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비정규직지회 이대우 지회장 인터뷰 한재영: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최근 폭행사건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해 12월 18일 노무팀에 의한 비정규직 폭행은 앞으로 있을 투쟁에서 GM대우 자본의 폭력성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에서 바라보는 이번 사건의 성격과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GM대우 자본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대우: 폭행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비정규직지회 설립을 전후로 공장안팎에서 자행된 GM대우의 폭행은 조직적이고 상시적으로 발생해왔습니다. 이른바 ‘노무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9~10개 팀으로 편제되어 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는데 물리적 탄압에 있어서도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2일 현수막 절취에 이어 18일 새벽 조합원 폭행 사건 역시 단순히 이명박 방문에 맞춰 일회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앞으로 있을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들이 보기에 비정규직지회는 ‘눈엣 가시’일 테니까요. 이런 사안의 성격에 반해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차분한(?) 편입니다.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과 행동의 제약이 의외로 커서 곧바로 분노로 이어지기보다는 안으로 감춰지는 성향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폭행 건은 검찰 고소에 따른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데 폭행 당사자로 지목받은 노무팀 직원들은 대질조사에서 “비정규직지회는 이슈화가 된다면 자해하고도 남을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면서 폭행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GM대우 역시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GM대우의 구조조정 전망과 노동자의 상태 한재영: 이번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서 1930년대 대공황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위기의 심각성은 미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로 불리던 빅3의 경영위기와 그 중 GM,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대우 지회장은 이번 경제위기가 자동차산업과 얼마만큼 연계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특히 GM본사와 GM대우에 불어닥칠 위기의 진폭과 파장의 규모가 GM대우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 입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한 현장의 정서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이대우: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과포화되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산업은 출혈적으로 자본을 과잉투자하여 이윤을 쥐어짜면서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켰습니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양호한 현대 기아는 ‘다른 욕심’으로 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고, 하위 서열에 있는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는 위기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GM본사도 자체적인 회생능력을 상실한 채 구제금융 긴급수혈로 생명을 연장하는 처지이고 GM대우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정사실로 보이고 그 폭과 수위를 결정하는 것만 남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 역시 지난 시절 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겪은 내홍을 아는 터라 사뭇 눈치를 보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분명한 건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은 사내하청, 납품사, 외주용역 등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미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단기계약직 계약해지나 희망퇴직을 가장한 강제 사직이 진행 중인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재영: 이번 경제위기는 IMF위기보다 노동자들에게 더욱 파괴적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2001년 구조조정 당시와 비교했을 때 공장의 노동자들이 위기에 대해서 느끼는 체감도는 어떠한가요? 이대우: 당시 노동자들은 ‘설마 내가’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단적으로 정리해고 통보서를 받고 나서야 다들 인정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일종의 ‘근거 없는 낙관주의’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여기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경제위기의 성격 자체가 이전과 다르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보다 짙게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재영: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규모 구조조정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 모두 앞으로 닥칠 사태에 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을 텐데, 고용형태에 따라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대우: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 노동자 구분 없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점은 동일합니다. 다소 차이가 있다면 정규직노동자의 경우 고용안전판으로서 비정규직을 사고하는 측면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한정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높아진 점과 한 번의 정리해고가 남긴 학습효과로서 희망퇴직은 절대 안 된다는 심적 마지노선이 내적으로 팽배해 있습니다.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경제위기 자체에서 느끼는 불안감도 있겠지만 주기적 해고와 재취업 과정의 반복에서 느끼는 만성화된 불안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차피 흘러 흘러 거쳐 가는 자리 중 하나다’라는 다소 냉소적인 분위기가 현장에서 지배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재영: 생사의 기로에 선 GM자본은 GM대우, 특히 부평공장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할 공산이 높은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사측이 구조조정의 파괴적 효과를 관리하기 위해 미리 구조조정의 내용을 흘린다거나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있다면 그것의 성격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사측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구조조정 안의 내용과 발표 시기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대우: 현장에서는 사측의 의도와 상관없이, 치밀한 이데올로기 작업인지도 모르지만, 휴업연장에 관한 것부터 비정규직 전원 계약해지까지 구조조정과 관련한 소문이 무성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전환배치 형태의 구체적 흐름은 없지만 2~3차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종용하거나 임의적으로 공정 통폐합을 통해 잉여인력을 만들고 순환휴직을 시키는 등 개별 업체 수준에서 인력구조조정에 대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가능한 이유는 하청업체들은 마치 예견이나 한 듯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1년 단위에서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쪼개어 반복 갱신하는 형태로 지속적으로 바꿔왔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의 구체적 내용과 시기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GM이 미국 정부에게 지원받은 구제금융 134억 달러를 반납하지 않기 위해 채권자와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고, 동시에 독자생존의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과 2008년 국내 회계처리 시점이 겹치는 3월을 구조조정 발표시기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GM대우자동차지부(이하 대자지부)의 1월 19일 정기대의원대회 개최와 특별단체협상(이하 특단협) 구성 및 임시대의원대회 일정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회사-대자지부-활동가 사이에 미묘한 이해관계와 구상이 복잡하게 얽혀서 구조조정 발표시점과 그 내용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3조2교대 공정 일부를 2조2교대로 변경하고, 조립2공장을 2교대에서 상시주간화로 변경하는 것이 회사 측이 던질 수 있는 유력한 구조조정 카드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고용문제와 관련하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공정축소→정규직 전환배치→비정규직 해고 순의 구조조정입니다. 물론 다른 한 축으로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 동결/삭감과 단체협약 상 복지후생 후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재영: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GM대우 자본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시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대우차 살리기’ 운동을 2001년에 이어 또다시 전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이대우: 두통 환자에게 복통 약을 처방하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인천시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대우차 살리기’는 크게 인천시의 대우차 사주기 운동, 협력업체 금융 지원, 각종 홍보행사 등으로 요약되는데, 그 효과가 미미할 뿐더러 목적 역시 그들이 홍보하는 것처럼 내수 진작을 통한 위기탈출이 아닙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기 위한 민관의 세트플레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GM자본은 위기를 틈타 자본의 비용절감과 노사관계의 실제적 재편을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계획 중입니다. 