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대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층대중조직의 운동양상을 분석하고 노동자운동 스스로 내건 정치적 조직적 목표의 논리 정합성, 현실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위기에 따른 기업의 손실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지배세력들의 시도에 맞서 투쟁할 수 있는 힘도 대중운동에서 비롯되지만 더 나아가 오늘날 사회운동이 경제위기를 넘어 대안세계를 향한 운동으로 한걸음 내딛을 수 있는 힘도 기층대중조직의 운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을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물론 현실의 민주노총은 과거의 오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지금 당장 쉽게 극복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1997년 IMF 위기 당시 드러났던 민주노조운동의 정치적 목표의 부적합성, 실제 전개된 투쟁에서 계속되는 고립과 패배, 노동자계급의 단결보다는 도외시하며 반복적으로 출현하는 현실 타협, 정파갈등으로 표현되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갈등, 정규직 비정규직 갈등의 심화 등.) 그럼에도 우리가 현 시기 민주노조운동이 어떤 오류들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지, 비판적 쟁점이 무엇인지를 재확인하려는 것은 기층대중운동,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이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 우리는 민주노총이 제시한 『2009 민주노총 요구와 과제』를 검토할 것이다. 또한 요구와 과제를 정식화하는 과정에서 실제 진행된 투쟁의 양상을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 민주노총이 내건 반MB투쟁의 실질적 함의를 가늠해 볼 것이다. 민주노총의 2009년 대정부 교섭 요구안 2009년 5월 19일 고용위기, 지배세력들의 경제위기 책임전가 공세에 맞서며 민주노총은 다음 다섯 가지 대정부 교섭요구안을 제안하였다. 첫째, 실업급여 지급기간 및 지급대상 확대, 실업부조제도 및 청년고용의무제 도입 등 전 국민 실업안전망을 실시. 둘째, 비정규직 관련 악법(비정규직법 개악 안) 폐기,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제도 도입, 원청사용자성 확대, 차별시정제도 전면 개정 등 비정규직 관련 법률의 전면 재개정. 셋째, 고용유지지원금제도 확대운영, 적극적 해고회피 사업장 세제지원, 노사고용안정기금 재정지원, 사내유보금 특별세 징수 등을 골자로 하는 고용안정특별법 제정을 통한 일자리 공유(유지). 넷째, 최저임금 시급 5,120원, 한 달 1,070,080원 보장을 통한 최저임금 현실화, 최저임금법 개악 중단. 다섯째,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 명예회복, 건설노조 탄압 중단,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중단과 공적자금 투입 등 당면 노동현안 해결. 이렇게 대정부 교섭요구안에서 확인되는 민주노총의 2009년 제도개선 요구는 총고용 보장과 국민기본생활보장, 그리고 노동운동탄압 분쇄(반MB전선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2009 민주노총 요구와 과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자료집이다. 이하에서는 쟁점을 선별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총고용 보장을 위한 고용안정 특별법 『2009 민주노총 요구와 과제』에서 제 1과제는 총고용보장과 구조조정 중단이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권의 일자리창출 정책을 비판하며 무엇보다도 공공부문 민간부문 할 것 없이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1997년 당시 민주노총이 탈법적 정리해고 철회, 노조의 인력감축 동의서 요구 철회, 재벌개혁을 요구하며 “경제민주화와 고용안정을 위한 총력투쟁 총파업”을 결의했던 것이나, 1998년 당시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철폐와 부당노동행위 근절, 재벌해체 IMF 재협상을 요구하며 총파업 투쟁을 조직했던 것에 비하면 여러모로 미달한 것이다. 실제 진행되고 있는 (정리)해고에 대해 구체적인 비판도 없거니와 이를 쟁점화하기위한 경제위기 책임공방 계획(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지배세력, 사회제도 비판)을 전면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해고에 맞서는 총연맹 혹은 산별차원의 투쟁계획이 미약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총고용 보장을 위해 해고회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도입을 요구한다. “기업의 경영상 긴박한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노동시간 단축, 직업훈련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할 경우 이에 대해서 세제감면 및 직접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의 개정과 한시적으로 고용안정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고용안정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고용유지지원금제도의 확대운영(6개월에서 1년으로, 비정규직에게까지 대상 확대, 금액은 통상임금 삭감분), 세제지원, 노사합의로 조성된 고용안정기금에 대한 재정지원이며, 이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599개 상장기업 사내유보금 10%(약36조)를 4년에 걸쳐 고용세로 징수하자는 특별세 징수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제안한 고용안정특별법은 해고회피 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자는 것일 뿐, 해고 자체를 제한하는 제도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은 아니다. 유인책만으로 개별기업들이 해고를 자제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에서 더더구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도입의 핵심은 사용자의 권한 제한이라는 사실은 공정한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도 알고 있는 바다.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해고나 계약해지 권한을 강제적으로 제약해야 한다. 고용안정특별법은 여기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법안이다. 또한 6개월에서 1년으로 고용유지 지원 기간이 확장된다고 기업이 끝까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할지는 알 수 없다. 정리해고 요건을 갖추는 기간만 연장한 것에 그치고 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용안정특별법은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제고해야할 점이 많다. 해고에 맞서는 총연맹 차원의 투쟁계획도 부재한 상황에서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개선책이 이렇게 사용자의 관용을 촉구하는 수준이라면, 총고용 보장 문제는 결국 개별 단위사업장 차원의 노사 간 세력관계 문제로 넘어갈 뿐이다. 해고에 맞서는 노동조합운동은 다시금 단사 노조의 힘(교섭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교섭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노조(대공장 정규직 노조)나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고 나머지는 해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내유보금 10%를 특별세 형태로 환수하여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을 검토하자. 이러한 주장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고통분담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언뜻 합리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현재 신자유주의의 금융적 수탈구조에 대한 비판을 우회하며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의 잉여를 노동자가 어떻게 영유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전혀 고려치 않은 인민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사내유보금은 주식배당, 이자지불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으로 기업에서는 재투자를 위한 몫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현재와 같은 금융적 수탈이 노동자 대중의 임금 하락 경향의 기원인데도 이를 우회하고 정작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발상은 아무래도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정작 세금을 부과해야 할 대상은 막대한 주식배당이 낳는 각종 금융적 소득, 이자 소득, 그리고 외환 차액으로 인한 자본이전 소득 등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사내유보금이 기업설비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투자나 채권투자 등 또 다른 금융적 투기수단이 되었다 하나 그것은 사내유보금의 사용내역 공개와 이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권 강화로 주장되어야 할 일이지, 사내유보금을 나누어 고용안정기금으로 전용하자고 할 일이 아니다. 이는 노동자통제의 기본방향을 망각한 처사일 뿐이다. 물론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은 세금의 형평성 논리상 실제로 실현되기도 어려운 측면도 있다. (사내유보금은 부동산투자소득, 주식투자소득과 같이 전형적인 불로소득이 아닌 만큼 특별과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총고용 확대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앞서 고용안정특별법 제정이 총고용보장을 위한 것이라면 총고용 확대를 위해 민주노총은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150만 명 일자리를 나누기. 둘째, 100만 명 공공서비스 좋은 일자리 창출. 셋째, 200만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 무엇보다도 쟁점은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150만 명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이다. 먼저 이 주장의 핵심 목표가 ‘노동시간 단축’보다는 일자리 나누기(총고용 확대)에 있음을 분명히 해두자. 즉 경총 등 사용자 단체들이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다면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민주노총은 독일의 폭스바겐사 사례와 프랑스의 오브리법 도입, 일본의 노동년 단축 등을 사례로 꼽으면서 연간 노동시간을 2,362시간에서 2,000시간으로 단축할 것을 제안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장근로제한, 2주 이상 연차휴가보장, 휴일영업 제한, 교대제 개편을 촉구했다. 통상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유지 확대 사례로 독일의 폭스바겐사의 28.5시간 도입(하루 7시간 4일)과 프랑스의 오브리법 도입(주 35시간제)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독일의 폭스바겐사의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유지 방침이 실제로 가져온 결과는 (동서독의 격심한 임금격차가 야기한 시간급 저하, 자발적인 노동시간 연장,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이 야기한 임시직화가 급격히 확대된 상황에서) 140가지가 넘는 작업시간표 작성과 그로 인한 노동시간 사회시간 분절화, 이질화, 개별화였고 그에 따른 노동자의 단결력 약화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노동시간은 비전형적 형태로 증가했고, 작업속도도 급격히 상승했다. 결과는 2-3년 사이 전체노동자의 25%에 이르는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또는 ‘자발적으로’ 작업장을 탈출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오브리법은 주 35시간 법을 일체의 임금삭감 없이, 그것도 자본가들의 공개적인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자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시행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례다. 1998년 오브리법을 시행할 당시 프랑스는 이미 1987년과 1993년에 걸쳐 주 39시간 노동제 도입과 함께 ‘근무시간 선택제’와 같이 노동시간 변형을 허용했다. 사실 오브리플랜의 실제 목표는 노동시간의 전면적인 재조직화로 회사의 생산성 향상, 더 적은 시간에 동일한 노동을 하도록 촉진하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서 제일 먼저 노동시간 계산의 기준이 바뀌었다. 이제 노동시간은 작업장에 있는 시간도 아니고, 통근시간을 포함하는 근무시간도 아니었다. 엄격한 의미에서 실질 생산시간만이 노동시간이 되었다. 노동시간 변형제도를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동시간 신축화는 더욱 확대되었으며, 노동시간을 크게 단축한 프랑스정부는 노동자에게 임금인상을 자제시켜 결국 몇 년 후에는 실질임금을 하락시켰다. 35시간 노동주로 일자리를 늘어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고 정작 시행된 다음해인 2001년에는 오히려 실업이 늘었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은 노동시간 분절화에 따른 노동자계급의 탈조직화만 목도했을 뿐이다. 이렇게 유럽에서 진행된 법정노동시간 단축(혹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은 노동신축화의 확대와 함께 ‘빈틈없는 노동의 확대’를 통해 (진정한 의미에서) 실질노동시간 증대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또한 한국사회처럼 원하청 구조가 확대된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대기업의)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저비용 하청의 증가로 이어질 뿐이고, 이는 도리어 실질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증대를 위한 또 다른 압박 요인이 될 뿐이다. 더구나 변형근로시간제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주도 아니라 노동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변형근로시간제의 도입을 촉구하는 결과를 야기할 뿐이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인가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인가 역시 허구적인 대립이다. 앞서 프랑스 오브리법 사례에서 보듯 설령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임금인상 자제로 수 년 내 자본가는 실질임금삭감효과를 누릴 것이며, 노동자의 분절화로 실질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자본가의 의도는 손쉽게 관철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질노동시간 증대를 위해 노동을 재조직하기 위해 지배세력들은 온갖 방책들을 다 내놓고 있는 가운데, 더구나 ‘실업의 조직화’라는 목표아래 노동신축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비판 없이 단순 계산법에 입각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정책대안에 민주노총은 더 이상 역량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은 노동재조직화와 노동신축화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다. 총고용 확대를 위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중소영세기업의 비정규직 200만 명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30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에서 2년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90% 정도를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2009년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1,200억에서 2조 5천억 이상으로 대폭 증액할 것을 주장했다. 이렇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18조 2천억 원을 투입하여 정규직화를 추진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40% 정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내용적으로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즉각적 시행(혹은 확대)을 촉구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기간제 노동자의 해고가 확대된다며 한나라당이 제기한 논란의 진실성은 차치하더라도, 현 비정규직 법안의 즉각적인 시행으로 정규직화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정규직 전환 지원금이라는 인센티브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할 수도 없을 뿐더러, 경제위기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이 정규직 전환 지원금만 믿고 비정규직 해고를 지양하여 정규직 전환을 실행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기업이 계약해지로 정규직화의 부담을 회피하거나 노동 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와 재계약을 맺거나 암묵적으로 해고를 하지 않을 뿐이다. 2009년 8월 30일자로 발표된 노동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7월 1일 이후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중 30%만이 고용조정(외주화, 계약해지,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의 대체) 되었을 뿐 70% 정도는 고용을 유지하거나 재계약을 체결하고 일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 한다. 해고대란설이 사실은 아니라 할지라도 비정규직 법안으로 정규직 전환이 촉구되었다고 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대로 중소영세 사업장에서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임금과 근로조건의 차이가 거의 없고, 근속연수가 짧기는 마찬가지여서 정규직 전환의 효과가 그다지 높지 않다. 더구나 현실에서 비정규직 근속연수가 늘어나는 것은 계약해지를 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여서 이들이 실제 정규직 전환되었는지 여부는 실제 계약해지를 당했을 때 그것도 해당 노동자가 부당해고여부를 다툴 때나 확인된다. 이를 비정규직 법안의 효과에 따른 정규직 전환 사례로 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비정규직 법안의 시행/유예 논란은 2007년 시행된 비정규직 법안이 고용의 불안정화를 제어할 수 없으며 지배세력들의 생색내기 제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은폐할 뿐이다. 여기다 전환 지원금 규모를 늘려 빠른 시간 내에 2년 이상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는 것은 지배세력의 기만에 들러리 서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 쟁점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정규직 전환은커녕 비정규직의 고용안정화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거나 (무기계약직 전환 논란에서 확인되듯) 차별을 구조화하고 사각지대를 확산한다는 점에 있다. 또한 쟁점은 그나마 차별시정의 대상이 된다 할지라도, 차별시정신청권자에서 노조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전혀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 법안의 즉각적 시행 혹은 확대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고용확대를 도모할 수 없다. 경제위기 인식과 대안으로서 내수증대론 민주노총의 제도 개선 목표가 이처럼 노동권 방어라는 최소한의 목표에도 미달하는 것은 고유한 정세인식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윤진호 교수의 분석을 따라) 현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개방화된 금융시장과 내수기반의 취약성을 지목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금융과 실물경제 양 측면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나라들이 규제강화, 국유화, 보호무역주의, 정부개입 강화와 같은 정책수단으로 반신자유주의(?) 정책도입을 강화하고 있듯이 우리나라도 이렇게 가야 하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며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한 대안으로 고용창출 및 내수확대에 기반을 둔 선순환 경제구조 수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출부진의 원인이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에 있는 만큼 수출지원보다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생존기반과 고용확대를 통한 구매력 창출이라는 내수확대로 정책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재정지원확대 → 고용창출 → 내수확대 → 경기 회생이라는 선순환 경제구조 수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인식은 현 경제위기를 이윤율의 하락과 같은 구조적 원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소비위축에 따른 실물경제의 위기, 즉 시장 왜곡이나 분배의 실패라는 일시적 불합리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비롯된다. 자본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인상(고용확대), 소비진작으로 현 경제위기에서 결정적으로 탈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설사 일시적으로 성공한다 할지라도 (2000년대 초반 한국경제 내수 진작의 거품이 빠졌을 때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겪었듯) 바로 그 순간 자본주의 위기를 다른 형태로 맞이할 뿐이다. 작금의 경제위기는 미국 등 중심부 국가의 이윤율 하락이라는 구조적인 동학 위에서 미국헤게모니의 금융세계화 시스템이 붕괴되는, 세계적 차원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조 사수와 노동운동 탄압 분쇄 이러한 정책 대안들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투쟁계획이나 교섭전략이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취약해진 지도력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주원인은 투쟁동력이 상실되고 (노사정 기구와 같은) 교섭 협약 틀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IMF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민주노조운동은 수세적 국면을 면치 못했다. 이 과정에서 투쟁 의제가 협소화되고 노조 내 자기중심적인 실리주의가 확산되면서 민주노총의 투쟁동력은 단위사업장의 이해관계를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 이것이 투쟁동력 상실의 기원이 된다. (총파업 실효성 논란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쟁점이다.) 2006년 노사관계로드맵 논의 당시 노사정협의에서조차 배제 당했던 뼈아픈 과거가 웅변하듯 민주노총은 이미 노무현 정권시절부터 정부의 교섭파트너로서 위상을 부정당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노동조합을 대화상대로 여기지도 않는 이명박 정권이 2008년 집권한 이후로는 사회적 교섭전략 자체가 아예 실행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민주노총 총연맹의 정책들이 실질적인 대중동력과 교섭방침에 근거한 투쟁과제가 되기보다는 정책담당자들의 입론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사정에서 연유한다.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실질적인 계획과 실효성 있는 투쟁을 전개한 것은 노동운동탄압분쇄투쟁과 반MB투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2008년 7월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구실로 이명박 정권은 민주노총을 본격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하였다. 