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사업장을 묶어세우고 정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7월 1일자로 타임오프제가 시행되었다. 정권과 자본은 개악 노조법 시행을 기회로 민주노조를 현장에서부터 무너뜨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동부는 아예 초법적 매뉴얼까지 작성해 노조 파괴를 현장 지도하고 나섰다. 노동부가 발표한 타임오프제 매뉴얼은 사실상 노조 간부가 회사의 허락을 받아 활동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의 대상을 협소하게 규정해 회사의 허가를 받지 못한 노조 활동은 모두 유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동부 매뉴얼을 바탕으로 기아차, GM대우 등에서 작성한 전임자에 대한 근태관리 매뉴얼은 부서장의 승인을 받지 못한 활동에 대해서는 이후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게 되어 있다. 매뉴얼을 그대로 따른다면 전임자 수가 최고 90%까지 줄어드는 대공장의 경우 노조 활동은 고사하고 임단협 교섭 시간도 확보할 수 없다. 심지어 매뉴얼은 전임자 관련 조항도 아닌 조합원, 대의원 교육에 대해서도 무급을 적용하게 되어 있다. 아예 이 기회에 노조 활동 자체를 금지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다. 위법성이 다분한 내용이지만 이러한 노동부의 현장 지도 지침은 현실에서 노조 단협 투쟁에서 사용자가 교섭을 파행으로 몰고 가게 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 개악 노조법은 노조 탄압을 작정한 자본에게 큰 무기다. 금속노조 KEC지회가 대표적이다. KEC 사측은 노조 전임자 문제를 빌미로 단체협상 과정에서 6월 30일 직장폐쇄와 용역깡패 투입을 단행, 본격적으로 노조 파괴에 나섰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충남 엠시트지회, 경기 케피코지회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 역시 예전과 달리 단협 과정에서 전임자 등의 문제를 빌미로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정권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아예 노동부에서 타임오프제 관련 단협을 정부 뜻대로 관철하기 위한 감독관을 파견해 놓은 상황이다. 또한 정부는 공공노조 사회연대연금지부, 가스공사지부 등에 대해 단협 해지 이후 강경 입장을 계속 유지하며 자본의 노조 탄압이 정권 차원의 계획임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 속에 민주노총은 아직까지 총노동 투쟁 전선을 만들고 있지는 못하다. 지금까지 대응은 단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들이 사업장 차원에서 힘겹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수준이다. 금속노조는 2010년 170개 임단협 사업장 중 7월 18일까지 101개 시업장이 전임자를 현행 유지 혹은 단협 현행 유지 후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밝혔지만, 전임자 수가 크게 줄어드는 대공장 사업장의 경우 여전히 교섭 자체도 제대로 열리고 있지 못하다. 금속노조는 7월 21일로 예정했던 총파업을 연기하고 휴가 이후 투쟁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다수의 사업장이 단협해지에 이은 사측의 교섭 회피를 겪고 있는 (가)공공운수노조준비위(구 공공운수연맹)는 7월 17일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 결집대회를 계획했으나 산하 노조들의 여건으로 대회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총연맹 차원의 대응은 위원장 단식 농성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아예 없다. 민주노총의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타임오프제의 이후 효과는 매우 파괴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단협 투쟁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듯이 타임오프제의 목표가 단순히 전임자 숫자를 몇 명 줄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임오프제의 시작은 일부 사업장에서의 전임자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시작하겠지만, 타임오프제가 확대한 자본의 항시적 노조 활동에 대한 개입은 기층 현장에서부터 노조 활동에 대한 제약과 사회운동에 반하는 관행을 만들어 낼 것이다. 당장 노동부가 제시한 타임오프 매뉴얼에 따르면 유급 전임자는 상급단체 파견을 비롯하여 사업장 외부 활동 일체를 할 수 없으며, 심지어 산별노조의 회의도 나갈 수 없다. 한 예로 철도공사는 최근 열린 철도노조 대의원대회 참가자에 대해서도 모두 무급 처리하겠다며 노조 간부들을 협박했다. 더 나아가 가스공사의 경우는 아예 풀타임 유급전임자 5명을 제외하고는 무급 전임자도 인정할 수 없다고까지 밝히고 있다. 노조 간부들은 이제 매번 타임오프의 적용 유무를 가지고 사측과 장기간의 싸움을 해야 할 형편이다. 임단협 투쟁 한번만 해도 기진맥진해지는 현재 노조 운동 속에서 이러한 사측의 규제가 활동가들의 자기 규제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민주노조 vs 현대차그룹, 어차피 우회할 수 없는 투쟁이다 민주노조 운동 진영은 당장 법개정을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우선은 타임오프제가 현장에서 정권과 자본의 의도대로 실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자본의 선봉임을 자임하며 타임오프제를 관철시키는 현대차그룹과의 싸움이 타임오프제 성공 여부의 상징이 될 것이다. 기아차지부를 비롯하여 현대위아지회, 케피코지회, 엠시트지회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 대부분이 단협을 체결하고 있지 못하다. 정권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이 번 기회에 금속노조 자체를 손 보겠다는 기세다. 금속노조는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 집중 집회를 비롯하여, 8월 기아차지부 파업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에 대한 집중 투쟁을 조직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차 자본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기아차 사측은 노조가 전임자 문제로 교섭을 끌고 있으며 무쟁의 타결 시에 현대차에 준하는 임금 인상, 성과급, 주식 등을 제공하겠다고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있다. 매년 현대차에 비해 적은 임금 인상으로 쌓인 조합원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지부는 휴가 이후 파업을 조직하여 타임오프 투쟁 전선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협이 2011년 3월까지라 타임오프에 현재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현대차지부의 이경훈 집행부가 ‘실리’ 중심의 임투만을 지향하고 있는 상황이라 현대차 타결 이후 자칫 기아차지부 조합원들의 현대차 따라잡기가 파업 투쟁 전선을 허물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지부의 활동가들은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한 현대차지부 집행부가 기아차지부 임단협 투쟁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견인해나가야 한다. 현대 자본의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현대차지부고 현대그룹의 노조들을 식물 노조로 만드는 것이다. 타임오프제는 내년 현대차지부의 손과 발도 묶을 것이다. 금속노조를 강화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지켜나겠다는 현대차지부의 현장 활동가들은 기아차지부의 타임오프 관련 단협 투쟁이 기아차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반노조 공세에 맞선 싸움이라는 것을 양 지부 조합원들에게 알려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타임오프 건만이 아니라 세계경제위기 속에서 앞으로 재벌 대기업의 반노조 공세에 맞선 투쟁이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는 점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2008~09년 경제위기 과정에서도 보았듯이 재벌 대기업들은 위기를 명분으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국민경제 전체를 수탈한다. 현대그룹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2009년 사상 유래 없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납품업체들을 쥐어짜고,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은 결과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보았던 재벌 대기업들의 경제 위기 속 성장은 고용, 임금에 대한 유연화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철저한 착취를 통해 이루어진다. 