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浮游)하는 '사회적 대화(교섭)'논의, 노동자민중에게 과연 무엇인가? 드디어 오늘, 자이툰부대가 이라크를 향해 파병되었다. 노무현 정권은 파병결정이 한미동맹과 이라크 재건을 위한 국익차원의 결정이었다고 말하며, 파병반대를 외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결국 외면했다. 지난 7월 23일부터 민주노총위원장과 민주노동당대표, 각 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파병반대 '범국민 10만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이라크파병철회를 위해 목숨 건 투쟁을 전개해왔다. 단식농성 중 쓰러진 민주노동당의 대표가 병문 온 청와대비서관을 통해 파병결정 재논의를 위한 대통령면담을 호소해도 대답은 공허한 메아리뿐이었다. 각 사회단체 그리고 노동자민중의 파병반대 외침에 대해 아무런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파병을 강행한 노무현 정권은 한편 올해 초부터 노사정협의기구에 민주노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단식농성장의 민주노총 이수호위원장을 직접 찾아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단식을 그만두고 몸을 아끼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번 궤도연대공동파업과 LG정유노조에 대해 직권중재라는 구시대노동악법이라는 방침을 내린 것에 반발하여 7월 8일 노사정대표자회의마저 무기한 유보한 상태이다. 민주노총이 이번 임·단투 과정에서 내건 대정부 투쟁기조를 계속 유지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밀지, 내민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지닌 카드일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파병이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듯, 노동자운동도 이제는 '사회적 협의기구'에 참여해 '상생과 공존'을 위한 길을 가라고 강요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개혁 하에서 노동자민중의 의제를 갈라치기하고 , 노동자민중 내부를 분열시켜 포섭과 배제의 정치를 하고 있다. 부유(浮游)하는 '사회적 대화' 논의과정 노무현정권은 잘 알려져 있듯이, 참여민주주의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국정과제로 출범한 정권이다. 특히 현정권의 노사관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금융자본에게 규제가 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재편(완화)하여, 자본투자(투기)를 자유화하고 노동유연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이 그 목표이다. 그러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노무현 정권은 출범 첫 해,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대하여 어김없이 구속과 손배가압류의 족쇄를 채웠으며, 노동자농민들의 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이제 노무현 정권은 남한의 노동자운동을 대표한다는 민주노총에 올해 대정부투쟁에 있어 온건한 지도부가 등장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러한 판단과 동시에 구조조정 이후 노동조합의 계속된 투쟁의 패배에 따라 쌓여온 피로감과 패배주의에서 싹트고 있는 조합원들의 실리주의를 부추겨 그동안의 반쪽짜리 노사정기구를 개편한 남한의 대표적인 '노사정협의기구'를 만들려 하고 있다. 올해 새로이 등장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에 조응하여 산별노조 건설과 정책제도 개선을 명분으로 새로운 '노사정협의기구' 건설을 위해 '노사정 청와대회동'에 이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가해 왔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노동조합에서 파업도 들어가기도 전 직권중재를 내리고, 예년과 같은 구속수배를 반복하는 등 정권이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만큼 민주노총은 현 국면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지속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는 "최근의 노동탄압은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취지를 정면 부정하는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는 발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사실 '사회적 대화'는 올해 지도부가 '새로운 노사정대화 체계 건설'을 명분으로 등장한 만큼, 공약이행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자의든 타의든 '노사정대표자희의'가 유보가 되었고, 따라서 8월 대의원대회에 상정하기로 한 '사회적 대화(교섭)' 지침 또한 순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기가 '사회적 대화' 형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일보전진을 위한 이보후퇴'의 제스처에 불과한 것인지, '사회적 대화' 그 자체에 대하여 노사정이 화해할 수 없는 계급대립을 반영하는 '경고성' 발언인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현 지도부가 '사회적 대화'에 무척 집착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이미 두 차례 진행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노사정협의기구'의 성격을 갖고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각종 주요 노동사안에 대한 논의, 향후 건설될 '새로운 노사정협의기구'에 대한 위상과 역할을 결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는 '노사정위 복귀'는 대의원 대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방침을 벗어난 행위에 진배없는 것이다. 또한 임·단협이 한창인 6, 7월에 각 연맹과 산하본부에 '사회적 대화'에 대한 논의를 주문하고 8월에 안건을 상정하려 했던 모습은 누가 보아도 번갯불에 콩구워 먹는 식으로 진행된 면이 있다. 물론 민주노총은 이전에도 노사정위 가입과 탈퇴를 반복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의 부유(浮游)가 민주노총이 걸어온 역사의 반복이라 하면 너무 과장된 말일까? 노동유연화 촉진의 통로, 노동자민중을 포섭/관리하는 노사정위원회 그렇다면 '기존의 노사정위원회'와 새롭게 재편될 '노사정협의기구'의 틀은 과연 다를 것인가? 더 설명할 필요없는 98년 노사정위원회는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변형시간근로제 합의를 통해 파견노동, 즉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데 기여하고, 2000년 복수노조 금지조항 유예와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유예를 맞바꿔치기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노조 건설을 어렵게 만들었다. 2001년에는 모성보호법이 개정되었지만, 그 혜택은 여성노동자, 그 중에서도 고용보험에 들어있는 40% 미만에게만 한정되는 것이었고, 대부분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소외되었다. 2002년 들어서면서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특위에서는 비정규노동자의 범위와 통계 개선, 취약노동자 개념 도입, 노사정 참여기구 설치, 상담 및 고충처리방안, 사회보험제도의 부분적용 등이 노사정 합의의 이름으로 발표되었고, 이는 이후 노사정위에서 왜곡된 비정규직 논의를 계속 진행되게 만드는 발판으로 작동하게 된다. 또한 2003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위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용자와 노동자의 중간자적 위치로 보고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유사근로자라는 개념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노동3권과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등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안을 내놓아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노사정위원회였다. 또한 최근에는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견업종을 전면확대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의 노사정위원회는 집단적 노사관계와 개별적 노사관계의 맞바꾸기(trade-off) 방식으로 노동자대중을 갈라치기하고 위계화시켰다. 이렇듯 노사정위원회는 노동법 개악을 통해 노동유연화를 관철하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광풍에 그대로 노출된 노동자대중들을 위계화하여 비정규직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올해 2월에 노사정위원회에서 발표된 '2004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은 98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이후 간만의 합의도출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하지만 '일자리만들기 사회협약'의 내용은 그 일자리 수가 1만 개든 10만 개든 상관없이 사회서비스 분야의 사회적 일자리에 1인당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9-10개월간 지원한다는 것이 그 내용의 골자이다. 한마디로 유연화된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사회적 빈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정부 스스로 앞장서겠다는 것이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내용이다. 지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졌던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은 이처럼 자명했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추구한다며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지냈던 인사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되어도 노사정위원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노총도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노사정위원회를 무조건 참가하는 방식을 경계하고 있는 듯 하다. "노사정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교섭기구에 대한 기본 인식에서부터 큰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 노사정위원회는 정부가 주도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기구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도 잊지 않는다.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는 노사당사자가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적합한 교섭기구의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적합한 교섭기구의 구성과 운영은 "첫째, 기구의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하며 둘째, 논의의제를 확대하고 셋째, 합의사항 이행이 담보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논리이다. 현재 남한 노동자운동은 낮은 조합원 조직률에 지난 구조조정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배제로 얻을 것도 잃었다는 피해의식이 겹쳐, '여러 가지 점에서 사회적 합의주의가 제약되고 있지만 노동계급과 조합원의 권익과 역량강화를 위해서 사회적 교섭기구를 활용할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현재의 국면이 사회적 합의주의를 실현하기에는 충분히 제약적인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교섭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나 빈곤해소라는 명분은 단지 치장에 불과했던 노사정합의의 역사가 언급되어야 한다. 