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대응팀은 사회진보연대, 보건복지민중연대, 한국노동정책연구소의 고민 있는 활동가 및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그리고 본 글은 그간의 논의 성과를 모아 정리하고, 다른 민중운동, 노동운동, 사회운동 단위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지난 3월 대응팀의 고민은 기업연금제도 도입 및 연기금 제도 개혁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의 세계화와 연기금의 부상 배경, 활약, 영향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는 총 5회에 걸친 연재를 준비했다. 대응팀은 앞으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연기금 개혁이 경제, 사회 및 정치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이를 폭로할 것이다. 1. ‘금융의 세계화, 연기금의 금융화’ 2. ‘연기금 개혁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역학관계와 개혁 모델 비판’ 3 ‘남한 금융시장의 현재와 연기금 개혁’ 4. ‘종합 토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금융의 세계화, 산업자본의 금융화 생산부문에의 투자, 국민총생산 및 무역의 증가율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금융영역의 특수한 역동성은 그 자체로 지난 수십년간 세계경제 상황을 가장 크게 뒤바꿔 놓은 요인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1960~70년대에 걸친 생산부문에서의 가치실현의 곤란과 자본의 평균이윤율 하락은 금융적 방식으로 가치 실현을 추구하는 막대한 자본의 형성을 가져왔다. 이를 위해 과거 금융에 부과되었던 제약조건들은 철폐되어야 할 대상이었으며, 국가에 대한 로비와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결과 금융의 자유는 성취되었다. 결국 금융영역의 가속적 성장은 국민적 금융제도들의 자유화와 탈규제 그리고 관치금융체제로부터 시장금융체제로의 이행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금융화 과정은 몇몇 금융-관련 표준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 첫 번째 금융적 규범은 국가 내에서 상품의 가격안정성 혹은 ‘낮은 인플레’이다. 이러한 목표는 ‘경쟁적 탈인플레’, 낮은 임금의 유지, 복지관련 국가지출에 대한 압력 등 화폐의 이해를 반영한다.(화폐적 정치) 동시에 금융자산 소유자의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면서 단기의 투기적 조작에서 자본 집중을 위한 인수-합병까지 자본의 자유로운 운동은 정당화된다. 이는 거대 산업자본의 투자전략과 경영, 투자은행-보험-연기금으로 대표되는 기관투자가들의 새로운 활동을 추동하였다. 금융의 세계화는 기존 산업자본들이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유동성과 이동성을 상당수준 제고시켜주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지배적 산업자본으로서 초국적 자본(TNC)의 금융화가 가속화되었다. 이는 산업자본이 주식-채권시장, 외환시장에서 막대한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산업자본이) 자본의 가치를 실현하는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경하였다는 점이다. 즉 지배적 자본분파(TNC)가 축적의 원동력을 새로운 물질적 팽창에서보다는 고도금융을 통한 잉여가치의 분배기술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자본은 세계적 수준에서 강제되는 금융자유화와 탈규제에 의해 가능해진 금융설계기법 덕분에, 고용을 새로 창출하는 신규투자를 행하지 않고서도 국가경계를 넘어서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대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금융화에 성공한 산업자본인 초국적 기업(TNC)들의 공격적 인수․합병방식은 민족국가 자산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물어뜨리고 나서, 금융시장을 통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을 통합시켜내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의 논리에 기반한 지속적인 자본생산성 제고, 즉 다운사이징(downsizing), 재설계(reengineering), 구조조정(restructuring), 합리화(streamlining)하였다. 이러한 효율성 재고과정을 통해 금융적 팽창은 산업자본과 분리되지 않고, 산업자본의 논리를 금융자본의 논리로 완전히 전환시켜내면서 확장하게 된다. 실제 90년대 미국경제가 그러했듯 자본축적의 위기에 대응한 자본진영의 방책은 금융적 팽창과 그 수익률에 기댄 완만한 기술혁신-자본생산성 재고였다. (대표적 예로 미국의 연기금은 신경제로 상징되는 IT산업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였다) 즉, 스스로 주식-채권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 그리고 기관투자가의 감시 하에 구조조정 시스템을 일상화하고, 기술중심 중소기업들을 적극 육성․통합시켜내는 것. 이렇게 산업자본은 금융적으로 팽창해왔다. 기관투자가의 부상과 역할 기관투자가의 부상의 주요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시장의 탈규제와 자유화는 기관투자가의 성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둘째, 개인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자신의 자산을 위임하는 추세가 강화되었다, 셋째, 연기금의 개혁과 규모의 성장은 금융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부상을 촉진하고 그 역할을 증대시켰다. 넷째, 80년대 중반이래 공공채무의 증가하였고->국공채 시장이 성장하여 ->기관투자가를 크게 강화하였다. 실제로 국공채 시장의 성장은 연기금, 투자은행, 보험회사의 성장을 촉진했다. OECD 나라들이 재정적자의 보전방식을 금융시장에서의 채권발행으로 전환함으로써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었던 것이 바로 이러한 기금들이다. 다섯째, 특히 투자은행의 경우 8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의 하나가 된 민영화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민영화로부터의 수입은 1990년과 1997년 사이 300억 달러로부터 1540억 달러로 족히 다섯배가 되었다. 여섯째, 기관투자가는 합병과 적대적 인수의 준비와 실행과정에서 상당한 정도로 참여하여 거대한 수익을 챙겼다. 1992년부터 97년까지 인수합병의 건수는 세계적으로 거의 두배가 증가하였고 양도된 자산가치는 다섯 배 이상(+445%)으로 증가하였다. <표> 금융제도에서 기관투자가의 비중 * 금융부문의 총 금융자산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 ** 사적 가계의 저축에서 기관투자가에 투자되는 비율 자료: IMF, International Capital Markets. Developments, Prospects, and Key Policy Issues, Washington, November 1998, p. 135 총 금융자산에서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이 역시 10년 간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전문적인 기관투자가는 이미 금융부문 총 자산의 절반 이상을 관리하고 있고 영국과 캐나다에서 그 비율은 약 1/3에 이른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가계들의 저축 중 점차 많은 부분을 은행계좌나 (직접적으로)주식이나 채권으로 갖지 않고 기관투자가에게 맡기는데 기인한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도 지적했지만 개인투자가들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저축을 하고,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위임을 지향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산에 대한 통제권 위임이 자본시장 내에서 투자결정의 집중화로 이어지고 이를 강화시켰다. <표1>을 보면 1985년과 1995년 사이에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등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가계의 저축이 뮤추얼펀드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후 더욱 강화되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참 역설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데 금융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가계의 저축, 임금의 일부분이 적립된 노후보장 기금, 보험금이 활용되어 오늘날 가장 투기적인 기관투자가들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민중의 생계기반에 더욱 깊숙이 침투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였다. 사실 오늘날 금융의 새로운 전략은 개인과 가계의 금융계획을 공격대상으로 삼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경영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개인과 가계의 금융계획은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구조로 이행을 추동하는 주요한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결국 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금융의 수요를 개발하고 패키지로 묶어내는 것, 종업원복지혜택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연금을 도입하는 것, 개인과 가계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주요 동력을 형성한다.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은 이러한 자금원에 기대어 자산가격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장주도자의 역할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집중된 화폐자본을 점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기업과 국민경제를 금융의 이해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재조직하는지를 보고자 한다. <표1>에서 확인했듯이 뮤추얼펀드나 보험회사,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이제 금융투자의 광범위한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산업들과 기업들 내에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이윤율을 비교하고 경영진의 성과를 판단한다. 즉 기관투자가들은 보다 커다란 투명성에 관심을 갖고 지구적 행동반경을 갖는 투자자로서 기업 성과의 국제적 비교가능성에 관심을 가지며,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는 자본의 관리자로서는 항상 높은 수익과 긍정적인 시가기대에 관심을 갖는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 자신에 의해 관리되는 자본을 투하한 기업의 대주주로서 그들은 금융소유자의 이해를 크게 대변해야 할 압박에 놓인다. 이 압력을 그들은 경영진에게 행사한다. 그러나 그들은 마찬가지로 그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신속하게 기업으로부터 철수할 능력도 있고 준비도 되어 있다. 여기서 금융규범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주주 이익의 극대화이다. 이런 상황이 “주주가치”를 지향하는 것, 즉 주식소유자를 위해 그 가치를 최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경향은 1980년대 이후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인수/합병 운동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명확해진다. 최근 인수/합병의 특징 중 하나는 그것이 생산자본의 지속적인 축적에 공헌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산업자본의 ‘금융화’를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인수/합병 운동에 관한 연구들은 대상 기업들을 수중에 넣는 목적이 주로 증시 활황으로 그 명목가치가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는 금융자산의 획득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증권을 매입하는 그룹들이 이러한 증권시세의 상승으로부터 기대한 것은 그 환매를 통한 상당한 잉여가치의 획득 또는 잠재적 잉여가치의 형태를 회계상에 반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관심은 금융소유자들이 배당금을 많이 받도록 미래의 전망에 대한 평가와 현재의 상대적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기관투자가의 기생적 활동은 사실상 자신이 주주로 있는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 행위는 가격의 단기적 변동성에 따른 것이기에, 거시경제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경쟁의 길에서 새로운 표준과 목표수치 그리고 비교척도를 통해 경제전체로 확산된다. 한편 이러한 경제의 불안정성 증대의 파급효과는 단지 일국 경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관투자자들에 의한 기업지배구조의 영향력 강화로 세계화된 시장에서 지대적 조절도 매우 쉬워졌다. 이들은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생산된 가치를 더욱 착취하고, 국민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적 차원에서 생산장치(산업, 서비스)의 이익을 더욱 빼앗고 있다. 분명 기관투자가는 전세계를 무대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며, ‘투기금융’의 주력 부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 주가가 요동칠 때마다 세계의 다른 모든 증권시장이 연동되어 크고 작은 주가 폭락이 일어나는 것은 증시의 직접적인 상호연계나 투자자들의 모방적 반응 때문만이 아니다. 한 금융센터에서 다른 금융센터로의 전염 현상은 증권 보유자들의 극단적인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흥시장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금융위기의 배후에 이들 기관투자가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또한 이들 기관투자가들은 신흥시장에 자신의 이익에 기여하는 자본시장 규율들- 급진적 민영화, 긴축정책, 국가의 규제기능 약화-을 강요하게 된다.(Mary Ann Haley: 1999) 한편, 세계화된 시장금융은 그에 선행했던 국제화의 형태들에 비하면 그 배제적 성격이 훨씬 강하다. 특히 엄밀한 의미에서 개도국들의 배제가 심각한데 그 까닭은 불행히도 이 나라들은 세계화된 금융시장에 통합될 수 있는 신흥시장도, 대공업국들의 채권 또는 주식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능력 있는 기업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금융화 연기금은 임금이나 봉급에서 나온 분담금이 누적된 것이며, 그 공인된 목적은 퇴직 임노동자들에게 규칙적이고 안정된 연금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금은 저축을 집중시키는 제도형태로서 대개 기업이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민간 제도이기 때문에, 그 최초의 자금원은 (넓은 의미에서의) 임금 소득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기금들이 집중시킨 저축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면 이들은 비은행 금융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며, 그 기능은 대규모 화폐자본을 유동성 원칙과 수익의 극대화 원칙 하에서 자체 증식을 도모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먼저 기금의 규모부터 보면, OECD는 1996년 연금자산 총규모를 8.7조 달러로 측정했고, 1990년이래 연간평균성장률을 10.9%로 측정했다.(OECD 1998b). 그리고 연금자본은 OECD국가의 기관금융(보험회사, 투자회사, 연금펀드) 중 28%를 구성하고 있다.(1995년) 한편, OECD 산정기준과는 다르게 보험회사와 투자은행에서 다루고 있는 연금자산을 액수를 연금자산 규모산정에 포함시키면, 연금자산은 10조 달러로 증가하며, OECD 총 주식시장 자산 중 4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1998년) 게다가 매우 특징적인 사실은 사적 연기금의 경우 다른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외국주식과 채권에 대한 자산대비 투자 비율이 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1993년) 이를 통해 우리는 연금자본이 금융시장을 무대로 엄청난 양의 주식과 채권을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연기금이 주식의 소유권과 같은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매입한 주식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증권형태는 기관투자들에게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핵심활동인 투기에 유달리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기금의 금융 활동은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촉매제의 역할을 했는데, 이는 다음의 사실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라틴 아메리카 신흥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은 주로 기관투자가들, 특히 뮤추얼 펀드가 주도한다. 