그 구조조정의 명분 쌓기 과정에서 인천시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를 앞세워 ‘자본의 이중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꼴입니다. 게다가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대자지부 역시 지난해 12월 18일 인천시 주최로 열린 ‘GM대우차 사랑운동 한마음대회’에 참석했다는 점입니다. 한재영: 경제위기와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현정세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줄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2001년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조합의 투쟁을 조합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러한 평가가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대우: 제가 부평공장에서 2004년부터 일했기 때문에 실제 참여하지 못한 2001년 구조조정 투쟁을 평가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노동조합운동의 위상 자체가 격변기의 위상과 무척 다르고, 현장조직들이나 조합원들의 2001년 투쟁에 대한 평가가 중층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부평공장 조합원들은 지난 구조조정의 학습효과 때문에 노동조합이 더 이상 자신들의 고용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1년 투쟁 당시 김일섭 집행부가 노동조합 내외부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무급순환휴직안’을 사측에 제안하는 커다란 양보를 했지만 사측이 제안을 거부하고 1,750명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그것이 결정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를 유실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일 할 수 있을 때 벌어놓자는 생각에 노동조합을 ‘고임금’을 따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정치투쟁을 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자신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경제투쟁을 했으면 하는 활동가들의 낮은 수준의 기대조차 반토막이 난 것이지요. 개별 조합원들이 고용을 위해서 ‘사측에 줄서기’를 하는 등 파편화된 현장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2001년 구조조정의 효과가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을 바꿔놓은 반면 정규직 활동가들은 그러한 조합원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다시금 현장의 운동을 재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단투나 노동조합 선거 시기에 투쟁을 통한 고용안정을 강조하는 민주파 현장조직이나, 신차개발 등을 내세우며 고용안정을 내세우는 우경적인 현장조직 모두 조합원들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정리해고투쟁에 대한 평가가 정규직 활동가들의 좌표 설정의 근거로 유의미한지, 대중적으로 조합원의 인식과 행동에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한재영: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자지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나요? 이대우: 잠깐 언급 했지만 회사의 구조조정 계획이 불확정적이듯 대자지부의 대응계획 역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시기적 흐름으로 보았을 때 1월 19일 정기대의원대회가 예정된 상황에서 2월말 혹은 3월초에 있을 임시대의원대회까지 특단협을 구성하고 나름의 저지선을 깔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특단협은 여러 이해가 맞물려 있습니다. 대자지부 차원으로 보자면 사안 자체가 워낙 민감하고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까지 시간 확보를 통해 대비하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정규직 활동가 입장에서 보자면 이전까지 외주화를 비롯한 인원 조정이 개별적인 부서협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발생한 폐해를 사전차단하고 대자지부를 중심으로 단일한 전선을 설치하는 데 유의미하다는 판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대자지부의 경우 별다른 비판없이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에 동의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총고용 보장을 위시한 금속노조의 구조조정 관련 교섭지침이 해당 기업지부에 대한 강제력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한재영: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와 같은 노동조합의 타협적 경향은 말씀하신 바처럼 우려되는 부분인데, 여기에 대한 비정규직지회의 입장은 어떤 것이었나요? 이대우: 당시 ‘연말 성과급 3개월 유예’가 발표되기 전까지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입장 마련을 위해 논의를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는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말 성과급을 3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는데 별 근거가 없는 것이지요. 이후에 적절한 비판과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물론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조직력이 미비한 비정규직지회의 역량이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대응방안 모색 한재영: 경제위기로 많은 산하 사업장이 휴업과 폐업을 하는 등 조합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금속노조는 지난 1월 8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금속노조 대사회선언(이하 사회선언)’에서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조직체계를 ‘노동자-시민 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로의 전환하고 5대 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사회선언’에서 금속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 등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와 총고용 보장을 핵심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상급노조 이외에 여러 사회단체 등에서도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안들의 시사점과 한계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대우: ‘총고용 보장’은 노동자에게 행해지는 모든 형태의 해고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말합니다. 이에 반해 금속노조 내에는 정갑득 위원장의 ‘허리띠 졸라매기’ 발언과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른바 ‘공생협약’과 같은 타협적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보수-진보언론을 막론하고 ‘총고용 보장’과 ‘정규직 양보’를 등치시키는 공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이것이 외부에서 이식된 것이 아니라 그 진원지 중 하나가 노조 내부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7일 금속노조 중앙위를 거쳐 ‘투본’ 전환을 결의했지만 그 실제적 내용을 두고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한편 여러 사회단체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국유화’, ‘사회적 통제’, ‘노동권과 생활권’ 등 경제위기에 대한 다양한 투쟁방안과 요구가 제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검토해 보지 못해서 함부로 말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각각의 슬로건이 개별기업차원에서 어떤 방식과 효과로 드러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밀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금속노조에서 말하는 ‘총고용보장’ 요구가 단사차원의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에서는 유의미하겠지만 협상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과 한 세트로 묶이게 된다면 정규직에게는 양보를 전제로 한 임금삭감과 전환배치 형태로, 비정규직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해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또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서 원청사에 종속되어 있는 부품사 노동자들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한재영: ‘총고용 보장’과 ‘노동시간단축’이 한 세트로 묶이게 될 경우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정규직의 ‘전환배치’와 비정규직의 ‘해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려 해고로 연결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대우: 공장에서 진행되는 해고를 위한 전환배치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일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핵심적인 과정만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자동차 공정의 특성상 노동시간단축은 자재서열이나 외각부서와 같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잉여인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컨베이어벨트의 경우 노동자들이 계속 라인에 붙어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잉여인력이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만들어진 정규직 잉여인력은 주로 비정규직들이 일하는 곳으로 전환배치가 됩니다. 결국 그곳에 있던 비정규직들은 계약해지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감안하지 않고 당위적으로 ‘총고용 보장’과 ‘노동시간단축’을 외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재영: 경제위기에서 가장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비정규직의 경우 한발 앞서 일방적인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위해 12월 17일 금속비정규대표자회의를 ‘총고용보장-노동자살리기 금속비정규투쟁본부’(이하 비정규투본)로 전환하였는데 비정규투본에서 모아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요한 요구와 활동계획은 어떠한 것들인가요? 