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한반도 핵 위기와 사회운동의 대응 방향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두 달간 전개된 한미연합전력과 북한 사이의 군사적 대결은 한반도에서 재래식 군사적 충돌은 물론 핵전쟁의 가능성이 엄연히 실존함을 보여주었다. 3월 한미연합전력의 무력시위에 전략폭격기 B-52와 스텔스폭격기 B-2, 핵잠수함 샤이앤이 동원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을 가시화했다. 북한도 지난 12월 은하3호 로켓 발사와 2월 3차 핵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소형화·경량화된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4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한미연합전력과 북한의 군사적 대결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미사일 능력 제고를 통해 미국과 일괄타결을 도모하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과 북한에 대한 선제 핵공격 옵션을 유지하면서 ‘은근한 무시’와 ‘전략적 인내’를 구사 중인 미국의 기본 대결 구도가 단시일 내 해소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오히려 이번 국면에서 양측의 작용-반작용은 동아시아의 핵·군비 경쟁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은 ‘한반도 비핵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급하고 절실한 현실적 요구로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사진1%] 전쟁을 반대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남한의 사회운동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절박함을 공유하고 있지만 정작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각기 엇갈린 해답을 갖고 있다. 현재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이하 반전평화국민행동)으로 결집한 통합진보당, 한국진보연대 등 범 민족해방 계열은 최근 일련의 군사적 대결에 대해 ‘관련국의 군사적 행동 중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시작’을 요지로 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북미 군사대결 과정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단 북에 대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비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 주장의 밑바탕에 깔린 이념·노선의 맹점과 정세인식의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반전평화국민행동은 민주노총이 참여 조건으로 제시한 의견을 감안하여 ‘긴장 고조 관련국’에 북한을 포함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기조에 반영하였지만, 이것이 사업계획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진 것 같지는 않다. 반전평화국민행동 주요 참가단체들의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가 장기간에 걸친 북미 간 대결 구도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군사적 압박이 지속되는 한 협상수단 또는 자위수단으로서 북한의 핵보유를 지지해야 한다는 관념, 또는 최소한 주요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관념을 내포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지지하거나 또는 북한의 핵개발이 주요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모순적이고 모호한 입장은 반핵-평화운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조장한다. 2006년 1차 핵·미사일 실험 이후 최근까지 전개된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핵무장을 단순한 협상용이라거나 자위용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2012년 새로 개정된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임을 명기한 데 이어 최근 3월 말 4월 초에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 노선’과 핵보유국 및 인공위성 제작·발사국임을 법령으로 채택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미국과의 일괄타결이냐 전면전이냐 양 극단 사이의 선택을 촉구하는 북한의 핵대결 논리는 처음부터 한반도와 주변국 민중을 볼모로 한 ‘거대한 도박’이었고 그 판돈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북핵 억지력의 현실적 대안으로 한미동맹의 강화나 남한의 독자 핵무장 논리가 득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의 사회운동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평화주의의 이념적 기초를 확고히 하지 않을 경우 평화운동의 대중적 확장은 고사하고 대중적 토대마저 유실할 위험이 크다. 남한의 사회운동은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방어적․수세적 관점을 전도하여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일관되게 주장함으로써 미국의 핵 위협과 남한의 한미동맹 독자적 핵무장화 시도를 무력화해야 한다. 군사적 대결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올해가 평화협정 체결의 전기가 될 것이라는 이들의 정세인식에도 문제가 많다. 여기에는 ‘북미 군사대결 분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양측의 협상이 더욱 중요해지고 고위급회담으로 격상될 여지도 높다’는 판단이 전제되어 있다. 현재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해서 이를 미국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에 성공적으로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는지 여부다. 뒤집어 말하면 북한에게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핵·미사일 능력을 이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계속 증강시키는 선택지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전략이 교류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입장에서 제재를 통해 봉쇄를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수렴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북한의 맞대응 전략은 미국의 추가적인 강압적·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높이는 반면 협상을 통한 조정의 가능성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상의’ 핵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는 미국이 추구하는 핵비확산체제의 와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벼랑끝 전술’은 역으로 미국은 물론 일본과 남한에게 핵·군비 증강의 빌미를 제공하여 향후 북한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는 딜레마로 몰아넣을 것이다. 부수적으로는 주변국의 보수적·호전적 이데올로기를 조장하여 진보적 평화운동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의도치 않은 효과도 낳을 수 있다. 전략가들은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주저 없이 미국을 꼽는다. 단적으로 미국이 그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온 미사일방어(MD) 체제의 당위성을 이번 계기를 통해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이번 국면을 기회로 한반도 주변에 전략 무기 외에도 F-22 스텔스전폭기, SBX 레이더,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과 같은 최첨단 무기를 동원하는 등 군사전략적으로 파격적인 조치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전격 실행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사활적 과제로 추진 중인 ‘태평양으로의 선회’ 전략은 이번 국면을 계기로 탄력을 받고 있다. 또 그 주축을 이루는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동아시아의 핵 도미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비핵보유국 중에서 유일하게 핵재처리 시설을 공인받고 있으며 핵물질과 핵기술 두 측면에서 언제든 핵보유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일본도 북한의 핵·미사일을 빌미로 핵무장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말 무기수출금지 3원칙을 수정해서 무기의 공동개발 및 수출 제한을 완화함으로써 미국과의 차세대전투기 개발 등 군수물자의 공동생산과 수출판매가 용이하게 되었다. 2012년 6월 우주관련법 개정에서도 평화적 이용에 한정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군사목적의 우주개발을 허용해서, 위성을 이용한 미사일방어 시스템 구축 등 우주무기의 연구개발 및 수출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를 갖췄다. 