하지만 뮤추얼펀드의 중요성의 원천도 사실은 연기금에 부분적으로 의존한다. 미국 연기금 가운데 신흥시장에 투자된 자산 규모는 1996년까지 적어도 50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때 연기금 투자의 절반 이상을 투자은행에 투자하고, 이것이 신흥시장에 투자되는 형태였다. 즉 연기금은 점차 뮤추얼펀드에 위임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금융의 세계화, 연금 주식화의 파괴적 효과 새로운 사회적 타협체계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 밀접히 관련되었다. 이른바 다양한 계급간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금융적 포섭이다. 이러한 포섭형태는 금융을 지향하는 새로운 소득흐름과의 관련 덕분에 보다 폭넓은 계급에게까지 확장하게 된다. 즉, 중간계급을 포함하는 폭넓은 타협의 구축이 신자유주의 생존의 핵심이 된다. 중간소득 노동자에 대한 주식시장 지분분배를 통해 노동 vs 자본의 계급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임노동자들에게 임금보상을 대체하는 주식의 분배, 스톡옵션, 연금기금의 분배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금융적 포섭전략은 첫째, 노동통제 및 신축화의 기제로 활용된다. 예컨대 노동자 대중을 분할하는 내부노동시장 형성의 기제로서 실물적인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의 개선보다는 개인연금(보험)과 기업연금의 한 형태인 종업원지주제, 임금의 새로운 지불방식으로서 스톡옵션이 적극 추진된다. 이는 보다 세련된 형태의 효율성 임금논리에 의해 뒷받침된다. 여기에서 효율성임금이란 예컨대 보너스임금, 연봉제, 스톡옵션을 말하는 것으로, 집합노동자의 평균생산성을 기준으로 임금을 결정짓는 생산성 임금체계와 달리 임금의 크기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된다고 보는 임금체계이다. 이는 과거 (구)케인즈주의적 노동(임금) 정책의 성격과 크게 다른 것으로, 신자유주의적 정책당국은 오히려 효율성 임금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비자발적 실업을 용인(혹은 부추기는)하는 가운데,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하에 불안정노동을 더욱 확산시킨다. 결국 임금은 개별 노동자들간에 엄청난 편차를 가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노동자들간의 경쟁이 심해지며, 임금결정과정에서 여타의 제도적 조직적 개입은 봉쇄되어 임금의 신축성이 노동, 고용의 신축화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본의 금융화 전략은 고용의 불안정화와 노동통제강화를 양축으로 하는 노동시장의 신축화를 위해 법제도적 개혁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전방위적인 노동의 분할과 배제를 의도한다. 둘째, 이러한 금융적 포섭의 체계는 개인과 가계의 생계와 노후대비자금을 주식시장의 운명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며, 구조조정과 고용의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킨다. 자본은 더 넓은 층을 ‘혜택’이라는 명목으로 포섭하고자 하며, (강제적․자발적 방식으로) 노동자들은 이러한 금융적 수혜 앞에 스스로를 주식시장의 운명에 결속시킨다. 노동자들의 최후의 소득원천들이 금융자본의 이해에 귀속된 것이다. 분명 금융시장은 소득 분배 순환의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구조는 더욱 체계화되고 있다. 결국 금융시장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보호되어야만 하는 무엇이 된다. 이미 수천만의 민중들이 생계와 노후를 위해 금융 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기금의 금융화가 가지는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금융자본은 노동자의 (노후보장 용도로 누적된) 임금을 활용함으로써 화폐를 집중시키고, 소득배분을 금융의 이해에 유리하게 수정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된 반면, 노동자는 금융의 불안정성에 따른 위험과 손실을 떠맡게 되며, 기업지배구조의 금융화를 촉진하여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킨다. 그 의미는 노동자에게 주식소유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여 구조조정의 추진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스스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불행한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금융의 구조에 따라 한 노동자가 퇴직하여 획득하게되는 연금수령액 (급여)수준이 현시기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착취강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금융의 새로운 전략은 노동자의 단결에 기초한 운동을 파괴하고, 그 대신 자본시장 활성화와 경제의 투기화를 지탱해주는 (소액)주주행동주의로 운동을 대체함으로써 ‘성공한 노동자’는 있어도 ‘노동자의 성공’은 없는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고용, 노동조건을 구조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들이 기대하는 미래는 없다. 금융시장을 보다 정확히 보면 그것의 발전과 현재의 구조 그리고 지배의 뛰어난 정치적 성격을 알게 된다. 자본은 축적체계의 일반적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성장의 원동력을 고도금융(high finance)을 통한 잉여가치의 분배기술에서 찾고 있다. 생산부문의 퇴행적 축적, 더욱 불안정해지는 고용, 사회적 정치적 퇴보를 특징으로 하는 금융의 세계화 과정.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시장은 호명되지 않은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상이 없는 힘이 아니라, 거대 기관투자가와 초국적 자본(TNC)에 의해 조직되고 그 이해에 복무하고 있다. 그들만을 위한 금융시장의 지배는 전복될 수 있으며, 바로 여기에 전 민중의 저항이 조직되어야 한다. PSSP
의료시장 개방, 무엇이 문제인가? 박주영(사회진보연대 기자,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작년 11월 열린 제4차 WTO각료회의에서는 뉴라운드 출범과 관련하여 농업, 서비스, UR 합의사항 이행문제, 반덤핑협정 개정문제 등 9개 분야별 협상을 거치기로 합의했다.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협상은 2005년 1월1일 완료, 2006년 본격 시행을 목표로 한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나라 의료계 역시 지난 6개월 동안 정말 분주히 움직였다. 각 의료 관련단체별로 간담회와 토론회를 진행하여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생존 방안을 고민했다. WTO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지난 7월 15일부터 26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렸다. 정부협상단을 비롯하여 각 분야의 대책위와 비공식대표들을 현지로 보내 각 국의 협상동향을 탐색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 쟁점마다 관련단체별로 이해관계를 달리하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병원조차 병원 규모 별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반응은 의료시장 개방을 전제로, 개방에 따른 생존전략 모색의 과정에만 국한된다는 것이 문제다. 정작, 의료시장 개방 자체가 몰고 올 사회적 영향과 파장은 분석하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남을지 호들갑스레 떠드는 것보다, 의료시장 개방 자체의 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WTO DDA 출범,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개방 확대 도하개발의제에서 진행되는 협상의제 중 하나인 서비스협정(이하 GATS)은 기설정의제(Built-in Agenda)로서 2000년 2월부터 후속협상이 시작되었다. 지난 2001년 3월에 끝난 1차 협상에서는 협상의 범위와 방식, 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작성, 협상준비작업이 중점 논의되었으며, 서비스 협상은 어떤 분야도 사전에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이번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도 각 국은 별다른 이견 없이 1차 협상의 내용에 만족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2002년 6월 30일까지 서비스분야 개방 요구사항을 제출하고, 2003년 3월 31일까지 양허안을 마련하는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서비스협상에서 다루는 주요대상은 12개 분야에 이른다. 과거에 서비스는 비교역재로 간주되어 이에 대한 다자간 무역규범이 존재하지 않았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서비스분야의 국제교역을 다루는 최초의 구속적 다자간 규범인 GATS가 제정됨에 따라 1995년 WTO출범이후부터 정식 협상의제로 채택된 것이다. 사실 도하개발의제의 출범이 갖는 의미는 WTO체제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서 탄생한 세계무역기구(WTO)는 공산품만의 교역을 다뤘던 GATT와 다르게, 농업 및 지적재산권 같은 새로운 영역까지 규제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그뿐 아니라, 자유무역의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해 곧바로 ‘무역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는 명실상부한 세계화체제의 지휘자로 자임하고 나섰다. 이번 4차 WTO각료회의에서,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의 성과를 그대로 유지하고 농업, 서비스분야의 개방 폭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적인 협상을 진척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미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값싼 철강, 자동차등의 공산품이 대량으로 수입되는 것을 제어할 수 있는 반덤핑법과 제3세계의 주요 수출 품목인 섬유․의류에 대한 수입할당제 유지 등 자국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입지를 상당수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도하개발의제의 출범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개방 폭은 더욱 확대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2002년 6월 30일까지 확정한 각국의 양허안을 놓고, ‘우리는 이만큼 개방할 테니 너희도 이만큼 개방하라’는 협상뿐이다. 뿐만 아니다. ‘다자무역체제와 함께 지역무역협정이 전세계 무역자유화의 토대로서 중요하다’는 내용이 선언문에 포함되면서 양자간 혹은 지역무역협정 체결은 더욱 가속할 전망이다. 결국 미국은 자신이 취할 것을 대부분 관철시킨 셈이 되었다. 반면, 개도국을 비롯한 남반구 국가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고작 선언문에 들어간 문구(‘자유무역의 혜택이 개도국과 최빈국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몇 줄뿐이었다. 누구를 위한 의료시장 개방인가 WTO는 교육과 보건의료, 상수도를 포함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왔다. 미국 서비스산업연맹은 해외시장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 운운하며 GATS협상에 보건의료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한 미국 공공교육에 개입한 거대기업들은 교육시장의 자유화가 서비스협정 후속협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무역기구들이 협상의제에 보건의료를 포함시키자는 주장은 공공서비스인 보건의료 자체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퍼뜨리면서 확대되고 있다. 즉, ‘낮은 질의 공적 서비스’로는 더 이상 각 국 국민의 수요와 욕구를 해소할 수 없으며 이를 뒷받침할 만큼의 국가적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보건의료라는 공공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민영화하여 경쟁을 통해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의 공적 재정지출을 감소시키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World Bank는 보건의료분야의 민영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다음과 같은 예들을 제시한다. ▷ 보건의료비는 급증하는데 반하여 정부의 가용자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 ▷ 생산적 분야에 대한 투자 압력의 증대로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투자가 불가피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현실 ▷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간의료비지출이 정부가 담당하는 보건의료비 지출을 능가하는데, 특히 이러한 현상은 저개발국에서 두드러짐 ▷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보다는 비용을 지불하는 민간의료를 사람들이 선호하는 현실 ▷ 민간분야는 정치적․행정적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 ▷ 보건의료 민영화의 확대는 정부지출을 감소시키며, 그로 인하여 정부는 빈민들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됨 ▷ 경쟁과 유인과 같은 시장기제의 도입은 서비스 질의 향상을 초래할 수 있을 것임 보건의료서비스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민영화는 역사적으로 서구복지국가모델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실패’에 의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부정하는 형태로, 즉, 재원마련과 서비스 제공을 정부가 직접 담당하는 것은 부당하며, 정부는 민간이 적절하게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제한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해졌다. 민영화의 논리가 적극적으로 지지 받자, 보건의료 분야는 자연스럽게 경쟁체제 구축을 거쳐 ‘세계 시장’에 편입되어 버린다. 흔히 공공부문이라고 하면, 통신, 교통 등의 기간산업 등 생산의 일반 조건을 담당하는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교육, 보건의료, 복지부문을 비롯한 노동력의 재생산도 포함한다. 따라서 공공부문을 매개로 하는 노동력의 재생산이란 공공부문 일반의 기능과 다르지 않다. 즉, 궁극적으로는 독점자본의 이윤증식에 복무하면서도, 그 형태는 이윤원리에 의한 지배형식을 벗어나서 보편적 서비스의 급여형태를 취한다. 이로써 자본의 전일적 지배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독점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윤요구에 부응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배원리가 직접 적용될 수 없는 영역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이 독점자본이 공공부문을 거부하는 핵심적인 이유다. 그런데 이제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함께 공공부문을 공격하는 것은 결국 이들 영역을 사적 이윤원리의 직접적인 지배 하에 돌려놓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공공부문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공기업의 민영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교육, 의료, 연금 등 사회보장과 공공서비스를 재편해 온 역사였다. 이제 서비스 시장개방을 통해 이들의 공세는 더욱 본격화되면서,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 논리는 국내 독점자본들뿐만 아니라,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는 데 혈안이 된 초국적 자본과 WTO에게 새로운 시장 영역을 확장하는 무기가 되었다. 교육과 보건의료 부문에 대한 지출 규모만 봐도 그렇다. 재정 규모면에서 우리나라는 1997년 기준으로 GDP의 6.7%만을 보건의료부문에 지출하지만, 이 취약한 공적 의료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쏟아지는 국민의료비 규모는 약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향후 6년간 보험재정안정을 위한 제도조정비용(transition costs)으로만 약 25조원에 이르는 국가재정이 투입될 전망이라고 하니, 그 자본의 규모와 시장의 크기 면에서도 의료분야는 단연 군침 도는 대상이다. 의료시장 개방을 위한 핵심적 조치 의료시장 개방과 맞물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제반 규제완화 조치들은 영리법인 인정, 건강보험시장 개방, 요양기관 강제지정 철폐 등의 내용을 핵심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일련의 이 제도개정에 대한 압력의 증가는 보건의료체계의 전면적 상업화와, 사회보험으로 존재하는 건강보험체계를 민영화시키는 강력한 동인이 되면서, 의료체계 자체를 금융화시키는 양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1. 의료법 개정 : 의료기관 비영리법인→영리법인화 의료서비스 시장개방과 관련해서는 가장 먼저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의료기관에 대한 비영리법인 문제이다. 