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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사회운동
  • 2018/07 제42호

진보가 가야 할 길은 문재인이 아니다

6.13 지방선거와 그 이후

  • 정영섭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승,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끝났다. 진보정당은 전체적으로 지난 선거에 비해 의석이 줄었고, 정의당만 늘었다. 이번 선거는 집권 1년이 된 문재인 정부가 받아 든 성적표라고 할 만 하다. 대부분의 국정 동력이 집권당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나왔다는 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점, 탄핵촛불과 조기대선 이후 사회변화의 기대가 정부에 집중되어 높은 지지율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민주당보다는 문재인의 압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민주당은 대구경북 지역을 뺀 나머지 열다섯 곳 광역의회를 장악했고 열네 곳 광역단체장을 석권했다. 광역의원 총 824명 중 652명이 민주당으로서 79퍼센트에 달한다. 서울과 경기, 인천 수도권 지역 광역의회 민주당 비율은 90퍼센트가 넘는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각각 87·77·58퍼센트를 차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은 11석을 보탰다. 

이러한 상황은 선거 시기에 쟁점이 거의 없었던 것과도 연관된다. 소위 ‘묻지마 1번 지지’와도 같았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이 연일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었고 오히려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노동·재벌정책 등은 이슈가 되지 않았다. 5월 하순에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시도와 민주노총의 거센 항의 투쟁, 날림식 법안 통과가 민주당에 대한 의문과 불신을 확산시켰지만 전체 선거 변수가 되지는 않았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자유한국당 몰락에 기인하기도 한다. IMF 사태 이후 20년, 김대중-노무현정부가 신자유주의와 노동 불안정화를 앞장서 추진했고 그것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더 공고화되어 민생의 ‘헬조선’을 초래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수우파정권 9년은 노동자·민중의 정당한 항의와 사회적 문제제기를 검·경·국정원을 앞세운 폭압적 탄압과 배제로 일관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 촉매가 되어 거대한 분노와 시위를 불러일으킨 것은 이러한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사회에 쌓여온 구조적 모순이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국정농단과 권력사유화의 직접적 책임은 박근혜 정부 및 그와 한 몸인 새누리당에 있었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친박과 거리를 두겠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이명박까지 구속되어, 직전 대통령 두 명이나 동시에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들을 배출한 자유한국당의 몰락은 예정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모든 이슈에서 ‘좌파 사회주의 정권’이라는 헛다리짚는 비판을 하고 한반도 정세의 개선을 부정한 홍준표의 뒤떨어진 인식은 선거 공간 자체에서도 외면 받았다. 

결국 지방선거라는 정치세력 평가의 장에서 대중은 보수우파 전임 정부세력을 철저히 심판했고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는 이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오롯이 심판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보정당의 경우

지방선거에 출마자를 낸 진보정당은 노동당, 녹색당, 민중당, 정의당이었다. 정의당은 광역비례 8.97퍼센트를 득표하고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26명 당선, 민중당은 광역비례 0.97퍼센트 득표에 기초의원 11명이 당선되었으며 노동당은 광역비례 0.24퍼센트 득표에 당선자는 없고 녹색당은 광역비례 0.70퍼센트 득표에 당선자는 없었다. 2010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및 진보신당에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합하여 167명이 당선되었고 2014년에는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등에서 56명이 당선된 것에 비하면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정당 당선자가 48명으로 더 줄었다. 정의당의 지지율 증가와 녹색당의 일부 지역 선전을 제외하면 민중당, 노동당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의당은 두 자리 수 지지율을 목표로 삼고 그에 가까운 결과가 나와서 지지율로는 제 3당이 되었고 지난 대선에서 얻은 201만표보다 더 많은 226만표를 얻었다. 그러나 ‘제 1야당 교체’, ‘5비 2락(5번인 정의당 찍으면 2번인 자유한국당 떨어진다)’, ‘갑질 없는 세상’ 등 선거의 메시지에서는 민주당과 쟁점을 만들기 보다 자유한국당을 주 타깃으로 하였다. 보수를 표방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참패하면서 그에 따른 반사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대선 당시 획득한 인지도, 국회의원 6석을 가진 제도권 내 진보정당 대표성, 대선 이후 노동 관련 사안 이슈화와 대변 등이 지지율을 보태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대중에게 범여권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과 내용적으로 별 쟁점을 형성하지 못하는 가운데, 5월 말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국회에서 개악되자 민주노총이 거세게 저항했고 정의당은 이 쟁점으로 민주당을 비판하며 지지율이 더 올랐다. 예컨대 여론조사를 보면 최저임금법 개악 직후 민주당 지지율은 5퍼센트 가까이 크게 하락했고 정의당은 2퍼센트 가량 올랐다. 이는 집권세력의 부실한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중운동과의 결합이 중요함을 나타낸다.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민생, 노동, 일자리, 재벌 정책 등은 도마에 오르지 않았지만 갈수록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이러한 이슈에서 여당을 제대로 비판하며 노동자운동, 사회운동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후보들을 지지하는 방침을 정했지만 노동자 밀집지역이라 할 수 있는 울산, 경남 등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왔다. 진보정당 단일후보로 민중당 후보가 출마한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와 울산시장 선거에서 각각 약 14퍼센트, 4퍼센트를 득표했다. 민주노총 내에 여러 진보정당 세력이 있고 단시일 내에 지형이 재편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이므로 다시 정당 통합 논의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의 대중 투쟁과 조직화 전략에 기반을 두고 진보정당과 사회·정치운동에서 연대를 강화해 가는 방향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이후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제반의 경제, 민생 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5월에는 7만 명대로 줄어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청년실업률은 10퍼센트가 넘었고 전체 실업률은 4퍼센트에 달하는 등 최고점을 찍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신흥국들의 위기, 미중 무역 갈등 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력 산업에서는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고 소위 혁신산업의 일자리 창출 역시 부실하다. 제조업에서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서비스공단 정책 후퇴에서 보듯이 정부 주도의 공공부문 일자리도 부진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줬다 뺏는 개악을 하고 재벌체제에는 별다른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노동자의 사회적 힘을 확대할 수 있는 노조 할 권리 보장, 노동자간 격차 해소를 위한 초기업적 교섭 등에 대해서도 진전이 없다. 경총의 주52시간제 처벌 유예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앞으로 재계의 이해를 더 반영하겠다는 사인으로 보인다. 

경제상황이 나빠질수록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처럼 노동자의 양보를 강요하는 정책을 내세울 수 있고, 규제혁신 5법(신산업 분야에 규제를 대폭 면제하는 내용) 추진과 같이 자본을 위한 정책이 강화될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심판대 위에 서 있게 될 것이다. 진보정당, 노동자운동은 집권세력의 정책을 정확히 비판하면서 독자적 운동을 강화하며 세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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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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