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노동법 개정과 노동자운동의 대응 방향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제출로 현실화된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지난 7월20일 노사정위원회 산하 노사관계소위원회에 복수노조 교섭창구, 전임자 임금지급 관련 노동법 개정에 대한 공익위원안이 제출되었다. 이 안은 향후 노동부를 통해 정기국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알려진 바대로 공익위원안은 사실상 정부안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번에 발표된 안은 큰 변화없이 입법안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997년 노조법에 규정됐지만 1999년, 2003년, 2006년 세 번에 걸쳐 연기된 후 2010년부터 시행키로 한 바 있는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제도가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공익위원안은 서로 다른 이유로 두 노총과 자본 측이 모두 반대하고 있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너무 심한 누더기라는 것이 관련법 학계의 중론이지만, 노동부는 ‘노사정 합의가 안 되면 공익위원안으로 국회에 상정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첨부기사 참조) [%=박스1%] 원래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부칙5조와 6조, 즉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지급 금지 적용유예 조항의 시한 만료에 따라 법 본조항 5조(부당노동행위)와 24조(노동조합의전임자)를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된 공익위원안은 이런 범위를 넘어 사안의 성격자체를 변화시킨다. 단순히 적용이 유예된 법안이 더 이상 유예되지 않도록 한다는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부가 자신의 의지대로 노사관계의 관행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따라서 아래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쟁점은 단지 복수노조 허용이 아니라 다수대표제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로, 전임자 임금문제는 노조의 현장(사업장)조직의 위상문제로 변화, 확대된다. 물론 문제가 이렇게 된 데에는 애초 1997년 법 도입 이후 법 적용이 유예되면서 부칙조항이 추가된 사정이 관련되어 있다. 2006년 유예 과정에서 부칙은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를 함께 도입하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했다. 정부와 자본의 ‘유능한’ 전략적 대응의 결과다. 논의과정 전체가 철저하게 정부와 자본이 주도하고 유리하게 쟁점을 설정하는 과정이었다. 이에 비해 노동계의 대응은 ‘전략’이 부재한 것이었다. 또한 이번 공익위원안의 주요한 골자는 미국의 노동법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노사관계를 미국식으로 개편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한미 FTA와 연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개정법의 핵심은 ‘복수노조 허용’이 아니라 ‘다수대표제’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도입이 예상되는 교섭창구 단일화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설립된 복수노조가 다수대표제 방식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복수노조로 인해 자본의 교섭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해주기 위한 장치다. 공익위원안은 복수의 노조가 자율적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하고, 자율적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에는 과반수 노조에 대표권을 부여하며, 과반수 노조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주관한 조합원 선거를 진행해 과반수 노조를 결정한다. 이 노조에만 교섭권을 부여한다. 요컨대 ‘승자독식’이다. 이 과정에서 애초에 복수노조 허용의 취지로 논의되었던 단결의 자유는 완전히 형해화된다. 어용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에서 민주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시도라든지,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동자의 가입과 단결을 모두 막고 있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노력도 사실상 별 의미가 없어진다. 법적 노동3권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으로 구성된다. 세 가지 권리는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서 그 일부라도 보장되지 않으면 전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도입 과정에서 노동3권의 적용범위가 첨예한 쟁점이 되었던 것도 이런 사정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소수노조의 경우에는 단체교섭권이 박탈된다. 구체적으로 이번 공익위원안에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단체교섭권의 박탈에 따라 단체행동(파업)도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섭과 협약체결은 다수 노조가 독점하지만, 쟁의행위 결의는 소수노조를 포함한 전체 조합원의 투표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체행동권도 박탈된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으로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보장된 단결권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된다.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금지되어 있기는 하지만 산별노조 지부와 같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신규노조를 설립하고, 교섭권을 보장받고 있는 현재 상태와 비교해보면, 복수노조 허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노동3권은 후퇴한다. 신규노조의 경우 교섭대표 결정을 위해 조합원 명부를 공개해야하기 때문에 조합원 개개인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파괴공작에 노출되고 조직화가 어려워진다. 미국에서 연방노사관계위원회(NLRB)가 진행하는 노조대표권 인증 선거 절차가 진행되는 사례를 참고하면 몇 개월의 시간이 이 과정에서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간 동안 단체교섭이 진행되지 않으면, 사용자는 적대적인 노조를 흔들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신규노조인 경우에 사용자의 이런 지연작전은 노조를 파괴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복수노조 허용에도 불구하고 어용노조 사업장에서 민주노조 설립이나 미조직사업장에서 신규조직화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다수노조라고 해서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개정방향은 다수노조, 소수노조를 가리지 않고 노동3권을 제약한다. 다수노조라고 하더라도 쟁의행위에 대한 제약이 심해져 단체행동권이 크게 제약된다. 또한 다수노조라고 해도 사용자나 소수노조의 이의가 제기되면 다수노조임을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사용자는 시간을 벌게 된다. 한편 교섭창구 단일화의 범위도 문제가 된다. 두 가지 방향에서 그렇다. 첫째, 사업장 안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다(교섭창구 단일화의 수평적 범위). 법안은 창구단일화의 범위를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국에 소재한 기업의 한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인사, 노무 관련 사항을 처리한다고 할 때 이 공장에서 다수지만 기업 전체로는 소수인 노조는 교섭권을 갖는가? 혹은 종합병원에서 간호사 직종에 대해서만 다수를 점하는 노조는 해당 직종에 대한 사항에 교섭권을 갖는가? 또는 전국적인 규모의 시설관리용역업체에 형식적으로 소속되었지만 원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교섭창구 단일화 범위는 원청사업장인가, 아니면 하청 시설관리용역업체 전체인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공장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하나의 사업’에서 일하므로 공동(산별)교섭단을 구성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함께 교섭할 수 있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결정은 노동위원회가 관장하는 것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노동위원회가 사실상 노동부의 산하기구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방적으로 자본에 유리한 방식으로 교섭단위 구획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섭권 박탈을 매개로 노동3권 전체가 침해될 것이다. 둘째, 초기업노조의 교섭권 문제다(교섭창구 단일화의 수직적 범위).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의 경우에도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할 것이다. 노동자의 단결형태, 조직형태와는 무관하게 자본의 입장에서 편리한 대로 교섭창구를 설정한다는 의미다. 산별노조 전환 추세에도 불구하고 실제 노조운영은 초기업적이라기보다는 여전히 기업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섭의 분권화를 심화하게 된다. 결국 기업을 넘어선 보다 일반적인 이해를 노조운동에 반영하기 위한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운동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요컨대 교섭창구 단일화는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합법적으로 회피하고 반노조 행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절차가 된다. 또한 기업별로 노사관계의 분산성을 심화시킨다. 복수노조를 허용한다고는 하지만 다수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3권을 축소한다. 따라서 다수대표제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허용은 기만이라는 점에서 반대해야 한다. 자율교섭을 전제로 할 때만 복수노조 허용이 의미가 있다. 전임자 임금지급 쟁점에서 노조 현장조직의 성격문제로 노조 전임자는 한국의 노조운동에서는 노조활동의 자원으로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왔다. 한편으로는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지원이라는 성격, 따라서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이라는 성격이 있다. 그러나 다른 중요한 측면도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노조의 적극적인 투쟁을 통해서 쟁취해왔다는 점, 사용자의 노무관리나 사업장 내의 노사관계에 묶이지 않는 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가군을 형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초기업적인 노조활동을 자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사업장별로 사용자에 의해 주어지는 전임자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며 노조가 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시키더라도 조합비의 적절한 인상 등, 노조가 조합원이 스스로 책임지는 재정자립을 통해 전임자 급여문제로 위협받지 않도록 조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논의하자. 법안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 개정에서 정부와 자본의 의도는 노조의 자주성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런 점에서 문제점을 살펴보자. 전임자 임금문제와 관련해서 공익위원안이 제시한 ‘대안’은 ‘유급근로면제’ 제도다. 