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동맹이 필요하다 김영훈 신임 집행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철도노조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 더욱 드세고 금호타이어, 한진중공업에서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되었다. 개악 노조법을 근거로 자본은 벌써부터 현장에서 단협 개악을 획책하고 있다. 총연맹 집행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가 한국 노동자운동의 처지다. 이제 모든 노조와 정파들이 총연맹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투쟁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반복되는 선거 결과와 공허한 혁신론 그런데 정권과 자본에 맞선 투쟁과 더불어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또 있다. 바로 노동조합운동 혁신이다. 6기 임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내외적인 혁신 요구가 많았다. 5기 지도부의 성폭력 사건과 이명박 정권과의 투쟁에서 바닥을 드러낸 총연맹의 지도력을 보면서 많은 활동가들이 이대로 총연맹을 두었다가는 정권과 자본에 맞선 싸움 이전에 민주노조 운동이 서서 말라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정작 선거에서 혁신의 모멘텀은 보기 힘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권(무효)표가 많았고, 투표율이 낮았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 간 민주노총 운동을 책임졌던 세력이 예전과 비슷한 득표율로 다시 당선되었다. 정파적 이해를 감춘 통합후보론은 논점을 흐렸고, 총연맹 혁신과 관련한 실제 쟁점들은 제대로 제기조차 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선거 자체만 놓고 보면, 정파적 선호가 분명한 대의원 간접 선거라는 한계, 기존 집행부 세력 교체를 내세운 선본에 대한 신뢰 부족,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혁신안들, 총연맹 자체에 대한 낮은 기대 수준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구도가 비단 이 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0년이 넘게 매번 선거 때마다 비슷한 패턴의 투표, 선거운동, 정파 공조가 반복되었고, 결과 역시 비슷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 기획’만으로 진정성 있는 혁신 논의와 지도력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혁신과 투쟁을 내세운 지도부가 세워진 것은 특수한 정세 속에서만 가능했다. 선거결과는 민주노조 운동 내 뿌리를 밖은 사회적 합의주의, 실리주의 노선의 힘을 보여주며, 반대로 혁신을 주장하는 민주적 계급적 운동 진영의 대중적 허약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올바른 지도력 구축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토대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동맹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선거가 끝나고 6기 집행부가 출범한 지금, 이제 민주노조 운동의 올바른 지도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노동조합 개혁 운동이다. 정권과 자본을 대상으로 한 운동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자체를 대상으로 한 운동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운동이 역동성을 잃어버리는 것에 비례하여 총연맹에 새로운 지도력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에게는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지도력을 만들어 낼 자원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자본에 맞서는 사회운동 조직임과 동시에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임금, 노동조건을 교섭하는 제도적 기구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노동조합은 운동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용노조를 민주화하기 위한 1980년대 남한 민주노조운동, 기존 노조들의 정파적 분열과 권위적 현장 통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진행된 이탈리아 공장 평의회 운동이 예이다. 상층 관료 중심으로 정치권 로비에만 매몰된 노조운동을 개혁하기 위한 1990년대 중반의 미국 국제서비스노조의 조직화 운동, 그리고 가장 최근 내부의 신자유주의 개혁 노선을 뿌리 뽑고 노동조합 운동을 사회주의 이행을 위한 중추적 기관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남아공노총이 벌인 정풍 운동도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노조 개혁 운동은 기존 노조 운동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지도력도 형성했다. 어용 노조 개혁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전노협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굳이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평의회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트렌틴 지도부, 미국 서비스노조 조직화 운동에서 만들어진 스턴 지도부와 승리를 위한 변화 노조 역시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지도력이다. 