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노련(ICFTU) 사무총장인, 가이 라이더(Guy Ryder)는 지난 6월 23일~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20차 ICFTU 집행위원회에서 국제자유노련(ICFTU)과 세계노동총연맹(WCL)의 통합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국제노동운동의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2)통합 논의가 ICFTU가 해야 할 본연의 다른 활동들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3)ICFTU의 원칙과 가치(principles and values)가 통합 후에도 유지되어야 한다. 4)통합에 따른 복잡한 문제들이 예견되지만 세계단위의 통합이 국가단위 통합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다. 5)통합에 따른 정체성(identity) 문제가 있을 것이다. 6)ICFTU와 WCL 어디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당수의 미가맹 노동조합들이 통합세계노동조합총연맹에 가입하게 될 것이다. 7)국제산별연맹(GUF)과 지역기구에 통합에 따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8)통합에 대한 논의는 공개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세계노동운동 통합 현실로’에서 인용,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김성진- 국제노동운동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종전 이후 반공주의 노선에 기반해 세계노동운동의 주류적 흐름을 대변해온 국제자유노련(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Free Trade Unions: ICFTU)과 기독교계 노동조합을 바탕으로 한 세계노동총연맹(World Confederation of Labor: WCL)의 통합이 현실 일정에 올랐다. ICFTU의 조합원수는 현재 1억 5천 1백만 명이며, WCL은 수치의 진실성을 믿기 어렵긴 하지만 약 2천 6백만 명 정도이다. 이들은 2006년 새로운 국제노동조직의 출범을 목표로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대 국제노동조직의 통합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세계통합노총 건설은, 절차상 관료주의적·비민주주의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회원 조직들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고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겠지만, 중요하게는 국제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정한 사고와 실천을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현재 국제노동운동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금융 세계화와 노동 유연화에 맞선 대응 전략과 실천의 빈곤함에 있다. 즉 “자본이 무역과 생산의 영역에서 금융거래와 투기로 전환되는” 과정, 그에 따른 부와 자원의 분배에 있어서 남북 불평등의 심화, 남북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조건 및 삶의 질 악화에 대한 무능력한 대응이 현재 국제노동운동 위기의 근원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제노동운동은 이러한 근본 원인에 맞선 전략과 전술의 혁신, 이를 통한 실천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국제노동운동의 주류적 흐름인 ICFTU는 그동안 북반구 노동자를 대변해왔으며 또한 그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남반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생활조건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인 IMF/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ICFTU는 ‘노동조합 권리, 인권, 환경권’ 등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또한 ICFTU는 ‘남반구 노동기준의 향상’이 WTO 협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진정으로 남반구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요구였다기 보다는 북반구 노동자들의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것이었다. 즉, 북반구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노동조건 및 삶의 질 악화가 “그들보다 아래에 있는 다른 국가들-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하여 자국의 산업을 유지하려는-로 인해” 심화되고 있으며, 따라서 “노동기준과 환경기준의 향상을 통하여 자국 생산품을 보호하거나, 또는 적어도 개발도상국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제3세계와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적 차원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남반구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노동조건 개선, 임금 향상은 ‘국제적 차원의 보호’에 의해서가 아니라, 산업 활동이 재배치된 특정 국가에서 태동한 강력하고도 전투적인 노동계급의 투쟁이 주요한 요인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ICFTU의 주장은 고용과 임금에 있어서 ‘자기 방어’에 급급한 북반구 노동자들의 이해를 반영한 정책이며, 국제적인 사회운동진영의 광범위한 저항과 투쟁으로 ‘정당성 위기’에 빠진 WTO 체제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었다. OECD에서 논의되었던 다자간투자협정(MAI)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OECD-TUAC)의 태도는 더욱 분명한 형태로 북반구 주도 국제노동조직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당시 다자간투자협정은 초국적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화하는 반면, 노동권, 환경권, 인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자본의 금융투기적 축적 경향을 촉진시키고, 경제주권을 초국적 자본의 이해에 종속시킨다는 점에서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도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는 광범위한 투자 자유화를 동의해주고, 대신 고작해야 노동 및 환경권 존중이라는 문구를 다자간투자협정 전문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ICFTU를 위시한 주류적 국제노동운동은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 대안적인 세계질서의 모색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존 세계질서 내에서 북반구 노동자들만의 특별한 이익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활동해왔다. 즉 ICFTU는 “자국이 자본유치를 위한 상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자국 정부를 지지”한 북반구 조직 노동자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이러한 ICFTU 정책들은 북반구 정부 그리고 WTO,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과의 ‘협의와 로비’를 통해 추진되어 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효과는 당연하게도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옹호할 능력이 있는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주변부 국가들 사이에서 차별적으로 나타나며, 따라서 자유무역, 투자 자유화, 산업활동 재배치 등 다양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슈를 다룰 때, ICFTU의 주장처럼 “핵심노동기준 존중”만을 요구하는 것은 특히 남반구 노동자들에게 대단히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이 남북 불평등과 분할, 남북 노동자들의 노동, 생활 조건 악화, 자본의 금융, 투기로의 전환과 고용 파괴를 동반하고 있다면, 특히 북반구 노동자들에 비해 근본적으로 부와 자원 분배에 있어서 약자인 남반구 노동자들에게 ‘신자유주의 과정’ 자체를 문제삼지 않으면서, 단결권과 단체협상권 등의 보장만을 요구하는 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ICFTU와 북반구 노동자들은 왜 남반구 노동조합 의제에는 신자유주의 반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 모색, 고용과 소득 창출 등이 필연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비록 현재 ICFTU-WCL 통합 과정이 “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이란 이데올로기 하에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세계노동운동의 주류를 자임해왔던 ICFTU를 비롯한 북반구 주도의 국제노동조직의 역사적 실천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새롭게 탄생할 거대한 통합세계노총은 오히려 북반구 노동자들의 ‘자기 방어’적 실천을 강화하고, 남반구/북반구 노동자들간의 위계와 분할을 더욱 심화시키며, 남북 노동자들의 진정한 ‘단결’을 위한 사고와 실천을 지연시킬 것이다. 나아가 더욱 비대해진 통합세계노총의 관료주의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늘어난 조합원 수를 기반으로 한 ‘로비’ 전략에의 의존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더욱 심각하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ICFTU-WCL 통합 과정이 국제노동운동의 당면 과제에 대한 포괄적이며 민주적인 토론을 동반하지 않음으로서, 주류 국제노동운동에 의한 진보적·민주적·자주적 노동운동의 소외와 배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도 문제이다. 노동자계급의 ‘단결’은 항상적으로 요구되지만, 이는 명백한 비전과 목표, 구체적 실천을 동반하지 않으면 오히려 운동의 발전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잇는 ICFTU-WCL 통합 논의는 1)ICFTU의 북반구 편향적 정책과 실천에 대한 평가, 2)남북 노동자들간의 분할과 위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인식지반 확대, 3)노동계급을 넘어 국제적인 반전/반세계화 사회운동 진영과의 포괄적인 동맹관계 형성을 위한 계획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제들이 논의되지 않는 통합 과정은 국제노동운동의 위기 극복을 위한 사고와 실천을 지연시킬 뿐이다. pssp
1. 들어가며 얼마 전 자이툰부대가 이라크를 향해 파병되었다. 노무현 정권은 파병결정이 한미동맹과 이라크 재건을 위한 국익차원의 결정이었다고 말하며, 파병반대를 외치는 민중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말았다. 지난 7월 23일부터 민주노총위원장과 민주노동당대표, 각 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은 파병반대 '범국민 10만 릴레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이라크파병철회를 위해 목숨 건 투쟁을 전개해왔다. 단식농성 중 쓰러진 민주노동당의 대표가 병문안 온 청와대비서관을 통해 파병결정 재 논의를 위한 대통령면담을 호소해도 대답은 공허한 메아리뿐이었다. 노동자민중의 파병반대 외침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파병을 강행한 노무현 정권은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초부터 노사정협의기구에 민주노총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화문 열린 시민공원 단식농성장에 민주노총 이수호위원장을 직접 찾아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단식을 그만두고 몸을 아끼라며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번 궤도연대공동파업과 LG정유노조에 대해 직권중재라는 구시대노동악법이라는 방침을 내린 것에 반발하여 7월 8일 예정되어있던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무기한 유보한 상태이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지난 8월 31일 오후 중앙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 토론을 벌인 결과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 ‘사회적 교섭방침??안건을 상정하는 것으로 결정시기를 연기했다. 노무현 정권은 그러나 파병이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듯, 노동자운동도 이제는 '사회적 교섭기구'에 참여해 '상생과 공존'을 위한 길을 가라고 강요하고 있다. 이렇듯 노무현 정권은 신자유주의 개혁정치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민중의 의제를 갈라치기해서, 노동자민중 내부를 분열시켜내는 포섭과 배제의 정치를 하고 있다. 2. 부유(浮游)하는 '사회적 교섭기구'의 논의과정 노무현정권은 잘 알려져 있듯이, 참여민주주의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국정과제로 출범한 정권이다. 특히 현정권의 노사관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금융자본에게 규제가 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재편(완화)하여, 자본투자(투기)를 자유화하고 노동유연화를 가속화시키는 것이 그 목표이다. 그러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노무현 정권은 출범 첫 해,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구속과 손배가압류의 족쇄를 채웠으며, 많은 노동자농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현재 노무현 정권은 남한의 노동자운동을 대표한다는 민주노총이 올해 대정부투쟁에 있어서 온건한 성향의 지도부가 등장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러한 판단과 더불어서 구조조정 이후 노동조합의 계속된 패배에 따라 쌓여온 조합원들의 피로감과 패배주의에서 싹트고 있는 실리주의를 부추겨 그동안의 반쪽짜리 노사정기구를 개편한 남한의 대표적인 '노사정협의기구'를 만들려 하고 있다. 올해 새로이 등장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에 조응하여 산별노조 건설과 정책제도 개선을 명분으로 새로운 '노사정협의기구' 건설을 위해 '노사정 청와대회동'에 이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가해 왔다. 