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제주도에 설립될 예정이었던 한국 최초의 영리병원(통칭 싼얼병원)의 승인을 잠정 보류했다. 이미 영리병원의 문제점이 널리 알려진 지금 이 시점에서 보건복지부의 조치는 당연한 것이며 한편으론 다행스럽게 여길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결정은 영리병원의 설립을 중단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영리병원의 설립 및 운영과 관련된 제도적·현실적 미비점을 보완해서 보다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영리병원을 설립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영리병원 외에도 최근 정부는 재벌기업과 연계된 원격의료허용, 메디텔 허용 등 의료관광산업 육성 등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굵직한 정책들을 '의료의 효율성 강화 및 국가적인 의료경쟁력의 향상'이라는 구호아래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이번 민중건강과 사회에서는 영국 그리니치 대학의 공공서비스국제연구소(PSIRU) 소장인 제인 레스브리지(Jane Lethbridge)가 펴낸 보고서 <보건의료서비스의 사유화로 인한 의료의 비용/효과 및 효율성의 변화에 대한 분석>을 소개한다. 저자는 보고서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사유화가 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에게는 더 나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통념을 여러 나라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어 반박하고 있으며 의료의 사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한 국가의 보건의료체계가 어떤 단계를 밟으면서 약화되고 악화되는지를 보여준다. 본 글에서는 논문이 설명하는 변화의 양상이 한국의 상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덧붙여 설명할 것이다. 보건의료서비스가 사유화되면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탈중심화는 의료서비스가 사유화되는 첫 번째 단계이다. 보건의료분야를 ‘개혁’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보건의료분야에 관한 행정 및 재정적인 부분의 책임을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많은 경우 지방정부는 의료분야에 투자할 만한 인적, 물적 자원이 중앙정부에 비해 충분치 못하며, 결국 보건의료 분야에 편성되는 지방정부 차원의 예산은 실제 필요한 양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을 감독, 관리하는데 투입할 수 있는 자원도 줄어든다. 현재 이익을 추구하는 병원들의 경영방식은 이렇게 부족해진 재정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시작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경영방식이 취하는 첫 번째 수단은 병원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여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결국 병원노동자들은 부족해진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환자들로부터 비공식적인 치료비를 요구하게 된다. 또한 병원은 의료서비스를 민중의 요구에 의해 제공되어야 하는 서비스가 아닌 이익을 남기고 팔아야 하는 상품으로 취급하게 되고 노동자들은 이러한 병원의 요구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 이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했던 병원노동자들의 업무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각 지역의 지방정부가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의 크기는 지역의 인구규모와 소득정도에 따라 다르며 이는 결국 지역에 따른 건강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불평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가의 전 지역에 걸쳐서 최소한의 표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이 많이 나지 않고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산부인과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지원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에 먼저 전국적으로 산재한 분만취약지(1시간 이내에 분만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난 몇 달간 의료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진주의료원 폐업 역시 중앙정부의 통제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폐업·해산 등을 전담할 경우 지방의 공공의료체계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의료서비스의 사유화가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 새롭게 등장한 비공식적인 치료비 보건의료체계의 탈중심화가 진행된 국가의 병원노동자들은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환자들에게 기존에는 없던 비공식적인 치료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비공식적인 치료비는 조지아(Georgia)의 사례처럼 정부가 의료정책의 일환으로 공식적으로 제도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료기관 및 의료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지불되는 경우다. 비공식적인 치료비에는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 사전에 지불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치료가 끝난 뒤에 일종의 선물과 같은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 비공식적인 치료비는 문화적 전통의 맥락에서 해석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치료비는 환자들의 가계에 큰 부담으로 새롭게 작용하며, 특히 치료 전에 요구되는 경우 환자가 생존권의 일부로서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에 크나큰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타지키스탄(Tajikistan)과 같이 비공식적인 치료비가 생기면서 소득이 낮은 계층의 의료서비스 이용이 큰 폭으로 줄어든 사례가 있다. 비공식적인 치료비는 기존의 의사-환자 관계를 바꾸어 놓았으며 그것을 받는 노동자와 받지 않는 노동자 사이의 관계도 뒤흔들어 놓았다. 한국의 경우 비공식적인 치료비와 같은 관행은 상당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보건의료제도 전반을 비추어 본다면 비급여 진료를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의료체계가 자리 잡고 있었던 해외의 여러 국가들에서는 환자가 정해진 진료비외의 본인부담금을 따로 지불하는 것을 의료사유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사유화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추락해버린 보건의료부문 노동자의 위상 보건의료분야는 노동집약적인 성격이 큰 분야이며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의욕적으로 일하는 노동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분야의 사유화가 진행됨으로써 보건의료분야의 노동자들은 낮고 불규칙하게 지급되는 임금에 시달렸다. 