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기 노동운동의 재벌개혁운동 과제 재벌과 중소기업의 공통된 이해 2012년 7월 마지막 주, 하계휴가 전날, SJM과 만도에 10시간 차이로 용역깡패가 투입되고 직장폐쇄가 이뤄졌다. 경주 발레오만도에서부터, 대구 상신브레이크, 구미 KEC, 충청 유성기업을 거쳐 이제 경기 SJM과 전국 사업장 만도에 민주노조 와해 시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SJM은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핵심 사업장이고, 만도는 가장 큰 부품사 사업장이자 완성차 지부와 가장 유사한 노조다. 이번 사태는 금속노조 경남부터 지역지부의 핵심 사업장을 파괴해온 흐름의 종착지이자, 이제 대공장 사업장에도 얼마든지 자본이 금속노조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선전포고라 할 만하다. 물론 이 배후에 현대차 노무 전략이 있었다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현대차를 매개로 하지 않는 이상 SJM과 만도는 서로 관계없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SJM은 현대차의 관리 아래 세종공업, 세정, 포레시아, 우신공업 등 배관시스템(마후라) 제조업체에 벨로우즈를 납품하던 업체고, 만도는 제동장치, 조향장치, 서스펜션 제조업체다. 전혀 관계없는 두 사업장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용역깡패와 직장폐쇄가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었다. 양재동(현대차 본사) 노무팀의 작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발레오만도 직장폐쇄 때 현대차와 발레오만도가 바이백(중국산 역수입) 제품에 대해 미리 협의를 끝냈던 일, 유성기업 직장폐쇄 수일 전부터 아예 현대차 노무팀에서 유성기업에 상주하며 용역깡패부터 노무사까지 대주었던 일은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7월 27일, 익산, 평택, 문막, 안산, 시흥에서 한 날 발생한 일 또한 비슷한 정황들이 많다. 최근 노골적으로 진행 중인 현대차의 부품사 민주노조 와해 공작은 현대차와 부품사 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대차의 생산방식은 강한 부품사 노조에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는 2000년대부터 부품 공급의 시간과 순서까지도 통제하며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서열(JIS) 방식의 생산을 확대해 왔다. 이는 토요타의 적시생산을 더욱 확대한 방식으로 현대차는 이를 타 자동차 업체에 대한 강한 경쟁력 우위 요소로 밝히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 문제는, 라인이 공장 밖으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는 직서열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하청 기업에 대한 안정적 노무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차는 1차 부품사 지회들에 대한 통제를 원했고, 최근 몇 년간 금속노조 지역지부 핵심 사업장에서 벌어진 노조와해 공작은 이명박 정부의 노동배제적 노사관계 정책을 배경으로 현대차의 하청 기업 노사관계개입이 극단적으로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수년간 무쟁의 상태였던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가 주간연속2교대제를 쟁점으로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고 있는 점이 현대차가 더욱 공격적으로 부품사 노조 공격에 나선 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공장 기업지부인 만도에 어용노조가 쉽게 조직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현대차 지부, 기아차지부에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주간연속2교대 시행 사업장이자,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대표 사업장인 SJM에 용역깡패를 동원한 직장폐쇄는 금속노조 전체 임단협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에 대한 협박이자, 고립 전략인 셈이다. 현대차 사측이 올해 케피코, 위아, 메티아 등 계열사 노조 요구를 예전과 달리 매우 빠르게 수용하며 그룹 내에 두 지부 임단협만 남겨두었다는 점은 이러한 전략이 단지 추측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 부품사 자본 입장에서도 현대차의 이러한 전략은 이득이다. 강한 현장통제력과 경영감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노동조합은 자본에게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며, 특히 세계 경제위기 이후 대부분의 부품사 노조들이 취하고 있는 기업 재편 전략에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2008년 만도를 재인수한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은 만도를 다시 그룹에 통합시키기 위해 재무 관계, 내부거래 관계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2010년 재상장 시점부터는 공개적으로 노조에 대해 반감을 표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아예 지부장에 대한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한 깁스 인수가 경영권 침해라는 것이 직장폐쇄의 표면적 이유지만, 사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라그룹이 만도 재통합을 하는 것에 노동조합이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금속노조에 대한 공격적 태도는 큰 힘이 되었다. SJM은 2세 경영권 상속이 배경이다. 이는 SJM의 경영승계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SJM에서 지분승계 과정이 끝났지만 2세 경영인 김휘중 대표는 실질적 경영 책임자로 역할하지 못했다. 그룹의 핵심 기업인 SJM의 대표이사는 창업주 김용호 회장이 맡고 있으며, 김휘중 대표는 지주회사 대주주로만 존재했다. 이 상황에서 지주회사 건설 시 재무관련 역할을 했고, 이후 노무관련 책임자로 나선 민흥기 이사가 2세 경영체제를 위해 노동조합을 밀어내야 한다고 판단하고, 공격적으로 기존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내몰며,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직장폐쇄는 올해 초부터 노골적으로 준비되었다. 경주 발레오만도, 대구 상신브레이크, 충청 유성기업 역시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본사 경영위기 속에 더 많은 자본 유출을 원했던 발레오만도나, 2공장 건설을 앞두고 노조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내려 했던 상신이나, 내부거래 확대 속에 유성기업의 부를 비상장계열사로 더 이전하려 했던 유성기업이나 마찬가지였다. 현대차의 중장기적 노무관리 전략, 정세적으로 올해 현대차 기아차 지부를 고립시키고 협박해야 할 필요, 이런 현대차의 필요를 배경으로 공격적으로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고자 했던 부품사 자본, 이 모든 것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정부. 이들의 공모가 7월 27일 사태의 배경이다. 현대차의 기조실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감사팀, 부품사 공급 관리 명분으로 부품사 노조탄압의 행동대장 역할을 하는 구매본부가 이를 주도했다. 자본의 이해관계가 중장기적으로도 금속노조 와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 자본의 금속노조 와해 공작도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는 많은 논자들은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립하는 자본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사례에서 보았듯이 이들은 민주노조 탄압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다르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제품 거래 관계에서 갈등이 첨예한 것도 사실이나, 이 또한 최근 1차 하청과 원청이 해외로 동반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오히려 갈등보다는 ‘조정’과 ‘협력’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는 추이다. 물론 여기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것은 ‘노동’이다. 시대의 큰 의제가 된 재벌개혁. 하지만 지금까지 이 의제에 노동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외삽적으로 다뤄지는 주변적인 것에 불과했다. 재벌의 부를 만드는 것도, 재벌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것도 노동이지만 말이다. 어떤 점에서는 재벌개혁 의제 자체가 노동배제적이기까지 하다. 경제 위기와 재벌 한국에서 재벌 문제가 범사회적 쟁점이 될 때는 항시 경제위기가 있어 왔다. 98년 IMF시기에는 4대 구조개혁의 첫 번째가 재벌개혁이었다. 재벌들의 무분별한 해외차입이 외환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된 바, IMF와 국내 시민단체들은 재벌에 관한 규제를 요구했다. IMF는 주요 재벌개혁으로 부실계열사 정리 또는 매각, 회계투명성, 사외이사제 및 소액주주권한 확대 등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 역시 소액주주운동을 펼치며 IMF와 비슷한 재벌개혁을 요구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재벌 개혁 요구는 빈부격차 확대가 배경이다. 세계경제위기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생활고가 가중되는 상태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재벌은 경제위기 이전에 비해서도 더욱 큰 수익을 남겼다. 삼성전자, 현대차 모두 2008~2009년 이익이 줄지 않은 것은 물론 2010년에는 창사 이래 최고의 순익을 남겼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동반성장위원회를 꾸려 재벌 대기업 성장이 중소기업에게까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시민단체들은 출자총액제한 부활, 내부거래 규제, 중소기업보호업종 확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벌개혁은 두 시기 모두 사회적으로 쟁점화 된 것에 비해 결과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재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구조조정은 재벌과 초국적자본에 막대한 이득만 올려준 사례가 더 많았다. 단적인 예로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한화, 두산 등의 자산규모와 매출액은 2000년에 이전 상태를 회복했고, 2001년부터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큰 규모로 성장했다. 2002년 30대 재벌들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대비 60%까지 상승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재벌들의 독점력은 더욱 심각했다. 2011년 삼성전자는 120조원 매출에 11조원 영업이익을, 현대차는 42조원 매출에 4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회사가 지배하는 종속회사들을 합하면 삼성전자는 165조원 매출에 16조원 영업이익, 현대차는 77조원 매출에 8조원의 영업이익이다. 그룹차원으로 확대하면 액수는 더 커진다. 삼성그룹은 183조원 매출에 15조원 영업이익을, 현대차그룹은 132조원 매출에 11조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기업의 매출 총액은 2011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예산 총액의 84%에 달한다. 두 재벌그룹이 굴리는 돈이 정부에 못지않다. 두 기업은 모두 2008~2009년 경제위기 이후 급성장했다. 2007년 삼성전자와 그 종속회사들은 98조원 매출에 9조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다 경제위기를 거치며 매출은 74%, 영업이익은 77%가 늘어났다. 현대차와 그 종속회사들 역시 2007년 69조원 매출에 3조원 영업이익에서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166%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경제성장률이 12.4%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성장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두 기업은 경제위기를 거치며 한국경제보다 훨씬 더 크게 성장했다. 한편 이런 성장 속에 이들 재벌들의 고용 증가는 미미하다. 이 두 기업이 국내에서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는 삼성전자가 10만명, 현대차가 5만7천명이다. 2007년 말에 비해 각각 19%, 3% 늘어난 수치다. 삼성전자는 얼핏 고용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매출과 이익이 갑절씩 늘어난 것에 비하면 고용 증가율은 사실 낮다고 봐야 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두 기업의 고용 증가가 더딘 이유는 해외공장과 외주화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인 휴대폰은 국내에서 20% 미만만 생산된다. 나머지는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 생산된다. TV는 아예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대부분을 생산했던 반도체와 LCD패널 역시 내년부터는 상당량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현대차는 2010년부터 국내외 생산 비중이 역전되어 작년에는 전체 차의 54%가 국외에서 생산되었다. 작년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되었고, 올해와 내년에는 중국에서 생산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본사가 한국에 있지만 이 두 기업은 생산과 고용 면에서 보면 더 이상 한국기업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향후 세계경제위기가 더 깊어지고 자주 반복되리라는 점이다. 위기가 한 동안 더욱 자주 반복될 것이라는 것은 좌우파를 떠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바이다. 1998년이나 2008년의 경험이 그대로 반복된다면 재벌의 경제적 지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재벌 내의 재벌로 불리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는 다른 재벌과도 격차를 벌리며 성장할 것이다. 한편, 98년 이전 재벌 대기업과 함께 성장했던 한국 민주노조 운동은 98년 이후 재벌 성장에 비례해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87년부터 97년까지 재벌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신규 고용, 그리고 이에 따른 조합의 확대와 영향력 증가가 비례했다면, 98년 이후에는 고용 없는 성장에 따른 대기업 조합원들의 노령화, 아웃소싱 증가에 따른 조합원 감소, 부품사까지 확대되는 재벌 대기업의 노무관리 능력 등으로 재벌이 커지는 만큼 오히려 노조가 약화됐다. 자신은 물론이고, 납품업체 역시 노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규율을 가지고 있는 범삼성그룹(삼성전자, CJ, 신세계)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진출과 적기적시 생산 시스템을 강화한 현대자동차는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 현대차 계열사 지회 약 10만 개 정도를 제외하고, 2000년대 중반 이후 다른 자동차 부품사 민주노조에 대해서는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상속과 관련해서 설립된 물류회사 글로비스마저 특수고용노동자 조직인 화물연대를 깨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대 성장과 동시에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시작한 대표적 예는 두산그룹과 롯데그룹이다. 두산은 중공업, 인프라코어를 인수함과 동시에 노조 파괴 공작을 10여 년간 진행해왔고, 최근에 인프라코어에서 어용노조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롯데는 롯데호텔노조에 대해 특공대까지 투입하는 초강경 대응까지 한 이후 끈질긴 공작으로 민주노조를 와해시켰다. 일찍부터 노조를 길들인 현대중공업, 어용노조를 통한 노무관리의 달인이라 할 LG, 한화 등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대기업 노동조합만이 아니라 재벌의 성장은 산업적 차원에서 민주노조운동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다. 노동운동이 더 이상 재벌 문제를 우회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재벌해체와 민주노조 통합진보당은 연초 재벌해체를 타이틀로 한 법안을 제출했고, 민주노총은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재벌해체를 내걸었다. 90년대 후반부터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가 재벌개혁 의제로 소수지분의 총수 지배권 문제를 핵심으로 내건 이후 재벌개혁은 총액출자제한, 순환출자 금지 등을 얼마나 강하게 추진 하냐는 문제가 되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의 주장은 그 연장선에 있다. 98년 해체된 재벌그룹, 한라그룹과 대우그룹의 예를 보자. 현대차 가문의 정몽원 회장이 분가해 만든 한라그룹은 자동차부품 만도기계, 한라공조, 조선 한라중공업, 건설 한라건설, 제지 한라펄프제지 등 1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하지만 1998년 유동성위기가 오며 핵심계열사 대부분을 초국적기업에 매각했다. 만도기계는 로스차일드 펀드에, 포드와 합작사였던 한라공조는 비스티온에, 보쉬와 합작사였던 캄코(현 보쉬전장)는 보쉬에, 한라펄프(현 보워터코리아)는 보워터에 매각했다. 현대중공업에 매각된 한라중공업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헐 값 인수를 목적으로 들어온 초국적 기업이 사들였다. 이중 만도기계는 로스차일드가 다시 분리매각하는 과정을 거쳐, 평택/문막/익산 공장(현 만도)은 JP모건 계열사인 선세이지에 매각했고, 경주 공장(현 발레오전장시스템)은 발레오에 매각했으며, 가전제품을 만들던 아산 공장(현 위니아만도)은 CVC라는 초국적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 번 분리매각을 진행해 문막 공장 안에 존재하는 다이캐스팅 사업부(현 깁스코리아)를 미국 깁스에 넘겼다. 대우그룹 역시 비슷했다. 1998년 대우그룹 부도 이후에 대우자동차는 트럭 공장, 버스 공장, 승용차공장(부평, 창원, 군산)으로 나뉘어 각각 인도 타타, 영안모자, GM에 분리 매각되었다. 심지어 승용차 부분에서 부평공장은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어 존재하다 2006년에야 지엠대우차에 인수되었다. 대우중공업은 대우종합기계, 대우조선, 잔존사업부로 나뉘어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에 매각되었고, 대우정밀(현 S&T모티브)은 S&T그룹에 매각되었으며, 잔존사업부(현 현대로템)는 현대로 매각되었다. 대우전자와 대우모터 일부 사업부는 합병 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재탄생해 아직까지 산업은행 관리 하에 있으며, 대우조선 역시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상태로 남겨져있다. 한편 전자계열사였던 오리온전기는 오션링크라는 초국적 사모펀드에 매각되어 이후 사업부가 갈가리 찢긴 상태에서 청산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체된 기업들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작건 크건 모두 구조조정 과정이 한 차례 이상 진행되었고, 십 수 년간 노조 탄압을 경험했다. 금속노조에서 최근 5년 간 노조탄압 사업장으로 유명했던 사업장 중 상당수는 매각된 한라그룹 사업장들이다. 보워터코리아(2009년부터 노조간부 징계, 손배소 등), 발레오전장(2010년 초 직장폐쇄와 용역깡패 투입, 노조와해), 위니아만도(2008년부터 대규모 배당잔치 뒤 구조조정, 노조무력화), 보쉬전장(2012년 어용노조 설립 후 금속 탄압), 깁스코리아(2012년 공장 청산 후 자본 도피), 그리고 최근 만도(2012년 직장폐쇄, 용역깡패 투입 뒤 어용노조 설립)까지 모두 그러하다. 이렇게 재벌그룹에서 매각된 사업장들의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업장에 비해 더욱 큰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특히 초국적기업에 매각된 사업장들은 초고배당과 입만 열면 자본이 이야기하는 공장 철수 설 때문에 항시 불안 속에 살아야 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핵심 사업장이었던 발레오만도가 2010년 직장폐쇄 후 10여일 만에 무너졌던 결정적 계기도 사측이 의도적으로 퍼뜨린 공장철수설이었다. 초국적기업 사측이 지속적으로 노조를 약화시킬 수단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우그룹의 노동자들 역시 그룹 해체 이후 불안과 노동탄압 속에서 살았다. 2001년 대규모 정리해고 투쟁 이후 대우차 노동조합은 10년 간 제대로 된 파업 한 번 못해봤으며,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초 어용노조를 출범시키며 민주노조를 와해시켰다. 