2009년 현대차그룹 노동자들은 그다지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제2, 제3의 경제위기가 온다면 작년과 같은 타협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파산과 신용경색에 대한 대응으로 세계 각국 정부가 쏟아부은 돈은 최근 재정위기라는 형태로 세계 경제를 다시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위기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위기가 다른 형태로 변형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으로 다시 닥칠 경제 위기는 기업 내에서 적당히 노사 타협하고, 기업 외부에서 나머지 부분을 수탈하는 정도로는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그룹 내 노동자들의 단결을 통한 노동조합의 강화, 금속노조 차원의 전국적 계급 단결 없이는 2009년 미국자동차노조가 몰락했던 그 길을 그대로 가게 될 수 있다. 현대, 기아지부를 포함한 금속노조의 공동 투쟁을 한 해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전략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총연맹, 투쟁 사업장들을 묶어세우고 정권의 추가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편, 이번 타임오프제 투쟁만큼 사안에 비해 총연맹의 존재감이 없는 투쟁도 드물었다. 총연맹은 전략적으로 타임오프 투쟁을 현장과 논의하고 조직해야 하는 시기에 별 다른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한 반MB연대와 지방선거에 모든 역량을 쏟았었다. 개악 노조법과 관련한 투쟁은 2009년 12월의 1박2일 전간부 상경 투쟁과 얼마 전부터 시작된 김영훈 위원장의 단식 농성이 전부다. 이는 분명 현 총연맹 지도부의 실책이다. 타임오프 관련 투쟁이 기업별 단협과 깊게 연관되어 있고, 총연맹이 산별노조가 관장하는 기층 노조의 단협 투쟁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총연맹이 상반기 내내 공허한 반MB연대와 그에 연계한 지방선거에만 매몰되어 민주노조 운동의 치명적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을 총연맹이 할 수 있는 만큼도 하지 못한 것은 분명 평가가 필요한 지점이다. 총연맹은 지금이라도 금속노조, 공공운수연맹, 보건의료노조 등에서 타임오프 및 노조탄압 관련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들을 묶어 세워 다시 한 번 대정부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노조 탄압 분쇄 투쟁을 전국적으로 묶어 세워 정부가 개정 노조법을 무기로 현장에 개입하는 것을 막아내고, 정부의 반노조 정책을 사회적 쟁점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더군다나 2011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까지 더해지면 현장의 노조 활동은 더욱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에 올 해 투쟁을 제대로 조직해야만 한다. 국외의 경험으로 노조 간 경쟁으로 힘을 잃는 것은 노조 측이 대부분이었다. 더군다나 어용노조 관행이 남아있는 한국의 노사관계 현실에서 현행법은 어용노조를 통해 복수노조 간 창구단일화 절차를 매우 어렵게 가져갈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측의 반노조 공작이 극에 달할 수도 있다. 민주노조 사수 투쟁을 정부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고용지원서비스 민간위탁, 단시간근로일자리 및 변형근로제 확대 방안 등의 노동유연화 정책들에 대한 투쟁으로 이어가는 것 역시 반드시 고려한다. 정부는 작년 초부터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노동법 재개정과 정부 고용 정책을 논의해 왔는데, 최근 중간착취를 규제하는 직업안정법을 전면 개정하여 파견중개업을 대형화하고, 파견법을 개정으로 인한 논란을 우회하기 위해 고용서비스촉진법을 새로 만들어 파견업을 대폭 확대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공무원 노동자를 상대로 시범 실시하고 있는 단시간근로시간제 역시 전 산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많은 사업장에서 불법이지만 일반화된 불법 파견 노동자 사용을 아예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며, 자본의 의도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노동시간의 유연화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 보겠다는 것이다. 90년대 대폭 확대된 노동 유연화의 종점인 셈이다. 앞으로 당분간 경제 위기가 반복될 것이고 정부는 이를 노조 파괴와 노동유연화를 통해 해결하려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투쟁은 현재의 노조 파괴 공세를 막아내고 정부의 고용 정책, 위기 해결을 위한 경제 정책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폭로하는 것에 집중되어야 한다. 현장의 노조 파괴 책동을 막아내는 것이 그 시작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안녕하세요. 노동자운동연구소입니다. 6월 이슈 리포트로 한국전자산업현황과 노동자운동의 대응방향을 만들었습니다. 전자산업 노동자 문제는 최근 대만계 전자업체인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13명의 노동자가 자살하며 세계적 이슈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삼성 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구로 반월 시화 구미 등 전자 산업 밀집 공단의 노동 조건도 심각한 상황인데, 노동자 수로만 보면 자동차 중공업 등의 금속 노동자보다도 많지만, 자본의 필사적인 노동탄압으로 산업 내 노동권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자 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는 한국 노동자 운동에게 매우 중요한 해결 과제입니다. 특히 제조업 산별 노조로 발전하고자 하는 금속노조의 경우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른 전자 산업 노동자 조직화 문제를 우회하고는 양적 질적 발전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본 보고서에서는 한국 전자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노동자운동이 전자 산업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과제를 알아봅니다. 주요 내용 - 전자산업의 생산 방식 - 한국 전자 산업의 노동자 - 전자산업 노동자 조직화 방안
세계경제 국가채무의 부도사례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에 주는 시사점 세계정세 한미 FTA 한국경제 민선5기 지방재정 건전화 5대과제 한국정세 지자체 지방재정 위기(성남시 채무지급유예) 박근혜표 복지 노동 총연맹 – 민주노총, 7월 투쟁사업 계획 수립 – 타임오프제 분쇄 및 노동탄압 분쇄 산별연맹(노조) 투쟁 계획 – 민주노총 부위원장 실업급여 부정수급 관련 여성 <여성과 금융위기>(실비아 월비)_본문 주요내용 요약과 노조페미니즘 팀 토론
6ㆍ2 지방선거가 끝난 후 평가가 분분하다. 그러나 선거과정이 그랬듯이 평가에서도 ‘MB심판에 대한 대중의 민심’, ‘민주대연합의 승리’라는 진단 이외의 다른 쟁점들은 여전히 잠복되거나 억압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른바 반MB연합에 비판적이거나 거리두기를 했던 세력, 조직들은 평가에 신중하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그 과정과 결과만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낼 효과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 선거 직후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완주를 두고 형성된 여론지형은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전주곡처럼 들린다. 선거전술로서 진보대연합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운동의 독자성에 대한 회의와 부정을 포함하는 주장들도 이미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대연합 구도가 형성되는 데 기여했던 정치적ㆍ정책적 쟁점들을 더욱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시도들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이미 드러났듯이, 이와 같은 정치지형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운동방향이 민주대연합을 넘어서려는 시도에 대해 상당한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 평가는 향후 전개될 정세와 정치지형에 대한 사회운동의 대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적 구도와 몇 개의 단일 이슈 중심의 ‘신자유주의 네거티브 선거’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대체로 민주당의 완승, 한나라당의 대패로 요약된다.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민주당은 7석, 정당 비례대표 35.1%을 차지했고 한나라당은 6석, 정당 비례대표 39.8%를 얻었다. 그리고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후보가 경남과 제주 광역단체장으로 당선되었다. 의석수만으로는 아주 큰 차이가 아니지만, 이전 지방정부 수권정당이 한나라당 일색이었던 현실에 비추어 상당한 변화라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는 과거의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11개 지방정부를 수권하였다. 