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운동의 위기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노동자운동의 과제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10월 21일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출범기념 토론회를 가졌다. 사전 워크숍으로 10월 7일 ‘한국 제조업의 현실과 금속노조운동의 쟁점’과 10월 14일 ‘경제위기시대의 공공운수노동자운동의 전략’을 진행했다. 기념토론회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해 전망하며 한국노동자운동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연구소에서 박하순 소장과 한지원 연구실장이 발표를 하고, 토론자로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서장수 민중행동 상근활동가, 임승철 혁신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정일부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이 참석했으며 노조활동가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토론에 함께해주었다. 1부 토론회: 세계 경제위기 현황과 전망 1부 토론은 박하순 노동자운동연구소장의 세계 경제위기 현황과 전망 발표로 시작했다. 박하순 소장은 2007년 미국에서 시작해 경제위기가 세계로 번진 후 2009년을 기점으로 대체로 주요국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경제위기가 끝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경제위기 이후 금리인하 및 수량완화 같은 통화정책과 대규모 경기부양 같은 케인스주의적 정책, 금융부문과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자금지원, G20으로 상징되는 국제적인 공조 등을 추진했다. 이 같은 정책들이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해서 경제 상황이 호전되었으며 중국이나 인도 등 거대 개도국들의 강력한 성장세 또한 불황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현황은 위기가 종료 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정적인 징후들이 강하다. 성장세는 대폭 하락해 여전히 더블딥(경기 재침체) 가능성이 논의될 정도이고, 미미한 성장으로 인해 신규 고용창출이 둔화되어 고용상황이 전후 최악이다. 특히 부동산-주택부문, 대외부채와 환율, 추가경기부양 가능성이 미국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문제인데 녹록지 않다. 우선 부동산-주택부문 가격이 추가적으로 5-10%가 하락한다면 이는 주택담보대출에 기초한 각종 유사채권들의 가격 하락으로 인해 금융기관 부실을 야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환해야 할 주택담보 대출금보다 주택가격이 낮은 일명 ‘깡통주택’을 보유한 가구 수가 주택담보대출 이용가구의 약 23%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며 이는 가계소비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다음으로 대외조건을 보면 미국경제가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의 대폭적인 절상을 통해서 수출을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유럽은 단기간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국가부채 문제가 있어 유로화 가치 상승이 어렵고, 엔화 가치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구가하고 있어 위안화 절상 여력이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설득하고 강제할 수단이 없다면 위안화 절상을 통한 대 중국 수출 증가도 여의치 않다. 추가경기부양 가능성 역시 낮은데, 늘어가는 정부부채와 공화당의 견제로 인해 오바마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은 장기불황과 준 디플레이션, 일정한 성장 이후 스태그플레이션, 무역수지 적자 및 대외부채 증대 등 연옥(煉獄)의 상태를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중국에 거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헤게모니 국가가 되기 어렵다. 오히려 역량이상의 역할을 맡아 거품을 형성하고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편 이윤율추이를 통해 미국자본주의를 분석해 보면 앞으로 자본생산성의 후퇴와 정체상태를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단기이윤율 역시 1997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없어 상당기간 불황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주택부문의 추가적 악화나 남부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저성장 궤도로의 진입 등의 요인들이 겹친다면 심각한 위기가 재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는 순국제투자잔액으로 표시되는 순대외자산의 마이너스 규모는 줄어들었으나 노동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여 자본은 엄청난 이익을 향유한 반면 가계는 임금억제와 고용불안 등으로 부채증대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경제가 양호한 편이지만 중국경제가 저성장궤도로 진입한다거나 원화가치의 급격한 절상이 이뤄질 경우 위기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상당한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박하순 소장은 세계경제를 전망하고 한국경제 현황을 분석하면서 노동자운동은 자본주의 이후를 모색할 시점이라며 발표를 마무리 했다. 이어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환율문제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을 물었다. 박하순 소장은 중국이 위안화를 어느 정도 절상할 여력을 가지고 있고 절상하게 된다면 불균형문제를 일정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개발도상국은 외국자본 유입에 따른 통화가치 상승, 거품생성, 자본 유출, 환율의 급등락으로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중국 역시 수출 규모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어 안정적인 외환 관리 기조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를 해결 하려는 시도가 동아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달러환류 메커니즘의 변화를 추진하려는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박하순 소장은 미국이 달러환류 메커니즘 구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위안화 절상과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해 중국의 미국 채권구입이 줄더라도 미국의 수출을 늘려 불균형 문제를 진정시키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2부 토론회: 한국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과제 2부 토론은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이 한국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한지원 연구실장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시대에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적 지향으로 사회운동노조를 제안했고, 현실적 조직체계로 산별조직체계 논쟁의 연착륙과 지역운동 강화형 조직 건설을 제시했다. 또한 사회운동적 방식으로의 노조법 개정에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이번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노동자운동은 1990년대 이후 선진국 노조의 주요 노선이었던 사회적 합의주의와 경제적 실리주의로는 더 이상 노조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는 기존 사회협약 전략과 별반 차이가 없는 역동적 복지 담론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유연화와 복지를 맞교환 한다는 전략이다. 역동적 복지는 정부가 주장하는 유연안정성과 비슷한 내용인데다 현재의 세력관계에서 복지보다 유연성만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제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대안세계를 창출한다는 지향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운동노조의 핵심은 대중운동 내부에서 대안세계를 위한 새로운 조건을 확립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이는 노동자 스스로가 과학적 인식을 통해 자기통치할 능력을 배가하지 못한다면 결국 20세기 사회주의를 넘어설 수 없다는 평가에 기반을 둔다. 또한 사회운동노조는 정치적 의제는 정당에 위임하고 경제투쟁만을 담당하는 노조, 당의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노조를 지양한다. 노동조합을 특정 모델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대중조직으로 사고하며 노동자가 스스로 통치할 조건을 형성하는 노조노선이다. 한편 이념 정립을 위해 교육과 정파갈등 문제를 우회할 수 없다. 대중적인 노선 토론의 부재로 인해 정파갈등이 부정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념적 강화와 정파문제 해결은 같은 문제이다. 그래서 투쟁과 일상 활동에서 노조 교육토론에 대한 긴장감을 가져야 하며, 노조 단협을 통해 교육시간을 확보하고 실제 교육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 조직적 과제로는 위기에 빠진 산별노조 운동이 지역운동을 강화하고 초기업적노조운동을 혁신하는 데 주력할 것을 제안한다. 산별 조직 편제 문제를 중심으로 조직 내적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보다 지역지부운동의 모범을 더욱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대공장 노조들이 지역운동을 통해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 산별노조 완성 정도에 따라 총연맹의 역할이 정책연구와 정치세력화 관련 업무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반노조 정책이 일반적인 한국 정치 현실에서 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며, 민주노조운동 확대에도 필수적이다. 현재 민주노총의 지도력이 현격히 저하되어 있는 상태라 전국적 투쟁전선 구축을 위해 산별노조 간 공동투쟁의 원칙과 기풍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중운동이 실제로 진행되는 지역에서 지역연대운동의 구심으로서, 총연맹 활동의 집행기구로서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음으로 저성장-위기 반복 상황에서의 투쟁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로 최저임금투쟁의 확대재편을 통한 연대임금 투쟁의 필요성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강화시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수직적 하청 생산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 같은 양상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이에 맞서는 민주노조의 전략은 공동의 임금인상을 통해 임금격차를 완화함으로써 노동자 단결의 계기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한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몇 가지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는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과 공명하며 기존 노동자의 노동 강도 강화와 저임금 일자리 양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고용 유연화, 시간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역전시킬 만한 정치적 힘이 부재한 상황에서 우선은 현실 가능한 공동 임금 투쟁으로 최저임금을 발전시키는 것에 집중해보자. 최저임금-전조합원 임금인상 요구액을 공동의 정액인상요구안으로 맞추어 투쟁하는 것이다. 조직 노동자와 최저임금영향에 있는 노동자들이 공동 임금 요구안을 내걸고 함께 싸우며 임금 격차를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최저임금투쟁의 틀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저임금투쟁의 위상을 대폭 확대하고 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한국식 연대임금 투쟁의 방식을 찾아보자. 중장기적인 과제로 국제적 수준에서 노동자운동의 세력화와 자본주의 변혁을 도모하는 대안세계화 운동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민주노조운동은 국제적 사회운동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 G20, APEC 투쟁 등의 국제적 의제에 대한 전략적 투쟁,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국제적 사회운동 흐름에 대한 적극적 동참, 로비조직화 된 국제노동조직(국제노총(ITCU), 국제금속노조연맹(IMF) 등)을 넘어선 투쟁하는 노조 간의 중장기적 연대와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 개악 노조법 대응은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방향을 다시 세우는 방향이어야 한다. 유급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 범위까지 다루는 타임오프제의 최종 목표는 노조 활동가들을 기업 내 노사관계에 묶어두는 것이다. 산별 교섭 체계를 무력화하고 기업에서 노조 생존을 위해 복수노조 간 실리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노조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노조법 재개정이 당장은 쉽지 않은 만큼 산별노조와 기업노조들에서는 조합비 인상을 통해 이후 무급전임자까지 활동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기금을 미리 조성하고, 초기업 노조운동과 민중연대 활동에 대한 조합원들의 충분한 동의를 조직할 수 있는 교육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토론자 발표 첫 번째 토론자인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조 운동의 조직 투쟁을 둘러싼 조건이 지난 15년간 지속적인 변화를 겪은 상태이며 우리가 투쟁의 재구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우선 민주노총의 총파업 전선과 산별파업이 와해되었으며 파업전술 측면에서 난관이 많음을 지적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치총파업의 기초인 지역 연대파업을 일상화하고 총연맹과 산별 역시 이러한 인식 하에 투쟁을 재구성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파업권이 전면 봉쇄당한 전교조, 공무원노조, 필수공익사업장 등은 제2의 노조건설운동 차원으로서 파업권 쟁취투쟁을 전개하자고 했다. 한편 이번 타임오프 투쟁이 단협상에는 타임오프 한도 내로 유급 전임자를 정하고, 별도합의 형식으로 무급전임자의 임금을 충당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효과가 임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 평가했다. 타임오프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약화를 초래해 양노총 체계를 고착시켜 자본과 정권의 분할전략이 큰 비용 없이 먹혀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2011년 40만 총파업투쟁을 제안하고 있는데 2012년 대선에서 야권단일화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와 연결되어있다고 했다. 이 때 노동법 재개정 투쟁이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며 정치적인 교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고 제2의 단결권 투쟁에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2011년 복수노조 체제 아래에서 산별노조의 위기를 새로운 산별노조운동의 계기로 삼자고 했다. 그는 현재 산별노조운동은 산업 노동대중의 절실한 요구를 기반으로 공동투쟁을 경유하지 못해 대체로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복수노조 체계에서 교섭창구가 강제적으로 단일화되면 소수노조가 사실상 노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산별교섭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산별노조운동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며 단위사업장 현장에서는 정규-비정규 연대파업, 지역 차원에서는 고용불안에 맞서는 지역총파업을 만드는 데 일관되게 노력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정규직중심인데 자본의 공세 속에서 점차 우경화되었다며 새로운 주체가 조직화되고 투쟁으로 나서는 경로를 전망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운동노조는 대안세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정치조직(정당)의 역할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혁명적 생디칼리즘과 차별점이 무엇이지 지적했다. 