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우리의 입장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악을 통한 인권유린 정당화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
지난 11월 8일 법무부는 외국인 인권보호 및 다문화 사회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보완한다며 현행 출입국관리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러나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에 관한 법률’이라는 제명의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법률로 정당화하려는 전형적인 개악 시도이다.
법무부의 개정안에 의하면 출입국공무원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떠한 통제도 없이 법위반에 대한 의심만으로 모든 외국인에 대해 검문할 수 있고, 영장도 없이 법을 위반한 외국인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장소에 출입하여 조사하고, 필요한 자료를 열람하거나 그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미등록 외국인은 단속되어 구금되는 순간 출국할 때까지 재판도 없이 무기한 인신구금을 당하게 된다. 다만 6개월에 한번 씩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거칠 뿐이다. 난민 인정자나 신청자도 난민협약상의 보호나 지원을 받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난민인정이 취소되거나 신청자체가 각하될 것을 걱정해야 한다. 게다가 제한적일지라도 지문 등 생체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는 시도 역시 매우 위험하다. 이것이 일단 법률로 허용되면, 대상을 확대하고 의무화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에 대한 강제 단속 및 연행의 권한과 요건, 절차를 명확하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특히 단속․연행․보호․긴급보호 등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수준의 실질적 감독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 것과, “강제단속은 불심검문이나 임의동행보다 훨씬 기본권 제약의 정도가 큰 공권력 행사이므로, 최소한 불심검문에 준하는 수준의 절차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같은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마저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국가기관마저 그 개선을 권고하고 있음에도 안하무인인 법무부의 작태 앞에 우리는 국가인권기구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법무부 출입국은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인권보장을 위해 국제인권법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적법절차마저 무시하며 길거리나 시장 등 공공장소에서의 무작위 불법체포와 감금은 물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장과 숙소까지 불법난입하며 무수한 인권침해를 저질러 왔다. 무고한 10명의 생명을 빼앗아 간 국가적 살인행위에 다름아닌 여수보호소 화재참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무수한 이주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조차 무시된 채 단속, 체포되고 있으며, 범죄자보다 못한 처우와 무기한의 구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런데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기는 커녕, 이제는 아예 법률까지 바꿔 불법과 인권침해로 얼룩져 온 국가적 폭력행사를 정당화하려고 하고 있다.
법무부의 법 개악시도가 계속된다면, 한국에서 더 이상 이주노동자, 난민 등 이주민의 인권은 없다. 이미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모든 이주민들이 훨씬 심각한 차별과 멸시로 인한 고통에 직면할 것이다. 법무부의 개정안은 인종, 피부색,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법률로 고착화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문제는 단지 이주노동자, 난민 등 이주민만의 문제를 넘어 전체 한국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다. 이런 차별이 정당화된다면, 그 차별의 칼날은 언제라도 사회의 다른 취약한 부분을 향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몇몇 기득권세력과 정부의 협잡으로 성적지향, 출신국적, 언어 등 7개의 핵심 차별금지사유가 삭제된 채 누더기가 되어 차별금지가 아닌 차별조장법이 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법무부의 망동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주노동자와 난민을 비롯한 모든 이주민들의 인권과 노동권 실현을 위한 투쟁을 지지하는 국내외 모든 인권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국가폭력 정당화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악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
모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즉각 합법화하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법체계를 정비하라!
2007년 11월 28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공익변호사그룹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자의힘, 다함께,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서울시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불안정노동철폐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사회진보연대,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 연구공간수유+너머,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철거민연합, 학생행동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학생행진
노무현정부의 이주노동자 운동 와해 책동을 강력 규탄한다!
- 11월 27일 이주노조 지도부 표적 단속에 부쳐
11월 27일 오전 9시경 서울경기인천이주노조 서울지부장 라주 동지가 출입국관리원에 의해 강제 연행된 데 이어 9시 30분경 서울경기인천이주노조 위원장 까지만 동지마저 근처에 잠복해있던 수십 명의 출입국관리원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다. 또 사무국장 마숨 동지를 비롯한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3인이 비슷한 시간 출입국관리원에 의해 강제 연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 8월 이후 법무부 주도하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합동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해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이주노조 조합원 22명을 포함 4000명을 상회하는 이주노동자가 강제적으로 단속, 구금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저들은 스스로 제시한 ‘적법절차’마저 위반한 채 폭행, 구타, 불법체포‧감금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일례로 어머니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장염을 앓던 생후 7개월짜리 갓난아이가 출입국보호실에 강제 수용, 방치되었으며, 심지어 퇴직금 진정 조사를 받기 위해 지방노동청에 출석한 미등록이주자가 노동청 직원들에 의해 경찰에 인계되는 황당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불법적․반인권적 작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것으로도 모자랐는지 현재 법무부는 출입국관리원의 ‘인간사냥식’ 불법 단속에 날개를 달아주는 출입국관리법 개악을 획책하고 있다. 공장이나 주거지 등에 영장도 없이 쳐들어가 단속하는 것을 법률로써 허용하는 것을 비롯하여,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범이라고 의심되는 자는 언제라도 강제 단속할 수 있도록 하고 단속 전에 발부받아야 하는 ‘긴급보호명령서’도 사후에 발부하도록 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무법과 폭력이 난무하던 이주노동자 단속 행태를 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법의 이름으로 명문화, 정당화하려는 수작을 당장 멈춰야 한다.
우리는 최근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국면에서 불거진 오늘의 이주노조 지도부 표적 단속 사태가 이주노동자 운동 전체에 대한 와해 책동이라는 점에서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오늘 예정된 서울출입국관리소 규탄 집회를 시작으로 이주노조 와해 책동 분쇄, 출입국관리법 개악 기도 저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투쟁에 힘차게 나설 것이다.
2007년 11월 2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