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보다
- 2018/04 제39호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비판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가 뜨겁다. 식비, 숙박비, 교통비,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서 계산하자는 얘기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대상 별로 어떤 차이가 나는지 비교해 보고, 실제 규모는 어떤지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미치는 영향을 각 집단별로 제대로 비교할 수 있다.
영향률의 변화율? 악의적인 왜곡!
임금에 실제 변화가 있는지 보려면, 변화율(퍼센트)이 아니라 변화량(퍼센트 포인트)을 봐야 한다. 변화율로 보면 4퍼센트에서 2퍼센트로 하락하는 것도 100퍼센트 하락이고, 100퍼센트에서 50퍼센트 하락하는 것도 100퍼센트 하락이다. 양자를 같은 하락이라고 주장하면 변화의 의미를 분석하지도 못할뿐더러 잘못된 정보만 전달하게 된다. 변화량으로 보면 전자는 2퍼센트 포인트 하락이고, 후자는 50퍼센트 포인트 하락이다. 후자의 영향률 변화가 훨씬 심각하다.
퍼센트 포인트로 비교한다 해도, 서로 다른 비교대상의 영향률의 변화량을 따지는 건 신중해야 한다. 모수가 다르면 모수의 크기만큼 실제 변화량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를 유의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화에 따른 영향률의 변화량을 살펴보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화: 중소사업장일수록, 비정규직일수록 더 영향 받아
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제도 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일수록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 보고서의 해당 부분 결론만을 간취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보고서는 ‘변화율의 변화율’을 ‘변화율의 변화량’으로 간주해 중소기업, 저임금, 비정규직에게 피해가 적다는 주장을 폈다. 변화량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분석한 것이다.
<표 1>에서 <기준1>이란 식대, 교통비 등이 포함된 기타 수당을 포함시켰을 경우고, <기준2>는 고정상여금을 포함했을 경우다. <기준3>은 <기준 1>과 <기준2> 모두를 포함시켰을 경우다.
노동연구원은 영향률의 변화율을 변화(량)로 간주해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산입범위 변화의 영향이 크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기준3>으로 산입범위를 확대했을 때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영향률은 4.6퍼센트 → 2.1퍼센트로 변하는데, 이걸 53.7퍼센트 변화로 간주했다. 1~4인 미만 사업장은 9.7퍼센트 줄었으며 중소사업장일수록 영향을 덜 받는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는 올바른 분석도 아닐뿐더러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영향률의 변화(퍼센트 포인트)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2.5퍼센트 포인트 감소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3.8퍼센트 포인트 감소한다. 대기업보다 중소사업장에서 변화가 더 크다.
이를 규모로 환산하면 실제 변화량은 더 크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15.5만 명이 영향을 받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4.9만 명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업장 규모로 따지면 30~99인 사업장에서 영향이 가장 크다. 5.3퍼센트 포인트가 최저임금 영향률에서 제외되어 인상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100인 미만 사업장의 14.1만 명이 영향을 받는다. 경험적으로도 이 정도 규모의 사업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영향이 예상되는데, 10만원 전후의 식대와 200퍼센트 전후의 상여금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용형태 별로 봐도 마찬가지다. 노동연구원의 보고서 결과와는 다르게, 비정규직의 영향률 변화가 정규직보다 크다. <기준3>으로 산입범위를 확대했을 경우, 정규직은 3.4퍼센트 포인트 감소하지만 비정규직은 5.8퍼센트 포인트 감소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규직(37.7만 명)이 비정규직(24.7만 명)보다 더 많은 건, 노동부 통계에서는 정규직이 1만 1102명으로, 비정규직 4253명보다 훨씬 더 크게 잡히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하향평준화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소득순위에 따른 영향률의 변화량이다. 소득순위는 변수의 구간이 같아 동일규모로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연구원은 여기서도 ‘영향률의 변화율’을 ‘영향률의 변화’로 명명하고는 임금소득이 높은 5분위는 100퍼센트 감소하고(1.1퍼센트→0.0퍼센트) 1분위는 5.3퍼센트 감소(66.9퍼센트→63.3퍼센트)한다는 표를 들이밀고는 “저임금근로자일수록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더라도 영향률은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다.
<표 2>에서 보듯 소득분위별로 보면 영향률의 변화가 가장 큰 집단은 2분위다. <기준3>으로 확대되면 무려 10.6퍼센트 포인트가 최저임금 영향률에서 제외된다. 이들은 7530원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전혀 못 누리게 된다는 의미다. <기준1>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집단도, <기준2>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집단도 2분위다. 1분위가 최저임금만 받는 소득집단이라면, 2분위는 약간의 식대·교통비, 정기상여금을 더 받아서, 최저임금수준을 겨우 벗어나는 집단이다. 이들이 산입범위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실제로 제외되는 규모도 가장 많은데, <기준3>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32.2만 명이 최저임금 영향에서 제외된다. 산입범위를 확대했을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63.0만 명 중 절반(32.2만)을 차지하는 이들이 2분위 집단이다. 다음이 1분위(11.4만), 3분위(10.9만) 순이다.
이상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변화가 저임금 노동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보여준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기준1>, <기준2>, <기준3> 어떤 형태로든 확대되면, 2분위 소득집단의 임금인상효과는 상당히 억제될 것이다.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윗돌을 빼서 저임금노동자의 아랫돌을 채우는 걸로 귀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