노동자들은 감소한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의료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다른 지역 혹은 국가로 이주하기도 했으며, 수입을 늘리기 위해 부업에 집중하느라 그들이 수행해야 하는 본연의 의료노동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유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사적부문은 공공부문이 담당하던 보건의료체계의 관리·감독업무도 잠식해 들어갔다. 두 부문이 서로 상충된 목표를 갖고 충돌하고 갈팡질팡하는 동안 병원노동자들은 과거 그들이 공공부문의 관리 하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녀왔던 직업적 기풍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병원노동자들은 사적부문이 선출한 새로운 관리자들을 예전처럼 신뢰하지 못했고 새로운 관리자들은 계속해서 이익을 창출하도록 의료노동자들을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의료노동자들은 환자를 ‘신뢰속에서 병을 치료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병원의 돈벌이를 위하여 의료서비스라는 ‘상품'의 구매하는 존재’로만 여기게 되었으며 이는 환자가 느끼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큰 폭으로 떨어뜨렸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공공서비스가 사유화되면서 나타나는 임금 저하나 고용 불안정 문제는보건의료부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지적해야 할 것은, 보건의료서비스의 사유화가 진행되면서 공공의료기관에서도 수익을 위한 비용 절감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국립대병원에서 비정규직 고용이 급속히 증가하는 사례가 나타났으며, 진주의료원 사태를 경과하면서 지방의료원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 문제, 토요일 무급 근무 문제 등이 알려지기도 했다. 국립대학교병원인 경북대병원에서는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기도 하다.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의료분야의 효율성은 증가하는가? 보건의료분야를 비롯한 공공부문이 제공하던 서비스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해당 분야의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통념이 있으며, 이는 보건의료체계의 ‘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실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이러한 통념은 논쟁적이다. 영국의 경우 경쟁체제의 도입으로 시장화가 이뤄진 보건의료체계의 의료비는 초기에 약간 감소하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상향평준화 되었다. 환자에게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수록 특정 질환(예를 들어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환자가 느끼는 의료서비스의 만족도에는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평균입원기간을 지표로 한 경우에는 불필요하게 오래 입원시킴으로써 효율성이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병원을 운영하는 주체가 공공이 아닌 사적인 기업일 때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관념 또한 허상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호주의 사례를 연구한 논문들을 보면 병원의 운영주체가 공공부문일 경우가 사적인 기업에서 운영하는 병원(그 병원이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이든 아니든 간에)에 비해서 입원기간, 환자퇴원율,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환자사망율 등 효율성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들이 비교적 일관되게 좋았다. 아직 병원의 효율성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결과가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보건의료체계의 사유화로 인해 의료분야의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말에는 근거가 없다. 영리병원이 공공병원이나 다른 형태의 비영리병원과 비교해 볼 때 의료서비스의 비용은 높고 질은 떨어진다는 것이 미국에서의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가 있다. 보고서는 미국 뿐 아니라 여타 국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데, 영리병원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돌봄서비스는 사유화됨으로써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회적 돌봄서비스는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하여 생활의 전반에 걸친 도움(물리적인 활동의 보조, 정신적인 지지활동, 방문간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오래전부터 돌봄서비스가 사유화되어 사적부문에서 공급이 이뤄졌던 미국의 경우, 서비스 공급자의 형태와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서비스 공급자가 영리를 추구하는 경우에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은 비영리단체나 공공부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와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거나 더 낮았다. 이는 영리를 추구하는 서비스제공자가 (이익을 위해) 인력충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노동인력을 제공함에 따른 것이었다. 영국의 경우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적 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게 되면서 공급자들은 정작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들의 요구에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만 나아갔다.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 속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던 가장 큰 4개의 회사 중 1개 회사가 파산을 선언했으며 다른 회사들도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다. 영국에서 공공부문이 제공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며, 서비스를 제공했던 회사들이 계속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경우 돌봄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지 못할 것이다. 