그리고 활동가들의 사상적이고 실천적인 일대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의견 발표를 정리했다. 두 번째 토론자는 서장수 민중행동 상근활동가였다. 한지원 연구실장의 발표문에 대한 의견에 이어 지역 연대운동의 강화를 위한 제언을 발표했다. 우선 연구실장이 발표문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회운동노조가 이념적 지향으로 남지 않고 구체적인 상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지 사회운동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결의만으로는 부족하듯 이념에 걸맞은 조직형태와 운영원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이 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임금 투쟁에 대해서는 임금격차를 좁히는 투쟁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임금격차만의 문제로만 제기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연대임금투쟁의 상과 현실가능성 그리고 노동자단결로 나타날 수 있는 성과나 효과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국제연대가 현장과 지역차원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역에서 타임오프제 투쟁에 대한 혼란이 많았는데, 타임오프제를 노조에 대한 총체적 탄압으로서가 아니라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로 이해하고 있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복수노조의 경우 타임오프 투쟁 대응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응방안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지역 연대운동의 강화를 위한 제언을 했다.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운동적 역할 강화를 위해 첫째로 이념적 혁신을 넘어 현장이 사회운동과 소통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자고 했다. 두 번째로는 노조 내부 현안뿐 아니라 지역의 현안과 투쟁을 알리는 선전사업을 강화하고 마지막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위상을 복원시킬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을 주장했다. 지역을 중심으로 연대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대운동들이 하나의 의제를 가지고 공동으로 대응하고 토론하면서 투쟁을 모으는 활동을 강화하자고 했다. 운동이 원심화되고 개별화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고 지역전선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노동운동과 다른 운동이 소통하고 횡단할 수 있도록 지역운동을 총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 번째로 임승철 혁신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발표했다. 한국 노동운동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메타적 대안담론과 현실적 전략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호혜적인 사회협동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경제구조의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완전고용을 추구 하면서 생존권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노동존중의 사회협동경제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삼아 제2민주노조운동과 제2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2민주노조운동은 아래로부터의 민주노조 복원과 한국적 산별노조운동에 기반을 둔 민주노총의 정치사회적 실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정치사회적 조합주의 운동노선이다. 이어서 한지원 연구실장의 발표문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우선 산별노조 운동방향에 대해서 중앙교섭 우선주의의 과오를 벗어나자는 주장은 긍정적이나 발표문에서 제시하는 현실적인 투쟁이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식 산별노조로의 이행전략을 선택하자고 했다. 그리고 민주노총 임금요구안과 최저임금인상액 요구액을 일치시켜 투쟁하자는 주장은 실현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 축소를 위해 공동임금투쟁을 강화하자는 발표문의 주장은 산업별 업종별 임금 편차가 크고 지불능력이 천차만별인 조건이라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업종별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투쟁을 해야 하며 역산별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서 주간연속 2교대제-월급제 쟁취 공동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산별노조의 지역지부를 통한 지역연대투쟁의 강화가 산별노조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오히려 임금 및 근로조건이 유사한 자동차 대기업 단위들의 공동임단투를 중심으로 사내 하청 및 사외 협력업체 노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업종별 임단투를 강화하면서 연대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경로가 개별적 산별지역지부가 해결할 수 없는 지역공단 및 지역사회 복지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연대단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복수노조 시행은 민주노조운동의 최대위기가 될 것이라 전망하며 민주노총은 단위노조의 1사 1노조 원칙을 사수하면서 한국노총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반MB연대전선으로 견인하는 획기적인 제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제2민주노조운동과 한국적 산별노조운동의 전개로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미조직 대중과의 소통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끝으로 발표문이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집권세력 교체(민주당)에 기대를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노동운동진영이 재반격과 도약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의미 있으며 이를 위해 반MB반신자유주의 공동전선으로 모여야 한다고 했다. 네 번째 토론자는 정일부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부소장이었다. 부소장은 사회진보연대와 노동자운동 연구소가 젊은 활동가들이 많아 자산이 상당하므로 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는 것에 비중을 두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로 시작했다. 현재 노동운동 위기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부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최소한 1980년대 변혁운동과 1987년 이후 대중운동 고양이 단절적으로 변화 발전하게 된 역사에서부터 찾아야 한다고 했다. 1987년 이전의 변혁운동이 현실운동에 대한 구체성 없이 추상적인 수준에서 전략전술 논의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점이나, 1987년 이후 대중운동의 발전과정에서 변혁운동 세력들이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면서 자생성을 크게 극복하지 못하게 된 점들이 운동의 위기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라도 노동운동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노동운동의 지향을 뚜렷이 하고 현장 노동자들의 토론을 통한 교육운동이 절실하다는 의견에 동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발표문의 사회운동노조는 조직에 대한 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속산별운동은 지역차원의 초기업운동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발표문에서처럼 조직재편문제로 갈등을 조성하지 말고 현실 가능한 방법을 택하자는 입장은 사실상 기업별 노조를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총연맹 지역본부의 위상을 강화해 지역연대운동의 모범을 만들자는 주장은 반대할 사람은 없으나 현실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원인과 실행 가능한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임단투에 대해서는 하나의 산업 내에서도 기업별 분절에 의한 통일적인 교섭과 투쟁이 지난한 상황인데 어떠한 유인과 강제력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자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기념토론회를 마치며 기념토론회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위기 하에 노동자운동 역시 위기임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노동자운동이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는 운동에 나서기 위해 노조가 노동자들의 대중운동기관으로서 거듭나는 사회운동노조로서 지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운동노조의 구체적인 상이 무엇이냐는 토론자들의 질문에 연구소는 사회운동노조를 특정한 모델로 제시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주의와 경제적 실리주의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제기한 것이며 노동자들의 자기통치의 조건을 마련하자는 것임을 밝혔다. 한편 산별노조운동이 봉착한 난관을 헤쳐 나갈 방안과 총연맹의 역할을 토론하고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자본에 맞서 단결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과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별지역지부를 강화하고 총연맹을 중심으로 전국적 투쟁전선을 구축하자는 연구소의 주장에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제시한 공동투쟁과제에 대해서도 토론자들은 추진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과제가 있음을 지적해 주었다. 노동자운동 연구소는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지적한 문제와 고민을 받아 안아 현장과 지역에 밀착한 연구 활동을 다짐하고 일상적으로 토론할 것을 제안하며 토론회를 마쳤다.
“교류와 연대를 통해 노동자운동 단결의 매개가 되고자 합니다.” 1. 10월 21일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출범을 준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사회진보연대 내적으로는 노동문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천착해서 대중운동으로서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결합력을 강화하자는 것이고요, 조직 외적으로는 위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진단을 정확히 하여 노동조합운동의 재활성화에 기여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출범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중운동으로서 노동조합운동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어떤 진보운동도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지요. 2. 한국 노동자운동의 발전 과정에서 여러 연구소들이 존재했습니다. <연구소>는 다른 연구소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혹은 어떤 차별적인 전망을 지니고 있나요. 몇몇 연구소들은 문을 닫기도 했지만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는 연구소들이 있지요. 그리고 없어진 연구소든 아직 활동을 하고 있는 연구소든 그 정도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오늘날의 노동조합운동의 공과에 어느 정도 연루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것은 회원이 있든 없든 노조간부나 활동가와의 교류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측량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요. 평가와 관련해서는 연구소들의 성격이 다양해서 하나의 내용으로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고요, 일반적인 차원에서 몇 가지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수억의 인민들이 수십 년간 실천한 현실사회주의가 붕괴한 사건을 마치 없었던 사건처럼 취급했다는 것이고, 변화된 정세에 걸맞은 이념의 혁신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구래의 사회주의 상을 고집한다거나 경제주의적 노동조합운동을 추수하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원은 이미 정세변화를 체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소들이 하는 얘기에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정치적이고 사회운동적인 노동자운동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노동조합운동은 튼튼한 산업노조나 총연맹을 건설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과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이를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넘어설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일부 노조의 경우 어용의 길마저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념의 혁신을 통한 계급적 단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때문인 것이지요. 연구소들은 또한 연구소들 사이에 교류와 연대에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교류와 연대를 통해 상호침투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작은 영역에 안주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결국 노동자계급의 단결에 적극적으로 복무하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새로 설립된 노동자운동연구소는 노동자운동의 이념적 조직적 혁신을 대중적인 차원에서 제기해 볼 생각입니다. 우리가 완성된 그 무엇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우리 고민의 일단을 제출해 보고 대중적인 토론을 통해서 이를 채워나가 보았으면 합니다. 또한 새 연구소는 비록 사회진보연대의 부설기관이기는 하지만 다른 연구소와의 교류와 연대에 적극 나서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전체 민주노조운동을 단결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3. 연구소들은 이념적 지향이나 노동자운동의 발전전망에 대한 상,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연구소의 활동방식을 명칭이나 모토를 통해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모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글쎄 모토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요, 모토라고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새 연구소는 대체로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노동조합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투쟁을 전담한다고 여겨지는 정당을 상대화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임금이나 고용문제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생태주의, 반전평화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받아들여 투쟁하고 이를 통해 노동조합을 더욱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사회운동적 노조주의인 것이지요. 또한 이런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는 당연히도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통일을 지향하는데요, 그래서 연구소를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연대의 매개자로 위치 지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이것이 모토가 될 수 있을지는 역시 모르겠네요. 