지난 7월 10일 조선일보에는 “복지부 추진, 병․의원도 ‘營利법인’된다 - 이르면 내년부터 민간자본으로 의료기관설립”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병․의원 등 의료기관을 ‘영리(營利)법인’으로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돼 이르면 내년부터 개인의 의료기관 투자와 ‘주식회사형(型) 의료기관’설립이 자유화될 전망이라는 내용이었다. 의료시장 개방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외국의료기관과 인력의 국내진출에 따른 의료법인 설립조건 완화 및 영업이익의 해외송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은 당연한 것이다. 초기단계에서 외국의료기관의 국내 진입은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국내병원이 선진국의 자본, 의료정보, 병원경영기법 등을 끌어들이는 합작투자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때, 문제는 의료법 30조에 규정된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불허 조항이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병원자본들은 한국 내 병원에 투자한 이윤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는데, 이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외국자본에 대한 투자자산의 송금 보장은 투자협정에서 가장 대표적인 요구사항 중 하나다. 그들에게 회수되지 못하는 투자는 당연히 무가치한 셈이다 보니, 외자유치를 목놓아 외치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연스레 '의료기관 비영리법인' 규정에 손을 댄다. 의료서비스 분야의 대외송금이 허용될 경우, 외국자본의 진입이 가장 먼저 예상되는 분야는 성형외과, 치열교정 등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다. 의료보험이 적용된 분야는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돼 보험수가가 차별적이 되고 난 다음일 것이다. 그래야 가격경쟁력에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계약제도 외국의료기관의 국내 진입방식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유명병원의 분원형태, 미국병원기업의 체인병원 형태로 국내 의료인을 고용해 진료와 병원경영까지 떠맡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외국자본이 병원을 구입해 국내의료인에게 사용료를 받고 대여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이때, 외국의료기관의 주요 투자 및 진입분야는 각종 건강검진 및 증진시설, 장기요양시설, 암․심혈관, 장기이식․시험관아기센터와 아동․여성․안과․치과병원 등 주로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하고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분야일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 자본들은 비보험기관으로 일반수가를 받아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민간의보 활성화를 통해 매출을 더욱 늘리려 할 것이다. 이렇게 외국자본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도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 역시 문제가 된다. 건강보험 제도에서 요양기관 확보는 건강보험 운영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당연지정제도가 계약제로 바뀌기 위해서는 국가가 직영하거나 국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그도 아니라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율이 높아 민간의료기관이 굳이 건강보험 밖으로 나갈 동인(動因)이 없어야 한다. 이상은 말하자면, 이미 수익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마음대로 이윤을 뽑아낼 수 없었던 걸림돌이었던 셈이다. 모든 의료기관이 공보험 적용기관인 마당에,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현재, 이 조항은 이미 대한의사협회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헌법 11조 평등권, 헌법 15조 직업의 자유, 헌법 제22조 학문의 자유, 헌법 제23조 재산권의 보장, 헌법 제119조 경제질서의 기본 등 헌법이 정하는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며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라는 위헌심판소송을 걸어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이다. 최근 들어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이 공공연히 거론되면서,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 스스로 이 조항을 수정할 뜻을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될 DDA협상이 3년 과정을 거쳐 타결될 경우, 이미 이루어진 보험시장 개방과 함께 의료시장 개방 확대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국내에 진출할 외국 의료법인 등을 국내 의료체계 내에 끌어들이려면 거기에 맞는 의료보험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재경부의 입장이다. 즉 자국 내 민간보험사와 의료보험 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 의료법인이 국내에 들어오면 건강보험(공보험)과 마찰을 일으키게 되므로, 우리도 미국처럼 민간의료보험 체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주간동아 2002.4.11)는 것이다. 공보험의 요양기관 계약제도가 시행될 경우 병원들은 당연히 수가 낮은 건강보험(공보험)을 계약하지 않으려 할테고, 민간의료보험과 계약하면서 보험적용이 안 되는 수가 높은 의료서비스만을 제공하려 할 것이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가 계약지정제도로 바뀌게 되면, 이것이 민간보험 활성화의 전환점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3. 보험업법 개정: 민간의료보험의 제도적 기반 구축 6월 16일, 재정경제부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표하여,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슬그머니 내비쳤다. 그러나 이것은 갑작스레 발표된 것은 아니었으며 작년 말부터 꾸준히 그 흐름을 이어온 것이다. 2001년 12월 14일 보건복지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업무전담(Task Force)팀은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협력을 통한 의료보장체계의 개선방안>이라는 안을 발표했다가 시민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치자 유보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러다 다시 올해 3월17일, 이번에는 재정경부가 갑자기 민간의료보험의 조기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그 후 OECD가 지난 5월 9일 보건복지부에 대해, 국내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16개 권고사항을 통해 비급여 부분에 대한 민간보험과 의료저축계정을 도입해 의료비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더불어, OECD는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선 외부평가와 의료기관 자발적 규제 등을 통해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혀, 과도한 규제를 정비할 것도 권고한 바 있다. 건강부문 민간보험 시장은 1980년대 초에 개발된 암보험을 중심으로 발달해오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보충보험성격의 의료비보장보험이 도입되는 추세다. 시장 규모만 해도 보험료를 기준으로 2000년 현재 3조 816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보험업계는 기존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민간보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을 기대하면서 상품 개발을 위한 각종 정보와 민간보험 가입시 세제상 소득공제 혜택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공적 연금체계를 축소하고 퇴직금제도를 철폐하며, 기업연금과 개인연금보험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경쟁촉진과 자율성 확대, 보험제도의 선진화라는 명목하에 정부가 노골적으로 이들 금융자본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밝히고 있는 방카슈랑스의 도입과 재벌의 금융업 진출, 기업연금제 도입 및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은 자본에게 새로운 경쟁체제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 결과 탓에 소수 금융복합기업으로의 자본집중, 시장지배력의 확대가 발생하게 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담긴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이러한 금융화 전략의 일부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의료시장 개방이 가져올 사회적 문제점 1. 의료시스템의 금융화, 투기화 민간의료기관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90%를 차지하는, 철저하게 이윤 중심의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서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 자체를 아예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 한편, 의료기관 자체가 기업형으로 전환되고 운영 자체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향이 심화될 것이다. 특히나 의료기관 영리법인화는 곧 외국투자자의 해외송금을 허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투자 유치 및 해외송금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외국인 투자 자산의 송금을 자유로이 보장함으로써 금융․주식시장에서의 단기적인 투기를 통해서건,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이윤이건 투자자산의 국경간 이동이 자유롭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주식회사형 의료기관’의 등장을 예고한다. 투기성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국내 경제의 불안정성은 가중되는 반면, 해외 자본의 재투자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의료기관이 전면적인 영리목적으로 운영될 때, 주식회사형 의료기관의 등장은 불가피하며 그 자체로 의료시스템 자체의 금융화, 단기적 투기로 인해 보건의료산업의 불안정성이 가속화된다는 것은 상상만이 아니다. 특히나 이것이 전 국민의 기초생활과 생존에 직결된 보건의료 분야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 민간의료보험 도입으로 인한 사회보험체계 붕괴 작년 12월 보건복지부 안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은 비용효과성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급여범위의 대폭적인 축소를 바탕에 깔고 있다. ‘비용효과성’을 기준으로 공보험과 민간보험의 범위 여부를 판단한다면, 중증질환의 경우 ‘비용효과성’이 높은 서비스의 범위는 매우 축소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중증 만성질환은 현대의학에서 완치할 수 있는, 즉 비용에 따른 치료 효과가 높은 질환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제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생명을 연장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조적 서비스일 뿐이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의 대부분이 첨단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수인 고가의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민간 의보 지지자들은 기본적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을 통해 제공하고 효과가 높은 질환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한다. 자연스럽게 건강보험의 급여범위가 축소되며 건강보험의 급여영역은 예방접종, 공중보건서비스, 급성전염성 질환치료 등의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 결국, 건강보험은 그저 명목만 남게된다. 대신 민간의료보험이 붕괴된 사회보험을 대신하려 들 것이다. 3. 의료비 부담증가, 의료접근권의 양극화 사회보험이나 조세방식 등 어떠한 의료제도를 운용하건 간에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국민의료비의 73%를 공적재정으로 부담하고 있다. 즉, 병이 나면 총 진료비의 3/4 정도를 사회보험이 부담하거나 조세로 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머지 1/4만 환자본인이 비용을 직접 지불하면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에 대한 공적재정 부담비율은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으로 진료비의 37.8%만 공적재정을 통하여 부담될 뿐, 나머지 60% 이상은 환자본인이 부담(민간보험 19.3%, 개인직접지불 43.0%)해야 한다. 보험이란, 의료서비스가 갖는 사건발생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예측하지 못한 질병치료에 드는 비싼 의료서비스 비용 부담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파국을 예방하기 위한 위험분담(risk-pooling) 방식이다. 그 중 위험분담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사회보험체계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방식으로는 사회보험 급여범위에서 재난성 질환들이 제외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의료보장체계의 위험분담 기능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동일한 급여 수준을 제공받으려면 더 많은 보험료(공보험료와 민간보험료 이중으로 부담)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돈이 없는 자는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보니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거나 사망하게 되는 불행이 속출하고 만다. 4. 개인병력 관리를 통한 계층화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0일 <국민건강 증진 종합계획>에서, 우선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실태조사를 거쳐 질환별 등록체계(D/B)를 구축하고 보건소를 통한 방문보건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은 민간에서 이미 추진되고 있었다. 지난 5월 9일 삼성SDS와 (주)엠네트워크코리아가 상호제휴, 병의원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및 솔루션 사업과 제반시스템구축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추진하는 건강검진 및 검사정보 시스템은 전국 병의원에서 혈액, 소변, 체액, 생체조직 등의 각종 검체를 수거해 중앙의 검사전문시설(검사센터)에서 검사 실시, 그 결과를 전국 해당 병의원에 통보해주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의료 데이터센터에서 환자의 검사 또는 검진자료를 DB관리함으로써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환자병력을 손쉽게 파악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험자본에게 얼마나 유용한 것인가! 이처럼 정확한 개인정보(의료정보까지)가 보험금융자본에게는 더욱 세련된 위험관리체계의 운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이는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반면, 개인적으로라도 자신과 가족의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려는 노동자․민중들에게 이것이 보험료인상, 보험가입 제한 등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수익이 되지 않는 고비용의 질환자들은 아예 보험대상에서 제외시키거나 아니면 적용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만들테니 말이다. 결국 경제력을 못 갖춘 자는, 고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자신의 수명을 재촉할 수밖에 없고, 경제력을 갖춘 자라도 민간의료보험자본과 상업화된 의료기관에게 끊임없이 이윤을 가져다주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자본은 계속적인 정보화 작업을 통해 이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면서 계급화, 분절화 할 것이다. 앞서 말한 의료접근의 양극화와 개인정보의 통제관리는 결국 노동력 재생산의 전반적 과정에서 분절화 경향으로 드러난다. 