민주당이 광주와 전남 두 곳을, 열린우리당이 전북 한 곳을 수권하였고, 제주는 무소속 당선이었다. 의석수만 놓고 보자면, 이번 선거에 비할 데 없는 한나라당의 완승이었다. 또한 2002년의 지방선거에서는 선거 직선제가 본격화된 1987년 이후 치러진 모든 종류의 선거를 망라하여 가장 큰 폭의 표차를 만들며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를 통해 획득한 표는 총 880만 표로 487만 표를 얻은 민주당을 393만 표만큼 앞섰다. 그 결과 광역단체장 의석은 한나라당 11석, 민주당 4석, 자유민주연합 1석으로 배분되었다. 2002년 처음으로 도입되었던 정당 투표를 기준으로 해도 한나라당은 859만 표, 민주당은 479만 표로 380만 표 차를 벌였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정작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방선거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몇 가지 경향성이다. 우선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단연 우세하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도 정권심판론이 회자되는데, 이는 이번 선거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역대 총선결과를 함께 놓고 본다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며, 특히 정권 말기에 선거가 치러질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이 투표성향이 일관되게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2년 선거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같은 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정권심판론은 선거에서 승리한 세력의 주도력을 확인해 주기보다는, 대중의 일관된 정치적 경향성이 해체되고 정치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를 규정할 만한 고유한 특징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과거의 지방선거는 대체로 집권정당 심판이라는 정치적 구호와 지역별 발전전략이 결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몇 개의 단일이슈 중심의 전국적 구도가 유지되었다. 물론 각 지역마다 특수한 지역적 쟁점이 없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세종시 논란 등 몇 개의 단일 이슈를 중심으로 전국적 구도가 확고하게 짜인 것이 이번 지방선거였다. 전국적 쟁점에 근거해 오히려 지역적 쟁점이 확장되기도 했는데,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사회운동의 고민을 돌아보면 이와 같은 차이는 명확해진다. 당시 사회운동의 활동은 한미 FTA 반대운동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에 집중되어 있었다. 사회운동 주체들이 선거공간을 활용하여 이러한 운동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역별 쟁점을 중심으로 형성된 선거지형 속에서 전국적 사안을 쟁점화하기란 매우 힘들었다.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차이는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 그리고 선거구도의 정치적 성격을 말해준다.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집회·시위의 자유(서울광장)란 쟁점은 민주당과 개혁주의 세력들의 입장에서 한나라당과는 평행선을 달리는 정치적 소재지만, 진보진영과도 이미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반면 한미 FTA, 비정규직 문제, 파병문제, 노동법 개악 등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일말의 공유지반도 없는 수많은 이슈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것도 쟁점화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그리 많지 않은 정책적 차이가 매우 과장·극대화된 신자유주의 세력들간의 네거티브 선거였다고 집약해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근거를 더 보태자면 선거의 속성상 집권여당에 대한 정치공세를 위해 빠질 수 없었던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문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기조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는 경제위기가 쟁점화되는 순간 민주당이 내놓을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선거구도는 민주당과 개혁주의 성향의 시민단체들에 의해 기획·주도되었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을 포함하여 구성된 5+4 연석회의에서 선거연합의 전제조건으로 정책적 의제들을 ‘필터링’했던 과정을 상기해보자. 한미 FTA, 비정규직 문제를 민주당이 거부하여 협상이 지체될 때마다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중재자를 자임했다. 그러나 중재의 내용은 번번이 민심을 명분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단결하라는 주문이었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역설적 지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이후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현장의 정치활동 붕괴, 정치방침 수립의 어려움이 항상 거론되어 왔다. 그를 극복하기 위한 취지로 진보정당 대통합운동이 작년부터 개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민주노총의 대응은 혼란과 무기력 그 자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올 3월 경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민주노총 정치방침은 수많은 논쟁과 수정 과정을 거쳐 5월 중순 경 최종 확정되었다.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쟁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가 복수 출마할 경우, 특히 그 중에 진보정당의 후보가 독자출마와 ‘반MB연합 후보’로 나뉠 경우의 방침에 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논의는 5+4 연석회의의 합의사항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즉 기초의원이나 비례의원의 경우 복수의 진보정당 후보에 대한 추천, 지지를 열어두는 방향으로, 그리고 그 외 부문의 경우 양쪽 모두 지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민주당 후보인 반MB연대 후보 지지를 열어두는 방향으로 정치방침을 수정해 나갔다. 이러한 방침 아래서 진보정당 통합을 위한 서약서나 광역단체장 복수 출마의 경우 조합원에 한해 지지후보로 결정한다는 단서조항은 형식적인 의미 이상을 가지질 수 없었으며, 실제로 각 지역에서 쉽게 무력화되었다. [%=박스1%] 이러한 정치방침이 사실상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의미했다는 사실은 민주노총 지역본부마다 지지후보가 결정된 과정이나 실제 진행된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16개 광역단체장 후보에 대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이 세 개 그룹으로 나뉘었다. 민주노총 지지후보를 결정한 지역 5곳(강원, 경기, 경북, 전남, 충북), 복수 출마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지역 7곳(광주, 대구, 대전, 서울, 울산, 인천, 전북), 마지막으로 지지후보가 없는 곳(경남, 부산, 제주, 충남). 이 중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두 번째 그룹은 대부분 진보신당이 독자 출마를 한 지역이다. 그리고 지지후보가 없는 지역은 대부분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모두 출마하지 않은 지역이다. 지지후보를 결정한 첫 번째 경우도 내막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경기의 경우 민주노총 경기본부가 심상정 후보 지지를 형식적으로는 결정했으나, 실제로는 정책협약식을 통해 유시민 후보를 지지한 사실이 알려져 있다. 강원의 경우 민주노동당 후보가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결정되었으나 중도 사퇴하여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였다. 그리고 대구와 전남의 경우 민주노동당 후보가 지지후보로 결정되었으나, 알다시피 이들 지역은 민주노동당의 독자출마가 전체 선거 판세에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곳들이다. 따라서 온전한 의미에서의 민주노총 지지후보는 충북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충북의 경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3개 진보정당이 합의를 통해 진보신당의 후보를 단일후보로 추대하였고 민주노총 충북본부도 지지후보로 승인하였다. 그러나 실제 득표율은 대구의 5.61%, 전남의 10.86%에도 한참 못 미치는 2.84%에 불과했다. 노동조합 기층의 실제 선거활동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상황전개를 되짚어 본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민주대연합’을 성사시키는 데 시민단체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민주노총이었다. 