이는 공공서비스의 성격을 갖는 서비스가 완전히 사유화되어 공공부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어떠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해외사례로부터 알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의 사유화가 초래할 문제점들 과거 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했던 동부 및 중앙 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보건의료체계가 사유화됨으로써 겪게 되는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탈중심화로 인해 지역간 건강불평등은 심화되었고 공공병원이 사기업에 매각됨에 따라 의료비는 폭등했다. 또한 비공식적인 치료비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환자의 가계부담은 더 크게 증가했으며 숙련된 의료 인력의 해외이주가 늘어나면서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져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건의료체계 역시 앞서 언급한 사유화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왔으며 그 결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완전히 이원화(부유층이 이용하는 사립병원과 대부분의 극빈층이 이용하는 공공병원)되어 환자의 사회·경제적 수준 및 거주 지역에 따라 접근성이 제한되었으며 이는 심각한 건강불평등을 초래하였다. 민중들의 의료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남아프리카에서는 국가의료보험체계의 설립을 골자로 하는 보건의료체계의 ‘재개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사적부문이 의료체계에 너무나도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재개혁된 보건의료체계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사적부문의 개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사적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사적부문을 포함하는 '새로운' 보건의료체계가 남아프리카의 전 민중을 아우를 수 있을지에 대해 국제사회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스1%]
정부는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을 당장 중단하라! 보건복지부는 제주도에 최초의 영리병원을 승인하려는 계획을 당장 멈춰야 한다. 8월 16일 복지부는 “복지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인 ‘싼얼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할 계획을 밝혔으나 8월 22일에는 “승인을 잠정 보류한다”며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나 병원 자체에 문제가 있어 사업계획 승인을 보류한 것일 뿐 영리병원 허용 방침은 유효한 상황이다. 이 사태는 박근혜 정부가 겉으로 복지를 말하면서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민중들의 심판을 받고 싶지 않다면 박근혜 정부는 영리병원 설립 시도를 멈춰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16일 제주도는 중국 의료기업인 (주)CSC(China Stem Cell)가 ‘외국 의료기관(영리병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보건복지부에 사전 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귀포시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싼얼병원’을 설립하여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피부미용이나 항노화관련 진료를 하는 것이 요지이다. 현재 복지부는 승인을 잠정 보류한 상태이며 ‘싼얼병원’ 측은 재승인 요청을 할 예정이다. 정부는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근거로 국부창출, 의료기술의 향상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근거에 ‘싼얼병원’은 부합하지 않는다. 이 병원의 설립계획은 48병상의 소규모 병원으로 성형, 피부 등의 비필수 의료를 주 목적으로 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관련된 시술을 행하고자 하는 것 역시 포함되어 있다. 정부가 그간 말해온 선진의료의 정체는 검증되지 않은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뜻하는 것인가? 또한 ‘싼얼병원’과 협력하기로 한 국내병원도 없기 때문에 국부창출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미 제주도의 외국인 환자 유치등록 의료기관 21개 중 5개가 성형외과와 피부과 의원이다. 현존하는 개인 병원에서도 수술과 회복이 가능하고 시설과 서비스에 신경을 쓰면 해외 환자 유치도 충분하다. 당초 목적과 다른 ‘싼얼병원’ 유치 허가를 검토하고자하는 ‘진짜 목적’은 의료민영화에 있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 달리 병원에서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투자자의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잉진료와 높은 의료비를 유발한다는 실증적 연구결과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나아가 미국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영리병원은 공공의료를 약화시키고 민간의료보험과 연계하여 국민건강보험체계를 위협할 것이다. ‘싼얼병원’의 설립이 허가 된다면 이를 시작으로 영리병원 논의가 전국적으로 본격화될 것임이 자명하다. 국내,외 자본은 국내 영리병원의 설립을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작년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에서도 ‘삼성’을 중심으로 영리병원 설립을 강력히 추진한 바 있다. 많은 여론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이를 막아냈으나 언제 다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영리병원의 도입은 반드시 막아내야만 한다. 복지부는 ‘보류한다’라는 식의 안일한 입장을 철회하고 승인요청을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건강의 최후의 보루인 공공병원마저 폐업시키는 한국에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그 해약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만일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설립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의 근간을 뒤흔들 의료민영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힐 것이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국민의 건강을 팔아치우는 씻기 힘든 과오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이와 더불어 원격의료, 민간보험의 환자 유치·알선 허용, 메디텔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당장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박근혜 정부는 원격의료, 민간보험 활성화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 당장 폐기하라! 보건복지부는 제주도의 영리병원 설립 추진을 중단하라! 2013.8.23. 사회진보연대