노동력 재생산은 가장 포괄적으로 의식주 전반에 걸친 ‘생활의 재생산’을 의미하는데, 국민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체계의 시장화는 ‘소비의 양극화’와 정치적 ‘두 국민전략’의 영속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노동력 재생산을 담당하는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분절화 속에서 배제와 관리의 이중적 논리가 전면화되고, 이들에게 제공되는 몇몇 공적인 관리는 대부분의 경우, 노동력 재생산의 불안정을 제거하기보다 그것을 영속화하면서 저항에 대한 효과적 관리와 분할을 목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5. 의료기관 노동자들의 불안정화 오늘날 노동과정 재편 핵심은 ‘조직적 혁신’이며, 이를 통해 노동과정을 불안정하게 하고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노사관계 안정은 금융팽창에 필수조건이며, 동시에 생산부문의 이윤율 하락은 끊임없는 노동시장 압박요인이 된다. 전근대적인 경영방식과 주먹구구식의 병원운영을 일삼아왔던 중소병원들의 경우, 의료시장 개방으로 합리적인 경영, 투명한 선진경영기법 따위의 도입 압박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이 할 것이다. 반면 외국자본이 투자했거나 이들과 합작한 의료기관의 경우, 소유와 경영의 분리, 병원구조의 수직적 통합을 거쳐, 법인구조의 기본적 틀을 유지하게 된다. 이들은 결국, 금융 형태를 띠는 자본가, 혹은 금리생활자의 이해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생산관계를 변형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 역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관리 및 조직혁명이 진행될 것이다. 기계화 및 자동화 등과 같은 기술적 혁신을 통해 모든 부문에 미숙련노동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총괄적 품질관리/팀작업/배치전환 등을 통한 각종 조직적 혁신으로 모든 부문에서 미숙련 노동의 불안정화가 심화될 것이다. 지금도 근거 없는 병원위기설을 빌미로, 노동자들에 대한 일상적 탄압과 임금/ 고용조건에 대한 구조조정을 일삼는 상황에서, 의료시장 개방으로 인한 선진경영기법 도입 등은 또 다른 방식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무엇으로 싸울 것인가 이미 재정경제부는 수도권 지역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 본부 유치를 위한 여건조성의 일환으로 외국인을 위한 교육, 주거, 의료, 문화를 포괄하는 생활환경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경제특구 지역에 외국병원 및 외국약국의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동북아 지역의 물류, 기업, 금융의 중심거점으로 발전시킨다는 기본청사진인 셈인데, 이에는 모든 외국인 투자유치 전략이 포함되어 있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단계별 개발 및 재원조달 방식 등 하드웨어적 요소와 외국인에게 우호적인 경영환경과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요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병원의 국내의료시장 진입은 국내 병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제휴를 맺거나 지사를 세우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 이전에는 초국적 의료자본의 진입과 이를 자유롭게 보장할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시장 개방이 갖는 정치, 경제적 맥락을 파악하고, 이를 저지하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민간의료보험 도입이나 이를 위한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 등은 각기 개별적으로 논의되거나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 아니다. 또한, 의료시장 개방으로 인한 국내 중소병원의 위기와 이를 완화시킬 정부의 병원 활성화방안 등은 개별 사업장이나 개별 노동조합에서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1980년대에 미국 자본주의가 전세계적인 금융적 팽창을 촉발시켰고 당시 이러한 금융적 팽창은 이른바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도한 것처럼, 현재 제기되는 서비스 시장개방 문제 역시 이들이 새로운 시장을 찾으면서 전세계적 금융화 전략을 확대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연금기금, 증권 포트폴리오 투자 및 관리를 위한 뮤추얼펀드, 생명보험 및 그것을 보충하는 퇴직보험 등의 각종 기금들이 금융적 팽창의 강력한 행위자로 부상한 후, 월스트리트와 제3세계의 주식시장 등을 중심으로 금융적 팽창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보건의료부문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시장 개방을 더욱 확대하고 이를 자신의 이윤추구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의료시장 개방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 폐지, 민간의료보험의 도입 등은 서로 강력하게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뿌리까지 흔들고 있고, 이는 결국 즉각적인 전민중의 건강권, 생존권 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임박한 의료시장 개방에 맞서 의료체계의 상업화 반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금융화 반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절실하다. PSSP
반도체 산업은 첨단 기술의 “클린 룸”을 자랑하였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은 첨단기술의 보호 장치들이 마이크로 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시작했다. 수잔 Q. 스트라나한 번역 : 김영식 1984년, 종합 검사 결과, 40세의 아미다 메사(Armida Mesas)는 유방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라틴계인(라틴계 여성들은 대부분의 소수민족보다 암 발생률이 낮다) 메사는 두 아들을 출산했으며(출산은 역시 감염을 낮춘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는다. 그녀의 어머니도 그리고 7 자매 역시 이러한 병에 걸린 적이 없는데 그녀만 이런 병에 걸리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나이 57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왜 그런 암에 걸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녀의 동료, 수자네 루비오(Suzanne Rubio)가 왜 36세의 나이로 유방암으로 죽었고 그녀가 알고 지내던 상당 수의 사람들이 왜 암에 걸리게 되었는지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 모두는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는 IBM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컴퓨터, 휴대폰 등, 하이테크 상품에 적용되는 실리콘 칩을 생산했던 것이었다. 메사는 다른 250명의 반도체 노동자들과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하이테크 공장에서 사용되는 독성 화학약품들이 노동자들에게 암을 유발하고 자녀들에게 선천성 기형을 일으키는 지 여부를 증명하고, 고용주들이 그 화학약품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보호대책을 새우지 않았음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사회에 부각되지 않고 있다.”라고 요셉 라도우(Joseph LaDou) 박사는 언급하였다. 그는 직업병치료를 위한 국제 센터 회장이며, 1970년대부터 대규모 반도체 제조가 시작된 이래로 이 산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거의 30만명의 사람들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 노동자들은 작업량의 1/4정도는 일상적으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독성 화학약품에 노출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노동자수는 백만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 회사중 인텔과 모트롤라와 같은 미국회사들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매년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국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 위해 수 조원씩 투자하고 있다. 라도우 박사는 반도체 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노동자들(그들 중 대부분은 여성이거나 소수민족이다)의 건강문제는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은 이제까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훨씬 큰 문제다. 아마 석면에서 경험한 것보다 더 크게 만연될 것으로 본다”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칩이 만들어지는 “클린 룸(clean room)”에서, 노동자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덥을 수 있는 보호옷(통칭 토끼옷)을 입는다. 그러나 이 옷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칩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계된 옷이다. 클린룸에서 공기도 일정하게 순환되지만 필터는 먼지만 제거하고 화학 가스는 제거하지 못한다. 노동자들이 클린룸에서 작업하는 동안 발암물질 혹은 발암물질로 의심받는 수십종의 화학약품에 노출되고 그것을 호흡한다. 이들 약품중에서는 톨루엔(toluene), 카드늄(cadmium), 아신(arsenic), 벤젠(benzene) 그리고 트리클로로에칠렌(trichloroethylene)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물질들 뿐아니라 여러 화학약품들의 혼합으로 생성되는 화합물 역시 피할 수 없다. 역시 이런 화합물들은 사람에게 미치는지 영향을 한번도 실험된 바 없는 물질들이다. 그러나 산업계 대표들은 노동자들에게 노출된 독성물질의 양이 모두 직업 안전 보건부(OSHA)와 같은 정부 기간에서 설정한 기준치 이하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 규정은 수십종의 위험한 물질들이 항상 세어 나오고 있는 실제 작업장의 상태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노동자 지지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노동자 지지자들과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여러 질병으로 스러지기 시작하자 그 규정의 효율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고, 고용주가 위험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경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25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있는 IBM과 내셔날 반도체(National Semiconductor) 등 하이테크 반도체 회사를 고발하였다. 고발당한 회사는 이외에도 칩제조에 사용되는 화학약품을 생산하는 유니온 카브라이드(Union Carbide), 듀퐁(DuPont)과 이스트맨 코닥(Eastman Kodak) 등도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들은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수많은 독성 혼합물들이 선천성기형과 유산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첨단 산업의] 클린(Clean)한 이미지는 안전하다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많은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산호세의 아만다 하위(Amanda Hawes) 변호사는 주장한다. 많은 IBM노동자들처럼, 24년가량 근무한 아미다 메사는 빅불루(IBM)에서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IBM의 회사 관료는 “항상 우리들을 제일 우선적으로 [안전을 위해서] 개개인을 감독하고 있다고 이야기했고, 우리들은 그말을 완전히 믿었다”라고 메사는 [그때를] 회상했다. 메사는 1968년, 그녀의 나이 23세 때 코트 로드(Cottle Road)에 있는 IBM에 취직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 지금의 실리콘 벨리인 산호세가 농장과 과수원이었을 때, 오랫동안 그 지역을 실리콘 벨리라고 불렸다. 1959년에 문을 연 그 공장은 인텔, 휴렛페커드, 내셔널 반도체, NEC 전자 등과 초창기 컴퓨터 회사중의 하나이다. 반도체 칩 제조에는 위험하다고 이미 알려져 있는 수백가지의 화학약품들을 사용한다. 접시 크기의 실리콘 웨이퍼를 가지고 여러 가지 산과 용매로 3차원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세기고 벗겨 내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작업과정을 거쳐 생선된 수많은 미세 전기도선을 통해 반도체에 전기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매 공정마다 실리콘 웨이퍼에 화학약품 처리하여 평탄하게 하거나 아신과 같은 화학약품도 칩에 부분적으로 주입하여 특정부부에 전기를 잘 통하게 하기도 한다. 거의 20여년 동안 메사는 반도체 칩 제조 라인의 클린룸에서 일했다. 그녀와 동료 노동자들은 우선 보호 가운과 신발을 신은 후에 토끼옷(방진복)을 입었다. “반도체 웨이퍼에 있는 화학약품을 씻을 때 우리가 끼고 있는 장갑은 다소 거치적거린다. 장갑이 재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때로는 장갑을 벗고 작업하기도 한다.” 메사는 작업하는 동안에 종종 건강의 좋지 않음을 느꼈다. 두통과 축농증, 혹은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증세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1984년에 유방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후 완쾌되자 그녀는 다시 일터로 나갔다. 그러나 1991년에 다시 재발하여 유방절제 수술을 받게되었다. 그녀가 근무한 IBM은 그 이듬해 그만 두었다. 얼마 후 그녀의 코트 로드의 가까운 몇몇 동료들 뿐아니라 다른 노동자들도 역시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맙소사, 이게 전염병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1988년 이들 작업 노동자들중 일부가 IBM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메사도 역시 소송을 제기했다. 약 50건의 소송이 켈리포니아에서 제기되었고, 뉴욕의 이스트 피셔킬(East Fishkill)과 버몬트의 에식스 정션(Essex Junction)에 있는 IBM 공장에는 약 200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된 상태이다. 뉴욕의 아몽크(Armonk) 위치한 IBM은 가장 긴 역사 때문에 대부분의 소송의 초점이 되고 있다. IBM대변인은 이 소송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첫 소송은 이스트피셔킬(East Fishkill)의 IBM 공장 클린룸에서 일하였던 패지 칼튼(Faye Calton)과 미가엘(Michael)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들의 아들 자채리(Zachary)(16)는 심한 골격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1996년에 미가엘과 칼튼은 이 장애에 대한 보상으로 IBM에 4천만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작년 비밀에 붙인다는 조건으로 비공개된 금액에 타협하여, 재판까지 가지 않고 빠른 시간에 끝냈다. 그 당시 IBM은 “첨단 과학에 기초해서, 이 소송에서 IBM은 어떠한 책임도 없으며, 잘못된 조치도 없었음을 확신한다”라고 주장하였다. 뉴욕에서는 이 회사를 대상으로 80여건 이상의 소송이 있었고 올 후반기에 재판이 잡혀있다. IBM에 대한 캘리포나아 소송에서는 재판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소송건들이 있지만, 원고 모두에 공통적인 소송건이 있다; IBM 등 첨단 회사들은 그 회사에서 사용되는 화학약품들이 노동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동] 연구 제안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에, 클리콜 에테르(glycol ethers)-반도체 산업에서 한때 널리 사용된 화학약품-가 실험실 동물 실험에서 불임을 유발 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1989년에 반도체 산업 협회에 의해 지원되는 연구를 포함하여, 뒤이은 연구 보고에 따르면, 화학약품에 노출된 반도체 노동자들의 유산율은 예상치 보다 두배에 달한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1990년대 중반에 되어서야 글리콜 에테르의 사용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갔다. 그러나 아직도 사용되는 많은 다른 화학약품들, 예를 들면 크실론(xylene), 트리클로로에칠렌, 페놀 그리고 아세톤 등은 불임과 관련이 있다. 1991년에 캐나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클린룸에 사용되는 약품과 유사한 화학약품에 노출된 임산부들은 125명중 13명이 기형아를 출산하였다고 한다. 이 통계는 화학약품이 없는 작업장에서는 125명중 1명 정도임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수치임을 알 수 있다. 한 연구자는 반도체 제조업에 여성노동자들의 비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불임 문제는 매우 위험한 문제라고 경고한다. 