초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병존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결국 회사노조로 정리되었고, 금속노조 구미의 핵심사업장이었던 오리온전기는 수차례의 정리해고 끝에 2005년 청산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재벌이 해체 된 이후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나아졌을까? 물론 전혀 아니다. 예를 들면 대우차는 지엠에 넘어간 이후 부품 공급을 본사 기준에 따라 글로벌 소싱하면서 국내 부품사와의 전략적 관계 대부분이 끊어졌다. 제조업 기업이 아닌 금융펀드들이 인수한 회사는 이러한 양상이 더욱 심했다. 계열사들이 초국적기업에 의해 갈가리 찢긴 한라그룹에 납품하던 중소기업들 중 상당수는 2000년대 초중반 매우 큰 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도가 나든 아니면 법적 제한으로 그룹(혹은 기업집단)이 해체되든 진행되는 양상은 비슷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재벌해체 자체가 노동자에게 득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룹에서 빠져 초국적기업 혹은 사모펀드, 또는 국내 중견기업에게 인수된 경우에 해당 기업 노동자들은 극도의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역시 심각한 불안 상태에 놓였다. 재벌개혁 논쟁의 이면, 한국사회 성장론 재벌개혁이 사회적 의제가 되자 학계에서도 재벌개혁과 관련한 논쟁이 진행되었다. 반주변부 국가 발전모델로 유명한 장하준 교수와 재벌개혁론자로 유명한 김상조 교수가 논쟁의 두 축이었다. 책과 언론기고를 통해 여러 논쟁이 있었는데, 외형은 재벌개혁의 타당성이었지만 핵심은 사실 한국사회 성장론에 관한 것이다. 김상조 교수를 필두로 한 재벌개혁론 진영은 내수중심성장-중소기업육성이 한국사회 성장의 기본 축이라고 본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시민연대에는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조하는 입장부터, 주주에 의한 통제를 강조하는 입장까지 다양하지만 소수 재벌로의 경제 집중이 내수중심성장과 중소기업육성에 큰 장애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한다. 재벌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동네 빵집까지 노리는 탐욕의 화신, 중소기업을 수탈하는 약탈자라는 것이다.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재벌은 현재와 같은 구조가 아니라 좀 더 작은 단위로 분리되어야 하고(지배구조 개선), 시장에 의해 공정하게 감시(투자자에 의한 감시)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장하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필요한 것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제조업 중심)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이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재벌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한국과 같은 반주변부 국가에서 중소기업 중심 성장은 역사적 맥락에서도, 현재 세계경제 구조를 볼 때도 불가능한 일이며, 역기능을 최대한 규제하되 재벌과 같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순기능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제가 되고 있는 재벌 지배구조는 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규제할 건 규제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경우 한계기업은 한계기업으로 정리해야 하며,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운 산업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선순환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진보진영에서는 김상조 교수 식의 재벌개혁론이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최근 이건희, 정몽구, 김승연, 최태원 등 조폭 두목 식으로 감옥을 들락날락하는 재벌 총수들의 행태나, 이들의 반노조 태도 등은 진보진영을 넘어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또한 재벌대기업-수출에 대립하는 중소기업-내수라는 틀 역시 악과 선의 대립으로 작동했다. 최소한 진보진영에서는 진보의 당연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경험적으로 봐도 재벌그룹이 개별기업으로 해체된다고, 또는 재벌 총수가 전문 경영진으로 바뀐다고 뭔가 특별한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도기계가 한라그룹에서 분리되어 사모펀드의 관리 하에 전문 경영인이 운영하는 대기업이 되었다고 하청 중소기업들에 대한 태도가 바뀌지 않았고, 사실상 순환출자구조가 해소되어 금호타이어만 소유한 박찬구 회장이 예전과 다른 경영, 중소기업과 정상적 거래를 한 것도 아니었다. 재벌개혁론 진영에서 강조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거래 개선 방안 역시 얼핏 타당해 보이지만 실제 그것이 핵심인지는 의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1차 부품사들이 원청으로부터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한다고 해서 부품사 노동자들의 조건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원하청거래의 가장 진일보한 입장이라는 이윤공유제를 보자. 이윤공유제를 실시하고 있는 브라질 헤센데 지역의 폭스바겐 부품사 사례를 보면, 부품사들은 공유할 이윤을 크게 늘리기 위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했다. 정규직 고용을 부품사들이 오히려 상호 규제하기까지 했는데, 한 기업이 정규직을 고용하여 노동비용을 높이면 모든 기업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1차 부품사들에 대해 아예 노골적으로 노동 배제적 이윤 공유를 하고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휴대폰 케이스 생산과 조립을 하는 한 중소기업은 삼성전자로부터 자본 투자도 받고, 해외진출 시 부지와 공장 건설에 관한 협조도 받으며, 납품가 역시 신제품 출시 때마다 곧잘 올려받고 있다. 그야말로 원하청 상생의 모범이라 할 만한데, 이 기업의 노동자들은 모두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당연히 노조는 꿈도 못 꾼다. 두 번째로, 과연 현재 제조업에서 과연 재벌에 배제된 중소기업이 그렇게 많은지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현재 자동차부품사의 절반 가까이는 사실상 현대차와 분업 구조만 갖추었을 뿐 재벌개혁론에서 이야기하는 재벌과 대당하는 자본이 아니다. 유성기업, SJM, 상신브레이크 등 현대차를 뒤에 업고 노조를 탄압한 사업장뿐만 아니라 현대차가 직접 거래하는 6백여개 중소기업 대부분이 그렇다. 심지어 2차 부품사, 또는 3차 부품사라고 지칭되는 기업 중 상당수도 알고 보면 이들 부품사가 법인 분리, 또는 인수하며 사실상 중소그룹의 계열사인 경우가 많다. 현재 주요 산업에서 보면 재벌에 의해 배제된 중소기업이 다수라고 보기 힘들다. 최소한 제조업에서는 그렇다. 재벌에 의해 배제된 자본은 해외로 이전했거나 아니면 아예 재벌과 관계없는 일부 산업의 중소기업이 다수다. 요컨대 중소기업성장론은 현재 상태에서 보면 대상이 불분명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서비스 부문에 속하는 일부 자영업 정도가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벌총수와 타협하고 신산업 중심 성장을 이루자는 이야기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국의 재벌 가문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60여년의 해방 이후 한국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시민적 상식과 단절되었고, 충분한 계급투쟁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자들이다. 한국에서 재벌 가문이 형성되고 그들만의 혈연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단순히 개인적 인격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재벌 가문들에 대한 큰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재벌 타협론은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 규제를 통해 제왕적 경영에서 입헌군주제 식 경영으로 나가자고 하지만 과연 유혈 혁명 없이 이 전환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한 세계 자본주의 위기 과정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과연 자본주의 전체가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한국에서 신성장 산업 중심의 축적을 이루는 것이 가능한가 역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장하준 스스로도 이야기하듯이 1970년대 이래 산업적 성장이라는 것은 기존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분배받는 서비스업에 그쳤다. 전자, 기계, 화학 산업과 같은 제조업의 대규모 성장은 197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끝났다. 한국은 뒤늦게 1990년대 초반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큰 (외채에 기반한) 자본 축적이 진행되었지만, 결국 세계적 경향을 뛰어넘지 못하고 1998년 외환위기로 귀결되었다. 이후에 재벌들의 투자는 이미 익히 알려진 것처럼 공장과 기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외주화와 저임금 지역으로의 이전이었다. 2008년부터 세계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 위기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금, 1950~197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의 성장을 하자는 것은 다소 ‘박정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재벌개혁, 노동운동이 어떻게 강화될 수 있는지가 관건 - 원하청불공정거래 개선 정책의 예시 세계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 성장 중심의 전망이 그럴 듯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운동이 주력해야 할 것은 어설픈 개혁론, 또는 성장론에 휘둘리는 것보다는 정세적 필요에 따라 적당한 제도 개선 과제를 ‘주체’의 발전 전략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는 노동자운동의 더 심각한 위기로 인해 대안 세계를 구성할 수 없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재벌개혁과 관련해 민주노조 운동이 관여한다면 우선은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원하청 불공정거래에 관한 것일 것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해보자. 하지만 이 또한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재벌개혁론에서 이야기하는 이윤공유제(혹은 성과공유제)여서는 곤란하다. 이윤공유제로 노동자운동이 성장할 경로가 없기 때문이다. 재벌개혁의 목표는 재벌개혁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운동의 성장 매개를 그 곳에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있다. 이런 점에서 원하청 관계와 관련해 금속노조가 택해야 하는 전략은 기업지불능력에 근거한 노동조건 개선이 아니라 원하청 관계에 개입하는 금속노조의 역할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그림 1] 금속노조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 정책 흐름도 불공정거래 개선 핵심정책으로서 “산별교섭”의 사회적 의제화 가장 먼저 금속노조가 추진해야 하는 것은, 현재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중심으로만 논의되고 있는 원하청 관계와 관련된 의제를 원하청 노동자 격차 축소를 위한 산별교섭 제도화 의제로 확대시켜나가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산별교섭은 원청의 납품가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하청의 임금률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산별교섭 참여 사업장이 비금속노조 사업장보다 노동조건과 기업 경영 상황 모두 좋은 상태였다. 현대차 부품사 420개를 조사한 결과 일반적으로 기업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는 기업규모보다도 산별교섭 참여여부가 오히려 부품사 기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지금까지는 원하청 불공정거래에 관해서 노동의 측면은 오직 간접적으로, 다시 말해 하청 기업의 지불능력 개선 이후의 효과로만 고려되었다. 하지만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은 기업간 거래에 대한 규제만이 아니라 산별노조의 역할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재벌 대기업 원청을 포함한 살별교섭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원하청 불공정 거래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사회적 정치적으로 산별교섭 제도화를 의제화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별교섭 제도화가 원하청 불공정거래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하도급법, 공정거래법에 산별노조 역할에 대한 명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및 배상액 한도 증액,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 사항에 대한 공정위 전속 고발권 완화,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납품가 집단 교섭 허용 등 여러 수준의 원하청 불공정거래개선 정책들이 십 수년간 이야기되어 왔고, 일부는 부족하게나마 하도급법에 반영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많은 정책 연구자들이 이야기하듯이 상거래 관계를 법적으로 완벽하게 규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재벌 대기업이 압도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 제도적 규제는 더욱 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회적 규제 정도가 실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에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으며, 하도급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의 상법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의한 감시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 주체로 금속노조가 역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하여 재벌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과 특혜를 받으며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고 있으나, 노동자 민중들은 실질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정리해고와 계약해지로 내몰리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맞서 자연발생적인 생존권노동권 투쟁, 민주노조 사수투쟁 투쟁은 지속되고 있지만, 민주노조 운동은 응집력 있는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노조 운동은 2010년-2011년 노동조합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타임오프) 제도 도입과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 국면에서 총노동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함으로써 거센 공세에 부딪혔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막론하고 단협해지 공세, 사측이 주도하는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폭력, 민주노조 조합원에 대한 징계와 해고를 통한 어용노조 설립 및 민주노조 파괴 공작 등 정권과 자본의 가혹한 노조탄압에 각개 격파 당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향후 강화될 정권과 자본의 긴축재정, 복지축소, 노동유연화 공세에 맞서 노동권,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계급적 단결 및 계급 대표성, 조직투쟁력, 사회적 영향력의 강화)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총노동 전선의 구축이 사활적인 과제다. 그 동안 민주노총의 투쟁력 약화와 관련하여 △총연맹 집행부의 노사협조주의(코포러티즘)적인 노선과 총노동 전선 구축에 대한 방기 △산별 중심의 조직구조로 인한 민주노총의 지도집행력 약화, 조직형식적인 산별 건설과 산별 현장의 투쟁력 약화 △조합원들의 대중투쟁 조직화에 근거하고 영향력 있는 (진보)정당과 주류 시민운동에 의존한 제도 개선에의 매몰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민주노총의 계급 대표성과 투쟁력, 사회적 영향력의 감소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된 결과일 것이다. 그 동안 계기마다 민주노총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00년 단병호 집행부, 2005년 이석행 집행부, 2008년 임성규 비대위 등에서 조직적인 혁신논의를 진행하였으나, 정파적 갈등, 임원 비리사건, 집행부 교체 등의 이유로 실천적 결론을 맺지 못하고 중도반단되었다. 민주노총 혁신에 대한 각 세력의 입장 제출을 넘어서 혁신 주체 형성과 실행경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이다. 본 글은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총노동 전선의 구축에 있어서 핵심 산별의 투쟁력 강화와 함께, 지역적 차원의 산별/업종/단위 사업장을 뛰어넘는 투쟁의 조직화가 핵심 과제라는 판단에서 민주노총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 노동자운동에 주목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현실 진단 현재 지역 노동자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위는 민주노총 지역본부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각 지역에서 총연맹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민주노총 방침에 따른 사업의 추진 △지역 내 노동조합간의 연대교류 사업 △지역 내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와 미가입 노조 가입 등 조직사업 △조합원 교육선전활동과 지역 차원의 조사활동 △쟁의의 공동 지원과 노동운동 탄압에 대한 공동대응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지역 내 제 민주세력과의 연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민주노총 지역본부 운영규정 제3조)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민주노총의 운영규정에 의해 규정된 지역본부의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봉착해 있다. 물론 각 지역본부가 처한 상황이 불균등하기 때문에 모든 지역본부의 활동을 획일적으로 진단하는 것은 어렵다. 예컨대 총연맹과 각 산별연맹 중앙조직이 위치해 있는 서울본부의 경우, 대부분 산별이 독자적인 사업기획 역량 및 대중동원 역량이 있기 때문에 산별 중심의 사업 작풍이 강하고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위상과 역할이 더욱 취약하다. 다른 지역본부들의 경우 대체로 지역운동에서 지역본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 또한 해당 지역본부의 산별/사업장 분포 및 핵심 동력,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 및 산별 지역조직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 지역사회운동의 연대기풍 등에 따라 활동력에 상당한 편차를 드러내고 있다. 지역본부의 위상과 권한이 취약하다 민주노총지역본부는 가맹조직이 아니라 총연맹 산하 집행기관으로 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산별연맹/연맹을 기본 가입단위로 하여 인력과 재정이 산별노조/연맹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고 조합비 납부, 교섭권 등도 산별노조/연맹의 권한이다. 따라서 해당 지역 소재 사업장에 대한 대부분의 관장력은 산별지역본부/지부에 있고,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지역본부에 직가입한 일반노조 등을 제외하고는 조직체계상의 관장 권한이 없다.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산별 지역조직에 대한 권한이 없다보니, 산별 지역조직은 산별중앙의 방침을 우선시하게 되고 그 마저도 위로부터 지침이 내려오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지역본부는 현장에 대한 권한과 개입력이 제한되어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지역본부가 총파업 조직화를 위해 현장 조직화를 추진하려해도 (정파갈등 등으로) 산별 지역조직 내 사업장에 대한 지역본부의 접근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 역으로 산별지역조직이 열정적으로 지역사업을 하려고 지역본부에 협조를 요청할 때 지역본부가 산별사업이니 산별 자체적으로 하라고 외면해도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지역본부에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사업에 결합하지 않는 사업장들도 많다. 