건설노조와 운수노조 등 산별연맹을 불법화하려는 시도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전교조, 공무원 노조의 단체행동을 불법화하고 단체교섭을 부정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업무방해 등 각종 민사상의 제약요건을 강화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더욱 강화되었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은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으로 정부정책과 기업주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서는 정치적 행동을 원천봉쇄하기 시작했다. 2009년 5월 ‘박종태열사 명예회복, 화물연대 탄압 분쇄’를 내걸고 전개된 화물연대의 파업투쟁은 중간에 좌초하고 말았는데, 화물연대 인정이 유일한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파업동력을 더 이상 확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노조운동이 ‘민주노조사수’만을 내걸고 노동운동탄압저지투쟁을 진행할 수 없는 주체적 한계상황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 대한 금속노조의 투쟁조직화 실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리해고 강행시가 아니라 ‘공권력 투입시 총파업’이라는 금속노조의 쌍용자동차 관련 유일한 투쟁계획이 시사하듯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서조차 금속노조가 투쟁동력을 결집시킬 수 있는 유일한 동인은 노조탄압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서 77일간의 파업투쟁이 종료된 이후 정리해고 투쟁전선의 성격과 방향, 대안을 둘러싸고 논쟁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금속노조는 부분적이나마 총파업을 실행하고 평택공장으로의 집결투쟁을 조직했지만 대중조직화는 실패하였다. 그나마 모였던 집회대오들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금속노조마저 노조탄압저지투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사방에서 조여 오는 공권력 침탈 앞에서 쌍용자동차 지부는 정리해고를 수용한 채 77일 간의 공장점거 파업투쟁을 중단했다. 반MB 전선과 고착화되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노무현의 죽음을 전후로 노동자운동의 동요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 자신의 조직역량으로 시내에서 마땅히 집회를 개최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자 민주노총은 이른바 ‘노무현 서거 국면’을 지렛대 삼는 투쟁계획, 더 나아가 야4당과의 공조에 의존하는 반MB전선의 확대를 꾀하게 된다. 비정규법 개악 저지투쟁은 민주노총의 자체 투쟁동력보다는 미디어법 개악저지투쟁이라는 상황이 제공한 지렛대에 의존한 바가 컸다. 최저임금인상 투쟁은 과거에 비해 더 많이 고무되긴 하였지만,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2.75% 인상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만다. 민주노조운동의 대중적 지지기반이, 민주노총의 투쟁동력이 아래에서부터 무너진 상황에서, 단위 사업장의 결사항전을 전제하는 일점돌파 투쟁마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반MB전선의 확대라는 상층차원의 연대를 통해 소시기 목표(노동운동탄압 분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이 현재까지 제출한 반MB전선의 유일한 투쟁계획은 두세 차례의 민중대회와 이명박 불신임투표 정도다. 노동조합운동 주체의 대중적 힘을 아래로부터 복원할 계획이 부재한 상황에서 (야4당을 포함하는) 상층연대를 통한 몇 차례의 집중투쟁, 이명박 불신임투표 운동 정도로 민주노조운동의 무너진 대중적 지지기반이 복원될 리 만무하다. 더구나 반MB전선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치적 목표도 모호한 상황에서는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선거연합 승리가 최종목표로 보이지만) 더더욱 그렇다. 경제위기 대응 계획과 노동조합 재건 계획이 동시에 수립되어야 한다 도시철도, 인천지하철, 인천공항공사, KT노조 등 대형 노조들이 연이어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있고, 금속노조의 산별전환과 공공연맹/노조의 산별전환 계획은 점점 안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복수노조시대를 목전에 두면서 이명박 정부는 다시금 노사관계법 개악을 통해 남아있는 노동조합운동마저 완전히 무력화하려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투쟁 조직은커녕 노동운동탄압에 맞서는 계획도 제대로 수립 못하는, 내적으로는 산별노조 전환조차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민주노조운동의 현실은 이제 위기의 임계를 넘어선 상태다. 노동자대중의 상태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자 대중 내부의 위계질서를 활용한 국가와 자본의 손실 떠넘기기가 노동자 내부의 갈등을 파고들어 분열을 확대할 것임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임금격차, 고용격차 등등 노동자 내부의 갈등이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첨예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해(고용, 임금)를 방어할 수 있는 기본조직마저 부재하다면 그 결과는 노동자운동의 참담한 패배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계급적 이익(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방어하고 쟁취하는데 있어 기본대중조직은 필수 불가결하다. 여기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의식을 확대함과 동시에 자신의 계급적 성격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비롯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전체 노동자대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 전제조건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대중의 자기 조직화, 주체화, 그리고 운동역량의 강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 대중운동은 결국 모래성일 뿐이다. 대중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는 운동이 아니고서는 사회운동의 이념 형성은 먼 미래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대중이 스스로 조직하려는 대중조직의 운동이 아니고서는 거대한 대중운동의 물결은 허황된 꿈일 뿐이다. 경제위기에 맞서는 투쟁계획이 그 어느 때보다도 노동조합운동을 재건하려는 계획과 함께 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3년 임기의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11월에 직선제 임원선거를 치러야 하나 8월 26일 중앙집행위원회는 전반적인 준비부족을 근거로 ‘임원 직선제 3년 유예안’을 결정했고 이 안은 9월 1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다. 직선제를 차차기 임원선거인 2013년에 도입하고 차기 임원선거는 내년 1월에 연다는 안이 확정될 게 거의 확실하다. 아마도 직선제 선거 절차가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선거를 치를 경우 심각한 정파 간 갈등구도 속에서 2008년 말 민주노총 경남본부 부정선거 사태처럼 심각한 파행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가뜩이나 도덕성 위기에 몰려있는 민주노총에 파국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총을 포함해 여러 정파가 함께 활동을 펼치는 민중운동 조직에서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민주주의 이상대로 충실한 대의과정으로서 작동하고 능동적 리더십을 형성하는지 현재 시점에서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 가장 흔히 나오는 문제제기들은 어찌 보면 역설적이다. 한편에서는 선거가 정파 간 담합에 의해 좌우되면서 정파 간 분열이 민주노총 활동의 분열로 확대 재생산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즉 승자독식 구조에서 이긴 측은 조직을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진 측은 당선된 지도부의 활동을 사실상 보이코트함으로써 민주노총이 식물상태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실제 활동에서는 차별성이 없다는 자조도 나온다. 즉 말과 달리 행동에서는 뚜렷한 차별성도 없으면서 권력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네거티브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현재 한국사회 정치체제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비판이 민중운동 내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나 자조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노총이나 여기에서 활동하는 여러 단체들이 노동자운동의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모든 단체는 노동자운동의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민주노총은 공식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안들을 검토하고 조직 내로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왜 이런 긍정적인 노력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만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가? 이 글은 여러 단체가 제시한 노동자운동 활성화, 혁신, 발전에 관한 입장이 현 시점에서 얼마나 적절한지 검토하고자 한다. 이러한 입장이 실행가능성을 지녀야만 실천적 유효성을 발휘할 수 있고 현실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이념,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쳐온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노사연)의 입장을 평가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한노사연은 서구의 노동운동 입론을 검토하여 자신의 이념적 이론적 노선에 알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노동운동 혁신을 위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의 하나로 설정한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또한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가 제시하고 있는 ‘사회연대전략’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진보연대를 포함하여 모든 운동단체들이 문제의식과 실천계획을 내놓아야 할 공동의 과제를 제시한다. 한노사연의 노동운동 재활성화 전략: 사회협약과 유연안정성 한노사연의 『노동운동의 재활성화 전략』(2007)은 주로 프레게와 켈리가 편집한 『노동조합운동의 다양성: 비교 시각에서 본 노동운동 재활성화 전략』(2004)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이론 틀에 의존한다. 여기서 노동운동의 재활성화(revitalization)나 부활(renewal)이라는 표현은 현재 서구의 노동자운동이 위기나 침체에 빠져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먼저 프레게와 켈리가 요약한 세계 노동조합들의 재활성화 전략을 살펴본 후 한노사연이 어떻게 이러한 틀에 따라 한국 노동조합운동을 평가하는지를 검토하고 마지막으로 한노사연의 입장을 평가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노사연은 ‘새로운 사회협약’(고용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단체교섭의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물질적 자원을 획득한다는 독일식 파트너십 모델을 주창한다. 나아가 한노사연이 제시하는 산별노조의 임금, 고용 의제도 자연스럽게 ‘유연안정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독일식 노동조합 정책으로 수렴되고 있다. 즉 노동조합이 대량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임금삭감을 동반하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노동시간 계좌제(변형근로제의 완성판), 임금피크제와 같은 노동신축화을 수용하되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도록 기업과 합의를 이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쌍용차 사태를 거치면서 독일식 모델이 마치 정리해고의 대안인 것처럼 다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가히 ‘신자유주의의 재발견’이라 칭할 만하다. 이에 따라 한노사연은 미국을 시발점으로 하여 영미권과 동아시아로 급속하게 전파된 ‘조직화모델’을 상대화하거나 파트너십 모델 내로 흡수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사회협약을 통해 유연안정성을 수용한다는 것은 1998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제 합의한 후 조합원으로부터 일어난 반란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공연하게 실현되기 힘들다. 따라서 한노사연의 대안은 매우 은폐된 형태로 노동조합운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노사연의 노동운동 재활성화 전략 개념화> 프레게와 켈리는 노조 재활성화 전략이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영역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또한 각국 노조마다 강조점이 다르다고 말한다. ① 조직화: 조합가입 확대와 작업장 대표성 강화 ② 조직 재구조화: 통합, 내부적 재조직(조직개편, 조직합병, 내부개편) ③ 사회운동과 연합 형성: 지역 내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는 개인(대표) 과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 ④ 고용주와의 파트너십: 단체교섭 제도의 보호와 발전, 노조에 대한 부정 적 이미지 축소 ⑤ 정치행동: 권력자원 접근성 제고 ⑥ 국제연대: 다국적 기업 정보 교환, 국제노동단체와 국제노동조합에 대 한 로비 또한 기존 노조의 권력과 자원을 재분배하는 방식 중에서 특히 조합원을 유지, 충원하는 방식에서 ‘서비스모델’과 ‘조직화모델’이 분기하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한노사연은 노조 조직화 모델이나 ‘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사회운동과 연합형성)는 노동조합의 재활성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일 뿐이지 유일한 방안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표 1] 서비스모델과 조직화모델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한노사연의 한국 노동운동 활성화 전략 평가> 한노사연은 한국 노조의 발전전략이 크게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고 지적한다. ① 조직화(특히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대변능력 확충). ② 산별노조 건설(산별교섭을 통한 노동시장에서의 교섭력 증진). ③ 정치세력화(정치사회적 영향력 확대). 이 외의 영역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① 사회적 파트너십(고용주와의 파트너십)의 경우 1998년 사회협약에 참가한 후 안정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② 사회운동과의 연합형성의 경우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온 타 계급계층과의 연대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신사회운동과의 제휴와 연대는 크게 발전되었다고 볼 수 없다. (즉 전국민중연대-한국진보연대에는 역량을 투여하지만 시민운동과 연대는 소홀하다.) ③ 국제연대의 경우, 과거에 비해 크게 신장되고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한노사연은 한국 노조운동의 전략적 방향성은 적실성을 지니지만 구체화를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은 항목을 제시한다. 첫째, 조직화 전략의 상대적 위상, 타 전략과의 상호보완성, 조직 확대의 제도적 방안, 제도를 활용한 조직화 추진 방안 등이 더 구체화되어야 한다. 특히 한노사연은 고용주와의 파트너십이 노동조합 활성화와 조직화 확대에 성공적으로 기여한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영국의 공공부문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UNISON의 ‘평생교육’ 파트너십이 대표적 사례다. 사용자와의 협력을 통해 노동자 교육훈련,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조합원에게 구체적인 혜택을 주는 동시에 조직화 사업과 긴밀히 결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 산별교섭에 있어서 비노조원에게 단체협약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진보정당 활성화를 위한 지원은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지만 집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보정당뿐만 아니라 제 정당에 대한 로비와 의견개진을 수행해야 한다. 사회협약 정치를 통해 노동사회경제정책에 대한 방어와 공세를 취해야 한다. 사회협약 전략의 불안정성은 ① 제도적 접근 가능성을 상당히 봉쇄함으로써 적대적인 환경을 개선할 여지를 협소하게 만들 수 있다, ② 중앙조직에 고유한 전략적 역할의 수행을 상당히 협소하게 만든다, ③ 절차적 민주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화된 대화의 거부는 사회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넷째, 중앙조직들은 지역조직을 정치, 조직화, 연대활동의 센터로 육성해야 한다. 특히 현재 상당규모의 권력자원과 물적 자원이 지역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지역 차원의 민주적 거버넌스 논의는 지역이 새로운 정치경제적 각축장이 될 것임을 함축한다. 다섯째, ILO 등 국제기구를 통로로 한국의 노동권을 개선하고, 한국 기업 진출국의 노동조합과 연대활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약평> 한노사연의 입장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운동노조의 의미를 협소하게 파악하여 ‘사회운동과의 연합 형성’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간주하고 있는데다가 여기에 대한 의미 부여도 기존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자원 확보, 사회적 영향력 확장 경로 정도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노사연의 노동운동 재활성화 전략이 담고 있는 가장 결정적 문제점은 현재 파트너십 모델의 실현 경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청사진이지만 객관적 제약으로 인해 그 실행가능성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는 셈이다. 나아가 한노사연의 최근 입장은 목표와 수단이 전도되어 파트너십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먼저 신자유주의적 ‘유연안전성’(노동신축화)를 제기해야 한다는 함정에 빠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한노사연의 노선은 기존 유럽 노동조합 전략의 연장선 상에 있다. 특히 고용주와의 파트너십을 매우 강조한다. (한노사연은 여기에 정부/정당의 역할을 추가하면서 이를 사회적 파트너십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파트너십 모델은 조직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자원배분에 우선순위를 두더라도, 노조 인정을 위해 고용주의 지지을 얻고 물질적 자원을 끌어내어 미조직 노동자를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개별적 서비스(직업소개와 직업훈련)를 제공하는 활동을 강조한다. 한노사연이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추구하는 조직화 방안은 파트너십 모델 내로 조직화 사업을 흡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한노사연 소장이었던 김금수씨가 2003~2006년 노사정위원장을 맡으며 사회적 파트너십을 추진하였으나 사실상 중도 좌초되었다. 집단적 노사관계와 개별적 노사관계의 맞교환, 즉 민주노총 합법화를 허용하되 노동신축화를 위한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제를 도입한다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전략이 노동조합 기층의 반발에 직면한 후 사회적 파트너십에 대한 불신이 만연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고용안정과 노동신축화를 맞바꾼다는 전략이 이른바 ‘유연안정성’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노사정협의가 (민주노총이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간에) 개별적 노사관계의 개악, 노동신축화라는 정부와 기업의 전략이 관철되는 도구로 작동했다. 혹자는 이러한 노사정협의를 ‘경쟁력를 위한 코퍼러티즘’이라고도 부른다. 원래 코퍼러티즘 개념은 대체로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받아들이고, 노동조합은 생산성 향상에 협력한다는 것을 뼈대로 한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경쟁력을 위한’이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체로 국가 간 경쟁의 심화나 자본주의 위기에 따라 자국 수출품의 ‘국제경쟁력’을 위해 사실상 임금인상 억제나 노동신축화를 노동조합이 수용하되 이에 대해 제공되는 반대급부는 기업이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모호한 합의나 사회적 대화체계 유지라는 매우 비대칭적 구도로 나타난다. (이는 허구적 코퍼라티즘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결국 한노사연의 노선을 따르다보면 민주당의 재집권→친노동적 정치환경 조성→제도 개선→사회적 파트너십 형성, 산별교섭력 확보, 조직화 자원 확보라는 전략이 유일한 경로가 된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에 들어서 노사정위원회가 무력화된 상태고, 설사 민주당이 재집권하더라도 과거 노무현정부의 경험처럼 결코 민주노총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을 펼 수 없는 상황이므로 문제해결의 경로가 소실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노사연의 산별교섭의 발전 전략이 지닌 문제점> 한편 한노사연이 민주노총의 연구위탁을 받아 펴낸 『산별노조시대 고용, 임금, 복지의 연대전략』(2007)은 산별교섭의 기본 발전방향과 초기업적 수준의 대안적 임금, 고용의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제시된 내용에는 신자유주의적 ‘유연안정성’에 해당하는 정책제안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노사연은 이 책을 펴낼 당시인 2007년 시점에 산별교섭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산별협약 기본틀이 불안정하여 사용자단체가 구성되지 않거나 구성된 단체에 사용자가 가입을 꺼리고, 산별협약이 전체 산업노동자에게 적용되지 못하고 노동자간 격차 해소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고용안정과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산별노조 의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산별고용안정체제의 구축이라는 장기적 과제를 추구하면서 우선 고용의 질(특히 비정규직 문제) 개선과 고용의 양적 확충을 중단기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한다. 특히 고용의 양적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실노동시간 상한제, 교대제 개편, 연장근로 활용에 대한 벌금 부과, 고령자 직무순환제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한다. 또한 기업단위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산입지와 고용보장을 위한 단체협약과 노동시간 계좌제를 제안한다. 이는 대체로 독일 금속노조가 과거에 실행한 방안이다. 또한 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독일 금속산업을 모범사례로 삼아서 직무급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산별노조에 걸맞은 임금정책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함으로써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균등한 대우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노사연은 이는 임금체계의 커다란 변화를 필요로 하고 직무평가 기준이라는 기본조건을 마련하는 과정이 어려울 수 있으며, 기존 연공제에서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조합원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난점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가장 어려운 문제는 북유럽의 사례처럼 직무급에 따른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도입되고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경우 한계기업의 도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한노사연은 궁극적으로는 한계기업 도산이 산업고도화를 이룰 수 있고, 일부 기업의 도산으로 인한 일시적 실업 문제는 사회안전망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표 2] 독일 금속노조와 공공서비스노조의 임금(숙련)등급 모델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한노사연의 제안의 핵심은 ‘유연안정성’의 대표적 사례와 수렴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유연안정성이란 임금삭감이나 노동조건 신축화를 현실로서 수용하되 고용안정을 최대한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한노사연이 모델로 삼는 독일금속노조야말로 유연안정성을 수용한 대표적 사례다. ‘생산입지와 고용안전을 위한 기업협약’은 독일 금속노조가 정리해고의 대안으로 임금삭감을 동반한 노동시간 단축에 합의한 것이다. 