연구소 성원들이나 주변 동지들과 좀 더 토론을 해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모토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4. 연구소가 앞으로 가장 주력하고자 하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당분간은 노동조합운동의 현재의 위기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분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운동에서 긍정적으로 취할 바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제 노동자운동에 대한 조사연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대안사회에 대한 연구도 노조운동의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옛것은 무너졌으되 새 대안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대중운동이 힘 있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겠지요. 5. 연구소 소장으로서 연구소의 발전을 위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재정확충과 저를 비롯한 연구원들의 역량제고, 노조운동과의 교류확대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습니다. 또한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연대의 매개자 역할을 시도해 보려면 다른 연구소, 정파들과의 교류와 소통도 주안점이라 할 수 있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 노조운동의 발전에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해 제대로 분석해 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쟁점파악 능력 및 분석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노조운동과의 긴밀한 교류와 협조를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자리를 빌려 사회진보연대 회원 여부를 떠나 노조운동에 관여하고 있는 여러 동지들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와 연구소 사업에 대한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노동자 간 경쟁을 격화하는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신축화 일자리 창출동력 없는 고용전략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2004년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일자리창출 종합대책에서도 그랬지만) 뚜렷한 일자리 창출 동력을 설계하지 못한 채 고용률을 높여 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적으로 고용인구의 확대는 노동생산성 상승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 즉 이윤율 하락을 상쇄할 만한 새로운 성장 동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지배세력들은 고용률을 어느 선까지는 유지해야 자신의 통치성과 자본주의 착취질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변칙적인 방식으로 고용대책을 내놓게 된다.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은 오로지 다양하고 세련된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나누기’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일자리 창출 동력이 아예 없지는 않은데, 그 중 하나가 고용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종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가 뿌리산업․부품소재산업(․녹색성장산업) 등을 육성하여 고용비중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규노동시장 창출을 동반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논외로 하면) 서비스업종 규제완화가 고용을 확대할 수 있을 지는 부르주아 경제학자들조차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아서, 서비스업을 규제 완화하고 대형화해서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면 신규고용이 창출되더라도, 그에 따라 몰락하게 될 자영업자 규모 또한 이에 못지않다. 실질적인 고용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중소․중견기업을 활성화해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구상 역시 우리나라에서 재벌들의 이익 창출 방식과 중소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방식을 구체적으로 고려하면 말잔치에 끝나고 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벌들의 이익창출 방식은 설비투자 증대와 고용확대에서 비롯한다기보다는 비용절감, 특히 하청으로의 비용 전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때 비용전가의 대상이 바로 고용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는 중소기업들이다. 문제는 이들 중소기업 대다수가 기술개발보다는 인건비 절감 방식에만 의존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시간․노동강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려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중소 부품산업이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에만 의존하는 한, 중소 부품산업의 고용 불안전성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여기서 일자리 증대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일자리 나누기에만 의지하는 고용전략 국가고용전략 2020을 이명박식 ‘일자리 나누기’ 전략이라고 지칭할 수 있다면, 그 특징을 살펴보기 전에 일자리나누기가 고용전략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상황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비교할 때, 노동시장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1997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기업도산과 함께 고용조정이 대세를 이루었다면, 2009년에는 임금삭감(/조업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가 시도되면서 고용조정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2008년 당시 한국의 경제위기 탈출 방식이 고강도 구조조정보다는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을 도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었던 데다, 1997년 이후 진척된 노동신축화로 인해 상시적인 고용조정체제와 일자리나누기가 위기의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노동조합운동이 대체로 양보교섭에 응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용조정이 야기하는 대규모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나아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이 기정사실이라면 지배계급들로서는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고용위기의 해결이야말로 최우선적인 정책 대안이 되게 된다. 물론 2009년 일자리나누기가 완전히 성공했던 것만은 아닌데, ‘고용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중심으로 상시적인 고용조정이 발생한데다, 경제위기로 인해 신규 채용이 억제되면서 청년․여성을 중심으로 고용위기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는 잠재실업자 층이 여성․저학력 노동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2003년 63만 명에서 2009년 상반기 101만 명으로 증가했다.) 더군다나 상시적인 고용조정과 함께 임금, 고용, 노동시간, 노동강도 등 모든 면에서 노동조건이 후퇴함에 따라 불완전한 취업이 급격히 확산된다. 노동자의 임금소득과 고용이 원청으로부터의 물량수급에 완전히 종속되고, 그에 따라 고용을 유지하는 동인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낮아지는 경제활동참가율(1997년 62.5% → 2009년 60.7%)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15세 이상 인구증가율(2009년 1997년 대비 15%증가)에 비해 경제활동인구 증가율(2009년 1997년 대비 11.7%증가)이 더 낮았던 것이다. 더구나 2016년부터는 저출산 고령화로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아예 감소할 전망이어서 이 점까지 감안하면,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는 (저임금 구조를 존속 가능케 하는) 산업예비군 형성을 곤란하게 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이 노동력 공급난을 호소했던 것은 현상적인 면에서 봤을 때 그냥 엄살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을 살펴보면 다음 2가지를 핵심적으로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둘째, 취약계층을 포괄하는 ‘일자리나누기’ 방안이다. 여성․청년․노년층의 일자리 창출계획, 그리고 노동력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고용규제 합리화는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하겠다는 이명박 정부 나름의 방안이고, 단시간근로제의 도입, 노동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의 도입, 근로시간 계좌제 등은 노동시간을 더욱 신축화해서 ‘일자리 나누기’가 취약계층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나름의 방안이다. 물론 일자리 나누기가 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의 정체를 극복하려는 방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후자는 전자를 포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핵심은 고용규제 합리화와 (단시간 일자리 확대를 도모하는) 노동시간 신축화에 있다. 노동조건을 악화하고, 고용불안전성을 심화하는 고용전략 : 저임금 구조 확산, 간접고용 확대 먼저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활력을 위한 개선방안이라고 내세우는 고용규제 합리화방안부터 살펴보자. 실망실업자를 유인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근로권익을 보장하겠다면서 이명박 정권이 내세운 것은 서면근로계약 교부를 의무화(2012년 1월 시행)하고, 임금체불 예방을 위한 개선대책을 수립한다는 것이며, 최저임금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내 및 건설 하도급 개선 방안도 제안하였다. 다른 것은 논외로 하고, 최저임금 규제 강화방안만 살펴보자.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은 상대적으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한편에서 최저임금을 저임금 노동시장의 임금가이드라인으로서 기준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사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고용의 신축성과 노동력 공급 양자를 동시에 만족하기 위해서는 저임금 노동시장의 표준시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시장에서 이는 더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표준시급을 낮추는 최저임금은 노동자로 하여금 고용유지동인을 잃게 한다는 점에서 고용의 신축성을 보장한다. 또 낮은 최저임금 시급은 부족한 한 달 소득을 벌려면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시간 노동으로의 유인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일정한 기준 이상의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노동의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공급업체를 통한 취업을 용이하게 하고, 그리하여 노동시장의 노동력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접고용업체의 최저임금 위반사례 및 임금 체불 사례가 종종 발견되지만, 용역 및 파견업체들에서는 최저임금 위반사례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가 상대적으로 덜 발견된다는 사실은 역으로 이를 반증한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개선 방안은 거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다.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실태조사부터 엉망이다. 이번 실태조사의 기준이 되고 있는 노동부의 2007년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은 다수의 판단기준을 열거하면서 이 중 몇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파견이 아니라는 식이었고, 이렇게 불법파견 여부를 종합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조사해서 지난 3년간 제조업 불법파견으로 적발한 업체는 6곳(건수로 하면 7건)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번 사내하도급 실태조사는 설문문항을 공개하고 이를 하청노동자에게 질문하는 공개설문방식이어서, 사용자측이건 위장하도급 업체건 하청노동자에게 불법파견․위장도급이 아니라는 식의 답변을 사전에 훈련시킬 것이 자명하다. 결국 위장도급․불법파견 여부를 은폐하는 실태조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선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원청업체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사용범위를 사내하도급 노동자에게로 확대하는 정도이고, 위장도급․불법파견 하청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노동3권 보장 문제는 원청의 노사협의회 참여 정도로 제한하고 있고, 그나마도 원청업체 사용자가 동의하는 경우에 한해서이다. 진성도급화하기 급급했던 원청사용자가 어느 세월에 사전에 동의해 준단 말인가? 고용규제의 합리화 방안으로서 핵심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제한의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것과 파견허용업종을 조정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로자공급사업을 실질화하는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2009년 당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려 했던 것을 우회하는 것이다. 신규법인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예외를 두는 것이라 하지만, 인건비 절감이 기업 경쟁의 성패를 좌우하는 마당에 이는 곧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아예 없애자는 논거만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청소․경비 업무에 대해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겠다는 것은 기간제 사용 비중이 대단히 높은 업무부터 기간제 사용제한을 없애 사실상 사용기간 제한을 실질적으로 없애겠다는 방책에 불과하다. 한시적이며 일시적인, 그것도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서 기간제 고용이 사실상 자유화된 마당에 이런 식으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없애겠다는 발상은 이제 신규채용 노동자에 대해서만큼은 해고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주장일 뿐이다. 더구나 기간제 고용은 국가고용전략 2020이 그토록 강조하는 취업애로계층의 고용 불안전성을 높이는,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또 낮은 근속년수를 구실로 저임금을 정당화하고, 노동조합 활동도 불가능하게 하여, 동일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노동조건마저 하향 평준화하는 반노동자적인 방책이기도 하다. 파견허용업종을 조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조삼모사 술수에 불과하다. 32개 파견허용업종을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활용정도가 낮은 파견허용업종을 삭제하고, 활용정도가 높은 파견허용업종을 추가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파견노동자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오늘날 파견노동은 저임금을 구조화하는 최저임금제도와 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력공급의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위장하도급 관계를 매개로) 기간제 노동과도 결합되어 있다. 최저임금제와 기간제 노동의 문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고용한 자본가가 사용주로서 법적인 최소한의 의무마저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견노동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가장 악랄한 고용형태이다. 