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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과 사회
  • 2019/01 제48호

영리병원으로 경제성장? 잘못 짚으셨습니다 도지사님

  • 김진현
지난 12월 5일, 원희룡 도지사가 공론화조사위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하 제주영리병원)을 허용했다. 공론화조사위는 도민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설을 허가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냈었다. 원희룡 도지사는 내국인은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없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병원 소유주인 녹지그룹 측은 내국인도 진료할 수 있도록 행정소송을 낼 계획을 밝혔다.
 

원희룡 도지사는 경제적 이유를 구실로 내세웠다.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그리고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영리병원을 허가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영리병원은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영리만을 추구하는 의료 시스템을 더욱 왜곡시켜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더 높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키르케고르에 의하면 높은 의료 비용은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기업 수익률을 낮춘다. 주류 경제학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한국이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영리병원 도입의 경제적 득과 실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이 글에서는 제주영리병원 도입이 가져올 경제학적 효과를 분석해본다. 먼저 영리병원이 의료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을지부터 따져본다. 다음으로 제주영리병원이 경제에 어떤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지 예측해본다.
 

제주영리병원은 의료관광객 유치에 실패할 것이다

 
제주영리병원을 지으면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물밀 듯이 들어올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을 방문하는 의료관광객 중 중국인이 31퍼센트로 1위를 차지한다.(이하의 통계 수치 중 별도의 인용 출처가 없는 것은 한국관광공사의 <2017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7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통계분석보고서>를 참고했다.) 그 뒤를 미국(13.8퍼센트), 일본(8.5퍼센트) 순으로 잇는다. 성형외과의 경우도 중국인 환자 비중이 44퍼센트로 1위다. 따라서 성형외과와 피부과 중심으로 세워질 제주영리병원으로선 중국인 의료관광객을 잡는 것이 핵심적 과제다. 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이 제주영리병원을 이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중국인 의료관광객들은 서울특별시 소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진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 의료관광객들은 72.6퍼센트가 서울특별시 소재 의료기관을 이용했다. 제주도는 2.9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이용 의료기관 유형도 의원급이 40.7퍼센트였고, 병원급은 16.7퍼센트 밖에 되지 않았다. 입원 진료 비중도 8.5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중국인 의료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서울에 가장 많다. 2015년 국세청의 <전문·의료·교육 서비스업 현황>에 따르면 성형외과의 51.6퍼센트가 서울에 위치했으며 이 중 68.9퍼센트가 강남구에 집중됐다. 성형수술이 목적이라면 서울 강남구로 가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둘째, 중국인 관광객의 제주도 방문 비율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의 지방 방문율은 2016년 47퍼센트에서 43.9퍼센트로 떨어졌다. 주요 방문지도 2016년에는 제주도가 34.9퍼센트였지만 2017년에는 21.1퍼센트로 떨어졌다. 2015년과 2016년까지만 해도 한국 여행 중 좋았던 방문지 3위 안에 제주 성산 일출봉이 있었지만 2017년에는 사라졌다. 제주도가 중국인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인 관광지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의료와 관광 모든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제주도가 영리병원을 짓는다고 해서 중국 의료관광객이 몰려들 가능성은 낮다. 2, 3위인 미국인이나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의료관광객들은 자국의 높은 의료비 때문에 질병 치료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따라서 대부분 서울 소재 상급 종합병원을 찾는다. 일본인들은 주로 피부과, 한방통합, 성형외과 등을 이용한다. 하지만 85.7퍼센트가 서울 소재 의료기관을 이용하며 제주도 의료기관 이용 비중은 중국보다 더 낮은 0.6퍼센트에 불과하다. 더욱이 의료 기술 수준이 높은 국가에 거주하는 미국인이나 일본인이 중국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을 이용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결국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제주영리병원이 수익을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경우에 선택지는 두 가지다. 국가로부터 내국인 진료 허가를 받거나 병원을 매각하고 철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과거 인천에서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영리병원을 지으려는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는데, 수익성이 낮아 들어오려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영리병원의 매각은 선행 사례도 없고 사회적 논의도 된 적이 없다. 온갖 법적·제도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녹지그룹 입장에서는 내국인 진료 허가를 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다. 원희룡 도지사의 주장과는 달리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실제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누가 이길 것인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녹지그룹이 행정소송에서 승리하고 내국인 진료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의료비는 비싸지고 병원 수익률도 올라가고

