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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 제42호

삼성바이오 의혹이 가리키는 것

박근혜의 적폐이자 문재인 혁신성장의 실체

  • 김진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뜨겁다. 지난 5월 1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조치사전통보서를 삼바에 보냈다. 삼바 측은 금감원 결론에 불복하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판정은 7월에 나올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젠의 관계

분식회계 문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여부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가치 고평가이다. 지면 관계상 콜옵션 쟁점은 생략한다. 
 
 
먼저 삼바와 에피스, 바이오젠의 관계부터 알아보자. 삼바는 바이오약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에피스는 바이오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바이오젠은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이다. 에피스는 삼바와 바이오젠이 합작투자를 통해 설립한 기업이다. 그러나 에피스의 지분은 대부분 삼바가 가지고 있고, 바이오젠은 ‘정해진 가격에 정해진 수량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까지는 삼바가 에피스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삼바가 에피스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에피스는 삼바의 종속기업’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에피스 지분을 약 50퍼센트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삼바는 에피스 지분을 50퍼센트 이상 소유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배력을 잃는 것이다. 이를 ‘에피스가 삼바의 관계기업이 되었다’고 표현한다.

삼바는 2015년 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 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회계처리를 변경했다. 회계규칙상 종속기업 관계에서 주식을 시가로 평가할 수 없기에 삼바는 가지고 있는 에피스 주식을 취득 당시 가격인 2900억 원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관계기업으로 회계처리가 변하게 되면 삼바는 가지고 있는 에피스 주식을 시가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삼바는 에피스의 시가가 4조 8000억 원이라고 추산했다. 이런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삼바는 4년 연속 적자에서 탈출했으며, 단숨에 2조 원 가까운 순이익을 냈다.
 

고무줄처럼 변하는 기업 가치

핵심은 바로 에피스 기업 가치 고평가 의혹이다. 지난 5월 15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에피스 가치가 고평가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삼바 가치가 부풀려지고 제일모직이 가진 삼바 주식가치도 부풀려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추산된 삼바의 높은 시가를 정당화해준다는 것이다.

전성인 교수의 한겨레 기고글 중 제일모직 가치를 평가한 국민연금 보고서 부분을 살펴보자. 국민연금리서치팀, ISS, 딜로이트(안진), KPMG(삼정) 4개 기관이 가치를 평가했다. 국민연금 평가액 기준으로 제일모직 전체 가치 20조 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6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 삼바 주식의 시가다(전체 삼바 시장가치 14조 원에 제일모직 지분율 46.3퍼센트를 곱하면 6조 5000억 원이 나온다).

2015년 7월 당시 4개 기관이 추산한 삼바의 시장가치를 비교해보자. ISS는 3조 원, 국민연금은 14조 원, 삼정은 18조 원, 안진은 19조 원이다. 2015년 9월에 발간된 3분기 통합 삼성물산의 분기 연결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삼바의 시장가치는 6조 8500억 원에 불과하다. 똑같은 기업을 두고 낮게는 3조 원, 높게는 19조 원까지 최대 6배의 가치 평가액 차이가 났다. 고평가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이 주목받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다.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고평가되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제일모직 가치가 올라가면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이 이득을 보는 상황이었다. 합병 이후 통합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고평가 의혹을 불식시켜야 했다. 

그래서 회계처리 변경을 통해 제일모직이 대주주로 있던 삼바의 시장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에피스 가치가 취득가 2900억 원에서 시장가 4조 8000억 원이 되면 덩달아 에피스를 자회사로 가진 삼바 가치도 올라간다. 물론 그래도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추산했던 14조 원이나 안진이 추산했던 19조 원에는 크게 미달한다.


가치 고평가, 삼성바이오에피스만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에피스 가치 고평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삼바가 2015년에 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4조 8000억 원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에피스가 개발하던 바이오의약품의 판매 허가 ‘가능성’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에피스는 매출액이 고작 239억 원이었지만 ‘가능성’에 근거해서 기업 가치를 4조 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현재 대다수의 바이오기업들은 매년 적자를 내지만, 신약 개발 성공의 ‘가능성’에 근거해 기업 가치를 고무줄 늘이듯 늘렸다. 

