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세는 다음과 같이 특징지어진다. 첫째,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서 유럽의 위기가 폭발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대단히 높은 한국이 세계 경제위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미국의 경기재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중간 경제적 갈등을 배경으로 동아시아 정치군사 정세가 변화하면서 한반도의 불확실성도 증대하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의 모순이 폭발하면서 사회저변의 위기가 심화하고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민중운동은 역관계를 역전시킬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민중운동 주류는 민주당을 포함하는 반 이명박 전선에 주력했고,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지난 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레임덕에 빠졌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반 이명박 경쟁 구도의 주도권은 민중운동도 민주당도 아닌, 지난 5년간 ‘여당 속의 야당’으로 절치부심하던 박근혜-새누리당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복지와 재벌 개혁 등 ‘경제민주화’ 담론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심지어 정부여당의 실정과 제1야당의 무기력을 반영하듯 반새누리당 비민주당 무당파를 대변하는 ‘안철수 돌풍’이 여론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민중운동 주류는 ‘경제민주화’ 담론을 일종의 기회로 인식하면서 복지동맹 또는 재벌개혁동맹을 ‘정권 교체’의 결정적 교두보로 사고하고 있다. 셋째,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연립정부 수립을 추구했던 통합진보당의 구상은 총선 이후 부정경선 논란으로 파탄에 이르렀다. 통합진보당의 위기는 이들과 정치노선을 공유한 민중운동 주류뿐만 아니라 그에 비판적이었던 좌파 모두를 포함하는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로 표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보정당 또는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총체적 진단을 통해 민중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혁신인가 아니면 통합진보당을 대체할 새로운 정당의 건설인가라는 쟁점이 사태를 압도하면서 민중운동의 집단적 반성을 가로막는 효과를 낳고 있다. 경제위기와 민중운동의 위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역설적 정세에서 민중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쇄신하고 그 조직적 토대를 재건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시급하다. 아래에서는 민중운동의 과제를 주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경제위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논의한다. 경제위기와 대선 세계 경제위기 전망 오늘날 유럽의 위기는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및 ‘유럽의 역내 불균형’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의 내재적 모순이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극적으로 심화하여 은행위기로 현상하고 재정위기로 전이된 결과다. ‘국가 없는 국가주의’로 압축되는 유럽의 구조적 결함은 이번 위기 대응 과정에서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른바 ‘민주주의의 결핍’이 유럽 차원의 ‘문제 해결 무능력’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 유럽은 경상수지 불균형에서 기인한 은행위기와 재정위기에 대해 구제금융과 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에 치중하며 위기를 증폭시켰다.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우려가 증폭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현재의 위급한 정세에서도 유럽의 무능력은 개선될 조짐이 없다. 그리스 신정부와 트로이카 사이에 새 양해각서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트로이카의 강력한 압박으로 그 내용은 현재의 긴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로이카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질서 있는 그렉시트’를 위한 것이다. 그리스 신정부는 긴축안 재협상 및 실행 과정에서 트로이카의 압력과 국내적 반발 사이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리스의 정치적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그리스 민중들이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지만 그 이면에 반긴축 정서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향후 그리스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유로존의 위기 공조책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결국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무질서한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의 카오스적인 해체, 나아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촉발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제 유럽의 위기는 은행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쳐 정치위기와 제도위기의 단계에 진입했다. 유럽차원의 사회운동의 대안이 부재하다면, 초민족적 기술관료와 민족적 인민주의의 대립의 파괴적 효과가 지속될 것이다. 유럽 통합이 세계화를 지역적으로 특수화하려는 기획이었다는 점에서 유럽의 위기는 곧 신자유주의의 위기,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서 유럽의 위기가 폭발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정위기 우려에 따라 재정지출을 급속히 축소함에 따라 2013년 ‘재정절벽’에 처할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또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도 경기둔화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재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중간 경제적 갈등을 배경으로 동아시아 정치군사 정세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기 때문에 갈등이 조정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어 잠재적인 갈등이 확대되는 형세다.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 구상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유럽을 상대화하는 대신 ‘아시아로의 회귀’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G2)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일과의 협력(G3)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국의 플랜B로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과 한미일 군사동맹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위기 대응 위기는 국가별, 지역별로 불균등한 양상으로 시차를 두면서 진행되겠지만, 지금의 위기가 장기간에 걸쳐 세계의 커다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대단히 높은 한국이 세계적 경제위기의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한국 경제는 작년 3/4분기 이후 경기둔화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 전통적 수출 주력 업종의 불황이 가시화되면서 2012년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하향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활로를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에서 찾으며 자유무역협정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총선 전 ‘대중소기업 상생’이나 ‘장시간 노동’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상징적 조치를 취할 의지를 내비쳤으나 여당의 승리 이후 현 정부 임기 내에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상태다. 또 정부는 중기 재정건전화 기조 하에 사회보장복지의 추가적인 조정을 예고하였다. 정부는 최근 무상보육 재정위기와 관련하여 현 정부 내에서는 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또 ‘부자감세’를 부분적으로 철회하였지만, 이는 대선을 의식한 미세 정책 조정에 불과하다. 차기 정부에서는 추가적인 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는 2012년 총대선 시기 ‘선심성 복지공약’에 대비하여 복지태스크포스를 구성한 상태이며, 자본가단체들도 증세 등 정치권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요구가 경제위기 시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역공세를 펼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도 금융위기의 뇌관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미국스페인과 유사하게 부동산 거품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즉,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전제한 저금리 대출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결과다. 대선 전 정부여당은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저금리 등 부동산 가격 하락세를 방지하는 데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금융적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한 금융자유화 조치도 계속 추진 중이다. 경제위기의 정치적 효과와 위기관리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임기 중 만성화된 저성장 문제의 원인을 정치 불안과 반시장반기업 정서로 꼽으며 민주화 담론을 ‘747 공약’과 같은 선진화 담론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은 세계 경제위기의 격랑 속에서 크게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을 심화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를 하회할 전망이다. 그리고 확장 실업률은 10%에 이르고 실질임금인상률은 지난 4년 중 3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결국 민생 악화라는 조건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은 야권의 민생복지 프레임에 치명적 약점으로 노출되었고, 총대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며 레임덕이 가시화되었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꼽은 주요 정책은 △일자리 창출/비정규직 문제 해결 △경제 성장/국가경쟁력 강화 △재벌 개혁/서민경제 활성화 △교육 개혁/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 △양극화 해결/복지 확대 순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 이명박 정부의 성장과 선진화 담론을 대체하는 복지와 경제민주화 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총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 담론의 부상은 기본적으로 경제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따른 광범한 민심 이반에 대한 반응이자 미국 반월스트리트 시위에서 얻은 일종의 학습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당명개정, 인적쇄신에 이어 새 강령에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명시하며 이명박 정부와의 이미지 차별화를 시도했다.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보편복지부자증세를 3대 핵심공약으로 선전하며 시민운동민중운동을 자신의 좌익으로 포섭하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흔히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일컬어지는 현행 헌법 119조 2항은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정치세력이 사회조화를 위해 지나치게 강해진 경제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삽입된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헌법의 준거 개념인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서독의 전후 재건 정책의 이념적 기반을 이루는 ‘질서 자유주의’와 친화성이 있다. 이는 1990년대 일부 시민운동에 의해 국내에 ‘진보적 대안’으로 소개된 이후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민주적 시장경제’로 번안되기도 했는데, ‘민주적 시장경제’는 김영삼 정부 실패의 원인을 민주주의 또는 사회개혁 없는 시장경제에서 찾으면서 노사정협약을 대안으로 호도한 바 있다. 노사정협약은 정치세력화 또는 경영참여의 대가로 정리해고제파견근로제변형근로제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신축화를 관철하는 기제일 뿐이었다. 