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세계
- 2018/12 제47호
플랫폼 자본주의에 맞선 불안정 배달원들의 투쟁
딜리버루(Deliveroo), 푸도라(Foodora), 지오보(Giovo). 이런 음식 배달 플랫폼 기업의 성공은 보이지 않는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착취에 기반을 둔다. 바로 지금,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국경을 넘어 스스로를 조직하고 있다.
2016년 여름, 딜리버루 노동자들의 런던 파업은 음식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집단적 대중행동의 가능성을 보여준 첫 신호였다. 파업은 딜리버루에서 우버이츠(UberEats)로, 그리고 영국 전역으로 퍼졌다. 1년 동안 투쟁은 국제적으로 뻗어나갔다. 음식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10개 이상의 도시에서 파업을 벌였다.
이 투쟁은 승리를 쟁취하기도 하고 심각한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불안정 노동 운동이 국제적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취약하고 무력하게 여겨졌던 노동자들은 국경을 넘는 공격적인 직접행동으로 자본에 대한 적대를 확산시켰다. 노동계급 구성의 변화는 과거의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노동 환경을 파괴했지만, 한편에서는 투쟁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모든 것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에서의 운동은 런던의 딜리버루 노동자들이 시간당 임금 + 배달 건당 보너스(7+1유로)에서 성과급 체계(배달 건당 3.75유로)로 계약이 바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응해 7개 지역의 비공식 네트워크가 신속하게 조직됐다. 수백 명의 라이더가 일주일 넘게 파업을 이어갔다. 결국 회사는 파업 라이더들이 임금 구조를 선택하게 했고, 이는 향후 분쟁의 성격을 예고했다.
런던에서 첫 투쟁의 물결이 가라앉은 후 2개의 서로 다른 노조가 딜리버루 라이더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 구성된 작은 분리 노조인 ‘영국독립노동자들(IWGB, Independant Workers of Great Britain)’은 여름 파업의 중심이었던 런던의 캠던에서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세계산업노동자들(IWW, Industrail Workers of the World)’은 부분적으로는 브리스틀과 리즈에서, 그리고 전국적으로 노동자들과 접촉했다. 스스로 조직된 딜리버루 노동자 소식지 ≪루 반군(Rebel Roo)≫ 또한 ‘Plan C’라는 정치그룹의 지원으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런던 밖의 조직과 행동은 발전했다. 브라이튼에서 낮은 수입에 저항한 노조 결성과 파업 투쟁, 리즈에서의 혼신의 조직화가 시작된 것에 이어 딜리버루의 교대제 훈련을 운영하는 노동자들은 브리스틀에서 파업에 나섰고, 승리했다. 2월이 되자 <루 반군>의 발행 부수는 월 1500부(전국 노동자의 약 10퍼센트)로 늘었고, 배스와 미들즈브러, 리버풀, 포츠머스, 맨체스터, 글래스고와 같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다양한 도시에서 조직화가 시작됐다. 운동의 주도 세력은 2월 말 런던에서 열리는 ‘초국적인 사회적 파업 플랫폼 회의( Transnational Social Strike Platform’s assembly in London)’에서의 토론에 참여하기 위해 집결했고, 운동은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였다.
리즈에서 7명의 노동자가 계약 해지 됐을 때 세계산업노동자들은 전국적인 파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다른 이들은 투쟁을 확대하길 망설였다. 이런 망설임과 동시에 전국적인 추진력이 약화됐다. 리즈와 브라이튼에서의 투쟁은 명백한 승리였지만 전국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실패했다. 리즈에서 희생되었던 노동자들은 복귀했고, 그들을 희생시켰던 매니저는 해고됐으며, 브라이튼의 노동자들은 신규 모집을 중단시켰지만, 운동은 크게 기세가 꺾였다. 브라이튼에서 라이더들은 다른 불안정 노동자들과 연합을 구성해 ‘불안정 노동절(Precarious Mayday)’ 집회를 개최하며 운동은 절정에 달했다. 이런 긍정적 진척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사라졌다.
딜리버루의 대응은 특정 구역에서 평균 임금을 올리는 상당한 양보를 포함했지만, 결정적으로 그 변화는 계약 갱신이 아닌 앱의 불분명한 작업 배분에 의해 실현됐다. 결국 영국에서 조직된 지역 대부분은 활동성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동자운동의 후퇴 속에서 영국독립노동자들은 딜리버루가 ‘자영업자’ 지위를 악용해 노동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며, 노동당의 좌익 지도부가 지원하고 있다.
