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단일화를 위한 MB FTA 반대가 아니라 한미 FTA 폐기를 위한 지역 현장운동을 조직해야 당의 반격과 궁색하기 그지없는 민주당 3월 15일로 한미 FTA 발효일자가 발표되고, 그동안 줄곧 수세에 몰리던 새누리당이 반격에 나서면서 한미 FTA가 총선 최대 쟁점으로 새삼 떠올랐다. 지난 6년여 간의 투쟁들을 돌이켜보면, 한미 FTA의 발효는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미국 워싱턴에서 제1차 공식협상을 시작한 날부터 따지면 만 6년이고, 2007년 4월 2일 협상 타결된 날로부터는 약 5년이 지났다. 또 지난해 11월 22일 날치기 비준으로부터는 3개월 만에 한미 FTA가 발효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국회비준이 완료된 이후 발효가 개시되는 것은 기계적인 법절차에 불과하다. 문제는 정식 발효 이후, ‘날치기 비준무효 촛불집회’의 투쟁방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이다. 코앞에 닥친 총선은 이러한 쟁점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민주당이 2월 초에 미국대사관에 한미 FTA 폐기 서한을 전달하자, 박근혜 대표가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한 번 체결된 국제협약을 이런 식으로 폐기하자는 무책임한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그러자 한명숙 대표는 “민주당의 입장은 한미 FTA 폐기가 아니라 재협상”이라고 하루 만에 말을 바꾸며 물러섰다. 기세를 잡았다고 판단한 새누리당은 2주일이 넘도록, 과거 한미 FTA 체결에 앞장섰던 한명숙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의 행적과 발언을 일일이 거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날치기 이후 줄곧 수세에 몰린 모습이었던 새누리당은 정식 발효일을 앞두고 오랜만에 반격에 나서게 되었고, 한미 FTA는 새누리당의 선공에 의해 총선 최대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미 FTA 반대 진영은 지난해 연말에 타올랐던 날치기 무효 촛불집회로 기선을 잡았지만, 여기에는 한나라당의 무리한 날치기 처리에 대한 반대여론이 포함된 것이었다. 또한 20~30%대에 불과했던 한미 FTA 반대 여론을 50% 가까이 끌어올리기는 했으나, 과반의 반대여론을 끌어 모으기 전에 날치기 무효 촛불의 기세는 꺾이고 말았다. 5:5의 비등비등한 여론전에서 새누리당은 더 이상 움츠리고만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애초에 한미 FTA 체결에 앞장섰던 민주당을 향한 정치 공세는 참으로 손쉬운 역전방안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한미 FTA 체결에 대한 자기반성과 분명한 노선전환 없이 말을 바꾼 터라, 누가 봐도 민주당의 한미 FTA 반대는 약점투성이 표몰이용 카드에 불과했다. 아니라 다를까 새누리당이 정치공세를 시작하자 막상 민주당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침묵과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이 오바마 미국대통령에게 보낸 이른바 ‘한미 FTA 폐기 서한’에서 언급한 폐기는 실제로 폐기가 아니었다. 서한의 내용을 보자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요구하고, 미국 정부가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9대 의회에서 한미FTA 폐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FTA 폐기가 아니라 실상은 ‘ISD 재협상 조건부 폐기 고려론’인 것이다. 이것은 날치기 직전에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함께 작성했던 ‘ISD 재협상 조건부 비준동의안’과 일맥상통하는 안이다. 재협상하지 않으면 폐기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애매한 의지성 문구(?)를 제외한다면, 지난해 연말에 한나라당과 야합하여 통과시킨 ‘한미 FTA 재협상 촉구 국회결의안’과도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이 결의안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말하는 이른바 재협상은 한미 FTA 협정문에 이미 규정되어있는 협의기구에서 보다 공정하고 효과적인 시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MB FTA인가, 한미 FTA인가?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은 얼마나 다른가? 민주당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한미 FTA, 2010년에 재협상한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말을 자주한다. 노무현 정부가 어렵게 맞춘 이익균형을 이명박 정부가 깼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자동차관세 관련 양보협상 결과를 포함한 10여개 항목의 재재협상을 주장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자동차부문의 양보는 큰 것이 아니고 나머지 9개 조항들은 노무현 정부가 2007년 4월에 체결한 내용 그대로라는 반론을 편다. 이 대목에 관한한 새누리당의 주장이 옳다. 2010년 자동차 관세 관련 재협상은 한미 FTA 전체를 놓고 볼 때 그리 큰 변화가 아니다. 국책연구소 10곳이 작성한 경제적 효과 분석을 보면, 재협상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분야 무역수지 흑자가 애초 협정보다 연평균 5,300만 달러 줄어들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미국의 요구로 자동차 세이프가드(일정 물량 이상 수입이 늘어날 때 관세를 복원하는 조처)라는 ‘보호 장벽’이 도입됐다. 하지만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을 제외하고, 민주당이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나머지 9개 항목은 2007년 4월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내용 그대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의 한계가 드러나 금융 세이프가드 강화가 필요해졌고, 2010년 국회가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법률을 제개정해 한미 FTA와 충돌하는 국내 법률이 생겼지만 협정안 자체의 내용은 달라진 것이 없다. 나머지 조항은 모두 노무현 정부 때부터 줄곧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것들이다. 민주당이 ‘재재협상 1호’로 꼽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의 법령과 정책, 사법부의 판결까지 투자자가 국제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심각한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당시 열린우리당의 한미 FTA 평가위원회는 ISD에 대해 “우리 제도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비스와 투자 분야에서 개방 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뒤로 되돌릴 수는 없는 역진방지 조항(래칫)이나, 주요 농축산 품목의 관세철폐 기간,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역시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협정에 있던 그대로다.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다. 야권연대를 정당화시켜주는 화려한 명분으로 이용당하는 한미 FTA 민주당은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2008년 금융위기로 사정이 바뀌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퇴임 직후에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사정이 바뀌어 한미 FTA에 대한 재검토와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최강 경제대국인 미국의 지배력이 뒤바뀐 것은 아니다. 만약 민주당의 논리대로 따져보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 때문에 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한미 FTA를 통한 수출 증대 전략과 경제(제도) 선진화는 더욱 더 절실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자주 언급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 재검토 발언 또한,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와 관련한 이명박 정권의 태도를 비판하는 수준이고, 그가 말한 재협상은 말 그대로 ‘보다 면밀한 이익타산과 신중한 추진’을 강조하는 것이다. 폐기라는 단어를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한 적이 있지만, 그의 말은 “재협상을 요구하여 추진하고, 정 안되면 폐기를 검토할 수도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엄포를 놓는 유능한 협상전략 차원의 언급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입장도 크게 다르지도 않은 양당이 한미 FTA를 놓고 으르렁거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거 여론조사의 관점에서 보면, 한미 FTA는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갈등 이슈’다. 선명하게 찬반이 갈리면서, 보수 대 진보 선거 구도의 중심에서 다른 이슈들을 이끌고 여론을 움직이는 사안인 것이다. 별다른 관점과 이념 노선의 차이가 없는 보수 양당이 앞다퉈 한미 FTA를 선거 쟁점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군과 적군을 구별짓고, 손쉽게 지지자를 동원할 수 있는 의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미 FTA 폐기 서한’은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운동전략을 반영하는 행동이 아니다. 이것은 한미 FTA라는 중심 이슈를 소재로 하는 영향력 있는 ‘정치 퍼포먼스’다.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미 FTA가 민주당 주도의 야권연대를 정당화시켜주는 화려한 명분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의 공천기준에는 한미FTA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천심사위원회 자체가 친FTA인사들로 꾸려졌다는 내부논란이 불거지는 판국이다. 그러니 한미 FTA 찬성-협상파들이 건재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미 FTA 카드를 버리진 않는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어, 자신이 주도하는 반MB-야권연대를 달성하기 위해 한미 FTA보다 강력한 카드는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06년 한미 FTA 협상 당시 홍준표 의원을 비롯한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도 졸속협상이라는 이유로 당시 FTA 협상을 반대했었다. 그들 역시 한미 FTA를 반대했던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을 반대했던 것이다. 원조 친미 보수집단인 새누리당이 한미 FTA를 맹신하는 것이야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동시에 한미 FTA같은 중대한 국가간 협정을 함부로 다루는 민주당을 성토하고 나서는 모순적인 태도는, 역시 선거 정치 퍼포먼스의 일환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서민경제도 돌보면서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민주당과 달리 말을 바꾸지 않는 진정성 있는 보수, 경제를 살릴 능력 있는 정치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목적이다. 한미 FTA가 이렇게 여야 정당간의 표몰이 쟁점으로 전락하는 사태로 말미암아 정작 한미 FTA를 둘러싼 진정한 계급투쟁의 발전은 왜곡되고 가로막힌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한미 FTA 추진은 선, 반대는 악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주당은 정반대의 논리로 보수정당들 간의 표 대결에 한미 FTA를 동원하고 있을 뿐이다. 반MB 야권연대의 덫에 걸린 한미 FTA 투쟁과 범국민운동본부 이런 와중에 한미FTA저지범국본이 반MB-야권연대의 덫에 걸려, 한미 FTA 폐기 투쟁의 중심으로서의 위치를 스스로 잃어가고 있다. 범국본은 2012년 1월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총선 대응 사업으로 전환했다. 여전히 주말 촛불집회를 계속 개최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과 실질적인 사업기조는 이미 반MB-야권연대 총선대응에 맞춰져 있다. 올해 초 내내 숱한 내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른바 ‘심판운동’이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다, 심판운동은 151인의 날치기 의원들을 심판하는 공천 반대운동과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속운동, 온라인 유권자캠페인으로 구성된다. 최초의 논란은 여야 공천 반대 인사들의 명단 발표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졌었다. 범국본 산하에 구성된 검증지원단은 애초에 심판자 명단을 <날치기의원 151인 + 박희태 국회의장, 정의화 부의장 2인 + 민주당 의원 7인>으로 제출했다. 이는 심판기준도 잘못됐고, 명단 규모도 지나치게 협소한 안이었다. 이 때문에 연이어 세 차례나 계속된 범국본 대표자회의에서 뜻있는 여러 단체 대표자들은 이러한 명단발표를 반대하고, 다른 기준과 질적으로 다른 총선 대응방식을 찾을 것을 제안했었다. 그것은 첫째, 심판명단 작성의 기준은 한미 FTA 날치기가 아니라 한미 FTA 폐기임을 분명히 해야 하고, 둘째 심판대상은 날치기에 참여한 151인과 7인의 민주당 야합파 의원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날치기151인’과 민주당의 핵심 야합파 의원들에 대한 심판은 별도로 강조하면 될 일이지, 그들 때문에 나머지 의원들을 심판에서 제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한미FTA범국본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천물갈이를 요구할 이유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범국본 대표자회의의 논의는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검증지원단의 안을 다수결로 밀어붙이려는 측과 이에 반대하는 측의 논쟁으로 평행선을 그렸다. 결국 논의는 범국본 대표자회의의 다수의견 대로 검증지원단의 심판자명단을 발표하되, 심판 명단 발표 취지에 “한미 FTA를 체결한 민주당(옛 열린우리당)과 날치기를 자행한 새누리당은 심판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범국본의 심판자 명단은 2월 16일에 1차 발표되었다.) 한미FTA범국본은 한미 FTA 밀실협상을 개시하고 폭력적으로 체결한 노무현 정권에 맞서 결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FTA범국본은 날치기 이전이나 이후나 일관된 한미 FTA 폐기 입장에 근거해서, 민주당의 참여정부 FTA 원안 찬성론이나, ISD 재협상 조건부 비준찬성론 등을 비판해왔다. 그런 한미FTA범국본이 이제 와서 민주당과의 공조를 감안하여 야합파 7명 수준의 부실하기 짝이 없는 심판명단을 발표하고, 한미 FTA 폐기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없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중운동의 우경화를 대가로 한 총선승리는 한미 FTA 폐기 투쟁의 질곡이 될 뿐 한미 FTA는 발효와 함께 계급갈등의 광범위한 쟁점들과 분리 불가능한 사안으로 바뀐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진정성 없고 파퓰리즘적인 정치동원 논리와 ‘말 바꾸기 정치’는 실질적인 한미 FTA 폐기 운동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여소야대 국회의 등장이 한미 FTA 폐기 운동에 다소나마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막연한 바람일 뿐이다. 민주당의 전략은 MB-새누리당-박근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재협상으로 이른바 이익균형을 맞춘, 좀 더 공고하고 강력한 한미 FTA를 만드는 전략이다. 한미 FTA를 전면 폐기하기 위한 운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민주당과의 무분별한 정치적 연합이 우리 운동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새누리당의 말이 아니더라도 “일단 한 번 체결, 발효된 국가간 협정을 폐기하는 일”은 양국 간의 정치적경제적 외교관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이제 한미 FTA 폐기 운동은 불평등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한미관계에 대한 전반적 비판과 결합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과의 정치적 연합은 민중운동 내부로부터 이러한 급진적인 비판론을 검열하고 순화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다. 또한 거듭해서 강조하거니와 한미 FTA는 단순히 상품무역과 관련한 관세면제 협정도 아니고, 양국간 국익의 균형과 불평등으로 판단할 수 있는 협정도 아니다. 자동차와 소고기 문제도 핵심이 아니다. 한미 FTA의 핵심은 경제, 사회, 문화, 금융, 서비스, 교육, 노동 등에 걸친 포괄적인 투자 및 경제제도의 광범위한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다. 한미 FTA는 국익이 아니라 계급이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는 다른 어떤 FTA와도 다른 각별한 특징들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FTA가 정식 발효된 이후에 그것의 전면적인 폐기를 추진하는 일은 경제제도 전반의 개혁방향을 역전시키는 과제다. 가장 관련이 깊고 직접적인 부분은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해외매각, 재벌규제 제도들이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발전노조 투쟁, 철도노조 투쟁으로 이어져온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투쟁들은 지난 2000년대 내내 거듭 패배하고, 집중력 있는 공동 연대운동으로 발전하는 데 실패했다. 비정규직 노동탄압의 선봉인 현대자동차와 노동조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삼성, 어용노조를 무기로 키워온 재벌들과의 투쟁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강요하고 한번 개혁된 부분을 합법적인 방식으로는 되돌리지 못하게 봉쇄하는 한미 FTA가 발효하고, 이 민영화 잔치판에 머리 검은 외국투자자로 이들 재벌이 참여할 것이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운운하며 온갖 규제와 노동 보호 관련 제도들을 무력화하는 공세를 펼칠 것이다. 이에 맞서 이제 한미 FTA 폐기 운동은 공공부문 민영화저지 전선의 복구와 재벌의 지배체제에 맞선 총노동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지역·현장의 운동들을 조직하는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MB 심판과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승리(?)는 굳이 그것이 누구의 승리인지 따지지 않더라도, 전선 복구에 힘을 싣고 강화하는 흐름이 아니다. 야권연대 류의 정치적 흐름이 민중운동의 다수를 우경적인 주류화로 이탈시켜버린다면, 피폐화된 민중운동에 덩그러니 남겨진 국회의석들은 급진적인 운동 발전에 유리한 환경은커녕 민중운동의 질곡이 될 것이다. 이후 투쟁방향에 대하여: 한미 FTA 전면 폐기 기조를 명확히 하고, 실질적인 반신자유주의 전선복구에 매진해야 한다 끝으로 이후 투쟁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지점들을 살펴보자. 