이러한 노동개혁에 동반하는 재벌개혁도 실상 초민족적 자본에 의한 재벌의 인수합병이나 재벌의 지주회사 설립 허용을 통한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의미했다. 현재 주류적인 재벌개혁론은 이념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지향하고 이론적으로 주주가치 최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과거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재벌개혁 의제를 계승한다. 대선 정치지형 총선 승리 이후 보수세력은 북한에 대한 이념적 공격을 통해 미국의 지역적 재편 전략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과 한미동맹 강화 흐름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추진 중인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그에 조응하여 이념적 공세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와 같은 ‘중도 노선’은 그에 대한 대중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을 전후로 정치적 구심과 전략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리틀 노무현’을 회고하거나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비슷하게) ‘안철수 돌풍’에 편승하는 무능력을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나 재벌 개혁 등 반 이명박 전략에 있어서 여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대선 직전까지 정치 이벤트를 지속하며 반전을 꾀하겠지만, 경제위기와 한반도위기라는 객관적 제약 속에서 진보개혁적 구상을 제시할 여지는 대폭 축소된 상태다. 정부여당의 실정과 제1야당의 무능력 속에서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현상’이 여론을 압도하고 있다. 여론은 ‘성공한 CEO’이자 ‘공정공생공감’로 압축되는 그의 이미지로부터 ‘노무현을 부정하는 이명박과 이명박을 부정하는 안철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안철수 현상’은 기본적으로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한국 정치의 이념적조직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안철수 원장 측을 포함하는 범야권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방식 또는 2011년 박원순-박영선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민중운동의 상황 통합진보당의 균열 통합진보당 사태는 민중운동의 이념노선의 위기가 폭발한 것이다. 진보정당 운동 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역사적 모순이 총선 ‘패배’와 결합되며 ‘진보의 위기’로 표상했다. 그런데 사실 ‘진보의 위기’는 1990년대 초 ‘변혁의 위기’ 이후의 위기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그런데 현재 ‘진보의 위기’로 표상된 통합진보당의 균열은 ‘변혁의 위기’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아니라 정반대로 집단적 반성을 가로막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다시 말해서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노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위기 이후의 위기’에 대응하려는 태도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변형된 형태로 자유주의 또는 보수주의를 수용하여 통합진보당을 우익적으로 비판하는 청산주의적 태도를 논외로 한다면, 우선 쟁점이 되는 것은 위기 자체를 부정하는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의 맹목적 태도와 결국 구 당권파의 제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신 당권파의 실용주의적 태도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반목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가지 태도는 통합진보당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을 공유하고 은폐한다. 즉 신 당권파는 구 당권파의 패권성과 비민주성을 비난할지언정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추진한 통합진보당의 노선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강기갑 지도부의 당 쇄신(재창당) 방향은 ‘국민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즉 당의 쇄신은 불가피하지만 쇄신 결과 더욱 우경화될 가능성이 큰 역설적 상황인 것이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론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을 대체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여러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진보신당의 경우 재창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진보좌파정당 건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당 외부 세력에게 폭넓은 공조를 제안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으로 포괄되지 않는 다양한 정치세력들도 제각기 새로운 정당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주로 민주노총 안팎에서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노동포럼’,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모임’,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등이 그들이다. 이러한 흐름들은 현 정세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좌파적 견지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고 대선 시기 민중운동 차원의 독자적 대응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들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드러난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과 대안 없이, 다시 말해서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의 배경을 이루는 민주노조 운동의 침체와 민중연대전선 운동의 난맥상에 대한 포괄적인 진단과 대안을 동반하지 않은 채 통합진보당을 대체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로 모든 논점을 환원하는 경향이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진보정당 운동 또는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실망과 냉소가 확산되는 현실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상황논리를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진보정당 또는 정치세력화 운동의 실패가 말해주듯이 민중운동의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진보정당 건설 사업은 이미 실패한 미래일 가능성이 크다. 진보정당 실패의 역사적 원인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는 일차적으로 의회주의와 선거주의라는 정당의 내적 모순에서 기인한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발단을 이룬 당직·공직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과거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원내정당화와 수권정당 노선이 강화된 과정에 병행해서 확대되었다. 원내진출을 계기로 당의 인력 및 재정 배치는 의정지원에 편중되었다. 또 당의 정치이념을 급진화하고 사회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과 입법에 주력하면서 스타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이러한 노선 변화와 함께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직공직을 둘러싼 정파 간 경쟁도 격화되었다. 당내 정파 활동의 초점 역시 정당의 이념과 운동이 아니라 당권 장악과 공직 진출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생존의 위기에 처한 정파들이 선거공학에 따라 무원칙한 합종연횡과 권력분점을 시도한 산물이 바로 오늘의 통합진보당이라는 점에서 모순이 더욱 심화하였다. 이념과 역사를 초월한 정파연합당인 통합진보당 안에서 정파들 간의 지분 안배와 당직공직 진출은 처음부터 첨예한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통합 이후 대의기구 지분 분할과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지난한 논쟁과 치열한 경쟁이 발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야권연대 역시 정책연합보다는 실상 당선 가능한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과 후보를 조정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그런데 오늘의 진보정당이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진보정당의 위기는 그 조직적 기초를 이루는 대중조직의 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통합진보당 당원의 40%를 차지하는 민주노총이 민주노조답게 조합원을 정치적 주체로 세우기 위한 현장 활동을 소홀히 하고 노조를 진보정당 운동의 인적·물적 자원의 동원부대로 전락시킨 것이 큰 문제점이다. 민주노총 스스로가 투쟁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굳건히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진보정당은 노조운동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하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노선을 우경화했던 것이다. 민주노조의 혁신과 재건을 위한 당면 과제 정치세력화 관념의 정정 애초 정치세력화 운동은 노동자계급이 이념적조직적으로 보수주의 또는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분별 정립하여 정치적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운동 전략 전반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치세력화는 노동자정당 혹은 진보정당 운동을 일컫는 개념으로 축소되어 사용되어 왔다. 오늘날 정치세력화 운동의 기원적 의미를 되새긴다면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을 지향하는 민주노조 운동, 민중운동의 단결과 발전에 복무하는 변혁 지향적 진보정당, 계급동맹의 실현을 위한 전선운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관점을 전도하여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을 바로 세우고 노동조합의 조직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중운동의 취약한 토대를 강화할 계획 없이 의회 진출이나 집권을 위해 노조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데 매몰되는 정치세력화가 아니라, 노조의 민주성연대성투쟁성을 바탕으로 계급적 단결과 투쟁력,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 새로운 진보정당 또는 제2의 정치세력화 운동을 제기하는 어떠한 정치세력도 민주노총의 혁신이라는 과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 건설 논의가 중심이 되면서 구체적인 지역현장의 실천에 관한 논의는 상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세력들 간에 정당의 상과 지향, 정당 건설의 경로와 관련한 이견이 부각되면서 역설적으로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투쟁전선 구축을 위한 공동 활동이나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각 정치세력의 주요한 관심사가 당 건설에 쏠려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지역현장의 운동역량이 취약한 조건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중심으로 활동 역량을 배치할 경우, 민주노조 운동을 혁신재건하기 위한 역량은 그 만큼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당 건설 추진 세력들이 지역과 현장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당 건설로 역량을 집중할 경우 민주노조 운동의 활동력을 더욱 축소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민중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해야 할 민주노총의 조직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차대한 과제다. 