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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 제33호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 홍명교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전시는 화이트큐브라는 딱딱하고 질서 있는 공간을 너저분하고 무질서하며, 실재하는 절망의 현실로 재현한다. 공사장처럼 대충 짜맞춰져 있고, 낙서가 휘갈겨진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서면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이라는 우리 사회 가장 절망적 단어들이 적힌 분홍 네온사인이 가장 눈에 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휴게실’인데, 이런 호명이 던지는 이질감이 공간을 현실과 병치해 바라보게 한다. 열 개의 테이블 위엔 수천 장의 찌라시가 놓여 있고, 여기엔 한 중년 남성의 처참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영화 시나리오 혹은 시 같은 이 찌라시는 이 생경한 곳에 실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아무개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흔하디흔한 동시대인의 삶이기도 하다.

대중들에게 음악가나 영화배우로 더 많이 알려진 백현진은 “이 시대 예술가의 역할”을 묻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그는 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그때의 감정과 상태에 온전히 충실하며, 그것을 음악이나 영화, 그림 혹은 퍼포먼스라는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비디오로 할 걸 굳이 그림으로 그리지 않고, 글로 쓸 걸 괜히 퍼포먼스로 하지 않고, 노래로 부를 수 있는 걸 괜히 그림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묘한 동시대성을 갖는 건 작가의 그런 태도 때문인 듯하다. 그는 “못 해먹겠다”, “못 살겠다”는 주위 이야기들, 46살인 자신이 가장 많이 느끼고 아는 것을 이야기한 것뿐이고, 그것이 하나의 그림·음악·비디오·퍼포먼스가 된 셈이다. 거짓말 같은 현실이 던지는 무게감을 하루하루 솔직하고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의 힘을 이 어둡고 절망적인 ‘휴게실’에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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