이 산업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2000년에 미국인들의 시급의 중앙값은 12달러이다) IBM과 같은 큰 회사는 12시간 교대 근무로 좋은 수익을 보장해 주었고,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에게는 상당해 매력적인 직장이었다. 최근에 전문가들은 반도체 노동자들에게 [유산, 불임 그리고 기형아 출산이외에] 또 다른 위험-암발생을 경고했다. 1985년 이전에도 IBM의 한 화학자는 그의 직장 상사에게 상당히 많은 그의 동료 노동자들이 여러 형태의 질병에 걸렸다는 경고 메모를 남긴 적이 있다. 그후 많은 연구 보고에 따르면, 전자 산업에 장기간 근무한 노동자는 특정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월 영국 정부의 실제 조사 보고서의 내용 때문이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그린녹(Greenock)의 내셔널 반도체에 근무하는 4000명 이상의 노동자들 중에서 유방암, 폐암, 뇌종양 그리고 위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미국의 반도체 노동자들에 대한 암 발생률은 조사된 적이 없다; 1998년, 캘리포니아 보건 서비스부(California Department of Health Services)는 이에 대한 연구를 계획한 바 있었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 “클린룸에서의 작업과 암발생이 관련이 있다는 충분한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또한 “그와 같은 연구에 관여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반도체 산업 협회의 대변인 몰리 투틀(Molly Tuttle)은 주장하였다. 2000년에 그 협회는 이 연구를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자체 과학자문 위원회를 소집한 바 있다.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매우 심각하게” 논의되었다고 투틀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어떤 조치를 빠른 시간내에 취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라도우와 존 배랄 3세(John Bailar III) 박사 그룹은 WHO가 클린룸 노동자들에서 암 발생률을 국제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직업병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이 문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넓은 영역에 걸쳐 깊이 있게 공중 보건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배랄박사는 암 관련 정부기관 담당자에게 1월에 보낸 한 편지에서 주장하였다. 특히 개도국의 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개도국에서 직업안전에 관한 법률들이 약하게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고, 선진국에서 이미 위험하다고 밝혀진 화학약품과 장치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배랄은 스코틀랜드의 연구를 포함한 연구결과를 살펴본 후에 [즉시 이러한 활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 연구결과를 보면 상황이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은 연구 결과에서도 공통적으로 신체의 4곳에서 암 발생-[유방암, 뇌종양, 폐암, 위암]-이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자료는 비록 [반도체내의 작업환경이] 암 발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그 관련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라고 배랄은 주장하였다. 배랄에 따르면 유산, 선천성 기형 그리고 특정 암은 같은 화학약품에 의해 촉진될 수 있으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독성은 인간 유전자에도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화학약품에 노출된 후에도 수년 동안 건강상의 문제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의 직접적인 연계를 밝히는 것은 무척 어렵다. “노동자들이 20여년 동안 이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라고 브루스 포웰(Bruce Fowler)박사는 언급했다. 만약 [20년 전] 이 연구에 집중했다면 현재 노동자들이 법정소송에서 제기한 [많은] 의문에 대해서 상당수는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에드 마츄작(Ed Matuszak)는 1988년 1월에 IBM에서 일을 시작하였다. 화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고 재료과학에 석사를 받은 에드는 빅블루로부터 다섯 개의 부서에서 일을 제안을 받았다. 그때의 행복감은 아마 북부 버몬트에서 최고였을 것이다라고 그의 아내 스잔은 회상한다. 그는 벌링톤(Burlington) 부근에 있는 엑식스 정션의 IBM공장을 직장으로 선택했고, 클린룸에 정교한 장치를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는 종종 12시간의 긴 작업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이 그에게 상당히 의미가 있음을 말하곤 했다. 2000년 3월 어느날 에드는 감기증세를 호소하며 퇴근했다. 몇 시간 후 발작증세로 뒹굴기 시작했고, 너무 심한 발작으로 어깨까지 탈골되기도 했다. 그의 아내는 고열 때문으로 생각했지만, 응급실 의사는 정밀 조사를 해봐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 다음날 아침 “ MRI 촬영을 했다. 신경외과 의사는 매우 퉁명스러웠다. 그 의사는 에드가 뇌종양을 갖고 있으며 5년에서 10년 정도 더 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잔은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그 후] 에드(40)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증세가 호전되는 듯했다.] 의사도 낙관적으로 이야기 했다. 공장에서의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그의 직장 동료에게 랩탑컴퓨터를 요구했고,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이야기를 했다. 재활기간 중 어느날 물리치료사는 간단한 수학 테스트를 했다. 그러나 그는 덧셈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순간 얼어 버렸다“ 고 수잔은 회상했다. 뇌종양이 다시 자라난 것이었다. 그해 6월 에드 다시 큰 발작을 일으켰고, 4주후 죽음을 맞이했다. 당시 에드가 알지 못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같은 병원 다른 병실에 에드의 동료 노동자 마이크 뷰드니(Mike Beaudry)도 역시 치명직인 뇌종양과 싸우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작년에 죽었다. 수잔 마츄작은 “두 남자의 병이 그들의 직업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공장의 다른 노동자들은 심각하게 고려하기를 원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추측컨대, 그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수잔과 뷰드니의 모친은 현재 IBM에 대해 소송중에 있다. 에드 마츄작의 경우처럼 직장에서 남자들의 뇌종양 발생률이 평균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1975년에서 1989년사이에 죽은 1만명 이상의 IBM노동자들을 대상으로한 199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년 혹은 그 이상 이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남성 기술자와 엔지니어사이에서 뇌종양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자료만으로 [암발생의]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 수치는 IBM이 [확실하게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포웰박사는 지적했다. 게다가 두 개 이상의 다른 연구 결과에서 전자 산업에서 노동자들 사이에 뇌종양 발생률이 증가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스코틀랜드 조사에서는 남성노동자에서 나타나는 뇌종양 발생률이 기대치보다 4배나 된다고 밝히고 있다. 여전히, 이러한 통계수치는 스잔 마츄작과 같이 작업장과 남편의 죽음의 관계를 급하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적절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클린룸에 사용되는 특별한 화학약품들이 직접 그 질병의 원임임을 밝히는 것은 헤라클레스의 힘을 빌려야 할만큼의 어려운 작업이다. 이는 연방정부의 보건 안전 가이드라인에 있는 100개의 화학약품 보다 더 많은 화학약품과 수십종 이상의 질병과의 관계를 밝혀 내야 하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됨에 따라 노동자들은 산업계의 변호에 대응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작업은 국가에서 인정한 가장 안전한 산업에 속한다라고 변호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자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자료를 종종 인용하는데, 반도체 제조업은 그 자료 목록에 나열된 200여개의 산업중에서 6번째로 낮은 산재와 직업병의 비율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자료는 작업중에 발생한 산재와 직업병에 관한 것이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병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2세에 발생하는 유전 병 혹은 불임에 관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러한 자료의 누락-특히 젊은 여성이 많고 이직률이 높은 이 작업장에서-은 [반도체 제조업이 매우 안전하다]고 쉽게 오인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 단속위원도 첨단 산업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작업장을 감독하는 연방 기관 [역시]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 특별한 감시와 연구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기록”들은 단속위원들게 단속에 있어 우선 순위를 갖지 않게 한다고 직업 안전 보건부(OSHA) 대표들은 지적하고 있다. “[산업체]가 ‘우리에게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입장을 이야기할 때 무척 심한 좌절감에 빠진다. ‘네가 틀렸어, 너는 사람들을 잘못 인도하고 있어. 우리에게 [직업병으로 확인된] 사망자 수를 [명확하게] 제시해봐, 그러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꺼야'라는 말은 항상 듣는다, 우리는 반도체 산업체들과 [싸움은] 오랫동안 이런식으로 반복해왔다.”고 산호세의 하위 변호사는 그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일부 산업 감시 전문가들은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널리 알려지고 값 비싼 소송을 치러야 할 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다. “만약 고용주가 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정부도 개입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변호사에게 가야한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할 사람이다.“ 라고 라도우는 주장한다. 그러나 [설사, 변호사를 찾아가서 재판을 하더라도] 수십년 혹은 수년이 지나야 이러한 의학적이고 환경관련 법적 이슈들은 해결될 것이다. 라고 포웰박사는 지적한다. 그런 동안에 미국과 해외에서 반도체 산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아파서 쓰러진 노동자들만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그들에게 죄가 다면 단지 일을 필요로 했다는 것 뿐이다라는 사실을..”PSSP
기술, 제도, 그리고 생산관계 4. 생산관계, 계급, 지배 기술과 분배의 변화 과정과 상이한 제도적 틀의 연속적 변화는 자본주의의 시대구분에 사실상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이것은 다른 접근방법들에 대해 이러한 분석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제공해 주는 3장뿐만 아니라, 1장이나 2장의 분석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의 의견으로는 이러한 분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번 장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서두에서는 생산관계, 생산양식, 계급에 대한 마르크스의 분석과 『공산당선언』에 대한 우리의 해석에 관한 몇 가지 기본적 원리들을 상기시킨다(4장 1절). 그리고 나서 우리는 이러한 분석 틀을 20세기에 적용한다. 우리는 19세기 후반 이후의 자본주의의 진화가 이전에 경영 자본주의의 출현이라고 이론화되어온 생산관계와 계급 유형의 점진적인 진화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4장 2절). 우리는 자본주의의 진화에 대한 이러한 해석이 여전히 적합하다고 믿는다. 자본주의 내에서 출현하는 새로운 포스트-자본주의적 생산관계와 새로운 계급유형, 새로운 계급모순이 존재한다. 우리는 지배계급(들)의 특정 분파가 지배하고, 특정한 타협이 구축되는 거대한 역사적 국면들의 교체를 고려함으로써 이러한 분석을 보충한다. 4.1 역사 :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틀 『공산당선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대한 분석에 상당한 부분을 바친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봉건주의 내에서 출현했다. 이 과정에서 대중들이 수행한 역할에 대해서의 거의 말해지지 않았다. 부르주아지들은 봉건적 사회관계들을 점차적으로 뒤엎고 마침내 이전 지배계급의 정치적 장치들을 전복하는 혁명적 계급으로 묘사되었다(지배계급 자체와 국가의 변형이라는 오랜 과정 후에).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묘사하는 방식은 자본주의의 발생에 대한 묘사와는 완전히 달랐다. 자본주의는 사회유형을 단순화시킨다고 말해진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고 하는 단지 두 개의 적대적 계급만이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는 거대한 생산력의 발전과 생산의 사회화를 불러일으키지만, 부르주아지들은 그들이 일깨운 사회적 힘을 통제할 수 없다. 이러한 무능력은 점점 더 커지는 위기로 나타나고,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혁명에 이르게 된다.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과는 대조적으로 이러한 혁명은 한 지배계급에서 다른 지배계급으로 권력이 대체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지도력 아래 계급 없는 사회가 출현함으로써 끝나게 되어 있었다. 역사는 이러한 전망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해석은 자본주의가 성숙한 인류사회의 궁극적 단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진정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단순히 연기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계급의 제거를 위한 투쟁은 우리의 의사일정에 남아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역사는 실제로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과 비슷한 새로운 이행이 진행중이다. 이는 새로운 경영적 지배계급과 함께 자본주의 이후의 질서를 낳을 것이다. 이 테제는 마르크스주의를 반박하려는 다양한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을 마르크스주의적으로 정식화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믿는다. 마르크스의 분석의 두 번째 측면, 즉 계급(들), 계급투쟁, 국가에 관한 분석 역시 자본주의의 현재적 변형에 대한 우리의 해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에 따라 각각의 국면에 종별적인 권력 관계의 특수한 표현으로 서로 구별되는 “체제”(regime)들이 형성되어 왔다. 지배계급 내 특정 분파가 헤게모니를 획득할 가능성은 마르크스의 정치적 저작에서 매우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브뤼메르 18일』에서 마르크스는 19세기 프랑스에서 출현한 다양한 체제들의 연속적 변화―왕정복고, 7월 왕정, 공화제―를 귀족(이미 부르주아지가 되었다.), 금융가와 거대 산업가 등과 같은 지배계급의 다양한 분파의 지배나 하나의 전체로서 부르주아 일반의 지배와 연결시켜 분석했다. 프랑스에서 왕정복고나 제국의 형성이 자본주의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그것은 모두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진보를 멈출 수 없었다. 중요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발전이 분석되어야 하는 것은 여전히 이러한 분석 틀 안에서이다. 4.2 경영 자본주의: 새로운 생산관계와 계급유형 19세기 후반 이후 자본주의의 진화의 몇 가지 양상들은 생산관계의 실질적 변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 절은 우선 생산과 자본축적에 영향을 미치며 생산관계와 계급유형의 연속적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된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유형의 변화가 간략하게 설명된다. (1)화폐와 금융 메커니즘 따라서 거시경제,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 경제적 국가개입. 