한편 새로운 진보정당 또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여러 흐름들 사이에 진보정당/노동자정당의 성격정강경로를 둘러싸고 많은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당 건설을 둘러싼 이견이 대중운동의 혁신과 강화를 위한 공동 활동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자칫 새로운 정당 건설의 전망도 대중운동 혁신의 계기도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호 입장 차이를 인정하면서 상생을 위한 협력과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각각의 정치세력이 독자적으로 운동의 전망을 개척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협력 또는 경쟁 지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새로운 진보정당을 결성한다면, 민주노조 운동의 활성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민중연대 투쟁전선의 강화를 자신의 목표로 삼는 ‘사회운동정당’이라는 방향성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한 공동 논의실천과 선거대응 현재 민주노총이 처한 안팎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밖으로는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밀리고, 안으로는 조직률이 하락하고 운동적 혁신이 지체되고 있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악선전 속에 민주노조 운동의 사회적 정당성마저 추락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타임오프제를 비롯한 법·제도적 개악과 민주노총의 골간을 이루는 핵심 노조들에 대한 와해 공작이 진행되면서 노조 자체를 지키는 것조차 힘겨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사태가 겹치며 민주노총은 심각한 내홍을 경험하고 있다. ‘집권을 위한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민주노총의 주류 세력이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 데 이어 대선에서도 야권연대를 추진한다면 민주노총의 이념적 혼란과 조직적 갈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내 정파별 조직화 경쟁과 일부 산별노조의 조직 이탈 흐름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올 연말 최초로 실시되는 임원 직선제 과정에서 혹여나 선거부정 사태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민주노총은 대대적인 위기에 봉착할 우려마저 있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 대비하여 민주노조 운동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활동가들이 전국적지역적 차원에서 민주노조 혁신과 재건을 위한 공동활동과 공동논의를 통해 조직적 전망을 밝혀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노조의 민주성연대성투쟁성을 지향하는 활동가들은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와 노조법 개정을 위한 지역과 현장의 공동 실천을 기본 과제로 삼으면서, 민주노조 혁신과 재건을 위한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 특히, ‘집권을 위한 노동운동’ 노선 또는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이 차기 민주노총 집행부를 운영할 경우, 향후 경제위기 정세에서 노동자운동이 더욱 무기력해지거나 심지어 원심력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2012년 말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민주적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 공조해야 한다. 총연맹과 각급 산별노조/연맹, 지역본부 선거에 적극 대응하고 향후에도 노조의 대중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공조해야 한다. 한편 ‘조합원 명부 및 선거인명부 확정 기준’ 문제로 민주노총 임원선거 직선제 실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일단 현 집행부 임기 내 직선제 실시를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산된 것에 대해 응당 책임있는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파적 이해에 따라 직선제를 거부하는 논리에 대해서는 단호한 비판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직선제가 반드시 민주노조 운동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 단언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직선제를 실시하기 어렵다면 현재와 같은 간선제 방식의 대의원 선출 방식의 개선을 포함하여 민주노총의 대표 기구와 그 기능에 대한 포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노총 정치방침 개입과 대선 공동 대응 이렇게 형성된 힘과 지혜를 모아 대선 공동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통합진보당 내부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소폭의 조정이 있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신/구 당권파를 포함한 민중운동 우파의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 전술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민주노총이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를 지지한다면 이는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사실상 ‘자로 공조’(lib-lab alliance) 체제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계급타협은 단기적으로 민중운동의 일부 개혁적 요구를 쟁취하는 데 실용적일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민중운동의 이념적 정체성과 조직적 독자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설령 ‘민주진보 진영’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이들이 제시할 수 있는 개혁적 의제의 폭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를 철회하고 대선전술이나 정치방침을 새롭게 논의하기로 결정한 점이다. 현재 민주노총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진보민중 진영의 합의 추대로 노동자민중 독자 후보를 추대하고 △범진보진영에서 후보가 난립하지 않도록 진보민중진영이 세운 독자후보가 전체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도록 정치협상을 진행하되 △정치협상이 실패하고 범진보진영에서 각각 후보를 내는 경우 민중경선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박근혜-새누리당과 안철수/민주당의 양자 구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민중운동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야권연대 후보 지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단 민주노총의 독자 후보 전술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간 갈등으로 ‘독자 후보 추대’ 가능성이 크지 않고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가 입후보 후 야권연대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어 진보진영(?) 내 정치협상 성사 가능성도 크지 않고 △결국 민중경선제를 실시하더라도 통합진보당 신/구 당권파의 경선 대상 포함 여부부터 경선 결과 승복 여부까지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정권교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민주노총의 독자 후보 전술이 여전히 야권연대를 주요한 축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조의 혁신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모색하는 활동가들이 대선에서 공동 활동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의 올바른 대선방침/정치방침 수립을 위해 공조할 수 있고 대선 시기 민중운동의 공통요구안을 수립하여 연대투쟁을 펼치면서 2013년 이후 정세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시적 조직체로서 대선대응기구를 결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민중운동 좌파의 주체적 조건이 여의치 않고 각 정치세력의 조직노선의 차이로 인해 폭넓은 공동 활동이 어렵다 하더라도 현안에 공조하면서 최소한 야권연대 노선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확대하고 대선 이후에 공조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경제위기 대응과 이념노선의 쇄신을 위한 중장기 과제 재벌 개혁론 평가와 대안 아울러 대선의 핵심 쟁점이기도 한, 심화하는 경제위기에 대한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경제민주화 담론이나 민생 의제가 부각되고 있으나, 지금은 조직된 대중운동의 공세적 대안이 아니라 ‘분노하는 사람들’의 파편화된 요구에 응하여 정치인과 관료들이 전문가적 해법을 제시하는 상황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민중운동은 노동권생존권 투쟁이나 재벌 체제에 맞선 투쟁에서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요구에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민주당을 포함하는 복지동맹이나 재벌개혁동맹에 의존하고 있다. 단적으로 민주노총 재벌개혁안은 ‘진정한 의미에서 산업경제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기조로 하여, △재벌체제의 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노동자 경영 참가 활성화와 노사공동결정법 제정 △공정거래 확립과 원하청기업의 이익 공유 △대형유통점 및 SSM 영업시간 및 진입규제 등을 총대선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재 참여연대 등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공동대표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 강화되는 재벌 체제에 대한 진정한 대안을 현실화하려면 민중운동의 실력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운동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위기에 따라 더욱 강화되는 한국의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재벌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산업업종 전반을 아우르는 연대임금연대고용중앙교섭 전략이 필수적이다.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원하청구조와 노동시장의 분단구조를 바꿔내기 위해 사외하청을 포괄하는 산업·업종 차원의 임금고용 정책이나 교대제 개편과 관련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산업적 위계의 정점에서 전체 임금 및 노동조건을 일괄 통제하는 재벌이 산별교섭에 참여하도록 조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하청계열화의 핵심 고리를 타격하고 주요 업종의 생산기반을 이루는 특정 공단의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전략조직화 사업이 적극 시도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업종의 위계에서 핵심고리를 이루는 자본에 대한 타격, 특정 업종의 공급사슬을 이루는 공단의 전략 조직화, 무노조재벌에 맞선 사회적 캠페인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위기 시기 구조조정 대응 평가와 대안 1997-1998년 위기와 2007-2009년 위기에 드러났듯이 경제위기 시기 자본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다. 쌍용차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한계기업의 청산 및 구조조정·정리해고라는 쟁점과 특히 초민족자본의 인수합병·자본유출·기술유출이라는 쟁점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1997-1998년 위기 이후 금융자유화 정책에 따라 초민족자본 소유 기업이 대폭 증가했다(현재 7대 은행 중 우리은행만 재외하고 모두, 또 4대 자동차회사 중 현대자동차만 제외하고 모두 외국계다). 2009년 민주노총(금속노조) 사업장에 국한해 보더라도 파카한일유압, 위니아만도, 쌍용차 등 초민족자본 소유 기업에서 소위 ‘먹튀’와 정리해고 문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구조조정에 맞선 총노동 투쟁 전선을 확대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지금까지 구조조정 대응은 대개 단위사업장 차원의 정리해고 반대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구제금융의 조건과 관련하여 정리해고 반대 외에 추가되어야 할 쟁점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회사의 경우 국제하청 탈피와 소유지배구조의 변화(소유자 청산, 경영자 교체)를 통한 독자 생존이라는 쟁점을 사회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향후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인수합병 등과 관련하여 초민족자본의 기술이전자금전용을 비판하고 고용보장을 위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사회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위기 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고용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조건에서 고용보장 문제를 개별기업 차원에서만 접근할 경우 자금력이 취약한 기업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으로서는 구조조정이 합리적이고 손쉬운 해법일지 몰라도 전사회적으로 실업의 무분별한 확대는 급속한 사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선전해야 한다. 해고 및 계약 해지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파산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지자체 차원의 고용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해당 사업장을 넘어 민주노총산별노조 수준에서 총고용보장과 노동권 방어를 위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론 평가와 대안 이명박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의 제일 목표는 고용률 제고다. 