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가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을 번역, 출판했다. 이 책은 케네스 라피데스의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마르크스의 임금이론: 그 기원, 발전, 해석』(Kenneth Lapides, Marx’s Wage Theory in Historical Perspective: It’s Origin, Development and Interpretation, Wheatmark, 2008) 중 마르크스의 저술과 직접 관련된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의 임금이론 전체 구조를 펼치고 초기의 사상을 성숙기 사상으로 대체하면서 수많은 정식화들을 논리 정연하게 종합’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노동조합에 관한 저술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한 최초의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라피데스는 『자본』에서 정점을 이루는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을 임금이론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이로부터 노조이론을 도출한다. 그리고 『자본』의 집필 시기에 작성된 마르크스의 국제노동자연합 총평의회 강연록 『가치, 가격, 이윤』을 바탕으로 그가 당대 노동자운동에 끼친 영향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자는 마르크스 사후에 마르크스주의 내외부에서 전개된 두 개의 이론적·실천적 논쟁을 검토하면서 합리적 핵심을 추출하고 있다. 전자가 『자본』의 ‘작업의 계획 또는 저작의 구성’을 의미하는 ‘플란’ 논쟁이라면, 후자는 독일사민당과 제2인터내셔널 내에서 전개된 자본주의의 위기이론과 연관된 ‘궁핍화’ 논쟁이다.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하는 내용이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논쟁인 만큼 이번 기회에 일독을 권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전 저작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데, 그 의의는 ‘마르크스 문헌학(Marxology)’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르크스의 과학적 문제설정에 대한 이해에 있을 것이다. 이는 저자 자신의 당부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 소개된 ‘마르크스-레닌주의’ 노동조합 이론서가 대체로 노동조합에 대한 정당의 우위를 강조하는 편향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시각을 정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논지를 보충하면서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을 해설하겠다. 경제학의 임금이론 임금이란 무엇인가? 라피데스는 ‘자본주의 경제 관계의 가장 익숙한 양상 중 하나인 임금은 그 중 가장 불가사의한 것’이라는 명제로 본문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학은 임금 문제를 어떻게 규명하였나? 임금이론은 서유럽에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발전하면서 임금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관리할 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고전파 경제학 이전의 임금론은 주로 규범적이거나 국가의 정책과 관련된 논의에서 나타났다. 가령 가격이 소도시와 동업조합 관계자들에 의해 강제로 결정되었던 중세에서 임금은 장인들에게 관례에 따른 생활수준을 보장해주기 위해 강제로 결정되는 ‘공정가격’이라는 규범적인 형태를 띠었다. 또 초기 중상주의는 임금 문제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기보다는 임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했다. 이들은 저임금이 상품 가격을 낮춰 수출을 늘리고 따라서 산업 성장과 국부의 증가를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임금이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규율을 갖추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간주했다. 중세 봉건적 질서의 쇠퇴와 더불어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소유권이 확립되면서 규제가 아닌 시장을 통한 자연 가격 형성 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임금관계가 상품교환과 관련된 것임을 규명함으로써 초기 중상주의와 단절한 윌리엄 페티, 임금이론에 최초로 계급투쟁이라는 요소를 도입한 존 로크, 노동자의 욕구의 사회적·역사적 성격에 착안한 제임스 스튜어트, 노동력 가치의 결정이라는 문제를 사고함으로써 초보적인 잉여가치 개념에 도달한 캉티용 등이 후기 중상주의 임금이론을 대표한다. 이어서 중농주의를 대표하는 케네는 잉여가치의 원천이 생산에 있음을 인식하지만 농업노동만이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전 시기의 경제학적 분석을 종합하고 체계화함으로써 고전파 경제학을 창시한 아담 스미스는 국부(민족·시민의 부)의 본성은 노동생산물이고, 그 원인은 분업에 의한 노동생산성의 상승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타인과의 자유경쟁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독립적으로 추구하는 인간형을 자연적·불변적·보편적 인간형으로 승화시킨다. 각 개인들은 분업에 기초한 사회에서 생산물을 생산하고 교환관계에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생계에 필요한 생산물을 얻는다. 이때 시장에서 교환되는 노동생산물, 즉 상품의 가치는 노동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스미스는 소상품생산 사회를 전제한 나머지, 교환을 통해 영유할 수 있는 타인의 노동생산물에 들어간 노동량(‘지배노동’)과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소비된 노동(‘투하노동’)이 동일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이윤과 지대가 노동자에게 지불된 임금을 초과하여 잉여노동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아래에서 잉여가치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스미스의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노동력과 교환되는 법칙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스미스를 비판한 리카도 역시 노동자를 자본가에게 종속시키는 사회적 생산관계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 잉여가치의 신비를 풀지 못했다. 리카도는 임금 수준을 노동에 대한 수요·공급의 관계로 피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거부한 대신, 노동의 시장가격(‘수요-공급 비율의 자연적 작용 때문에 실제로 노동에 지불되는 가격’)의 중심으로 작동하는 노동의 자연가격을 설정했다. 리카도는 이러한 노동의 자연가격, 즉 자연임금률을 결정하는 것이 노동자와 그 가족이 필요로 하는 생계수단의 가격(즉 사용가치로 측정되는 생계수단의 양이라는 의미에서 ‘실질임금’)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카도 역시 노동에 의해 생산된 가치와 노동의 가치(즉 노동과 교환된 임금) 사이의 불일치라는 문제에 계속 시달려야 했고 결국 임금 문제를 해명하는 데 실패했다. 즉, 노동력과 노동을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따라서 노동력)이 어떻게 해서 그것이 창조한 것보다 더 적은 가치를 가지는가를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1820년대 이후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의 투쟁이 전면으로 확대되면서 부르주아 경제학은 변호론적이고 속류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경제학은 이윤이 노동자의 노동이 창출하는 가치의 일부분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이윤의 원천에 대해 새로운 이론을 꾸며내기 시작했다. 가령 세는 이윤이 자본가가 지니고 있는 생산수단의 생산성 때문에 창출된다고 보았고(‘자본생산성론’), 시니어는 자본가가 자신의 개인적 욕구를 직접 충족시키지 않고 자본을 축적하는 ‘절욕’의 대가가 이윤이라고 생각했다(‘절욕설’). 이중에서도 당시 속류화된 경제학을 대표하는 학설은 바로 임금기금설이었다. 1820-70년대를 풍미한 임금기금설은 ‘특정 시점에서 임금에 지불될 자본의 총량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크기를 변경하려는 노동조합 등의 인위적 노력은 무용하다’는 것을 요지로 한다. 특히 임금기금설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임금을 강제적으로 인상하려고 시도하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지불될 임금기금의 일정 부분을 강탈하여 그들을 실업·저임금 상태로 내몬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반대를 정당화했다. 이런 맥락에서 『인구론』의 저자 맬서스는 노동자의 생활조건이 개선되려면 그들 스스로 ‘도덕’을 증가시켜서 출산을 제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배정되기로 ‘예정된’ 기금이 설정하는 수준으로 노동력 공급을 제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마르크스의 임금이론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경제학의 임금이론을 어떻게 비판했나? 