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과 자본의 적나라한 폭력의 벽에 부딪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공장점거파업이 결국 사측의 정리해고를 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쌍용차 사측이 생산직 4천여 명 중 2,646명에 대해 정리해고 계획을 밝힌 이후 1천 7백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마지막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한 976명과 소위 ‘산자’ 중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점거파업을 감행했다. 노사합의 결과, 8월 1일자 기준 농성참여자 686명 중 48%는 1년간의 영업직 전직과 무급순환휴직으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 분사 후 고용 등으로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해지된다. 점거파업이 종료된 직후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에서 보이듯 무급순환휴직/영업직 전환이 30-4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정리해고의 강력한 관철)이었고, 50%는 절대 기준선이었으니 결과적으로 정부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물론 투쟁이 없었다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로 쫓겨났을 것이기 때문에 48%는 투쟁의 가시적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유하듯이 2007년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 하에서 중소영세사업장의 휴, 폐업과 비정규직의 해고가 확대되어 왔고 노동자들의 노사담합주의, 실리주의가 강화되는 조건에서 77일이라는 기간 동안 강력한 공장 점거파업을 통해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의 권리를 온몸으로 문제제기한 쌍용자동차지부의 투쟁은 그 자체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나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자운동의 주체역량이 취약한 정세 속에서 정권과 자본의 강력한 탄압에 맞서 인간한계를 넘나들며 투쟁했던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은 경제위기의 희생양, 임금노예이기를 거부한 공장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당당한 노동자선언이었다. 한편 쌍용자동차 투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운동의 현실을 냉혹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공권력이 공장에 진입한 이후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의 목숨을 건 처절한 투쟁이 지속되는 동안 공장 밖에서 온몸을 던져 앞장섰던 가족대책위 동지들,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 다양한 사회단체 회원들, 학생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용역깡패, 사측 직원들의 폭력의 벽에 막혀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수준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었던 노동자 민중운동의 무기력한 모습은 투쟁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쌍용자동차지부의 77일 간의 공장점거 파업 투쟁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정권과 자본에게나 노동자 민중운동에게나 쌍용자동차 투쟁은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서 경제위기 하에서 한계기업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둘러싼 양보할 수 없는 계급투쟁이었다. 따라서 쌍용자동차 투쟁의 객관적인 의미와 운동주체들의 대응에 대해서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향후 경제위기 하에서 노동자운동의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교훈과 과제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 경제위기 하에서 초민족자본 소유기업 노동자의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초민족자본에 의한 수탈과 청산 쌍용자동차 위기의 배경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와 세계자동차 산업의 심각한 위기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과잉설비상태였다. 세계적으로 자동차기업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속에서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현지공장 건설과 같은 방법으로 경쟁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렸다. 특히 2000년대 세계적인 금융거품 속에서 자동차기업들은 금융부문을 확대하여 금융투기에 동참해왔다. 설비확장에 투자된 자본회수가 늦어지면서 자동차산업의 수익성이 하락했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자동차 금융 위축, 자동차 시장의 축소 등으로 자동차산업은 심각한 타격에 직면했다. 쌍용자동차는 이러한 세계 자동차산업 구조에서 아주 취약한 지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투기자본이 개입하면서 경영상태가 더 악화되었고,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서 아시아 최초로 부도직전에 내몰린 자동차기업이 되었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 사태가 벌어진 대부분의 사업장의 특징 중 하나는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 4월 위니아만도는 시티벤처캐피탈의 자본 철수 위협 속에서 9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하였다. 파카한일유압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새로운 회사를 새워 자산을 이전하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 17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2월까지 외국인 소유의 회사들의 정리해고 건수가 국내 회사의 두 배에 이른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제조업에서 이러한 행태는 대부분의 초민족 기업들이 제조업 사업장들을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적당히 쓰고 버릴 생산 임대 시설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장 대부분이 1998년 이후 헐값에 매각되어 지금까지 별다른 투자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쌍용자동차와 GM대우는 이러한 점에서 전형적인 경우인데,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 자동차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약속된 시설 연구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쌍용자동차의 기술 상당 부분도 본사로 유출하였다. 그리고 경제 위기로 더 이상의 생산 유지가 불필요해지자 바로 청산 과정으로 돌입하였다. 정부와 사측의 의도는 처음부터 노조파괴와 매각을 위한 구조조정 점거 파업이 끝나자 정부가 내뱉은 첫 마디는 투자자를 시급하게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수 대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 정부가 내뱉은 첫 번째 대안이 바로 매각 방침인 것이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여 일정 기간 동안 고용 유지를 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한 정부의 정책은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재매각이다.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배후 조종하든지, 아니면 아예 매매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 등을 끌어들이든지 결과는 같다. 쌍용자동차를 상하이자동차에 판매하여 나타났던 문제점(헐값매각과 ‘먹튀’, 구조조정 그리고 재매각)을 반복하는 것이다. 초민족자본 하에서 어떻게 노동권을 보장할 것인가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은 한국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크게 2가지 주요한 사회적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 대한 해결방안이라는 쟁점과 경제위기 하 한계기업에 대한 (정리)해고라는 쟁점이다. 첫 번째의 경우 IMF 이후 DJ/노무현정권을 거치면서 외자유치를 위한 해외매각이 강조되면서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계)이 대폭 증가했는데, 외국인에 의한 인수ㆍ합병ㆍ정리해고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가? 혹은 자동차회사의 경우 국제하청 탈피와 소유지배구조의 변화(소유자 청산, 경영자 교체)를 통한 독자생존이 가능한가하는 점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쌍용자동차지부는 소위 ‘먹튀’ 자본인 대주주 상하이자동차의 경영상의 책임과 기술유출 및 신규투자 약속 불이행 등을 근거로 상하이자동차의 지분(51.33%) 소각을 요구했다. 또 8,800억 원 정도의 공적자금 투입과 공기업화를 요구했는데 그 근거는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2004년 쌍용자동차를 부실 매각한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점,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재편을 위해서 쌍용차의 회생이 필요하다는 점, △디젤 하이브리드 분야에 정부의 정책자금이 지원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소유자인 초민족자본 청산과, 인수자가 없는 조건에서 정부에 노동자 고용과 자동차산업의 독자생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정당한 요구를 제출한 것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이러한 요구를 제출했지만 8월 6일 노사합의서에 상하이자동차 지분소각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회사는 현 상하이차의 지분에 대하여 감자 등을 통해 대폭적으로 지분을 축소하여 대주주를 변경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첫 번째 문항으로 포함시켰다. 쌍용자동차지부의 요구와 사회단체들의 소위 ‘먹튀 자본’에 대한 문제제기가 투쟁 초반기 사회적으로 여론화된 반면 정리해고 투쟁 국면 이후에는 거의 사회적으로 쟁점화하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IMF 이후 심각해진 초민족자본의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불순한 의도가 있었겠지만, 운동진영 내부적으로도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의 문제를 어떻게 제기하고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운동적 기획이 부재하였다. 민주노총, 특히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파카한일유압, 위니아만도 등 이미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서 소위 ‘먹튀’와 정리해고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묶어 사회적인 쟁점으로 투쟁전선을 확대하지 못한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기업인수 합병 등과 관련하여 초민족자본의 자본유출 및 기술유출을 저지하고, 노동권 보장, 고용보장에 유리한 내용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전사회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의 경우 경제위기 하 한계기업의 (정리)해고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것은 비단 쌍용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직면한 상당수 금속노조 사업장의 문제다. 즉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개별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고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전사회적인 수준에서 자본가의 이윤을 제한하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최대한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으로서는 구조조정이 합리적이고 손쉬운 해법일지 몰라도 전사회적으로 실업의 무분별한 확대는 급속한 사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조건에서 고용보장의 문제를 개별기업 차원에서만 접근할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기업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쌍용자동차지부는 고용보장 방안으로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통한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보장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으며 정리해고 등 인력감축에 반대하고 노동자 파업에 경찰병력을 투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지지는 높지 않았다. 전사회적인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로서 고용보장의 관점을 갖지 않을 경우 개별 기업에 대한 국민세금의 투입이라는데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광범위한 해고와 계약해지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쟁점화하고 여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고용안정특별법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개선 방안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계가 있는데, 노동자 민중운동의 제도적 요구(‘한시적 해고금지특별법’)를 통해 해고 및 계약 해지 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파산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고용 승계, 초민족 자본에 대한 고용 유지 의무 등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공히 ‘총고용보장’을 핵심적인 요구로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중투쟁의 경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 국면에서도 사업장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내지 못했다.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에 갇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비정규직 계약해지에 맞서 총고용보장을 위한 제도적 요구 마련과 사회적 쟁점 형성을 위한 정치적, 운동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민주노총 전사업장과 산별 수준에서 총고용보장과 노동권 방어를 위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해고에 맞선 투쟁’이 우선인가 vs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인가 민중운동의 일부는 고용을 보장하고 해고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한 측면에서는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할 때 IMF 이후 구조조정 투쟁의 연속된 패배로 인한 구조조정/정리해고 저지 투쟁의 난관이라는 현실이 존재하고, 다른 측면에서 확장되는 비정규직/실업자에 대한 현실적 대책마련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경제위기를 구실로 한 구조조정, 정리해고가 정규직의 해고(특히 정규직 노조의 무력화)와 비정규직의 양산, 즉 노동유연화를 정권 차원의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고려할 때, 노동권을 방어하는 1차적인 전선을 포기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제의 개악이나 최저임금 인하시도,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 등 노동자 중 취약한 고리부터 노동권을 공격하고 있고, 그나마 있는 복지 예산도 삭감하여 4대강 삽질에 쏟아 붓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사회적 안전망류의 정책들은 극단적 노동유연화를 가리는 치장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고를 제한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세계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장기간의 생산 감축 속에서는 해고-고용이라는 노동유연화의 순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시간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역시 일자리를 나누는 기간이 단기간일 때나 통하는 것이다. 현재 약간의 경기 반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나, 아직도 숨겨진 금융 부실이 천문학적 수치로 존재하며, 금융 투기 거품으로 탄생한 21세기 초반의 수요 수준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장기간의 경제위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고는 곧바로 실업이며 생존권의 박탈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쌍용차 노동자의 외침이 해고의 위협을 알리는 선전 문구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자본의 이윤을 제한해서, 정부의 재정을 투입해서 고용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미 한국의 노동유연화가 OECD 내에서도 상위 수준일 만큼 매우 높다는 점 때문에 해고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0여 년간 진행된 자본의 필사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부족하게나마 존재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등의 안전망도 무력화시킨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개정되어 실질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 줄어든 시간을 채운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에서 1차 하청으로, 또 2, 3차 하청으로 내몰리고, 그리고 단기 계약 노동자로 내몰리면서 줄어든 임금과 악화된 노동조건을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보상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해고를 통해 임금은 줄고 고용은 더욱 불안해 진다. 