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여는글
  • 2019/03 제50호

《오늘보다》 발간을 마칩니다

  • 편집디자인국장 이준혁
《오늘보다》를 처음 만났던 때를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개인 사정으로 잠시 운동을 떠나있었습니다. 그저 먼 곳에서 뉴스만 보면서, 답답해하던 날이 많았습니다. 그 답답함은 철도노조 파업 때도,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무참히 죽어갈 때, 진상을 알려달라는 시민들에게 물대포가 쏟아질 때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누군가 보라며 건네준 《오늘보다》는, 물린 표현이지만 가뭄의 단비 같았습니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쉬우면서도 간명하게 시대를 꿰뚫으려는, 그런 느낌이었지요. 그런 제가 어느새 《오늘보다》의 편집진이 되어 지난 1년 동안 잡지를 발간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오늘보다》가 마지막 호를 맞습니다.

가까이서 본 《오늘보다》는 정말 ‘욕심이 많은 잡지’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독자분의 평이 기억이 나네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라던 독자분은 《오늘보다》가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진보적 시민에게 읽혀야 하면서도 스스로 ‘운동의 무기’가 되길 원한다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지난 《오늘보다》의 5년은 그 두 가지 목표를 최대한 잘 어우러지게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충분하게 잘 해왔는지는 저로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2018년은 《오늘보다》 편집실로서는 어려운 해였습니다. 《오늘보다》를 유익한 잡지로 만들어준 몇몇 분들이 급작스럽게 편집실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다른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예전 같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자면, 적어도 2018년 들어 《오늘보다》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발로 뛰고 조금 더 다채로운 기획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쉬움에 남습니다. 경제위기부터 나날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지는 사회운동까지, 세월이 수상해져 가는 건 맞습니다만, 너무 현실의 위기만 강조한 나머지 딱딱하고 물린 기획만 내버린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오늘보다》에서 얻어간 것이 무엇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건 《오늘보다》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지대한 관심과 치열한 고민을 한 땀 한 땀 꾹꾹 눌러 담은 많은 저자의 고충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보다》는 문을 닫지만 《오늘보다》를 발간해온 사회진보연대의 운동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더 날카로운 대안, 명징한 분석을 위해 조금 다른 기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호는 그동안 《오늘보다》가 자신 있게 선보였던 주제로 찾아가고자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의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오늘의 페미니즘 열풍을 감히 진단해보았습니다. 나아가 지금의 이 힘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태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나름의 고민을 실어보았습니다. 저희 내부적으로는 사회진보연대 페미니즘 팀의 지난 몇 달간 진행해온 치열한 토론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작별 인사를 하게 되어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구독 연장 또는 환불 안내는 마지막 페이지를 참조해주십시오. 그동안 《오늘보다》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처음 《오늘보다》가 내걸었던 기치는 “오늘 꼭 봐야 하는 잡지”, “오늘을 보는 노동자의 시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이었습니다. 그 말처럼 지난 《오늘보다》의 5년이 여러분들에게도 조금이라도 운동의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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