또한 노동시간 계좌제는 연간 단위의 변형근로제라고 볼 수 있고, 초과근무 수당을 사실상 폐지하는 결과를 낳는다. 고령자 직무순환제도 임금피크제의 일종이다. 한노사연은 독일과 같이 서구 노동조합이 채택한 정책을 모델로 삼기 때문에 이 정책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불황기에 노동조합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최대한 질서 있는 퇴각을 실행하자는 제안 즉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의 대안인가, 아니면 장기적인 양보교섭 행진의 일부분인가? 이는 불행히도 서구에서 거듭되는 양보교섭의 일부가 되었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노동조합 재활성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한노사연의 제안은 어차피 노동조합이 물러설 수밖에 없다면 선제적 양보교섭을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고 나아가 노동조합이 노사대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궤변으로 발전될 수 있다. 물론 노동신축화나 유연안정성이 대량해고와 실업에 대한 (대안이라면 대안인) 신자유주의적 대안인 것은 사실이다. 레이건이나 대처가 착수한 신보수주의의 핵심이 대량 정리해고와 이를 통한 노동조합의 파괴였다면 다음 단계에 나타난 신자유주의는 노동조합의 양보교섭을 유도하며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고 노동신축화를 도입하여 어느 정도 정리해고를 완화하고 실업 문제에 대처한다는 것이었다(신자유주의적 ‘실업의 조직화’). 현재 이명박정부의 정책목표가 신보수주의와 동일하게 정리해고의 관철과 노동조합의 파괴, 특히 눈엣가시 같은 자동차산업 노동조합의 파괴이기 때문에 한노사연의 입장을 따르다보면 결국 신자유주의라는 ‘차악’을 선택해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와 대결하고자 했던 노동조합 운동의 심리적 저지선을 붕괴시키고 이념적 대혼란을 낳으며 결국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황폐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지극히 경계해야 할 입장이다. (한국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 효과가 서구에 비해 훨씬 더 파괴적일 것이다. 장시간의 잔업, 특근을 통해 부족한 임금을 보충했던 상황에서 잔업, 특근만 줄어도 노동시간 감소율에 비해 임금 감소율이 훨씬 더 클 것이고 노동자는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독일을 모델로 하는 양보교섭의 여지조차 그리 많지 않은 셈이다.)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민주노총이 양보교섭을 먼저 제안해서 치고 나간다는 것은 1998년 학습효과 때문이든 아니면 어떤 다른 이유 때문이든 현실에서 상상하기 힘들다. 따라서 한노사연의 대안은 공공연하게 실현될 수 없고 누군가 이를 추구하더라도 현실에서는 매우 은폐된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 드러난 것처럼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총연맹을 필두로 한 상급단체에서 먼저 양보교섭을 제안할 수는 없어도 일부 개별 노동조합 차원에서 양보교섭이 진행되는 사례는 다수 발견된다. 이러한 괴리는 총연맹과 상급단체의 리더십이 유실되는 경로의 하나로 간주되어야 한다. 또한 직무급으로의 임금제 전환은 임금삭감이라는 자본의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에서 연공제가 도입된 것은 상대적으로 청년층 노동자가 많아서 기업의 임금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반영되었다면 최근 직무급 전환이 고려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고령층 노동자가 많아서 연공제에 따른 기업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물론 한노사연은 직무제 도입과 함께 노동조합이 노사공동이나 노조 주도로 직업알선이나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자리의 수평이동이나 상향이동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노사연이 강조하는 노동조합의 ‘교육훈련 모델’은 오히려 독일과 유럽에 한정된 역사적으로 특수한 사례로 보아야 한다. 현재 한국 실정에서 직무급 전환과 노동조합의 교육훈련 프로그램 운영이라는 구상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정착될 수 있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산별노조 발전전략 그 자체가 상당히 벽에 막혀 있는 상태다. 가장 원형에 가까운 산별교섭 기틀을 세웠다고 평가를 받던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중에서 최근 보건의료산업 사용자단체협의회가 지난 8월 말에 해산을 선언했다. 이처럼 교섭 기본 틀이 단지 발전도상에서 아직 확립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가까스로 세운 틀도 해체되는 형국이다. 따라서 산별교섭 의제를 이렇게 저렇게 짜보자는 구상 자체가 큰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정부가 산별교섭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든가 사용자에게 유인을 제공하든가 하지 않는다면 산별교섭 기본 틀 확보는 매우 어려운 상태로 남아 있다. 게다가 조직화 사업에도 실천적으로 힘이 실리지 않는다면 노동조합 발전전략은 오리무중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혁신과 전략조직화 사업: 조직화모델과 사회운동노조 사회진보연대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으로 인해 산별노조로의 발전과 코퍼러티즘 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환경 조성이나 법제도 개선이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계급형성적 노동자운동’, ‘사회운동노조’를 강조했다. 특히 광범위한 노동신축화에 의한 노동자 대중의 분할, 해체에 주목하며 노동자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재구축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조직화모델’과 유사할 수 있고, 이에 사회진보연대는 직간접적으로 전략조직화 사업에 참여했다. 여기서는 총연맹 차원에서 진행된 전략조직화 사업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이에 대한 평가 쟁점을 검토한다. (사회진보연대의 전략조직화 사업 참여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한국에서 ‘조직화전략/조직화모델’을 실현하고자 하는 한 가지 방식이었다. 하지만 2009년 7월을 기점으로 (1차) 전략조직화 사업이 종료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향후 어떤 방향을 잡느냐의 문제는 민주노총의 운동 전략에서 상당히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2기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지만 9월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까지 안이 마련되기는 힘들고 추후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2003년~2004년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을 검토하여 2005년 대의원대회에서 미조직ㆍ비정규직 전략조직화 사업을 결의하고, 50억 기금 조성(현재 약 22억 모금)과 함께 조직 활동가 양성 및 교육, 현장배치를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3년간 조직 활동가 24명을 배치했으며, 현재는 15명의 조직활동가가 해당 산별연맹에서 조직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은 소속 노조에도 예산 30%를 배정하여 전략조직화 사업을 전개할 것을 권고했다. 민주노총의 1기 전략조직화 사업(2006~2009.7) 완료를 앞둔 상황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토론이 전개되었다. 다수의 노조 간부나 활동가들은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서 몇 가지 쟁점을 추려본다. [표 3] 민주노총의 전략 조직화 사업을 위한 5대 핵심 방침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전략조직화 사업 또는 조직화모델에 대한 의미 부여> 한편에서는 미국의 조직화모델이 사회운동노조의 현실태라고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조직화 모델의 확산과 침체 과정에 대해서는 보론을 참조하라.)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주체 발굴, 교육과 투쟁에 대한 강조, 지역 사회운동과 연대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조직화모델이 ‘조직 확대를 통한 교섭력 확대’를 주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노선의 연장선일 뿐 사회운동노조와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비판한다. 즉 조합원이 다소 증가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운동의 질적인 측면에서 뚜렷한 발전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한노사연이나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임영일 교수는 조직화 전략이 민주노조 운동의 재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방편이지 그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임영일 교수는 서비스모델, 파트너십모델, 조직화모델이 서로 결합될 수 있고 노동조합 현실 활동에서는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조직화모델과 사회운동노조를 동일시하는 입장은 미국의 조직화 모델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들을 이상화하는 것일 수 있다. 반면 조직화모델이 단지 서비스모델의 연장선 위에 있다는 평가는 가장 나쁜 사례들을 일반화하는 것일 수 있다. 어찌 보면 조직화는 노조의 일상적 활동인데, 조직화모델이라고까지 격상하는 것은 오히려 노조 이념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운동노조가 곧 조직화모델과 동일시될 수는 없지만 사회운동노조라는 관점에서 조직화 사업에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1기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한 평가> 민주노총의 전략조직화 사업 평가보고서 역시 한노사연 연구원들을 주축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평가 내용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한노사연은 위에서 언급한 책에 실린 히어리와 애들러의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Heery & Adler, 「Organizing the Unorganized」)라는 논문에서 제시한 평가 기준에 따라 1기 전략조직화 사업을 평가한다. 히어리와 애들러의 논문은 노조 조직화 사업을 평가하기 위한 세 가지 구성요소와 아홉 가지 차원을 제시한다. [표 4] 노조 조직화의 구성요소와 차원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한노사연의 평가는 이러한 아홉 가지 차원에서 볼 때 어떤 측면은 잘했으나 어떤 측면은 잘못했다는 식으로 다소 평면적이다. 한노사연의 전통적 입장은 조직화모델보다는 차라리 ‘산별노조 단체협약 적용대상 확대’에 더 주목한다. 이는 산별노조의 사회적 대표성,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으로 간주된다. 임영일 교수도 노동조합의 힘을 드러내는 기본 지표는 노동조합 조직률과 함께 협약 적용대상 범위라고 지적한다. 물론 협약 적용대상 확대는 산별노조가 추구해야 할 기본목표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문제로 남아 있다. 이제 1기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한 구체적 평가를 살펴보자. 임영일 교수는 특별기금을 거둬서 각 산별노조/연맹에 활동가를 배치하는 방식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즉 ‘차상위조직’(민주노총 지역본부, 산별노조/연맹 지역본부)이 조직개편, 조직문화 혁신을 통해서 조직화 사업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이러한 차상위조직이 일상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전개해야 하고, 민주노총 차원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지양하거나 아주 특수한 경우에 한정하여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대표는 임영일 교수의 주장이 실질적으로 전략조직화 사업의 중단을 의미한다고 비판한다. 김혜진 대표는 1차 전략조직화 사업이 조직화 대상, 조직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없는 상황에서 개별 활동가들을 산별노조/연맹에 분산시켜놓고 활동을 강요한 게 실패의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녀는 2차 전략조직화 사업이 필요하고, 특히 제조업 공단 지역이나 사회서비스 부문에 대한 전략조직화 사업을 특화하고 민주노총 차원의 면밀한 연구와 사업관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혜진 대표는 한국에서 삼성과 같은 일부 재벌을 제외하고는 대기업의 경우 노동조합 조직률이 이미 매우 높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전략조직화사업을 지속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냐는 쟁점이나 조직화 사업이 전담기구의 몫이냐 아니면 노조 전체의 몫이냐를 둘러싼 쟁점은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문제는 민주노총이 기금모금을 통한 전략조직화 사업으로 만족하고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축소나 갈등해결을 위해 한층 더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무엇을 위해서 조직화할 것이냐, 조직화를 해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의 경우 조직화의 목표가 교섭력과 서비스의 강화라고 생각하는 경향(비즈니스노조주의)이나 노동자 내부의 이질성 예를 들어 인종적 이질성의 극복이라는 경향(사회운동노조, 시민권노조)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국에서 조직화 사업도 목표가 무엇이냐는 문제는 아직 실천적으로 확립되지 않았다. <조직화모델이 처한 근본적 난점은 무엇인가?> 세계 각국에서 조직화모델이 반드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조직화모델이 처한 근본적 난점이 무엇이냐는 것도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이에 관해 한편에서는 주체적 요인을 강조한다. 영미권의 경우 기존 조합원이 노동조합 자원배분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거나, 새로운 조직화 경향이 성공할 수 있냐는 회의적인 조직문화가 작동하거나, 신규 노동조합의 관할권을 둘러싼 노동조합 간 경쟁이 벌어지거나, 사용자측의 저항을 이겨낼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조직화 의지의 부족, 조직화 대상과 방법에 대한 연구 부족 등이 1기 사업의 실패를 낳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평가에 따르면 조직화의 필요성에 대한 조합원 교육 확대, 조직문화의 혁신이 조직화 사업의 일차 과제가 될 것이다. 반면 법제도적 장벽, 정부의 반노조 정책, 노동신축화 전략 등 객관적 요인이 노조의 조직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는 주장도 있다. 비교적 성공적인 조직화의 경험이 축적된 미국이나 캐나다의 조직화 사업도 노조 조직률 하락을 반전시킬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신규 노동조합을 건설하더라도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조건 등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은 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신규 건설이 어렵고, 건설되더라도 활동을 유지할 유인이 적다. 따라서 제도개선 투쟁, 정치투쟁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결국 법제도 개선이 먼저냐, 노동자운동의 대중적 토대의 재건이 먼저냐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서 어떤 확정적인 탈출구는 없지만, 단절을 위한 출발점을 어디로, 어떻게 잡은 것이냐는 것은 당분간 중요한 쟁점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조직화모델로 전환하게 된 배경을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결정적인 인식은 노동법을 비롯한 제도적 환경이나 세력관계가 노동조합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지만 노동조합 내부의 조직력, 투쟁력, 정치력이 복원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제도적 환경과 세력관계를 역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노동조합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노동조합 내부 개혁 즉 조합원의 동원,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 노조의 조직구조와 조직문화의 개혁, 사회운동 조직과 연대가 우선적 목표로 설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변화가 있어야만 제도적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세력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략조직화 사업이 단지 일부 전담 조직가들의 활동만이 아니라 기존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이끌어내는 문제나, 신규 조직된 노동자들을 적극적인 운동가로 발전시키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조직화모델은 기존 노동조합이 자신의 임금이나 고용조건과 관련된 고충 해결(내부조직화)보다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외부조직화)에 헌신함으로써 노동조합운동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조직화사업에 대해 조합원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논리가 ‘조직화를 통해 노동시장 통제력를 강화함으로써 조합원을 보호하고 단협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것에 머무르기도 한다. 즉 노동자운동의 사명은 무엇이냐는 본질적 문제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연대노조와 사회연대운동 2009년 상반기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이석행 위원장이 물러나고 임성규 위원장이 새로이 등장하면서 민주노총의 발전노선을 사회연대전략(사회연대운동, 사회운동노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연대운동 안은 중앙집행위 수련회, 중앙위원회 토론을 거쳐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 상정될 것이다. [표 5] 2009년 민주노총 세부과제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사회연대운동 계획은 계급적 단결을 강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실현한다는 이중의 목표를 설정하고 총연맹, 산별노조, 지역본부, 현장의 실천방향을 제시한다. 가장 최신 판본이라고 할 수 있는 2009년 8월 중앙위원회 안에서는 총연맹이 자임하는 제도개선사업, 조직화사업, 연대사업 과제가 [표 5]와 같이 제시된다. 또한 민주노총 지역본부, 산별노조 지부, 지역노조도 지역의 여러 운동단체와 결합하여 대지자체 요구 투쟁을 전개하며, 노동자의 자주적 복지활동 기반(공단 내 의료생협, 보육시설, 방과 후 대안학교)을 구축하여 생활연대를 실현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총연맹은 하반기에 사회연대헌장 제정을 추진하여 민생민주국민회의를 포함한 전체 사회운동과 공동실천서약을 체결하면서 비정규 중소영세 노동자 권리보장, 일자리 창출과 실업안전망 확보, 부자감세 중단과 민생예산 확보라는 민주노총의 주요 제도개선 과제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의제별로도 조중동 OUT/언론악법 원천무효와 헌재의 바른 판결을 위한 천만서명,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의료민영화 및 시장화 저지/건강보험보장성 강화를 중심으로 공동실천서약을 체결하고 운동을 펼쳐나가는 데 총연맹이 앞장선다는 계획도 있다. <사회연대운동, 무엇이 쟁점인가?> 민주노총 현 집행부는 “사회연대운동이 집행부의 특징과 임기에 따른 일시적 사업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추진”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총연맹과 각 산별, 지역본부, 단위사업장까지 자성과 결의가 있어야 하며 각 정파의 소통과 합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어떤 특정 정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되며, 우선 대다수가 합의하는 정책과 실천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지난 10년간의 격했던 정파갈등을 치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민주노총 공식조직체계를 통한 논의와 정파간 소통과 합의를 통해 민주노총의 공식적 운동 목표와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정파 간 권력교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자는 문제의식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 단병호 집행부에서도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했으나, 일부 활동가들은 ‘단병호 위원장 재집권 프로젝트’라는 식으로 인식하여 보이코트했고, 공식적인 조직체계를 통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용두사미로 종결되었다. 이러한 보이코트가 결코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의 경우 논의 준비와 토론에 소요되는 시간을 2년으로 설정했다는 사실과 비교해볼 때, 아무리 문제의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현재 사회연대운동과 관련된 논의가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제출되어 있는 사회연대운동 안에는 여러 쟁점이 존재하다. 사회연대운동을 둘러싼 여러 세부 쟁점이 이번 제안을 통해서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회연대운동의 고유한 쟁점이 있다면 그것은 민주노총의 전략을 ‘사회연대전략’이라고 표현하는 것 그 자체일 것이다. 이는 분명히 진보신당에서 주장하는 사회연대전략과 공명하고, 그 핵심 문제는 현재 노동자 간 격차확대(양극화)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그에 따른 정규직 양보론일 것이다.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안은 사회연대전략에 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각종 해설을 모두 생략했다. 따라서 이 대목은 중앙위원회 이전에 제출된 문건들에 기초하여 평가한다.) <노동자 간 양극화의 원인에 대한 인식과 정규직 양보론> 사회연대운동 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러한 사회연대의 주된 책임자는 당연히 양극화의 주된 수혜자인 고수익 대기업과 부유층이 되어야 하며, 국가로 하여금 관련 제도를 통한 사회연대 실현을 주되게 요구해 나가야 한다. 이를 전제로 하여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재원 마련의 문제에서 감당하게 될 비용의 문제는 우리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에게 사회보험료를 감면하고 고임금 노동자가 누진적으로 보다 많은 부담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사회연대의 가치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제기되는 첫 번째 문제는 노동자 간 격차 확대가 정규직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몫을 가져가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과연 현실과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표6]의 1997년과 1998년 사이의 지니계수 상승(소득분배 불평등 심화)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자 내부 격차 심화나 분배 악화는 경제위기가 결정적 원인이다. 1997년과 1998년 사이에 노동자운동의 실천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1998-99년과 2003-6년 사이에 지니계수 하락(소득분배 불평등 완화)이 노조운동의 사회연대 실천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다.” 