우선 2월 28일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한미 FTA 저지 총파업’안이 현장 발의되는 일이 있었다. 비록 과반수 결의에 9표 모자라 안건은 부결되었지만, 금속 대의원들은 47.5%의 예상치 못한 높은 지지로 3월 총파업을 요구했다. 이 일은 한미FTA범국본은 물론 금속중앙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이 일은 매우 상식적인 일이었다. 지난 6년간 민주노총을 위시한 모든 민중운동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총파업에 돌입한다”,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총파업 총력투쟁으로 저지한다”는 결의들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금속 대의원들은 이번에도 당연히 “발효가 이루어지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판단과 결의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보름 앞으로 다가온 발효를 무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투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장의 투쟁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핑계로 야권연대 선거만을 유일한 대안으로 강변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3월 발효 저지 파업이 무리라면, 지금부터라도 8-9월 민주노총 파업을 한미 FTA 폐기 민중투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역현장의 투쟁 조직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한편 3월 중에 유성기업, 쌍용차 노동자들과 ‘희망 뚜벅이’(12개 투쟁 사업장들의 공동사업단)가 여러 좌파 운동단체들과 공동으로 주요 지역별 거점 농성투쟁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르주아 선거의 구원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한미 FTA 폐기를 핵심기치로 반신자유주의 투쟁전선 복구를 위한 운동태세 전환을 촉구하고 조직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쟁 흐름이 소기의 성과를 통해 대중적인 노동자 연대투쟁 흐름을 일궈 새로운 한미 FTA 폐기 운동으로 자리매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운동 흐름 속에서 일회적인 동원사업이 아니라 실질적인 반신자유주의 전선 복구의 전망에 걸맞은 한미 FTA 폐기 운동과 정치 교육 선전 사업들을 확장시켜가야 한다. 끝으로 지난해 날치기 이후 한미 FTA 투쟁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해 온 한미 FTA 범국본과 촛불집회의 변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투쟁 없이 총선승리 없다!”로 요약되는 범국본 촛불집회의 현재 기조다. 이러한 기조는 심판과 투쟁을 주장하지만, 선거승리가 상위의 목표이고, 심판의 방법은 야권연대다. 계급적 정치역량의 강화가 아니라 반MB 야권 국회의석 확대라는 잘못된 정치적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예컨대 지난 2월 25일 개최된 범국민대회는 통합진보당과 민주당간의 야권연대 협상 결렬을 성토하는 분위기로 가득 찼다. 원칙 없는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비판하기는커녕 민중운동이 야권연대를 애원하는 낯 뜨거운 집회였다. 이런 식이라면 한미 FTA 투쟁은 야권연대를 압박하거나 지지하기 위한 맹목적인 대중동원과 명분 쌓기용 대중동원 행사로 전락할 뿐이다. 한미 FTA 투쟁은 이러한 정치적 굴레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국익을 위한 재협상이 아니라 전면 폐기를 명확한 기조로 다잡아야 하고, 반MB 정치 NGO들의 유권자운동낙선운동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 투쟁과 민영화 저지 운동들과의 결합을 중심으로 새로운 투쟁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때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 최근 고용노동부가 완성차 장시간 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며, 노동시간 문제가 다시 사회적 쟁점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1980년대 군부독재 하에서도 장시간 노동 문제는 매년 관계 당국과 언론을 통해 자주 회자되었고,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는 한국 노동 문제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다루어져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 해봐도 한국의 노동시간은 고도성장을 한 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부동의 1위다. 물론 노동시간은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기는 하다. 1980년 2,864시간에 달했던 연평균 노동시간은 30년이 지난 2010년 2,193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노동시간은 1980년 OECD 평균 노동시간인 1,911시간보다도 많다. 2010년 한국의 1인당 GDP가 1980년 OECD 평균 1인당 GDP보다도 33%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30년 동안의 기술발전까지 감안한다면 한국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을 바탕으로 한 경제 체제를 확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로의 대한민국’ 속에서도 자동차산업은 더욱 긴 노동시간으로 악명 높다. 금속노조 조사에 따르면 현대, 기아차의 평균 노동시간은 2,546시간에 달하며, 부품사는 2,752시간에 이른다. 자동차산업만 놓고 보면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1980년과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2000년대 들어 법정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자동차산업에서는 오히려 잔업 특근이 늘어나며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1993년 37시간이던 월 잔업, 특근 시간은 2010년 45시간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 자동차 부품 업체 노동자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장시간 노동은 더욱 첨예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조합원들의 50% 가까이가 40대 이상이며, 50대 이상도 20%를 넘어선다. 장시간 노동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심혈관질환, 수면장애 등은 고령화 진행도와 더불어 매년 더욱 심각해 질 가능성이 크다. 주간연속2교대제의 쟁점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2004년 현대차 노동조합은 야간노동을 없애자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사측에 공식 요구했고, 2005년 교섭에서 2009년 실시를 사측과 합의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현재까지 생산량 보전 방식, 임금 보전 방식, 노동강도에 관한 기준 마련 방법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초지일관 생산량 대비 비용을 고정시켜 놓은 채, 생산량이 줄면 임금도 줄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임금 보전을 원한다면 노동시간 감소만큼 노동강도를 상승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현대차 지부는 임금, 노동강도는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사측이 생산량 유지를 원한다면 노동시간 단축분 만큼 고용과 설비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둘러싼 논쟁은 노동자운동 내부에서도 존재한다. 크게 입장을 나누면, 임금, 노동강도를 다소 양보하더라도 일과 여가의 균형, 건강권 확보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조합 주도로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임금과 노동조건 저하 없이 노동시간이 단축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이와 연동되어 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연구자들은 노사 노동강도 기준(맨아워)을 마련하여 생산량 보전을 위한 적정 노동강도와 적정 인력을 산정하자고 이야기하는 반면, 후자 입장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간부와 연구자들은 노동강도 측정의 기준이 되는 모답스(MODAPTS) 등의 방법이 노동자의 다양한 노동 지출을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이렇게 노동강도가 강제로 정해지면 지금까지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싸워온 노동조합의 현장권력이 무너진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는 ‘노동의 양보선’이 어디까지인가라는 논쟁이 주를 이뤄왔다. 자본의 양보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채 사측이 제시한 각종 수치에 근거한 노동의 양보 목록만 논의되어 왔다는 것이다. 자본의 양보를 요구하는 입장은 주로 원칙주의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러한가? 노동의 양보는 현실적인데 반해 자본의 양보는 비현실적 이야기인가? 과연 투자 중심의 시간단축이 불가능할까?: 현대차 사례 현대차의 상황을 보자. 현대차그룹은 2011년 77.8조 매출에 8조원의 순익을 거뒀다. 수익률 10%대로 전세계 자동차 기업 중 최고 수준의 수익률이다. 자동차 생산 대수로 1위인 GM이 165조 원 매출에 10조 원 정도의 순익을 얻은 것에 비하면 현재 현대차의 수익성이 얼마나 좋은 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더군다나 현대차는 현재 11개인 플랫폼을 6개 정도로 통합하면서 신차 개발 및 생산 비용을 기술적으로 더욱 낮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구조적 비용이라 불리는 장기간의 생산 비용이 기술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현대차가 돈이 없어서 추가 고용을 못하거나, 설비투자를 못할 상황은 아니다. 현대차지부가 요구하는 신규인력 채용, 설비투자 중심의 노동시간 단축 요구에 대해 현대차 사측은 자본이 언제나 하는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장기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아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고,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런 비용 증가가 현대차 경영에 큰 문제를 발생시킬까? 10년 전인 2002년과 2011년을 비교해보자. 2004년 이후 해외공장이 크게 늘어나서 발생한 변화를 제외하기 위해 해외 계열사를 제외하고 국내 현대차 법인에 한해서 살펴본다. 설비투자, 아산 공장 규모로 증설 여력 있다 먼저 설비투자 부분을 보자. 설비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설비를 통해 한 해 얼마만큼의 매출액을 올리느냐다. 유형자산회전율이라고도 부르는 것인데, 여기서는 생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설비(구축물, 기계, 금형/공구, 운반구)에 한해서 회전율을 살펴본다. 2002년 현대차의 매출액은 26조3천억 원이었고, 설비 순액은 3조6천억 원이었다. 즉 설비 1원 당 7.3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2011년에는 4조4천억 원의 설비로 40조5천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켜, 설비 1원당 9.2원의 매출을 만들어냈다. 2002년에도 경영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최소한 2002년과 2011년의 회전율의 중간치인 8.2 정도의 설비투자 여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약 5천억 원 정도의 설비투자를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2011년에 회사가 제시한 2천9백억 원에 2천1백억 원 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공장 증설, 설비 개선 등에 신규 투자해도 된다. 노동시간 단축 분을 노동강도 강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5천억 원 투자액으로 현재 공장 부지에서 증설을 한다면 아산 공장 규모를 하나 더 짓고도 남을 액수다. 현대차 아산 공장의 구축물, 기계, 금형/공구, 운반구 자산은 3천9백억 원 규모다. 9천 사내하청 정규직화와 2천3백여 신규채용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인력 충원과 신규투자에 따라 매년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살펴보자. 먼저 신규 채용 부분. 현대차는 2010년 제조에 직접 필요한 인건비(급여+복리후생비+퇴직금)로 약 4조1천억 원을 지출했다. 현대차가 36조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여기서 재료비, 감가상각비, 외주가동비, 제조 인건비 등 27조 8천억 원의 비용이 지출되어 제조과정에서 남은 이익은 8조9천억 원이다. 가치의 생산과 직접 연관된 과정에서 보면 현대차 노동자들은 2010년 1원 임금을 받아 약 2.2원의 이익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다. 2011년에는 매출액이 10% 가까이 올랐으니 이 액수가 조금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자본이 조금만 양보해 인건비 1원 당 2.2배의 이익이 아니라(2.2배의 착취) 2배의 이익(2배의 착취)으로만 조금 조정하면, 인건비 여력은 매년 3천6백억 원 가량이 발생한다. 이 액수는 2012년 1월에 한 4천8백억 원 배당금의 75% 수준으로 사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별로 큰 액수라 말할 수도 없는 금액이다. 추가 여력이 생산 3천6백억 원 중 공장 신규 증설로 발생할 350억 가량의 감가상각을 제외하면, 약 3천2백억 원 가량이 매년 신규 인력을 위해 임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인건비에서 퇴직금, 복리후생비 등을 제외하고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80% 정도다. 이를 이용하면 첫째,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약 9천 명에 이르는 사내하청을 모두 정규직화 할 수 있다. 금속노조 조사에 따르면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같은 근속연수의 정규직 대비 68% 수준이다. 2011년 임금 명세표(근속 4~5년) 기준으로 정규직과의 1년 임금 총액 차이는 약 1천5백만 원 정도다. 9천명의 사내하청을 정규직화 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천4백억 원 수준이다. 둘째, 남은 1천8백억 원으로는 약 2천3백여 명을 신규채용할 수 있다. 현재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조합원 수인 2천5백여 명의 90%에 이르는 숫자다. 사측은 신규 채용 시 근속 연수 증가에 따라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앞으로 10년간 현대차에서 퇴직할 인원(근속연수가 20~30년인 노동자들)이 1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상쇄되고도 남는다. 주간연속2교대제, 자본이 아주 조금만 양보해도 충분히 노동조건 개악 없이 실현 가능 2011년 노사 합의에 따르면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을 위해서는 시간당 생산 대수가 30대가 늘어야 하고, 식사시간, 휴게시간 축소 등으로 연 184.1시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사측은 자기 기준에 따른 맨아워를 재측정, 노동강도를 높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자본이 조금, 아주 조금만 양보하면 굳이 이러한 현장통제 강화, 노동강도 강화 방안이 아니어도 생산량을 유지하며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할 수 있다. 자본의 탐욕을 조금만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현재 8+9 체제로 변화 시 생산량 부족분은 18만 7천대 수준이다. 이 생산량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를 두고 맨아워위원회부터, 일부 공정의 3교대제 도입, 편성효율 증가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방식으로 투자 및 운용비를 마련할 수 있다면 굳이 노동이 양보해야만 하는 쟁점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아산 공장이 8+9로 변경 시 22만대 생산이 가능하니, 아산 공장 규모의 증설을 하면 될 일이다. 설비투자부터 운영비까지 모두 그렇게 어렵지 않게 확보 가능하다. 자본이 조금만 양보하면 될 일이고, 노동조합이 조금만 더 단결된 힘으로 싸워서 쟁취하면 될 일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자본과 노동의 역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앞서 제시한 투자, 고용에 관한 시뮬레이션도 결국 노동의 힘으로 자본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는가에 그 현실성 여부가 달려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것을 오직 노동의 양보 속에서만 찾는 것이야 말로 노동시간이 결국 자본의 이윤과 노동의 몫이라는 계급 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강도 강화, 중장기적인 패배일 뿐 자동차산업의 축적 전략을 들여다보면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의 거래는 중장기적으로 노동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OECD 산업분석 데이터(STAN DB)와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요국 자동차산업의 장기 축적 추이를 분석했다. 교대제 변경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주는 변화는 단기간의 경기 변동에 따른 손익 변화보다는 장기 변화의 핵심 변수인 고정자본(기계설비 등) 변화를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1998년 이전과 이후로 분명하게 구별되는데, 1998년 이전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1998년 이후에는 소규모 설비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1980년대 후반부터 현대 대우 기아차 등은 일본 따라잡기를 하겠다면서 대규모 자동화 설비를 들여왔다. 정주영, 김우중 등 재벌 오너들은 대규모 해외차입까지 하며 공장 증설과 자동화에 열을 올렸다. 이 시기는 자동차산업 기계설비가 연평균 26%씩 고도성장했고,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20%씩 성장했으며, 고용은 연평균 3%씩 늘어났다. 한국자동차산업의 황금기였다. 그리고 87년 투쟁을 통해 형성된 현장권력이 현장통제를 억누르며 노동강도 강화를 막아내던 시기다. 노동생산성은 노동강도 강화가 아니라 기계화 자동화로 높아졌다. 산업적 확장세였기 때문에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줄어들지는 않았고, 오히려 늘어났다. [그림] 한국자동차산업의 기계화, 노동생산성 추이. 1990~2007 1998년 이후에는 상황이 변화했다. 2010년까지 11년 간 기계설비(고정자본)는 연 7% 성장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연 8% 성장하며 기계설비 증가분보다 더 크게 성장했다. 