정부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고용규제 완화와 약간의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중장기적으로는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임금의 하향평준화와, 장시간 근로 억제 및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동시간 신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①연장근로 시간 제한 내에 휴일특근 포함 ②교대제 개편 촉진 ③근로시간특례업종 조정 등은 총선,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교섭과정에서 자본에 대한 양보로) 1년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또한 법 개정이 없더라도 장시간 노동 억제 정책과 조합되는 정부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 유도책이 점점 강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주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19대 국회에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특별법에 △연간 1800시간 이하로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상한제 △초과근로상황이 장기간 계속될 시 초과근로에 대해 신규인력 채용 △야간노동 금지 △휴일, 휴가 등 휴식권 및 여가권의 확장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에서는 ‘과도한 초과노동 규제,’ ‘일자리 나누기,’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경제위기 대안으로 제기하고 있다. 일단 여기서는 노동조합의 경제위기 대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판에 초점을 맞춘다. 노동시간 단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에 따르면 1989년(44시간), 2003년(40시간)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실근로시간과 근로일수가 감소하였고 △실근로시간 단축은 월임금총액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시간당 임금이 인상되고 고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12시간 초과근로 한도만 지켜도 일자리 69만개 창출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강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그것에 비례해서 임금이 상승하지 않으면 사실상 임금을 하락시킨다. 게다가 노동강도의 상승에 비례해서 임금이 상승하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고용창출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신규 고용이 비정규직으로 충당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고용을 확대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형근로제만 확대시켰다. 특히 생산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현장의 힘이나 노동조합의 교섭력과 투쟁력이 없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노동시간 단축론은 노동일이 아니라 노동주 또는 노동년의 단축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주어진 주간 또는 연간 노동시간 내에서 노동력을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변형근로제를 확산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고용안정협정을 경제위기에 대한 유효한 대안으로 검토한 바 있다(이번 위기 시기에 독일만 예외적으로 실업률이 하향 안정되고 있는데, 대다수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그 요인 중 하나로 노동시간계좌제로 들고 있다). 독일의 고용안정협정이 △기업위기에 대한 노사의 공동인식에 기반하고 노동자의 연대적 실천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일자리안정과 산업입지역량의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사의 전략적 타협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노동시간계좌제를 경제위기 시기 유력한 고용안정 대안으로 사고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신축화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나아가 이는 독일 노사관계의 전통, 특히 유럽 통합 과정에서 확산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코포러티즘’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예의주시하면서 △노동조합 주도로 교대제를 개편하는 방안 △생산량 보전을 자본 투자로 해결하는 방안 △현장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맨아워위원회를 설계하는 방안 △부품사 지회와의 공동 대응과 미조직 조직화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국제연대 평가와 대안 세계화는 세계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에 있어서 심각한 변화를 유발하였다. 첫째, 생산의 초민족화, 특히 세계적 상품사슬에 따라 자본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노동조합이 기업 또는 민족국가 수준에서 자신의 임금고용 요구를 달성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둘째, 서비스부문의 성장과 결합된 노동시장의 비공식화는 노동조합 조직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셋째, 세계화에 따라 생산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 영역에서의 ‘착취’도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 국제주의는 한국의 자본자유화 정책과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따라 지극히 현실적인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즉,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동자들 사이의 국제적 경쟁을 지양할 국제연대가 필수적인 과제로 제기되는 것이다. 가령 생산의 국제화에 따라 생산기지나 물량의 국외 이전이 발생할 때 국내 노조들의 대응은 대개 입지물량고용 확보를 위한 양보교섭 또는 비현실적인 민족적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국제노총(ITUC)은 ‘양질의 일자리, 양질의 삶 전략’ 또는 ‘노동과 세계화 네트워크’ 접근을 추진,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선 초민족적 연대를 구현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국제노총의 공식적 전략과 구별되는 몇 가지 사례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초민족적 소매업체 월마트에 맞서 국제연대를 추구하는 미국 승리혁신노총(Change to Win)의 사례로부터 세계적 상품공급 사슬(global supply chain)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투쟁-조직화 방식을 고민할 수 있다. 둘째, 초민족적 자동차기업 네트워크(국제하청망) 속에서 ‘바닥을 향한 경주’를 강요받는 각국 노동자들은 타국의 노동자들과 연대하기보다는 자국의 경영진들과 담합하는 실리적 선택을 하기가 쉽다(단적으로 현대-기아차 지부의 경우 단협에 “물량 축소시 해외 공장부터 폐쇄한다”는 조항을 포함한다). 유럽직장평의회와 같은 국제 노동조합 간 네트워크를 참조하여 노동조합 단체협상의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유럽금속연맹(EMF)의 ‘단체교섭의 초민족화’ 사례를 참조하여 국제 노동표준 향상을 위한 국제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선언의 10년에서 변혁의 10년으로 공무원도 노동자다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개혁을 염원했던 공무원노동자들의 이 소박한 선언과 함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10년의 세월 동안 사회 모든 부문들이 신자유주의로 재편된 한국사회에서 자본가들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고, 노동자민중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공무원노동자들 역시 지속적인 실질임금 하락과 연금 삭감 등 노동조건이 크게 추락하였다. 이제 공무원노조는 결연히 ‘선언의 10년’에 마침표를 찍고 ‘변혁의 10년’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 마침표와 새로운 시작에 바로 10월 20일 공무원노조 조합원총회가 있다. 2012년, 공무원노조의 투쟁 기조 2012년 공무원노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임금인상, 대학생 자녀 학자금 쟁취라는 경제투쟁과 희생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그리고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라는 정치투쟁이다.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민영화 정책은 정책시행과 동시에 불안정노동의 보편화를 위해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사회 전반에 확산했다. 그 결과 공무원노조의 투쟁은 민중들로부터 적대시되어 왔고, 조직사수의 10년을 걸어왔을 뿐 노동조합의 당연한 역할인 경제투쟁과 단체교섭을 전개하지 못했다. 그간 2002년 연가파업과 2004년 총파업, 연금개악 저지 투쟁, 민영화 저지 투쟁, 노조사무실 침탈과 폐쇄에 맞선 투쟁, 조직분열과 통합 등 굵직한 투쟁의 역사들이 존재했지만 현장의 투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갔다. 공무원노조는 이런 10년의 평가를 기반으로 6기 지도부가 들어선 2012년부터 경제투쟁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활동의 골간을 세우고, 제반권리 쟁취와 사회공공성강화투쟁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공무원노조는 현재 경제투쟁을 통해 현장 조합원들을 추동, 결집한 동력을 10월 20일 조합원총회를 통해 총화하고, 대선시기 공무원노조의 영향력과 성과물을 최대화 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즉 대중조직으로서 노동조합 본래의 성격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연간사업의 토대를 세우는 것과, 2012년 정세와 사업을 결합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왜 경제투쟁인가 경제투쟁을 통해 조합원이 주체적, 집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현장의 동력을 복구하고, 이를 대선국면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2011년도 공무원의 임금 수준은 일반직 공무원을 기준으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77.1%에 불과하다. 즉 10년간 지속적인 실질임금하락으로 공무원의 보수는 2000년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저임금과 임금동결을 반복하고, 각종 수당을 늘려가며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만든 것이다. 시간외수당조차 민간기업의 1/4 수준인데 예산상의 이유로 더 일해도 4시간 상한제를 두고 일괄 삭감하고 있다. 임금삭감과 위법한 수당제도는 극심한 노동착취를 받고 있는 공무원노동자들의 현실 그 자체이다. 이에 맞선 투쟁으로 공무원노조는 실제 근무시간 대비 미지급수당과 위법한 단가산정으로 과소 지급된 수당에 대한 청구 기획소송에 들어갔다. 만약 이 기획소송이 승소한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 공무원노조에 교섭을 요청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소방공무원들의 소송에서 패한 경험이 있는 정부는 현장실태조사, 미지급현황 조사, 수당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등 시간외수당의 제도개선을 다급히 추진하고 있다. 또 하나의 경제투쟁으로 공무원노조에서는 대학생 자녀 학자금 쟁취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 자녀 학자금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100인 이상 민간기업 대부분에서 대학생 자녀 학자금이 지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도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후연금을 학자금 대출로 미리 받는 것에 불과해 공무원들의 노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전체 대학생 중 공무원노동자들의 자녀가 무려 1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물론 공무원노조가 이를 계기로 살인적인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묻는 묻고자 한다는 점에서 대학생 자녀 학자금 쟁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사업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선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인 임금을 비롯한 경제적 요구를 중심으로 연간사업을 계획하고, 그 계획 아래 시기마다 제기되는 쟁점들을 투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변혁으로의 10년’ 역시 그 출발점이 바로 이러한 연간사업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은 조합원과 동떨어진 관념일 뿐이다. 대선 국면과 정치투쟁 정치표현의 자유가 금지되어 있고 공무원복무규정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무원이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를 중심으로 대선투쟁을 조직하기는 어렵다. 일부 간부들에 의한 선언적 의미의 투쟁은 가능하겠지만 조합원들의 동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실효성은 높지 않다. 