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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 제32호

8·2 부동산 대책에 대한 세 가지 의문

서민 주거권을 위해 제대로 된 대안이 필요하다

  • 김태훈
이번 ‘8·2 부동산 대책’(〈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한 정책 중 하나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가계부채와 주택 가격 폭등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시한폭탄을 안겨줬다는 평가도 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개혁과 주택금융 활성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의 주택문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적 모순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김태훈, “전세대란 뜯어보기”, 오늘보다 2016년 9월호 참고) 중심부의 포섭과 주변부의 배제로 특징지어지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한국에서도 서울·수도권 중심의 불균등발전을 심화시켰다. 정부는 자가보유 지원 중심의 주택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주택금융을 활성화한다. 주택의 자산상품으로서의 성격이 심화될수록 노동자 내부의 분할도 더 커진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실질임금 하락에 더해 더 많은 가계부채 부담과 더 열악한 주거환경의 고통에 처하게 되고, 고임금 노동자는 불안하고 불행한 노동으로부터 탈주를 꿈꾸며 주택투자에 동참한다.  

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었던 6월 대책은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7월에 아파트 가격은 다시 상승했다. 그러나 이번 8·2대책은 대체로 강력하다는 평가가 많고 실제 주택경기는 관망세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거래세 규제, 효과 있을까

이번 대책을 두고 대체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계승했다고 평가한다. 이명박-박근혜가 폐지했던 규제를 한꺼번에 다시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금융건전성을 확보하는 정책이면서 거래비용을 높여서 과열을 막는 정책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을 통해 주택담보대출과 분양권 전매를 더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양도소득세를 높이고,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규제를 강화한다. 

장관까지도 갭투자를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갭(gap)투자란 전세 세입자를 미리 확보한 뒤, 전세와 매매가의 차액만 지불하고 집을 사는 것을 말한다. 매매가가 10억이고 전세가 8억인 아파트가 있다면, 2억만 지불하고 집을 살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지거나 집주인이 빚을 못 갚을 경우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주택 투자의 목적은 2가지가 있다. 가격 상승기에 매매차익을 추구할 수도 있고, 다주택을 보유한 뒤에 임대수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 갭투자는 철저히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이므로 주택시장의 가격변동이 안정화되면 수익성이 낮아지게 된다. 재개발·재건축될 노후 주택(아파트)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노후 주택을 보유할 때의 임대 수익은 낮아 새로운 집의 분양 프리미엄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대책은 이런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에 불이익을 주는 거래세 규제로 이뤄져있다. 

  
보유세 규제가 빠진 이유

이번 대책은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을까? 일부 경기과열 지역을 지정해서 그 지역 내 거래를 규제하는 방식이라서 유동자금이 새로운 지역을 찾아가는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다. 투기지역에서 제외된 지역들은 저마다 자신이 최대 수혜지역이라며 분양 소식을 광고하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신용대출이 늘어났다. 다만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경기과열을 진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이번 대책에서 보유세 개혁이 빠진 것에 대한 비판을 비켜나가는 포석이기도 했다. 보유세 인상을 제외한 것을 두고 진보진영에서는 ‘부동산 적폐’와 정면승부를 피했다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유세 인상을 하지 않으면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는 다주택 소유자들은 주택을 새로 사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주택을 팔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가격 안정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고 재산세가 개편되었지만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박준·이태리, 2016) 세율 자체도 낮지만,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공시 부동산 가격이 실거래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과세역량이 객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소평가를 통해 납세자에게 비공식적인 조세특권을 주는 자산소유자와 관료, 정치인 사이의 암묵적 유착 관계 때문이기도 하다(김명수, 2014). 

이렇게 명백한 보유세 개혁 논리가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자가보유 가구들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는 조세 제도의 개혁과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실제 타격을 입는 고가 다주택 소유가구 뿐만 아니라 주택을 1~2채 소유한 자가보유 가구까지 반발하면서 정치적 지지 기반을 잃었다. 
 
ⓒ시사저널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없나

정리해보면 이번 8·2 부동산 대책은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를 규제하는 정책이지만 부동산의 과다소유나 이를 통한 임대수익을 규제하는 정책은 아니다. 특히 보유세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향후에 사용할 카드로 남겨둔다는 의미도 있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의 경험을 기반으로 조세 갈등을 회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포함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보좌관이었던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주택점유형태 균형’ 개념은 이러한 제도적 절충을 잘 보여준다. 주택점유형태 균형이란 자가보유 가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공공임대 가구는 10퍼센트 수준으로 높이고 민간임대 가구도 40퍼센트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애매한 절충일 뿐만 아니라 민간임대의 합리화라는 측면에서 기업형 부동산 임대업을 장려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또한 주택문제는 한국에서 특수한 형태로 나타나는 금융화에 대한 분석과 함께 사고되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금융투자는 국내은행의 해외차입을 통한 가계대출확대라는 새로운 수익추구전략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통로였다. 주택가격과 은행대출 사이의 높은 상관성을 고려해보면 결국 외국인투자가 국내 주택가격상승의 주요 요인인 것이다(박찬종, 2017).

이러한 분석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종부세는 중산층의 반발도 문제였지만 금융시장 개방과 규제완화, 저금리로 인해 주택가격 상승을 결국 잡지 못한 것이 근본적 한계였다. 역시 이번 부동산 대책의 한계도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자본유출에 대비해 주택금융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측면은 있으나 저임금 청년 노동자의 주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는 부족한 것이다. 향후 9월에 발표할 주거복지 로드맵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해 봐야 한다.

사회운동은 금융화의 관점에서 주택문제를 비판하는 논리를 더욱 개발하고, 점유형태 균형과 같은 모호한 절충이 아니라 충분하고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우선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또한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세입자의 자기 조직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저임금 청년 노동자의 주거 복지 요구에 주목하면서 조직화의 계기를 모색하는 한편 주택을 생산하는 건설노동자와의 연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참고 자료

- 김명수, <보유세 개혁의 좌절에 관한 조세정치적 해석-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경제와 사회》 101, 2014. 
- 박준·이태리, <부동산보유세 변화의 거시경제 파급효과 분석>, 《도시행정학보》 94, 2016. 
- 박찬종, <한국 자본주의의 종속적 금융화>, 《경제와 사회》 114, 2017. 

 

 
필자 소개

김태훈 | 여전히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꿈을 꾼다. 그 꿈을 증명하기 위해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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