마르크스 최초의 ‘경제학에 대한 진지하고 비판적인 연구’인 『1844년 경제학·철학 원고』는 고전파 경제학 임금이론을 따라 수요-공급 법칙과 노동자의 생계적 필요를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일차적 요인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1844년 경제학·철학 원고』는 마르크스의 성숙기 분석의 근본적 특징인 생계적 필요가 역사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혁명주의’적 입장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이 발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엥겔스와의 조우였다. 엥겔스는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1845년)에서 이전의 경제적 분석을 종합하며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한다. 이 책에서 엥겔스의 가장 큰 성취는 맬서스의 절대적 과잉인구를 비판하는 상대적 과잉인구 개념(‘실업 노동자 예비군’)에 있다. 엥겔스로부터 자극을 받은 마르크스는 1847-49년 임금과 관련한 일련의 강연과 저술을 병행하는데, 이는 후에 『임금노동과 자본』으로 출간된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최초로 ‘노동력’이라는 표현을 도입함으로써 잉여가치이론의 기초를 수립한다. 또한 마르크스는 생계수단으로 측정되는 실질임금과 ‘자본과 노동 간의 사회적 부의 분배’를 의미하는 상대적 임금을 구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여전히 노동조합의 경제적 약점을 지적하고 있다. 1848년 발표된 『공산주의자 선언』은 청년기 마르크스가 ‘이전의 철학적 의식을 청산’하고 성숙기로 이행하는 저작이지만, 여기서 제시되는 임금론(‘임금노동의 평균 가격은 최저임금으로서, 최저생계를 연장하고 재생산할 수 있을 정도이다’)은 이후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지속적인 곤란을 야기한다. 1848년 유럽 혁명의 패배로 런던으로 망명한 이후 경제학 연구에 몰두하던 마르크스는 『자본』 서술에 선행하는 연구 과정으로서 1857-58년 원고와 1861-63년 원고를 작성한다. 1857-58년 원고에서 마르크스는 『임금노동과 자본』에서 도입된 노동력 개념을 발전시켜, 가치를 창조하는 현실적 노동으로서 사용가치와, 노동 또는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자의 능력이 지닌 가치로서 교환가치 양자를 명확히 구별한다. 또 리카도가 강조하는 실질임금의 ‘역사적·도덕적 요소’를 노동력 가치의 ‘역사적·도덕적 요소’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1861-63년 원고에 이르러서야 임금이론을 노동조합과 분명히 연관 짓는다. 이러한 예비적 과정을 거쳐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임금이론을 완성한다. 『자본』에서 종합되는 임금이론에서 임금 결정 법칙을 분석하려면 우선 자본과 임금노동 사이의 모순, 즉 적대적 사회관계를 전제해야 한다. 마르크스가 지적하듯이 임금은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적대적 관계의 배후에 ‘은폐된 비합리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원동력이자 그 본질적 계기인 잉여가치의 생산은 임금이라는 통상의 현상에 의해 망각되고 은폐된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임금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임금은 노동력 상품의 가격, 즉 노동력 가치의 화폐 형태다. 마르크스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가치 역시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의 생산, 따라서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이는 노동하는 개인으로서 노동자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계수단의 일정량의 가치에 상응한다. 그러나 다른 상품들과 달리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생산·재생산되지 않는 특수한 상품으로서 노동력의 가치는 ‘역사적·도덕적 요소’를 포함한다. 다시 말해 임금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투쟁을 둘러싼 ‘관습’ 또는 역사적 제도에 따라 결정된다. 마르크스는 이와 같이 임금을 규정하는 기본 요인을 분석한 뒤, 그 수준을 변화시키는 요인을 분석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을 특징짓는 기계제 대공업은 절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과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을 결합한다.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방법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토대로 노동시간을 연장하거나 노동자수를 증가시키는 방법이고,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방법은 자본주의적 생산력을 토대로 노동력 가치를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마르크스는 절대적·상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면서 노동일의 길이, 노동강도, 노동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주요 변수들이 노동력 가치에 미치는 효과를 검토한다. 먼저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노동자의 생계수단으로 소비되는 상품 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 노동력 가치가 감소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노동력 가치의 감소가 노동자의 생활수준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노동력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생활필수품의 양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의 일정량에 상응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어 일정량의 노동일에 투여되는 노동력 가치가 증가하면서 노동력 가격이 가치 이하로 하락하거나 또는 노동력 가치 자체가 하락한다. 끝으로 노동일의 길이가 연장됨에 따라 노동력 마모가 급증하면서 노동력의 정상적인 재생산과 작동에 필요한 일체의 조건들이 억제된다. 이상의 분석은 기계제대공업에 고유한 임금 지불 방식, 즉 시간급과 성과급에 대한 분석과 통합된다. 표준 시간급이 저하하면 노동자들은 생계유지에 필요한 일정 액수의 화폐임금을 충당하기 위해 잔업·특근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시간급의 전환된 형태’로서 성과급이 저하할 경우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를 높여 화폐임금을 충당해야 한다. 즉, 자본주의적 생산은 시간급과 성과급을 통해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제하고 이는 노동력 가치 아래로 임금률(단위 시간 당 임금)을 저하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마르크스의 노조이론 이로부터 노동조합의 의의가 도출된다. 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이라는 자본의 전제적 침략을 막고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임금 인상, 노동일 단축, 노동조건 개선 투쟁과 같은 경제투쟁(방어적 계급투쟁)을 펼치게 된다. 경제투쟁이 없다면 ‘임금노예’에 불과한 임금노동자는 노예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궁핍만 가득한 처지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노조이론이 집약되는 것은 영국의 오언주의자 웨스턴이 주장하는 임금투쟁 무효론을 반박하는 동시에 임금투쟁의 의의와 한계를 논하는 국제노동자연합 총평의회 강연록 『가치, 가격, 이윤』이다. 이 팸플릿은 마르크스가 『자본』 3권 마지막 52장 ‘계급’에서 분석하려고 예정했던 계급투쟁의 개요를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일종의 ‘관습’ 또는 계급투쟁의 역사적 제도는 임금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임금률의 장기 추세를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노조의 경제투쟁으로 인해 임금률은 노동력 가치와 상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노동생산성의 상승을 보상할 것을 요구하는 노조의 경제투쟁에 따라 임금률이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조합은 자본주의적 착취에 저항하는 노동자계급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동시에,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경제투쟁의 최선의 결과는 현상 유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강조하듯이 경제투쟁은 임금제도라는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투쟁이기 때문에 노조가 자신의 조직된 힘을 노동자계급의 최종적 해방, 즉 임금제도의 궁극적 폐지를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총체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의 진정한 결과는 [임금률의 인상이라는] 직접적 성과가 아니라 점차 확대되는 그들의 단결이다’라는 『공산주의자 선언』의 문구를 상기할 수 있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노조이론은 국제노동자연합 활동 속에서 더욱 발전한다. 1848년 유럽 혁명이 패배로 막을 내린 뒤에도 1850년대 이후 세계 각지에서는 노동자 투쟁과 민족해방의 물결이 새롭게 일어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 조직이 결성되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1863년 각국 노동자운동 지도부가 임시회의를 개최하여 ‘국제노동자연합’을 명칭으로 채택하고 각국별 대표위원으로 총평의회를 구성했다. 