여기서는 금융과 지배계급의 다른 부분들 사이의 관계가 문제가 된다. (2)교육이나 연구계발과 같은 다른 사회적 과제들. 여기에는 공적 부문의 과학적이고 경영적, 사무적 활동들이 포함된다. 우리는 생산과 축적에서 시작한다. 이것들은 분명히 생산관계와 계급유형을 명확하게 하는 데 결정적이다. 1. 소유와 경영의 분리. 세기의 전환과 함께 출현한 거대 법인기업과 이에 조응하는 금융과 경영층의 분리는 생산수단에 대한 자본주의적 소유권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생산관계의 결정적인 측면에 변형(metamorphosis)이 일어난 것이다. 사적 소유가 파괴된 것은 아니었지만, 기업의 소유와 경영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만들어졌다. “활동적인 자본가”의 기능은 봉급생활 노동자에게 위임되었다. 2. 소유의 사회적 유형.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은 거대 자본가들의 보호 아래 점점 더 금융 기관 내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기관들은 수많은 익명의 유가증권 보유자들의 기금을 관리했다. 위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봉급 생활자들에게 경영이 위임되는 현상이 이러한 금융 기관들에서도 일어났다. 이러한 기관들이 결합한 광범위한 일련의 제도들, 거대 자본가와 소규모 증권 보유자들에 대한 그것들의 특정한 관계, 그들의 상층 관리자가 금융이라 이름 붙여진 사회적 실체의 대략적 형세를 규정한다. 3. 임금 생활자들 사이의 위계. 이에 상응하여 임금 생활자들 내부에 몇 개의 분할이 명백하게 나타난다. ⒜ 한편으로는 생산직 노동자와,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 및 사무직원들 사이의 분할. 생산직 노동자들은 경영 및 사무직원들에 의해 규정되고 통제되는 규칙에 따라 생산하도록 강제되었다. 자본주의적 생산에 의해 창조된, 노동자들과 생산수단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넓어졌다. ⒝ 경영층 내부에서도 주도권은 상층 부문의 손에 집중되고, 하층부문은 집행을 맡게 되었다. 이것은 그/녀의 자본의 가치증식을 통제하는 소유주의 특권의 한 측면에 영향을 끼치는 생산관계의 추가적인 변화다. 덧붙여 말하자면, 마르크스는 분명하게 이러한 사건들을 예상하였다. 그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그리고 새로운 소유 형태 속에서 생산수단의 집합적 소유를 향한 예비적인 진일보[부정적 사회화]를 보았다. 우리는 생산관계의 이러한 진화에 새로운 계급유형의 출현을 연결시킬 수 있다. 낡은 자본주의적 틀과 새로운 경영적인 특징에 각각 상응하는 두 개의 계급 모순이 문제이다. 1.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전통적인 자본주의적 대립: ⒜ 이러한 관점에서는 경영 및 사무 층은(위계의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그/녀의 기업의 경영자로서 개인적인 활동적 자본가의 전통적 기능을 맡고 있다. ⒝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는 소규모 유가증권 보유주들은 비록 종속적인 형태이기는 하지만 거대 자본가들의 조건의 몇 가지 측면을 공유한다. 2. 경영층과 “관리되는”(managed) 층(사무직원들과 생산직 노동자들을 가리킨다)이라고 하는 새로운 피지배 계급의 사이의 새로운 대립. 오늘날의 계급 유형의 복잡성은 위의 두 가지 모순의 변증법적인 공존의 표현이다. 어떤 개인은 각각의 모순에서 상위 부문과 하위부문에 동시에 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는 생산현장에서는 집합적 노동자의 부분이면서 경영층에 속한다. 일반 하급 회계원은 자본가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명백하게 “관리되는” 층의 일부분이다. 블루 칼라와 화이트칼라 노동자들 사이의 분리는 새로운 피지배계급 가운데에서 사무직원과 생산직 노동자 사이의 구분을 반영하지만, 점차적으로 자신의 적합성을 상실하고 있다. 유가증권의 보유 역시 이러한 경계를 흐리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내부에는 새로운 지배계급과 오래된 지배계급들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 양자의 “접점”은 소유와 경영 사이에 존재한다. 이것은 최고 경영자와 이사회의 세계이며, 여기에서 특정한 형태로 경영에 여전히 관여하고 있는 소유주들이 그들에게 종속적인 경영자들과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대면접촉은 소유와 경영이 기본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체계에서 자본주의적 소유권을 보존하는 데 필수적이다. 경영적 전환은 처음에는 기업과 사회적 생산이 수행되는 방식에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화폐와 금융 메커니즘, 따라서 거시경제에 대한 새로운 관리는 비슷한 진화의 또 다른 표현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러한 거시경제에 대한 관리의 담당자는 내각과 행정 기관 내부에서 활동하는 관료들이다. 이러한 관리는 완전고용이나 물가안정과 같은 실질적 목표와 독립적으로, 두 번째 “경영 혁명”이라 해석될 수 있다. 화폐와 금융 메커니즘에 대한 관리가 어떠한 점에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관리가 왜 자본주의의 진화에서 결정적인―정치적인― 쟁점을 표현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과 이에 상응하는 화폐의 발행은 자본의 축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이윤의 예비적인 저축은 자본축적에 필수적인 것이 아니며, 기업 내 투자된 자본의 총량―이는 동시에 세 가지 대안적 형태(생산자본, 상품자본, 화폐자본)를 취할 수 있다―은 신용에 의하여 증가될 수 있다. 요컨대, 신용이 자본을 창조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초과 신용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채무 스톡의 가치, 즉 채권자(lenders)의 자본을 감소시킨다. 금융은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한 관리를 자신의 기본적인 특권의 하나로 간주했다. 국가가 화폐와 금융 메커니즘에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금융에게는 자본주의적 소유의 결정적 측면을 잠식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심지어 케인즈주의적 타협의 한계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여기서는 다양한 산업과 기업들 사이에서의 신용 배분이 아니라 단지 신용의 총량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공산당 선언』의 정식에 따르자면, 이러한 거시경제에 대한 관리는 길들이기 불가능한 힘을 일깨운 현대 자본주의의 매우 중요한 획득물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의 이와 비슷하게 결정적인 다른 측면들에 대해 더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이나 특히 일본에서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에 대한 자본가들의 태도는 항상 모호하게 남아 있었다. 이러한 나라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있던 최초의 시기동안에는 국가개입이 환영을 받거나, 단순히 참고 견디어졌다. 우리가 앞서 언급했듯이, 자본주의의 진화의 마지막 특징은 교육, 보건, 치안, 그리고 사회적 관리의 다른 형태들과 관련된 엄밀한 의미에서의 경제 메커니즘의 한계를 넘어서 “사회화” 과정이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인류 사회에서 언제나 문제가 되어오던 것이다. 특정한 제도적 틀은 각각의 생산양식 내에서 규정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한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그것들은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였다. 그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현재의 연구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며, 우리는 단지 여기서 그것들의 자본주의적이면서 경영적인 이중성을 강조할 것이다. ⑴ 이러한 “사회적” 기능이 현대 자본주의 내에서 실행되는 방식은 체계를 자본주의적인 것으로 재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것들을 표현한다. ⑵ 이러한 기능들은 자본주의 한계를 넘어서 나아가는 사회화의 광범위한 과정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그리고 다소 “민주주의적”이든 “엘리트주의적”이든 그 특징들과 무관하게, 그것들은 우리 사회의 경영적인 변화와 경영 및 사무 층의 과업을 반향 한다. 계급 유형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기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종별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사업상의 참모(business staffs) 기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경영 자본주의라는 표현의 용법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혹은 보통의 용법) 보다 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의 이중적 결정[기업과 국가]과 함께 앞에서 살펴본 모든 양상들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경영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적 특징들과 새로운 경영적 논리가 특정하게 결합된, 새로운 생산양식을 예견하는 혼성 적인 사회 형태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 두 개의 구별되는 사회적 “논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⑴ 이윤율을 최대화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하는 전통적인 자본주의적 게임의 법칙과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집합적이기는 하지만) 소유 ⑵ 체계의 상당한 적대적인 특징을 넘어 점점 더 많은 협력과 조정을 확보해가면서 사적 소유의 한계를 초월하여 나아가는, 기업들, 금융 기관들 내부의, 그리고 그 외부에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화. 4.3 지배 계급과 계급 타협 생산관계에 준거를 두는 것은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한 해석에서 분석의 첫 번째 근본적 수준을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계급 유형의 변화 사이에는 직접적 대응관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좀더 정치적이고 국가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분석의 두 번째 수준이 있는데, 계급유형의 진화는 반드시 이것으로부터 고찰되어야한다. 그것은 특정한 계급이나 계급 분파의 지도 혹은 지배를 가리키거나 지배 계급(들)의 다양한 구성요소들 내부에서 주어진 타협의 존재를 의미하는 권력관계에 대한 분석이다. 계급 타협이라는 이러한 개념은 다른 중간 계급들이나 노동자 자체를 포함하는 데까지 더 확장될 수 있다. 이러한 넓은 의미에서 계급타협은 폭력과 회유를 결합시키면서 계급 권력이 일반적으로 행사되는 형세를 설명해준다.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들” 내에서, 지도력이나 타협의 교체(succession)와 함께 체제(regimes)도 반드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역사적 분석에서 묘사한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은 여전히 작동되고 있다. “체제”라는 개념 자체는 너무 협소하다. 그러므로 거대한 권력 형세(power configuration)나 국면과 같은 더 넓은 개념에 의지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남북전쟁 이후에 미국에서, 그리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다른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그러한 세 개의 국면을 확인할 수 있다. 1. 거대 금융가들(모건, 록펠러 등)의 헤게모니 아래에서 세기의 시작과 함께 일어난 소유와 경영 분리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금융과 경영자들의 공존과 전통적 자본가들과의 타협. 2. 대공황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금융의 후퇴(그들의 활동범위가 제한되었다)와 경영층(사적 부문과 공적 부문 모두에서)의 증대된 자율성과 그리고 노동자들과의 타협. 3. 신자유주의 내에서 금융 권력의 재주장, 노동자들과의 타협의 소멸, 기업과 국가 내부에서 경영층의 자율성 감소. 따라서 1장과 2장에서 묘사된 변화가 계급투쟁에 의해 상당한 정도로 결정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사이의 대립과 지배계급 내부의 모순, 이 양자 모두가 문제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립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 양상에 있어서, 20세기의 자본주의의 경영적인 특징들의 출현과 케인즈주의적 타협의 특정한 내용들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는 방식은 시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20세기 자본주의의 경영적 변화는 사회적 타협을 이끌었던 동일한 사회적 긴장들에 의해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1. 지배계급의 다양한 분파들은 노동자들의 운동을 그들 자신의 방식으로 이용했다. 우선 1차 세계전쟁 이전 “진보주의의 시대”에 전통적인 기업의 소유주들은 트러스트에 대한 노동자들의 적대감을 이용하여 보수적 입법(반독점 입법)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더 나은 노동조건과 노동조합의 결성, 생활수준의 개선을 향한 노동자들의 압력에 저항했다. 그 다음에는 거대 법인기업의 소유주들과 경영자들의 중요 부분이 이러한 측면에서 (특히 1차 세계대전 중에, 노동운동의 좀더 급진적인 부분에 대한 진압과 결합되어) 노동자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타협은 거대 법인 기업의 지배력이 상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른바 “케인즈주의적” 타협의 많은 특징들은 이러한 초기 시기에 속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경영적 법인 기업의 성장은 동시에 노동운동을 이용하였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복지국가의 성립에 기여했다. 2. 금융 메커니즘과 거시경제에 대한 집중적인 경영적 통제가 지배계급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부분에 의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사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케인즈주의적 제도들이 본래 완전 고용을 목표로 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제도들은 소유권과 축적뿐만 아니라 임금노동의 본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력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가진 상품으로 간주된다. 노동력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필요에 따라 구매되며, 그것이 사용되는 바에 따라 지불된다. 자본가들의 수요와는 관계없이, 노동할 권리 또는 일정한 소득을 향유할 권리를 승인하는 것으로의 진전은 임금노동자들의 “조건”을 변경시킨다. 이러한 조건들은 생산관계의 또 다른 측면을 규정한다. 이와 같은 임금노동의 아주 특수한 진화는 경영주의에 고유한 것이 아니었지만, 새로운 경영적 사회가 주장되었던 정치적 조건들로부터 나왔으며, 이는 이러한 사회적 획득물의 불안정성을 설명해준다. 3. 세기 전반기의 다른 특징들과 관련지을 때, 경제의 경영적인 변화와 사회적 타협 사이의 수렴이라는 현상은 명백한 것이었다.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들의 발전은 성숙한 경영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것의 한 가지 표현이다(경영 자본주의 내에서는 교육받은 사람들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결정적이다). 일정한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형세 속에서 그것들은 사회적 타협의 일부분으로 노동자들의 조건의 실질적 개선에 상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인 실상으로서, 이러한 제도들의 발전이 성취된 정치적 환경의 결과다. 우리는 여기서 자본주의 내부에서 경영적인 생산관계가 출현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더욱 세부적인 사항들과 계급과 권력에 대한 그것들의 관계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전체적인 해석은 다음의 세 명제로 요약될 수 있다. 1. 현대 자본주의의 진화에 대한 해석에서 핵심 요소는, 생산력의 발전에 더욱 부합하지만 그 안에서 자본가들의 소유권이 대체될 지도 모르는, 새로운 생산양식의 출현에 대한 자본가들의 반작용이 수행한 중심적인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화에 대한 자본가들의 저항은 정기적으로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⑴ 새로운 거대 법인 기업의 성장에 대항하는 전통적 자본가들의 싸움 속에서. ⑵ 대공황 이후 경제 활동에 대한 국가의 증가하는 개입에 대한 모든 그룹의 자본가들의 광범위한 저항 속에서. ⑶ 신자유주의의 성장 속에서. 2. 