삼성과 건강 삼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한국 최대의 재벌이다. 지난 5월 글로벌리서치 기관인 밀워드브라운의 발표에 따르면, 삼성은 브랜드 가치가 24조원으로 세계 30위를 기록했다. 삼성은 2012년 30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액을 기록하였으며, 각 분야에서 80여개에 가까운 계열사와 25만명 정도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하청 및 협력 업체들의 규모를 생각하면, 한국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삼성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삼성제품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규모가 크다보니 삼성은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에 대한 문제 역시 삼성그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다. 그 동안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이 발간하는 자료들을 꾸준히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이 보건의료 및 노동자 건강권을 주제로 할 때 삼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다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호 민중건강과 사회는 삼성과 관련된 노동자 건강권 문제를 다룬다. 최근 나타난 사건들을 통해 삼성에서의 노동자 건강 실태를 다루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치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삼성공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와 유해물질 노출 지난 7월 26일, 울산 삼성정밀화학 공장에서 물탱크가 터지면서 노동자 3명이 죽고, 12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이틀 전부터 물탱크 4곳에서 물이 새고 있었음에도, 회사는 테스트 작업을 강행하며 노동자를 대피시키지 않았다. 또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었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미 지난 4월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였고, 추락 방지망 시설 등 기초적인 안전시설조차 없는 현장이다. 화성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는 7월 25일 암모니아가 누출되며 4명의 노동자가 긴급하게 병원에 호송되기도 하였다. 해당 공장은 지난 1월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하여 하청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5월에도 불산이 노출되어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1월 노동부가 시행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특별 감독 결과, 모두 1,934건의 법 위반사항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삼성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곧 개봉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영화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3월 26일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유미 씨와 그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故 황유미 씨가 생을 마감한 이후 그녀의 부친인 황상기 씨는, 다른 노동자들 역시 백혈병・뇌종양・유방암・자궁경부암・피부암 등에 걸리고 생식독성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반올림 등의 단체가 노동자들이 질병에 걸린 책임이 삼성에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진행했고,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반도체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포름알데히드・전리방사선・비소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올해 7월 30일 열린 ‘안전대책 3류 기업 삼성 규탄 기자회견’에서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현재까지 제보된 삼성 계열사의 직업병 노동자는 181명에 달하고 그 중 71명은 사망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병들고 다치고 목숨을 잃었지만, 삼성은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되찾는 데 관심이 없다. 사고가 발생한 삼성정밀화학은 정부가 2011년 자율안전관리업체로 선정해, 각종 산업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 수백억 원의 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징후가 충분히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도체 공장의 노동자들이 겪는 명백한 직업병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그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노동자들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반도체사업장 역학조사 자료 및 화학물질 정보 등 정보공개 신청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회유하여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 ‘삼성맨’,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한국사회에서 ‘삼성맨’이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삼성그룹 및 그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일컫는 말이다. 삼성맨은 높은 연봉을 보장받을 뿐만 아니라, 본인 및 그 가족들까지 병원비와 교육비 지원 등 최고의 기업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삼성맨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입사를 한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한 숨막히는 경쟁을 치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시간 노동과 잦은 업무형태의 변화, 게다가 노동조합이 없어 온갖 불만들을 개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 그렇게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삼성맨들의 근속년수는 10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삼성 그룹은 수많은 하청업체와 협력업체들을 거느리고 있고, 위장도급의 의혹을 불러올 정도로 업무에 대한 관여도가 크다. ‘또 하나의 삼성맨’. 