이대우: 질문에도 밝히고 있듯 현장에서는 이미 경제위기를 빙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정리해고, 임금삭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 죽이기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비정규투본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이 예정되거나 혹은 진행중인 사업장을 상대로 선도적인 투쟁을 통해서 노조 내 상황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투쟁을 확산시키려는 것입니다. 비정규투본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희망퇴직, 강제퇴근, 강제휴업 등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해고 및 해고에 준하는 시도에 반대하고, 원하청연대회의를 구성하여 정규직과의 공동투쟁을 통해서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조직/이주 노동자 등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와의 연대를 통한 사회적 실천을 투쟁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한재영: 3월에 GM대우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예상이라고 하셨는데, 구조조정에서 비정규직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한 비정규직지회의 역할은 비정규투본의 지역적 실천을 구체화하는 계기로서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제위기 하에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인식과 구조조정에 맞선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계획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대우: 경제위기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부평공장 노동자들의 인식이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내심 구조조정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불편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GM대우는 치졸하게도 직·공장(현장 관리자)을 동원하여 집회를 방해하고 천막 항의방문을 조직하면서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동시에 비정규직지회 고립화 작업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지회가 현장 여론을 주도할 만큼의 실력이 되지 못하는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1월말까지 현장 조합원을 대상으로 업체/공장별 간담회를 통해 정세에 대한 단일한 인식을 확보하고 현장투쟁에 대한 태세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투쟁의 또 다른 핵심인 정규직과의 공동투쟁 역시 선언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정규직-비정규직-사무직 간 소통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역차원에서 투본 구성과 관련하여 초동논의를 진행 중이나 2월 인천지역본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무게가 실릴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반면 금속, 공공, 건설 등 산별 및 연맹 차원의 투쟁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도는 십분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재영: 경제위기를 맞아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을 이용해 노동자 분할을 더욱 촉진시키고 단결을 저해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는 자본의 전략에 의해 서로 상충되는 이해를 가지고 부딪치기도 합니다. 하청노동자와 원청노동자의 이해관계가 현장에서 부딪히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운동의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대우: 해묵은 숙제를 풀어야 하는 기분이네요. 5년 남짓 공장 생활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골은 상당히 깊습니다. 비근한 예로 임금수준이나 각종 복지 후생 제도에서 정규직에 미달하는 대우를 받다보니 비정규직철폐연대가의 한 구절처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기본이고 업무배치에 있어서도 조립 공장의 경우 메인라인은 정규직이, 서브라인과 자재 서열보급은 비정규직이 맡는 구조이다 보니까 마치 과거의 반상(班常)제도처럼 격이 다른 인간처럼 느껴지기 일쑤입니다. 더부살이 꼴이라고나 할까. 각기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격이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인간적인 친밀감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구조조정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는 늘 배반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어서... 해법이요? 글쎄요. 선전홍보 수준에서야 상호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음을 언제나 주장하지만 현실의 장벽이 높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1사1조직운동이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장운동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파 현장조직들이 구조조정의 위기에 대응하고 현장운동의 쇄신을 위해 결성한 가칭 대자지부 내 투쟁연대(준)의 통합 과정에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정도입니다. 한재영: 1사1조직운동과 같이 원하청 공동요구 발굴에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사안들은 ‘현실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현장운동을 쇄신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사1조직운동이 노동자 간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현장운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GM대우의 현안이기도 한 투쟁연대(준)과 비정규직지회의 상호역할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대우: 1사1조직운동이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미룰 수 없는 비정규직지회와 투쟁연대(준)의 고유한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비정규직지회는 투쟁연대(준)과 정규직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할 수 있는 공동투쟁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경험에 비춰봤을 때 당위적이고 도덕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 활동가들이 결합하면 오래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동차가 계속 굴러갈 수 있도록 기름을 넣어주는 역할을 비정규직지회가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투쟁연대(준) 역시 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투쟁의 주체임을 자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자본의 생존을 위해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지금의 정세에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1사1조직운동이 ‘정규직에 의한 비정규직 관리/통제’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직통합 후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재영: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표적인 비정규직 장기투쟁사업장으로 여러 동지들의 이목이 비정규직지회에 집중되어 있을 텐데, 격동의 2009년을 맞이하는 본인의 각오와 전국 곳곳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을 노동자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이대우: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까칠하다고 하기도 하고 무던하다고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왜 그렇게 느낄까에 대해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선택과 포기가 관성적 기준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희망과 절망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조급증에 빠져 버린 건 아닌지, 나의 무능력함을 지회의 무기력감으로 위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혁명문학가 루쉰의 작품 중에 저에게 강한 인상을 준 한 구절이 있습니다. 2009년을 맞이하여 저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고, 전국에서 투쟁하시는 동지들에게 힘이 될 것을 기대하며 그 구절을 소개하면서 마치겠습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홈플러스로 현장복귀 후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의 역할과 과제 교섭 타결과 이랜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출범 지난 2009년 1월 7일 이랜드노조 복직 투쟁 승리를 위한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출범하였다. 2008년 11월 13일 이랜드일반노조는 추가 외주화 금지, 무기계약직 전환 등에 대해 홈플러스 사측과 조인식을 끝내고 20일 현장 복귀하였지만, 매각된 홈에버의 직원이 아니었던 구 이랜드 노조 출신 조합원들과 이랜드일반노조 간부 12명은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사회화와 노동 411호 참조). 이에 앞서 홈플러스로 복귀한 구 홈에버 조합원들은 11월 26일 조합형태변경에 관한 조합원 총회를 거쳐 홈플러스테스코노동조합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12월 20일 간부선거를 마쳤다. 510일간의 파업투쟁, 성과와 한계 2007년 여름부터 시작한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한국 비정규직 투쟁사에 여러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남긴 투쟁이었다.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파업, 사업장을 넘어선 이랜드 뉴코아 공동 파업, 한국 최초의 대형마트 및 백화점 점거투쟁에서부터, 총연맹 차원에서 진행된 전 조합원에 대한 생계비 지원 약속과 20 여개 지역에서 동시에 벌어진 매장 봉쇄 투쟁, 유래 없었던 여러 사회운동 단체의 지역대책위 구성과 지역연대투쟁, 해외자본 차입을 통한 파업 무력화를 막아낸 해외원정투쟁 등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한 역사를 만들었다. 이랜드 뉴코아 투쟁의 성과는 무엇보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운동, 노동조합과 사회단체간의 연대운동, 지역연대운동 등 연대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외주화라는 이슈가 있었지만, 이랜드 뉴코아 노동조합은 정규직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파업에 함께 하였다. 