두 번째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가 사회복지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사회복지 확충이라는 전략이 과연 실행 가능하냐는 것이다. 우리가 20세기 자본주의 역사를 살펴보면 임금 문제에 관한 더 정확한 상을 얻을 수 있다. 미국 자본주의 사례를 분석하면 국민소득에서 전체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임금분배율은 대체로 일정했다. 하지만 이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현상이 아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임금분배율을 떨어뜨리려는 힘이 항상 존재한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임금 하락에 저항했기 때문이 임금분배율이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제도화된 것이 생산성 임금이다. 특정 산업부문 생산성 향상에 비례하여 산업부문 노동자 전체의 임금이 인상된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매개로 하여 임금 하락에 도전하는 것은 항상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내부 격차 축소를 위한 주체적 노력이 배가될 수 있다. [표 6] 도시근로자가가구 소득분배 상태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규직 양보론은 문제가 있지만 ‘정규직 책임론’은 제기될 수 있다. 즉 비정규직과의 격차를 축소해서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해야 할 정규직의 책임성이라는 문제는 제기되어야 한다. 사실 임금격차 축소, 정액임금 인상, 최저임금 상승 등은 모두 정규직을 비롯한 기존 노동자운동의 책임이거나 총연맹의 책임이다. 이는 경제의 금융화나 한국재벌의 하청착취구조 등에 대한 비판, 규제의 문제와도 연결될 것이다. <좋은 일자리> 사회연대운동 안은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 노동자들은 작년부터 좋은 일자리(decent work)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세계적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도 고용평등, 차별해소, 장시간 노동의 철폐와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서 좋은 일자리를 모든 노동자에게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전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즉 노동신축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은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decent)의 사전적 의미는 수용 가능한(acceptable) 표준이나 질을 지녔다는 뜻이고 상당히 소극적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 또한 좋은 일자리는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노총의 핵심 슬로건인데 현재 국제노동기구를 통한 국제노동개혁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 대안이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좋은 일자리 계획이 드디어 국제노동기구와 세계노총이 여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비공식 노동자 등 주변화된 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쏟기 시작한 계기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ILO의 기본성격이 삼자주의이고 노동자 대표가 항상 약세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정적인 쟁점에서는 항상 정부와 자본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과거부터 존재했다. 국제노동기구는 총회와 이사회 구성은 항상 정부대표2, 사용자대표1, 노동자대표1의 비율이기 때문에 결정적 시점에서는 항상 자본과 노동의 3:1 구조인 셈이다. 또한 국제노동기구를 통한 정부 압박이 정부에게 어느 정도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노동기구의 정부 개입력은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국제노동기구는 협약안을 마련하여 각국 정부에게 비준을 요구하며 비준될 경우 실행을 감독하는 협약-비준 모델에 따라 활동을 전개했다. 과거에는 사회주의 국가와의 체제 경쟁이 작동하여 협약 비준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면(국제노동기구를 반공주의의 보루로 작동시키고자 했던 미국은 막상 협약 비준에는 가장 소극적이었다), 체제 경쟁이 종식되고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가 협약 비준을 점점 외면하면서 이 모델은 점점 더 힘을 잃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제노동기구는 여러 의제들 중에서 핵심적이라고 여겨지는 몇 가지를 추려서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고용에서 차별금지 등 네 가지에 관한 핵심노동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했다. 그 중 가장 유력하게 생각한 방안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무역과 사회조항(노동표준, 환경표준)을 연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조차 좌초되자 국제노동기구가 정책을 강제할 수단을 잃게 되었다. 현재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하는 좋은 일자리 계획도 국제캠페인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쟁점 외에도 비정규직 사업에 대한 인식이나 사회연대헌장 추진 사업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쟁점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문제가 확대 재생산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연대헌장 추진 사업의 경우도 조합원 스스로 사회운동의 주체가 된다는 관점이 취약하고(이는 조합원들이 사회운동과 괴리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현존 시민운동에 대해 의존적이다. 즉 사회운동 주체 간의 연대라기보다는 시민운동의 명망성에 대한 의존하려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민생민주국민회의가 현실에서는 시민운동을 매개로 민주당으로 통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연대운동 안이 ‘특정 정파의 노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달리 정치적 편향성으로 귀결될 수 있다. 특히 올해 6ㆍ10 대회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났듯이 민주노총이 동원은 하되 그 성과는 민주당이 가져가는 결과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투쟁의 성과가 실제 민주노총 강화로 되돌아올 수 있는 하반기 대정부 투쟁을 계획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의 노동자운동 혁신과 재건을 위한 제안 사회진보연대는 1998년 출범 시점부터 사회운동론연구팀, 불안정노동연구팀, 실업정책생산모임 등을 운영하면서 ‘사회운동 노조주의’ 또는 ‘계급형성을 위한 노동자운동’이라는 관점을 정립하고 노동신축화나 실업 문제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대안과 실천을 조직하기 위해 활동을 펼쳤다. 2003년 이후로는 산별노조, 지역노동자운동에 대한 기본 입장을 정립하고 금속노조, 공공노조, 서울지역 노동자운동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으며 2008년 경제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는 총연맹 차원의 경제위기 대응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여기서는 2003년 이후 사회진보연대의 주요 입장을 살펴본다. <산별노조, 지역노동자운동의 발전 전망> 사회진보연대는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논의가 궤도에 오르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립하고자 했다. 한편으로 노동조합의 이념 재건과 이를 위한 노동자교육 활동에 주목했고, 또 한편으로 조직화와 이를 위한 노동조합 구조의 재편(예를 들어 대산별 지향과 산별노조 지역조직 강화)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역수준에서 노동조합, 사회운동, 정당을 망라하는 운동망을 형성하고 일상적 지역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에서 사용자의 저항으로 인해 산별교섭이 안착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산별노조가 산별교섭의 기본 틀 쟁취 그 자체보다는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운동성 강화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2006년 말을 기점으로 산별노조 출범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산별노조의 운동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는 핵심과제로서 ① 기업별 노조의 임단협을 뛰어넘는 임단협 요구와 투쟁의 조직화, ② 지역수준에서 원하청불공정 거래의 근절을 목표로 1차 밴드, 2차 밴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와 그린필드 대공장 조직화, ③ 안전보건, 성, 보육, 교육, 환경, 주거 등을 쟁점으로 하는 지역사안에 대한 투쟁 조직화를 꼽았다. 또한 공공노조의 핵심과제로는 ① 산별노조 지역지부를 강화, 지역별로 광범위한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②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섭과 투쟁 조직화, ③ 지역수준에서 (지자체가 직접 사용자가 아닌 노동조합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투쟁 조직화를 제시했다. 서울지역 노동자운동의 핵심과제로는 ① 전략조직화 사업의 발전적 강화, ②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산별노조 지역조직 간 연계성 강화, ③ 저임금, 주거권, 기초생활권 등을 매개로 한 노동자운동과 도시빈민 운동의 연계성 강화를 강조했다. 총연맹 위상 강화, 경제위기 대응방안 모색 산별노조를 노조운동의 중핵으로 보는 관점에 따르면 산별노조가 안착되고 위상이 올라갈수록 총연맹의 위상도 동반 상승해야 한다. 산별노조가 상당한 힘을 갖게 되면서 총연맹도 대정부교섭을 강제하고 정책참가를 통해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증대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금속노조, 공공노조, 운수노조 등 산별노조 전환이 이루어졌지만 산별 교섭이 안정화되지 않고 총연맹의 전략적 위상도 모호해지는 이중적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조건에서 총연맹의 역할을 강화하고, 특히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노동자 간 격차 축소와 노동자 단결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주요 제안은 다음과 같다. ① 산별노조 시대 총연맹의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대정부 정치투쟁의 지도부로서의 역할과 대정부 교섭전략의 수립이라는 두 차원에서 동시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정부나 자본이 노조 요구를 수용하도록 만드는 투쟁 동력을 현실적으로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 점검을 해야 하며, 노조 투쟁동력 집중을 전제로 하면서 대정부 교섭 역량도 강화시켜야 한다. ② 산업간 혹은 산업 내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총연맹 차원의 교섭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산별교섭도 임금을 다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차원의 방안을 마련하고 투쟁과 교섭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③ 총연맹 지역본부의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 총연맹 지역본부가 산하조직에 대해 충실한 사업을 전개하고 산별연맹 지역조직과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며, 단순한 수평적 협의체를 넘어서 더욱 강화된 통솔, 조정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2008년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해고나 노동조건 악화, 노동자 간 격차확대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경제위기에 대한 투쟁이 노동자운동의 혁신을 위한 계기가 되도록 투쟁목표를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재벌의 초민족화, 초민족적자본의 수탈 메커니즘과 이명박 정권의 구조조정, 일자리 정책을 폭로, 비판하면서 ‘한시적 해고중단과 고용안정’ 요구를 전면화하고 최저임금 현실화를 필두로 임금을 매개로 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 강화를 제안했다. <평가와 과제> 지금까지 한노사연의 노동운동 활성화 전략과 산별노조 발전 전략, 민주노총의 주요 혁신계획의 하나였던 전략조직화 사업, 현 집행부의 사회연대전략을 검토했다. 또 사회진보연대가 노동자운동의 혁신, 재건을 위해 제시했던 입장들을 살펴보았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민주노총에 존재하는 모든 정파들은 노동자운동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했으며, 민주노총 공식조직도 이러한 토론 결과물을 흡수하여 계속 변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필자는 대안의 완성도 못지않게 객관적 조건에 따른 대안의 실천 가능성을 고려하여 전략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노조운동이 공회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제기하고자 했다. 이런 맥락에서 모든 노동자운동 단체가 제시해야 할 핵심 문제의식과 실천방향을 정리해보자. 우선 노동조합운동의 발전전략에 대한 공론화를 확대해야 한다. 민주노총 현 집행부는 사회연대운동 안을 조직혁신 방안으로 확립하고 전 조직적 토론에 부치려고 했으나 현실적으로는 하반기 사업에 사회연대헌장 제정이 포함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 조직혁신 방안을 전 조직적 차원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단기 계획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게 객관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말에는 민주노총 임원서거라는 계기도 있다. 여러 운동집단들이 현실 쟁점의 공론화를 주도하자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둘째,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조건에서 민주노총 차원의 공동요구와 공동투쟁을 어떻게 제안하고 조직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경기회복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실제로 내년 2010년에는 실제 회복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2011~12년 더블딥(2차 경기하강)이 나타나고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경기회복에 비해 고용사정 변화는 더디게 나타나므로 고용조건 악화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용없는 회복’). 또한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안정 문제에 대한 민주노총 차원의 총괄적 문제제기와 공동투쟁이 취약한 현실이 잉태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경제위기에 대한 총체적 대응이 대량해고가 자행되는 단위사업장의 투쟁으로 귀결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한노사연이 제기한 양보교섭을 전제로 한 파트너십모델이나 유연안정성 정책이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안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나아가 쌍용차와 같이 부도가 난 한계기업은 해고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되 실업대책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로 해고의 충격을 완충하자는 입장이 은연중 확대될 수도 있다. 서구에서는 노동조합 투쟁의 패배의 결과로 관철된 기업 측의 계획을 한국에서는 노동조합이 먼저 제기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민주노총 차원에서 공동요구와 공동투쟁을 조직한다는 관점이 없다면 사업장별로 양보교섭이나 패배주의가 만연해질 수도 있고, 자본 측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셋째, 경제위기 대응의 정치적 구심이라는 의미에서 총연맹의 위상 강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통적인 산별노조 노선이 제기하는 정책참가, 대정부교섭의 중심이라는 총연맹의 역할은 객관적 조건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고 있지만 기존에 총연맹이 수행하던 역할은 각 산별노조의 역할과 중첩되면서 총연맹의 위상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총연맹은 주요 국면마다 요구안을 정리해서 제출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상실한 상태다. 나아가 이러한 상태를 반영하여 총연맹 차원의 구체적 계획에 대한 진지한 토론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대정부 투쟁의 구심 역할을 하고, 산별노조들이 수행하는 임단협 투쟁에 대해 정책적 지도력을 행사하며, 조직화 사업의 구심으로 기능하기 위한 방안을 시급하게 수립해야 한다. 넷째, 전략조직화 사업의 전후방을 연결하기 위한 활동 프로그램을 풍부히 발전시켜야 한다. 전략조직화가 전담부서나 담당자의 업무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합원이 이러한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확장해야 하며(원하청공동투쟁, 지역공동투쟁, 산업공동투쟁 등), 신규 조직에서 활동가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매우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제안되고 실천되지 않는다면, 노조 결성에도 허덕이게 될 뿐만 아니라 무엇을 위한 조직화냐라는 근본적 문제의식이 실종될 수 있다. 총연맹은 산별노조와 다른 차원의 전략조직화 사업을 구상, 실행해야 한다. 최근 이주노동자 조직화 프로그램이 검토되고 있다. 모든 운동단체는 이외에도 총연맹이 집중해야 할 사업안을 모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서구 노동조합이 직면한 위기를 그대로 반복하게 될 정책요구안을 대체하는 대안을 시급히 수립하고, 주로 독일을 모델로 하는 전통적 산별노조론이 상정했던 총연맹-산별노조-지역/현장조직의 위상을 한국 현실에 부합하게 재구성하며, 주로 미국을 모델로 하여 전개되었던 전략조직화 사업 프로그램을 한국 노조운동의 근본적 발전방향에 부합하게 재구축해야 한다는 과제에 대해 모든 운동세력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스1%]
정권과 자본의 적나라한 폭력의 벽에 부딪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의 공장점거파업이 결국 사측의 정리해고를 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쌍용차 사측이 생산직 4천여 명 중 2,646명에 대해 정리해고 계획을 밝힌 이후 1천 7백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마지막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한 976명과 소위 ‘산자’ 중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점거파업을 감행했다. 노사합의 결과, 8월 1일자 기준 농성참여자 686명 중 48%는 1년간의 영업직 전직과 무급순환휴직으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나머지 52%는 희망퇴직, 분사 후 고용 등으로 직접적인 고용관계는 해지된다. 점거파업이 종료된 직후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에서 보이듯 무급순환휴직/영업직 전환이 30-4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정리해고의 강력한 관철)이었고, 50%는 절대 기준선이었으니 결과적으로 정부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다. 물론 투쟁이 없었다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로 쫓겨났을 것이기 때문에 48%는 투쟁의 가시적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유하듯이 2007년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위기 하에서 중소영세사업장의 휴, 폐업과 비정규직의 해고가 확대되어 왔고 노동자들의 노사담합주의, 실리주의가 강화되는 조건에서 77일이라는 기간 동안 강력한 공장 점거파업을 통해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의 권리를 온몸으로 문제제기한 쌍용자동차지부의 투쟁은 그 자체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나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노동자운동의 주체역량이 취약한 정세 속에서 정권과 자본의 강력한 탄압에 맞서 인간한계를 넘나들며 투쟁했던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은 경제위기의 희생양, 임금노예이기를 거부한 공장의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당당한 노동자선언이었다. 한편 쌍용자동차 투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운동의 현실을 냉혹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공권력이 공장에 진입한 이후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의 목숨을 건 처절한 투쟁이 지속되는 동안 공장 밖에서 온몸을 던져 앞장섰던 가족대책위 동지들,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 다양한 사회단체 회원들, 학생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투쟁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용역깡패, 사측 직원들의 폭력의 벽에 막혀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수준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었던 노동자 민중운동의 무기력한 모습은 투쟁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쌍용자동차지부의 77일 간의 공장점거 파업 투쟁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정권과 자본에게나 노동자 민중운동에게나 쌍용자동차 투쟁은 사업장의 문제를 넘어서 경제위기 하에서 한계기업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둘러싼 양보할 수 없는 계급투쟁이었다. 따라서 쌍용자동차 투쟁의 객관적인 의미와 운동주체들의 대응에 대해서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향후 경제위기 하에서 노동자운동의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교훈과 과제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 경제위기 하에서 초민족자본 소유기업 노동자의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초민족자본에 의한 수탈과 청산 쌍용자동차 위기의 배경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와 세계자동차 산업의 심각한 위기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과잉설비상태였다. 세계적으로 자동차기업은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속에서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현지공장 건설과 같은 방법으로 경쟁적으로 설비투자를 늘렸다. 특히 2000년대 세계적인 금융거품 속에서 자동차기업들은 금융부문을 확대하여 금융투기에 동참해왔다. 설비확장에 투자된 자본회수가 늦어지면서 자동차산업의 수익성이 하락했고,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함께 자동차 금융 위축, 자동차 시장의 축소 등으로 자동차산업은 심각한 타격에 직면했다. 쌍용자동차는 이러한 세계 자동차산업 구조에서 아주 취약한 지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투기자본이 개입하면서 경영상태가 더 악화되었고,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서 아시아 최초로 부도직전에 내몰린 자동차기업이 되었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 사태가 벌어진 대부분의 사업장의 특징 중 하나는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 4월 위니아만도는 시티벤처캐피탈의 자본 철수 위협 속에서 90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하였다. 