그 어떤 대안도 현재와 같은 노동유연화 수준에서는 자본의 노동 비용 절감 전략에 이용될 뿐이다. 사회적 안전망 류의 주장은 곧 바로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에 대한 평가에서 ‘새로운 대안제시’ → 무급휴직 전격 요구와 사회적 안전망 재구축, 그리고 “내 고용만 유지되어야 한다거나 내가 계속 정규직이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함께 살기’가 아니다. 정리해고자의 고용유지만이 아니라 산자와 희망퇴직자가 함께 사는 요구에 대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지적 → 따라서 정리해고 투쟁으로만 쟁점을 축소한 공장점거 파업 보다는 거리와 지역을 중시하는 전술 운용이 필요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쌍용자동차투쟁의 평가와 과제’,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쌍용차 투쟁,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토론회, 2009. 8. 20). ‘새로운 대안제시’는 또 다음과 같은 ‘자구책’을 제시했다. “1) 3조 2교대 근무(주야 8/8을 5/5로 변경)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총고용 유지(임금삭감 포함), 2) 복지비용 절감 등을 통한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C-200신차프로젝트의 연구개발 생산을 위한 담보로 노조가 제공, 3)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 12억을 노조가 출연, 4) 상하이차 소유 지분 51.33% 소각.” 이러한 주장은 여러 가지 측면의 논쟁지점을 담고 있으며 향후 노동자 민중운동의 투쟁방향을 둘러싸고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우려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새로운 대안제시’라고 불리는 쌍용자동차지부의 입장, 소위 ‘자구책’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는 1), 2), 3)번 항목은 현재 쌍용자동차 위기의 원인이 정부와 산업은행, 상하이 자본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안으로서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에 양보교섭을 만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입장을 제출했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초기부터 명확했다. 그것은 정리해고의 관철과 슬림화를 통한 매각으로서 노조가 어떤 양보를 하던 간에 이에 대한 입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노조가 양보안을 낸다고 자본이 양보할 것이라는 발상은 냉혹한 계급투쟁의 현실을 고려할 때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정권과 자본이 공격하는 핵심적인 투쟁지점에 대한 양보교섭은 민주노조운동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원칙 없는 양보는 지속적인 양보를 낳을 뿐이다. 사업장 수준에서 일정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정권과 자본의 공격에 맞서 조합원 대중의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방안이어야 할 것이다. ‘무급휴직의 전격 요구와 사회적 안전망 재구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무급휴직 안’에 대해 살펴보면 이미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 하에서 ‘정규직의 구조조정/정리해고, 노조무력화를 통한 노동유연화의 관철, 슬림화를 통한 매각’이라는 일관된 기조 하에서 공세를 감행하고 있고, 정부관계자의 말처럼 무급휴직조차도 30-40% 넘기지 않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회생계획이 전제되지 않는 한 ‘무급휴직 안’은 사실상의 정리해고 수용과 같은 백지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사회안전망 재구축’도 현재의 정권과 자본의 의도가 노동유연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리해고 관철을 위한 일회적인 조치 이외에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을 재구축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줄어든 임금과 악화된 노동조건을 사회 안전망을 통해 어느 정도 보상해줄 것이라면 정권과 자본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강행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목숨 걸고 싸울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첫 출발은 나의 고용과 임금에 대한 권리를 쟁취하는 것이며, 이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나의 고용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용을 지키자는 것이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의 출발이었다. 노동자의 일자리/목줄을 무기로 하여 소위 ‘산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는 자본의 잔악한 공세와 부르주아 언론의 공세 속에서 정리해고자들의 투쟁이 자기들만 살겠다는 것으로 매도되었다. 그러나 정리해고자들은 1차적으로 자신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싸우면서도 경제위기와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 투쟁한 것이다. 모두가 살 수 있는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지만, 그것은 당위로서 주장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생존의 위협에 내몰린 노동자가 투쟁할 수밖에 없으며, 가장 큰 투쟁동력을 형성한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주체적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쌍용자동차지부가 선택한 공장점거 파업은 따라서 스스로의 고용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적절한 선택이었다. 정치적 상징을 위해 서울지역에서 거점을 잡고 투쟁했다면 강력한 투쟁동력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역으로 노동자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이 크고 민중운동진영이 사회적으로 큰 세력으로 굳건히 존재했다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처절한 투쟁을 전개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기업의 소유형태(소유 지배구조)를 둘러싼 쟁점 공개적인 쟁점으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쌍용자동차 투쟁을 계기로 기업의 소유형태(소유지배구조)를 둘러싼 쟁점이 제기되었다. 이 쟁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하는데, 첫째는 투쟁의 주체인 쌍용자동차지부가 이미 ‘상하이자동차 지분 51.33% 소각, 공기업화’라는 기업의 소유형태에 대해서 입장을 명확히 제시한 상황에서 투쟁주체의 입장을 존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쌍용자동차 투쟁이 ‘정리해고 관철, 매각을 전제로 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의 벽에 부딪쳐 ‘공적자금투입’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유형태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중운동진영, 특히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투본’ 내부적으로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경제위기 하에서 한계기업(파산기업)에 대해 국가가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조에서 ‘공적자금투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크게 1) ‘국유화’, ‘공기업화’ 등 구체적인 소유형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과 2) 자본주의 경제위기 하에서 특정한 기업의 소유형태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고용보장/국가책임’을 중심으로 제기하자는 입장이다. 첫 번째 입장의 경우 ‘공황기 초입에서 개별 자본이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유화(공기업화) 요구는 △개별 자본이 책임지지 못하는 자금을 국가가 조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며 △개별 자본과 해당 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인 것으로 치부되는 부도 기업 고용문제에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공황기에 한 사업장의 경제투쟁도 대정부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모순과 노동자권력의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물론 이 입장의 경우에도 국유화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 정세에서 국유화, 공기업화를 동일한 대안으로 바라보는 입장차이가 존재한다. 두 번째 입장의 경우 ‘공황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구조조정을 전제로 자본주의적인 국유화 조치가 진행되고 공기업조차 구조조정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자권력을 통한 사회변혁이라는 정세와 결합되지 않은 채 국유화(공기업화)와 같은 소유형태를 강조하는 것은 자본주의 위기 하에서도 국유기업(공기업)이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책임질 수 있다는, 국가에 대한 일정한 환상을 유포할 수 있으며 △소유형태가 국가(국유화 혹은 공기업화)든 자본(개별자본에 매각)이든 고용과 임금, 단체협상을 승계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을 중심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정권과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존과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폭로하고 노동자권력 쟁취라는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세 속에서 기업의 소유형태를 둘러싼 논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분출하고 노동자통제로 나아가는 교두보로서 전사회적 차원의 ‘국유화’ 조치와는 질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판단한다. 현 정세의 핵심적인 쟁점은 자본주의 대불황기 초입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둘러싼 쟁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고용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위의 논쟁에서 후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개별 사업장의 과제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고용보장’, ‘먹튀 자본을 끊어내기 위한 대주주 상하이자본 지분 소각’이라는 요구를 구체화했다. 사실 쌍용자동차지부의 요구인 ‘공적자금투입과 상하이차 지분소각‘은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산업은행의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과 추가 자본투입을 통한 산업은행 소유(정부 소유)를 요구한 것이다. (참고로 일부에서는 국유화 주장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데, 현재 법적, 경제적 상식 속에서도 산업은행이 출자전환과 추가 자본투입을 결정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지분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상하이차는 대주주 자격을 잃는다. 공적자급투입 자체가 국유화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매각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소유형태 이전에 정부의 쌍용차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문제였던 것이다. 다운사이징을 통한 재매각이라는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이 변하지 않는 이상 소유 형태는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유화만이 특별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또는 민간자본 참여를 허용하되 정부 및 지자체, 시민사회의 지분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기업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현재 정세 속에서 문제해결의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이다. 1970년대 국유화되었지만 대처 정부 하에서 매각에 재매각을 거쳐 만신창이가 된 영국의 자동차 회사 로버그룹이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이 소유형태 이전에 정부의 쌍용자동차 재매각을 위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해외매각의 문제점(상하이자동차의 자본, 기술 유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정부의 대책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 정당했다. 문제는 이 쟁점들을 유능하게 전사회적으로 유의미하게 조직하지 못한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의 한계였을 뿐이다. 현 시점에서 쌍용자동차 매각에 대한 대응은 먹튀자본/해외매각 반대, 노동자 고용보장을 중심으로 우리의 요구를 집중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취약해진 현장역량, 운동역량의 혁신과 재건이 관건이다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을 통해서 우리의 운동역량이 확연히 드러났다. 많은 조합원들과 사회단체 회원들, 학생들이 헌신적으로 연대했으나 민주노총/금속노조 차원에서 자기 사업장의 이해, 자기 산별의 이해를 넘어서 단호하고 강력한 연대투쟁을 벌여내지 못했다. 범국민대회, 노동자대회를 포함하여 최대 결집인원이 5천명을 넘지 못했을 뿐더러 무엇보다 집회대오의 전술운영이 너무도 무기력했다. 이는 상당기간 동안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던 노동자 민중운동의 역량의 반증이겠으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주요 대중조직이 현장투쟁 전술운영에 있어서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경향의 정치세력 및 현장조직들의 역량과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나 경찰의 폭력과 무법 앞에 최소한의 방어와 전술운영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의 무기력함이다. 특히 절실했던 완성사지부들의 연대투쟁이 너무도 미약했다. 물론 많은 현장활동가들이 쌍용자동차 투쟁 초기부터 평택 공장으로 달려와 조합원들과 함께 했고, 자신의 공장에서 쌍용자동차 투쟁의 의미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는 출근투쟁,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쌍용자동차 투쟁에 연대를 호소하며 5천여 조합원의 지지서명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부 현장활동가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연대투쟁의 책임을 방기했고, 쌍용차 공권력 투입시 잔업을 거부하자는 제안조차 아깝게 부결되었다. GM대우자동차지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는 시기에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을 통해서도 확인한 바와 같이 현장 조합원들을 조직화하기 위해서도 먼저 결의한 활동가들의 연대와 토론, 헌신적인 실천이 절실하다. 현장을 강화하는데 왕도는 없을 것이다. 활동가들로부터 자기 사업장의 조합원들과 긴밀히 결합하여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강화하고, 자기 사업장을 넘어 지역적인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치열한 논쟁과 합의된 내용에 대한 실천기풍을 강화하여 사업장 차원에서나 지역 차원에서나 의미 있는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현장의 강화, 활동가 재생산의 토대를 바탕으로 원칙 있고 건강한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누가 집행부를 해도 똑같다는 식의 패배주의적인 사고를 일소하고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시기에 기존 집행부의 오류를 냉철히 평가하고 원칙 있게 투쟁하는 지도부를 선출하고 함께 투쟁하는 기풍을 형성해야 한다. 민중운동의 연대투쟁조직, 재정비가 시급하다 소위 자민통 진영에서 전국민중연대와 민중운동 내부의 충분한 동의와 합력 없이 2007년 진보진영의 총단결체를 표방한 한국진보연대(준)를 출범시키면서부터 민중운동 내부의 갈등과 불신이 증폭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서울,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지역진보연대 구성이 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신뢰 있게 진행되던 지역연대체가 갈등을 빚으며 해산하기도 했다. 2008년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시민운동과의 연대를 추진하면서 민주노총 대부분의 연대사업에서 좌파/현장파는 체계적으로 배제되었다.