민주노총의 규정 상으로는 산별 지역조직이나 본조직이 다른 지역에 있는 단위노조 지부 등은 의무적으로 지역본부에 가입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가입하지 않고 있는 단위도 존재하며 가입해 있더라도 지역본부 사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예컨대 경기본부는 지역의 12만 조합원 중 4만 정도만 포괄하고 있다. 인력과 재정이 대단히 취약하다 총연맹으로부터 인건비 교부가 되는 인원 숫자는 한정되어 있어서 지역본부 사무처 활동가들은 한 명이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직과 투쟁, 미조직 조직화 사업을 겸하고, 비정규사업, 최저임금, 전략조직화 사업을 겸하는 등 업무가 과중하고, 노조의 기본사업으로서 교육선전 담당자가 부재한 경우도 다수다. 지부나 지구협 단위까지 가면 활동가 1인이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지역본부의 사업비는 총연맹에서 내려가는 지역사업교부금으로 충당이 되지 않아서 지역본부 자체적으로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총연맹에서는 지역본부 당 월 500만원 수준으로 교부금이 내려가고 있고, 지역본부들의 자체 분담금은 교부금 총액의 76% 수준에 이르렀다.(2012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자료집) 노조 간부 및 조합원에 대한 교육, 일상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이 부족하다 지역본부의 인력과 재정이 취약하다 보니 일부 지역본부에서 활동가들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노동자학교나 법률학교, 맞춤형 교육, 사회공공성학교, 선전학교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조의 기본사업인 조직/교육/선전 사업이 안정적,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산별조직 및 소속 사업장에 대한 일상적인 사업에 대한 실태 파악 및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지 못하다. 한편 산별중심의 구조에서 지역소재 대부분의 사업장에 대한 관장권한이 산별지역조직에 있기 때문에, 단위 사업장에 대한 조직/교육/선전사업이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책임질 사업이라는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지역본부 혁신을 위한 주요 과제 현재 민주노총의 산별중심 조직구조, 운동구조를 단기간에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당장 조직형식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혁신을 주장했을 때, 산별의 이해관계와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혁신을 위한 협력과 연대보다는 내부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산별의 투쟁력을 강화하고, 지역노동운동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간부, 조합원 의식화와 조직적 실력을 갖춰, 민주노조 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혁신군을 형성했을 때, 비로소 산업/업종과 단위 사업장의 이해를 뛰어넘는 ‘현장강화를 바탕으로 산별의 투쟁력과 지역노조운동의 강화를 위한 조직구조의 재편’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 혁신을 위한 지역 활동가의 결집과 공동실천이 혁신의 출발점 각 정파, 정치세력 간에 일정한 노선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평등세상 건설과 노동해방 쟁취’를 지향하고, 민주성/자주성/계급성/투쟁성/연대성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공유한다면, 지역운동의 조직화를 위한 정파를 뛰어넘는 활동가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정파 간의 땅따먹기 싸움이 아니라 지역운동, 민주노조 운동의 강화를 통해 공통의 운동지반을 확대하고, 그 속에서 각 정파의 확대를 꾀하는 윈-윈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지역본부는 공식체계를 통해 주요 산별지역조직과 핵심 사업장의 활동력을 복원하기 위한 실태파악과 투쟁, 교육사업 등의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 인력이 취약하더라도 핵심 사업으로 규정하고, 지역본부 담당 주체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 또한 산별지역조직, 지역 정치조직 및 사회운동의 활동가들과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핵심 산별과의 공동투쟁 기획을 마련하고, 산별지역조직 및 사업장의 교육주체를 발굴해야 한다. 우선 노조의 간부교육부터 체계화하고, 현장 조합원 교육까지 체계적으로 확대하는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의 공식체계와는 별도로 투쟁과정에서 발굴되는 활동가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지역 활동가조직(틀) 차원의 구상도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본부의 인력, 재정 확보와 관련해서도 지역연대 투쟁으로 승리한 사업장, 지역의 건강한 사업장부터 지역운동 활성화를 위한 조합비 납부 등을 통해 활동가를 배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본부 간 연대와 모범의 교류,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협력 지역 활동에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건강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주요 투쟁에 대한 실천적 연대, 조직/교육/일상사업 등 모범의 교류, 지역본부운동의 강화를 위한 민주노총에 대한 공동의 압력행사 등을 위해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각 지역별 고립분산적인 활동이 아니라 전국적인 차원에서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전국적 활동가 조직질서의 구축과 공동대응 민주노총 혁신세력 형성을 위한 전국적 활동가 조직질서의 구축 개악된 법, 제도에 의해 정권과 자본의 노조탄압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현실에서 산별과 지역 차원의 투쟁력 강화를 위한 아래로부터의 노력과 동시에, 민주노총 집행부 교체와 민주노총의 투쟁방향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에 대한 개입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힘 있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야권연대’ 선거방침과 통합진보당 지지 방침으로 인한 민주노총 내부적 갈등과 전체 노동자민중운동에 미친 악영향을 고려해 보더라도 제대로 된 민주노총 집행부를 선출하는 것은 현 시기 대단히 중요하다. 노조운동을 당의 동원대상으로 사고하는 민주노총 주류 세력을 제어하고, 민주노조 운동을 혁신강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입정 차이에도 불구하고 소위 민주노총 내 범좌파 세력의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당에 대한 노선 차이를 넘어서 평등사회 건설과 노동해방 쟁취,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에 동의하는 규모 있고, 실력 있는 전국적 활동가 조직의 건설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공동의 실천과 민주노총 선거 공동대응 전국적인 활동가조직 혹은 결집된 범좌파 세력은 주요 산별의 투쟁전략, 각 지역별 투쟁전략을 비롯한 총노동 전선 구축과 현장 강화를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공동의 실천과제를 마련하고 민주노총 선거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직선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좌파진영에서 민주노총의 유력한 혁신방안으로 주장해왔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어 왔다. △세계 어느 나라도 내셔널센터를 직선제로 선출하지 않고 있고, 직선제를 노조 민주주의 진전의 잣대로 보기 어렵다는 점 △만약 민주노총 직선제를 민주노총 선거에서 현 집행부를 맡고 있는 주류 세력을 이기는 방안으로 제기하는 것이라면 그에 걸맞는 세력규합이나 기획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그러한 기획이 전혀 없다는 점 △통합진보당 사태와 민주노총 지역본부 직선제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현 상태에서 민주노총 직선제를 진행한다면 부정선거 논란이 다수 지역사업장에서 발생할 것이 명확하며, 이에 대한 정권과 자본의 공세가 거셀 것이라는 점 등이 주요 이유다. 현재 민주노총 직선제는 전체 선거인 명부가 제출되지 않아서 무산될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직선제가 무산되는 상황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현장에서부터 직선제 쟁취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직선제 실시를 강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직선제가 현장의 주요 관심사도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반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행 체계 그대로 민주노총 선거를 치르는 것도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조직적으로 결정한 사항을 뒤집는 것이라서 민주노총에 대한 냉소적 반응을 확대할 우려가 크다. 당장 직선제 실시가 어려운 조건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현행 간선제(산별에서 민주노총 대의원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명단을 제출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인 민주노총 대의원 선출을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관장하여 지역별 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현재 다수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본부 임원 직선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가능한 방안이다. 지역본부, 산별지역조직의 상황을 고려해야겠으나, 대의원 규모를 지금보다 대폭 확대하여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및 민주노총 사업방향에 대한 현장의 참여를 확대하고, 투표 과정을 지역본부가 관장하면서 지역본부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중심의 총노동 전선 구축과 현장 활동 활성화/투쟁력 복원을 위한 조직재편의 모색 민주노총이 전국적인 총노동전선 구축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단기적으로 민주노총-산별중앙, 민주노총 지역본부-산별지역조직의 공동기획, 공동투쟁의 강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지역연대운동의 구심이자 총연맹 활동의 집행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산별중앙과 산별지역조직의 민주노총 지역본부 결합력 강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노조 조직화, 일상적 교육, 정세대응을 높일 수 있는 지역 연대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역본부와 산별지역본부/지부와 통합적 운영 및 공동기획ㆍ공동집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노총 지역본부에 대한 인력, 재정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조직과 교육선전부서를 산별지역본부/지부와 공동구성하여 집행통일성을 확보하는 방안, 문예활동 담당 부서나 여성사업 부서 등의 산별지역조직과 주요 사업장 주체의 참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또한 재정은 민주노총 의무금이 동결되어 있고, 납부율도 저하되는 상황에서 지역본부 차원에서 걷는 분담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이를 현실화해서 지역본부의 사업비와 인력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중장기적으로 민주노총 중심의 조직편제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예컨대 사업장 민주노총 직가입을 바탕으로 민주노총/산별업종분과, 지역민주노총/산별업종지역본부(지부) 체계로 재편하면서 산별중앙의 역량을 일부 민주노총 산별업종분과의 정책/투쟁기획 역량으로 흡수하고, 다수역량을 지역민주노총의 산별업종지역본부(지부)로 투여함으로써 현장 활동에 대한 지도, 지원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본부 혁신을 위한 세부 실천 과제 지역연대투쟁 활성화- 지역연대의 힘으로 투쟁 승리, 투쟁을 통한 지역연대 복원 총연맹의 투쟁지침을 수행하고, 지역 투쟁현안 발생 시 투쟁을 책임지고 주도하는 것은 지역본부의 기본적인 업무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자본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업무를 관성적으로 진행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남기기는 어렵다. 2000년 이후 업종과 산별을 넘은 지역연대의 모범을 보인 사례와 지역총파업 평가를 통해 지역투쟁사업이 어떤 조건에서 성공할 수 있으며, 앞으로 지역본부의 투쟁기획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펴보자. 충북의 2011년 유성기업 투쟁을 보자. 충북지역은 2007년 하이닉스 투쟁 패배 이후 지역본부 차원의 연대투쟁이 약화되고 연대의 폭이 산별연맹 내로 갇히는 경향이 심화된 상황이었다. 유성기업 투쟁은 지역 연대투쟁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그 동안 지역 연대투쟁의 최선두에 서 왔고 그러다보니 그동안 지원을 받았던 조합과 조합원들, 서로 갈라져 있던 활동가들도 모이기 시작했으며 지역본부도 역량을 집중하여 시의적절한 선전, 지역집중집회 등을 전개했다. 충북본부는 충북의 지역연대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었던 요인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대공장이 없고 중소규모의 노동조합이 주를 이뤄 단위 사업장 현안 해결을 위한 힘을 지역연대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점, 둘째, 지역 노동운동의 형성과정에서부터 지역연대와 지역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한 점, 셋째, 지역본부가 매년 실시해 온 활동가간부교육이 사업장을 넘어선 활동가들의 교류와 통합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이다. 경주 사례 역시 지역연대의 모범으로 꼽을 수 있다. 2006년에서 2009년까지 4년은 경주지역 민주노조 운동이 가장 활성화된 시기였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와 경북일반노조의 조직화와 투쟁이 지역운동이 모범이 되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2007년부터 공세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진행해서, 2008년-2009년에만 외동공단에서 8개 이상의 사업장을 조직했다. 규모도 2001년 1,600명에서 2009년 말 3,200명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일반노조 소속인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는 2006년 8월 31일 전체 청소노동자 50여 명 중에서 28명의 조합원들이 해고되면서 투쟁이 시작되었다. 50일이 넘은 농성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금속노조 간부들은 금속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지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 10월 25일에 금속 12개 사업장 2천5백여 명이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이고, 1천여 명의 노동자가 동국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일주일 뒤인 11월 1일 동국대 미화노동자 전원복직 합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지역연대 기풍은 2009년까지도 이어져 경주재활용선별장 민간위탁 저지 투쟁에 금속노조경주지부가 지역총파업을 통해 연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첫째, 일상적 지역연대 투쟁의 조직화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 둘째, 지역본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투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 셋째, 업종과 산별을 뛰어넘는 연대투쟁의 기획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한편, 지역 총파업 투쟁의 경우 전북과 경기지역에서 전개된 바 있다. 전북과 경기 두 지역 모두 지역총파업은 그동안 지역본부의 투쟁력의 유실과 지역연대기풍의 훼손을 극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역총파업을 준비하고 조직하는 과정은 매우 유의미했다. 경기지역과 전북지역이 지역총파업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교육과 실천을 촘촘히 했던 과정이 간부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의 자신감을 갖게 하고 의식성을 높인 계기가 되었다. 또한 지역차원에서 이러한 의식적인 조직화 과정을 통해 대규모 집회가 제대로 성사될 경우, 전체 조합원의 사기증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 투쟁의 밑거름으로 이어지고, 지역본부, 산별지역지부의 위상도 높아진다. 총노동 투쟁전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 총파업만으로 정세를 돌파할 수는 없지만 연대투쟁을 복원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역량을 확대구축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조합원의 정치의식 향상과 노조활동가 재생산을 위한 교육선전문예일상사업 강화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의 확대는 곧 현장의 활동력, 투쟁력의 약화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투쟁을 통한 승리의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와 함께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비판 그리고 사회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운동과 투쟁의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학습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노조에서는 일상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곳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진행하는 교육의 내용도 대단히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첫째, 조합원, 간부 교육 등 교육과 학습 프로그램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중심이 되어 산별지역조직, 단위 사업장의 교육, 학습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진행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소속 산별과 단위 사업장까지 교육담당 주체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 내외부의 활동가들을 조직하여 현장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교육내용과 기획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노조교육의 문제점 중에 하나는 유명 강사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다. 유명 강사가 조합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는 있으나, 조합원들이 스스로 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형성하게끔 하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대신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 충북본부의 현장활동가 맞춤형 교육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현장활동가 맞춤형 교육은 매년 쉽게 읽는 자본론, 정세전망, 여성노동권 등 9~10강으로 40~50명 정도 참석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지역 노조활동가 재생산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현장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동아리소모임 활성화와 일상적 정치실천의 강화가 필요하다. 