그리고 민주노총 선거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치방침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선거 시기 소속 조직과 조합원들의 정치활동 방향과 지침이라는 본래의 의미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각 지역 본부들이 선거연합 전술을 판단하는 데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였다. 즉 이번 선거에서의 이른바 야권연대, 민주대연합의 실제 내용이 후보연합전술을 의미하고,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각기 다른 판단을 하는 조건에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각 지역본부가 ‘공식적으로는 할 수 없는 활동’과 ‘비공식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활동’을 지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범공공부문 노조의 적극적 선거대응과 ‘보편적 복지’ 쟁점 산별노조들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에 많은 관심을 두고, 나아가 직간접적인 선거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인 곳은 단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그리고 보건의료노조이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각기 시국선언 참여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노조활동에 대한 전면적 탄압이 지속되던 가운데, 민주노동당에 대한 후원금 납부를 빌미로 한 대대적인 징계가 진행 중에 있다. 따라서 징계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는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가 노조탄압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선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다면, 보건의료노조는 자신의 운동과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선거에 능동적으로 개입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일이년 전부터 쟁점화시켜 온 ‘보호자 없는 병실’을 비롯하여 의료민영화, 영리병원, 의료법 개악 반대를 정책요구로 내걸고 이를 수용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였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이들 세 노조의 선거활동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전제 하에서 ‘당선 가능한 후보’에 대한 지지·지원에 집중되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지지 경향이 강했던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민주노동당이 ‘민주대연합’에 가담하자, 공개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지원활동을 벌였다. 선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산별노조가 주로 범공공부문의 노조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공공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공격이 지속되고, 최근에는 노동조합을 아예 무력화시키려는 집중포화가 이어져 왔던 상황과 관련되는 문제다. 이러한 조건에서 기층의 대응력과 활동력이 축소·붕괴된 노조의 경우 상당한 타협과 정부가 제시하는 노동조합 노선에 대한 적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사실상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이전 민주당 정부 집권시절에도 정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탄압 양상은 노조의 활동력이 상당 부문 붕괴된 가운데 그 ‘체감도’가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현재의 집중적인 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선거나 정치권의 권한과 같은 제도적 수단을 활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층의 활동력을 복구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공세적인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매우 우려스러운 결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이번 지방선거가 민주노총 특히 범공공부문 노조들 내에 이른바 ‘보편적 복지’ 쟁점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노총 내에서의 복지 관련 논의는 ‘사회연대전략’ 논쟁 당시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 제안처럼 전사가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 담론, 그리고 그 정책과제로 기획·제기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 그리고 지난 지방선거 당시 예고편으로 등장하여 이제 본격적인 활동이 개시되고 있는 ‘건강보험 하나로’ 사업은 이전의 논쟁지형을 훨씬 초과하는 쟁점들을 내재하고 있다.(건강보험 하나로 쟁점은 이 책 중 ‘건강보험 하나로, 어떻게 볼 것인가’(최윤정, 김동근)를 참조하라) 보편적 복지 담론이 그 내용 면에서 몇 년 전 사회연대전략의 재판인 듯 보이지만, 그 주체나 추진 방식은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사회연대전략이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진보진영 내부에 복지 확대를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나 경로창출 방식을 제안한 것이었다면(물론 좁은 의미에서 볼 때), 현재 제기되고 있고 특히 지방선거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보편적 복지 논의는 정치세력의 재편을 전제로 하는 정치적 기획의 성격이 강하다. 즉 민주대연합 구도를 지속해 나가려는 민주당 개혁세력과 시민단체들에게 보편적 복지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진영과 제휴할 수 있는 유력한 매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미 무상급식, 보호자 없는 병실, 기초노령 연금의 현실화 등 노동자운동 내의 복지 관련 요구를 상당부분 수렴하였다. 대부분의 정책과제들이 민주당의 기존 입장과는 일치하지 않거나 반대되는 것들이다. 선거 이후 민주대연합을 적극 추진했던 여러 정치세력들은 ‘보편적 복지’를 내건 다양한 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부영, 이수호, 주대환 등이 주축이 되어 최근 구성된 ‘(가칭)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가 대표적이다. 또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비롯하여 보편적 복지 담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그룹들은 지방선거 이후 보편적 복지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이 새롭게 재편되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정책적 쟁점을 다루는 데 노동자운동이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지형과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복지확대에 대한 낙관적 기대나 개별 정책과제에 대한 지지 차원으로만 최근의 보편적 복지 논의에 접근하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정치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범공공부문 노조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시적인 입장과 활동을 드러내지 않은 공공노조의 경우 ‘보편적 복지’ 노선에 대한 지지 경향이 강한 만큼 현재와 같은 논의지형이 어떤 방향으로든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물론 공공노조뿐 아니라, 지방선거에 비해 전국적 차원의 정책적 쟁점화가 더 용이한 총선, 대선 등 중앙선거 일정을 준비하면서 범공공부문 노동조합을 포섭, 순치하기 위한 개혁세력의 시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전국적 정치구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역의 시민단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대연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은 지역에서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많은 지역에서 중앙의 5+4 연석회의에 소속된 시민단체과 계통성을 확보하면서 시민단체간 연대구조가 형성되고, 중앙의 활동을 모사하여 공동의 지역정책 의제를 제안하고 선거연합을 구축하기 위한 활동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중앙의 논의가 그러했듯 지역의 활동 역시 실제로는 진보정당, 야권후보들간의 후보연합전술을 중재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몇몇 지역에서는 ‘풀뿌리 정치 강화’를 기조로 지역의 진보적인 의제를 구축하고 진보진영 내부의 통합력에 근거한 유의미한 선거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오히려 예외적일 만큼 지역에서의 후보단일화 바람은 거셌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앙의 논의에 비해서 훨씬 통합력과 강제력 있는 후보연합을 성사시키기도 하였다. 