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2019/03 제50호
[좌담] 노동조합 여성 사업, 현황과 과제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 각 산별에서 여성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멋진 여성들을 만났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이은정 여성사업 담당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성애 전 여성위원장, 전국금속노동조합 김현미 여성위원장,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진숙 여성위원장을 모시고 노동조합 여성 사업 현황을 진단해 보았다. (좌담은 노동자운동연구소 이유미 연구원의 <노동조합 여성 사업,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발제 후 진행되었다.)
[오늘보다] 최근 몇 년 동안 페미니즘 열풍으로 노동조합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활동가들의 고민도 많아졌습니다. 교육은 많이 하고 싶은데, 노동조합 내에서 반감도 많은 것 같고. 막상 하려고 해도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여성사업의 지금 현황이 어떤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자 경험이 많은 여성사업 담당자, 여성위원장들을 모신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이은정 여성사업 담당자(이하 이은정)] 제가 여성사업 담당자지만, 저 역시도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페미니즘이 부상하고 있지만 노동조합 내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거든요.
[전국금속노동조합 김현미 여성위원장(이하 김현미)] 얼마 전에 성평등 강사단 워크숍을 했어요.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이 페미니즘에서는 ‘적폐’라는 결론이었어요. 노동조합 내에서 페미니즘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걸 해결하는 것 정도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거나, 직접 표현하진 않지만 후배들이 너무 과하다고 속으로 생각하는 등등 말이죠. 강의를 듣다보니 ‘아, 나도 적폐다’ 싶었습니다. 변해야 하긴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요즘은 페미니즘이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고민이 많습니다(웃음).
저 역시도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사회적으로는 페미니즘이 부상하고 있지만 노동조합 내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거든요.
[오늘보다] 최근에 페미니즘이 사회적 이슈가 되다보니 노동조합도 페미니즘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반감도 큰 듯합니다. 작년 미투 운동이 있을 때는 페미니즘 교육을 해야지 했는데, 지금은 꼭 그런 언어로 해야 하냐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말로 나오는 것도 노동조합이 대중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최근 여성과 남성의 갈등은 서로 만나지 않고 인터넷에서 싸우는 양상인데, 그래도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그런 갈등들이 입 밖으로 나오게 되는 거죠. 그 갈등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우선 각 산별 내에서 조합원 성별 비중은 어떤지, 여성 대의원과 간부 현황은 어떤지, 산별 내에서 여성사업 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돌아가면서 소개해주세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성애 전 여성위원장(이하 김성애)] 전교조 조합원은 여성이 68퍼센트, 남성이 32퍼센트입니다. 여성 비중이 매년 조금씩 늘고 있고, 작년 통계가 68대 32니까 올해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체 여성 교사의 비중은 유치원 99.99퍼센트, 초등학교 70~80퍼센트, 중학교 60퍼센트, 고등학교만 55퍼센트 정도입니다. 처음에 할당제가 없었을 때는 여성 대의원 비율이 10~20퍼센트였습니다. 50퍼센트 여성할당제가 도입될 때는 노동조합 내에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컸는데, 실제로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우리 여성위원회는 2000년대 여성국으로 시작해서 위원회로 발전했습니다. 이후 4년 만에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 유야무야 되었지요. 다시 여성위원회가 재건된 건 2013~14년 입니다. 그 사이에 메갈리아가 등장했고,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여교사가 학부모들한테 성폭행 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여성조합원들이 여성위원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제가 여성위원장을 맡았던 게 2015년인데 2015년부터 여성위원회에 참가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났습니다. 기존에 반성폭력운동 중심으로 활동을 벌였던 ‘시니어 활동가’들과 ‘영영 페미니스트’들이 2015~2016년을 계기로 여성위원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위원회 외부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이 동반출마를 하는데, 둘 중에 한 명은 여성이어야 합니다. 대부분 남성이 위원장이죠. 이에 대해 수석부위원장과 수석부지부장들이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분들도 재작년부터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성인지 감수성이 없고, 현재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무능한 것에 대해서 내부의 불만, 특히 영영페미니스트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영영페미니스트들은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을 통해서 뭘 바꾼다는 것에 대해서 희망과 기대가 0.0000000001퍼센트 정도밖에 없습니다. 