하지만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노동조합에서 파업도 들어가기도 전 직권중재를 내리고, 예년과 같은 구속수배를 반복하는 등 정권이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만큼 민주노총은 현 국면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지속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이는 "최근의 노동탄압은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취지를 정면 부정하는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는 발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사실 '사회적 교섭기구'는 올해 지도부가 '새로운 노사정대화 체계 건설'을 명분으로 등장한 만큼, 공약이행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자의든 타의든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유보가 되었고, 내년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결판낸다는 복안이다. 이 연기가 '사회적 대화' 형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일보전진을 위한 이보후퇴'의 제스처에 불과한 것인지, '사회적 대화' 그 자체에 대하여 노사정이 화해할 수 없는 계급대립을 반영하는 '경고성' 발언인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현 지도부가 '사회적 교섭기구'에 무척 집착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이미 두 차례 진행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노사정협의기구'의 성격을 갖고 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각종 주요 노동 사안에 대한 논의, 향후 건설될 '새로운 노사정협의기구'에 대한 위상과 역할을 결정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는 '노사정위 복귀'는 대의원 대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방침을 벗어난 행위에 진배없는 것이다. 또한 임·단협이 한창인 6, 7월에 각 연맹과 산하본부에 '사회적 교섭기구'에 참여 대한 논의를 주문하고 8월에 안건을 상정하려 했던 모습은 누가 보아도 번갯불에 콩구워 먹는 식으로 진행된 면이 있다. 물론 민주노총은 이전에도 노사정위 가입과 탈퇴를 반복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현재의 부유(浮游)가 민주노총이 걸어온 역사의 반복이라 하면 너무 과장된 말일까? 3. 노동유연화 촉진의 통로, 노동자민중을 포섭/관리하는 노사정위원회 그렇다면 '기존의 노사정위원회'와 새롭게 재편될 '노사정협의기구'의 틀은 과연 다를 것인가? 98년 노사정위원회는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변형시간근로제 합의를 통해 파견노동, 즉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데 기여했다. 2000년에는 복수노조 금지조항 유예와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유예를 맞바꿔치기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자노조 건설을 어렵게 만들었다. 2001년에는 모성보호법이 개정되었지만, 그 혜택은 고용보험에 들어있는 40% 미만의 여성노동자에게만 한정되는 것이었고, 대부분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소외되었다. 2002년 들어면서는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특위를 통해 비정규노동자의 범위와 통계 개선, 취약노동자 개념 도입, 노사정 참여기구 설치, 상담 및 고충처리방안, 사회보험제도의 부분적용 등이 노사정 합의의 이름으로 발표되었고, 이는 이후 노사정위에서 왜곡된 비정규직 논의를 계속 진행되게 만드는 발판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더불어 2003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위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용자와 노동자의 중간자적 위치로 보고 그 개념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결국 유사근로자라는 개념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노동3권과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등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안을 내놓아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킨 노사정위원회였다. 또한 최근에는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견업종을 전면 확대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올해 2월에 노사정위원회에서 발표된 '2004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은 98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이후 간만의 합의도출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하지만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의 내용은 그 일자리 수가 1만 개든 10만 개든 상관없이 사회서비스 분야의 사회적 일자리에 1인당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으로 9-10개월간 지원한다는 것이 그 내용의 골자이다. 한마디로 유연화된 일자리, 비정규직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사회적 빈곤'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불안정노동의 확산을 정부 스스로 앞장서겠다는 것이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내용이다. 이렇듯 노사정위원회는 노동법 개악을 통해 노동유연화를 관철하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광풍에 그대로 노출된 노동자대중들을 위계화 하여 비정규직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집단적 노사관계와 개별적 노사관계의 맞바꾸기(trade-off) 방식으로 노동자대중을 갈라치기하고 위계화 시킨 것이다. 지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졌던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은 이처럼 자명했다.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추구한다며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지냈던 인사가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되어도 노사정위원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노총도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노사정위원회를 무조건 참가하는 방식을 경계하고 있는 듯하다. "노사정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교섭기구에 대한 기본 인식에서부터 큰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 노사정위원회는 정부가 주도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기구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도 잊지 않는다.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는 노사당사자가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적합한 교섭기구의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적합한 교섭기구의 구성과 운영은 "첫째, 기구의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하며 둘째, 논의의제를 확대하고 셋째, 합의사항 이행이 담보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논리이다. 현재 남한 노동자운동은 낮은 조합원 조직률에다가 지난 구조조정 정책결정 과정에서 얻을 것도 잃었다는 피해의식이 겹쳐, '여러 가지 점에서 사회적 합의주의가 제약되고 있지만 노동계급과 조합원의 권익과 역량강화를 위해서 사회적 교섭기구를 활용할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국면이 사회적 합의주의를 실현하기에는 충분히 제약적인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교섭기구'가 필요하고 말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가? 그것은 다름 아닌,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차별철폐나 빈곤해소라는 명분과 구호는 단지 수사에 불과했던 지난 노사정합의의 역사를 돌아보라. 현재 남한이 구조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사회적 합의주의의 온전한 실현은 당연히 불가능함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민주노총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또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교섭기구'틀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허구적 합의주의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노동자로 한정되어지는 특수한 노동자 계층의 이해만을 대변하는 꼴이 될 것이다. 4. 관리된 합의주의, 신자유주의의 관철을 위한 '사회적 합의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사정 삼자기구는 사회적합의주의 모델의 핵심적인 제도이며, 형식적 틀에 관한 하나의 교섭안정화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노사정위원회가 기만책이었다는 경험의 쓰라림으로 부유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해진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하여 비슷한 삼자위원회가 제시된다면, 충분히 힘을 얻을 수 있다. 궤도공동투쟁이 책임 있는 교섭 틀 내에서 논의되었다면, 현재와 같은 쓰라린 패배는 없었을 거라는 일부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틀의 실현은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혹은 가능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외국의 경우 신자유주의에 따른 '사회적 합의주의'의 약화가 크게 회자되는 중에도 그 형식적 틀이 완전히 해체되는 데 이른 것은 아니고, 오히려 1980년대나 1990년대에 몇몇 나라에서는 '사회협약'이 잇달아 체결됨에 따라 '사회적 합의주의' 부활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비슷한 형식적 틀이라 하더라도 그 틀 내에서 논의되고 협상되는 실내용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이른바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회적 합의주의'가 그 실체인데, 예전에 자본 및 국가가 사회적 합의주의에 응했던 것은 노동자계급의 임금과 복지에 협상했던 것에 반하여, 현재의 '사회적 합의주의' 타협은 신자유주의적 '국가경쟁력(정확히 말하면 자본의 경쟁력)'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가 우선적인 전제가 되는 것이다. 민주노조진영 내에서 이미 이러한 징후는 다분하다. 올해 임·단투 과정에서 선보인 '사회연대기금'은 노사정이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하여, 비정규의 임금과 복지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산업발전을 위한 공동연구기금으로 쓰자는 것이 그 내용이다. 특히 자동차 4사에서 제출한 '산업발전과 사회발전을 위한 사회공헌기금'은 그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노조와 자본이 힘을 합쳐, 산업발전을 이룩해보겠다는 소박한 발상을 담고 있다. 산업공동화에 따른 고용위협에 맞선 노동조합의 전략이 산업별 정책차원에서의 대응 차원으로 수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본의 금융세계화라는 현 국면에서 일국적 산업정책은 그 한계가 명백하다. 산업공동화 현상은 산업적 형태로 대응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초민족적 자본에 의한 '전지구적 차원의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라는 관점을 명확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 외부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사회적 합의주의’에 관한 논의가 드러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는 노사정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경제사회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최근 공공연맹을 탈퇴한 KT를 중심으로 새로이 출범한 전국IT산업노조연맹은 '기존 연맹이 비정규직 중심의 활동으로 인하여 대사업장노조의 이익에 소홀했으니 이제는 직접 정보통신 정책에 개입해' 자신의 이익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게 개혁의 정당성 이데올로기를 부여해 주면서, 노조는 단위사업장과 조합원만의 이익을 방어하는 전략을 택하게 되는 -비정규직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관리된 합의주의 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계급 형성적 노동자운동의 복구를 위해서는 좀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5. '좌/우', '개량주의/반개량주의'의 낙인을 깨고, 새로운 '노동자 단결과 계급주체형성'에 주력하자. 