운동의 확산
런던 파업 이후 조직화의 물결이 확산됐다. 순식간에 유럽 전역의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섰다. 이탈리아에서는 푸도라의 라이더들이 2016년 10월 토리노에서 처음으로 활동에 나섰다. 푸도라가 시급(시간당 5.4유로)을 성과급(배달 건당 2.7유로)으로 변경하려 했을 때 약 50명 정도의 강력한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그들은 사회운동 그룹들과 함께 대규모 파업 집회를 열어 도시를 에워쌌다. 운동의 요구는 비용(데이터, 자전거), 밀라노 수준의 시급, 질병 수당이나 휴일 수당과 같은 노동의 권리에 집중했다. 노동 조건에 대한 종합적 요구는 전국 협약을 통해 최저임금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라이더들은 전투적 생디칼리즘 노조인 ‘시 코바스(Si Cobas)’로 조직됐고, 배달 수수료를 3.6유로로 인상했다. 그러나 확고한 승리 뒤에는 15명의 뛰어난 조직 노동자들의 계약 해지와 대대적인 신규 라이더 모집이 뒤따랐고, 노동자 조직화는 약화했다. 라이더들을 달래기 위해 계획된 앱의 변화라는 푸도라의 반격은 운동을 방해하는 데에 성공했다.
공지나 체계적인 조정 없이 라이더들이 선포하고 전개한 프랑스의 파업 투쟁은 영국과 이탈리아보다 상당히 덜 정식화된 것이었다. 마르세이유의 유명 식당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던 파업 라이더들에게 딜리버루가 경찰 투입을 위협하는 등 무질서한 상황으로 플랫폼 기업은 공황상태가 되었다.
독일에서는 자유노동조합(FAU, Free Workers Union)이 베를린에서 음식배달 플랫폼 조직화 캠페인을 시작한 2017년 4월에 조직화가 시작됐다. 그들의 요구는 생계유지에 필요한 충분한 노동시간 보장, 노동 시간에 대한 투명한 관리, 배달 수수료 1유로 인상과 교대근무 계획을 위한 주 1시간 유급 휴가였다. 초기 캠페인은 복수의 음식배달 플랫폼을 기반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첫 시위는 5월에 열렸고, 협상을 요구하는 80여 명의 딜리버루와 푸도라 라이더들이 공동 집회를 진행했다. 6월에 비슷한 수가 모인 두 번째 집회는 딜리버루와 푸도라 본사에서 열렸다. 이 지속적인 압박에 딜리버루는 여전히 버티고 있지만 푸도라는 베를린에서 FAU와 협상에 나서게 됐다.
스페인에서는 여전히 거대한 규모의 파업이 나타나고 있다. 딜리버루는 노동자들이 항의 캠페인을 주도하자 13명의 주동자를 계약 해지했다. 그러나 투쟁은 계속됐고, 7월 2일에는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마드리드의 딜리버루 노동자들의 전국적인 3시간 파업(오후 8~11시)으로 발전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총 230명 중 150명이 파업할 정도로 참여가 대단했다. 그들은 시간당 최소 2건의 배달과 주 20시간 노동 보장, 노동조합 가입 노동자에 대한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이탈리아로 돌아가 보자. 노동자들은 다른 고용과 단체교섭 상황을 위한 법적 방법을 모색했고, 좌익 정당인 ‘이탈리아 좌파(Sinistra Italiana)’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밀라노에서도 조직화가 시작됐고, 7월 15일에는 푸도라와 딜리버루, 지오보의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질병 수당과 산재보험을 요구하는 중요한 대중 파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그리스와 같은 여러 나라의 광범위한 유럽 노동자들로 조직화가 퍼지고 있고, 이들은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의 라이더들이 주도한 국제적인 조직화 회의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블랙박스를 위해 일한다
유럽 어디에서든 음식배달 플랫폼의 영업 방식은 근본적으로 같다. 그들은 음식 제공자-배달 노동자-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사용한다. 각 부분은 앱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노동 과정은 알고리즘 관리에 의해 통제된다. 이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의 근무 시간에 트레이버 슐츠가 ‘블랙박스’라고 부른 것에 내장된 자동화 시스템의 지시에 따른다는 뜻이다. 플랫폼 그 자체는 고정자본이 거의 들지 않고, 자신의 자전거와 데이터의 비용을 스스로 지불하는 라이더들에게 모든 배달 비용을 외주화한다. 사용자의 손에 확고히 남아 있는 조율 플랫폼과 그 알고리즘이라는 핵심을 제외하고 사실상 노동자들은 배달 절차에 필요한 모든 생산수단을 이미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비전형적 고용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형태는 국가별로 다양하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이러한 비전형적 지위는 그들이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게 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는 자본이 계급투쟁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 가격인 노동력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이고, 자본가들은 노동자운동과 사회적 민주적 합의라는 오래된 승리를 잠식하는 데에 거의 성공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렌치의 일자리 법이나 영국의 노동조합법과 수습제도, 복지의 변경, 프랑스 노동법, 독일의 장기적인 임금 억제, 스페인의 2012년 노동법 등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었다. 또 이러한 비전형적 지위는 노동시장 구조를 광범위하게 변형시키고 있다. 이러한 두 과정은 긴밀하게 연결된다. 우버와 같은 플랫폼은 통상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번창할 조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법 제도의 틀을 바꾸기 위해 공격적인 로비 활동을 하도록 벤처 자본가들이 모은 돈을 사용한다.