굳이 왜 나의 열정과 에너지를 이런 남성 가부장 체제를 바꾸는 데 써야하는지 의문을 가집니다. 우리가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타협하기도 하면서 나도 바뀌고 서로 바뀌어 가는 활동을 해왔다면, 요즘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방식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영영페미니스트들은 반여성적인 행태를 폭로하고 싸우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젊은 선생님들을 보면 ‘아 나도 정신 잘 차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은정] 너무 상반되는 상황이네요. 우선 성비부터 차이가 많이 납니다. 건설산업연맹 산하에는 건설노조, 건설기업노조, 플랜트건설노조 이렇게 3개 가맹조직이 있습니다. 그중 건설노조의 진성조합원은 5만 명이 조금 안되는데, 이 중에 여성조합원은 1.76퍼센트로 100명 이하입니다. 여성 대의원 비율은 10퍼센트, 여성 간부는 각 지부에 1명 정도입니다. 그나마 여성 상근활동가가 있으면 다행인데, 노동조합에서 여성 상근활동가들이 활동가로 인정받기보다 그저 경리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투 운동 이후에 우리는 여성 상근활동가에 대한 개념을 재대로 정립하기 위한 교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GS건설, 쌍용건설 등 원청 종합건설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건설기업노조에 속해 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은 오래 전부터 여성국 회의를 조직해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이 회의가 건설산업연맹 차원으로 승격되어 2008년 6월 13일부터 정식 여성위원회가 발족하였습니다. 작년이 10주년이었고, 지난 수련회에서 10년의 발자취를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여기 계신 곳들은 대부분 정규직 노동조합이지만, 우리 건설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입니다. 건설 현장 안에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있는데, 거기에도 여성들이 꽤 많습니다. 진성조합원 2200여 명 중 100여 명이 여성이죠. 여기는 여성과 남성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에요. 그거 하나만큼은 자부심이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임금 차이가 크니까요.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다보니 기업에서는 여성 노동자 고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남성을 고용하는 게 유리하다나요? 건설노조는 여성 고용을 기피하는 업주들과도 맞서 싸웁니다. 플랜트건설노조에서도 비슷한 쟁점이 있습니다. 플랜트건설노조에는 여성 조합원들이 3000명 정도 되는데 주로 신호수, 보온 등의 일을 합니다. 이들 여성들은 단가가 높으면 기업에서 여성들을 안 쓰고 젊은 남자들을 쓰려고 하니까 자기들 노임(품삯)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노동조합이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가 많죠.
[김현미] 금속노조는 조합원이 18만 6000명, 그중 여성조합원 비율은 한 4.5퍼센트 정도입니다. 여성대의원 비율은 10퍼센트 정도. 그런데 여성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해 남성 부위원장이 여성 사업을 담당하기도 했었습니다. 교육하면 얼굴도 못 들고 얼굴 빨개지고 재미있었지요. 금속노조에는 20개 지부가 있습니다.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지부에 상근 여성간부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습니다. 여성조합원 비율이 제일 많은 데가 서울지부고 그 다음으로는 경주지부에 여성조합원이 조금 있습니다. 최근 쟁점은 여성이 그만두는 일자리를 남성으로 채우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경주지부에서 여성 조합원 수가 줄고 있어요.
금속노조에는 상설 여성위원회가 있어 매달 1회 여성위원회 회의를 합니다. 그런데 여성간부들이 대부분 다른 업무를 겸직하고 있어 여성위원회 회의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올해도 1, 2월 모두 성원이 안 되어 간담회 형식으로 대체했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여성 사업은 항상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일 때문에 회의가 밀리고 사업 진행이 제대로 안 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이 체계를 안정화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서진숙 여성위원장(이하 서진숙)] 공공운수노조는 전체 20만 명 중 여성조합원이 6만 명을 조금 넘은 30퍼센트 정도입니다. 지난 1~2년 사이 조합원이 2만 명 정도 늘었는데 그 중 여성의 비율은 3분의 1 정도로 비슷한 추세입니다.
[오늘보다] 미투 운동 이후 노동조합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있을까요?
[김현미] 제가 요즘 고민이 좀 많습니다. 미투 운동 이후에 과연 내가 변했는가, 저들이 변했는가 하고요. 다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노동조합은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예전엔 피해자의 입장에서 안타까워했다면, 요즘은 가해자 편을 드는 일도 생깁니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사회가 미투 운동 이후에 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들은 조금 변화했는데, 전제 사회적으로 보면 오히려 보수적인 반응이 덩달아 늘었습니다.
