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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
  • 2017/07 제30호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으로 간 까닭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쟁점들

  • 김동근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1일 당선 후 첫 업무지시로 “일자리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다음날인 12일에는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이 자리에서 “연내 인천공항공사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함,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원회는 빠르게 구성됐다. 6월 21일 첫 회의가 개최됐고, 7월 중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 8월 중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5월 14일 ‘좋은 일자리 창출 TF팀’을 구성하고 8월 17일까지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8월 18일부터는 정규직 전환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성패 가른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일자리 창출, 그 중에서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선 후에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공약에서 81만 개 일자리는 공무원 충원(17만), 민간위탁이 이루어진 사회서비스 재공공화(34만), 공공기관의 민간 용역 해소(30만)로 구성된다. 이 중 공무원 충원을 제외한 68만 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통해 일자리 질을 높이겠다는 정책이다. 당선 후 정부는 「일자리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공무원 충원(17.4만), 보육·요양 일자리 공공 전환(30만), 공공의료 강화(5만), 공공부문 간접고용 직고용 전환(6만), 상시·지속성 등 고려해 상용직 확대(27만) 등으로 정책을 더욱 구체화했는데, 대략적인 얼개는 비슷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어떤 의미인지, 나아가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이다. 인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는 그 가늠자가 되기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인천공항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엔 인천공항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당시부터 80퍼센트 이상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전체 규모가 1만 명에 이른다. 제2터미널 개항을 앞두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대규모 채용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정책의 성패가 달려있다.

인천공항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시작으로 공공부문·민간기업으로 확대할 것이고, 정부·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간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며, 처우개선(차별해소)과 관련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처우 개선과 관련해 “노동자들이 한 번에 다 받아내려 하지 말라. 노사정 대타협을 거쳐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중요한 쟁점은 이 발언들에 모두 담겨있다.
 

박근혜표 무기계약직화와 달라지려면

문재인 정부는 ‘고용안정을 일정하게 달성하되, 처우개선은 최소화하는 방안’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제시한 정규직화 방안은 모두 이러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용형태와 관련해 소위 ‘생명·안전 관련 업무’ 등 일부 직군은 모회사가 직접고용하되, 나머지는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고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모회사가 직접고용하는 경우에는 기존 정규직화 다른 임금체계 마련을 통해 처우개선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처우개선 비용은 외주용역업체에게 지급되는 이윤과 관리비를 내부화하면서 절약되는 재정을 활용하고 이를 넘어서는 처우개선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 고용불안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무기계약직화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라고 본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대동소이하다. 차이가 있다면, 정규직화의 범위를 직접고용 비정규직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까지 확대한 것과 비정규직 차별 관련 제도개편을 통해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제도를 도입하는 등 비정규직의 확대 경로를 제한하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화될지, 민간부문에서도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원칙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회 상황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제도개선은 쉽지 않다. 기업들은 이미 “외주·하청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외주·하청업체 정규직”이라면서 정부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접고용 방침에 저항할 것을 선언했다.

강조하자면,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불안으로만 협소하게 규정돼선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반드시 임금·노동시간 등 처우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노동을 핵심-비핵심, 숙련-비숙련으로 분할하고, 노동자 간의 차별을 공고화하며,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일련의 역사적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우개선(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 이런 입장에 따라 제시되는 무기계약직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 등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라고 볼 수 없다. 외주화된 업무에 대해 모회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 그로 인해 정규직과의 차별을 줄이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노조 제외한 일방통행

인천공항 방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혹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정규직화 방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동조합을 포함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회적 논의를 모으겠다는 취지로 자문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천공항지역지부를 논의·교섭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6월 13일에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 입찰을 공고하면서 일방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논의·교섭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은 고용형태와 관련한 원칙만큼이나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처우개선의 정도나 포괄 범위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의 여러 정규직화 사례에서 확인된 바 있다.

노동조합과의 논의·교섭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국면에만 제한되어서도 안 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든 이번 국면을 계기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정규직화’ 과정이 끝난 이후에도 고용형태·처우개선 문제, 운영의 공공성·안전성 문제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세력은 노동조합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규직화 이후 정부·기관과의 교섭틀을 구축해야 한다. 이 측면에서 볼 때 모회사가 노동조합과의 교섭 및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 방식은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 운영원리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통제 구조 자체다.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정원에 대한 잘못된 통제는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정규직화에 저항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을 민간기업과 같이 수익확대·비용절감의 원리로 운영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조건들이 혁신되지 않는다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현실화 과정에서 왜곡될 수밖에 없다. 현존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더라도, 다시금 비정규직이 양산됨으로써 정책의 효과가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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