사업장 안에서 노사관계에 필요한 시간이나 사용자를 대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노조 업무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한다는 의미다. 그 예로 고충처리, 단체교섭, 노사협의회, 산업안전보건 활동, 노동위원회/법원 관련업무 등 6개 업무가 제시된다. 우선 이러한 유급근로면제는 조삼모사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자. 위에서 유급근로면제 대상으로 언급하는 내용은 대부분 이미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유급으로 하도록 정해져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익위원 안에서 진정으로 새로 만들어진 것은 무엇일까? 바로 노조전임자만이 아니라 유급 노조활동시간 전체를 규율한다는, 사업장내 노조활동에 대한 포괄적 제한, 사실상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다. 현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정해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24조2항의 내용, 즉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자(이하 “전임자”라 한다)는 그 전임기간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라는 조항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전체 근무시간을 모두 노조활동에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거나, 급여를 사용자로부터 직접 지급받지 않는 경우에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공익위원안은 애초 전혀 언급된 바 없었던 근무시간 중 유급 노조활동시간 전체를 문제 삼고 있다. 사업장에서 자주적인 노조활동을 제약하는 계기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되면 노조간부들의 전임 활동은 물론이거니와, 회의참석과 같은 노조활동 전반, 그리고 심지어는 간부활동만이 아니라 조합원에 대한 노조교육시간, 총회와 같은 활동시간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사업장 현장에서 노조활동을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만들어진다. 노조간부에게 부여할 수 있는 활동시간으로는 기존 법안에 이미 있는 것 정도만 제시하면서, 오히려 새롭게 전면적으로 노조활동을 제약하려고 하는 안이다. 게다가 보장하겠다고 말하는 유급근로면제의 대상에도 주목해야한다. 이 항목들은 모두 사업장 내 노사관계에 국한된 영역이며, 노조활동이 아니라 사실상 사용자를 대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노조활동’ 보장은 법으로 배제하고는 ‘기업의 노무관리를 대행하는 활동’으로서 ‘노조의무’만 보장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복수노조 교섭창구 문제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노조활동의 기업별 분산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최소한 초기업노조 활동을 위해서는 유급근로면제 시간을 사용할 수 없으며, 별도로 노조가 비용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초기업노조는 물론 각 상급단체(산별연맹, 민주노총 및 각 지역본부)나 외부연대단체에서 노조 전임자가 활동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노조활동의 기업 내 몰입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더구나 노조 간부활동이 유급근로면제를 중심으로 재편되면, 고유의 노조활동은 자연스럽게 쇠퇴하고 사용자를 대리하는 업무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사협의회와 같은 비노조 작업장 조직이 노조를 차츰 대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노동운동의 전투성의 근거였던 노조의 현장장악력은 크게 침해되고 노사협의회가 노조를 대체하게 될 수 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결정의 번거로움을 생각해보면, 노사 모두 노사협의회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 일부에서도 노사협의회 ‘활용’을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맞물려 작업장 조직을 노조가 아닌 것으로 대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특히 법적인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안에서는 ‘업무협조’와 같은 방식으로 단체협약에 근거하지 않은 전임자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많아질 것이다. 노조의 전임자는 아니지만 ‘노조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인사조치하거나 업무분장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전임자처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일부 사업장 노조에 존재했던 이런 방식은 노사관계가 비적대적일 경우(말하자면 ‘담합적’인 경우)에는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노사관계가 악화될 경우, 노조가 사용자에 대해 자주적으로 활동할 경우 언제든지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철회될 수 있다. 따라서 노조가 이러한 방식으로 전임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확산시키고, 이것은 다시 노조의 사용자에 대한 종속을 깊어지게 만든다. 물론 서구의 산별노조, 특히 독일의 경우를 생각하면 사업장 단위로는 직장평의회와 같은 조직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노조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직장평의회를 사실상 노조가 장악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정적인 산별교섭과 산업별 교섭의 관행, 법제화가 이미 이루어진 독일과는 달리 한국의 산별노조는 법제도적인 보장도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아직은 내부적인 통합도 달성하지 못한 ‘무늬만 산별노조’ 상태다. 따라서 노사협의회와 같은 협의기구가 노조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노조 활동을 기업 안으로 가두고,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적인 노조활동의 발전과 기업을 넘어선 단결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전임자 임금지급을 위한 비용부담을 이유로 산별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활동에 대해서 후퇴하여 기업별 조직, 기업별 활동으로 돌아가려는 원심력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편 사업장 안에서 소수노조는 유급근로면제조차도 보장받지 못한다. 노사협의회에 대해서 규율하는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근참법)에서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이하 “근로자위원”이라 한다)은 근로자가 선출하되,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그 노동조합이 위촉하는 자로 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고충처리, 노사협의회 등과 관련된 유급근로면제도 다수노조만 사용할 수 있다. 소수노조는 현장활동이 더더욱 힘들어진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특별법을 마련하겠다는 것도 재정지원과 함께 ‘노사교섭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위원회가 단체교섭의 사적 공적 중재를 선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업장 교섭에서 쟁의행위를 억압하고 ‘노사화합’을 촉진하는 ‘컨설팅’으로 예상된다. 소규모 사업장 노조의 교섭지원이 주로 산별노조나 상급단체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노조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업장별 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 될 것이다. 재정지원의 경우도 노동부, 한국노총, 경총이 함께 설립한 ‘노사발전재단’과 같은 기구를 통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는 공익위원안이 제출되면서 철저하게 다른 성격으로 변질되었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의 노조활동 전반을 법으로 제약하는 문제로 둔갑해버린 것이다.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노동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대응하자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법 개정은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관한 법 시행을 계기로 노사관계 전반을 정부와 자본의 의도대로 개편하기 위한 의도를 깔고 있다. 정부는 비열하게도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논의된 쟁점들을 노조활동 제약을 위한 것으로 전환시켰다. 애초에 논의되었던 명분과는 달리 헌법에 보장한 노동3권을 제도적으로 제약한다거나, 노조의 현장활동과 노조활동의 영역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 운동과 같은 초기업적인 노조활동을 제도적으로 제약하고 노조활동을 기업 안으로, 그리고 기업 내 노조 활동을 노사협의회와 같은 협의기구로 대체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이런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노조운동은 기업 내의 협소한 이해를 대변하는 이익기구로 퇴락할 가능성이 크다.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와 같은 초기업노조도 쇠퇴할 우려가 크다. 더구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조합원 선거나 창구단일화 범위 판단 등에서 노동위원회가 개별 노사관계에 개입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법안에는 내용을 모호하게 정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노동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면 노동위원회의 권력은 극대화된다. 이미 공공부문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필수유지업무 결정과정에서 노동위원회 권한 강화가 이루어진 방식과 같은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연방노사관계위원회(NLRB)가 교섭단위 결정에 전권을 휘두르고, 사업장단위 노조대표권 인증 선거 절차를 관장하는 등의 제도를 일부 모방한 것이다.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미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노동자자유선택법(Employee Free Choice Act: EFCA)의 제정은 오히려 노조 가입이 확인되면 NLRB가 주재하는 인증선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개혁한다.) 이는 노사관계에 대한 국가 개입과 제도화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노무현 정권(초기)에서는 노사관계의 제도화를 위해 노사정 삼자협의기구와 산별교섭을 통한 포섭을 통해 코포라티즘적 노사관계를 시도하는 개혁을 시도했다면, 이번 이명박 정권에서는 노사관계에 대한 국가기구의 직접적인 개입과 노조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강화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많은 노조들이 이번에도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타협을 통해 법안이 연기되거나 혹은 실제 시행과정에서 유예제도 등을 통해서 법을 피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복수노조 문제와 전임자 문제 각각에 대한 현대와 삼성 등 대자본 분파의 상이한 입장 때문에 법안이 다시 유예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을 볼 때 어느 때보다 법안 적용 유예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노동법 개정방향이 갖는 의도가 노사관계의 전반적인 재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는 관망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또 일부에서는 이번 노사관계 법제도 개편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사용자와 적절히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서는 복수노조 허용에도 불구하고 아예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할 소수노조의 경우만이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 경총의 입장에서도 보이듯 복수노조도 계속 금지하고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는 시행하는 ‘창의적인’ 방안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조운동은 우선 올해 하반기,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순히 노조활동에 이런 저런 제약을 몇 개 더하는 것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계기로 밀어붙이는 이 개편은 노동기본권의 근본까지 건드리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조 운동의 비상한 대응이 요구된다. 