아베 내각은 2013년 2월 ‘긴밀한 미일동맹이 완전히 부활했다’고 선언했고 3월에는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가하기로 발표했으며 4월 초에는 주일미군 재편 협정을 마무리했다. 남한은 어떤가? 남한의 전략가들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군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재래전 중심의 군비경쟁논리나 억제 방어체계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강화하여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핵우산 등 충분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적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전략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한미 양국은 북한의 국지도발시 도발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한미국지도발대응계획’을 발효한 상태다. 또 미국의 방위공약을 기존의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강화·명문화하는 한편, 신설되는 확장억지정책위원회를 정례화하여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진행하고 있다. 한술 더 떠 남한의 독자적 핵무장화나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전자의 경우 ‘국제법상 불법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세계평화 차원에서 부도덕하며 한미동맹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후자의 경우 ‘동북아에서 미중 간 새로운 갈등요소로 등장할 것이므로 미국이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부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이 이러한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이유는, 이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간주해서라기보다는 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미국 측의 공약과 양해를 얻어내는 기제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조만간 진행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에서 남한이 동맹국과의 조정·합의를 거쳐 핵연료 생산 및 재처리 공정 사이클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면 향후 유연하고 다양한 핵 억제 전략을 구사할 토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그 결과 일정한 타협이 도출되더라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지배력, 한미일 삼각동맹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는 근본적으로 침식되지 않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동아시아 핵경쟁 또는 전쟁위기의 근본적 유발요인인 주둔미군의 철수와 한미일 삼각동맹의 해체를 지향하는 평화운동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북미 간의 대화나 협상이 갖는 제한적 의의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반도 비핵화’는 현실의 요구다 우리는 핵전쟁에서 ‘정의의 전쟁’과 ‘불의의 전쟁’ 사이의 구별은 무의미하다는 점, 핵무기 그 자체가 전쟁의 억지 요인이 아니라 유발요인이라는 점을 거듭 주장했다. 핵 전략가들은 상대방의 핵 선제공격에 대해 핵으로 보복공격을 단행하는 상호확증파괴(MAD)를 통해 핵전쟁을 합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며 ‘공포의 균형’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전쟁의 가능성 또는 현실성을 과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우리는 인간의 오류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 전쟁을 예방한다는 것은 예상불가능하고 예측불가능한 위험, 하지만 그 대가가 인류전체의 절멸인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반도에서 고조되고 있는 핵전쟁의 위험에 대응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다. ‘한반도 비핵화’는 수사가 아니라 현실의 절박한 요구다. 다시 한 번 주장하지만, 남한의 사회운동은 ‘한반도 비핵화’를 자신의 일관된 요구로 채택하면서 한미 군사동맹의 폐기, 핵우산 및 주둔 미군의 철수, 남한의 군비 증강 반대와 같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한미 FTA 발효 1년을 맞이하여 지난 3월 15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났다. 14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한미 FTA 발효 1년간 주요 성과」에 따르면 “한미 FTA가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두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지난 1년 사이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반면 수입은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무역수지 흑자폭이 전년 동기 대비 26.6%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적절히 꼬집고 있듯이 이번 정부 발표는 ‘미국시장의 여건변화나 다른 국가의 수출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한국 대미무역의 절대적 변화만을 부풀린’ 자의적 평가에 가깝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년 만에 그 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불필요하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을 감안하면, 정부의 발표는 자신의 ‘치적’을 과장해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종의 ‘무리수’라 하겠다. 사실 정부는 발효된 FTA에 대한 평가를 체결 상대국과의 교역 또는 수출-수입 증감 등으로 실증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FTA를 통한 제도 선진화가 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자유무역론자들은 FTA가 단순한 수출 증대, 투자 확대 효과 외에도 통상 및 경제제도 선진화를 촉진해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확대한다고 주장해왔다. 즉, 한미 FTA의 진정한 효과는 장기간에 걸친 제도 변화로 서서히 나타난다는 뜻인데, 이를 뒤집어보면 한미FTA의 진정한 문제점도 아직 채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한국은 FTA를 왜 추진했나 정부의 자유무역론은 무역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한국경제의 활로는 오직 수출경쟁력의 확보와 세계경제의 분업화 추세에 적응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97-98년 외환위기·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변모한 한국경제는 초민족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와 국부유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문제가 일상화되었다. 또한 구조조정과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여 무역흑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는 노동력 신축화와 수출-재벌 구조의 강화로 귀결되었다. 그런데 금융자유화에 따라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확대되면서 원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커져 원화의 가치를 낮추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었으므로 역대 정부는 FTA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는 세계적인 지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대외 수출 여건의 악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FTA를 사고했다. 