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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 제40호

격변의 한반도,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3.24 평화 촛불 집회에 다녀와서

  • 정영섭
3월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1500여 명이 참여한 평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김천, 원불교 주민들이 모였다. 이외에도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곳곳에 현수막도 달렸다. “사드 배치 결사반대”, “우리 먼저 평화하자 한반도에 평화 심자”, “조건 없는 북미대화 전쟁 말고 평화협정”, “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실현”, “사드와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

대회의 시작은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NO 사드, NO 핵무기, 한반도 평화’ 플래시몹이었다. 청소년 발언, 종교인 평화선언, 해외연대 메시지 영상이 이어졌다. 김천의 율동맘과 율동천사 공연, 성주 소성리 합창단과 부녀회장님의 사드철거 호소, 노동·학계·통일단체·사회운동 활동가들의 평화 행동 선언도 있었다. 마지막에는 미 대사관 주변을 도는 행진으로 마무리했다. 평화의 촛불을 든 이들 모두가 전쟁과 군사갈등이 아니라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내자고 다짐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사드 없는 세상, 전쟁 없는 한반도에서 살고 싶다”는 호소가 큰 울림이 있었다. 한 노동자는 “핵 대결을 끝내고 평화군축을 실현하는 것은 노동자·민중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노동자가 전쟁과 대결, 군비경쟁을 끝내는 데도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평화가 멀리 떨어진 무엇이 아니라 우리 삶과 권리의 문제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평화는 당국자들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다. 남북미 당국자들과 한반도 주변국들이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동북아와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자”는 발언에서는 참가자들 모두가 평화를 만드는 주체가 되겠다는 다짐까지 느껴졌다.

2월 초부터 평화 촛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지금처럼 한반도의 군사 긴장이 완화되지 않았다. 한미군사훈련은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한다는 얘기만 있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얼마든지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되고, 뒤이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대북 제재가 이어질 수 있었다. 해상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거나 미국에서 대북 선제타격 여론이 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었다. 남과 북, 그리고 동아시아 민중의 평화적 생존이 다시금 위협받는 시나리오가 예상되었다.

이에 3.24 평화 촛불을 준비한 추진위원회는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군사갈등을 중단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함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군사훈련 중단, 북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주된 요구로 하는 대중행동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평화 촛불을 준비하는 와중인 3월 6일, 남북 간 합의가 전격 발표되었다.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북미대화 추진,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남북 예술단 교류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대화로 전환되는 중요한 계기였다.

추진위는 남북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대중행동의 힘으로 대화와 평화 국면을 더욱 공고히 만들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실현’을 주요 요구로 추가하여 집회를 준비하였다. 당국 간 협상을 그저 환영하고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평화운동의 요구와 행동을 확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의지와 방안을 적극적으로 표출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후 진행될 각국 정상회담, 대화에서 노동자·민중이 구경꾼이 되지 않고 평화운동을 더욱 능동적으로 펼쳐나갈 의지를 표명한 것이기도 했다.

추진위는 한 차례의 집회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인 5월 26일에 두 번째 평화 촛불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반도에 대한 모든 군사행동 중단, 사드와 핵무기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군비축소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평화운동이 지속적으로 정세에 맞춰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만 해도 그러하다. 문재인 정부는 임시배치라고 둘러댔지만, 실상은 달랐다. 주민들이 극구 반대했지만, 정부는 사드 기지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을 동원하여 주민들을 진압했다. 하지만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면 북핵 핑계로 들여온 사드는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장기 주둔을 위한 기지 공사도 불필요하다. 흔히 남북 간 대화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처럼 말하지만, 사드 철거를 위한 지속적인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문제도 있다. 지금은 북미대화에 나서겠다고 한다. 하지만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모르고 이로 인해 다시 대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과거 6자회담의 역사를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한반도에는 확고하면서도 영구적인 평화체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평화운동을 확대해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5월 26일 평화 촛불로 담대한 평화의 걸음을 내딛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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