파카한일유압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새로운 회사를 새워 자산을 이전하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감행하였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 17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초민족자본 소유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2009년 2월까지 외국인 소유의 회사들의 정리해고 건수가 국내 회사의 두 배에 이른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제조업에서 이러한 행태는 대부분의 초민족 기업들이 제조업 사업장들을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적당히 쓰고 버릴 생산 임대 시설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장 대부분이 1998년 이후 헐값에 매각되어 지금까지 별다른 투자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쌍용자동차와 GM대우는 이러한 점에서 전형적인 경우인데,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 자동차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약속된 시설 연구 투자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쌍용자동차의 기술 상당 부분도 본사로 유출하였다. 그리고 경제 위기로 더 이상의 생산 유지가 불필요해지자 바로 청산 과정으로 돌입하였다. 정부와 사측의 의도는 처음부터 노조파괴와 매각을 위한 구조조정 점거 파업이 끝나자 정부가 내뱉은 첫 마디는 투자자를 시급하게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수 대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 정부가 내뱉은 첫 번째 대안이 바로 매각 방침인 것이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여 일정 기간 동안 고용 유지를 하겠다는 의사가 없는 한 정부의 정책은 단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재매각이다.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배후 조종하든지, 아니면 아예 매매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 등을 끌어들이든지 결과는 같다. 쌍용자동차를 상하이자동차에 판매하여 나타났던 문제점(헐값매각과 ‘먹튀’, 구조조정 그리고 재매각)을 반복하는 것이다. 초민족자본 하에서 어떻게 노동권을 보장할 것인가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은 한국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크게 2가지 주요한 사회적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 대한 해결방안이라는 쟁점과 경제위기 하 한계기업에 대한 (정리)해고라는 쟁점이다. 첫 번째의 경우 IMF 이후 DJ/노무현정권을 거치면서 외자유치를 위한 해외매각이 강조되면서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은행의 경우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계)이 대폭 증가했는데, 외국인에 의한 인수ㆍ합병ㆍ정리해고라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가? 혹은 자동차회사의 경우 국제하청 탈피와 소유지배구조의 변화(소유자 청산, 경영자 교체)를 통한 독자생존이 가능한가하는 점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쌍용자동차지부는 소위 ‘먹튀’ 자본인 대주주 상하이자동차의 경영상의 책임과 기술유출 및 신규투자 약속 불이행 등을 근거로 상하이자동차의 지분(51.33%) 소각을 요구했다. 또 8,800억 원 정도의 공적자금 투입과 공기업화를 요구했는데 그 근거는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2004년 쌍용자동차를 부실 매각한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점, △자동차 산업의 올바른 재편을 위해서 쌍용차의 회생이 필요하다는 점, △디젤 하이브리드 분야에 정부의 정책자금이 지원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소유자인 초민족자본 청산과, 인수자가 없는 조건에서 정부에 노동자 고용과 자동차산업의 독자생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정당한 요구를 제출한 것이다. 쌍용자동차지부는 이러한 요구를 제출했지만 8월 6일 노사합의서에 상하이자동차 지분소각을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회사는 현 상하이차의 지분에 대하여 감자 등을 통해 대폭적으로 지분을 축소하여 대주주를 변경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첫 번째 문항으로 포함시켰다. 쌍용자동차지부의 요구와 사회단체들의 소위 ‘먹튀 자본’에 대한 문제제기가 투쟁 초반기 사회적으로 여론화된 반면 정리해고 투쟁 국면 이후에는 거의 사회적으로 쟁점화하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IMF 이후 심각해진 초민족자본의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불순한 의도가 있었겠지만, 운동진영 내부적으로도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의 문제를 어떻게 제기하고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운동적 기획이 부재하였다. 민주노총, 특히 금속노조 사업장에서 파카한일유압, 위니아만도 등 이미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서 소위 ‘먹튀’와 정리해고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묶어 사회적인 쟁점으로 투쟁전선을 확대하지 못한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기업인수 합병 등과 관련하여 초민족자본의 자본유출 및 기술유출을 저지하고, 노동권 보장, 고용보장에 유리한 내용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전사회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의 경우 경제위기 하 한계기업의 (정리)해고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것은 비단 쌍용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에 직면한 상당수 금속노조 사업장의 문제다. 즉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개별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고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전사회적인 수준에서 자본가의 이윤을 제한하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최대한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으로서는 구조조정이 합리적이고 손쉬운 해법일지 몰라도 전사회적으로 실업의 무분별한 확대는 급속한 사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조건에서 고용보장의 문제를 개별기업 차원에서만 접근할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기업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쌍용자동차지부는 고용보장 방안으로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 개선을 통한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보장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쌍용차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으며 정리해고 등 인력감축에 반대하고 노동자 파업에 경찰병력을 투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지지는 높지 않았다. 전사회적인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로서 고용보장의 관점을 갖지 않을 경우 개별 기업에 대한 국민세금의 투입이라는데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광범위한 해고와 계약해지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전사회적인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쟁점화하고 여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고용안정특별법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에 대한 개선 방안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계가 있는데, 노동자 민중운동의 제도적 요구(‘한시적 해고금지특별법’)를 통해 해고 및 계약 해지 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파산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고용 승계, 초민족 자본에 대한 고용 유지 의무 등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공히 ‘총고용보장’을 핵심적인 요구로 내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중투쟁의 경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 국면에서도 사업장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켜 내지 못했다.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에 갇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비정규직 계약해지에 맞서 총고용보장을 위한 제도적 요구 마련과 사회적 쟁점 형성을 위한 정치적, 운동적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민주노총 전사업장과 산별 수준에서 총고용보장과 노동권 방어를 위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해고에 맞선 투쟁’이 우선인가 vs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인가 민중운동의 일부는 고용을 보장하고 해고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우선적으로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한 측면에서는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할 때 IMF 이후 구조조정 투쟁의 연속된 패배로 인한 구조조정/정리해고 저지 투쟁의 난관이라는 현실이 존재하고, 다른 측면에서 확장되는 비정규직/실업자에 대한 현실적 대책마련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경제위기를 구실로 한 구조조정, 정리해고가 정규직의 해고(특히 정규직 노조의 무력화)와 비정규직의 양산, 즉 노동유연화를 정권 차원의 최대 과제로 삼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자본의 의도를 고려할 때, 노동권을 방어하는 1차적인 전선을 포기하자는 말에 다름 아니다. 최저임금제의 개악이나 최저임금 인하시도,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 등 노동자 중 취약한 고리부터 노동권을 공격하고 있고, 그나마 있는 복지 예산도 삭감하여 4대강 삽질에 쏟아 붓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사회적 안전망류의 정책들은 극단적 노동유연화를 가리는 치장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해고를 제한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 세계 경제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장기간의 생산 감축 속에서는 해고-고용이라는 노동유연화의 순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시간단축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역시 일자리를 나누는 기간이 단기간일 때나 통하는 것이다. 현재 약간의 경기 반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나, 아직도 숨겨진 금융 부실이 천문학적 수치로 존재하며, 금융 투기 거품으로 탄생한 21세기 초반의 수요 수준을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장기간의 경제위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고는 곧바로 실업이며 생존권의 박탈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쌍용차 노동자의 외침이 해고의 위협을 알리는 선전 문구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통해 자본의 이윤을 제한해서, 정부의 재정을 투입해서 고용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답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미 한국의 노동유연화가 OECD 내에서도 상위 수준일 만큼 매우 높다는 점 때문에 해고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0여 년간 진행된 자본의 필사적인 노동유연화 정책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도, 부족하게나마 존재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등의 안전망도 무력화시킨다. 법정 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개정되어 실질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 줄어든 시간을 채운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에서 1차 하청으로, 또 2, 3차 하청으로 내몰리고, 그리고 단기 계약 노동자로 내몰리면서 줄어든 임금과 악화된 노동조건을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보상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해고를 통해 임금은 줄고 고용은 더욱 불안해 진다. 그 어떤 대안도 현재와 같은 노동유연화 수준에서는 자본의 노동 비용 절감 전략에 이용될 뿐이다. 사회적 안전망 류의 주장은 곧 바로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에 대한 평가에서 ‘새로운 대안제시’ → 무급휴직 전격 요구와 사회적 안전망 재구축, 그리고 “내 고용만 유지되어야 한다거나 내가 계속 정규직이라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함께 살기’가 아니다. 정리해고자의 고용유지만이 아니라 산자와 희망퇴직자가 함께 사는 요구에 대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지적 → 따라서 정리해고 투쟁으로만 쟁점을 축소한 공장점거 파업 보다는 거리와 지역을 중시하는 전술 운용이 필요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쌍용자동차투쟁의 평가와 과제’, 이종탁/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쌍용차 투쟁,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토론회, 2009. 8. 20). ‘새로운 대안제시’는 또 다음과 같은 ‘자구책’을 제시했다. “1) 3조 2교대 근무(주야 8/8을 5/5로 변경)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총고용 유지(임금삭감 포함), 2) 복지비용 절감 등을 통한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C-200신차프로젝트의 연구개발 생산을 위한 담보로 노조가 제공, 3)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 12억을 노조가 출연, 4) 상하이차 소유 지분 51.33% 소각.” 이러한 주장은 여러 가지 측면의 논쟁지점을 담고 있으며 향후 노동자 민중운동의 투쟁방향을 둘러싸고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우려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새로운 대안제시’라고 불리는 쌍용자동차지부의 입장, 소위 ‘자구책’과 관련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는 1), 2), 3)번 항목은 현재 쌍용자동차 위기의 원인이 정부와 산업은행, 상하이 자본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희생과 양보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안으로서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에 양보교섭을 만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입장을 제출했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초기부터 명확했다. 그것은 정리해고의 관철과 슬림화를 통한 매각으로서 노조가 어떤 양보를 하던 간에 이에 대한 입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노조가 양보안을 낸다고 자본이 양보할 것이라는 발상은 냉혹한 계급투쟁의 현실을 고려할 때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정권과 자본이 공격하는 핵심적인 투쟁지점에 대한 양보교섭은 민주노조운동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원칙 없는 양보는 지속적인 양보를 낳을 뿐이다. 사업장 수준에서 일정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정권과 자본의 공격에 맞서 조합원 대중의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방안이어야 할 것이다. ‘무급휴직의 전격 요구와 사회적 안전망 재구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무급휴직 안’에 대해 살펴보면 이미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 하에서 ‘정규직의 구조조정/정리해고, 노조무력화를 통한 노동유연화의 관철, 슬림화를 통한 매각’이라는 일관된 기조 하에서 공세를 감행하고 있고, 정부관계자의 말처럼 무급휴직조차도 30-40% 넘기지 않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었다. 따라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회생계획이 전제되지 않는 한 ‘무급휴직 안’은 사실상의 정리해고 수용과 같은 백지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사회안전망 재구축’도 현재의 정권과 자본의 의도가 노동유연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리해고 관철을 위한 일회적인 조치 이외에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을 재구축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줄어든 임금과 악화된 노동조건을 사회 안전망을 통해 어느 정도 보상해줄 것이라면 정권과 자본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강행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목숨 걸고 싸울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첫 출발은 나의 고용과 임금에 대한 권리를 쟁취하는 것이며, 이를 집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나의 고용만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용을 지키자는 것이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의 출발이었다. 노동자의 일자리/목줄을 무기로 하여 소위 ‘산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는 자본의 잔악한 공세와 부르주아 언론의 공세 속에서 정리해고자들의 투쟁이 자기들만 살겠다는 것으로 매도되었다. 그러나 정리해고자들은 1차적으로 자신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싸우면서도 경제위기와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 투쟁한 것이다. 모두가 살 수 있는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지만, 그것은 당위로서 주장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생존의 위협에 내몰린 노동자가 투쟁할 수밖에 없으며, 가장 큰 투쟁동력을 형성한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주체적 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쌍용자동차지부가 선택한 공장점거 파업은 따라서 스스로의 고용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적절한 선택이었다. 정치적 상징을 위해 서울지역에서 거점을 잡고 투쟁했다면 강력한 투쟁동력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역으로 노동자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이 크고 민중운동진영이 사회적으로 큰 세력으로 굳건히 존재했다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처절한 투쟁을 전개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기업의 소유형태(소유 지배구조)를 둘러싼 쟁점 공개적인 쟁점으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쌍용자동차 투쟁을 계기로 기업의 소유형태(소유지배구조)를 둘러싼 쟁점이 제기되었다. 이 쟁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하는데, 첫째는 투쟁의 주체인 쌍용자동차지부가 이미 ‘상하이자동차 지분 51.33% 소각, 공기업화’라는 기업의 소유형태에 대해서 입장을 명확히 제시한 상황에서 투쟁주체의 입장을 존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쌍용자동차 투쟁이 ‘정리해고 관철, 매각을 전제로 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의 벽에 부딪쳐 ‘공적자금투입’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유형태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중운동진영, 특히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투본’ 내부적으로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경제위기 하에서 한계기업(파산기업)에 대해 국가가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조에서 ‘공적자금투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크게 1) ‘국유화’, ‘공기업화’ 등 구체적인 소유형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과 2) 자본주의 경제위기 하에서 특정한 기업의 소유형태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고용보장/국가책임’을 중심으로 제기하자는 입장이다. 첫 번째 입장의 경우 ‘공황기 초입에서 개별 자본이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유화(공기업화) 요구는 △개별 자본이 책임지지 못하는 자금을 국가가 조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며 △개별 자본과 해당 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인 것으로 치부되는 부도 기업 고용문제에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공황기에 한 사업장의 경제투쟁도 대정부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자본주의 모순과 노동자권력의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물론 이 입장의 경우에도 국유화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 정세에서 국유화, 공기업화를 동일한 대안으로 바라보는 입장차이가 존재한다. 두 번째 입장의 경우 ‘공황기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구조조정을 전제로 자본주의적인 국유화 조치가 진행되고 공기업조차 구조조정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자권력을 통한 사회변혁이라는 정세와 결합되지 않은 채 국유화(공기업화)와 같은 소유형태를 강조하는 것은 자본주의 위기 하에서도 국유기업(공기업)이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책임질 수 있다는, 국가에 대한 일정한 환상을 유포할 수 있으며 △소유형태가 국가(국유화 혹은 공기업화)든 자본(개별자본에 매각)이든 고용과 임금, 단체협상을 승계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을 중심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정권과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존과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폭로하고 노동자권력 쟁취라는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세 속에서 기업의 소유형태를 둘러싼 논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로 인해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분출하고 노동자통제로 나아가는 교두보로서 전사회적 차원의 ‘국유화’ 조치와는 질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판단한다. 현 정세의 핵심적인 쟁점은 자본주의 대불황기 초입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둘러싼 쟁점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민족자본 소유기업에서 노동자들의 노동권/고용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위의 논쟁에서 후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개별 사업장의 과제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공적자금투입을 통한 고용보장’, ‘먹튀 자본을 끊어내기 위한 대주주 상하이자본 지분 소각’이라는 요구를 구체화했다. 