특히 뉴코아 노동조합은 외주화의 대상이 아니었던 정규직 조합원까지 모두 파업에 적극적으로 함께하였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투쟁과 파업 전술까지 모두 제 사회단체와 함께 조직하고 결정하며, 사회단체들에 대한 도구적 관점을 넘어 진정성 있는 연대를 만들었고, 사회단체들 역시 그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헌신적인 자세를 보였다. 사업장이 전국에 산개해 있는 특성을 이용한 지역연대 운동 역시 노동자운동이 지역운동과 결합하기 위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지역 사회단체가 결합한 지역대책위는 가장 끝까지 연대운동의 책임을 다했고, 이 중 일부는 마포 민중의 집 등 지역운동의 씨앗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한계는 510일간의 파업투쟁, 민주노총 차원의 총력 집중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승리로 투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랜드 뉴코아 투쟁은 비정규직보호법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자운동 간의 대결이었고, 투쟁의 집중도나 규모에서 2007년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었던 만큼 이후 여러 비정규직 투쟁의 시금석 중 하나였다. 홈에버에 앞서 2008년 8월 29일 사측과 합의한 뉴코아 노동조합은 외주화 철회 요구를 끝내 관철하지 못한 채, 비정규직 36명 재고용과 노조간부의 자진 퇴직으로 파업을 마무리하였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외주화 금지와 무기계약직 전환 등 일부 요구를 관철하였지만, 노조간부 12명이 자신 퇴직으로 현장을 떠나야만 했다. 이러한 결과는 비정규직 운동이 전국적 투쟁 속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감소로 이어졌다. 경제위기와 임박한 구조조정, 다시 한번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 파업투쟁이 끝났지만 홈플러스로 복귀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은 조만간 큰 투쟁을 준비해야 할 듯하다. 인수 시에도 문제가 되었던 홈에버의 부채가 여전히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홈플러스의 매출 및 영업이익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가 계속되면 홈플러스는 조만간 사활을 걸고 대량해고, 점포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야 한다. 현재 홈플러스테스코는 부채비율은 435%로 신세계 148%, 롯데마트 46%에 비해 매우 높다. 또한 2008년 8월 현재 단기성 차입금 역시 7,630억 원으로 전체 부채 2조 3천억 원 중 33%에 달한다. 한편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금융비용 대비 영업이익은 홈플러스테스코는 140%로 신세계 530%, 롯데마트 2070%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홈플러스테스코의 재무제표는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이다. 앞으로 매장 리모델링 비용과 영업손실이 더해지고,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시작된 9월 대형마트의 매출 증감율은 전년 동월 대비 -9.2%를 기록했으며, 10월 역시 -0.7%를 기록했다. 실물경제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신용평가사에서는 홈플러스테스코의 재무상황에 대해 테스코 본사의 현금 보유량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는 않다. 실재로 홈플러스테스코는 홈에버 인수에 사용한 현금 1조원의 대부분을 영국 모기업으로부터 차입해 왔고, 앞으로의 부채 역시 필요시 본사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과 평가는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 이전에나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변했다. 뉴욕과 더불어 세계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인 런던에 금융위기 폭탄을 맞은 영국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9월 예상치 0.3%보다 2.5% 하락한 -1.7%로 예상되며, 하루가 다르게 경기침체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소비 심리와 직결되는 실업률의 경우 9%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테스코의 경우 9월에 이미 한 차례 매출 예상량을 3% 가량 하향 조정한데 이어 조만간 경기침체 심화로 다시 한 번 예상량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테스코의 상황은 비단 영국 유통 시장 침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테스코의 주가는 영국에서 작년 최고점보다 47%가 하락했고, 현재에도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미국 테스코 역시 마찬가지로 작년 최고점 대비 53% 가량 하락하였다. 주가 급락과 신용경색으로 인해 테스코 본사 역시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노조재건 사업과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권 강화 운동 당장 시작해야 따라서 홈플러스가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최후의 보루 테스코 본사가 홈플러스테스코를 지원할 여력이 없어지면 홈플러스테스코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은 다시금 자신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정리해고 및 임금 삭감 등을 감행할 것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의 점포 중 가양, 구월, 원천, 둔산, 해운대, 칠곡, 전주 등 중복 투자 성격이 강한 점포에 대한 매각 및 폐쇄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 또한 크다. 현장으로 복귀한 이랜드일반노조는 이제 임박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책을 당장 세워나가야 한다. 사회단체와 반년 넘게 진행된 비조합원 조직화 활동 및 선전전, 비정규직보호법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교육 등 2007년의 투쟁이 1년 넘는 준비를 통해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지도부가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해 노동조합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까르푸 노조 건설부터 파업투쟁까지 리더십을 발휘한 위원장과 간부들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 투쟁을 통해 노조 활동을 처음 경험해본 지부장과 조합원들이 사측의 교묘한 탄압과 파업 투쟁 이후의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최악의 기업가 박성수와도 싸웠다는 자신감과 파업투쟁 중에 만들었던 소중한 연대 단위와의 협조를 강화한다면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투쟁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장으로 복귀하는 노조원들은 우선 무엇보다 파업투쟁에 함께하지 못한 700여 조합원들과 관계를 원활히 만들어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던 서울지하철노조가 1999년 파업 이후 현장 복귀 과정에서 이탈 조합원들과 현장에서 갈등하며 조직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던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 감정적 문제들이 없을 수는 없으나 조직의 복구가 첫 번째 목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임단협이 마무리되어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현장 정서를 감안하면 현장에서의 조합원 간의 갈등은 조합 붕괴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제 위기 과정에서 사측이 동원할 회사 살리기 식의 여론전과 임단협 과정에서 맺은 3년간 무쟁의선언 역시 노조 활동의 큰 장애가 될 것이다. 공동투쟁을 벌인 뉴코아 노동조합에 대해 사측이 복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뉴코아살리기운동본부’를 조직해 노조 파괴에 성공한 예가 있다. 특히 조만간 복수노조가 사업장에서부터 허용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없는 기존 홈플러스의 노동자들을 이용한 어용노조 조직은 사측이 꺼낼 수 있는 손쉬운 카드다. 이러한 구사심 이데올로기와 어용노조 조직에 대해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단체와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월드컵 지대위, 인천 지대위가 연대 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결합되어 보편적 요구와 정당성을 획득했을 때 사측과 보다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따라서 복귀하지 못한 조합 간부들과 지금까지 헌신적인 연대를 진행해온 사회단체들은 비정규직 문제 및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권 운동을 보다 활기차게 진행하며 현장을 엄호해야 한다. 서비스연맹에서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과 같은 건강권 캠페인부터 장시간 저임금 노동조건, 사측에 의한 노동조합 탄압 및 비인간적 현장 통제 등 다양한 주제와 이슈에 대해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복귀하지 못한 조합 간부들을 사회운동이 다시금 현장과 지역을 잇는 가교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전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내었고, 510일간의 파업투쟁과 지역연대운동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낸 이랜드 투쟁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 재편 흐름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핵심적인 수단은 민영화와 민간위탁이다. 민영화와 민간위탁은 공공기관의 소유권이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으로 1997년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공공부문의 효율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 경쟁의 촉매이자 일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러한 기조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쳐 이명박 정권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방향은 세 정권 하에서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드러난다. 김대중 정권은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며 기관 통폐합 및 축소 등 형식적 감축과 정원축소, 전환배치 등 경량화를 추진했다. 