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교육
- 2018/06 제41호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에게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바란다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 모두를 위한 교육 천명
지난 5월 10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진보 교육감 예비후보들이 모여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참가자는 가나다 순으로 김병우(충북), 김승환(전북), 노옥희(울산), 도성훈(인천), 박정권(강원), 박종훈(경남), 성광진(대전), 송주명(경기), 이석문(제주), 이찬교(경북), 장석웅(전남) 장휘국(광주), 조희연(서울), 차재원(경남), 최영태(광주) 등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공교육의 원리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아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복지를 강화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교육에 대한 책임을 높이고, △노동존중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학력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며,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실현하겠다는 내용이다.
민주진보 교육감이라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이들이 한데 모여 공동공약을 발표했다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민주진보 교육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당선 후의 행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는 민주진보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되어 시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공약에 대한 찬반을 떠나 자신들이 내건 특권학교 폐지, 입시 철폐 등과 같은 교육 개혁 공약조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학교 비정규직 문제 역시 어느 정도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노동이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술에 배부르지는 않겠지만,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를 추대하고 지지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 ‘민주진보’라는 이름이 단순히 보수 진영에 맞서는 교육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요구와 학교 현장 노동자들을 위해 교육현장을 제대로 개혁한 민주진보 교육감이 1명이라도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물론 정부의 전체적 기조에 반해 소신대로 지역 교육을 이끌어가기에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제약이 많다. 그렇다고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아니다. 특히, 학교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은 교육감의 의지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진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라면 이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
충분한 지원 없는 교육개혁, 비정규직 양산, 노동자 분열만 가져올 것
여성의 사회진출과 맞벌이 부부의 증가, 수요자 중심의 선택형 교육과정 증가 등으로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화되고 있다. 반면 예산과 행정시스템은 답보 상태다. 행정적·재정적 지원 없이 생색내기식 교육 프로그램을 하려다 보니,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이 되어버렸고 학교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등학교 ‘돌봄 교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돌봄 교실’ 확대 방안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내실 있는 ‘돌봄 교실’ 운영에 맞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이미 돌봄전담사들은 저임금과 업무과중으로, 교사들은 돌봄에 관한 행정 업무로 고통 받고 있다. 이 와중에 ‘돌봄 교실’이 더 확대된다고 하니 불안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은 고용·업무에 부정적 변화가 오는 것 아닌지를, 교사들은 더 일이 늘어날지를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돌봄 교실’을 확대하되, 이를 교사가 아닌 전담책임자를 임명하는 등 행정적 지원 체계를 갖추어 돌봄 및 방과 후 과정을 내실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충분한 재정 확보 없이 진행되고 있는 초중등의 방과 후 수업,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문재인 정부의 1교실 2교사제 정책 등은 필연적으로 비정규직 강사의 확대를 야기한다. 충분한 교육정책과 노동인권에 대한 고민 없이 고학력 예비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활용하는 정책으로 진행되다 보니, 비정규직 강사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권과 노동권의 부당한 대립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교육정책에는 반드시 이를 수행할 ‘노동자’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목표로 해야
작년 7월 20일,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발표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많은 기대를 걸었으나, 그 꿈은 깨진지 오래다. 교육계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화는 전국적으로 평균 11퍼센트라는 처참한 전환율로 종료되었다. 파견·용역 정규직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고령 친화 직종의 정년·임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상시지속 업무라면 조건 없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향후에도 상시지속 업무는 무기계약으로 채용하는 방침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나아가 무기계약을 넘어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규직화’란 단순히 교사·공무원 처우를 바란다는 의미가 아니다. 학교에서 일한 만큼 숙련과 경험을 인정받고 수당 등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는 교육공무직제 제·개정, 민주진보 교육감 당선 후 정책,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등에 반영되어야 한다. 재정적·행정적 지원 역시 근본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민주진보 교육감들은 공공기관이자 교육기관인 학교의 위상에 걸 맞는 ‘노동존중’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정규직 교사 및 강사 교육감 직접 채용,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다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비정규직 교사 및 강사직종은 학교에서 몇 년을 일해도 정규직과의 차별이 많다. 끊임 없는 재계약으로 인해 경력 인정, 복지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아서 늘 해고의 위험과 함께하며, 안정적인 교육활동에 어려움이 많다.
다른 노동 분야도 그렇겠지만, 특히 교육을 진행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이 필수적이다. 고용안정이 되어야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실현할 수 있고, 관리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는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교육적 관계는 수업 현장에서만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인 학교 생활에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고용안정이 이루어져야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애착심을 바탕으로 교육의 연속성을 성취할 수 있다.
학교 현장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교원이라고 정규직과 책임이 다른 건 아니다. 특히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비정규직 교원이라고 소홀한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 교원을 정규직화 하지 않는 것은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불합리한 일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이 질이 높아지기 위해선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고용안정 및 정규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진보 교육감들이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하려면 우선적으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이루어 차별 없는 학교, 평등한 학교부터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