현재 남한이 구조적 경제위기 국면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온전한 실현이 불가능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인정하고 있는 바다. 결국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적 대화(교섭)'틀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허구적 합의주의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노동자로 한정되어지는 특수한 노동자 계층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꼴이 될 것이다. 관리된 합의주의, 신자유주의의 관철을 위한 '사회적 합의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사정 삼자기구는 사회적합의주의 모델의 핵심적인 제도이며, 형식적 틀에 관한 하나의 교섭안정화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노사정위원회가 기만책이었다는 경험의 쓰라림으로 부유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해진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하여 비슷한 삼자위원회가 제시된다면, 충분히 힘을 얻을 수 있다. 궤도공동투쟁이 책임있는 교섭 틀 내에서 논의되었다면, 현재와 같은 쓰라린 패배는 없었을 거라는 일부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사회적 합의주의'의 실현이 가능하거나 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사회적 합의주의'의 약화가 크게 회자되는 중에도 그 형식적 틀이 완전히 해체되는 데 이른 것은 아니고, 오히려 1980년대나 1990년대 몇몇 국가에서는 '사회협약'이 잇달아 체결됨에 따라 '사회적 합의주의' 부활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비슷한 형식적 틀이라 하더라도 그 틀 내에서 논의되고 협상되는 실내용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이른바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회적 합의주의'가 그 실체인데, 예전에 자본 및 국가가 사회적 합의주의에 응했던 것은 노동자계급의 임금과 복지에 협상했던 것에 반하여, 현재의 '사회적 합의주의' 타협은 신자유주의적 '국가경쟁력(정확히 말하면 자본의 경쟁력)'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가 우선적인 전제가 되는 것이다. 민주노조진영 내에서 이미 이러한 징후는 다분하다. 올해 임·단투 과정에서 선보인 '사회연대기금'은 노사정이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하여, 비정규의 임금과 복지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산업발전을 위한 공동연구기금으로 쓰자는 것이 그 내용이다. 특히 자동차 4사에서 제출한 '산업발전과 사회발전을 위한 사회공헌기금'은 그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노조와 자본이 힘을 합쳐, 산업발전을 이룩해보겠다는 소박한 발상을 담고 있다. 산업공동화에 따른 고용위협에 맞선 노동조합의 전략이 산업별 정책차원에서의 대응 차원으로 수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본의 금융세계화라는 현 국면에서 일국적 산업정책은 그 한계가 명백하다. 산업공동화 현상은 산업적 형태로 대응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초민족적 자본에 의한 '전지구적 차원의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라는 관점을 명확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참여연대에서는 노사정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경제사회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최근 공공연맹을 탈퇴한 KT를 중심으로 새로이 출범한 전국IT산업노조연맹은 '기존 연맹이 비정규직 중심의 활동으로 인하여 대사업장노조의 이익에 소홀했으니 이제는 직접 정보통신 정책에 개입해' 자신의 이익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게 개혁의 정당성 이데올로기를 부여해 줄 것이며, 노조가 취하는 단위사업장과 조합원만의 이익을 방어하는 전략은 비정규직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는 관리된 합의주의 양상을 띌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계급형성적 노동자운동의 복구를 위해서는 좀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좌/우', '개량주의/반개량주의'의 낙인을 깨고, 새로운 '계급형성'에 주력하자. 새로운 '사회적 대화'는 '노정의 신뢰회복을 위하여 가시적인 조치가 선행' 된다던가, '노동조합의 역량이 강화되면 참가할 수 있다', 또는 '제대로 된 노사정위라면 참가할 수 있다'라는 '전술적(조건부) 참가론'이 좌/우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전술적 참가론은 그야말로 사회적 대화를 '교섭'틀의 확장으로 바라보는 실용적인 관점으로, 시기와 정세에 따라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고, 나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새롭게 개편되던 아니든, 결국 현 국면에서 노사정위가 노동자민중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익이 극히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참가를 결정한다면 노동자운동은 그야말로 정권에 의한 관리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교섭'틀의 확장으로 바라볼 수 없는 '사회적 합의주의'를 작동시키는 핵심적인 기제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사회적 대화' 틀에 대한 각 단체, 현장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각종 토론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 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사회적 합의주의의 허상에 대한 선전을 진행하는 등 '사회적 대화' 틀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진정 현재의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기 노동자운동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세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회적 교섭' 틀과 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주의' 논쟁 과정에서 불거지는 현재의 운동 위기 상황의 원인이 지도부 탓으로만 돌려진다면 안 될 것이다. 근본적인 혁신관점과 성찰이 전제된 실천만이 구래의 껍데기를 벗고 새로이 태어날 수 있다는 진실과 쓰러져 가는 계급운동을 복원하기 위한 길은 오직 '계급주체' 형성에 있다는 것을 민주노조운동진영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대중이 함께하는 교육과 토론시간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대중운동의 일진전을 위한 방안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연맹 산하 293개 사업장(13만여 조합원)중에서 올해 주5일제 실시사업장(정부산하기관 및 1,000인 이상 사업장)은 50여개 사업장이다. 거의 모든 사업장은 주5일제 강제시행일인 7월 1일 이전에 거의 타결이 되었다. 그 중 궤도연대(서울, 인천, 부산, 대구지하철, 도시철도, 철도 등) 소속 사업장이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쟁취,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신규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오는 7월 21일 총파업의 배수진을 치고 투쟁에 들어간다. 연맹에는 장기투쟁사업장도 많다. 7개월 째 복직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예술노조와 광주환경위생노조, 장애인콜택시노조, 민주적 기관운영 쟁취를 위해 싸우는 소아마비정립회관노조, 위장폐업에 맞서고 있는 자동차운전학원노조 등등.... 오랜 시간 질기게 싸우는 노조들도 있지만, 그 외 연맹 산하에 많은 노조들은 회의하고, 간담회하고, 교섭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장황히 우리 연맹 상황을 읊는 이유는 노동조합이 할 일도 많고, 싸울꺼리가 많다고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현안이 이렇게 많으니, 다른데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파병을 철회하라고 절규하며 죽어간 후 연일 광화문이며, 종묘에서 ‘파병철회’를 외치는 정세 속에서 노동조합은 참 할말도, 할 일도 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에 대한 상대적인 강조일 뿐이다. 변명하자면 그 만큼 본의 아니게 내부사정으로 신경 못 쓰고 있다는 말이다. ‘반전’, ‘평화’, ‘반핵’, ‘환경’, ‘여성’, ‘장애’ 등의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느껴지는 이 무기력증.....이 원인을 찾아서 치료해야 진정한 노동운동의 혁신과 노동조합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을! 이런 얘기 나오면 사실 좀 답답해진다. 지난 파병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노동자들의 양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주로 광화문에서 저녁 7시부터 진행되는 촛불집회에 가면 노동자들(공공연맹 조합원)은 촛불을 들고 수동적으로 몇 시간 씩 앉았다가 가는 게 고작이다. 총연맹이 조합원들에게 집회 참가 지침을 내리고 조직하는데도 그나마도 몇 명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집회가 워낙 길어서-보통 3시간 이상이다!!- 끝까지 다 있지도 못한 채 이내 자리를 뜨고 만다. 집회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일어서는 이유를 노동자들이 참을성이 없고, 파병철회에 대한 의지가 적어서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집회 시간이 긴 것도 있지만, 사실 촛불집회에 대한 문화적, 정치적 반감이 크게 작용한다. 팔뚝질 한번 안 하고, ‘아침이슬’, ‘광야에서’, ‘솔아솔아’만 연거푸 부르며 내내 쭈구리고 앉아서 “노무현 대통령님~~ 파병을 철회해주세요~~”라고 외치는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되려 기가 빠져서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번 참석한 사람들은 집회에 다시 잘 오지도 않는다. 어떤 조합원은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시간만 아깝다”고 잘라 말한다. 집회 내내 내재되어 있는 교묘한 논점과 정치적 분열지점을 굳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오히려 촛불로 분노를 통제, 조절 당하고 있음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자신들이 ‘파병’은 반대하지만 노무현은 반대 안 하는 ‘착한 시민’, ‘덜 정치화된 시민’으로 포장됨을 느끼는 순간,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불청객이 된 듯이 두리번거리다 가버리는 것은 투쟁 속에서 단련된 훌륭한 감각 덕분일까? 노동자들을 파병반대 투쟁에 좀 더 힘있게 조직화하려면 역시 ‘노무현 퇴진’과 ‘파병철회’를 나란히 앞세우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좀 더 신이 나서 투쟁할 것 같단 말이다. 이제 집회 성격 탓은 그만하겠다. 사실 반전평화를 위한 노동자들의 독자적 실천이 너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작년 초 파병반대 투쟁을 진행 할 때도 독자적인 투쟁한번 못해보고, 시민사회단체가 마련해 놓은 집회에 참석해서 ‘집회가 너무 유하니 뭐니’, 불만만 토로하다가 돌아선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특성을 살리고 노동조합 내에서 순전히 반전평화, 파병반대를 가지고 투쟁 사례도 거의 없다. 하지만 김선일씨가 제국주의와 테러리즘이 양산하는 ‘피의 악순환’ 속에서 무참히 죽어간 뒤, 그나마 올해 노동조합의 반전투쟁은 좀 달라진 듯 한다. 공공연맹 산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등이 속해 있는 항공연대에서 지난 6월 24일 파병군 수송비행 거부선언을 했고, 연맹 산하의 경기도노조는 지난 6월 30일 “정부가 이라크파병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미군부대 안에 있는 쓰레기 수거 거부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모두 노조의 특성을 살린 실천적 투쟁이다. 