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운동 대응계획 진단과 향후 과제 | 이현대 경제위기가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 | 임필수 경제위기에 대한 세계 사회운동의 대응 | 류미경
세계경제를 하나의 경제질서로 통합해온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세계 각국에서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거대한 거품을 형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세계화의 중심 국가이자, 세계경제의 최종소비자 역할을 한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금융과 무역의 고리들이 세계 곳곳에서 끊어지면서 신용경색 및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고, 금융기관 파산, 수출입 축소, 주식시장의 폭락, 실물부문의 침체가 세계 각국으로 번지고 있다. 2009년 미국, 일본, 유럽이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중심부 국가가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중심부 국가의 경제위기로 인한 수요의 급감과 국제금융 불안으로 2008년 하반기 이후의 성장률 하락세가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대외 의존적 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수출 감소의 타격을 크게 받을 것이다. 나아가 투자와 소비 역시 글로벌 경기악화의 파급효과로 인해 위축될 여지가 크다. 한편 개도국 중에서도 인도나 브라질처럼 내수부문 비중이 큰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을 다른 지역에 비해 덜 받겠으나, 중동이나 러시아처럼 경제의 자원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원부국들은 에너지 자원의 생산량 감소와 국제 가격하락, 외자유출에 따른 국내 신용경색 가속으로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자본재와 중간재 공급국 역할을 했으나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축소될 것이므로 수출 위축은 불가피하며, 선진국으로 내구재 수출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3% 성장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나, 한국경제도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지난 해 말부터 완성차 업체의 감산 및 조업중단, 휴업이 전체 부품사로 확산되고 있으며, 건설과 조선업을 거느린 C&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데 이어 쌍용차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그에 따라 20-30%의 협력업체가 줄도산의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반도체 대기업도 1차 부품업체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등 기업의 위기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전체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공무원과 공공부문 금융기관 임금동결에 이어 공공부문 10% 인력감축을 강행하고 있고, 민간기업의 경우는 중소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해고, 대기업의 판매 감소와 생산량 축소에 따른 비정규직 해고 및 정규직의 희망퇴직 전환배치 임금동결, 조업단축이나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을 통해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또한 청년인턴제 실시, 최저임금법 개악,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악 등을 통해 안정된 일자리를 축소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확산하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와 노동자 민중에 대한 고통전가 과정에서 발생할 대중적 저항을 봉쇄 탄압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집시법을 비롯하여 통신비밀보호법, 국정원법, 테러방지법 등 각종 반민주 반인권 악법 제정 또는 개정을 시도하며 경찰 검찰 국정원 기무사를 동원한 사법적 통제와 공안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1. 노동자운동의 대응 현황 현재 미증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각 정치세력과 현장조직,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는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민주노총과 주요 산별노조는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투쟁본부 체계로 전화하는 등 투쟁계획을 내고 있다. 하지만 민중운동,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IMF 이후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서의 지속적인 패배와 실리주의 협조주의 노선의 강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선 노동자운동의 이념 노선 실천적 혁신의 지체로 인해 현장 노동자대중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 경향이 강화되어 왔다. 특히 현 민주노총 지도부 체제 하에서 민중운동의 연대와 신뢰를 훼손하면서까지 특정 정파의 이해를 반영한 한국진보연대의 출범,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고수, 노동자운동 내 좌파를 배제하고 시민운동 민주당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의 출범 등으로 인해 민주노총의 지도력과 단결력이 크게 훼손되어왔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취약한 지도력과 맞물려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민중운동의 공동대응이 절박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진보연대와 민생민주국민회의(준)를 중심으로 시민운동-민주당과의 공조 움직임이 강화되어 민중운동 내부의 노선 갈등이 심화되고 공동투쟁전선의 구축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 민생민주국민회의(준)와 경제공황 공동대응을 위한 연대투쟁체 한국진보연대는 논란 끝에 반쪽짜리로 출범한 이후 민중운동 내에서 합력을 창출하기보다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 등의 활동에서 시민운동진영과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결국 민중연대 투쟁 전선을 복원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정반대로 민주당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요구까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0월 25일 출범한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경제위기와 민생 파탄을 불러온 핵심 원인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집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준)는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서 현 내각의 즉각적인 총사퇴와 거국 민생내각 구성을 요구하며, 국민희망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살리기 대책위원회가 각종 경제단체,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그런데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명목 하에 시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진보연대도 이러한 흐름에 부분적으로 연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경제위기가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혹은 부정하고 있는 이런 경향은 이명박 내각 총사퇴와 거국 민생내각 혹은 여야공동정부 구성, 민주대연합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정권의 교체와 정책의 변화를 위해 자본과의 부분적인 타협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체제유지와 관리를 위해 대중운동을 관리, 분할하는 역할로 경도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지역경제 혹은 지역기업 살리기 식의 운동은 정권과 자본의 고통분담, 구조조정, 노사화합 이데올로기 공세에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편 자본주의 경제공황 상황에서 전면적 공격을 받을 고용 임금 등 노동자민중의 노동권 생존권 사수투쟁을 공동으로 전개할 것을 목표로 ‘경제공황 공동대응을 위한 연대투쟁체’가 1월 31일 전국대표자회의를 거쳐 2월 14일 결의대회 형식의 출범을 예정하고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는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정권과 자본의 시도에 맞서 전사회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투쟁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 쟁취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경제공황을 초래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노동자 국제주의에 입각하여 반제국주의 투쟁을 강화하고 근본적 대안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에는 노동자의힘, 노동자진보정당건설전국추진위(준),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노동자투쟁연대, 다함께,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회진보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진보신당,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준), 학생사회주의정치연합,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등이 참가하고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는 조직 참가를 원칙으로 하여 정치조직, 노동단체, 사회단체, 노동조합, 현장조직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이 참가할 예정이며 지역별, 산업별 현장 활동가 간담회를 추진하고 지역별 연대투쟁체를 구성하여 경제위기에 맞서는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노동자운동이 취약하고 대중투쟁이 형성되지 않는 조건에서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의 활동 전망이 밝다고 낙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상한 정세라는 인식 하에 전례 없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좌파 세력이 연대투쟁체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공황 연대투쟁체가 상호 간의 입장과 운동경험의 차이를 넘어 지역과 현장에서 노동자운동의 공동투쟁전선을 형성하고 단결과 연대를 고취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많은 운동 세력이 함께 결합하여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을 기대한다. 2)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지역본부의 투쟁계획 민주노총은 2009년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쟁취 비상투쟁본부’를 결성하고 산별대표자회의와 지역본부장단회의를 중심으로 투쟁본부를 운영하며 산하에 실업대책본부, 경제위기 고용대책본부, 국민정책 여론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009년 주요 요구로서 1) 총고용 보장 확대 및 사회안전망 강화(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 확대, 사회임금 확대 및 실업대책 마련, 교육 주거 의료 노후 4대 보장 강화) 2) 반노동 반민주 반평화통일 MB정책 폐기(부자 감세, 금융과 재벌 규제완화 중단, 신자유주의 반노동 법개악 중단 및 노동기본권 강화, 의료 시장화 4대 악법 및 공공부문 시장화 사유화 악법 폐기, 반민주 5대 악법 폐기, 반북냉전 반평화 정책 폐기) 3) 신자유주의 극복 대안 수립(금융 및 재벌에 대한 규제, ‘고용창출, 소득확대, 소비촉진, 구매력창출, 내수확대, 고용확대’의 선순환 경제구조 수립, 한반도평화체제 수립에 바탕을 둔 한반도 내수기반 확대와 대외경제 의존도 단계적 해소)을 제출했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총고용 유지 확대와 사회임금 확대 및 실업대책 등을 핵심적인 요구로 내세워 투쟁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2월 산별연맹별, 지역별 2009년 총력투쟁 선포대회 개최, 3월 산별연맹 임단협 투쟁 조기돌입 선포, 3월 초 경제위기 노동자 고통전담 강요 이명박 정권 심판 및 전체 노동자 총고용 쟁취 민주노총 총력투쟁 선포대회, 4-5월 산업별 총고용 쟁취 공동투쟁(임단협과 연계)/총고용 보장 확대를 위한 지역공동행동 조직, 5월 1일 메이데이(전국 노동자 총궐기의 날), 5월 말-6월 산별연맹별(산업별) 요구 쟁취 집중 총력투쟁, 6.10 2009년 1차 국민촛불대행진과 ‘이명박 심판! 국민총궐기의 달’, 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노조말살 신자유주의 노동법개악 저지 민주노총 총궐기(총파업) 등을 투쟁계획으로 제출하고 1월 21일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1월 8일 ‘경제위기 극복 위한 금속노조 사회선언’을 통해 △국민기본생활 보장 △모든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재벌기업 잉여금의 사회 환원 △제조업 중소기업 기반강화 등의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금속노조는 또 각 사업장에서 자행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동자 서민 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1만여 명의 실천단을 조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우선해고 등의 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예상되는 비정규법, 최저임금법 개악 및 언론악법 등 MB악법강행 저지를 위해 대국회 투쟁을 전개하고, 쌍용차 등 구조조정 사업장과 비정규직 해고와 차별 등 당면 현안투쟁을 강화, 확대함으로써 조기전선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1월 ‘노동자 서민 살리기 투쟁선포대회’와 휴업조합원 조직화 및 투쟁돌입, 2월 대정부 대자본 중앙 및 지역 쟁점화 투쟁, 2월 1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임단협 방침을 포함한 노동자 서민 살리기 총력투쟁을 결의하여 2-3월 초에 임단협 요구안 발송을 시작으로 투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노조는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총고용 보장,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 저임금, 실업 노동자 생존권 사수 △공공부문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민중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공성 확대를 핵심요구로 하여 2월 중 공공기관운영법 적용사업장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저지 총력투쟁’, 3월말 4월초 ‘공공노조 전 조합원 총회투쟁’을 전개하고, 조기에 구조조정 저지 투쟁에 힘을 모으기 위하여 △지도부의 선도투쟁, △대규모 집회 투쟁 배치, 4월~6월로 예상되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저지 투쟁 결합, 5월 규모 있는 투쟁결의대회 개최, 6월(초)에 산별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한다는 방향 하에 조직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투쟁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사회공공성 쟁취 서울지역 비상투쟁본부’를 구성하고 2월 중 전국여성노동조합연맹과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인서비스지부, 비정규투쟁 단위와 함께 경제위기 책임전가 반대와 비정규직 최저임금 투쟁을 전진배치하고 3-4월 산별노조, 단위사업장 조기 임단투 돌입 지원 및 비정규직 최저임금 공동투쟁, 5-6월 노동자 민중 총궐기에 서울동력 집중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이를 위해 노동조합 내 대응체계로서 ‘생활임금 고용보장,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노동자 기본권 쟁취 공동대책회의’와 ‘정치실천단’,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 사업단과 비정규 장기투쟁사업장 대책회의’를 설치 운영하고, 연대운동체로서 ‘반신자유주의 반이명박 서울지역 공동행동’, ‘서울지역 사회공공성 연대회의’, 비정규직 연대체(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와 함께 공동실천을 펼칠 예정이다. 