노무현 정부는 ‘선진형 통상국가론’에 따라 ‘동시다발적 FTA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한미 FTA를 체결함으로써 미국과의 경제적 동맹 외에도 정치·군사적 동맹의 강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추구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역대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면서 미국, EU와 같은 거대경제권 외에도 자원부국, 동북아 국가, 대륙별 거점 국가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자유무역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FTA 추진 현황을 살피면, 발효(8건, 45개국), 타결(2건, 2개국), 협상진행(6건, 16개국), 협상재개 여건조성(5건, 10개국), 협상준비 또는 공동연구(4건, 11개국)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자화자찬대로 가히 FTA 선진국이라 할 만하다. FTA의 파괴적 효과 한미 FTA를 정점으로 하는 한국의 FTA 추진 전략은 단순히 재화의 원활한 거래뿐 아니라, 자본 및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와 서비스의 이동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곧 세계화의 심화와 가속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상품분야의 관세철폐뿐만 아니라 투자, 서비스,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세계무역기구(WTO)의 관련 기준과 일치시키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협상 상대국(선진국)의 기준이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사회 전반에 도입하여 한국경제의 제도 전반을 변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결과는 사뭇 파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첫째, FTA를 통한 금융 및 투자 자유화 확대는 한국경제의 성장·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낳기보다는 국부유출 및 자본도피 경향을 강화할 우려가 크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금융세계화 기조를 유지·강화하는 한국의 FTA 전략은 한국경제의 불안정성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둘째, FTA를 통한 무역자유화의 확대는 수출-재벌 주도의 세계화를 가속화한다. 수출-재벌과 국민경제의 괴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셋째, 초민족적 농기업의 농업지배를 촉진하는 농산품 개방으로 인한 농업붕괴와 환경파괴, 초민족적 제약회사·보험회사의 이해를 보장하는 보건의료 개방으로 인한 영리병원 도입과 의약품 접근권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1%] 한미FTA를 발판 삼아 TPP로 도약하려는 미국 문제는 이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21세기 신무역협정’의 전범으로 사고하는 한미 FTA를 발판 삼아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를 맞아 자신의 ‘태평양으로의 선회’(pivot to the Pacific) 노선을 다시 한 번 확고히 천명한 상태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서아시아의 석유달러 환류보다 동아시아의 수출달러 환류의 전략적 중요성이 제고됨에 따라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재관여·재균형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특히 미국의 경제위기와 밀접히 연관된다. 오바마 정부는 무역적자 및 대외부채 축소를 목표로 국가수출확대정책(NEI)과 같은 수출장려 정책과 무역흑자국에 대한 환율절상 압력, 그리고 TPP와 같은 다자 지역무역협정을 강조하고 있다. 이중에서 다자 지역무역협정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에 대한 경제협력 강화와 더불어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통상압력 강화라는 이중적 목적을 지니고 있다. 수출달러 환류라는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면서도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려는 미중 양국 간 갈등을 배경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재편·강화, 중일 영토분쟁,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제고 등 정치·군사적 분쟁이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2013년 APEC에서 TPP 협상 타결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진정한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의 완성을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것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일본 아베 정부에 이어 한국 박근혜 정부에 TPP 참여를 강력 권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과거 한미 FTA가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동맹 현대화의 맥락에서 추진되고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최종 타결되었음을 상기할 때, 최근 ‘북핵 문제’와 연계해 미국이 조만간 박근혜 정부에 TPP 참여를 강력 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력에 빠진 사회운동 그러나 한미 FTA 국회 비준 및 발효 이후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현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소속 단체들의 경우 농산물 개방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 부문을 제외하고 뚜렷한 흐름이 없다. 2011년 11월 한미 FTA 국회 비준 이후 2012년 3월 발효 시기까지 범국본은 ‘날치기 한나라당/새누리당’ 규탄을 기조로 야권과 공조하여 촛불집회 등을 개최했다. 또 2012년 4월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발생하자 5월 초 ‘광우병 쇠고기’를 쟁점으로 삼아 대중시위를 개최하였으나 2008년과 같은 파고를 그리지는 못했다. 범국본은 2012년 5월 한중 FTA 협상 개시 선언 이후에는 ‘한중 FTA 저지’를 범국본 의제에 포함하고, 이후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중국산 농산품 개방에 대응했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 이후 대중 동력이 소진되고, 또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패배함에 따라 ‘폐기와 재협상’을 기조로 하는 범국본의 대응 논리도 난관에 봉착했다. 현재 범국본은 예년의 기조를 이어가면서, ▲한미 FTA 발효 1년 여론 환기 사업 ▲한중 FTA 협상 모니터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동향 대응 ▲론스타 ISD 제소 대응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한 상태다. 그런데 정부가 ‘FTA 글로벌 네트워크’를 계속해서 추진하는 상황에서 개별 FTA에 일일이, 부문별 피해를 종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자명하다. 동시다발적으로 FTA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힘도 부족할뿐더러, 국가 간 통상 문제를 넘어선 FTA 글로벌 네트워크의 효과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FTA 추진 전략이 단순한 국가 간 통상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면, 특히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한 ‘플랜 B’로 추진하는 ‘태평양으로의 선회’에 주목하면서, 한미 FTA에 후속하는 TPP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기조 하에서 전개될 박근혜 정부의 통상·안보 정책을 비판하면서 동아시아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진과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안을 동시에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운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최근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개시된 것을 비롯하여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으므로 범국본은 의제를 확대해서 FTA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범국본은 한미 FTA, 한EU FTA, 한중 FTA 등 주요 FTA가 쟁점화되는 시기에 개별 FTA 대응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정부의 글로벌 FTA 전략의 중핵을 이루는 한미 FTA 체결 저지를 중심에 두고 활동했다. 그런데 한미 FTA 발효 이후 FTA에 대한 비판 여론과 투쟁 동력이 사그라지면서 정부의 글로벌 FTA 전략도 별 다른 저항 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후 범국본은 개별 FTA 대응을 넘어 정부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전반에 대한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FTA에 대한 찬반 논거는 주로 ‘국익’(무역 이익/손실)이나 부문별 이해득실(피해부문 보상대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FTA는 단지 무역자유화뿐만 아니라 금융자유화와 자본의 소유권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혁을 수반한다. FTA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민족국가의 변형을 ‘새로운 입헌주의’(new constitutionalism)라고 칭하기도 한다. 