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오늘평화
  • 2017/09 제32호

"미국인의 일상과 한국의 사드 투쟁,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어요"

윌 그리핀 한국 사드 배치와 아시아 태평양지역 군사화 저지 TF 운영위원 인터뷰

  • 인터뷰‧정리 김진영
해방 이래 미국은 언제나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제에 가장 중요한 결정자로서 개입해왔다. 사드 한반도 배치 역시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한반도를 편입시키려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맞선 미국 내 운동은 활발하지 않다. 미국 내에서 사드 반대 여론을 조직하는 활동은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한·미 연대의 소중한 디딤판이 될 방문이 있었다. 미국 평화운동 활동가들이 사드 배치 저지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7월 23~28일 5일 간 한국을 찾은 것이다. 방문단은 성주·김천 주민들, 사회운동단체들과 만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현지 투쟁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사드와 한반도 전쟁 위기를 알리고 있다. 이들은 사드 배치 문제를 남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더 평화롭고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기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바라보고 있었다.

방문단의 일원인 윌 그리핀 ‘한국 사드 배치와 아시아 태평양지역 군사화 저지 태스크포스’(이하 태스크포스) 운영위원, 리스 쉐널트 미국 전쟁반대 노조협의회(이하 USLAW) 집행위원장으로부터 미국 평화운동의 고민과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오늘보다]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에는 어떻게 참전하게 됐나요? 또, 참전 군인으로서 평화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윌 그리핀] 놀랍겠지만 저는 원래 인종차별주의자고, 보수주의자고, 공화당 지지자였습니다. 미국의 군사주의를 지지하고, 미국은 세계의 경찰관이며, 미국이 치른 전쟁은 모두 정당하고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믿었죠. 그래서 ‘내가 조국을 위해 봉사할 차례’라 생각하며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죠. 2004년에서 2010년까지 군 복무를 했는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작전 지대 등에 있었습니다. 저는 정비병이어서 전투나 순찰 업무에 직접 투입되진 않았고, 주로 기지에서 탈 것 등을 점검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관리하는 것들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데 쓰이고 있었어요. 전쟁터에 있으면서도 멀리서 전쟁을 관망하고 있는 것 같은 분리된 느낌을 받았죠.

점점 질문이 생겼어요. 우리는 왜 여기에 있을까?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있을 이유가 뭘까? 그땐 복잡한 국제 이슈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해외 주둔 미군은 대개 그렇죠. 한국 내 미군기지 앞에서 진행되는 집회에 참가했을 때에도 그곳 미군 병사들에게 이게 무슨 내용의 집회인지는 아는지 물어봤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에서 제 많은 친구들이 죽었습니다. 그건 너무도 고통스러운 경험이었고,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고, 혼란스럽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했죠.

2010년에 제대한 뒤 저는 제대 군인 지원 제도를 통해 대학에 갔습니다. 제가 가졌던 질문들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전쟁 문제를 다루는 단체들의 논평, 기사, 다큐멘터리들을 찾아보았죠. 그러다 평화재향군인회를 알게 됐습니다. 평화재향군인회는 반전 문제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지금은 여기서 풀타임 상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보다] 이미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앞으로도 계속 오실 계획인데, 그간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윌 그리핀] 평화운동을 하게 된 뒤, 저는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어머니가 주한미군과 결혼한 한국인이라, 저도 반은 한국인이기 때문이죠. 대학에서도 세부 전공은 아시아 지역 연구였습니다. 2015년 말, 국제연대 사업에 참가했었죠.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과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투쟁에 연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6월에도 한국에 와서 제주뿐만 아니라 용산, 오산, 부산 등 한국 전역을 돌면서 미군 기지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군 기지가 사람과 환경,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배웠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캠프 험프리 기지(Camp Humphreys; 경기도 평택)에서 근무하셨기 때문에 그곳에서 4년 반 동안 살았습니다. 그런 제가 반전 활동가가 되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입장을 갖고 캠프  험프리를 다시 방문하고, 대추리 주민들을 만난 거죠.

미국에서 한국인 혼혈이라고 밝히면 사람들은 저를 ‘한국계 미국인’으로 보고 제가 한반도 문제를 대표할 거라고 생각해요. 미국에 돌아가면 사람들에게 제가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많이 알릴 겁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세계 지도에서 한국이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알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소성리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평화일 뿐이지만, 투쟁은 이미 사람들의 일상이 됐습니다. 주민들의 삶 전체가 미국의 대외 정책 때문에 흔들리고 있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오늘보다] 앞으로 미국에서 사드 반대 투쟁을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요?
 
[윌 그리핀] 태스크포스는 10월에 워싱턴 DC에서 열릴 무기박람회에 대응하려고 합니다. 무기박람회는 미군만이 아니라, 수많은 무기 제조사와 회사들이 참여해요. 특히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이 참가해서 사드 미사일을 전시할 겁니다. 우린 무기박람회에 맞서 저항을 조직하고, 한반도 문제를 미국에 알려낼 기회로 삼으려 해요. 평범한 미국사람들의 일상과 한국 사드 투쟁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번 방한에서 느낀 걸 미국에 알리는 자리도 많이 만들려고 해요. 저는 평화재향군인회와 ‘우주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두 단체에서 활동하는데요. 평화재향군인회는 8월에 전국 컨벤션을 열 예정인데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패널로 참석합니다. 글로벌 네트워크에선 매년 1주일간 집중 투쟁을 펼치는데, 올해는 한국의 사드 문제를 주제로 합니다. 또, 무기 제조업체들이 위치한 메인주(Maine)에서 열리는 행진에도 참여해 사드 문제를 알릴 예정이에요. 한국-미국 평화운동의 연대를 강화하고, 이어가기 위한 사업을 계속 기획할 겁니다. ●
 
 

윌 그리핀 Will Griffin

 

윌 그리핀 씨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한국 사드 배치와 아시아 태평양지역 군사화 저지 태스크포스’는 미국 내에서 이 사안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6년 7월에 결성된 연대기구다. 미국이 추진하는 한국 사드 배치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 활동에 연대하고 있다. 태스크포스는 사드배치 철회를 위해 다양한 교육, 선전과 연대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작년 10월에 로스앤젤레스·뉴욕·워싱턴 등 미국 5개 주요 도시에서 사드배치 중단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조직한 바 있다. 금년 4월에는 김성혜 사드반대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의장(원불교 교무)을 미국에 초청해 로스앤젤레스·뉴욕·워싱턴 등 9개 지역에서 순회강연회를 진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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