이때 마르크스는 독일 통신서기로 선출되어 국제노동자연합 발기문과 임시규약을 작성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국제노동자연합은 1864년 런던에서 창립 대회를 개최한 뒤 1866년 마르크스가 기초한 「창립선언문」(발기문)과 임시규약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또한 마르크스는 「총평의회 회원들을 위한 개별 문제들에 대한 지침」을 작성하여 국제 노동자운동이 연합을 매개로 노동일의 제한과 여성·아동 노동의 보호를 위해 투쟁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그는 이 「지침」에서 ‘노동조합은 그 원래의 목적과는 별도로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이라는 위대한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계급의 조직화의 중심으로서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투쟁을 사회·정치 운동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국제노동자연합의 창립은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상정한 노동자 조직의 모델이 최소한 ‘형식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원리의 측면에서 국제노동자연합은 노동자계급 자율성의 원칙, 정치권력의 쟁취라는 프롤레타리아 정치의 기본원리, 국제주의의 원리를 표방했다. 구성의 측면에서 보면, 연합은 유럽 프롤레타리아의 모든 조직 형태들과 경향들의 통일을 추구했다. 특히 영국 노조주의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대중적 토대라는 조건을 충족했다. 그 결과 연합 내에는 △직능노조를 기반으로 자유주의를 수용한 영국의 노조주의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상호부조 사상을 펼친 프루동주의 △비밀결사를 바탕으로 국가폐지론을 주장한 바쿠닌주의 △정당을 기반으로 국가주의를 표방한 라살주의와 같은 다양한 경향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1871년 파리코뮌 이후 국제노동자연합에 대한 탄압이 심화되는 동시에 내부적 대립이 격화되었다. 프랑스 노동자운동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으며 독일에서는 비스마르크의 사회주의 탄압이 강화됐다. 독일 사회주의 내부의 반목, 바쿠닌 세력의 부상, 미국 전국노동동맹의 약화, 영국 노조주의의 국제노동자연합 탈퇴 등으로 국제노동자연합은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1871년에 개최된 국제노동자연합 런던 임시대회에서는 파리코뮌 패배의 교훈으로 노동자 정당을 통한 정치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리고 1872년 헤이그 대회에서 연합은 ‘노동자계급은 유산계급과 독자적인 정당으로 자신을 조직할 경우에만 하나의 계급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안을 결의한다. 동시에 바쿠닌주의자를 제명하고 본부 소재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데, 이는 곧 국제노동자연합의 해산을 의미했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마르크스는 파리코뮌의 약점을 ‘노동자계급의 전투적 조직의 중심의 부재’라고 설명했지만 결코 정당을 노동자 조직의 일반적 형태로 간주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르크스의 관념에서 정당이란 ‘계급투쟁의 최고로 발전된 형태이자 중심’이라기보다는 노동자대중에 앞서 노동자운동의 조건·경과·결과에 대한 인식을 갖는 ‘계급투쟁의 분석자’이자 ‘사회운동의 실험자’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가 노조와 당을 제도적으로 구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바쿠닌주의자와의 갈등이라는 표면적 요인도 있었지만 영국 노조주의의 개량화에 기인한 측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궁핍화 논쟁과 독일사민당, 제2인터내셔널 영국 노조주의의 이탈 이후 국제 노동자운동의 중심 세력으로 독일 사회주의가 부상한다. 그렇다면 마르크스가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독일 사회주의는 과연 그의 사상을 어떻게 수용했는가? 1869년 베벨과 리프크네히트(‘마르크스파’ 또는 일명 ‘아이제나흐파’)가 주도하여 창당한 독일사회민주노동당과 1863년 라살이 주도하여 창립한 전독일노동자협의회는 1875년 고타대회를 개최하여 독일사회주의노동당을 결성한다(1890년부터 독일사회민주당으로 개명). 그러나 ‘마르크스파’는 마르크스와 라살의 이론을 근본적으로 구분하지 못한 채 오히려 라살의 임금철칙설을 수용하고 만다. 이미 마르크스는 『자본』 1권의 독일어 초판 서문(1867년)에서 라살이 자신의 ‘지적 정수’를 참칭하면서 저지른 ‘중대한 오류’를 명시적으로 지적했지만 독일 사회주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마르크스는 1875년 『고타강령 비판』을 집필하여 라살의 임금철칙설을 비판하지만, 리프크네히트의 만류로 이를 발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엥겔스는 이를 두고 “우리 국민은 스스로 라살의 ‘임금철칙’이라는 짐을 졌다. 이것은 우리 당의 거대한 정신적 패배다”라고 개탄한다. 그렇다면 임금철칙설의 오류는 무엇인가? 라피데스가 지적하듯이, 마르크스 자신은 성숙기로 이행한 이후 실질임금이 노동자계급의 ‘최저생계’ 수준으로 하락한다거나 빈민으로 전락한다는 의미에서 ‘궁핍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우선 지적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마르크스는 웨스턴과의 논쟁(『가치, 가격, 이윤』)에서 사회주의 사상에까지 침투한 정통적 임금론, 다시 말해 라살의 임금철칙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경제학의 임금기금설을 기반으로 하는 라살의 임금철칙설은 노동조합의 임금투쟁이나 전투적 행동에 대한 반론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철칙설로 위조된 사이비 ‘마르크스주의’는 노조주의에 대한 라살의 오도된 적대와 함께 ‘마르크스파’의 정통 노선으로 승인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마르크스 사후 독일사민당과 제2인터내셔널의 ‘궁핍화’ 논쟁은 마르크스의 임금이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마르크스파’는 궁핍화론을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적 교의로 수용한 반면, 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것이 마르크스 임금이론의 비현실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890년대 이후 독일에서 생활조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의회에서 사민당이 약진하자, 당 내에서는 베른슈타인을 필두로 수정주의가 전면에 등장했다. 베른슈타인은 사민당의 혁명적 수사로 장식되던 묵시론적 성격의 붕괴이론을 공격하면서, 그것을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정식화된 마르크스의 궁핍화론의 탓으로 돌렸다. 그 실천적 함의는 독일사민당이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를 포기하고 보다 적극적인 의회주의와 계급연합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노동조합은 사민당과 자립적으로 노사관계를 제도화하고 단체협상의 파트너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카우츠키로 대표되는 정통파는 수정주의를 비판하면서 혁명적 수사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적 시간’이 도래하기 이전에 정치적 행동에 돌입하는 것을 우려했다. 정치적 수동주의와 대기주의가 정당화된 것이다. 이는 총파업과 같은 노동쟁의를 정당이 주도할 경우 의회 안에서의 행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인 동시에, 불충분하게 준비된 파업이나 성공의 희망이 없는 파업은 노조를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노조 지도부의 공포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결국 독일사민당의 의회주의와 노조의 조직보존 논리가 결합해서 집단적 ‘대기주의’가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독일 노동자운동의 우경화는 사민당의 1차 대전 참전 결의와 노조의 ‘산업 휴전’ 동의로 귀결됐고, 이는 곧 제2인터내셔널로 상징되는 국제 노동자운동의 거대한 분열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갖은 오해를 야기한 ‘궁핍화론’에 대한 마르크스적 해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엥겔스가 1891년 독일사민당 강령(에어푸르트 강령)의 ‘궁핍화’에 반대하면서 “실제로 증가하는 것은 존재의 불안전이다”라고 주장한 것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결론부에서 ‘상대적 과잉인구의 창출’, 즉 ‘착취·억압의 증대’와 ‘빈곤·무지·야만·타락’의 축적을 ‘궁핍화’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이 대면하는 가장 큰 재앙이란 임금하락이 아니라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될 위협이다. 임금노동 제도의 가장 큰 해악은 비판자들의 억측대로 ‘궁핍화’가 아니라 임금노동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노예관계’ 그 자체인 것이다. 시사점 마르크스는 임금이론을 통해 노동조합이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조직형태라는 점을 밝혀냈다. 