[김성애] 성폭력 사건인가 아닌가가 항상 쟁점이 됩니다. 여성위원회에 대한 공격도 늘었습니다. 여성위원회가 연애를 성폭력으로 몰고 가서, 여성위원회 때문에 앞길이 창창한 아무개가 힘들다 뭐 이런 이야기. 또 이제는 남성들이 관련 위원회에 들어가겠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여성위원회가 너무 객관적이지 못하다나요. 그래서 요즘 우리 여성위원회는 성폭력 사건에 관해 외부 단체에 자문을 받습니다. 자문을 통해서 여성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데, 사건 처리 과정에서 남성들은 그렇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도 미투 이후에 변한 건 여성이다,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공감합니다.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사회가 미투 운동 이후에 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들은 조금 변화했는데, 전제 사회적으로 보면 오히려 보수적인 반응이 덩달아 늘었습니다.
[오늘보다] 앞서 반성폭력을 넘어 여성노동에 대한 이해와 여성노동권 쟁취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을 위한 페미니즘 교육 프로그램 또는 여성 간부 양성을 위한 페미니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있다면 그에 대한 평가도 함께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성애] 여성위원회의 활동이 곧 반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최근 20~30대 여성 교사들을 만나보니, 여성들에게는 성폭력이 노동의 문제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성폭력 역시 산업재해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로서 성폭력의 문제를 개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우리는 전체 본부 연수와 지부 연수에서 반성폭력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페미니즘 교육을 진행합니다. 주로 외부 강사를 모셔서 진행하는데, 반응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간부를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잘 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임자 수가 매우 적고, 지부 단위가 아니면 전임자가 없거든요. 노조에서 주도하는 교육은 너무 적고 참석률이 낮습니다. 이 체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혁신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페미니즘을 가르칩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런 걸 체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표준 교안을 만들자는 요구가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페미니즘 교육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입니다. 특히 노동조합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페미니즘 교육 말고 학교에서 하는 페미니즘 교육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그 성과를 발표하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현미] 금속노조에서 페미니즘 교육이라니 조금 어렵네요. 일단 우리는 연 1회 성폭력 예방교육은 무조건 진행합니다. 간부들은 상반기 내에 의무교육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많을 때는 250명까지 성폭력 예방교육을 해봤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교육 효과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무조건 현장으로 찾아가는 교육을 하자고 합니다.
또 금속노조는 연 2회 여성조합원 수련회를 진행합니다. 그 수련회 때는 가능하면 성평등 예방교육보다는 인권 문제나 소통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4월에 여성조합원 수련회에서는 페미니즘 교육을 해보려고 합니다. 생활 속에서의 페미니즘, 이런 식으로요.
[이은정] 부끄럽지만 우리 내부에는 별도의 페미니즘 교육이 없고, 성폭력 예방교육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연 1회 반드시 이행하게 되어 있는 성폭력 예방교육만을 진행했다면, 미투 운동 이후에는 지부 운영위원회에서 회의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노총 성평등 강사단 교육을 8명이 수료해서 자체적으로도 교육을 많이 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강사단도 계속해서 보충할 예정이죠.
여성위원 역량 강화 관련해서는 올해 여성 노동자의 역사, 여성 노동의 역사 교육을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페미니즘을 직접적으로 다루기에는 너무 무겁고 어려워서, 그 속에서 녹여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의 예전 여성위원회는 1박 2일 여성주의 학교를 운영했습니다. 2016년까지는 진행된 것 같은데, 2~3년간 여성 사업이 뜸하면서 여성주의 학교도 중단되었습니다. 여성위원회가 다시 들어서면서 딱딱한 강의 형식보다는 참여형 교육으로, 서울 중심의 운영보다는 지역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의 다른 사업을 구상해보자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자체적인 간부 양성교육을 진행합니다. 전체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2단계에 ‘성평등 의식 교육’이 있습니다. 저는 두 번 참여를 했었는데, 한 번은 ≪82년생 김지영≫의 한 꼭지로 토론을 했습니다. 그런데 40대 정규직 남성 간부들이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여성이 피해의식에 쩔어 있다는 이야기를 주구장창하면서 오히려 거기에 참석했던 여성 조합원들이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하기도 했었죠. (큰 웃음) 어쨌든 교육에 대한 반응이 썩 좋지 않아 교육 프로그램을 조금씩 바꿔 나갈 예정입니다. 그 외에는 중앙집행부와 중앙사무처 교육을 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한 번도 못했어요. 이제 정례화해 나가야죠.
