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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 제42호

전교조 사상 최초, 비정규직 교사 운동 공식화되다

  • 박영진

기간제 교사 운동의 성장통

지난 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서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전교조는 2003년부터 기간제 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작년에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대한 요구가 전교조 내부에서 처음 제기되었고, 이를 둘러싼 여러 쟁점이 형성되었다.

쟁점의 핵심은 당연히 교직으로 진출되어야할 예비교사의 적체가 심한 가운데 기간제 교사를 일괄적으로 정규직화 할 수 있는가, 또한 대부분 휴직·대체로 채용한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할 경우 그 자리에 돌아올 정규직 교사들이 있는데,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이런 쟁점으로 전교조는 ‘일괄적이고 즉각적인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고 결정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전교조가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고 읽힐 수 있으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이데일리)
 

기간제 교사를 일괄 정규직화 하기 어려운 이유

초등교사의 경우, 교대를 나온 사람만 교사로 임용될 수 있다. 교대는 설립취지가 목적형 교원 양성 대학이므로 원칙적으로는 교대 나온 사람은 모두 정규직 교사로 임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원수급 정책의 실패로 발령 대기자 중에서 기간제 교사를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등의 경우, 중등 자격증 소지자의 약 10퍼센트 정도만 교사로 입직하는 현실에서 중등 기간제 교사를 모두 정규직 교사로 임용하는 것은 예비교사의 반발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기간제 교사 대부분이 휴직·대체 업무이므로 1자리에 2명의 교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일괄적으로 정규직화 하면 정원을 초과하게 된다. 중등의 경우는 교과라는 장벽이 존재하여 복직하는 교사를 학교에 제대로 배치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다양한 정규직화 방안 필요

그렇다고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의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간제 교사 대부분은 정규직 교사의 휴직 및 대체직으로 채용되고 있다. 이러한 자리 자체를 정규직화 하면 된다. 이를 (가칭)대체전담교사제도라고 하겠다.  

대체전담교사제도는 전체 교원 중 일정비율로 발생하는 휴직 및 대체직을 정규직화 하자는 것이다. 대체전담제도를 정규직화의 방향으로 제안하는 이유는 앞에서 서술했듯이 모든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화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조건 때문이다. 또한 휴직 및 대체직이 아닌 경우, 예를 들면 일정기간이상 한 곳에서 상시·지속적으로 근무한 경우 당장의 정교사화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도 예비교사의 반발을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다. 

대체전담교사제도의 장점은 기간제 교사의 정교사화를 이룰 수 있는 조건이 오기 전에 우선적으로 고용형태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고용안정을 이루고 불안정노동에 따른 다양한 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방안은 현 단계에서 예비교사의 진출 대상과 구분됨으로써 이해가 충돌하지 않으며 공립의 순환근무 체제도 유지될 수 있다. 

대체노동을 유지한 채 정규직화 함으로써 여전히 노동형태의 차이에 따른 구별은 남는다. 그러나 원래 하던 일을 유지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일반적 정규직화 방식에 어긋나지 않는다. 대체전담교사제도를 통해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군으로 재정립함으로써 기간제 교사의 당면한 고용안정 및 그로 인한 다양한 차별을 해소할 수 있고, 직군통합은 이후 지속적인 투쟁과 새로운 조건을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 전망을 밝혀나가야 할 것이다. 

휴직·대체직 외에 기간제 교사는 당장 정규직화 전환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는 주로 교사로 정부의 교원 수급 정책의 실패로 만들어진 정원 외 기간제 교사이다. 즉 원래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것을 학생 수 감축과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 명목으로 기간제 교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학생 수 감축 비율은 안정화 되어 가고 있고,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영은 기존 정규직 교사가 했던 것처럼 연수를 통한 과목 전환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공립의 경우 기존 교육 노동자들을 고용 승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규 채용을 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의 해고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립의 경우는 4년 이상 근무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할까봐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학교에서 근무했던 고경력자들을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고 있다.
 