동시에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자신의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의 통일을 추구함으로써 임금노동 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사회·정치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피데스는 마르크스가 임금이론을 완성함으로써 노조 투쟁에 대한 적대와 종파적 불모성으로부터 사회주의를 해방시키는 동시에 생디칼리즘의 파업 일변도로부터 노조 운동을 해방시켰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우리는 이상의 논의로부터 어떤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가? 누구나 알다시피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방어적 계급투쟁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방어투쟁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방식이다. 즉 노동조합이 조직된 노동자들의 협소한 이해를 방어하는데 주력할 것인가, 아니면 실업자와 반(半)실업자를 포괄하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추구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후자의 입장에 선다면,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 내부의 격차를 축소해 나감으로써 노동자의 통일적 이익을 창출한다’는 노선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체교섭의 행위자로서 노조가 사회·정치 운동의 주체로서 발돋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는 동시에 노동자운동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노동조합의 변화·발전은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 책이 마르크스주의 노동조합 이론에 관한 하나의 지침서로 활용되어, 우리 민주노조 운동이 처한 안팎의 곤란을 헤쳐 나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출범에 발맞춰 본서가 출간된 것은 연구소의 활동 방향을 어느 정도 예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노동자운동을 변화·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정책과 노동자운동의 이념을 쇄신하기 위한 다양한 토론·교육을 통해 활동가들과 만날 것을 약속한다.
민주노총을 촘촘하고 단단하게 세우기 위해 일 년 반 전에는 제천단양지역지부에 두 명이던 해고자가 열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탄압이든 그에 편승한 사회의 분위기든 지역까지 속속들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에 비해 우리의 투쟁과 활동이 세세하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질문은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과 지역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동시에 민주노총 산하 조직 중 가장 아래에서 일하는 것의 무게도 새삼스러워집니다. 그럼에도 스무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사업장별로 세세히 나누자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화물차 타이어가 한 짝에 얼마인지, 기관차가 멈출 때는 모래를 쏜다던지, 이번 제천시 상용직 채용 경쟁률까지, 불편한 사실부터 처음 듣는 세세한 부분까지. 누군가를 한 번 만나면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하나는 생깁니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제천단양지부에는 4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있습니다. 제천과 단양을 합친 16만 명의 인구수에 비하면 적은 수는 아닙니다. 4천여 명의 조합원이 합력을 발휘한다면 지역에서의 파급효과는 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야할 곳은 제천단양지부입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산하에 지구협의회, 대표자협의회 등으로 혼재해 있던 조직체를 총연맹의 규약에 맞춰 지부로 편제하는 결정이 내려진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천단양지역도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지구협의회에서 지부로 명칭을 변경하였습니다. 하지만 대의원의 구성과 산하조직임을 명시하는 것만이 지역지부의 완성은 아닐 것입니다. 명칭과 조직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민주노총의 지역지부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지역 내 소통과 공동의 대응 지역지부 내의 가장 기본적인 일은 지역 내의 소통입니다. 운영위 등을 통한 각 단위사업장과의 원활한 소통은 지역운동의 기본이 되고 서로의 사안들에 연대를 조직하기 위한 전제가 됩니다. 또한 지역지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역본부와 논의하고 지역본부의 지침들을 지역에서 실행합니다. 지역지부가 지역본부에 연대를 요청하기도 하고 지역의 단위사업장들과 지역본부의 지침에 따라 연대하기도 합니다. 도 차원에서 지역지부까지 모든 일을 알고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지역지부의 임무는 매우 중요합니다. 같은 이유에서 지역지부의 소속 단위사업장 지원 또한 중요한 임무입니다. 전임자가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섭부터 사업까지 지역지부에서 함께 할 때가 많습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인 경우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측과의 대응에 바로바로 대처하고 일상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위 임무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지부의 운영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재정과 인력, 그리고 소속 단위사업장들의 참여가 부족합니다. 교부금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속 단위사업장의 분담, 후원 등으로 상근비와 운영비를 대부분 책임지고 있는 것이 현재 지역지부의 현실입니다. 지역본부 또한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의 해결책이 없다면 지역지부의 안정적인 운영은 어려울 것입니다. 전체적인 차원에서 지역지부들이 어떻게 운영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합의하는 일들이 속히 이뤄졌으면 합니다. 소속 단위사업장들의 참여 역시 지역지부의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입니다. 경제위기 시대에, 그리고 이명박 정권 아래서 연대하지 않고 단결하지 않고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지역지부는 지역에서부터 그 가교를 놓는 임무가 있습니다. 조직화 사업 별도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지역지부 차원의 조직화 사업입니다. 지역지부가 아니라면 해당 지역의 노동자들과 지역의 조건들을 분석하고 사업을 기획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현장과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지역지부가 가진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것입니다. 물론 독자적인 진행은 무리입니다. 하지만 지역본부 혹은 산별노조와의 공동 기획이라면 지역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범 조직화 사례 중 지역에 대입하여 진행할 수 있는 부분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제천단양지역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여성 노동자 조직화와 영세사업장 조직화입니다. 제천 지역의 여성 노동자들은 17,000여 명이고 2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25,000여 명입니다. 물론 숫자가 많다고 바로 조직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양 영역 모두 공백으로 남아있고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막막한 점은 영세사업장인데 20명 미만 사업장에 고용된 수가 전체 4만여 명 중 25,000여 명이라는 건 정말 난감한 점입니다. 사업장조차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 많고 앞으로 조사할 부분도 많습니다. 이제 충북지역 전략조직화 연석회의가 시작되었고 그 곳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새로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기존 노동조합들이 자기 역할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지역연대체 제천단양지역은 지난 6ㆍ2 지방선거를 함께 대응한 몇몇 조직들이 있습니다. 선거 전부터 공동의 선거 대응을 위한 회의를 여러 차례 가졌고 선거 중에도 긴밀히 합의하고 운영하였습니다. 선거를 포함한 여러 만남을 통해 지역의 사회운동 단체와 일상적인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함께 논의하고 만나온 역사도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아직 함께 투쟁하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역의 진보세력 간의 합력을 창출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중 민주노총 제천단양지부의 역할에 대해서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민주노총이 지역 사회운동의 공간을 마련하고 열어 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확장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촘촘히 만들기 위해 전국 어디라고 예외일 수 없겠지만 중소 시, 군의 열악한 노동조건, 노사관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합니다. 