공공연맹 산하 노동조합 이외에도 화물통합노조(준)도 지난 6월 25일 “이라크로 가는 군수물자를 운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전교조는 6월 28일 ~ 7월 3일을 ‘고 김선일씨 추모기간’으로 정해 ‘반전평화’를 주제로 한 계기수업을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일제히 진행했다. 이밖에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지난 7월 7일 오후 2시 파병반대 등을 내걸고 대구에 있는 미20지원단 앞에서 이라크 파병철회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일천했던 일년 전 노동조합의 파병반대 투쟁과 비교해 보면,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반전’, ‘평화’, ‘반핵’, ‘환경’, ‘여성’, ‘장애’ 등....노조의 무기력증을 환기시켜주는 의제들을 노동조합 내부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미 진부한 말이 되어버렸지만, 임단협에 매몰되는 경제적인 투쟁으로는 ‘조직율’하락으로 대변되는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 사회적 보편적인 과제를 가지고 이른바 ‘대안 세계화’를 고민하지 않으면, 노동조합은 남한사회 내 하나의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노동조합 외부에서 혼란스럽게 마구 흘러 들어오는 ‘테러’, ‘저항폭력’의 개념들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입장 없이 수용할 것이 아니라, 올바로 정립하고 근본적인 비판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야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전쟁 속에서 이라크 노동자민중들의 인권, 노동권, 여성권에 대해 제기해야 한다. 그래서 ‘공장을 뛰어넘는 연대’와 더 나아가 ‘국경을 뛰어넘는 연대’를 경험하자! 이라크에서 희생된 1만 여명의 김선일에 대해 침묵하지 말자! 노동운동, 노동조합 운동이 그토록 열망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변혁적 투쟁과 위기탈출을 위한 몸부림은 오늘날 ‘반전평화’, '파병철회‘ 투쟁과 같은 사회운동의 텃밭에서 그 씨앗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PSSP ※ 이 글은 파병이 되기 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하지만 시기적 경과를 감안하더라도 파병철회를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유효하기에 이 글을 싣습니다.
노동운동 위기에 대한 하나의 고육지책... 그러나 노동운동진영에서 제안된 연대기금 발상은 현재 노동운동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고육지책으로 나왔을 것이다. 이미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비정규직의 경제적 소외, 더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 사이의 심각한 임금·복지격차가 더 이상 치유되기 힘든 상태까지 와 있다는 것이 노조내부의 진단이기도 하다. 이렇듯 '연대기금'안은 노동운동이 언론의 도덕적 공격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 무기력한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대응력을 키우고, 더욱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도덕적 책무와 쓰러져 가는 민주노조운동의 정당성을 되살리기 위한 몸부림에서 나왔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민주노총의 연대기금 제안배경에는 '고용형태별 임금·복지 격차'와 '기업규모간 임금 및 복지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더 이상 비정규직 투쟁을 연대한다고 진행해온 소모적인 논쟁보다 실천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 말하고 있다.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자면 지난해 10월 일어났던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 노조 이용석 열사의 분신, 올해 2월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박일수 열사투쟁에서 정규직 노조의 태도이다. 정규직노조에서 보인 무관심과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노조에 대한 탄압은 더 이상 민주노조운동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바라보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대부분 정규직노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배타성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격렬하게 진행된 이후로 계속해서 쌓인 결과로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운동이 처한 조건이 자본과 언론의 무차별적인 도덕적·경제적 이데올로기 공격에 무기력하다는 것과 이를 대응하기에는 노조의 단결력과 대응 이데올로기가 너무나 취약하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조에서는 도덕적 공격을 방어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정당성을 복원하기 위한 처방으로 노동자들도 임금인상 자제할 테니, 그 댓가로 너희(자본)들도 앞장서서 비정규직 문제와 (정규직)고용문제(산업공동화)를 책임져라 하는 식의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부채감과 노사상생(?)의 길을 향한 '연대기금'안 민주노총은 올해 임·단협에서 '사회적연대 기반 상실 저지'를 위해 '연대기금조성을 통한 연대 기금제를 추진할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노동연대기금' 조성을 밝힌바 있다. '연대기금'이란 정규직 조합원 임금(인상분) 중 노사가 공동으로 일정액(또는 비율)을 적립하는 것으로, 민주노총은 이를 '비정규직 복지기금', '직업훈련', '조합원의 고용안정기금'등에 사용토록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 기금을 산업별(또는 업종별)로 적립할 것과 기금은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5가지 연대기금 방침을 내놓았다. 그리고 연대기금은 '노사간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고, '임금격차와 차별해소분위기가 확산'과 '산업(업종)별 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길만이 살길이고, 노사 상생의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주노조운동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저지 투쟁의 힘겨운 길을 걸어왔다. 이 시기에 민주노조는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와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통한 고용안정요구를 전면을 내 걸었다. 이후 노동시간단축투쟁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5일제 쟁취투쟁으로 변모하였다. 또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이 법제화된 이후, 자본은 자유로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더욱더 심화되었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점점 더 열악해져갔다. 그리고 주5일제 쟁취투쟁은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투쟁과는 상관없이 철저히 정규직 중심의 투쟁으로 변질되고 결국 탄력적 노동시간 확대와 각종 휴가무급화를 골자로 하는 노동법이 통과되며, 상처뿐인 주 5일제를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와 권리는 철저히 소외된 것은 당연지사다. 올해 제출된 연대기금안은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명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정규직을 연대의 대상이나 운동의 주체로 보는 관점이 아니라 시혜적인 대상으로 '비정규직 복지증진'을 정규직노조가 해결한다는 식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부책의식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지금의 비정규직의 문제가 노동의 불안정화 시대에 나타나는 노동자내부의 위계화와 분절화의 한 현상이라면, 이것을 극복하는 것도 노동자내부의 위계화와 분절화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자본과 언론의 도덕적 정당의 이데올로기 공격에 대응하는 것에 급급하여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에 대한 관점 없이 단지 '연대기금'조성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너무나도 수세적이다. 기금조성방식과 운영주체의 문제점으로 본 '연대기금'안 기금 조성방식과 운영주체는 산업(업종)별로 천차만별이다. 금속산업연맹 산하 현대·기아·대우·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4개 노조도 완성차 업체부터 세전 순이익의 5%를 기금으로 적립하고 노사가 공동기구를 통해 운영하는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노동연대기금의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올해 산별교섭의 실질적인 원년으로서 산별교섭의 취지에 걸맞는 요구를 산별5대 요구로 확정하고, 그중 의미 있는 요구'가 '노동연대기금'조성 요구라고 밝힌바 있다. 구체적으로 노사는 2004년 임금 인상분 총액의 1%를 각각 각출하여 '보건의료산업 노동연대기금'으로 적립하고, 정부도 같은 금액을 지원하도록 요청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반해 민주노총의 경우 '2004년 정규직 조합원 임금(일정분) 중 일정액(비율)을 적립하고, 조합원이 조성한 기금에 대당하는 금액을 기업에게 요구하는 방식으로 노사 공동으로 출연하여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자동차4사노조는 기금출연을 사측에서 전면부담하고, 운영주체로 노사공동기구에서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보건의료노조는 '노·사·정'이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하여 노사 공동으로 운영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기금조성주체와 운영주체가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혼란스러움의 배경에는 산업별 조합원들 이익과 교섭대상을 고려한 이유이다. '연대기금'안이 비정규직과 연대를 강화하고, 운동의 주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면 기금의 출연이 어떠하던 간에 기금운영의 주체가 분명히 노동자들과 노조가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노사공동으로, 아니면 노사정공동으로 되어 있는 것은 산업별 합의주의 정신에 입각한 안이기 떄문이다. 또한 기금출연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될 것이다. 미시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기금이이라면 최소한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제안된 안은 기금 출연 주체가 제 각각이거나 불분명해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기금안이다. 자동차 4사 노조의 변명과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연대의 기만성 또한 금속연맹은 기금조성방식에 대하여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대신 그 중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는 '연대기금' 안이 구조조정 시기에 고통분담론 나타났던 것으로 왜곡될 것이라며, 노사간에 일정비율을 같이 분담하자는 제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담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동운동진영에서 이 부담감이 지속되면 될수록 노동자내부의 격차는 커질 것이다. 