물론 남한 노동자운동에서 민주노총 건설 이후 노동조합 개혁과 관련한 흐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별 노조 극복을 위한 산별노조 건설 운동, 총연맹 강화와 노조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총연맹 직선제 규약 개정 운동, 민주노조의 계급 대표성 재구축을 위한 전략조직화사업 등 여러 수준에서 노조 개혁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운동들은 현재 정체되었거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노조 모델에 대한 몰정세적 맹신, 조합원들의 상태와 동떨어진 상층 지도부만의 의지, 진정성이 빠진 채 당위적으로만 추진된 사업 방향 등 여러 원인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들 속에 빠진 한 가지 핵심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 변화를 이끌어 낼 자원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기계를 만들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설계도만이 아니라 기계를 만들 재료와 움직일 동력원이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운동들은 그럴싸한 모델을 제시하는 것에 비해 정작 그 운동을 시작하고 확대하기 위한 자원을 만드는 것에는 지나치게 소홀했다. 이러한 평가는 이번 총연맹 임원 선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난 10년 간 집행부를 비판하며 새로운 혁신의 지도력을 주장한 세력은 정작 그 혁신에 필요한 동력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최초의 동력은 우선 노동조합 운동의 변화를 바라는 세력들의 동맹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존재하는 활동가 자원도 하나의 운동으로 모아내지 못하면서 ‘아래로부터, 대중으로부터’를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은 불필요한 수사에 불과하다. 소금물에서 소금 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크기 이상의 씨앗이 있어야 하듯이, 아래로부터의 혁신 운동이 있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활동가 운동이 있어야 한다. 현재 노동조합 운동 내 상황에서 최소 규모 이상의 씨앗을 특정 정파 혼자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남한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운동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초(超)정파적 운동(반(反)정파 운동이 아니다.)과 다양한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동맹을 필요로 한다. 현재의 실리주의적 노동조합을 바꾸어 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정파의 경계를 넘어 활동가들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권, 평화, 여성 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의 자원들도 노동조합 개혁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노동조합은 남한에서 진보를 만들어 온 여러 사회운동의 자원을 받아들이기 위해 공장 밖으로 나가야 하고, 여러 사회운동 진영은 남한 민중운동의 가장 큰 기반인 노동조합을 사회운동 기관으로 바꾸어 내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향해야 한다. 1970년대 이탈리아 평의회 운동은 청년들의 68혁명으로 분출한 자원을 초정파적 노조 개혁 운동으로 받아들였고, 1980년대 남한 민주노조 운동은 민주화 운동의 힘을 노조 민주화 운동의 동맹으로 삼았다. 1990년대 미국 서비스노조의 개혁 운동은 지역의 인종차별철폐운동, 여성운동, 소비자운동과 함께 조직화 동력을 만들었고, 2000년대 남아공노총의 개혁운동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반발하는 전선 내 모든 세력의 힘을 모았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2010년 노동조합 사수 투쟁을 노동조합 개혁 운동의 계기로 만들어 가자 이명박 정권의 거센 노조 탄압은 노동조합 운동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공공부문 선진화 저지 투쟁, 조합원 자격 등을 문제 삼아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은 민주노조에게 사회운동을 포기하라는 정권의 메시지다. 열악한 노조 운동 조건 속에서 투쟁으로 쟁취한 노동조합 간부 숫자를 줄이고 나아가 사회운동 참여를 가로막으며, 초기업적 교섭과 복수노조를 원천봉쇄하는 개악 노조법은 노동조합 운동을 법적으로 사회운동으로부터 분리시키겠다는 정권의 강력한 의도를 담고 있다. 정권의 탄압 강도를 볼 때, 적당히 소극적 대응으로 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1979년 대처 정부가 추진한 노조 탄압과 노조법 개악을 노동당의 정권 재탈환과 일부 조항의 변경만으로 극복하려 했던 영국 노동운동이 결국 사회운동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노조 자체의 유지에도 실패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반대로 산별노조 불법화, 3자 개입 금지, 노조설립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1980년대 신군부의 개악 노동법을 민주노조의 연대 투쟁, 반독재 선봉 투쟁으로 극복하며 성장한 전노협 운동의 경험 다시 떠올려야 한다. 우리는 이미 노조 탄압을 운동으로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0년 노조의 사회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노동조합 개혁 운동은 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서는 남한 노동자운동의 해법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실리주의에 빠져 있는 현재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민중과 함께 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하고 혁신하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운동을 다시 사회운동으로 개혁하는 것이 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서는 최고의 투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노동조합 정파들, 사회운동 세력들의 동맹은 이 운동의 시작이다. 우리에게는 정권의 노조 탄압을 노조 개혁을 위한 기회로 만들 동맹이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실리주의적 노조운동을 비판해 왔던 민주적 계급적 운동 진영이 이 동맹을 가장 먼저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응당 총연맹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정권과 맞서 싸우는 일에 한 치의 분열도 없어야 함은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10년,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정권과 자본에 맞선 전투를 시작하자.