노무현 정권은 법제도 정비를 통해 기업적 경영기법을 전 공공기관에 확산시켰다. ‘공공기관 운영법’, ‘공기업, 준정부기관 경영 및 혁신에 관한 지침’, ‘총액인건비제’ 등 공공부문 시장화의 근거가 되는 법안과 제도들이 노무현 정권 시절 도입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전 정권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모아놓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권이 발표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및 ‘지방조직 개편안’은 노무현 정권 시기 제정된 법제도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의 기업적 운영 원칙과 경영기법을 확립하는 한편, 공기업과 지자체 공공기관에 대한 형식적 감축과 경량화를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방식이 등장하면 보통 일부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제도화나 표준화를 거쳐 일반적으로 적용하는데, 민영화와 민간위탁의 전개과정도 이런 수순을 따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은 경제위기 극복 담론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며 이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거센 저항이 폭발했던 시기다. 이런 배경에서 정부는 개별 기관들을 시범적으로 민영화하거나 민간위탁하여 공공부문에서 시장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초기 수순을 밟은 것이다. 이에 비해 노무현 정부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대한 거센 저항을 목도한 후 외형적 구조조정보다는 법제화와 경영기법 확산에 치중하면서, 구조조정의 완급을 조절하고 일반화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 민영화 대상으로 언급되던 철도, 전력, 가스, 지역난방, 공항 등에 대한 민영화는 유보되어 차기 정권의 과제로 남았다. 이명박 정권은 전 정부가 만들어 놓은 토대위에서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 정권에 비해 민영화, 민간위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이유를 개인의 정치 스타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맥락에서 보자면 이런 설명은 불충분하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은 IMF이후 10년 동안 공공부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후 등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전국적이고 세부적인 수준에서 기획된 공기업 선진화와 지자체 조직개편은 구조조정의 새로운 단계, 즉 제2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이다.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위탁의 전면화 행정안전부는 2008년 2월과 5월 ‘2단계 조직 기능 개편 지침’과 ‘지방조직 개편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2단계 조직 기능 개편 지침’은 ‘큰 시장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지자체 공공서비스 민간 위양, 아웃소싱한다는 것이다. ‘지방조직 개편안’은 인건비나 운영비 등의 기본적인 예산 절감을 근거로 산하 공공기관을 민간위탁하고, 해당 공공기관의 공무원 정원 및 관련 인원 배정 자체를 아예 없앤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2008년 안에 전국 지자체 일반직 공무원 25만여 명 중 1만 명 이상을 감축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또한 일반직 공무원 총인건비도 기본 5% 감축하거나 최대 10%까지의 자율 절감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또 무기계약근로자, 기간제,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자체 정비를 지시했고, 사업소와 위원회 통폐합, 지자체 자율통합 구상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 감축되는 인력은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지자체 공공 서비스 운영 범위와 규모는 대대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한편 최근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실업대란이 예상되자 정부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2009년 지방 공무원 신규채용을 4,242명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당초 결정인 1,500명을 훨씬 웃돈다. 그러나 2008년 9,300여 명, 예년 평균 6,400여 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인데다가 정부가 공무원 정원을 계속 감축할 것이기 때문에 신규채용 확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형성되는 재원을 지역 경제 살리기에 집중투입 하겠다고 밝혔다. 그 규모는 인건비 5% 절감으로 확보될 7,700억 원과 기타 자율절감 및 기구 통폐합으로 절감될 운영비 2,300억 원을 합하면 연간 1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개편안을 따르지 않는 지자체는 차기년도 예산 10%를 삭감할 것이며 모범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에는 차등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 2008년 4월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민간위탁 계획을 발표하였다. 자체적으로 민간위탁을 실시한 경기도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민간위탁 계획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인천시가 처음이었다. 인천시는 이명박 정부의 ‘지방조직 개편안’, ‘지자체 10% 예산절감 지침’ 에 맞춰 13개 사업소를 민간위탁하고 중장기적으로 20여의 공공기관을 민간위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2008년 한 해 동안 부산, 광주 등의 광역 지자체와 시, 군 단위 기초 지자체가 ‘기구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기초지자체의 경우 대부분 부서 통폐합을 통한 정원감축만 시도하고 있지만, 광역 단위 수준에서는 부서통폐합 이외에도 민간위탁을 주요 수단으로 삼아 기구개편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부산시는 인천과 유사한 규모일 것으로 추산되는데 체육시설관리사업소와 청소년수련원, 문화회관 및 아동종합보호센터, 해양자연사박물관 등을 민간에 위탁하고 농산물도매시장 두 곳은 통합해 민간에 위탁하거나 공사화하는 방안을 장기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90개 사무 외주화 및 도로교통사업소,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공원관리사업소 등 시설관리 민간위탁 계획을 발표하였고, 광주광역시는 무등경기장과 월드컵경기장 등을 민간위탁 해 연간 예산 10억 원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선 내용 이상으로 민간위탁에 대한 전국적인 상황과 경과를 집계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언론에는 대략적인 개편방향만 공개될 뿐이고 행안부나 지자체가 민간위탁 계획과 관련한 정보를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민간위탁 저지를 위한 전국적인 대응은 물론이고, 인천 이외의 다른 지역들이 민간위탁 저지 투쟁의 본격적인 흐름을 형성하기 어려운 조건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는 민간위탁에 대한 반대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가장 꺼려할 것이므로 상수도 민간위탁처럼 사안별로, 최대한 조용히 민간위탁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추세대로라면 운동진영이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전국 16개 광역 지자체 산하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민간위탁 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민간위탁의 실상: 인천시 사례를 중심으로 시장 만능론자들은 인력절감, 비용절감, 신속한 업무추진, 공공영역으로의 민간 전문성 이양 등의 효율성 증가를 들어 공공부문의 민간위탁을 찬성한다. 이들은 공공영역이 담보해야 할 대민 서비스의 내용과 질에 대한 논의는 삭제한 채 순전히 비용-효율의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을 전제해야 하는 민간위탁이 진행되면 서비스 비용인상과 소외계층의 공공서비스 접근도 저하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상수도 민영화와 민간위탁의 폐해는 해외 사례로도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공공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공공성은 담보하고 있어서 한국통신, 지역난방 일부의 민영화로 인한 비용 상승과 설비투자 감소를 제외하면 알려진 문제점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 법인화를 통해 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민간위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종문화회관이 민간위탁 이후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실상은 재단법인화 이후 400%나 인상된 관람료와 비싼 대관료로 돈을 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 공연 무료 초대권 발부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현재까지 추진된 지자체 민간위탁 현황을 총계로 살펴보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총 1,644건, 2005년 총 2, 652건, 2008년 2월 현재 총 2,800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민간위탁을 추진하는 원칙은 ‘단순한 공공서비스 집행 사무, 민간이 더 전문적인 사무, 민간위탁 해도 공공성이 저해되지 않는 사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된 기관들은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보건복지의료분야, 환경위생, 문화예술관광 등이었다. 또 수요가 많아서 수익발생이 쉽고 시장화가 가능한 분야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결과적으로 비용과 효율, 수익의 논리가 민간위탁 기관 선정의 주요한 근거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시의 민간위탁 대상기관들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인다. 인천시는 일반직 공무원 415명 감축(총정원 11,037명) 및 민간위탁 계획을 발표했는데, 대상기관들은 스포츠센터, 근로자문화센터, 노인종합문화회관 , 청소년수련관 , 영종/ 수봉도서관, 시립박물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대공원 등의 문화 체육 시설과 농산물 도매시장, 상수도 사업본부 같은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기관들이다. 이는 1999년 인천발전연구원의 공공기관 민간위탁 연구용역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 곳들이다. 공공서비스의 비용인상, 접근도 저하와 더불어 대표적인 민간위탁의 문제점으로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수탁기관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다. 이러한 문제는 지자체와 수탁기관간의 계약기간과 수익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수탁기관 입장에서는 위탁자와의 계약이 항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므로 위수탁 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수탁 기관 노동자의 고용계약기간은 전적으로 지자체와 수탁기관 간의 위수탁 계약기간에 맞춰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수탁기관에 고용된다. 