전국비정규연대회의도 최근 지역별 경제위기 대응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해고금지, 생활임금 보장, 실업급여 전면화,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핵심 요구로 하여 2009년 2월 쟁점을 선도하는 투쟁대회를 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의 투쟁계획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지만 반신자유주의 운동진영은 분열로 인해 역량이 취약하고, 민주노총과 산별연맹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약화되면서 노동자운동의 주체적 상황이 대단히 취약하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노총은 1월 21일 정기대의원대회에 그 동안 반대여론에 부딪혀 유보되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을 상정한다는 방침인데, 이 안건이 원만하게 조율되지 못하고 표결이 강행될 경우 투쟁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은 지난 2008년 12월 19일 열린 중앙집행위에서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이 발의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고, 1월 16일 중앙위원회와 중앙집회위원회 등을 거쳐 대의원대회에 안건 상정 방식을 논의키로 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반적 의미의 진보정당 혹은 진보적 정치세력의 통합 권고안 수준을 넘어 ‘민주노동당 중심’ 등의 표현을 통해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배타적 지지방침을 고수하는 내용의 안건이 상정될 경우 노동자운동 내부의 정치세력 간에 갈등과 대의원 대회의 파행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민주노총의 산별노조와 현장에 대한 지도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안건이 상정된다면 경제위기에 맞선 투쟁전선의 형성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밖에도 최근 몇몇 개별 인사들이 민주노총 직선제의 유보 또는 폐기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중요한 투쟁의 시기에 선거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직선제에 따르는 문제점이 명백히 예상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도 운동세력 전반의 동의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과 방식으로 논의되지 않으면 노동자운동 내부에 갈등만을 확대할 것이다. 금속노조의 경우 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미조직, 중소사업장 노동자들부터 휴업, 해고 등에 내몰리고 있다. 대공장 또한 상대적으로 취약한 쌍용차에서 보듯 일방적 후생복지중단, 임금지급 거부, 자본철수 협박 등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저항의 기회를 제거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대공장과 중소영세사업장의 분할은 물론이고, 대공장 중에서도 취약한 사업장과 후순위 공격대상 사업장을 분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지난해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으며, 쌍용차지부 신임집행부가 당선된 직후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강제휴업에 맞서 출근투쟁을 벌였지만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최근 쌍용차지부의 요청에 따라 1월 7~8일 중앙위원회에서 뒤늦게 쌍용차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결의했다. 금속노조는 “쌍용차의 구조조정 시도는 제조업, 금속노조 사업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노조차원에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1월 15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투쟁본부 선포식을 개최하고, 20일 또는 22일 쌍용차지부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시작으로 법률 소송, 손해배상 청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투쟁 요구는 다음과 같다. △쌍용자동차 최대주주(주식 51% 소유)인 상하이 자동차의 ‘먹튀’(먹고튀기)는 수십만 노동자 서민에 대한 범죄 행위로 중국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 △“국부유출과 기술유출을 막을 수 없다”며 당사자인 쌍용차노조와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4년 쌍용차의 상하이자본 매각을 승인한 한국정부도 사태 책임의 당사자로 책임져야 한다, △정부, 산업은행은 즉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쌍용자동차를 정상화 해 15만 관련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고 지역서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정권과 자본의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는 가운데, ‘공생협약’과 정갑득 위원장의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노동자양보론’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을 통해 보도됨에 따라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1월 7일 열린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대다수 중앙위원들과 현장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좌초되긴 하였으나, 여전히 사회적 대타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력들에 의한 양보교섭이 불씨로 남아 있다. 또한 경제위기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과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어 대다수 현장이 움츠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일시적인 고용안정이 예상되는 주요 대공장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업체를 비롯하여 조선 등 부도에 직면한 사업장의 경우도 투쟁 자체가 형성되고 있지 않다. 향후 경제위기의 양상, 쌍용자동차 투쟁과 향후 구조조정 공세가 예상되는 GM대우자동차 투쟁의 전개상황, 현대 기아차 등 금속노조 주력 사업장의 대응에 따라 금속노조가 휴폐업 사업장을 포함하여 상반기 투쟁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8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통합이 좌절되면서 공공운수연맹의 조직력은 이완된 상태이며 이에 따라 산별 미전환 조직들의 결합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공공노조는 노조 중앙의 지도력이 취약하여 공공부문 대사업장에 대해 개별사업장의 투쟁을 책임지거나 전체를 묶는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다. 운수노조는 산별노조로서의 독자적인 정체성과 구심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화물, 철도, 택시 등이 개별투쟁을 전개하는 상황이라 전면적인 공동투쟁을 위한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편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공공기관 4차 선진화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많은 공공기관노조들은 자연감소(정년퇴직)+희망퇴직, 회사간부의 구조조정을 통해 3-4년 간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감소 인원이 구조조정 규모에 비해 크게 적은 일부 공공기관들을 제외하고는 현장의 긴장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2. 현 경제위기의 성격과 투쟁방향을 둘러싼 논점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대중은 고용에 대한 불안감으로 움츠려 있다.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는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투쟁 패배의 역사 속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취약해진 노동자운동이 투쟁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 때를 상기하며 일시적인 양보와 희생을 통해 경제가 회복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부르주아들이 말하는 것처럼 1-2년 혹은 2-3년 안에 해결 가능한 것인가, 혹은 장기간 지속되었던 1930년대 대불황과 유사한 대불황의 초입기인가하는 점에 따라 우리의 투쟁태세는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장기적 대불황인가, 단기적 경제위기인가 현재 경제위기의 전망을 둘러싸고 부르주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무성하다. △U자형(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 부양책 유동성 공급 덕분) △접시형(2010년 중 후반기부터 회복 시작, 각국 소극적 구조조정 등으로 회복시기 약간 늦어짐) △짧은 L자형(2010년 정도까지는 경제둔화 지속, 금융부실과 실물경기 하강 동시 진행으로 침체 길어짐, 정부 적극 대응으로 장기 불황 방지) △긴 L자형(5년 이상 지속되는 일본식 장기불황, 현재 각국의 재정 통화정책의 실효성 검증 안 됨. 지난 수년간의 버블 후유증 장기화) 등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제출되고 있는데,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과 부실 상각에 1조 4천억 달러의 비용을 예상했지만 앞으로 비용 추정치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며, 향후 내놓을 IMF의 경제지표 전망치에 하향 수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주택 및 금융부문에서 여타 실물부분(자동차 등)으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나 미국의 경제위기는 수천만에 달하는 모기지 대출자들의 부실과 카드대출의 대량 부실이 확대되고 있지만, 각종 파생상품으로 인해 채권자가 명확하지 않아 부실규모에 대한 명확한 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고도 위기설이 계속되고 있는 씨티그룹에 이어, 자산규모로 미국 1위인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마저 또다시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몰렸다.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250억 달러를 지원받은 BoA가 자체 부실이 급속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BoA에 2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고, BoA의 자산 1,180억 달러를 보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뿐이 아니라 월가에서는 웰스파고, 제이피모건체이스 등 다른 대형 상업은행들도 BoA와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최대 1,500개의 지방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동유럽 등 개발도상국의 위기 확산, 남미 브라질 헤알화 가치의 대폭 하락에 뒤이은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하락,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말레이시아 링깃이나 대만 달러의 가치하락 가능성 등 개발도상국 환율의 경쟁적 절하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이것이 현실화되면 화폐가치 불안정에 따른 국제무역 축소나, 타국의 희생 위에 자국의 번영이나 경기회복을 도모하려는 근린궁핍화정책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현저한 수입 감소로 인한 다른 나라의 성장이 감축되는 등 세계 각국 정부의 공조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실증적 분석과 이윤율 추계를 살펴본다면 현재 경제위기의 성격은 좀 더 명확해 진다. 1930년대 대공황은 미국경제가 성장하고 세계 헤게모니 국가로 등장하던 시기, 즉 이윤율의 상승시기에 발생했고, 미국은 ‘금리생활자의 안락사’와 ‘투자의 사회화’라는 케인즈주의와 뉴딜정책, 2차 세계대전(군사케인즈주의)을 통해 노동자계급에게 완전고용과 고임금을 보장하며 자본주의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라는 조건에서 발생한 것이며,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를 지나 70년대 이래 세계자본주의의 과잉축적과 이윤율 저하의 위기(케인즈주의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으로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최종적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발생한 것이다. 또한 미국주도 세계자본주의의 초민족적 성격으로 인해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의 등장을 통한 자본주의적 방식의 위기극복이 어려운 조건이며, 향후 세계는 ‘국제주의인가 야만인가’라는 역사적 갈림길에서 긴 시간대의 고통과 투쟁의 시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2010년 이후 또 다른 회복국면이 있을지라도 이때의 이윤율은 2004년의 이윤율보다 더 낮을 것이고 일시적인 회복 후에 재발할 위기상황은 달러가치 폭락, 수출달러 환류 중단이 가세하면서 1929년 대공황보다 파괴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 신자유주의 종언과 케인즈주의의 귀환?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일부 언론들은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했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국제적인 공조 아래 각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들의 국유화, 예금보장, 거시 경제적 경기부양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몰락하고 신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은 맞지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정책은 금융자본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은행의 기능을 기존의 상업은행과 결합하여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가 이루어지겠지만, 그것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하기 위한 규제이지 미국 GNP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금융자본을 근본적으로 억압하는 정책이 아니다. 프랑스와 독일도 미국식 금융시장 자본주의의 종식과 새로운 금융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지만, 국제 금융질서의 주도권 재편을 노린 발상에 불과하다. 또한 ‘신자유주의 종언’이라는 허황된 주장과 함께 많이 등장하는 논리가 ‘시장의 실패, 국가의 귀환’이다. 이는 시장과 국가를 허구적으로 대립시켜온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인데, 일부에서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두 개의 머리로서 ‘국가’와 ‘자본(시장)’을 통일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가로막고 대중들의 사고를 ‘시장주의(신자유주의)냐 국가개입이냐’는 허구적 논점에 가두어 ‘부패하고 투기화된 자본주의로서 신자유주의 비판’의 급진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갖는다. 자본주의는 국가라는 매개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으며 노동유연화와 공공부문 사유화, 광범위한 규제 완화,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 등과 같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국가가 수행해 왔다. 다만 매 시기마다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국가개입의 성격과 방식을 변형했을 뿐이다. 일부 언론의 다분히 의도적인 ‘신자유주의 종언’이라는 허황된 주장은 ‘케인즈주의의 귀환’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국유화와 거시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케인즈주의’와 동일시하고 있다. 