바로 현장통제를 통해 노동강도 상승으로 노동생산성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1998년 이전이 자본 지출에 의한 성장기였다면 1998년 이후는 바로 노동 지출에 의한 성장기였다는 의미다. 생산량은 매년 느는데 설비는 노후하여 너무 힘들다는 현대차 조합원의 이야기는 객관적으로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성장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15년간 이렇게 성장해 온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동강도를 높인다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치명적이다. 첫째, 현장 투쟁 속에서 어렵사리 올리던 노동강도를 노동이 합의까지 해준다면 현대기아차 사측은 더욱 설비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노동은 더욱 노후한 설비 속에 자신의 몸을 마모시켜 출혈적 생산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시간단축분 보다 더 큰 정신과 육체의 손실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일부 타협론자들이 잘 인용하는 폴크스바겐의 1990년대 타협도 이런 식의 노동강도 상승을 용인한 것은 아니었다. 독일 자동차산업의 노동생산성은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 1%씩 하락했다. 설비투자는 연 0.3%씩 증가했다. 사실상 폴크스바겐의 협약은 결과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강도 완화를 동시에 추구하여 고용 유지를 달성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추진하는 것은 1990년대 폴크스바겐의 사례에도 맞지 않는다. 둘째, 현장권력이 무너지며 노동시간과 임금 모두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노동강도 강화는 미시적 통제를 필요로 하며 사측의 현장 통제력이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현장권력을 잃을 경우 우리가 이미 예전에 겪었듯이 유무형의 방식으로 노동시간과 임금조건이 악화된다. 현대차지부가 유지해온 주간연속2교대제와 관련한 3무정책(노동강도, 임금, 고용 조건 하락 없는 교대제 개편)은 정세적으로, 현실적으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서문 지난 10년 사이 구로 공단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라는 개명이 상징하듯 산업입지와 업종구성이 크게 변했고, 그만큼 노동시장도 바뀌었다. IT 정보통신, 시설사업지원 서비스업 등 생산자서비스업 관련 노동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반대로 과거 구로 공단 시절부터 존재해왔던 노동시장이 상대화된 것이다. 하지만 첨단화된 공단이라는 화려한 수사와 달리 구로공단에 새롭게 형성된 노동시장이 구로금천지역 노동자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었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불법파견, 저임금장시간 노동이라는 전통적인 노동시장의 흔적만이 기륭전자, 하이텍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간헐적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임금과 고용조건 등 노동시장에서 개별 노동력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의 능력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은 중심 노동시장과 주변 노동시장으로 나뉘어 있고, 분할된 시장은 성별(/인종)화된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성별분업은 가족 내에서 여성억압과 함께, 남성과 여성의 생계부양자보조자라는 분할선에 조응한다. (‘가족임금’에 대한 비판적 고찰이 증명하는 것처럼) 가족 내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여성노동력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주변 노동시장에서 여성노동자의 저임금은 정당화된다. 성별화된 노동시장의 특징으로서 ‘노동의 여성화’는 중요한 분석의 도구를 제공한다. ‘노동의 여성화’란 노동 시장에서 여성노동력의 비중이 증가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시장이 저평가된 여성노동력 시장으로 하향 평준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성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구로공단에서 가계구조와 노동시장 상호간의 상관관계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기존 노동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가늠해봐야 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노동시장이 새롭게 형성된 때는 ‘노동의 위기’가 일반화되던 시점이기도 하다. IMF 구제금융 이후 거듭되는 노동의 패배와 함께 비전형적인 고용형태가 증가하고, 지속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고용불안이 일반화되던 시기에 공단 첨단화 과정이 진행된 것이다. 요컨대 비정규직화가 급격히 확대되는 시점에 구로공단에 새로운 노동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노동의 위기’가 새로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는 구로공단의 첨단화가 구로금천지역의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라서 공단발전을 논할 때 ‘노동에 대한 맹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의 준거점을 제공할 것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인구학적 특성 2011년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1,649명(55.2%)의 여성취업자와 1,339명(44.8%)의 남성취업자들이 설문조사에 응답하였다. 제조업 내에서 여성의 성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자 제조업, 의복 제조업, 의료정밀기기 제조업의 사업장 비중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이하 서울디산)에서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구로금천 사업체 조사에서 종사자수가 많은 제조업은 ① 전자 제조업 (21.7%) ② 의복 제조업 (18.0%) ③ 기타 기계 제조업 (13.8%) ④ 의료정밀기기 제조업 (11.0%) ⑤ 전기장비 제조업 (8.4%) 순이다. [표 1] 성별 직종, 업종 분포율 구로금천지역에서 일하는 남성취업자들의 직종분포를 보면 기술직과 사무직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취업자들은 사무직과 미숙련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업종 분포를 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제조업, 출판정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여성의 제조업 종사자 비율은 남성의 제조업 종사자 비율보다 높다.) 성별 업종분포에서 세 번째로 비율이 높은 것은 여성의 경우 시설사업지원업인 반면, 남성은 전문과학기술업이다. 서울디산에서 제조업과 출판정보서비스업, 시설사업지원업, 전문과학기술업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것은 국가산업단지로서 구로공단의 성격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1997년 ‘구로단지 첨단화 계획’을 수립한 이래, 구로공단은 업종고도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첨단정보지식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그리하여 IT산업,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시설사업지원업 등을 중심으로 생산자서비스업이 급격하게 성장한다. IT산업,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직종 비중이 높은 것은 기술직과 사무직이다. 그리고 시설사업지원업에서는 미숙련직의 비중이 높다. 2011년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 출판정보서비스업(IT산업), 전문과학기술업, 시설사업지원업 비율이 높은 것이나, 남성은 기술직과 사무직 비율이 높은 반면에 여성은 사무직과 미숙련직 비율이 높은 것은 구로단지 첨단화의 결과다. [그림 1] 세대 분포 [그림 1] 세대별 분포율을 보면, 40대 이상 노동자의 분포율이 높은 2011년 3월 경제활동 인구조사와 달리,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40대 미만 노동자의 분포율이 높다. 이 역시 구로공단 첨단화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경활조사에서 취업자의 평균연령이 44.3세보다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 출판정보서비스업(37.9), 전문과학기술업(40.0), 제조업(42.2) 등인데, 앞서 본대로 구로금천 사업체 조사에서는 이 업종의 사업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림 2] 성별 세대 분포율 [그림 2] 성별 세대별 분포율을 보면, 서울디산에서는 남녀 모두 20-30대 젊은 노동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남성노동자들의 경우 40대는 그 비중이 매우 낮은 반면, 여성노동자들은 40대에서 비중이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40대 남성노동자들의 비중이 낮은 것은 전통적인 남성생계부양가구 모델을 지탱시켜줄만한 노동력시장이 부족하거나, 서울디산에 새롭게 형성된 첨단지식산업이 40-50대 세대들을 끊임없이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산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3] 남성과 여성의 직종별 세대 분포율 남성의 직종별 세대분포율에서는 별다른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의 직종별 세대분포율에서는 커다란 특징이 있는데, 사무기술직에서는 20대 비율이 높은 반면, 생산미숙련직에서는 40대 여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판매서비스직은 20대와 40대 비율이 높은 M자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림 4] 전자산업에서 남성과 여성의 사업체 규모별 세대 분포율 [그림 4]는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제조업(이하 전자산업)에서 사업체규모별 세대분포율을 살펴본 것이다. 남성의 세대분포율을 살펴보면 사업체 규모에 따른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은데, 대기업(300인 이상)과 중소기업(300인 미만)에서 세대분포율에 큰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는 20대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40대 여성노동자의 비율이 높다.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기업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성노동자들을 전자산업 노동시장 내로 유입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런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들은 저임금 여성노동력 시장을 찾아 기혼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는 노동시장으로 몰리거나, 비싼 지대를 감수하고 남아있게 된다. 반대로 20대 젊은 여성노동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데 제약이 적은데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회사로 보이는 대기업으로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40대 여성노동자들은 가족의 재생산 기능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떨어질 수 없어, 저임금을 감내하고 도심 주변에 있는 중소기업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해서 전자산업 노동시장이 사업장규모에 따라 세대별로 양극화되는 것이다. [그림 3] 생산미숙련직 여성노동자의 세대분포율은 [그림 4]의 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중소기업 세대분포율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2009 구로금천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에서는 전자업종이 제일 많았는데, 이 업종의 성별 세대 분포율이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40대 여성노동자들이 서울디산의 전통적인 생산인구 흔적을 가장 고유한 형태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 전통적인 노동시장에 지속적으로 편입되고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노동시장 특성 업종과 직종, 사업장규모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는 제조업에서 일하는 취업자 비율이 40.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출판 영상 및 정보서비스업이 19.9%,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이 9.4% 였다. 직종별로 보면, 사무직이 32.4%로 가장 많았고, 전문기술직이 24.6%로 두번째로 많았다. 이들 사무기술직이 전체의 50%가 넘는 셈이다. 미숙련직은 19.7%로 세번째였으며, 보통 생산직으로 분류되는 숙련직, 반숙련직, 미숙련직을 더해보면 생산직 규모는 30%가 조금 못 미친다. 이는 서울디산이 첨단화되면서 탈생산화되고, 생산자서비스업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10인 미만인 소상공인은 19.9%로, 2011.3 경활조사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10인 이상 50인 미만 소기업과 300미만 중소기업은 전체에서 70.5%를 차지할 만큼 2011.3 경활조사에서의 비율 38.4%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300인 이상 중견기업대기업에서 일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011.3 경활조사와 비교하면, 결코 낮은 것이 아님은 확인해 두자. [표 2] 업종별 직종 및 사업장 규모 비율 업종별 직업 분포를 보면 제조업에서 생산직(숙련미숙련 포함) 비중은 56.3%이고, 사무기술직 비중은 39.4%로 나타났다. 한편 운수업과 시설사업지원업에서 역시 미숙련직 비중이 높게 나오는데, 운수업에서 미숙련직은 주로 창고물류기지에서 포장운반을 하는 경우이고, 시설·사업지원업에서 미숙련직은 콜센터 노동자들이거나 청소, 경비 등 시설용역 노동자들이거나 창고물류기지 지원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다. 사업장규모는 업종에 관계없이 유사했는데, 제조업뿐만 아니라 출판정보 서비스업 등 거의 대다수 업종의 사업장 규모가 50인 미만 소기업과 30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 규모의 사업장으로 나타났다. 50~300인 사업장은 업종에 관계없이 아파트형 공장에 적합한 규모이기도 하다. 종사상 지위와 고용형태 2011.3 경활조사와 비교했을 때, 서울디산에서 상용직 비중은 19%포인트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이는 상용직에 겨우 포함되는 계약기간이 1년인 노동자비율이 상용직에서 17%(2011.3 경활부가조사에서는 12.0%)나 되는데다, 기본적으로 상용직 비중이 낮은 건설업, 숙박음식업 사업체와 종사자들이 서울디산에는 많지 않고, 상용직 비중이 높은 출판정보서비스업, 전문과학기술업관련 사업체와 종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표 3] 종사상 지위 및 고용형태* 2011.3 경활 부가조사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추정은 한노사연의 추계방식을 따랐다. 한노사연의 비정규직 추계방식은 노동부의 한시적, 시간제, 비전형적 노동자 뿐만 아니라 임시일용직 노동자 전체를 포함한다. 장기임시직을 한노사연은 비정규직으로 간주하는 반면 정부는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셈이다. [표 4] 주요업종별 종사상 지위 비율 [표 4]에서 보는 것처럼 서울디산에 주요하게 분포한 주요 산업에서도 상용직 비중은 2011.3 경활 부가조사보다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상용직 비율이 높다고 고용안정성을 논하기는 어려운데, 상용직 내에도 기간제, 파견근로 등 한시적이면서 비전형적인 고용형태가 많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비율을 살펴봐야 한다. 서울디산의 비정규직 [표 3]을 보면 서울디산의 비정규직 비율은 52.0%로 2011.3 경활 부가조사의 비정규직 비율보다 3.3%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서울디산의 비정규직은 장기임시근로의 비율은 매우 낮고, 한시근로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즉,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고용이 승계되는 임시일용직 노동자 비율은 낮고, 고용이 승계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거나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의 비율은 높다는 의미다. [표 5] 종사상 지위별 비정규직 비율 또 [표 5]처럼 서울디산의 비정규직을 종사상 지위별로 살펴보면, 상용직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41.9%에 이른다. 2011.3 경활부가조사에서 드러난 상용직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전국적으로 17.0%라는 점과 비교하면, 24.9% 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이는 서울디산에서는 상용직이라 할지라도 고용이 불안하고 노동3권이 제약된 근로계약관계가 대단히 만연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상용직 내에서 한시근로(기간제 포함), 파견용역, 시간제의 비율은 36.0%, 10.3%, 6.3%로 이를 2011.3 경활 부가조사의 한시근로(15.2%), 파견용역(4.9%), 시간제(1.0%)와 비교해보면 각각 15.8%포인트, 5.4%포인트, 5.3%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5] 성별, 세대별, 업종별, 직종별 비정규직 비율 서울디산의 비정규직 비율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48.2%, 여성은 54.5%로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1.3 경활 부가조사와 비교했을 때,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낮게 관찰되는데, 이는 [표6]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여성 비정규직 중 비율이 높은 장기임시 노동자 비율이 서울디산에서는 낮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높게 관찰되는데, 한시근로(기간제 포함)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세대별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30, 40, 50대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 6] 성별 비정규직 비율 한편 서울디산에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업종인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에서의 종사자가 적고,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제조업, 운수업, 출판정보서비스업, 전문과학기술업 관련 노동자들이 많다. 