부르주아 법체계 내에서 인력소개업과 근로자공급사업은 구분되어 있고, 인력소개업은 규제에 초점을 맞추지만, 근로자공급사업만큼은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근로자공급사업이 (고용불안을 심화하고, 중간착취를 가능하게 하며, 노동3권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노동자의 생존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지배세력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법을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예외조항으로 구성된 특별법 형태로 공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는 이마저도 손을 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바로 일자리 안정망 확충을 구실로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15일 직업안정법을 전부 개정하겠다며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의 보론을 참조하시오) 노동력 공급사업과 인력소개업, 직업능력개발업 일체를 복합고용서비스라는 미명아래 하나의 업체가 주관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다. 인력소개업과 근로자공급사업의 구별도 희미해지고, 또 직업안정법의 취지를 전면적으로 개정한다는 점에서 이는 근로자공급사업의 전면 확대를 예고하는 법 제도 개선방안이라 할 수 있다. 파견법은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안이었는데, 직업안정법이 이렇게 개악되면 원칙법에서도부터 근로자공급사업이 실질적으로 확대되는 근거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국가고용전략 2020을 기초한 이데올로그들의 주장대로 고용알선업무가 고용률 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잠재적 실업자 층과는 다른 경직적인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때 그나마 효과가 있다. 즉,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국면에서 외부노동시장의 부족한 노동력 공급 상황을 타개하고, 급격히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강제적인 시도를 동반하기도 하는)들을 사용할 때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복합고용서비스가 대상으로 하는 취업애로계층의 대다수는 잠재적 실업자 ― 즉, 경제위기로 인해 고용의 불안전성이 높아지는 이유로 인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고, 이들을 상대로 하는 취업알선이 전문화되고 확대된다고 한들 고용 불안전성이 개선될 리가 없다. 결국 복합고용서비스업이란 노동자에 대한 고용불안전성은 개선하지 않은 채, 저임금․고강도 노동시장에 노동력을 더욱 수월하게 공급하는 전문가 집단을 육성하려는 방안인 것이다. 나아가 사회서비스업과 같은 신흥노동시장에서 근로자공급사업을 다양한 형태로 확대함으로써 간접고용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려는 방안에 불과하다. 신흥고용불안에 따른 노동자의 고통은 그대로 둔 채 노동력 공급의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주들의 곤란만을 해결하는 것 ― 그리하여 노동신축성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고용서비스촉진법의 궁극적인 목표인 것이다. 노동자간의 경쟁만을 격화하는 고용전략 : 일자리나누기와 노동시간 신축화 본래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 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정리해고를 실시하지 않는 대신 임금 및 조업시간을 조정하여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이 개념은 교대제 개편, 일시 휴직, 교육휴가 등 노동 재조직화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는 추세이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도 이 점은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국가고용전략 2020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 중 하나가 단시간 근로제를 상용직화 할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직무분할(job sharing)이라는 의미에서 봤을 때, 단시간 근로와 같은 유연한 근로형태를 확산하는 것은 (통계수치로서의) 고용률을 개선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될 때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임금설계가 1인 생계형 가구에 기초해 있다고는 하지만(가족임금) 저임금 구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실제로는 2인 생계형 가구가 더 일반적이고, 따라서 여성의 일자리 수요도 (이른바 맞벌이 부부라 할지라도) 전일제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더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일과 가사에 치이더라도 가계에 필요한 월 소득을 충분히 벌 수 없다면, 육아 및 가사노동을 위해 단시간 일자리를 소망하는 것(대개의 설문조사에서 드러난다)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전일제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한편 단시간 근로는 전혀 다른 형태로의 노동시간 경쟁을 가속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육을 담당한 사람(주로 여성)이 육아 휴직에 들어가거나 단시간 일자리만큼의 소득을 벌 수밖에 없다면, 가계의 중심 소득원으로 간주되는 사람(주로 남성)이 부족한 임금소득을 메우기 위해, 잔업특근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시간 연장 경쟁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단시간 근로로 고용이 늘어난다 할지라도 노동자가구가 이러저러한 일자리로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면 노동시간 연장을 위한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은 어떤 형태로든 가속하게 되고, 이는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켜 육아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일자리 나누기로서 단시간 일자리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일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단시간 근로가 실제로 직무분할의 효과나 제대로 낼 수 있을 지조차 의문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 상용직 단시간 근로의 확산을 위한 사례로 거명되고 있는 업무 중 상당수는 상담업무, 보육업무처럼 업무량이 집중되는 시간대에서 단시간 근로를 활용하고 있는 형태다. 정부는 이런 형태의 단시간 근로를 민간으로까지 확대 개발하기 위해 2011년 「시간제근로자 고용촉진법」제정할 예정이다. 또한 시간제 근로자 인사관리에 대한 전문 컨설팅 지원 비용만 10억 원울 배정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같은 형태의 단시간 일자리는 직무분할효과 보다는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효과가 더 크다. 전일제 고용으로 8시간 임금을 주어야 할 일자리가 6시간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날 제품생산에 들어간 시간과 여기에 투여되는 실질노동시간을 똑같이 하는 경향이 기본 방향인 상황에서 직무분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명확하다. 직무분할 결과 실질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예컨대 라인위주의 제조업 산업) 직무분할은 거부될 것이요, 실질노동시간이 늘어나면 (예컨대 간호 업무) 직무분할은 장려될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 모양새를 갖추고는 있지만 임금분배율은 제자리인 채 (즉 한 가구당 월 평균 임금소득은 제자리인 채) 노동강도만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편, 이번 국가고용전략 2020에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범위를 확대하고,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담겨져 있다. 양자 모두 1년 단위의 실노동시간 단축방안이다. 전자는 3개월에서 1년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는 것이고, 후자는 1년 단위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과 ‘휴가’를 상호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노동시간을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와 근본적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1.5배 시급을 주도록 규정한 것은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하여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사장이 마음대로 부리지 못하도록 경제적인 제약을 둔 것이고, 주단위로 연장노동시간을 제한한 것도 마찬가지 의미에서 법․제도적인 제약을 둔 것이다. 그런데 1년 단위로 실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일거리가 많을 때에는 연장근로를 시켜도 1.5배 시급을 안 줘도 되고, 일거리가 적을 때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활용하여 휴가를 소모하게 하면 된다. (연장근로시간 만큼 휴가를 주겠다고 하지만, 일거리가 많은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휴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결국 탄력적 근로시간제나 특히 근로시간저축휴가제는 잔업․특근수당을 제대로 주지도 않은 채 일정한 범위의 노동자 고용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세련된 변형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형태의 노동시간 신축화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하는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없을뿐더러 일자리 나누기를 빙자해 노동강도를 높이고, 임금을 삭감시키는 방안인 것이다. 이명박 정권 일자리나누기의 본질 결국, 국가고용전략 2020이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나누기란 (양보교섭 차원이 아니라 아예) 노동신축화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을 재조직해서, 다시금 도래할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에 닥칠 손실을 더 손쉽게 떠넘기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고용위기 해법으로 일자리 나누기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나누기와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데다 일자리나누기 역시 실제 고용위기 해소 수단으로서 적합하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고용위기의 대안이라는 미망에 빠지는 이유는 부가가치 생산에 필요한 총 노동시간을 단순히 더 많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는 단순 계산 때문이다. 하지만 임노동시장에서는 그와 같은 단순 계산이 결코 현실로 드러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노동력을 팔아야만 자신의 생존을 영위할 수 있는 임금노동자라는 현실이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있으며, 정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시대 노조 조직률의 하락과, 장시간 저임금 고강도 노동 등 노동조건의 악화가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경쟁 구조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불가능하게 한다. 어떤 의미에서건 경제위기시대에 고용문제만을 매개로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일자리나누기가 노동신축화를 확산하는 매개 고리가 되고, 경제위기로 인한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형태가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고용문제에만 매달리면 일자리나누기의 미망에서 헤어 나올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용위기를 야기하는 현실적 토대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이러한 조건을 바꾸기 위한 이행적 요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자본의 투기적 행태가 지속하는 한, 재벌기업들이 비용전가를 외부화하고, 자본 이동의 자유를 누리며 이윤을 집중하는 틈바구니에서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적 행태가 지속하고, 이윤을 초민족적으로 쉽게 빼돌릴 수 있는 한, 자본 철수가 너무나도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고용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란 결코 나오지 않는다. 자본이 기술생산성보다는 저임금 구조에 기대어 비용절감만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한, 노동조건의 악화를 막아낼 방법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 개개인의 바닥을 향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어떠한 방안도 나오지 않는다. 국가고용전략 2020은 노동자운동이 이제는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시험하고 있다. 똑같은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박스1%]
돌봄노동의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쟁취하자 드디어 돌봄노동자들이 나섰다! 2010년 10월 16일 서울 보신각에서 <전국돌봄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이는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2010년 3월 6일 개최되었던 <돌봄노동자 희망대회>의 후속대회로 3월의 결의와 연대의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또 그간 개별적으로 진행되어온 제도 대응 투쟁과 노동권 보장 투쟁의 성과를 이어나가기 위한 자리였다. 사회서비스 제도는 저출산 고령 사회의 위기대응책이자 경제위기 시대의 일자리 정책으로 2006년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노동자 민중의 재생산에 대한 권리보장과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사회서비스 제도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불능력에 따라 제공함으로써 보편적 제도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재생산의 위기 부담이 또다시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봄노동을 새롭게 인식시키고 돌봄노동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돌봄노동자들이 나서게 된 것은 필연적인 일이자 고무적인 일이다. 이들의 투쟁이 당사자들이 모인 단 한 번 집회로 그치지 않으려면 <전국돌봄노동자대회>의 문제의식이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 내에서 점차 더 확대되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위한 투쟁이 현재 어느 위치에 왔는지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권리로 요구해 온 돌봄노동의 사회화 지금처럼 정부가 국가경쟁력 강화니 일자리 창출이니 하며 사회서비스라는 말을 남발하기 이전부터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여러 사회운동 단체의 투쟁이 있었다.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활동보조 서비스의 대상제한 폐지, 생활시간보장, 자부담 폐지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또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간병서비스 제도 마련을 위한 투쟁도 있었다. 간병서비스를 환자와 가족의 부담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의료급여로 지급되도록 하고, 그동안 비공식부문으로만 존재했던 간병노동자 역시 병원에 직접 고용된 병원노동자로 공식화하도록 요구해왔다. 이 외에도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등과 같은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실천들이 있었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정부는 사회서비스 제도를 확충해 돌봄의 사회화를 이루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고용, 복지 정책 하에서 사회서비스는 시장화되고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해졌다. 