노동운동진영은 노동자내부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집회장소에서 외치는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가 공허하고 낮 설기조차 한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 이미 노동자들의 임금·복지·위계화 등에 따른 내부격차가 벌어질 대로 벌어져, 원상태로 되돌리기 힘든 상황까지 온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조합원들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하니까 기금조성을 공동으로 하자는 안이 힘들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앞으로 조합원의 이익과 관계없거나 관계없어 보이는 사업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거나 안 하겠다는 것 다름 아니다. 기업별노조의식을 극복하자고 한 민주노조에서 오히려 반대로 단사별(기업별), 산업별 합의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아이러니의 현장이다. 기금을 공동으로 출연하기 힘든 이유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과 차별해소를 목적으로 쓰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악몽을 되살릴 수 있는 고통분담론에 따른 이데올로기라면 자동차노조들은 1998년 현재에서 한치도 전진도 없을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왜곡된 관점은 오히려 노동자내부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노동조합에서 재생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올해 현재자동차노조의 임·단협에서 추진한 '정규직 임금대비 비정규직 임금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결의가 '정규직임금 인상분의 80%인상'으로 대체되는 과정이 있었다. 대표적인 민주노조라고 뽑히는 현대자동차의 이러한 단면을 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기만이 오늘 한국의 민주노조의 현 주소라면 너무 가혹한 것일까? 결국에는 조합원을 이유로 노동운동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핑계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조 내부에서 논의되는 '연대임금' 추진안도 문제지만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위한답시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을 기만하는 작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노동자내부의 위계화와 분할이 자본의 공격에 의한 결과라고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말할 수 없듯이, 조합원을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 라는 변명에 앞서, 노동운동내부의 성찰이 먼저 필요할 시점일 것이다. 결국에는 산업별 합의주의가 강화될 것 기금조성주체와 운영주체가 산업(업종)별로 다르고, 민주노총의 권고방침과 전혀 다른 안(자동차4사 노조)이 나오는 이유는 '연대기금'조성 목적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연대기금조성 목적에 대하여 자동차 4사 노조의 경우, '자동차산업발전을 위한 노사공동연구기금을 통한 산업발전', '비정규직을 위한 기금, 직업훈련기금, 고용안전망을 위한 기금', '복지센터 설립비와 빈민층자녀를 위한 교육기금 등 사회공헌'등을 위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을 말하고 있다. 덧 붙여 조성된 기금은 노동자의 삶의 질과 노동의 질을 높여 자동차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시켜내는 한편, 보호받지 못하는 자동차산업의 수많은 노동자(비정규직)들의 고용과 숙련향상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하였다. 금속연맹은 제기의 배경으로 첫째, 노사간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자는 취지, 둘째 산업정책에 기여를 함으로서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고, 셋째는 심각하게 왜곡되는 노동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것, 넷째 내수시장 침체에 대한 일정한 대비책이 될 수 있고,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전략적 발전을 위한 사도로서 의미가 있음을 밝힌바 있다. 또한 보건의료노조의 경우는 '보건의료 전체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비정규직 복지, 교육훈련, 모성보호, 보건의료복지회관 걸립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고 밝힌바 있다. 화학섬유연맹 광주전남지부(준) 여수공투본은 여수공투본 2004년 주요 3대요구중에 하나인 '지역사회발전기금조성'의 내용은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지역사회 발전과 기업이익을 사회환원을 실현하기 위해 총 매출액의 0.01%를 지역사회발전기금으로 출연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밝힌 기금제 도입의 가장 큰 이유는 '민주노조 운동의 도덕적 정당성 확보'다. 다시 말해 "더 이상 머뭇거리게 되면 계급적·사회적 연대의 기반을 상실할 것이고, 노동자 계급 내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다. 또 최근 경총 등이 지난해부터 정부가 유포한 '노동자 귀족론(?)'에 편승해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나온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배경도 있을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도덕적 정당성 확보'의 측면과 금속연맹에서 말하는 '노동조합운동의 전략적발전시도로의 의미'에서 본 '연대기금'안은 함량미달이고, 위기에 대한 근본처방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서구 사민주의 모델에서 차용했다면 그것은 계급타협적 내용이 기본 축 일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 조건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운 허구적 합의주의가 양산될 점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차용하지 않았더라고 현재 '연대기금'안의 목적과 사용방안으로는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들뿐더러 '계급주체'형성을 향한 노조운동의 전략으로서도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운동이 자본에게 산업발전기금을 요구하여, 산업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연구하자는 안도 아이러니이다. 앞서 말한 기금출연목적과 연구로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응책이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백 번 양보해서 설사 그렇다 하더라고 초민조적 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경제구조 하에서 이전과 같은 성장전략의 산업정책을 실행하기에 무척 제약된 조건이 현재라면 산업정책에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미 산업정책이 실종되어가고 있는 조건에서 산업적 차원에서 노사 공동으로 산업정책을 발전시키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조건하에서는 오히려 (허구적) 합의주의가 득세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또한 이 합의주의는 산업별 이기주의가 강화되는 합의주의로 변형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자본의 입맛만 당기는 안이다. 기금을 모으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제하고있는 모델이 문제이다. 노조가 산업정책에 개입하고, 노동시장을 통제하고, 숙련을 훈련을 시키겠다는 것은 서구 산별노조 모델에서 나온 것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기금 조성의 목적과 관점', 그에 따른 '기금 조성 방안과 운영주체', '실행의지'가 될 것이다. 생색내기용에도 못 미친 임·단협 이후 '연대기금'안의 현실 지금은 각 노조들의 임·단협이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올해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차별철폐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연대임금'교섭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연대기금'조성에 가장 의욕을 보였던 금속연맹소속 자동차분과노조들과 보건의료노조는 각각 △ 자동차공업협회와 금속연맹 자동차분과의 협의 결과를 준수하도록 하고, 사회적 책무를 위한 별도 재원을 회사에서 출연하며, 복지회관 내 비정규직 센터 설치한다는 3가지 조항과 △'보건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노사공동 위원회 구성하여 '전체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비정규직 복지, 모성보호, 의료산업 발전' 등의 용도로 보건연대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노사 동수 각 3인이 참여하는 '보건연대기금 노·사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기금 조성방법, 운영방안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여 노·사 합의 후 시행하고 동 위원회는 위원회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위원회 참여와 기금 지원등을 요청한다' 는 내용을 담은 잠정 합의문을 내놓았다. 잠정합의안을 보면 애초에 제시했던 노조들의 안에 비하여 대폭 후퇴하였거나, '노동연대기금'이 '보건연대기금'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이제 연대기금조성에 관한 첫발을 떼었으니 좀더 기다려 보자'라는 식으로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폭 후퇴한 안의 원인은 주요하게 추진했던 산별(업종)노조에서 조차도 '연대임금'안을 주요요구 안으로 상정하였지만, 중요한 의제로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연대임금 개념에 대해서조차 전달되지 않은 조합원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도 작용하였을 것이다. 또한 연대임금 안은 몇몇 산별(업종)노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산별연맹(노조)들은 썰렁한 반응을 보였다. 공공연맹은 지난 3월 24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연대기금 방침은 현 단계 연맹 조건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04년에는 년 임금인상분 1개월 치의 1%를 비정규직기금으로 적립한다'는 기존의 결정을 실천하는 것으로 결정한바 있다. 금속연맹 자동자분과 노조들과 보건의료노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산별조직들은 논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연대기금'안을 추진한 산별(업종)노조들의 결과가 무척 초라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서구 사민주의 모델의 개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연대임금' 제안은 스웨덴식 임노동자 기금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연대기금정책 마련 직전인 2004년 2월12일 성공회대 유철규 교수(경제학과)를 초청해 '사회기금'을 주제로 내부 정책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또한 금속연맹은 유럽의 복지국가모델을 근거로 스웨던의 연대임금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웨덴식 모델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선 살펴보자. + 스웨덴 임노동자 기금(Wage Earners' Funds)이란? - 스웨덴에서 80년대 초 이후 7년간 유지된 임노동자 기금은 1950∼1980년 동안 유지돼오던 '연대임금제'의 대안으로 제기된 것이다. -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란 간단히 말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원칙화 한 것으로, 기업의 규모와 수익, 산업 등에 상관없이 동일임금을 보장하는 일종의 '임금 가이드라인'이다. 