전체 비정규직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서울디산의 주요 5대 업종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림 5]의 업종별 비정규직 비율을 살펴보면 주요 업종에서 비정규직 비율, 특히 제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48.8%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그림 5]의 직종별 비정규직 비율에서도, 서울디산에서 많은 직종인 기술직과 사무직의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무직의 비정규직 비율은 41.9%로 2011.3 경활조사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 다만 미숙련직의 비정규직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임시일용직 노동자가 많은 건설업과 도소매업 비율이 서울디산에서는 낮기 때문이다. <참고> 서울디산 비정규직 노동자의 특징 O 비정규직의 성별세대별 분포 [그림 6] 비정규직의 성별, 세대 분포율 노동환경실태조사에서 비정규직의 성별 세대별 분포는 [그림 6]처럼 전체노동자 성별분포([그림 2])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를 2011.3 경활 부가조사의 비정규직 성별세대별 분포와 비교해보면 20-30대 비정규직 비율이 남녀 모두에게서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7]은 서울디산에서 생산자서비스업 내 20-30대 비정규직 비율과 전체 미숙련직의 20-30대 비정규직 비율을 살펴본 것이다. 서울디산의 새로운 노동시장을 대표하는 생산자서비스업에서 20-30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49.0%로 전체노동시장(2011.3 경활 부가조사)에 비교했을 때 12.2%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전통적인 노동시장에 흡수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20-30대 미숙련직에게서 비정규직 비율은 2011.3 경활에 비하면 조금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20-30대 미숙련직에서 비정규직 비율 80.6%는 그 자체로 절대치가 높은 것이다. [그림 7] 생산자서비스업과 미숙련직에서 20-30대의 비정규직 비율 서울디산에서 20-30대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신흥노동시장을 대표하는 업종에서든, 전통적인 노동시장을 대표하는 직종에서든 20-30대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은 구로공단의 업종고도화가 비정규직의 남용, 20-30대 젊은 세대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면서 진행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노동자의 업무 특성 평균임금, 평균노동시간, 평균근속년수 서울디산의 임금노동자 전체 평균임금은 192.3만 원, 평균노동시간은 47.1시간으로 2011.3 경활 부가조사와 비교했을 때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디산의 근속개월은 36.5개월로 2011.3 경활부가조사와 비교했을 때 매우 짧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서울디산의 기술직과 사무직의 근속개월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서울디산의 산업고도화가 진행되고, 2001년을 전후로 새로운 사업장이 들어선 이유도 있겠지만, 앞서 상용직이라 할지라도 높은 비정규직 비중, 한시근로 노동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표 7] 업종별, 직종별, 사업장별 평균임금, 평균노동시간, 평균근속년수 한편, 제조업 평균임금이 서울디산 전체 평균임금과 유사한 것은 제조업 내 사무직 및 기술직이 많기 때문이다.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 직군별로 봤을 때 가장 낮은 임금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직과 미숙련직이다. 특히 미숙련직은 평균임금의 61.0% 수준이다. 반대로 고위관리직은 미숙련직 임금의 3.5배를 넘는다. 한편, 숙련직의 임금은 전체 평균임금보다 상회하긴 하지만 평균노동시간 역시 상회한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를 보면 업종별 임금격차나 직종별 임금격차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중소기업이든, 소기업이든 평균임금이나 근속년수든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대기업의 평균근속년수가 훨씬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임금격차가 크게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운수업 노동자들의 경우 전체대비 평균임금이 낮은데 반해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도리어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운수업종사자들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도 하다. 주당 평균노동시간을 따져보면 기술직과 숙련직의 노동시간이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공단지역에서 낮은 시급으로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는 미숙련직보다 더 장시간 노동하는 직군이 기술직이다. 고용형태별로 봤을 때 서울디산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크게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서울디산에서 정규직 평균임금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2011.3 경활부가조사에서 정규직 평균임금이 272만 원인데 반해 서울디산의 정규직 평균임금은 217만 원이다.(정규직 임금의 하향평준화) 반면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비정규직 임금이 경활부가조사보다 높은 이유는 경활부가조사 비정규직 평균임금에서 가장 낮은 지위인 일용직 숫자가 서울디산에는 적기 때문이다. 또 기술직에서 비정규직 비중(41.4%)이 높은 것도 비정규직 평균임금이 상대적으로 상회하는 이유이다.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년수는 거의 모든 고용형태에서 2년이 안 된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은 임금격차보다 근속년수다. 다만 예외가 기간제인데, 기간제만 평균 근속년수가 2년을 살짝 웃돈다. [표 8] 지위별, 고용형태별 평균임금, 평균노동시간, 평균근속년수 파트타임 시간제의 평균 임금이 높은 것은 평균 노동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 파트타임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41시간이다. 시간제로 계약하지만 사실상 전일제 형식으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 시간제 노동자를 업종별로 구별해보면 시간제 노동자 중 44.4% 가 제조업에서 종사하고 있고, 14.3%가 시설사업지원업으로 일하고 있다. 직종별로 구별해보면 미숙련직이 48.3%로 가장 많고, 사무직은 16.3%다. 임금분포, 직종별고용형태별 임금분포 [그림 8] 서울디산 임금분포 2011.3 경활부가조사의 임금분포는 151~200만 원을 중심으로 좌우대칭형 모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디산에서는 91~110만 원, 111~130만 원, 131~150만 원 임금구간에서 분포율이 더 높게 관찰된다. 왼쪽으로 약간 치우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분포의 무게중심이 저임금 쪽으로 쏠려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분포 그래프를 보면 200만 원 이상 임금소득을 올리는 비정규직은 거의 없다. 비정규직은 90~110만 원을 전후한 임금대에 분포해 있는 반면, 정규직은 150~200만 원 임금대에 분포해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임금분포 그래프를 보면 커다란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비정규직 임금이 너무 저임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규직 임금이 높아 보일 뿐이다. 정작 정규직 임금도 실제로는 151~200만 원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다. 서울디산의 가구 수가 평균 3.2인이다. 3인 가구 표준생계비는 민주노총 397만 원, 한국노총 293만 원이다. 따라서 한 달 평균임금 300만 원 이상 임금소득이 되어야 일정한 소득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서울디산에서 이 비율은 13.2% 밖에 안 된다. 임금이 하향 평준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림 9] 고용형태별 임금분포 [그림 10] 직종별, 업종별 임금분포 직종별 임금분포도 비슷한 모양새다. 생산미숙련직은 (91~110만 원 대 임금 분포비가 더 높다는 것 정도 말고는) 거의 비정규직 임금분포와 유사한 분포도를 띄고 있고, 사무기술직은 정규직 임금분포와 유사한 분포도를 띄고 있다. 업종별 임금분포도를 보면,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최저임금 구간이라 할 수 있는 91~110만 원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조업과 운수업 종사자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운수업과 제조업에서는 150~200만 원 구간의 임금노동자 층이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일 뿐이다. [그림 11] 성별, 가족형태별 임금분포율 [그림11] 성별 임금분포를 살펴보면 150~200만 원 대 임금을 정점으로 여성노동자의 임금분포는 200만 원을 넘어서는 임금수준에서는 급격히 줄어든다. 반면 남성노동자는 250만 원까지 완만하게 하락하다 300만 원이 넘는 임금수준에서 다시 비중이 늘어난다. 여성노동자는 150~200만 원 이하 임금 대에서 많이 분포하고 있고, 남성노동자는 150~200만 원 이상 임금구간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생계부양모델에 따른 임금분포를 살펴보면 남성생계부양 가구주는 200만 원 이상 임금소득을 올리는 비중이 높아진다. 하지만 여성생계부양 가구주의 임금소득분포는 공동생계부양 가구주의 임금소득분포와 유사하다. 여기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오늘날 가족의 위기와 함께 여성생계부양 가구주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서울디산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가계를 책임질 수 있는 별다른 수단(혹은 지원)을 찾기가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12.9%에 불과한 남성생계부양 가구주의 임금분포를 사상하면, 서울디산의 노동자전체 임금분포가 여성생계부양 가구주의 임금분포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여성생계부양 가구주의 임금분포는 이미 여성의 임금분포와 유사한 형태다.) 젊은 세대든 늙은 세대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첨단화된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사람이든 오래된 노동시장으로 편입되는 사람이든, 40대 여성노동자의 임금소득 분포를 따라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서울 디산의 구조고도화 과정에서도 ‘노동의 여성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다시 말해 전체 노동시장이 저평가된 여성노동력을 기준으로 임금과 고용조건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시간 서울디산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7.1시간이다. 이는 사업체노동력조사의 2011년 1/4분기 평균 40.8시간은 물론이거니와 2011.3 경활부가조사의 43.1시간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치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서울디산의 노동자들이 매우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52시간 초과 노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20.3%에 이를 정도다. [표 9] 52시간 초과 노동자의 성별세대별 분포율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자들만 별도로 분석해보면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 보면 미숙련직 뿐만 아니라, 기술직, 사무직도 52시간을 넘기는 초장시간 노동대열에 포함되어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가장 많았다. 42.0%로 거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출판정보서비스업 노동자(IT 노동자)들도 52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0] 52시간 초과 노동자의 직종별업종별 분포율 [그림 12] 노동시간 분포율 주 40시간이라는 법정노동시간이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것으로서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노동시간 분포도가 40~44시간에서 정점이 되는 종 모양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서울디산은 전반적으로 오른쪽으로 치우친 모양을 띠고 있다. 56시간이 넘는 구간에서는 분포도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림 13] 직종별, 업종별 노동시간 분포율 [그림 14] 성별, 가계형태별 노동시간 분포율 노동시간 분포는 직종별로 보거나 업종별로 보아도 비슷한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임금분포와는 달리 노동시간은 고용형태나 성별, 가계형태, 어떤 것으로도 특징적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장시간 노동체계에 대해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명은 (시간급성과급이라는 임금제도와 궁핍화저임금 구조라는 구조적 상태에서) 시간당 임금이 낮으니 법정노동시간만 일해서는 임금소득이 부족하고, 따라서 부족한 임금소득을 만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잔업특근을 마다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불행히도 노동시간 연장(물량확보)을 둘러싼 노동자내부의 경쟁이라는 양태로 드러나는데 이렇게 되면 장시간 노동의 문제는 개별 노동자의 문제인 것처럼 은폐된다. 노동시간과 시간당 임금 주 40시간 이상(20인 미만 사업장은 44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월 소득을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해서, 이를 직종별로 살펴보면, [표 11]과 같다. [표 11] 직종별 시간당 임금 미숙련직의 평균시급은 4,600원 정도로 나타났고, 정규직은 5,011원, 비정규직은 4,398원으로 나타났다. 2011년 최저임금이 4,320원이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평균 시급 4,398원이라는 의미는 서울디산의 생산직 비정규직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상여금(400% 전후)이라는 몇 가지 증언을 고려하면, 정규직 시급 5,036원이라는 것의 의미는 동일한 기본시급에 상여금이 더해진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시간급이 4,000원도 안 되는 노동자 비율도 13.8%(315명)나 발견되었다. 4대 보험 [그림 15] 4대보험 가입률 4대 보험 가입율을 살펴보면, 사업장 규모에 따른 가입률 하락(5인 미만 소사업장)이 관찰된다. 2011.3 경활부가조사는 그런 경향이 뚜렷한데, 이는 자영업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디산에서 4대 보험 가입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임금소득으로 보인다. 110만 원 이하로 임금소득이 떨어지면서부터는 4대 보험 가입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임금소득이 너무 낮은 경우 4대 보험 지급을 위해 임금에서 일정 금액을 제하는 것 자체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생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결론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노동환경 ① 비정규직화, 20-30대 청년 세대에게 집중 서울디산의 비정규직 비율은 52.0%이며, 상용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41.9%로 나타났다. 특히 상용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거의 최고 수준이다. 서울디산에서 상용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것은 비정규직을 임시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다. 이런 비정규직화 경향은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구로공단 첨단화, 업종고도화를 추진하면서 생산자서비스업이 급증하였다. 하지만 생산자서비스업에서 20-30대 비정규직 비율은 49.0%이고, 공단에 유입된 20-30대 미숙련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비율은 80.4%에 이른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 짧은 근속년수, 기간제 2년 정규직 전환 외면, 불법탈법 파견 등의 문제는 서울디산에서 동일하게 발견된다. 더구나 불법파견에 따른 저임금, 고용불안, 노동유연화 등등의 피해는 거의 대부분 기혼 여성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기간제 2년 정규직화 의무 역시 외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②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서울디산 미숙련직 노동자의 평균 시간급은 4,603원이고 비정규직의 평균 시간급은 4,391원이었다. 최저임금이 기본 시급인 것이다. 또한 시간급이 4,000원도 안 되는 노동자들이 13.8%나 발견되었다. 장시간 노동관행으로 적절한 임금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디산의 정규직 평균임금은 210만 원으로 각종 통계자료에서 나타나는 정규직 임금 수준에 비교해봤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서울디산에서, 일정한 소득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달 평균임금 300만 원 이상 임금소득을 올리는 계층은 13.2% 밖에 안 된다. 전반적으로 임금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다. 하지만 반대로 노동시간은 매우 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디산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47시간으로 나타났고,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는 52시간 초과노동 비율도 전체 대비 20.3%를 차지할 만큼 장시간 노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생산직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무직과 기술직 모두가 장시간 노동이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시간급이 너무 낮아 일정한 한 달 수입을 벌려면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한다. 