전국 최초의 ‘야권단일화’에 이어, 최초의 ‘수도권 진보정당 구청장 당선’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인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알려져 있듯이 인천은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 간의 ‘진보대연합’ 합의 역시 가장 최초로 이루어진 곳이다.) 지역 내의 정치구도, 정치세력간의 관계와 영향력을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추상적인 원칙과 기준 중심의 중앙의 논의보다 후보조정 논의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요컨대 시민단체들의 정치 활동은 낙천낙선운동이 꾸준히 진화해온 결과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연합, 그리고 후보 발굴 사업을 통한 자체 후보출마 등 과거 어느 선거보다 매우 적극적인 방식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추동한 동인은 과연 무엇일까? 이른바 ‘공동정부’ 구성 등을 내세우며 당선자 인수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통해 그 일단이 이미 드러났다. 또한 더욱 세부적인 양상은 앞으로 지방정부 운영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개입방식을 통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우선하여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과 자원에 관계된 문제다. 중앙의 시민단체들의 경우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정치적 협력관계가 이명박 정부 들어 해체된 이후 그를 상쇄하기 위한 다양한 정치적 기획을 추진해왔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지방선거를 압도한 몇몇의 정치적 단일 이슈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경우 시민단체의 정치적 지위나 지방정부 및 개혁세력과 분점할 수 있는 정치적 자원, 그리고 선점할 수 있는 자유주의적 정책이슈가 중앙에 비해 매우 협소하다. 또한 이러한 조건을 극복해 나갈 만한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역량도 대체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단적으로 촛불집회를 통해 쟁점화 된 정치적·정책적 의제들이 지역 차원에서는 좀처럼 대중적으로 확장되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의 시민단체들 대부분은 일관된 운동노선을 정립하지 못하고, ‘풀뿌리 자치운동-지역적 의제개발’과 ‘정책적 개입 중심의 상층운동’ 사이를 실용적으로 오간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지방정부 수권이 장기화되고 이명박 정부 집권 아래서 시민단체들의 활동기반은 점차 축소되는 과정을 밟아 왔다. 이러한 조건에서 시민단체들이 유용하게 선택할 수 있는 운동경로는 중앙으로부터 형성되는 전국적 구도와 정치적 쟁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차원에서 지방정부를 비롯한 제도적 영역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시민단체의 그러한 활동방식과 정치적 지향이 결합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제공했다. 이른바 민주대연합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단호한 태도와 입장 앞서 짚은 내용들은 민주노총이 이번 지방선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 주요 쟁점에 대한 평가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구조적인 문제와 운동 과제에 대한 평가가 심도 깊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쟁점들이 포함될 것이다. 우선 민주노총이 근 십여 년에 걸쳐 추진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현재적 진단과 평가는 어떠한가? 이번 지방선거는 진보정당의 양적 성장, 선거활동 중심으로 추진되어온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운동이 분당이라는 정치적 조건 아래서 실질적으로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는 계기였다. 그렇다면 다시 문제는 어떠한 정치세력화운동인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며,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사회운동 조직의 역할은 무엇인가 역시 놓칠 수 없는 쟁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운동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영향력과 정치적 지위는 매우 역설적인 방식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사회운동 조직은 극도의 무기력, 무능력을 드러냈다. 지역의 정치자원을 신자유주의 개혁세력과 분점하기 위한 시민단체 주도의 활동경향과 단절하고, 지역 노동자운동, 사회운동 정치력을 강화하는 운동 전략에 대한 모색이 다시금 본격화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자 운동, 사회운동의 운동과제들이 자유주의적 정치쟁점에 포섭되거나 억압되지 않기 위한 정치적 기획과 대응역량의 구축이라는 과제가 있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노동권의 요구를 정치 쟁점화하기 위한 더욱 공세적인 운동기획은 물론, 개혁주의 세력들에 의해 주도되는 정책적 이슈를 다룰 때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요구를 부차화하거나 분리하지 않는 신중한 접근이 모색되어야 한다. 결국 이와 같은 쟁점과 과제는 이른바 ‘민주대연합’, 그리고 그 실체로서 제안되고 있는 여러 형태의 사회개혁과 정치재편 논의에 대한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의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할 것이냐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로 간의 크지 않은 차이를 과장하면서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쟁점들을 은폐·축소하는 신자유주의 지배세력 일반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단호한 비판이 있다.
전체 노동자 공동요구·공동투쟁의 단초를 만들자! 2010년 5월 28일, 최저임금위원회 산하 임금수준전문위원회에서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 단체들이 최저임금 동결안을 제출했다. 민주노총은 6월 4일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했고, 이후 6월 7일 경총 앞에서 농성을 하며 동결안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6월 11일 열린 전원회의에서도 사용자 단체들은 최저임금 동결을 고수했다. 최저임금위원장조차 수정안 제출을 요구했지만, 경영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을 또 다시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요구안 _ 시간당 1070원 인상하자! 민주노총은 2011년 1월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올해 4,110원보다 26%인상된 시급 5,180원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 월 정액임금 누계평균(2,153,500원)의 절반 수준인 1,076,700원(주 40시간 기준)을 목표로 산출한 것이다. 법정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들이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 하한선이며, 더 이상은 내려서는 안 된다는 최후의 저지선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열악한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생계는 전적으로 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제 생계가 가능하도록 보장되어야 하며,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 매년 최저임금이 조금씩 오르기는 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생활안정과 기초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매우 낮은 수준이다. OECD등 국제기구의 자료만을 보더라도 한국의 최저임금이 얼마나 낮은 지 알 수 있다. 한국은 전체 임금 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의 2/3이하를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OECD중 가장 큰 국가이다. 또한 OECD가 2010년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은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수준이 멕시코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수준이 낮고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노동자들간의 임금 격차가 커졌고, 시간이 갈수록 임금격차는 늘어나고 있다.