자본가는 자본가이기 참 쉽지만 노동자가 노동자답게 살아가기란 노동조합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중소 시, 군 단위에서 민주노총과 연결되는 몇 안 되는 통로인 지부를 건강히 세우고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화된 노동조합에서도 민주노총의 모세혈관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지회, 분회들을 마주하는 곳이 지역지부입니다. 지역지부의 활동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전국적으로 촘촘해지고 단단해지는 것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출입국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이주노동자 폭행을 규탄한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야만적인 단속 과정에서 또다시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0월 18일 김해 진례면 한 공장에서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단속반원들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했다. 베트남 노동자가 도망가다 넘어져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었음에도 단속반이 달려와 수갑을 채우고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곤봉으로도 폭행을 했다. 이후에 부상을 입은 베트남 노동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부산출입국사무소 보호소에 수용됐다. 강제퇴거 이의신청을 요구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기각하고 10월 28일 오전에 출국시켰다. 이를 규탄하기 위해서 이주민인권을위한부산경남공동대책위를 비롯해 이주인권단체들이 11월 1일 전국적으로 출입국 앞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은 단속의 야만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은 단속반에게 거대한 위협을 느끼고 도망치다 넘어지거나 추락해 부상을 입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었다. 또한 수많은 노동자들은 단속반에게 폭행을 포함한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인권침해를 당했다. 부산출입국사무소의 단속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2005년 5월 단속과정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추락해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고, 2006년 9월 중국 노동자가 추락해 뇌 손상을 입었다. 또 2008년 9월 중국 노동자가 추락해 두개골 파열과 뇌출혈을 당하는 등 비극적인 사건이 많았다. 또 지난 2009년 4월 대전에서도 중국동포 여성노동자가 단속반한테 끌려가 목을 맞는 충격적인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 법부무가 단속 진행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이 가이드라인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행을 방지하는 데에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정부의 단속추방 정책이 그 자체가 폭력적이고 인종주의적이라서 몇 가지 내부 지침으로는 폭력과 인권침해를 막을 수 없다.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아무런 잘못 없이 열심히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범죄화시키는 정부 담론과 이주노동자를 동물처럼 취급하는 단속초지는 한국사회의 인종주의와 차별을 심화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지침이 있든 없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폭행 및 인권침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부산출입국 단속반의 폭행을 규탄한다. 또 정부가 단속추방 정책을 철회하고 이주노동자 범죄화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0년 11월 1일 사회진보연대
출입국단속 과정에서 일어난 이주노동자 폭행을 규탄한다
2010년 11월 1일 사회진보연대
모든 사태의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게 있다 - 금속노조 구미지부 김준일 지부장 분신 항거에 부쳐 경찰의 진압 작전이 또 한 명의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30일 밤 구미 KEC 1공장을 점거 농성 중이던 금속노조 구미지부 김준일 지부장이 경찰의 무리한 연행 작전에 맞서 분신으로 항거하다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천인공노할 사태다. 우리는 이날 사태가 농성 지도부와 조합원을 검거하려는 차원에서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된 작전이라는 점에서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파업 136일만에 처음 잡힌 사측과의 면담은 애초 3시로 예정되었지만 사측은 시간을 저녁으로 미뤘고 실제 면담에서도 별다른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경찰은 사측과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던 김 지부장을 화장실에서 급습했다. 그 시각 KEC 공장 주변에는 다수의 여경을 포함한 수천명의 경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음을 밝힌다. 정부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기는커녕 점거 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들에 대해 신속히 공권력을 배치했다. 경찰은 농성 조합원들에게 식량과 식수를 전달하는 것을 차단하고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민주노총의 집회마저 불허했다. 그리고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대화에 임한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려는 술수를 부렸다. 우리는 지난 2005년 APEC을 며칠 앞두고 경찰이 본보기용으로 과잉진압을 펼쳐 고 전용철·홍덕표 두 농민의 목숨을 앗아간 것을 기억하고 있다. G20을 국격 향상의 계기라며 호들갑을 떨기 바쁜 정부가 이번에도 한 노동자를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았다.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정부는 노조탄압, 공안탄압의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깨닫게 될 것이다. 2010년 10월 31일 사회진보연대
소개_4 세계 경제위기 현황과 전망_7 박하순(노동자운동연구소 소장) 한국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과제_20 한지원(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노동운동 지형변화에 따른 운동방향의 재정립_40 김태연(노동전선 집행위원장) 민주노조운동과 지역 연대운동 강화를 위한 고민_52 서장수(민중행동 상근활동가) 토론문_59 임승철(혁신네트워크 집행위원장) 토론문_75 정일부(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
KEC 노동자들의 공장점거농성 투쟁을 지지한다 지난 10월 21일, 금속노조 KEC 지회 조합원 200여명은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에 맞서 공장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6월 30일 느닷없이 자행된 회사의 직장폐쇄 조치로 공장 밖으로 내몰린 지 100일여 만이다. 작년 단협을 맺을 당시 “노조전임자 처우와 관련해 관련법이 바뀔 경우 즉시 교섭을 한다”고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회사는 전임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대화도 없다며, 교섭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이는 핑계였다. 회사는 전임자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그 어떤 교섭에도 응하지 않았다. 노조의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회사는 준비했다는 듯이 곧바로 직장폐쇄를 단행하였고, 직장폐쇄 이후 생산 차질을 줄이려고 신규채용과 대체인력투입을 감행하였다. 애시당초 노조파괴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타임오프 실시’를 명분삼아 자행하고 있는 KEC 사측의 노조 말살 책동은 타임오프 실시의 구체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전임자 문제를 구실로 삼아 노조를 무력화하고, 기회를 틈타 노조를 완전히 말살하려는 책동 말이다. 이들이 자행하고 있는 파업(집단행동)과 동시에 직장폐쇄 및 그에 연이은 노조탈퇴 종용, 노조 파괴 시나리오는 이제 하나의 매뉴얼이 되었을 정도다. 최근 흘러나오고 있는 KEC의 외주화 ― 구조조정 계획은 노조탄압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지시해준다.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임금하락와 노동강도 강화 등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노조탄압의 목표다. KEC 지회의 투쟁은 노동조합 없이는 노동조건 하락을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KEC 지회의 공장점거농성은 노동기본권을 통째로 부정하려는 사측의 책동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행동이다. KEC 지회의 투쟁은 민중운동 모두의 공동투쟁이어야 한다. 노동자민중의 정치적 단결로 KEC의 공장점거농성투쟁을 엄호하자.