게다가 이 투쟁은 법 개정이 된다고 해도, 그 이후 시행령 문제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후 시행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쟁점이 될 것이다. 또한 각 현장에서 단체협약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를 놓고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투쟁은 이런 투쟁 전체의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쟁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있어 많은 노조활동가들은 ‘노조 이기주의’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주저한다. 물론 노조의 대응이 기존 노조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만이라면 그런 우려는 정당할 수 있다. 그러나 노조의 대응이 보편적인 노동기본권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때, 그러한 우려를 넘어 설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이 쟁점은 ‘복수노조’, ‘전임자’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투쟁도 그러한 쟁점으로 제한되지 말아야한다. 노동3권을 침해하고 노조활동을 제약하려고 공격하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에 맞선 절박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힘찬 투쟁을 전개하자.
비정규직 확산과 일상적 해고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고용만큼은 안정될 것이라 생각했던 공공기관마저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위기 속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해고와 임금삭감, 무급휴직, 간접고용으로 전환 등 자본은 노동자들을 불안한 상태로 내몰며 경제위기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 같은 자본의 계획에 2007년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이 활용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오히려 계약해지나 외주화로 비정규직 해고가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법 시행 이후 처음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한 KBS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도 어느덧 두 달을 훌쩍 넘었다. 그들의 투쟁은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 자처하며 유포한 환상을 철저히 깨뜨리고 있다. 경영 악화 책임 전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회피, 공기업이 앞장 선 대량해고. 이런 문제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 바로 공영방송 KBS다. KBS 경영개혁단의 ‘연봉계약직 운영방안’ 공영방송 KBS는 “현행 비정규직법은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지금 KBS는 최근 2년 간 적자가 10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경영 합리화가 불가피해 정규직 전환 여력이 없다”며 계약직 노동자들을 순차적으로 해고하고 있다. 애초부터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비정규직 개악에 관한 국회 공방에서 한나라당 유예안을 기대했던 KBS다. 정부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6월 30일과 7월 30일을 기점으로 60여 명이 해고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지난 6월 발표한 KBS 연봉계약직 운영방안에 따르면 420명의 계약직 노동자 중 89명이 해고되고, 239명이 해고 후 자회사로 이관되거나 외주화된다. 이를 제외한 92명만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연봉계약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해고와 자회사 이관, 외주화를 통해 정규직 전환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사측이 내놓은 경영합리화의 주요 골자는 자회사와 외부업체로의 이관이다. 사측은 기존 자회사인 비즈니스, 아트비전, KBS-i로 87명, 신설자회사로 122명을 이관시키고 시청자상담업무를 담당하는 30명 전원을 외주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전적동의서를 쓰지 않는 노동자는 전원 해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책임회피용일 뿐이다. KBS는 구체적 계획도 없이 노동자들에게 일단 신설자회사로 전적하라고 한다. 자회사로의 전적은 노동자들을 더욱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면서 고용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자회사 전환과 간접고용으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KBS 자회사는 기존회사를 몇 개의 기업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것으로 분사와 비슷한 형태다. 대부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자회사 전환이 추진된다. 경제위기나 경영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려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적이다. 따라서 자회사의 노동조건은 모회사에 비해 저임금, 고강도 노동의 열악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KBS도 비용 절감을 통한 경영 혁신을 위해 자회사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 정규직이 되면 인사에서 승진이 가능하고 현행 연봉이 보장되며 복리후생비와 성과급 혜택 등 처우가 지금보다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사탕발림과 달리 기존 자회사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KBS의 자회사인 KBS 미디어도 아웃소싱을 빙자해 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신설자회사의 경우 대량 해고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막기 위해 3주 만에 만든 것이다 보니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전적 대상자들조차 신설 자회사의 상황과 노동 조건을 알지 못한다. 비용절감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자회사 전환 계획은 노동자들에게 전혀 반갑지 않다. 오히려 고용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몇 가지 사례는 이런 우려를 입증해준다. ① 손쉬운 설립과 폐업,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 1997년 경제위기를 지나며 외주, 분사화는 일반화 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고 설립과 폐업이 손쉬운 것이 문제가 된다. SBS 미디어넷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외주제작업체로 전적할 것을 강요하고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전원 정리 해고를 단행했다. 그런데 이 외주제작업체라는 것은 SBS가 출자하여 만든 회사로 자체 설비나 조직을 갖추지 못한 서류상 회사에 불과한 것이었다. 2006년 KTX 여승무원들 사례도 비슷하다. 철도공사는 KTX와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을 ‘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에서 ‘KTX관광레저(자회사)’로 강제 이관시키려 했고, 이에 여성 노동자들은 위탁철회와 직접고용을 위해 3년 가까이 투쟁을 벌여왔다. 이후 ‘KTX관광레저(코레일투어로 명칭변경)’는 독자적인 사업이 없는 부실 자회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②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1998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윤전노동자들을 분사시키며 임금을 무려 30~50% 삭감했다. 이후 그 노동자들은 1년짜리 연봉계약직으로 전환되었고 지속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에서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임금삭감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③ 구조조정 정리대상 1순위 자회사의 특징 중 하나가 구조조정 계획에서 정리 1순위라는 것이다. 1997년 KT는 100% 출자로 한국통신산업개발을 만들었지만 2001년 공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이를 e-미래통신으로 매각했다. 당시 노조는 3년간 고용안정을 약속받고 민영화에 합의했지만 사업 일부 폐지, 용역기간 단축, 인원 감축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또 민영화된 KT와 민영화된 자회사는 새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되었고, KT는 자회사에 비용절감을 이유로 낮은 금액으로 계약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약속받은 3년만 보장 받고 쫓겨났다. 남아있던 정규직도 부당 해고되었다. 결국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분사화된 자회사의 노동자들은 편리한 해고대상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현재 3년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KBS의 약속 역시 어느 순간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KBS는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하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존 자회사들과 허겁지겁 만든 신설 자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줄 수 없다. 또 위의 사례들처럼 구조조정 하에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자회사의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언제 어떻게 잘려나갈지 모른다. 한편 자본이 임의로 핵심과 비핵심 업무를 나누어 평가하고,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하는 문제도 있다. KBS 시청자 서비스팀은 견학, 상담, 안내 등의 업무를 하는 곳으로 전원 여성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시청자 서비스팀은 원래 파견업무였으나 상시업무이기에 2006년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비핵심 업무라며 외주화하겠다는 것이다. 