노동조합 체계를 통한 교육뿐만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의 이념과 가치를 형성하는 학습소모임, 문예소모임의 결성과 활성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산별지역조직, 단위 사업장의 동아리소모임에 대한 실태파악과 학습문예 소모임 구성을 위한 초동주체 발굴을 위한 기획을 가져야 한다. 셋째, 현장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현장토론과 정치실천을 일상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정세에 맞게 현장 교육과 토론을 통해 공동의 요구를 함께 마련하고 간부대의원의 현장토론 조직화, 현장 선전전을 일상적, 정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간부 수준의 지역연대 결합을 넘어서 지역적 차원에서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실천프로그램(예를 들면 노조법 개정 등반대회, 환경파괴생명위협하는 핵발전소 반대를 위한 시민캠페인 등 실천 활동에 조합원이 월 1회는 반드시 결합 등)을 적극 조직하여 조합원이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전략조직화)에 대한 지역본부의 역할 강화 기존 전략조직화사업에 대한 평가들이 일정하게 한계적인 것은 ‘전략’이라고 이름붙일 만큼 강조했던 조직화 사업이 왜 실제로는 적극적인 실천으로 조직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혁신의 담론이 왜 노조운동의 실질적인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했는가의 문제다. 그것은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는 이념적 기반의 취약성,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는 활동가들의 절대적 부족에서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미조직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이념적 기반의 취약성이라는 점을 전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노동자 계급의 내부적 단결의 확대 혹은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하는 노조운동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 재정립’이라는 원칙적인 차원에서부터, ‘미조직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조직화사업의 정치적 목표의 수립’이라는 정세적인 차원, 그리고 노동자를 조직화하는 것은 결국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적 수단을 매개로 사회운동(정치운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혹은 ‘사회운동기관으로서 노동조합운동을 혁신하기 위한 현장 재조직 사업의 일환이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첫째,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노조의 양적 확대를 넘어서 민주노조 혁신강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조조직화 활동가 주체의 확대 측면에서, 미조직 사업·전략조직화 사업의 조직 활동가 주체를 총연맹과 산별연맹 내에 미조직 담당자를 두는 문제로만 이해하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물론, 미조직 담당자도 없는 마당에 담당자를 두는 것도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조직전문가 몇몇이 헌신적으로 활동한다 해도 이는 한계적일 수밖에 없는데 노조운동의 주체가 확대되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또 다시 서비스 모델에 갇혀 조합원의 수동화와 조직률의 정체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공단조직화사업 평가과정에서도 제기되었던 것처럼, 현장 주체와 조직 담당 주체 사이의 입체적인 조직화가 실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차원에서 활동가 주체들이 확대되어야 한다. 먼저 제 사회단체, 정당 등이 노동조합 혁신강화 투쟁에 목적의식적으로 참여하고, 각 지역에서 이를 지지뒷받침해야 하며, 노동조합운동의 결과로서 조합원이 스스로 조직 활동가로서 거듭나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의 교육사업과 문화운동의 혁신도 중요하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노동조합의 가치와 이념을 정립해야 한다. 이념 없는 조직화사업은 노동조합운동을 아래로부터 붕괴시킬 뿐이다. 이념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자 교육 사업이다. 그리고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강화의 계기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직화와 투쟁 과정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의 기획, 지역연대 투쟁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기획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민주노총 지역본부가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해당 지역에서 지역연대 투쟁의 활성화와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통한 민주노조 운동의 계기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지역본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조직화 과정에서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공동의 기획 사업이 필요하다. 서울남부 전략조직화 사업에서 ‘최저임금투쟁’이나 ‘무료노동 이제 그만’과 같이 미조직 노동자의 주요요구가 담긴 사업들이 지역본부를 매개로 지역적 차원에서 펼쳐져야 한다. 또한 전략조직화 사업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현장주체 육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본부는 조직 활동가 육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운동 활성화를 위한 지역본부의 과제 지역의 사회운동은 사회적으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등장과 NGO 운동에 대한 포섭과 지원정책, 운동 주체적으로는 민주노총의 출범과 노동운동의 양적 성장, 진보정당운동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다. 전자의 경우, 소위 시민운동진영의 정권에 대한 의존과 협력이 커지면서 운동의 자주성을 상실해갔고, 후자의 경우 변혁이념의 축소 상황에서 소규모 조직의 활동의 어려움, 열악한 상근비로 인한 생계의 곤란 등으로 일정한 생계가 보장되고 영향력이 있는 노조와 당으로 활동가들의 이전을 촉진시켰다. 한편 최근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당선 이후 사회적 기업과 지자체 주도 예산 지원 등으로 인해 소위 풀뿌리 지역단체들, 주민조직들의 지방정부에 대한 의존이 강화되고, 이러한 이해관계로 인해 민주당의 외곽 세력화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자주적, 계급적인 사회운동을 형성하고, 확대하기 위한 지역 노동자운동의 적극적인 고민과 기획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 노동자운동은 사회운동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지역에서 핵발전소 혹은 핵폐기장 건설, 영리병원 추진 등이 진행될 수 있고, 이러한 의제들은 특정 계기에서 전국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때 지역본부가 이를 자신의 과제로 삼고, 조합원들까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려는 의지와 계획이 필요하다. 지역의 대중조직과 제 노동, 민중단체를 중심으로 한 상설적인 연대체 구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지역의 상황에 맞게 연대체를 구성하여 노동조합운동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정세에 따라 지역적 이슈에 대한 조합원 교육과 조합원 실천을 적극 조직해야 한다. 지역사회운동의 의제가 노동자와 동떨어진 사안이 아닌만큼, 이를 노동자 자신의 문제로 사고하고 민중적 해결방안을 고민할 수 있도록 지역본부가 정세적인 계기를 잘 활용하여 조합원들의 참여를 조직해야 한다. 셋째, 지역 사회운동단체들에게 노동조합의 문호를 개방하고, 조합원들의 사회운동단체 참여와 후원을 조직해야 한다. 조합원 교육 사업을 함께 기획하면서 노동 뿐 아니라 인권이나 반전평화 등의 문제의식을 조합원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회단체가 제기한 의제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적극 결합하면서 문제의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 교육사업 등의 공동기획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사회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주체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사업 혁신 과제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기 위해서 여성사업이 강화되어야 한다. 구조적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는 여성 노동자를 활용하면서 위기를 지연시키고자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여성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의 부족을 여성노동을 통해 보충하려 한다. 또한 가족의 기능에 발생한 공백을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통해 메우려고 시도한다. 이는 여성을 가정의 의무를 빌미로 노동시장에서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가족 내에서 가사와 양육을 여성이 책임지게 하는 이중부담의 강화로 드러난다. 또한 노동자운동이 분열을 넘어 단결하기 위해서도 여성사업은 강화되어야 한다. 여성 노동자의 60%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은 남성에게 있고 여성은 부차적이라는 성별분업을 활용해,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여성에게 할당한 결과이다. 성별에 따른 격차를 정당화하면서 노동자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노조에서 여성사업은 주로 반성폭력 운동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은 여성 억압의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여성 억압의 구조적 현실을 모두 드러내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여성의 피해감을 강조하는 방식은 여성의 적극적인 권리주장을 어렵게 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반성폭력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여성사업은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역량을 집중하기 보다는, 성폭력 가해 예방을 위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때문에 여성노동자의 주체화에 있어 한계적이다. 따라서 여성사업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꿔야하고, 보다 다양한 기획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우선 교육, 선전사업을 기획할 수 있다. 첫째,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교육이다. 산별 중앙이나, 총연맹 차원에서 의식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진행되어온 교육은 회사에서 실시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과 차별성이 크지 않으며, 금지목록 준수의 의미로 읽히고 있다. 페미니즘 교육을 통해 여성 억압이 구조적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여성권을 쟁취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공감할 수 있도록 내용 전반이 재구성 되어야 한다. 또한 소그룹별 학습모임을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에 있어 페미니즘이 그 내용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서부터 사회적 쟁점까지 해석하고 입장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식지 발간이나 SNS 활용, 소모임 토론 등의 기획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한 여성 간부육성을 위한 기획이 중요하다. 전체 조합원 가운데 여성의 비중 자체가 낮고, 할당제를 적용하고 있어도 선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이 의지가 없어 별수 없다는 결론이 아니라, 여성을 간부로 육성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는 고령의 여성노동자가 교육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여 3년 째 꾸준히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맞춤형 사업을 기획하여 여성 활동가 발굴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 조합원들 간의 교류 사업도 필요하다. 사무금융노조의 경우 여성조합원 및 상근간부가 참여하는 여성위원회를 안정적으로 진행하여, 노동조합 내에서 여성의 경험과 고민을 제기할 수 있는 유의미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충북본부의 경우 지역 여성간부를 비롯한 조합원들과 함께 두 달에 한 번 강연회, 야유회, 영화제 등의 ‘릴레이 여성사업’을 기획했다. 서울본부는 여성조합원대회를 2년 연속 개최하고 있는데, 다양한 연령과 직종의 여성들이 모여 서로의 조건을 이해하고 연대하면서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고 쟁취할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투쟁 과정에서도 여성노동권의 문제의식이 적극적으로 발언되어야 한다. 성별분업과 가족임금, 여성노동의 저평가 등이 여성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으며,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에 맞서는 것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기획을 투쟁과정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대지자체 교섭 및 투쟁전략 대부분의 지역본부는 지자체에 대한 교섭전략을 갖고 있기 보다는, 공공운수노조에서 지자체 혹은 지역교육청이 사용자인 경우 투쟁과정에서 지자체, 지역교육청에 교섭을 요구하거나, 지역적인 투쟁 사안이 있을 때 지자체를 압박하여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경남지역본부처럼 민생의제를 중심으로 노정협의를 진행하는 곳도 존재한다. 정부에서는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협력 모델 창출을 위해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장려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지역본부에서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경우 민주당이 집권한 지자체와 노사민정협의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먼저 충북본부 우진교통 투쟁의 경우, 2004년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전환하고 시청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시청 앞 농성투쟁에 연일 600여 명의 지역 노동자들이 동참했으며, 공권력의 폭력침탈에 맞선 지역 최초의 연대 총파업을 결의했다. 결국 청주시장의 노조요구 전면 수용으로 투쟁에서 승리하고, 노동자자주관리 기업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이는 지자체 및 산하 기관 노동자들이 실질적 사용자인 지자체를 대상으로 교섭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투쟁과 조직력이 우선되어야 교섭이 성사될 수 있으며, 요구를 관철시킬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민주노총전북본부에서는 2011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도민 5대 현안 요구안을 마련하고, 전북도청과의 협의 및 집회 투쟁을 진행했다. 5대 요구안 내용은 ①저소득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전액 지원 ②전북대병원 내 산업의학과 설치 ③농어촌지역 국공립 의료시설 확충 ④2012년까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지원 ⑤직장 내 보육시설 및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등이다. 전북도청을 상대로 5대 요구안 투쟁을 벌인 결과 농어촌 의료 확대가 부분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2012년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이 실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지역 산업의학과 설치를 압박하고 있어, 부분적으로 요구안이 관철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조직화에 있어서도 ‘보수교육감’과의 투쟁을 통해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쟁취해가는 지역에서는 노동자로서의 자기의식이 확대되고 노동조합 가입 증가와 각종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에 비해, 교육청과의 면담만으로 손쉽게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지역의 노동조합은 가입률도 정체되고 있을뿐더러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활동 정형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사례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투쟁하고 노동조합을 건설해야만 조직이 확대 성장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시켜준다. 이는 최근 지자체의 재정을 받아 노동복지센터 등을 설립하여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려는 일련의 흐름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기 요구를 가지고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센터 상담 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해 주는 방식은 노조 조직화로 이어질 지도 불확실하며, 오히려 노조의 역할을 대체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과가 불확실한 부분에 역량을 투여하기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직접적으로 조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서울본부 노사민정협의회 문제를 보면, 지역 노사민정협의회가 중앙에서처럼 노동정책이나 노동법 개정과 같이 첨예하게 노사가 대립하는 사안을 다루지는 않지만 노사협력과 상생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노사 협력의 강조와 분쟁의 원만한 해결이라는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의 목표는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과 대립한다. 지자체 산하 노동자들의 교섭권 확보 문제와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참여는 별개의 문제이다. 노사민정협의회는 지자체 및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주로서 지자체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노정교섭을 노사민정협의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자와 연대단위의 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기본으로 노정교섭을 지자체에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우리는 우선, 현장에서부터 대중적 요구를 모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장에서부터 요구를 모아내지 못하면,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요구가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되고 노동조합 지도부는 지자체의 선의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교섭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투쟁 조직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본부가 명실상부하게 지역 노동조합운동의 센터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때 공세적으로 지자체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지자체에 교섭을 강제할 수 있도록 투쟁을 조직하는 기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노동의 불안정화, 정권과 자본의 탄압 속에 지속되는 패배, 자본의 민주노조 파괴 공세 등으로 인해 민주노조 운동이 조합원 대중을 주체로 해서 운동의 힘을 키우고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통합진보당의 파산 사태로 인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환멸과 냉소도 커졌다. 민주노조 운동을 근본에서부터 살려내고 혁신하지 않으면 노조 운동 자체가 유실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 현장운동 활성화와 투쟁력 복원을 위해 민주노총 중심의 총노동 전선 구축과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노동자운동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기 자신부터 그 동안의 관성적인 활동을 평가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초심으로 현장으로부터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