노동시간을 연장하면서 일하지만 그나마도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4,000원 미만으로 최저임금을 주는 사업장들의 대부분은 오랜 시간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사무기술직 노동자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장시간 노동을 통제할 수 있는 기제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오랜 시간 일하지만 적절한 임금 보상체계는 없으며, 52시간 초과노동 금지와 같은 사회적 규제도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다. 새로운 노동시장과 오래된 노동시장의 공존 2002년 이후부터 구조고도화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노동시장이 형성된다. 생산자서비스 기반의 산업과 함께 기술직, 사무직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된다. 생산자 서비스의 또 다른 한 축인 사업지원서비스업 역시 아파트형 공장의 집중과 함께 대거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미숙련직 노동자들이 유입된다. 세대적 기반으로 보면 2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술직, 사무직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지만, 절반은 비정규직으로 들어왔다. 여러 세대에 걸쳐 새로운 미숙련직 노동자 ― 콜센터, 창고물류기지, 청소경비용역 노동자들이 유입되었지만 이들은 거의 100% 비정규직 형태다. 전통적인 제조생산직 노동시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질서아래 저평가된 여성노동력 시장은 여전히 존재했고, 제조생산직 회사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오랫동안 구로공단과 함께 했던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계는 유지 존속되었다. 새로운 노동시장과 오래된 노동시장은 오랜 시간 공존했고, 구로공단의 업종고도화 계획은 현실화되었다. 그리고 그만큼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공단의 노동시장 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비정규직은 계속 확대되었고, 임금소득 수준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장시간 노동 관행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 10여 년 간 공단은 커다랗게 변모하였다. 정부는 업종고도화라는 명목으로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렸고, 각종 규제완화, 세제지원, 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기업가들을 지원했다. 기업가들을 지원한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그렇게 기업가들을 지원한 결과가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구로공단에는 통계로 잡히지 않는 노동자들의 삶이 있다. 국가의 통치행위, 기업의 경영행위는 이들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정규직 만연’,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라는 현실의 일 단면을 2011년 노동환경실태조사는 아주 조금 드러냈을 뿐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의 제조공단 발전 방향은 노동 배제적일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보다는 분배하고, 특정계층(금융투기세력)에게 부를 집중시키는데 기여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권과 생활권은 매우 심각하게 침해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부를 생산하고 축적하는 과정 또한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서울디산에서 고용안정, 임금조건 및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 고용안정이나, 임금복지 시설을 개선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디산 소재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에 따른 이익만 누릴 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흔적은 이번 실태조사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추진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이 집행한 구로공단 첨단화 계획을 이들은 찬양만 한다. 노동 배제적이며, 노동에 맹목적인 첨단화는 결국, 20-30대 젊은 세대를 비정규직이라는 늪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공단에서 젊은 세대들의 노동시간은 사정없이 늘어났고, 그만큼 임금소득수준은 낮아졌다. 또 40대 여성노동자들의 삶의 터전, 일자리를 빼앗고, 그렇게 여성들을 위기로 내몰면서 더 열악한 일자리를 선택할 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삶,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둘러싼 실태조사 한번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던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새롭게 공단을 더 고도화하려고 한다.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화려한 불빛으로 공단을 첨단화해서 공단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동하고 있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의 장치도 없이 논의되는 공단 발전방향은 결국 미래세대에게는 절망과 고통, 좌절과 시련의 공단으로 기억될 뿐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중남 위원장 인터뷰 2012년 2월 27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김중남 위원장을 만났다. 김중남 위원장은 지난 1월 말 제6대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인수인계, 사업계획 구상, 운영체계 정비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공무원노조법 개정, 해고자 복직, 임금노동조건 개선, 민영화사유화 저지, 지역연대 운동 등 공무원노조가 짊어져야 할 수많은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출범 10주년을 맞아 신중하고 책임감있는 변화의 한걸음을 딛으려는 깊이있는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사회운동: 우선, 6기 위원장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공무원노조 5기 지도부 활동에 대한 평가, 그리고 6기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의 쟁점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달라. 김중남 위원장(이하 김중남): 5기 지도부는 이명박 정부의 탄압이 거세게 진행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조직이 유지될 수 있었다. 6기 위원장 선거에는 4명의 후보자가 출마했었는데, 다행히 후유증은 크지 않아 앞으로 통합적인 운영이 잘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크게 쟁점이 되었던 것은 거의 없다. 정당 정치와 관련해서 크게 의미부여를 하는 입장도 있었고, 반대로 노동조합 내부를 튼튼히 해야한다는 입장이 있었다. 강조점의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공무원노조 활동이 대내외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두 비슷한 입장이었다고 판단한다. 사회운동: 그렇다면 당선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중남: 일단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활동해나가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공무원노조 내부를 잘 추슬러 다시 투쟁해나가야 하며, 투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점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 조합원들에게 매우 감사하고, 또 그만큼 어깨가 매우 무겁다. “공무원노조법 전면 개정을 통한 설립신고와 해고자 복직, 이 두 가지 일을 해결하는데 향후 6기 지도부 임기 동안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한다” 사회운동: 현재 공무원노조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과제는 공무원노조 특별법 개정과 설립신고, 해고자 복직, 정치표현의 자유 등으로 보인다. 김중남: 6기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공무원노조법 전면 개정을 통한 등록(설립신고)이고, 다른 하나는 해고자 복직문제다. 이 두 가지 일을 해결하는 데 향후 6기 지도부 임기 동안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한 계획으로 하반기에 총회투쟁을 상정하고 있다. 이전에 법 테두리 내로 들어가서 노동조합 운영을 해봤는데, 공무원노조법 개정 없이 등록을 하면 매우 힘들어진다는 점이 분명하다. 현재 100개에 가까운 공무원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있지만 어느 한 군데도 교섭을 진행한 곳이 없다. 그만큼 현재의 공무원노조법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법 개정은 단순한 설립신고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 전체의 이익과 민중 전체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 교섭권을 확보하는 문제는 공공부문 전체가 전진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공무원은 안정된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회운동: 앞서 6기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임금, 노동조건 등과 관련된 조합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했다. 공무원 내에 임금, 연금, 노동조건, 복지, 승진제도 등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이런 문제 관련해서 어떤 방향에서 대응해나갈 것인지. 김중남: 지난 10년 간 공무원노조는 부처 내 비리고발, 업무추진비 공개운동 등을 진행해왔는데, 이제는 임금과 노동조건 관련해서도 접근해야할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2년 간 임금이 동결되었고,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100인 사업장 대비 80% 대의 임금을 받고 있다. 500인 사업장 대비로는 60% 대이다.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공무원은 안정된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무원 임금은 민간 회사의 임금에 대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다. 공무원 임금이 동결된 해에는 민간에서의 임금도 동결되거나 하락하는 현상들이 발견되곤 한다.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인 사업장 대비 100% 대로 공무원 임금을 올려야 한다. 공무원을 위해서도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임금인상을 쟁취하기 위한 출발점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운동: 신자유주의 하에서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실질임금이 하락하면서, 공무원이 공격당하는 현상이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이 임금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총연맹과 함께 임금문제에 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벌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김중남: 노동자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 각 연맹들, 특히 공공부문과 함께 임금 문제를 논의하고 투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공직사회의 개혁과 공공부문 임금 인상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추진해나가려 한다.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가 시민사회에 영향을 미치면서 마치 공무원들을 특권적 존재인 것처럼 인식하는 시민들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공무원 중 대학생 자녀 학비를 받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 실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이 새롭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무원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임금문제, 노동조건 개선에 있어 큰 부분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사회운동: 임금 액수뿐만 아니라 임금 체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성과급, 총액인건비제 등은 현재 공무원 사회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김중남: 성과급과 총액인건비제 둘 다 적용되고 있고, 이 때문에 향후 임금 수준과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모든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동반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총체적인 대응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1-2년 내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임금 체계 전반에 대해 검토하면서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사회운동: 승진제도 관련해서 현장의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인지. 김중남: 현재 적체로 인해 승진이 잘 안 되고 있고, 6급으로 퇴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낮다. 수십 년 간 같은 직장에서 노동하고 성취해나간다는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 또한 비정규직 차별, 여성 차별과 같은 문제들도 공직사회 승진제도에서 핵심적인 사안이다. 기능직의 정규직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여전히 여성공무원의 승진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 문제들은 사회모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공무원 노조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모순을 해결해가는 것과 같은 문제이다. “상수도 민영화 저지 투쟁은 이길 수 있는 투쟁이고 나아가 사회 전반적 민영화사유화를 막아내는 계기로 발전될 수 있는 투쟁이다” 사회운동: 다음은 상수도 민영화 저지 투쟁 관련된 질문이다. 5기 지도부 시절 지역 별로 자발적인 투쟁이 존재했지만 중앙 차원의 투쟁계획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6기 지도부의 상수도 민영화 저지 투쟁계획은 무엇인가. 또한 도로, 철도, 공항, 공연시설 등 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에 대한 대응계획이 있는지. 김종남: 이전에 공무원노조 강원본부장을 할 때, 강원도의 가장 큰 문제가 상수도 민영화였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투쟁을 전개하여 강원에서는 상수도 민영화를 막아왔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상수도 민영화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수자원 공사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방식에서 환경관리공단 등이 직접 나서는 방식으로 변했기 때문에, 향후 민영화 흐름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노후관 교체, 설비보수 등을 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 비용을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동시에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시설개선 비용을 쥐고 민영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외국 사례는 물론이고 이미 민영화가 진행된 국내 사례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하겠지만 물은 생존의 기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상업적으로 접근하는 논리는 시민들에 의해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이는 이길 수 있는 투쟁이고 나아가 사회 전반적 민영화사유화를 막아내는 계기로 발전될 수 있는 투쟁이다.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공공부문 관리를 거부하고 새로운 공공운영 방식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쟁이다. 각 본부나 지부에서 투쟁이 진행이 되면, 중앙에서 적극 지원하면서 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직접 주민들을 만나고 선전해 나간다면 이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운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집단이다. 스스로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더 큰 가치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공무원노조는 이 투쟁의 선봉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위원회를 성평등위원회로 전환하면서, 여성활동가 모임, 프로그램 기획, 예산지원 등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회운동: 앞서 여성차별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국가기관지자체에서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들 스스로 노동조합 활동의 주체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여성조합원과 여성활동가들의 참여를 더 이끌어내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김중남: 현재의 여성위원회를 성평등위원회로 개편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해나가자는 점은 공유되어 있다. 내용적으로는 승진을 비롯하여 여성공무원의 문제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조직적으로 여성활동가들을 발굴하고 교육하는 계획과 사업이 필요하다. 할당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할당이 잘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일단 여성활동가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할당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또 여성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성평등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사회운동: 여성사업과 관련해서는 제도가 있더라도 활동가를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본부, 지부까지 최대한 여성담당자를 두고 여성캠프 등의 프로그램 기획과 더불어 사업비가 실질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지역별 편차가 크다. 