사회서비스 제도는 돌봄노동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 정부는 ‘중고령 여성노동자에게 적합한 여성친화적 일자리’라든지, ‘경제위기시기 일자리 늘리기 정책’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하여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값싼 일자리 늘리기에만 급급하다. 이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돌봄노동자가 제대로 된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활동보조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1시간의 서비스 신청을 한다고 했을 때 시급 6,000원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활동보조인이 6,000원 벌이를 위해 왕복 2시간과 교통비를 지출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쉽지 않다. 이명박 정권의 사회서비스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돌봄노동자의 상황이 열악하고, 각 제도마다 문제점이 많음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를 개선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경제위기하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일자리 찍어내기에만 바쁘다. 일자리 늘리기의 내용을 보면 더 문제다. 단시간 노동, 비정규직, 파견 노동 등 노동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노동유연화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과 고용을 유연화하여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새롭게 늘리겠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불안정한 일자리일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가 지난 5월 6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발표한 사회서비스 육성 및 선진화 방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고용 없는 성장 추세 속에서 사회서비스 분야가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 하에 간병, 보육 등 돌봄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사회서비스를 일자리 ‘수’ 늘리기로만 접근할 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제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비공식영역의 간병서비스를 제도화하지만 비급여 항목에 포함한다는 것, 돌봄서비스 제공기관 육성을 위해 제공기관 지정제를 등록제로 전환하여 진입규제를 완화한다는 것, 보육 바우처 지원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보육료 지원을 효율화한다는 것,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재정누수 방지를 위해 ‘재가요양서비스 자동청구 시스템 사업’(RFID)을 도입하여 서비스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겠다는 것이 각 분야별 주요 내용이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돌봄서비스의 육성이란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통제를 강화하고 사회서비스 관련 민간 업체의 난립과 시장화를 부추기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후퇴할 것이다. ‘여성일자리 창출’이라는 구호를 넘어서기 위하여 전체 사회운동의 과제가 되지 못하고 있는 돌봄의 문제 정부는 저출산-고령 사회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하며 사회서비스를 통해 여성인력을 활용할 조건을 만들고, 여성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생색내고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부에 비해 운동진영의 대응은 그리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노동자운동은 돌봄의 문제가 왜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여성의 문제라거나 복지차원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미조직된 돌봄노동자들을 왜,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지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운동진영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공명하며 일자리 창출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사회서비스 확충과 일자리 창출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왜 공적 영역에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일자리 창출 담론에만 그친다면, 오히려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에 동조하거나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돌봄노동의 사회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도, 진정한 의미의 사회화가 아니라 시장화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사회화로만 귀결될 것이다. 한편 주류 여성운동진영도 여전히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질 좋은’ 여성일자리 창출 구호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가사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해 여성노동자를 파견하는 등 여성일자리를 알선하는 것으로 여성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성별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여성을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내몰고 있는 국가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격이다. 이러한 모습은 몇 가지 우려점이 있다. 먼저 여성이 저임금 불안정노동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여성일자리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지만 여성일자리가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고착화되는 현실은 변화시킬 수 없다. 집안일의 연장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저평가된 영역을 다시금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로 고정함으로써 열악한 노동조건을 유지시킬 뿐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여성인력활용방안을 수용하며 저임금의 파견노동을 확산하는데 암묵적으로 동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우선적용하자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여성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여성단체들의 주장 역시 한계적이다. 돌봄노동자의 상당수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기 때문에, 돌봄노동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 없이 일부를 개선하자는 것은 실현 불가능할 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돌봄노동자의 건강권을 제기하더라도 보다 구조적인 부분에서 돌봄노동을 이해하고 국가와 자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돌봄노동의 시장화와 이주화의 배경: 복지국가의 위기와 근대적 가족형태의 위기 현대 자본주의 발달과정에서 중심부 국가에서는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산업이 팽창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남성생계부양자모델을 특징으로 한 핵가족이 정착했다. 하지만 미국 헤게모니가 위기에 놓인 1970년대 이래 국가는 더 이상 복지국가의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고, 중산층의 이상적 모델이었던 근대적 가족형태 역시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어졌다. 수익성의 위기를 맞은 자본은 노동 비용을 삭감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가족임금을 제공하던 일자리를 축소하고, 임금과 고용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여성을 노동시장에 대대적으로 편입시켰다. 자연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에 따라 발생한 재생산 노동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동시에 그동안 자본에 포섭되지 않았던 재생산 관련 영역들을 이윤의 대상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된다. 돌봄노동의 상품화와 시장화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돌봄노동자가 위계화, 이주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중심부 여성들의 경우 경제활동 참가에 따른 재생산 노동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할 여성이 필요했고, 이주 여성노동자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하는 노동력 집단이 되었다. 나아가 이주 여성노동자의 모국에서의 빈자리는 더욱 낮은 임금으로 현지 여성노동자가 채워나가게 되었다. 이런 과정은 여성 간의 위계와 성-인종 간의 불평등 문제를 동시에 안은 채로 국제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고, 위계체계의 하층으로 갈수록 가족 내 재생산 노동은 더욱 불안정한 상황에 노출된다. 세계 경제에서 작동하는 국제적 노동분업이 단지 생산에 국한되지 않고 재생산까지 포함한다는 것과 인종, 계급, 민족을 포괄하는 여성들 간의 위계화가 돌봄의 국제이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유의미하게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의 상황: 서비스부문 육성을 통한 자본주의 위기관리 전략 미국자본주의의 형성과 서비스업의 발달과정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는 과정이 미국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추진과 함께 서비스가 팽창하고, 공공서비스가 상품화되며, 여성노동력이 대거 투입되었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서비스 부문은 1990년대 이후 10여 년 사이 급속하게 팽창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급속히 중심이 이동하면서 고용구조가 변화되었다. 1990년대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고용 증가가 둔화되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슬림화와 아웃소싱이 이루어지며 비정규직 고용과 실업이 증가했다. 그리고 개인서비스부문은 확대되었다. 비공식부문이었던 사회서비스는 2000년대 들어 제도화 논의가 시작된다. 한국은 국가가 돌봄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한 역사도 없고, 재정책임도 매우 제한적으로 져왔다. 그러다가 돌봄서비스를 사회서비스로 제도화하는 시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돌봄서비스의 제도화가 등장한 것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초기에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은 여성과 노동, 복지정책을 혼합한 형태로 나타났다. 신자유주의 정책이 필연적으로 야기하는 불안정노동의 일반화, 사회의 위기, 가족 해체, 빈곤 심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가족의 해체와 사회 불안정을 막기 위한 복지 정책으로의 기능이 필수적이었다. 동시에 저출산, 고령화라는 조건 속에서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여성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도 중요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 사회서비스 확충에 대한 민중들의 바람과는 달리 사회서비스는 시장화되고, 비용을 다시 민중들에게 전가,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확산을 초래하고 있다. 또 여성들이 이중부담에서 전혀 자유로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여전히 성별분업 구조와 이데올로기는 건드리지 않으며 여성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다. 결국 사회서비스는 경제위기와 재생산의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국가와 자본의 전략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그러므로 국가와 자본이 처한 위기 지점과 그 해결을 위해 내놓은 관리 정책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운동 전략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돌봄노동자들의 투쟁을 확대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작은 규모로나마 이어져 온 돌봄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를 이어가고, 자본과 국가에 맞선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음의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자. 생산과 재생산영역을 분리하고 너무 당연히 재생산 노동을 여성의 일이라 여겼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유급이든 무급이든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사회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일이고 가치 있는 일임을 확인해야 한다. 돌봄노동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거나, 개별 가족이 알아서 능력에 맞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일로 인식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위한 기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운동진영이 주장해온 ‘사회화’의 구호는 추상적인 수준에서 멈추거나 국가를 상대로 법, 제도를 요구하는 실천에 한정될 수 있다. 한편 돌봄노동의 가치를 ‘사랑과 정성의 봉사’라거나 ‘여성이 모성을 발휘하는 일’의 범주에 두면서 노동자들이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면 돌봄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것이라는 생각도 바꾸어야 한다. 돌봄이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는 당연히 해당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조건을 상승시킬 것이다. 둘째, 돌봄노동자들의 주체화, 조직화에 힘쓰자. 돌봄노동에 대한 재인식과 사회서비스 정책 비판의 일차적 주체는 돌봄노동자들이다. 아직 많은 수가 조직되어 있지 못하지만, 각 분야별로 네트워크나 모임을 만들며 조금씩 주체화되는 모습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한편 한국에 이주해서 돌봄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여성들과 연대를 도모해야 한다. 돌봄노동이 세계적 차원에서 재생산 노동의 전달(혹은 전가) 고리를 형성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지점이 돌봄노동에 대한 재인식과 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이라면 돌봄의 이주 문제 역시 주목해야 한다. 셋째, 돌봄노동의 문제를 전체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의 과제가 될 수 있도록 제기하자. 돌봄노동의 사회적 재인식, 보편적 권리로 사회서비스,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는 돌봄노동을 화두로 한 단일 이슈 투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생산과 재생산 노동을 분리하고 재생산 노동을 여성에게 떠넘겼던 것과 재생산 노동의 가치를 저평가했던 역사 등 현재의 돌봄노동이 위치하게 된 구조 전반에 대한 이해와 비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 간의 연대와 단결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이 사회변혁을 위해 주요 전제로 삼아야 하는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자본의 생산-재생을 둘러싼 전략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노동자운동이 직면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가정’ 영역의 노동, ‘여성에게 적합한 일’에 대한 사회적 재평가를 주도해야 한다. 