중들의 직접 참여라는 것도 구체적인 정치적 내용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민생이 불안해서 복지가 필요하고, 또 다시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은 안 된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주로 선거시기 투표를 위해 모인 것으로 전통적 의미의 복지동맹과는 성격이 다르다. 전통적 복지동맹이 아니라서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역사적으로 어떤 복지정책이 성립했던 것은 불특정 다수 시민이 아니라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구체적인 계층이나 계급들이 공동으로 지지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영국 노동당이 제시한 복지개혁안은 보편주의 하에 중간계급도 복지의 혜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과 중간계급간의 복지동맹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스웨덴 사민당은 1932년 선거에서 고용확대, 노동자의 구매력 증가를 위한 경제정책과 함께 농민당의 농업보조금 지급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적-녹 동맹이 이루어졌다. 고용확대와 노동자구매력 증가가 농산물 가격 유지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양당의 이해가 일치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복지동맹에는 그런 문제의식이나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가 문제고, 노동유연화도 문제고, 비정규직이 문제라고 말은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중들에게 무엇을 제시하는 것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실업, 빈곤, 불평등이 문제라고 말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복지국가가 실업과 빈곤의 주체들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자세한 정책을 이야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서로 다른 계층들이 ‘동맹’을 맺을 수 있을만한 전략도 내용도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노동유연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유연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모델이다. 기획연재1에서 노동신축화를 심화하는 유연안정성 모델 자체가 노동자계급에게 해로운 것이라고 이미 비판한 바 있다. 이것으로 유연안정성에 반대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유연안정성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복지동맹과 유연안정성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다음에서 알 수 있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복지동맹을 이루려면, 예를 들어 노동부문에서, 유연안정성 모델에 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가 일치해야 한다. 유연안정성 모델은 노동유연화 기조를 오히려 강화하는 가운데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재취업에 용이하도록 지원해 주는 것을 포함한다(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그런데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은 내부의 비교적 안정적인 고숙련 정규직 노동자와 주변부의 저숙련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분화된 구조이고 노동이동은 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층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박능후, 배미원, 2006).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험료가 만약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위한 비용으로 지불된다면 이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는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단,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해고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면 그 때는 이해가 서로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해고위험은 당연히 정규직 노동자에게 이득이 아니다. 이에 일부 복지국가론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가 ‘연대의식’을 통해 이런 이해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대의식은 그런 도덕적 당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계층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인식될 경우 그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는 철회되었다. 영국에서 1970년대 초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강해지고 결국 1979년 영국 보수당 대처가 승리하게 된다. 이는 기존의 복지동맹이 균열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윤도현, 박경순, 2008). 영국의 중간계급은 인플레와 증세 속에서 조세에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중간계급은 자신도 수혜자가 되는 보편적 프로그램은 유지하기를 바라는 한편, 세금으로 충당되는 하층 노동자계급에 대한 복지는 감세를 통해 선별적으로 삭감되길 원했다. 결국 영국의 복지동맹은 국가복지의 선택적 삭감을 지지하는 중간계급 및 상층노동자계급과 기존의 복지국가의 틀을 유지하자는 하층 노동자계급으로 분해되었다. 독일에서 1972년 연금보험 개혁안은 노동자연금보험을 타 계층에 개방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노동조합은 이를 노동자계급의 희생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생활 상의 곤란과 위험을 덜어주는 것으로 보았고 이에 반대했다. 또 프랑스에서 1974년 사회보험 개혁 당시 좌파는 노동자들 내의 상이한 보험조직 간의 재분배, 자영업자와 노동자들 간의 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법안에 반대했다. 