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때마다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거듭되는 파행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9년 들어 ‘메이데이 조직위원회’와 민중진영의 공동투쟁을 위한 한시적인 공동투쟁체로서 ‘노동탄압분쇄,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 공동행동’ 등을 통해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을 위한 형식적인 노력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중심으로 한 연대사업 방향, 최근 반MB 기조 하에서 민주당과의 연대강화라는 사업방향으로 인해 지속적인 갈등이 있어왔다. ‘공동행동’의 경우,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민주당과의 창구 역할을 못 넘어서고 있는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하면서 ‘공동행동’ 자체는 부차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자동차 범대위의 경우도 당초 금속에서 4월 말에 제안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과의 사전논의와 조율과정이 길어지면서 6월 초에야 결성되었다. ‘공투본’ 및 좌파 단위들은 범대위의 명칭과 활동방향 등과 관련하여 충분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 없이 뒤늦게 논의에 참여하면서 자동차 범대위 가입과 활동에 소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민중운동진영의 연대운동 질서의 문제점은 민주노총의 쌍용자동차 투쟁 및 총고용보장 관련한 기획과 방침의 부재와 맞물려 전선을 전국화하는 데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일정한 갈등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현장이었던 평택을 중심으로 경기쌍차공투본, 평택시민대책위, 경기도민대책위 등이 구성되어 활발히 활동했던 반면, 또 다른 투쟁의 중심이 되었어야 하는 서울지역의 경우 7월 10일을 전후하여 서울지대위를 구성하여 주 1회 집회와 선전활동을 진행하는 정도의 활동 이상을 전개하지 못했다. 향후 민주노총의 한국진보연대 가입시도가 불모의 논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며,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민중운동진영의 연대운동과 관련해 일정한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연대투쟁체를 구성함에 있어서 명확한 반신자유주의 기조 속에서 대중적 투쟁동력을 형성하고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강화하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년 지자체 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반MB 기조만을 강조하면서 시민운동, 민주당과의 연대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면 또 다시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확대하기 보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동차 범대위도 향후 벌어지는 구조조정과 노동탄압에 맞서 좀 더 광범위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활동방향과 참가단체의 구성에 있어서 일정한 확대와 재편이 필요할 것이다. 착취, 억압,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쌍용자동차 지부는 점거 파업투쟁 77일 동안 목숨을 걸고 투쟁했지만, 힘이 부족해 정리해고를 끝장내지 못했습니다. 강고한 투쟁을 이어왔기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쌍용자동차 자본의 사람 죽이는 정리해고의 벽을 넘지 못하고 투쟁을 마무리하게 되어 더욱 그렇습니다. 전국의 연대 동지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남겨지고 부족한 몫은 채워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쌍용자동차 지부의 투쟁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함께 살기’ 위한 길을 만들어 내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땅, 그 어느 곳에서도 죽음의 행진을 만드는 정리해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2009년 8월 6일 한상균 지부장 담화문 中) 쌍용자동차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상균 지부장이 8월 13일부터 구속자 최소화 등 노사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옥중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20일 허위자백을 요구하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한 조합원이 동지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장점거는 종료되었으나 경찰의 무차별 구속과 재소환 대응, 쌍용자동차의 졸속매각 대응과 구속자/부상자 지원 및 향후 투쟁 대오에 대한 생계 대책, 사측의 현장통제 강화와 금속노조/민주노총 탈퇴 공작에 맞선 민주노조 사수 등 투쟁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쌍용자동차지부가 민주노조로서 향후 투쟁을 굳건히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함께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의 반등과 경제지표의 개선상황을 보며 경제위기가 끝났거나 곧 끝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경제가 작년 4/4분기 경제상황이 워낙 나빴던 탓에 발생하는 기저효과, 환율상승 등으로 인한 수출감소 축소, 정부소비 증대와 건설투자 증가 등으로 일정한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수출입 의존도가 막대한 한국경제의 경제구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직접적인 영향 하에 놓여있다. 재정적자 급증, 미국의 소비자를 대체할 새로운 유효수요 창출의 어려움, 금융의 무기력, 자본생산성 증대의 지지부진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는 한동안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1930년대 대불황 당시의 미국경제와 같이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미국에서 더블 딥(이중침체, 논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929년 이후 대불황의 전개과정, 특히 1932년의 일시 회복이 1933년 초에 은행위기의 폭발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에 주목. 2009년 말에 일시 회복된 다음 2010년 말이나 2011년 말에 은행위기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 논쟁이 한창인 것처럼, 세계경제 상황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세계경제의 취약지역에서 추가적으로 경제가 붕괴하고, 노동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침체가 장기화되면 노동자 민중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 지난 8월 24일 금호타이어는 733명 정리해고 명단을 지회에 통보했다. 경제위기에 따른 사업장의 구조조정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지속되는 공격에 임금노예로서 연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양보하고 후퇴할 것인지, 전쟁과 야만, 폭력으로 점철된 자본주의 체제위기의 나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확대하여 새로운 세상을 여는 사회적 힘으로 성장할 것인지, 노동자 민중들이 스스로 결단하고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세계자본주의 위기 속의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운동의 대응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에 매각되고, 지엠(구 지엠의 이름은 General Motors Corportation)이 뉴 지엠(정식 이름은 General Motors Company)으로 출범하며 표면적으로는 자동차 기업들의 위기가 진정된 듯 보인다. 특히 7월 이후 약간의 생산 반등도 이루어지며, 이제 위기가 끝나고 회복기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동차 기업의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과 안정적인 임금 인상을 이룰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동차 기업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큰 수준의 정리해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드러난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는 자본이 노동과 타협할 여지를 더욱 좁혀 놓았다. 노동조합이 이 정리해고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정리해고 반대 투쟁과 더불어 국제적인 자본 이동을 제약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경제: 미국의 은행 위기, 달러 위기 가능성과 더블딥 대표적인 내구 소비재인 자동차 산업은 그 어떤 생산물보다 경기에 민감하다. 1980년대 이후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경제성장률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경제성장 수준과 비슷한 패턴을 유지한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의 앞날을 따져보는 것은 세계 경제의 앞날을 따져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기후변화 등에 따른 환경 문제, 정부의 자동차 소비 보조금 등 산업 내부적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가장 큰 변수는 세계경제의 성장 여부다. 최근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출구전략이라 부르는 신용 축소 정책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하지만, 국제경제연구소의 여러 연구원들이나 루비니 같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오히려 더블딥(약간의 경기 반등 후 더 큰 경기 하락)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 시절에도 1932년의 반등 이후 1933년 대폭락을 겪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킨다. 국제경제연구소의 존슨 등은 정부가 막대한 구제금융을 금융 기관에 쏟아 부었지만, 현 금융 위기가 초래된 금융 시스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결국 은행으로 변신한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금융 기관들이 이전의 금융 투기를 계속할 경우 이번에는 은행 전반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루비니 등은 이번 금융 위기로 미국의 부채인 국공채의 발행액이 국민소득의 80% 수준까지 상승하는 반면, 미국의 자산인 부동산 가격은 2006년 7월 대비 4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달러 가치의 폭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달러 가치의 폭락은 지금까지 미국이 달러 발행을 통해 누려왔던 특권적 지위가 손실된다는 것이며,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윤소영, 2009, <2009년 세계경제정세>). 자동차 시장: 여전히 추락 중인 자동차 판매와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적 불안전성 일부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회복을 이야기하지만 현재의 반등은 회복이라기보다는 추락에 가까웠던 2008년 자동차 판매 감소에 대한 기저 효과에 가까워 보인다. 여전히 세계 자동차 판매는 2009년 1~7월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32% 감소하였고, 2007년 동기 대비로는 38% 감소한 상태이다(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간 브리프). 한국 자동차 기업들 역시 2009년 1~7월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21% 감소한 수준이며, 2007년에 비해서는 23% 감소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자동차공업협회 월간 통계). 더군다나 이 정도의 유지도 세계 각국에서 진행한 수십조 원의 소비 지원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동차 기업들의 위기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생산 감소 수준마저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2009년 1월 자동차 판매 대수가 미국을 앞지른 중국은 2009년 6월 현재 월 판매대수가 87.3만 대로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도 많으며, 2009년 판매가 전년 상반기보다 18% 늘어났을 정도로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2009년 상반기에 세계적으로 21% 판매가 감소한 것에 비추어보면 매우 큰 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중국 경제의 기초 조건이 크게 변화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 정부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까지 4조 위안(2,928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였고,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차량 구매세 인하, 농어촌 소형차 구매 및 폐차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였다. 다시 말하면 중국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중단되는 순간 세계 자동차 시장 자체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다시 금융 투기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인 세계 자동차 시장 상황 속에서 세계 자동차 기업 위기의 상징이었던 지엠은 미국 정부, 캐나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전미자동차노조(UAW) 퇴직자건강보험기금(VEBA)의 출자전환으로 뉴 지엠으로 재출범하였다. 뉴 지엠은 지엠의 건전 자산(지엠씨, 시보레, 캐딜락 등)만을 인수하여 영업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나머지 부실 자산은 자동차청산회사(Motors Liquidation Company, 구 지엠)에 남겨두어 매각 혹은 청산하고 있다. 뉴 지엠은 시보레 볼트로 명명된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출시하며 2010년부터 재도약을 할 계획이지만, 실재 뉴 지엠이 신차 개발 판매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재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지엠이 포드나 폭스바겐 등에 비해 심각하게 부실화된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엠이 다른 자동차 기업에 비해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원인 중 첫 번째는 지엠의 금융 부분인 지맥(GMAC)의 붕괴였는데, 지맥은 여전히 미국의 5대 부실 금융 기관 중 하나로 남아있다(지맥은 2009년 초에 은행으로 전환되었다). 지엠의 할부금융을 담당하던 지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할부금융을 통한 자동차 구매가 일반적인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정상화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자세한 내용은 한지원, 2009, <지엠 파산 이후 지엠대우 전망과 대응방향> 참고). 이러한 가운데 지엠은 최근 사모펀드 등을 동원하여 자신의 재건을 도모해 보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펠 매각을 둘러싸고, 지엠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알에이치제이 인터내셔널(RHJ International)이라는 미국계 사모펀드를 끌어들인 것이다. 원래 지엠은 파산 이후 지엠 유럽 법인의 핵심 기업인 오펠을 매그나-러시아연방예금은행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으로 독일 정부, 노동조합 등과 논의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매그나 쪽과 매각 협상을 일시 중지하며, 미국계 사모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 이유는 매그나 컨소시엄에 오펠을 매각할 경우 자동차 핵심 기술이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에 대해 독일 정부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는 크게 반대하고 있다. 독일정부는 매각을 전제로 이미 21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였고, 앞으로도 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할 예정인데 이미 투기적 행태로 전세계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의 오펠 인수를 반가워할 리 없다. 더군다나 직간접적으로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달린 오펠 처리에 있어 9월 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 독일 금속노조는 매그나 측과 고용 보장에 관한 협의까지 진행했고, 고용 불안 및 재매각 가능성이 큰 미국계 금융자본의 인수에 대해서는 결사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지엠은 이미 2006~7년에 초국적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20세기 가장 큰 사기극을 벌이려 한 전력이 있다. 지엠은 초국적 사모펀드인 서버러스를 통해 크라이슬러를 합병시키려는 시도를 한 바 있었다. 지엠이 서버러스에 지맥을 넘기고,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 주식을 매입하여 인수한 후 다운사이징하여 지맥 자산과 합한 후 다시 지엠에 되판다는 계획이었다. 금융 위기로 이 계획은 결국 실패했다. 지엠은 자신의 파산이 목전에 닥쳤는데도 불구하고 대규모 금융 투기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비지니스위크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엠 내부에서는 아예 오펠의 파산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고 한다. 오펠은 독일 이외에도 영국(복스홀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에서 4천 7백여 명, 스페인에서 7천 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조립 공장을 운영 중인데, 독일 정부가 지엠에 비협조적일 경우 파산협박을 통해 이들 국가들에게서도 구제금융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Businessweek, 2009.08.24). 