바이오기업이 과대평가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무형자산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에 물리적인 실체는 없으나 미래에 경영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미래에 얼마만큼 수익이 날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똑같은 기술을 두고도 가치가 1조 원이라고 할 수도 있고, 100만 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어느 쪽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바이오기업, 신약 개발보다 주식 거래에 집중해

이렇게 가치평가가 어려운 기술이 무형자산이 될 수 있는 건 국가의 역할 때문이다. 국가는 특허권을 강화하여 무형자산에 법적 가치를 부여한다. 특허를 받은 기술은 무형자산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무형자산은 가치평가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금융투기의 대상이 된다. 이런 속성은 특히 주식시장과 결합될 때 극대화된다. 1980년대 이후 이른바 ‘금융 빅뱅’이라고 불리는 주식시장 자유화가 대부분 국가에서 진행되었다. 

자유로운 주식시장에서 바이오기업들은 돈을 엄청나게 벌어들였다. 고평가된 기업 가치를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평가된 가격을 받고 기업을 통째로 팔거나, 주식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따라서 바이오기업들은 주식 가치를 올리려는 동기가 있다. 정부 역시 주가지수가 오르면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주식 가치를 올리려고 한다. 결국 기술, 특허, 무형자산에 대한 금융투기가 성행하게 된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이런 방식으로 형성된 금융거품이 폭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IT·바이오 등 신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나스닥 주가지수는 2000년 3월부터 1년간 57퍼센트 폭락했다. 이 기간 동안 주식시장에 발생한 손실은 4조 2000억 달러로, 미국 GDP의 42퍼센트에 달한다. 1929년 이래 최대 규모다.

다만 삼바 분식회계의 동기와 관련해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삼성은 고평가된 주식을 현금화하기 위해 에피스 가치를 부풀린 것은 아니다. 이재용의 경영승계라는 재벌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둘러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서 에피스, 삼바, 나아가 통합 삼성물산의 가치를 부풀렸던 것이다.
 

창조경제와 혁신성장 다르지 않아

바이오기업이 고평가되고, 주식시장을 통해 고평가된 가치를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첫째, 특허권을 강화해 무형자산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둘째, 느슨한 회계처리를 용인해주고 관리감독을 약화시킨다. 셋째,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한다. 넷째, 국가가 나서서 신기술의 높은 가치를 긍정해준다. 국가가 이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 필연적으로 금융 거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은 1970년대 산업이윤율이 저하되자, 해결책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금융세계화와 지적재산권 강화가 그것이다. 금융세계화는 세계 모든 국가의 금융을 자유화시킨 후 금융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금융자산의 가치가 실물자산 가치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 지적재산권은 미국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을 특허를 통해 자산화 한다는 뜻이다. 기술 중에서도 산업적 가치가 높고 상업화되기 쉬운 기술이 주목받는데, 대표적인 두 개 분야가 IT와 바이오다.

미국의 이런 수익 창출 모델을 김대중 정부가 지식기반 경제발전 모델로 받아들였다. 그 이후 이 모델은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계승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창조경제였고,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혁신성장이다. 판본만 다르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IT와 바이오 같은 첨단기술과 무형자산 중심 기업이 집중 육성되며, 이를 위해 규제완화가 단행되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된다.
 

문재인 정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살려줄 것

문재인 정부는 이번 삼바 논란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이 잠정 결론 내린 에피스 고평가를 공식 인정하는 순간, 혁신성장 정책에 큰 타격이 오기 때문이다. 혁신성장 정책의 핵심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중소벤처기업 육성이다. 이 때문에 코스닥 지수는 문재인 집권 이후 크게 상승했으나, 이를 이끄는 건 대부분 가치가 과대평가된 바이오기업들이다. 

김대중부터 시작된 금융세계화와 지적재산권 중심의 경제발전 모델은 몇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계승되어 왔다. 개혁·진보 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위기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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