시작이 어려운 이유 오늘 3일째의 도전이 성공했다. 글을 쓸 시간이 없어 새벽에 일어나려고 시도한 것이 이틀 연속 실패하였는데, 오늘은 드디어 지부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다. 1년간의 외유(?)를 마치고 7년 동안 상근했던 사회진보연대로 돌아가지 않고, 과거 서울대병원 간병노동자 연대투쟁이 인연이 되어 작년 1월 공공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365일 투쟁 중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정말 빡빡한 1년이 지날 때쯤 <사회운동>을 읽었는데, 참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어떤 ‘갈증’이기도 하고, 돌아볼 새 없이 산 1년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산별, 지역지부, 전략조직화 내가 지역지부에서 주로 맡고 있는 것은 중소병의원 전략조직화 사업이다.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라서 노동법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동네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조직하는 일이다. 이 전략조직화 사업의 방향은 ‘지역조직화’인데, 사업장별 노동조합 활동을 극복하자는 지역중심의 산별운동을 실천하려는 시도다. 중소병의원 전략조직화 구역인 은평구만도 300개가 넘는 의원들이 있는데, 일하는 노동자도 이동이 많고, 의원 자체도 개ㆍ폐업이 잦아, 애초에 사업장 단위로 조직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에서 이전에는 누구도 의원노동자를 조직하지도, 조직할 생각도 못했다. 아침 8시 반, 지역지부 전임자들이 의원들이 문을 열 준비를 하는 시간에 매주 혹은 격주로 노동자의 일반적 권리와 의원노동자들의 모임을 알리는 선전물을 들고 은평구 280여 개의 의원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선전전을 진행한지도 만3년이 지났다. 아직껏 조직화 성과는 크지 않다. 조합원으로 가입한 수로 따지면, 지난 3년간 전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투여된 재정에 비례한 효율성으로 본다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의 의원노동자들에게 의료연대 미조직센터인 병원노동자 ‘희망터’와 서울지역지부는 익숙한 이름이 되었고, 희망터는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곳이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년 1년 동안 의원노동자들을 만나오면서 느끼는 거리감은 내가 살고 있는 성남에서 은평구까지 두 시간의 장거리만큼이나 아직은 멀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그런 거리감의 한 뼘을 차지할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이 해당 조합원들의 권리 확보에 머물러 있는 역사와 현실도 변명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조건과 현실을 극복하고자 작년 중소병의원 전략조직화 사업이 설정한 과제가 지역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이었다. 서울시내 25개 구 중에서도 ‘은평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악랄한 노조탄압에 맞서 싸워온 청구성심병원 분회와 지역연대의 기반 때문이었다. 하지만 투쟁사업장을 지원했던 지역연대가 그 자체로 일상적인 노동조합의 조직화 사업의 기반이 되기는 어려웠다. 노동조합 활동이 지역운동 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장시간 노동에 비해 평균 120만원을 넘지 못하는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다수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여성노동자들이다. 그래서 출퇴근이 용이한 의원에 다니는 것이고, 은평구 의원노동자들 대부분이 은평구민이다. 이미 법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요구하더라도, 24시간 풀가동 시스템에 익숙해져 밥 먹는 점심시간에도 의원을 가는 것이 당연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권리보장을 쟁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통상적인 임단협이 불가능한 의원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이 될 지역운동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이 작년 전략조직화 사업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나만 잘살면 무슨 소용인교? 은평, 벼룩시장과 캠페인’을 시작했고, 11월에는 의료-건강권을 이슈로 한 ‘누구나 건강한 은평구 만들기 캠페인’을 제안, 시작하게 되었다. 어쨌든 시작은 했지만, 오늘 칼럼의 주제로 주어진 ‘노조법 개악’을 이제야 꺼내본다면, 아직은 갈 길이 멀고, 그만큼 재정과 사람이 투여되어야 할 사업이다. 유감에 유감 개인적으론 워낙 국회 앞 투쟁을 싫어한다. 국회 앞은 시민들을 만나는 공간이되지도 않고 통상 각종 개악법 통과 직전에야 하는 집회인지라, 무기력과 패배감을 준 기억이 많다. 작년엔 그마저도 한 차례의 농성투쟁만 있었을 뿐, 노조법이 통과되는 당일엔 집회도 취소되었다. 나 역시 TV에 나오는 걸그룹들의 쇼를 보던 중에,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는 한 줄 뉴스를 보며 ‘당장 내일부터 전임자들 임금은 어찌 되는 거지?’하며 방관자적 유감을 표했을 뿐이다. 결국 어떤 법안인지 모르겠으나 날치기로 법 시행이 유예되었다는 소식에 한편으론 안도의 한숨을 쉰 게 나 뿐일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전임자 임금 대책을 산술적으로만 고민했던 나 자신이 더 유감이다. 또한 전임자 임금지급금지와 쌍으로 10년 넘게 시행이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수십 년 외쳤던 복수노조 허용이 지금 민주노총의 각 조직에겐 어떤 의미의 요구일지 솔직하게 돌아보고 평가해볼 일이다. “내가 어용이 될까봐 그게 가장 두렵습니다.” 어느 노동조합 간부가 개악된 노조법에 따른 대응 토론을 하다가 한 말이다. 처음에 들었을 땐 너무 솔직하다 싶어 약간은 충격적이고 놀랐었는데, 계속해서 가슴에 남는 말이다. 현재 어용노조와 민주노조를 가르는 기준이 뭘까? 어용이라는 게 노동조합 대표가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노동조건을 양보하는 것이라면 그 말을 한 간부가 그런 대표는 아닌 듯 싶다. 