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이래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임금수준과 비교해 1/3 수준을 맴돌고 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의 평균 인상액을 보면, 최저임금은 단순평균으로 3만 4천 원 인상되어, 전체 노동자 급여 인상액 평균 11만 2천 원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지난 20년 동안 2009년을 제외하면 최저임금 월급여인상액은 전체노동자 월급인상액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 동결하면 고용보장 된다는 경총의 기만성 상황이 이런데도 경총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해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했던 경총이 올해는 ‘노동생산성만 고려한다면 2011년 최저임금은 36.2% 삭감된 시급 2,624원이 되어야 하는데, 제반여건을 고려해 동결을 제안한다’며 선심 쓰듯 동결안을 내밀었다. 최저임금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저임금 단신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 정책적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고용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해묵은 주장으로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는데,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기존직원까지 줄인다’, ‘2000년을 기점으로 최저임금은 연평균 9% 이상 인상돼 영세·중소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와 같은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이명박 정권 하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경총은 생존의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동결 혹은 삭감이 고용을 보장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경제위기 하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심리를 이용해 실업 공포를 확산하려는 협박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자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자 간 경쟁과 분할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 경총이 주장하듯이 최저임금이 삭감되면 일자리가 확대되어 고용을 보장할 수 있을까. 경제위기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구체적 현실을 살펴보자. 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지키더라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적절한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무수히 많은 노동자들이 잔업과 특근을 해서 임금을 높이게 된다. 법정근로시간을 일하는 것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고, 소득이 모자라기 때문에 최대한의 연장근로를 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퇴근 후 휴식시간을 보장 받기보다 어떻게 해서든 연장, 야간근무를 통해 더 많은 수당을 받으려 한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자발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은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발한다. 자본은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이용해서 노동자들을 더 많이 착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동결되면 일자리가 확대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급해야 할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으면서 초과 착취를 통해 초과 이윤을 달성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또한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도 자세히 보아야 한다. 지난 6월 12일 노동부는 인력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제조업 등의 ‘빈 일자리’에 취업하면 취업장려수당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계획까지 내 놓을 정도면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꽤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실업률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구인난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기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저임금과 매우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다. 자본과 정권은 구인난 해소를 위해 취업자들에게 ‘구직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지만, 현재 중소기업의 임금으로는 적정한 생활이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노동조건이 개선되면 취업률이 늘어나고 구인난도 해결될 것이다. 경총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은 고용과 임금 문제를 충돌시킴으로써 노동계급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그러한 경쟁은 노동강도를 강화해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주체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 채 자본이 원하는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게 된다. 자본은 그 틈에서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신축화를 강화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급격히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최저임금을 지키는 척 하면서 악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아야 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2009년 8월 최저임금 4,000원 미만인 사람이 210만명(12.8%)이었고, 2010년 3월 최저임금 4,110원 미만인 사람은 211만명 (12.7%)이다. 평균잡아 매년 12%를 상회하는 정도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자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액을 지키는 척 하면서 다른 수당을 슬그머니 없애버려 실질 임금을 깎아버리거나, 정해진 최저임금은 깎지 못하니까 이런저런 구실로 근무시간을 교묘하게 줄이는 일이 무수히 벌어지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조차 지키지 않거나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만 만들면서, 경제위기 아래 실업대란·고용불안정의 문제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알 수 있다. 실질적 공동요구 공동투쟁의 단초를 만들자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노동자 정액급여의 절반으로 요구해 왔다. 국제적으로도 평균임금 50%나 중위소득 2/3등의 방식으로 빈곤의 기준을 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의 요구안이 합당하고 명확한 근거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최임위의 결정방식을 보면 경영계와 노동계의 힘겨루기 속에 최저임금을 공익위원들이 결정해 버림으로써 사실상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50% 요구는 실제적으로 쟁취할 목표라기보다는 요구할 수 있는 최고치로서 상징적인 의미에 머물고 있으며, 최저임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적은 대다수의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한계가 있다. 50% 요구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조합원들이 시혜적 입장을 넘어 참여하기 위한 동일한 기반을 형성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한편, 요구수준에 비해 타결수준은 매우 낮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여타 사업장과 비교했을 때 임금인상 달성률이 과도하게 낮은 것이다. 최저임금 투쟁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연대 강화는 늘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어 왔다. 