새로운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서 '노정의 신뢰회복을 위하여 가시적인 조치가 선행' 된다던가, '노동조합의 역량이 강화되면 참가할 수 있다', 또는 '제대로 된 노사정위라면 참가할 수 있다'라는 '전술적(조건부) 참가론'이 좌/우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전술적 참가론은 그야말로 사회적 대화를 '교섭틀‘의 확장으로 바라보는 실용적인 관점으로, 시기와 정세에 따라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고, 나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새롭게 개편되던 아니든, 결국 현 국면에서 노사정위가 노동자민중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익이 극히 한정된 상황에서 참가를 결정한다면 노동자운동은 그야말로 정권에 의한 관리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단순히 '교섭틀’의 확장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주의'를 작동시키는 핵심적인 기제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사회적 교섭기구'의 틀에 대한 각 단체, 현장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각종 토론회를 통해 '사회적 교섭기구' 틀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사회적 합의주의의 허상에 대한 선전을 진행하는 등 '사회적 교섭기구' 틀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진정 현재의 노동자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기 노동자운동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세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투쟁 사업장 지원 등 을 계획하고 있는 등 실천적인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이후의 활동이 주목된다. 그러나 이번 '사회적 교섭' 틀과 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주의' 논쟁 과정에서 불거지는 현재의 운동 위기 상황의 원인이 지도부 탓으로만 돌려진다면 안 될 것이다. 근본적인 혁신관점과 성찰이 전제된 실천만이 구래의 껍데기를 벗고 새로이 태어날 수 있다는 진실과 쓰러져 가는 계급운동을 복원하기 위한 길은 오직 '계급주체' 형성에 있다는 것을 민주노조운동진영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자대중이 함께하는 교육과 토론시간을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대중운동의 일진전을 위한 방안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산별 총파업 투쟁을 전개했던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노조가 산별합의안 10조 2항을 계기로 파행을 겪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본조는 서울대병원노조의 문제제기에 대하여 산별합의안 도출과정이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사태는 점점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노조는 보건의료노조 ‘조건부 탈퇴’라는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공론화하는 입장서를 각 단체에 호소하고 있고, 지난 8월 28일에는 금속노조, 과학기술노조 등 (소)산별과 비정규노조들로 구성된 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를 초청해 토론회를 가진바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올해 투쟁과정을 살펴보면, 3월 1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산별교섭과 산별투쟁, 5월 25일 쟁의조정신청, 6월 10일 산별 총파업 돌입, 23일 산별교섭 잠정합의에 이은 지부교섭 전환, 7월 27-29일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78.6%라는 찬성으로 산별교섭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파업 시 ’산별기본협약 쟁취, 의료 공공성 강화, 온전한 주 5일제쟁취, 비정규직차별철폐, 노동연대기금 등 5대 핵심요구를 중심으로 13일간의 파업투쟁을 전개하였다. 13일간 파업투쟁을 결과로 총 10장에 걸친 산별교섭 잠정합의안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잠정합의안에 대하여 서울대병원노조를 비롯해 경북대병원노조 등이 문제를 제기했고, 공론화를 목적으로 10장 2조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현재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는 집행위에서 ‘보건의료노조의 조직적 결정에 대해 문제제기의 방법과 명예훼손’을 이유로 서울대병원지부 징계를 결의한 상태이다. 산별협약 10장 2조가 폐기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우선 서울대지부의 문제의식을 살펴보기 전에 산별협약 잠정합의안의 내용을 살펴보자.(현재는 공식합의문) 산별협약 잠정합의안은 총 10장에 걸쳐 구성되어있다. 1)산별기본협약 전문 2) ‘의료산업 발전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사·정 특별위원회 운영’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 공공성 강화’ 3) 주 5일제 노동시간 단축 4) 4대 보험적용과 단계적 정규직화에 노력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요구’ 5) 병원의 사회적 노력 6) 최저임금제 7)‘보건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노사공동 위원회 구성 8) 병원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 9) 임금인상 10) 협약의 효력 하지만 서울대병원 지부는 13일간의 산별총파업과 30여 일간의 지부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7월 27일부터 3일간 보건의료노조 조건부 탈퇴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여 89.9%의 찬성율로 가결시켰다. 그리고 서울대병원 지부는 다음과 같은 결정사항을 내렸다. * 산별협약 제10장 <협약의 효력> 2조와 관련하여, 보건의료노조가 이조항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공식 의결기관을 통해 차기 년도 단체교섭에서 이를 삭제키로 결의하지 않는 한,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고 독립된 노동조합으로 조직형태 변경한다. <산별협약 10장 협약의 효력> 1) 산별교섭 합의 내용을 이유로 기존 지부 단체협약과 노동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 2) 단, 제9장(임금), 제3장(노동시간단축), 제1조(근로시간단축), 제5조(연·월차 휴가 및 연차수당) 제6조(생리휴가)는 지부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 협약 시행과 동시에 지부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한다. 산별협약 10장 2조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10장 2조는 노동자들간의 임금격차와 근로조건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 단적인 예로 ‘임금인상율을 기본급 2%로 동일하게 적용한다(9장1조)’는 것은 근로조건 평준화나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를 전혀 해소하지 못한다.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상박하후의 원칙에 따라 노동자의 투쟁을 통해서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을 대폭 올리거나, 정액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모를까 현재와 같이 일률적인 소폭의 인상만으로는 애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 결국 이 조항은 노동조건의 통일도 이루어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노동자간 단결은커녕 분열만 초래하였다. 둘째, 10장 2조는 단위노조 또는 지부투쟁을 제약한다. 잠정합의안이 체결되고 나서 서울대병원노조의 요구에 대해 서울대병원 사측은 10장 2조를 이유로 일체의 교섭을 거부하며, ‘지부에서 진행하는 파업이 불법이고, 본조 간부와 지부교섭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본조는 분명한 대응을 하지 않았고, 10장 2조 삭제를 요구한다는 이유로 장기투쟁에 따른 생계비와 투쟁지원 요청마저 거절했다고 한다. 이는 향후에도 본조와 의견이 다를 경우 소속 단위노조의 투쟁에 대해서는 지원을 거부하거나 제한된 지원만을 하겠다는 의사로써 노동자의 단결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10장 2조는 단위노조의 자율성과 현장성을 침해하고, 산업별합의주의의 단초로 기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보건의료노조 본조는 이번 서울대병원지부 파업에 대하여 산별노조에서 맺은 산별협약 잠정합의안과 이견이 있는 쟁의 행위에 관하여 ‘이중쟁의행위 금지’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4년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합의안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서울대병원노조 쟁의 행위에 대한 보건의료노조의 입장과 행동으로 볼 때 이러한 경향은 충분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이중쟁의행위 금지’라는 형태는 전형적으로 유럽식 산별노조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특히 독일과 같은 산별노조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독일의 산별노조에서는 지부파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조항이 존재한다. 산별노조 하에서 지부의 파업은 와일드 캣으로 규정되어 정부로부터 불법파업으로 규정되고, 본조로부터 조직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로 인식되어 파업기금과 물량지원, 언론요청 등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소외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이번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쟁취과정에서 이러한 경향이 존재하였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과도한 것일까?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산별협약에 대한 평가를 분명히 달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협약에 대한 성과로 산별교섭 시대의 개막을 열었음을 강조하고 1)노동운동의 의제 확장과 사회적 파급력이 확대되고 2) 기업별노조가 규모와 조직적 편차를 넘어 연대와 평등으로 가는 중요한 계기로 만들었다는 점 3) 금속노조의 손배 가압류 금지 합의와 함께, 보건의료노조는 매년 쟁점이 되어왔던 직권중재 없이 노사자율교섭에 의한 타결원칙을 산별기본협약에서 합의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노조를 정부와 정책협의를 강화하고, 노조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발전된 일반적인 조직형태로 본다. 이는 노동운동의 위기가 현재 무조건적인 산별노조건설을 통해서 극복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님을 평가하지 못한 오류이다. 이러한 관점은 보건의료노조가 산별노조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산별교섭은 단지 교섭형태를 바꾸는 실무·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노동운동과 노사관계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철학적, 전략적 문제이다(’보건의료노조 2004년 산별교섭 무엇을 남겼나‘ 중). 그리고 서울대병원노조에서 보건의료노조 본조에 보낸 공문 ‘내년 단체협상 시 10조2항을 삭제할 수 있도록 투쟁한다’라는 약속을 요청했지만, 보건의료노조는 이에 대해 절차상에 문제가 없는 합의안이기 때문에 10조 2항의 존재가 상관없다고 답변하였다. 이는 현재 10조 2항과 산별협약이 전체 노동운동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관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2004년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평가 1)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해결하는 것은 전체노동자의 몫이다 더욱이 보건의료노조 산별교섭 합의안의 평가는 10조 2항에 머물면 안 되는 이유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산별노조건설의 도정에 있는 수많은 연맹이나 노조들에게 제약된 평가를 심어줄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써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대한 그릇된 관념과 합의가 그것이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있어 5장과 같은 합의는 이제까지 간접고용노동자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위하여 지난하게 싸워온 간접고용노동자들의 투쟁과정과 성과를 무색케 하는 합의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지점이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의 상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물론 이는 보건의료노조만의 한계는 아니다. 그런데 논의가 점점 더 선과 악의 대결로 그려지다 보니 모든 잘못은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에 있고, 지도부를 단죄하면 그만인 것으로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보건의료노조의 산별노조 건설과정을 지도부의 탓으로만 돌릴 경우에는 현재 노조운동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것에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이 합의문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4장 비정규직 요구> 1) (직접고용 비정규직 근로자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 ① 사용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상보험법과 4대 보험(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을 적용한다. ② 사용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 임금을 포함한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③ 사용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을 가능한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하도록 노력한다. ④ 사용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담당했던 업무가 조정되거나 해고 사유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한한 고용보장이 되도록 노력한다. ⑤ 직접고용 1년 미만 비정규직에 대하여 월1회의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5장 병원의 사회적 노력> 사용자는 용역회사 직원들의 직접사용자는 아니지만 고용안정이라는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여 용역업체가 변경될 경우 가급적 이전 용역회사 직원들의 해고 문제가 발생될 경우 새로운 용역회사에 채용될 수 있도록 계약 체결 시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6장 최저임금제> 1) (보건의료산업 최저임금제 도입) 보건의료산업 노동자(산업분류 : 보건업)의 최저임금은 노동부 ‘매월 노동통계 조사보고서’에 의거한 월 평균 정액급여의 40%를 산업별 최저임금으로 정한다. 