이들의 노동조건은 어떠한가? 지난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이들의 노동조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의 노동조건은 아마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삼성 ‘관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유사할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은 기본급이 없이 건별 수수료 체계로 일을 한다. 일이 많은 여름철 성수기에는 주 10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휴일도 없이 하면서도, 잔업수당과 휴일수당은 제대로 받지 못한다. 차량지원 등 당연히 회사의 경비로 감당해야 할 비용들을 노동자들 자신이 부담하며, 업무 관련 교육을 업무 외 시간에 받으면서 그에 대한 수당도 받지 못한다. 고객들의 불만은 곧바로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항상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하며, 안전장비도 없이 난간에 매달려 일을 해야 하는 조건에 처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동조건은 당연히 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잔업의 증가와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피로를 증대시키고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잦은 업무형태의 변화가 노동자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노동조합을 만든 이들이 가정생활에서의 고충을 이야기한데서 알 수 있듯이, 불규칙한 업무시간과 낮은 임금은 사회적인 관계망과 인간적인 유대를 깨뜨리게 된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문제들을 노동자 개인이 감당하며, 안전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진다. 한편 이러한 건강상의 문제는 ‘진짜’ 삼성맨들 역시 적용되는 이야기로, 높은 연봉과 기업복지는 악화된 노동자들의 건강을 사후에 처리한다는 의미 밖에 갖지 못한다. [%=사진1%]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건강 2008년에 출판된 리처드 월킨슨의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사회적인 위계관계가 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단순히 절대적 가난과 빈곤이 아니라, 사회구성원들 간에 사회・정치・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이 심할수록 전체 사회의 건강은 악화된다는 것이다.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긴장과 개인의 심리적 위축이 가난한 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구성원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이런 논의를 기업이라는 좁은 범위로 국한하여 보았을 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사용자들이 기업의 주요 사항들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만큼 권한이 강할 때, 노동자들 사이에서의 위계관계도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직무 형태에 관계없이 스트레스와 피로감에 노출되기 쉽고, 이는 건강상태에 반영이 된다. 현재 체제에서 이러한 상태를 최대한 완화시키고, 권력 상태를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우선 과제는 노동자와 자본가가 최대한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라 민주적으로 결성된 노동조합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럴 때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제도들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삼성은 직원들에 대해 업계 최고의 처우를 보장하고 노사협의회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많은 계열사들은 회사가 만든 문서상의 노동조합만이 존재하고, 민주적인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도청하면서까지 저지하려고 한다. 7월 14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창립식을 거쳐서 민주노총의 깃발에 함께 서게 되었다. 이들의 주요요구 중 하나는 회사가 건강과 안전상의 문제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조합은 다른 삼성 노동조합에도 확대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건강상의 문제들도 제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삼성에서 노동자들의 건강 찾기! 울산 삼성정밀화학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직접 지시하여 ‘안전환경 강화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만 1.1조 원을 투입하여, 삼성전자 안전관리 스탠더드를 수립하고 안전환경분야에서 15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삼성은 각종 안전과 건강 문제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억제하고, 무재해 기록을 연장시키기 위하여 명백한 산업재해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삼성병원과 삼성생명 등은 한국의 공적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보건의료를 통해 돈벌이를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삼성의 노동조건과 안전 및 건강 관련 처우는, 다른 기업들에게 표준이 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삼성에서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갖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기업복지라는 이름으로 실컷 부려먹다가 사후 처방을 해주는 것이 아닌, 병들고 아프고 스트레스 받는 원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은 확산되어야 한다. 또한 세계 각지에 전자·반도체 등 공장을 설립·운영 중인 삼성은 전세계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최근 브라질 정부는 삼성전자가 자국 공장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시켰다는 이유로 약 1200억원 규모의 배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삼성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 민중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중이며, 그래서 노동조합을 통한 삼성 노동자들의 싸움은 건강권 쟁취에 매우 중요하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들거나 죽은 노동자들, 그리고 그 유가족들의 힘겨운 싸움은, 노동조합만 제대로 설립되어 있었더라도 더 큰 힘을 받았을지 모른다. 가열차게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투쟁을 건강권이라는 관점에서 엄호하자. 보건의료운동의 주체들은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힘을 키우는 활동을, 삼성그룹 전체 나아가 한국사회 전반으로 확대하는 운동을 만들자. [%=박스1%]