핵심과 비핵심의 기준을 회사의 입맛에 따라 나누고, 특히 여성 직종을 비핵심 업무로 평가 절하하여 외주화하고 간접 고용하는 문제가 KBS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KBS도 피해갈 수 없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자회사 전환 및 외주화는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을 심화시키며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KBS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회사로 이관된 후에도 안정된 일자리의 정규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이 20개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반기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계획’을 점검한 결과 올해 하반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률은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비정규직법 2년 기간제한이 시행된 데 따른 부담과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에 따른 정원감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공공기관 민영화, 인력과 예산 등의 경영효율화, 자회사 지분 매각, 청산이나 폐지 및 통폐합 추진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의 해고와 외주화가 심화될 것이고, 평가제도와 퇴출시스템에 따른 노동강도와 현장통제가 강화될 것이다. 또 청년인턴 채용을 자율화하고 대졸초임을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런 계획 하에 정부가 예산을 통제하며 직접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나서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막고, 힘없는 노동자들을 해고해서 기업을 살리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수익성 논리에 따라 공공기관을 재편하겠다고 정부가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KBS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자회사 역시 어느 순간 통폐합의 도마 위에서 오를지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경영전략 속에서 노동자들의 고용이나 권리는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KBS 계약직 노동자들이 고용을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과 불안정 노동의 확산에 맞선 투쟁이 필수적이다. KBS 기간제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를 위하여 적게는 2년 많게는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이 받아야 하는 대우는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부당해고가 아니다. 지금껏 공영방송 KBS는 일자리가 희망이라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하지만 흑자 경영을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KBS는 공영방송으로의 책무조차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비정규직악법에 동조하며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KBS는 이익집단의 행세를 이제 그만 멈추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부터 해고하고, 외주화하고, 자회사로 강제 이관하는 만행을 즉각 중단하고 전원 정규직화해야 한다. 이를 촉구하기 위해 KBS 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이 필요하다. KBS 계약직 노동자들은 처음 ‘기간제 사원협회’로 시작했다. 하지만 사측에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노동권을 행사할 수 없자 스스로를 조직하며 노동조합을 건설했다. 단결, 투쟁, 노동조합과 같은 말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지금은 해고와 고용불안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긴 싸움이 될 지라도 끝내 승리하겠다던 조합원들의 결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현재 사측이 전적을 강요하고, 노동자들 간의 단결을 가로막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럴수록 동요하지 말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해야 한다. KBS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를 죽여 기업을 살리려고 하는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총공세에 맞선 싸움의 일부이다. 해고와 노동권 박탈에 맞선 투쟁에 함께 연대하자.
일시적 회복 후 장기화될 경제위기, 노동자운동의 전망은 무엇인가 사회진보연대 2009 여름사회운동학교가 8월 22~2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날에는 대불황기의 미국경제, 대불황기 미국의 사회정치 및 노동자ㆍ여성운동, 경제위기에 대한 민중운동의 대응진단과 제언에 대해 강연과 토론을 진행했다. 둘째 날에는 윤소영 교수가 2009년 세계경제정세에 대해 강연하였다. 여기서는 둘째 날 강연과 토론을 소개하기로 한다. 윤소영 교수는 6시간에 걸친 강연에서 2009년 3월 이후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된 이후 연준과 재무부의 추가적 정책대응과 금융위기가 은행위기, 나아가 증시붕괴와 달러위기로 심화되면서 더블딥(이중침체)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였다. 또 뒤메닐과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제시하는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과 그에 대한 대안을 소개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에 대한 민중운동의 대응방향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였다. 연준의 수량완화정책과 재무부의 구제금융 윤소영 교수는 먼저 2009년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미국의 경제정책을 소개했다. 신용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연준은 가격완화정책으로서 기준금리를 0.25-0%까지 인하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완화정책 이후에 수량완화정책을 추가로 시행한다. 수량완화정책은 중앙은행의 본원통화를 늘리는 것으로 연준의 이번 수량완화정책은 자산의 구성을 변화시킨다는 면에서 1990년대 일본의 수량완화정책에 비해 비전형적이다. 연준의 수량완화정책의 핵심은 대기업, 중소기업 및 소비자에 대한 대부에 있는데 이는 연준이 최종대부자의 역할뿐만 아니라 최초대부자의 역할도 담당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연준법은 ‘비상위급상황’에서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증권회사와 같은 비은행 금융회사 및 심지어 기업과 소비자에게 직접 대부할 수 있는 연준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연준이 이렇게 최초대부자로서의 역할까지 한 것은 이 권한을 적용한 것으로서 이는 1930년대 대불황 이후 최초다. 즉 수량완화정책은 연준과 재무부의 대응이 대불황에 대한 그것과 맞먹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윤소영 교수는 대불황에 대한 대응을 시사하는 또 다른 예로 구제금융을 들었는데 이는 1932년에 설립된 재건금융공사(RFC)를 부활시킨 것이다. 재무부는 7000억 달러 규모의 1차 구제금융에 이어 2009년 2월 2차 구제금융으로 2조 달러의 금융안정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2월 씨티그룹은 구제금융을 통해 재무부가 보유하게 된 450억 달러의 우선주 중에서 250억 달러를 보통주로 전환하고, 동시에 재무부는 씨티그룹의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다. 루비니, 포젠, 존슨 등 예전부터 국유화를 주장했던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사실적 국유화에서 법률적 국유화로의 변화라고 해석하고, 이제 부분 국유화를 전면 국유화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들이 주장하는 국유화의 핵심은 국영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유자 청산과 관리자 교체를 통해 지배구조를 반전시키는 데 있다. 또 이들은 겸업화를 부분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겸업은행의 상징인 씨티그룹은 국유화되면서 상업은행 및 투자은행 본업을 담당하는 씨티코프(건전자산)만 남고 보험업무, 증권유통중개, 자산운용업무를 담당하는 씨티홀딩스(부실자산)는 매각될 예정이다. 그러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상존함으로써 겸업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루부니, 포젠, 존슨은 겸업화와 인수합병, 구제금융과 국유화 등을 통해 금융위기를 해결하려는 연준과 재무부의 정책이 은행위기를 예측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루비니, 포젠, 존슨 등이 주장하는 국유화는 엄밀히 말하면 은행의 겸업화 해체 후 건전성을 회복한 후 다시 사유화한다는 의미에서 사전사유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조치를 연준과 재무부가 실행할 가능성은 낮다. 윤소영 교수에 따르면 금융위기를 진정시킨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제로금리정책, 수량완화정책과 함께 구제금융, 스트레스테스트다. 올해 2월에서 4월까지 연준은 은행의 자본건전성에 대해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했고 5월에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기침체가 악화될 경우에도 은행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사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이미 구제금융을 받았기 때문에 필요한 증자규모가 적을 따름이고 다른 대개의 은행에 대해서는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의 자산평가는 금융회계표준위원회가 기존의 시가평가제를 원가평가제(장부평가)로 전환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만약 은행자산을 시가로 평가했다면 결과는 훨씬 부정적이었을 것이다. 미국은 사실상 개별은행이 자신의 회계장부를 조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현재의 부실을 은폐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허용했다. 더불딥 논쟁 이어 윤 교수는 3월 이후 금융위기가 진정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불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경기침체가 종료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기침체의 진행을 두고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가 8개월 지속된 후 경기가 회복되는 V자형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루비니는 1974-75년과 같이 경기침체가 18-24개월 지속되는 U자형, 또는 1930년대와 같은 L자형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달리 포젠은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후 다시 침체가 반복되는 W자형, 즉 더블딥을 주장한다. 더블딥에 대한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다양한데 포젠은 구제금융과 스트레스테스트가 근본처방이 아니라 대증요법이기 때문에 위기를 일시적으로 지연할 뿐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1932년의 일시 회복이 1933년 초 은행위기의 폭발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2009년 말에 금융 위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이후 2010년 말이나 2011년 말에 은행위기기 폭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제로금리정책, 수량완화정책을 언제 퇴각시킬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한창 진행 중이다. 민간금융기관들의 자산항목으로 잡혀있던 부실자산들을 중앙은행의 자산으로 옮겨놓는 것이 버냉키의 해법인데 이것이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젠은 통화를 너무 빠르게 환수하는 경우 더블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 예로 미국은 1980-81년 출구전략이 너무 빨리 시행되어 당시 일시 회복 후 1981-82년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은 바 있다. 