기존의 입헌주의가 ‘인간·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통치와 공동체의 모든 생활이 헌법에 따라서 영위되어야 한다는 정치원리’를 의미했다면 현재는 헌법·법률이 보장해야 될 대상이 인간·시민이 아니라 자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식 소유권/제도 개념의 일반화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FTA 체결·발효에 따른 법·제도 변화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이어나가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나아가 FTA가 기초하고 있는 비교우위론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역에서 ‘불평등교환’이 발생하는 것은 (경제외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국가 간 기술력·생산력 격차에 따라 부등가교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나 생산력이 떨어지는 나라는 결국 노동자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출혈적인 저임금 경쟁, 즉 ‘바닥을 향한 경주’를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역에서 부등가교환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낮은 국가의 임금 상승을 통해 기술혁신을 추동해야 한다. 저임금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제 노동기준을 상승시키기 위한 노동자 국제연대가 필수적이다. 셋째, 반전평화 운동과의 조직적 연대가 절실하다. FTA는 단순한 외교·통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군사적 차원의 문제와 긴밀히 연관된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맥락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또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서 재협상과 최종 타결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현재 일본의 TPP 참여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토 분쟁과 맞물려 미일동맹 강화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5월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전후로 한국의 TPP 참여를 둘러싼 쟁점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 사회운동은 의식적으로 반전평화 운동과 연계를 강화하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교육자료입니다. 한글 발표문과 프리젠테이션 파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글 발표문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한반도 위기] - 3차 핵실험의 의도 - 북한의 궁극적 목표 - 평화를 보장하는 핵무기? - 북한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나 - 세 번째 핵실험의 의미 - 북한의 핵무장,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 대북 제재는 결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 한국의 군사력 증강, 핵무장 주장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2013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진정 전쟁을 원하는가 공격적 키리졸브/독수리(KR/FE) 연습 즉각 중단하라! 한미양국이 지난 1일 독수리연습(FE)을 시작한 데 이어, 한국군 1만여 명과 미군 3,500여 명이 참여하는 키리졸브연습(KR)을 오늘부터 21일까지 전개한다. 이 와중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안보리가 북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선박 검색, 금융 제재 등의 내용을 담은 강도 높은 제재를 결의했다. 북은 한미 군당국이 기어이 키리졸브연습을 강행한다면 북의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급 군사연습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정전협정 백지화, 핵 선제타격 권리행사,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를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도 대북 선제타격을 공공연히 주장하는가 하면, 유사시 북의 지휘세력까지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며 이를 시행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한미당국과 북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제재와 반격을 주고받으면서 전쟁의 불 길 속으로 점점 다가가는 형국이다. 한반도 전쟁 부르는 불법적인 대북 공격적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하라! 국방부는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이 연례적인 방어연습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한미연합군 20만 명 이상이 참가하여 60일 동안이나 벌이는 이번 연습은 북한군 격멸, 북한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여건 조성을 작전목적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을 기반으로 평양 점령 훈련 등을 실시한다. 이번 연습에는 F-22 스텔스 전투기와 B-52 전략폭격기, 9천750t급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함, 피츠제럴드함 등이 참가한다. 한국에 주둔하는 한미연합국 군대만 70만 명에 이르는 데도 해외에서 추가로 병력과 첨단 공격무기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위의 작전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북의 3차 핵실험 직후 한미양국 국방장관은 이번 군사연습을 북에 대한 무력시위의 수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는 올해의 전쟁연습이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인 것임을 말해준다. 이와 같이 공격적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은 그 자체로 유엔헌장(2조 4항)이 금지하고 있는 ‘무력의 위협’에 해당한다. 또 우리 헌법 4조의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 5조의 국제평화의 유지 노력과 침략적 전쟁의 부인 규정에 정면으로 반한다. 적대행위 금지(2조 12항)와 군사인원과 장비 반입 금지(2조 13항 ㄷ, ㄹ) 등을 규정한 정전협정에도 위배된다. 이에 우리는 발화점에 근접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된 정세에 불쏘시개를 던지는 불법적인 대북 침략적 전쟁연습인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즉각 중단할 것을 한미당국에 엄중히 촉구한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라! 한미당국과 북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서로에 대한 위협을 가속화하는 사태를 7천만 겨레는 불안과 공포 속에 주시하고 있다. 각급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는 뜬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는 상황은 지금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정세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웅변한다. 외세에 의한 분단과 참혹한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우리 겨레는 아직도 전쟁을 완전히 종결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올 해 제2의 한국전쟁 발발을 걱정하는 사태를 당하여 우리는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한미당국과 북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들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일체의 말과 행동을 즉각 중단하라. 특히 한미당국은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을 즉각 중단하고, 북은 한미연합연습에 대응하는 국가급 훈련을 중단하라. 한미당국과 북은 ‘김정은 정권 소멸’, ‘핵선제타격 권리행사’ 등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을 즉각 중단하라. 