씨앤엠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 노동탄압 투기자본 씨앤엠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 사회진보연대는 오늘부터 파업에 돌입한 희망연대노조 씨앤엠지부의 투쟁을 지지한다. 씨앤앰은 수도권 1위, 전국 3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을 강요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노조 결성의 권리마저 부정하면서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한 반노동 기업이다. 씨앤엠은 사모펀드인 맥쿼리, MBK파트너스 등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으로서, 인수 과정은 물론 그 이후 경영 과정에서 ‘먹튀’ 투기자본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악덕 기업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동탄압-투기자본 씨앤엠에 맞서 고용보장·임금인상·노조사수를 위해 파업에 돌입한 씨앤엠 노동자들을 적극 지지한다. 씨앤엠지부가 파업에서 승리하여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쟁취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연대할 것이다. 2010년 10월 5일 사회진보연대(www.pssp.org)
씨앤엠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 - 노동탄압 투기자본 씨앤엠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
2010년 10월 5일 사회진보연대(www.pssp.org)
고용서비스 활성화 법안의 기만성과 본질 2010년 직업안정법 전부 개정안 지난 9월 15일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이하 「전부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입법취지에 따르면,「전부개정안」은 노동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고용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전부개정안」의 주요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 3가지와 같다. 첫째, 법제명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고용서비스산업 성장 흐름에 발맞추어 법과 제도도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공공과 민간이 함께 상호 보완적으로 고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전부개정안」에는 관계 행정기관 협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고용서비스 제공 주체임을 명시하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할분담과 상호 협력근거들이 규정되어 있다(5조, 6조, 7조). 또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민간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별로 고용서비스 실적이 우수한 기관을 육성하여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을 활성화하도록 하였다(8조). 셋째, 이번「전부개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고용노동부는 이번 법안에서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하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하였다(4조 9호, 37조, 38조, 39조, 40조). 직업훈련, 직업소개, 근로자파견 등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행정적 번거로움을 간소화하였고, 또 수익기반도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다. 구직자((노동력 판매자)로부터의 소개요금은 금지하지만 구인자(사용자)로부터의 소개요금은 자율화하는 한편(26조), 사업주에 대한 노동부의 교육훈련을 강화하고(11조 2항), 민간위탁시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우선 지정하는 방안 (8조 3항)등 관련 규정을 추가하였다. 공공 고용서비스사업과 민간위탁 이번 「전부개정안」에서 고용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유일하게 제시된 것은 '민간위탁에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한국의 공공직업안정기관은 인프라도 취약하고, 인력도 턱없이 모자란다. 2009년 3월 기준으로 고용지원센터는 전국 81개소에 불과하며, 부족한 고용지원센터를 248개 기초지자체가 일용·공공근로를 알선하며 지원하고 있다. 고용지원센터 직원 1인당 지원해야 할 경제활동인구는 8,293명으로 공공 고용서비스가 잘 발달되어 있는 독일(2008년 3월 기준 479명)은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미국(2008년 3월 기준 3,312명)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많다. 그나마 한국의 고용지원센터는 고용보험 관련 업무에 집중되어 있어, 취약계층 접근성은 더 곤란한 상태다. 이렇게 부족한 직업안정기관 문제를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내놓은 해결방안이 (비영리, 영리) 민간기관을 활용한 민간위탁이다. 공공이 재정을 조달하고, 민간기관이 공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공공영역의 고용지원기능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민간위탁 방식을 통해 청년 뉴스타트, 저소득층 취업패키지 등 고용보험 비적용자에게까지 고용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민간위탁사업이 직업안정을 위한 공적 기능을 보완하는 것조차도 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데, 인프라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한된 예산 아래 추진되는 사업이다 보니, 민간기관이 수행할 수 있는 고용지원의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2006년 이래 실시된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의 실질적인 목표가 공공영역의 고용지원기능의 보완보다는 민간 고용서비스산업의 육성에 있었기 때문에, 유관한 선도기업을 육성하는데 주안점이 있었다. 2010년 민간위탁 사업은 이 점을 좀 더 분명히 했다. 민간 일자리 서비스 산업을 대폭 정비하고 서비스의 공신력을 제고하며, 표준화·대형화를 유도하는 한편, 이 때 선정된 고용서비스 우수인증기관에게 (『직업안정법』4조의5를 따라 )우선 민간위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부개정안」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드러나는데,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민간위탁사업에서 우선하기로 한 것이다(8조).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사업에 대한 민간위탁은 공무원·공공기관 인건비도다 더 적은 비용으로 공적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에 불과했다. 그런 의미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핵심 고용서비스는 민간업체들이 맡고 돈이 안 되는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사업은 (비영리)민간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은 정부가 고용지원사업에 있어 공적기능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은폐할 뿐이다. 지금 고용서비스 제공기관의 영세성을 고려하면, 비영리 민간기관의 고용서비스나 사회적 기업의 고용서비스 사이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면, 일부 지원대상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나긴 하겠지만, 이 또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없는 고용서비스, 취약계층의 일자리 알선 사업을 사회적 기업이 국가로부터 사업비 지원을 받으며 공공의 직업안정기능을 일부 보완하는 것 이상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공공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사회적 기업을 활용한 민간위탁은 정부가 공공영역의 고용안정기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무마하는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새로운 중간착취 시장의 형성, 소개요금 규제 완화 고용노동부는 이번 「전부개정안」이 구직자(노동력 판매자)에게서 받는 수수료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임을 강조했고, 일부 언론은 고용노동부의 홍보기조를 그대로 받아 「전부개정안」이 중간착취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개정된 법인 양 보도했다. 임금이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로 사용자에게서 받는 것인 한, 직업소개 수수료는 구직자(노동력 판매자)에게서 나오거나 구인자(사용자)에게서 나오거나 임금 몫에서 제외되기는 매한가지다. 구직자가 주는 수수료도 임금 중 일부를 알선업자에게 주는 것이며, 구인자가 주는 수수료도 임금노동자에게 주어야 할 몫 일부를 알선업자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직자로부터 수수료를 금지한다고 해서 중간착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도리어 구인자로부터 수수료를 자율화한다는 점에서 중간착취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데, 왜냐하면 구인자로부터의 수수료에는 노무관리 업무를 대행한다는 의미에서 중간관리자로서의 몫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용서비스산업의 수익모델은 한층 더 개선될 수 있다. 구인자(사용자)로부터 수수료를 자율화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용서비스를 다변화하고, 그로부터 수익기반을 창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주장하는 논자들은 직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와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를 구분한다. 