그러나 지배계급의 분파들은 또한 정기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촉진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법인혁명과 경영혁명은 생산력의 사회화와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권을 양립 가능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비록 몇 십 년 동안의 케인즈주의적 타협 속에서 이러한 이행 밑에 놓여 있는 생산관계의 변화가 “편향되기는” 했었지만, 거시경제에 대한 관리와 국가 개입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편향은 나중에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수정되었지만, 동일한 긴장과 이해관계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3.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적 타협 내에서 이루어진 경영자들과 봉급생활 계급 사이의 제휴를 침식시키면서 동시에 그들 자신과 경영자(특히 경영의 상층분파) 사이의 새로운 제휴를 구축하려는 생산수단의 소유자들의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들은 제휴의 전통적인 형태 아래에서는 간단하게 자신들의 지배를 영속화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특권을 가능한 한 보존하고, 마침내 그들을 별다른 고통 없이 새로운 지배계급[경영의 상층분파]과 “통합하도록” 해 줄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싸웠다. 이번 절의 서두에서 상기시켰던 세 가지 “형세들”을 하나씩 고려해 보자. 19세기 후반 생산력의 발전이 생산의 사회화의 새로운 형태를 필요로 할 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경영은 봉급생활 노동자들에게 위임되었다. 진보주의의 시대 동안에 타협의 초기 형태가 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은 여전히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공황은 자본가들로 하여금 역사적으로 특수한 성격을 띤 케인즈주의적 타협과 함께 경영의 특권을 더욱 확대하고, 생산관계의 중요한 새로운 전환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했다. (넓은 의미에서 케인즈주의적 타협의 모든 요소가 문제가 되었다. 거시경제, 합병, 자본의 이동, 경영의 자율성, 복지국가…). 이 시기에 국가의 역할이 상당히 강화되었다. 1970년대의 구조적 위기는 노동자들에 대한 새로운 반격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였으며, 금융의 권력을 다시 주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실제로 우리가 다음 장에서 주장할 것처럼, 금융은 자본주의의 경영적 진화에 큰 굴절을 야기하였으며, 더 나아가 실제로 그것을 멈추게 하였다. 5. 신자유주의가 역사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장에서는 지난 세기의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와 관련시켜 신자유주의의 함의들을 논의할 것이다. 이 해석은 현대 자본주의의 경영적 특징과 그것의 점진적인 출현을 강조하는데, 이는 최근의 발전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경영 자본주의에 관한 이론들의 운명은 자본주의의 변화과정, 즉 20세기 초의 법인 및 경영 혁명과 그에 뒤따른 케인즈주의적 타협에 의해 결정되었다. 신자유주의의 성장은 경영 자본주의 이론에 대해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5장 1절). 그러나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이윤율 극대화의 재천명과 함께 자본의 배분에 영향을 끼치는 세 번째 경영 혁명을 위한 조건을 창조했다고 주장한다(5장 2절). 마지막 절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영향, 즉 그것의 “비용과 이득”(costs and benefits)에 대한 논의의 개요를 제시할 것이다(5장 3절). 5.1 신자유주의 대 경영자본주의 경영 자본주의 이론의 부침은 자본주의 자체의 변화를 반영한다. 가장 이른 단계부터 자본주의의 발전은 생산과 조직에 대한 과학의 응용을 촉진했다. 따라서 18세기 이래로 초보적인 경영 자본주의적 해석과 경영 자본주의적 해석이 발전해왔다. 이러한 해석들은 때로는 상당히 유토피아적인 내용과 함께 사회주의적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분명하게 이러한 움직임은 20세기 초반의 경영 혁명에 의해 상당히 강화되었으며, 나중에는 대공황과 세계 2차 대전, 케인즈주의적 타협에 의하여 활기를 띄게 되었다. 이것은 케네스 갤브레이스(Kenneth Galbraith)의 매우 유명한 저작과 함께 1960년대와 70년대에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연구는 훨씬 이후에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초기의 경영이론에서 경영자들은 계급을 초월한 새로운 형태의 “합리성”으로 파악되었다. 이것은 경영 혁명의 초기에 미국에서 특히 그러하였는데, 그 당시 아돌프 벌(Adolf Berle)과 가디너 민쯔(Gardiner Means)는 경영자를 “중립적 기술관료”로 묘사하였다. 케인즈주의적 타협의 시기 동안에 발전된 이론들은 이러한 점에서 (더 모호하기는 하지만) 별로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경영 자본주의는 경기순환을 대체하였으며, 노동자들에게 더 큰 구매력과 사회적 보호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사회주의 국가, 그 중에서도 소련에서 발전된 관점은 실제로 이러한 평가와 일치한다. 그러나 경영자들은 또한 새로운 지배계급이거나 자본가들의 훈련된 대리인일 뿐이라고 묘사되었다. [이들과 달리] 우리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⑴ 경영자들은 계급을 초월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⑵ 그들은 잠재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⑶ 그들은 자본가들에 의해 지배된다. ⑷ 그들의 실질적 권력은 그들의 계급 권력이 표현되는 사회적 형세들의 연속적 교체(succession)에 달려 있다. 신자유주의의 상승이 경영자주의에 관한 이론을 소멸시켰는가? 자본주의의 현재적 진행 뱡항의 많은 측면들이 이 이론을 진부한 것으로 만드는 데 분명하게 기여했다. 너무나 많은 자본주의의 기본적 특징들이 다시 출현하였다: 금융의 이해를 위한 이윤율 극대화, 이자율 상승, 임금 상승에 대한 통제, 노동자의 종속, 탈규제 등.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적 본성은 너무도 의심할 여지가 없어서 그것이 새로운 생산관계의 출현을 보여주는 사실들을 은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영 및 사무직원들의 역할이 전보다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도 명백하다. 신자유주의 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관계나 계급 유형의 진화가 경영 자본주의 이전 단계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자본주의의 틀 내에서] 권력과 관련된 것이다. 즉, 오늘날의 자본주의 내에서 자본 중 금융의 새로운 헤게모니가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역설에 마주치게 된다. 우리의 사회는 새롭고 강력해진 자본의 지도력 아래 경영적 길을 따라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지도력이 중립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라. 앞에서 제안한 것처럼 그것은 그 이전 시기의 국가 개입의 점진적 확대와 노동자들의 성취물과는 거리를 두면서 현재의 진화를 몇 개의 가능한 길 가운데 하나를 따라 거대 법인 기업, 더 일반적으로 “사적” 이해의 보호 아래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화”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5.2 세 번째 경영 혁명? : 경영과 거시경제 이후의 자본 배분 자본주의의 경영적 변화는 몇 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미국에서 첫 번째 혁명은 20세기 초반의 기간 동안 생산조직과 기업 일반에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혁명은 대공황 뒤, 2차 대전 이후에 거시경제의 관리에 도달하였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발전을 뒤로 돌리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기업의 경영자들은 사회적 비용과는 상관없이 이윤율 극대화를 그들의 유일한 행동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정책들은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윤율 극대화에는 두 가지 기본적 측면들이 있다. 기업의 조직과 기술이 첫 번째 요소를 규정하고, 산업과 기업들 사이에서의 자본의 배분이 두 번째 요소를 규정한다. 두 번째 측면에서 결정적인 문제는 자금을 모으는 능력(주식발행과 대출) 뿐만 아니라 미래의 전망에 대한 평가와 현재의 상대적 수익성에 대한 결정이다. 거시경제처럼 이러한 일은 개별적인 비금융 법인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20세기 초반의 경영 혁명 동안에 금융의 중심적 역할은 보존되었다. 명백하게 신자유주의 내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으며 경영 혁명은 오래 전에 금융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가들은 세기의 전환기에 근대 금융이 출현했던 첫 번째 단계에서부터 사업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자본주의 내에서 새로운 단계가 성취되었다. 이러한 진화가 나아갈 수 있는 아주 다양한 길들이 있으며, 이것들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1. 국가 개입은 장기적 지향을 규정하는 데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되곤 했다. (산업정책, 학술연구, 특정산업에 대한 금융, 국가의 직접적인 관여, 규제들…) 2. 금융은 상당한 비율로 성장해 왔다. 예를 들어 일본의 위기 이전에는 게이레츠(Keiretsus, 재벌)가 조직과 집중의 선진적이고 효율적인 형태로 간주되었다. 3. 연속적으로 심지어 비금융 법인기업들도 그들의 활동 분야를 다각화하고 확장했고, 그리하여 경영적 관리 아래에서 산업들 사이의 자본 이동에 참여했으며, 그들의 금융적 활동을 그 자체로 발전시켰다. 전략적 결정들이 이제는 거대 법인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진다. 4. 뮤추얼 펀드나 연금 기금과 같은 새로운 기관들이 이제 금융 투자의 광범위한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산업들과 기업들 내에 자본을 배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들은 이윤율을 비교하고, 경영진의 성과를 판단한다.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 판단은 그 기업의 주식으로부터 떠나는 결과를 가져오며, 이에 따라 그 기업이 새로운 자금을 획득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많은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 뮤추얼 펀드와 연금 기금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기관들이다. 우리의 의견으로는 생산관계의 관점에서 그것들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1. 이들은 주주들을 대신하여 기업에 수익성의 표준들을 부과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적인 기본적 특징을 재천명하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자본주의적 특징들을 강화한다. 2. 위와는 반대로, 비록 이러한 진술이 때때로 엄청나게 과장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들은 거대 자본가, 즉 개별적인 대주주들이 없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형태가 출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어떤 분석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적 소유권의 비인격적 특성에 깊은 인상을 받은 나머지, 기업지배를 위한 기금의 성장을 어느 정도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변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투자자들”이 경영자들에게 자신의 솜씨를 표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자본가와 임금생활자 사이의 장벽이 점차적으로 잠식되어 간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볼 때, 신자유주의의 중요한 경영적 측면은 경영자들이 이제는 전통적 금융기업과 비금융 기업의 상층에 위치한, 거대한 집합적 기관 내에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단계를 세 번째 경영혁명, 즉 소유권에 새로운 사회적 내용을 부여하는 자본의 집중으로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으로부터 출현하는 사회적 관계의 새로운 네트워크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 이러한 “사회화”의 한계는―거시경제의 관리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이 이제 케인즈주의적 타협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새로운 맥락에서 이윤율 극대화라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적인 기준에 종속된다는 점에 있다. 이것은 새로운 계급의 경영적 능력이 표현되어야하는 경로를 결정하는 현재의 금융의 헤게모니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이러한 진화의 내용, 즉 현재의 자본주의에서 경영자들이 유례없이 집중된 수준에서 기업경영의 수행과 자본 배분을 관리하는 새로운 능력을 획득했다는 사실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자본에 의하여 그들에게 부과된 엄격한 제한뿐만 아니라 이러한 성취의 중요한 의미를 모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⑴ 다양한 경영 참모들의 업무수행을 비교하면서, 매우 많은 자원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그 이용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 ⑵ 이윤율 기준에 대한 엄격한 종속. 이윤율 극대화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에 관한 확실한 보증을 제공하지만, 그것의 한계도 자주 강조되어 왔다 : ⑴ 이러한 기준은 그것이 사회적, 인간적, 생태학적인 다른 현상들에 대하여 맹목적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아왔다. ⑵ 좀더 정교한 분석의 수준에서는, 이것이 우리 사회를 그 자신이 초래한, 되돌리기 어려운 특정한 역사적 궤도(특정한 소비, 생활방식, 문화)를 따라 몰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신자유주의는 역사를 멈추지 않았지만, 현재를 결정하고, 그 미래를 한쪽으로 편향되게 하였다. 5.3 신자유주의의 비용과 이득 1장 3절에서 말한 바와 같이, 1980년대 중반 이후에 이윤율의 상승 추세와 함께 새로운 단계가 현재 진행중인 것 같다. 이 새로운 단계와 신자유주의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결정적인 문제이며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선 1980년대 동안 실질 이자율의 급격한 상승이 기업들에게 직접적으로 경험되는 이윤율, 즉 이자(그리고 모든 세금) 지급 이후의 이윤율의 회복을 지연시켰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그 이전 시기와의 비교를 통해 평가되어야한다. 이는 비금융 법인기업 부문의 이윤율을 보여주는 그림 6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이윤율은 자본량(법인기업의 순가치)에 대한 이윤량(인플레이션에 의한 채무액의 가치절하에 맞게 수정된 이자와 세금을 지불한 이후의)의 비율이다.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릴 수 있다. 1. 그림 3과 6에서 사용된 이윤율의 정의상의 차이의 결과는 분명하다. 이윤율에 대한 정의상의 차이로 인해 그 수준이 더 낮다. (차이의 일부는 주택(부문)을 제외한 사적 부문과 한정된 법인 부문들과 같이 서로 다른 부문들이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2. 1970년대 동안 실질 이자율이 마이너스 수준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비해 매우 낮았다. 이 때문에 채권자에서 채무자로 상당한 부의 이전이 생겨났다. 이 효과는 상당히 커서 실제로 이윤율의 감소를 보상하였다. 감소가 나타나는 대신 겉으로 보기에 1960년대만큼 두드러지게 컸던 1970년대의 팽창은 바로 이러한 이전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림 6) 3. 1980년대에 이자율의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소멸은 이러한 유예를 끝냈으며, 1980년대 초반에 이윤율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1980년대의 상태는 1970년대에 나타났던 것과는 정확히 반대였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부의 흐름이 거꾸로 바뀌었다. 4. 최근의 회복의 효과는 이제 명백하다. 이는 기술변화의 새로운 경로와 노동 비용의 정체, 보다 낮은 실질 이자율, 그리고 채무의 감소가 결합된 결과이다. 그러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수익성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높은 실질 이자율의 부정적인 영향은 자주 보고되어 왔다. 그리고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1979년의 정책 쇼크로 인해 채권자들은 실제로 이익을 본 반면 80년대의 위기가 추가된 셈이다. 