600만 알코올 피해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외면하는주류협회의 약속 파기를 강력 규탄한다! 600만 알코올 피해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내팽개치고 있는 주류협회를 규탄한다 2010년 한국주류산업협회(이하 주류협회)는 알코올 문제 전문 공익재단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하 카프재단)에 대한 출연금 지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며 사업 축소를 강요해 왔다. 이로 인해 카프재단은 수년째 파행을 겪어 왔으며, 올해 초 알코올중독 전문치료병원인 카프병원이 휴업하여 치료중인 환자들이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카프재단의 직원들과 환자 가족들, 회복의 길을 걷고 있는 재활시설 입소자들까지 나서 주류협회의 사회적 책임 방기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시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주류협회 앞에서 진행 중인 천막농성은 50일을 넘어섰다. 폭우와 폭염 속에서 천막시위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주류협회는 재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거부해 왔다. 주류업계는 ‘카프재단의 운영에서 손을 뗀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최근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 등 주요 주류사들은 카프재단의 운영에서 손을 떼고 향후 어떠한 형태로도 관여하지 않겠으며, 재단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즉각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류사들은 8월 6일 주류협회 이사회를 통해 이같은 약속이 이행될 것이라 밝혔고, 카프재단의 직원, 환자 및 환자 보호자들은 이같은 약속을 믿고 카프재단 정상화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주류협회는 모든 약속을 파기하고 이사회에서 ‘좀 더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아무런 내용없는 결정만을 했다. 수년간 이어진 카프재단의 파행을 통해 이윤에만 골몰하는 주류사들의 이해관계에 공익재단인 카프재단의 운영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또한 카프재단의 운영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고 환자 및 보호자 치료를 제대로 하려면 운영자금이 시급히 지원되어야 한다. 따라서 주류협회의 약속은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주류사들의 최소한의 의무였으나 그마저도 헌식짝처럼 내던졌다. 사회진보연대는 알코올 폐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주류사들이 마지막 약속까지 파기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주류사들의 무책임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다. 주류사들의 운영 간섭 중단, 카프재단의 통합적 공공기관화가 해답이다 카프재단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며 더욱 확산시켜야 할 사회적 재산이다. 또한 주류협회가 카프재단에 지원하기로 한 출연금은 기부가 아닌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 주류업계는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를 양산하며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으며, 카프재단에 대한 출연금 지원은 주류업계가 보건복지부에 각서까지 제출하면서 확약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를 망각한 채 환자들을 ?아내고 병원을 폐쇄한 주류협회는 더 이상 카프재단의 운영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알코올 폐해에 대한 국가적 정책이 전무한 현실에서 선도적으로 알코올 예방·치료·재활업무를 담당해왔던 카프재단에 대해 정부, 특히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카프재단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해서 국가적 알코올 폐해 방지 사업의 첫 걸음으로 삼아야 한다. 10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구축된 통합적 알코올중독 문제에 대한 통합적 치료·재활의 노하우가 유실되어서는 안되며, 이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
주요 키워드 1. 8월부터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 :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에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를 포함한 본인부담 의료비를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는 ‘중증질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8월 1일부터 시행한다. 지원대상은 4대 중증질환의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인 환자로, 소득이 최저생계비 200% 이하이고 본인부담 의료비가 300만원 이상 발생한 경우이다. 2. 서울대병원, 적자 증가로 비상경영 시작 : 서울대병원이 병원 운영 실적 악화로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회사 전반의 경비 절감은 물론 지하 6층 규모의 주차장 확장 공사를 무기한 연기했고, 공사가 진행 중인 심장뇌혈관병원 건립도 완공 시기(내년 5월)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흑자 경영을 해온 다른 대형병원들도 지난해 적자를 냈다. 3. 전자의무기록 관리 강화 방안 추진 : 심재철 의원은 전자의무기록을 수정 또는 추가하는 경우, 관련 접속기록 자료와 변경내용을 별도로 작성·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자의무기록은 의료사고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종이 진료기록부와는 달리 이를 수정·추가하더라도 이전의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4. 일본, 환자 개인 유전자 정보 제약회사 등에 공개 : 일본이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문부과학성의 ‘맞춤의학실현프로그램’ 연구팀은 암이나 심장질환 등의 연구를 통해 장기간 축적된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외부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5. 기타 : 복지부 임상시험 글로벌 선도센터 운영 검토, 보건의료직능위 8차 회의 열려, 복지부 제2차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기관 선정, 건보공단-금감원 보험사기 의료기관 단속, 심평원-건보공단 고유기능 놓고 대립, 의산정협의체 운영 연장,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와 사회복지’ 심포지엄 개최, ‘의사폭행방지법’ 제정 촉구 한목소리, 건보공단, 약제급여심의에서 배제, 노바티스 혈압약 데이터 조작 사건 일파만파