공무원노조가 여성사업 관련해서 강조점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면, 각 지역과 다른 산별에도 모범이 될 것 같다. 김중남: 전체 공무원 사회 내에서 여성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들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여성사업은 목표만 있었지 거의 추진이 잘 되지 않았고, 여성위원회 활동가들만 고군분투하곤 했었다. 이번에 성평등위원회로 전환하면서, 여성활동가 모임, 프로그램 기획, 예산지원 등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 위원장으로서 직접 여성활동가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하더라도 여성의 관점에서 정책을 검토하면 다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육 관련 정책이다. 또한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모색함에 있어서도 공무원 사회 내 여성의 위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치의 완성’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지역에서 공무원노조의 역할을 해야 하겠다.” 사회운동: 공무원노조는 특히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노조로서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각 지역운동에의 참여와 연대활동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강원지역의 경우 삼척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포함해서 지역운동에 활발히 결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적인 차원에서 공무원노조의 지역운동에 참여를 확대, 강화하기 위한 구상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김중남: 각 지역에서 지역차원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주체가 바로 공무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시민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것은, 그 지역 공무원 집단의 사고가 경직되어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강원에서 활동할 때 지역활동가들과 공유되었던 목표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역을 바꿔야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도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지방의회나 자치단체장 선거 등 지역자치의 제도는 있지만, 실제로 재정문제가 해결이 안 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반면 중앙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그 동안 잘 대응을 못해왔다. 지금까지 이러한 대응은 법원, 국회, 중앙행정기관, 대학, 교육청 등 직능본부들 각자에게 맡겨 놓았다. 이제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직능본부를 강화하기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서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위원회에서 국가정책, 국회입법과정, 교육행정관련 부분들을 중심에 놓고 핵심고리를 찾아내는 준비를 해나갈 것이다. ‘자치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지역에서 공무원노조의 역할을 해야 하겠다. 민중적 입장에 서서 지역의 문제와 중앙정부 정책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준비해 나가려 한다. 신자유주의적인 국가운영 체계는 어느 한 부문의 운동만으로 바뀔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전반적 운영체계를 바꿔내야 한다. 공무원노조가 이러한 부분까지 접근하기 위한 준비를 이번 6기 지도부에서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에게 ‘너희들만을 위한 노조’는 용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만을 위한 노동조합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운동: 최근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선거방침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내부에서 이견과 갈등이 심각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그리고 공무원노조 안에서도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할 텐데, 원칙을 지키면서도 노동조합의 단결을 해치지 않기 위한 계획이 있는지 말씀해달라. 김중남: 공무원노조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한 부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있어서 공무원노조가 그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내부의 논의 과정에서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또 사회단체들과도 함께 의논해나갈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앞서 밝힌 당면과제들, 즉 공무원노조 특별법 개정과 설립신고 문제, 해고자 복직 문제, 정치표현의 자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중심에 두고 정치적 상황을 판단하려고 한다. 판단과정에서 민주노총의 결정, 각 연맹의 판단, 제 정당의 움직임 등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판단할 것이다. 사회운동: 끝으로 공무원노조 위원장으로서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김중남: 공무원노조가 출범한 지 10년이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희생과 고통 속에서 노동조합을 건설해왔다. 파업을 하고 민주노총 엄호를 받고 노조를 만든 과정들, 정부의 탄압을 받은 과정들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이고 민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노조를 만들겠다는 갈망을 가지고 투쟁을 전개해왔던 대장정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가혹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실체로서 노동조합을 운영해왔다. 새로운 10년을 열어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건강하게 활동하다가 해직된 동지들이 복직되어 지역을 바꾸고 정부정책에 대응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공무원노조가 정상적인 노동조합으로 교섭을 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으로서 올해와 내년이 정말 중요하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에게 ‘너희들만을 위한 노조’는 용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만을 위한 노동조합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공무원노동자의 삶은 시민들 전체의 삶과 대단히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며 공무원노조의 책무를 다 해나가려고 한다. 공무원노조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10년을 만들어나가는데 6기 위원장으로서 복무하겠다. 많은 관심, 엄호, 지지를 부탁드린다. 바쁜 와중에도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중남 위원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사회적 생존을 위하여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와 대량 정리해고 이후 3년 동안 21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숨졌다. 정리해고가 부른 끝없는 비극을 막고자 사람들은 작년 12월부터 쌍용차 앞에 ‘희망텐트촌’을 짓기 시작했다. 희망텐트촌에는 2010년 ‘희망버스’의 사회적 연대와 승리를 평택으로 옮겨오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소망이 깃들어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공장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이다.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희망텐트보다 먼저 텐트를 쳤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사무실 앞에 조그만 텐트를 치고 몇 달 째 거리생활 중이다. 그리고 매월 한 번 사람들이 모여 공장 앞이 미어터지도록 텐트를 치고 밤새 쌍용차를 포위하는 난장을 연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희망텐트’라 부른다. 1차 희망텐트는 ‘와락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12월 23일~24일에, 2차는 1월 13일~14일, 3차는 2월 11일~12일에 진행되었다. 횟수를 더할 때마다 규모가 커져 3차에는 4,000여 명이 모였다. 2010년 희망버스가 등장한 이래 전국 각지에 흩어져 평소에 보기 어려운 사람들을 한 달에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 있는 활동가들, 여러 연대기구에서 함께했던 동지들, 페이스북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 생계문제, 건강문제, 가족문제 등으로 투쟁 현장을 떠나있었던 쌍용차 조합원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반갑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그들이 눈 앞에 ‘살아있다’는 것에 큰 안도를 느낀다. 쌍용차 노동자들, 오늘도 무사한가요? 2차 희망텐트에서 거의 반 년 만에 만난 김00씨는 2009년 파업 당시 노동조합 간부였고 파업 후에도 활동을 했다. 77일 내내 전쟁같은 현장을 지켰던 그는 파업이 끝난 직후 경찰조사를 받을 때, ‘노조를 왜 했는가?’라는 질문에 ‘노조를 하면 돈을 아낀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대답했단다. 사람들 입에서 돌고 돈 말이라 얼마나 정확할지 모르지만, 노조 간부가 경찰조사에서 황당한 말을 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 때는 몰랐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고, 임기응변도 농담도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나중에 그가 웃으면서 이야기해주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했었는지 모른다고, 머리 옆에다 손가락을 뱅글뱅글 돌렸다. 그는 공장을 나온 후에도 계속 헬리콥터 환청에 시달렸고 몇 달 동안 바깥출입도 전혀 못했다. 요즘도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해고자들 중에서 잘 이겨내고 있는 편일 것이다. 21명, 그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성 질환과 자살로 세상을 떠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노동자들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점거파업을 시작한 직후 한 노동자가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 전에 이미 노동자의 아내들이 유산을 했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터였다. 2009년 파업 당시 실태조사에서 중증도 이상 우울증을 보인 노동자가 54.9%였고, 파업 직후에는 71.1%, 2011년 故 임00 조합원의 죽음 이후 세 번째 조사에서는 80%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러한 후유증은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 2월 차 안에서 연탄불 피워 자살한 김00씨. 쌍용차 출신이라는 낙인과 생활고에 끝내 자살한 황00씨. 2011년 1월 이혼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연탄불 피워 자살한 서00씨, 2월과 10월 똑같은 방법으로 돌아가신 조00씨, 고00씨. 10월에 대인기피증과 몇 차례 자살시도 끝에 자기 방에서 목을 맨 35세 김00씨. 11월, 해고되지 않았지만 어쩐 일인지 야산에서 목을 맨 윤00씨.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해고자니 비해고자니, 비정규직이니 무급휴직이니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아예 다른 세계를 선택한 사람도 있다. 2010년 7월, 쌍용차 파업에 참여했던 계00씨는 집 안에 물과 비상식량을 잔뜩 쌓아두고, 베란다에는 망원경을 놓고 노트북도 여러 대 설치해 24시간 바깥 상황을 살피는 등 ‘나홀로 파업’을 하다 발견되어 정신병원에 보내졌다. 감당하기 힘든 충격 때문에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정신분열증상이라고 했다. 살고 싶었지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스트레스성 질환인 심근경색과 뇌출혈이 30-40대 젊은 남자들의 사인이라니. 그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2009년 파업 당시 엄00씨의 뇌출혈 사망에 이어 관제데모에 동원된 김00씨가 허혈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2010년 5월 분사화 된 회사에서 일하다 심장이 멈춘 000씨. 11월 경제난에 시달리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김00씨. 2011년 2월 회사의 복직약속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무급휴직자 임00씨. 5월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돌연사한 강00씨. 그리고 해고, 비정규직 채용, 계약해지, 정신질환 그 모든 고통을 겪다 2012년 1월 돌연사한 강00씨. 지금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터질듯 한 심장을 움켜쥐고 깨질듯 한 머리를 부여잡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을지 모른다. 이것은 사회적 살인이다. 가족에게로 번지는 죽음의 그림자 쌍용차 노동자들은 가족들이 자기만큼 다치는 모습을 봐야했다. 쌍용차 가족들의 지역공동체는 산산조각 났다. 아내, 부모, 아이들까지 산 자(비해고자)와 죽은 자(해고자) 편으로 나뉘어 싸우거나 서로 외면해야 했고, 파업이 끝난 후엔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가정도 산산조각 났다. 노동자들은 쌍용차 출신이라 재취업이 어렵고, 해고와 강제진압의 지워지지 않는 고통으로 망가져 갔다. 주위 사람들은 그들을 곱게 보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은 이전에 정규직으로 편하게 잘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며 그들이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가족들은 이혼, 자녀들의 비행, 자살시도 등에 직면했다. 2009년 파업 당시 회사의 협박과 강제진압 소식에 노동조합 간부 이00씨의 아내가 자살했다. 2010년 4월에는 조합원 임00씨의 아내가 아파트 11층에서 몸을 던졌다. 그녀는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었다. 2011년 11월에는 차00씨의 아내 오00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들 가족은 희망퇴직 후 먼 곳으로 이사했다. 차00씨는 공사장을 전전하며 며칠 씩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고, 카드회사를 다니던 아내는 폐렴을 앓은 뒤 어느날 일어나지 못했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수백 번 전화를 걸었지만 아빠의 전화는 고장 나 있었다. 아빠에겐 전화가 고장 나도 문제없을 정도의 인간관계만이 남아있었다. 다른 곳에 전화를 걸 생각도 못할 정도로 당황한 아이들은 엄마의 주검과 함께 며칠을 보냈다. 문제는 죽음에 이른 사람들만이 아니다. TV 인터뷰에서 조합원 신00씨는 어느 날 베란다 문을 열고 있는 아내를 붙잡았다고 했다. 많은 가족들이 ‘아, 죽으면 이 모든 게 끝날까’하며 문득 목에 넥타이를 묶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번 달만 버텨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이혼해야지’ 매일 생각한다는 아내도 있었다. 2011년 4월 PD수첩에 이런 인터뷰를 한 모든 사람들이 거의 한번쯤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투쟁하는 사람이라고, 노동조합 간부라고, 그들의 가족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더욱 심각해질 문제는 아이들이다. 아빠가 전경버스로 잡혀가는 걸 본 아이는 아직도 버스를 타지 못한다. 아빠를 때리려는 사람을 죽이겠다고 칼, 총 같은 장난감을 밤낮 지니고 다니는 아이도 있다. 한 아이는 나무 위에 올라가 ‘나 자살할 거야’라고 외쳐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춘기 아이들은 비행을 일삼기도 하고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다. 조그만 가슴에 스스로 이해하기 힘든 고통을 품게 된 아이들은 ‘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가끔 눈물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힘드니까 자기는 힘들다 말하지 않는다. 2011년 심리치료가 시작되고 희망버스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자기 집과 가족 밖으로 나온 쌍용차 노동자들이 말했다. 2년 넘게 아이에게 용돈 한 번 줘 본적이 없고, 파업 이후 한 번도 가족들과 밖으로 놀러간 적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그들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탓하고 가두었다. 자기를 때린 자는 너무나 거대했고, 자신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대했던 폭력의 생생한 기억이 그들을 압도했다. 시간이 지나도 상처는 작아지지 않고 증폭되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옮아갔다. 이들은 파업 후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했고, 나와 함께 술 마시고 밥 먹던 사람들이었다. 그나마 이렇게 밖에 나오고, 심리치료를 받고, 소식을 듣곤 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다. 희망퇴직이든, 무급휴직이든, 정리해고든 그렇게 쫓겨난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 족히 4,000명은 될 그 사람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2009년의 고통을 되새기고 있을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병,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작년 1월 故 임00씨 죽음을 계기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가 심리치유를 자청했다. 그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정신의학에서는 자살률이 가장 높은 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무자비한 폭력을 겪은 이들은 당시의 공포, 불안, 분노, 적개심 등이 시시각각 떠오르기 때문에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자기 분노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길 가다가 번개를 맞은 사람’과 같다고 했다. 