독일 정부와 지엠이 11월까지 매각 관련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현재 오펠은 부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스포츠자동차 업체 포르쉐가 지난해 3월 폭스바겐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하며 주가 조작에 나선 것은 좀 더 극단적인 투기 사례다. 2005년부터 폭스바겐 주식을 사들인 포르쉐는 2008년 경제 위기 국면에서 폭스바겐을 합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사실 포르쉐가 노린 것은 포로쉐와 폭스바겐의 주가 상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르쉐는 2008년 폭스바겐 주식 거래로만 68억 유로(약 10조 8천억 원)의 이득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주식 시장 거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온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팔고, 만기 전에 주식을 되갚으며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을 실현)가 적극 사용되었다. 포르쉐의 경영진은 2008년 초에 헤지펀드들에 주식을 빌려주며, 2008년 3월 경에 자신들이 폭스바겐을 인수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렸다. 헤지펀드들은 주가가 크게 오른 3월부터 10월까지 폭스바겐 전체 주식의 12% 가까운 물량을 공매도 하였는데, 이 때 포르쉐가 자신들의 스톡옵션 전환 시 폭스바겐의 지분이 75%라고 밝힌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헤지펀드들이 되갚아야 할 12%의 주식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주정부가 소유한 20%의 지분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헤지펀드들은 사활을 걸고 주식매입에 나서고, 주가는 폭스바겐의 실적 저하 속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이 과정에서 세계 94위 갑부인 메클레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시장안정을 명분으로 포르쉐의 경영진은 주식을 매도하였고, 그 차익으로 밝혀진 것만 10조 8천억 원이다. 포르쉐는 주식 매매 차익을 실현한 이후 2009년 5월 폭스바겐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고, 7월에 폭스바겐이 역으로 포르쉐 인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현재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금융 투기적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 등의 녹색 자동차 생산이 시장을 재조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금융 투기들과 정부에 대한 지원 협박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해고 양상: 비정규직 우선, 해외공장 우선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의 노동자 해고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엠의 경우 생산직을 연내 40,500명 수준까지 감축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2009년 2월에 제출된 46,300명보다 더욱 줄어든 것이다. 2008년 말 62,403명에 달하던 생산직 노동자들은 파산 이후 현재 2009년 8월 초까지 1만 4천여 명이 희망퇴직(buyout)하여 현재 4만 8천여 명이 근무 중인데, 사측은 앞으로 7,500명에 대한 추가 해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GM의 생산이 최대를 달리던 2004년, 11만 8천여 명에서 2009년 현재까지 약 7만여 명이 해고된 것으로(Reconstruction Plan 2009~2012, 2009.02 및 NYTIMES, 09.08.03) 2004년 기준으로 60%가 넘게 해고된 것이다. 크라이슬러 역시 사무직 5,000명, 생산직 4,800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포드는 사무직 3,000여 명만 해고할 계획이다. 자국의 정규직에 대한 종신고용으로 유명한 도요타의 경우 일본 내의 정규직을 제외하고는 큰 폭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일본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5,000명을 계약해지한 것은 물론, 미국 샌 안토니오 공장에서 2,000명을 해고했고, 심지어 프리몬트 공장은 아예 폐쇄 조치하며 4,500여 노동자를 해고했다. 혼다나 닛산 역시 마찬가지로 해외공장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인력 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유명한 폭스바겐의 경우 정규직의 경우 주 노동시간을 28시간까지 단축하며 고용을 보장하고 있으나, 비정규직과 해외공장의 경우 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내에서 계약직 16,500명을 계약해지하였고, 멕시코 공장에서는 1,05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프랑스 르노는 프랑스에서 2,000여명, 해외에서 2,000여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독일 베엠베(BMW)는 영국 공장에서 850명을 해고하였다. [표 1] 세계 자동차기업 정리해고 현황(자료: 각국 언론 종합)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자동차 기업들의 정리해고 특징은 첫 번째,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한다는 것이다. 임시계약직, 파견근로직 노동자들부터 해고하는 것에는 세계 모든 국가가 똑같다. 영미보다 고용문제에 좀 더 엄격하다는 유럽의 기업들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특징은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의 경우 해외공장에서 적극적으로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자국 내 정규직 보호에 세계적 명성을 날린 기업들의 경우 해외 공장 인력 감축에 더욱 적극적이다. 도요타의 경우 정부 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공장 폐쇄도 불사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100% 초저임금 비정규직만 존재한다는 멕시코 공장에서도 대량 계약해지를 단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인력 조정에 더욱 적극적인 이유는 정부의 제조업 기업들의 고용유지 혹은 판매 증가를 위한 각종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기업들의 경우 현재의 해고가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엠은 이미 2004년부터 7만여 명의 인력을, 포드는 2005년부터 6만여 명의 인력을 감축해왔다. 미국 내 고용 인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의 인력 조정을 이미 진행해왔던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러한 인력 구조조정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해외 공장 건설 붐과 관련이 있다. 지엠은 지엠대우를 비롯하여 남미, 동아시아에 다수의 공장을 건설 혹은 증설했으며, 포드 역시 중국 내 대규모 공장 증설을 비롯하여 태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와 브라질 멕시코 등 남미에 많은 공장을 신설하였다. 이미 지엠과 포드의 경우 미국 내 생산보다 해외생산 비중이 더 높았던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의 대응: 노조의 근간을 흔드는 양보교섭에서부터 가두 투쟁 파업까지 각국의 노동조합은 대규모 해고 사태에 대해 여러 수준에서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크게 보면 미국자동차노조와 같은 백기투항형 양보교섭에서부터, 독일 금속노조 식의 선거 등을 매개로 한 대정부압박 방식, 그리고 한국 쌍용차와 더불어 이탈리아 금속노조와 같은 정규직 및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위한 파업 및 가두 시위 방식 등이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지엠, 크라이슬러 파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투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다. 우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 투쟁으로 쟁취한 전미자동차노조의 최대 성과물인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사실상 그 유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퇴직자가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 차원의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었다. 하지만 사측이 납부하기로 한 자본(기업의 기금에 대한 부채) 대부분이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되며, 현재 기금 자체가 운영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현재 지엠의 17.5%, 크라이슬러의 55%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포드 역시 포드 분담금의 50%를 매년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Ford, 2009, Second Quarter Earnings Review). 사실 전미자동차노조의 이러한 지분 참여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1990년대 미제철노동자연합(the United Steelworkers)이 알고마 제철(Algoma Steel)에 자신들의 임금 삭감분을 주식으로 전환한 경험이 있었는데, 알고마 제철이 이후 법정관리, 무상감자 등을 진행하면서 노동자들의 주식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미국항공사(United Air Lines) 노조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항공사 노조는 임금 삭감분과 퇴직금 등으로 약 55%에 가까운 지분을 소유하게 되었는데, 이후 법정관리를 거치며 이 지분은 모두 소각되었다(Calgary Herald, 2009.08.07). 즉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가 다시 부실화되어 법정관리 혹은 기타 자본재조정 과정을 거칠 경우 퇴직자건강보험기금 역시 파산하게 된다. 이밖에도 전미자동차노조는 포드와의 협상에서 고용안정을 대가로 6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물론 15년간 무쟁의를 약속하였다.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미자동차노조의 무력한 모습은 전미자동차노조의 유일한 도요타 사업장인 프리몬트에서 4,500명의 해고자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독일 금속노조의 경우 폭스바겐, 베엠베 등과 4% 임금인상에 합의한 이후 현재 퇴직자에 대한 지원 및 노동조합 교육 지원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http://www.igmetall-nieder-sachsen-anhalt.de/). 또한 현 기민당 정부에 오펠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을 비롯하여 독일 내 고용 유지에 의지가 있는 매수자와 우선 협상할 것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9월 말 총산을 앞두고 사민당(SPD)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현 정부(기민당)와 야당(사민당) 모두에 고용 및 노동조건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가지고 경쟁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약 240만 조합원을 거느린 금속노조는 독일 내 최대 산별 노조로 역사적으로 사민당을 계속 지지해 왔었다. 2008년 말에 이탈리아노총을 비롯한 제 노조들은 임금보장기금(CIG)의 확대를 요구하여 이를 관철시킨 바 있는데, 임금보장기금의 확대로 인해 무급휴직 및 단기근로 노동자들의 97%가 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피아트는 임금보장기금을 가장 많이 활용했는데, 2008년 12월 중순부터 2009년 1월 중순까지 58,000여 명의 전노동자가 휴직한데 이어 2009년 7월까지 6차례 이상의 휴직을 시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임금보장기금 지급액은 2007년 대비 526%까지 상승하였고, 이 외에도 여러 지방정부가 피아트를 지원하였다(EIRO, 2009, “Recent restructuring trends and policies in the automotive sector”).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피아트는 국내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노총(CGIL)의 금속노조(Fiom-CGIL)는 피아트의 공장 폐쇄 계획 및 크라이슬러 인수 이후의 국내 생산 물량 조정 등에 관해 교섭을 진행 중이다. 남부지방의 두 공장 폐쇄 계획에 대해서는 파업과 거리 봉쇄 투쟁을 이미 진행하였으며, 현재는 피아트 사측에서 토요일 연장 근무 방침을 금속노조와 협약 없이 밀어 붙이고 있는 것에 항의하여 8월 29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금속노조는 피아트 측이 이미 수많은 임시직을 해고한 상황에서 신규 물량에 따라 신규 고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은 크라이슬러와 합병 이후 더 큰 해고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금속노조는 피아트가 금속노조와 직접 교섭하지 않고 각 공장 별로 이러한 특근을 몇몇 노조들과 협의하여 마구잡이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노조 파괴 책동이라며 총력을 다해 투쟁할 계획이다(http://www.fiom.cgil.it). 결론: 자동차 자본의 국제 이동을 제약할 국제적 연대와 국가적 수준에서 해고 중단을 위한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위기는 단기간의 반등은 있을 수 있으나 대공황에 버금가는 길고 깊은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신차 몇 종 개발하고 판매한다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 결국 이들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엠과 포르쉐의 방법처럼 갖가지 금융 투기를 통해 자산을 늘리거나, 더 많은 해고를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최소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 기업들은 자국 내 비정규직과 해외 공장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며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도요타, 폭스바겐, 피아트 등의 자동차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 등이 존재하는 이상 당장 자국 내에서 대규모 정규직 해고를 단행하지는 않겠지만, 언제까지고 해고를 하지 않고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면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탈출하여 동아시아, 중국, 남미, 동유럽 등 저임금 지역으로 이동하며 50~60% 가까운 인원이 해고된 경험이 오히려 일반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탈리아 금속노조가 피아트의 크라이슬러 합병 이후 자본 유출 및 생산 유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투쟁하는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먹튀 상하이자동차 지분소각과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투쟁한 것, 그리고 독일 금속노조가 오펠의 인수자를 고용 보장 최우선 기준 하에서 선택하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세계화된 자동차 기업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자동차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제약하고, 자본 유출입에 의존적이지 않은 노동 조건에 관한 표준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 한국에서도 쌍용차에 이어 지엠대우와 현대자동차가 자본의 국제적 이동으로 인한 정리해고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엠대우는 부도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 2009년 상반기 생산량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더군다나 지엠 본사에 대한 자본 유출 의혹이 있는 파생상품거래로 매달 천 억 이상의 금융 손실을 몇 달간 계속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10월에는 산업은행 대출금 8천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운전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지엠대우는 8~9월 중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부도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단기간의 유동성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이 생산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지엠대우는 오펠 매각으로 인한 지엠유럽의 붕괴, 북미 지역의 소형차 독자 생산 계획 등으로 인해 장기간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 정리해고 요인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리말디 사장이 인위적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노조와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2조원 대의 산업은행 지원에 사활을 건 지엠대우의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9월 말 그리말디가 퇴임한 이후 중단기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생산 감소폭으로만 보면 상황은 2001년 정리해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세계 자동차 시장이 19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하며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하청생산공장으로 원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세계 경제가 구조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현재가 지엠대우의 더욱 큰 위기라 할 수 있다. 