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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 제44호

정부는 난민 인종차별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 정영섭
한국은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1965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했고 1969년 발효되었다. 한국은 1978년 가입하여 1979년 발효되었다. 약칭은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 가입국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5년에 한 번씩 국가별 보고서를 심사하고 정부에 권고한다. 지난 2012년 난민에 관해서 한국 정부에 내린 권고는 다음과 같다. 
 

세계 평균보다 매우 낮은 난민 인정률을 우려한다. … 더욱이,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통역이 적절하게 제공되지 않고 난민위원회의 재심 절차에 관련 당사자가 참여하지 못하여 적법절차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는 난민과 난민신청자들이 생계, 고용, 공공서비스 접근, 교육, 시민권에 관하여 직면하는 곤란을 여전히 우려한다. 특히 난민, 난민신청자, 무국적자의 자녀를 위한 출생등록의 부재를 우려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난민신청자들이 입국지점에서 공식절차에 방해받지 않고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지킬 것, 난민과 난민신청자들이 일할 권리를 누리고 그들 자신과 그 가족이 적절한 생계, 주거, 보건, 교육을 향유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2011년 아동권리위원회가 이미 권고한 바와 같이 당사국에서 태어난 난민, 인도적 지위 체류자, 난민신청자의 자녀, 그리고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 출생을 적절히 등록할 제도와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 


더 나아가 위원회는 난민 인정절차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고, 신청서 검토 공무원의 수를 늘려 더 신속히 처리할 것을 권고한다. 적법절차는 전 과정에서 존중되어야 하고, 그중에서도 신청인에게 통역을 제공하고 재심 절차에서 당사자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2012.8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중)

 
한편 인종주의적 차별 발언과 행동을 규제하는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위원회는 … 협약 제1조와 연결되는 인종차별의 법적 정의 부재에 재차 우려를 표명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협약 제1조와 연결되는 차별금지 사유를 모두 포함하고 일반권고 30호(2004)에서 권고한 시민과 비시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인종차별의 정의를 국내법에 포함하도록 촉구한다.


위원회는 인종차별과 인종적인 동기에서 유발된 행위에 대한 처벌 부재를 비롯한 현행 국내법이 협약 제4조에 완전히 부합하지 못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위원회는 … 당사국이 형법을 개정하여 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하고, 인종차별을 범죄화하고, 침해의 경중에 비례하는 적절한 처벌을 부과하고, 인종차별을 가중처벌 사유로 참작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포괄적인 입법을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


위원회는 비시민권자를 향한 인종차별 증오 발언이 대중매체와 인터넷에서 더욱 퍼지고 노골적이 되어가고 있음에 주목한다. 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인종 우월주의적인 사상을 전파하거나 인종 혐오를 선동하는 행위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님에 주목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대중매체, 인터넷, 사회 네트워크를 감독하여 인종 우월주의적 선동이나 외국인 혐오 발언을 하는 개인 또는 단체를 적발하고, 기소하고 적절하게 처벌할 것을 권고한다.

 

(2012.8 인종차별철폐위원회 최종견해 중)

 
즉 난민과 난민신청자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인종차별에 대해서 법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2013년부터 난민법이 시행되고도 난민에 대한 처우나 권리 보장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인종차별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2018년에 예멘 난민 이슈를 계기로 인종차별 혐오가 폭발했다. 
 