부르주아들이 호들갑스럽게 ‘케인즈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1930년대 대불황을 ‘케인즈주의’를 통해 극복했던 것처럼 지금의 경제위기도 ‘케인즈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케인즈주의 정책의 핵심은 금융억압(금리생활자에 대한 안락사)와 적자재정(투자의 사회화), ‘자유기업주의’ 옹호이다. 따라서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해법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국유화, 예금보장, 거시 경제적 경기부양 정책은 케인즈주의의 일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온전한 의미에서 케인즈주의 정책이 아니다. 현재 미국과 세계 각국 정부는 케인즈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금융억압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자본의 생존과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지속하기 위한 부분적 규제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자본주의의 장기적인 이윤율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금융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진되었는데, 이윤율을 회복하기 위한 다른 계기(과잉축적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전쟁 혹은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의 출현)가 없는 조건에서 전면적인 금융억압은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한편 케인즈주의 정책은 자본주의 성장기에도 미국을 포함한 일부 중심부 국가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대규모 재정적자를 유지할 수 없는 한국과 같은 반주변부 국가에서 실현 가능한 정책은 아니다. 3) 자본주의 체계 변혁과 이행주체의 형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향후 경제위기 전개를 전망할 때 역사적인 대불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IMF 때와 같이 양보하고 고통을 분담하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인식에 갇혀서는 심각한 위기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정치적 전망을 개척할 수 없다. 우선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자본주의 체계, 즉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변혁이라는 전망을 가져야 한다. 부패하고 투기화된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대안세계를 건설하려면 강력한 이행의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국의 노동자운동의 주체역량은 대단히 취약한 조건이다.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수동화된 대중들이 함께 투쟁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대중투쟁의 요구와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행강령과 대중투쟁의 요구 현재 운동진영 내부에서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위한 이행강령에 대한 이해의 편차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행강령이 현 정세와 주체역량을 고려하여 대중투쟁을 형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의 요구와 주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이행강령이란 당장의 실현 가능성을 넘어 근본적 지향(사회주의)을 담는 요구와 주장이어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최근 이행강령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위기 대응과 관련한 투쟁요구를 토론과정에서도 이러한 입장차이가 드러난다. 전자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의 해결불가능성과 대안사회(사회주의)의 가치와 지향은 선전, 선동, 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지만, 투쟁요구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분할되어 있는 노동자대중의 계급적 단결,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실업자, 반실업자), 여성과 남성,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의 단결을 고취할 수 있는 대중투쟁의 요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객관적으로 대중운동이 분출하는 조건에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투쟁계획과 전망을 제출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이 대중운동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객관적,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만 착목하여 ‘급진적인 요구’를 선전, 선동하는 것으로는 대중투쟁이 형성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후자는 금융/산업/물가 노동자 통제위원회의 결성, 재벌해체 혹은 재벌 재산 몰수, 비정규직 철폐, 무상 의료 교육 주택 등 당장 현실 가능하지 않더라도 사회주의적 가치와 지향을 투쟁요구에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세기 전 ‘빵과 토지, 평화’라는 구호를 중심으로 러시아 혁명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특정한 정세에서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한다면 아주 기본적인 요구조차도 혁명적 요구로 전화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시기 우리의 요구를 케인즈주의적 요구와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다만 케인즈주의자들은 현 경제위기에 대한 자본주의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대안과 요구를 제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갖는 명백한 한계를 인식하고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변혁 없이는 현재의 위기가 해결불가능하기 때문에 역동적인 정세에 대해 대안사회를 건설하는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정세에서 대중들의 역동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는 이행요구와 투쟁계획이 필요하다. 노동권 생존권의 방어투쟁과 전면적인 금융통제의 중요성 현 시기 투쟁요구와 관련하여 자본주의의 위기와 공황이라는 조건에서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방어하는 것을 위해 투쟁하자는 데는 모두 동의하지만, 현재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문제를 건드리는 금융억압 등과 관련한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경향으로서 금융적 팽창이 자본주의 모순을 심화하고 자본주의의 붕괴를 촉진하는 상황에서 금융억압과 금융통제 요구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몇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첫째, 이런 입장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노동자, 민중의 심각한 생존의 위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억압’ 요구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재정과 공적 자금 투입에도 반대해서 자본주의가 붕괴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공적자본 투입에 대한 반대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노동력을 판매함으로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해고와 실업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파산위기의 금융기관, 기업에 선별적으로 공적 자금 지원 혹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할 수는 있어도 공적자금 투입 자체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대중으로부터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주장은 자본주의 붕괴를 선동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현 시기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해결 불가능함을 인식하고 노동자 대중운동을 통해 대안적 사회를 재건하자는 것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쟁취하는 투쟁을 통해 이행의 주체를 형성하고 자본주의 체계의 붕괴로 더 이상 지배계급이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요구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대안사회로의 이행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런 입장은 현장투쟁을 통해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는 투쟁만이 중요하다는 입장과도 맞닿아 있는데 이는 현재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한 것이다. 우선 초민족금융자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보유주식의 주가상승, 배당금, 환차익을 합쳐서 연간 수십조 원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국내에서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생산한 잉여가치의 상당액이 초민족자본의 이익으로 빼앗긴다는 말인데,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보장할 자금이 대폭 축소된다는 것이다. 또한 외자유치를 절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틈타 초민족 투기자본은 일반적으로 5년 전후를 투자기간으로 미리 설정하고 우량회사 인수 후 대규모 배당 등으로 초기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며, 애초부터 경영을 통한 장기적 이익추구 보다는 자본의 분할, 합병 및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단기적 자본이득을 추구하고, 매각 및 청산을 통해 해당 기업을 완전 정리한 후 한국을 떠나는 행태를 일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자본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셋째, 이런 입장은 한국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통해 세계자본주의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초민족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투기와 이동에 대한 규제수단을 갖지 못한다면 노동자 정치권력이 구축된다고 해도 일시에 자금이 빠져나가서 그대로 경제붕괴의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국제주의의 중요성 운동진영 일각에서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전면화되어 있는 세계자본주의의 구조적 조건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하다. 대부분의 에너지와 자원을 수입하고 2007년 국민경제에서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94.2%가 넘는 경제구조 하에서 한국사회에서 일국적인 전략은 그 제약조건이 너무 크다. 초민족화된 세계자본주의 조건에서 한국사회의 변혁은 국제주의적 시야와 전략이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다. 3. 노동자운동의 향후 과제 세계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라는 조건에서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동원하며 해고, 임금동결, 조업단축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을 통해 노동자 민중에게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관리, 통제하기 위하여 국가보안법을 통한 사회변혁운동에 대한 탄압, 집시법 개악과 테러방지법, 사이버모욕제 등을 통한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의 억압, 노동자들의 파업권의 제한 등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를 동원한 사법적 통제와 공안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1) 고통분담, 노사화합 강요에 맞서 이데올로기 투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경제위기 하에서 고용문제가 임금문제를 압도하여 사태가 개별 사업장 차원의 대응으로 축소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임금동결(실질임금 삭감)이 관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총연맹과 각 산별노조는 IMF 이후 노동자의 구조조정, 비정규직화로 고통을 전담한데 반해 재벌과 초민족자본이 그 과실을 독식한 것에 대해 폭로해야 한다. 또한 현재 재벌, 자산계층에게는 투기를 통한 부의 축적,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를 통한 천문학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정리해고와 실업의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에게는 사회복지 축소, 공공요금 인상으로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비판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노동권과 생존권을 내놓아야 하는가, 노동자 민중의 고용유지와 생존을 위해 재벌과 자산계층으로부터 축적한 부의 출연을 강제할 것인가에 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고통분담과 양보교섭은 끝없는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은 인종주의적 정서를 활용하여 이주노동자와 같이 가장 약한 고리를 먼저 공격한다. 그리고 성별 분업과 성차별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여성 우선 해고를 강행하고, 고령자와 비정규직을 순차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분할 전략에 노동자운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자본은 역으로 여성, 고령자, 비정규직의 이름으로 정규직노조를 공격하여 무력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요구를 포함할 수 있도록 요구안을 마련해야 하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하기 위해서 노동자운동 내부의 단결과 연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한국진보연대의 반쪽자리 출범과 민주노동당의 분당,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의 시민단체, 민주당 중심의 연대운동으로 인해 노동자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전선이 구축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연대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지역구 배분을 위한 공조가 가능하도록 시민단체가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현 집행부는 범 개혁진보세력의 연대와 정권교체를 하나의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정부의 주요 정책 상담자이자 집행자로서 입지를 구축한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점, 허구적 코포라티즘을 추구하며 정권과의 협상을 통해 제도적 안정성을 추구하던 노동자운동 내 일부 세력 역시 배제되었다는 점, 이명박의 대결적 대북관으로 인해 이전 정부의 지원과 후견을 받던 통일운동 역시 소외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게는 정권교체가 공통의 사활적인 과제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들 세력이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즉 첫째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당-민주노동당 공조를 매개로 하여 의회 내 야당 즉 민주당을 통한 입법 압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지방선거-총선-대선에서 범 개혁진보세력의 연대를 실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둘째로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실질적 의미에서 대중투쟁체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민주노총 통합지도부 구축, 양당 통합 촉진, 한국진보연대 재편을 통한 새로운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기구를 건설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전자의 경로에 대해서는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체제유지와 관리를 위해 대중운동을 관리, 분할하는 역할로 경도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단호하게 비판하면서 최대한 후자의 경향으로 노동자운동 내부의 단결과 연대가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월 21일 개최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올해 노동자운동의 투쟁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그 동안 몇 차례 유보되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이 안건으로 상정된다. 