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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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 제46호

판다랑 독수리랑 싸운다던데 …

  • 이준혁
이번 호 특집은 꽤 무겁습니다. 내 한 몸 건사하기 바쁜 와중에 무려 이 세계의 미래를 전망해봤습니다. 중국이 미국의 세계 권력을 차지할 수 있을지, 두 국가의 권력다툼은 어디로 갈지, 너른 호흡으로 진단합니다. 두 나라의 무역 갈등에서 시작해서 경제 발전 전망, 군사 패권 문제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두 명이지만 10명 가까이 되는 이들이 두어 달간 세미나와 토론을 거쳐 나온 공동의 성과입니다.

이어지는 글은 중국 노동운동의 현실을 짚어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70~80년대 한국 노동운동이 꽤 화제라고들 하죠. 서슬 퍼런 군사독재에서도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왔던 모습에 감명을 받은 모양입니다. 어려움을 딛고 화려하게 피어난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에 어깨가 으쓱해지면서도 우리 주변의 현실을 보면 좀 민망하기도 합니다. 

서평도 하나 실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이번 특집을 생각해서 넣은 기획인데요, 많은 분이 좋아하실 우주 이야기입니다. 빅뱅이니 상대성이론이니 하는 머리 아픈 건 아니고요(이런 걸 더 좋아하시려나요), 세계 강대국들이 우주 공간을 군사 대결의 장으로 만드는 현실을 고발하는 책 이야기입니다.

우주 이야기라고 하니 일전에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오르는군요. 얼마 전에 관련 영화도 개봉했다는데, 처음 달에 간 아폴로 11호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비행사 3명 중 지구 귀환 임무 때문에 유일하게 달에 착륙하지 못한 마이클 콜린스의 자서전 《플라이 투 더 문》입니다. 여기서 콜린스는 냉전이 한창 치열하던 1967년 우연히 소련 우주인들을 만난 일화를 소개합니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들과 같이 우주선을 조종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주 공간에 나간다는 건 말 그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자신의 생사를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는 신뢰와 믿음은 보통 일이 아니겠죠. 콜린스는 그런 일을 미국과 소련이 같이 할 수 있다면 두 국가 사이의 긴장은 누그러들고 신뢰가 구축될 거라 적었습니다.

군인 출신에다 우주 비행에만 몰두한 이의 순진한 열정이라며 웃어 넘길 수도 있겠지만, 이번 특집 주제를 생각하다 보니 쉽게 넘길 말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우주 탐사 말고도 우리 시대에 해결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빈곤, 소득불평등, 기후변화, 환경파괴, 경제위기 … 특집 글에도 적혀있듯 그래서 많은 이들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권력이 협력해서 전체 인류가 직면한 난관을 현명하게 헤쳐나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는 잘 안 되네요. 바람과는 달리, 양국의 협력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분석 결과이자 객관적 사실입니다. 이번 특집은 이런 무거우면서도 우울한 우리 시대의 단면을 비추고 있습니다. 더더욱 정신 차려야 할 때인 것 같네요. 다른 세상을 향한 우리의 생각과 실천을 다듬어야 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운동 간의 더 많은 교류와 고민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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