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사회운동
- 2018/07 제42호
9호선 공영화, 시민 공약의 의미
서울의 지하철 중 가장 혼잡하고 위험하다는 9호선은 올해 10월 23일 9호선 수수료 재협상을 한다. 11월말에는 2,3단계 구간에 대해 서울교통공사와 자회사 재위탁기간 종료, 12월에는 3단계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처음부터 민영화로 출발해 운영 전반에서 문제가 드러난 9호선을 바로 잡는 것은 서울시의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 9호선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9호선의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알려지고, 공영화와 안전을 지속해서 요구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서울 시민의 발인 지하철 9호선은 앞으로 공영화, 직영화, 통합화의 필요성을 알려내며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9호선
서울수도권 지하철은 1호선부터 9호선까지 있고, 수도권 구역별로 경전철이 운행 중이다. 이 중 1호선~8호선은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운영하지만, 9호선과 나머지 경전철은 민간자본에 의해 운영된다. 앞으로도 경전철이 몇 개 더 생긴다고 한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제대로 끼우려면 서울 지하철 민영화의 첫 단추인 서울지하철 9호선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2009년 7월 개통된 서울지하철 9호선은 세 구간으로 나누어 운영할 계획이었다. 현재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고, 올해 12월에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보훈병원)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구간별로 건설과 운영이 달라 매우 복잡하다. 이러한 체계는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노동 안전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삶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구의역 참사가 벌어진 지 2년이 넘었다. 만연한 외주화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이 모두 불안했던 과거를 다시 반복한다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민영화로 시작한 9호선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지옥철 9호선의 오명을 씻고, 정말 안전하고 건강한 9호선이 되기 위해서는 1, 2단계의 운영 및 고용구조를 개편하고, 새로 개통할 3단계 운영 역시 공영화로 나아가야 제대로 된 옷을 여밀 수 있다.
9호선은 공영화, 직영화, 통합화로!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은 서울시가 민간자본을 투입해 건설했고, 운영은 민간업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시메트로9주식회사에 운영권을 넘겼고, 서울시메트로9주식회사는 10년 동안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에 9호선 운영을 위탁했다. 심지어 프랑스 기업 RDTA가 서울9호선운영주식회사의 지분을 80% 가져, 배당액만 열심히 챙겨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위탁에 위탁을 거듭하다 보니 비용면에서 비효율은 물론, 현장관리 미흡으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9호선 2·3단계 구간(신논현~보훈병원)은 서울시가 건설했고, 서울시는 2014년 9월부터 서울교통공사에 운영을 위탁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식회사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9호선 운영을 재위탁했다. 올해 11월 27일까지 서울교통공사 직영 운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9호선 2~3단계 구간 운영권을 재공모할 계획이다.
이처럼 다단계 하청으로 운영되고 있는 9호선 1단계의 공영화, 서울교통공사 자회사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9호선 2·3단계의 직영화 및 공영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구간별로 분할 운영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9호선의 통합화가 서울시와 시민들이 만들어야 할 9호선이다.
9호선 공영화 대책위 출범
5월 3일, 총 17개 단체로 구성된 “9호선 안전과 공영화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영화로 인한 시민안전 위협,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다단계로 외주화된 9호선을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영화하여 공영화할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겨울 9호선 노동자의 파업으로 지옥철 9호선 문제를 만천하에 알렸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9호선에는 2개의 노조가 있다. 1,2단계로 나눠진 운영 시스템에서 1단계는 공공운수노조 “서울9호선운영노조”, 2단계는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이다. 이 두 노조는 실질적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끊임없이 요구하고 투쟁하고 있다. 파업, 선전전, 기자회견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이제 노동조합에서 물꼬를 튼 투쟁에 9호선공영화대책위가 함께 하기 위해 모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랑스의 CGT 운수연맹, 국제운수노련 등의 국제연대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 선거, 시민 공약의 의미
9호선 대책위의 첫 과제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9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시민 공약을 만드는 것이었다. 9호선을 이용하는 서울시민 2057명에게 “9호선 이렇게 바꿔주세요” 설문을 받고 시민 공약을 만들었다. 설문 결과, 참가자의 92퍼센트가 공영화에 찬성했다. 이렇게 마련된 시민 공약은 지자체 선거의 각 정당 후보자들에게 전달되었고, 녹색당,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등 진보 정당들은 9호선 공영화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또한 해당 서울시장 후보자들은 ‘9호선 공영화’를 통해, ‘열차 증량 및 증편’, ‘안전 인력 충원’ 등의 내용으로 정책 협약을 했다. 3선에 도전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만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결국 지자체 선거 며칠 전에, 직접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하여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바라는 시민 공약을 전달하고, 9호선 운영의 구체적인 구상을 확인했다.
다른 설문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9호선 1단계는 프랑스 운영 회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때문에 혈세가 유출되고 국고가 낭비되고 있지만, 설문조사 참가자의 71퍼센트는 9호선 1단계를 프랑스 회사가 운영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9호선을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 전체 응답자 중 53퍼센트가 혼잡함을 꼽았다. 9호선이 혼잡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는 인력, 차량, 시설에 대한 투자의 부족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49퍼센트가 응답했다. 높은 혼잡도 때문에 차량 증차가 시급함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서울지하철 1~9호선을 통합과 공영화라는 92퍼센트의 압도적인 응답이 나왔다. 공공서비스로서 대중교통이 민간이 아닌 공공 영역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였다.
지옥철 9호선이 안전하고 건강한 9호선이 되려면
지방선거는 끝났다. 연구자와 노조의 목소리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을 지켜보아야 한다. 이런 와중에 서울지하철 9호선은 3단계 개통을 앞두고 있다. 필요한 인력은 70여 명인데, 기관사를 포함한 전원을 1년짜리 계약직으로 채우겠다는 게 서울교통공사의 계획이다. 이미 9호선에서는 서울교통공사 퇴직자들을 다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3단계 운영 인력을 또다시 서울교통공사 퇴직자 비정규직들로 모두 채워 넣을 계획이라서 우려스럽다.
충분한 인력 충원과 서울교통공사의 직영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 기관인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3선에 들어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무다. 선거 때만 반짝할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하나씩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민간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것이 9호선 문제의 시작이었지만, 엉터리 같은 운영이 지속한 것은 지난 박원순 시장의 임기 동안이다.
매년 시민들이 낸 요금과 서울시 재정보조금 120억 원이 줄줄이 새고 있다. 이명박이 만들어 놓은 민영화의 덫, 그리고 그걸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의 외면 속에서 더 이상 노동자와 시민이 고통 받을 수는 없다. 올해 11월말 2,3단계에 대해 서울교통공사와 자회사 재위탁기간이 종료될 때 서울교통공사로 직영시키는 것이 공영화의 출발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9호선을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서울시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