오히려 그 간부의 두려움은 ‘조합원의 의사’에 충실할 때 어용이 되는 게 아니었을까. 비정규직의 확대와 고용의 불안정성이 증가할수록, 기존 조합원들의 요구와 활동이 자기 이해에 갇히기 쉽고, 사실 그조차 노동조합이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두려움이다. 많은 민주노총 사업장들에서 복수노조 허용은 곧 사측의 어용노조 건설의 현실화를 의미할 것이다. 만약 기존 조직된 노동조합들이 임단협의 성과를 중심으로 어용노조와 ‘경쟁’하고자 한다면 승패는 뻔하거나, 앞선 간부의 고백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어느새 노동조합의 집회에서조차 사라졌다는 ‘노동해방’의 정신을 노동조합이 실제 활동 속에서 다시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운동에 주체적으로 나서는 정도(正道)가 민주노조의 정신일 것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돈이 보인다? 개악된 노조법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막막해하거나 방어적이다. ‘설마’가 노조 잡는다고, 10년 이상의 유예는 준비기간이었거나 법안 폐지 투쟁 기간이었겠으나, 어쨌든 전임자임금지급금지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현실이 되었다.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에서 전임자들이 하는 역할을 볼 때, 전임자의 축소는 현재 상황에선 노동조합 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전임자의 수와 전임자 임금을 유지하려면, 결국 전 조합원들의 결의에 따른 조합비 인상이 불가피하다. 전임자 임금이 기업별로 지급되었다면, 정규직,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등 다양한 고용형태의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는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는 ‘지역지부’ 차원의 전임자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몇 가지 예상될 수 있는 쟁점이 있다. 재정 지출의 50%를 차지하는 산별 및 상급단체 분담금이 논란이 되어, 산별회의론이 힘을 가질 수도 있다. 사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교섭창구단일화 법안은 법제도적으로 노동조합을 기업별로 회귀시키고자 하는 노동조합 구조조정안과 다름없다. 내가 산별주의자(?)는 아니지만, 비정규-미조직 조직화를 위해서는 지역중심의 산별은 필요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현재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스스로 지키고 유지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어차피 헌신적인 전임자들의 활동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은 죽어가는 것이니까. 비정규직, 투쟁도 어렵긴 마찬가지 작년 연말,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서울대병원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인, 민들레분회는 한 달에 가까운 파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하청업체인 대덕프라임은 민들레분회가 복수노조라며 교섭의무를 회피했고, “산별노조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으니 교섭에 응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과 파업권을 얻기까지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5월말에 결성된 민들레 분회가 파업을 시작하자마자 업체변경 시기가 되었고, 결국 파업은 변경된 업체로 고용보장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2008년 10월 조직된 식당분회도 작년 단체협약을 어렵게 쟁취했지만, 업체가 변경되면서 단체협약도 사라졌다. 그래서 첫 출근 때, 서울대병원 분회 사무실에서 “사무실에서 재미 재미있는~전 재미예요”(사실은 이름이 정재미다)라며 반갑게 맞아준 식당분회장도 현장으로 돌아가 어렵게 활동하고 있다. 원청인 서울대병원은 각 하청, 임대 업체들 노동자들이 노조로 조직되자,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넘게 계약하던 하청, 임대사업 업체들을 바꾸고 있다. 이런 업체변경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겐 고용불안이고, 어렵게 얻어낸 단체협약이 해지되는 것과 같다. 고용불안정이 노동조합 활동의 불안정과 직결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설혹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어려운 마무리 결국 기관지 마감 꼴찌다. 변명 같지만, 이틀 연속 새벽 글쓰기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주시길. 금번 노조법 개악에 대한 현장의 대응방향은 단순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노조법 개악이 노동조합 구조조정을 목표로 했다면, 우리의 대응 역시 노동조합을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이면 되지 않을까. 처음 민주노조 건설의 초심으로 돌아가 보자. 조합원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 과거에 비하자면 노동조합 활동의 모든 조건이 나빠진 것은 아니다. 이제 누구도 초심으로 활동하지 않으려하는 것이 문제다. 만만치 않은 1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운 한 해였다. 지난 한 해 구호 속에 있었던 ‘지역운동과 노동자운동의 결합’, ‘비정규직 조직화와 주체화’ 등을 현실 활동에서 경험했다. 미조직, 비정규사업에 대한 서울지역지부의 노력은 내가 먼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데 이런 노동조합 활동의 방향과 원칙이 전임활동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사실 장기적 계획과 실천을 필요로 하는 사업들, 어렵게 시작한 소중한 시도들이 앞으로 지속될지도 불확실하다. 작년 가장 소중한 경험은 성원개발분회와 민들레분회 파업에서 경험한 조합원들의 역동성이다. 나는 이걸 믿고 싶다. 그런 역동성을 끌어내는 노동조합 활동을 고민하는 것,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 사업을 담당자인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나의 2010년 결의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 총단결! 