현 정세는 다음과 같이 특징지어진다. 첫째,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서 유럽의 위기가 폭발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대단히 높은 한국이 세계 경제위기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미국의 경기재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중간 경제적 갈등을 배경으로 동아시아 정치군사 정세가 변화하면서 한반도의 불확실성도 증대하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의 모순이 폭발하면서 사회저변의 위기가 심화하고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고 있지만 민중운동은 역관계를 역전시킬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민중운동 주류는 민주당을 포함하는 반 이명박 전선에 주력했고,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지난 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레임덕에 빠졌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반 이명박 경쟁 구도의 주도권은 민중운동도 민주당도 아닌, 지난 5년간 ‘여당 속의 야당’으로 절치부심하던 박근혜-새누리당이 쥐고 있는 모양새다. 복지와 재벌 개혁 등 ‘경제민주화’ 담론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심지어 정부여당의 실정과 제1야당의 무기력을 반영하듯 반새누리당 비민주당 무당파를 대변하는 ‘안철수 돌풍’이 여론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민중운동 주류는 ‘경제민주화’ 담론을 일종의 기회로 인식하면서 복지동맹 또는 재벌개혁동맹을 ‘정권 교체’의 결정적 교두보로 사고하고 있다. 셋째,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 구성과 연립정부 수립을 추구했던 통합진보당의 구상은 총선 이후 부정경선 논란으로 파탄에 이르렀다. 통합진보당의 위기는 이들과 정치노선을 공유한 민중운동 주류뿐만 아니라 그에 비판적이었던 좌파 모두를 포함하는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로 표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보정당 또는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총체적 진단을 통해 민중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시도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혁신인가 아니면 통합진보당을 대체할 새로운 정당의 건설인가라는 쟁점이 사태를 압도하면서 민중운동의 집단적 반성을 가로막는 효과를 낳고 있다. 경제위기와 민중운동의 위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역설적 정세에서 민중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쇄신하고 그 조직적 토대를 재건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시급하다. 아래에서는 민중운동의 과제를 주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경제위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논의한다. 경제위기와 대선 세계 경제위기 전망 오늘날 유럽의 위기는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 및 ‘유럽의 역내 불균형’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유럽 통합의 내재적 모순이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 극적으로 심화하여 은행위기로 현상하고 재정위기로 전이된 결과다. ‘국가 없는 국가주의’로 압축되는 유럽의 구조적 결함은 이번 위기 대응 과정에서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른바 ‘민주주의의 결핍’이 유럽 차원의 ‘문제 해결 무능력’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 유럽은 경상수지 불균형에서 기인한 은행위기와 재정위기에 대해 구제금융과 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에 치중하며 위기를 증폭시켰다. 그리스의 디폴트 및 유로존 이탈 우려가 증폭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현재의 위급한 정세에서도 유럽의 무능력은 개선될 조짐이 없다. 그리스 신정부와 트로이카 사이에 새 양해각서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트로이카의 강력한 압박으로 그 내용은 현재의 긴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로이카가 구제금융을 제공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질서 있는 그렉시트’를 위한 것이다. 그리스 신정부는 긴축안 재협상 및 실행 과정에서 트로이카의 압력과 국내적 반발 사이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리스의 정치적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그리스 민중들이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지만 그 이면에 반긴축 정서가 공존하는 현실에서, 향후 그리스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유로존의 위기 공조책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결국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무질서한 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유로존의 카오스적인 해체, 나아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촉발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이제 유럽의 위기는 은행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쳐 정치위기와 제도위기의 단계에 진입했다. 유럽차원의 사회운동의 대안이 부재하다면, 초민족적 기술관료와 민족적 인민주의의 대립의 파괴적 효과가 지속될 것이다. 유럽 통합이 세계화를 지역적으로 특수화하려는 기획이었다는 점에서 유럽의 위기는 곧 신자유주의의 위기,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 2007-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진 속에서 유럽의 위기가 폭발함에 따라 세계경제가 다시 한 번 대대적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정위기 우려에 따라 재정지출을 급속히 축소함에 따라 2013년 ‘재정절벽’에 처할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고, 또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도 경기둔화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재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중간 경제적 갈등을 배경으로 동아시아 정치군사 정세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기 때문에 갈등이 조정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어 잠재적인 갈등이 확대되는 형세다.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 구상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유럽을 상대화하는 대신 ‘아시아로의 회귀’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G2)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일과의 협력(G3)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국의 플랜B로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과 한미일 군사동맹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위기 대응 위기는 국가별, 지역별로 불균등한 양상으로 시차를 두면서 진행되겠지만, 지금의 위기가 장기간에 걸쳐 세계의 커다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대단히 높은 한국이 세계적 경제위기의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한국 경제는 작년 3/4분기 이후 경기둔화에 진입했다. 올해 들어 전통적 수출 주력 업종의 불황이 가시화되면서 2012년 경제성장률이 추가로 하향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한국 경제의 활로를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에서 찾으며 자유무역협정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총선 전 ‘대중소기업 상생’이나 ‘장시간 노동’과 관련하여 몇 가지 상징적 조치를 취할 의지를 내비쳤으나 여당의 승리 이후 현 정부 임기 내에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상태다. 또 정부는 중기 재정건전화 기조 하에 사회보장복지의 추가적인 조정을 예고하였다. 정부는 최근 무상보육 재정위기와 관련하여 현 정부 내에서는 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또 ‘부자감세’를 부분적으로 철회하였지만, 이는 대선을 의식한 미세 정책 조정에 불과하다. 차기 정부에서는 추가적인 조정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는 2012년 총대선 시기 ‘선심성 복지공약’에 대비하여 복지태스크포스를 구성한 상태이며, 자본가단체들도 증세 등 정치권의 ‘과도한’ 경제민주화 요구가 경제위기 시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역공세를 펼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도 금융위기의 뇌관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미국스페인과 유사하게 부동산 거품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즉,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전제한 저금리 대출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 결과다. 대선 전 정부여당은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저금리 등 부동산 가격 하락세를 방지하는 데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편 금융적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한 금융자유화 조치도 계속 추진 중이다. 경제위기의 정치적 효과와 위기관리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임기 중 만성화된 저성장 문제의 원인을 정치 불안과 반시장반기업 정서로 꼽으며 민주화 담론을 ‘747 공약’과 같은 선진화 담론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은 세계 경제위기의 격랑 속에서 크게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을 심화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를 하회할 전망이다. 그리고 확장 실업률은 10%에 이르고 실질임금인상률은 지난 4년 중 3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결국 민생 악화라는 조건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사회정책은 야권의 민생복지 프레임에 치명적 약점으로 노출되었고, 총대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며 레임덕이 가시화되었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꼽은 주요 정책은 △일자리 창출/비정규직 문제 해결 △경제 성장/국가경쟁력 강화 △재벌 개혁/서민경제 활성화 △교육 개혁/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 △양극화 해결/복지 확대 순이었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 이명박 정부의 성장과 선진화 담론을 대체하는 복지와 경제민주화 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총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 담론의 부상은 기본적으로 경제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따른 광범한 민심 이반에 대한 반응이자 미국 반월스트리트 시위에서 얻은 일종의 학습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당명개정, 인적쇄신에 이어 새 강령에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명시하며 이명박 정부와의 이미지 차별화를 시도했다.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보편복지부자증세를 3대 핵심공약으로 선전하며 시민운동민중운동을 자신의 좌익으로 포섭하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흔히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일컬어지는 현행 헌법 119조 2항은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정치세력이 사회조화를 위해 지나치게 강해진 경제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삽입된 것이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헌법의 준거 개념인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서독의 전후 재건 정책의 이념적 기반을 이루는 ‘질서 자유주의’와 친화성이 있다. 이는 1990년대 일부 시민운동에 의해 국내에 ‘진보적 대안’으로 소개된 이후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민주적 시장경제’로 번안되기도 했는데, ‘민주적 시장경제’는 김영삼 정부 실패의 원인을 민주주의 또는 사회개혁 없는 시장경제에서 찾으면서 노사정협약을 대안으로 호도한 바 있다. 노사정협약은 정치세력화 또는 경영참여의 대가로 정리해고제파견근로제변형근로제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노동신축화를 관철하는 기제일 뿐이었다. 이러한 노동개혁에 동반하는 재벌개혁도 실상 초민족적 자본에 의한 재벌의 인수합병이나 재벌의 지주회사 설립 허용을 통한 소유·지배구조 개편을 의미했다. 현재 주류적인 재벌개혁론은 이념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지향하고 이론적으로 주주가치 최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과거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재벌개혁 의제를 계승한다. 대선 정치지형 총선 승리 이후 보수세력은 북한에 대한 이념적 공격을 통해 미국의 지역적 재편 전략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과 한미동맹 강화 흐름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이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추진 중인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그에 조응하여 이념적 공세를 강화하는 양상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와 같은 ‘중도 노선’은 그에 대한 대중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을 전후로 정치적 구심과 전략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리틀 노무현’을 회고하거나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비슷하게) ‘안철수 돌풍’에 편승하는 무능력을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나 재벌 개혁 등 반 이명박 전략에 있어서 여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대선 직전까지 정치 이벤트를 지속하며 반전을 꾀하겠지만, 경제위기와 한반도위기라는 객관적 제약 속에서 진보개혁적 구상을 제시할 여지는 대폭 축소된 상태다. 정부여당의 실정과 제1야당의 무능력 속에서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현상’이 여론을 압도하고 있다. 여론은 ‘성공한 CEO’이자 ‘공정공생공감’로 압축되는 그의 이미지로부터 ‘노무현을 부정하는 이명박과 이명박을 부정하는 안철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데 ‘안철수 현상’은 기본적으로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철수 현상’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한국 정치의 이념적조직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안철수 원장 측을 포함하는 범야권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방식 또는 2011년 박원순-박영선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민중운동의 상황 통합진보당의 균열 통합진보당 사태는 민중운동의 이념노선의 위기가 폭발한 것이다. 진보정당 운동 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역사적 모순이 총선 ‘패배’와 결합되며 ‘진보의 위기’로 표상했다. 그런데 사실 ‘진보의 위기’는 1990년대 초 ‘변혁의 위기’ 이후의 위기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그런데 현재 ‘진보의 위기’로 표상된 통합진보당의 균열은 ‘변혁의 위기’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아니라 정반대로 집단적 반성을 가로막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다시 말해서 노동자운동의 이념과 노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위기 이후의 위기’에 대응하려는 태도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변형된 형태로 자유주의 또는 보수주의를 수용하여 통합진보당을 우익적으로 비판하는 청산주의적 태도를 논외로 한다면, 우선 쟁점이 되는 것은 위기 자체를 부정하는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의 맹목적 태도와 결국 구 당권파의 제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신 당권파의 실용주의적 태도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반목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가지 태도는 통합진보당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을 공유하고 은폐한다. 즉 신 당권파는 구 당권파의 패권성과 비민주성을 비난할지언정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추진한 통합진보당의 노선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강기갑 지도부의 당 쇄신(재창당) 방향은 ‘국민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즉 당의 쇄신은 불가피하지만 쇄신 결과 더욱 우경화될 가능성이 큰 역설적 상황인 것이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론 이에 따라 통합진보당을 대체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여러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 진보신당의 경우 재창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진보좌파정당 건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당 외부 세력에게 폭넓은 공조를 제안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으로 포괄되지 않는 다양한 정치세력들도 제각기 새로운 정당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주로 민주노총 안팎에서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노동포럼’,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모임’,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 등이 그들이다. 