또한 진보정당 양당 통합권고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1월 16일 개최된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대의원대회 안건 제출과 관련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정치방침 관련하여 ‘현장정치활동 일상화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위해 민주노동당 강화를 기본으로 한 진보정당의 단결을 이루어 내 집권을 목표로 한 실질 활동과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안건이 제출되었는데, ‘민주노동당 강화를 기본으로’라는 표현의 삭제를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또한 ‘상설적 연대투쟁 구축을 목표로 했던 한국진보연대 가입이 완료되지 못하는’이라는 표현에서 ‘한국진보연대 가입문제를 삭제하고 포괄적 반이명박 반신자유주의 연대투쟁에 대한 평가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견이 제시되었다. 논의결과 ‘2008년 평가’에서 이견이 있음을 명기한 채로 정기대의원회에 올리기로 해 쟁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양자 모두 노동자운동의 첨예한 갈등을 낳을 수 있는 쟁점인데, 노동자운동의 단결된 투쟁전선의 형성을 위해서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이 무리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되며, 이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당에 대한 통합 권고안에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의 의미를 담아서는 곤란하다. 또한 직선제 실시가 정파갈등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한파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민중운동의 공동의 투쟁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요구된다. 2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경제공황 연대투쟁체’와 한국진보연대를 포함한 여러 투쟁 흐름들이 각각 현장의 투쟁을 조직하고 지역적으로 공동의 투쟁태세를 확장하면서 전국적인 공동투쟁 전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 노동자 민중의의 노동권 생존권 쟁취와 전면적인 금융통제를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경제위기 하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핵심적인 투쟁요구는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방어하는 것이다. 또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금융선진화,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 조치가 남한사회를 세계적 금융위기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한 요구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① 노동자의 노동권, 생존권 방어 • 총고용 보장 확대: 고용보장특별법 혹은 해고금지법과 같이 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구체화해야 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이를 지급할 때 실제로 고용유지를 위해 사용되도록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청기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차적으로는 자본가의 자기 출혈이 있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의 전제조건으로서 구조조정이 아닌 고용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 임금삭감 반대, 물가상승률 반영한 명목임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조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삭감에 대해 노동자들의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논리를 최소한의 방어선으로 기준임금 인상 혹은 적정 시간의 잔업수당 보존 요구, 물가인상을 반영한 정액임금 인상 요구(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축소)를 제기해야 한다. • 실업급여액 인상 및 급여 대상 확대, 최저생계비 인상, 신규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청년에겐 실업 부조제 도입 ②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초민족자본에 대한 전면통제 •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은행겸업화 중단: 화폐발행권을 가진 한국은행(독립법인)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물가안정 즉 ‘금리생활자’의 자산보호를 위한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적 정책기조를 넘어 ‘고용보장’을 거시경제 정책의 핵심 정책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정부와 의회는 중앙은행을 매개로 은행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감시를 실행해야 한다. 거대한 금융거품과 부실을 낳는 은행겸업화가 중단되어야 하며, 투기적 목적의 금융기업(헤지펀드, 사모펀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전면 규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 금융통제를 위한 제도적 전제조건으로서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산업 분리 완화 방안(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반대. 한미FTA 비준 반대. •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규제강화, 금융거래과세, 연기금의 금융투기 반대. 한편 노동자운동의 핵심 요구로 자리 잡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혹은 나누기’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 자본의 입장에서 향후 제조업 전반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조건에서 인력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전면적인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에 조업단축, 그에 따른 특근 폐지, 잔업 축소,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해 나름대로의 해고회피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하면서 희망퇴직 등을 유도하는 등 순차적으로 노동자들을 정리해 나갈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불황기의 자본의 자구노력 차원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은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며, 실질임금은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리는 만무하다. 또한 현재와 같이 경제위기가 심화되어 제조업 현장에서 생산량 감소로 인한 조업단축 혹은 중단으로 인해 잔업 특근이 사라지고 임금이 대폭 삭감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 요구로 제기할 경우 현재와 같이 운동역량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정권과 자본의 고용-임금 빅딜 구도에 말리기 쉽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대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조건으로 변형시간근로제나 임금하락을 수용하라고 나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다. 물량 없을 때 휴업하고 물량이 있을 때는 제한 없이 잔업 특근을 마음대로 시키는 것이 자본에 가장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생산량 감축을 위한 조업단축, 노동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고용보장을 요구하고 노동강도 강화에 반대해야 한다. 한편 대공장 차원에서는 ‘교대제 개선을 통한 정규직-비정규직 고용보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중요할 수 있는데, 사업장 차원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의 고용유지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자본가들의 재산이나 사내유보금의 출연 등을 통해 지역적 차원에서 부품업체의 고용유지까지 나갈 수 있다면 전국적인 투쟁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 시급히 현장투쟁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의 공포 앞에서 현장이 움츠려 있는 상황에서 현장에서부터 자본의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공세에 맞서 무기력하게 양보하지 않고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도에 직면해 있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먼저 투쟁이 발생하는 것은 어려울 뿐더러 투쟁이 발생하더라도 정세를 돌파할 수 있는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자동차 투쟁에서 지역적, 전국적 투쟁전선을 확보하는 것이 정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이자 급박한 위기에 내몰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대차, 기아차에서 힘 있는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현대자동차지부가 지난 해 1월중 주간연속 2교대제 전주공장 시범실시 합의를 사측에서 지키지 않고 있어 1월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발생을 결의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꾸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시주간근무형태인 1교대로 운영되던 전주공장은 지난 2007년 4월 주야맞교대로 전환했다. 당시 사측은 시장 확대를 위해 주야맞교대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고, 전북지역 언론과 기관, 단체들이 대거 동원해 주야맞교대 근무형태 변경에 반대하는 노조를 압박하며 일방적으로 주야맞교대를 실시했었다. 그러다가 사측은 지난 연말 ‘전주공장 버스부의 재고 누적과 사업성 악화로 1교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측의 도발에 맞서 현대차지부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 실시’를 관철하는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도록 현장 세력들이 힘을 모아야 하며, 지역적으로도 공동투쟁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힘 있는 현장투쟁 전선을 세워야 구조조정 공세가 예상되는 GM대우자동차 등 다른 사업장의 투쟁에도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고 전국적인 투쟁전선의 구축도 가능할 것이다.
2008년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가능성이 언급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었고, 원화가치는 30% 이상 폭락했다. 일상적 시기라면 원화가치가 하락할 때 수출품 가격하락으로 인해 수출량이 증가하여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게 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오히려 수출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를 보여주는 중요한 현상이자, 한국의 경제불황이 얼마나 장기화될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미 2008년 1월~11월 체감실업률이 전년에 대비해 증가했고,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머지않아 공식실업자 100만 명 돌파도 예견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경제의 위기가 드러나는 특징적 양상과 그것이 노동자에게 끼칠 영향을 검토한다. 특히 이명박정부가 제시하는 고용실업대책과 노동법 개정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살펴본다. (최근 이명박정부가 제시한 사회서비스 확충이나 녹색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계획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번 기관지에 실린 다른 필자의 글을 참조할 수 있다.) 대불황의 초입에 서있는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세계경제는 대불황의 초입에 서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 디플레이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즉 경기 침체, 불황으로 인한 시장 수요 감소, 물가 하락, 기업 경영 위축으로 인한 투자 감소 및 실업률 상승,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위기는 유동성 함정을 동반할 수 있다. 즉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인하하더라도 금리인하에 따른 소비, 투자의 확대, 주식시장 활황이 이루어지지 않고, 현금보유가 확대되고 소비와 투자는 위축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유동성 함정이 나타나면 정부정책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대불황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미국의 금융부실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미 2008년 월스트리트의 세계 5대 투자은행이 몰락했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신청을 했고,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는 각각 JP 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되었으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미국 정부는 2008년 10월 입법된 긴급경제안정화법을 통해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조성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상업은행발 2차 금융위기의 위험에 대한 경고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자산 규모로 세계 최대 금융기업인 씨티그룹은 정부의 450억 달러에 달하는 직접적인 자금지원과 부실자산에 대한 3,000억 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받았으나 여전히 자금난을 겪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있으며,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등 초대형 은행들의 부실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다. 이미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지방은행도 다수 존재하며, 정부가 지원하지 않으면 최대 1,500 개의 지방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세계 경제위기 전개를 전망할 때, 역사적인 대불황을 상기해야 한다. 1930년대 대불황은 1929년 증시붕괴가 기폭제가 되었으나 대불황으로 발전될 때 은행위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 후 국가 간 평가절하 경쟁으로 인해 블록경제가 구축되고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했다.) 