현대의 경우 2009년 7월 생산량이 15만 대 수준을 회복하며 겉으로만 보기에는 일정정도 생산량을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한 내수 회복으로 인한 것으로 2007년 기준으로 전체 판매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은 여전히 예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년 늘어나 이미 전체 생산량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이 가장 큰 문제인데, 현대차는 그나마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다소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서 현지 생산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인력 감축 요인이 더욱 강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여유 자금이 있는 현대차에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사측이 인력 조정을 계속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1만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감행했던 1998년만큼 빠른 구조조정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2000년대 이후 전체 생산에서 수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 해외 생산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 자동차 시장 거품 붕괴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여건은 1998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차 투쟁에서 보았듯이 이들 기업들의 투쟁이 기업 노동자만의 투쟁으로 승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당장 해고를 중단하기 위한 전국적 투쟁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제약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비정규직법 개악 시도 7월 1일 오후 한나라당이 기습적으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를 열어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환노위 위원장을 포함한 야당의원이 불참하여 법안상정의 적법성 논란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일단 6월 30일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7월 1일부터 기존의 비정규직법이 예정대로 시행된다.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은 30일 밤늦게까지 합의를 시도했으나 최대 쟁점인 법 시행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06년 11월 30일 노무현 정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합의해서 처리했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법이라고 하면 이때 제ㆍ개정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함께 일컫는다. 이로써 2007년 7월 1일부터 비정규직 사용기간(2년)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정부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2009년 7월부터 100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불안한 상태에 들어간다”고 말하며 고용대란설을 설파했다. 올해 3월 12일에는 노동부가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발표하여 현행 개정안이 윤곽을 드러냈고, 3월 13일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3월 30일에는 기간제와 파견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4월 1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간의 이견으로 상정이 무산된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6월 19일 환노위 3당 간사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석회의는 6월 29일까지 9차례 열렸으나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되었다. 한나라당은 이 과정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대신에 법 적용을 유예하는 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제시하였다. 한나라당은 법적용 유예기간을 초기에는 3년으로 정했다가 협상이 진행되면서 2년으로 변경하였다. 협상 마감시한이 코앞에 닥친 6월 30일에는 선진과창조의모임에서 낸 절충안(300인 이상 사업장은 현행법 즉시 시행, 300인 미만 200인 이상 사업장은 법 시행 1년 유예, 20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은 최대 1년 6개월까지 법 시행 유예)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7월 1일 환노위에 기습 상정한 것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3년 유예하는 기존의 안이다.) 민주당은 기존법 시행 및 보완을 주장했다. 보완책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기금 대폭 증액을 내세웠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면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강화 등 법 시행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위해 ‘6개월의 준비기간’을 둘 수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6개월 유예로 입장을 정리했다. 또한 노동계의 동의를 전제로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1년 유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석회의에 참가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유예를 전제로 한 회의였다면 애초부터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야 3당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기존법의 시행 및 보완을, 민주노총은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강행해 통과시킬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 <비정규직법 오해와 진실>(2009.7.9)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노동부는 ‘기간제법은 정규직 전환법’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사용자는 2년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으며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도록 규정, 따라서 기업은 2년이 넘기 전에 계약만료 시점에 언제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기업에 비정규직을 2년 사용하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할 근거도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법 개정 의도를 방어하기 위한 자료에서 노동부가 자신의 본심을 숨김없이 드러내어, 앞장서서 비정규직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 2009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2007년 7월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을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조항 때문이다. 즉 이들은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되어 7월부터 계약기간이 2년이 넘은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로 간주된다.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2년 제한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것이 올 7월부터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규직 채용에 부담을 가진 기업들이 동일인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기보다는 계약 만료 후 다른 비정규직을 고용함으로써 대량 해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2009년 7월 기준으로 2년을 초과하는 비정규직의 규모를 100만 명 내외로 추산하고 이들의 고용대란을 강조하며, 이를 비정규직법 개정의 주요한 근거로 삼고 있다. 운동진영은 정부의 이러한 우려를 법제정 당시부터 예견했다. 우리는 비정규직법이 2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주기적 해고를 가져오고 2년 한도 내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양산법’, 즉 비정규직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사유 제한이 아니라 사용기간 제한을 골간으로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면서 실질적인 비정규직 양산 억제와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당시 기간제법은 ①관행으로 인정되었지만 비정상적인 고용이었던 비정규직을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인정하였다, ②사용사유 제한이 아니라 사용기간 제한으로 해고 후 재고용이나 파견 및 용역과 같은 간접고용으로의 전환을 통해 비정규직 양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③광범위한 적용 예외사유를 두어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목적으로 도입한 기간제법의 차별시정제도에 대해서도 ①노동조합이 차별시정을 요구할 권한을 배제함으로써 비정규직이 노동조합 결성을 매개로 자신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억제하고 있다, ②사측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거나 외주화하는 등 차별시정제도를 무력화하는 갖은 방법을 막을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파견법의 경우 ①파견대상업무를 대폭 확대하였다, ②파견기간을 2년까지로 연장하고 고령자의 경우에는 이마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③불법파견의 경우에도 2년을 넘기지 않으면 직접고용의무가 없어 사실상 불법파견을 조장한다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따라서 2006년 당시 기간제법 제정과 파견법 개정으로 구성된 비정규직법 제ㆍ개정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비정규직의 사용을 공식화, 일반화해 노동신축화를 제도화하고 이에 대한 일부 보완조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비정규직법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 고용실태: 열악한 일자리의 확산 그렇다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실태는 어떻게 변했나.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오히려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가 더욱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자리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시에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2007년 3월에서 2008년 3월까지 874만 4천 명에서 855만 8천 명으로 감소했고, 2009년 3월까지 다시 838만 1천 명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의 비정규직 구성변화를 보면 기간제노동자는 3만 6천 명 감소한 반면, 더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인 호출근로, 용역근로는 각각 9만 6천 명, 3만 5천 명 증가했다. 이는 비정규직의 감소가 안정적 일자리의 확대와는 무관함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2009년 4월 중 취업시간대별 취업자를 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98만 8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만 4천 명(19.3%) 증가했으며,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30만 명으로 66만 5천 명(-3.2%) 감소했다. 단시간 노동의 극도로 유연한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용역근로의 확대는 외주화의 확대를 보여준다. 즉 직접고용보다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간접고용에서 사용자들은 불법파견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현장에서 공정을 분리하고, 고용승계를 피하기 위해 기존업체에서 근속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의 고용승계를 하고 있다. 또 용역업체들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알선업체들을 통해 단기계약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2008년 3월에서 2009년 3월 사이에는 호출근로와 용역근로는 각각 5만 3천 명, 4만 1천 명 감소했다. 특히 임시일용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임시직은 7만 5천 명 감소했다. 그 밖에 파견노동자, 재택근로자도 감소했다. 임시일용직, 호출, 파견, 용역, 재택 노동자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로 경기악화 상황에서 해고 1순위가 된다. 이는 노동부 통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2009년 4월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의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은 상용근로자는 3.7% 증가인 반면 임시근로자는 1.5% 감소, 일용근로자는 7.2% 감소로 나타났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실직상태로 내몰렸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자본은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대해 손쉽게 노동자들을 희생시킬 수 있게 되었다.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은 경제상황이 급변하면서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경제위기로 비정규직의 해고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임시 일용 노동자의 실직이 늘고 있으며,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한계 상황에 부딪힌 쌍용자동차, GM대우 등의 대기업에서도 강제 휴업으로 사실상의 비정규직 우선 해고가 발생했다. 소리 소문도 없이 해고가 진행되는 영세사업장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한편 정부가 운영을 책임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경우도 공기업선진화나 경영효율화를 내세우며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KBS는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420명 중 18명에 대해 6월 30일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331명을 자회사로 이관하고 89명에 대해 계약해지할 계획이다. 한국토지공사는 6월 30일 145명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한국산재의료원(28명)과 보훈병원(23명)도 최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정부의 역행적 정책기조와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이 실제로 적용되는 올 7월 이후 비정규직의 연이은 해고사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노동신축화 추진과 비정규직 문제 책임 전가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이 비정규직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먼저 현 정권은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무력화함으로써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자본의 손을 들어주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같은 자본가 단체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법 개정이 미뤄지자 경제5단체장은 7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책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 폐지”이며 나아가 본질적인 해결책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자본의 칼끝이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를 넘어 정규직 노동자를 향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가 정규직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 즉 노동신축화는 추진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의 사용기간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고 임금 및 고용의 신축성을 제고할 것을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은 폐지하거나 최소한 계약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자본은 비정규직의 자유로운 사용과 정규직의 고용안정에 대한 공격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이 논쟁의 초점이 되면서 여야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등 운동진영도 이 문제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자본의 비정규직법 개악 계획은 기간제법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동부의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2009.3.12)을 보면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견근로의 고용기간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기간제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단기간 노동자의 기간제한 예외사유도 확대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손쉬운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의 사용을 확대하고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노동권의 불모지대인 파견제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즉 현재 기간제를 쟁점으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은 이명박 정권의 노동신축화 정책 중 하나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노동신축화라는 본질을 숨긴 채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대량해고가 발생한다고 협박함으로써 여론을 선도하고 국민적 압박 수단으로 삼았다. 