총투쟁으로 파업투쟁 승리하자! 오늘(2월26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가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사회진보연대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파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경제위기 하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구조조정으로 고통을 분담하자는 사측의 논리에 맞서 한진중공업의 모든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삶과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2003년 사측은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김주익 지회장과 곽재규 조합원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7년이 지난 2010년, 조선업계의 불황을 운운하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30%(약 1000여명)을 해고하는 안을 통보했다. 사측이 주장하는 해고의 이유는 ▲조선업계의 불황 ▲낮은 국내조선소의 수익성 ▲영도조선소를 특수선, 고부가가치 조선소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측의 주장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행위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작년(2009년)해운업계의 부진으로 수주량이 대폭 줄었지만 연말을 기점으로 수주가 대폭 늘어났고 10년간 4천277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낸 흑자회사이다. 영도조선소의 노동자들의 땀으로 낳은 이익으로 한진중공업은 무너져가던 한진 건설을 살려냈고 필리핀 수빅에 대규모 조선소를 설립했다. 또한 ‘이윤실적이 좋은 우량선주 위주의 조업 물량을 수주해야’ 한다며 단 한척도 수주하지 않다가 선박 수주 부진 때문에 정리해고를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2009년 수주 0건을 기록한 조남호 회장의 장남 조원국(선박수주 담당 국제담당)에게 경영능력 부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 이미 사측은 회유와 협박으로 350여명의 노동자들을 희망퇴직 시켰다. 최근 필리핀 수빅공장으로 선박을 수주했으나 영도조선소에서 건조될 탱크선 3척을 벌크선으로 바꾸어 필리핀으로 빼돌렸다. 3월5일에는 352명을 정리해고 안을 노동부에 제출했다. 352명에서 모자라는 인원은 또 다시 정리해고 하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러한 처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해고를 하는 것은 반인륜적인 처사다. 조남호 회장의 08년 주식배당금이 120억 원 이라고 한다. 사측은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는데 신경 쓸 것이 아니라 120억 원의 배당금과 과거의 흑자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사측의 노동자 죽이기를 부추기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 규탄한다. 용산참사에서부터 화물연대 박종철 열사 투쟁과 쌍용자동차 투쟁, 전교조, 공무원노조 탄압 등 이명박 정부는 반노동경제정책을 내세우며 한진자본의 정리해고를 부추기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 죽이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완전한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는 반노동 친재벌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사측에 맞서 전면파업으로 돌입한 한진 중공업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엄호와 금속노조의 적극적인 투쟁이다. 이와 함께 정규직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사내하청노동자들과 함께 파업투쟁을 사수해야 한다. 물러서지 않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정리해고 박살내고 정규, 비정규 노동자가 함께 살 수 있는 그 순간까지 힘 있는 파업투쟁에 나서자! - 재벌들만 배불리고 노동자에게 책임전가하는 한진자본 규탄한다! - 한진중공업 노동자 파업 정당하다 정리해고 박살내자! - 금속노조 단결투쟁! 민주노총 총력투쟁! 한진중공업 투쟁 승리하자! -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투쟁으로 정리해고 박살내자! 2010년 2월 26일 사회진보연대
2010년 첫 간이 보고서로 도요타 사태에 대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목차 1. 도요타 리콜 사태 개요 2. 도요타 리콜 사태에 대한 의견들 3. 도요타 사태의 진실 4. 한국 노동자들에게 던지는 함의
2월 19일에 있는 천막토론회 발제문입니다. 참고삼아 올립니다. 목차 1. 경제위기 와중에 소리없이 사라진 노동자들 2. 자동차 기업의 세계적 이동과 고용 문제 3. 도요타 사태, 고장난건 가속페달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페달 4. 지엠 구조조정 전략과 지엠대우 5. 몰락한 전미자동차와 뒷통수 맞은 독일금속노조의 교훈
[성명서] 설 연휴에 자행된 경기도 경찰청의 불법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15일 낮 12시 경 동대문에 있는 네팔 레스토랑에 경기도 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출입국 직원들이 난입하여 현장에서 비자가 없던 네팔인 9명을 체포해갔다. 당시 식당에는 40여명의 네팔인들이 모여있었고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1시간 가량 식당에 감금되어 있었다. 경찰은 이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 사이의 핸드폰 통화와 대화를 차단했고 네팔인 40여명을 구금시켰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좌파들의 모임으로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규정에도 없는 이유를 들먹거리며 체포된 네팔인9명에 대한 면회도 금지시켰다. 이번 단속은 경기도 경찰청이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것이다. 경기도 경찰청은 이번 단속이 언론을 통해 유포되자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거들먹거리며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려 하고 있다. 