따라서 미국의 은행위기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08년 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마이너스, 전년 동기 대비 0%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2008년 11월 국내수출과 수입은 동시에 마이너스 두자리 성장을 기록했다. 원화가치가 30% 이상 절하되었지만 수출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이 얼마나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자본재와 중간재(IT 제품, 석유제품, 화공품, 철강제품, 기계류 등) 공급국 역할을 했으나 세계적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축소될 것이므로 수출 위축은 불가피하다. 또한 선진국으로 내구재(자동차, 가전) 수출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개도국과의 경쟁심화로 인해 수출가격도 하락될 것이다. 또한 신용경색이 지속되면서 내수경기(민간투자와 소비)도 위축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 주가 하락 등 자산가격 하락도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한국경제의 장기불황 위험성이 높아진다면 외환위기 가능성은 언제라도 다시 고조될 수 있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를 드러내는 특징적인 양상은 다음과 같다. 국내 은행의 건전성, 수익성 악화 국내 은행은 2005년 이후로 아시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여신을 확대했다(GDP 성장률 대비 여신 성장률은 3.9배). 2005년 이후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건설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건설 관련 대출 비중이 2002년 8%에서 2008년 14.8%로 확대되었다. 부동산, 건설은 경기침체가 나타날 경우 가장 먼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부동산 경기악화로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고조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이 확대되고 있으며, 중소 조선업계이 수주감소와 무리한 설비투자로 인해 현금흐름이 악화됨에 따라 은행의 선수금 환급보증이 은행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KIKO 관련 통화옵션에서 손실이 확대되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향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의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최근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도 확대되고 있으며, 펀드판매 등 비이자이익도 감소하고 있다. 현재 은행업계의 손실 추정치는 40~60조 원이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은행의 자기자본비중이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하여 산업은행(1조 4,000억 원), 기업은행(1조 원), 신용보증기금(9,000억 원), 자산관리공사(4,000억 원) 등 국책금융기관에 5조 3600억 원을 출자하고, 1월말까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직접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도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금융지주회사는 회사채를 발행하여 자회사인 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겪는 저축은행의 대출 1조 3천억 원 어치 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부실이 심화된다면 정부의 직접적인 자금지원, 워크아웃, 은행간 인수합병 등 더욱 강도 높은 대응책이 제시될 것이다. 국내은행의 부실심화는 한국경제 위기폭발의 뇌관이 될 것이다. 기업 부실의 심화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기업 부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외환위기 당시에는 특정 기업집단들의 부실이 문제였다면, 현재는 다수 중소기업의 부실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업종과 일부 기업집단에서 비교적 큰 부실이 나타날 수 있지만, 다수의 중소기업, 특히 중소수출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둘째, 충격의 속도는 외환위기 때처럼 일시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부실의 누적효과에 따른 충격의 강도는 당시 못지 않을 것이다. 셋째, 부실기업의 파악과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 부실기업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현재 기업 부실이 대부분의 산업, 대부분의 기업에 거쳐 나타나고 있고, 지속적으로 누적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충격요법을 통한 부실 제거와 경제회생 가능성도 그리 밝지 못하다. 일단 현재 경제위기의 일차적 타격을 입고 있는 건설업, 조선업에서 2-3월 중 구조조정이 실시될 예정이다. 2008년 12월 금융감독원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건설업, 조선업 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마련하여, 은행들이 그 기준과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업은 정상(A등급), 일시적 유동성 부족(B), 부실징후(C), 부실(D)이라는 4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B등급은 신규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채권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된다. C등급은 외부자금지원이나 별도 차입 없이는 기존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기업이며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금관리인 파견,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 체결, 경영정상화 가능성 점검 등을 거쳐야 한다. 반면 D등급은 신규자금 지원이 끊어지고 대주단협약에 의한 채권행사 유예조치도 취소돼 사실상 퇴출된다. 이번 건설사, 조선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와 구조조정은 반도체ㆍ유화 등 향후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1월 15일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사 등 111개 업체에 대해 신용위험 평가를 잠정 마무리했는데, 퇴출 대상인 D등급을 받은 곳이 없는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또한 구조조정(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곳들도 건설사 12~14개사, 조선사 2~3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1월 16일 금융당국은 A, B등급으로 분류된 기업이 부도날 경우 해당 은행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은행들이 퇴출시 대손충당금 부담 등을 고려해 평가대상 업체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기업과 은행이 부실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어느 한쪽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과 은행을 망라하여 전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자회사인 쌍용자동차는 1월 9일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미국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에서 무너진 첫 번째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정부와 중국정부, 채권은행은 어느 쪽이 쌍용차에 자금을 지원하느냐를 두고 싸움을 벌여왔다.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5,900억 원에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인수협약에서 1조 2천억 원의 투자와 부채 8천 200억 원 해결을 약속했으나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언론은 희망퇴직, 임금삭감, 순환휴직 등 상하이자동차가 내놓은 인력감축안을 뛰어넘는 수준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여론몰이는 기업부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며, 이에 대한 대응은 노동자운동에게 사활적 문제가 될 것이다. 취업자 수의 감소 한국에서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임금노동자의 증가세 둔화는 주로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이는 2008년 상반기까지는 수출호조에 따라 대기업은 생산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내수부진의 영향으로 중소기업의 생산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8년 3/4분기 이후로 대기업의 생산증가율 증가도 둔화됨에 따라 전체 임금노동자 일자리 상황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취업유발계수, 즉 실질 GDP 10억 원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취업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2008년 현재 28.5). 이를 환산하면 한국 경제가 2%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뤄야만 2008년의 취업자 수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다면 취업자 수 규모가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실에서 공식 실업률 상승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공식실업률 통계계산에서 제외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고령인구가 구직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청년층의 구직기간이 늘면서 구직활동을 아예 단념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2009년 말이나 2010년 초 월평균 (정부통계상) 실업자의 수가 100만 명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조건에서 이명박정부의 고용실업대책, 노동정책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정부의 노동정책, 고용실업대책의 허구성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2009년을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규정했다. 그는 “일자리를 지키는 데 노사 화합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면서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년연설 직후 청와대 대변인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 “공기업 개혁이야말로 민간부문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길”이라고 말했고, 4대강 정비사업에 관해, “같은 돈을 투자했을 때 제조업보다 두 배 이상인 약 2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청년실업 대책으로는 정부가 이미 발표했던 공공기관 청년 인턴사원,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프로그램 WEST 등을 소개했다. 이에 덧붙여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고용유지지원금, 직업훈련 지원을 통해 일자리 유지를 지원하며, 영세자영업자와 장기실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적용을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 일자리 사업규모 확충, 청년 인턴제, 취업지원 패키지 사업, 뉴스타트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정규직 기간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정리해고제 요건 완화 등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2010년 복수노조와 전임자 급여지급 제도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고용실업 대책의 문제점 하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고용실업대책은 보수언론조차 그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휴업, 훈련, 휴직, 업종 전환의 방법으로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면 최장 9개월 동안 임금의 일부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수령요건을 완화하고, 지원금 규모를 중소기업은 임금의 2/3에서 3/4로, 대기업은 1/2에서 2/3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기에 예산 583억 원을 배정했고, 65,000명의 노동자를 실직 위기에서 구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예산규모는 대기업 몇 곳만 신청해도 지원금이 소진될 정도다. 2008년 12월 1~15일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업체는 2167곳이었는데, 지난해 10월 한 달치인 469곳의 네 배가 넘는다. 한편 2009년 노동부의 고용안정대책 예산 가운데 90%가 고용보험기금이다. 하지만 정부통계 상 544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중 60.8%인 330만여 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비정규직도 법적으로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지만 중소기업들이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률 개정과 실행에 상당한 시간이 들 것이므로, 당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저소득층 취업 패키지는 저소득층이 취업할 때까지 최장 1년 동안 무료로 상담, 직업훈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훈련 참여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없으므로 실제 저소득층이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청년인턴제는 81,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지만, 인턴 종료 후 계획이 없어 6~10개월 간 아르바이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4대 강 정비사업은 연간 63,000개, 3년간 1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통계상 건설업의 고용유발효과로 계산한 수치다. 이 사업의 문제점은 다양한 각도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일자리 창출효과의 측면에서도 하천사업이 대부분 중장비 작업이라 그 효과가 적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법 개악 이명박정부는 출범시점부터 ‘상생의 노사문화 창조’를 ‘투자환경의 획기적 개선’의 하위범주로 규정했다. 또한 노사관계에서 법치주의 확립을 내세우며 무관용에 입각한 법집행을 추진했다. 이명박정부는 노동자운동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 올해 내에 노동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지급 금지 관련 법안을 노동개악 3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비정규직법 개정을 살펴보면, 정부는 2008년 11월 10개 부처 공동으로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한 방안으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현행 2년인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기간 제한을 재계 요구대로 4년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오히려 기간제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최저임금제 개정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고령자 감액적용, 수습노동자 감액기간 연장 및 감액율 상향, 숙식비용 등 현물급여 최저임금 포함, 지역별 최저임금 도입, 결정시한 마감시 공익위원 단독결정권 부여 등이 모두 허용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도급인의 연대책임 확대, 공익위원 선출방식 개선, 감액적용과 적용제외 대상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복수노조 도입을 위한 정부의 강행 처리 최종시점은 최소한 2009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창구단일화 방안은 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로 수렴되어 왔다. (표2 참조.) 