자기는 맞았고 아픈데 정작 자신을 다치게 한 이는 너무나 멀고 거대해 따질 상대를 찾을 수가 없고, 그래서 공동체 내부에서 적을 찾게 되고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문제가 가시화되기 전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워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중요한 일로 사람을 불러놓고는 헛걸음을 하게 만든 일, 무언가를 급히 해달라고 부탁해놓고 해 놓으면 쓸모가 없어진 일이 여러 차례였다. 밤새 고생했는데 그럴 때는 정말 나도 미칠 것 같았다. 연대단위에서 같이 회의한 내용도 노조 사람들끼리는 소통이 되지 않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고, 투쟁 계획에 대한 의견은 좀처럼 모이질 않았다. 별 것 아닌 일로 싸우는 건 일상이었다. 필자에게 그들은 극한의 국가폭력에 맞서 77일을 견딘 놀라운 사람들이었고 한편 실의와 고통에 찬 사람들이기도 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행동하기도 했다. 모든 게 더디고 답답했다. 그들을 ‘자기 공장에만 갇혀 자기들 좋을 대로 살아 온 어쩔 수 없는 정규직노동자’라고 느끼며 분노하는 지경에 이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벼락 맞은 사람’ 이야기를 듣고 내 분노와 의문은 대부분 사그라졌다. 노동조합 간부들이라 해서 그런 충격을 쉬이 극복할 리 없었던 것이다. 나를 바람맞혔던 그 사람이 약을 먹고 자살시도를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TV를 통해 들었다. 그들은 자신을 탓하다가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그래서 싸웠을 것이다. 서로 얼굴을 보면 옛 생각이 나고 괴로워서, 함께 있어도 말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도 마치 남의 일 보듯 거리두기를 해버리곤 했을 것이다. 그래도 미운 동료들이나마 옆에 있었던 사람들은 나았을 거다. 죽음에 이른 수많은 이들에 비하면. 쌍용차 노동자의 사회적 질환을 치유하는 사회적 위로와 연대를 2011년 1월, 故 임00씨 사망을 계기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다. 말 그대로 비극이었다. 그의 부인은 우울증으로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먼저 죽음을 택했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그도 갑자기 심장이 멈춰 버렸다. 아이들이 등굣길에 인사하려는데, 아버지는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아빠의 실업과 엄마의 죽음에 이미 자살시도까지 했던 아이들. 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아빠는 끝내 자기 목숨도 지키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해고노동자와 가족에 대한 심리치유가 있었고, 아이들을 지원하는 레몬트리공작단과 시민들이 있었고, 심리치유센터 ‘와락’이 세워졌다. 한편 한진중공업으로 향한 노동자 시민들의 희망버스가 있었다. 한진중공업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며, 자기 역할을 찾아 나선 쌍용차 노동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 희망텐트라는 이름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쌍용차 앞, 고통의 발원지에 모였다. 다시 쌍용차 평택 공장 정문 앞에 모이는 게 왜 이렇게 더뎠을까 생각했다. 문득 해고된 후에도 계속 싸웠던 노동자들에게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은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고 설득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 같다. 주위에서는 그들을 ‘그나마 괜찮은’ 사람들, 여전히 투쟁하는 ‘노동조합 활동가와 주변 사람들’로 인식하고, 그들의 상태-질환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 본인들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와 가족들의 죽음을 ‘사회적 살인’이라 말했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질병’을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이 심리치유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통곡을 하고, 비로소 자기 상처를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 변화는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지난 3년 동안 그들은 자신의 정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죽음을 막기 위해 버텨왔다. 하지만 어떤 정당한 논리도, 상황 변화도 많은 동료들을 공장 앞으로 불러내지 못했다. 자기 문제를 가지고 자기 회사 앞에서 싸우는데 나서지 못하고 쭈뼛쭈뼛했다. 그들은 맨 몸으로 자기 고통의 근원과 마주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사회적 안전망도 없이 해고되고 망가져버린 그들에게는 이해와 인정이라는 안전망이, 함께 싸워줄 사람들이라는 안전망이 꼭 필요했다. ‘집단적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이해’, 치유와 원상회복을 위한 ‘사회적 장치’다. 희망텐트, 열 번은 더 모이자 2012년 희망텐트에 2011년 희망버스의 승리가 이어질까? 조건은 많이 다르다. 한진중공업에는 김진숙이라는 상징이 있었고, 공장 안에서 민주노조를 지킨 이들이 있었다. 쌍용차는 계속 외국의 먹튀자본에게 활용되고 있으며 전망이 불투명하다. 공장 안 사람들은 밖에 있는 노조가 공장을 망하게 한다고 불안해한다. 그러니 희망버스보다 더 질기고 큰 싸움을 만들어가야 한다. 희망버스가 5번 영도로 향했다면 희망텐트는 열 번은 더 쳐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공장 앞이 아닌 어디라도 모여서 싸움을 키우고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희망텐트를 이어오면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등 조직된 노동자들이 보인 연대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이 투쟁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살인과 그들이 겪고 있는 집단적 정신질환,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하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를 테러리스트 진압하듯 짓밟고, 세계를 떠도는 먹튀자본에게 자유를 준 정부와 산업은행, 쌍용차와 상하이차, 마힌드라. 그들이 반드시 책임지게 해야 한다. 우리가 비록 긴 시간을 돌아왔어도, 뚜렷한 투쟁의 전망보다는 작은 위로로 다시 시작한다 해도,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날까지 떠나지 말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들을 붙들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3월 투쟁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조합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약칭 서경지부)는 홍익대 투쟁으로 알려져 있는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만 가입된 조직은 아니다. 서경지부는 기업과 업종과 사업장을 초월하는 초기업초업종 지역지부의 위상으로 건설되어 있으며, 산하에는 청소 보안 등 시설관리 부문만이 아니라 학교비정규직과 보육교사, 보육노동자를 포함하여 문화예술 시설직 등 다양한 업종이 가입되어 있다. 2012년 2월을 거치면서 서경지부의 거의 전 부문에서 투쟁이 분출하고 있다. 대학 비정규직 사업장 집단교섭에 따른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포문을 열고 있으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의 칼바람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보육노동자들은 보건복지부의 임금동결 지침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이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을 묶어세우는 ‘생활임금 쟁취! 비정규직 철폐! 공공운수노조 여성비정규직 현장실천단’이 건설되었다. 그리고 이를 지지엄호하기 위한 여성비정규직 공동투쟁연대 역시 건설되었다. 이 실천단은 물론 서경지부의 조합원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간병노동자를 포함한 공공운수노조 산하 다양한 조직이 포괄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실천단의 주력은 대학 비정규직 사업장 집단교섭을 포함한 서경지부 산하의 사업장들이며, 주된 투쟁의 쟁점 역시도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이 제기하고 있다는 것도 명확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 연대의 명칭이 상징하듯이 투쟁하는 서경지부 조합원들은 모두 여성비정규직 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노동자들이다. 이 글에서는 주되게는 서경지부가 진행하고 있는 2012년 상반기 집단교섭 투쟁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또한 지부 산하의 학교비정규직들의 현재 투쟁과 보육노동자들의 투쟁 역시도 일부 소개하려 한다. 또한 결론에서, 이러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서경지부의 미래의 조직적 전망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다. 대학 비정규직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집단교섭 투쟁 2011년 3월 8일의 기억 2011년 3월 8일, 고려대고려대병원연세대이화여대의 3개 대학, 1개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전면 파업투쟁을 벌였다. 역사적인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을 벌인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들은 최저임금을 돌파한 시급 4,600원을 쟁취하고 공통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당당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이 투쟁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터다. 2012년 3월의 청소경비노동자들, 지금도 집단교섭 투쟁이 진행 중 지금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산하의 대학 사업장들은 2012년 상반기에도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집단교섭에는 고려대, 고려대병원, 연세대, 이화여대만이 아니라 홍익대와 경희대가 추가되었다. 홍익대는 말할 것 없이 2011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홍대투쟁’의 주인공들이고, 경희대는 2011년 11월에 노조에 가입한 신규 사업장이다. 이번 집단교섭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최저임금은 그만! 생활임금 쟁취하자!>, <어용노조-창구단일화 노조탄압 투쟁으로 돌파하자!>, <진짜 사장 원청과 직거래하자!> 이 세 가지 목표는 현재 대학 사업장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전히 자본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최저임금으로 묶어두려고 하고, 악법을 활용하여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현장을 탄압한다. 그리고 이 뒤에 진짜 사장인 대학자본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이 집단교섭은 10차에 걸친 교섭 끝에 결국 최종 결렬된 상황이다. 사측은 노조의 최초 요구안인 시급 5,410원은커녕 임금동결을 주장하다가 결국 시급 100원 인상안을 내놓았고, 최종교섭에서 4,910원까지 내놓았지만 요구안에는 많이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 사업장 현안 요구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교섭 과정에서 각 현장마다 노조파괴를 위한 꾸준한 공작과 부당노동행위가 이어졌다. 결국 교섭은 결렬되고 쟁의조정신청이 진행되었고, 더 이상 교섭이 아니라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임금 요구안 시급 5,410원의 의미, 최저임금 투쟁의 선도 포문 핵심 요구인 임금문제를 보자면, 이번의 집단교섭 임금 요구안은 2010년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의 절반 시급단가였던 5,410원이었다. 이는 민주노총의 2011년 최저임금 투쟁 당시의 요구안이기도 했다. 2011년 상반기 집단교섭에서도 임금요구안은 2010년 최저임금 투쟁 요구안이었던 5,180원이었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결정 틀에 머물지 않고 민주노총의 요구안을 현장에서부터 쟁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그 의미는 올해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번 요구안은 이제까지 서경지부가 투쟁으로 쟁취해 온 길을 돌이켜 볼 때 쟁취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라고 여겨졌다. 무엇보다도 작년 덕성여대, 동덕여대의 청소노동자들이 집단교섭을 통해 시급 5,000원을 쟁취했으므로 현실적으로도 해볼 만한 요구였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시급이 저임금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바뀌지 않은 암묵적인 공식이었다. 또한 저임금노동자들은 무조건 최저임금 시급을 적용받는다는 것 역시도 이 사회의 암묵적 공식이다. 아직도 이러한 공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아니라 자주적인 노동조합의 집단교섭으로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이 결정되는 사례는 중대한 변화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최저임금 결정과정과 제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년에도 그러한 조건은 동일했고, 당시 쟁취한 시급 4,600원은 최저임금 결정의 기준이 될 만큼의 사회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집단교섭이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의 노동자들의 통일된 시급과 단체협약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전체 청소경비노동자들, 나아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사회적 투쟁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것 때문에라도 이들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5,000원 이상의 시급을 얻어내는 것을 자본이 쉽게 수용할 리 없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가 전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누구보다도 자본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는 그러하기 때문에 이 투쟁에서 반드시 5,000원 이상의 시급을 쟁취해내야 한다. 자본도 우리도 이번 투쟁이 2012년에 펼쳐질 최저임금 투쟁의 시금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노동악법이 강요하는 부당한 현실을 돌파하자! 그러나 2012년 현재 청소경비노동자들은 2011년 교섭과 투쟁 당시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7월 1일부터 발효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라는 개악된 노조법을 활용한 어용노조가 건설되었고, 이를 활용한 원하청 자본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고려대와 고려대병원을 제외한 모든 집단교섭 사업장에 사측이 건설한 어용노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창구단일화를 진행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말 심각하게 피부로 와 닿는 문제는 창구단일화 악법이 시행되면서 만들어 진 어용노조에 의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과 조직분열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조합 탈퇴가 이어지면서 사측 주도의 어용노조가 2개나 건설되었고, 이 어용노조들은 지금도 사측의 지원 속에서 현장에서 서경지부의 활동을 비난하며 활개치고 있다. 연세대 전 조합원 중에서 30%가 넘는 사람들이 이 어용노조들로 떨어져나갔다. 이화여대는 7월 1일 시행 직후에 비조합원 중심으로 어용노조가 건설되었고 이들은 끊임없이 서경지부를 비난하며 자기 조직을 불리려고 노력 중이다. 홍대에서 노조를 탈퇴한 경비노동자들이 건설한 어용노조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자기들이 회사와 합의한 낮은 임금을 우리 측도 수용하라는 어이없는 강요를 하는 등 반노동자적인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현장 조합원들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심지어는 우리가 싸워서 얻어내는 더 나은 노동조건, 더 나은 임금이 저 기가 막힌 어용노조 조합원들에게 적용될 생각을 하면 더 힘이 빠진다. 실제로 언제부터인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불만들은 “우리가 뼈 빠지게 싸워서 이기면 뭐하냐. 저 어용노조도 똑같이 적용 받을 텐데” 라는 것이다. 아마도 어용노조를 만든 자들이 가장 크게 노렸던 것이 이런 반응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수노조를 활용한 자본의 노조 파괴 공작을 분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집단교섭 투쟁은 매우 공세적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자본의 노조 파괴 공작은 시간이 지나면서 혼란은 어느 정도 잦아든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해결된 것은 아니며 어용노조를 활용한 사측의 노조 파괴 공작은 앞으로도 조금씩 방식을 달리하여 계속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면서 투쟁 전선을 흐릿하게 만들려는 사측의 의도는 더 이상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명확하게 투쟁전선을 치고 조합원들을 이 전선에 결집시키는 것만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책이며, 이를 통해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현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민주노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쟁의조정 과정에서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창구단일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조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입장이었다. 우리 서경지부는 이번 집단교섭이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산별교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사별 교섭에 적용하는 창구단일화를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노동위원회는 막무가내였다. 