산별협약은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대하여 제4 , 5장, 6장에 걸쳐 적지 않은 면을 할애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는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대한 관점이 녹아 들어가 있지 않아, 오히려 비정규직 차별철폐에 대한 관점이 민주노조투쟁과정에서 왜곡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4장의 ‘비정규직 요구’의 장에서 요구한 내용들인 직접고용노동자의 4대 보험 가입은 많은 부분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써 별 실효가 없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조항이 ‘노력한다’라는 추상적인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조차도 직접고용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이라는 점은 이 합의의 약점이다. 그리고 5장 ‘병원의 사회적 노력의 장’의 ‘사용자는 용역회사 직원들의 직접사용자는 아니다’를 합의한 것은 간접고용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써 간접고용노동자에게 치명적인 조항이다. 이 조항은 파견·용역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간접고용노동자들인 건설일용노동자, 방송사비정규직노동자가 지난하게 투쟁해온 과정을 무색케하는 조항으로 극복되어야할 지점이다. 그리고 병원에는 수 없이 많은 도급, 하청, 임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을 하고 있다. 이는 현재 그리고 향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투쟁이 제약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비정규직 투쟁, 할 말 많지만... 작년에 비해 요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요구??넣지 않으면 민주노조가 아니??라고 할까봐 말로만 떠드는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자’ - 금속노조신문 제09호 특집 글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자’ 중 - 2) 전반적으로 산별협약안이 병원산업발전과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의 고용방어와 노사협력의 성격이 강하고, 산업별 합의주의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는 것 역시 병원산별노조의 몫이자 전체노동자운동의 과제이다. <2. 의료 공공성 강화> 조합과 사용자는 ‘의료공공성 강화와 환자권리 확보’를 위하여 다음의 사항을 합의한다. 1) (환자 권리장전) 노사는 환자 권리를 존중하며, 최선을 다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환자 권리 장전'을 만들어 선포하고, 이를 공동 실천한다. ① 환자는 인격적인 대우와 최선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② 환자의 알권리는 보장되어야한다. ③ 환자는 진료상의 개인 신상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④ 환자는 언제나 필요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요구하고 받을 권리가 있다. 2) (적정 병실면적 및 시설) 사용자는 병실을 법정기준 이상으로 확보하고, 환자 편의와 쾌적한 환경을 위해 적정규모 병실면적과 시설을 확보하도록 노력한다. 3) (의료산업 발전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사·정 특별위원회 운영) 조합과 사용자는 ‘의료산업 발전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사·정 특별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참여를 요청한다. 동 위원회에서는 건강보험 제도개선, 의료기관 공공성 강화, 보건의료예산 확대 등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7. ‘보건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노사공동 위원회 구성> 1) 조합과 사용자는 ‘전체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비정규직 복지, 모성보호, 의료산업 발전’ 등의 용도로 보건연대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노사 동수 각 3인이 참여하는 ‘보건연대기금 노·사 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기금 조성방법, 운영방안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여 노·사 합의 후 시행한다. 2) 동 위원회는 위원회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위원회 참여와 기금 지원 등을 요청한다. <8. 병원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 노사는 역사적인 산별교섭 원년이후, 산별중앙교섭 타결과 함께 지부교섭도 상호 신의와 성실 교섭으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발전적이고 안정적 노사관계 구현이 국민건강권 실현과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이라는 본 협약의 정신에 부합됨을 공히 인식하고 이를 위해 상호 노력한다. 제2장, 7장, 8장의 내용들은 산별협약을 맺기 위해 병원 사용자측의 입장을 고려했더라도 지나치게 노사협조적이며 병원산업발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의료산업 발전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사정 특별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나, 보건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의 목적은 병원산업의 발전과 기존 조합원의 고용안정 등에 맞추어져 있다. 이는 ‘병원이라는 사측이 살아야 노조도 산다’라는 경제위기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어 노동자운동의 운동적 관점을 탈각하고, 노사협조주의를 양산하는 합의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합의문은 대체로 경제가 어려우니 노조도 산업발전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내용도 전체노동자운동을 놓고 보면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닌데, 올해 자동차노조에서 선보인 ‘산업발전과 사회공헌기금’ 요구안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산업은 달라도 금속부문에서는 산업공동화로 병원산업에서는 병원통폐합으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구상은 적당치 않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운동의 운동적 관점을 극복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연대에 대하여 시혜적인 관점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 인정하고 함께 하는 자세부터 필요한 때이다. 3) 애초 노동자단결과 주체형성이라는 산별노조 건설취지를 살려야 하는 과제가 존재한다. <3장 주 5일제 노동시간 단축> 제1조(노동시간 단축) 사용자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기준 근로시간으로 하며 1주 5일 근무를 기본으로 한다. 다만 토요일은 휴무일로 한다. 제5조(연·월차휴가 및 연차수당) 1) 기존 근로기준법에 따른 월차휴가와 연차휴가를 폐지하고,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 2) 시행일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 대하여 기존 연월차 산정일수에서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의한 연차 산정일수를 뺀 일수를 임금으로 보전하되 계산식은 다음과 같이하여, 시행일 기준으로 금액을 확정하여 수당(통상임금에서 제외)으로 보전한다. [(기존 근기법상 연·월차 휴가 합산일수-개정근기법상 산정한 연차 휴가일수) X 기 보상기준] * ‘기 보상기준’은 각 병원 및 사업장별로 시행하던 보상기준을 적용한다. 3) 시행일 현재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에게는 연차휴가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여 수당을 지급한다. 제6조(생리휴가) 1) 사용자는 여성노동자에게 월 1회의 무급생리휴가를 부여한다. 단, 사용시 월 기본급에 3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 2) 시행일 현재 재직 중인 여성노동자에게는 월 기본급의 30분의 1일 해당하는 금액을 확정하여 월정액의 보건수당(통상임금에서 제외)으로 지급한다. 3) 위 2)의 보전기준보다 상회하는 병원 및 사업장의 경우 기존 지급액을 유지한다. <9장 임금인상> 1) 2004년 주 5일제 시행대상 병원 및 사업장은 주5일제 시행에 따른 병원의 비용부담 증가 등을 고려하여 기본급 2%를 인상한다. 2) 2004년 주 5일제 시행 대상이 아닌 병원 및 사업장은 기본급 5%를 인상한다. 3) 기 인상해서 지급하고 있는 병원 및 사업장은 기 인상액을 인정한다. 제3장과 9장은 산별노조를 건설하고자 하는 많은 노조와 연맹에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제3장과 9장은 전반적으로 기존의 근로조건보다 개악된 합의안이 주를 이룰 뿐만 아니라, 노동자단결이라는 애초 산별노조 건설 취지에 걸맞지 않게 ‘재직 중인 직원’과 ‘신규 노동자’에게 차별적인 근로조건을 적용한다. 기왕의 산별노조라고 하면 그 적용범위가 협약을 맺은 산업의 전 노동자나 산별협약을 맺은 사업장의 전 노동자가 되어야 함이 마땅한데도, 적용범위에서 본다면 이러한 산별협약은 온전한 산별협약에는 충분히 함량 미달이다. ‘무엇이 산별협약 기준이다’라는 모범 협약안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조항만을 놓고 보면 산별노조건설의 취지에 적합한 산별협약 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제3장과 9장은 노동자의 단결을 해치는 조항의 성격뿐만 아니라 신규노동자에 대한 생리휴가 무급화와 연월차휴가 축소, 일률적인 소폭의 임금인상폭 등 실질적인 근로조건의 후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이는 지난 시기 노동시간단축투쟁에 이어 전개된 주5일제 투쟁이 결국 노동유연화를 강제하는 노동법개악으로 이어져 힘이 약한 노조들에게는 기존 근로조건을 지키기에도 버거운 현실을 결과했던 뼈아픈 과거의 패배가 그대로 반영된 내용이다. 결국 노동자운동이 산별노조 건설의 문제를 조직건설의 문제로만 치환 해버릴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4) 올해 산협협약합의안은 산별협약 성사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로써, 이를 극복하는 길은 향후 노동자운동의 운동적 관점을 복구·실천하는 것이다. 96년 병원노련이 만들어지고, 98년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총 내에서 최초의 산별노조 형태로 출범한 후 외환위기 속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이 다가왔다.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노조는 여기에 대처할 만한 역량과 노선이 부재한 가운데 낮은 조합원들의 임금 수준과 노동조건의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협약안은 조직전환 후 산별노조에 걸 맞는 조직적 확대는 차치하더라도 병원통폐합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비정규직 등 구조조정저지투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고용안정과 조직 강화 둘 다 잡지 못한 한계를 반영한 합의문이다. 이러한 내·외부적 압박과 조합원들의 비판은 무엇인가 성과를 내야한다는 집착으로 다가갔고, 결국 하향평준화된 산별협약안을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4. 반성해서 새롭게 출발하자. 우선 무엇보다도 이번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교훈은 산별노조 그 자체 건설의 당위성만 고집하는 현실을 극복하고, 산별노조 건설의 실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노조의 조건부탈퇴를 두고 대기업이기주의를 넘어서 산별교섭 무용론이나, 산별총파업투쟁 성과 폄하, 심지어 서울대 패권론까지 말하며 서울대병원노조를 비난하는 방식으로는 현재의 노조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노조운동의 위기만을 심화시켜 결국 노동자운동의 분열을 양산시키고 고립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서울대병원노조의 문제제기가 해결되는 상황은 노동자운동의 밑그림을 그리고,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틀을 구성하기 위한 과정 안에서 사고되어야만 중요한 평가를 남기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이 사건을 단순히 보건의료노조 지도부와 서울대병원노조만의 갈등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지금이 새로운 것을 실현하기 위한 모두의 반성이 요구되며, 조직건설투쟁을 운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노조운동의 내용이 토론되고 실천되어야 할 시점이다. PSSP
