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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 제41호

7월 14일 청와대에서 삼성노동자와 만나요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통합대의원 안형준
2018년 7월 14일. 삼성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만난다. 우리 지회 출범 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포함한 금속노조 삼성지회,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에스원노동조합 등 삼성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모여 ‘삼성노동자대회’를 열 것이다.
 
(민중의소리)

지난 4월 17일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한다’는 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주)의 합의사항이 발표되자 조합원들은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OO야 발표내용 봤어?” 
“응 봤어”
“지금 일하고 있어?” 
“응. 냉장고 결빙 수리하고 있는데 얼음이 녹으면서 내 눈물처럼 흐르고 있어”

냉장고 내부의 꽁꽁 언 얼음을 스팀기로 제거하면서 주고받은 통화내용이다. 혹한과 무더위, 폭우를 온몸으로 경험한 열사 투쟁과 삼성본관 앞 노숙투쟁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경찰과 대치하다 구속되어 짧지 않은 옥살이를 했던 그 조합원 마음에 맺혔던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풀렸을 것이다. 친지에게 격려 전화도 오고 지금까지 믿어주었던 아내에게 명예를 되찾아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한다. 우리 조합원들 모두 기쁜 마음이 가득하다.

삼성을 믿지는 않는다. 5년 동안 삼성의 탄압을 견뎌 온 우리들이다. 삼성 재벌이 얼마나 꼼수만 부려왔는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협력사 사장을 앞세워 일감을 빼앗고 임금을 줄였다. 가짜로 폐업을 해서 우리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조합원을 매수해서 노조를 탈퇴시켰다. 사람도 죽음으로 내몰았다.

부당노동행위였지만 경찰, 검찰, 고용노동부와 유착해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폭언, 폭행을 유도하여 민사·형사 고소에 부당해고까지 했다. 5월 15일 구속된 실무협의 대표 최 모 전무가 이제까지 노조파괴를 총지휘한 실무팀장이었다고 하니 더더욱 믿을 수가 없다. 직접고용 발표 후에도 조직력과 협상력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예비조합원을 만나러, 전국의 센터로 향하다

마침 우리 지회는 2017년 임금협상 타결 후 조직을 정비했다. “조직하고 조직하고 또 조직하자”라는 기치로 2018년 임금·단체협약 갱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합원의 결의를 모아 조직화 기금도 조성한 상태였다. 발표 전날까지 퇴근 피켓 선전전을 했고 지역지회별 소식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리는 얼마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겨레)

직접고용 합의가 발표된 4월 17일 저녁, 긴급확대간부회의가 열렸다. 더 많은 조합원을 조직하여 지회를 더 강화하자고 결의했다. 그 다음 날부터 2주간을 집중 조직 기간으로 정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연차휴가를 내고 전국에서 노동조합 없는 센터를 중심으로 순회 선전 활동을 시작했다.

예비조합원들은 올바른 정보에 목말라 했다. 그러나 센터별로 고립되어 있었다. 그동안 협력사 센터 사장과 팀장의 말이 전부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노동조합 선전팀이 센터를 방문하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점심 식사시간에 동료들 틈에 끼어 같이 밥을 먹으면서 소식을 전했다. 흡연장과 외근 주차지역을 찾아 몇 시간씩 기다리면서 한분 한분씩 인사를 나누고 질문과 의견을 청취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당일 선전 활동을 마치면 조직화 일지를 작성했다. 다음 날 아침 회의를 통해 조별 의견을 취합하고 집행부에 답을 구했다. 실무협의팀의 회의결과를 신속히 공유하여 한층 견고한 지회소식지가 제작되어 나왔다.

협력사 사장이 강하게 노조가입을 막았던 한 센터가 있었다. 우리가 나섰다. “조합가입을 평생 미룰 것이냐”고 설득했다. “내 미래는 사장이 아닌 내가 결정하겠다”며 간담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드디어 선임자 한 사람이 “우리는 한배를 탔다. 함께 가자”며 건배를 제의했다. 함께 참석한 열 사람이 술잔을 비우고 조합 가입서에 서명했다.
 

5년 동안 동료들이 줄줄이 탈퇴하고 한 명만 남아 줄곧 버텨온 분회였다. 손에 10장의 조합 가입서를 받아든 분회장이 “우리 센터 파이팅!”을 외치며 건배할 때 분회장도 우리도 울컥해 눈물을 쏟았다. 단체 대화방에 “우리 센터 10명 가입하셨습니다. 이젠 혼자가 아닙니다.”라며 글이 올라왔고 전국 확대 간부들의 응원 이모티콘이 줄을 이었다.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1000장 가까운 조합가입서가 지회에 들어왔다. 꾸준히 가입이 늘고 있다. 우리를 보고 하늘이 도왔다며 ‘천우신조’라 덕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조합원과 사회연대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성과를 낸 것이다.
 

염호석 열사를 떠올리며

 
5월 19일 토요일 11시 솥발산 묘역에서 염호석 열사 4주기 ‘열사 정신 계승제’가 있었다. 열사의 어머님을 모셨고 동지들 200명이 함께했다. 김정복 염호석열사회 회장은 “우리 지회의 승리와 정규직 쟁취를 열사와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고 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삼성그룹 전체를 조직하여 실천하는 더 큰 지회가 되길 열사가 바랄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민수 통합대의원의 열사 약력 보고가 있었고 연대단체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나두식 대표지회장은 그동안 묘역에 오면 열사와의 약속을 방명록에 적고 조합원들과 함께 약속을 지켜 왔다고 한다. “지난 4월 6일 임단투 출정식 때 삼성의 노조파괴문건 6천 건의 진실을 밝히고 삼성을 바로잡고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6천 건의 문건은, 삼성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것이다. 지난 5년간 우리의 활동과 저항이 있었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의 정경유착을 끊어내고 마음 놓고 노조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호석이가 만들어준 봄을 모든 노동자가 맞이하게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약속이다”라고 다짐했다.

신규조합원들은 우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다. 2014년 노동조합이 파업했을 때 인근 센터에 업무 지원(대체인력) 나갈 사람을 모집했었다고 한다. 건당 만 오천 원을 더 준다고도 했다. 그러나 도저히 손을 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얼굴도 모르는 동료들이지만, 왜 일을 멈추고 집을 떠나 삼성본관 앞에서 먹고 자며 싸우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용기를 내지 못해 미안했다고 한다. “삼성의 직접고용 발표가 나왔고 노동조합을 보장한다고 해서 가입했다. 먼저 시작한 노동조합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힘을 보탤 것이다.” 신규조합원의 결의다. 
 

직접고용이 전부가 아니다! 7월 14일 청와대에서 만나자

우리 조합원들은 직접고용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꼼수가 그렇듯 줬다가 다시 뺏는 것이 자본의 세상임을 잘 안다. 열사의 숭고한 죽음을 ‘조합원 1명 탈퇴’로 보고 받았다는 삼성이다.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다. “직접고용이 되면 노조탄압이 없어지는가? 정규직이 되면 노동조합을 안 해도 되는가?” 이 질문을 안고 오늘도 조직 확대의 길을 열고 있다. 우리가 힘이 약해지면 직접고용 합의도, 노동조합 인정도 신기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14일 청와대 앞에 삼성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만난다. 삼성 재벌과 국가권력의 정경유착 폐기를 촉구하는 자리,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함께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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