이는 어떤 면에선 사양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는데, 이 경우 발생하는 사양산업·중소기업의 실업자를 대상으로 정부 운영의 복지제도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재교육)이 뒷받침 됐다. 이 정책은 1960년대 이후 전반적인 임금균등화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 - 하지만 연대임금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몇가지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임금유동(Wage Drift) 현상이다. 즉 기업수준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 임금상승률이 중앙단체교섭이나 산업별 단체교섭에서 정한 상승률을 상회하는 것이다. 이는 수익성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불만을 누적시켰고, 고수익 업종의 고용흡수력이 약해짐에 따라 공공부문의 비대화도 나타나게 됐다. 결국 산업간·민간-공공부문간 누적적 임금상승 경쟁과 임금격차의 확대, 중앙교섭 해체, 물가상승 등으로 연대임금제의 기반이 와해되기 시작했다. - 그 대안으로 추진된 것이 '임노동자기금'제다. 스웨덴노총(LO)가 1975년에 제출, 1983년 사민당 정부에 의해 입법화된 이 정책은 Wage Dirft(평균임금률을 웃도는 개별기업 등의 임금상승경향)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액을 임금보조가 아닌 신규주식으로 기금 출연토록 하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이 제도는 임금인상 억제책의 성격이 짙었던 셈이다. 이 주식들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해당 기업 안에 임노동자기금의 소유지분으로 동결된다. 기금은 개별기업이 아닌 상위수준에서 운영토록 했다. 운영 주체로는 정부가 기금 이사회를 구성·선임했다. 그러나 기업경영권 확보가 위협받으며 주식출연이 이후 현금 출연으로 바뀌면서 결국 기관투자가의 하나 역할을 하게 됐고, 91년 부르주아 연립정부가 등장하며 사민당이 실권하자 해체되며 결말을 빚었다. - 임노동자기금안이 구상한 미래는 시장사회주의의 일종인 '기금사회주의(Fund Socialism)다. 시장경제의 존속을 통해 경제적 효율이 확보되고, 복지국가의 유지를 통해 시장경제의 문제점들이 완화되며, 임노동자기금을 통해 노동자들이 민간대기업을 소유함으로서 직접생산자에 대한 생산수단의 소유라는 사회주의의 고전적인 이상이 실현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임노동자기금이 지배주주가 되기까지는 수십년이 소요될 것이므로, 기금을 관리할 노동조합은 그 사이에 기업운영의 기법을 습득할 수 있다. 기업소유의 사회화가 합법적이고 평화적일 뿐만 아니라 점진적이기 때문에, 이행기에 큰 경제적 혼란이없으며 반대세력에 대한 정치적 억압도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또는 연대임금정책)'과 별 상관없는 한국의 '연대기금'안 스웨덴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노동조합조직인 LO가 현실적 집권세력인 사민당과 공조하며 '임노동자 기금'이란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서구 대부분의 나라들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노조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시점 이후에 가능했다. 특히 LO 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노조인 '금속노련(Metall)은 치열한 국제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금속기계공업의 객관적 조건 때문에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등 계급협조적인 양상을 보여왔다. 한국의 경우 노동조합 조직률도 형편없이 낮은 데다가, 제대로 된 '시민권' 조차 아직 미숙아 단계인 지금의 노동운동 진영으로선 다급한 접근인 셈이다. 사용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대기업은 연대임금제에 쉽게 동의했는데, 이는 대기업의 임금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가이드라인은 이보다 낮게 책정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임노동자 기금'과 관련해선 경기침체 국면에서 사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반면, SAF(재계), 자유당, 중앙당(전 농민당), 보수당 등은 모두 반대 혹은 절대 반대 입장을 냈으며, 공산주의자 좌익당은 '기권'에 표를 던졌다. 스웨덴에서 복지국가가 확장되던 시기는 무엇보다도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복지국가 모델에서 경제성장은 필수적이었다. 이에 비해 현재 세계자본주의는 구조적 불황에 직면해 있고, 한국의 경우 경기침체와 저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조건에서 스웨덴식 모델은 더욱더 힘들 것이다. 계급 타협적이며, 경제주의적 노동조직모델, 개량주의적으로 조직된 노동운동을 갖고 있는 스웨덴식 모델과도 거리가 먼 것이 현재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연대기금'안이다.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정책-제도화 한 것이고, 임노동자기금의 애초 구상은 장기적으로 기업을 노동자가 소유하는 점진적 사회화 안이었던 것에 반해, 현재 민주노조운동에서 추진되는 '연대기금'은 이도 저도 아닌, 비정규직 복지증진과 직업훈련, 산업발전과 사회공헌기금이라는 점에서 애초 취지와 목적이 다르고 기금운영목적과 운영주체에서 모두 다르다. 급하다고 우회할 수는 없다. 올해가 첫해이기에 아직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연대기금'안 조차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로 현재 한국의 노조형태가 기업별 형태이고, 산별노조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조건이라는 분석은 결과론 적이다. 노조에서 비정규직 처우(복지)개선의 '연대기금'안 조차 제대로 추진되기 힘든 이유로는 금속연맹에서 지적했듯이 조합원들의 부담감도 깔려있었을 것이고, 자본의 강한 거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빌미로 조합원을 탓하고, 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한 원인도 존재한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원인은 현재 노동자내부의 위계화와 경쟁, 노동자들의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고용의 불안정)에서 나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공공연맹 중앙위에서 보여지듯이, 현재 추진중인 비정규직 기금적립도 쉽지 않은 판에 비정규직을 위하여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모험일수 있다. 공언(空言)만 남발하는 조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럴 바에는 기존에 추진한 비정규직 기금적립을 통해 하나하나 밟아 가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며,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연대기금'안은 지금의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효한 시도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의 노동운동의 위기가 이데올로기적·정당성의 위기라고 한다면 그에 걸 맞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 단순히 지금까지 방식으로 지속하던 임·단협을 강화하자라는 방식으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임·단협을 하더라도 노조운동의 상박하후의 원칙에 따라 노동자 내부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공동투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의 공세는 입체적이다. 혹은 전방위적이다. 이미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이 완비된 이 땅에서 비정규직 사용제한에 있어 제한을 거의 받지 않는 자본은 한국을 무노조, 관리노조, 무권리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의 천국의 땅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제 시작일 뿐인 예이다. 노조는 일상적인 정치투쟁을 강화하기 위하여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고,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자본의 공격도 문제지만, 현재 노동자내부의 의식과 행동이 바뀌지 않은 한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분할과 노동운동의 위기가 한 순간에 드러난 문제가 아니듯, 처방전 또한 좀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이야 할 것이다.
제조업 '해외러시' 위협받는 노동 세계화의 유탄인가, 발전의 부작용인가. 한국 노동운동이 생산비용 절감을 빌미로 한 공장 해외이전 '러시' 앞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터키, 베트남, 동유럽,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바다를 건너는 국내자본의 행선지도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자본의 해외유출은 국내공장의 폐쇄나 축소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기업의 노동자는 자연스레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고통에 빠져들게 된다. 또 원청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 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가 덩달아 보따리를 싸고, 유통 등 관련업종들마저 문을 닫거나 해외러시에 동참하는 등 뒤따르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부분이 '기약 없는 약속'을 받아내거나, 보다 많은 퇴직보상을 요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의 대응이 개별사업장 수준에서 이뤄지다 보니, 자본의 입장에서도 국내공장 유지가 불가피한 대기업의 경우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본이동이 국내공장의 존폐를 가름하는 중소·영세사업장은 사정이 또 다르다. '비용절감' 빌미로 중국이전 붐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의 경우, 50여곳 사업장이 이미 해외로 진출했거나, 진출계획을 갖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아직까지는 국내공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씨티즌이나 하이텍알시디코리아, 아남인스트루먼트 등과 같이 아예 국내공장을 폐쇄하거나 생산을 중단한 사례도 없지 않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대부분 '자본의 엘도라도'로 급부상한 중국이다.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해외제조업 투자실상 및 실태조사 결과분석>에 따르면 1999년부터 본격화된 제조업 해외투자는 지난해 들어 크게 증가됐으며, 특히 중국투자는 2002년에 비해 69.8%나 증가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2002년까지만 해도 주로 대기업의 투자비율이 높았던 반면, 2003년의 경우에는 중소기업의 투자비율이 57.6%로 처음으로 대기업을 앞질렀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해외투자 상승기류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표1>제조업 해외투자 비교(단위 억불, % ; 실행기준) * 자료 : 해외 제조업 투자실상 및 실태조사 결과분석(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 2003.11.26) 중국을 선호하고 있는 경향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이들의 노림수는 '비용절감'이다. 실제 산업자원부의 위 분석에서 해외진출의 가장 큰 사유는 '인건비 등 비용절감'으로 전체의 48.5%나 차지하고 있다. 현지시장 개척(28%)과 협력업체 이전(10.1%), 인력난(3.5%) 등 차순위 비율과 비교할 때 엄청난 수치다. 