이를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은 함께 투쟁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만큼 최저임금도 올라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공동투쟁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어내기 위한 노력뿐 아니라 실질적인 연대가 가능하기 위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국민임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임금요구안이 최저임금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산별노조 중앙 교섭을 확대해서 최저임금이 그 구조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최저임금이 민주노총 교섭구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저임금 요구액과 민주노총 임금요구액의 동일한 기반을 형성할 매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규직 요구액과 동일한 액수를 최저임금 인상 요구액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최고율의 인상’ 운운하는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인상액’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폭로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월급여인상액수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체노동자 월급여인상액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최소한 민주노총 임금인상 요구안과 동일한 액수 인상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는 50%요구안보다 적게 보이지만, 지속적으로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다. 즉, 현재 민주노총의 50%요구는 목표에 도달한다고 해도 50%를 고착시키는 반면, 동일한 임금인상 요구는 점차적으로 격차를 축소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상액수가 같아진다고 해서 곧바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에 적극 나서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금속노조가 정규직 비정규직 동일한 액수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단결이 확보되지 않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최저임금 투쟁 전술을 전환하고 투쟁을 확대하는 데에 유의미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 최저임금 투쟁이 절박하고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위력적으로 전개되지 못하는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기반을 만들고 단결을 모색해보는 시도를 해 보자는 것이다. 이는 비단 최저임금 투쟁뿐만 아니라 노동자간 격차가 확대되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노동자 운동이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투쟁,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하여 공동요구 공동투쟁의 단초를 만드는 것은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최저임금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경로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여성연맹과 공공노조 서경지부를 비롯한 최저임금 적용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 되어 왔다. 국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자신의 요구로 제기하고 주체화되어 투쟁해 온 것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최저임금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것에 비하여 최저임금투쟁을 위력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저임금계층의 임금인상투쟁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우 낮은 노조 조직율과 절대적 다수가 각종 차별과 초과 착취에 여과 없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 조직화의 문제, 정규직 노동자들과 공동요구를 만드는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이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투쟁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 동안 최저임금 투쟁이 가진 위상은 점점 커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은 ‘최저임금 투쟁의 달’로 많은 노동자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6월 29일까지 투쟁 수위를 높이고 6월 29일 최임위 앞 집회는 실질적인 ‘전국노동자대회’로 성사시켜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에서 우리의 투쟁이 최저임금 결정에 큰 압박이 되기는 힘든 조건도 있다. 2010년 최저임금 투쟁은 이러한 여러 한계를 극복하는 단초를 만드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 특히 6월 반짝 투쟁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지속적인 흐름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에도 현재 추진 중인 최저임금법 개악의 흐름을 놓치지 말고,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최임위 회의실 안에서는 교섭하고 밖에서는 농성하다가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흩어지고 다시 다음해 6월을 기약하는 투쟁의 패턴을 변화시켜야 한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를 바꾸어내고, 현재 최임투쟁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연대, 실질적인 임금격차 축소를 가져올 수 없다. 정규직의 임금인상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이 사실상 다른 메커니즘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위적인 요구, 시혜적 수준의 연대를 넘어,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공동요구·공동투쟁을 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나가자. 장기적으로는 투쟁전술에 있어서도 단순 동원형 농성과 집회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임위 앞 집회를 넘어서 거리시위나 파업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자본과 정권과의 승부, 전체 노동자들의 공동요구 공동투쟁을 위한 논의를 시작으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싸움을 만들어보자.
이화여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 이화여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조직하겠다고 노동조합, 학생, 지역의 단체들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즈음이었다. 학교와 용역회사는 우리 활동을 알아 차렸는지 현장의 큰 바람이었던 주 5일제를 시행하겠다며 사람들을 흔들기 시작했고, 막판 조직화 사업은 탄력을 잃은 채 휘청거렸다. 그러나 2010년 1월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관리자의 말이 ‘사탕발림’이었음이 드러나자 현장은 술렁였다. 그리고 더 이상 관리자와 학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며 8명이 첫 주체모임에 참가하기로 했다.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곳에 모임장소를 잡았지만, 그녀들은 관리자의 눈을 피해, 퇴근하는 동료들의 눈을 피해, 빙글빙글 같은 길을 맴돌다 30분 늦게 모임장소에 나타났다. 반신반의하는 그녀들을 설득한 끝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비밀리에 가입원서를 받기로 했다. 8명은 금세 2배로 늘어났고, 그 2배는 또 금세 배로 불어났다. 하지만 그 뒤로 주체모임을 두서너 차례하고, 가입자가 30명이 되자 더 이상 조합원은 늘지 않았다. 비밀리에 조직 확대가 어렵겠다는 판단 하에 우리는 1월 27일을 디데이로 잡고 출범 준비를 했다. 학교에 가입 통보와 함께 출범식 공문을 보냈다. 보통 ‘무시’로 일관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원청인 이화여대는 이례적으로 일일이 공문에 회신하며 “학교와 상관없는 용역회사 노동자들이기에 일체의 장소사용을 금하며 행사 강행 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출범식 당일 원래 실내 장소로 준비하고 있던 곳은 학교 측에 의해 이미 봉쇄됐고, 우리는 할 수 없이 야외 출범식을 준비했다. 