민주노총은 정부의 창구단일화 방안이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산별노조를 무력화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즉 산별노조의 특정사업장에 대한 대각선 교섭이 불가능해 질뿐 만 아니라, 다수노조로 승인되지 않은 소수노조의 경우 산별교섭에 참여할 수 없으며, 현재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라 할지라도 사업장에서 다수노조의 지위를 상실하였을 경우에는 산별교섭에 대한 참여의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자율교섭의 원칙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다양한 방안들이 제출되었다. 민주노총은 전임자의 수와 급여규모의 한도를 입법적으로 정하는 것은 노사자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의 금지는 입법적 관여사항이 아니므로 현행 노조법 상의 관련규정을 폐지할 것으로 수차례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자율교섭제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자율교섭제 및 노사자율에 의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법 개악 흐름은 노동조합의 기본활동을 크게 제약하고, 노동자 대중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것이므로 노동자운동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별사업장부터 조업단축, 생산감소로 인한 해고, 임금삭감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노동자 대중의 투쟁사기가 상당히 위축되어 있기 특단의 대응책이 요구된다. 결론 정부는 신용경색이 전반적인 은행위기로 나타나고 이것이 기업 전반의 재무악화,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 전반에 거쳐 BIS 자기자본비중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공격적인 투자를 한 몇몇 은행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유동성 함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일차적 타격을 입고 있는 건설업, 조선업과 반도체, 석유화학 산업에서 머지않아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부실이 전체 산업에 거쳐 누적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충격요법을 통한 부실 제거와 경제회생 가능성도 그리 밝지 못하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통한 일자리 유지나 다소간의 일자리 창출계획, 실업대책을 내놓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정부정책의 핵심기조이므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 확실하지만 이것이 일자리 창출이나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실업대책은 보수언론도 제기하는 것처럼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상당수의 제조업이 조업중단, 감산에 돌입하고 있고 향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대응이 시급하지만 노동자 대중의 심리상태 역시 상당히 위축되어 있다. 최근 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 설문조사 결과는 그 단편을 보여준다. (설문조사는 2008년 12월에 실시되었고, 전국 100인 이상 사업체 노사 각 500 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 노사관계가 2008년에 비해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58.8%(노 66.2%, 사 51.4%)이었고, 그 이유로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 심화(79.1%), 임금체불(9.4%), 복수노조, 전임자 등 노사관계 법개정을 둘러싼 갈등(7.0%),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4.6%)이 지적되었다. 나아가 임금동결 또는 삭감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65.5%(노 60.0%, 사 70.0%)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노동자운동의 사기저하라는 조건에서 고용보장을 위해 임금동결이나 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한층 더 기승을 부릴 수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대불황의 초입에 서있고, 한국경제 역시 장기불황이 예상되는 국면에서 집단해고, 노동신축화, 임금삭감과 같은 자본의 공격에 무기력한 대응에 머문다면 노동조합운동 자체가 약화되거나 해체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운동은 고용보장과 해고반대, 잔업특근 축소와 조업중단 등 실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자 임금 감소에 대한 임금인상 요구, 최저임금 인상, 실업급여와 사회보장 확대, 노동법 개악 반대를 내걸고 전국적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의 금융자유화를 비판하고 초민족자본에 대한 통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투쟁과 결합해야 한다. 예컨대 금융통제를 위한 제도적 전제조건으로서 금융겸업화와 대형화를 추구하는 자본시장통합법 도입과 금산분리 완화 반대, 한미FTA 비준 반대, 중앙은행에 대한 민주적 통제 등을 요구하며 노동자운동이 경제위기 대응의 지도력을 획득해야 한다.
GM대우 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 인터뷰 한재영: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최근 폭행사건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해 12월 18일 노무팀에 의한 비정규직 폭행은 앞으로 있을 투쟁에서 GM대우 자본의 폭력성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에서 바라보는 이번 사건의 성격과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GM대우 자본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대우: 폭행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비정규직지회 설립을 전후로 공장안팎에서 자행된 GM대우의 폭행은 조직적이고 상시적으로 발생해왔습니다. 이른바 ‘노무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9~10개 팀으로 편제되어 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는데 물리적 탄압에 있어서도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2일 현수막 절취에 이어 18일 새벽 조합원 폭행 사건 역시 단순히 이명박 방문에 맞춰 일회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앞으로 있을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비정규직지회는 ‘눈엣 가시’일 테니까요. 이런 사안의 성격에 반해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차분한(?) 편입니다.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과 행동의 제약이 의외로 커서 곧바로 분노로 이어지기보다는 안으로 감춰지는 성향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폭행 건은 검찰 고소에 따른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폭행 당사자로 지목받은 노무팀 직원들은 대질조사에서 “비정규직지회는 이슈화가 된다면 자해하고도 남을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면서 폭행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GM대우 역시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GM대우의 구조조정 전망과 노동자의 상태 한재영: 이번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서 1930년대 대공황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심각성은 미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로 불리던 빅3의 경영위기와 그 중 GM,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대우 지회장은 이번 경제위기가 자동차산업과 얼마만큼 연계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특히 GM본사와 GM대우에 불어닥칠 위기의 진폭과 파장의 규모가 GM대우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 입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한 현장의 정서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이대우: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과포화되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은 출혈적으로 자본을 과잉투자하여 이윤을 쥐어짜면서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켰습니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양호한 현대 기아는 ‘다른 욕심’으로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고, 하위 서열에 있는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는 위기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GM본사도 자체적인 회생능력을 상실한 채 구제금융 긴급수혈로 생명을 연장하는 처지이고 GM대우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정사실로 보이고 그 폭과 수위를 결정하는 것만 남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 역시 지난 시절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겪은 내홍을 아는 터라 사뭇 눈치를 보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분명한 건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은 사내하청, 납품사, 외주용역 등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미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단기계약직 계약해지나 희망퇴직을 가장한 강제 사직이 진행 중인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재영: 이번 경제위기는 IMF위기보다 노동자들에게 더욱 파괴적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2001년 구조조정 당시와 비교했을 때 공장의 노동자들이 위기에 대해서 느끼는 체감도는 어떠한가요? 이대우: 당시 노동자들은 ‘설마 내가’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단적으로 정리해고 통보서를 받고 나서야 다들 인정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일종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여기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경제위기의 성격 자체가 이전과 다르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보다 짙게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재영: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규모 구조조정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 모두 앞으로 닥칠 사태에 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을 텐데, 고용형태에 따라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대우: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 노동자 구분 없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점은 동일합니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정규직노동자의 경우 고용안전판으로서 비정규직을 사고하는 측면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한정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높아진 점과 한 번의 정리해고가 남긴 학습효과로서 희망퇴직은 절대 안 된다는 심적 마지노선이 내적으로 팽배해 있습니다.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경제위기 자체에서 느끼는 불안감도 있겠지만 주기적 해고와 재취업 과정의 반복에서 느끼는 만성화된 불안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차피 흘러 흘러 거쳐 가는 자리 중 하나다’라는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가 현장에서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재영: 생사의 기로에 선 GM자본은 GM대우, 특히 부평공장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할 공산이 높은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사측이 구조조정의 파괴적 효과를 관리하기 위해 미리 구조조정의 내용을 흘린다거나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있다면 그것의 성격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사측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구조조정 안의 내용과 발표 시기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대우: 현장에서는 사측의 의도와 상관없이, 치밀한 이데올로기 작업인지도 모르지만, 휴업연장에 관한 것부터 비정규직 전원 계약해지까지 구조조정과 관련한 소문이 무성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전환배치 형태의 구체적 흐름은 없지만 2~3차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종용하거나 임의적으로 공정 통폐합을 통해 잉여인력을 만들고 순환휴직을 시키는 등 개별 업체 수준에서 인력구조조정에 대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하청업체들은 마치 예견이나 한 듯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1년 단위에서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쪼개어 반복 갱신하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바꿔왔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과 시기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GM이 미국 정부에게 지원받은 구제금융 134억 달러를 반납하지 않기 위해 채권자와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고, 동시에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과 2008년 국내 회계처리 시점이 겹치는 3월을 구조조정 발표시기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GM대우자동차지부(이하 대자지부)의 1월 19일 정기대의원대회 개최와 특별단체협상(이하 특단협) 구성 및 임시대의원대회 일정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회사-대자지부-활동가 사이에 미묘한 이해관계와 구상이 복잡하게 얽혀서 구조조정 발표시점과 그 내용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3조2교대 공정 일부를 2조2교대로 변경하고, 조립2공장을 2교대에서 상시주간화로 변경하는 것이 회사 측이 던질 수 있는 유력한 구조조정 카드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고용문제와 관련하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공정축소→정규직 전환배치→비정규직 해고 순의 구조조정입니다. 