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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 제25호

교육공무직법은 비정규직 특혜법인가?

  • 이동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직국장
 

교육공무직법, 철회되다

2016년 12월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하 교육공무직법)”은 결국 논의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철회되었다.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교육공무직법안 철회를 결정하자, 희망을 가졌던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더불어민주당에 교육공무직법의 신속한 재발의를 촉구했다. 반면 법안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한편, 앞으로도 교육공무직법안이 다시 발의되지 못하도록 지켜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학교비정규직의 인간선언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학교 등 교육기관 비정규직의 노동환경은 너무나도 심각했다. 학교장에게 채용 권한이 있어 학교장, 행정실장의 말 한마디, 문자 한통이면 바로 해고를 당했다. 다쳐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일하거나, 다쳤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 또 학교는 무기계약을 피하기 위해 근무기간이 2년이 될 때면 계약만료 통보를 하였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 신규채용 되어 일해야 했다. 당연히 학교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일하면서도 너무나도 적은 임금을 받았다. 1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받는 임금은 변함이 없었다. 남들 다 받는 수당 하나 존재하지 않았고, 명절이면 식용유 한통을 선물이라고 받던 사람들이 바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학교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였고 차별적인 교육의 현장이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관리자에게 불려가 수모를 당해야 했고, 부당하게 해고도 당했다. 수년간의 싸움으로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가 시·도교육청의 교육감이라는 판결을 받아내고 교육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기나긴 교섭 끝에 대다수 시·도에서 단체교섭을 체결했다. 

공무직이라는 용어도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나긴 싸움의 결과로 얻어낸 성과물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공무의 일부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비정상적인 근무형태로 심각한 차별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만든 용어다.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역시 ‘교육공무직’으로 새롭게 이름을 만들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고자 했다. 
 

교육공무직법은 무엇이었나?

몇 년 사이에 많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면서 고용은 점차 안정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법적으로 해고를 할 수 없는 사람들만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있을 뿐, 고용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교섭에도 교육부(국립학교 교섭의 주체)와 대구·경북의 보수 교육감은 단체협약 체결조차 거부하고 있다. 지역마다 학교회계직원,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교육공무직원, 비정규직, 보조 등 명칭도 다르고 처우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교육공무직법을 제정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쓸모없는 일이 아니라, 교육기관에서 원활하게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규정하는 법이 필요했다. 교원이나 공무원 임금 수준은 아닐지라도 각종 수당 등에서 박탈감과 차별을 느끼지 않고, 오래 근무할수록 숙련에 대한 인정을 받도록 하는 법이 필요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해고 문제로 불안에 떨지 않고, 상시지속 업무라면 채용할 때부터 무기계약으로 체결하도록 교육기관을 강제하는 법이 필요했다. 이것이 교육공무직법의 핵심 내용이었다.
 

‘개돼지’끼리 싸움 붙이는 헬조선

그러나 교육공무직법안은 현직 공무원과 교사, 그리고 공무원과 교사를 준비하는 ‘공시생’들의 반대논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공무원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들이 교사·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채용될 때부터 단순한 보조업무였다”, “교육공무직법의 시행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 때문에 교사와 공무원의 처우개선과 인력확충이 안 될 것이다”와 같은 주장이 매우 공격적으로 제기되었다. 학교현장에서의 노동자간 갈등, 파업을 통한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에 대한 불만 등 노동자의 권리가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나 노동조합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사회의 현실이 떠오른다. 우리 나라엔 교사,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반대로 말하면 교사, 공무원 외 대다수는 매우 열악한 일자리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는 비정규직,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비정규직의 임금, 갈수록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로 표현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초등학생의 꿈을 ‘정규직’, ‘대기업 회사원’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문은 턱없이 좁아 엄청난 스펙이 필요하다.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단어가 탄생할 만큼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경쟁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만 통과하면 안정된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공무원시험에 더 매달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65만 2000명 중 25만 6000명이 공시생이며, 매년 경쟁률이 몇 백 대 일에 이른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공시생들에게  비정규직의 단결과 처우개선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무(無)’로 돌아갈 것이라는 걱정과 교육공무직법이 그것을 완성시킬 것이라는 생각은 분노가 되어 흙수저가 흙수저를 공격하는 ‘지옥’을 만들어낸 것이다.
 

교육공무직법은 필요하다

교육공무직법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첫째, 학교 및 교육기관은 사회화 기관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만 세상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등교해서 하교할 때까지 모든 공간이 배움의 공간이다. 차별이 없는 학교, 민주적인 학교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교육공무직법은 더욱 중요하다. 한국 사회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부터, 공공부문 중에서도 비정규직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교육기관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법이 바로 교육공무직법이기 때문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극심한 차별을 경험하며 자신의 노동을 부끄러워하는 세상, 진정한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학생·노동자의 숫자만큼 어두워진 현실이 바로 ‘헬조선’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고 결국에는 비정규직이 없어져, 노동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이 인정받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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