버냉키는 당분간 출구전략이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루비니는 또 출구전략이 너무 늦게 시행돼도 더블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화투입량이 너무 많으면 재무부증권의 가격이 하락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무부증권을 비롯한 국공채는 국민소득 대비 40%에서 8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후 최고치다. 윤 교수는 이렇게 비중이 증가한 재무부증권의 가격이 폭락한다면 증시가 붕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경제연구소의 클라인과 윌리엄슨은 더블딥의 원인으로 이중적자와 달러위기를 들고 있다. 2009년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감소함으로 인해 무역적자의 규모는 감소하겠지만 재정적자는 국민소득의 2%에서 1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2008년 8월 이후 강세로 반전한 달러가치가 계속 강세를 유지한다면 수출 감소가 더 심화되면서 이중적자가 악화될 것이고 또 민간적자가 상승하면서 2006년과 비슷한 삼중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 민간적자)가 재발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예측이다. 결국 이번 금융위기는 해결이 아니라 진정되었을 뿐이라는 것이 더블딥 논쟁의 핵심이다. 버냉키는 이번 금융위기의 특징이 신용위기와 은행위기가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화와 겸업화로 각종 증권과 파생금융상품이 은행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가 충격을 받으면 민간 경제의 자산이 충격을 받게 된다. 이를 구제금융으로 완화하기 위해 민간의 부실자산을 정부의 부실자산으로 옮기게 되면 그 결과 국가신임도가 떨어지고 재무부증권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것이 곧 달러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미-중전략경제대화와 주요20개국 2차 정상회담 은행위기, 삼중적자, 증시 및 달러 폭락의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미국 경제는 최종적으로 붕괴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배세력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해 몇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중전략경제대화와 G20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미-중 전략경제대화와 주요 20개국 회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공조관계를 형성해 현 위기에 단기적, 그리고 중장기적인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경제연구소 소장 버그스텐은 달러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G2, 즉 미국과 중국의 합의가 결정적이라고 보았다. 이에 그는 2007년에 달러의 평가절하와 위안의 평가절상(‘아시아판 플라자합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포젠은 달러위기와 안보위기의 결합에 대해 강조하였다. 이는 금융세계화의 위기와 군사세계화의 위기가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7월 미-중전략경제대화에서는 재무부증권의 발행규모와 달러가치의 안정성을 핵심의제로 논의하였고,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신장위구르 사태와 더불어 이란 및 북한의 핵문제를 다루었다. 2012-13년을 전후로 한 더블딥에 대비하려는 미국의 구상은 주요20개국(G20)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이다. 올해 4월에 개최된 2차 G20 정상회담에서는 1997-98년 동아시아 경제/외환위기 이후 주변화된 국제통화기금(IMF)을 재건하려고 시도했다. 그 내용은 국제통화기금의 지분 및 의결권에서 유럽의 비중을 축소하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다. 관례적으로 유럽 출신이 총재에 선출되는 과정을 개방하여 지배구조를 탈유럽화하게 된다면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EBC)의 영향력으로서 1997-98년 동아시아 경제/외환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독일식 신보수주의가 약화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국제통화기금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인출권기금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진보주의자들이 해석하듯 중국이 달러에 대해 도전하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다. 특별인출권의 가치를 결정하는 비중은 달러 44%, 유로 34%, 파운드 11%, 엔 11% 등으로 위안화 비중은 현저히 낮은데다 특별인출권이 금을 제외한 전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도 미달한다. 즉 특별인출권이 달러의 지위를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중국이 제안한 특별인출권기금은 달러를 과잉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그 달러를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으로 태환할 수 있는 대체계정을 부활시키자고 한 미국의 제안을 수용한 것일 뿐이다. 뒤메닐의 금융위기 분석과 대안 다음으로 윤 교수는 뒤메닐의 금융위기 분석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전개했다. 윤 교수가 <금융위기와 사회운동노조>(공감, 2008)에서 밝힌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은 뒤메닐의 분석을 셰네의 분석으로 보충하는 것이다. 윤 교수에 따르면 자신이 이전부터 주장했듯이 20세기 미국경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뒤메닐의 <이윤율의 경제학>(1993)과 아리기의 <장기 20세기>(1994)를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뒤메닐의 입장은 2000년 <위기와 탈위기> 이후 변화하고 있으며 아리기의 입장 또한 1999년 <현대세계체계의 카오스와 거버넌스> 이후 변화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윤율의 경제학>에서 뒤메닐은 191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상승추세를 1960년대부터 1980년까지의 하락 추세와 대비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는 1990년대 이후에 이윤율이 상승추세로 반전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그런데 <위기와 탈위기>에서는 1990년대뿐만 아니라 1980년대부터 이윤율이 상승추세에 있다고 기정사실화한다. 뒤메닐은 <위기와 탈위기>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이윤율이 하락하면서 발생하는 실물경제의 ‘수익성 위기’와 이윤율이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금융의 ‘헤게모니 위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1890년대와 1970년대는 수익성 위기이고 1930년대와 현재는 헤게모니 위기라는 것이다. 뒤메닐은 현재 금융위기의 대안으로 ‘새로운 뉴딜’과 ‘새로운 브레튼우즈’를 주장하는데 이는 뒤메닐이 현재의 상황을 1930년대 상황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론이다. 윤 교수는 뒤메닐이 이윤율의 운동을 수학적, 구조적 방법 대신 주로 통계적, 경험적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1980년대 이후 이윤율 상승이라는 추계가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이윤율 하락의 이론궤도를 간과하는 것으로서 현실궤도와 이론궤도 사이에는 괴리가 있고 그 괴리의 원인으로서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뒤메닐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대안에 있으며 뒤메닐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는 개연성이 없으므로 관리자계급의 헤게모니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비판했다. 뒤메닐은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과의 투쟁을 위해 관리자계급의 헤게모니를 인정함으로서 관리자-노동자계급동맹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사민주의를 비판적으로 지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정세적으로 뒤메닐의 주장이 일리가 있으나 문제는 그가 사민주의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정세적 문제가 아니라 원칙적 문제로 생각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메닐-아리기가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을 둘러싼 100년의 논쟁을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윤 교수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뒤메닐과 아리기의 기여를 선별하여 새로이 종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뒤메닐이 통계적으로 분석한 1980년대 이후 이윤율 상승 경향이라는 현실궤도는 이론궤도와 구분되어야 하고 이 괴리를 설명하기 위해 이윤율 하강에 대한 반작용 요인으로서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 분석을 적용해야 한다. 아리기의 역사적 자본주의론은 하나의 축적체계가 물질적 확장에서 금융적 확장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또 다른 축적체계가 새롭게 형성됨으로서 헤게모니 전환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자본주의가 지속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대공황이 영국 축적체계의 최종적 위기였다면 이 시기에 미국 축적체계가 새로운 물질적 확장을 통해 영국의 축적체계를 대체함으로서 자본주의는 지속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축적체계가 붕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헤게모니를 이어받을 수 있는 축적체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2~3년간 잠시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다 장기 불황으로 빠지는 더블딥의 가능성은 곧 자본주의의 장기적 위기 국면을 의미한다. 한국의 민중운동 이어 윤 교수는 이런 국면에서 민중운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다. 민중운동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를 테면 우리은행만 제외한 모든 은행과 지엠대우나 쌍용자동차가 외국자본의 수중에 넘어간 상황에서 노동자운동이 외국계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에 대해 정리해고 반대라는 조건만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정치적으로는 올바를지 몰라도 경제학적으로는 맞지 않다. 왜냐하면 정리해고가 위기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고 오히려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소유자 청산과 관리자 교체 같은 지배구조의 변화와 은행의 겸업화 해체나 자동차회사의 국체하청 탈피 등을 핵심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엠대우나 쌍용자동차의 경우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정리해고의 규모를 둘러싼 논쟁만 집중되는 동안 지배구조의 변화와 국제하청의 탈피를 통해 독자생존이 가능한가 아니면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쟁점은 주변화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민중운동이 이러한 쟁점을 제기했지만 사회적인 여론과 쟁점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한계에 대해 추가적인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 또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과 기업의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의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에도 재건금융공사와 정리신탁공사가 신설되었다. 