청원에 대한 정부의 답변, 무엇이 문제인가

청와대 청원게시판 청원자 71만 명으로 역대 1위를 기록한 ‘난민법, 무사증입국, 난민 신청허가 폐지’ 청원에 대해 8월에 법무부 장관이 직접 답변했고, 설명자료도 발표했다. 난민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상의 난민 보호에 대한 국제적인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실내용은 난민신청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제출 의무화 등 신원검증 강화,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신청자에 대해 난민심사절차 불회부 등 난민 인정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고 인종주의를 조장할 수 있는 조치였다. 또한 신속한 심사를 위해 심사인력을 늘리고 난민심판원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우선 낮은 난민 인정률에 대한 개선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난민인권센터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난민 인정률이 4퍼센트에 불과하고 인구 1천 명 당 난민 보호 인원이 난민협약국 142개국 중 139위, OECD 35개국 중 34위인데 이를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높일지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낮은 비율 자체에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서구사회의 대규모 난민수용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겠다거나 ‘세계적으로 반난민·반이민 정서가 높은 것은 사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등의 표현을 써서 오히려 난민심사와 인정을 더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를 비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난민 포용과 권리 보장을 위해 난민협약 가입과 난민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고 ‘국제적 위상’이나 ‘국제사회 발언권’을 위해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불가하다고 했다. 불안 해소 방안이라는 핑계로 ‘테러 등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자가 난민을 가장하여 유입되지 않도록 난민신청 시 SNS 계정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등 신원검증을 더욱 강화’, ‘난민협약에 있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예외 규정과 추방에 관한 규정을 난민법에 명문화’ 하겠다고 했다. 개인의 SNS를 들여다보겠다는 발상도 턱없을뿐더러, 인종차별적이다. 문제는 현재 예멘 난민심사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외국인에 대해서 범죄나 공공질서 유지 명목으로 추방 사유를 넓게 규정해 놓은 출입국관리법이 있고, 그 사유가 너무 광범위해서 비판받아 왔다. 난민법에 또 비슷한 규정을 넣겠다는 것은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를 확대하는 것은 난민이 더욱 위험한 경로를 이용하게 만든다. 더욱이 이미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해 난민 인정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체류를 더 불안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난민제도 악용을 방지하겠다며 난민신청자를 난민심사에 부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도 만들겠다고 한다. 박해 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려면 난민심사를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심사절차에 부칠지를 판단하는 절차를 또 두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악용 방지라는 프레임 자체가 난민신청자를 잠재적 허위신청자로 보는 것이며 ‘가짜 난민’, ‘불법 난민’이라고 난민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의 논리를 통용하는 것이다. 난민심사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하겠다고 하면 될 일이지 제도 악용 운운하면서 난민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것은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인종주의에 대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까지 몇 달간 난민과 난민신청자에 대한 근거 없는 반감 조장, 무슬림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 범죄자 취급 등 숱한 인종주의적 발언과 행위가 난무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 자체가 없다.

이렇게 정부의 이번 발표는 난민의 기본적 인권보장과 인종주의 대응에는 미약한 조치이고 난민을 걸러내고 난민 인정을 어렵게 하는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으로서 그 자체가 인종주의에 기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민 반대세력의 인종주의적 혐오

난민을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난민법을 폐지하고 난민협약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대세력들은 ‘난민대책 국민행동’ 카페에 따르면 4차에 걸쳐 집회를 개최했고 9월 1일 5차 집회를 하겠다고 한다. 이들은 난민법과 무사증제도 폐지, 가짜난민 송환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도 반대하며 추후 인권기본법, 차별금지법에도 반대해나가겠다고 한다. 기존 극우세력, 보수기독교 세력의 소수자 혐오와 난민,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결합한 양상이다. 
 

혐오세력이라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들은 자기들이 인종차별이나 혐오를 하는 것이 아니며 ‘국민’을 먼저 챙기라고 요구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논리가 전형적인 인종주의 논리다. 서구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과 세력들이 난민과 이주민에 반대하면서 말하는 것이 이런 내용과 같다. 프랑스의 국민전선이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스위스국민당, 네덜란드 자유당 등은 공포를 조장하고 선동하면서 국민과 비국민을 나누고 종교적 적대를 강화한다. 이미 다양한 이주민들이 국민으로 살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끊임없이 외부의 적을 설정해서 사회구성원들의 실존적 어려움을 그들에게 투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과 박해를 피해서 온 난민, 국내에 살고 있는 이주민, 여러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해 인종주의와 혐오로 억압할수록 오히려 전체적 인권 수준과 연대의식은 후퇴할 것이며 이는 국민 우선을 외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부정적 효과로 돌아올 것이다. 예컨대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1년 차에 80퍼센트만 주고 2년 차에 90퍼센트, 3년 차에 100퍼센트를 주자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주장을 보자. 이에 더해 그들은 중소기업에 이주노동자를 더 많이 도입하자고 한다. 이러한 인종차별적 주장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떨어뜨리자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이는 임금의 하방압력으로 작용을 하게 되고 기업이 값싼 이주노동자를 더 쓰려고 하게 되므로 결국은 내국인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권리를 같이 증진하기 위한 연대가 선주민에게도 이주민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정부부터 난민에 대한 인종주의 반대를 명확히 해야

난민을 포용하고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미흡했던 국가적 사회적 준비는 강화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반인종주의를 명확히 하고 인종차별과 혐오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난민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 이주 아동 등 이주민에 대한 정책 전반에서 제도적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지적했듯이 아직 국내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한 법적 정의도 없고 형사적 규제도 없다. 2018년 12월에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심의가 있을 예정인데,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정부는 부끄러운 권고를 또 받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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