물론 공통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재분배정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 반드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빈민과 실업자를 포함한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노동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 일자리를 두고 노동자 간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자본의 우위를 보장하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산업예비군을 재생산하고 유지할 책임은 일방적으로 자본에 있지 노동자계급에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을 상층과 하층으로 나누는 것도 고용된 노동자가 자신이 낸 세금을 실업자, 빈민에 대한 복지로 지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는 것은 자본이 노동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노동자계급을 분할하고 내부의 갈등을 야기하는 측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업자와 불안정 노동자층이 늘어날수록, 더 적은 취업자들이 더 많은 실업 반실업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 세금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 된다. 임금격차는 더 커지는 상황에서, 재분배정책을 통해 불평등 정도를 줄일 수 있다 할지라도, 국민들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이분화되고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 자체가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기반을 약화시키게 된다. 복지동맹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은 복지정책에 대한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간의 격차를 확대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노동신축화 저지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즉, 노동신축화를 심화시키는 유연안정성 모델을 파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유연안정성을 근간으로 모델링을 한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 복지국가의 내적 모순 그러나 이것으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는다. 복지국가라는 완결된 상이 있고, 그 상을 향해 가면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의 한계에 대한 논의와 복지국가를 넘어선 고민이 동반되지 않으면 복지국가 프로젝트는 자기 한계에 갇히게 된다. 왜냐하면 복지국가는 구조적 모순을 가질 뿐 아니라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 쟁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구 복지국가는 전후 경제성장이라는 조건 하에 노동과 자본이 타협한 결과물이었다. 선진자본주의국가에서는 전후 장기적인 완전고용의 결과로 노동계급의 힘이 증가되었고 이는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형성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대해 임금인상 투쟁을 ‘자발적으로’ 자제하도록 요구하는 대가로 사회적 임금의 개선을 협상대상물로 사용했다. 그러한 사회적 타협은 기본적으로 전후 호황기에 자본이 노동에 양보할 만한 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 경제위기 이후 자본의 이윤율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그러한 사회적 타협을 위한 물질적 토대는 사라졌다. 경제 호황기는 지나갔고, 1970년대 말 이후 유럽국가들에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대규모 실업으로 인해, 걷히는 세금의 규모도 1950~60년대에 비해 그 증가율이 둔화되었으며 OECD 국가들에서 세금 수준은 거의 상한선에 도달했다(Clayton and Pontusson, 1998). 또 금융시장의 세계화로 정부의 장기적 적자재정에 대한 재량권이 제약되었다. 이런 것들이 전반적으로 정부 지출에 하향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서구에서 복지국가의 위기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복지국가 위기에 대해서 많은 연구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복지국가가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그러면 경기가 회복되면 복지국가의 가능성은 다시 열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복지국가가 외재적 요인으로 위기에 처했다기보다는 복지국가 자체의 내재적 모순이 1970년대 경제위기로 인해 폭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코너(1990)에 따르면 전후 복지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대규모 법인기업들과 국가부문과의 관계로 인해 복지국가 모델에 국가지출 증가 경향이 내재하게 된다. 대규모 법인기업들은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수행하며 신제품개발, 제품모델 변화, 제품의 차별화에 바탕을 두고 시장이 확대된다. 그런데 시장의 확산, 생산성과 생산의 증가는 과학기술의 진보에 달려 있다. 따라서 대규모법인기업은 교통, 통신, 연구개발, 교육, 기타 설비 등의 더욱 많은 사회적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는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는 동시에 국가의 재정에 부담이 된다. 결국 국가부문의 지출 팽창이 대규모법인기업들의 총생산 증가를 위한 기본적 요인으로 작용하며, 역으로 국가지출과 국가사업계획의 팽창은 독점산업 성장의 결과이다. 즉 국가부문의 성장은 대규모법인기업 확장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것이다. 국가부문이 민간부문의 희생 속에서 성장한다거나 대규모 법인기업의 팽창이 국가부문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통념과는 정 반대이다. 한편 대규모법인기업의 성장은 실업과 빈곤을 수반한다. 이는 또 다시 사회적 손비의 증가를 유발한다. 그리고 국가가 사회적 손비를 충당하기 위한 재정을 확대하려면 또 다시 생산성이 높은 부문의 산출 증대에 기대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한편, 국가는 자본비용을 점점 더 사회화하지만 그에 반해 사회적 잉여는 계속 사적으로 영유된다. 비용의 사회화와 이윤의 사적인 영유는 재정위기를 만들어낸다.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간접적으로 총생산과 사회적 잉여를 증가시켜 원칙적으로 사회적 손비의 팽창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규모법인기업과 그 노동조합은 잉여를 사회적 자본 또는 사회적 손비 지출에 충당하는 데 강력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는 다른 모든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매우 노동집약적이며, 또한 생산성증대로 임금상승분을 상쇄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들을 공급하는 상대적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게 되며 이는 국가 재정의 부담을 야기한다.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복지자본주의 국가는 필연적으로 국가지출의 증가를 경험한다. 영국에서 사회서비스지출의 GNP에 대한 비율은 제1차 대전 전 약 4%에서 1975년 29%로 극적으로 증가하여 1979년 국가총지출의 1/2을 차지했다. 