또 해고를 막기 위해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연장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함으로써 비정규직의 사용 자체를 당연시했다. 그러나 사용기간이 연장되면 사용자는 계약해지를 통해 그 기간 안에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 비정규직법을 통해 오히려 제도적으로 비정규직의 사용이 고착화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용기간 연장이나 적용유예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의 고용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강조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앞으로 벌어질 비정규직 고용문제의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 이미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이 노무현 정권 때 여야합의로 도입된 법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향후 벌어질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비정규직법 개정 반대세력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행법의 사용기간 제한 연장이나 유예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7월 1일자 기사에서 “양대 노총 조합원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소수에 불과하며,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가 양대 노총에게는 ‘발등의 불’이 되지 못한다. …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정규직 노조’라는 것이 정설이다”며 노동계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지배세력과 자본은 이러한 논리를 동원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다른 세력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양의 탈을 쓰려고 한다. 즉 지금과 같은 구도에서 이명박 정권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통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해고와 실직 실태를 호도하고, 노동신축화를 확대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행 비정규직법 보완 주장의 한계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주장하는 기존 법 보완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늘리고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하면 현행법의 틀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간제 비정규직이 계약 해지되더라도 그 자리에 다른 노동자가 채용되는 이른바 회전문 효과 때문에 고용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정부의 대량 해고설은 거짓이다. 둘째,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대폭 늘리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폭 진전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3조 6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면 1년에 20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인당 지원금 월 50만 원×20만 명×12개월=3조 6천억 원). 먼저 대량해고 논쟁과 회전문 효과를 따져보자.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량해고설의 정치적 의도는 명확하다. 정치적 의도를 근거로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노동부의 대량해고설이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과장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요한 논거로 삼고 있는 김유선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9년 7월 사용기간 2년 제한조항이 적용되는 기간제 노동자가 최대 3.2만 명으로 추산되고, 7월 이후 매달 최대 3~4만 명이 해당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심각한 맹점이 있다. 먼저 이런 논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시적인 실직의 공포 속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회전문 효과 때문에 단순한 총량수준에서 통계상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나 고용불안은 많은 노동자의 삶을 옥죄는 명백한 현실이다.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외주화되거나 실직하여 다시 냉혹한 노동시장에 내던져진다. 한편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즐겨 인용하는 수치를 합산하더라도 1년에 40만 명 내외의 노동자가 고용불안, 즉 실질적인 해고 위험을 겪게 된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시달리게 되나? 이는 비정규직법(기간제법과 파견법)이 실제로 비정규직의 사용을 제도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참여연대 등이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양산법’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는 지난 과오를 덮을 수는 없다. 다음으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의 문제가 있다. 정규직 전환 지원금은 양날의 칼이다. 적절한 자금지원과 감독이 동반된다면 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상당한 액수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상시적으로 투입할 경우 비정규직의 채용이 더욱 확산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이럴 경우 먼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2년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일부 기업에서 채용 관행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비정규직을 제도화하고 양산하는 현행법을 그대로 둔 채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증액하자는 주장은 약효도 의심스러운 사후약방문을 남발하는 격이다. 결국 사용기간 제한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법 체제 내에서는 고용불안이라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기간제 뿐만이 아니라 파견, 특수고용 등 다른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현행 비정규직법은 폐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비정규직법 논란의 맹점을 넘어서자 그렇다면 비정규직법 개악저지를 외치며 강경저항의 자세를 취한 민주당의 태도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2006년 비정규직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환노위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노동계와의 합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상임위를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먼저 노무현 정권 때 그들이 비정규직법 논의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여야합의하에 통과시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의 수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강행통과 시켰던 세력이 지금에 와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 노동계와 비정규직의 벗인 양 핏대를 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무엇 때문인가. 무엇보다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대응을 통해 노무현 사망 이후 이른바 개혁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필요한 사회적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 노정 대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된 민주노총을 이용하여 공조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노동계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서민 민생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행태를 작년 광우병 촛불집회나 그 이후 민생민주국민회의와의 활동, 그리고 최근 ‘MB악법’ 대응과정에서 이미 여러 번 연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실제로 비정규직법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정략적이고 기만적일 뿐이다. 사용기간 연장이나 유예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돌연 6개월 유예 수용으로 바뀌었고, 노동계의 입장을 들먹이며 1년까지도 경우에 따라 수용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치 자신은 공평한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세력으로 묘사하면서 정치적인 부담은 노동계에 떠미는 꼴이다.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비정규직법 논란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기존 비정규직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인정하지 않고 현행유지와 정규직전환기금 증액으로 문제를 무마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용사유 제한 없는 사용기간 제한으로는 비정규직의 반복적인 해고와 외주 용역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민주당은 2006년의 입장으로 되돌아갔고 다만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상황변화에 따라 자신의 포지션을 바꿨을 뿐이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다시 비정규직법이 다뤄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시 수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이 부각되면 비슷한 태도를 반복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맞서기 위해서는 ‘현행법의 개악’이라는 구조에 갇혀서는 안 된다. 자본과 정권이 던져놓은 조삼모사에 빠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를 넘어서 현재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계약해지를 막고, 고용 유지를 위해 정부에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선 금호타이어 투쟁과 같은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싸움, KBS의 비정규직 해고 및 외주화에 맞선 싸움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공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노동권 박탈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막아야 한다. 하지만 쌍용차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투쟁 전선이 지역과 부문을 넘지 못하면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취약 부문부터 시작되어 확산되고 있는 해고에 맞서기 위해서 ‘한시적 해고중단 및 고용안정 특별법’과 같은 제도적 요구를 내걸고 전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전국적 투쟁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싸움이 결합될 때 이명박 정권의 노동신축화, 노동권 박탈,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서 투쟁 전선을 세우고 비정규직법의 개악 시도를 막아낼 수 있다.
하반기 노동법 개정과 노동자운동의 대응 방향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제출로 현실화된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지난 7월20일 노사정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소위원회에 복수노조 교섭창구,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노동법 개정에 대한 공익위원안이 제출되었다. 이 안은 향후 노동부를 통해 정기국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알려진 바대로 공익위원안은 사실상 정부안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번에 발표된 안은 큰 변화없이 입법안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997년 노조법에 규정됐지만 1999년, 2003년, 2006년 세 번에 걸쳐 연기된 후 2010년부터 시행키로 한 바 있는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제도가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공익위원안은 서로 다른 이유로 두 노총과 자본 측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너무 심한 누더기라는 것이 관련법 학계의 중론이지만, 노동부는 ‘노사정 합의가 안 되면 공익위원안으로 국회에 상정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첨부기사 참조) [%=박스1%] 원래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부칙5조와 6조, 즉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지급 금지 적용유예 조항의 시한 만료에 따라 법 본조항 5조(부당노동행위)와 24조(노동조합의전임자)를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된 공익위원안은 이런 범위를 넘어 사안의 성격자체를 변화시킨다. 단순히 적용이 유예된 법안이 더 이상 유예되지 않도록 한다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부가 자신의 의지대로 노사관계의 관행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따라서 아래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쟁점은 단지 복수노조 허용이 아니라 다수대표제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로, 전임자 임금문제는 노조의 현장(사업장)조직의 위상문제로 변화, 확대된다. 물론 문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애초 1997년 법 도입 이후 법 적용이 유예되면서 부칙조항이 추가된 사정이 관련되어 있다. 2006년 유예 과정에서 부칙은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를 함께 도입하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했다. 정부와 자본의 ‘유능한’ 전략적 대응의 결과다. 논의과정 전체가 철저하게 정부와 자본이 주도하고 유리하게 쟁점을 설정하는 과정이었다. 이에 비해 노동계의 대응은 ‘전략’이 부재한 것이었다. 또한 이번 공익위원안의 주요한 골자는 미국의 노동법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노사관계를 미국식으로 개편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한미 FTA와 연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개정법의 핵심은 ‘복수노조 허용’이 아니라 ‘다수대표제’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도입이 예상되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설립된 복수노조가 다수대표제 방식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복수노조로 인해 자본의 교섭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해주기 위한 장치다. 공익위원안은 복수의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고, 자율적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에는 과반수 노조에 대표권을 부여하며, 과반수 노조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주관한 조합원 선거를 진행해 과반수 노조를 결정한다. 이 노조에만 교섭권을 부여한다. 요컨대 ‘승자독식’이다. 이 과정에서 애초에 복수노조 허용의 취지로 논의되었던 단결의 자유는 완전히 형해화된다. 어용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에서 민주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시도라든지,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동자의 가입과 단결을 모두 막고 있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노력도 사실상 별 의미가 없어진다. 