이러한 흐름들은 현 정세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좌파적 견지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고 대선 시기 민중운동 차원의 독자적 대응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들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드러난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과 대안 없이, 다시 말해서 진보정당 운동의 위기의 배경을 이루는 민주노조 운동의 침체와 민중연대전선 운동의 난맥상에 대한 포괄적인 진단과 대안을 동반하지 않은 채 통합진보당을 대체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로 모든 논점을 환원하는 경향이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진보정당 운동 또는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실망과 냉소가 확산되는 현실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는 상황논리를 충분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진보정당 또는 정치세력화 운동의 실패가 말해주듯이 민중운동의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진보정당 건설 사업은 이미 실패한 미래일 가능성이 크다. 진보정당 실패의 역사적 원인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는 일차적으로 의회주의와 선거주의라는 정당의 내적 모순에서 기인한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발단을 이룬 당직·공직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과거 민주노동당이 원내정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원내정당화와 수권정당 노선이 강화된 과정에 병행해서 확대되었다. 원내진출을 계기로 당의 인력 및 재정 배치는 의정지원에 편중되었다. 또 당의 정치이념을 급진화하고 사회운동을 활성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과 입법에 주력하면서 스타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이러한 노선 변화와 함께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직공직을 둘러싼 정파 간 경쟁도 격화되었다. 당내 정파 활동의 초점 역시 정당의 이념과 운동이 아니라 당권 장악과 공직 진출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생존의 위기에 처한 정파들이 선거공학에 따라 무원칙한 합종연횡과 권력분점을 시도한 산물이 바로 오늘의 통합진보당이라는 점에서 모순이 더욱 심화하였다. 이념과 역사를 초월한 정파연합당인 통합진보당 안에서 정파들 간의 지분 안배와 당직공직 진출은 처음부터 첨예한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통합 이후 대의기구 지분 분할과 비례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지난한 논쟁과 치열한 경쟁이 발생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야권연대 역시 정책연합보다는 실상 당선 가능한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과 후보를 조정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그런데 오늘의 진보정당이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진보정당의 위기는 그 조직적 기초를 이루는 대중조직의 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통합진보당 당원의 40%를 차지하는 민주노총이 민주노조답게 조합원을 정치적 주체로 세우기 위한 현장 활동을 소홀히 하고 노조를 진보정당 운동의 인적·물적 자원의 동원부대로 전락시킨 것이 큰 문제점이다. 민주노총 스스로가 투쟁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굳건히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진보정당은 노조운동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하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노선을 우경화했던 것이다. 민주노조의 혁신과 재건을 위한 당면 과제 정치세력화 관념의 정정 애초 정치세력화 운동은 노동자계급이 이념적조직적으로 보수주의 또는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분별 정립하여 정치적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운동 전략 전반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치세력화는 노동자정당 혹은 진보정당 운동을 일컫는 개념으로 축소되어 사용되어 왔다. 오늘날 정치세력화 운동의 기원적 의미를 되새긴다면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을 지향하는 민주노조 운동, 민중운동의 단결과 발전에 복무하는 변혁 지향적 진보정당, 계급동맹의 실현을 위한 전선운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관점을 전도하여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을 바로 세우고 노동조합의 조직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중운동의 취약한 토대를 강화할 계획 없이 의회 진출이나 집권을 위해 노조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데 매몰되는 정치세력화가 아니라, 노조의 민주성연대성투쟁성을 바탕으로 계급적 단결과 투쟁력,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 새로운 진보정당 또는 제2의 정치세력화 운동을 제기하는 어떠한 정치세력도 민주노총의 혁신이라는 과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 건설 논의가 중심이 되면서 구체적인 지역현장의 실천에 관한 논의는 상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세력들 간에 정당의 상과 지향, 정당 건설의 경로와 관련한 이견이 부각되면서 역설적으로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투쟁전선 구축을 위한 공동 활동이나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각 정치세력의 주요한 관심사가 당 건설에 쏠려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지역현장의 운동역량이 취약한 조건에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중심으로 활동 역량을 배치할 경우, 민주노조 운동을 혁신재건하기 위한 역량은 그 만큼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과거 민주노동당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당 건설 추진 세력들이 지역과 현장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당 건설로 역량을 집중할 경우 민주노조 운동의 활동력을 더욱 축소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민중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해야 할 민주노총의 조직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차대한 과제다. 한편 새로운 진보정당 또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여러 흐름들 사이에 진보정당/노동자정당의 성격정강경로를 둘러싸고 많은 이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당 건설을 둘러싼 이견이 대중운동의 혁신과 강화를 위한 공동 활동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자칫 새로운 정당 건설의 전망도 대중운동 혁신의 계기도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호 입장 차이를 인정하면서 상생을 위한 협력과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각각의 정치세력이 독자적으로 운동의 전망을 개척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협력 또는 경쟁 지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새로운 진보정당을 결성한다면, 민주노조 운동의 활성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민중연대 투쟁전선의 강화를 자신의 목표로 삼는 ‘사회운동정당’이라는 방향성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한 공동 논의실천과 선거대응 현재 민주노총이 처한 안팎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밖으로는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밀리고, 안으로는 조직률이 하락하고 운동적 혁신이 지체되고 있다. 정부와 보수언론의 악선전 속에 민주노조 운동의 사회적 정당성마저 추락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타임오프제를 비롯한 법·제도적 개악과 민주노총의 골간을 이루는 핵심 노조들에 대한 와해 공작이 진행되면서 노조 자체를 지키는 것조차 힘겨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사태가 겹치며 민주노총은 심각한 내홍을 경험하고 있다. ‘집권을 위한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민주노총의 주류 세력이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 데 이어 대선에서도 야권연대를 추진한다면 민주노총의 이념적 혼란과 조직적 갈등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내 정파별 조직화 경쟁과 일부 산별노조의 조직 이탈 흐름이 존재하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올 연말 최초로 실시되는 임원 직선제 과정에서 혹여나 선거부정 사태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민주노총은 대대적인 위기에 봉착할 우려마저 있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 대비하여 민주노조 운동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활동가들이 전국적지역적 차원에서 민주노조 혁신과 재건을 위한 공동활동과 공동논의를 통해 조직적 전망을 밝혀나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다. 노조의 민주성연대성투쟁성을 지향하는 활동가들은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와 노조법 개정을 위한 지역과 현장의 공동 실천을 기본 과제로 삼으면서, 민주노조 혁신과 재건을 위한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 특히, ‘집권을 위한 노동운동’ 노선 또는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이 차기 민주노총 집행부를 운영할 경우, 향후 경제위기 정세에서 노동자운동이 더욱 무기력해지거나 심지어 원심력이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2012년 말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민주적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 공조해야 한다. 총연맹과 각급 산별노조/연맹, 지역본부 선거에 적극 대응하고 향후에도 노조의 대중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공조해야 한다. 한편 ‘조합원 명부 및 선거인명부 확정 기준’ 문제로 민주노총 임원선거 직선제 실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일단 현 집행부 임기 내 직선제 실시를 결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산된 것에 대해 응당 책임있는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정파적 이해에 따라 직선제를 거부하는 논리에 대해서는 단호한 비판이 필요하지만,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직선제가 반드시 민주노조 운동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 단언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번 선거에서 직선제를 실시하기 어렵다면 현재와 같은 간선제 방식의 대의원 선출 방식의 개선을 포함하여 민주노총의 대표 기구와 그 기능에 대한 포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노총 정치방침 개입과 대선 공동 대응 이렇게 형성된 힘과 지혜를 모아 대선 공동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통합진보당 내부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소폭의 조정이 있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신/구 당권파를 포함한 민중운동 우파의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 전술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민주노총이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 후보를 지지한다면 이는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사실상 ‘자로 공조’(lib-lab alliance) 체제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계급타협은 단기적으로 민중운동의 일부 개혁적 요구를 쟁취하는 데 실용적일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민중운동의 이념적 정체성과 조직적 독자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설령 ‘민주진보 진영’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이들이 제시할 수 있는 개혁적 의제의 폭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를 철회하고 대선전술이나 정치방침을 새롭게 논의하기로 결정한 점이다. 현재 민주노총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진보민중 진영의 합의 추대로 노동자민중 독자 후보를 추대하고 △범진보진영에서 후보가 난립하지 않도록 진보민중진영이 세운 독자후보가 전체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도록 정치협상을 진행하되 △정치협상이 실패하고 범진보진영에서 각각 후보를 내는 경우 민중경선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박근혜-새누리당과 안철수/민주당의 양자 구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민중운동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야권연대 후보 지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단 민주노총의 독자 후보 전술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간 갈등으로 ‘독자 후보 추대’ 가능성이 크지 않고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가 입후보 후 야권연대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어 진보진영(?) 내 정치협상 성사 가능성도 크지 않고 △결국 민중경선제를 실시하더라도 통합진보당 신/구 당권파의 경선 대상 포함 여부부터 경선 결과 승복 여부까지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정권교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민주노총의 독자 후보 전술이 여전히 야권연대를 주요한 축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조의 혁신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모색하는 활동가들이 대선에서 공동 활동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의 올바른 대선방침/정치방침 수립을 위해 공조할 수 있고 대선 시기 민중운동의 공통요구안을 수립하여 연대투쟁을 펼치면서 2013년 이후 정세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시적 조직체로서 대선대응기구를 결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민중운동 좌파의 주체적 조건이 여의치 않고 각 정치세력의 조직노선의 차이로 인해 폭넓은 공동 활동이 어렵다 하더라도 현안에 공조하면서 최소한 야권연대 노선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확대하고 대선 이후에 공조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경제위기 대응과 이념노선의 쇄신을 위한 중장기 과제 재벌 개혁론 평가와 대안 아울러 대선의 핵심 쟁점이기도 한, 심화하는 경제위기에 대한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경제민주화 담론이나 민생 의제가 부각되고 있으나, 지금은 조직된 대중운동의 공세적 대안이 아니라 ‘분노하는 사람들’의 파편화된 요구에 응하여 정치인과 관료들이 전문가적 해법을 제시하는 상황이라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민중운동은 노동권생존권 투쟁이나 재벌 체제에 맞선 투쟁에서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요구에 무게중심을 두기보다는 민주당을 포함하는 복지동맹이나 재벌개혁동맹에 의존하고 있다. 단적으로 민주노총 재벌개혁안은 ‘진정한 의미에서 산업경제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기조로 하여, △재벌체제의 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노동자 경영 참가 활성화와 노사공동결정법 제정 △공정거래 확립과 원하청기업의 이익 공유 △대형유통점 및 SSM 영업시간 및 진입규제 등을 총대선 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재 참여연대 등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공동대표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하에서 더욱 강화되는 재벌 체제에 대한 진정한 대안을 현실화하려면 민중운동의 실력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운동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위기에 따라 더욱 강화되는 한국의 수출-재벌 중심의 세계화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재벌대기업을 정점으로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산업업종 전반을 아우르는 연대임금연대고용중앙교섭 전략이 필수적이다. 수직적으로 위계화된 원하청구조와 노동시장의 분단구조를 바꿔내기 위해 사외하청을 포괄하는 산업·업종 차원의 임금고용 정책이나 교대제 개편과 관련한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산업적 위계의 정점에서 전체 임금 및 노동조건을 일괄 통제하는 재벌이 산별교섭에 참여하도록 조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하청계열화의 핵심 고리를 타격하고 주요 업종의 생산기반을 이루는 특정 공단의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전략조직화 사업이 적극 시도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업종의 위계에서 핵심고리를 이루는 자본에 대한 타격, 특정 업종의 공급사슬을 이루는 공단의 전략 조직화, 무노조재벌에 맞선 사회적 캠페인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위기 시기 구조조정 대응 평가와 대안 1997-1998년 위기와 2007-2009년 위기에 드러났듯이 경제위기 시기 자본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다. 쌍용차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한계기업의 청산 및 구조조정·정리해고라는 쟁점과 특히 초민족자본의 인수합병·자본유출·기술유출이라는 쟁점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1997-1998년 위기 이후 금융자유화 정책에 따라 초민족자본 소유 기업이 대폭 증가했다(현재 7대 은행 중 우리은행만 재외하고 모두, 또 4대 자동차회사 중 현대자동차만 제외하고 모두 외국계다). 2009년 민주노총(금속노조) 사업장에 국한해 보더라도 파카한일유압, 위니아만도, 쌍용차 등 초민족자본 소유 기업에서 소위 ‘먹튀’와 정리해고 문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구조조정에 맞선 총노동 투쟁 전선을 확대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지금까지 구조조정 대응은 대개 단위사업장 차원의 정리해고 반대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구제금융의 조건과 관련하여 정리해고 반대 외에 추가되어야 할 쟁점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회사의 경우 국제하청 탈피와 소유지배구조의 변화(소유자 청산, 경영자 교체)를 통한 독자 생존이라는 쟁점을 사회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향후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인수합병 등과 관련하여 초민족자본의 기술이전자금전용을 비판하고 고용보장을 위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 사회적인 투쟁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위기 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고용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조건에서 고용보장 문제를 개별기업 차원에서만 접근할 경우 자금력이 취약한 기업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벗어나기 어렵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으로서는 구조조정이 합리적이고 손쉬운 해법일지 몰라도 전사회적으로 실업의 무분별한 확대는 급속한 사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선전해야 한다. 