학교는 교직원들을 총동원하여 음향 등의 집회 장비를 물리력으로 철수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용역회사 현장소장들은 퇴근 시간 이전부터 출범식 장소에 나와 매서운 눈초리로 행사에 참가하려고 하는 조합원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날씨는 비가 오는 것도 모자라 급격한 기온 저하와 함께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주춤거렸다. 모든 상황이,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궂은 날씨에도 서경지부 조합원들은 눈과 비를 뚫고 연대투쟁의 모범을 보여줬다. 출범 당시 이대 조합원들은 30여 명뿐이었지만 지부와 여러 연대 대오로 학생문화관 앞 광장은 3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연대대오의 규모에 자신감을 얻은 조합원들이 가장 앞자리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잠시도 앉아 있기 힘든 추위였지만, 1시간이 넘게 결연하게 그리고 절박하게 출범식을 진행했다. 출범식 이후 분회장님은 용역회사 소장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달라졌다며 신이 났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았다. 조합원들은 궂은 날씨에 자신들을 야외로 내몬 학교와 용역회사에 점차 분노하기 시작했다. 교섭을 둘러싼 투쟁은 쉽지 않았다. 학교는 ‘용역회사와 협의할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용역회사는 ‘이미 학교와의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교섭은 전혀 진전이 없었다. 출범식 이후에도 학교는 계속해서 총회 장소를 불허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본관 앞 계단이나 학생문화관 로비에 앉아 총회를 진행했고, 총회는 매번 학교와 용역회사를 규탄하는 결의대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직률이 취약했던 한 업체의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의 강력한 항의에도 멈출 줄 몰랐다. 교섭이 7차례쯤 진행되고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던 즈음 우리는 조금 더 잘 준비된 조합원 총회를 하기로 했다. 총회를 마치고, 학교를 한 바퀴 돌며 선전전도 진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집회 때 볼 수 있는 빨간 조끼도 입었다. 구호도 더 많이, 더 열심히 외쳤다. 총회를 마치고 본관 앞으로 행진했다. 이화여대가 책임지고 우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번엔 현장소장실 앞으로 갔다.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용역회사를 규탄한다고 소리쳤다. 원래 여기까지가 사전에 논의된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소장을 잡으러 가자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쳐들어갈 기세였다. 잠시 당황했지만, 조합원들의 투쟁의 열기를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대오는 현장소장실로 들어갔고 이미 현장소장은 자리를 피한 뒤였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합원들이 자리를 깔고 앉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투쟁을 정리했다. 그다음 주, 교섭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고, 현장소장의 부당노동행위도 계속됐다. 조합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우리는 이번에도 본관 앞을 거쳐 현장소장실로 항의방문을 갔다. 현장소장은 자리에 없었고, 조합원들 역시 이번엔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우리는 현장소장실 옆 잔디밭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며 현장소장을 기다렸다. 현장소장은 비조합원들과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으려 했으나 현장소장은 목을 빳빳이 세우며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이었다. 분노에 찬 조합원들은 ‘이런 용역회사와는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며 본관으로 달려가자고 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조합원들은 앞다투어 본관 안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또 예정에 없던 본관 점거 농성이 됐다. 퇴근시간만 되면 가족들 밥해주러 가야 한다며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가던 그녀들이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 되도록 흐트러짐 없이 대오를 지키며 투쟁을 즐기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구호를 외쳤고, 그동안 ‘너무 높으신 분들이라 눈 한번 못 마주쳤다’던 교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녀들에게 그 순간은 너무나 절박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몇 번의 투쟁은 적당한 선에서 투쟁전술을 고민하던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용역회사 이사와 현장소장에게 재발방지 약속을 받고 투쟁을 정리하는데, 한 조합원이 다가왔다. “다음에도 이 조끼 꼭 입어요. 희한하게 이 빨간 조끼를 입으니깐 구호도 더 크게 외쳐지고, 힘이 나네. 진짜 힘이 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통쾌하고 신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집에 돌아가는 조합원의 뒷모습을 보며 오히려 더 큰 반성을 하게 됐다. 얼마 전 청소노동자 행진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화여대 분회장님은 이런 말을 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그래요. 유령이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나 슬프다고. 노조 만들기 전에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했어요. 유령처럼 살았지만 유령인지도 몰랐던 거죠. 근데 이렇게 알고 나서 보니깐 우린 진짜 유령이었고, 투명 인간 취급받았던 거예요. … 내가 10년만 젊었으면 이런 활동 진짜 열심히 할 텐데, 아직도 권리를 찾지 못하고 유령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지금은 그게 너무 아쉬워요…” 미화 조합원들은 언제나 조직적인 투쟁에서 모범을 보인다. 어느 집회에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가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표현대로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며 노동조합을 만났고, 노동조합을 만나서 일하는 게 너무 즐겁다는 그녀들에게 노동조합은 삶의 활력소이다. 또한 가장 절박한 순간 노동조합을 만났기 때문에 누구보다 노동조합의 소중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기에 구구절절한 연설과 교육 없이도 몸소 연대투쟁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활동가들이 가끔 관성적인 태도로 그녀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부에서 미화 간부교육을 준비하며 이런 집중적이고 장기간의 교육 프로그램은 ‘아줌마들이라 안 된다, 힘들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실제로 생계를 책임지기도 하고, 가사도 도맡아 해야 하는 그녀들의 조건 속에서 8개월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익숙지 않은 토론과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데에도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교육은 한 회, 한 회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큰 감동을 얻어갈 만큼 생동감 있게 진행됐고, 교육을 이수한 간부들은 현장에서 훌륭히 자기 역할을 수행해내고 있다. 이제 그녀들을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의 희망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보다 능동적으로 우리의 투쟁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얼마 전 있었던 청소노동자행진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았다. 발언을 준비하고, 노래를 직접 개사해서 공연을 준비하고, 그 순간 누구보다 집회를 즐기고 있는 그녀들 하나하나 참으로 진정한 활동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대분회 간부들은 이번엔 어느 학교 조직하러 가냐며 우리가 할 일은 없냐며 항상 묻는다. 더 많은 청소노동자를 조직하여 제대로 된 싸움을 준비하자는 그녀들. 나에게 항상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지만, 나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배워 더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들로부터 우리 투쟁의 새로운 희망을 마음껏 상상해본다. 빨간 조끼를 입고,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투쟁을 외치는 그녀들과 함께 오늘도…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