8개월에 걸친 서울대병원 간병인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은 간병인의 노동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서울대병원에 간병인이라는 노동자가 등장한지 30년이 넘었지만 간병인의 노동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대우를 받아왔다.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어느 병원에서나 간병인의 노동인권은 실종상태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현재의 보건의료제도에서 공식적인 간병인 제도란 없다. 때문에 간병인은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지고, 환자들은 비공식적으로 공급되는 간병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병원제자리찾기공대위’는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별 유료소개소 현황, 간병인 실태를 파악하고자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각 병원에 근무하는 38명의 간병인들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본래 이런 조사는 보건복지부가 전국적 차원에서 실시해야 할 사업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핵가족화,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간병서비스는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 국가적인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간병인 현황에 대한 전체적인 조사조차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번 공대위가 진행한 실태조사는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유료소개소 문제점 조사결과 25개 소개소 전부, 소개소의 유니폼 착용 강제, 정기적인 병원 순회 및 근무평가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 직업소개소는 말 그대로 소개만 하는 것이지 소개된 노동자가 일하는 과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조사결과는 유료소개소가 사실상의 불법근로자 공급행위를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병원이 간병업무의 특성상 간병인에 대해 지휘 통제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개업체는 사실상 병원의 노무지휘부서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1) 소개료 과다 징수 직업안정법 제 19조 제1항, 노동부 고시 제 97-21호 국내유료직업소개 요금 등 고시 제 1항에 따르면 ‘파출부, 간병인 등 일용근로자를 회원제로 소개, 운영하는 경우에는 그 소개요금에 갈음하여 월 3만원의 범위 내에서 회비를 징수할 수 있다.’ 조사결과 25개 소개소 중 23개 소개소가 3만원 이상의 월회비(2군데 4만원, 21군데 5만원)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에 응한 간병인들은 이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2) 입회 절차라는 명목으로 부담되는 추가비 간병노동자는 대부분 중고령 여성노동자로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이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유료소개소는 월회비 외에도 다양한 명목으로 돈을 받아낸다. 10-20만원의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여성노동자의 처지를 악용하는 돈벌이를 한다. 소개소가 추가비용을 부담시키는 대표적인 명분은 교육비, 의복비, 신발값이다. 3) 유료소개소의 무책임함 유료소개소가 간병인 공급을 통한 돈벌이에만 관심 있다는 사실은 유료소개소의 간병인 교육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한 개의 소개소를 제외하고는 정기적으로 교육을 하는 곳은 없었다. 가입할 때 교육이 시행되긴 하지만 그마저도 인사법, 옷 입는 법 등의 형식적인 교육이다. 4) 무원칙한 간병알선 소개소에 뒷돈을 주지 않으면 일자리를 주지 않거나 나쁜 일자리만 얻게 된다는 불만도 수집되었다. “일하고 있으면 전화가 와서 잘하고 있냐고 묻고 별말이 없다. 돈을 바라는 거다. 그래서 일 끝나면 한번 들러서 돈 줘야한다. 안주면 계속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보낸다.” 간병인 노동실태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소개소가 간병인의 노동조건을 신경 쓸 리 없다. 병원도 간병인에 대한 지휘감독권한만 행사할 뿐 노동조건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는다. 간병인의 노동인권을 보장할 곳이 아무데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1)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 간병료는 12시간 간병시 3만 5000원(병원에 따라 3만원, 4만원인 곳이 있음), 24시간 간병시 50,000원이다. 이는 식대, 교통비 모두 포함된 액수로 일 8시간으로 환산하면 16,666원으로 최저임금 20,080원에도 못 미치며 이를 226시간으로 환산하면 월 50만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이다. 2) 장시간 노동 간병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일요일 오후 2시에 들어와 근무를 시작하면 토요일 오후 2시에 근무를 마치게 되며 주6일을 24시간씩 결국 144시간을 근무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전체 38명 중 27명이 주6일 근무를 하는데, 1주일-12일 정도의 단기환자이거나 보호자가 없는 사람이라서 집에 안 가고 내내 근무하는 경우도 6명이 있었다. 3) 일하다가 병에 걸려도 숨겨야 하는 현실 조사 사례 중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는 전혀 없다. 대부분의 간병인들은 장기적인 수면장애로 인한 안구건조증이나 환자를 옮기기는 등의 일을 하다가 걸리는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또한 24시간 주6일을 연속 근무하면서 피로가 누적되어 감염될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산재처리를 받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오히려 아파서 약을 먹다가 들키면 짤리는 경우도 있어, 아픈 것조차 숨겨야 하는 현실이다. 4) 간병인을 위한 휴게공간조차 없음 늘 환자와 함께 있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조사된 22개 병원 중 간병인을 위한 휴게 공간, 옷 갈아입을 공간마저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5) 간병인에 대한 일방적인 책임전가 간병업무 중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피해발생의 원인, 피해발생의 정도와 상관없이 간병인에게 무조건 책임을 전가하거나 심지어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3. 병원의 간병인에 대한 지휘감독 소개업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관리감독 행위를 하는 것은 현재 소개소가 병원의 노무관리부서로서 기능할 것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간병업무의 특성상 간병인에 대해 지휘 통제를 할 필요성을 병원 스스로가 느끼고 있다. 때문에 병원은 소개업체와 협약을 맺는 등의 방식으로 간병인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지만 ‘병원 직원이 아니므로 책임질 일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간병 업무 진행에 대한 근무평가표가 병원에 있는 걸로 확인된 것만 7군데로 간병업무가 종료되면 병원 간호부에 근무평가서를 제출하고 있다. 또한 간병인이 병원에 새로 들어가면 간호부에 이름과 담당환자 등에 대해 신고해야 한다는 점도 모든 병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아산중앙, 신촌세브란스, 적십자, 보훈, 순천향, 성바오로, 영동세브란스 병원들은 정해진 간병료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직접 제재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통해 볼 때, 병원 스스로도 간병인에 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병원은 권한을 행사하려면 간병인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지는 모습 또한 명확히 보여야 할 것이다. 4. 믿을 수 있는 간병제도 마련하고 간병인 노동인권을 보장하라! 공대위는 이번 간병인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병원과 정부에 편리한 간병서비스 공급정책이 아니라, 간병인과 환자를 살리는 간병제도를 수립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병원에서 간병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병원 소속의 정규직으로 채용되어야 한다. 다만 과도기에서는 한계는 있지만 국공립병원은 무료소개소 운영을 의무화해야 한다. 둘째, 현재 환자와 보호자들이 개인적으로 지불하고 있는 간병료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지불해야 한다. 셋째, 각 시도의 국공립병원은 간병인 관리와 교육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제까지 정부는 사실상 간병책임을 개인, 가족에게 전가해왔으며 간병제도의 미비로 인한 고통은 간병인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정부와 의료시설이 모든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간병인에겐 너무 낮은 간병료가 환자에겐 너무 부담스러운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간병인에겐 노동기본권을 환자에겐 신뢰를 주기 위한 간병인 제도 마련이 시급함을 우리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고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PSSP
NG에 대하여 가끔 TV에서 영화 촬영장면이 나오곤 한다.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멋들어진 대사를 읆조리던 배우가 갑자기 버벅거리더니 웃음을 터뜨린다. NG가 난것이다. 일순간 촬영장은 웃음바다로 바뀌고 감독의 한마디. ??다시 합시다.?? 그렇게 영화는 찍다가 NG가 나면 다시 찍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실에서 NG가 나면 그걸로 상황은 끝나버린다. 죽었다 깨나도 다시 찍을 수는 없다. 그런 NG가, 영화라면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은 NG가 우리 눈앞에서 나버렸다. 한달전 지하철 3호선 지축 차량기지에서 허섭 위원장이 낸 NG는 그렇게 우리 입을 딱 벌어지게 했다. 그러나,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지하철 파업은 정말 그렇게 허섭위원장의 NG로 인해 끝나버린 것인가? 그저 단 한사람의-그가 위원장이긴 했지만 그 발언을 하던 때, 그는 철저히 개인이었다-실수로 인해 역사상 최초라는 전국 지하철 공동 총파업이 무너져버린 것인가? 혹시 NG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문제였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역사가 한사람의 힘에 의해 움직이지 않음을, 책을 통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역사를 끌어가는 것은 이름없는 이들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하철 파업의 시나리오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엇갈리기 시작한 것인가? 영화는 87년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한달전 본 영화는 87년 그 뜨겁던 여름에 시작되었다. 노동자들이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던 그때, 노동자 민중의 뜨거운 함성이 메아리치고 눈돌리는 곳마다 파업이 벌어지던 그때를 우리는 본격적 노동운동의 시작으로 기억한다. 87년의 노동자대투쟁은 비참한 현장의 노동현실에서 시작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옳았고, 지극히 정당했으며 투쟁들은 점차 발전하여 89년 전노협을 결성했고 95년 민주노총을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 민주노총은 적어도 외부적으로는 남한 노동자들의 든든한 조직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발전한 만큼 지배계급 역시 착취의 기술을 발전시켰다. 97년 IMF 경제위기라는 거대한 파도를 겪고 나서부터 위기의식을 느낀 자본은 새로운 착취의 방식, 자본주의의 새로운 조절방식으로서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이는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공격을 의미했다. 이제 겨우 민주노조운동을 안정화 궤도에 올리고 본격적 노동운동을 전개하려던 그 시기에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태풍을 만나버린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들을 내부로부터 무너뜨렸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명제를 뒤집고 노동자를 둘로, 셋으로, 셀 수 없이 분할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원청과 하청, 특수고용, 계약직, 이루 말할 수 없이 세분화는 계속되었다. 노동자들은 그런 분할에 대해 자신이 어떻게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버렸다. 그나마 저항할 힘이 있던 이들은 버틸 수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실업과 불안정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더 이상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명제는 항상 옳은 것이 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신과 나는 다른 노동자??라는 인식 속에 노동자 내부의 분할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연봉 1500만원과 4000만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은 의식적 노력 없이는 메워지기 힘든 것이었다. 지하철 파업은 왜 이기주의로 매도되었는가? 지하철 노동자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번 파업이 임금인상 파업이 아니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대중적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음을. 사실 파업의 조건이 그랬다.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주 5일 근무제가 핵심 쟁점이었고 이에 대해 노와 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주 5일 근무제를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었고 그를 위해 대규모 인력충원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과거처럼 임금인상에 갇혀버릴 수 있는 파업이 아니었다. 거기에 덧붙여 지하철 노동자들은 인력충원을 통한 실업문제 해결, 시민 안전 문제까지 파업의 요구에 넣었다. 공공사업장이기에 필연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파업의 핵심 요구에 대사회적 요구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는가? 왜 사람들은 지하철 파업을 두고 ??시민을 볼모로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파업??이라 말했는가? 왜 파업의 쟁점이 노조의 요구안에서 완전히 벗어나 임금인상과 이기주의로 인식되었는가? 단순히 선전을 못해서, 언론 이용을 잘 못해서, 사람들에게 지하철 노동자들의 진심이 안 알려져서라고 평가하지 말자. 오히려 평가의 지점은 지극히 실리주의적으로 흘러온 민주노조운동 그 자체에 있다. 