물론 다른 한 축으로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 동결/삭감과 단체협약 상 복지후생 후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재영: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GM대우 자본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시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대우차 살리기’ 운동을 2001년에 이어 또다시 전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대우: 두통 환자에게 복통 약을 처방하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인천시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대우차 살리기’는 크게 인천시의 대우차 사주기 운동, 협력업체 금융 지원, 각종 홍보행사 등으로 요약되는데, 그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목적 역시 그들이 홍보하는 것처럼 내수 진작을 통한 위기탈출이 아닙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기 위한 민관의 세트플레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GM자본은 위기를 틈타 자본의 비용절감과 노사관계의 실제적 재편을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계획 중입니다. 그 구조조정의 명분 쌓기 과정에서 인천시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를 앞세워 ‘자본의 이중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꼴입니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대자지부 역시 지난해 12월 18일 인천시 주최로 열린 ‘GM대우차 사랑운동 한마음대회’에 참석했다는 점입니다. 한재영: 경제위기와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현정세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줄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01년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조합의 투쟁을 조합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러한 평가가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대우: 제가 부평공장에서 2004년부터 일했기 때문에 실제 참여하지 못한 2001년 구조조정 투쟁을 평가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노동조합운동의 위상 자체가 격변기의 위상과 무척 다르고, 현장조직들이나 조합원들의 2001년 투쟁에 대한 평가가 중층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부평공장 조합원들은 지난 구조조정의 학습효과 때문에 노동조합이 더 이상 자신들의 고용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1년 투쟁 당시 김일섭 집행부가 노동조합 내외부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급순환휴직안’을 사측에 제안하는 커다란 양보를 했지만 사측이 제안을 거부하고 1,750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그것이 결정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유실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일 할 수 있을 때 벌어놓자는 생각에 노동조합을 ‘고임금’을 따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정치투쟁을 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자신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경제투쟁을 했으면 하는 활동가들의 낮은 수준의 기대조차 반토막이 난 것이지요. 개별 조합원들이 고용을 위해서 ‘사측에 줄서기’를 하는 등 파편화된 현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2001년 구조조정의 효과가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반면 정규직 활동가들은 그러한 조합원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다시금 현장의 운동을 재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단투나 노동조합 선거 시기에 투쟁을 통한 고용안정을 강조하는 민주파 현장조직이나, 신차개발 등을 내세우며 고용안정을 내세우는 우경적인 현장조직 모두 조합원들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정리해고투쟁에 대한 평가가 정규직 활동가들의 좌표 설정의 근거로 유의미한지, 대중적으로 조합원의 인식과 행동에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한재영: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자지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요? 이대우: 잠깐 언급 했지만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이 불확정적이듯 대자지부의 대응계획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시기적 흐름으로 보았을 때 1월 19일 정기대의원대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2월말 혹은 3월초에 있을 임시대의원대회까지 특단협을 구성하고 나름의 저지선을 깔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특단협은 여러 이해가 맞물려 있습니다. 대자지부 차원으로 보자면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하고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까지 시간 확보를 통해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정규직 활동가 입장에서 보자면 이전까지 외주화를 비롯한 인원 조정이 개별적인 부서협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발생한 폐해를 사전차단하고 대자지부를 중심으로 단일한 전선을 설치하는 데 유의미하다는 판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대자지부의 경우 별다른 비판없이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에 동의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총고용 보장을 위시한 금속노조의 구조조정 관련 교섭지침이 해당 기업지부에 대한 강제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한재영: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와 같은 노동조합의 타협적 경향은 말씀하신 바처럼 우려되는 부분인데, 여기에 대한 비정규직지회의 입장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대우: 당시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가 발표되기 전까지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입장 마련을 위해 논의를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는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말 성과급을 3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는데 별 근거가 없는 것이지요. 이후에 적절한 비판과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물론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조직력이 미비한 비정규직지회의 역량이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모색 한재영: 경제위기로 많은 산하 사업장이 휴업과 폐업을 하는 등 조합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금속노조는 지난 1월 8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금속노조 대사회선언(이하 사회선언)’에서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조직체계를 ‘노동자-시민 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로의 전환하고 5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사회선언’에서 금속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 등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와 총고용 보장을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급노조 이외에 여러 사회단체 등에서도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안들의 시사점과 한계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대우: ‘총고용 보장’은 노동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형태의 해고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말합니다. 이에 반해 금속노조 내에는 정갑득 위원장의 ‘허리띠 졸라매기’ 발언과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른바 ‘공생협약’과 같은 타협적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수-진보언론을 막론하고 ‘총고용 보장’과 ‘정규직 양보’를 등치시키는 공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이것이 외부에서 이식된 것이 아니라 그 진원지 중 하나가 노조 내부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7일 금속노조 중앙위를 거쳐 ‘투본’ 전환을 결의했지만 그 실제적 내용을 두고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한편 여러 사회단체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국유화’, ‘사회적 통제’, ‘노동권과 생활권’ 등 경제위기에 대한 다양한 투쟁방안과 요구가 제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검토해 보지 못해서 함부로 말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각의 슬로건이 개별기업차원에서 어떤 방식과 효과로 드러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밀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금속노조에서 말하는 ‘총고용보장’ 요구가 단사차원의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에서는 유의미하겠지만 협상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과 한 세트로 묶이게 된다면 정규직에게는 양보를 전제로 한 임금삭감과 전환배치 형태로, 비정규직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해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원청사에 종속되어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한재영: ‘총고용 보장’과 ‘노동시간단축’이 한 세트로 묶이게 될 경우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규직의 ‘전환배치’와 비정규직의 ‘해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려 해고로 연결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대우: 공장에서 진행되는 해고를 위한 전환배치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일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핵심적인 과정만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자동차 공정의 특성상 노동시간단축은 자재서열이나 외각부서와 같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잉여인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컨베이어벨트의 경우 노동자들이 계속 라인에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잉여인력이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만들어진 정규직 잉여인력은 주로 비정규직들이 일하는 곳으로 전환배치가 됩니다. 결국 그곳에 있던 비정규직들은 계약해지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감안하지 않고 당위적으로 ‘총고용 보장’과 ‘노동시간단축’을 외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재영: 경제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비정규직의 경우 한발 앞서 일방적인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위해 12월 17일 금속비정규대표자회의를 ‘총고용보장-노동자살리기 금속비정규투쟁본부’(이하 비정규투본)로 전환하였는데 비정규투본에서 모아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요한 요구와 활동계획은 어떠한 것들인가요? 이대우: 질문에도 밝히고 있듯 현장에서는 이미 경제위기를 빙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 죽이기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비정규투본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이 예정되거나 혹은 진행중인 사업장을 상대로 선도적인 투쟁을 통해서 노조 내 상황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투쟁을 확산시키려는 것입니다. 비정규투본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희망퇴직, 강제퇴근, 강제휴업 등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해고 및 해고에 준하는 시도에 반대하고, 원하청연대회의를 구성하여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통해서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조직/이주 노동자 등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와의 연대를 통한 사회적 실천을 투쟁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한재영: 3월에 GM대우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상이라고 하셨는데, 구조조정에서 비정규직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한 비정규직지회의 역할은 비정규투본의 지역적 실천을 구체화하는 계기로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제위기 하에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인식과 구조조정에 맞선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대우: 경제위기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인식이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내심 구조조정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GM대우는 치졸하게도 직·공장(현장 관리자)을 동원하여 집회를 방해하고 천막 항의방문을 조직하면서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동시에 비정규직지회 고립화 작업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지회가 현장 여론을 주도할 만큼의 실력이 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1월말까지 현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업체/공장별 간담회를 통해 정세에 대한 단일한 인식을 확보하고 현장투쟁에 대한 태세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투쟁의 또 다른 핵심인 정규직과의 공동투쟁 역시 선언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 간 소통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역차원에서 투본 구성과 관련하여 초동논의를 진행 중이나 2월 인천지역본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무게가 실릴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면 금속, 공공, 건설 등 산별 및 연맹 차원의 투쟁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도는 십분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재영: 경제위기를 맞아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을 이용해 노동자 분할을 더욱 촉진시키고 단결을 저해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는 자본의 전략에 의해 서로 상충되는 이해를 가지고 부딪치기도 합니다.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의 이해관계가 현장에서 부딪히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운동의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대우: 해묵은 숙제를 풀어야 하는 기분이네요. 5년 남짓 공장 생활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골은 상당히 깊습니다. 비근한 예로 임금수준이나 각종 복지 후생 제도에서 정규직에 미달하는 대우를 받다보니 비정규직철폐연대가의 한 구절처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업무배치에 있어서도 조립 공장의 경우 메인라인은 정규직이, 서브라인과 자재 서열보급은 비정규직이 맡는 구조이다 보니까 마치 과거의 반상(班常)제도처럼 격이 다른 인간처럼 느껴지기 일쑤입니다. 더부살이 꼴이라고나 할까. 