유엔안보리는 배경과 원인도 따지지 않는 일방적이고 강도 높은 대북 제재가 사태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북 제재 결의를 철회하라.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북미 간, 남북 간 적대관계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우리는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국들이 즉각 대화의 장을 열어 우선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잠재우고, 나아가 자신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하여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북은 핵무기를 포기하며, 남북 군축을 실현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전쟁위기를 근원적으로 제거할 것을 촉구한다. 한반도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도 있는 전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평화실천을 벌여나갈 것이다. 오늘 각계 공동기자회견을 비롯하여 집회, 캠페인, 1인시위 등 전국 방방 곡곡에서 평화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게 할 것이며, 마침내 이 땅에 전쟁위기가 사라지고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사회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투쟁할 것이다. 2013년 3월 11일 2013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노동인권회관, 노동자연대다함께, 농민약국,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미군문제연구위원회,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반전평화연대, 불교평화연대, 사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 예수살기,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사),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통일광장, 통일의길, 통합진보당,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재향군인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2013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진정 전쟁을 원하는가 공격적 키리졸브/독수리(KR/FE) 연습 즉각 중단하라!
2013년 3월 11일 2013 키리졸브/독수리연습 중단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적극적 평화주의에 기초한 일관된 운동이 필요하다 북한의 목표 지금 한반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남북 양측은 종착역 없는 기차마냥 끝을 모르게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거듭하며 핵능력을 증진했고, 핵 선제타격까지 언급하고 있다. 북한의 핵능력이 실제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미지수라 하더라도, 핵전쟁의 실행 가능성이 운위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서울 불바다’ 발언이 있었던 1994년 전쟁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 상황이다. 우리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는 ‘정상국가’가 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3월 12일 논설에서 “(미국은) 우리나라가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당당한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결국에는 북미 간 협상타결과 관계정상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북한의 위협 역시 미국에 북미간의 협상 타결과 한반도 전면전 사이의 선택을 촉구하는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즉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궁여지책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주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진1%] ‘자위적 행위’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그 숨은 의도가 어떻든 간에 북한의 전략은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불사한 것이다. 미국이 전쟁이냐 협상이냐의 양 극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도록 만들려면, 두 가지 옵션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보여야 한다. 하나의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맞이하게 될 파국적 효과를 증명해야 선택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미국과 벌이는 게임은 애초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한이 미사일 능력과 핵능력을 과시한 것이나, 최근 정전협정의 백지화, 불가침 합의 무효화, 서울과 워싱턴에 대한 핵 선제 정밀타격 등 전쟁불사를 운운하는 것은 이런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임할 것이라 기대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한반도 민중의 생명을 판돈으로 ‘거대한 도박’을 벌이고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한국의 민중들조차 북한을 비난하게 만들어 결국 평화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침식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력을 갖춘 미국조차 북한이 전면전을 벌이겠다는, 즉 한반도에서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보통의 필부필부에게 다른 판단과 행동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전략 자체의 위험성만이 아니다. 우선 지금의 상황에서 미국이 입장을 바꾸어 북미 간 일괄타결을 전제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7일과 11일에 각각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독자적인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한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전술, 즉 ‘선핵 포기 없이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는 현재 오바마 정부만의 정책 기조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일종의 무시전략은 이미 부시 행정부 시절, 기간 북미 간 협상이 ‘핵 공갈과 그에 따른 착취’라는 악순환만 조성했다는 미 당국자들의 반성 하에 제출되었다. 이런 기조는 오바마 집권 초기인 2009년 4월 북한의 로켓 발사에 이어 5월 2차 핵실험을 하면서 훨씬 더 힘을 얻게 되었다. 물론 ‘전략적 인내’ 전술이 대북 관계에서 어떠한 진전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내에서는 일정한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진영은 오바마 정부의 대외 정책에 맹렬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대북 접근법에는 동의를 표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어떠한 보상도 주지 않겠다거나,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행시키기 전에는 협상을 진척시킬 수 없다는 입장은 일부 매파의 주장에 머물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위협적인 발표와 군사적 행동은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보다는 북한이 얼마나 위험한 국가인지를 사후적으로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되어 더욱 강경한 제재와 같은 대북 강경책을 옹호하는 여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 벼랑 끝 전술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강화한다 3월 1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에 참여했던 미국 핵잠수함이 훈련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 인근에 한동안 잔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도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대응 시간을 고려해 한반도 인근에 핵무기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며 ‘키리졸브 연습이 끝난 후 연합 대잠훈련을 실시해 미군의 핵무기 탑재 장비들을 머물게 하고, 이후 일정을 어떻게 할지는 한미 간에 협의 중’이라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북한의 위협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군사력 증강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의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전략에 따라 2020년까지 해군 함정의 60% 및 항공모함 6척을 서태평양 및 아시아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중국을 압박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패권 유지를 위해 유례없이 높은 수준의 군사력 투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강화된 도발에 대응한다는 명목은 점점 더 동북아시아에 직접 개입하려는 미국에 좋은 먹잇감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미국의 직접적 개입이 불러올 결과는 늘상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남북 간에는 물론, 북미 간의 직접적인 대결이나 미중 간의 충돌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항시적 위기 상황이다. 