해고 및 계약 해지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파산기업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지자체 차원의 고용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해당 사업장을 넘어 민주노총산별노조 수준에서 총고용보장과 노동권 방어를 위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론 평가와 대안 이명박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의 제일 목표는 고용률 제고다. 정부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고용규제 완화와 약간의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중장기적으로는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임금의 하향평준화와, 장시간 근로 억제 및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동시간 신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①연장근로 시간 제한 내에 휴일특근 포함 ②교대제 개편 촉진 ③근로시간특례업종 조정 등은 총선,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추진될 수 있다. 그러나 (교섭과정에서 자본에 대한 양보로) 1년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또한 법 개정이 없더라도 장시간 노동 억제 정책과 조합되는 정부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 유도책이 점점 강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주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19대 국회에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특별법에 △연간 1800시간 이하로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상한제 △초과근로상황이 장기간 계속될 시 초과근로에 대해 신규인력 채용 △야간노동 금지 △휴일, 휴가 등 휴식권 및 여가권의 확장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에서는 ‘과도한 초과노동 규제,’ ‘일자리 나누기,’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경제위기 대안으로 제기하고 있다. 일단 여기서는 노동조합의 경제위기 대책의 일환으로 제기되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비판에 초점을 맞춘다. 노동시간 단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에 따르면 1989년(44시간), 2003년(40시간)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실근로시간과 근로일수가 감소하였고 △실근로시간 단축은 월임금총액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시간당 임금이 인상되고 고용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12시간 초과근로 한도만 지켜도 일자리 69만개 창출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강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그것에 비례해서 임금이 상승하지 않으면 사실상 임금을 하락시킨다. 게다가 노동강도의 상승에 비례해서 임금이 상승하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은 고용창출의 효과가 미미하거나 신규 고용이 비정규직으로 충당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고용을 확대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형근로제만 확대시켰다. 특히 생산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현장의 힘이나 노동조합의 교섭력과 투쟁력이 없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노동시간 단축론은 노동일이 아니라 노동주 또는 노동년의 단축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주어진 주간 또는 연간 노동시간 내에서 노동력을 신축적으로 활용하는 변형근로제를 확산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고용안정협정을 경제위기에 대한 유효한 대안으로 검토한 바 있다(이번 위기 시기에 독일만 예외적으로 실업률이 하향 안정되고 있는데, 대다수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그 요인 중 하나로 노동시간계좌제로 들고 있다). 독일의 고용안정협정이 △기업위기에 대한 노사의 공동인식에 기반하고 노동자의 연대적 실천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일자리안정과 산업입지역량의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사의 전략적 타협의 산물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노동시간계좌제를 경제위기 시기 유력한 고용안정 대안으로 사고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신축화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나아가 이는 독일 노사관계의 전통, 특히 유럽 통합 과정에서 확산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코포러티즘’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예의주시하면서 △노동조합 주도로 교대제를 개편하는 방안 △생산량 보전을 자본 투자로 해결하는 방안 △현장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맨아워위원회를 설계하는 방안 △부품사 지회와의 공동 대응과 미조직 조직화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국제연대 평가와 대안 세계화는 세계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에 있어서 심각한 변화를 유발하였다. 첫째, 생산의 초민족화, 특히 세계적 상품사슬에 따라 자본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노동조합이 기업 또는 민족국가 수준에서 자신의 임금고용 요구를 달성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둘째, 서비스부문의 성장과 결합된 노동시장의 비공식화는 노동조합 조직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셋째, 세계화에 따라 생산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 영역에서의 ‘착취’도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 국제주의는 한국의 자본자유화 정책과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따라 지극히 현실적인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즉,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동자들 사이의 국제적 경쟁을 지양할 국제연대가 필수적인 과제로 제기되는 것이다. 가령 생산의 국제화에 따라 생산기지나 물량의 국외 이전이 발생할 때 국내 노조들의 대응은 대개 입지물량고용 확보를 위한 양보교섭 또는 비현실적인 민족적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국제노총(ITUC)은 ‘양질의 일자리, 양질의 삶 전략’ 또는 ‘노동과 세계화 네트워크’ 접근을 추진,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맞선 초민족적 연대를 구현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국제노총의 공식적 전략과 구별되는 몇 가지 사례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초민족적 소매업체 월마트에 맞서 국제연대를 추구하는 미국 승리혁신노총(Change to Win)의 사례로부터 세계적 상품공급 사슬(global supply chain)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투쟁-조직화 방식을 고민할 수 있다. 둘째, 초민족적 자동차기업 네트워크(국제하청망) 속에서 ‘바닥을 향한 경주’를 강요받는 각국 노동자들은 타국의 노동자들과 연대하기보다는 자국의 경영진들과 담합하는 실리적 선택을 하기가 쉽다(단적으로 현대-기아차 지부의 경우 단협에 “물량 축소시 해외 공장부터 폐쇄한다”는 조항을 포함한다). 유럽직장평의회와 같은 국제 노동조합 간 네트워크를 참조하여 노동조합 단체협상의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유럽금속연맹(EMF)의 ‘단체교섭의 초민족화’ 사례를 참조하여 국제 노동표준 향상을 위한 국제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선언의 10년에서 변혁의 10년으로 공무원도 노동자다 부정부패척결과 공직사회개혁을 염원했던 공무원노동자들의 이 소박한 선언과 함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10년의 세월 동안 사회 모든 부문들이 신자유주의로 재편된 한국사회에서 자본가들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고, 노동자민중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공무원노동자들 역시 지속적인 실질임금 하락과 연금 삭감 등 노동조건이 크게 추락하였다. 이제 공무원노조는 결연히 ‘선언의 10년’에 마침표를 찍고 ‘변혁의 10년’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 마침표와 새로운 시작에 바로 10월 20일 공무원노조 조합원총회가 있다. 2012년, 공무원노조의 투쟁 기조 2012년 공무원노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임금인상, 대학생 자녀 학자금 쟁취라는 경제투쟁과 희생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그리고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라는 정치투쟁이다.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진행되는 민영화 정책은 정책시행과 동시에 불안정노동의 보편화를 위해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사회 전반에 확산했다. 그 결과 공무원노조의 투쟁은 민중들로부터 적대시되어 왔고, 조직사수의 10년을 걸어왔을 뿐 노동조합의 당연한 역할인 경제투쟁과 단체교섭을 전개하지 못했다. 그간 2002년 연가파업과 2004년 총파업, 연금개악 저지 투쟁, 민영화 저지 투쟁, 노조사무실 침탈과 폐쇄에 맞선 투쟁, 조직분열과 통합 등 굵직한 투쟁의 역사들이 존재했지만 현장의 투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어 갔다. 공무원노조는 이런 10년의 평가를 기반으로 6기 지도부가 들어선 2012년부터 경제투쟁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활동의 골간을 세우고, 제반권리 쟁취와 사회공공성강화투쟁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공무원노조는 현재 경제투쟁을 통해 현장 조합원들을 추동, 결집한 동력을 10월 20일 조합원총회를 통해 총화하고, 대선시기 공무원노조의 영향력과 성과물을 최대화 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즉 대중조직으로서 노동조합 본래의 성격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연간사업의 토대를 세우는 것과, 2012년 정세와 사업을 결합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왜 경제투쟁인가 경제투쟁을 통해 조합원이 주체적, 집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현장의 동력을 복구하고, 이를 대선국면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2011년도 공무원의 임금 수준은 일반직 공무원을 기준으로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77.1%에 불과하다. 즉 10년간 지속적인 실질임금하락으로 공무원의 보수는 2000년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저임금과 임금동결을 반복하고, 각종 수당을 늘려가며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만든 것이다. 시간외수당조차 민간기업의 1/4 수준인데 예산상의 이유로 더 일해도 4시간 상한제를 두고 일괄 삭감하고 있다. 임금삭감과 위법한 수당제도는 극심한 노동착취를 받고 있는 공무원노동자들의 현실 그 자체이다. 이에 맞선 투쟁으로 공무원노조는 실제 근무시간 대비 미지급수당과 위법한 단가산정으로 과소 지급된 수당에 대한 청구 기획소송에 들어갔다. 만약 이 기획소송이 승소한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 공무원노조에 교섭을 요청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소방공무원들의 소송에서 패한 경험이 있는 정부는 현장실태조사, 미지급현황 조사, 수당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등 시간외수당의 제도개선을 다급히 추진하고 있다. 또 하나의 경제투쟁으로 공무원노조에서는 대학생 자녀 학자금 쟁취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 자녀 학자금 역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100인 이상 민간기업 대부분에서 대학생 자녀 학자금이 지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도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후연금을 학자금 대출로 미리 받는 것에 불과해 공무원들의 노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전체 대학생 중 공무원노동자들의 자녀가 무려 1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물론 공무원노조가 이를 계기로 살인적인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묻는 묻고자 한다는 점에서 대학생 자녀 학자금 쟁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사업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선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인 임금을 비롯한 경제적 요구를 중심으로 연간사업을 계획하고, 그 계획 아래 시기마다 제기되는 쟁점들을 투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변혁으로의 10년’ 역시 그 출발점이 바로 이러한 연간사업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은 조합원과 동떨어진 관념일 뿐이다. 대선 국면과 정치투쟁 정치표현의 자유가 금지되어 있고 공무원복무규정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무원이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를 중심으로 대선투쟁을 조직하기는 어렵다. 일부 간부들에 의한 선언적 의미의 투쟁은 가능하겠지만 조합원들의 동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실효성은 높지 않다. 분명한 것은 공무원노조가 조합원들의 대중투쟁을 통해 2012년 대선정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철저히 ‘공무원노조’를 중심에 놓고 대중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2012년, 공무원노조의 정치투쟁 과제로 상정해 놓고 있는 희생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그리고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 등은 조합원들의 대중투쟁과 더불어 대선정국 속 정치적 협의나 교섭을 병행하며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요구들을 대선시기 정치쟁점화 하는 것 그리고 정부를 사용자로 하는 공무원노조의 특수성을 조합원들이 이해하고 투쟁의 장으로 나오도록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공무원노조는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조합원총회에서 여러 제약을 뛰어 넘어 조합원들의 전면적인 투쟁을 반드시 조직해야 한다. 현재 140여 명에 달하는 공무원노조의 해직자들은 최소 8년, 길게는 10년을 경과하고 있다. 장기적인 해직생활은 연금을 비롯한 노후혜택의 실종에 의한 불안정한 미래와 더불어 개개인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들을 가중시키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설립시기부터 중요한 투쟁마다 앞장서온 동지들의 의로운 희생을 공무원노조는 반드시 책임지고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 해직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공무원노조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범 이후 공무원노조는 3차례에 걸쳐 설립신고가 반려되고 있다. 신고제인 노조설립신고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고, 이명박 정권의 공무원노조 말살정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외노조인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는 노동조합 활동의 근거와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투쟁과제이다. 또한 설립신고의 쟁취는 조직 확대로 귀결될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는 미조직 시, 군, 구 단위들에서 미조직 공무원의 조직화와 여타 조직에 가입해 있거나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노조의 공무원노조 가입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때문에 설립신고 역시 희생자 원직복직과 함께 2012년 대선시기에 반드시 쟁취해 내야 한다. 대통령을 욕하거나 잘못된 국정운영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혹은 진보정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수많은 공무원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공무원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와 표현의 자유에 따른 정당한 행위임에도 정권과 자본은 정치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왔다. 공무원노동자들의 눈과 귀를 가려 자신들의 충실한 종복으로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대다수 국가에서 공무원노동자들의 정당가입과 지지를 허용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동자들의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는 결국 한국사회 전반을 흔들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사회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대자본과 국가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는 민중을 위한 행정과 공공서비스의 시작이고,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2012년, 공무원노조의 정치적 승리는 결국 10월 20일 조합원총회가 어느 정도 조직되는가에 달려 있다. 정치적 정세는 열려있지만 총회를 조직한 역량에 따라 유리할 수도, 또는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공공성강화투쟁,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책무 2012년 공무원노조에서 설정한 경제투쟁, 정치투쟁과 더불어 또 다른 한축을 이루는 사회공공성강화투쟁은 공무원노조가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무이다. 공무원노조의 출발모토였던 ‘부정부패척결, 공직사회개혁’ 역시 궁극적으로 사회공공성강화의 영역이며 공무원사회 내부를 변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투쟁이라 볼 수 있다. 일차적으로 물 사유화 저지투쟁, 국립대 및 국립과학관 법인화 반대투쟁 등은 공무원노조의 자체 투쟁 사업이다. 이는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고용과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성격을 가진다. 사회공공성 강화투쟁은 사회공공성 파괴라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모든 산업, 업종노동자들이 연대해야 한다. 의료민영화, 영리병원 도입, 철도 민영화, 교육기관 기간제 교사의 확충, 공공기관 비정규직 확산 등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 시도는 사회공공성의 파괴를 전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노조는 이에 맞선 투쟁을 이 땅 모든 노동자민중과의 연대투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공무원노동자로서 사회적 책무는 이처럼 내부적 투쟁을 넘어 확장되어야 한다. ‘착하고 성실한 공무원’을 넘어 잘못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책임 있는 실천을 하는 ‘사회 변혁의 주체’인 공무원노동자가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책무를 다할 때 민중들로부터 공무원노조의 권리요구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1020 총회투쟁 승리하여 변혁의 10년으로 진군하자 2012년 이제 대선이라는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 이 정세에서 전력을 다해 투쟁하여 공무원노조의 숙원인 희생자 원직복직과 설립신고 그리고 정치 표현의 자유를 쟁취해야만 한다. 