분명한 것은 공무원노조가 조합원들의 대중투쟁을 통해 2012년 대선정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철저히 ‘공무원노조’를 중심에 놓고 대중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2012년, 공무원노조의 정치투쟁 과제로 상정해 놓고 있는 희생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그리고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 등은 조합원들의 대중투쟁과 더불어 대선정국 속 정치적 협의나 교섭을 병행하며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요구들을 대선시기 정치쟁점화 하는 것 그리고 정부를 사용자로 하는 공무원노조의 특수성을 조합원들이 이해하고 투쟁의 장으로 나오도록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공무원노조는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조합원총회에서 여러 제약을 뛰어 넘어 조합원들의 전면적인 투쟁을 반드시 조직해야 한다. 현재 140여 명에 달하는 공무원노조의 해직자들은 최소 8년, 길게는 10년을 경과하고 있다. 장기적인 해직생활은 연금을 비롯한 노후혜택의 실종에 의한 불안정한 미래와 더불어 개개인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들을 가중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설립시기부터 중요한 투쟁마다 앞장서온 동지들의 의로운 희생을 공무원노조는 반드시 책임지고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 해직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공무원노조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범 이후 공무원노조는 3차례에 걸쳐 설립신고가 반려되고 있다. 신고제인 노조설립신고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고, 이명박 정권의 공무원노조 말살정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외노조인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는 노동조합 활동의 근거와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투쟁과제이다. 또한 설립신고의 쟁취는 조직 확대로 귀결될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는 미조직 시, 군, 구 단위들에서 미조직 공무원의 조직화와 여타 조직에 가입해 있거나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노조의 공무원노조 가입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때문에 설립신고 역시 희생자 원직복직과 함께 2012년 대선시기에 반드시 쟁취해 내야 한다. 대통령을 욕하거나 잘못된 국정운영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혹은 진보정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수많은 공무원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공무원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와 표현의 자유에 따른 정당한 행위임에도 정권과 자본은 정치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왔다. 공무원노동자들의 눈과 귀를 가려 자신들의 충실한 종복으로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대다수 국가에서 공무원노동자들의 정당가입과 지지를 허용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는 결국 한국사회 전반을 흔들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사회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대자본과 국가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는 민중을 위한 행정과 공공서비스의 시작이고,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2012년, 공무원노조의 정치적 승리는 결국 10월 20일 조합원총회가 어느 정도 조직되는가에 달려 있다. 정치적 정세는 열려있지만 총회를 조직한 역량에 따라 유리할 수도, 또는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공공성강화투쟁,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책무 2012년 공무원노조에서 설정한 경제투쟁, 정치투쟁과 더불어 또 다른 한축을 이루는 사회공공성강화투쟁은 공무원노조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이다. 공무원노조의 출발모토였던 ‘부정부패척결, 공직사회개혁’ 역시 궁극적으로 사회공공성강화의 영역이며 공무원사회 내부를 변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투쟁이라 볼 수 있다. 일차적으로 물 사유화 저지투쟁, 국립대 및 국립과학관 법인화 반대투쟁 등은 공무원노조의 자체 투쟁 사업이다. 이는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고용과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성격을 가진다. 사회공공성 강화투쟁은 사회공공성 파괴라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모든 산업, 업종노동자들이 연대해야 한다. 의료민영화, 영리병원 도입, 철도 민영화, 교육기관 기간제 교사의 확충, 공공기관 비정규직 확산 등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 시도는 사회공공성의 파괴를 전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노조는 이에 맞선 투쟁을 이 땅 모든 노동자민중과의 연대투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무원노동자로서 사회적 책무는 이처럼 내부적 투쟁을 넘어 확장되어야 한다. ‘착하고 성실한 공무원’을 넘어 잘못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책임 있는 실천을 하는 ‘사회 변혁의 주체’인 공무원노동자가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책무를 다할 때 민중들로부터 공무원노조의 권리요구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1020 총회투쟁 승리하여 변혁의 10년으로 진군하자 2012년 이제 대선이라는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 이 정세에서 전력을 다해 투쟁하여 공무원노조의 숙원인 희생자 원직복직과 설립신고 그리고 정치 표현의 자유를 쟁취해야만 한다. 희생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그리고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는 미래 10년의 초석을 다지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만약 공무원노조가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다면 이후 투쟁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조에서 지금까지 매년 해오던 하반기 총력투쟁이 아니라 조합원총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과반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회투쟁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설립신고 반려와 관련한 시비를 잠재우고, 어떠한 전국단위 노조도 시도해 보지 못한 총회를 성사시켜 민주노조 운동의 새장을 열어가기 위함이다. 10월 20일 조합원총회를 통해 공무원노조는 경제적 요구(임금인상, 대학생 자녀 학자금 등)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하여 조합원들의 투쟁의식을 고양시키고, 스스로 투쟁의 장에 나서도록 하고자 하며, 각 본부와 지부가 매 투쟁시기마다 2012년 조합 사업기조를 중심으로 사업을 일사분란하게 벌일 수 있도록 조직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대선시기를 활용하여 공무원노조의 요구사항을 전면화하고 나설 때만이 가능하며 유의미성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10월 20일 공무원노조가 조합원총회를 개최하는 이유이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개최될 10월 20일 조합원총회를 통해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도 노동자다’라고 외쳤던 ‘선언의 10년’을 넘어 공무원노동자들이 사회변혁의 주체가 되자는 ‘변혁의 10년’을 향한 진군을 시작할 것이다. 총회의 성사 여부나 공무원노동자들이 사회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 그 여부는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다. 그러나 결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투쟁하는 공무원노조가 10월 20일 조합원총회 조직을 통해 현장의 투쟁력을 강화하고 조합원들 마음 속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에 있다. 민주노총이 정치세력화를 선언한지도 10년이 되었지만 의회주의, 실종된 당내 민주주의와 정파싸움에 갈기고 찢겨진 결과, 그 너덜너덜해진 진보운동의 표상은 바로 우리 운동의 현 조건이 되었다. 민주노총이 다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기획하고, 현장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한 소중한 승리들을 경험하며 그 역량을 열심히 축적해 나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공무원노조 조합원 총회투쟁은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신자유주의반대평등을향한민중행동, 이윤보다인간을(가나다 순) 이상 세 단체는 지난 8월 25일~26일 <민주노조 혁신을 위한 공동수련회>를 개최하였다.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화와 에스제이엠, 센사타를 비롯한 현안 투쟁이 많아 당초 예상보다 참가인원이 많이 줄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80여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힘차게 수련회를 진행하였다. 전국 각지 현장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동지들과 교류하고 구체적인 운동 현황을 공유하며 향후 노동자운동의 올바른 혁신의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일정은 <유럽의 경제위기와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노선요구 평가 및 과제> 교육과 <민주노조운동 혁신·강화를 위한 과제> 토론으로 구성되었다. 교육은 사회진보연대 류주형 정책위원장의 강의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고, 토론은 2부에 걸쳐 약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토론 발표는 이윤보다인간을 이창석 동지의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노동운동」, 신자유주의반대평등을향한민중행동 서장수 동지의 「현장과 지역운동의 현황과 과제」 순으로 진행됐다. 이 두 개의 발표를 토대로 참가자들의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루어졌다. 세 단체 논의의 경과 세 단체는 지난 상반기 동안 당면 정세와 운동 진영의 과제에 대해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거치며 공동의 논의와 실천을 모색해왔다. 세 단체는 3월, 민주노총의 총선방침 대응을 위한 <3자 통합당 배타적 지지반대,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에 대한 1천인 선언운동에 각 조직의 지역, 현장단위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또한 총연맹의 실천계획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8월 민주노총 총파업을 실질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하였다. 전북본부와 대구본부를 중심으로 지역차원의 총파업을 조직하는 단체들 간에 계획을 공유하고 서로 힘을 북돋기도 했다. 6월 2일에는 사전논의 성격으로 <지역운동 현황과 과제> 워크숍을 진행하여 전국 9개 지역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각 지역의 활동가 30여 명이 모여 지역의 현황과 과제를 공유하고 현 시기 필요한 운동 과제를 토론하였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을 위해 세 단체가 주요하게 착목하고 있는 지역운동의 과제를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는 1) 지역본부와 산별지역조직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을 포함한 총연맹 운동의 혁신과제 2) 지역사회운동 활성화를 위한 과제 3) 지역별 활동가 재생산을 위한 과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자리를 통해 각 조직이 힘을 모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업이 제안되고 실행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올해 하반기 여성조합원대회를 각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공동기획을 시작으로 노동조합에서 여성사업이 구체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여성노동자의 조직화사업, 노조 내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예정이다. 이번 수련회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세 단체의 논의와 공동실천 계획의 연장선에서 개최된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강화를 위한 과제 이번 공동수련회는 각 단체의 회원들과 세 단체의 논의에 주목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향후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는 열띤 토론의 장이었다. 위기, 반성과 성찰 오늘날 노동자 민중운동의 위기는 정권과 자본의 전략에 대한 운동진영의 대응이 실패한 결과다. 