민주노조운동이 스스로의 정당성으로 끊임없이 확인해왔던 계급적 관점과 사회 변혁을 위한 노력을 폐기하는 그 순간 민주노조운동은 이익집단의 운동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조짐들은 지난 몇 년을 지나면서 우리 노동운동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구나 이런 흐름은 앞에서 언급한 노동자 분할 전략과 맞물리면서 노동운동을 내부로부터 분열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한 가지 확인해야 할 것은 이런 전반적 과정들이 아무도 모르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대다수 노동자들-특히 영세, 하청 등 불안정 노동층은 이미 경험을 통해 이러한 노동운동의 현실을 알고 있다. 이들이 볼 때 지하철 파업 역시 그렇고 그런 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러운 파업이었다. 지하철 노동자들은 억울했을 것이다. 한국 사회 노동의 현실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공공 사업장 노동자로서의 책임감, 현장의 절박함속에서 공동파업투쟁을 진행했던 지하철노동자들로서는 가진자가 아닌 못 가진자들의 비판은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눈감고 노동운동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인터넷에 넘쳐났던 글들을 잠깐 살펴보자. 너무 하십니다. 지금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방에서 뒹구는 실업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지금 여러분이 받는 연봉 절반만 주세요. 1년 365일 매일 근무할께요. 그리고 일하기 싫은 사람은 다 떠나세요. 그래야 저희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겠습니까? 해마나 되풀이되는 파업. 이제는 질렸습니다. 당신들이 없으면 지하철이 운행되지 않을 것으로 착각하는데 오산입니다. 지금이라도 대체인력을 양성하여 파업참가자를 전부 물갈이 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노동자라면 다른 노동자 소외받고 힘없는 노동자들도 생각해주시고 그렇게 철저하세 소외감을 가지고 일하게만든 법개정등을 먼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좀 해주시면 이글을 쓰는 아느것 없고 무식한 이놈은 노조분들 하시는 모든일에 쌍수들고 찬성찬성대찬성 하리다. 용역.일용.계약...이것이 철폐되기 전에는 여러분 지지도는 별로 안좋을것 같네요. 나도 연봉 3000넘게 받고 싶네요 그래서 그돈으로 저축도 좀하고 외식도 좀 하고 ..... 주위에 나보다 못한 사람들 소외된사람들 한번만 이라도 돌아보고 한번만 생각해보고 말이라도 용기를 좀 주세요. -궤도연대 공투본 자유게시판에서 파업투쟁 기간동안 궤도연대 공투본 게시판에 넘쳐났던 이런류의 글들을 단지 언론의 악선전 때문이었다고 평가한다면 우리에게 발전의 가능성, 연대의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우리는 이런 목소리들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간취해야 한다. 이들이 말하는 것이 바로 한국사회 노동분할의 이데올로기와 이로 인해 같이 싸워야 할 노동자들로부터도 소외되어버린 자신들의 처지이다. 지속가능한 위기는 없다. 지하철 파업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우리가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지하철 파업이 패배로 끝난 것을 지도부의 잘못이나, 전술의 오류 때문으로 환원해서는 안될 것이다. 노동운동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는 지금 우리는 조금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하철 파업의 쟁점이 결코 이기주의적 내용들로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보았듯이 ??귀족노동자들의 이기주의적 파업??으로 인식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몇 년간 실리주의적 내용으로 채워졌던 우리 노동운동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결과이자 동시에 더 이상 지금처럼 노동운동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고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지금 우리의 노동운동은 분명 위기다.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열악한 조건 속에서 불안정하게 노동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근본적인 운동의 변화 없이는 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에 관한 진지한 고민과 과감한 실천이 필요할 때다. 불안정노동의 확산이라는 변화된 조건을 반영하는 새로운 계급 주체 형성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단지 비정규 투쟁을 하는 동지들만의 몫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핵심 전략이 노동자 분할이라면 역으로 그것을 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쟁은 분할에 맞선 공동투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지금보다 활발하게 벌어지고 이들의 투쟁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할 수 있을 때 우리 운동의 위기는 조금씩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 파업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그만큼 지하철 파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뜻일게다. 승리한 투쟁은 성과를 남기고 패배한 투쟁은 과제를 남긴다. 지하철 파업의 패배는 지하철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지하철 파업이 남긴 노동운동의 위기극복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한다.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그림같은 액션으로 반전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바로 당신과 나, 우리다.
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의 현재 이 글은 가스공사노동조합과 전국교수공공부문연구회에서 진행한 가스 산업 구조개편 관련 프로젝트에 제출한 글 중 일부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1. 분할 매각을 중심으로 한 사유화 정책의 현재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동발전 입찰 중단, 철도 사유화 관련 법안의 폐기, 그리고 ‘선 입법 후 보완’이라는, 의지만 앞섰던 가스 산업 사유화 정책이 어느 정도 전화된 것으로 보인다. 2003년 4월 1일 남동발전 경영권 매각 입찰은 중단되었다. 입찰에 참여했던 SK(주), 포스코, 한국종합에너지 컨소시엄, 일본의 J파워 등 국내외 4개사가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여건’과 ‘투자자들의 반대’를 이유로 모두 입찰서 제출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남동발전 입찰 작업이 잠정 중단된 것이다. 또한 2003년 4월 20일 철도노사 협상에서 기존의 사유화 정책을 철회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한다고 결정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던 공공부문 사유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2004년 들어서서는 배전 산업 분할 매각이 사실상 중단되었고, 가스 산업 분할 매각을 중심으로 한 법안도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분할 매각 방식의 사유화를 고집하던 전력, 철도, 가스 산업의 사유화 정책이 실제로 이들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 상 신자유주의가 공공부문 사유화를 아무리 강하게 요구한다 할지라도 졸속적인 분할 매각 방식이 전혀 적합할 수 없다는 사실을 현실이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간헐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출발에서부터 “발전 가스 등 기간망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보장되어야 하고 지나친 요금인상으로 서민부담이 가중되어서는 안 된다, 구조개편과 사유화는 필요하지만 그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스공사 구조개편 방안이 서서히 자태를 변환하기에 이르렀다. 즉 가스공사 설비와 판매부문이 통합된 현 상태를 유지한 채 회계분리를 통한 신규사업자 진입방식을 택해 자연스러운 경쟁체제를 도입할 하는 방안등이 타진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3년 2월 대통력직 인수위원회는 한국가스공사 체제를 유지하고 신규수요에 대해 민간기업의 진입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가스공사의 분할 안이 수직분할에 대해서는 기존 안대로 추진하되 도입 도매 부문의 3개사 분할 즉, 수평분할은 고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입 도매 부문은 가스공사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신규도입물량이 발생할 시 가스공사와 신규 진입자가 경쟁적으로 도입에 참여하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이와 같은 전망은 이미 추진되고 있는 포스코와 SK의 직도입 허용을 둘러싼 판단에 근거한다. 결국 직도입 허용이 확산될 것이며, 직도입은 자연스럽게 도입판매, 나아가 소매부문 판매사업으로 진출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직도입을 단초로 한 시장 개방의 확대는 충분히 분할 매각 방식의 사유화를 넘어서는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결정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이렇듯 사유화 정책은 일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만, 전혀 새롭지 않을뿐더러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분할 매각 방식의 사유화가 아닌 전면적 시장개방을 통한 공적 독점 해제 조치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98년에 이미 시행된 바 있는 가스 산업에서의 직도입 허용과 전기사업법에 의거한 전기 직공급 확대 조처, 그리고 올해 국회에 상정해 있는 철도사업법을 살펴보더라도 이러한 상황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즉 분할 매각 방식의 직접적인 사유화 방식을 충분히 우회할 수 있는 시장개방 체제는 이미 완숙되어 있었던 것이다. 현재 에너지와 철도산업만을 보더라도 분할 매각 방식을 일정정도 선회하여 공공적 독점 시장을 완전 시장 경쟁 체제로 재편하고자 하는 자본의 요구는 충분히 관철될 수 있으며, 이미 열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사유화 정책은 분할 혹은 매각 정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사유화의 기본 논리는 공공성 원리에 따라 국가 주도적으로 공급되었던 공공서비스 영역을 개방하여, 경쟁과 이윤 논리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기에 분할 매각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전력 가스 철도 등에 있어서 정부 정책의 일정한 전화는 신자유주의 시장 개방 논리를 여전히 전제하면서 새로운 자태 변환을 시도하는 것일 뿐이다. 여기서 우리가 가스 산업에서의 직도입 허용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스 산업에서의 직도입 허용은 가스 산업에서 뿐만이 아니라 에너지 시장 전반의 전면적인 시장 개방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1998년 이후 공기업 사유화 정책이 급속도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전력과 철도 등 거대기간산업은 분할 매각 방식의 사유화 정책을 고집했다. 특히 전력과 철도의 분할 매각은 영국과 호주의 사유화 정책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전력과 철도 산업의 경우 전국적 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단일 공기업이었고, 이들 공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수평적 수직적 분할 방식 <<각주1-애초 철도사유화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내세웠던 운영부문의 사유화 방안은 분할 사유화이었다... 선로유지보수, 여객수송, 화물수송, 차량중정비 등의 기능적 분할, 더 나아가 노선의 지역적 노선별 분할의 가능성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분할 사유화는 정부가 1998년부터 공기업 사유화를 추진하면서 줄곧 고수해 온 방침이었다. 사유화의 주요 명분이 ‘경쟁도입’이었기 때문에 국가독점기업이었던 공기업에서 내부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분할 사유화가 요구되었고, 순조로운 매각을 위해서도 매각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할사유화가 주창되었다. - “김대중 정부 철도 사유화 방안의 내용과 문제점”, 한국공동철도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 2003년 6월, 40쪽>> 이 채택된 것이다. 또한 미국을 위시한 초국적 자본과 IMF, IBRD 등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공기업 매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부채 상환의 담보, 외국 자본에 대한 시장 개방의 중심에 이들 공기업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급속한 매각의 요구에 가장 용이한 방식으로 채택된 것이 분할 방식이었다. 그러나 전력과 철도의 분할 매각이 중단된 것은 네트워크 산업의 분할이 경쟁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각주3-사실상 배전이나 송전이나 모두 네트워크로서 규모의 경제가 있어 자연독점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배전을 6개사로 분할해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배전분할론은 전력산업의 “분할 사유화”라는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조정 시나리오를 추진하는 과정의 논리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더욱이 배전의 규모의 경제성은 모두가 인정하므로, 전국독점배전회사가 분할배전독점보다 덜 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없다. - 안현효, “한국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비판적 고찰”, 21세기 한국의 전력산업-바람직한 발전방향과 정책제안, 2004년, 한모임, 422쪽>>, 결국 자연 독점적 성격으로 인해 사적독점으로 나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네트워크 산업의 사적독점 체계가 가져온 폐해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 있는 상황이기도 하였다. 