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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 제26호

맥도날드 알바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

  • 편집실장 홍명교
 
지난 11월, 맥도날드의 알바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 최초다. 알바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기업 단위로 가입한 것 역시 처음이다.

2013년 말부터 생계와 학비 마련을 위해 맥도날드에서 일하던 이가현 씨는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사측이 많은 부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기업이란 명성과는 달리 주휴수당은커녕 최저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노동법 위반 사례가 산적했다.

이가현 알바노조 맥도날드분회 신임위원장이 맥도날드를 상대로 싸우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2014년 봄 미국 서비스노조(SEIU)의 ‘최저임금 15달러를 위한 파업’에 연대한 알바노조는 맥도날드가 국내에서 자행하는 근무표 조작과 ‘꺾기’ 등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헌데 기자회견에서 알바 당사자로 발언했다는 이유로 역곡점 알바로 일하던 그를 해고한 것이다. 이틀 전만 해도 근무시간을 늘리기로 협의했던 점장은 갑작스레 해고를 통보했다.

이후 알바노조는 아르바이트 근로실태 조사를 통해 근로계약서 미작성, 강제조퇴, 임금체불, 근로기준법 위반을 폭로하고, 45초 햄버거와 17분30초 배달 폐지 등 10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또 신촌점 매장을 점거하는 등 다양한 싸움을 치른다. 이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한 투쟁의 시발점이 됐다.
 

확장하는 사업, 위축되는 노동권

이제 면밀한 전략과 준비가 필요했다. 한편으론 사회적 이목을 끌고, 다른 한편에선 개별적인 만남과 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맥도날드는 한국에서 직영점과 가맹점을 포함해 4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0년대 잠시 주춤했지만, 2010년 이후 공격적 투자로 직영점이 대거 증가했다. 여전히 롯데리아에 비해선 규모와 매출이 낮지만, 직영 비율이나 매장당 영업이익은 맥도날드가 앞선다. 최근엔 맥드라이브, 맥딜리버리 등 사업모델 확장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맥도날드는 노동조건이 현저하게 열악하다. 소위 ‘크루’(시급제 매장직원)와 ‘트레이너’(월급제, 시급제)를 가리지 않고 열악한 노동 조건에 처해있고, 1만8천여 명에 다다르는 직원 대부분이 법정 최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근무시간은 제각각인데 매니저의 경우 8시간 근무 후 퇴근 지문을 찍고도 잔업을 한다든지, 출근 지문을 찍기 전에 아침 근무를 하는 등의 ‘무료 노동’이 자행되고 있다. 8시간 근무로 기록되지만 실제 일한 시간은 12~14시간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매니저 대부분은 주 40시간, 혹은 그 이상 일을 하고, 근무시간도 매우 탄력적이다. 24시간 운영하는 매장이 많아 주간, 야간, 미들 등 교대근무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크루의 경우도 주 4~5일 꽉 채워 일하는 크루, 주말이나 주중 2~3일만 일하는 크루 등 다양하고, 그런 만큼 소위 ‘꺾기’로 불리는 탄력적 근무시간제 역시 만연하다.
 

가맹점 비율 늘리는 이유?

스티브 이스터브룩 CEO 취임 이후 맥도날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아시아 엑소더스’(중국, 말레이시아, 한국 등 사업권 매각)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중국과 홍콩 전역 맥도날드 사업권을 20억 달러에 매각했고, 한국 사업권 매각도 시도했었다. 하지만 애초 의욕을 보이던 CJ, NHN 등이 인수를 포기하고,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과 함께 인수를 추진하던 매일유업도 발을 빼면서 당분간 매각은 불투명해졌다.

자본 입장에서 알바 권리 확대는 사업권 매각의 걸림돌이다. 인건비 등 ‘비용’을 줄여야 매각 역시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맥도날드가 몸값 상승을 위해 가맹점 비율을 증대한 것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얼마 전 있었던 망원점 임금 체불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본사와의 불협화음으로 지난해 12월 1일 폐점 조치된 망원점 점주 K씨는 "인근에 합정 메세나폴리스점이 오픈하면서 영업에 피해를 봤다"며 맥도날드 본사의 ‘갑질’을 폭로했고, 본사는 사업계좌를 가압류했다는 이유로 노동자 68명의 급여와 상여금, 연차수당, 퇴직금 등 1억 6133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본사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노동자들은 알바노조와 함께 원청 책임을 요구했다. 1월 말 체불임금 지급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유사한 논란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맥도날드분회의 첫걸음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2만여 명의 직원과 알바들이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으려면 노동조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맥도날드분회의 설립은 그 과정의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400여 개 점포에 흩어진 노동자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전국 점포 매니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인터넷 공간을 통한 마주침이 유의미하다. 오픈카톡방을 통해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도 있었다. 물론 관계를 맺고 활동해도 입사와 퇴사가 워낙 잦고, 400여 개의 소규모 점포로 이뤄져 있다 보니 응집력을 만들기가 쉽진 않다. 본사의 방관자적인 대응도 문제다. 최근 교섭 요구에 대해서도 본사는 조합원 공개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교섭을 지연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보다 진일보한 조건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알바노조 맥도날드분회는 현장에서의 안전과 인권 보호 등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만들며, 더 많은 노동자들을 모아나갈 계획이다. 특히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 여성주의, 성소수자 인권 등 사회운동적 요구와 함께 성장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게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기업 맥도날드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성공할 수 있다. 이가현 알바노조 신임 위원장은 지리한 싸움 속에서도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 세계 노동자들과 연대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청년 노동자 조직화와 노동자운동의 혁신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목이 맥도날드분회의 첫걸음에 쏠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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