자본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 민주노조가 무참히 깨져나가고 있는 지금, 어떠한 운동세력도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장수 동지는 발제를 통해 위기가 심화되고 만성화될수록 문제는 중앙보다는 지역, 현장단위에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등으로 노조가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내몰려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파업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지역본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현장에 총파업 이야기조차 꺼내기 미안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임을 전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 투쟁성, 자주성을 주장해온 우리들은 얼마나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해왔는가?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한 참가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위기’를 외쳐왔던 운동세력들이 이 문제를 과연 진정한 우리 자신의 문제로 생각해왔는가를 자문하였다. 또 전북의 한 참가자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위기와 혁신이 제도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진정 위기를 인식한다면 혁신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 활동가들에게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창석 동지역시 발제를 통해 현재 노조운동이 처한 역사적이고 구조적 한계점을 인식하고 이를 계급적인 관점에서 면밀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평가는 바로 운동에 대한 우리자신의 근본적인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역과 현장의 운동은 충분히 계급적이며 충분히 자주적인가? 노조운동의 재건을 위한 이념과 노선의 혁신 이창석 동지는 발제를 통해 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운동노선으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을 제기하였다.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이란 사회 공공성의 의제들이 조합주의적인 운동과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운동 그 자체가 거대한 대중운동으로서 노동자내부의 계급적 단결과 평등사회를 건설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운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노조운동이 가지고 있는 활동과 투쟁의 방식, 조직시스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혁신하면서 활동가, 조합원들의 일상적인 삶을 변화시키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실업, 비정규, 반전반핵 등등 사회구조의 변화를 위한 과제를 노동운동이 자기과제로 삼기 위해서는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과제를 바로 자신의 문제로 여겨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노동조합활동, 투쟁을 통해 스스로 계급적인 관점과 노동자성을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였다. 단위노조와 지역본부, 그리고 지역의 다양한 사회운동이 노조 내외부의 체계를 넘나들면서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운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조직시스템과 활동기풍을 변화시켜야 한다. 가령 선거중심의 관료화된 현장조직을 사회변화를 위한 주요 의제를 교육하고 학습하는 단위로 성격을 전환하거나, 각급단위의 임단투를 계급적이고 전체 민중들의 보편적인 이해를 대변하는 것을 목표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향후 노조운동은 민중들의 삶을 대변하는 힘있는 사회운동, 변혁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서장수 동지는 발제문을 통해 노동자 민중운동의 위기에 대한 수많은 진단과 방안이 제출되어왔으나 그 동안의 논의는 위기와 혁신의 문제를 이념과 노선의 문제에만 집중시킨 경향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론’보다는 지역과 현장의 현재 상태를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론’이라고 주장하였다. 총연맹은 전체 노동전선을 세우는 역할을 하고, 지역에서는 지역본부가 중심이 되어 노동운동이 지역의 연대와 투쟁의 구심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중앙에 대해 지역정체성과 자주성을 가지고 지역에 맞는 운동 전략과 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지역과 현장운동의 강화, 현실적 쟁점들 수련회에서 가장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과 현장 활동가들의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지난 논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혁신방향의 주요한 쟁점은 지역운동의 강화를 위한 지역본부, 산별지역조직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을 포함한 총연맹과 산별노조 운동의 혁신과제 및 지역사회운동 활성화 방안이었다. 총연맹 집행단위로서 지역본부의 위상권한의 한계와 취약한 인적, 물리적 자원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 산별업종별 지역조직들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토론하였다. 전북, 대구본부와 같이 지역본부를 지역운동의 구심으로 세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본부 활동가들에게 있어 산별현장의 문턱은 무척 높게 느껴진다는 점, 그럼에도 정파적, 관료적 제한을 딛고 공동투쟁을 조직했던 구체적인 사례들과 그 성과, 역으로 최소한의 연대투쟁조차 성사되지 못했던 열악한 조건, 사례들이 공유되었다. 한편 광주전남지역과 같이 지역본부사업이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종속되고, 지역과 산별의 투쟁을 자조직의 확장전략에 활용하는 부적절한 관례가 일반화되어있는 지역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 산별지역조직 및 지역의 사회운동단위들이 어떠한 활동기풍과 원칙을 가지고 운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제기되었다. 또한 지역차원에서는 활동가 재생산의 문제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는데 중앙차원에서의 좌파적 개입,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관성화관료화된 현장의 활동가 재생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제기도 있었다. 한 산별의 채용간부를 맡고 있는 한 참가자는 현장조직화, 활동가 양성에 대한 조직혁신방안으로 지역 내에 주요한 산별대공장 노조에서 의무적으로 지역본부에 활동가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하였다. 지역과 현장의 운동에 복무하는 많은 활동가들의 다양한 경험은 그 자체로 혁신의 단초를 보여 준다. 한 활동가는 투쟁을 통해 복직을 쟁취한 노동자들도 스스로 자본주의 안에 예속되려하고 페미니즘과 같은 운동적 가치들을 내면화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어떻게 시작할지 함께 답을 찾아보자고 제안하였다. 지역산별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지역에 중요한 사회적 투쟁이 있어도 대표자간부들 차원에서 집회를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현장모임을 조직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지역의 사회운동을 활성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노조운동의 역할도 제기되었다. 지역본부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여성운동이나 다른 사회단체들에서 조합원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주장했다. 바쁜 투쟁일정에 이러한 노력이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조합원 교육훈련을 위한 태세를 갖추자고 강조하였다. 여성사업, 페미니즘을 노동조합의 주요한 활동으로 만들어 가야한다는 문제제기 속에 각 지역본부에서의 여성노동자 조직화 사업과 페미니즘 교육의 현황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편 각 지역마다 진행되는 총연맹과 산별 차원의 전략조직화 사업들은 부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노조의 제한적인 재정인력을 분산시키는 형태의 미조직 사업으로는 현재의 노조조직률을 상승시키기 어려우며,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의 관점에서 미조직사업이 재구성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2012년 하반기 공동의 대응과제 민주노총의 혁신은 몇 지역의 모범적 활동만으로 불가능하며 전국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전국적인 계획과 그 실현을 위해서는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에 동의하는 지역, 현장 활동가들의 새로운 전국적 조직질서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새로운 정당 건설을 계획하는 여타 조직들도 많은데, 현재 노조운동이 기층에서부터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 동안 세 단체는 이러한 새로운 질서를 염두에 두면서 공동의 대응계획을 논의해왔다. 수련회를 통해 확인한 혁신방향이 각 지역과 현장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더 많은 활동가들의 동의와 결의를 모아나갈 것을 약속하면서 마지막으로 하반기 공동의 대응과제 토론을 시작하였다. 2012년 하반기 노동자운동의 주요 현안으로는 민주노총 직선제와 임원선거, 그리고 12월 대선에 대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수립이 있다. 먼저 직선제를 둘러싸고 각 좌파세력이 취하고 있는 행보들을 확인하고 직선제의 실행이 총연맹구조의 혁신방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대구의 한 참가자는 현재 모인 47만 명의 명부에는 조합비 납부 내역이 빠져있으며 각 산별마다 명부 공개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들이 있어 명부를 취합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전하였다. 또 직선제를 실행한다고 해도 투표의 방법과 절차에는 많은 쟁점들이 있어 현실적으로 민주적이고 공정한 투표가 가능하겠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참가자도 있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러한 현재 상황에서 총연맹을 혁신할 세력들이 결집하고 방향이 합의된다면 직선제를 감당할 정도의 조직을 포함하여 일정규모의 대의원을 뽑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직선제만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자칫 대의원대회 논의를 파행으로 몰아 결국 현행체계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임원선거의 경우 각 지역과 조직에서 더 많은 논의를 진행한 후에 토론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대선 계획은 사회자로부터 최근 민주노총 새정치특위의 독자후보전술안과 각 정당, 정치세력들의 계획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수준에서 진행되었다. 한 참가자는 이곳에 모인 세 단체가 일정하게 대선 대응에 합의가 된다면 민중진영의 여러 세력이 올바른 기조와 원칙 하에 통합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면서 또 다른 참가자는 지금과 같은 정세에서 운동진영이 수세적인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독자후보를 내는 대선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통해 2013년 이후 보다 가속화될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의 위기에 대비해 세력화를 준비하자고 제기하였다. 반면, 또 다른 참가자의 경우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나 현재의 주체역량을 고려할 때 대선시기 투쟁의 목표와 방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좀 더 신중히 고려하자는 의견을 제출기도 했다. 평가와 과제 사회진보연대는 2012년 총회를 통해 “민주노조 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저지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재건을 위한 세력군 형성 및 재 조직화를 1차적인 목표로 2012년 당면 정치활동을 전개한다”는 정치방침을 결의한 바 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지난 상반기 세 단체의 논의와 토론, 공동의 실천기획, 수련회까지 사회진보연대 회원들은 긴장감 있게 토론과 실천에 참여하였고, 급변하는 정세에 따라 지역과 현장의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을 조직해왔다. 주요 지역과 현장의 활동가들이 급박한 현안투쟁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련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운동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들을 교류할 수 있었다. 대구와 전북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치열한 투쟁을 조직하고 대중조직을 운영해온 동지들의 경험은 지역과 현장에 뿌리내리고자 하는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시사점을 주었다. 이러한 소중한 교류를 출발점으로 하여 하반기와 2013년을 예비하는 사회진보연대 정치방침을 구체화하고 당면 정세 속에서 활동가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동지들을 민주노조 운동의 재건과 혁신의 여정에서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임금이란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준이어야 한다. 