중국시장의 경우 합작투자보다는 단독투자가 90% 가까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도 현지시장 개척보다는 인건비 절감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중국진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합작대상을 찾기가 만만치 않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본의 해외이동이 급증하며 그 형태와 부작용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청주에 있는 월드텔레콤의 경우 한국공장의 기계를 하룻밤 사이에 기습적으로 중국으로 빼내 말썽이 일었다. 경주에 있는 발레오만도와 (주)만도, 아산 경남제약 등에선 주주들이 감자(주식소각)를 통해 자본을 빼돌리는 방식이 횡행하고 있다. 토지와 건물만 매각한 뒤, 인원축소 등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를 매각하면 담보로 잡을 자산이 없어서 퇴직금을 지급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명예퇴직 등의 방법을 택하라"는 식이다. 아산 센추리, 경주의 아폴로와 한국펠저, 안산 대화브레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실업양산·경기침체 불보듯 문제는 이같은 해외진출이 국내에 몰고 오는 영향이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한 공장이전은 필연적으로 국내공장의 폐업과 축소로 이어진다. 산업자원부는 이와 관련해 '해외 진출 후에도 국내공장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하면서 '해외 진출에 따른 국내공장 폐쇄비율은 12.3%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업종에 따라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국내에서의 대규모 해고와 실업으로 이어질 위험도 배제할 순 없다. <표2> 해외진출 후 국내공장 유지 여부 * 자료 : 해외 제조업 투자실상 및 실태조사 결과분석(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 2003.11.26) 제조업 해외진출에 따른 실업문제는 중소기업 스스로도 인정하는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03년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공동화가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경기 장기침체(36.5%)에 이어 실업문제(24.3%)가 두 번째를 나타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체산업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실업양산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금속산업연맹이 "지식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아직 미흡한 상황에서 급격한 제조업공동화의 진전은 제조업뿐만이 아니라 서비스산업의 동반부진으로 연결돼 장기침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운동의 대응 : 국가정책 개입과 단사별 협약? 제조업공동화 현상에 맞서 가장 활발한 실천을 펼치고 있는 곳은 금속산업연맹(금속노조)이다. 이들의 대응양상은 '대정부 요구'와 '사업장별 대응'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즉 국가차원에서 무분별한 해외이전을 제한해 공동화 발생을 최소화하고, 외자유치 만능정책을 제조업 육성책으로 전환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지원책을 마련토록 정부에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 한 축으론 임단협 때 이 문제를 교섭의제로 들고나와 회사로부터 적절한 수준의 안전판을 마련하거나, 일종의 '경영참가'를 통해 최소한의 사전·사후대응을 가능토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완성차 노조들이 산업발전기금을 마련키로 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금속노조는 이밖에도 중앙-지부-지회 차원의 대응전략을 구축해 사회적 전선 구축과 정책대안 마련(중앙) 구조조정 전담자 배치 및 해당사업장 교육·훈련(지부) 사업장별 경영분석(지회) 등을 각각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제조업공동화를 금속과 화섬 등 일부 제조업연맹의 사안으로 파악하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안이한 정부대책 질타 노조의 정책대안 수용 올바른 산업정책 마련 등을 요구토록 주문하고 있다. 대정부 요구와 투쟁의 경우 그 성격상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 그러나 단위사업장 별로는 눈여겨 볼만한 합의가 속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의 경우 지난해 단체협상에서 국내 생산물량 2003년 수준 유지 국내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성차 및 부품(엔진, 변속기)의 해외공장 수입 금지 적극적인 연구개발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공장 우선 폐쇄 고용에 영항을 미치는 경영계획 수립 시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금속노조의 중앙교섭도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7월6일 산업공동화 관련 노사공동 연구팀 구성 연구개발비 확충 및 국내투자 확대 노사 공동으로 정부에 국내자본 투자확대 환경조성 건의 별도법인 신설계획 수립 시 조합에 통보 협의 조합원의 고용안정·노동조건에 관한 사항은 60일 전에 조합과 합의 별도법인 신설시 정규직 채용 등에 합의했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공동행동을 그러나 단위사업장(혹은 산별노조)별로 이뤄지는 '서면합의'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부정적이다. 제조업공동화 자체가 개별자본의 의지에 의해 판가름되는 현상이기보다는, 세계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자본의 '전지구적 구조조정'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저임금 지역에 노동집약적 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자본의 입장에서 수익극대화를 위한 필요 불가결한 조치다. 더군다나 대규모 원청 기업이 해외로 이전할 경우, 이에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경우 좋든 싫든 함께 따라 이동하는 수 이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을 수도 있다. 일이 이렇게 될 경우, 단위사업장 차원의 합의는 휴지조각이 되기 일쑤다. 금속노조 월드텔레콤지회의 경우 해외이전을 추진하는 회사에 맞서 지난해 6월 상시고용인원 400명 유지 및 생산설비·계획 마련 유휴인력 발생 시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보장 협약 유효기간 3년 등에 합의했지만, 이 약속은 반년밖에 지켜지지 않았다. 회사는 지난 2004년 1월 새벽을 틈타 단 두 시간만에 핵심설비를 공장 밖으로 빼돌렸다. 경영진이 공장을 버리고 도망가는 마당에 '고용안정 협약'은 들이밀 곳조차 없었다. 지회는 임금과 퇴직금, 퇴직위로금 지급을 요구하며 160여일 동안 싸움을 펼쳤고, 결국 지난 6월 퇴직위로금 9억 지급 투쟁기간 평균임금 지급 임금채권 보장 재산경매시 위로금 확보 등에 합의하며 만족해야 했다. 충남의 젝셀발레오도 고용유지를 위한 특별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비단 산업공동화뿐만이 아니라도, 공장폐쇄에 맞선 노동조합의 대응이 얼마나 제한적인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상식'이다. 국내 생산인력 잔류가 불가피한 일부 대기업의 경우 노조의 강력한 투쟁력을 근거로 실효를 가져올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공장폐쇄 시 해외공장부터 폐쇄한다'는 현대자동차 노사의 합의처럼-현존하는 조합원의 권리와 고용을 위해(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법인에 고용된 이름·얼굴 모를 이들의 희생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연대의 정신'에 합당한 것은 아니다. 또 사용자들을 상대로 기술혁신과 기술집약적 산업발전을 요구하고, 국회에 입성한 민주노동당과 함께 공동화 방지를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당장 코앞에 닥친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해 사실상 무기력하다. 완성차 노조들이 제기하고 관철시킨 '산업발전기금'도 조금은 살펴 볼만하다. 백날 싸워도 길이 보이지 않으니,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정부와 자본을 설득하겠다는 의도로 이해된다. 물론 '자동차 산업 발전'도 그들에겐 중요한 문제이겠지만, 오늘날 '산업공동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중소규모 제조업체들이다. 게다가 그들이 말하는 '산업발전'의 실체가 고전적인 '이윤증대'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와 다른 심오한 무엇인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기금'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견들이 노동운동 내부에 횡행하고 있지만, 백 보를 양보해서 그것이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특정 산업·업종 내부에 '노사 공동관리'의 형태로 존재하게 될 경우 '산업별 합의주의'를 부추기는 것 이외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국내 생산시설은 유지토록 한 채, 해외 추가투자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노사합의(또는 협의)절차를 거쳐 실행토록 하는 게 노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응일까. 당장 공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경우, '재교육기금'이나 '퇴직위로금' 등을 두둑하게 받아내는 것 이외에 다른 해법이 없는 것일까. '산업공동화'에 맞선 노동운동의 대응이 이제 걸음마 단계를 시작한 수준이기 때문에 뭐라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무엇보다 '공동의 인식'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의 해외진출이 이렇게 '산업공동화'로까지 문제가 되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보다 중요한 원인은 한국경제에서 활발한 투자와 축적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이지 않을까? 한국경제에서 활발한 투자와 축적이 진행된다면 노동자들은 '마찰적 실업'으로 인한 고통이야 약간 따르겠지만 다른 데서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중소자본의 해외진출은 한계산업 또는 기업의 사소한 생존전략 정도로 치부되고 전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경제의 불황기로의 진입(자본과 노동력의 완전고용 아래에서 이룩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4% 대로 하락했고 이 또한 안정적이지 않다든가, 이론적으로는 지수적 성장경로에서 로지스틱 성장경로로 이행했다는 등의 이야기)이 문제인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는 설비투자율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중반까지 진행된 엄청난 과잉축적과 이로 인한 이윤율 저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초민족적 금융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거대기업들, 수출기업들에서 이윤율이 급격히 회복하고 있음에도, 영업을 통해 엄청난 현금을 쌓아두고서도 투자를 활발히 진행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초민족적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기업들에서 소수지분을 가진 재벌경영자들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등에 돈을 쓰고, 주가를 관리하느라 중장기적으로 위험이 동반되는 투자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인 이윤증대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초민족적 금융자본에 고율배당을 하느라, 비상장 기업의 경우 아예 대대적인 유상감자를 통해 돈이 빠져 나간다. 