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사회운동
- 2018/10 제45호
10월 17일, 세상을 바꿀 몫없는 이들의 행진이 시작된다
하위 10퍼센트 소득 하락 논쟁부터 최근의 집 값 폭등까지. 올 한해는 불평등과 격차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사회 빈곤 문제는 노동의 문제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저소득, 불안정한 노동층이 빈곤과 탈빈곤을 반복하고, 노인빈곤율과 장애인가구의 빈곤율이 보여주듯 노동소득이 중단될 때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이다. 빈곤은 자산 격차에 의해 공고해지며, 교육이나 건강, 이와 관계된 미래의 가능성과 연결되며 고착된다. 격차와 빈곤에 관한 최근 통계는 우리 사회가 무척이나 불평등하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알려준다.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
한국의 상대빈곤율은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19.5퍼센트,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14.7퍼센트 정도가 된다.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의 차이는 정부의 정책 효과 때문에 발생한다.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율의 증가 추이가 시장소득 기준보다 다소 더딘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시장소득의 빈곤율 상승이 이보다 더 가파르다.
빈곤율이 상승하면서 격차 또한 심화되고 있다. 2015년 최상위 10퍼센트 집단의 소득비중은 49.2퍼센트로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의 소득비중 증가는 상위 1퍼센트가 주도하고 있다. 최상위 1퍼센트의 소득비중은 2009년 12.2퍼센트에서 2016년 14.4퍼센트로 증가했다.
1퍼센트의 소득을 각 항목으로 나누어 볼 때, 임금 최상위 1퍼센트 집단이 총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7.8퍼센트에서 2016년 8.2퍼센트로 낮은 상승을 보이는 반면 1퍼센트의 집단이 총 사업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0.0퍼센트에서 25.4퍼센트로 상승했고, 금융소득의 경우 0.1퍼센트 집단이 총 금융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6퍼센트에서 26.4퍼센트로 상승했다. 금융소득의 집중도가 크게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2016년까지의 소득분배 지표>, 2018년 2월호)
상위 0.1퍼센트와 하위 10퍼센트의 임금격차는 1천배
9월 2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표한 국세청 소득 천분위 분석 자료에 따르면 근로소득 상위 0.1퍼센트의 1인당 평균소득은 6억 5천만 원으로, 하위 10퍼센트의 69만 원보다 1천배 가까이 많았다. 상위 0.1퍼센트의 이자소득 총액은 2조 5078억 원으로 전체의 17.8퍼센트를, 배당소득은 7조 2896억 원으로 전체의 51.8퍼센트를 차지했다. 상위 0.1퍼센트 주식보유 등 기업투자에 따라 받는 배당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반면 하위 10퍼센트는 지난해 1인당 평균 28원의 이자와 79원의 배당을 받았다. 1800만 명의 노동자 중 절반 가까이가 200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고 있고, 상위 20퍼센트와 하위 20퍼센트의 소득배율 차이는 36배 이상이 난다.
국제적인 수준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높은 빈곤율, 낮은 사회지출을 보여준다. OECD국가 간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율은 중간정도의 빈곤율, 두드러지게 높은 노인 빈곤율을 보인다. 낮은 아동빈곤율은 아동이 있는 가구에 대한 사회이전의 효과 증가, 빈곤가구의 결혼이나 출산 포기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여유진, <아동빈곤의 추이와 함의>, ≪보건복지이슈앤포커스≫, 2017년 6월)
빈곤 없는 세상을 향한 연대
9월부터 아동수당제도(일정 소득 이하 가정의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제도)가 실시됐다. 그런데 소득 상위 10퍼센트 가구를 제외하니 서울에 사는 아동 중 무려 40퍼센트가 제외되었다. 반면 가난한 이들은 이미 가구 구성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빈곤층의 절반이 1인 가구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세계. 그 사이에는 이미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매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과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값이 1억씩 오르는 이들. 우리는 그 사이에 놓인 거대한 심연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 이상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게 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란츠 파농)
10월 17일은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빈곤사회연대는 2005년부터 이 날을 빈곤철폐의 날로 명명하고 투쟁하는 빈민들, 빈곤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이들과 함께 대회를 치러왔다. 빈곤은 한시적인 원조나 구호에 의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빈곤을 발생시키는 사회 자체를 변화시킬 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10.17 빈곤철폐의 날의 정신이다.
2018년 빈곤철폐의 날 슬로건은 “세상을 바꾸는 몫없는 이들의 행진”이다. 가게에서, 집에서, 일자리와 거리에서조차 쫓겨난 이들은 외친다. 이 세계는 누군가의 삶을 파괴하며 굴러가고 있다고. 지금은 내가 쫓겨났지만 언젠가는 당신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변화를 위한 우리의 행렬을 너무 길게 늘어뜨리지 말자. 경쟁과 차별을 심화하는 1퍼센트에 맞선 단단한 연대가 우리의 대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