또 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역시 수탁기관의 수익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이 분명하다. 위수탁 계약연장을 위해서는 수지비율을 맞추는 것이 관건인데 가장 손쉽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임금 삭감, 혹은 정원축소를 통한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 환경에 대한 투자비 최소화이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최초의 도서관으로 지역 주민들의 민간위탁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인천 영종도서관의 경우를 보자. 시와 2년 수탁계약을 맺은 인천 문화재단이 영종도서관을 올해 3월에 개관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단은 지역 주민들의 민간위탁 반대와 시 직영운영 요구에 직면하여 직원채용을 미뤄오고 있었다. 재단은 도서관 직원 전원을 전문 사서로 채용하고 운영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문화재단은 작년 말 직원 8명을 고용하면서 7명을 23개월 계약직 사서로 채용했다. 여기서 현행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비정규직법에 따르면 2년 이상 계약 시 해당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노동자와의 계약기간을 24개월로 했다가 수탁계약이 연장되지 않을시 해당 노동자에 대한 고용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23개월 계약이라는 편법을 쓴 것이다. 민간위탁의 문제점으로 인해 재직영화된 사례도 존재한다. 앞서서 민간위탁 되었던 안산의 상록 도서관이 그 예다. 상록도서관은 민간위탁 후 수강료 위주의 사업을 집중 기획하는가 하면, 비용절감을 위해 전문사서의 수를 줄이고 상시적인 단기 일용직을 고용했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장서구입을 회피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공공 도서관으로서의 기본 운영보다 돈 벌이에 급급한 운영에 참다못한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져 시 직영으로 재전환되었다. 민간위탁 과정에서 주요 수탁자로 등장하게 되는 지역 시민사회 진영에 대한 문제점도 빼놓을 수 없다. 김대중 정권 시기부터 정부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시작한 시민사회 진영은 노무현 정권 시기 ‘거버넌스(협력적 통치방식)’의 외피를 두르고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본격적으로 보조-지원하게 된다. 거버넌스가 공공영역에서 사용될 때는 국가 시민사회 간 파트너십, 시민사회의 공적 영역 개입을 의미하는데, 이는 결국 민간위탁으로 공적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자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시민사회 진영이 보좌하고 여기에 민주적 외피를 덧씌워 신자유주의 통치 질서를 공고히 하는 논리에 불과하다. 이러한 관계는 인천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YWCA나 어린이 도서관 협회 같은 단체가 이미 수탁을 받아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 여성회나 어린이도서관협회는 현재 ‘인천지역 공공기관 민간위탁 반대 공동대책위’에 함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민간위탁되는 기관에 대한 반대 입장만 취하고 있을 뿐, 관련단위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이유로 이 단체들은 민간위탁 반대 싸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 이외에도 신축도서관, 인천시립박물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수탁기관으로 선정되어 주요한 민간위탁 행위자로 등장하고 있는 인천문화재단도 중요한 사례로 들 수 있다.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예총과 인천민예총이 주축이 되어 설립하였고, 재정의 상당부분을 인천시로부터 출자 받으면서 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문화재단은 적지 않은 기관의 민간위탁 수탁자로 선정되어 있어 그만큼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자신의 민간위탁을 정당화하기위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영종도서관 민간위탁 반대 투쟁 과정에서 문화재단이 민간단체라는 문제제기가 있자 ‘시가 출자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민간위탁이 아니’라며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윤확장과 무관한 순수 민간으로 구성된 기관이라는 점을 들어 ‘민간의 전문가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를 동시에 제기하고 있다. 이런 아전인수격의 태도는 기존 위탁운영에 대한 면밀한 평가 없이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식으로도 드러난다. 현재 인천예총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문화회관의 운영에 대해 모두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에도 오직 민간의 전문가임을 강변하고만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 인천문화재단 운영에 과거 인천발전연구원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예술회관 민간위탁의 근거를 만들어온 인사들이 참가하고 있기다는 사실이다. 시와 관변단체, 시민사회진영의 유착관계, 인사 관행, 공공부문의 비민주적 지배구조가 민간위탁 사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공공성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민간위탁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삼고 있는 인천시의 태도이다. 그 대표적인 문제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의 사례에서 드러난다. 예술회관 민간위탁의 가장 큰 논거 역시 비용 문제인데, 들어가는 비용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민간위탁을 주장하는 논자들은 세종문화회관을 모델로 민간위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세종문화회관이 민간위탁되면서 관람료 인상, 대관료 인상의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술회관 민간위탁 사업이 다양하고 좋은 공연을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접근성이나, 시설을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성 측면에서의 공공성 탈각으로 귀결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비용-효율을 내세워 예술회관 민간위탁을 추진하려는 인천시의 태도는 ‘인천&아츠’ 사업과 비교할 때 너무나도 모순적이다. ‘인천&아츠’는 인천시가 문화예술도시로의 도약을 목표로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사업이다. 또 경제개발구역과 관련한 일종의 홍보성 공연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지휘자 정명훈과 그의 형이 운영하는 CMI라는 매니지먼트 기획사가 전권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기획을 살펴보면 사업의 주요 대상은 인천시민이 아니라 서울 소재 문예회관에서 고가의 공연을 관람하는 고소득층이며, 공연자는 정명훈이 개인적으로 조직한 관현악단이 전부다. 이런 와중에도 인천시는 이 사업에 2005년부터 약 100억 원의 예산(2008년 예산 30억)을 책정지원하고 있는데, 이 예산이 예술회관 운영비용에서 지출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의 혈세가 인천시민과, 인천시립예술단, 인천지역 문화예술 발전과는 하등 상관없이 예술재벌의 은행계좌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민간위탁 저지 투쟁, 새로운 국면을 준비하자 정권의 추진의지와는 별도로 필수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와 민간위탁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여론은 높은 편이다. 민간위탁을 막아내기 위한 활동에 많은 인천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여성의 광장, 근로자 문화센터의 민간위탁 반대 서명에는 각각 수 천 명의 시민이 함께했고, 여성의 광장 민간위탁 조례는 반대 여론의 영향으로 시의회에서 조례 발의를 거부하기도 했다. 영종도 시립도서관 민간위탁을 반대하는 주민모임 역시 영종 주민 3,000여 명의 민간위탁 반대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제출했으며, 인천지역 노조와 시민사회운동단체가 함께 ‘인천시 공공기관 민간위탁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꾸려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는 20년 동안 2,68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한국수자원공사에 위탁하고자 했던 상수도 개선 사업이 표결 결과 자동 부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반대 여론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지자체가 언제든지 다시 민간위탁을 추진할 수 있고 지방의회 역시 여론이 잠잠해지는 것을 틈타 민간위탁을 승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에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고 개별 기관별로 사업추진을 시작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반대 여론몰이로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향후 동시 다발로 민간위탁이 강행된다면 운동진영의 주체적 조건상 제대로 된 대응조차 기획하기 어려울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당장의 일점돌파식 투쟁 보다는 내부 운동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꾸준한 여론 형성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운동 진영이 힘을 모아 민간위탁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정세적 선전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해당 기관의 노동자와 지역 시민들이 운동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교육, 토론, 시민모임등의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위탁이 아닌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1997년 이후 정부가 부르짖던 ‘정부혁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만성화되면서 민중들의 삶이 점점 나락으로 내 몰릴 것이 분명한 지금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 공기업 민영화와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위탁에 대한 반대의 끈을 놓지 않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경제위기에 대한 공동대응과 실천의 합의를 모아 2009년 12월 7일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사회진보연대 창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경제위기와 남한 민중운동의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120여 명이 모인 이날 토론회는 박하순 공동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고, 이현대 공동운영위원장이 주발표자로 나섰다. 