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오늘여성
  • 2018/08 제43호

모두 함께 꿈꾸자! 낙태죄 이후의 사회를!

7월 7일 낙태죄 폐지 퍼레이드의 의의와 앞으로의 투쟁

  • 문설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2016년 한국에서 최초로 낙태죄 폐지를 구호로 내걸었던 ‘검은 시위’가 있었다. 이후 그간 억눌려왔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2017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이 꾸려졌다.

모낙폐는 올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형법 제269조, 270조)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한 대응을 준비해왔다. 사회진보연대 역시 모낙폐의 활동에 힘을 보탰다.

5월 24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사건 공개변론 이후 낙태죄는 더욱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모낙폐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대결하는 소모적인 논쟁 구도를 상대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임신중지가 행해지는 맥락을 구체적인 여성의 현실을 바탕으로 알려내며 여성의 임신·출산과 아이의 양육을 둘러싼 사회적 현실 전반의 변화를 꾀했다.
 
 

낙태죄폐지퍼레이드 “여기서 끝내자!”

7월 7일 광화문에서 개최된 낙태죄폐지퍼레이드 “여기서 끝내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획되었다.  모낙폐에 참가하는 16개 단체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 56개 단체가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는 천주교인, 미혼모, 보건의료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장애 여성, 청소녀, 성매매 여성 등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로 구성되었다. 낙태죄는 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억눌려있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낙태를 형법으로 처벌하고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으면서, 한 사회의 재생산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오롯이 전가해 왔던 시대를 이제는 끝내자고.

낙태죄 폐지는 저항하는 전 세계 여성들의 보편적 요구이기도 하다. 한국의 낙태죄 폐지가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연대의 메시지가 세계 곳곳에서 전달되었다. 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의 주인공이자, 임신중지가 불법인 나라의 여성들에게 인공유산 유도약 보급 활동을 벌이는 단체 ‘우먼온웨이브(Women On Wave)’, ‘우먼온웹(Women On Web)’ 대표 레베카 곰퍼츠는 광화문 집회와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퍼레이드 행사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낙태할 권리 쟁취는 노동조합의 임무임을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이탈리아노총 수산나 카무쏘 사무총장과 아르헨티나노총 알레한드라 앙그리만 성평등위원장의 연대 메시지 영상도 흘러나왔다. 민주노총도 참여했다. 김경자 부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낙태죄 폐지 투쟁에 민주노총도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시민발언대 순서에서 “임신중지라는 막다른 선택에 직면한 여성의 번민에는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처한 여성 노동자의 생존의 문제가 맞닿아 있다”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발언은 깊고도 아픈 울림을 주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투쟁, 낙태죄 폐지

공교롭게 행사 당일 혜화역 인근에서는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를 여성으로 제한한 혜화역 시위와 낙태죄폐지퍼레이드가 헛갈렸던지 질서유지를 하던 경찰들이 남성 참가자들이 광화문에 들어오는 것을 저지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모낙폐 집행위원들은 ‘남성들도 퍼레이드 행사 참가를 할 수 있도록’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낙태죄 폐지는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사회구성원들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즉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모두의 투쟁이 되어야 한다.
 


여성의 재생산 권리 실현,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모낙폐는 5월 24일 헌법재판소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낙태죄 위헌 판결 촉구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이다. 7월 7일 광화문에서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이 서명에 동참했다. 낙태죄폐지퍼레이드 행사가 공식 종료된 후에도 참가자들은 바로 귀가하지 않고 서명을 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섰다. 여성을 억압해온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하고 싶다는 뜨거운 마음들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모낙폐는 8월까지 서명운동을 마무리하고 헌법재판소에 전달한 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낙태죄를 폐지하고 성과 재생산의 권리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한 우리 모두의 실천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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