경찰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요청에 따라 단속을 했다고 하지만 출입국관리소가 이를 부인하자 도박혐의자가 있다는 정보가 있어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집행한 것 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색영장을 언제까지나 수색을 할 수 있는 영장이지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게다가 경찰은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한 권한이 없는데도 대낮부터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경기도경찰청은 출입국관리소 직원을 대동하고 체포당시 신분고지와 영장을 보여주었다고 하지만 현장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경찰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이는 2009년 6월 법무부가 발표한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 즉 단속 시 제복착용, 증표제시, 방문이유 고지 등 의무사항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이러한 경찰의 만행은 법적절차 따위에 운운하지 않고 공권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면치 못 할 것이다. 단속권한도 없는 경찰이 외국인 범죄 수사를 빌미삼아 대대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에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하고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 불법감금 불법단속 경기도경찰청 자폭하라! - 체포된 이주노동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단속을 중단하라! - 이주노동자 합법화하고 노동비자 쟁취하자! 2010년 2월 17일 사회진보연대
지엠의 글로벌 구조조정 전략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제 위기로 시장 규모가 축소된 북미 공장들 중 일부분이 폐쇄되었고, 유럽에서 수출을 담당하던 벨기에 공장이 폐쇄. 큰 유지 비용 없이 시장 상황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하며 현지에서 판매하는 동유럽과 남미 공장들은 인력 구조조정. 시장 확장이 예상되는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은 생산 확대. -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미묘한 위치에 놓이게 된 공장은 한국 지엠대우. 현재 지엠대우는 생산의 90% 가까이를 완성차와 CKD로 수출하고 있음. 완성차는 유럽과 북미에 수출하고 있으며, CKD는 중국, 남미, 동아시아, 동유럽에 수출 중.
공무원노조․전교조 탄압 저지하고 민주노조 사수하자!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끈질긴 목조르기 경찰은 전교조·공무원노조 조합원의 진보정당 가입 의혹을 제기하며 224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서버를 해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심지어 압수수색을 하기에 이르렀다. 덩달아 검찰은 중대 공안사건으로 다루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교원단체들이 버젓이 정치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눈감아주고, 정치자금 비리문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당들의 서버가 고요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격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이명박 정부이지만 OECD가입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공무원 정치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이야말로 오명임을 애써 외면하는 형국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목조르기는 새삼스럽지도 않을 정도가 됐다. 지난해 시국선언을 한 공무원과 교사들을 징계하고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던 탄압의 연장선상에 이번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활동 제약은 단결된 노동자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조합원의 진보정당 가입의혹을 빌미삼은 탄압은 편파적이라거나 위법적인 수사과정의 문제를 초과하는 의미가 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게 정치활동 자유는 노동조합의 단결된 저항을 위한 핵심적인 전제다.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공공성을 파괴하는 정부에 맞서기 위해서, 정권의 하수인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으로 보다 거듭나기 위해서 정치활동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저항을 무력화시키는 핵심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민중의례까지 트집 잡으며 집요하게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려는 이명박 정권의 시커먼 의도는 비단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초기업적 교섭과 복수노조를 원천봉쇄하는 노조법 개악은 전체 노동조합 운동이 사회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노동조합이 단위 사업장을 넘어 연대하고 대사회적인 쟁점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를 불가능하게 하는 노조법 개악은 실질적인 정치활동을 제약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민중운동 전반에 대한 탄압이며, 이를 저지하고 정치활동을 쟁취하는 투쟁은 민주노조 운동을 사수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상반기 노조법 개악에 맞서는 투쟁과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쟁취하는 투쟁 전선이 하나로 만나 이명박 정권의 무력화 시도를 박살내자! 공무원노조․전교조 탄압 저지하고 정치활동의 자유 쟁취하자! 