결국 분할 방식의 사유화 방안은 전반적으로 주춤거리게 되었으며, 2003년 노무현 정부 들어 네트워크 산업의 사유화 방식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스의 경우 매우 달랐다. 1999년 11월 발표된 기본계획에서 3개사 분할 방안이 명시되기 이전까지 가스공사에 대한 구체적 사유화 방안은 제출되지 않았다. 94년 김영삼 정부 시기 가스공사 사유화를 위해 실시한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도 분할 방식의 사유화는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99년 기본계획의 토대가 되었다고 하는 안진회계법인 용역보고서에서도 분할 방식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99년 10월 산자부를 통해 던져진 분할 방식이 과연 어떻게 채택된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가스 산업의 경우 분할 방식을 택할 시 전력, 철도와 달리 장기도입계약 승계방안, 수송선 디폴트 문제, 수급 조절 등 복잡한 문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결국 5년여의 논란 끝에 분할 방식은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대신에 직접적인 사유화를 우회하고 시장개방과 에너지 산업 전반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매개체로서 직도입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미 자가용 LNG 직도입은 1998년 9월 석유사업법을 개정하여, 종전의 사전승인제가 신고제로 바뀌면서 현행 법 상 ‘10만kl급 탱크 1기 보유 또는 임차’라는 일정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가능하게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포스코와 SK가 직도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직도입을 둘러싼 파장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수년 간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던 국내외 자본의 입장에서도 자가소비용 LNG 직도입을 통해 시장 개방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내리게 되었으며, 이는 직도입을 통한 경쟁방식의 도입이라는 정부정책과 상호 보완하면서 추진되었으리라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특히 98년 석유사업법 개정이 당시 포철의 에너지 사업 다각화 정책과 무관하지 않으며, 최근 직도입 허용과 확대가 에너지 산업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LG의 이해관계와 밀접하다는 점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도입 허용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2. 직도입의 허용의 의미 : 에너지 시장 전반의 전면적 경쟁체제로의 재편 포스코와 SK는 인도네시아 탕구 산 LNG를 연간 115만 톤 씩 들여오기로 지난 7월 1일 계약을 체결하였다. 포스코의 경우 2005년부터 20년간 매년 55만 톤을, SK 전력은 2006년부터 20년간 평균 60만 톤을 도입하고 이외 2010년까지 옵션 물량으로 매년 20만 톤을 확보해 도입하기로 하였다. 또한 포스코와 SK는 공동으로 광양제철소 내 10만 kl급 LNG 저장탱크 2기 및 부대설비를 갖춘 LNG 터미널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 설비 계획은 2003년 10월 정부 승인이 난 상태로, 2006년 6월 준공 예정이다. SK는 애초 98년 정부의 민자발전 확대 계획에 따라 대구에 짓기로 하였던 100kw 급 LNG 발전소를 광양으로 이전하여 건설하기로 하였으며, 포스코의 저장 설비를 임대하여 전력을 생산 공급하겠다고 하는 등 양 사의 에너지 사업에서의 윈윈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포스코와 SK의 직도입으로 인해 LG의 행보도 빨라졌다. 지난 7월 8일 LG-Caltex, LG Power, LG 에너지에 대한 LNG 직도입은 거의 허용된 상황이다. <<각주4-산자부는 LG의 직도입 계획에 대해 7월 8일 “LG 측의 자가소비용 LNG 직도입에 대해서는 석유사업법 제 8조 제 6항에 의해 이를 허용할 계획이라며 LNG 도입협상을 추진하고 도입계약을 체결한 후 산자부에 신고하라고 밝혔다. LNG 시설 공사에 대해서는 도시가스사업법 제 39조의 2에 따라 공사계획을 수립해 산자부에 승인을 요청하라”고 회신하였다.>> LG Power는 올해부터 50만 톤, 2008년부터는 70만 톤을 도입하겠다고 정부에 제출하였으며, LG 에너지 역시 올해부터 20만 톤을 도입할 계획으로 양 사의 물량은 기존에 가스공사가 공급해왔던 물량을 대체하게 된다. LG-Caltex는 여수공장의 전기와 열 공급에 필요한 중유 등 석유류를 천연가스로 연료 전환 이후 2007년부터 60만 톤 공급할 예정이다. 이 세 회사의 직도입 물량은 2008년 이후 150만 톤에 이르게 된다. 특히 LG-Caltex는 여수산업공단 내에 저장식 탱크 3기와 수송선 접안설비 1선좌를 갖춘 수송선 터미널을 2007년 10월까지 완공할 계획을 더불어 제출하고 있다. 이 터미널은 3개 사가 공동이용하게 되며 LG Power와 LG 에너지의 배관도 가스공사 배관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대기업대표 대통령 간담회에서 대림산업 역시 인천송도발전사업 투자계획과 관련하여 발전사업자의 LNG 직도입이 허용될 수 있도록 가스공급시설 이용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송전설비 신설비용 과다에 따른 신규사업 진입자 지원책 역시 요구하였다. 한전의 경우 직도입 참여 의사를 매우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한전의 입장에서 직도입 문제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인해 경제급전 논리가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LNG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민감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발전 자회사의 경우 자가소비용이라는 제도적 제한에서 자유롭다. 하기에 한전은 7월 14일 인도네시아에 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해주는 대신 연간 100만 톤 규모의 LNG를 받기로 하는 등 구상무역 형식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파장을 거듭하며, 국내 에너지 시장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는 LNG 직도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직도입이 사유화의 또 다른 양상이라는 사실은 하반기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철도사업법만을 보더라도 쉽게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다. 2003년 3월 건교부에서 입법 예고하였던 철도사업법은 2004년 6월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정부 입법 절차를 완료하였고, 철도 안전법과 함께 2004년 7월 국회로 송부되어 건설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이 철도사업법은 ‘철도 산업을 기능별로 세분화하고, 철도 산업의 운영 전반에 대해 국내 외 자본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결국 철도 산업에 ‘제 3자 진입을 허용하여 경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철도 안전법에는 ‘기관사 면허제도 도입’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역시 기관사의 양성과 공급에 대한 철도 운영 주체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하는 것으로 결국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의 입직구를 허용하는 것을 그 실내용으로 한다. 이렇듯 철도사업법은 가스 산업 직도입과 거의 유사한 양상으로서 공공적 독점 시장에 신규진입을 허용하여 실질적인 시장경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결국 그 동안 분할 매각 방식으로 추진되었던 사유화 정책이 국민적 여론의 벽에 부딪히고, 정부안 자체도 설 자리를 잃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향, 즉 적극적인 시장개방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사유화의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직도입은 가스 산업에서 뿐만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 전반을 아울러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직도입이 허용된 포스코와 SK, 그리고 허용 단계에 있는 LG만을 보더라도 그 동안 주로 활동해왔던 석유류 시장을 넘어 에너지 전반을 포괄하는 다각화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꾸준히 준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전부터 이들 기업은 전력산업과 가스 산업의 사유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었고, 당면한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다. LNG의 직도입은 실제로 발전 산업에서의 에너지원 직도입을 의미한다. 또한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민자발전의 확대, 도시가스 등 가스 산업 소매시장과의 연계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 편에서는 신규 발전 시장에 LNG 도입권을 가지고 진출할 수 있으며, 다른 한 편에서는 기존의 소매 도시가스 시장의 수직계열화를 공고화하게 되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이미 SK와 LG는 도시가스 회사를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결국 직도입은 가스 산업뿐만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 전반의 경쟁 시장 체제로의 재편에 촉매제가 될 것이며, 이 경쟁 시장 체계는 국내외 자본 간, 다양한 에너지 사업 영역 간 통폐합과 수직 계열화 양상을 심화시켜나갈 것이다. 즉 직도입은 가스의 도매와 판매, 소매부문으로의 진출의 입직구일 뿐만이 아니라, 전력에서의 생산과 판매 시장을 아우르는 연결 구조를 확립시켜주게 된다. 직도입이 미치는 에너지 산업 전반의 변화 양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우리는 국내외 에너지 자본의 추이에 대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3. 국내외 자본의 동향 : 에너지 부문의 수직계열화 및 초국적 에너지 자본의 국내 시장 지배력 강화 LNG 직도입에 선구자(?) 역할을 해온 포스코의 경우, 2000년 10월 4일 산업은행 지분매각이 완료되면서 담배인삼공사와 함께 완전 사유화된 기업으로, 2002년 3월 (주)포스코로 사명을 변경하였다. 포스코는 사유화 이후 급속하게 외국인 지분이 확장되어, 2004년 3월 31일 지분 동향을 보면 금융기관 5.80%, 증권회사 0.30%, 보험회사 0.7%, 기타법인 17.70%, 개인 3.70%이며, 외국인 지분은 66.50%에 달한다. 현재 SK와 공동으로 직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역시 공동으로 LNG 터미널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수입한 에너지 일부를 판매하기 위해 285억 원을 들여 공장 폐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SK 의 경우, 계열사 중 에너지 사업의 지주회사격인 SK-Enron(주)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98년 12월, 당시 외자유치를 통한 구조조정 추진 전략이라는 명목 하에 미국 Enron 사로부터 순수 지분 출자 형식으로 3억 달러 외자를 유치하여, SK(주)와 Enron이 각각 50%의 지분을 갖는 합작 가스회사를 99년 1월에 설립하였다. 설립 당시 SK 주식회사는 관련계열사인 SK 가스, 대한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구미도시가스, 청주도시가스, 포항도시가스 등 6개 사의 주식을 출자하였고, Enron 사는 현금을 출자하는 형식이었다. 이후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SK-Enron(주)은 현재 강원도시가스, 청주도시가스, 구미도시가스, 포항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충남도시가스, 전남도시가스, 대한도시가스, 익산도시가스 동 9개 도시가스사와 1개의 열병합 발전소인 익산 에너지와 SK 가스의 경영권을 소유하여 도시가스 계열사를 누린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군림하고 있다. 또한 SK(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SK Power(기존 SK 전력)는 인도네시아 탕구 LNG 프로젝트의 주체로서 2005년부터 연간 55만 톤의 직도입 추진 주체이기도 하다. LG의 경우, 먼저 LG-Caltex는 LG와 Caltex가 50:50 지분을 출자하여, 67년 5월 19일 당시 호남정유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다. 그런데 이 Caltex는 2001년 11월 Chevron이 Texaco사를 흡수 합병하여 생긴 Chevron Texaco의 자회사이다. 결국 Chevron Texaco는 Caltex를 통해 LG-Caltex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소유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Caltex Limited가 40%, Chevron Texaco가 10%, (주)LG가 49.83%, 개인주주가 0.17%를 소유하고 있다. 결국 LG-Caltex의 제 1대 주주로 50%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Chevron Texaco가 된다. LG-Caltex는 극동도시가스, 서라벌 도시가스, 해양 도시가스 3개 사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강남 도시가스와 경남에너지 2개사 지분을 가지고 있고, 독립 발전회사인 LG 에너지와 LG Power의 지배권을 소유하고 있다. LG-Caltex는 추가적인 도시가스사업 및 LNG 복합화력 발전소 확장을 통해 2010년까지 1000만 톤 규모의 LNG 시장을 확보할 계획을 이미 밝힌 바 있으며, 현재 LNG 도입 도매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기도 하다. 또한 LG는 전력산업 사유화 추진 과정의 최대 수혜자이다. 99년 안양 부천 열병합 발전소를 매입하여 2000년 9월 탄생한 것이 LG Power이다. LG Power는 연간 95만 K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천연가스 복합화력 발전소로 안양 및 부천 지역 22만여 세대에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으며, LG Power 지분은 LG-Caltex 정유가 100% 소유하고 있다. 