사실 쌍용자동차지부의 요구인 ‘공적자금투입과 상하이차 지분소각‘은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산업은행의 채권에 대한 출자전환과 추가 자본투입을 통한 산업은행 소유(정부 소유)를 요구한 것이다. (참고로 일부에서는 국유화 주장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데, 현재 법적, 경제적 상식 속에서도 산업은행이 출자전환과 추가 자본투입을 결정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지분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상하이차는 대주주 자격을 잃는다. 공적자급투입 자체가 국유화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매각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면 소유형태 이전에 정부의 쌍용차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문제였던 것이다. 다운사이징을 통한 재매각이라는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이 변하지 않는 이상 소유 형태는 부차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유화만이 특별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또는 민간자본 참여를 허용하되 정부 및 지자체, 시민사회의 지분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회적 기업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현재 정세 속에서 문제해결의 맥락을 잘못 짚은 것이다. 1970년대 국유화되었지만 대처 정부 하에서 매각에 재매각을 거쳐 만신창이가 된 영국의 자동차 회사 로버그룹이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이 소유형태 이전에 정부의 쌍용자동차 재매각을 위한 대규모 정리해고와 해외매각의 문제점(상하이자동차의 자본, 기술 유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정부의 대책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 정당했다. 문제는 이 쟁점들을 유능하게 전사회적으로 유의미하게 조직하지 못한 노동자운동 민중운동의 주체적 역량의 한계였을 뿐이다. 현 시점에서 쌍용자동차 매각에 대한 대응은 먹튀자본/해외매각 반대, 노동자 고용보장을 중심으로 우리의 요구를 집중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취약해진 현장역량, 운동역량의 혁신과 재건이 관건이다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을 통해서 우리의 운동역량이 확연히 드러났다. 많은 조합원들과 사회단체 회원들, 학생들이 헌신적으로 연대했으나 민주노총/금속노조 차원에서 자기 사업장의 이해, 자기 산별의 이해를 넘어서 단호하고 강력한 연대투쟁을 벌여내지 못했다. 범국민대회, 노동자대회를 포함하여 최대 결집인원이 5천명을 넘지 못했을 뿐더러 무엇보다 집회대오의 전술운영이 너무도 무기력했다. 이는 상당기간 동안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던 노동자 민중운동의 역량의 반증이겠으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주요 대중조직이 현장투쟁 전술운영에 있어서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경향의 정치세력 및 현장조직들의 역량과 한계도 고스란히 드러나 경찰의 폭력과 무법 앞에 최소한의 방어와 전술운영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의 무기력함이다. 특히 절실했던 완성사지부들의 연대투쟁이 너무도 미약했다. 물론 많은 현장활동가들이 쌍용자동차 투쟁 초기부터 평택 공장으로 달려와 조합원들과 함께 했고, 자신의 공장에서 쌍용자동차 투쟁의 의미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는 출근투쟁,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쌍용자동차 투쟁에 연대를 호소하며 5천여 조합원의 지지서명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부 현장활동가들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지부는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연대투쟁의 책임을 방기했고, 쌍용차 공권력 투입시 잔업을 거부하자는 제안조차 아깝게 부결되었다. GM대우자동차지부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는 시기에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이번 쌍용자동차 투쟁을 통해서도 확인한 바와 같이 현장 조합원들을 조직화하기 위해서도 먼저 결의한 활동가들의 연대와 토론, 헌신적인 실천이 절실하다. 현장을 강화하는데 왕도는 없을 것이다. 활동가들로부터 자기 사업장의 조합원들과 긴밀히 결합하여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강화하고, 자기 사업장을 넘어 지역적인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치열한 논쟁과 합의된 내용에 대한 실천기풍을 강화하여 사업장 차원에서나 지역 차원에서나 의미 있는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현장의 강화, 활동가 재생산의 토대를 바탕으로 원칙 있고 건강한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누가 집행부를 해도 똑같다는 식의 패배주의적인 사고를 일소하고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시기에 기존 집행부의 오류를 냉철히 평가하고 원칙 있게 투쟁하는 지도부를 선출하고 함께 투쟁하는 기풍을 형성해야 한다. 민중운동의 연대투쟁조직, 재정비가 시급하다 소위 자민통 진영에서 전국민중연대와 민중운동 내부의 충분한 동의와 합력 없이 2007년 진보진영의 총단결체를 표방한 한국진보연대(준)를 출범시키면서부터 민중운동 내부의 갈등과 불신이 증폭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서울,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지역진보연대 구성이 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신뢰 있게 진행되던 지역연대체가 갈등을 빚으며 해산하기도 했다. 2008년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시민운동과의 연대를 추진하면서 민주노총 대부분의 연대사업에서 좌파/현장파는 체계적으로 배제되었다.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때마다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거듭되는 파행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9년 들어 ‘메이데이 조직위원회’와 민중진영의 공동투쟁을 위한 한시적인 공동투쟁체로서 ‘노동탄압분쇄,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 공동행동’ 등을 통해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을 위한 형식적인 노력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중심으로 한 연대사업 방향, 최근 반MB 기조 하에서 민주당과의 연대강화라는 사업방향으로 인해 지속적인 갈등이 있어왔다. ‘공동행동’의 경우,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민주당과의 창구 역할을 못 넘어서고 있는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하면서 ‘공동행동’ 자체는 부차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자동차 범대위의 경우도 당초 금속에서 4월 말에 제안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과의 사전논의와 조율과정이 길어지면서 6월 초에야 결성되었다. ‘공투본’ 및 좌파 단위들은 범대위의 명칭과 활동방향 등과 관련하여 충분한 토론과 합의의 과정 없이 뒤늦게 논의에 참여하면서 자동차 범대위 가입과 활동에 소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민중운동진영의 연대운동 질서의 문제점은 민주노총의 쌍용자동차 투쟁 및 총고용보장 관련한 기획과 방침의 부재와 맞물려 전선을 전국화하는 데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했다. 일정한 갈등과 이견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현장이었던 평택을 중심으로 경기쌍차공투본, 평택시민대책위, 경기도민대책위 등이 구성되어 활발히 활동했던 반면, 또 다른 투쟁의 중심이 되었어야 하는 서울지역의 경우 7월 10일을 전후하여 서울지대위를 구성하여 주 1회 집회와 선전활동을 진행하는 정도의 활동 이상을 전개하지 못했다. 향후 민주노총의 한국진보연대 가입시도가 불모의 논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명확하며,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민중운동진영의 연대운동과 관련해 일정한 재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연대투쟁체를 구성함에 있어서 명확한 반신자유주의 기조 속에서 대중적 투쟁동력을 형성하고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강화하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년 지자체 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반MB 기조만을 강조하면서 시민운동, 민주당과의 연대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면 또 다시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확대하기 보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동차 범대위도 향후 벌어지는 구조조정과 노동탄압에 맞서 좀 더 광범위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활동방향과 참가단체의 구성에 있어서 일정한 확대와 재편이 필요할 것이다. 착취, 억압,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 “쌍용자동차 지부는 점거 파업투쟁 77일 동안 목숨을 걸고 투쟁했지만, 힘이 부족해 정리해고를 끝장내지 못했습니다. 강고한 투쟁을 이어왔기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쌍용자동차 자본의 사람 죽이는 정리해고의 벽을 넘지 못하고 투쟁을 마무리하게 되어 더욱 그렇습니다. 전국의 연대 동지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남겨지고 부족한 몫은 채워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쌍용자동차 지부의 투쟁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함께 살기’ 위한 길을 만들어 내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땅, 그 어느 곳에서도 죽음의 행진을 만드는 정리해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 (2009년 8월 6일 한상균 지부장 담화문 中) 쌍용자동차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상균 지부장이 8월 13일부터 구속자 최소화 등 노사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하며 옥중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20일 허위자백을 요구하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해 한 조합원이 동지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하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장점거는 종료되었으나 경찰의 무차별 구속과 재소환 대응, 쌍용자동차의 졸속매각 대응과 구속자/부상자 지원 및 향후 투쟁 대오에 대한 생계 대책, 사측의 현장통제 강화와 금속노조/민주노총 탈퇴 공작에 맞선 민주노조 사수 등 투쟁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쌍용자동차지부가 민주노조로서 향후 투쟁을 굳건히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함께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의 반등과 경제지표의 개선상황을 보며 경제위기가 끝났거나 곧 끝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경제가 작년 4/4분기 경제상황이 워낙 나빴던 탓에 발생하는 기저효과, 환율상승 등으로 인한 수출감소 축소, 정부소비 증대와 건설투자 증가 등으로 일정한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수출입 의존도가 막대한 한국경제의 경제구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직접적인 영향 하에 놓여있다. 재정적자 급증, 미국의 소비자를 대체할 새로운 유효수요 창출의 어려움, 금융의 무기력, 자본생산성 증대의 지지부진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는 한동안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1930년대 대불황 당시의 미국경제와 같이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 미국에서 더블 딥(이중침체, 논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929년 이후 대불황의 전개과정, 특히 1932년의 일시 회복이 1933년 초에 은행위기의 폭발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에 주목. 2009년 말에 일시 회복된 다음 2010년 말이나 2011년 말에 은행위기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 논쟁이 한창인 것처럼, 세계경제 상황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세계경제의 취약지역에서 추가적으로 경제가 붕괴하고, 노동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침체가 장기화되면 노동자 민중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 지난 8월 24일 금호타이어는 733명 정리해고 명단을 지회에 통보했다. 경제위기에 따른 사업장의 구조조정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지속되는 공격에 임금노예로서 연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양보하고 후퇴할 것인지, 전쟁과 야만, 폭력으로 점철된 자본주의 체제위기의 나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확대하여 새로운 세상을 여는 사회적 힘으로 성장할 것인지, 노동자 민중들이 스스로 결단하고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세계자본주의 위기 속의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운동의 대응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에 매각되고, 지엠(구 지엠의 이름은 General Motors Corportation)이 뉴 지엠(정식 이름은 General Motors Company)으로 출범하며 표면적으로는 자동차 기업들의 위기가 진정된 듯 보인다. 특히 7월 이후 약간의 생산 반등도 이루어지며, 이제 위기가 끝나고 회복기로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동차 기업의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과 안정적인 임금 인상을 이룰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동차 기업의 노동자들은 비교적 큰 수준의 정리해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드러난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는 자본이 노동과 타협할 여지를 더욱 좁혀 놓았다. 노동조합이 이 정리해고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정리해고 반대 투쟁과 더불어 국제적인 자본 이동을 제약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경제: 미국의 은행 위기, 달러 위기 가능성과 더블딥 대표적인 내구 소비재인 자동차 산업은 그 어떤 생산물보다 경기에 민감하다. 1980년대 이후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경제성장률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경제성장 수준과 비슷한 패턴을 유지한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의 앞날을 따져보는 것은 세계 경제의 앞날을 따져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기후변화 등에 따른 환경 문제, 정부의 자동차 소비 보조금 등 산업 내부적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가장 큰 변수는 세계경제의 성장 여부다. 최근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출구전략이라 부르는 신용 축소 정책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하지만, 국제경제연구소의 여러 연구원들이나 루비니 같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오히려 더블딥(약간의 경기 반등 후 더 큰 경기 하락)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 시절에도 1932년의 반등 이후 1933년 대폭락을 겪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킨다. 국제경제연구소의 존슨 등은 정부가 막대한 구제금융을 금융 기관에 쏟아 부었지만, 현 금융 위기가 초래된 금융 시스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결국 은행으로 변신한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같은 금융 기관들이 이전의 금융 투기를 계속할 경우 이번에는 은행 전반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루비니 등은 이번 금융 위기로 미국의 부채인 국공채의 발행액이 국민소득의 80% 수준까지 상승하는 반면, 미국의 자산인 부동산 가격은 2006년 7월 대비 4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달러 가치의 폭락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달러 가치의 폭락은 지금까지 미국이 달러 발행을 통해 누려왔던 특권적 지위가 손실된다는 것이며,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윤소영, 2009, <2009년 세계경제정세>). 자동차 시장: 여전히 추락 중인 자동차 판매와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적 불안전성 일부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회복을 이야기하지만 현재의 반등은 회복이라기보다는 추락에 가까웠던 2008년 자동차 판매 감소에 대한 기저 효과에 가까워 보인다. 여전히 세계 자동차 판매는 2009년 1~7월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32% 감소하였고, 2007년 동기 대비로는 38% 감소한 상태이다(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간 브리프). 한국 자동차 기업들 역시 2009년 1~7월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21% 감소한 수준이며, 2007년에 비해서는 23% 감소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자동차공업협회 월간 통계). 더군다나 이 정도의 유지도 세계 각국에서 진행한 수십조 원의 소비 지원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동차 기업들의 위기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생산 감소 수준마저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2009년 1월 자동차 판매 대수가 미국을 앞지른 중국은 2009년 6월 현재 월 판매대수가 87.3만 대로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도 많으며, 2009년 판매가 전년 상반기보다 18% 늘어났을 정도로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2009년 상반기에 세계적으로 21% 판매가 감소한 것에 비추어보면 매우 큰 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은 중국 경제의 기초 조건이 크게 변화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 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 정부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까지 4조 위안(2,928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였고,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차량 구매세 인하, 농어촌 소형차 구매 및 폐차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였다. 다시 말하면 중국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중단되는 순간 세계 자동차 시장 자체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다시 금융 투기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인 세계 자동차 시장 상황 속에서 세계 자동차 기업 위기의 상징이었던 지엠은 미국 정부, 캐나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전미자동차노조(UAW) 퇴직자건강보험기금(VEBA)의 출자전환으로 뉴 지엠으로 재출범하였다. 뉴 지엠은 지엠의 건전 자산(지엠씨, 시보레, 캐딜락 등)만을 인수하여 영업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나머지 부실 자산은 자동차청산회사(Motors Liquidation Company, 구 지엠)에 남겨두어 매각 혹은 청산하고 있다. 뉴 지엠은 시보레 볼트로 명명된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출시하며 2010년부터 재도약을 할 계획이지만, 실재 뉴 지엠이 신차 개발 판매 등을 통해 시장에서 재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지엠이 포드나 폭스바겐 등에 비해 심각하게 부실화된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엠이 다른 자동차 기업에 비해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원인 중 첫 번째는 지엠의 금융 부분인 지맥(GMAC)의 붕괴였는데, 지맥은 여전히 미국의 5대 부실 금융 기관 중 하나로 남아있다(지맥은 2009년 초에 은행으로 전환되었다). 지엠의 할부금융을 담당하던 지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할부금융을 통한 자동차 구매가 일반적인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정상화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자세한 내용은 한지원, 2009, <지엠 파산 이후 지엠대우 전망과 대응방향> 참고). 이러한 가운데 지엠은 최근 사모펀드 등을 동원하여 자신의 재건을 도모해 보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펠 매각을 둘러싸고, 지엠이 유럽에서 활동하는 알에이치제이 인터내셔널(RHJ International)이라는 미국계 사모펀드를 끌어들인 것이다. 원래 지엠은 파산 이후 지엠 유럽 법인의 핵심 기업인 오펠을 매그나-러시아연방예금은행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으로 독일 정부, 노동조합 등과 논의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매그나 쪽과 매각 협상을 일시 중지하며, 미국계 사모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 이유는 매그나 컨소시엄에 오펠을 매각할 경우 자동차 핵심 기술이 러시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에 대해 독일 정부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는 크게 반대하고 있다. 독일정부는 매각을 전제로 이미 21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였고, 앞으로도 4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할 예정인데 이미 투기적 행태로 전세계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의 오펠 인수를 반가워할 리 없다. 더군다나 직간접적으로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달린 오펠 처리에 있어 9월 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다. 독일 금속노조는 매그나 측과 고용 보장에 관한 협의까지 진행했고, 고용 불안 및 재매각 가능성이 큰 미국계 금융자본의 인수에 대해서는 결사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지엠은 이미 2006~7년에 초국적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20세기 가장 큰 사기극을 벌이려 한 전력이 있다. 지엠은 초국적 사모펀드인 서버러스를 통해 크라이슬러를 합병시키려는 시도를 한 바 있었다. 지엠이 서버러스에 지맥을 넘기고,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 주식을 매입하여 인수한 후 다운사이징하여 지맥 자산과 합한 후 다시 지엠에 되판다는 계획이었다. 금융 위기로 이 계획은 결국 실패했다. 지엠은 자신의 파산이 목전에 닥쳤는데도 불구하고 대규모 금융 투기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비지니스위크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엠 내부에서는 아예 오펠의 파산까지 염두해 두고 있다고 한다. 오펠은 독일 이외에도 영국(복스홀이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에서 4천 7백여 명, 스페인에서 7천 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조립 공장을 운영 중인데, 독일 정부가 지엠에 비협조적일 경우 파산협박을 통해 이들 국가들에게서도 구제금융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Businessweek, 2009.08.24). 