법적 노동3권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으로 구성된다. 세 가지 권리는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서 그 일부라도 보장되지 않으면 전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도입 과정에서 노동3권의 적용범위가 첨예한 쟁점이 되었던 것도 이런 사정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소수노조의 경우에는 단체교섭권이 박탈된다. 구체적으로 이번 공익위원안에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단체교섭권의 박탈에 따라 단체행동(파업)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섭과 협약체결은 다수 노조가 독점하지만, 쟁의행위 결의는 소수노조를 포함한 전체 조합원의 투표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체행동권도 박탈된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으로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보장된 단결권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된다.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금지되어 있기는 하지만 산별노조 지부와 같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신규노조를 설립하고, 교섭권을 보장받고 있는 현재 상태와 비교해보면, 복수노조 허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노동3권은 후퇴한다. 신규노조의 경우 교섭대표 결정을 위해 조합원 명부를 공개해야하기 때문에 조합원 개개인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파괴공작에 노출되고 조직화가 어려워진다. 미국에서 연방노사관계위원회(NLRB)가 진행하는 노조대표권 인증 선거 절차가 진행되는 사례를 참고하면 몇 개월의 시간이 이 과정에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간 동안 단체교섭이 진행되지 않으면, 사용자는 적대적인 노조를 흔들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신규노조인 경우에 사용자의 이런 지연작전은 노조를 파괴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복수노조 허용에도 불구하고 어용노조 사업장에서 민주노조 설립이나 미조직사업장에서 신규조직화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다수노조라고 해서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개정방향은 다수노조, 소수노조를 가리지 않고 노동3권을 제약한다. 다수노조라고 하더라도 쟁의행위에 대한 제약이 심해져 단체행동권이 크게 제약된다. 또한 다수노조라고 해도 사용자나 소수노조의 이의가 제기되면 다수노조임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사용자는 시간을 벌게 된다. 한편 교섭창구 단일화의 범위도 문제가 된다. 두 가지 방향에서 그렇다. 첫째, 사업장 안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다(교섭창구 단일화의 수평적 범위). 법안은 창구단일화의 범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국에 소재한 기업의 한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인사, 노무 관련 사항을 처리한다고 할 때 이 공장에서 다수지만 기업 전체로는 소수인 노조는 교섭권을 갖는가? 혹은 종합병원에서 간호사 직종에 대해서만 다수를 점하는 노조는 해당 직종에 대한 사항에 교섭권을 갖는가? 또는 전국적인 규모의 시설관리용역업체에 형식적으로 소속되었지만 원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교섭창구 단일화 범위는 원청사업장인가, 아니면 하청 시설관리용역업체 전체인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하나의 사업’에서 일하므로 공동(산별)교섭단을 구성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함께 교섭할 수 있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결정은 노동위원회가 관장하는 것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노동위원회가 사실상 노동부의 산하기구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방적으로 자본에 유리한 방식으로 교섭단위 구획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섭권 박탈을 매개로 노동3권 전체가 침해될 것이다. 둘째, 초기업노조의 교섭권 문제다(교섭창구 단일화의 수직적 범위).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의 경우에도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할 것이다. 노동자의 단결형태, 조직형태와는 무관하게 자본의 입장에서 편리한 대로 교섭창구를 설정한다는 의미다. 산별노조 전환 추세에도 불구하고 실제 노조운영은 초기업적이라기보다는 여전히 기업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섭의 분권화를 심화하게 된다. 결국 기업을 넘어선 보다 일반적인 이해를 노조운동에 반영하기 위한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운동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요컨대 교섭창구 단일화는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합법적으로 회피하고 반노조 행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절차가 된다. 또한 기업별로 노사관계의 분산성을 심화시킨다. 복수노조를 허용한다고는 하지만 다수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3권을 축소한다. 따라서 다수대표제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은 기만이라는 점에서 반대해야 한다. 자율교섭을 전제로 할 때만 복수노조 허용이 의미가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쟁점에서 노조 현장조직의 성격문제로 노조 전임자는 한국의 노조운동에서는 노조활동의 자원으로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왔다. 한편으로는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지원이라는 성격, 따라서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이라는 성격이 있다. 그러나 다른 중요한 측면도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노조의 적극적인 투쟁을 통해서 쟁취해왔다는 점, 사용자의 노무관리나 사업장 내의 노사관계에 묶이지 않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가군을 형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초기업적인 노조활동을 자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사업장별로 사용자에 의해 주어지는 전임자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며 노조가 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시키더라도 조합비의 적절한 인상 등, 노조가 조합원이 스스로 책임지는 재정자립을 통해 전임자 급여문제로 위협받지 않도록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자. 법안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 개정에서 정부와 자본의 의도는 노조의 자주성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런 점에서 문제점을 살펴보자. 전임자 임금문제와 관련해서 공익위원안이 제시한 ‘대안’은 ‘유급근로면제’ 제도다. 사업장 안에서 노사관계에 필요한 시간이나 사용자를 대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노조 업무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한다는 의미다. 그 예로 고충처리, 단체교섭, 노사협의회, 산업안전보건 활동, 노동위원회/법원 관련업무 등 6개 업무가 제시된다. 우선 이러한 유급근로면제는 조삼모사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자. 위에서 유급근로면제 대상으로 언급하는 내용은 대부분 이미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유급으로 하도록 정해져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익위원 안에서 진정으로 새로 만들어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노조전임자만이 아니라 유급 노조활동시간 전체를 규율한다는, 사업장내 노조활동에 대한 포괄적 제한, 사실상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다. 현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정해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24조2항의 내용, 즉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이하 “전임자”라 한다)는 그 전임기간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라는 조항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전체 근무시간을 모두 노조활동에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거나, 급여를 사용자로부터 직접 지급받지 않는 경우에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공익위원안은 애초 전혀 언급된 바 없었던 근무시간 중 유급 노조활동시간 전체를 문제 삼고 있다. 사업장에서 자주적인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계기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되면 노조간부들의 전임 활동은 물론이거니와, 회의참석과 같은 노조활동 전반, 그리고 심지어는 간부활동만이 아니라 조합원에 대한 노조교육시간, 총회와 같은 활동시간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 현장에서 노조활동을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만들어진다. 노조간부에게 부여할 수 있는 활동시간으로는 기존 법안에 이미 있는 것 정도만 제시하면서, 오히려 새롭게 전면적으로 노조활동을 제약하려고 하는 안이다. 게다가 보장하겠다고 말하는 유급근로면제의 대상에도 주목해야한다. 이 항목들은 모두 사업장 내 노사관계에 국한된 영역이며, 노조활동이 아니라 사실상 사용자를 대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노조활동’ 보장은 법으로 배제하고는 ‘기업의 노무관리를 대행하는 활동’으로서 ‘노조의무’만 보장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복수노조 교섭창구 문제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노조활동의 기업별 분산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최소한 초기업노조 활동을 위해서는 유급근로면제 시간을 사용할 수 없으며, 별도로 노조가 비용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초기업노조는 물론 각 상급단체(산별연맹, 민주노총 및 각 지역본부)나 외부연대단체에서 노조 전임자가 활동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노조활동의 기업 내 몰입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구나 노조 간부활동이 유급근로면제를 중심으로 재편되면, 고유의 노조활동은 자연스럽게 쇠퇴하고 사용자를 대리하는 업무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사협의회와 같은 비노조 작업장 조직이 노조를 차츰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노동운동의 전투성의 근거였던 노조의 현장장악력은 크게 침해되고 노사협의회가 노조를 대체하게 될 수 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결정의 번거로움을 생각해보면, 노사 모두 노사협의회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 일부에서도 노사협의회 ‘활용’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맞물려 작업장 조직을 노조가 아닌 것으로 대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특히 법적인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안에서는 ‘업무협조’와 같은 방식으로 단체협약에 근거하지 않은 전임자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많아질 것이다. 노조의 전임자는 아니지만 ‘노조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인사조치하거나 업무분장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전임자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일부 사업장 노조에 존재했던 이런 방식은 노사관계가 비적대적일 경우(말하자면 ‘담합적’인 경우)에는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노사관계가 악화될 경우, 노조가 사용자에 대해 자주적으로 활동할 경우 언제든지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철회될 수 있다. 따라서 노조가 이러한 방식으로 전임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확산시키고, 이것은 다시 노조의 사용자에 대한 종속을 깊어지게 만든다. 물론 서구의 산별노조, 특히 독일의 경우를 생각하면 사업장 단위로는 직장평의회와 같은 조직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노조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직장평의회를 사실상 노조가 장악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산별교섭과 산업별 교섭의 관행, 법제화가 이미 이루어진 독일과는 달리 한국의 산별노조는 법제도적인 보장도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아직은 내부적인 통합도 달성하지 못한 ‘무늬만 산별노조’ 상태다. 따라서 노사협의회와 같은 협의기구가 노조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노조 활동을 기업 안으로 가두고,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적인 노조활동의 발전과 기업을 넘어선 단결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전임자 임금지급을 위한 비용부담을 이유로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활동에 대해서 후퇴하여 기업별 조직, 기업별 활동으로 돌아가려는 원심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편 사업장 안에서 소수노조는 유급근로면제조차도 보장받지 못한다. 노사협의회에 대해서 규율하는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근참법)에서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이하 “근로자위원”이라 한다)은 근로자가 선출하되,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그 노동조합이 위촉하는 자로 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고충처리, 노사협의회 등과 관련된 유급근로면제도 다수노조만 사용할 수 있다. 소수노조는 현장활동이 더더욱 힘들어진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특별법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재정지원과 함께 ‘노사교섭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위원회가 단체교섭의 사적 공적 중재를 선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업장 교섭에서 쟁의행위를 억압하고 ‘노사화합’을 촉진하는 ‘컨설팅’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사업장 노조의 교섭지원이 주로 산별노조나 상급단체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노조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업장별 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 될 것이다. 재정지원의 경우도 노동부, 한국노총, 경총이 함께 설립한 ‘노사발전재단’과 같은 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는 공익위원안이 제출되면서 철저하게 다른 성격으로 변질되었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의 노조활동 전반을 법으로 제약하는 문제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대응하자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법 개정은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관한 법 시행을 계기로 노사관계 전반을 정부와 자본의 의도대로 개편하기 위한 의도를 깔고 있다. 정부는 비열하게도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논의된 쟁점들을 노조활동 제약을 위한 것으로 전환시켰다. 애초에 논의되었던 명분과는 달리 헌법에 보장한 노동3권을 제도적으로 제약한다거나, 노조의 현장활동과 노조활동의 영역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 운동과 같은 초기업적인 노조활동을 제도적으로 제약하고 노조활동을 기업 안으로, 그리고 기업 내 노조 활동을 노사협의회와 같은 협의기구로 대체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이런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노조운동은 기업 내의 협소한 이해를 대변하는 이익기구로 퇴락할 가능성이 크다.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도 쇠퇴할 우려가 크다. 더구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조합원 선거나 창구단일화 범위 판단 등에서 노동위원회가 개별 노사관계에 개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법안에는 내용을 모호하게 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면 노동위원회의 권력은 극대화된다. 이미 공공부문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필수유지업무 결정과정에서 노동위원회 권한 강화가 이루어진 방식과 같은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연방노사관계위원회(NLRB)가 교섭단위 결정에 전권을 휘두르고, 사업장단위 노조대표권 인증 선거 절차를 관장하는 등의 제도를 일부 모방한 것이다.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미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노동자자유선택법(Employee Free Choice Act: EFCA)의 제정은 오히려 노조 가입이 확인되면 NLRB가 주재하는 인증선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개혁한다.) 