이는 모두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증자를 위한 것이다. 문제는 70-80조 원에 달하는 구제금융기금이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및 국회의 통제를 벗어나 금융위원회의 소관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배구조의 변화나 은행의 겸업화 해체와 같은 구조조정의 조건도 없이 외국계 은행의 파산을 예방하기 위한 구제금융이 제공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노동자운동의 투쟁 방향은 금융화와 같은 거시적 쟁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윤 교수는 주장했다. 1997-98년 민주노총은 구조조정, 정리해고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채 이들에 하나하나 합의해왔다. 또 윤 교수는 우리경제를 내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일견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자산이 대부분이 외국인 소유고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국제하청기업화되었기 때문에 이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 윤 교수는 현재 한계적인 민주노총을 강화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민주노총을 재건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결국 대안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단결을 강화하고 연대임금과 연대고용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노총 약화의 원인은 이념의 부재 때문이며 이념을 재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하였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왜 투쟁하는지 인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이를테면 경제투쟁을 하더라도 기본적 목표는 직접적 성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며 노동자들 사이의 격차를 당장 없앨 수는 없더라도 왜 그런 격차가 생기는지 노동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경제위기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는 가운데 더블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나 경제위기에 대한 올바른 분석을 하는 것은 운동의 전망을 마련하는데 더 없이 중요할 것이다. 윤소영 교수의 강의는 그런 면에서 2009년 하반기 경제정세의 긴박성을 인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장기적 경기침체와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구체적인 경로를 모색하는 것은 활동가들의 몫일 것이다. 과학적인 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이후에 다가올 또 다른 위기에 대비하는 실천들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77일의 옥쇄파업, 한 달의 서울지역 연대운동 쌍용차 옥쇄파업이 50여 일에 이르던 7월 초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서울상황실이 꾸려졌다. 경찰에 의한 공장봉쇄가 시작된 지 일주일, 공장으로 고립되는 전선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각 지역에서 쌍용차 투쟁에 연대하는 흐름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고민으로 서울지역 지원대책위(이하 서울지대위)도 결성됐다. 여기에 사회진보연대도 함께했다. 이번 <사회운동>에는 쌍용차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에 긴밀하게 결합하고 서울지역 연대를 확산하기 위해 활동한 한 달의 소회와 간략한 평가를 담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마감이 코앞에 닥치도록 시작이 너무 어려웠다. 비교적 가까이에서 이 투쟁의 주체들을 만나면서 77일의 옥쇄파업을 준비해왔던 주체들의 노력, 투쟁 과정에서의 자부심과 상처, 그리고 옥쇄파업 종료 후의 고통 등 그들의 심정을 접할 수 있었고 그만큼 쉽게 투쟁에 대해 말하기 어려웠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영웅적인 투쟁’이라 하기엔 모든 것을 걸고 싸운 지부와 조합원들에게나, 헌신적으로 결합한 운동진영에게 너무나 큰 상처가 남았다. 또한 쉽게 ‘패배했다’고 하기엔 주체역량이 취약한 우리 운동 조건에서 그 자체로 너무나 당당하고 영웅적인 투쟁이었다. 77일 동안 쌍용차 노동자들은 극한의 위험으로 내몰렸다. 단수, 가스 차단, 음식과 의약품, 의료진 차단, 단전 등 압박 조치와 구사대, 용역깡패, 경찰특공대의 무시무시한 합동 진압작전. 하지만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 차단된 공장에서,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거대한 폭력에 맞서 당당하게 싸웠던 노동자들. 평범한 노동자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조직하고 단련시키는지, 극한의 두려움을 이기는 사람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새삼 놀라울 따름이었다. 또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오랜 시간 헌신한 쌍용차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아래로부터 조금씩, 아무리 조그만 일이라도 원칙을 지키며 일군 성과가 대중 투쟁에서 발휘되는 지도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느꼈다. 물리적 역량의 부족으로 77일의 옥쇄파업은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어려운 싸움이 시작됐다. 한상균 지부장은 구속자 최소화 등 노사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8월 13일부터 옥중단식을 하고 있다. 단일 투쟁에서 역대 최다 구속자수를 기록하고 있는 강압수사에 한 조합원은 자결을 시도했다. 많은 이들이 부상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생계가 막막하다. 정부와 사측은 이 기회에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탈퇴를 밀어붙여 앞으로의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 한다. 옥쇄파업 이후의 투쟁을 보위하는 것과 함께, 쌍용차 투쟁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투쟁에서 외국자본의 구조조정과 청산, 경제위기 하 노동권 박탈, 이명박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과 극악한 폭력에 맞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그리고 전체 운동진영의 태세를 정비하고 사활을 건 투쟁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의 진정성을 온 몸으로 보여준 쌍용차 파업투쟁에 대해 여러 평가들이 제출되고 있다. (<사회운동> 이번 호에 사회진보연대의 입장과 분석이 실려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투쟁을 준비하는 전조직적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이 글에서는 쌍용차 투쟁에 함께 한 사회진보연대와 서울지대위 활동을 돌아보려 한다.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비가 지금 오네요.” 8월 6일 한상균 지부장의 담화문 마지막 구절이다. 공장을 나설 때 잠깐 내린 빗줄기, 쌍용차 투쟁에 애정과 관심이 있었던 사람 모두가 눈물 나게 아팠다. 살갗을 녹이는 최루액 세례에도 씻을 수 없었던 조합원들은 간절히 비를 기다렸다. 메말라가는 공장 밖을 지키던 많은 이들도 비가 쏟아지길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지부장이 말한 ‘비’는 말 그대로 ‘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힘 있는 연대의 빗줄기, 사실은 그게 아니었을까. 주체들의 결연한 투쟁에 비해 연대의 움직임이 미약했다는 것이 여러 평가의 공감대가 아닌가 한다. 쌍용차 투쟁을 경제위기 하 고용 문제, 초민족 자본의 먹튀와 구조조정에 맞선 노동권 쟁취 투쟁의 전선을 만드는 계기로 삼고자하는 흐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는 운동 주체들의 도덕적 의지를 묻는 것이라기보다는 이 투쟁을 통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전체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현재 역량을 적나라하게 확인한 데서 오는 뼈아픈 평가다. 쌍용차 투쟁에서 사회진보연대의 활동 사회진보연대는 쌍용차투쟁에 기여하기 위해 정책 생산과 직접적인 연대활동, 서울지역에서의 지원활동 등 많은 역량을 투여했다. 많은 이들이 다치고 연행되기도 했다. 점거 파업 이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 한 것에 비해 꽤 많은 활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쌍용차 투쟁을 돌아보며 핵심 정세에 결합하는 사회진보연대 활동을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하고 시급한 투쟁에 있어 사회진보연대의 조직적 결합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늘 있었다. 조직적 결합력이라 하면 투쟁의 핵심 쟁점 정선과 정책 생산, 유효한 연대틀 구성과 개입, 구체적 활동 방식, 회원들의 운동 기획 등 여러 과정을 포함한다. 활발한 정책선전활동 1월 8일 쌍용차 법정관리 신청 이후부터 사회진보연대는 쌍용차 문제의 경과와 원인을 분석하고, 구조조정 저지 투쟁전선 형성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위기 하 세계적인 자동차산업의 위기 속에서 GM대우를 비롯해 향후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연달아 이어질 구조조정의 폭과 수위를 줄이고 생존권을 방어하는 데 있어 쌍용차 구조조정 저지 투쟁의 의미가 지대했다. GM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자동차산업의 전망과 한국의 문제를 분석하고 노동자운동의 요구를 정선하기 위한 연구 활동은 꾸준히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기업 파산’ 논리에 대해 쌍용차 사측과 정부의 처지, 세계 경제위기 하 자동차산업의 여건 등을 바탕으로 파산협박과 뉴쌍용 설립의 비현실성을 분석하고 선전할 수 있었다. 또 점거파업 종료 후 남겨진 쟁점을 분석하고 전국적 해고 반대 투쟁과 금속노조의 계급적 강화라는 과제를 도출할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장기적인 전망에 입각해 활발하고 구체적인 정책선전활동을 했다. 조직적 결합력 제고를 위한 논의과정 형성 하지만 쌍용차지부의 전체 투쟁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개입은 관련 연대단위를 통해 중요한 투쟁 일정에 결합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향후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쌍용차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되 투쟁의 전선을 외국계 자본과 정부의 책임 문제로 형성하기 위한 실질적 운동을 만드는 과정에 힘을 모으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사회진보연대 내에서도 쌍용차 투쟁의 향방에 대한 토론 제기가 많았는데, 정책연구가 회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대응 계획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미흡했다. 사회진보연대의 정책연구와 선전 활동이 조직의 긴장감과 입장의 통일성을 높이고 지역과 현장의 운동 기획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내용 생산과 유통, 논의 과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쌍용차 투쟁에 결합하고 주체들을 만나는 과정은 큰 자극이었다. 