주요 키워드 1. 의협 만성질환관리제 추진 중단 : 노환규 의협 회장은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통해 최근 만성질환관리제와 관련해 의료계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어 회원들의 동의가 있을 때까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회장의 이번 입장 표명으로 그동안 의료계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빅딜설’ 등의 루머는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복지부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로드맵 제시 :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 공약인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부담’에 대한 로드맵이 나왔다. 2016년까지 초음파 검사, 약제, MRI 등 영상검사, 각종 수술 및 수술재료, 유전자 검사 등이 순차적으로 급여화된다. 더불어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체계도 바뀌어 ‘급여-비급여’의 급여 체계가 ‘필수급여-선별급여-비급여’로 관리된다. 3. 간협 ‘간호법’ 제정 추진 : 간협이 보건복지부의 간호인력개편안 대안으로 ‘간호단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간호단독법 제정은 ‘간호인력개편안’에 대한 대응책이다. 간호법에는 간호인력과 간호보조인력 간 관계정립, 적정 간호인력 수급문제, 간호사 보조인력 교육과정, 교육기관 인증문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4. 의료기사법 개정안 발의에 의료계 반발 : 이종걸 의원이 의료기사에 대한 의사의 ‘지도’를 ‘처방’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기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른 독자적 행위로 인해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며 반발하고 있다. 5. 기타 : 의산정협의체 출범,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 방법 표준화, 자살 재시도 방지 위한 사후관리 사업 진행, 강원·경북에도 닥터헬기 도입, 요양병원 의사등급제 전문의 105명 위헌소송, 장기요양보험 서비스 만족도 88.5%, 복지부, 혁신형 이어 전문제약기업 인증 추진, 4대 중증질환 환자·보호자 72% 선택진료제 폐지 찬성, 산부인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중단 논란에 ‘반기’, 미국 의료기관, 전자건강기록 도입 빠르게 증가, 의협 원격진료 허용 반대 입장 표명
의료계는 무조건적인 반대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지난 7월 10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정부를 상대로 ‘의원급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관리사업’(이하 만성질환관리제)의 제안 계획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18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만성질환관리제를 의협이 9월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16개 시도의사회장협의회에서 만성질환관제 시범사업 제안을 위한 태스크포스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협은 의원 중심의 만성질환관리제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정책 추진을 일시중단한 것일 뿐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의료계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추후 재추진될 것으로 보이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성질환과 만성질환관리제란? 만성질환은 급성질환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의학적으로는 보통 6개월 혹은 1년 이상 계속되는 질환을 의미한다. 만성질환관리제에서는 대상 질병을 고협압과 당뇨병으로 한정했으며, 이 글에서도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현재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와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인하여 만성질환의 유병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고혈압·당뇨병 관련 사망이 전체 사망원인의 31.6%를 차지할 정도로 만성질환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으며(통계청, 2011), 급격한 국민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만성질환의 질병부담이 2001년 GDP대비 국민의료비의 6.1%에서 2030년에는 16.8%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진1%]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및 의료비 증가에는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만성질환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예후가 불확실하고, 장기간에 걸쳐 합병증이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평생동안 이어지는 환자의 자가 관리가 질환의 경과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혈압과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심·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 때문인데, 이 중 80%는 적절한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WHO, 2005). 한국에서 만성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첫 번째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각하여 진료비 상승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만성질환 관리의 미흡함으로 인해 합병증 발생빈도가 높고, 이는 입원율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높고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1차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2010년 상반기 고혈압관리 적정성 평가’에서도 치료지속율에 있어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1차의료기관을 통한 만성질환의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질 경우 합병증 발생빈도를 줄이고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도 개선하면서 국민의료비 저하와 적절한 의료전달체계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성질환관리제의 경과와 의료계의 반발 정부는 2000년 보건소 중심의 고혈압·당뇨병 예방관리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수행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제 만성질환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계와의 접점을 형성하지 못하였고,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 관련 사업은 미비한 채 단순히 등록관리사업에만 그쳐왔다. 