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특집
  • 2018/11 제46호

미국과 중국, 넥스트 글로벌 리더는 누구

  • 김진현
한국 증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1월 역대 최고치인 2607포인트를 기록했으나 지난 10월 29일에는 2000포인트 아래까지 떨어지며 20퍼센트 넘게 하락했다.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되었고,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 조금이라도 올려놔야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 갈등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 내 여론

미·중 무역 갈등은 다르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에도 해가 된다는 주장이다. 시티, 노무라증권, 도이체방크, 제이피모건 등은 관세 부과로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1퍼센트 내외로 하락할 거라고 분석했다. 이는 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고려한 수치다. 골드만삭스만 관세 부과 시 무역 경로를 통해 3년간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약 0.03퍼센트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의하면 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생산기업이 중국으로부터 원자재, 중간재, 자본재 등을 수입할 때 관세로 인해 비용이 증가한다. 둘째, 미국 수출기업이 외국으로 수출할 때 보복관세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셋째,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상품을 살 때 관세 때문에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기업계는 관세 부과에 강하게 반대한다. 지난 9월 7일에는 애플, 휴렛팩커드 등의 정보통신기업과 소매업협회 등이 미국 무역대표부에 관세부과 반대 서한을 발송했다. 

반면 미국 내 여론은 엇갈린다. 지난 4월 퀴니피액 대학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대중국 관세 부과에 찬성하는 입장이 44퍼센트, 반대하는 입장이 45퍼센트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엇비슷했다. 중국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는 불공정하다는 입장이 압도적이었다. 이코노미스트의 4월 설문 조사에 의하면 중국 무역 정책이 공정하다는 입장은 13퍼센트뿐이었으며,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 43퍼센트였다. 반면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해가 될 거라는 입장이 좀 더 우세했다. 3월 이코노미스트의 설문 조사에서는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에 해가 된다’가 37퍼센트, ‘득이 된다’는 22퍼센트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는 여론을 이용해 무역 전쟁을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미국 경제에 해가 된다는 여론도 많지만, 현재로선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역 갈등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중국 경제 상황

중국은 관세 부과로 수출이 직접 감소한다. 중국 사회과학연구원의 추계에 의하면 현재 25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대한 관세로 인해 중국의 수출은 3.359퍼센트 감소하고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657퍼센트 감소한다. 블룸버그 통신이 10개 주요 투자은행의 예측을 종합한 결과도 관세로 인해 중국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6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관세로 인한 수출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는 경우 중국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경제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며 기업 부채, 부동산 거품, 그림자금융의 3대 회색 코뿔소(확실히 인지되고 거대한 파급력이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위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하락을 방어하는 것은 수출이 유일해서, 관세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 경제는 상당히 위험하다.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는 여러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5퍼센트대로 3년 전보다 절반으로 떨어졌다. 수출 부문을 주로 담당하는 민간 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2015년 연평균 9퍼센트에서 2018년 9월에는 5.6퍼센트까지 하락했다. 올해 8월까지 제조업 영업이익 증가율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3.5퍼센트 하락해,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10월에 중국의 2019년 경제성장률을 7월 전망치보다 0.2퍼센트 내린 6.2퍼센트로 전망했다. 2022년에는 5퍼센트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의 3대 회색 코뿔소는 외부로부터의 경제적 충격을 증폭시켜 경제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먼저 중국의 기업부채는 2018년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의 164.1퍼센트다. 선진국 평균 90퍼센트, 신흥국 평균 106퍼센트보다 훨씬 높다. 부동산 거품도 심각하다. 2015년부터 부동산 개발투자액이 10조 위안을 넘어섰다. 부동산 재고 소진 기간은 2010년 4년에서 2017년에는 8년까지 증가했다. 정부 통제가 닿지 않는 그림자금융 규모도 매우 크다. 2016년 기준으로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62퍼센트에 달한다. 

굳이 무역 전쟁이 아니어도 중국의 경제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가뇽은 중국의 과잉투자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전체로 봤을 때 연간 투자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40~50퍼센트에 달한다. 이는 다른 신흥국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1980~1997년 사이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6~7퍼센트)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투자는 국내총생산의 4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뇽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직전 한국의 과잉투자보다 중국의 현재 상황이 더 심각하다.

중국에 경제위기가 닥칠 경우, 한국 경제도 위태로울 수 있다.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만 감소한다면 한국은 중간재 수입만 줄어들 뿐이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중 미국으로 귀착되는 비율은 5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에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한국의 모든 형태의 대중 수출이 감소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는 중국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를 이용해서 국가 간 상관계수를 측정했을 때, 미국은 0.054인 반면 중국은 0.565로 나타났다. 한국의 총수출 중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7퍼센트로 가장 크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한국의 대중국 경상흑자 규모는 평균 443.6억 달러로 전체 경상흑자 평균 945.5억 달러의 46.9퍼센트를 차지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 하락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퍼센트 하락한다고 설명한다.
 