비금융 기업들은 이자의 부담(순 이자, 왜냐하면 기업은 대출과 대부를 동시에 하기 때문에)을 경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식 시장의 극적인 성장을 자극함으로써 마침내 이것을 성취해냈다. 신자유주의의 비용은 매우 컸다. 그리고 위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수익성 수준을 잠식하는 투자와 고용에 대한 영향은 단지 이 비용의 한가지 측면을 규정할 뿐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비용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이점이라고 알려진 것들이다. 우선 노동비용에 대한 통제와 탈규제에 관하여 명백한 대답이 주어질 수 있다. 이것은 확실히 금융에 이익이 된다. 그러나 좀 더 넓은 분석의 수준에서 신자유주의의 잠재적인 “진보성”(progressivity)에 대한 질문을 제출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새로운 기술의 경향들을 신자유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얼마나 많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가능할 것인가? 그 문제는 실제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될 수도 있다 : 만약 정책이 달랐더라면(구조적 위기에 대해 케인즈주의보다 더 적당한 “좌파적”대안들에 대해 생각해 보라) 자본 생산성이 향상되는 전환이 나타났을까? 언제? 더 빨리 아니면 더 늦게? 그 진폭과 효과는 어떠했을까?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충분하게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20세기 초반에 나타났던 비슷한 상승의 독특한 실례와 간단히 비교해보는 것이 이 복잡한 현상에 대한 결정적인 통찰력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두 역사적 환경의 유사성은 상당히 크다. 우선 기업, 기술, 그리고 경영의 변화에 있어서 금융의 역할을 고려해 보라. 법인 혁명과 경영 혁명은 ⑴ 경영 및 사무 층과 ⑵ 금융의 결합된 활동을 요구했다. 전자는 법인기업 내부에서 새로운 효율성을 획득 가능하게 했으며, 후자는 거대한 법인 기업의 설립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자금을 제공해 주었다. 유사한 이중의 과정이 1980년대 이후에 진행되고 있다. 금융은 최근의 합병 물결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른바 정보혁명에 의해 뒷받침된다고들 하는 새로운 경영의 성취가 경영 및 사무 층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이제 수입과 안정성에 대해 고려해 보라. 20세기 초반의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은 거시경제의 관리와 화폐와 금융 안정성의 보존과 관련된 금융의 헤게모니였다. 이 임무에 부합하지 못한 금융의 실패는 대공황의 한 원인이 되었으며, 대공황 이후에는 케인즈주의 안에서 경영주의의 공적 요소의 성장을 허락해야 했다. 이 지점에서 금융의 해로운 측면은 쟁점이 되고 있는 바, 소득과 불안정성이라는 측면 모두에서 그러하다. (케인즈가 금리생활자의 안락사를 제안했던 것을 상기해 보라.) 최근의 자본주의에서 금융은 다시 국제 경제에서 화폐와 금융 안정성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제도적 틀의 확립을 지연하고 있으며, 혹은 이러한 목적으로 현존하는 국제적 제도들을 이용하는 것을 가로막고 심지어 위험한 진행을 조장하고 있다 (1920년대에 그러했던 것처럼). 최근의 금융 위기는 확실히 이러한 위협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몇 가지 통제를 부과하려는 새로운 자극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공황의 역사적 경험은 잊혀지지 않았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확립된 새로운 제도들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파괴되었을 뿐이다 (브레튼 우즈 체제의 일부분만이 소멸되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여전히 경영 자본주의이다. 그리고 경영적 요소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지속하는데 요구된다면―아마도 지금 그러한 것처럼―갑자기 아니면 점진적으로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의견으로는 자본가계급이 거대한 경제적 붕괴를 야기할 과도한 경직성으로 인해 무대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차라리 새로운 지배계급에 “통합될” 것 같다. 이것이 이행의 동시대적 형태들, 특히 다소 명료한 사적이거나 공적인 특징들이 이 계급에게 그렇게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형태와 그 이행의 정확한 내용이라고 하는 것이다.PSSP
국회상임위 통과를 앞두고 IMF 위기가 한창이던 98년말에 제안되고, 김대중대통령과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연초에 서명한 한일투자협정이 국회비준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 한다. 그야말로 막바지 국면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한일투자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리의 한일투자협정 반대투쟁의 정당성을 확인해 보고자 한다. 투자협정의 본질: 국민경제의 금융화, 투기화를 조장 한일투자협정을 포함한 오늘날 대부분의 투자협정은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투자와 자본이동의 완전한 자유화,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 보장, 이행의무부과의 금지 및 수용(收用)의 엄격한 제한, 투자자의 국가에 대한 제소권 부여 및 국제분쟁해결절차 보장 등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요컨대 증권투자(주식투자, 채권투자)를 포함한 모든 투자와 자본이동 완전한 자유화와 소유권의 철저한 보장을 통한 외국인투자의 촉진이 그 목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의 투자 또는 자본의 성격부터 얘기해 보도록 하자.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진 70년대 중반 이후 민족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본의 대부분은 금융투기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 95년 이후 한국에서의 외국인투자 중 무역신용 등 '기타투자'를 제외한다면, 직접투자가 30%, 증권투자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투자가 단기투기이득을 목표로 할뿐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직접투자의 대부분도 인수합병, 일부 지분투자 등 금융투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겨레신문(2002년 1월 11일)에 의하면 작년 3000여건의 직접투자 중에 공장을 실제로 짓고 고용을 늘린 투자(그린필드 투자)는 단 한 건이었고, 기존 외국자본이 증자를 하여 시설투자와 고용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투자('준그린필드 투자')까지 포함해도 전체 직접투자의 10%를 넘지 않는다. 이것이 정부가 자랑해마지 않은 외국인투자 유치의 실상이다. 오늘날 투자의 대부분은 단기투기이득을 목표로 하는 금융투기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만의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이런 현상이 곧 없어질 현상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윤율저하-과잉생산으로 표현되는 세계자본주의의 일반적 위기는 지속될 것이고, 그런 한에서 세계적으로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금융투기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초민족적 자본의 금융투기활동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단적으로 주식형태의 외국자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아이엠에프 위기 직전 증권거래소 상장주식의 19%(시가기준) 정도를 점하던 외국자본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량 기업과 포항제철 한국전력 등 공기업 주식을 사모아 그 비중이 작년 말 현재 36%를 넘어섰다. 금액으로 치면 2-300억불에서 1000억불이 넘었다. 한일투자협정의 체결로 소유권이 철저하게 보장되고, 일부업종(전기통신업, 항공운송업 등)의 투자제한이 완화될 길이 열려서 일본계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활동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금융투기 활성화의 시발은 아이엠에프와의 구조조정협약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투자협정 체결은 이들의 활동을 더욱 고무시킬 것이다. 정부관리들은 단기투기자본의 준동이 문제는 되지만 이것이 한일투자협정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한일투자협정 반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단기투기자본의 준동이 문제가 된다면 당연히 이를 더욱 촉진할 한일투자협정체결을 유보해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엠에프와의 구조조정협약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다시 뜯어 고쳐나가야 하지 않는가. 현재 이윤율저하-과잉생산 상황에서 금융투기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초민족적 자본은 그 민첩한 이동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주주행동주의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기업의 항상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하고 이를 통해 이윤증대와 주식가치증대를 꾀한다. 전반적인 생산성상승보다는 임금억제, 노동강도 강화, 비정규직화 등 착취율 증대를 통해서. 그러나 이러한 철저한 이윤원리 금융원리에 입각한 경영으로 노동권 생존권은 희생되고, 사회전체 차원에서는 성장이 저하된다. 초민족적 금융자본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세계적으로 성장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의 활동은 98년-2000년 사이의 세계적인 증시팽창에서와 같은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그것의 붕괴는 각국의 국민경제 전체에 커다란 위기를 가져온다. 특별히 반주변-주변부에서는 급격한 투기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거품형성과 뒤이은 붕괴, 그리고 이에 따른 외환/외채위기로 해당 민족경제 전체를 파산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현재의 아르헨티나 사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한일투자협정에 삽입된 외환위기 등의 경우에 취할 수 있는 일시적 송금제한조치(일시적인 세이프가드) 조항은 사후약방문이기 십상이다. 투자협정이 담고 있는 내용과 그 파괴적 효과 문제를 구체화시켜보자. 투자협정의 소유권보장 조항들은 초민족적 자본의 무한대의 자유를 뒷받침하고 있다. 투자협정은 생산물의 일정 수준의 수출의무, 일정수준의 내국산 자재 사용 의무, 기술이전 의무, 연구 개발 의무, 일정 수준의 내국인 고용의무 등 사회경제정책상 필요에 의한 이러저러한 의무를 국가가 투자자에게 강제하는 것을 금지한다('이행의무부과 금지'). 그리고 투자자 자산의 수용은 공공적 목적하에 내외자본 차별없이, 시장가격에 의한 즉각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한하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된다. 정부의 이행의무부과조치나 규정에 어긋나는 수용으로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외국인투자자는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하여 제소를 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투자협정은 국제적인 분쟁 해결절차를 보장해 주고 있다. 이런 일련의 투자협정 내용들은 자본의 소유권에 대해 털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 만약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옹호하고자 하는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자본에 대한 제한이나 통제를 시도할 경우 이는 투자협정에 보장된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이 정부가 투자협정에 보장된 소유권 보장을 준수하고자 할 경우 노동자 민중의 이익과 민주주의가 희생될 것이고, 만약 소유권 침해를 무릅쓴다면 이는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협정이 '초민족적 자본의 권리장전'이라는 의미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제 초민족적 금융자본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마음껏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투기활동을 벌일 수 있게 된다. 한일투자협정에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음은 물론이고 한일투자협정 체결이 완료된다면 이제껏 대한(對韓) 투자를 일정하게 자제하고 있는 일본계 초민족적 자본의 준동이 시작되어 한국에 또 한번의 외환/외채위기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한일투자협정상의 노동관련 내용이다. 한일투자협정 전문에 들어간다는 '노사간의 협력적 관계의 중요성'이라는 구절이 문제인데 한국정부는 '일본자본의 대한 투자의 최대 걸림돌은 노동문제다'라는 일본정부의 주장에 굴복하여 국내 노동법에 의한 노동문제 해결(노동문제의 '내국민 대우') 수준을 벗어나 이 문구를 결국 투자협정 전문에 삽입하였다. 언뜻 보기에 매우 온건해 보이는 이 구절이 함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서울 재팬 클럽(국내에 진출한 일본 자본가 협회)이 투자협정 체결과정에서 우리정부에 요구한 사항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 협회는 한국 정부에게 '불합리한 각종수당과 임금에 대한 인상 요구 시정', '파업시 급여 지급 등의 시정', '미 사용 휴가(연월차 휴가)의 임금으로의 지급 금지', '노조 전임자 감축', '공장 점거 등의 위법 행위의 엄정한 조치' 등을 요구하였다. 노동문제의 '내국민대우' 수준을 넘는 이 구절은 일본계투자기업에서의 '특별한' 노동대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미 국무성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양국간 투자협정을 80년대 이후 경제위기국(중남미 제국, 소동구해체 이후 탄생한 국가들)에서부터 체결해 나가고 있으며 2000년 현재 체결에 서명한 양국간 투자협정이 45개, 비준을 거쳐 효력이 발생하고 있는 투자협정이 약 30개에 이른다. 투자협정의 성격, 즉 경제위기를 당한 국가의 경제와 노동자 민중을 '착취'하자는 것은 여기에서도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운크타드자료에 의하면 선진제국간에 맺어진 투자협정은 미국과 '잘사는 식민지'인 캐나다 사이의 북미자유무역협정 안의 투자협정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미국은 이러한 양국간 투자협정체결과 함께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차원에서의 지역내 투자협정을 추진하고, 90년대 후반에 좌절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의 MAI(다자간투자협정)의 재시도와 최종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안에서의 투자협정 체결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마무리되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초민족적 자본의 전세계적 착취의 권리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로서는 여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한국경제의 미 일 경제에의 종속을 고려한다면 한국에서는 한일 한미 투자협정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 한미 투자협정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일투자협정 국회비준 반대! 금융의 투기활동 통제! 마지막으로 한일투자협정은 위와 같은 경제 노동문제만을 야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일투자협정에 이은 한미투자협정, 한일자유무역협정 체결은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대미 대일 종속이 심화될 것이다. 계속되는 미국 부시정권의 대북도발 발언과 한국에의 무기 강매 및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요구, 그리고 일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신가이드라인 및 미사일방어체계 참여를 통한 군사대국화 시도 등은 한국의 대미 대일 종속의 정치 군사적 표현이며 이런 군사주의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일투자협정은 대일종속 심화, 노동권의 훼손, 한국경제의 불안정을 야기하면서 일본계 초민족적 자본의 투자/투기활동과 소유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초민족적 금융자본 주도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일환일 뿐인 한일투자협정의 국회비준을 반대한다. 나아가 외환거래에 과세를 하는 등의 조치를 통하여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적 활동을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S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