가정관리사, 가내노동자, 요양, 간병 등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자성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 돌봄노동이 주변적이고 하찮은 ‘비숙련’ 노동으로 여겨지며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로 고착화되었던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돌봄노동의 제공자와 이용자로 대립하는 여성노동자 간의 분할을 막고, 공동으로 돌봄노동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돌봄노동이 공식화된 맥락과 자본의 의도, 돌봄노동의 특성 등을 연구 분석하고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는 흩어져 있는 돌봄노동자들을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가입시킴과 동시에 돌봄노동자의 투쟁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여 돌봄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운동에서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우리는 돌봄노동과 관련된 제도를 비판하고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확장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 속에, 지배계급들의 복지국가 담론 속에, 돌봄노동자의 노동의 권리가 삭제되고, 민중들의 보편적인 권리로의 돌봄에 대한 요구가 고스란히 포섭되어버리지 않도록 이후 투쟁의 방향을 세워야 한다. 이번 <전국돌봄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앞으로의 투쟁을 이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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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장, 졸속매각 저지 요구를 중심으로 민주노조 재건하자! 10월 19일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는 시각, 산업은행 정문에서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민유성 산업은행장 면담과 국정감사 참관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그 자리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이 날 국정감사에는 3,000여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박영태 공동관리인이 출석해 2009년 법정관리 과정에서의 회계조작 의혹, 구조조정, 향후 매각과정에 관해 증언했다.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아직 여유인력이 많다’며 매각과정에서 또다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산업은행 정문에서 장시간의 항의 끝에 마련된 산업은행 실무자와의 면담에서 산업은행은 11월 중으로 마힌드라로의 매각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0년 5월 매각 공고로 시작된 쌍용차 재매각에서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이하 마힌드라)이 8월 12일 단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9월 한 달 쌍용차에 대한 정밀실사 이후 매각 협상은 비밀리에 진행되었고, 11월 중으로 매각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임이 산업은행을 통해 흘러나온 상황이다. 쌍용차 재매각에 대해 쌍용차 노동자들과 대다수 시민들은 ‘제2의 상하이차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인수 목표가 기술 확보라는 점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2005년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3~4년에 걸쳐 1조 2,000억여 원을 투자하고 완전고용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기술 유출에 먹튀까지 발생했다. 마힌드라는 ‘제2의 상하이차’를 우려하는 여론을 의식해 투자와 개발 약속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안정 서약에 공증까지 받고도 3,000여 명을 해고하고 도망친 상하이차의 사례를 떠올린다면,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대책마련 없는 마힌드라의 약속 또한 믿을 것이 못 된다. 상하이차로 쌍용차를 부실매각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몬 산업은행과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일사천리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쌍용차 투쟁이 한국 사회에 남긴 메시지를 다시금 환기하고, 고용보장과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할 때다. 10월 5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 비닐천막을 차리고 농성 투쟁에 돌입했다. 10월 4일~2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쌍용차 정리해고와 재매각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쌍용차 문제를 전국화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기 위함이었다. 국정감사 일정은 끝났지만 비닐천막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힌드라로의 매각이 예정되어 있고, 매각 협상의 핵심 주체이자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가 바로 산업은행과 정부이기 때문이다. 마힌드라 현황과 쌍용차 인수 목적 마힌드라는 인도의 자동차 기업으로 자산 규모가 약 2조 4천억 원이다. 스포츠실용차(SUV), 농업용 기구(트랙터 등)를 판매하며 2009년 매출 약 3조 7천억 원, 순이익 약 2,2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자동차는 180만 대(삼륜차 포함, 승용차는 20만 대)를 판매했다. 올해 순익은 5,500억 원 정도로 작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쌍용차 인수에 대해 마힌드라는 인수 의향을 밝혔던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취했다. 르노닛산이 공장 시설 확장과 쌍용차 인수 비용 사이를 저울질할 때, 마힌드라는 30명에 가까운 실사단을 한국에 보내고, 그룹 차원의 재정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인수자금 모집에 적극적이었다. 그 이유는 중급 이상의 자동차 기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08년 영국 로버자동차 인수에서 인도 타타자동차에 밀렸고, 올해는 르노자동차와의 전략적 제휴도 끝났다. 한편 미국 시장에 픽업트럭을 수출하려다 안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마힌드라가 인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국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독자 기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보다 앞선 디젤 엔진 기술과 조립 공정을 갖춘 쌍용차는 마힌드라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인 것이다. 졸속매각 우려에 대해 마힌드라가 상하이차와 다를 것이란 주장도 있다. 쌍용차 인수를 미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 신뢰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마힌드라에게 ‘먹튀’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 또한 양해각서(MOU) 체결 시 한국을 찾아 ‘제2의 먹튀는 없을 것’이며, ‘상호 기술협력을 지향’하고, ‘쌍용차 노사가 만든 합의서를 그대로 준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알려진 인수 후 계획만 보아도 마힌드라의 의도는 이와 다르다. 마힌드라의 자동차 부문 사장 파완 고엔카는 마힌드라가 렉스턴과 코란도 C를 완제품이 아닌 CKD(조립 전 상태)로 인도에 수입할 예정이며, 인도에서 두 제품은 고가 SUV 제품군으로 도요타 포츄너, 지엠 캡피타, 현대 투싼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 자동차 전문가들은 마힌드라가 고가 제품 시장에서 연 300~400대를 팔기 힘들 것으로 본다. 현재 고가 SUV시장은 인도에서 대중적이지 않다. 마힌드라는 연 1,000대 정도를 팔아야 수지 타산이 맞는 수준인데, 인도 SUV 시장은 6~7년 후에나 4~5만 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마힌드라의 현재 점유율(9.2%)을 고려할 때, 쌍용차의 인도 수출이 언론에서 부풀리는 것처럼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한편 현지 언론에서 마힌드라는 MOU 체결 시 고용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으며 ‘임금협상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공장 안의 쌍용차 기업노조는 추석연휴 이후 몇 차례 마힌드라와 만남을 가졌지만 고용문제에 대해 뚜렷한 입장이 없는 상태다. (쌍용차 기업노조는 2009년 쌍용차 투쟁 이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를 탈퇴하고 2010년에 결성된 노조다. 이 노조는 노사협조주의를 활동 기조로 삼고 있다.) 한편 마힌드라는 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일부를 제외하고 쌍용차의 생산시설을 인도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노조와 부딪힐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힌드라의 내수 시장 점유율도 낮고, 인도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의 6.36%(2005년 기준)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들에게는 장기적으로 한국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많지 않다. 제2의 먹튀로 쌍용차 노동자들이 다시 고용과 생존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쌍용차 팔아먹기에 급급한 산업은행과 경영진: 외국계 기업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77일의 공장점거파업을 종료하며 2009년 8월 6일 맺은 노사대타협 중에 이행되고 있는 합의사항은 단 하나도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등에 부과된 손해배상 가압류 액수만 120억 원이 넘으며, 무급휴직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 역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파업 참여 조합원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이 매우 어렵고, 일부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올여름 정신질환으로 지난 1년 내내 자신의 집에 점거 파업 당시를 재현해놓고 있었던 조합원의 충격적인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쌍용차 사측은 구속 상태에 있는 한상균 전 지부장을 포함한 15명에게 징계 해고와 정직 3개월 조치를 취하는 등 매각 과정에 대해 불안함과 불만을 갖고 있는 공장 안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단속하기 위해 다양한 수를 쓰고 있다. 또 사측은 올해 8월 6일, 노사대타협에 의해 현장에 복귀했어야 할 무급휴직자들에 대한 복귀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중앙노동위의 부당해고 판정에도 해고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쌍용차 살인진압을 진두지휘한 조현오 전 경기경찰청장을 경찰청장으로 승진시켰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경찰의 살인적 진압으로 크게 다친 조합원들에게 3,000만 원의 건강보험료 환수조치를 내렸다. 노동자와 한 약속을 모두 내버린 쌍용차 법정관리인과 채권단은 일사천리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파업 종료 후,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1원도 지원할 수 없다는 정부 방침하에 2010년 상반기 쌍용차는 공장을 돌려도 계속 빚이 쌓이는 실정이며, 상반기 이자 비용만 237억 원이었다. 헐값매각과 먹튀로 쌍용차를 이 지경에 빠뜨린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생존은 아랑곳하지 않고 채권회수에 급급하다. 지난 7월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쌍용차 안성 부지를 팔아넘긴 채권단의 행보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인수가 끝날 때까지 우량 자산은 보유하는 것이 당연한데, 산업은행을 통한 출자가 아니라 자산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쌍용차를 또다시 헐값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한편 상하이차는 인수 당시의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고, 기술을 유출한 후 경영이 어려워지자 바로 쌍용차를 내팽개쳤지만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러한 외국계 기업의 횡포는 쌍용차 뿐 아니라 발레오만도, 포레시아, 3M 등에서 공장 청산, 해고와 징계라는 방식으로 무수히 많이 벌어졌다. 외국계 기업의 먹튀 행각과 노동자에 대한 횡포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쌍용차 사태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IMF 이후 해외매각 증가로 국내 제조업에서 외국계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2%에 달하며 17만에 가까운 노동자가 여기서 일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헐값매각을 도와주고 지자체들은 토지무상임대, 각종 보조금 지원, 조세감면 등 특혜를 준다. 그러나 이는 세금 낭비일 뿐 외국계 기업들은 국내 공장을 단순 하청기지로 활용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아무 책임 없이 버린다. 지난 8월 9일 2009년 투쟁으로 구속된 전 지부 지도부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은 ‘정리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주장이 과장이 아니며 기술 유출, 법정관리를 불러온 상하이차와 경영진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상하이차의 책임을 물을 길은 별로 없다. 오히려 재판부는 기술유출에 관한 재판에서는 검사를 교체하는 등 진행을 연기시키면서 정부와 경영진, 상하이차의 책임을 은폐하는데 급급하다. 정부의 졸속매각과 상하이차의 먹튀를 규탄하는 쌍용차 재매각 투쟁은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와 먹튀 규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에서 더욱 장기적이고도 근본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용보장과 졸속매각 저지 요구를 중심으로 민주노조 재건하자 정부의 졸속매각, 상하이차의 먹튀로 쌍용차에서 4,300여 노동자가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실직하고, 9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또 94명이 구속, 46명이 불구속되었으며 사측과 정부가 200여 노동자에게 청구한 벌금과 손해배상 가압류 소송이 20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책임자인 정부와 경영진은 어떤 책임도 반성도 없이 이전과 똑같은 졸속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 안의 기업노조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상하이 사태 재발 방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채 사측과 다를 바 없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더불어 해고와 휴직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 부당한 해고의 억울함과 살인적 경찰 진압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 등 조합원들이 처한 어려움은 쌍용차 재매각 투쟁이 처한 현실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이 남긴 깊은 상처를 딛고 무급휴직, 해고 조합원들을 조직하면서 졸속매각 저지와 민주노조 재건을 위한 투쟁에 나섰다. 금속노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쌍용차 제2의 졸속매각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해고자 복직 △총고용 보장 △졸속매각 반대 △쌍용차 사태 책임자 처벌 △손배 철회 및 구속자 석방을 요구로 쌍용차지부와 함께 정부, 산업은행과 쌍용차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재매각 국면에서 고용 보장과 외국계 기업 규제 등의 요구에 대한 사회적 지지 형성 여부와 공장 안팎의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가 이러한 요구들을 관철시키는 데 관건이 될 것이다. ‘제2의 먹튀’ 우려는 쌍용차 매각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2010년 쌍용차 재매각 대응 투쟁은 2009년과 달라진 바 없는 졸속 매각을 최대한 알려내며 정부, 지역사회, 채권단이 해고자 및 무급휴직자들의 복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쌍용차지부가 공장 밖에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재매각 대응 투쟁을 통해 매각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교섭력을 획득해야 한다. 2010년 외투자본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결의한 금속노조는 전형적인 외투자본 먹튀행각으로 벌어진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징적 투쟁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09년 GM 유럽법인인 오펠 매각 협상 시 독일금속노조는 정부에게 고용유지 우선 기업에 매각할 것을 요구하여, 고용협약을 맺겠다고 약속한 매그나와 우선 협상을 하도록 했다. 