최저임금 문제를 다룰 때에도 자본이 문제 삼는 ‘스펙’, 학력, 임금체계 등의 이유로 저임금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성서공단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왜 최저임금만 받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그 해결책을 집단적으로 찾아가야 한다. 성서공단의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으로 꽁꽁 얼어붙기 전에 짱돌을 던져 얼음판을 깨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에서 발표하는 표준생계비의 절반정도 수준이면 최저임금으로 적정하지 않냐?’라는 우리 안의 무의식을 걷어내야 한다. 이 프레임을 폐기하지 않는 한, 최저임금제도의 명줄을 늘이는 것뿐이다. 그 늘어난 명줄 때문에 저임금노동자들의 명줄은 고통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2012년 최저임금 인상 투쟁은 전국적으로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국민 임투’라며 싸웠던 예년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대구의 서쪽에 위치한 성서공단에서의 최저임금인상 및 생활임금 쟁취투쟁은 떠들썩했다. 그리고 떠들썩한 기운은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희망의 불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루 8시간 일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 ‘치명적이게 매력적인’ 말이다. 그러나 아직은 채우고, 살을 붙이고, 튼튼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현실에 기반을 둔 상상력이다. 생활임금 쟁취 투쟁은 그 상상력을 먹고 자란다. 이를 통해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서 들불로 만들어 내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으로 얼어버린 얼음장 같은 성서공단 대구지역은 대규모의 원청 사업장이 없으며, 규모면에서 성서공단이 6만여 명으로 대구지역 최대 공단이다. 전국 광역시도 노동자 평균임금에서 대구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으며, 성서공단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대구지역 노동자 평균임금에서도 미달되고 있어 대구지역 저임금 구조의 배후지 기능을 하고 있다. 과거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허다하여 최저임금 위반 고발사업이 필요했으나, 점점 최저임금제도가 정착되면서 최저임금 위반사례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이는 성서공단의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제는 공단 노동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에 묶여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최저임금이 확산되는 가운데 장기근속자에 대한 임금보상이 사라지고 있어, 회사를 옮겨도 노동조건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저임금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연장, 특근노동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영세사업장에서도 용역회사를 통한 채용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불법파견은 죄다 최저임금이다. 성서공단에서 이주노동자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우나 약 5-6천 명 정도로 추산한다. 이 중에서 미등록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 상태에 놓여있다. 성서공단을 전체적으로 보면 사업장 규모가 영세하고, 자본의 지불능력이 취약함에 따라 수당이나 임금성 복지제도가 전무하며, 노동기본권 보장 정도가 매우 취약하다. 노동자들이 절망의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임해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성서공단의 현실이다.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한 걸음씩 <성서공단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대위>는 올해 4, 5월에는 매주 수요일 중식시간에 노래모임 <좋은친구들>과 함께 성서공단을 돌면서 ‘밥 한 술 뜨고 노래 한 자락 듣고’ 공연을 하며, 선전물을 나누어 주었다. 구내식당으로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와서 밥 먹고 나갈 때가 공단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선전전과 대화를 할 수 있은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찰나의 공연을 보고도 노동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간다. 성서공대위는 성서지역에 있는 와룡산 등반대회를 월 1회씩 총 3차례 갔다. 등반을 하며 선전물을 나누고, 현수막을 총 20여 개 게시하였다. 여기에는 성서공대위 뿐만 아니라 생활임금투쟁에 함께하는 지역동지들도 함께 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성서공단 곳곳에서 223명의 노동자로부터 저임금실태설문조사를 했다. 주요한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급으로 임금을 표기한 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을 보면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고 있으나 여성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은 최저임금인 4,580원 보다 낮은 4,559원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대부분의 여성노동자가 최저임금이며, 약 11%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이 결과는 노동부의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관리감독의 공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둘째, 임금만족도에 있어 어느 정도 만족을 포함해 만족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단지 15.9%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 여성노동자, 비정규직의 만족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으며,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만족도는 11.8%에 그치고 있어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들의 심각한 임금 불만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2012년 최저임금에 대한 인지도에 있어 응답 노동자중 70.8%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시급제 노동자들의 경우 81.7%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여전히 법정 최저임금을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어, 지역의 모든 노동자가 최저임금 준수의 권리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업주들은 처벌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째, 2013년 최저임금 요구액 평균은 6,92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최저임금에 비해 66.1%의 인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현실의 최저임금이 성서공단 노동자들의 요구와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제 사회단체의 요구안인 5,600원 보다 높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설문 결과는 성서공단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인해 연장노동을 비롯한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저임금 구조를 벗어날 때만이 장시간 노동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성서공대위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 및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을 해왔다. 그동안 천막농성이 성서공단노동조합이나 성서공대위의 요구를 갖고 투쟁해왔다면, 이번에는 부족하지만 처음으로 공단노동자들의 요구를 가지고 싸웠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의사를 수렴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이었다. 최저임금 NO 생활임금 YES, 생활임금 쟁취 천막농성 6월 7일을 시작으로 6월 27일 해단까지 성서공대위 소속의 단위가 돌아가면서 천막농성을 했다. 성서공단에서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은 올 해로 4년차이다. 올 해 천막농성은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성서공단 입구 큰길 사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천막을 치자 노동상담이 줄을 이었으며, 음료수와 먹거리며, 밤에는 술까지 들고 찾아온다. 천막농성 때문에 시끄럽기도 할 테지만 주변 상가와 건물에서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다. 그만큼 성서공단의 최저임금은 모든 이의 규탄의 대상이 된 것 같다. 올 해도 성서공대위에 참여하는 전교조, 공무원노조, 금속노조삼우정밀지회, 산업보건연구회, 새민족교회, 산업보건연구회, 와룡배움터와 함께 출근, 중식, 퇴근 선전전과 함께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반에 퇴근문화제를 열었다. 저녁시간대에는 영상물을 상영하고, 토요일 밤에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영상물을 보았다. 천막농성장 앞은 마치 해방구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활임금 천막농성이지만 쌍차투쟁, MBC투쟁, 일제고사반대 서명도 함께 받았다. 이와 더불어 올 해는 체념이 깊어진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것이 필요했다. 즉, 노동자들이 출근할 때 선전물과 현수막을 보고 중식시간에 임금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게 하여 성서공단 분위기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었다. 이를 위해 선전활동에 많은 비중을 두었으며, 대학생으로 구성한 ‘생활임금 실천단’을 통해 선전과 설문을 함께 하였다. 3월부터 성서공단노조 선전물과 성서공대위 선전물을 무려 만부 이상을 뿌렸으며, 천막농성에 들어갈 때 타블로이드 선전물을 4천부 제작했으나, 이틀 만에 동이나 또다시 4천부를 제작해야 했다. “그지같은 최저임금 반대한다” 6월 28일을 넘겨 결정 난 최저임금 인상액 280원에 대한 성서공단 노동자들의 만족도 조사를 했다. 7월 2, 3, 4일 3일동안 출근, 중식, 퇴근시에 만족도 조사를 하였으며, 저임금 설문조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비롯해 휴대폰을 통한 조사까지 진행하였다. 결론은 휴대폰 문자 87건 중에 83건이 불만족이었으며, 스티커 붙이기에는 869명 중 822명이 불만족스럽다고 하였다. 참여자 대비 90.5%가 불만족스럽다면 이번 최임 인상은 적어도 성서공단에서는 거부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효를 선언했다. 2013년 저임금실태조사에 참여했던 분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단지 찬성 반대에 그치지 않고 반대의 이유들을 문자메시지로 거리에서 표현했다. 이번 결정액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제 성서공단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 스스로 속에 삼켰던 불만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질식사 직전의 성서공단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단지 산소호흡기로 잠시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성서공단 노동자의 문자메시지가 걸작이다. “그지같은 최저임금 반대합니다.” 성서공대위는 7월 4일 퇴근시간에 맞춰 천막을 쳤던 자리에 다시 모여 만족도 조사 결과 발표와 규탄 투쟁을 하였다. 8시간 일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 반드시 쟁취해야 최저임금 280원 인상 결과에 대한 반응은 썰렁했다. 예년과 달리 성명서를 발표한 곳도 전국적으로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양대노총을 배체한 채 일방적으로, 그것도 건설과 화물투쟁 전선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주말 심야에 날치기 통과시켰다는 것에 대한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 하반기에 법개정을 통해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바꾸고, 대상도 넓히고, 공익위원 선정방식을 바꾸면 되므로 최임 결정 시기의 투쟁은 해봐야 안 된다는 냉소만 보이는 것 같다. 최임위에 불참을 선언하고 나서 그 후 최임위를 뒤엎든, 최임위를 해산시키는 투쟁을 배치하지 않고서, 최임 결정에 분노를 조직하지 않고서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반기 최임법 개정은 입 벌리면 들어오는 감인가? 또 다시 법 개정을 국회의원에게 맡기겠다는 것인가? 과연 아래로부터, 주체들의 투쟁과 연대투쟁 없이 법 개정이 가능하겠는가? 설사 법 개정이 된다고 한들 그 법은 누구의 이해가 많이 반영된 법일까? 이제는 최저임금제도의 부분 손질이 아니라 생활임금을 위한 법 제정에 나서야한다. 이를 위해 최임위를 해산하고, 생활임금법 제정을 위해 투쟁 방향이 필요하다. 또한 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의 패배 경험, 대중투쟁 없는 의회전술의 오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생활임금에 대한 공론화와 투쟁을 벌어가야 한다. 다시 생활임금 투쟁 전선을 구축하고 그 힘으로 생활임금법 제정투쟁을 통해 2013년 생활임금 원년을 만들어 보자.