또한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기획국장, 김태연 노동전선 정책선전위원장, 전원배 경기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이 지정토론에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제위기 속에서 어떻게 공동의 투쟁전선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논의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운동의 전략에 대한 평가, 연대연합에 대한 입장 등이 화제로 떠올랐다. 또한 좌파 운동진영의 실천적인 모색을 위한 모임을 즉석에서 제안하고 이후 공동의 실천을 공감하기도 해 현 정세의 긴박감을 보여주었다. 이현대, “신자유주의 대응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다” 주발표에 나선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피할 수 없는 세계 대불황과 만성적 불황이후 불어 닥친 남한 경제의 위기를 설명하고 신자유주의에 맞선 남한 민중운동의 한계와 과제를 밝혔다(이현대 위원장의 발표문에 관해서는 『사회운동』 2008년 11-12월호에 실린 「세계 경제위기와 한국 민중운동의 과제」를 참고하시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IMF시기 남한 민중운동의 대응에 대해 “세계자본주의의 이윤율 저하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반격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1998년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가면서 노사정 사회협약을 통해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법제화에 합의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이후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지속적인 패퇴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남한 민중운동의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응은 초기부터 오류와 한계를 노정했다”면서 다섯 가지 오류와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첫째 “자본시장 개방, 외환 자유화, 외국인 소유제한 완화 폐지, 금융 선진화 등 남한사회의 경제구조의 전면 재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중운동을 조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IMF 경제위기와 함께 남한 민중운동의 적나라한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공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운동진영이 정권과 자본의 경제위기와 고통분담’이데올로기에 압도당했다”고 평가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특히 비정규직 운동을 어떤 관점으로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반성적인 평가를 하고자 한다고 전제하며 이날 토론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을 던지기도 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향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축소와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 경제투쟁의 중요성에 착목하면서도 경제투쟁의 양적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의 형성과 단결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투쟁의 요구를 마련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정규직 철폐’를 당면 목표로 사고하고 ‘정규직화 쟁취’를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평가했다. 또한 “당면 현실에서 ‘정규직화 쟁취’를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순간 해당 정세와 운동의 주체적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개별 사업장에서 ‘정규직화’를 관철해야 하는 모순에 부딪힌다”고 주장했다. 결국 될 때까지 투쟁하고 승리하지 못하면 조직 자체가 붕괴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당장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일부 사업장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일반화될 수 없기에 임금과 노동조건을 둘러싼 작은 경제투쟁의 성과라도 노동자운동 전체 차원에서나 해당 노조의 차원에서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의 확대와 강화, 의식화 조직화를 통한 운동의 주체형성이라는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는지가 관건적”이라고 덧붙였다. 네 번째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제출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조건 개악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후퇴하다가 정작 주5일제 법제화를 앞두고 주 5일제 시행과 맞바꾸어진 노동법 개악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공공성 투쟁이 의도했건 아니건 함축하고 있는 물, 에너지, 교통, 의료, 교육, 사회서비스 등 사회공공성의 확대, 강화를 통한 사회변혁이라는 관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사회공공성 개념은 공기업화(국유화)의 확대를 통한 반독점 사회화 이행전략의 차원과 공공부문의 방어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의 방어라는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다”고 전제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사회공공성 즉, 공공성/사회복지를 ‘이행의 전략’ 차원에서 접근(‘이행을 위한 이행’의 문제점)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공공성 투쟁에 대한 관점은 임금투쟁에 대한 관점과 유사할 수밖에 없다. 임금투쟁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제한하기 위한 투쟁이지만 임금제도 자체의 혁파를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써만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이현대 운영위원장은 이어 현 시기 대중투쟁 요구로 ▲노동자의 생존의 권리가 중요한가, 경제위기 주범인 재벌과 자산계층의 재산권이 중요한가를 제기하면서, ▲현재 위기를 심화시키는 금융선진화 계획 중단과 금융자본 통제 강화를 위한 요구를 전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공동투쟁과 실천을 위해 ▲노조운동의 전망 모색을 위한 공동의 논의를 시작하고, ▲민주노조운동의 분열을 막고, 노조운동의 재조직화를 위해 좌파적 정당운동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민생민주국민연합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김진억, “핵심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토론자로 나선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정책기획국장은 “발제문의 정세인식이나 운동과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동감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평가가 먼저 논의되었다. 비정규직 운동에 대한 비판적 평가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철폐라는 전략적 목표가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지나치게 요구관철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 정규직에 의탁해서 실리적 비정규운동을 전개해 조직은 남았으나 새로운 주체형성은 실패한 역편향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억 국장은 경제위기에 맞서는 공동투쟁에 대해서 “경제위기에 대한 싸움에서 물리적 싸움 이전에 이데올로기 싸움이 중요하며 이 싸움에서 밀리면 해결책이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진억 국장은 또 “이미 현장은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며 “주요 요구 중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전가 반대를 넘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 하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경제위기 책임자 처벌 등 대중적 분노를 모으고 쟁취 가능한 요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적자금이 투여된 금융이나 기업에 대한 사회화를 요구하는 투쟁과 물 전기 가스 등 필수공공재에 대해서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확대할 수 있는 대중투쟁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김태연, “좌파 활동가 긴급토론회 개최를 제안” 김태연 노동전선 정책선전위원장 역시 “경제위기 진단에 동의하고, 토론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비정규직 운동 평가에 대해 “이전의 쟁점이던 비정규직 철폐냐 차별철폐냐 등의 쟁점은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핵심은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김태연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요구를 낮추고 단결을 꾀하자는 문제의식은 동의가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김태연 위원장은 발제문에 보론으로 실린 “쇄신된 이념, 변혁운동을 지향하는 대안세계화운동”에 주목했다며 “21세기 사회주의”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20세기 사회주의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전위당 운동의 폐해”를 지적하고 “노동자연합의 의한 실질적 통제”에 주목하는 점에서 “경제위기 하에서 당운동 좌파와 사회운동 좌파의 문제의식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정당운동이 통합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노동운동 분열의 결과가 당운동의 분열로 가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에서 “당운동이 노동운동의 분열을 통합시키자는 견해”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연 위원장은 경제불황 시기의 노동자 민중운동의 기본방향을 구호로 표현해보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구호는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가 깨지면 다 죽는다”, “해고는 더 이상 안 된다”, “공적자금을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적자금 수혈 받는 기업을 민주적 민중적 통제하에”, “파탄과 고통의 주범 신자유주의는 이제 그만” 등이다. 