더구나 북한이 핵 선제공격을 공언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핵무장론이나 전술핵무기 재도입, 핵우산 강화 주장을 제어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또한 북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개발 수위를 높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더 이상 협상의 지렛대를 만들기도 어렵다. 때문에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단기적인 대화 국면을 열 수는 있을지라도, 결국에는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위협에 노출된다는 점(이는 북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 민중이 감내해야 하는 위기이기도 하다)에서 성공 불가능한 방식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결코 한반도 민중의 평화적 생존과는 양립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적극적 평화주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것과 함께 북한이 핵개발과 도발의 알리바이로 삼는 근거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장 시도를 본격화하게 된 배경으로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선제 핵공격 옵션 유지 ▲핵보유국의 절대적 지위를 보장하는 핵비확산조약(NPT) 체계의 이중 잣대 ▲탈냉전 이후 중·소 핵우산 공백 속에 주한미군과 남한의 핵·재래식 전력의 압도적 우위 ▲경제 봉쇄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항시적인 비대칭 전력의 위협 속에서 북한은 모종의 임계에 도달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위기를 야기한 핵심 원인으로서 한미일 동맹의 과잉 억제를 제거하기 위한 반전, 반핵, 군축 운동을 펼쳐야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일차적으로 지금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공격적인 한미 군사훈련의 즉각 중단과 북한의 폭력적 대응만을 유발하는 대북제재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 군사동맹의 폐기, 핵우산과 함께 항시적 전쟁 위협을 양산하는 미국 무력의 철수, 군비 현대화 반대와 일방적 군비축소라는 적극적 평화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그저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 권리’라 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 우주 공간의 군사화를 반대할 수 없고, 결국에는 평화운동이 이러한 경향을 옹호하게 된다. 북한의 핵개발을 그저 ‘자위적 행위’라 한다면 인류의 절멸을 향한 경쟁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평화운동의 대중적 토대마저 잃을 공산이 크다. 사회운동은 민중들의 생명을 판돈으로 한 도박판에 플레이어가 될 것이 아니라 반핵의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며 대중적인 반전·반핵·평화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반전평화연대(준) 공동성명]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 한반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암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전쟁 불사, 강력 응징. 남북 모두 전쟁만을 부르짖고 있는 형국이다. 강대강의 맞대응 속에 한반도의 평화와 상생이라는 민중들의 열망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화와 협력의 실종 속에 상호 적대정책 강화, 한반도 긴장 고조라는 악순환은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한다. 이제 우리는 이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첫째, 대북 제재는 결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 8일 새벽,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2094호를 채택해 추가적인 대북 제재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는 지금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의 폭력적인 대응을 유발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다. 이는 기존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꺾었는지, 아니면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었는지를 질문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이번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합법적인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침해한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처한 대응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혀,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았다. ‘제재’에 대한 일반적인 환상은 비군사적 처벌을 가함으로써 전쟁에 따른 대중의 고통과 희생 없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호전 세력이 ‘스마트 제재’라고 떠드는 것도 이러한 환상을 부추긴다. 군부나 고위층을 타깃으로 하는 제재가 민중들의 희생 없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며, 제재는 민중에 대한 무차별 폭력을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실례로 1차 이라크전쟁(걸프전쟁)에서 전투 중 사망한 이라크 군인은 2만여 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UNICEF의 조사에 따르면 유엔 제재의 영향으로 사망한 이라크 5세 이하 영유아는 50만 명에 달한다. 이라크까지 갈 것 없이 수십 년간 지속된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 민중들이 겪는 고통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걸핏하면 기아 문제를 들어 북한인권 운운하는 세력들이 ‘스마트한 제재’를 주장하는 것은 기만이며 위선이다. 제재는 제재 대상의 입장을 변화시키기보다는 보다 강력한 억지력, 군사력을 확보해야한다는 논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국가의 동원에 무감각해지도록 하며, 모든 문제를 외부의 제재와 압박의 결과로 환원하도록 한다. 이러한 원리로 제재 대상의 입장 변화, 즉 정치적·정책적 선회라는 제재의 원래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우며, 민중의 고통과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서 보다 폭력적인 대응만을 낳는다. 지금까지 지속된 대북제재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은 보수언론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평가다. 그렇다면 사태를 해결하지도, 별 효과를 거두지도 못하면서 민중들의 고통과 폭력적 대응만을 낳는 대북 제재를 우리가 선택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제재 강화-반발-도발 심화-긴장 고조라는 악순환을 지금 당장 끊어야 한다. 둘째,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는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 3월 11일부터 21일까지 한미 양국은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을 진행한다. 북한은 훈련이 시작되는 11일을 시점으로 정전협정이 백지화되고 불가침 합의가 무효화될 것이라며 극렬 반발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연합 군사훈련은 역사적으로 한반도 긴장 조성의 커다란 요인이 되어 왔다. 