결국 GM이 매각을 철회하기는 했으나 노조가 매각 과정을 사회적 이슈로 제기하고 고용협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고용보장과 지역협약을 요구하면서 실제 매각을 주도하는 정부에 대한 사회적 투쟁을 펼쳐가야 한다. 이 투쟁 과정에서 마힌드라가 이를 언급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요구를 수용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 과정은 77일 간 함께 투쟁했던 무급휴직, 해고 조합원들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고, 공장 안 노동자들로부터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투쟁의 동력을 형성하는 과정과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이는 매각 과정에서 실제 교섭력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점이지만 사측과 독립노조의 현장 장악력을 무력화하고, 장기적으로 민주노조 재건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재매각 국면은 조직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공장 안 노동자들의 매각에 대한 불만과 의문을 해소하고, 매각 과정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용을 진정으로 고민하고 책임지려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보여주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를 통해 졸속매각 저지와 민주노조 재건에 이들이 함께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다. 공장 안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여론전과 실천투쟁을 펼치고,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의 깊은 상처 속에 신음하는 해고자, 무급휴직자, 파업 참가 조합원들이 다시금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데 연대단체와 운동세력들은 적극적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이다. 매각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든 매각 이후 쌍용차의 미래가 순탄하기는 어렵다. 고용보장과 해고자, 무급휴직자 원직복직에 대한 단체협약과 사회적 협약을 맺지 않는 매각은 제2의 먹튀를 부를 뿐이다. 이를 막는 확실한 길은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제기하고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는 투쟁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을 번역, 출판했다. 이 책은 케네스 라피데스의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마르크스의 임금이론: 그 기원, 발전, 해석』(Kenneth Lapides, Marx’s Wage Theory in Historical Perspective: It’s Origin, Development and Interpretation, Wheatmark, 2008) 중 마르크스의 저술과 직접 관련된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르크스의 임금이론 전체 구조를 펼치고 초기의 사상을 성숙기 사상으로 대체하면서 수많은 정식화들을 논리 정연하게 종합’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노동조합에 관한 저술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한 최초의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라피데스는 『자본』에서 정점을 이루는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을 임금이론을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이로부터 노조이론을 도출한다. 그리고 『자본』의 집필 시기에 작성된 마르크스의 국제노동자연합 총평의회 강연록 『가치, 가격, 이윤』을 바탕으로 그가 당대 노동자운동에 끼친 영향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자는 마르크스 사후에 마르크스주의 내외부에서 전개된 두 개의 이론적·실천적 논쟁을 검토하면서 합리적 핵심을 추출하고 있다. 전자가 『자본』의 ‘작업의 계획 또는 저작의 구성’을 의미하는 ‘플란’ 논쟁이라면, 후자는 독일사민당과 제2인터내셔널 내에서 전개된 자본주의의 위기이론과 연관된 ‘궁핍화’ 논쟁이다.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필요로 하는 내용이지만,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논쟁인 만큼 이번 기회에 일독을 권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전 저작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데, 그 의의는 ‘마르크스 문헌학(Marxology)’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르크스의 과학적 문제설정에 대한 이해에 있을 것이다. 이는 저자 자신의 당부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 소개된 ‘마르크스-레닌주의’ 노동조합 이론서가 대체로 노동조합에 대한 정당의 우위를 강조하는 편향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시각을 정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논지를 보충하면서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을 해설하겠다. 경제학의 임금이론 임금이란 무엇인가? 라피데스는 ‘자본주의 경제 관계의 가장 익숙한 양상 중 하나인 임금은 그 중 가장 불가사의한 것’이라는 명제로 본문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과연 경제학은 임금 문제를 어떻게 규명하였나? 임금이론은 서유럽에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가 발전하면서 임금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관리할 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했다. 고전파 경제학 이전의 임금론은 주로 규범적이거나 국가의 정책과 관련된 논의에서 나타났다. 가령 가격이 소도시와 동업조합 관계자들에 의해 강제로 결정되었던 중세에서 임금은 장인들에게 관례에 따른 생활수준을 보장해주기 위해 강제로 결정되는 ‘공정가격’이라는 규범적인 형태를 띠었다. 또 초기 중상주의는 임금 문제를 이론적으로 규명하기보다는 임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했다. 이들은 저임금이 상품 가격을 낮춰 수출을 늘리고 따라서 산업 성장과 국부의 증가를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임금이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규율을 갖추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간주했다. 중세 봉건적 질서의 쇠퇴와 더불어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소유권이 확립되면서 규제가 아닌 시장을 통한 자연 가격 형성 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임금관계가 상품교환과 관련된 것임을 규명함으로써 초기 중상주의와 단절한 윌리엄 페티, 임금이론에 최초로 계급투쟁이라는 요소를 도입한 존 로크, 노동자의 욕구의 사회적·역사적 성격에 착안한 제임스 스튜어트, 노동력 가치의 결정이라는 문제를 사고함으로써 초보적인 잉여가치 개념에 도달한 캉티용 등이 후기 중상주의 임금이론을 대표한다. 이어서 중농주의를 대표하는 케네는 잉여가치의 원천이 생산에 있음을 인식하지만 농업노동만이 생산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전 시기의 경제학적 분석을 종합하고 체계화함으로써 고전파 경제학을 창시한 아담 스미스는 국부(민족·시민의 부)의 본성은 노동생산물이고, 그 원인은 분업에 의한 노동생산성의 상승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타인과의 자유경쟁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독립적으로 추구하는 인간형을 자연적·불변적·보편적 인간형으로 승화시킨다. 각 개인들은 분업에 기초한 사회에서 생산물을 생산하고 교환관계에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생계에 필요한 생산물을 얻는다. 이때 시장에서 교환되는 노동생산물, 즉 상품의 가치는 노동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스미스는 소상품생산 사회를 전제한 나머지, 교환을 통해 영유할 수 있는 타인의 노동생산물에 들어간 노동량(‘지배노동’)과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소비된 노동(‘투하노동’)이 동일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이윤과 지대가 노동자에게 지불된 임금을 초과하여 잉여노동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아래에서 잉여가치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스미스의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노동력과 교환되는 법칙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스미스를 비판한 리카도 역시 노동자를 자본가에게 종속시키는 사회적 생산관계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 잉여가치의 신비를 풀지 못했다. 리카도는 임금 수준을 노동에 대한 수요·공급의 관계로 피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거부한 대신, 노동의 시장가격(‘수요-공급 비율의 자연적 작용 때문에 실제로 노동에 지불되는 가격’)의 중심으로 작동하는 노동의 자연가격을 설정했다. 리카도는 이러한 노동의 자연가격, 즉 자연임금률을 결정하는 것이 노동자와 그 가족이 필요로 하는 생계수단의 가격(즉 사용가치로 측정되는 생계수단의 양이라는 의미에서 ‘실질임금’)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카도 역시 노동에 의해 생산된 가치와 노동의 가치(즉 노동과 교환된 임금) 사이의 불일치라는 문제에 계속 시달려야 했고 결국 임금 문제를 해명하는 데 실패했다. 즉, 노동력과 노동을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따라서 노동력)이 어떻게 해서 그것이 창조한 것보다 더 적은 가치를 가지는가를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1820년대 이후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 사이의 투쟁이 전면으로 확대되면서 부르주아 경제학은 변호론적이고 속류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경제학은 이윤이 노동자의 노동이 창출하는 가치의 일부분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이윤의 원천에 대해 새로운 이론을 꾸며내기 시작했다. 가령 세는 이윤이 자본가가 지니고 있는 생산수단의 생산성 때문에 창출된다고 보았고(‘자본생산성론’), 시니어는 자본가가 자신의 개인적 욕구를 직접 충족시키지 않고 자본을 축적하는 ‘절욕’의 대가가 이윤이라고 생각했다(‘절욕설’). 이중에서도 당시 속류화된 경제학을 대표하는 학설은 바로 임금기금설이었다. 1820-70년대를 풍미한 임금기금설은 ‘특정 시점에서 임금에 지불될 자본의 총량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크기를 변경하려는 노동조합 등의 인위적 노력은 무용하다’는 것을 요지로 한다. 특히 임금기금설은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임금을 강제적으로 인상하려고 시도하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지불될 임금기금의 일정 부분을 강탈하여 그들을 실업·저임금 상태로 내몬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조합에 대한 반대를 정당화했다. 이런 맥락에서 『인구론』의 저자 맬서스는 노동자의 생활조건이 개선되려면 그들 스스로 ‘도덕’을 증가시켜서 출산을 제한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배정되기로 ‘예정된’ 기금이 설정하는 수준으로 노동력 공급을 제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마르크스의 임금이론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경제학의 임금이론을 어떻게 비판했나? 마르크스 최초의 ‘경제학에 대한 진지하고 비판적인 연구’인 『1844년 경제학·철학 원고』는 고전파 경제학 임금이론을 따라 수요-공급 법칙과 노동자의 생계적 필요를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일차적 요인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1844년 경제학·철학 원고』는 마르크스의 성숙기 분석의 근본적 특징인 생계적 필요가 역사적으로 변화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혁명주의’적 입장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이 발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엥겔스와의 조우였다. 엥겔스는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1845년)에서 이전의 경제적 분석을 종합하며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한다. 이 책에서 엥겔스의 가장 큰 성취는 맬서스의 절대적 과잉인구를 비판하는 상대적 과잉인구 개념(‘실업 노동자 예비군’)에 있다. 엥겔스로부터 자극을 받은 마르크스는 1847-49년 임금과 관련한 일련의 강연과 저술을 병행하는데, 이는 후에 『임금노동과 자본』으로 출간된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최초로 ‘노동력’이라는 표현을 도입함으로써 잉여가치이론의 기초를 수립한다. 또한 마르크스는 생계수단으로 측정되는 실질임금과 ‘자본과 노동 간의 사회적 부의 분배’를 의미하는 상대적 임금을 구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여전히 노동조합의 경제적 약점을 지적하고 있다. 1848년 발표된 『공산주의자 선언』은 청년기 마르크스가 ‘이전의 철학적 의식을 청산’하고 성숙기로 이행하는 저작이지만, 여기서 제시되는 임금론(‘임금노동의 평균 가격은 최저임금으로서, 최저생계를 연장하고 재생산할 수 있을 정도이다’)은 이후 마르크스의 임금이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지속적인 곤란을 야기한다. 1848년 유럽 혁명의 패배로 런던으로 망명한 이후 경제학 연구에 몰두하던 마르크스는 『자본』 서술에 선행하는 연구 과정으로서 1857-58년 원고와 1861-63년 원고를 작성한다. 1857-58년 원고에서 마르크스는 『임금노동과 자본』에서 도입된 노동력 개념을 발전시켜, 가치를 창조하는 현실적 노동으로서 사용가치와, 노동 또는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노동자의 능력이 지닌 가치로서 교환가치 양자를 명확히 구별한다. 또 리카도가 강조하는 실질임금의 ‘역사적·도덕적 요소’를 노동력 가치의 ‘역사적·도덕적 요소’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1861-63년 원고에 이르러서야 임금이론을 노동조합과 분명히 연관 짓는다. 이러한 예비적 과정을 거쳐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임금이론을 완성한다. 『자본』에서 종합되는 임금이론에서 임금 결정 법칙을 분석하려면 우선 자본과 임금노동 사이의 모순, 즉 적대적 사회관계를 전제해야 한다. 마르크스가 지적하듯이 임금은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적대적 관계의 배후에 ‘은폐된 비합리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원동력이자 그 본질적 계기인 잉여가치의 생산은 임금이라는 통상의 현상에 의해 망각되고 은폐된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임금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임금은 노동력 상품의 가격, 즉 노동력 가치의 화폐 형태다. 마르크스는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가치 역시 다른 모든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의 생산, 따라서 재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이는 노동하는 개인으로서 노동자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계수단의 일정량의 가치에 상응한다. 그러나 다른 상품들과 달리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생산·재생산되지 않는 특수한 상품으로서 노동력의 가치는 ‘역사적·도덕적 요소’를 포함한다. 다시 말해 임금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투쟁을 둘러싼 ‘관습’ 또는 역사적 제도에 따라 결정된다. 마르크스는 이와 같이 임금을 규정하는 기본 요인을 분석한 뒤, 그 수준을 변화시키는 요인을 분석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을 특징짓는 기계제 대공업은 절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과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을 결합한다.