김태연 위원장은 특히 지난 10년 동안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기업과 경제를 살렸는데 이제 더 이상 해고는 안 된다는 요구를 전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연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공동실천을 위해 좌파 활동가 긴급토론회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전원배, “중국의 계급투쟁이 한국에도 매우 큰 영향” 전원배 경기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는 경제위기의 원인과 전망에 대한 입장을 제시했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금융위기에서 실물위기로 전파된 것으로 본다면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운동 세력에게 “불가능에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미국발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 중국”인데, “중국의 계급투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한국에도 매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연대할 때 지구적 규모의 경제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종권, “좌파단체들의 공동행동기구는 별도로 고민해야” 정종권 진보신당 집행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발제문에 다소 강한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나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종권 위원장은 “정규직화냐 차별철폐냐가 아니라 정세적, 실천적 기여라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하는 데서 필요한 자세”라고 주장하고 “더 나아가 계급적 단결을 도모할 실천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사회연대 전략 등의 문제에서 정규직 책임론 등의 공방이 있었다고 본다. 이런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공공성 문제에 대해서는 “반독점 국유화 이행전략에 대한 과잉의미 부여에 동의하지만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민중의 보편적 권리를 향한 투쟁의 의미로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권 집행위원장은 민주연합 비판에 대해서 “국민회의에서 거국내각을 입장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채택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초안이 검토됐으나 진보신당을 비롯한 참여자들의 문제제기로 누락되었다”고 밝혔다. 정종권 위원장은 또 “국민회의를 민주연합의 발상, 그것의 조직체로 사고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것은 좌파들의 고질적 고립주의를 반영한 것이며 좌파단체들의 공동행동기구는 그와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 공동대응의 필요성 공감해 이어서 객석과의 토론이 이어졌다. 윤애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위원도 비정규직 운동 평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윤애림 정책위원은 “비정규직 철폐를 전략적 과제로 내세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비정규직의 세세한 사항과 결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정규직화가 높은 수준이고 차별철폐가 낮은 수준이고, 그래서 낮은 수준으로 낮추면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애림 정책위원은 또 “중요한 것은 어떻게 노동통제, 분할, 초과착취에 대해 인식을 확보하고 공동투쟁을 해 낼 것인가”이라며, “민주노조운동이 갈등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관리하려고 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과 임금의 방어를 가지고 자기중심적, 실리적 대응을 하면 희망이 없기에 자기 단사 중심, 자기 기업 중심의 자본 살리기 위한 타협이 아니라 대안적 전망을 가지고 비정규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되고 정규직과 함께 투쟁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건준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정액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조건준 실장은 “정책임금 인상은 여러 주제 중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논의해봐야” 할 만큼 중요한 주제라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 노동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고용 이데올로기가 “노동자 간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오히려 “임금구조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박준형 공공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에 대해서 걱정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벌써 양보교섭이나 성과급 반납이 이야기기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투쟁 공동대응 이야기되지 않으면 후퇴 상황 만들어 질 것”이고, 이 공동투쟁은 “노조에서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 정치운동 공동요구 일치된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형 국장은 “그렇지 않으면 개별 사업장에서는 양보교섭 횡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공동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 만드는 것이 핵심적”이라는 의견이었다. 발제와 토론 과정에서 많은 쟁점이 제기되면서 상호 토론시간이 다소 부족했다. 그러나 토론과정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사회운동, 정치운동이 공동요구로 일치된 투쟁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날 토론회는 12월 둘째 주 간담회 등을 통해 민중운동이 경제위기에 대해 긴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공감하는 자리였다.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혁신! 사회운동의 이념 재건! 자본주의 위기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자! 우리는 범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폭발을 목격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전쟁, 생태위기, 인종주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자본주의 세계화의 비극적 결말이라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한 민중적 국제적 대안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반동적 야만적 질서로 후퇴할 것인가, 이를 결정짓는 국면에 들어섰다. 우리의 시급한 과제는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단결, 사회운동 이념의 재건이다. 1. 오늘날 세계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 이념, 전략의 파산을 의미한다. 세계 자본주의는 금융위기와 이윤율의 하락으로 대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G20은 자본주의 붕괴경향을 역전시킬 수 없다. 2. 한국은 IMF를 계기로 전면적인 금융자유화, 노동신축화를 단행했다. 그 결과 한국경제는 신흥시장 붕괴의 직격탄을 맞았다. 유례없는 경제위기는 이미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 궁핍과 불안전에 처해있는 노동자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집행자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우익적으로 승계한 이명박 정부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3. 이런 상황에서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잇는 이른바 민주개혁세력과 제휴하여 이명박 정부에 반대한다는 낡고 실패한 발상이나, ‘민주대연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신자유주의 세력의 실패를 딛고 대안세계화운동을 건설함으로써 사회운동의 주도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우리 운동의 일관된 요구와 행동은 정치의 새로운 국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4. 사회운동의 통일성과 주도성은 현 국면에 대한 공동대응으로부터 형성된다.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하여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단결은 우리가 먼저 추구해야 할 목표다. 노동조합, 정치 사회운동을 망라하여 현 정세를 인식하기 위한 논의와 공동투쟁을 조직하자.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추구하는 투쟁요구로 전국적 전선을 형성하자. 노동자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권리를 지키고 금융자본에 대한 전면적 억압과 생산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요구하자. 이로써 진정한 의미의 사회화, 노동자통제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세계로 나아가자. 5. 우리의 대안세계는 임금노동을 폐절하는 ‘자유로운 노동자 연합’을 지향한다. 또한 노동과 성욕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실현하고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권리로 인정하는 페미니즘을 옹호한다. 우리는 생태파괴-질병-전쟁으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발명할 것이다. 대안세계를 지향하는 사회운동은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이며, 차이를 존중하고 연대를 추구한다. 대안세계를 향한 우리의 운동은 현재 직면한 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과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 사회진보연대가 1998년 IMF-DJ 체제 아래 새로운 사회운동 창출을 기치로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다. 현존 사회주의 붕괴와 신자유주의 반격 속에서 우리는 ▲사회운동의 변혁적 사상 이념의 재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군사세계화에 대한 국제적 민중적 대안 수립, ▲노동자운동, 대중운동 혁신을 우리의 과제로 정립했다. 물론 우리의 실천 과정에서 오류와 한계는 필연적이었다. 우리는 과거 활동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엄정한 자기비판 속에서 또 다시 우리 운동 역사의 새 장을 열어나갈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혁신과 단결로, 노동해방 여성해방 인간해방의 확신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 2008년 12월 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