이 법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가로 막기 위한 무기라는 사실을 몸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법은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교섭권 행사 여부를 사측과 정부가 결정하게 만든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해 노력할 권리마저 박탈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 3권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현재 서경지부와 각 업체들과는 여러 투쟁 과정 끝에 자율교섭을 합의한 상태다. 이는 창구단일화절차를 강요하는 노동위원회와 사측에 맞선 노동조합의 대안이다. 물론 법을 초과하는 쟁점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고 산별교섭으로 인정받은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자주적인 교섭권조차도 박탈당하기 일쑤인 현행법 체계 내에서 노동위원회와 사측이 한 발 물러서게 만든 성과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분명히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내년에도 창구단일화라는 과정이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러한 한계에 묶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지금만큼의 자주적인 교섭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조직력을 강화해내고 산별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내야 한다. 만일 이번에 노조 측이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 노동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창구단일화절차를 고지하며 기각해버렸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직을 강화하고, 노동악법을 넘어설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하면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노동악법 철폐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집단교섭 투쟁을 승리하고, 조합원들을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로 세우자!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현재 이 투쟁 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물론 이번 서경지부 집단교섭은 물론 여러 모로 전년도보다는 쉽지 않은 조건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이 여전히 전체 노동자에게 유의미한 투쟁이라는 점은 여러 가지 지점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악조건을 어떻게 극복하고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 것인가가 남은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면한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만이 아니다. 투쟁 이후의 전망을 구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집단교섭 투쟁이 어려워진 가장 큰 요인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통과로 시작된 노동악법을 활용한 자본의 공세였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분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의 공세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공세가 먹혀들어갈 수 있었던, 우리 내부의 약점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분명한 조직적 평가와 대안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세상을 열어가는 운동으로서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굳게 세워야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를 고취하기 위한 부단한 현장 활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으뜸 과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가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보육노동자들의 투쟁 서경지부가 건설되면서 세웠던 초기업 초업종 지역지부의 전망은 여러 과정을 겪으며,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해있다. 서경지부는 초업종 지역지부를 지향한다. 하지만 조직 내외적으로 서경지부는 주로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조, 혹은 시설관리 업종산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서경지부에 보육교사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등 다른 업종의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중소영세사업장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5인 미만 사업장이 다수인데다가, 뚜렷하게 눈에 띄는 투쟁이 많았던 것도 아닌 어려운 조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중소영세사업장 조직의 강화발전을 위한 조직적인 노력 또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울지역에서 일하는 공공부문의 노동자 그 누구라 하더라도 지역지부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러 현실 조건 속에서 그러한 원칙이 올곧게 지켜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경지부가 애초에 지향했던 조직적 전망을 되 새기지 않으면 안된다. 어느 정도의 투쟁으로 돌파 가능할 것 같거나 경험이 있는 업종의 사업장 조직에만 열을 올리게 되고, 어려운 투쟁을 회피하려는 관성적인 경향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서경지부는 이러한 관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에서 서술할 두 가지 투쟁의 경우 서경지부가 건설되면서 지금껏 책임져왔던 업종의 노동자들의 투쟁이며, 올해 들어서 새롭게 전망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투쟁이다. 그리고 이들의 투쟁이 생산적으로 건설될 때 또 다른 조직적 전망 역시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비정규직 독산고 특수보조 해고 투쟁 새학기가 다가오면 초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새학기 시작과 함께 실직자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이어진다. 2007년 비정규악법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오히려 무기계약 전환을 시키지 않기 위한 학교 측의 해고를 일상화시키는 효과를 낳았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가장 큰 피해자들이었다. 이번 2012년에도 수많은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해고의 칼바람을 맞았다. 그 중 서경지부 산하에 학교비정규직분회 조합원 2인이 학교와 교육청에 맞서 계속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독산고등학교 특수보조원 노동자 2인이 그들이다. 이들 중 1인은 무기계약 대상자였지만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1인은 5년 동안 5번의 해고를 감수해야만 했었다. 특수보조는 특수교사와 함께 장애학생을 돌보고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노동자다. 오히려 특수교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생과 보낼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장애학생을 받는 학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장애학생이 전혀 없는 학교라면 특수보조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독산고등학교는 해마다 장애학생의 숫자는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특수보조원 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1년 마다 해고시키는 관행에 의거하여 무차별 해고를 자행했다. 이는 장애학생들을 돌보는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해고를 강행한 것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학교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는 개별 학교 차원에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학교는 교육청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하청기관에 불과하며,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임금 자체가 교육청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시도 교육청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떨어지면서 기존의 학교를 상대로 하는 투쟁 방식에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교육청과 공공운수노조는 면담을 진행한 후 정례협의회를 꾸리기로 한 상황이다. 이번 독산고의 해고 투쟁은 물론 서경지부 차원의 단사 현장 투쟁이기는 하지만, 이제껏 숨죽여 살아왔던 특수보조 비정규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투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특히 특수보조는 장애아동이 해당 학교에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근무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이 학교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설사 복직한다 하더라도 이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독산고 투쟁은 현장의 특수보조노동자의 실태를 사회에 고발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특수보조를 포함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만성적 고용불안을 교육청이 책임지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체계를 만들어가는 투쟁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산하 전회련 본부 서울지부와 서경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는 조직 통합을 포함하여, 이후 사업적으로도 통합적 흐름을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시일 내에 조직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서경지부 학교비정규직분회의 투쟁과 조직화는 그 동안은 서경지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투쟁이 교육청을 상대로 한 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서경지부 역시도 최선을 다해 복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임금동결에 맞서는 보육노동자 투쟁, 조직화로 나아가자! 보건복지부는 2012년 보육교사 임금 동결 지침을 내놓았다. 2009년, 2010년 2년 간 동결했고 2011년에 고작 3% 인상을 했었지만 이는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액수였다. 보육교사는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교사 1인당 20명에 달하는 아이를 볼 수도 있는 초과보육 지침 등에 의해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눈앞에 시설 비리를 보면서도, 해고되거나 왕따 당할까봐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바른 소리라도 한마디 하면, 아이들을 팔아서 자기 밥그릇이나 채우려고 하는 나쁜 교사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런 마당에 임금수준도 최저임금인지라 보육교사들이 당연히 자신들의 직업에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처지다. 보건복지부의 임금동결지침은 이런 처지의 보육교사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2월 8일, 보육교사 500여명이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가 개최한 보건복지부 앞의 임금동결저지 집회에 참여한 것이다. 이 집회 이후로 보육교사들이 노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2월 25일에 2차 집회를 개최했다. 2차 집회에도 만만치 않은 숫자의 보육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처음 나오는 집회인지라 앞자리에 앉기는 부담스러워 했지만 뒤풀이까지 함께 하면서 열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교사들의 모습은 이후의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현재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는 총대선 대응과 맞물려서 이후 조직화 사업까지를 검토하고 있다. 선거와 함께 보육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보육교사들의 불만을 조직화하고, 정책에도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차원에서도 보육노동자들의 요구를 조직화하기 위한 전망을 제시하고, 지역지부가 이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보육노동자들의 분출 자체가 쉽게 오지 않는 정세라는 점은 누구라도 인식하고 있는 바다. 그리고 이번의 보육노동자 조직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지역지부의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만이 서경지부의 미래일 수는 없다. 보육노동자 조직화의 성공은 그들 스스로만이 아니라 곧 지부 내의 여러 다양한 주체들에게 가능성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공공운수노조 전체의 운동 전망에도 발전적일 것이다. 2012년에 이렇게 분출되고 있는 보육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노동조건의 개선만이 아니라 이후의 조직화를 예비한다는 점에서 보육노동자 스스로에게도 중요하지만, 서경지부가 포함된 지역지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단일 업종지부를 건설하면서 현 시점에서는 지역지부 건설전망과는 매우 멀어진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조직난립 사태와 연관이 깊다. 여러 개의 다른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이 만들어져서 서로 경쟁하고 분열했다. 물론 보육노동자 조직화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투쟁의 승리를 시작으로 새로운 조직적 전망을 건설해야 여기까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3월 투쟁을 소개했고, 그 투쟁들의 각각의 의미에 대해서도 서술하였다. 그 의미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대학 사업장 집단교섭 투쟁은 최저임금 투쟁의 포문을 여는 전국적 투쟁이자 작년의 3.8 총파업 이후 청소노동자들의 조직을 파괴하기 위한 원하청자본의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투쟁이다. 이번 투쟁에 승리한 성과를 바탕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조직을 안정화하고, 민주노조답게 기풍을 새롭게 정립해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집단교섭이라는 공동투쟁의 힘을 다시 한 번 노동자들에게 각인시키고, 노동자들 스스로 그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한 조직의 확대강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만이 노동자들이 직접 민주노조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산고등학교 특수보조 노동자 투쟁은 사업장의 해고 투쟁이기도 하지만 매년 초만 되면 해고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대변한다. 더군다나 장애학생의 존재 여부에 따라서 유독 고용이 더욱 불안한 특수보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투쟁인 것이다. 보육교사들의 임금동결저지 투쟁은 올해 총선과 대선을 경유하면서 조직화의 성과를 만들어 가기 위한 첫 포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올해를 기점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이 투쟁들의 성과는 서경지부의 초업종 초기업 지역지부의 전망을 실질화 시키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제껏 서경지부는 사업장과 업종을 초월한 단결이라는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단 1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고 투쟁한다는 것이 서경지부의 정신” 이라는 것을 조직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는 대학교 미화 사업장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투쟁의 경우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당위적인 주제로 접근될 뿐이었다. 대학교 청소경비 사업장의 경우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집단교섭 투쟁을 성과 있게 마무리 할 경우 조직의 안정화 국면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미조직된 사업장에서도 조직화가 일정 수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워나가는 과정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더욱 밀착하여 단결할 수 있는 조직적 전망을 건설하는 데 있어서 대학교 청소경비 사업장들은 중심축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보육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올 한해의 정세를 관통하며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게 될 경우, 서경지부 내에서도 이 분출하는 조직화를 지부에 실질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이제껏 소수의 어려운 노동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당위적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업종 간 융합을 꾀하는 것으로, 지역에서부터 사업장과 업종을 초월한 단결과 연대를 조직하고 미래의 주체를 형성하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제 하나의 투쟁의 승리를 넘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더 많은 주체를 형성해야 할 주요한 길에 서경지부 조합원들의 투쟁이 놓여져 있다. 물론 가시밭길이겠지만, 더 당당하고 힘차게 걸어 나가야 한다. 다시 한 번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승리를 위한 힘찬 진군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