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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2/제49호

불확실성의 세계, 어디로 가나?

  • 편집디자인국장 이준혁
 
이번 호 특집은 <흔들리는 세계, 좌파의 미래는>이라는 제목으로 준비해봤습니다. 많은 단체, 연구소들이 그러하듯 사회진보연대도 매년 초 올해의 정세가 어떠할지 가늠해보곤 합니다. 그러한 공동의 성과를 모아 낸 기획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독자분들이 보시기에 매년 쓰던 글들, 그냥 별 고민 없이 낸 거 아니냐고 느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2017년 2월호에도 <불확실성의 세계>로, 그 전해인 2016년에도 <2016년 세계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기획을 낸 적이 있었죠.

2016년에는 세계 경제와 한국경제 진단을 중심으로 구성했었습니다. 당시 성장세가 둔화하던 중국 경제를 시작으로 세계 경제가 장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는지를 따져봤습니다. 박근혜 정부에 맞서던, 그래서 잠시 우리 편인 것처럼 보였던 민주당의 대안도 비판했었습니다.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나 소득주도성장은 한국 경제의 주축인 중화학공업의 과잉축적 된 자본을 처리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한지원, <누가 손실을 부담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해버린 지금 시점에서 보니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2017년 기획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불확실성이 더 강조되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부상하는 포퓰리즘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브렉시트였지요. 말마따나 의회정치의 어머니이자 한때 세계화의 중심지였던 영국이 인종주의와 민족주의 주장이 거세지며 EU를 걷어찼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영국의 좌파들도 여러 의미 있는 시도는 하지만, 특별한 대안이 없이 곤란에 처해있다는 분석도 함께 실었습니다.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주는 함의도 고민했었습니다. “영국과 유럽이 안고 있는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 노동자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이 독자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민주-진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진다면, 저들과 함께 도매 급으로 처분되고, 대안을 밝힐 기회도 없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홍명교, <브렉시트 이후 영국 좌파의 과제>)

2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대안을 둘러싸고 많은 주장이 오갔습니다. 지금의 세계 체제를 옹호하는 이들은 빅데이터와 AI가 새로운 미래를 약속할 거라면서 4차 산업혁명이니 혁신성장 따위가 대안이라고 외쳤습니다. 세계 각지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대중의 불만을 잠재울 새로운 경제 체제, 예컨대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모든 이들의 고용을 약속했던 뉴딜 정책 같은 게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반면 체제의 변혁을 얘기해온 좌파들은 조금 더 곤란한 상황입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건 대부분 이야기하지만, 포퓰리즘 현상이 위기인지 기회인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좀 더 우리의 주장을 분명히 담고자 했습니다. 좌파의 대안이 분명해지지 않는다면 위기는 더 심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문재인 정부와 함께 민주-진보로 묶이면서 몰락하기보다는 우리의 독자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입니다. 독자적인 분석과 대안이 없다면, 미래에 좌파라는 이름은 존재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번 호 특집이 <흔들리는 세계, 좌파의 미래는>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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