전자는 직업알선 등 기업이 직접 고용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근로자공급과 파견, 용역 및 하도급, 인사·노무관리 대행 등 새로운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영업무의 일부를 대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료직업소개소가 이제까지 영세성을 면치 못했던 것은 직접적인 고용서비스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즉 단순한 직업알선에 의존해왔고, 상용직 보다는 임시·일용직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상용직은 구직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소개알선수수료도 최대 3개월 치 이상은 받기 어렵지만, 임시·일용직은 구인처 확보도 쉽고, 직업알선 때마다 일정액의 소개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시·일용직 시장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가 활성화되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인력을 공급하며, 인사·노무관리 업무까지 위탁받게 되면 수입모델은 무궁무진해 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재적소·적재적시에 필요한 노동력을 원활히 공급해주고, 인사 및 노무관리를 잡음 없이 효과적으로 대행해 주기만 한다면, 회사로서는 경영비용이 대폭 절감되는 것이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라도 외주용역을 마다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직자 수수료 금지 및 구인자 수수료 자율화란, 정부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하고 강제해서 임시·일용직 시장에 난립해 있는 인력소개사업자들을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시장으로 유인하고, 여기서 성공한 고용서비스업체들이 다른 영세한 인력공급업체들을 통폐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의 논리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자. 이들이 이야기 하는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가 이제까지 전혀 없었던 사업도 아닌데다, 그들이 이 사업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해왔던 것도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고용서비스 업체들은 지난 수년 간 불법·탈법 가리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해왔고, 헤드헌팅 사업을 하면서 인사·노무관리 외주용역사업을 수행해 왔다. 가까운 예로 우리는 인력공급업체들이 공단지역에서 탈법적인 형태로 3~6개월 단위 제조업 파견을 해온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들이 도급관계인 양 불법파견을 하거나, 하도급 관계인양 더욱 치밀하게 위장해서 절대 인력파견이 아니라는 식으로 무마하려 해왔던 것도 잘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직고용 형태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100인 이하 사업장 사장에게 고용서비스 업체들이 이곳에서도 간접고용방식의 노무관리가 가능하고, 실제 그 방책을 전해주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구인자 수수료 자율화는 더 많은 소득원을 찾는 고용서비스 업주들에게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수입원으로서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불법적이며 탈법적인 형태로 수행하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인력파견업의 전문화, 대규모화를 촉진할 복합고용서비스사업 이렇게 수익모델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이제 남는 것은 하나다. 직업소개, 직업교육, 직업정보제공, 모집, 근로자공급(파견) 등 다양한 고용서비스사업을 일관되게 하면서, 고용서비스산업 전체를 선도하는 복합고용서비스업체 설립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전부개정안」의 핵심 목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밝히고 있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란 다음과 같다. “이 법에 따른 직업소개사업, 직업정보제공사업, … 근로자파견사업, … 직업능력개발사업 등 고용서비스와 관련된 사업 중 둘 이상을 수행하는 사업을 말한다.” (4조 9호) 현재 입법 예고된 「전부개정안」에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허가제이다(37조). 하지만 각각의 단행법이 별도로 요구하는 허가 및 등록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전부개정안」에 준거해 한 업체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복합고용서비스사업 허가만 받으면, 그 업체는 직업소개사업, 직업정보제공사업은 물론이거니와 근로자파견사업, 직업능력개발훈련사업 모두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이것이 이 법안 개정의 특징이다(38조). 뿐만 아니라 민간공동사업이나 위탁사업에서 정부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우대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고(8조 3항), 민간고용서비스 육성을 위한 세제 지원 조항까지 추가하여(9조)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재정적으로도 지원할 것임을 명시하였다. 반대로 유료직업소개업체들의 난립은 막고,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소개사업을 하는 자에 대한 사전 교육훈련 조항도 마련(11조 2항)하는 한편, 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직업소개 일을 하는 고용서비스업체 종사자는 자격을 갖춘 직업상담원이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롭게 추가하였다(29조). 지난 1월 21일 있었던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한시적이라는 단서조항을 두긴 했지만) 구직자의 취업 전 과정(교육훈련알선-DB등록 일자리 취업)을 민간 고용중개기관이 관리해 줄 경우, 그 기관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6월 17일 있었던 민간고용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도 노동부는 유료직업소개업 대표자 요건을 완화하여 전문경영인이 고용서비스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는 직업안정법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임을 밝힌 바 있다. 행정적으로나, 법·제도적으로나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하도록 꾸준히 진척시켜 왔던 것이다. 고용서비스산업의 실체 「전부개정안」에서 드러난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간추려보자. 첫째, 고용서비스산업의 완전 합법화, 둘째, 중간관리자 기능을 대행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의 창출, 셋째, 고용서비스 산업 모두를 총괄하는 종합고용서비스사업, 넷째,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세제 및 재정적 지원, 법·제도적·행정적 지원, 다섯째, 정부주도에 의한 (선도모델 역할을 할) 민간고용서비스기업의 전면적인 육성 등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렇게까지 육성하려는 고용서비스산업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국사회는 당해 연도 동일직장 유지율이 53%대(2006년 기준)에 불과할 만큼 노동이동률이 높은 나라다.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높은 노동이동률을 낮춰야 하는데,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각료들과 HR사용자협회, 경총, 전경련 이데올로그들은 도리어 높은 노동이동률을 시장수요가 많다는 증거로 제시하며, 여기서 고용서비스시장이 창출되면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발상은 직업안정법 기본 취지 ― 취업의 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도모하자는 취지조차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전부개정안」이 1조 법의 목적에서 직업안정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취업기회 확대라는 문구로 대신한 것이나, 제명을 『직업안정법』에서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실 이들이 강조하는 이른바 '고용서비스시장'은 산업사회형성 초기나 산업구조재편 시기 혹은 경기 침체시기 고용이 불안전하고, 노동력수급을 오로지 외부노동시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거나 포기할 때) 노동자의 생존권 위협을 전제로 활성화되는 퇴행적 시장이다. 중간착취란 취업을 전후하여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개입, 노동자가 받아야 할 몫을 일부 공제하여 중간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자본주의 법 규범 내에서도 이는 원칙적으로 배제된다(근로기준법 8조). 앞서 살펴보았듯이 구직자 수수료든, 구인자 수수료든 이는 모두 임금 몫의 일부이다. 그리고 고용서비스 선진화론자들이 시장수요로 예상하고 있는'고용서비스시장'이란 높은 노동이동률에 동반되는 구인·구직 수수료시장을 가리킨다. 고용서비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노동자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인 양 꾸며보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고용서비스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자본가들일 뿐이다. 고용서비스업을 하는 이들은 생존권 위협에 내몰린 노동자의 노동력 판매를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주선하는 거간꾼―중간착취자에 불과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 중간착취는 법이 허용하는 경우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금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 이상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이 합법화에 목을 매는 것이다. 