공공지출은 1961년 이래 GNP의 18%에서 29%로 성장했고 1970년대 전체 국가 지출의 1/2에 이르렀다(오코너, 1990). 모든 선진자본주의국가는 전후 기간의 후반기 동안 영국과 같은 경향을 보여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모든 나라에서 GDP에 대한 사회서비스의 비율은 증대했다. 한편 국가의 재정을 구성하는 세금 부담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본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자본에 대한 과세를 높이더라도 자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 부담을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하거나 피해간다.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는 법인소유자가 아니라 소비자(노동자와 소기업)에게 가격인상을 통해 전가된다. 재산세는 상업, 산업용 재산보다 주거용 재산에 더 많은 부담이 지워진다. 상업, 산업용 재산은 주거용과 달리 빈번하게 매매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자본가는 보유재산을 과소평가할 수 있지만 주택소유자는 그럴 수 없다. 또 주거용 건물소유자는 재산세를 세입자에게 전가시킨다. 한편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장세는 임금을 억제함으로써 노동자에게 전가된다(오코너, 1990). 이런 전반적인 경향은 노동자계급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안김으로써 재분배정책의 효과를 감소시킨다. 복지국가의 비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후 호황기 동안은 재정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1970년대 이윤율 하락에 따라 복지국가는 케인즈주의를 포기하고 신자유주의로 선회하게 된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일부 복지를 삭감하고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면서 복지국가는 재정위기를 견디려고 했다. 만약 경제위기가 오지 않았다면, 혹은 경제가 다시 회복기에 들어선다면 복지국가는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부활한다면 내적 모순을 그대로 간직한 옛날의 복지국가일 것이다. 서구 복지국가에 대한 다른 쟁점들 또한 존재한다. 복지자본주의는 스웨덴 모델을 보든 앵글로색슨 국가들의 변이들을 보든, 세계 자본주의의 주변부를 배제함으로써 만들어진 산업화 양식과 혁신 위에 세워진 것이다(Schmidt, 2007). 이 때문에 부유한 국가들의 노동자들은 국내 계급 투쟁을 통해 더 높은 임금, 더 적은 노동시간, 사회적 안전망을 성취할 수 있었지만 빈곤국의 노동자들은 그럴만한 경제적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세계 자본주의 내 위계가 세계 노동자계급 내에서 재생산되었다. 주변부 국가들을 배제, 착취하면서 가능했던 복지국가가 우리의 대안일 수는 없다. 선진국의 복지국가를 모델로 하면서, 우리도 선진국처럼 되자는 논리라면 세계 경제 구조 속에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우파적 논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또 복지국가는 성별분업 이데올로기를 완화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스웨덴의 고용구조는 압도적으로 남성적인 민간부문과 여성지배적인 공공부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공부문이 새로운 일자리의 80%를 차지하는데 그 가운데 75%가 여성들로 채워진다(에스핑-앤더슨, 1990). 여성의 절반 이상이 전형적인 ‘여성’일자리들에 갇혀 있는 반면 소수의 여성만이 남성 지배의 성역에 진입했다.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이 높지만 사실상 여성들이 집에서 하던 일을 밖에 나가서 하는 셈이다. 인종차별 문제 또한 심각하다. 유럽 복지국가들에서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복지의 혜택을 받으면서 우리의 세금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동적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재분배를 둘러싼 갈등의 맥락에 위치하는 것이다. 향후 복지국가의 재분배 정책을 둘러싼 인종 간 갈등은 심화될 것이며 이는 복지국가들에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환경, 생태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이가 말했던 것처럼 ‘복지국가’가 단지 복지의 확장 또는 복지정책의 합이 아니라면 ‘국가의 새로운 상’으로서 ‘복지국가’는 모순도 많고 공백도 많다. 또 복지의 확대만 두고 보더라도 노동정책, 건강보험, 연금, 교육, 보육 등 각 영역에서 복지정책만으로 환원할 수 없는 정치적 쟁점들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복지국가모델에 삽입되면 되는 문제인지, 혹은 복지국가모델을 ‘쇄신’함으로써 담아질 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복지‘자본주의’국가의 내재적 한계로 인해 복지국가 틀 내에서는 해결 불가능한 것인지 토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맹목적으로 ‘복지국가 깃발 아래 정권 교체!’라는 구호에만 집중한다면, 복지국가와 관련한 여러 비판적 토론들이 마치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봉쇄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현실에서 제기되는 복지국가와 복지동맹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논의들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정세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재집권 저지와 함께 집권을 통해 복지국가를 현실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인영이 말했듯이 “(각 진영들 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 차이가 이명박 정권의 후예가 다시 등장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보다 결코 우위에 있을 수 없다” 식의 복지동맹은 신자유주의의 경제정책, 노동자들의 현실 등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문제제기를 봉쇄함으로써 정치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또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경제정책의 질적전환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과 대중들의 현실적 이해에 기반한 정책의 실현이 동반되지 않을 시 ‘도로 민주당’이 될 수 있다. 과거 민주당은 금융세계화를 본격화하고 노동유연화 정책을 통해 사회양극화를 야기하고 노동자민중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역동적 복지국가론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모델로 제시되었지만 현재 주요하게 제시되는 복지국가담론은 과거 민주당의 방향과 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복지국가담론으로 동맹을 해서 집권을 한다 해도, 실제 노동자민중의 복된 삶과 노동에는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