그만큼 쌍용차 조합원들의 의식은 가파른 상승세였고 연대운동의 역할에 대한 많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6월 말까지도 많은 회원들이 투쟁에 참석하거나 자기 공간에서 관련 활동을 하기는 어려웠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 결의와 긴장을 높여야 할 중요한 순간에 더 많은 회원들과 연대가 함께하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다. ‘내가 살면서 언제 또 이런 투쟁에 함께할 수 있을까’하는 감동의 순간은 늘 더 많은 이들과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후회를 동반했다. 실제 투쟁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은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중요한 시점에 집중력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운동과 조직 내에 긴장이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정세적 중요성과 당위를 역설하는 것을 넘어 회원 활동의 집중력을 배가하기 위해 논의구조와 활동 방식 변화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원들의 자발적 결의가 촉발한 긴장 6월 26-27일 사측과 용역깡패 진입에 뒤이은 공장 봉쇄는 활동에 많은 제약이 되었다. 운동 전반적으로 쌍용차 평택공장에 결합하는 것 외의 여론전이나 지역별 연대운동 흐름이 부족했고, 위력적인 공장 앞 연대투쟁을 전개할 수 없는 조건 때문이었다. 또한 많은 회원들이 평택 투쟁에 결합하기에 거리와 시간 상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상 공장 밖과 다른 지역 모두에서 적절한 투쟁의 공간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파업투쟁에 밀접하게 결합한 몇몇 활동가들의 자발적 결의가 사회진보연대의 활동을 촉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들의 선도적 결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사회진보연대의 정세적 투쟁 결합, 노동자운동 현장과 밀착한 활동에서 여전히 공백인 지점들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쌍용차 투쟁 결합에 있어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체 민중운동의 연대 형성이 여의치 않았던 상황에서 사회진보연대가 어느 때보다 구체적인 분석과 입장을 제출하고, 현장과 호흡하며 밀접한 활동을 벌이려 했던 점은 이후 투쟁에서도 성과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서울지대위 활동과 서울지역 연대운동 평택공장으로 한정되고 있는 투쟁전선을 뚫고 나가기 위한 서울 상황실 구성. 이는 어려운 공장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상황실 구성에 이어 서울지역에서 뜻을 함께하는 노조, 당, 학생, 사회단체가 모여 서울지대위를 구성했다. 사회진보연대도 쌍용차 투쟁의 전국적 쟁점화에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또 서울지역 연대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기간 논의의 연장선에서 함께 했다. 사측과 경찰이 공장을 더욱 압박해올수록 여론을 움직이고 정부의 책임을 제기할 수 있는 전체 운동의 실천이 절실했다. 하지만 복잡한 연대운동 구조 속에서 쌍용차투쟁에 유리한 여론 형성과 대정부 투쟁은 취약했다. 이는 노동자운동의 어려운 현실과 더불어 민중운동의 갈등적인 연대질서에서 기인한다. 쌍용차 투쟁과 관련한 여러 연대체가 있었지만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이들의 중심에서 투쟁의 집중과 확산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 또 조율과정에서 충분한 합의를 모으지 못한 여러 연대체들이 서로 교류하지 못해 각자의 역할을 살리고 공동의 위력적 실천을 조직하는 양자 모두가 어려웠다. 서울지역에서는 그간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중심으로 갈등적 연대질서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쌍용차투쟁과 같은 정세는 연대운동의 질적 상승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계기였다. 정세적 투쟁에서 서로의 입장을 놓고 토론하고 공동 활동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연대 활성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7월 8일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금속노조 서울지부를 중심으로 구로역 광장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쌍용차문제로 열린 서울지역 운동 최초의 대중집회였다. 그 후 서울지대위가 결성되고 주 1회 구로역 집회와 여러 선전활동을 할 수 있었다. 서울지역단위들의 자발적 활동을 모아낸 서울지대위 공장 봉쇄가 본격화된 후에야 지부의 요청으로 뒤늦게 서울지대위를 꾸린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공권력 전면투입으로 투쟁이 평택에 집중된 상황에서 서울지역 활동은 평택 상황 선전과 주 1회 집회 이상의 자기 기획을 갖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체 운동의 유기적 연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지역의 노동조합, 정당, 학생, 사회단체들의 자발적인 활동들이 지대위로 모이고 더 나은 투쟁을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점은 지대위 활동의 성과다. 매일같이 서울과 평택을 오가야 했던 상황에서도 여러 운동단위들이 자기 지역과 노조, 학교에서 활동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급하게 준비된 구로역 광장 집회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 여러 단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선전전들도 모여서 규모 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 지부의 상황실 구성을 계기로 서울지역 여러 단위들이 힘을 모은 결과였다. 서울 상황실과 지대위는 평택에서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을 선전하고, 상경조합원들과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의 투쟁을 알려내고, 서울지역 단위들에 연대를 요청하고, 사회 각계의 지지와 국제연대를 호소하는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그 활동의 의미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실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서울지역에 기존 운동 흐름이 부족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활동이 어려웠고, 상경한 조합원들의 활동 공간을 열어주고 지원하는 일도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7월 20일 공권력이 전면 투입된 후 공장은 매일같이 전쟁터였지만 공장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폭력에 대해, 파산협박과 노조 공격에 대해 상황을 공유하고 평택으로 모이는 것 외에 다른 실천을 조직하지 못했다. 서울지역 운동의 특징(전국적 집중 사안에서 지역 활동의 독자적 상이 모호한 문제)과 서울지역의 연대질서가 정비되지 못한 조건에서 급박한 순간에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한 선전 체계나 공동 실천의 틀이 부재했다. 수면가스를 살포해 진압하겠다는 사측의 작전이 폭로됐을 때, 공권력 투입 소식으로 지부 간부의 부인이 자결했을 때, 헬기가 저공비행을 하며 최루액을 폭포처럼 쏟아 붓고, 테이저건이 조합원의 볼을 관통하고, 경찰특공대가 사냥하듯 조합원들을 폭행하고 이를 피하던 한 조합원이 추락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도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현실은 상황실을 비롯해 모든 연대단위에게 큰 무력감을 마주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서울지역 연대운동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 계획과 끈기있는 실천 쌍용차 투쟁을 돌아보며, 서울지역운동이 전체운동의 현재적 갈등을 극복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면 중요한 순간에 정파를 넘어서는 입장과 실천을 제기하는 부위가 되도록 끈기있는 논쟁과 실천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동시에 서울지역 운동의 자기 동력 형성을 위해 민주노총 서울본부, 각 연맹 서울지부 조합원들과 당, 학생단체 등 대중단위의 활동가들을 투쟁의 주체로 조직할 수 있는 일상적 공동 기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전국에 걸친 갈등적 운동질서가 몇몇 상층 조직 간 논의로 해소될 수는 없다. 따라서 여러 경로로 연대운동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 서울지역 운동단위들이 입장차를 좁혀가는 토론과 일상적 선전활동, 공동의 정세적 대응을 통해 전체 민중운동의 연대질서 재구축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또한 이에 기여하는 구체적 과제와 자기 역할을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어떻게 새로운 싸움에 나설 것인가 옥쇄파업이 종료되자마자 보수언론의 공세가 더욱 극심해졌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공장에 식량과 생수가 풍족하게 남아있다는 기사였다. 가스와 전기 차단으로 조리가 어려운 조건을 차치하더라도 상식적으로 500여 조합원들이 사나흘 버틸 수 있는 식량에 불과했다. 다만 며칠이라도 더 버티고자 아끼고 또 아껴둔 것인데 일촉즉발의 참사 위기 앞에 공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현실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 한 줄기 빗방울, 한 줌 빛이 되어 메마른 공장을 적시고 불 꺼진 공장에 빛을 밝힐 수 있길 바랐지만 힘이 모자랐던 우리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처음 쌍용차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했을 때 모두가 여기까지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주체의 조건도, 투쟁의 전망도, 운동 전반의 분위기도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싸움이었다. 정권과 자본의 거대한 탄압에 맞서 인간의 한계를 넘나들며 이어온 77일의 옥쇄파업. 이는 향후 지속될 경제위기 하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방어 투쟁에서 우리 노동자운동이 어떻게 싸워갈 것인지, 그 향방을 토론하는데 중대한 쟁점을 던져주었다. 77일의 투쟁을 마무리하며 한상균 지부장은 ‘더 이상 노동자들이 피 흘리지 않도록, 아쉽지만 우리의 분노와 열정을 새로운 투쟁, 새로운 노동자의 역사를 위해 충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쌍용차지부는 사측과 정부의 금속노조 탈퇴와 노조파괴 공작, 살인적인 수사, 다시 이어질 매각과 구조조정에 맞서 노조활동재개라는 어려운 싸움을 다시 시작했디. 전체 노동자운동에게도 쌍용차 77일의 투지를 딛고 설 과제가 남았다. 쌍용차 투쟁을 어떻게 평가하고 새로운 싸움에 나설 것인가라는 질문에 모두가 진지하고 치열하게 답해야 할 때다. 사회진보연대 또한 쌍용차 투쟁에서 드러난 운동의 현실과 사회진보연대 활동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논의구조와 운동방식을 개선하고 노동자운동과 더욱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또 하반기 노동자운동의 단결을 위한 요구로 제출한 ‘한시적 해고금지특별법’의 과제를 현실화하고, 향후 노동자운동 혁신과 연대운동 재정비에 기여할 활동의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끝으로 서울에서의 한 달여 동안 쌍용차 투쟁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결의를 보여주며 때로는 소소한 대화로, 때로는 솔직한 술 한 잔으로, 언제나 쌍용차지부의 현황과 고민을 최대한 공유하고 연대 단위의 의견을 존중했던 상황실장 동지와 조합원 동지들께 감사와 결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경제위기 속에 활용되는 인종주의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 탄압 정부는 2009년 하반기 경제회복에 대한 대국민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소비 촉진과 기업 투자를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이미 지난해에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32,000여 명이나 강제단속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기의 한 해 평균 20,000~25,000명을 훨씬 상회한다. 