독일 정부와 지엠이 11월까지 매각 관련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현재 오펠은 부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스포츠자동차 업체 포르쉐가 지난해 3월 폭스바겐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하며 주가 조작에 나선 것은 좀 더 극단적인 투기 사례다. 2005년부터 폭스바겐 주식을 사들인 포르쉐는 2008년 경제 위기 국면에서 폭스바겐을 합병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사실 포르쉐가 노린 것은 포로쉐와 폭스바겐의 주가 상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르쉐는 2008년 폭스바겐 주식 거래로만 68억 유로(약 10조 8천억 원)의 이득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주식 시장 거품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온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팔고, 만기 전에 주식을 되갚으며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을 실현)가 적극 사용되었다. 포르쉐의 경영진은 2008년 초에 헤지펀드들에 주식을 빌려주며, 2008년 3월 경에 자신들이 폭스바겐을 인수할 것이라는 정보를 흘렸다. 헤지펀드들은 주가가 크게 오른 3월부터 10월까지 폭스바겐 전체 주식의 12% 가까운 물량을 공매도 하였는데, 이 때 포르쉐가 자신들의 스톡옵션 전환 시 폭스바겐의 지분이 75%라고 밝힌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헤지펀드들이 되갚아야 할 12%의 주식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주정부가 소유한 20%의 지분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헤지펀드들은 사활을 걸고 주식매입에 나서고, 주가는 폭스바겐의 실적 저하 속에서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이 과정에서 세계 94위 갑부인 메클레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시장안정을 명분으로 포르쉐의 경영진은 주식을 매도하였고, 그 차익으로 밝혀진 것만 10조 8천억 원이다. 포르쉐는 주식 매매 차익을 실현한 이후 2009년 5월 폭스바겐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고, 7월에 폭스바겐이 역으로 포르쉐 인수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현재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금융 투기적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 등의 녹색 자동차 생산이 시장을 재조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금융 투기들과 정부에 대한 지원 협박이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해고 양상: 비정규직 우선, 해외공장 우선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의 노동자 해고 역시 계속되고 있다. 지엠의 경우 생산직을 연내 40,500명 수준까지 감축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2009년 2월에 제출된 46,300명보다 더욱 줄어든 것이다. 2008년 말 62,403명에 달하던 생산직 노동자들은 파산 이후 현재 2009년 8월 초까지 1만 4천여 명이 희망퇴직(buyout)하여 현재 4만 8천여 명이 근무 중인데, 사측은 앞으로 7,500명에 대한 추가 해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GM의 생산이 최대를 달리던 2004년, 11만 8천여 명에서 2009년 현재까지 약 7만여 명이 해고된 것으로(Reconstruction Plan 2009~2012, 2009.02 및 NYTIMES, 09.08.03) 2004년 기준으로 60%가 넘게 해고된 것이다. 크라이슬러 역시 사무직 5,000명, 생산직 4,800여 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포드는 사무직 3,000여 명만 해고할 계획이다. 자국의 정규직에 대한 종신고용으로 유명한 도요타의 경우 일본 내의 정규직을 제외하고는 큰 폭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일본 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5,000명을 계약해지한 것은 물론, 미국 샌 안토니오 공장에서 2,000명을 해고했고, 심지어 프리몬트 공장은 아예 폐쇄 조치하며 4,500여 노동자를 해고했다. 혼다나 닛산 역시 마찬가지로 해외공장과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인력 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유명한 폭스바겐의 경우 정규직의 경우 주 노동시간을 28시간까지 단축하며 고용을 보장하고 있으나, 비정규직과 해외공장의 경우 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내에서 계약직 16,500명을 계약해지하였고, 멕시코 공장에서는 1,050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프랑스 르노는 프랑스에서 2,000여명, 해외에서 2,000여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독일 베엠베(BMW)는 영국 공장에서 850명을 해고하였다. [표 1] 세계 자동차기업 정리해고 현황(자료: 각국 언론 종합) (표는 첨부파일을 참조하세요.) 자동차 기업들의 정리해고 특징은 첫 번째, 비정규직을 우선 해고한다는 것이다. 임시계약직, 파견근로직 노동자들부터 해고하는 것에는 세계 모든 국가가 똑같다. 영미보다 고용문제에 좀 더 엄격하다는 유럽의 기업들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 특징은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의 경우 해외공장에서 적극적으로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자국 내 정규직 보호에 세계적 명성을 날린 기업들의 경우 해외 공장 인력 감축에 더욱 적극적이다. 도요타의 경우 정부 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 공장 폐쇄도 불사하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100% 초저임금 비정규직만 존재한다는 멕시코 공장에서도 대량 계약해지를 단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인력 조정에 더욱 적극적인 이유는 정부의 제조업 기업들의 고용유지 혹은 판매 증가를 위한 각종 보조금 정책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기업들의 경우 현재의 해고가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엠은 이미 2004년부터 7만여 명의 인력을, 포드는 2005년부터 6만여 명의 인력을 감축해왔다. 미국 내 고용 인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의 인력 조정을 이미 진행해왔던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러한 인력 구조조정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해외 공장 건설 붐과 관련이 있다. 지엠은 지엠대우를 비롯하여 남미, 동아시아에 다수의 공장을 건설 혹은 증설했으며, 포드 역시 중국 내 대규모 공장 증설을 비롯하여 태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와 브라질 멕시코 등 남미에 많은 공장을 신설하였다. 이미 지엠과 포드의 경우 미국 내 생산보다 해외생산 비중이 더 높았던 상황이었다. 노동조합의 대응: 노조의 근간을 흔드는 양보교섭에서부터 가두 투쟁 파업까지 각국의 노동조합은 대규모 해고 사태에 대해 여러 수준에서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크게 보면 미국자동차노조와 같은 백기투항형 양보교섭에서부터, 독일 금속노조 식의 선거 등을 매개로 한 대정부압박 방식, 그리고 한국 쌍용차와 더불어 이탈리아 금속노조와 같은 정규직 및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위한 파업 및 가두 시위 방식 등이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지엠, 크라이슬러 파산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투쟁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다. 우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 투쟁으로 쟁취한 전미자동차노조의 최대 성과물인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사실상 그 유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퇴직자가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업 차원의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었다. 하지만 사측이 납부하기로 한 자본(기업의 기금에 대한 부채) 대부분이 기업의 주식으로 전환되며, 현재 기금 자체가 운영될 수 없는 형편이 되었다. 퇴직자건강보험기금은 현재 지엠의 17.5%, 크라이슬러의 55%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포드 역시 포드 분담금의 50%를 매년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Ford, 2009, Second Quarter Earnings Review). 사실 전미자동차노조의 이러한 지분 참여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1990년대 미제철노동자연합(the United Steelworkers)이 알고마 제철(Algoma Steel)에 자신들의 임금 삭감분을 주식으로 전환한 경험이 있었는데, 알고마 제철이 이후 법정관리, 무상감자 등을 진행하면서 노동자들의 주식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미국항공사(United Air Lines) 노조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항공사 노조는 임금 삭감분과 퇴직금 등으로 약 55%에 가까운 지분을 소유하게 되었는데, 이후 법정관리를 거치며 이 지분은 모두 소각되었다(Calgary Herald, 2009.08.07). 즉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가 다시 부실화되어 법정관리 혹은 기타 자본재조정 과정을 거칠 경우 퇴직자건강보험기금 역시 파산하게 된다. 이밖에도 전미자동차노조는 포드와의 협상에서 고용안정을 대가로 6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물론 15년간 무쟁의를 약속하였다.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미자동차노조의 무력한 모습은 전미자동차노조의 유일한 도요타 사업장인 프리몬트에서 4,500명의 해고자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독일 금속노조의 경우 폭스바겐, 베엠베 등과 4% 임금인상에 합의한 이후 현재 퇴직자에 대한 지원 및 노동조합 교육 지원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http://www.igmetall-nieder-sachsen-anhalt.de/). 또한 현 기민당 정부에 오펠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을 비롯하여 독일 내 고용 유지에 의지가 있는 매수자와 우선 협상할 것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9월 말 총산을 앞두고 사민당(SPD)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현 정부(기민당)와 야당(사민당) 모두에 고용 및 노동조건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가지고 경쟁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약 240만 조합원을 거느린 금속노조는 독일 내 최대 산별 노조로 역사적으로 사민당을 계속 지지해 왔었다. 2008년 말에 이탈리아노총을 비롯한 제 노조들은 임금보장기금(CIG)의 확대를 요구하여 이를 관철시킨 바 있는데, 임금보장기금의 확대로 인해 무급휴직 및 단기근로 노동자들의 97%가 임금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피아트는 임금보장기금을 가장 많이 활용했는데, 2008년 12월 중순부터 2009년 1월 중순까지 58,000여 명의 전노동자가 휴직한데 이어 2009년 7월까지 6차례 이상의 휴직을 시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임금보장기금 지급액은 2007년 대비 526%까지 상승하였고, 이 외에도 여러 지방정부가 피아트를 지원하였다(EIRO, 2009, “Recent restructuring trends and policies in the automotive sector”).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피아트는 국내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노총(CGIL)의 금속노조(Fiom-CGIL)는 피아트의 공장 폐쇄 계획 및 크라이슬러 인수 이후의 국내 생산 물량 조정 등에 관해 교섭을 진행 중이다. 남부지방의 두 공장 폐쇄 계획에 대해서는 파업과 거리 봉쇄 투쟁을 이미 진행하였으며, 현재는 피아트 사측에서 토요일 연장 근무 방침을 금속노조와 협약 없이 밀어 붙이고 있는 것에 항의하여 8월 29일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금속노조는 피아트 측이 이미 수많은 임시직을 해고한 상황에서 신규 물량에 따라 신규 고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은 크라이슬러와 합병 이후 더 큰 해고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금속노조는 피아트가 금속노조와 직접 교섭하지 않고 각 공장 별로 이러한 특근을 몇몇 노조들과 협의하여 마구잡이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노조 파괴 책동이라며 총력을 다해 투쟁할 계획이다(http://www.fiom.cgil.it). 결론: 자동차 자본의 국제 이동을 제약할 국제적 연대와 국가적 수준에서 해고 중단을 위한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위기는 단기간의 반등은 있을 수 있으나 대공황에 버금가는 길고 깊은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신차 몇 종 개발하고 판매한다고 살아남을 수는 없다. 결국 이들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엠과 포르쉐의 방법처럼 갖가지 금융 투기를 통해 자산을 늘리거나, 더 많은 해고를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최소 이윤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자동차 기업들은 자국 내 비정규직과 해외 공장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며 구조조정을 시작하였다. 도요타, 폭스바겐, 피아트 등의 자동차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 등이 존재하는 이상 당장 자국 내에서 대규모 정규직 해고를 단행하지는 않겠지만, 언제까지고 해고를 하지 않고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면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탈출하여 동아시아, 중국, 남미, 동유럽 등 저임금 지역으로 이동하며 50~60% 가까운 인원이 해고된 경험이 오히려 일반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탈리아 금속노조가 피아트의 크라이슬러 합병 이후 자본 유출 및 생산 유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투쟁하는 것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먹튀 상하이자동차 지분소각과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투쟁한 것, 그리고 독일 금속노조가 오펠의 인수자를 고용 보장 최우선 기준 하에서 선택하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세계화된 자동차 기업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자동차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제약하고, 자본 유출입에 의존적이지 않은 노동 조건에 관한 표준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당장 한국에서도 쌍용차에 이어 지엠대우와 현대자동차가 자본의 국제적 이동으로 인한 정리해고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엠대우는 부도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 2009년 상반기 생산량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더군다나 지엠 본사에 대한 자본 유출 의혹이 있는 파생상품거래로 매달 천 억 이상의 금융 손실을 몇 달간 계속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10월에는 산업은행 대출금 8천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 운전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지엠대우는 8~9월 중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부도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단기간의 유동성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이 생산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지엠대우는 오펠 매각으로 인한 지엠유럽의 붕괴, 북미 지역의 소형차 독자 생산 계획 등으로 인해 장기간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 정리해고 요인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리말디 사장이 인위적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고 노조와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는 2조원 대의 산업은행 지원에 사활을 건 지엠대우의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9월 말 그리말디가 퇴임한 이후 중단기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생산 감소폭으로만 보면 상황은 2001년 정리해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세계 자동차 시장이 19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하며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하청생산공장으로 원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세계 경제가 구조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현재가 지엠대우의 더욱 큰 위기라 할 수 있다. 현대의 경우 2009년 7월 생산량이 15만 대 수준을 회복하며 겉으로만 보기에는 일정정도 생산량을 회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한 내수 회복으로 인한 것으로 2007년 기준으로 전체 판매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은 여전히 예전의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매년 늘어나 이미 전체 생산량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해외 공장에서의 생산이 가장 큰 문제인데, 현대차는 그나마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다소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서 현지 생산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국내 인력 감축 요인이 더욱 강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여유 자금이 있는 현대차에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면 사측이 인력 조정을 계속 미루지는 않을 것이다. 1만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감행했던 1998년만큼 빠른 구조조정이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2000년대 이후 전체 생산에서 수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점, 해외 생산 비중이 크게 증가한 점, 자동차 시장 거품 붕괴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여건은 1998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쌍용차 투쟁에서 보았듯이 이들 기업들의 투쟁이 기업 노동자만의 투쟁으로 승리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당장 해고를 중단하기 위한 전국적 투쟁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제약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비정규직법 개악 시도 7월 1일 오후 한나라당이 기습적으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를 열어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는 환노위 위원장을 포함한 야당의원이 불참하여 법안상정의 적법성 논란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일단 6월 30일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함에 따라 7월 1일부터 기존의 비정규직법이 예정대로 시행된다.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은 30일 밤늦게까지 합의를 시도했으나 최대 쟁점인 법 시행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06년 11월 30일 노무현 정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합의해서 처리했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법이라고 하면 이때 제ㆍ개정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함께 일컫는다. 이로써 2007년 7월 1일부터 비정규직 사용기간(2년)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기간제법이 시행되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정부에서부터 불붙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2009년 7월부터 100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불안한 상태에 들어간다”고 말하며 고용대란설을 설파했다. 올해 3월 12일에는 노동부가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발표하여 현행 개정안이 윤곽을 드러냈고, 3월 13일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3월 30일에는 기간제와 파견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4월 1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간의 이견으로 상정이 무산된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6월 19일 환노위 3당 간사와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석회의는 6월 29일까지 9차례 열렸으나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되었다. 한나라당은 이 과정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대신에 법 적용을 유예하는 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제시하였다. 한나라당은 법적용 유예기간을 초기에는 3년으로 정했다가 협상이 진행되면서 2년으로 변경하였다. 협상 마감시한이 코앞에 닥친 6월 30일에는 선진과창조의모임에서 낸 절충안(300인 이상 사업장은 현행법 즉시 시행, 300인 미만 200인 이상 사업장은 법 시행 1년 유예, 20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은 최대 1년 6개월까지 법 시행 유예)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7월 1일 환노위에 기습 상정한 것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3년 유예하는 기존의 안이다.) 민주당은 기존법 시행 및 보완을 주장했다. 보완책으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기금 대폭 증액을 내세웠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면서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강화 등 법 시행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위해 ‘6개월의 준비기간’을 둘 수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6개월 유예로 입장을 정리했다. 또한 노동계의 동의를 전제로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1년 유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석회의에 참가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유예를 전제로 한 회의였다면 애초부터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야 3당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기존법의 시행 및 보완을, 민주노총은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강행해 통과시킬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뒤늦게 <비정규직법 오해와 진실>(2009.7.9)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노동부는 ‘기간제법은 정규직 전환법’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 “사용자는 2년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으며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도록 규정, 따라서 기업은 2년이 넘기 전에 계약만료 시점에 언제든지 고용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기업에 비정규직을 2년 사용하면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강제할 근거도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법 개정 의도를 방어하기 위한 자료에서 노동부가 자신의 본심을 숨김없이 드러내어, 앞장서서 비정규직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비정규직법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 2009년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2007년 7월 이후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을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조항 때문이다. 