사실 안양 부천 열병합 발전소 입찰 당시 SK는 Enron사와, LG는 디벤디 그룹의 달키아 사이드 사와, AES는 단독으로, 대성 은 BG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바 있다. LG 에너지는 LG Power처럼 LG-Caltex의 자회사로서, 발전사업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96년 추진한 “민자발전 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96년 7월 국내 최초 민자발전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충남 당진 부곡에 54만 Kw LNG 복합화력 발전소를 2001년 4월 1일 완공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현재까지는 생산하는 전력을 한국전력과 체결한 전력수급 계약에 따라 향후 20년간 전량 판매하고 있다. 즉, LG의 경우 LG Power와 LG 에너지를 통해 2000년 들어 전력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기 시작하여, LG-Caltex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다각화 및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에 요청한 LNG 직도입 물량은 포스코와 SK 물량을 상회하며, 추가적인 LNG 시장의 확보를 위해 독자적인 수송선 터미널 등을 건설할 계획에 있다. 남동발전 입찰에 참여한 바 있는 한국종합에너지의 경우, 180만 Kw의 전력을 생산하여, 총 발전설비용량의 약 3.2%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민간발전소이며, 현재 수도권 지역의 발전설비용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종합에너지는 1969년 경인에너지를 전신으로 하여, 94년 한화에너지로 사명을 변경하였다. 그런데 2000년 7월, 역시 외자유치의 일환으로 미국 EL PASO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50% 지분을 매각하여 합작회사로 출범했다. <<각주5-EL PASO는 총자산이 460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종합 에너지 회사이다. 파이프라인의 총연장 및 처리량에 있어 북미 최대의 천연가스파이프라인 시스템 확보하고 있고, 천연가스 운송, 상업에너지 서비스, 발전 프로젝트 개발, 가스 및 원유 생산 등 에너지 보든 부문의 상위 그룹에 속한다. EL PASO와 합작 후 약 20% 정도의 인력이 감축되었다. “인력 운영 형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3개월에 걸쳐 20% 정도의 인원을 삭감하는 내부 구조조정을 지난 해 이루었습니다...최근에는 인력의 다기능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발전하는 사람은 발전만 하고, 정비는 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발전을 담당하는 사람이 웬만한 정비는 다 하는 미국의 발전소와 같이 변하려고 단계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2003년 10월 18일자 전력 신문>> 그리고 이미 98년 한화에너지 시절 발전소 연로를 LNG로 전면 전환한 바 있다. 한국종합에너지는 2005년까지 발전용량을 700만-1400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LNG 개발 및 인수기지 건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삼성의 경우 시화공단 열병합 발전소인 시화에너지에 19.9% 지분을 출자하였고, 삼성 테크원은 2002년 미국 전력회사인 DTE와 에너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자 한 바 있다. 또한 삼성물산과 삼성 엔지니어링은 석유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의 대표적인 에너지 자본은 이미 거의 50% 이상이 외국인 소유 영역에 속해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민자발전 현황을 살펴보면 외국인의 국내 에너지 시장에 대한 지배 양상이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 확대일로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민자발전의 확대에 있어 LNG 직도입은 발전연료 직도입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직도입이 확장될 경우 매우 큰 이해관계 당사자로 나서게 될 것이다. 96년 김영삼 정부는 “민자발전 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발전사업의 독점적 구조를 풀고 시장 개방을 시작하였다. 다소 주춤하던 민자발전 계획은 김대중 정부 들어 외국인 투자 유치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었으며, 국내 민간 발전 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였다. 98년 3월 24일 산업자원부는 민자발전사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전면 개방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민자발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내외 에너지 기업 간 거래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96년 민자발전사업자로 선정되었던 율촌 발전소는 원래 현대에너지가 부지와 장기 전력공급권을 가지서 출발하였지만, 결국 다국적 에너지 회사인 Tractebel에 70%의 지분이 넘어갔다. 다시 현대중공업 등 현대 계열사로 지분 환원의 과정을 거치다가 결국 2001년 말 미국의 미란트 사가 100% 지분을 인수하였다. 그러나 미란트 사가 분식회계 사태 등으로 인해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지게 되어 결국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2002년 말 홍콩의 MPC(Meiya Power Company)가 100% 지분을 인수하였다. MPC는 1995년 설립된 회사로 중국 및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전력설비를 개발 소유 가동시키고 있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아시아 지역 선두적인 독립 전력회사 중 하나로 현재 중국과 대만 등에서 10개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는 회사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SK 에너지와 LG 에너지도 민간발전 사업 계획에 의해 탄생하였다. 이렇듯 전력산업과 가스 산업의 분할 사유화가 추진되고 있는 과정에서도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자본의 입장이 관철되면서, 에너지 산업에 있어 국내외 자본의 실질적인 지배의 기반이 이미 다져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산자부는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전력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완화하였다. 그 동안 한전이 발전 송전 배전을 수직 통합하여 국내 발전설비의 약 95%를 운영하는 독점체제였지만, 특정전기사업제도 <<각주6-이 역시 LNG 직도입과 마찬가지로 신고제로 바뀌었다. 일반전기사업자의 전기 공급에 있어 요금 등 공급 조건이 인가제로 운용되는 데 반하여 특정전기사업자의 경우 특정한 공급지점의 전기소비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여 성립하는 사업이므로 요금 기타 공급조건은 신고제로 운용된다.>>를 도입하여 ‘전기를 발전하여 건물단위로 특정될 공급지점의 소비자에 대해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으며, 자가용 발전설비 설치자가 계열기업 등 자본적 관계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상대방에게 잉여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여 전기 직공급의 범위를 확대한 바 있다. <<각주7-1998년 11월 26일 산업자원부 전력정책과>> 이렇듯 민자발전의 확대와 전기 직공급 도입 문제는 LNG 직도입이 단순하게 가스 산업 내적인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이 에너지 산업 전반의 시장경쟁 촉진의 주요한 근거로 이미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앞서 살펴본 바 있듯이 IMF 외환위기와 이로 인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면화가 에너지 시장의 개방을 거세게 요구한 것에 부응한 조치들로 이해할 수 있다. LNG 직도입, 민자발전의 확대, 전기 직공급의 확대 및 공급권 확장 등은 모두 외국인에 대한 시장개방의 일환으로 제기되었던 쟁점 사항이었다. 결국 에너지 시장의 개방과 경쟁 촉진을 위한 제반의 조치는 에너지 산업의 분할 매각 이전에 선차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그 동안 LNG 직도입과 민자발전 문제 등이 별반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실상 가스와 전력산업 시장경쟁 확대가 그 동안 공적 지분의 매각과 분할 사유화에 주력하여 집중해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시장경쟁 돌입에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던 국내외 에너지 자본은 한 편에서는 좌초를 거듭하는 정부 구조조정 정책을 좌시하면서 나름대로의 복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밟아온 것이며,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분할 매각 방식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국내 산업의 조건을 이해하면서 국제적 차원의 에너지 산업의 침체 경향 속에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분할 사유화가 일견 뒤로 밀린 상황에서도 국내외 에너지 자본은 이미 충분하게 국내 에너지 시장을 잠식할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4. 가스산업 및 에너지 산업의 시장개방 관련한 향후 전망 2004년 4월 정부가 가스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 9-10월 정기국회에 가스 산업 구조개편 법안을 상하여 입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히면서 가스공사 구조개편 관련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게 되었다. 물론 이미 직도입으로 인한 파장들은 가스 산업 사유화 정책의 새로운 양상을 충분히 보여주어 왔었다. 이러한 정부 입장에 따라 가스공사는 7월 1일 경영자 측 초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는 결국 향후 ‘자가용 직도입을 통해 가스사업 구조개편의 단초’를 삼겠다는 것이며, 그 동안의 분할 매각 방식이 ‘도입 수송 계약의 승계, 도입판매회사 신설에 따른 이윤 반영 및 간접비 증가, 거래시스템 구축 등 추가비용 부담, 수급조절 기능의 악화’ 등을 이유로 불가능한 조치였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진입 방식도 사적 독점화가 우려하고, 기존 계약과 신규물량과의 가격 차이로 인해 발전용 산업용 수요가 이탈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기존 계약 물량을 소화할 수 없어 가스공사가 TOP를 지불해야 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스스로 지적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용이한’ 신규진입방식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도 지적하고 있듯이 신규진입방식은 가정용 요금인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사적 과점화를 부추기고, 직도입 물량의 확대와 기존 계약자의 이탈 가능성으로 인해 LNG 수급조절 능력을 현격히 약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가스공사가 시장의 위험을 떠안아야 하며,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을 시 TOP 지불 등 심각한 국부 유출 및 '부채를 사회화'하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듯 직도입 역시 그 동안 분할 매각 방안이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으며, 이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안이라고 하면 요금 체계를 변경한다는 것인데, 요금 체계를 여하히 변경한다 할지라도 가스공사의 수급조절, 기존 물량의 분배 능력이 약화된다면 결국 가정용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게 된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 역시 필요하지만, 이미 직도입 자체가 포스코와 SK, LG라는 특정 사기업에 대한 특혜이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다시 강력한 규제를 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직도입 허용은 전면 중단되어야 하며 직도입을 통해 몇몇 재벌 기업에 부여되는 특혜를 사회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정책은 전 국민의 삶의 기본적 권리와 직결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장기적 에너지 정책과 이와 함께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전무한 채 국내외 자본의 이윤논리에 부응한 사유화 및 시장개방 정책은 매우 위험한 미래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LNG 뿐만이 아니라 에너지원 자체가 전무한 한국사회의 경우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하는 일은 국가의 사활을 건 과제라 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은 이윤논리가 아닌 삶의 기본권의 문제이다. 더욱이 향후 친환경적 에너지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친환경적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 이에 따른 에너지 체제 전반의 재편이 필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중요한 과제는 검토하지도 않은 채 사기업에 대한 특혜로 일관하는 현재의 에너지 정책은 그야말로 국민의 삶을 도탄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 사기업의 경쟁과 이윤 논리에 급급한 구조개편 논리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적 에너지 체제로의 재편이라는 공생의 과제 속에서 에너지 산업, 가스 산업의 구조개편 방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사기업의 이해관계에 종속된 개편이 아니라 민중적 이해관계에 따른 개편이 우선되어야 함은 당연한 전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