이는 노사관계에 대한 국가 개입과 제도화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노무현 정권(초기)에서는 노사관계의 제도화를 위해 노사정 삼자협의기구와 산별교섭을 통한 포섭을 통해 코포라티즘적 노사관계를 시도하는 개혁을 시도했다면, 이번 이명박 정권에서는 노사관계에 대한 국가기구의 직접적인 개입과 노조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강화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많은 노조들이 이번에도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타협을 통해 법안이 연기되거나 혹은 실제 시행과정에서 유예제도 등을 통해서 법을 피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복수노조 문제와 전임자 문제 각각에 대한 현대와 삼성 등 대자본 분파의 상이한 입장 때문에 법안이 다시 유예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을 볼 때 어느 때보다 법안 적용 유예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동법 개정방향이 갖는 의도가 노사관계의 전반적인 재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는 관망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또 일부에서는 이번 노사관계 법제도 개편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사용자와 적절히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서는 복수노조 허용에도 불구하고 아예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할 소수노조의 경우만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 경총의 입장에서도 보이듯 복수노조도 계속 금지하고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는 시행하는 ‘창의적인’ 방안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조운동은 우선 올해 하반기,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순히 노조활동에 이런 저런 제약을 몇 개 더하는 것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계기로 밀어붙이는 이 개편은 노동기본권의 근본까지 건드리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조 운동의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게다가 이 투쟁은 법 개정이 된다고 해도, 그 이후 시행령 문제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후 시행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쟁점이 될 것이다. 또한 각 현장에서 단체협약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를 놓고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투쟁은 이런 투쟁 전체의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쟁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있어 많은 노조활동가들은 ‘노조 이기주의’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주저한다. 물론 노조의 대응이 기존 노조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만이라면 그런 우려는 정당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의 대응이 보편적인 노동기본권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때, 그러한 우려를 넘어 설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이 쟁점은 ‘복수노조’, ‘전임자’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투쟁도 그러한 쟁점으로 제한되지 말아야한다. 노동3권을 침해하고 노조활동을 제약하려고 공격하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맞선 절박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힘찬 투쟁을 전개하자.
비정규직 확산과 일상적 해고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고용만큼은 안정될 것이라 생각했던 공공기관마저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위기 속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해고와 임금삭감, 무급휴직, 간접고용으로 전환 등 자본은 노동자들을 불안한 상태로 내몰며 경제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같은 자본의 계획에 2007년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이 활용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오히려 계약해지나 외주화로 비정규직 해고가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법 시행 이후 처음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한 KBS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어느덧 두 달을 훌쩍 넘었다. 그들의 투쟁은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 자처하며 유포한 환상을 철저히 깨뜨리고 있다. 경영 악화 책임 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회피, 공기업이 앞장 선 대량해고. 이런 문제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 바로 공영방송 KBS다. KBS 경영개혁단의 ‘연봉계약직 운영방안’ 공영방송 KBS는 “현행 비정규직법은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지금 KBS는 최근 2년 간 적자가 10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경영 합리화가 불가피해 정규직 전환 여력이 없다”며 계약직 노동자들을 순차적으로 해고하고 있다. 애초부터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비정규직 개악에 관한 국회 공방에서 한나라당 유예안을 기대했던 KBS다. 정부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6월 30일과 7월 30일을 기점으로 60여 명이 해고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지난 6월 발표한 KBS 연봉계약직 운영방안에 따르면 420명의 계약직 노동자 중 89명이 해고되고, 239명이 해고 후 자회사로 이관되거나 외주화된다. 이를 제외한 92명만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연봉계약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해고와 자회사 이관, 외주화를 통해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내놓은 경영합리화의 주요 골자는 자회사와 외부업체로의 이관이다. 사측은 기존 자회사인 비즈니스, 아트비전, KBS-i로 87명, 신설자회사로 122명을 이관시키고 시청자상담업무를 담당하는 30명 전원을 외주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적동의서를 쓰지 않는 노동자는 전원 해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책임회피용일 뿐이다. KBS는 구체적 계획도 없이 노동자들에게 일단 신설자회사로 전적하라고 한다. 자회사로의 전적은 노동자들을 더욱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면서 고용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자회사 전환과 간접고용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KBS 자회사는 기존회사를 몇 개의 기업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것으로 분사와 비슷한 형태다. 대부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회사 전환이 추진된다. 경제위기나 경영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려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적이다. 따라서 자회사의 노동조건은 모회사에 비해 저임금, 고강도 노동의 열악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KBS도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혁신을 위해 자회사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 정규직이 되면 인사에서 승진이 가능하고 현행 연봉이 보장되며 복리후생비와 성과급 혜택 등 처우가 지금보다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사탕발림과 달리 기존 자회사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KBS의 자회사인 KBS 미디어도 아웃소싱을 빙자해 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신설자회사의 경우 대량 해고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막기 위해 3주 만에 만든 것이다 보니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전적 대상자들조차 신설 자회사의 상황과 노동 조건을 알지 못한다. 비용절감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자회사 전환 계획은 노동자들에게 전혀 반갑지 않다. 오히려 고용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몇 가지 사례는 이런 우려를 입증해준다. ① 손쉬운 설립과 폐업,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 1997년 경제위기를 지나며 외주, 분사화는 일반화 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고 설립과 폐업이 손쉬운 것이 문제가 된다. SBS 미디어넷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외주제작업체로 전적할 것을 강요하고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전원 정리 해고를 단행했다. 그런데 이 외주제작업체라는 것은 SBS가 출자하여 만든 회사로 자체 설비나 조직을 갖추지 못한 서류상 회사에 불과한 것이었다. 2006년 KTX 여승무원들 사례도 비슷하다. 철도공사는 KTX와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을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에서 ‘KTX관광레저(자회사)’로 강제 이관시키려 했고, 이에 여성 노동자들은 위탁철회와 직접고용을 위해 3년 가까이 투쟁을 벌여왔다. 이후 ‘KTX관광레저(코레일투어로 명칭변경)’는 독자적인 사업이 없는 부실 자회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②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1998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윤전노동자들을 분사시키며 임금을 무려 30~50% 삭감했다. 이후 그 노동자들은 1년짜리 연봉계약직으로 전환되었고 지속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에서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임금삭감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③ 구조조정 정리대상 1순위 자회사의 특징 중 하나가 구조조정 계획에서 정리 1순위라는 것이다. 1997년 KT는 100% 출자로 한국통신산업개발을 만들었지만 2001년 공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이를 e-미래통신으로 매각했다. 당시 노조는 3년간 고용안정을 약속받고 민영화에 합의했지만 사업 일부 폐지, 용역기간 단축, 인원 감축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또 민영화된 KT와 민영화된 자회사는 새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되었고, KT는 자회사에 비용절감을 이유로 낮은 금액으로 계약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약속받은 3년만 보장 받고 쫓겨났다. 남아있던 정규직도 부당 해고되었다. 결국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분사화된 자회사의 노동자들은 편리한 해고대상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3년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KBS의 약속 역시 어느 순간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KBS는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하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존 자회사들과 허겁지겁 만든 신설 자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줄 수 없다. 또 위의 사례들처럼 구조조정 하에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자회사의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언제 어떻게 잘려나갈지 모른다. 한편 자본이 임의로 핵심과 비핵심 업무를 나누어 평가하고,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하는 문제도 있다. KBS 시청자 서비스팀은 견학, 상담, 안내 등의 업무를 하는 곳으로 전원 여성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시청자 서비스팀은 원래 파견업무였으나 상시업무이기에 2006년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비핵심 업무라며 외주화하겠다는 것이다. 핵심과 비핵심의 기준을 회사의 입맛에 따라 나누고, 특히 여성 직종을 비핵심 업무로 평가 절하하여 외주화하고 간접 고용하는 문제가 KBS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KBS도 피해갈 수 없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자회사 전환 및 외주화는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을 심화시키며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KBS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로 이관된 후에도 안정된 일자리의 정규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이 20개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반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계획’을 점검한 결과 올해 하반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률은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비정규직법 2년 기간제한이 시행된 데 따른 부담과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에 따른 정원감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공공기관 민영화, 인력과 예산 등의 경영효율화, 자회사 지분 매각, 청산이나 폐지 및 통폐합 추진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의 해고와 외주화가 심화될 것이고, 평가제도와 퇴출시스템에 따른 노동강도와 현장통제가 강화될 것이다. 또 청년인턴 채용을 자율화하고 대졸초임을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런 계획 하에 정부가 예산을 통제하며 직접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나서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막고, 힘없는 노동자들을 해고해서 기업을 살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수익성 논리에 따라 공공기관을 재편하겠다고 정부가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KBS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자회사 역시 어느 순간 통폐합의 도마 위에서 오를지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경영전략 속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이나 권리는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KBS 계약직 노동자들이 고용을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과 불안정 노동의 확산에 맞선 투쟁이 필수적이다. KBS 기간제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위하여 적게는 2년 많게는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이 받아야 하는 대우는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부당해고가 아니다. 지금껏 공영방송 KBS는 일자리가 희망이라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하지만 흑자 경영을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KBS는 공영방송으로의 책무조차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비정규직악법에 동조하며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KBS는 이익집단의 행세를 이제 그만 멈추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해고하고, 외주화하고, 자회사로 강제 이관하는 만행을 즉각 중단하고 전원 정규직화해야 한다. 이를 촉구하기 위해 KBS 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이 필요하다. KBS 계약직 노동자들은 처음 ‘기간제 사원협회’로 시작했다. 하지만 사측에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노동권을 행사할 수 없자 스스로를 조직하며 노동조합을 건설했다. 단결, 투쟁, 노동조합과 같은 말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지금은 해고와 고용불안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긴 싸움이 될 지라도 끝내 승리하겠다던 조합원들의 결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현재 사측이 전적을 강요하고, 노동자들 간의 단결을 가로막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럴수록 동요하지 말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야 한다. KBS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를 죽여 기업을 살리려고 하는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총공세에 맞선 싸움의 일부이다. 해고와 노동권 박탈에 맞선 투쟁에 함께 연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