더욱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사업장에 대한 일회성 지원금 지급, 이주노동자 쿼터 축소,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신규유입 제로화, 이주노동자 임금에서 숙식비 공제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한편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을 내몰아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위협과 억압을 통해 더욱 싼값에 마음대로 착취하려는 의도이다. 아사아 지역 국제 네트워크인 MFA(Migrant Forum in Asia: 아시아이주포럼)는 경제위기 시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과 노동환경 하락을 우려해 열악해지는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일자리 보호”, “생계비 지원” 등 각종 권고를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집중 단속과 차별적인 정책 강화 등 억압과 배제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야만적 인권유린의 상황은 오히려 각종 매체를 통해 “내국인 일자리 보호”, “안전한 사회질서 확립”으로 포장되고 있으며 경제위기 하에서 날로 입지가 좁아드는 이주노동자들은 여론에 힘입은 이명박 정부 경제 살리기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다. 현재 경제위기 하에서 형성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1998년 IMF 외환위기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앞서 말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교체 시 120만 원 지원”, “실업 극복을 위한 외국인력 감축 계획” 등 몇 가지들은 그 당시 이미 추진된바가 있다. 하지만 현재는 10여 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그것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그 강도와 탄압의 양상이 더욱 세졌고 정치적 파급효과와 선전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들은 정치적 우경화라는 측면으로 손쉽게 설명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이주노동의 역사와 맞물리는 ‘인종에 따른 서열/계층 고착화’와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적 정서의 자연스러운 표출’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인종주의의 재생산과 고착화 과정 인종주의는 인종적 차이에 기반을 둔 차별(인종차별)이라는 단순한 개념이나 사람들을 인종 집단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인종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둔 개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회를 조직하는 체계라는 의미로 인종주의라는 개념을 사고할 수 있다. 인종 차별 행위(개인적 행위, 정부 정책, 법제)와 인종 이데올로기(인종주의적 언사, 미디어 보도, 정책 설명) 양자 모두 이 체계적인 인종주의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이 요소들은 체계적인 인종주의 안에서 반복되고 상호작용하며 부, 기회, 권력에 있어서 불평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해서 일상적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돈을 버는 방식을 조직하는 인종주의적 사회 구조를 형성하고 정당화한다. 인종적 범주와 인종적 위계는 선전척이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인종에 기반을 둔 정책과 인종적 사고의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변하고 형성되고 재형성된다. 이는 개인의 의식 수준에서부터 자원 분배 수준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정부가 유포하는 체계적인 인종주의는 이주민/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부는 그 적용 대상자를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하여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즉 체류목적을 기준으로 투자외국인/우수 외국인력, 결혼이민자, 재중동포, 숙련생산기능인력, 단순노무 이주노동자, 난민,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으로 나누고 있으며 그에 따른 체류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정부는 이주민/이주노동자가 국내에 들어올 때 선행적으로 소위 ‘국익’과 ‘경제적 이해 기준’을 판단으로 그들을 선별하고, 권리에 대해 차등적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투자외국인/우수 외국인력에게는 이중국적을 허용을 검토하고 영주권 취득 요건을 완화하고 있으며 전문기술인력에 대해서는 거주요건을 완화시켜 선별적 수용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단순노무 이주노동자는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배제의 대상으로만 상대화 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주민은 한국인의 자녀(국민)를 생산하고 양육하는 어머니로써의 가치가 인정돼야만 그녀의 인간적 지위가 보장되고 제3세계 국가에서 온 결혼이주신청자나 난민신청자들은 경제적 이해를 목적으로 위장결혼과 난민신청을 한 파렴치한으로 몰리곤 한다. 교포의 경우도 중국과 러시아 교포는 이주노동자로서의 지위(방문취업제)가 주어질 뿐 제1세계에서 온 교포들에게 적용되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에 거론된 법적 지위는 누릴 수가 없다. 고용허가제(EPS)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국내 입국 전 에이즈검사와 여성에게는 임신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것은 법적으로 규정된 사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의 요청으로 인해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고용허가제는 본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3년의 단기체류만을 보장하고 있으며, ‘사업장이동의 제한’과 ‘사주의 의사에 따른 재취업’ 등은 불평등한 고용관계를 야기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제한된 권리와 광범위한 규제는 ‘저개발 국가에서 경제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온 개인’으로 인식되고 차별이 당연시 되어 단순기술 이주노동자의 유효기간은 한국 경제에 소모품으로 일할 때만이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정부가 규정한 체류자격 요건에 벗어난다는 이유로 주거지 및 사업장 집중단속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생존의 권리는 너무나 쉽게 배제당하고 있다. 인권적 배려와 국가적/국제적 책임과 의무는 방기된 채 정부의 이주민/이주노동자에 대한 무리한 경제적 잣대 들이대기는 한국사회의 인종적 차별과 위계를 형성하고 이를 정당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보노짓 후세인 인도교수 사건’을 통해본 한국의 인종주의 한 달 전 인도출신 성공회대 교수(보노짓 후세인)는 그가 자주 이용하는 버스 안에서 안면도 없는 한 남성에게 모욕적인 인종차별 발언을 들어야 했다. (“더러워, 너. 더러워 이 개새끼야!”, “너 어디서 왔어, 이 냄새나는 새끼야” 등 각종 욕설.) 또한 교수와 함께 가던 여성 활동가는 동일한 남성에게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성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넌 정체가 뭐야? 조선년 맞아?”, “조선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 이후 사태는 경찰의 편파적인 수사 진행과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차별적 대응, 그리고 이동과정 중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승할 것을 요구하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지속적인 합의만을 종용하는 경찰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사건 수사 과정 중 경찰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정부의 공권력을 빌어 2차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로 돌변해버리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에 내제되어있는 인종차별적 시각의 심각성과 정부 행정 담당자들의 인종주의 인식과 성폭력 대응(여성주의적 긴장감)에 있어 얼마나 무능력하고 무감각 한지를 대변하는 사례일 것이다. 특히 공권력에 의해 가해진 2차 피해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인종차별 수준을 넘어 경찰 자신이 사회의 구조적인 위계질서와 한 사회의 인종주의를 형성하는 구성체로서 중요한 신분을 자임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한 채 벌어진 중대한 범죄 행위인 것이다. 성·인종차별 공대위 구성과 활동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제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발 방지와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여러 시민/사회/노동연대 단위들은 “성·인종차별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암묵적으로 묵인되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책위는 한국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인종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주체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적 ‘사례’와 ‘인식’으로 부터의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건설된 대책위가 오랫동안 인종위계질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서구의 유색인종운동과 같은 수준의 대안과 발전 전망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대위는 우리 사회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인종주의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 형성과 시민사회의 인식 확대 작업을 선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 권력에 의해 고착화되고 재생산되는 구조적 인종주의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성’, ‘인종’, ‘계급’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중요한 의제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인종주의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주민들의 주체적 관점 형성을 위한 노력과 그/녀들의 관점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한국 반(反)인종차별운동의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상적 접근을 넘어 구조적 인종주의에 대한 구체적 인식과 운동이 필요 결국 정부의 경제적 관점과 한국사회 내에 구조화되고 있는 인종주의에 대한 장벽을 넘어 서지 못하는 이상 이주민들은 우리 인식 속에 영원히 “이방인” 혹은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머물고, 우리 자신의 저지르는 차별적 행동과 배타적 행위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노동운동 단체 역시도 구조적 인종주의와 그 인식에 있어 취약함을 인정하고 더 이상 이주, 반인종차별운동을 주류운동의 부문운동(소수자의 운동)이 아닌 함께 가야할 중요한 논의 의제로 다뤄야 할 것이다. 인종차별 없는 사회로의 발전은 국가가 내세우는 이주민에 대한 경제적, 효율적 관점을 비판하고 국가 권력에 의해 재생산되고 고착화 되는 구조적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노동운동이 형성될 때만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반인종주의 투쟁을 위해서는 이주민들의 주체적이고 자생적인 운동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