민주노조 사수하자! 2010년 2월 10일 사회진보연대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동맹이 필요하다 김영훈 민주노총 신임 집행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주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여러 투쟁 사업장과 주요 연대 단체들을 방문하며 바쁜 한 주를 보냈다. 공무원노조, 전교조, 철도노조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한진중공업에서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되었다. 개악 노조법을 근거로 자본은 벌써부터 현장에서 단협 개악을 획책하고 있다.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가 한국 노동자운동의 처지다. 이제 모든 노조와 정파들이 총연맹을 중심으로 단결 투쟁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반복되는 선거 결과와 공허한 혁신론 그런데 정권과 자본에 맞선 투쟁과 더불어 우리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노동조합운동 혁신에 관한 것이다. 6기 임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내외적인 혁신 요구가 많았다. 5기 지도부의 성폭력 사건과 이명박 정권과의 투쟁에서 바닥을 드러낸 총연맹의 지도력을 보면서 많은 활동가들이 이대로 총연맹을 두었다가는 정권과 자본에 맞선 싸움을 하기도 전에 민주노조 운동이 서서 말라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정작 선거에서 혁신의 계기는 보기 힘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권(무효)표가 많았고, 투표율이 낮았다. 그리고 지난 10년 간 민주노총 운동을 책임졌던 세력이 예전과 비슷한 득표율로 다시 당선되었다. 정파적 이해를 감춘 통합후보론은 논점을 흐렸고, 총연맹 혁신과 관련한 실제 쟁점들은 제대로 제기조차 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선거 자체만 놓고 보면, 정파적 선호가 분명한 대의원 간접 선거의 한계, 기존 집행부 세력 교체를 내세운 선본에 대한 신뢰 부족,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혁신안들, 총연맹 자체에 대한 낮은 기대 수준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구도가 비단 이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0년이 넘게 매번 선거 때마다 비슷한 패턴의 투표, 선거운동, 정파간 공조가 반복되었다. 결과 역시 비슷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선거 기획’만으로 진정성 있는 혁신 논의와 지도력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혁신과 투쟁을 내세운 지도부가 당선된 것은 특수한 정세 속에서만 가능했다. 민주노조 운동 내 뿌리를 박은 사회적합의주의, 실리주의 노선의 힘일 것이며, 반대로 혁신을 주장하는 민주적 계급적 운동 진영의 대중적 허약함을 방증하는 것일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올바른 지도력 구축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토대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동맹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선거가 끝나고 6기 집행부가 출범한 지금, 민주노조 운동의 올바른 지도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노동조합 개혁 운동이다. 정권과 자본을 대상으로 한 운동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자체를 대상으로 한 운동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운동이 역동성을 잃어버리는 것에 비례하여 총연맹에 새로운 지도력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에게는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지도력을 만들어 낼 자원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자본에 맞서는 사회운동 조직임과 동시에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임금, 노동조건을 교섭하는 제도적 기구이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노동조합은 운동의 주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용노조를 민주화하기 위한 1980년대 민주노조운동, 기존 노조들의 정파적 분열과 권위적 현장 통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진행된 이탈리아 공장 평의회 운동이 그 예다. 상층 관료 중심으로 정치권 로비에만 매몰된 노조운동을 개혁하기 위한 1990년대 중반의 미국 국제서비스노조의 조직화 운동, 그리고 가장 최근 내부의 신자유주의 개혁 노선을 뿌리 뽑고 노동조합 운동을 사회주의 이행을 위한 중추적 기관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남아공노총이 벌인 정풍 운동도 대표적 예라 할 것이다. 노조 개혁 운동은 기존 노조 운동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지도력도 만들었다. 어용 노조 개혁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전노협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굳이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평의회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트렌틴 지도부, 미국 서비스노조 조직화 운동에서 만들어진 스턴 지도부와 <승리를 위한 변화> 노조 역시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지도력이다. 물론 한국 노동자 운동에서 민주노총 건설 이후 노동조합 개혁과 관련한 흐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별 노조 극복을 위한 산별노조 건설 운동, 총연맹 강화와 노조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총연맹 직선제 규약 개정 운동, 민주노조의 계급 대표성 재구축을 위한 전략 조직화 사업 등 여러 수준에서 노조 개혁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운동들은 현재 정체되었거나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노조 모델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 조합원들의 상태와 동떨어진 상층 지도부만의 의지, 진정성이 빠진 채 당위적으로만 추진된 사업 방향 등 여러 원인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들 속에 빠진 한 가지 핵심 문제가 있다. 