“Stop EPS! Stop EPS! Stop EPS!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 세차게 내리던 비도 잠시 주춤했던 8월 19일 일요일 오후 보신각에는 각국에서 모인 80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분노의 함성이 보신각에 가득했던 것은 근 몇 년간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보신각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은 서로의 나라, 언어, 피부색은 달랐지만 ‘고용허가제도 자체를 폐지하라!’는 절박한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들의 함성소리는 보신각을 출발해서 명동성당에 도착할 때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외려 그 함성은 더욱 커졌고 행진이 끝난 뒤에도 백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자유발언을 이어가면서 이후의 더 큰 투쟁을 결의하였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날 집회에 모인 800여명의 절반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어느 센터나 노조에도 가입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흡사 2008년 촛불정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였던 시민들처럼 고용허가제에 짓눌려 신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던 이주노동자들의 분노가 전국에서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왜 분노하는가 이주노동자들이 분노는 지난 6월 4일 고용노동부가 ,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변경에서 문제가 많다고 발표한 보도 자료(내부지침)에서 시작되었다. 보도 자료에서 노동부는 매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의 불법적인 개입이 포착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리고 노동부는 브로커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존에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던 구인업체 리스트를 브로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더 이상 제공하지 않고, 대신 반대로 사업주에게 구직중인 이주노동자 리스트를 제공하겠다는 해괴망측한 대책을 8월 1일부터 시행할 것이라 예고했다. 즉, 기존에는 그나마 회사가 몇 개 적혀있는 알선장을 가지고 이주노동자가 회사를 고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사업주가 전화를 해줄 때까지 24시간 핸드폰만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업주의 채용요구를 거부하면 2주 동안 알선을 받지 못한다는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없는 고용노동부의 부당한 내부지침을 폐지하기 위하여 이주노동조합을 비롯한 전국의 이주노동자인권단체들이 7월 19일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내부지침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려서 전국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뜨거운 여름 과천 고용노동부 앞 릴레이투쟁 비대위에서 가장 먼저 결의한 내용은 이번 지침을 직접 만든 과천 고용노동부 앞에서 릴레이투쟁을 하는 것이었다. 7월 23일부터 8월1일 지침시행까지 전국의 각 지역공대위가 돌아가면서 1인 시위, 퀼트 짜기, 규탄집회, 기자회견, 선전전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고용노동부를 압박했다. 본인도 지금까지 과천고용노동부 앞에만 다섯 번 이상 가서 매번 목이 터져라 발언을 하곤 했다. 선전전을 하면서 사업장을 변경하는게 이렇게 어렵게 바뀌면 차라리 힘들더라도 원래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게 낮지 않겠냐는 이주노동자들의 힘없는 목소리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왈칵 올라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과는 내내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전국에 있는 수십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이 걸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종이 몇 장으로 결정해버리려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였다. 규탄행동 도중에 진행한 몇 번의 면담과정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장변경은 고용허가제 취지에 맞지 않다’, ‘공개간담회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못하겠고 실무자끼리만 토론하자’는 식의 망발을 일삼았다. 8월 1일 내부지침 시행,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비대위의 강력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8월 1일 고용노동부는 기어코 내부지침을 시행하고 말았다. 하지만 투쟁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고용노동부는 내부지침 시행과 함께 2주간 알선이 금지한다는 조항을 없애고, 이주노동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추천한 사업장 연락처를 발송해주는 등 세부적인 내용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면 조용히 넘어가겠지라고 생각한 고용노동부의 의도와는 달리 이주노동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오히려 내부지침이 시행된 이후로 그 투쟁의 불길은 더욱 타오르기 시작했다. 8월 12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지침 대응을 위한 이주공동체 연대회의>는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이번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향후 투쟁방향을 결의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한편 고용노동부내부지침에 반대하는 서명은 불과 시작한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아서 1,000명 이상의 서명을 모았고, 8월 17일 고용허가제 시행 8년 즈음하여 진행된 각계각층의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촉구 1천인 선언>에는 무려 1,549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참여하였다. 그동안 고용허가제도의 수많은 변화에도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이주노동자들이 이번 사업장변경문제만큼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각자의 공동체에서 교육을 하고 조직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비대위가 구성된 지 만 한 달 만인 8월 19일 보신각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이동의 자유 보장! 노동기본권 쟁취!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에는 80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했고 대전, 대구, 부산 등지에서 열린 집회인원까지 합하면 1,200명이 넘는다. 그리고 8월 중순 열린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이번 지침과 관련하여 한국정부에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하였고, 네팔노총과 국제엠네스티는 항의성명을 발표했다. 국내외에서 이번 투쟁에 연대하는 흐름이 더욱 강화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8월 26일 민주노총에서 다시 열린 2차 이주공동체 연대회의에서는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9월 23일 서울역에서 대대적인 투쟁을 벌이자는 결의를 모았다. 또한 각 나라 대사관 항의, 이주민 밀집지역 선전전,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상제작 등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을 만들어갈 것을 결의했다. 이주노동자 투쟁, 어디로 가야 하는가 비대위가 꾸려져서 전국적으로 연일 집회와 규탄행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주노조도 수도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투쟁이 계속 확산될 수 있도록 그 힘을 보태고 있다. 나아가 이주노조는 사업집행에 힘을 쏟는 것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열기가 고양되는 국면에서 이주노동자의 조직화와 주체화를 핵심적인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미 이번 투쟁으로 여러 나라 이주노동자들의 조합가입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집회에서는 가입원서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합에 대해 관심을 보였고 이번 투쟁이 지속되는 동안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더 많은 과제를 던져준다. 신규조합원교육 등을 통해서 이번 고용노동부 사업장 변경 내부지침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고용허가제 자체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2003년 명동성당 이주농성투쟁의 힘을 기반으로 이주노동조합을 건설했던 것처럼 이번 투쟁을 현재 위축되어 있는 이주노조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을 조직화하고 새로운 주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비대위에 많은 노동조합이 참여하도록 해야한다. 이번 투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한 부문(건설, 공단 중소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의 투쟁과 조직화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계기다. 앞으로 이 투쟁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이 투쟁에 대해 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투쟁전략과 조직화전략을 가져야 한다. 이는 민주노총에서 현재 진행 중인 전략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도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가령, 건설부문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내국인노동자들과 일자리 경쟁을 하는 노노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내부의 분할과 경쟁이 결국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킨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건설노조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불법도급철폐를 내국인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공통투쟁과제로 제기하고, 건설부문 이주노동자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조직화여, 내외국인 가릴 것없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미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노동조합이 여럿 존재하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많은 노동조합에서 이주노동자를 조합원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반인종주의, 국제주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 내 인식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이는 단순히 ‘서로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강조하는 다문화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종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ㆍ제도적 관계, 그리고 한국인종주의와 노동유연화의 관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주노조 역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정주노동자와 함께 연대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어떠한 요구사항을 함께 내걸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다시 불붙는 이주노동자 투쟁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몇 년 만에 이주노동자들이 전국적으로 천명이 넘게 모여 한목소리로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고용허가제 폐지라는 구호는 마치 관용구처럼 매해 때가 되면 나오는 그런 구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투쟁을 통해 고용허가제 폐지 투쟁에 새로운 획이 그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했고 2012년 하반기 내내 그 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주노조도 투쟁의 불길 안에서 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고 스스로의 문제를 조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질 수 있는 하반기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