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방법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토대로 노동시간을 연장하거나 노동자수를 증가시키는 방법이고, 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방법은 자본주의적 생산력을 토대로 노동력 가치를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마르크스는 절대적·상대적 잉여가치 생산방법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면서 노동일의 길이, 노동강도, 노동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주요 변수들이 노동력 가치에 미치는 효과를 검토한다. 먼저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노동자의 생계수단으로 소비되는 상품 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 노동력 가치가 감소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노동력 가치의 감소가 노동자의 생활수준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노동력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생활필수품의 양이 아니라 생활필수품의 일정량에 상응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어 일정량의 노동일에 투여되는 노동력 가치가 증가하면서 노동력 가격이 가치 이하로 하락하거나 또는 노동력 가치 자체가 하락한다. 끝으로 노동일의 길이가 연장됨에 따라 노동력 마모가 급증하면서 노동력의 정상적인 재생산과 작동에 필요한 일체의 조건들이 억제된다. 이상의 분석은 기계제대공업에 고유한 임금 지불 방식, 즉 시간급과 성과급에 대한 분석과 통합된다. 표준 시간급이 저하하면 노동자들은 생계유지에 필요한 일정 액수의 화폐임금을 충당하기 위해 잔업·특근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시간급의 전환된 형태’로서 성과급이 저하할 경우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를 높여 화폐임금을 충당해야 한다. 즉, 자본주의적 생산은 시간급과 성과급을 통해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제하고 이는 노동력 가치 아래로 임금률(단위 시간 당 임금)을 저하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마르크스의 노조이론 이로부터 노동조합의 의의가 도출된다. 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이라는 자본의 전제적 침략을 막고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임금 인상, 노동일 단축, 노동조건 개선 투쟁과 같은 경제투쟁(방어적 계급투쟁)을 펼치게 된다. 경제투쟁이 없다면 ‘임금노예’에 불과한 임금노동자는 노예의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궁핍만 가득한 처지로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노조이론이 집약되는 것은 영국의 오언주의자 웨스턴이 주장하는 임금투쟁 무효론을 반박하는 동시에 임금투쟁의 의의와 한계를 논하는 국제노동자연합 총평의회 강연록 『가치, 가격, 이윤』이다. 이 팸플릿은 마르크스가 『자본』 3권 마지막 52장 ‘계급’에서 분석하려고 예정했던 계급투쟁의 개요를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일종의 ‘관습’ 또는 계급투쟁의 역사적 제도는 임금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임금률의 장기 추세를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노조의 경제투쟁으로 인해 임금률은 노동력 가치와 상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노동생산성의 상승을 보상할 것을 요구하는 노조의 경제투쟁에 따라 임금률이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조합은 자본주의적 착취에 저항하는 노동자계급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동시에,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경제투쟁의 최선의 결과는 현상 유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강조하듯이 경제투쟁은 임금제도라는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에 대한 투쟁이기 때문에 노조가 자신의 조직된 힘을 노동자계급의 최종적 해방, 즉 임금제도의 궁극적 폐지를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총체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의 진정한 결과는 [임금률의 인상이라는] 직접적 성과가 아니라 점차 확대되는 그들의 단결이다’라는 『공산주의자 선언』의 문구를 상기할 수 있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노조이론은 국제노동자연합 활동 속에서 더욱 발전한다. 1848년 유럽 혁명이 패배로 막을 내린 뒤에도 1850년대 이후 세계 각지에서는 노동자 투쟁과 민족해방의 물결이 새롭게 일어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 조직이 결성되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1863년 각국 노동자운동 지도부가 임시회의를 개최하여 ‘국제노동자연합’을 명칭으로 채택하고 각국별 대표위원으로 총평의회를 구성했다. 이때 마르크스는 독일 통신서기로 선출되어 국제노동자연합 발기문과 임시규약을 작성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국제노동자연합은 1864년 런던에서 창립 대회를 개최한 뒤 1866년 마르크스가 기초한 「창립선언문」(발기문)과 임시규약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또한 마르크스는 「총평의회 회원들을 위한 개별 문제들에 대한 지침」을 작성하여 국제 노동자운동이 연합을 매개로 노동일의 제한과 여성·아동 노동의 보호를 위해 투쟁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그는 이 「지침」에서 ‘노동조합은 그 원래의 목적과는 별도로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이라는 위대한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계급의 조직화의 중심으로서 의식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투쟁을 사회·정치 운동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국제노동자연합의 창립은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상정한 노동자 조직의 모델이 최소한 ‘형식적’으로 실현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원리의 측면에서 국제노동자연합은 노동자계급 자율성의 원칙, 정치권력의 쟁취라는 프롤레타리아 정치의 기본원리, 국제주의의 원리를 표방했다. 구성의 측면에서 보면, 연합은 유럽 프롤레타리아의 모든 조직 형태들과 경향들의 통일을 추구했다. 특히 영국 노조주의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대중적 토대라는 조건을 충족했다. 그 결과 연합 내에는 △직능노조를 기반으로 자유주의를 수용한 영국의 노조주의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상호부조 사상을 펼친 프루동주의 △비밀결사를 바탕으로 국가폐지론을 주장한 바쿠닌주의 △정당을 기반으로 국가주의를 표방한 라살주의와 같은 다양한 경향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1871년 파리코뮌 이후 국제노동자연합에 대한 탄압이 심화되는 동시에 내부적 대립이 격화되었다. 프랑스 노동자운동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으며 독일에서는 비스마르크의 사회주의 탄압이 강화됐다. 독일 사회주의 내부의 반목, 바쿠닌 세력의 부상, 미국 전국노동동맹의 약화, 영국 노조주의의 국제노동자연합 탈퇴 등으로 국제노동자연합은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1871년에 개최된 국제노동자연합 런던 임시대회에서는 파리코뮌 패배의 교훈으로 노동자 정당을 통한 정치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리고 1872년 헤이그 대회에서 연합은 ‘노동자계급은 유산계급과 독자적인 정당으로 자신을 조직할 경우에만 하나의 계급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안을 결의한다. 동시에 바쿠닌주의자를 제명하고 본부 소재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데, 이는 곧 국제노동자연합의 해산을 의미했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마르크스는 파리코뮌의 약점을 ‘노동자계급의 전투적 조직의 중심의 부재’라고 설명했지만 결코 정당을 노동자 조직의 일반적 형태로 간주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르크스의 관념에서 정당이란 ‘계급투쟁의 최고로 발전된 형태이자 중심’이라기보다는 노동자대중에 앞서 노동자운동의 조건·경과·결과에 대한 인식을 갖는 ‘계급투쟁의 분석자’이자 ‘사회운동의 실험자’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가 노조와 당을 제도적으로 구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바쿠닌주의자와의 갈등이라는 표면적 요인도 있었지만 영국 노조주의의 개량화에 기인한 측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궁핍화 논쟁과 독일사민당, 제2인터내셔널 영국 노조주의의 이탈 이후 국제 노동자운동의 중심 세력으로 독일 사회주의가 부상한다. 그렇다면 마르크스가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독일 사회주의는 과연 그의 사상을 어떻게 수용했는가? 1869년 베벨과 리프크네히트(‘마르크스파’ 또는 일명 ‘아이제나흐파’)가 주도하여 창당한 독일사회민주노동당과 1863년 라살이 주도하여 창립한 전독일노동자협의회는 1875년 고타대회를 개최하여 독일사회주의노동당을 결성한다(1890년부터 독일사회민주당으로 개명). 그러나 ‘마르크스파’는 마르크스와 라살의 이론을 근본적으로 구분하지 못한 채 오히려 라살의 임금철칙설을 수용하고 만다. 이미 마르크스는 『자본』 1권의 독일어 초판 서문(1867년)에서 라살이 자신의 ‘지적 정수’를 참칭하면서 저지른 ‘중대한 오류’를 명시적으로 지적했지만 독일 사회주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마르크스는 1875년 『고타강령 비판』을 집필하여 라살의 임금철칙설을 비판하지만, 리프크네히트의 만류로 이를 발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엥겔스는 이를 두고 “우리 국민은 스스로 라살의 ‘임금철칙’이라는 짐을 졌다. 이것은 우리 당의 거대한 정신적 패배다”라고 개탄한다. 그렇다면 임금철칙설의 오류는 무엇인가? 라피데스가 지적하듯이, 마르크스 자신은 성숙기로 이행한 이후 실질임금이 노동자계급의 ‘최저생계’ 수준으로 하락한다거나 빈민으로 전락한다는 의미에서 ‘궁핍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우선 지적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마르크스는 웨스턴과의 논쟁(『가치, 가격, 이윤』)에서 사회주의 사상에까지 침투한 정통적 임금론, 다시 말해 라살의 임금철칙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경제학의 임금기금설을 기반으로 하는 라살의 임금철칙설은 노동조합의 임금투쟁이나 전투적 행동에 대한 반론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철칙설로 위조된 사이비 ‘마르크스주의’는 노조주의에 대한 라살의 오도된 적대와 함께 ‘마르크스파’의 정통 노선으로 승인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마르크스 사후 독일사민당과 제2인터내셔널의 ‘궁핍화’ 논쟁은 마르크스의 임금이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마르크스파’는 궁핍화론을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적 교의로 수용한 반면, 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그것이 마르크스 임금이론의 비현실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890년대 이후 독일에서 생활조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의회에서 사민당이 약진하자, 당 내에서는 베른슈타인을 필두로 수정주의가 전면에 등장했다. 베른슈타인은 사민당의 혁명적 수사로 장식되던 묵시론적 성격의 붕괴이론을 공격하면서, 그것을 『공산주의자 선언』에서 정식화된 마르크스의 궁핍화론의 탓으로 돌렸다. 그 실천적 함의는 독일사민당이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를 포기하고 보다 적극적인 의회주의와 계급연합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노동조합은 사민당과 자립적으로 노사관계를 제도화하고 단체협상의 파트너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카우츠키로 대표되는 정통파는 수정주의를 비판하면서 혁명적 수사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혁명적 시간’이 도래하기 이전에 정치적 행동에 돌입하는 것을 우려했다. 정치적 수동주의와 대기주의가 정당화된 것이다. 이는 총파업과 같은 노동쟁의를 정당이 주도할 경우 의회 안에서의 행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인 동시에, 불충분하게 준비된 파업이나 성공의 희망이 없는 파업은 노조를 심각하게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노조 지도부의 공포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결국 독일사민당의 의회주의와 노조의 조직보존 논리가 결합해서 집단적 ‘대기주의’가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독일 노동자운동의 우경화는 사민당의 1차 대전 참전 결의와 노조의 ‘산업 휴전’ 동의로 귀결됐고, 이는 곧 제2인터내셔널로 상징되는 국제 노동자운동의 거대한 분열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갖은 오해를 야기한 ‘궁핍화론’에 대한 마르크스적 해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엥겔스가 1891년 독일사민당 강령(에어푸르트 강령)의 ‘궁핍화’에 반대하면서 “실제로 증가하는 것은 존재의 불안전이다”라고 주장한 것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결론부에서 ‘상대적 과잉인구의 창출’, 즉 ‘착취·억압의 증대’와 ‘빈곤·무지·야만·타락’의 축적을 ‘궁핍화’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이 대면하는 가장 큰 재앙이란 임금하락이 아니라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될 위협이다. 임금노동 제도의 가장 큰 해악은 비판자들의 억측대로 ‘궁핍화’가 아니라 임금노동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노예관계’ 그 자체인 것이다. 시사점 마르크스는 임금이론을 통해 노동조합이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조직형태라는 점을 밝혀냈다. 동시에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자신의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의 통일을 추구함으로써 임금노동 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사회·정치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라피데스는 마르크스가 임금이론을 완성함으로써 노조 투쟁에 대한 적대와 종파적 불모성으로부터 사회주의를 해방시키는 동시에 생디칼리즘의 파업 일변도로부터 노조 운동을 해방시켰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우리는 이상의 논의로부터 어떤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가? 누구나 알다시피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방어적 계급투쟁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방어투쟁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방식이다. 즉 노동조합이 조직된 노동자들의 협소한 이해를 방어하는데 주력할 것인가, 아니면 실업자와 반(半)실업자를 포괄하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추구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후자의 입장에 선다면,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 내부의 격차를 축소해 나감으로써 노동자의 통일적 이익을 창출한다’는 노선을 취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체교섭의 행위자로서 노조가 사회·정치 운동의 주체로서 발돋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는 동시에 노동자운동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노동조합의 변화·발전은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 책이 마르크스주의 노동조합 이론에 관한 하나의 지침서로 활용되어, 우리 민주노조 운동이 처한 안팎의 곤란을 헤쳐 나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출범에 발맞춰 본서가 출간된 것은 연구소의 활동 방향을 어느 정도 예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노동자운동을 변화·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정책과 노동자운동의 이념을 쇄신하기 위한 다양한 토론·교육을 통해 활동가들과 만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