노동조합의 변화를 이끌 자원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기계를 만들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설계도만이 아니라 기계를 만들 재료와 움직일 동력원이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운동들은 그럴싸한 모델을 제시하는 것에 비해 정작 그 운동을 시작하고 확대하기 위한 자원을 만드는 데는 지나치게 소홀했다. 이러한 평가는 이번 총연맹 임원 선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지난 집행부를 비판하며 새로운 혁신의 지도력을 주장한 세력이 정작 그 혁신에 필요한 동력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최초의 동력은 우선 노동조합 운동의 변화를 바라는 세력들의 동맹을 통해 만들어야 한다. 존재하는 활동가 자원도 하나의 운동으로 모아내지 못하면서 ‘아래로부터, 대중으로부터’를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바닷물에서 소금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크기 이상의 결정이 있어야 하듯이, 아래로부터의 혁신 운동이 있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활동가 운동이 있어야 한다. 현재 노동조합 운동 내 상황에서 최소 규모 이상의 씨앗을 특정 정파 혼자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한국 노동조합 개혁을 위한 운동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초정파적 운동(반(反)정파 운동이 아니다)과 다양한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동맹을 필요로 한다. 현재의 실리주의적 노동조합을 바꾸어 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정파의 경계를 넘어 활동가들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권, 평화, 여성 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의 자원들도 노동조합 개혁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노동조합은 한국에서 진보를 만들어 온 여러 사회운동의 자원을 받아들이기 위해 공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 여러 사회운동 진영은 민중운동의 가장 큰 기반인 노동조합을 사회운동 기관으로 바꾸어 내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향해야 한다. 1970년대 이탈리아 평의회 운동은 청년들의 68혁명으로 분출한 자원을 초정파적 노조 개혁 운동으로 받아들였고, 1980년대 한국 민주노조 운동은 민주화 운동의 힘을 노조 민주화 운동의 동맹으로 삼았다. 1990년대 미국 서비스노조의 개혁 운동은 지역의 인종차별철폐운동, 여성운동, 소비자운동과 함께 조직화 동력을 만들었고, 2000년대 남아공노총의 개혁운동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반발하는 전선 내 모든 세력의 힘을 모았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2010년 노동조합 사수 투쟁을 노동조합 개혁 운동의 계기로 만들자 이명박 정권의 거세지는 노조 탄압은 노동조합 운동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공공성 투쟁,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아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은 민주노조에게 사회운동을 포기하라는 정권의 메시지다. 열악한 노조 운동 조건 속에서 투쟁을 쟁취한 노동조합 간부 숫자를 줄이고 나아가 사회운동 참여를 가로막으며, 초기업적 교섭과 복수노조를 원천봉쇄하는 개악 노조법은 노동조합 운동을 법적으로 사회운동으로부터 분리시키겠다는 정권의 강력한 의도다. 정권의 탄압 강도를 볼 때, 적당한 소극적 대응으로 위기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1979년 대처 정부가 추진한 노조 탄압과 노조법 개악을 노동당의 정권 재탈환과 일부 조항의 변경만으로 극복하려 했던 영국 노동운동이 결국 사회운동적으로도, 노조 자체의 유지에도 실패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반대로 산별노조 불법화, 3자 개입 금지, 노조설립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1980년대 신군부의 개악 노동법을 민주노조의 연대 투쟁, 반독재 선봉 투쟁으로 극복하며 성장한 전노협 운동의 경험 다시 떠올려야 한다. 우리는 이미 노조 탄압을 운동으로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0년 노동조합 개혁 운동은 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서는 한국 노동자 운동의 해법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실리주의에 빠져 있는 현재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민중과 함께 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하고 혁신하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운동을 다시 사회운동으로 개혁하는 것이 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서는 최고의 투쟁이라는 것이다. 개혁의 방향은 총연맹-민중연대 전선 구축, 페미니즘적 노조 혁신, 정규직-비정규직 단결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운동의 시작을 위해 노동조합 정파들, 사회운동 세력들의 동맹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정권의 노조 탄압을 노조 개혁을 위한 기회로 만들 동맹이 필요하다. 특히 그 동안의 실리주의적 노조운동을 비판해 왔던 민주적 계급적 운동 진영에게 이 동맹을 가장 먼저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총연맹을 중심으로 단결하여 정권과 맞서 싸우는 일에 한 치의 분열도 없어야 함은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10년,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정권과 자본에 맞선 전투를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