투자할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한국기업들을 충분히 가동해서 단물만 뽑아내 먹고 폐기처분해 버린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에 투자한 미국 등 중심부 출신 초민족적 금융자본이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반면(초민족적 금융자본은 한국에서 매년 엄청난 배당과 이자를 챙겨가고 있고, 98년부터 2003년에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에서만 약 90조의 평가이익을 얻었으며 비상장 직접투자에서도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다), 이렇게 해외로 나간 한국자본이 원본도 건지지 못한 채 손해만 보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잘 알려져 있지 못하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의하면 해외에 투자한 한국자본은 계속해서 원본을 건지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자본이 불법적인 자본도피라고 주장하는 이들마저 있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 투자했던 한국 기업 40개 가운데 5개사만이 살아남았다고 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보고도 있다(한겨레신문 7월 13일). 민주노총이 최근 들어 산업공동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고, 해당 노조를 모아 대중집회 개최 등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일단 그 자체를 두고 보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보다 핵심적인 것은 '대응의 내용'이다. 지금까진 그저 7월21일 총력투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식'으로 산업공동화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이어서 안타깝다. 현재의 산업공동화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중반에 걸쳐 한국자본주의에서 과잉축적이 이루어지면서 이윤율저하가 초래되었고 이런 구조적 위기를 겪으면서 초민족적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금융세계화에 보다 확실히 편입해 들어간 것이 그 원인이라면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투쟁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합주의적 국가주의적 대안을 관철시키기도 쉽지 않겠지만 관철시킨다 하더라도 곧 무너질 수밖에 없는 대안이다. 어떤 안정적인 타협, 유일하게 가능한 것이라면 자본의 이윤증대를 위한 생산성을 위한 타협밖에 가능하지 않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가 아니던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중심-반주변-주변으로 위계화된 세계경제 구조, 금융세계화와 무장한 세계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없이 투자와 성장 부진, 산업공동화는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할 것이다.
1.들어가며 민주노총 상반기 총력투쟁의 주요요구로 제시되었던 "최저임금 현실화"가 지난 6월25일 최저임금위원회 최종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641,840원(시급 2,840원)으로 결정되었다. 현재 민주노총은 각 연맹과 지역본부의 최저임금투쟁 평가안을 중심으로 평가초안을 만들고 평가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가 가공되고 있고, 8월 5일 노동부장관 고시를 앞두고 잡힌 8월 2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투쟁이 전개될 예정이다. 이제 2004년 상반기 조직된 노동자의 힘으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자고 했던 투쟁방향에 있어, 최저임금 투쟁과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후속사업을 계획함으로써 근본적인 한계와 분명한 오류를 극복해 나가는 단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경과 1) 최저임금위원회 활동 및 투쟁 ① 민주노총은 2004년 상반기 총력투쟁의 주요요구로 "최저임금 현실화"를 내걸고 6월 집중투쟁의 주요한 사업으로 실천하였다. 예년과 달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맞춘 아침집회는 사전 기획회의에서 결의된 연맹들의 적극적인 참가와 여성연맹의 헌신적인 결합으로 규모있게 개최되어 최저임금위원회를 압박할 수 있었다. 청와대앞 집회와 최저임금연대 주최 경총앞 집회, 각 연맹과 지역본부가 주관한 수 차례의 대국민선전전 및 서명운동과 토론회가 사업으로 진행되었다. ■ 서울본부는 2003년에 이어 2004년 상반기 핵심사업으로 최저임금 투쟁을 배치하고 사업을 진행하였다. 3월 차별철폐대행진에 이어 기획단을 구성하여 4월 빈곤사회연대(준)와의 간담회 및 5월 실천단 발대식 및 기획 벽보 발송, 지구협의회별 간부 교육, 6월 전원회의에 맞춘 집중피켓팅과 선전전을 전개하였다. 서울에서 진행되는 대정부 직접교섭이자 저임금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의 위상만큼 최선을 다했으나, 대규모 조직동원과 집중투쟁에 한계를 보였다. 서울본부는 민주노총 지침에 따른 3차례에 걸친 선전전을 실천단 발대식 및 6개 지구협의회별로 진행하였으며, 서울지역 800여 사업장에 1,000여 장의 벽보 2종을 2회에 걸쳐 발송하여 최저임금 투쟁의 의의와 내용을 홍보, 조직하였다. 서울지하철노조 및 도시철도노조의 협조 하에 지하철 출입문 부착용 스티커 1만부를 자체 제작하여 여론형성에 기여하였으며, 6월과 7월에 걸쳐 최저임금위원회앞 집회신고를 담당하였다. 청와대앞 집회 및 제도개선 집회 등 긴급한 사항에 대해서도 기동적으로 결합하였다. 최저임금-최저생계비 공동행동에 결합하여 최저임금 투쟁의 의미를 확장하고자 하였다. 2) 최저임금위원회 최종 전원회의 및 결정 ① 6월25일 최종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노동계 최종 요구안인 641,840원(시급 2,84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위원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계 최종 요구안이 15표를 얻었고 재계 최종안인 624,890원(시급 2,765원)이 10표를 각각 얻은 결과다. 새 법정 최저임금 641,840원은 현행 최저임금 567,260원(시급 2,510원)보다 74,580원 인상됐으며 13.1%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② 이날 민주노총은 사상 최초로 2천여 명이 넘는 조합원들과 함께 최저임금위원회를 둘러싸고 76만6천원 쟁취를 요구하는 등 조직적 투쟁을 끌어내는 성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당일 투쟁 과정에서 애초에 결의된 전술과 계획에 상반되는 진행이 이어져, 현장에서의 문제제기와 심각한 평가가 있었다. ③ 최저임금위원회 내에 제도개선전문위원회가 설치돼 7월 2일부터 최저임금 수준을 전체 노동자 임금의 1/2로 법제화 공익위원을 노사단체가 추천 택시노동자, 감시·단속적 노동자 등 최저임금 적용대상 확대 최저임금 적용시기를 현행 9-8월에서 1-12월로 교체 등 제도개선 사안을 다루고 있다. 물론, 제도개선위원회의 권한이 노동부장관에게 '건의'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함께 별도의 제도개선 의원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3. 평가 ① 생계비 이하의 저임금 일소와 차별해소, 생활임금보장 관점에서 최저임금 투쟁을 전개하며 사회적 여론을 우호적으로 이끌어내며 일정하게 쟁점화한 것은 큰 성과이다. 당사자 중심의 활동에서 최저임금 투쟁 주체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자 노력했으며, 사회적 임금투쟁으로서 전조직 차원의 투쟁을 전개하고자 한 결의가 마지막 집회의 2,000여 간부 및 조합원들의 상경노숙투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산업별 최저임금협약 쟁취 투쟁을 통하여 최저임금 투쟁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고자 했던 방향은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의 산별최저임금 쟁취의 소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법정최저임금 투쟁과의 상호 연계성과 집중투쟁에서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사회적 빈곤층에 대한 최저생계비 쟁취 투쟁과 연계하여 투쟁을 전개하여 생계비 확보를 위한 사회적 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 역시 공동투쟁의 미흡함 속에 숙제로 남게 되었다. ■ 최저임금법 개정과 산업별 최저임금협약 쟁취 목표는 전자가 민주노총의 법개정 투쟁과제로, 후자가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의 산별중앙교섭 투쟁 사안으로 독립되고 말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상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 자체가 최저임금액 결정문제로부터 소외되었다. 상반기 임단투-하반기 제도개선의 맥락처럼 최저임금 투쟁 역시 지난 몇 년 동안 상반기 최저임금 인상-하반기 제도개선 및 위반사업장 감시 투쟁으로 고착화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 개선과 저임금 구조 타파를 위한 사회적 공유 확대의 문제 역시 점진적으로 진척된 부분이 있으나, 여전히 목마른 부분이다. ■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최저임금 해당 여부를 떠나 가맹산하조직의 적극적인 실천이 전개되었다. 민주노총 전체 지역본부들의 경우, 민주노총의 지침을 상회하는 자체적인 비정규직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을 전개했다. 각 연맹들의 경우, 지도부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앞 집회에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최저임금 투쟁의 중요성과 조직된 노동자들의 역할에 대해 많은 논의를 낳았다. 마지막 노숙농성에 전국 각 지역에서 금속 600여 명을 비롯한 상경노숙투쟁을 전개한 2,000여 명에 달하는 동지들의 모습은 최저임금 현실화와 이후 투쟁에 있어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산이다. 여성연맹 및 일반노조 등 해당 사업장의 경우 사업장 임단투와 결합한 헌신적인 투쟁을 보였다. 2)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마지막 전원회의의 결정은 "최저임금 현실화"라는 애초 투쟁의 목표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아쉬움이 존재한다. ① 결정금액은 민주노총이 노동자 임금의 50%를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 요구하며 766,140원(시급 3,390원)을 요구했던 데 비하면 매우 부족하다. 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 수준을 노동자 임금의 절반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단계 설정 등을 적극 논의하려 했으나 이를 이뤄내지 못했다며, 조직적으로 매우 아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실제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 13.1% 인상안을 수용하자는 절박한 호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이다. ②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수정안 제출 문제는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제도개선 요구는 법개정 또는 제도개선위원회에서의 논의로 수렴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4년 교섭에 있어 '수정안'의 문제는 '현실적인 양보안'이 아니라, '3년(민주노동당의 경우 4년)에 걸친 정규직 임금평균의 50% 확보'라는 기준으로 민주노총 안에서는 이해된 것이다. 그렇지만, 최종 전원회의에서 민주노총 위원들은 공익위원들의 압박과 이해당사자의 요구를 근거로 하여 13.1%라는 수정안을 제출하였고, 이에 대해 공익위원들은 표결을 통해 '지지'를 표명했다. 