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사회운동
- 2017/08 제31호
경영권 세습도 삼성공화국도 무너뜨리지 못한 판결
지난 7일, 특검은 5개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며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국회 위증)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재용 구속과 처벌은 작년 6개월 간 촛불이 재벌총수를 향하고 삼성을 겨냥하면서 만든 노동자 시민들의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 재판부는 이재용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모든 죄목을 지적했지만, 가장 낮은 수준의 형량을 적용하기 위한 꼼수가 곳곳에 엿보였다.
축소된 뇌물공여액
특검은 박근혜 게이트의 발단이 된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비롯해 승마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 총 433억여 원을 공여금액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금(204억 원)과 미지급된 약속 금액(135억 원)을 제외했다. 오로지 승마지원(73억여 원) 관련 뇌물과 영재센터(16억 원) 관련 뇌물만 인정한 것이다. 이재용이 능동적 판단을 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재단 출연금을 납부했다는 주장이다. 경영권 세습 과정에 도움을 기대하고 직·간접적으로 제공한 일련의 사건과 뇌물을 자의적으로 나눠 판결한 꼼수이다. 이는 재단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재벌특혜를 받아 온 재벌대기업 모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경영권 세습은 사익추구가 아니라는 재판부
재판부는 나머지 뇌물 제공에 대해, 이재용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추진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명백한 부정청탁을 ‘승계과정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고’라는 단서(묵시적 청탁)를 달아주면서 틈을 열어주었다. 더욱 황당한 주장은 부정청탁의 결과로 ‘삼성그룹이 부정한 이익을 받았는지 확인이 안 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그룹과 계열사 이익에 기여한 점도 있다’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왜 구속이 되었는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막대한 손실(약 6천억 원)을 입히고, 이재용은 그룹 내 지분을 높이며 약 4조원에 가까운 이득을 본 사실은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 앞뒤가 맞지 않는 판결문으로 헌정유린의 핵심적인 죄목은 흐릿해지고 말았다. 국민들이 입은 손해의 복구도 불법·편법 경영권 세습에 대한 경종을 울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삼성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쇄신이 필요하다
재판부의 꼼수 판결로 이재용은 중형선고를 피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재판부의 양형이유를 요약하면 “경영권 세습은 지배권 확보도 있지만 지배구조개편의 일환이고, 뇌물제공은 수동적이었으며, 묵시적 청탁으로 인한 부정의한 성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벌의 경영권 세습도 삼성공화국도 제대로 건드리지 않은 ‘묻지마 5년 선고’였다. 납득할 수 없는 양형이유로 명백한 범죄사실을 가릴 수 없다. 임기 없는 대통령, 이재용과 삼성그룹이 제대로 처벌받고 진정으로 쇄신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저항은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