전교조 기간제교사특별위원회 출범의 의의

 
기간제 교사의 고용 불안은 기간제 교사 운동이 필요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전교조 내에 기간제교사특별위원회(이하 기간제교사특위)가 설치되었다. 지난 5월 8일 521차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기간제교사 처우개선 및 고용안정, 정규직화 추진을 위한 <기간제교사특별위원회와 비정규직 없는 학교만들기TF> 구성을 결정했다. 전교조는 이를 통해 “기간제 교원의 정규직화에 전교조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비정규직학교만들기에 학교비정규직노조와 연대한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기간제 교사 운동을 전교조에서 시작하는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운동은 정규직 교사와 함께 할 때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다. 노동자들의 단결은 노동자운동의 생명이다. 여기서 노동자는 비단 비정규직 노동자만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따로 조직하는 것이 쉬울지는 모르나,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는 장기적인 투쟁이 필요하므로 그동안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괴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기간제 교사 문제는 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일환이고 정부의 교원 통제의 일면이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와 정규직 교사가 단결하여 정부에 맞서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가 따로 조직되면, 기간제 교사는 정서적, 문화적으로 정규직 교사들과 동떨어지며 급기야 문제의 원인을 정규직 교사의 이기주의로 치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이미 여러 현장에서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 운동은 전교조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전교조의 참교육 운동에 기간제 교사들도 동참할 수 있다. 기간제 교사들은 전교조 조합원들에 비해 교사로의 성장계기가 부족하다. 교사들이 성장하는 계기는 상당 부분 조합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들은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드물어 전교조의 교육 방향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전교조기간제교사모임을 통해 기간제 교사들이 조합에 가입하고 지부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활동가다운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다. 기간제 교사들도 조합활동에 참여해야 참교육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전교조 조합원이 되어야 가질 수 있는 경험이다.

셋째, 전교조 내에서 기간제 교사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노동자의 단결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학교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학교 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간의 갈등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업무가 같을 때 더욱 그렇다. 이러한 경우 기간제 교사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마음을 좀 더 헤아리게 된다. 전교조가 ‘비정규직 없는 학교 만들기’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연대하는 학교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기간제 교사 조합원이 많아진다면 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데 기간제 교사들이 실천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박영진 국교직원노동조합 기간제교사특별위원회 부위원장(교육희망)
 

기간제교사특위 출범은 전교조 운동의 역사적인 사건이다

기간제교사특위가 전교조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전교조 운동의 역사적인 사건이다. 전교조에서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들과 함께 교사운동을 하겠다”라고 결의한 성과다. 이제 전교조는 기간제교사특위를 중심으로 비정규직 교원 운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현재 전교조 기간제교사특위에서는 ‘기간제 교사 권리 찾기 상담센터’를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기간제 교사들은 그림자처럼 임용권자들에게 복종하여 일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기간제 교사들도 당당히 나서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간제 교사도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기간제 교사의 신분 불안정으로 조합 가입이 쉽지 않겠지만, 정규직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들에게 조합 가입을 권유하고 학교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당하는 기간제 교사들과 연대한다면 기간제 교사들이 전교조를 믿고 조합 가입을 할 것이다. 그동안 기간제 교사들에게 노조 할 권리가 없었다. 전교조 기간제교사특위는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운동을 통해 기간제 교사들에게도 노조할 권리를 찾아 줘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의미

지난 6월 18일 대법원은 정교사 1급 자격요건이 되는 기간제 교원에게 자격증 발급을 거부한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기간제 교사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1정 연수, 복지 포인트, 정근 수당, 연가 일수, 쪼개기 계약, 부당한 업무지시 등등의 각종 차별을 감당해야 했다. 이에 기간제 교사들이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 기간제 교사 차별시정 및 고용안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기간제교사의 처우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교사1급 자격증을 기간제 교사들에게 발급하도록 한 대법원 판결은 각종 차별과 고용안정에 시달리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주는 소식이다. 기간제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처우개선은 고용안정이다. 여기에 다양한 차별의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이번 판결을 시작으로, 전교조 기간제교사특위는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으로 하여금 기간제 교사 전담기구의 설치를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 적체되어 있던 기간제 교사의 차별을 시정하고, 나아가 고용안정 및 정규직화를 추진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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