한편, 경제위기시기에 이들은 직업소개 수수료 착복 등 직접적인 중간착취 말고도 노무관리에 관한 비용절감업무를 대행하면서 중간관리자로서 이익을 얻기도 한다. 이 때 비용절감이란 결국 인건비 절감인데, 아웃소싱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절감은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다. 자본가들은 인건비 절감을 통해 이윤을 남길 뿐만 아니라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생산성 상승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실업의 위험, 불완전한 취업상태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고, 높아지는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한다. 새로운 고용서비스의 수혜자 역시 자본가일 뿐이다. 이들이 어떻게든 전문성을 갖춰 사업화하려는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 란 경제위기시대 자본가가 입게 된 손실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이윤을 남기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고용서비스 선진화론자들은 종종 자신들이 경제위기시대에 높아지는 실업률을 잠재우고 고용률을 높이는 순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국가고용전략회의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고용중개사업이 고용률을 높이는데 순기능을 하려면 (농촌의 과잉노동인구나 가족 내 가사노동인구와 같은) 경직적인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안정되게 유인할 때, 그렇게 해서 경제활동인구 규모를 늘릴 때 그나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상으로 하는 취업애로계층 대다수는 (경제위기로 인해, 물량유동성에 따라 고용이 불안하여)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취업알선을 확대한다고 고용률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더구나 고용중개사업을 하는 이들이야말로 생산비용절감, 생산물량 유동성 조절능력 확보 미명아래 고용신축성과 임금신축성을 조장하고, 노동자들을 반실업 상태로 내모는 장본인이지 않은가? 이들 주장 중 딱 하나 맞는 것이 있다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실업 관련 복지비용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적으로 맞다. 보통 실업 관련 복지재정을 절감하는 방법은 취업자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대상자를 실업급여 지급기준 밖으로 내모는 방법도 있는데, 반실업상태로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실업상태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고용과 계약해지를 반복해서 이익을 챙기는 집단이 바로 자신들이고, 실업자들을 실업급여 지급기준 밖으로 내몬 뒤 이들을 반실업상태로 꾸준히 유지·관리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집단도 자신들이다. 그래서 실업 관련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간접고용-노동신축화의 실질적인 확대, 이것이 직업안정법 개악의 궁극적 목표다 그렇다면 직업안정법 개정은 단지 인력파견업체들의 합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개선인가? 이제까지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론자들은 고용서비스산업을 금융산업과 비유해왔다. 그러면 이번 개정은 정부가 고용서비스산업을 육성해서 경제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내놓은 산업육성계획인가?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노동신축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신념을 가진 신흥세력(?)의 성장을 독려하고, 한편으로는 노동신축화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내적 동인을 만드는데 목표가 있다. 고용서비스산업(특히 복합고용서비스)이 실제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시장은 단기 인력시장에서 인력소개업을 중개하는 것과 노동력공급을 대행하며, 인사·노무관리를 외주 용역 받거나 경영컨설팅 하는 일, 그리고 인력 개발 및 노동력 교육 시장이다. 이들은 우선 단기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그 자체로 자신의 수입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불완전한 취업, 상시적인 인력구조조정, 해고의 자유 등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제도개악을 위해 경주할 것이다. 또 이들은 인력공급사업의 형태를 다변화하고, 교육과 노동자공급 사업을 연계하며, 인사·노무관리를 전문적으로 외주용역받으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척해나갈 것이다. 이들의 합법적인 존재, 이들이 개발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은 그 자체로 (현실을 인정하고 양산하자는 식의 논리를 동반하며) 노동신축화 관련 법·제도 개악의 동인이 될 것이다. 근로자공급(파견)사업을 통한 노동신축화는 물량변동에 맞출 수 있도록 (고용불안을 매개로) 고용신축성과 노동시간·임금신축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법제도를 고쳐놓는다고 바로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생산공정과 노무관리의 혁신, 적재적소·적재적시의 노동력 공급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사회의 관습·관행에 따라 구체적으로 진행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본가들에게도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고용서비스산업 이데올로그들의 표현을 빌면,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전문성'을 토대로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과 회전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어야 노동신축화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야 자본가들은 노동력 공급의 장애를 겪지 않으면서도 실업을 관리하며,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동시에 (간접고용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 입장에서 적어도 다음 4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여기에 적합한 생산공정의 표준화 및 노무관리의 전면적인 혁신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노동신축화에 가장 커다란 반대세력인 노동조합운동이 철저히 약화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력 공급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노동시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하고, 일―가정 양립과 같은 법제도적인 지원도 있어야 한다. 넷째, 노동력 회전률을 높일 수 있으려면, 노동생산성을 단기간 내 높일 수 있는 교육―직업능력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이를 산업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면, 그것은 노동신축화의 실질적인 동인을 갖는 것과 같은 말이다. 불법파견 논란을 무릅쓰고, 위장도급 형태로 인력파견하면서 축적해온 몇몇 재벌대기업의 노동신축화 노하우를 중소영세사업장 및 전체 공단 차원으로 확대하고, 간접고용이 전면 확대될 때 일부 자본가들이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을 사전에 개선해 내는 것, 이것이 고용서비스 산업이 해결해야 할 자기 과제인 것이다. 복합고용서비스 사업을 대형화하고, 전문화하는데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은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지적해 두자. 고용서비스산업이 전문화되고 대형화되면 될수록 시민권 맥락에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인데, 그것은 이들이 사용주의 노동력공급사업(파견) 및 인사·노무관리 용역사업을 대행하면서, 원청 자본가들의 사용자로서의 책임, 법·제도적 책임을 더욱더 모호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간접고용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법적인 고용주와 실질적인 사용주를 다르게 하여 노동자의 노동3권을 사전에 무력화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기업경영에서 하나의 관행이 되어 실질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직업안정법 개악문제는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파견업종 확대방안이 아니라고, 인력공급업체 몇몇을 키우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고 뒤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가깝게 이는 제조업 공단지역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온 온갖 탈법적인 파견행위를 합법화하는 개악 안이며, 멀게는 고용서비스산업을 육성해서 간접고용·노동신축화를 전면 확대하기 위해 자기실행능력을 갖추려는 구상이다.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은 금지된 중간착취시장을 이들이 부활시키려는 계획에 불과하며, 간접고용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준비하려는 것임을 명확히 폭로해야 한다. 직업안정법 개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당장 얻으려는 것, 수수료 자율화와 복합고용서비스사업 실시 방침을 좌절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