희생자 원직복직, 설립신고 그리고 정치 표현의 자유 쟁취는 미래 10년의 초석을 다지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만약 공무원노조가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다면 이후 투쟁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조에서 지금까지 매년 해오던 하반기 총력투쟁이 아니라 조합원총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과반이상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회투쟁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설립신고 반려와 관련한 시비를 잠재우고, 어떠한 전국단위 노조도 시도해 보지 못한 총회를 성사시켜 민주노조 운동의 새장을 열어가기 위함이다. 10월 20일 조합원총회를 통해 공무원노조는 경제적 요구(임금인상, 대학생 자녀 학자금 등)를 중심으로 조합원을 조직하여 조합원들의 투쟁의식을 고양시키고, 스스로 투쟁의 장에 나서도록 하고자 하며, 각 본부와 지부가 매 투쟁시기마다 2012년 조합 사업기조를 중심으로 사업을 일사분란하게 벌일 수 있도록 조직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대선시기를 활용하여 공무원노조의 요구사항을 전면화하고 나설 때만이 가능하며 유의미성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10월 20일 공무원노조가 조합원총회를 개최하는 이유이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개최될 10월 20일 조합원총회를 통해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도 노동자다’라고 외쳤던 ‘선언의 10년’을 넘어 공무원노동자들이 사회변혁의 주체가 되자는 ‘변혁의 10년’을 향한 진군을 시작할 것이다. 총회의 성사 여부나 공무원노동자들이 사회변혁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 그 여부는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다. 그러나 결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투쟁하는 공무원노조가 10월 20일 조합원총회 조직을 통해 현장의 투쟁력을 강화하고 조합원들 마음 속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에 있다. 민주노총이 정치세력화를 선언한지도 10년이 되었지만 의회주의, 실종된 당내 민주주의와 정파싸움에 갈기고 찢겨진 결과, 그 너덜너덜해진 진보운동의 표상은 바로 우리 운동의 현 조건이 되었다. 민주노총이 다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기획하고, 현장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한 소중한 승리들을 경험하며 그 역량을 열심히 축적해 나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공무원노조 조합원 총회투쟁은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신자유주의반대평등을향한민중행동, 이윤보다인간을(가나다 순) 이상 세 단체는 지난 8월 25일~26일 <민주노조 혁신을 위한 공동수련회>를 개최하였다. 민주노총 총파업 조직화와 에스제이엠, 센사타를 비롯한 현안 투쟁이 많아 당초 예상보다 참가인원이 많이 줄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80여명의 활동가들이 모여 힘차게 수련회를 진행하였다. 전국 각지 현장에서 활동하는 새로운 동지들과 교류하고 구체적인 운동 현황을 공유하며 향후 노동자운동의 올바른 혁신의 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일정은 <유럽의 경제위기와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노선요구 평가 및 과제> 교육과 <민주노조운동 혁신·강화를 위한 과제> 토론으로 구성되었다. 교육은 사회진보연대 류주형 정책위원장의 강의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고, 토론은 2부에 걸쳐 약 4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토론 발표는 이윤보다인간을 이창석 동지의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노동운동」, 신자유주의반대평등을향한민중행동 서장수 동지의 「현장과 지역운동의 현황과 과제」 순으로 진행됐다. 이 두 개의 발표를 토대로 참가자들의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루어졌다. 세 단체 논의의 경과 세 단체는 지난 상반기 동안 당면 정세와 운동 진영의 과제에 대해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거치며 공동의 논의와 실천을 모색해왔다. 세 단체는 3월, 민주노총의 총선방침 대응을 위한 <3자 통합당 배타적 지지반대,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에 대한 1천인 선언운동에 각 조직의 지역, 현장단위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또한 총연맹의 실천계획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8월 민주노총 총파업을 실질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하였다. 전북본부와 대구본부를 중심으로 지역차원의 총파업을 조직하는 단체들 간에 계획을 공유하고 서로 힘을 북돋기도 했다. 6월 2일에는 사전논의 성격으로 <지역운동 현황과 과제> 워크숍을 진행하여 전국 9개 지역운동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각 지역의 활동가 30여 명이 모여 지역의 현황과 과제를 공유하고 현 시기 필요한 운동 과제를 토론하였다. 이 자리에서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을 위해 세 단체가 주요하게 착목하고 있는 지역운동의 과제를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이는 1) 지역본부와 산별지역조직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을 포함한 총연맹 운동의 혁신과제 2) 지역사회운동 활성화를 위한 과제 3) 지역별 활동가 재생산을 위한 과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자리를 통해 각 조직이 힘을 모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업이 제안되고 실행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올해 하반기 여성조합원대회를 각 지역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공동기획을 시작으로 노동조합에서 여성사업이 구체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여성노동자의 조직화사업, 노조 내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예정이다. 이번 수련회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세 단체의 논의와 공동실천 계획의 연장선에서 개최된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강화를 위한 과제 이번 공동수련회는 각 단체의 회원들과 세 단체의 논의에 주목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향후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는 열띤 토론의 장이었다. 위기, 반성과 성찰 오늘날 노동자 민중운동의 위기는 정권과 자본의 전략에 대한 운동진영의 대응이 실패한 결과다. 자본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 민주노조가 무참히 깨져나가고 있는 지금, 어떠한 운동세력도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장수 동지는 발제를 통해 위기가 심화되고 만성화될수록 문제는 중앙보다는 지역, 현장단위에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타임오프제, 복수노조 등으로 노조가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내몰려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파업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지역본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현장에 총파업 이야기조차 꺼내기 미안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임을 전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 투쟁성, 자주성을 주장해온 우리들은 얼마나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해왔는가?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한 참가자는 지난 10여 년 동안 ‘위기’를 외쳐왔던 운동세력들이 이 문제를 과연 진정한 우리 자신의 문제로 생각해왔는가를 자문하였다. 또 전북의 한 참가자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위기와 혁신이 제도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진정 위기를 인식한다면 혁신의 대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 활동가들에게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창석 동지역시 발제를 통해 현재 노조운동이 처한 역사적이고 구조적 한계점을 인식하고 이를 계급적인 관점에서 면밀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평가는 바로 운동에 대한 우리자신의 근본적인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역과 현장의 운동은 충분히 계급적이며 충분히 자주적인가? 노조운동의 재건을 위한 이념과 노선의 혁신 이창석 동지는 발제를 통해 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한 새로운 운동노선으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을 제기하였다.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이란 사회 공공성의 의제들이 조합주의적인 운동과 기계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운동 그 자체가 거대한 대중운동으로서 노동자내부의 계급적 단결과 평등사회를 건설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운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노조운동이 가지고 있는 활동과 투쟁의 방식, 조직시스템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혁신하면서 활동가, 조합원들의 일상적인 삶을 변화시키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실업, 비정규, 반전반핵 등등 사회구조의 변화를 위한 과제를 노동운동이 자기과제로 삼기 위해서는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과제를 바로 자신의 문제로 여겨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노동조합활동, 투쟁을 통해 스스로 계급적인 관점과 노동자성을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였다. 단위노조와 지역본부, 그리고 지역의 다양한 사회운동이 노조 내외부의 체계를 넘나들면서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운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조직시스템과 활동기풍을 변화시켜야 한다. 가령 선거중심의 관료화된 현장조직을 사회변화를 위한 주요 의제를 교육하고 학습하는 단위로 성격을 전환하거나, 각급단위의 임단투를 계급적이고 전체 민중들의 보편적인 이해를 대변하는 것을 목표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향후 노조운동은 민중들의 삶을 대변하는 힘있는 사회운동, 변혁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서장수 동지는 발제문을 통해 노동자 민중운동의 위기에 대한 수많은 진단과 방안이 제출되어왔으나 그 동안의 논의는 위기와 혁신의 문제를 이념과 노선의 문제에만 집중시킨 경향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론’보다는 지역과 현장의 현재 상태를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론’이라고 주장하였다. 총연맹은 전체 노동전선을 세우는 역할을 하고, 지역에서는 지역본부가 중심이 되어 노동운동이 지역의 연대와 투쟁의 구심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중앙에 대해 지역정체성과 자주성을 가지고 지역에 맞는 운동 전략과 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지역과 현장운동의 강화, 현실적 쟁점들 수련회에서 가장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과 현장 활동가들의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지난 논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혁신방향의 주요한 쟁점은 지역운동의 강화를 위한 지역본부, 산별지역조직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을 포함한 총연맹과 산별노조 운동의 혁신과제 및 지역사회운동 활성화 방안이었다. 총연맹 집행단위로서 지역본부의 위상권한의 한계와 취약한 인적, 물리적 자원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 산별업종별 지역조직들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토론하였다. 전북, 대구본부와 같이 지역본부를 지역운동의 구심으로 세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본부 활동가들에게 있어 산별현장의 문턱은 무척 높게 느껴진다는 점, 그럼에도 정파적, 관료적 제한을 딛고 공동투쟁을 조직했던 구체적인 사례들과 그 성과, 역으로 최소한의 연대투쟁조차 성사되지 못했던 열악한 조건, 사례들이 공유되었다. 한편 광주전남지역과 같이 지역본부사업이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종속되고, 지역과 산별의 투쟁을 자조직의 확장전략에 활용하는 부적절한 관례가 일반화되어있는 지역도 있었다. 이러한 경우, 산별지역조직 및 지역의 사회운동단위들이 어떠한 활동기풍과 원칙을 가지고 운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제기되었다. 또한 지역차원에서는 활동가 재생산의 문제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는데 중앙차원에서의 좌파적 개입,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관성화관료화된 현장의 활동가 재생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제기도 있었다. 한 산별의 채용간부를 맡고 있는 한 참가자는 현장조직화, 활동가 양성에 대한 조직혁신방안으로 지역 내에 주요한 산별대공장 노조에서 의무적으로 지역본부에 활동가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하였다. 지역과 현장의 운동에 복무하는 많은 활동가들의 다양한 경험은 그 자체로 혁신의 단초를 보여 준다. 한 활동가는 투쟁을 통해 복직을 쟁취한 노동자들도 스스로 자본주의 안에 예속되려하고 페미니즘과 같은 운동적 가치들을 내면화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어떻게 시작할지 함께 답을 찾아보자고 제안하였다. 지역산별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한 활동가는 지역에 중요한 사회적 투쟁이 있어도 대표자간부들 차원에서 집회를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현장모임을 조직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지역의 사회운동을 활성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노조운동의 역할도 제기되었다. 지역본부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여성운동이나 다른 사회단체들에서 조합원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주장했다. 바쁜 투쟁일정에 이러한 노력이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조합원 교육훈련을 위한 태세를 갖추자고 강조하였다. 여성사업, 페미니즘을 노동조합의 주요한 활동으로 만들어 가야한다는 문제제기 속에 각 지역본부에서의 여성노동자 조직화 사업과 페미니즘 교육의 현황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편 각 지역마다 진행되는 총연맹과 산별 차원의 전략조직화 사업들은 부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노조의 제한적인 재정인력을 분산시키는 형태의 미조직 사업으로는 현재의 노조조직률을 상승시키기 어려우며, 민주노조 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의 관점에서 미조직사업이 재구성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2012년 하반기 공동의 대응과제 민주노총의 혁신은 몇 지역의 모범적 활동만으로 불가능하며 전국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전국적인 계획과 그 실현을 위해서는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에 동의하는 지역, 현장 활동가들의 새로운 전국적 조직질서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새로운 정당 건설을 계획하는 여타 조직들도 많은데, 현재 노조운동이 기층에서부터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역량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 동안 세 단체는 이러한 새로운 질서를 염두에 두면서 공동의 대응계획을 논의해왔다. 수련회를 통해 확인한 혁신방향이 각 지역과 현장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더 많은 활동가들의 동의와 결의를 모아나갈 것을 약속하면서 마지막으로 하반기 공동의 대응과제 토론을 시작하였다. 2012년 하반기 노동자운동의 주요 현안으로는 민주노총 직선제와 임원선거, 그리고 12월 대선에 대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수립이 있다. 먼저 직선제를 둘러싸고 각 좌파세력이 취하고 있는 행보들을 확인하고 직선제의 실행이 총연맹구조의 혁신방안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대구의 한 참가자는 현재 모인 47만 명의 명부에는 조합비 납부 내역이 빠져있으며 각 산별마다 명부 공개 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들이 있어 명부를 취합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전하였다. 또 직선제를 실행한다고 해도 투표의 방법과 절차에는 많은 쟁점들이 있어 현실적으로 민주적이고 공정한 투표가 가능하겠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참가자도 있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러한 현재 상황에서 총연맹을 혁신할 세력들이 결집하고 방향이 합의된다면 직선제를 감당할 정도의 조직을 포함하여 일정규모의 대의원을 뽑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직선제만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자칫 대의원대회 논의를 파행으로 몰아 결국 현행체계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임원선거의 경우 각 지역과 조직에서 더 많은 논의를 진행한 후에 토론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대선 계획은 사회자로부터 최근 민주노총 새정치특위의 독자후보전술안과 각 정당, 정치세력들의 계획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수준에서 진행되었다. 한 참가자는 이곳에 모인 세 단체가 일정하게 대선 대응에 합의가 된다면 민중진영의 여러 세력이 올바른 기조와 원칙 하에 통합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면서 또 다른 참가자는 지금과 같은 정세에서 운동진영이 수세적인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독자후보를 내는 대선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통해 2013년 이후 보다 가속화될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의 위기에 대비해 세력화를 준비하자고 제기하였다. 반면, 또 다른 참가자의 경우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나 현재의 주체역량을 고려할 때 대선시기 투쟁의 목표와 방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좀 더 신중히 고려하자는 의견을 제출기도 했다. 평가와 과제 사회진보연대는 2012년 총회를 통해 “민주노조 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저지하고 민주노조 운동의 재건을 위한 세력군 형성 및 재 조직화를 1차적인 목표로 2012년 당면 정치활동을 전개한다”는 정치방침을 결의한 바 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지난 상반기 세 단체의 논의와 토론, 공동의 실천기획, 수련회까지 사회진보연대 회원들은 긴장감 있게 토론과 실천에 참여하였고, 급변하는 정세에 따라 지역과 현장의 활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을 조직해왔다. 주요 지역과 현장의 활동가들이 급박한 현안투쟁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련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운동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들을 교류할 수 있었다. 대구와 전북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치열한 투쟁을 조직하고 대중조직을 운영해온 동지들의 경험은 지역과 현장에 뿌리내리고자 하는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시사점을 주었다. 이러한 소중한 교류를 출발점으로 하여 하반기와 2013년을 예비하는 사회진보연대 정치방침을 구체화하고 당면 정세 속에서 활동가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동지들을 민주노조 운동의 재건과 혁신의 여정에서 다시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