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건강과 사회
  • 2018/06 제41호

대한의사협회의 집단 휴진 투쟁, 사회적 명분이 있는가

문제는 저수가가 아니라 대형병원의 외래 독식이다

  • 김진현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문재인케어로 비급여가 급여화되면, 해당 의료 행위를 환자들이 원하는 만큼 못 받는다. 예컨대 초음파가 비급여일 때는 100퍼센트 환자가 부담하므로 몇 번을 받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급여 적용이 되면 제한이 생긴다. 복부 초음파는 1년에 두 번까지만 보험을 적용해주는 식이다. 환자가 치료를 받고 싶어도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논리다.

실제 환자들 입장에서 살펴보면 이 주장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환자들이 초음파 시술을 받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비용이다. 급여화가 되면 본인부담금이 줄어든다. 돈이 없어 초음파 검사를 못 받던 사람들이 받을 수 있게 된다. 횟수 제한은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기준을 정하면 된다. 급여 적용 기준 횟수를 정할 때 전문가들의 의견과 의학적 근거를 제대로 반영하면 될 문제다. 

의협이 제기하는 진짜 문제는 바로 수가다. 의협은 3월 30일 성명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강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동시에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인 건강보험을 바꾸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완곡하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보험료를 올리고 수가를 인상하자는 말이다. 이 글에서는 다음 두 가지 의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의협의 수가 인상 요구는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의협은 어떤 주장을 해야 하는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입장이 다른 이유

 
보건복지부와의 협상을 두고 의협과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의협은 신임회장으로 극우강경파인 최대집이 당선되었고, 집단 휴진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투쟁에 나섰다. 복지부와의 협상도 중단했다. 반면 병협은 의협과 거리를 두며 복지부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대체로 의협은 의원급 의료기관, 즉 동네의원 개원의들의 입장을 주로 대변한다. 병협은 대형병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입장이 갈리는 이유는 병원에 비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둡기 때문이다.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의원을 방문하는 환자 수는 정체되어 있거나 오히려 약간 감소했다.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은 이러한 환자 수 감소에 매우 불안해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과거 수준의 수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가 인상에 대한 요구가 거센 이유다. 반면 대형병원 외래 방문 환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의협과 병협이 입장이 다른 이유다.
 

저수가론에는 객관적 근거가 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수가가 낮다고 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 연구 결과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수가가 낮다고 불평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실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수익’ 부분이다. 현재 상황에서 수가 인상 요구가 가장 거센 쪽은 의협이 대변하는 의원들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익구조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료비 지불제도는 행위별 수가제다. 의료행위를 한 번 할 때마다 그 행위의 가격만큼 돈을 받게 된다. 일반적인 기업과 수익 구조가 비슷하다. 즉, ‘수익 = 수가 X 행위량 – 비용’이다. 다음과 같이 수식으로 나타내보자.
 
R = PQ - C
※ R은 수익, P는 가격(수가), Q는 행위량, C는 비용
 
의사들은 원가보전율이 낮다는 걸 근거로 저수가라고 이야기한다. 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친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심평원에서 2006년에 발간한 <상대가치점수 개정연구 보고서>다. 여기서 의원과 병원의 원가보전율 평균이 ‘73.9퍼센트’로 나왔다. 반면 심평원은 2012년 발표한 <유형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회계조사> 결과를 근거로 저수가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연구에서는 급여항목 기준으로 원가보전율이 약 96퍼센트가 나왔다. 비급여를 포함하면 평균 105퍼센트, 의원급 의료기관은 110퍼센트에 달한다. 

그런데 원가보전율이 100퍼센트라고 의사가 돈을 한 푼도 못 벌고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심평원은 비용에 경영자의 보수를 넣었다. 2012년 심평원 조사에서는 1년 기준 약 1억 500만원이다. 