미 · 중 무역 갈등의 역사적 함의 : 투키디데스 함정과 킨들버거 함정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버그스텐은 이번 무역 갈등을 세계경제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다툼으로 해석한다. 중국은 이미 구매력 기준 총 국내총생산이 2010년 의 미국을 넘어섰으며, 시장 환율 기준 국내총생산에서도 10년 이내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여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두 가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함정은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국가와 기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충돌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를 말한다. 1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된 독일과 영국의 헤게모니 경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른바 G1 체제를 향한 경주다.

두 번째 함정은 킨들버거 함정이다. 기존 헤게모니 국가가 몰락했지만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헤게모니가 등장하지 않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1930년대 대불황의 원인이 킨들버거 함정이라고 봤다. 영국 헤게모니의 빈자리를 미국이 제대로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G제로 체제다.

결국 앞에 놓인 길은 G제로, G1, G2의 세 갈래다. 물론 대부분은 G2 체제를 원한다.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통해 무역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버그스텐은 미·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양국 모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에 가입하여 규칙에 따라 무역과 투자 체제를 구축하는 걸 예시로 제시한다.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것들은 모두 중국의 경제성장 전략에 반하기 때문이다. 다른 요인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헤게모니 국가로서 국제적인 역할과 책임을 포기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TPP에서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하면서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에 부과한 관세 조치도 자국 통상법을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들을 무시한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지금까지 지적재산권 탈취 등 세계 무역 질서를 어기는 행동들을 해왔다. 양국 모두 현존 질서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합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는 두 가능성 모두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헤게모니는 위태롭지만 중국이 새로운 헤게모니가 될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점증하는 G제로 시대의 가능성

미국은 산업 부문 이윤율이 하락하여 금융화된 지 오래다. 장기간의 쌍둥이 적자와 급증하는 무역 제재 조치는 미국의 낮은 생산성을 반영한다. 2007년~2009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국가가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 세계화 질서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나마 최근 미국 경제가 호황이라지만 이는 트럼프의 감세 정책 덕분이다. 세금을 줄이면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미래에는 큰 부담이 된다. 재정위기의 가능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키르케고르에 의하면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는 지속될 수 없는 재정 정책을 수용해 왔다. 1952년에서 2002년 사이, 미국 연방정부는 관리 가능한 수준의 재정적자를 유지해왔다.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의 1.7퍼센트(지출 19.3퍼센트, 수입 17.6퍼센트) 수준이다. 그러나 2002년 이후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는 기록적 수준으로 증가했다.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2003년 부시 정부 하에서 감세 법안이 통과되어 연방정부 수입이 역대 최저 수준인 국내총생산의 16퍼센트까지 낮아졌다. 둘째, 2007~2009년 이후의 대침체는 지출을 증가시키고 수입을 감소시켰다. 셋째, 트럼프 정부가 2017년 통과시킨 감세법안은 연방정부 수입을 10년간 1조 달러 넘게 감소시킬 것으로 추계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일반 정부 부채(연방+주정부)는 2028년에 국내총생산의 130퍼센트라는 유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계된다. 이는 현재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지탄받고 있는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헤게모니 국가가 되기도 어렵다. 헤게모니 국가가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새로운 자본축적체제를 만들어내야 하고, 헤게모니 국가의 이익이 전체 국가의 보편적 이익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난 20세기 중반 미국 자본주의의 법인 혁명, 관리자 혁명, 케인스 혁명은 모든 국가가 따라야만 하는 보편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중국에는 아직 새로운 자본축적체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 성장 모델은 다른 국가들이 도입하기 어렵다. 농촌에서 유입되는 엄청난 규모의 산업예비군, 개방 초기 투기적 성격이 낮은 화교 자본의 유입, 거대한 인구 규모에 비례하는 강력한 정부, 정부가 통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시스템. 모두 중국에 고유한 특성이다. 더욱이 이러한 중국 경제 성장 모델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무역 질서를 우회하고 파괴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어떤 형태로 해결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11월 초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가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설명했듯 미국의 요구사항을 중국이 전면 수용하기는 어렵다. 양국 모두 세계 무역 질서를 무시하고 행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불안정성은 계속해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대규모 가계부채라는 폭탄도 안고 있기 때문이다. ●
 
덧붙이는 말

참고문헌 ▶한국은행, [미국의 대중국 통상압력 강화 배경 및 전망], 《국제경제리뷰 2018-22호》, 2018년 10월 18일. ▶현대경제연구원, [차이나 리스크, 교역 경로를 넘어선 중국 경제위기 전염 가능성에 대비하자], 《경제주평 803호》, 2018년 7월 13일. ▶현대경제연구원, [중국경제의 부문별 현황과 전망]. 《경제주평 816호》 2018년 10월 26일. ▶C. Fred Bergsten, [China and the United States: The Contest for Systemic Leadership],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June, 2018. ▶Chad P. Bown, Mary E. Lovely, Martin Chorzempa, [Trade War with China: Costs, Opportunities, Challenges, and Benefits],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September 25, 2018. ▶Jacob Funk Kirkegaard, [Prospects for Economic Reform and Medium-Term Growth in the United States],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June, 2018.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정기구독
태그
미국 중국 시진핑 트럼프 G2 G1 G제로 무역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