또 지난번에는 여성노동자 선언문을 만들었습니다. 선전위원회, 선전실에서 같이 하는 교육 중에 돌봄 노동자, 요양보호사를 중심으로 워크숍을 하고 선언문을 만들었어요. 선언문을 만드는 것도 만드는 거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노동이 어떤 노동인지 교육받고 자기 입으로 말하고 이런 과정들이 다 교육적인 효과가 있잖아요. 소규모이긴 하지만 그런 교육들이 오히려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 공공운수노조가 4000명 정도 증가했는데 그 중 3분의 1 이상이 비정규직 여성입니다. 공공부문이 아닌 곳도 있고, 공공부문인 곳도 있는데 그런 다양한 곳에서 지금 우리의 노동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공공운수노조의 여성노동자라고 하면 철도공사의 여성노동자, 건강보험공단의 여성노동자, 국민연금공단의 여성노동자, 가스공사의 여성노동자 등 대규모 공공사업장의 여성노동자로 대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나마 청소노동자 캠페인을 하면서 청소노동자, 고령 여성노동자가 부각되기도 했었는데, 그 외에 다양한 여성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 단초가 앞서 이야기한 사회서비스 재가요양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다른 여성노동자들을 드러내야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자기 역사쓰기로 발전해나가면 좋겠네요.
[오늘보다] 여기 계신 분들께 질문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나, 노동조합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직종이나 지역을 조직하자고 시도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미] 최근 현대그린푸드(울산 현대자동차 구내식당) 여성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했습니다. 대우조선도 금속노조에 가입을 했는데 거기도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50명 정도가 가입을 했어요. 새롭게 보면 식당 여성노동자들이 가입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은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서비스나 화학이 적절한 것 같은데, 금속으로 가입하는 거에 대해서 영 달갑지 않아하는 그런 분위기가 좀 있어요. 여성위원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해야죠.
또 한편으로는 정년퇴직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리에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들어오기도 합니다. 기아자동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있던 여성노동자 130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기아차 노동조합에서 난리가 난 거예요. 남성조합원들은 여성이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불편하니까. 여름에 더우면 웃통도 훅 벗어야 하는데 못 벗고,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나와서 탈의실까지 요만큼 거리를 그냥 휙 지나가면 되는데 여자들이 있으면 안 되니까 불편하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여성 나름대로 불편하죠. 우선 화장실 준비가 안 되서 쉬는 시간 15분 동안 화장실을 못 간답니다. 그런 분위기가 있어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조직화사업은 특별히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은정]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설 현장 안에 한국인 여성노동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건설사에서 중국인이나 동남아시아인을 저임금에 쓰려하니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많고, 그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도 주변의 감시가 심하더라고요. 말을 못하게끔. 경기중서부지부는 조금 특이한 경우입니다. 이 지역엔 연맹 부설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가 있어요. 거기서 노동자들을 훈련해서 내보내는데,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의 현장 장악력이 높기 때문에 여성노동자들도 같이 훈련시켜 현장에 보낼 수 있어요. 50명 정도의 여성노동자가 있고, 계속 늘어날 거예요. 이런 식으로 우리 건설노조는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업에 녹여낼지 항상 고민하고, 조직사업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노력 중입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는 2008년부터 전략조직사업을 해왔습니다. 이 중 요양, 간병, 보육 노동자들이 대부분 여성들이지요. 그런데 고민은 이렇게 조직된 조직들이 기존의 조직 틀과 맞지 않다는 거예요. 간부파업을 해도 다른 공공기관 노동조합처럼 수천 명, 수백 명이 나올 수 있는 조직이 아니거든요. 80명을 조직했는데 사업장은 40개라서 지금 우리 조직 체계 안에서는 분회라고 묶을 수도 없어요. 또 이 사람들은 파업하면 다 해고되는 사람들이라 파업 집회한다고 나올 수도 없잖아요. 이전과는 다른 조직적인 관점이 필요합니다.
또 영세 비정규직 사업장을 조직한다는 개념은 영세 비정규직, 노조하기 어려운 사업장을 조직한다는 거지, 사실 여성을 조직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 조직에 여성이 많은 건 사실이죠. 사회서비스 영역에 여성이 많은 것뿐이지 여성을 조직하려고 이 사업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여성을 위한 특화된 조직화 전략은 아니다, 그냥 조직화 전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이 안에서 여성을 어떻게 드러낼까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런 두 가지 측면에서 계속 고민이 있습니다.
영세 비정규직 사업장을 조직한다는 개념은 영세 비정규직, 노조하기 어려운 사업장을 조직한다는 거지, 사실 여성을 조직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이 안에서 여성을 어떻게 드러낼까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오늘보다]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여성노동자들의 대표성을 높여나가는 문제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이 놓인 현실을 고민해야 하고, 또 기존의 노동조합 체계와 고민들이 그만큼 달라져야 하니까요. 앞으로도 자주 교류하며 고민을 진척시켜 나갔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