왜 이렇게 엇갈리는 원가보전율이 나왔을까? 회계자료의 신뢰성 문제도 있지만 표본기관이 다른 이유도 중요하다. 첫째, 어떤 의료기관을 표본으로 하느냐에 따라 원가보전율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부분의 원가보전율 연구를 보면 표본 의료기관이 100여 개에 지나지 않는다. 표본추출 방법을 보완하고 표본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둘째, 특정 의료행위 수가가 원가에 미달한다고 해서 그게 적자로 이어지진 않는다. 수가가 높은 의료행위의 행위수가 증가하고, 수가가 낮은 의료행위의 행위수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저수가라 주장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원가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 의사 보수 수준과 비급여 진료 행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원가 조사에 잘 협조하지 않는 의협이 저수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객관적 근거도 부족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도 힘들다.
 

문제의 원인은 환자 쏠림현상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줄어드는 수입만큼 수가를 인상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의협이 집단 휴진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이유는 개원의들의 수입이 과거에 비해 줄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원인을 저수가에 돌리며 수가를 올려달라고 나선 것이다. 

즉 앞에서 봤던 식에서 수가 P가 낮아서 수익 R이 적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진료비통계를 분석해보면, 문제는 수가 P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행위량 Q에 있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의원과 병원의 외래 급여수입(비급여 제외) 변화 추이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의원의 매출액 증가폭이 병원에 비해 매우 적다. 상급종합병원은 2.45배 증가한 반면, 의원은 1.53배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둘째, 매출액 증가폭 차이는 건당 진료비, 즉 수가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건당 진료비는 오히려 의원이 1.23배로 홀로 증가했고, 나머지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셋째, 매출액 증가폭 차이는 청구건수와 연 내원일수 차이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청구건수는 2.34배, 연 내원일수는 1.67배 증가했다. 반면 의원의 청구건수는 1.25배 증가했고, 연 내원일수는 0.97로 도리어 줄었다. 종합하면 의원 매출액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청구건수와 연 내원일수의 감소 때문이다.

결국 의원을 개원한 의사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저수가나 비급여의 급여화가 아니라 대형병원이다. 2015년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의료전달체계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에 의하면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 중 경증환자 비율이 16퍼센트에 달한다. 경증환자 한 명당 진료비도 의원급의 3~4배에 달했다. 이로 인해 2014년 기준 한 해 1482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축나고 있다. 대형병원들이 외래를 확장하여 수익을 내려는 이유는 병상 증축과 시설 확장을 위해서다. 증축과 장비 구입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수익에 집착하고 외래를 확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의료전문가 의협, 의료전달체계 개혁에 앞장서야

(라포르시안)
 
 
대형병원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개원의들에게 미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의협의 최근 행보는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다. 의협은 올해 2월 복지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고문’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고 처벌조항이 없다는 한계점은 있으나 유의미한 조항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보건복지부가 병상 총량을 관리하고, 병상 과잉지역에서 병상 개설 시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항이다. 병협에서는 이 개선 권고문이 환자들의 병원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반대입장을 제출했다. 

현재 구도에서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바로 병원계다. 문재인케어와 신의료기술평가 규제 완화로 인해 신의료기술과 신약의 시장 진입이 빨라지고 판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신의료기술과 신약은 비용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병원, 특히 대형병원들이 도입하기 용이하다. 비용 투자가 큰 대신 창출되는 수익도 매우 크다. 병협이 문재인케어에 전면 반대하기보단 복지부와 협상하고 있는 이유다. 또 의협의 투쟁으로 수가가 인상된다면 막대한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의협이 복지부에 대한 전면 투쟁을 선포하면서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는 유지되고 대형병원의 외래 독식은 계속될 것이다.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환자, 개원의, 건강보험 모두가 고통 받고 있다. 환자를 독식하며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고, 개원가를 망쳐놓는 대형병원은 마땅히 규제해야 한다. 규제가 있어야 상급종합병원들도 의료계 군비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집단 휴진 투쟁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인으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진정 개원가를 위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
 
덧붙이는 말

1. 이 글에선 의료기관을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나누었다. 의료법 상 의원은 병상이 30개 미만인 의료기관이며, 종합병원은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고 지정과목 전문의가 상주하는 의료기관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질환을 치료하는 수련 병원으로, 주로 대학병원을 가리킨다. 병상이 30개 이상이면서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병원을 병원으로 분류하였다. 2. 이 글은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소식지 <민중건강과 사회>를 요약한 글이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진보연대 홈페이지를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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