각기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격이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인간적인 친밀감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구조조정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는 늘 배반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어서... 해법이요? 글쎄요. 선전홍보 수준에서야 상호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음을 언제나 주장하지만 현실의 장벽이 높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1사1조직운동이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장운동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파 현장조직들이 구조조정의 위기에 대응하고 현장운동의 쇄신을 위해 결성한 가칭 대자지부 내 투쟁연대(준)의 통합 과정에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정도입니다. 한재영: 1사1조직운동과 같이 원하청 공동요구 발굴에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사안들은 ‘현실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현장운동을 쇄신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사1조직운동이 노동자 간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현장운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GM대우의 현안이기도 한 투쟁연대(준)과 비정규직지회의 상호역할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대우: 1사1조직운동이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미룰 수 없는 비정규직지회와 투쟁연대(준)의 고유한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지회는 투쟁연대(준)과 정규직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할 수 있는 공동투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당위적이고 도덕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 활동가들이 결합하면 오래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동차가 계속 굴러갈 수 있도록 기름을 넣어주는 역할을 비정규직지회가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투쟁연대(준) 역시 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투쟁의 주체임을 자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자본의 생존을 위해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지금의 정세에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1사1조직운동이 ‘정규직에 의한 비정규직 관리/통제’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직통합 후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재영: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표적인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으로 여러 동지들의 이목이 비정규직지회에 집중되어 있을 텐데, 격동의 2009년을 맞이하는 본인의 각오와 전국 곳곳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을 노동자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이대우: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까칠하다고 하기도 하고 무던하다고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왜 그렇게 느낄까에 대해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선택과 포기가 관성적 기준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희망과 절망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조급증에 빠져 버린 건 아닌지, 나의 무능력함을 지회의 무기력감으로 위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혁명문학가 루쉰의 작품 중에 저에게 강한 인상을 준 한 구절이 있습니다. 2009년을 맞이하여 저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고, 전국에서 투쟁하시는 동지들에게 힘이 될 것을 기대하며 그 구절을 소개하면서 마치겠습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홈플러스로 현장복귀 후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의 역할과 과제 교섭 타결과 이랜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출범 지난 2009년 1월 7일 이랜드노조 복직 투쟁 승리를 위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출범하였다. 2008년 11월 13일 이랜드일반노조는 추가 외주화 금지, 무기계약직 전환 등에 대해 홈플러스 사측과 조인식을 끝내고 20일 현장 복귀하였지만, 매각된 홈에버의 직원이 아니었던 구 이랜드 노조 출신 조합원들과 이랜드일반노조 간부 12명은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사회화와 노동 411호 참조). 이에 앞서 홈플러스로 복귀한 구 홈에버 조합원들은 11월 26일 조합형태변경에 관한 조합원 총회를 거쳐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12월 20일 간부선거를 마쳤다. 510일간의 파업투쟁, 성과와 한계 2007년 여름부터 시작한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한국 비정규직 투쟁사에 여러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남긴 투쟁이었다.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파업, 사업장을 넘어선 이랜드 뉴코아 공동 파업, 한국 최초의 대형마트 및 백화점 점거투쟁에서부터, 총연맹 차원에서 진행된 전 조합원에 대한 생계비 지원 약속과 20 여개 지역에서 동시에 벌어진 매장 봉쇄 투쟁, 유래 없었던 여러 사회운동 단체의 지역대책위 구성과 지역연대투쟁, 해외자본 차입을 통한 파업 무력화를 막아낸 해외원정투쟁 등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한 역사를 만들었다. 이랜드 뉴코아 투쟁의 성과는 무엇보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운동, 노동조합과 사회단체간의 연대운동, 지역연대운동 등 연대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외주화라는 이슈가 있었지만, 이랜드 뉴코아 노동조합은 정규직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파업에 함께 하였다. 특히 뉴코아 노동조합은 외주화의 대상이 아니었던 정규직 조합원까지 모두 파업에 적극적으로 함께하였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투쟁과 파업 전술까지 모두 제 사회단체와 함께 조직하고 결정하며, 사회단체들에 대한 도구적 관점을 넘어 진정성 있는 연대를 만들었고, 사회단체들 역시 그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헌신적인 자세를 보였다. 사업장이 전국에 산개해 있는 특성을 이용한 지역연대 운동 역시 노동자운동이 지역운동과 결합하기 위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단체가 결합한 지역대책위는 가장 끝까지 연대운동의 책임을 다했고, 이 중 일부는 마포 민중의 집 등 지역운동의 씨앗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한계는 510일간의 파업투쟁, 민주노총 차원의 총력 집중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승리로 투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랜드 뉴코아 투쟁은 비정규직보호법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자운동 간의 대결이었고, 투쟁의 집중도나 규모에서 2007년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었던 만큼 이후 여러 비정규직 투쟁의 시금석 중 하나였다. 홈에버에 앞서 2008년 8월 29일 사측과 합의한 뉴코아 노동조합은 외주화 철회 요구를 끝내 관철하지 못한 채, 비정규직 36명 재고용과 노조간부의 자진 퇴직으로 파업을 마무리하였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외주화 금지와 무기계약직 전환 등 일부 요구를 관철하였지만, 노조간부 12명이 자신 퇴직으로 현장을 떠나야만 했다. 이러한 결과는 비정규직 운동이 전국적 투쟁 속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감소로 이어졌다. 경제위기와 임박한 구조조정, 다시 한번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 파업투쟁이 끝났지만 홈플러스로 복귀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은 조만간 큰 투쟁을 준비해야 할 듯하다. 인수 시에도 문제가 되었던 홈에버의 부채가 여전히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홈플러스의 매출 및 영업이익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가 계속되면 홈플러스는 조만간 사활을 걸고 대량해고, 점포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야 한다. 현재 홈플러스테스코는 부채비율은 435%로 신세계 148%, 롯데마트 46%에 비해 매우 높다. 또한 2008년 8월 현재 단기성 차입금 역시 7,630억 원으로 전체 부채 2조 3천억 원 중 33%에 달한다. 한편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금융비용 대비 영업이익은 홈플러스테스코는 140%로 신세계 530%, 롯데마트 2070%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홈플러스테스코의 재무제표는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이다. 앞으로 매장 리모델링 비용과 영업손실이 더해지고,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시작된 9월 대형마트의 매출 증감율은 전년 동월 대비 -9.2%를 기록했으며, 10월 역시 -0.7%를 기록했다. 실물경제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신용평가사에서는 홈플러스테스코의 재무상황에 대해 테스코 본사의 현금 보유량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는 않다. 실재로 홈플러스테스코는 홈에버 인수에 사용한 현금 1조원의 대부분을 영국 모기업으로부터 차입해 왔고, 앞으로의 부채 역시 필요시 본사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과 평가는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 이전에나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변했다. 뉴욕과 더불어 세계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인 런던에 금융위기 폭탄을 맞은 영국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9월 예상치 0.3%보다 2.5% 하락한 -1.7%로 예상되며, 하루가 다르게 경기침체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소비 심리와 직결되는 실업률의 경우 9%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테스코의 경우 9월에 이미 한 차례 매출 예상량을 3% 가량 하향 조정한데 이어 조만간 경기침체 심화로 다시 한 번 예상량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테스코의 상황은 비단 영국 유통 시장 침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테스코의 주가는 영국에서 작년 최고점보다 47%가 하락했고, 현재에도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미국 테스코 역시 마찬가지로 작년 최고점 대비 53% 가량 하락하였다. 주가 급락과 신용경색으로 인해 테스코 본사 역시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노조재건 사업과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권 강화 운동 당장 시작해야 따라서 홈플러스가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최후의 보루 테스코 본사가 홈플러스테스코를 지원할 여력이 없어지면 홈플러스테스코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은 다시금 자신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정리해고 및 임금 삭감 등을 감행할 것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의 점포 중 가양, 구월, 원천, 둔산, 해운대, 칠곡, 전주 등 중복 투자 성격이 강한 점포에 대한 매각 및 폐쇄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 또한 크다. 현장으로 복귀한 이랜드일반노조는 이제 임박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책을 당장 세워나가야 한다. 사회단체와 반년 넘게 진행된 비조합원 조직화 활동 및 선전전, 비정규직보호법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교육 등 2007년의 투쟁이 1년 넘는 준비를 통해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지도부가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해 노동조합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까르푸 노조 건설부터 파업투쟁까지 리더십을 발휘한 위원장과 간부들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 투쟁을 통해 노조 활동을 처음 경험해본 지부장과 조합원들이 사측의 교묘한 탄압과 파업 투쟁 이후의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최악의 기업가 박성수와도 싸웠다는 자신감과 파업투쟁 중에 만들었던 소중한 연대 단위와의 협조를 강화한다면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투쟁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장으로 복귀하는 노조원들은 우선 무엇보다 파업투쟁에 함께하지 못한 700여 조합원들과 관계를 원활히 만들어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던 서울지하철노조가 1999년 파업 이후 현장 복귀 과정에서 이탈 조합원들과 현장에서 갈등하며 조직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던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 감정적 문제들이 없을 수는 없으나 조직의 복구가 첫 번째 목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임단협이 마무리되어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현장 정서를 감안하면 현장에서의 조합원 간의 갈등은 조합 붕괴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제 위기 과정에서 사측이 동원할 회사 살리기 식의 여론전과 임단협 과정에서 맺은 3년간 무쟁의선언 역시 노조 활동의 큰 장애가 될 것이다. 공동투쟁을 벌인 뉴코아 노동조합에 대해 사측이 복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뉴코아살리기운동본부’를 조직해 노조 파괴에 성공한 예가 있다. 특히 조만간 복수노조가 사업장에서부터 허용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없는 기존 홈플러스의 노동자들을 이용한 어용노조 조직은 사측이 꺼낼 수 있는 손쉬운 카드다. 이러한 구사심 이데올로기와 어용노조 조직에 대해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단체와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월드컵 지대위, 인천 지대위가 연대 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결합되어 보편적 요구와 정당성을 획득했을 때 사측과 보다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따라서 복귀하지 못한 조합 간부들과 지금까지 헌신적인 연대를 진행해온 사회단체들은 비정규직 문제 및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권 운동을 보다 활기차게 진행하며 현장을 엄호해야 한다. 서비스연맹에서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과 같은 건강권 캠페인부터 장시간 저임금 노동조건, 사측에 의한 노동조합 탄압 및 비인간적 현장 통제 등 다양한 주제와 이슈에 대해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복귀하지 못한 조합 간부들을 사회운동이 다시금 현장과 지역을 잇는 가교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전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내었고, 510일간의 파업투쟁과 지역연대운동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낸 이랜드 투쟁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