즉 이들은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되어 7월부터 계약기간이 2년이 넘은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로 간주된다.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2년 제한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것이 올 7월부터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규직 채용에 부담을 가진 기업들이 동일인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하기보다는 계약 만료 후 다른 비정규직을 고용함으로써 대량 해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2009년 7월 기준으로 2년을 초과하는 비정규직의 규모를 100만 명 내외로 추산하고 이들의 고용대란을 강조하며, 이를 비정규직법 개정의 주요한 근거로 삼고 있다. 운동진영은 정부의 이러한 우려를 법제정 당시부터 예견했다. 우리는 비정규직법이 2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들의 주기적 해고를 가져오고 2년 한도 내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양산법’, 즉 비정규직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사용사유 제한이 아니라 사용기간 제한을 골간으로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면서 실질적인 비정규직 양산 억제와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당시 기간제법은 ①관행으로 인정되었지만 비정상적인 고용이었던 비정규직을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인정하였다, ②사용사유 제한이 아니라 사용기간 제한으로 해고 후 재고용이나 파견 및 용역과 같은 간접고용으로의 전환을 통해 비정규직 양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③광범위한 적용 예외사유를 두어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목적으로 도입한 기간제법의 차별시정제도에 대해서도 ①노동조합이 차별시정을 요구할 권한을 배제함으로써 비정규직이 노동조합 결성을 매개로 자신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억제하고 있다, ②사측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다른 업무에 배치하거나 외주화하는 등 차별시정제도를 무력화하는 갖은 방법을 막을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었다. 파견법의 경우 ①파견대상업무를 대폭 확대하였다, ②파견기간을 2년까지로 연장하고 고령자의 경우에는 이마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③불법파견의 경우에도 2년을 넘기지 않으면 직접고용의무가 없어 사실상 불법파견을 조장한다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따라서 2006년 당시 기간제법 제정과 파견법 개정으로 구성된 비정규직법 제ㆍ개정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비정규직의 사용을 공식화, 일반화해 노동신축화를 제도화하고 이에 대한 일부 보완조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비정규직법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 고용실태: 열악한 일자리의 확산 그렇다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실태는 어떻게 변했나.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오히려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가 더욱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자리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시에 가장 먼저 해고 대상이 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2007년 3월에서 2008년 3월까지 874만 4천 명에서 855만 8천 명으로 감소했고, 2009년 3월까지 다시 838만 1천 명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의 비정규직 구성변화를 보면 기간제노동자는 3만 6천 명 감소한 반면, 더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인 호출근로, 용역근로는 각각 9만 6천 명, 3만 5천 명 증가했다. 이는 비정규직의 감소가 안정적 일자리의 확대와는 무관함을 보여준다. 또한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2009년 4월 중 취업시간대별 취업자를 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98만 8천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8만 4천 명(19.3%) 증가했으며,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030만 명으로 66만 5천 명(-3.2%) 감소했다. 단시간 노동의 극도로 유연한 일자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용역근로의 확대는 외주화의 확대를 보여준다. 즉 직접고용보다 간접고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간접고용에서 사용자들은 불법파견 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현장에서 공정을 분리하고, 고용승계를 피하기 위해 기존업체에서 근속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의 고용승계를 하고 있다. 또 용역업체들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에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알선업체들을 통해 단기계약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한편 2008년 3월에서 2009년 3월 사이에는 호출근로와 용역근로는 각각 5만 3천 명, 4만 1천 명 감소했다. 특히 임시일용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임시직은 7만 5천 명 감소했다. 그 밖에 파견노동자, 재택근로자도 감소했다. 임시일용직, 호출, 파견, 용역, 재택 노동자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로 경기악화 상황에서 해고 1순위가 된다. 이는 노동부 통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데 2009년 4월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의 전년 동기대비 증감률은 상용근로자는 3.7% 증가인 반면 임시근로자는 1.5% 감소, 일용근로자는 7.2% 감소로 나타났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실직상태로 내몰렸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 자본은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대해 손쉽게 노동자들을 희생시킬 수 있게 되었다. 비정규직법의 문제점은 경제상황이 급변하면서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경제위기로 비정규직의 해고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임시 일용 노동자의 실직이 늘고 있으며,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한계 상황에 부딪힌 쌍용자동차, GM대우 등의 대기업에서도 강제 휴업으로 사실상의 비정규직 우선 해고가 발생했다. 소리 소문도 없이 해고가 진행되는 영세사업장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한편 정부가 운영을 책임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경우도 공기업선진화나 경영효율화를 내세우며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 KBS는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420명 중 18명에 대해 6월 30일 계약해지를 통보했으며, 331명을 자회사로 이관하고 89명에 대해 계약해지할 계획이다. 한국토지공사는 6월 30일 145명에 대해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한국산재의료원(28명)과 보훈병원(23명)도 최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정부의 역행적 정책기조와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이 실제로 적용되는 올 7월 이후 비정규직의 연이은 해고사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노동신축화 추진과 비정규직 문제 책임 전가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이 비정규직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먼저 현 정권은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무력화함으로써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자본의 손을 들어주려고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같은 자본가 단체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법 개정이 미뤄지자 경제5단체장은 7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책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용기간 제한 폐지”이며 나아가 본질적인 해결책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와 자본의 칼끝이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를 넘어 정규직 노동자를 향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오히려 정부가 정규직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 즉 노동신축화는 추진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의 사용기간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고 임금 및 고용의 신축성을 제고할 것을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은 폐지하거나 최소한 계약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 자본은 비정규직의 자유로운 사용과 정규직의 고용안정에 대한 공격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이 논쟁의 초점이 되면서 여야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등 운동진영도 이 문제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자본의 비정규직법 개악 계획은 기간제법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동부의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2009.3.12)을 보면 파견법 개정을 통해 파견근로의 고용기간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파견대상 업무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기간제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단기간 노동자의 기간제한 예외사유도 확대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손쉬운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비정규직의 사용을 확대하고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노동권의 불모지대인 파견제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즉 현재 기간제를 쟁점으로 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은 이명박 정권의 노동신축화 정책 중 하나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노동신축화라는 본질을 숨긴 채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대량해고가 발생한다고 협박함으로써 여론을 선도하고 국민적 압박 수단으로 삼았다. 또 해고를 막기 위해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연장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설정함으로써 비정규직의 사용 자체를 당연시했다. 그러나 사용기간이 연장되면 사용자는 계약해지를 통해 그 기간 안에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 비정규직법을 통해 오히려 제도적으로 비정규직의 사용이 고착화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용기간 연장이나 적용유예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비정규직의 고용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강조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앞으로 벌어질 비정규직 고용문제의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 이미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이 노무현 정권 때 여야합의로 도입된 법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향후 벌어질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비정규직법 개정 반대세력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행법의 사용기간 제한 연장이나 유예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7월 1일자 기사에서 “양대 노총 조합원 중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소수에 불과하며,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가 양대 노총에게는 ‘발등의 불’이 되지 못한다. … 결국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정규직 노조’라는 것이 정설이다”며 노동계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지배세력과 자본은 이러한 논리를 동원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다른 세력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양의 탈을 쓰려고 한다. 즉 지금과 같은 구도에서 이명박 정권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통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해고와 실직 실태를 호도하고, 노동신축화를 확대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현행 비정규직법 보완 주장의 한계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일부가 주장하는 기존 법 보완은 한계가 뚜렷하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늘리고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하면 현행법의 틀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간제 비정규직이 계약 해지되더라도 그 자리에 다른 노동자가 채용되는 이른바 회전문 효과 때문에 고용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정부의 대량 해고설은 거짓이다. 둘째,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대폭 늘리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폭 진전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3조 6천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면 1년에 20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인당 지원금 월 50만 원×20만 명×12개월=3조 6천억 원). 먼저 대량해고 논쟁과 회전문 효과를 따져보자.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량해고설의 정치적 의도는 명확하다. 정치적 의도를 근거로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노동부의 대량해고설이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한 과장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요한 논거로 삼고 있는 김유선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9년 7월 사용기간 2년 제한조항이 적용되는 기간제 노동자가 최대 3.2만 명으로 추산되고, 7월 이후 매달 최대 3~4만 명이 해당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심각한 맹점이 있다. 먼저 이런 논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시적인 실직의 공포 속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회전문 효과 때문에 단순한 총량수준에서 통계상 드러나지 않을 수 있으나 고용불안은 많은 노동자의 삶을 옥죄는 명백한 현실이다.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외주화되거나 실직하여 다시 냉혹한 노동시장에 내던져진다. 한편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즐겨 인용하는 수치를 합산하더라도 1년에 40만 명 내외의 노동자가 고용불안, 즉 실질적인 해고 위험을 겪게 된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히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시달리게 되나? 이는 비정규직법(기간제법과 파견법)이 실제로 비정규직의 사용을 제도화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참여연대 등이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비정규직 ‘양산법’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는 지난 과오를 덮을 수는 없다. 다음으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의 문제가 있다. 정규직 전환 지원금은 양날의 칼이다. 적절한 자금지원과 감독이 동반된다면 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상당한 액수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상시적으로 투입할 경우 비정규직의 채용이 더욱 확산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이럴 경우 먼저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2년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일부 기업에서 채용 관행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비정규직을 제도화하고 양산하는 현행법을 그대로 둔 채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증액하자는 주장은 약효도 의심스러운 사후약방문을 남발하는 격이다. 결국 사용기간 제한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법 체제 내에서는 고용불안이라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기간제 뿐만이 아니라 파견, 특수고용 등 다른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현행 비정규직법은 폐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비정규직법 논란의 맹점을 넘어서자 그렇다면 비정규직법 개악저지를 외치며 강경저항의 자세를 취한 민주당의 태도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2006년 비정규직 제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환노위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노동계와의 합의 없이는 어떤 법안도 상임위를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먼저 노무현 정권 때 그들이 비정규직법 논의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여야합의하에 통과시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의 수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을 강행통과 시켰던 세력이 지금에 와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 노동계와 비정규직의 벗인 양 핏대를 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무엇 때문인가. 무엇보다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대응을 통해 노무현 사망 이후 이른바 개혁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필요한 사회적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 노정 대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된 민주노총을 이용하여 공조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노동계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서민 민생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행태를 작년 광우병 촛불집회나 그 이후 민생민주국민회의와의 활동, 그리고 최근 ‘MB악법’ 대응과정에서 이미 여러 번 연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실제로 비정규직법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정략적이고 기만적일 뿐이다. 사용기간 연장이나 유예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돌연 6개월 유예 수용으로 바뀌었고, 노동계의 입장을 들먹이며 1년까지도 경우에 따라 수용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치 자신은 공평한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세력으로 묘사하면서 정치적인 부담은 노동계에 떠미는 꼴이다.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번 비정규직법 논란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기존 비정규직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인정하지 않고 현행유지와 정규직전환기금 증액으로 문제를 무마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용사유 제한 없는 사용기간 제한으로는 비정규직의 반복적인 해고와 외주 용역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민주당은 2006년의 입장으로 되돌아갔고 다만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상황변화에 따라 자신의 포지션을 바꿨을 뿐이다.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다시 비정규직법이 다뤄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시 수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이 부각되면 비슷한 태도를 반복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맞서기 위해서는 ‘현행법의 개악’이라는 구조에 갇혀서는 안 된다. 자본과 정권이 던져놓은 조삼모사에 빠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 개악 저지를 넘어서 현재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계약해지를 막고, 고용 유지를 위해 정부에게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우선 금호타이어 투쟁과 같은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싸움, KBS의 비정규직 해고 및 외주화에 맞선 싸움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공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자행되고 있는 해고와 노동권 박탈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막아야 한다. 하지만 쌍용차 투쟁에서 드러났듯이 투쟁 전선이 지역과 부문을 넘지 못하면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취약 부문부터 시작되어 확산되고 있는 해고에 맞서기 위해서 ‘한시적 해고중단 및 고용안정 특별법’과 같은 제도적 요구를 내걸고 전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전국적 투쟁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싸움이 결합될 때 이명박 정권의 노동신축화, 노동권 박탈, 경제위기 책임전가에 맞서 투쟁 전선을 세우고 비정규직법의 개악 시도를 막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