키리졸브 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을 신속히 한반도에 배치해 최전방으로 이동시키는 연례훈련으로 1976년 시작한 팀스피리트 훈련, 이를 대체해 1994년부터 시작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의 후신이다. 한미 양국은 키리졸브 연습이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목적과 양상을 볼 때 이 훈련은 북침 전쟁연습이다. 키리졸브 연습은 북한 내 700여개에 달하는 표적을 공격해 파괴한다는 작전계획 5026,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전략을 도입한 작전계획 5027, 북한의 내부 소요나 천재지변과 같은 사태에도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작전계획 5029에 의해 규정된다. 키리졸브 연습에는 미국과 한국의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고, 핵 항공모함과 이지스 구축함이 동원되며, 스텔스 폭격기가 전진 배치되어 북한을 압박해 왔다. 훈련내용도 특수작전 요원 침투, 군수지원, 북한과 유사한 지형에서의 상륙훈련, 대북 시가전 등 대북 공격과 점령을 상정한 것들이었다. 더구나 한미연합사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연습을 실시해오면서 훈련의 침략적 성격은 더욱 강화되어 왔다. 특히 북한 내 소요사태 등의 체제 불안정을 가정한 상륙, 점령, 핵과 미사일 제거 훈련 등을 실시하는 것은 북한에는 직접적이고 심대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북한은 키리졸브 훈련에 맞서 무력시위 차원에서 3월 중순 잠수함 기동훈련과 육해공 통합 화력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 수행 가능성을 높이는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 그리고 이에 맞대응해 벌이는 북한의 무력시위는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크게 고조시키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훈련은 지금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셋째, 한반도의 긴장을 단 1%라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위도 단호하게 반대한다! 무릇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정전협정 백지화, 불가침 합의 무효화, 핵 선제공격,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도발원점 타격,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한 핵무장론 등 남북 양측은 전쟁 불사를 부르짖으며 한반도 민중들의 생명을 볼모로 힘겨루기에 몰두하고 있다. 남북 양측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민중들의 염원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보장·남북 불가침·평화통일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규정한 남북기본합의서, 한반도를 비핵화함으로써 핵전쟁 위험 제거·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바라는 민중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불가침 합의가 무효화되었다거나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현재 북한의 강경한 주장이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통해 핵전쟁의 위험을 고조시키고 공격적인 전쟁연습을 통해 상호불가침 합의를 무력화시켜왔던 한국의 태도는 이러한 민중들의 염원을 짓밟는 행위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요원하게 만드는 행위다. 남북 양측은 이러한 일체의 도발적 언사와 행동을 지금 즉시 중단하고,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에 즉각 나서야 한다.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은 ‘악의 축’ 운운했던 미국 부시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소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대화를 외면한 채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오바마 정부의 접근법, 그리고 이에 동조해온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시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시한 바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과 북이 서로를 힘으로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형성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민중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그 어떤 세력도 결국엔 평화를 바라는 민중들의 거대한 투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의 위기를 조금이라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위에도 반대하며, 한반도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다.<끝> 2013년 3월 10일 반전평화연대(준)
[반전평화연대(준) 공동성명] 한반도의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2013년 3월 10일 반전평화연대(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하라! 북한이 2월 12일 오전, 3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지진파 관측을 통해 핵실험 가능성을 타진하던 언론은, 3시간여가 지나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핵실험 진행 여부를 공식 확인했다. 북한의 의도 북한이 2월 12일에 핵실험을 단행한 이유는 이튿날 있을 미국 오바마 정부의 2기 첫 국정연설(연두교서) 발표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한과의 협상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리기 위한 신호라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이 핵 포기로 가는 명확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6자회담은 중단된 지 오래고, 최근 한일정보협정을 통해 드러났듯 한미일 삼각동맹,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일종의 ‘활로’가 필요했다. 또 체제 안정화를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아직 새로운 지도자의 통치 체제가 안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로켓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감행해 어린 지도자의 성과를 강조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핵시험은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강성국가건설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선 우리 군대와 인민의 투쟁을 힘 있게 고무추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사진1%] 북한의 전술은 성공할까 결국 북한의 핵실험은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등장했다. 그리고 파괴력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긴 하지만 1, 2차 핵실험에 비해 확실히 개선된 핵 능력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북한의 단기적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한동안의 냉각기를 거치고 나면 이전처럼 대화 테이블이 열리지 않겠냐는 기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정상 국가화’, 즉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 약속(불가침조약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외부의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이전에 북한의 핵개발 시도는 협상용 카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북한은 이미 헌법을 고쳐 ‘핵보유국’을 명기했고, 우라늄 농축 시설도 공개했다. 장거리 로켓 능력을 과시하고,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타격 능력을 적극적으로 과시했다. 북한의 핵실험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 북한의 후견인 격인 중국마저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다. 홍콩의 한 언론은 13일 ‘말 안 듣는 이웃나라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중국의 압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환기’시켰고,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 변화 요구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든다는 점에서 중국도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이다. 