 
제주영리병원은 의료비를 고가로 책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의료비가 높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캐나다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평균 19퍼센트 정도 가격이 더 비싸다. 영리병원은 행정 관리비와 마케팅 비용의 규모가 크고, 약제비와 의료 장비 이용료가 비싸며, 입원 환자들이 이용하는 부가 서비스의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제주영리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원희룡 도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제주영리병원 시설이 야외 자쿠지(거품이 나오는 욕조 브랜드)까지 설치된 최고급 병실이 있는 등 고가의 의료비를 책정하지 않으면 운영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병원 소유주인 중국 국유기업 녹지그룹은 수익성이 매우 낮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자산수익률(ROA)이 1.14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부동산 기업들이 최소 2~3퍼센트의 자산수익률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심각하게 낮다. 중국 국유기업들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이자율을 이용해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다. 그 자금을 이용한 해외직접투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수익률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 재무부 자료에 의하면 제조업과 건설 부문 국유기업의 자산수익률은 2007년 6.8퍼센트에서 2016년에 3퍼센트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해외직접투자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서 투자와 운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는다고 지적한다. 제주영리병원도 그 실패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영리병원은 제주헬스케어타운 프로젝트의 일부다.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서귀포시에 위치한 47만 평 부지에 약 8000억 원을 투자해 조성하는 대규모 관광단지다. 2012년 5월 15일 머니투데이의 기사(<시행자도 사업성 장담 못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의하면, 제주헬스케어타운은 사업성이 매우 떨어져 과거 삼성물산에서 개발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지매입 과정과 사업 타당성 조사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제주영리병원은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고가의 영리추구적 의료 행위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녹지그룹의 저수익성, 제주헬스케어타운의 저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만약 이것이 제주영리병원에만 한정되는 문제라면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어차피 영리병원은 부자들만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영리병원을 넘어 제주 전역으로, 나아가 한국 전역으로 의료비 증가 추세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영리병원이 제주에만 그치지 않고 확산되는 경우다. 법률상으로 전국 8곳의 경제자유구역에도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하다. 만약 8곳 모두에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사실상 전국을 포괄할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 정권하에서는 더 이상 영리병원은 없다는 공언을 했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도 깨는 마당에 그 약속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더구나 현재 법률상 다음 정권에서는 영리병원 설립이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영리병원을 전면 허용하려고 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른 병원들 의료비도 증가시키는 영리병원

 
게다가 의료관광을 위해 세운 영리병원은 다른 비영리병원들의 의료비도 증가시킨다. (이하의 내용은 Brandon Chen(2013)을 참조했다.) 1990년대 후반 싱가폴, 태국, 인도 등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의료관광을 활성화했다. 이 국가들은 의료관광 사업을 하면서 큰 폭의 의료비 상승을 경험했다. 인도에서는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도심부의 입원료가 공공병원에서는 9퍼센트 증가했고, 민간병원에서는 36.5퍼센트 증가했다. 의료관광의 메카로 불리는 싱가포르에서는 2010년부터 말레이시아의 병원을 이용했을 때도 싱가포르인들이 평소에 의료비를 지급받는 메디세이브 계좌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의료관광 사업으로 인해 싱가포르의 의료비가 지나치게 상승했으니 가격이 싼 말레이시아 병원을 이용하라는 취지였다.
 

의료비 증가의 원인은 바로 비용 상승이다. 두 가지 비용이 있는데, 의사 임금과 의료기기 비용이다.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지어진 영리병원은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좋은 시설과 유명한 의료진을 갖추는 게 일반적이다. 최신식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유명한 의사를 데려오기 위해 큰 비용을 지출한다. 대신 그 비용을 웃도는 높은 의료비를 청구한다. 이 때문에 의료관광을 활성화한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 의료비가 상승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태국이다. 태국에서는 공공병원에서 민간영리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의사 수가 2005년에 연간 7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공공병원에 부족한 의사 수는 6000명에 이른다. 결국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태국 보건부는 공공병원 의사들의 임금을 거의 두 배로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최신 의료기기 도입도 이어졌다. 태국 공중보건부에 의하면 2005~2006년 당시 국가 전체 CT 장비의 3분의 1과 전체 MRI 장비의 3분의 2가 방콕에 집중되어 있다. 방콕은 태국에서 의료관광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다.

말레이시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이 의료관광객과 고소득층이 주된 진료 대상인 민간 병원들이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검사와 상담을 지나치게 제공해서 수익을 챙긴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할 정도였다.
 

영리병원을 둘러싼 원희룡과 문재인 정부의 속셈

 
원희룡 도지사가 차기 대선을 위해 공론화조사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개설 허가를 강행했다는 평가가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조선일보에는 영리병원이 일자리를 만들 것이며, 차기 대선에는 일자리를 실제로 만든 사람이 나와야 한다는 칼럼이 실릴 정도다. 문재인표 경제정책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희룡은 영리병원 허가를 통해 ‘규제 완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려는 야심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미묘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때 보건복지부가 허가했고, 이후 모든 권한은 제주도지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는 더 이상의 영리병원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영리병원 허가의 책임을 원희룡 도지사에게로 미루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만약 보건의료운동 진영이 모든 책임을 원희룡 도지사에게로 돌리며 영리병원 투쟁에만 몰두하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일정한 이득을 챙길 수도 있다. 의료기기·제약 규제 완화, 원격의료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저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희룡 도지사에게 계속 책임을 미루면서, 영리병원으로 시선이 집중된 틈을 타 다른 의료민영화 정책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은 제주영리병원보다 규모나 강도 면에서 파급효과가 더 크다. 삼성 등 재벌기업이 의료기기·제약 규제 완화나 원격의료를 십여 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과 투쟁이다. 영리병원 반대 투쟁은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으로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 원희룡 도지사나 영리병원 단일 의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현 정부의 전 방위적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덮어버리게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문재인 정부가 가장 바라는 일이며, 심지어 원희룡 도지사의 대선 행보에 일조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필자 소개

김진현 | 의사.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정책교육국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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