그 결과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나 의료비 증가 추세는 개선되지 못하였다. 이에 정부는 2007년 ‘대구광역시 심뇌혈관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기존의 만성질환관리체계에 대한 개선을 도모했고, 2011년 선택의원제 추진을 통해 1차의료기관 중심의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만성질환 관리체계 개편을 추구하고자 했다. 2007년 시범사업의 핵심내용은 민간의료기관의 사업참여, 환자 치료비 지원,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자기관리 교육프로그램이었다. 보건사업 최초로 만성질환자 관리영역에서 민간의료기관 및 약국이 광범위하게 참여(고혈압·당뇨 진료기관의 약 80%가 참여)했고, 치료비 지원(진료비 1000원, 약제비 3000원 지원)을 통해 사업추진 2년만에 9만여명이 등록하였으며, 65세 이상 환자의 80%이상이 등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만성질환의 적정 치료지속률인 80%(1년중 290일 이상 약물복용)를 달성하였으며 1개월 주기 관리환자는 시범사업 미참여 환자에 비해 입원 비율이 고혈압은 62%, 당뇨는 65% 낮았고 입원일수도 고혈압은 25%, 당뇨는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사업 역시 등록환자의 54%가 교육에 참여하여,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집합교육이 쉽지 않았던 것을 감안할 때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범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2011년 추진된 선택의원제는 환자가 관리를 받을 의원을 선택하고 환자등록을 하고, 등록 후 진료비 본인부담금 10%를 지원받으며, 의료기관의 사업 참여를 위해 환자관리표 작성에 대한 건당 별도 보상 및 환자 지속관리율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한 성과인센티브를 보상이 이루어지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1차의료기관 참여 및 환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었다. 또한 시범사업의 교육프로그램과 유사하게 교육 및 자가관리를 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시행함으로써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선택의원제의 도입은 의료계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의료계는 선택의원제로 인해 포괄적이며 획일화된 진료가 성행하여 의료서비스 수준이 저하될 것이고, 신규 개원의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으며, 전문과목 간 등록환자 규모의 편차가 심화되어 현행 전문의제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고, 정부의 통제를 받는 주치의제도로 가는 수순이 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결국 타협 과정에서 선택의원제는 2012년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로 이름이 바뀌고 치료비 지원에만 그친 채 기존사업과 다를 바 없는 정책으로 시행되었다. 2013년 현재까지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위와 같은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제도가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다. 제대로 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서: 의료계는 반대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의 의학적 경과는 대부분 밝혀졌으며, 치료는 대부분 일정한 가이드라인에 의거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괄적이며 획일화된 진료’는 '표준화된 진료'라는 점에서 만성질환 관리에 오히려 필요하다고도 볼 수 있다. 2007년 진행된 시범사업에서 치료지속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과 ‘2010 상반기 고혈압관리 적정성 평가’에서 의원급의 우수한 관리 성적에서 보다시피 만성질환관리제로 인한 의료서비스 수준 저하 주장은 잘못되었다. 신규개원의의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현 의료공급체계의 문제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선택의원제 도입 이전의 문제다. 노인인구가 많이 분포해 있는 지방 중소도시 및 농어촌의 의료기관은 현저히 부족한 반면 대다수의 의료기관은 대도시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다. 의료기관이 과다한 지역에서의 경쟁적 개원은 의료기관의 지역적 불균등 해소를 위한 정책부재와 수도권으로 의료인력이 몰리는 문제 등 복합적 원인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한 경쟁 심화와 신규개원의의 진입장벽은 선택의원제와 무관하게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문제로, 의료인력의 적절한 배치 등 정부의 정책적 개입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선택의원제의 핵심 내용인 환자관리표(혈압, 혈당수치,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 상담기록으로 구성) 작성 및 환자 지속관리율에 대한 평가(지속관리율, 적정투약율, 필수검사 실시율 등)는, 정부의 통제라기보다는 적절한 관리수단의 한 측면이다.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암등록사업과 마찬가지로 그 심각성이 유사한 만성질환의 관리 역시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며, 관리의 내용 역시 의학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이다. 더 나아가 만성질환의 특성상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치의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하는 것은 추후 방향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증가하는 유병률, 높은 사망원인, 국민의료비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성질환에 대한 적절한 관리의 부재는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며, 1차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관리제의 정착을 통해서 의료전달체계를 조금이나마 바로잡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국민 건강을 수호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의료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의료계는 반복되는 반대입장을 철회하고 1차 의료기관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