더구나 천안함, 연평도 사태를 통해 확인했듯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보다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부른다는 점도 중국으로서는 불편한 문제다. 유엔안보리는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강구할 기세고,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 등의 군사력 증강 시도가 발 빠르게 이어질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 시도가 지속될수록 북한이 주장하는 지역의 안정도, 북한 체제의 안전도 보장받기 어려운 쪽으로 흘러간다. 세 번째 핵실험의 의미 거듭되는 북한의 핵실험은 그동안 미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군무력의 철수, 주한미군 철수, 남북의 무력 감축, 한반도 평화보장체제 구축 등을 요구했으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적대정책을 유지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행정부에 이어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했다.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활용해 북한의 경제적 취약성을 공격하는 대북 제재 강화는 핵무기를 매개로 열세를 극복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부채질했다. 더불어 핵무기 보유국의 핵군축을 강제하지 못하는 핵비확산조약(NPT)은 결국 핵무기 보유국, 특히 미국의 핵능력 우위를 보장하는 체제로 기능하면서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가속화시켰다. 세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장으로 나아가려는 일련의 흐름은 미국을 위시로 한 국제사회의 대응, NPT 체제의 총체적 실패를 증명한다. 핵무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북한의 핵무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북한은 세 번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공개적 핵무장 단계에 다가서고 있다. 예전 북한은 핵무기가 최소한의 자위적 수단이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국주의에 대항한다는 냉전 시기 소련의 핵무기 개발 논리와 닮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핵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다. 유엔안보리는 지난달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면서 ‘추가적인 장거리로켓 발사나 핵실험이 있을 경우 북한에 대해 중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장 시도는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보다는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응과 군사적 대결 국면을 초래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은 북핵 위협을 군사력 증강과 대북 강경 대응에 대한 알리바이로 삼는다. 때문에 핵무장을 통해 세력균형을 이루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북한의 의도는 그 자체로도 성공하기 어렵다. 한반도 인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도박은 결국 세계적인 핵확산의 불을 당길 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지 않는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가 정부는 이번 핵실험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 번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조치를 통해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군사적 행동을 제어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위협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북한의 폭력적 대응에 대한 알리바이로 작용해왔음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이번 핵실험이 ‘합법적인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난폭하게 침해한 미국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혀,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았다. 대북 강경 대응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지도, 날로 높아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지도 못했다는 점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 협잡 북한의 핵실험을 한국의 군사력 증강의 알리바이로 삼거나,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일체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12일 성명에서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역량을 확충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한반도를 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사력 경쟁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김장수 국방안보실장 내정자는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예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노선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당선되자마자 예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복지문제, 경제민주화 문제에 대한 대선 공약을 내팽개치려 하는 것처럼, 차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이용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민중들의 요구를 묵살하려해서는 안 된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투쟁하자 한국의 평화운동 진영은 모든 핵에 반대하는 반핵의 입장을 굳건하게 견지한 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을 옹호한다면 결국 핵문제에 대한 혼란과 무감각을 조장해 한국의 핵무장 주장에 대해서도 대항할 수 없게 된다. 핵무기는 평화를 가져오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전쟁 유발 요인이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해왔음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동아시아에 집중하려는 미국, 이에 조응해 군사력 증강을 꾀하려는 한국과 일본의 호전 세력들은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민중들을 협박하며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 시도만이 아니라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대북 적대정책, 공격적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동맹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내야 한다. 첫째, 곧 있을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의 문제를 적극 알려내자. 한층 더 강화된 제재는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북한의 폭력적인 대응을 유발한다. 또한 제재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보다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해야한다는 논리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동원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든다. ‘제재 강화–반발–도발 심화–긴장 고조’라는 악순환을 깨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둘째,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 한미동맹의 폭력적 대응에 맞서야 한다. 특히 3월 초에 예정되어 있는 ‘키리졸브 훈련’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에도 서해상에서 무력시위 성격의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상정한 군사훈련인데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키리졸브 훈련이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가 될 것이고, 이것이 지역의 긴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반대하며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민중운동이 함께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