노동 형태 재편에서의 이 초국적인 유사점은 독점과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는 음식배달 플랫폼이 매우 빨리 확장하게 한다. 그러나 이 유사점은 음식배달 플랫폼의 빠른 확장과 동시에 그 플랫폼 속에서 노동자의 공동투쟁이 빠르게 유통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조직화
이탈리아의 노동자주의자 로마노 알쿠아티는 ‘자연발생적’인 노동자 투쟁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보이지 않는 조직화를 놓쳤을 뿐이다.
음식 플랫폼 투쟁의 보이지 않는 조직화는 2가지 공통의 경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노동 과정 자체다. 불안정 배달 노동자들은 비전통적인 노동 환경에서 대부분 보안 인스턴트 메신저 앱을 사용하는 그룹을 통해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때때로 ‘구역의 중심’이나 도시의 특정 지점으로 모여들어 대규모 모임과 회의가 이어지기도 했는데, 현실 감독 기구가 없는 플랫폼은 이를 통제할 수 없었다. 다른 하나는 2008년 충돌 이후 운동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성장한 보이지 않는 조직화 네트워크다. 이러한 플랫폼 투쟁의 조직가와 지원가 다수는 과거 노동 현장에서의 분쟁을 미리 경험했다기보다는 광장이나 캠퍼스, 거리에서 진행된 사회운동의 특정 시기에 조직됐다. 이 두 흐름이 만났을 때 대중적 조직화는 결실을 보았다.
이 대중적 조직화는 대개 노동자들이 매우 유사한 방법으로 플랫폼에 대항하는 지렛대(압박행동)를 개발하도록 했다. 핵심은 지원세력과 사회운동이 결합한 파업이다. 전술적 레버리지는 2개의 원천을 가진다. 하나는 도심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작업장을 넘어 노동계급과 연결되는 사회운동의 차량 봉쇄·행진이다. 이 힘은 종종 라이더를 지지하는 강력한 ‘여론’을 낳았고, 사회운동이 착취에 대한 구조적 질문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이 전술이 사용될 때 음식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경제적’인 것으로 외면될 가능성은 없다. 두 번째는 노동조합의 노무 제공 거부다. 유연 노동자들은 다른 라이더나 식당, 소비자와의 연계 속에서 집단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하고 도시를 감시하며, 그들을 동맹 파업으로 이끈다. 공통점이 없고 힘을 빼앗긴 노동자들은 거리에서 서로를 만날 때 마침내 힘을 발견한다. 파업의 물결에서 시위의 모든 에너지는 ‘노동’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의 통합은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이 프랑스의 노동법 개악에 대항한 투쟁에서 과격한 거리 집회의 정찰병으로 활동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들은 경찰을 압도하는 이동성과 도시에 대한 지식으로 그들의 불안정한 조건을 만든 제도와 같은 내용의 노동법에 대응했다.
이 활력은 비전형적 고용 관계에서 가능한 파업이라는 무기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가능했다. 고용에 대한 법적 보호가 노동자를 더욱 확실히 착취하기 위해 해제되었을 때 노동자에 대항한 사용주의 법적 보호 역시 사라졌다. 순식간에 비합법적 파업이 유일하게 가능한 투쟁이 됐다. 노동자들의 전투력은 전통적인 정부의 파업과 노동자 조직에 대한 탄압으로 통제되지 않았고, 노조의 대규모 개입 없이도 빠른 성장과 파업의 확산 우려를 낳았다.
모든 것을 막자! Bloquons Tout!
음식배달 플랫폼들의 초국적 파업이라는 놀라운 존재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발달이 충돌 없는 과정이 아니라는 증거다. 계급투쟁이 아직 해당 부문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계에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결정적 요소가 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하지 않다.
알고리즘 관리와 플랫폼 자본주의 양자는 단순한 음식배달을 훨씬 초과한 현상이다. 슈퍼마켓과 창고는 점차 노동 과정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으로 재편되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우버를 위해 일하는 택시 운전자에서부터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의 일반 노동자에게까지 이르고 있다.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의 공격성이 이런 두 그룹으로 퍼진다면, 유럽에서의 착취로 인한 갈등의 수준은 확연히 상승할 것이다. 이 확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몇 가지 신호가 있다. 조직 활동가들이 이미 블랙프라이데이에 아마존의 물류 인프라를 봉쇄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플랫폼에서의 초국적 운동은 자본에 대항하는 초국적 운동의 시야를 발전시키고 있다. ●
- 덧붙이는 말
번역: 수열·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 PoliticalCritique.org에 실린 기사 'Precarious couriers are leading the struggle against platform capitalism'를 허락 받아 번역 게재합니다. | 원문 주소 : http://politicalcritique.org/world/2017/precarious-couriers-are-leading-the-struggle-against-platform-capit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