수정안의 딜레마로 인해 공익위원 선정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개선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지점이다. ③ 수정안 제출과 더불어 당일 투쟁전술의 변경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노숙투쟁을 전개하며 수차례의 조직담당자회의와 최저임금기획회의를 통해 결의된 내용이 전혀 집행되지 못했다. 5월 민주노총 미조직특위 특위장들의 결의내용도, 각종 회의와 집회를 통한 대표자들의 결의도 오간데 없었다. '50% 확보'를 내건 위원들의 퇴장과 기자회견, 단식농성, 연맹과 지역본부 특위장들의 고강도 투쟁, 지속적인 대중투쟁 조직, 금속노조 및 보건의료노조 등의 산별최저임금 투쟁과의 연계, 최종 전원회의 추가개최를 통한 여론전 등의 일관된 전술이 어떤 과정에서 어떤 기조로 변경된 것인지 지금도 불명확하다. ④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간부들의 상황 속에서 최저임금 투쟁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최저생계비 투쟁으로 연대해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기초가 부족했던 점을 직시해야 한다. 최저임금 투쟁의 중요성은 최저임금 투쟁의 의의와 목표를 전조직적으로 현장에서부터 토론하는 것에서 진실되게 우러날 수 있다. 더불어, 5년에 한 번 계측연도가 돌아오는 2004년 하반기의 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 역시 민주노총 차원의 적극적인 투쟁이 배치되어야 한다. 3)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투쟁의 중요성에 걸맞는 조직적 준비가 필요하며, 평가가 유실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① 조직쟁의실, 미조직비정규실, 정책기획실, 교육선전실 등 민주노총 집행력이 다수 집중하여 전개한 최저임금 투쟁이지만, 진행과정에서 현장과 가맹산하조직을 망라한 유기적인 실천은 실종되었고, 결과적으로 몇몇 임원들의 결정으로 최종 전원회의는 결론지어졌다. 가장 중요한 최저임금위원회 교섭 대응의 전략과 전술은 공식적인 논의가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위원들의 책임으로만 전가되어, 최저임금 당사자의 이해에 따른 결정으로 투쟁이 마무리될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최저임금연대와 최저임금기획회의는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 및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문제의 사회적 확산과 여론형성을 위한 연대활동에 무기력했으며, 연맹과 지역본부 담당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기획회의는 6차례에 걸친 회의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위원회의 교섭내용과 밀착되지 못한 전술운용과 투쟁배치로 역할의 한계를 보였다. ■ 이러한 문제의 기저에는, 민주노총이 2003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퇴한 이후 최저임금 제도개선 등 후속사업을 힘있게 진행하지 못한 점이 깔려 있다. 이로 인해 2004년 최저임금위원회 복귀 문제 및 이후 공익위원 선정과정의 문제로 인한 불참 등의 사안에 대해 현장으로부터의 분노와 투쟁을 조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제도개선 요구의 딜레마'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적들의 논리와 전술은 분명했다. "작년에 사퇴까지 했기 때문에 올해는 민주노총의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제도개선 요구를 수용하는 척 하면서 현안투쟁사안에서 제외시키자. 결국 최저임금위원회 구조상 민주노총을 최대한 압박하여 현실적인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하고, 노동계 수정안으로 확정하여 제도개선 투쟁전선을 교란시키자!" 노동부장관에게 형식적인 건의에 불과한 역할을 수행한 제도개선전문위원회의 구성과는 별개로, 대중투쟁이 집결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단계적이나마 정규직 임금평균의 50%라는 기준선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은 이번 최저임금 투쟁의 가장 핵심적인 평가지점이다. ③ 새 최저임금은 주5일제 도입시 시급 3,070원에 해당되는 것이며 정부 추계에 따르면 최저임금 영향률은 현행 7.3%에서 8.8%(1,245천명)로 확대되는 것으로 민주노총은 발표하였으나, 최근 노동부가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될 때 소정노동시간이 달라진다는 이유로 한달 최저임금을 삭감하려는데 대한 문제점이 노정되었다. 이는 단순히 최저임금위원회를 비판하며,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투쟁의 중요성에 걸맞는 준비와 진행을 했는가의 측면에서도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4. 후속 사업 1) 민주노총의 평가논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투쟁의 성과와 한계, 극복지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반기 투쟁이 마무리되고, 하반기 사업계획이 확정되는 8월 임시대의원대회 및 제반 아래로부터의 대중적인 논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투쟁 평가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이 분명히 지적되고 평가되는 것이 중요하다. 2) 다양한 후속 사업을 목적의식적으로 배치하고, 법개정투쟁을 위한 주체동력을 형성해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여전히 최저임금 투쟁은 조직된 노동자의 힘을 원한다! 확정금액 및 제도개선 사안 관련하여 단위사업장에서부터 후속 사업을 조직해야 한다. 특히 주5일근무 209시간 관련 임금삭감 획책음모를 박살내고, 민주노총 및 민주노동당 제도개선투쟁에 적극 결합할 수 있는 동력을 형성해야 한다. 위반사업장 적발 및 이를 통한 조직화 등 최저임금 투쟁을 매개로 한 미조직 조직화사업을 전개하고, 여론확산과 쟁점화에 나서야 한다. 3) 이를 위해 209시간 문제 및 제도개선 등 발생하는 쟁점들에 대해 기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pssp
7월 1일 오후 4시, 고려대학교 제2학생회관 소극장에 100명이 훨씬 넘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모였다. 대다수 5, 60대 여성으로 구성된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본격적인 투쟁을 시작한지 2주만에 고려대학교 시설노조가 공식적으로 창립총회를 열게 되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학교 만들기 - 청소는 24시간 계속되어야 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고려대학교에 98년까지 직접 고용되어 있었다. 고대 측은 99년부터 이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해지하고 1년짜리 비정규직인 용역으로 전환하였다. 180여명 가량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5~60대의 여성이며, 대부분 용역노동자들이 그렇듯이 용역회사가 바뀌어도 매년 사직서와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며 고려대에서 계속 청소일을 해왔다. 지난 6월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학교와 용역회사의 계약기간이 이미 종료(본교-4월30일과 이공계-5월31일)된 상황에서 근로계약 없이 근무를 계속하고 있었다. 6월 초 고려대가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가진 설명회에서, 일부 용역업체들이 현재 5시부터 16시까지였던 (실제)근무조건을 3교대(주간 6:00-16:00, 오후 14:00-22:00, 야간 22:00-6:00)로 변경하며 일요일을 비롯한 휴일 근무도 하도록 한다는 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신규채용의 계획은 전혀 제출하지 않았고 이는 곧 엄청난 노동강도 강화를 의미했다. 더불어 전체 노동자의 70%에 육박하는 60세 이상의 노동자들을 해고한다는 소문이 소장과 건물 반장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은 이른바 24시간 깨끗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고대 측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중앙광장의 휴지 하나, 화장실의 가득찬 휴지통은 휴일에도 한밤중에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고용승계 보장하라! 근로형태 바꾸지마!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6월 중순부터 노조의 출범으로 이번 투쟁이 정리되기까지 매일 업무가 끝나는 주중 오후 4시, 토요일은 오전 11시에 제2학생회관 소극장에 모여 고미협(고려대 미화원 협의회)의 이름으로 총회를 가졌다. 바쁜 가사일과 지친 몸에도 불구하고 매일 평균 9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여기에 인권운동사랑방, 사회진보연대, 철폐연대, 불철주야(불안정노동철폐를 주도할거야) 등이 함께 구성한 '고려대 청소노동자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가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노조가 없는 상태에서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6월 22일 총회에서는 근무형태 변경과 해고를 방침을 결정한 2개의 용역업체(본교 제이디원, 이공계 아이서비스)가 거의 선정 확정된 가운데 이번 투쟁의 수준과 결의를 확인하기 위해 '근로형태 변경 시 근로계약을 거부한다'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찬성 77표, 반대 2표였다. 다음 이틀간 각 건물별 대표자 선출 및 대책위와의 회의, 6월 25일 고용승계와 근로형태 변경 반대 본관 앞 첫 집회 일정이 이어졌다. 그후부터 상황은 매일 급속하게 변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본관 연좌 농성(28일), 아이서비스의 개별근로 계약체결을 위한 설명회 집단 거부, 노동조합 설립 결의(29일), 아이서비스 교내 용역사무실 집단 점거를 통해 설명회 요구 및 고용승계 보장 약속, 노조 가입 원서 받기 시작, 지부장단 선출(30). 그리고 7월 1일 고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전국 시설관리 노조 고려대 시설지부로서 노동조합 창립총회를 갖기에 이른다. 용역계약서에 기재된 '여 60세 이상, 남 65세 이상을 고용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하고 100% 고용승계를 보장받았다. 이날 아이 서비스가 용역계약을 포기하게 되는데, 최저임금 인상분(용역계약서에서는 10%인상을 감안하고 용역 단가를 계산, 그러나 13.1%가 인상)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 노조 설립에 대한 부담 등이 이유였다. 그리고 지난 7월 3일 이공계와 본교(본교의 경우 3개월만 임시) 모두를 계약하게 된 제이디원과 청소용역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의 독소적 내용을 협의를 통해 수정하고 노조 총회에서 집단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다시 투쟁을 준비하며 최악의 근무형태인 3교대는 폐기되었지만 여전히 연장근로 문제가 쟁점으로 남아있다. 제이디원은 2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변형근로로 2시간 연장근무(6:00-10:00 전원, 10:00-16:00 남50% 여85%, 16:00-18:00 남50% 여15%)를 실시할 예정이다. 휴일근무의 경우도 토요일 85% 일요일 15%가 근무하는 형태로 작업을 하게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총 노동시간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지만 노동강도가 강화된다. 고대 시설지부 투쟁은 어찌보면 빠른 시간에 승리를 이루어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불철주야'의 헌신적인 노학연대, 여타 사회단체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시설관리노조의 결합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100여명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흔들림 없이 2주간의 일정과 결정을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이제 고대 시설지부는 급속하게 만들어진 노동조합의 안정화를 위한 교육과 친목 사업 등을 진행하며 단체협상과 근로형태 변경 저지를 위한 9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일어서서 나서서 발언하기를 떨려하며 수줍어하시던, 글을 읽지 못하고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자신은 절대 대표가 될 수 없다던 어머니, 할머니들은 이제 자신의 손과 입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노동조합의 안정화와 9월 투쟁이라는 남겨진 과제를 스스로 준비하면서.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